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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절반 “현장체험학습 폐지하자” 왜?

 

우리 학교는 지난 6월에 3개 학년이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6학년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날 학생들을 배웅했다. 학생들은 평소 등교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운동장에 모여 출발하는데 단 한 명도 지각하지 않았다. 얼굴 표정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난다. 학교 진입로가 좁아서 공원을 가로질러 큰길 버스 타는 곳까지 따라가니 길옆에 학부모들이 배웅하러 나왔다. 학부모 중 한 분이 자녀가 며칠 전부터 현장체험학습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인솔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엔 불안감이 그득하다.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최근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제자를 잃은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서면서 학교는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다.

 

이에 전국의 학교들이 계획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와의 갈등이 깊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교총이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실시 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 현장체험학습 ‘폐지’ 의견이 무려 52.0%인 반면, 교사 보호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4.6%에 그친 것을 보더라도 교육계의 우려와 부담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현장체험학습은 불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모두가 행복한 현장체험학습은 불가능한 것 같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근거는 무엇일까? 시·도의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보면 관련 법령이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 동법 시행령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초·중등교육과정 고시라고 명시해 놓았으나 조문을 보면 명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초·중교육과정 총론에서 다음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_ Ⅱ. 학교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 2. 교수·학습
나. ‌2) 실험·실습·관찰·조사·견학 등의 체험 및 탐구활동 경험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라.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이 가능한 유연하고 안전한 교수·학습 환경을 지원하고, 디지털 기반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공간과 환경을 조성한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및 탐구활동 경험이 이루어지도록 교수·학습을 설계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이 모든 교육활동은 안전한 교수·학습 환경조성을 전제로 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대책은 없을까? 현행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장체험학습이 아래 매뉴얼처럼 당초 도입 취지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한 인솔교사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안전한 교육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민의 힘 정성국 의원의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체험학습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원에게 고의 및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교육활동 중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와 위급상황에서 교원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와 지지이다. 이는 현장체험학습에 국한된 사항은 아니다. 학생은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소중한 자녀이고 제자다. 요즘 학교는 학교에서 기분이 상하거나 조그만 사고라도 생기면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넘어지지 않고 단번에 걷고 뛰는 아이는 없다. 또래와 놀면서 다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규칙도 익히고, 사회성과 협동심도 배워야 정서적으로 튼튼한 아이로 자라난다. ‘교육활동 보호는 행복한 학교생활의 첫걸음’이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육을 만든다.’

 

셋째, 현장체험학습 업무 경감을 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도 교육청 각 부서에서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매뉴얼을 한 번이라도 살펴보면 그 방대한 양에 놀랄 수밖에 없다. 현장체험학습 한번 가려면 교사들이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

 

사전 준비부터 사후 보고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현장답사 동행을 지원하고 안전점검 서류를 처리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행정지원본부를 운영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가 수업과 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청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을 해야 할 때 작은 방해가 있다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작은 방해가 아니다. 교사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주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하고자 하는 선생님은 사라질 것이다. 혹시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해서 간다고 해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때문에 선생님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학생이 따라나설 수 있겠는가? 선생님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데 그야말로 지켜보는 학생·학부모·관리자 모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학교 밖 체험장소를 찾아 직접 보고 느끼며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하는 교육,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좋은 추억으로 남는 현장체험학습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등 사건·사고는 학교와 교사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현장체험학습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학생은 물론 인솔하는 교사를 위한 안전보호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모두가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학생과 교사를 위한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은 우리 모두가 함께 완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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