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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종호의 과학으로 본 우리유산-4> 에밀레종

일명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의 몸체 높이는 2.91미터이고 종걸이 높이는 0.65미터며 전체 높이는 3.7미터다.

바닥 면의 직경은 2.2미터나 된다. 에밀레종은 그동안 구리 12만근으로 만들어졌다는 삼국유사 기록에 따라 대략 20톤으로 무게를 추정해왔으나 1997년의 정밀측정에 의해 18.9톤으로 확인되었다.

에밀레종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한국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나라 종이 갖지 못한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흔히들 동양의 범종은 그 형식과 특징으로 보아 중국종, 한국종(주로 신라 및 고려시대 범종 형식) 및 일본종으로 구별하는데 한국 범종은 다른나라의 범종과는 비견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

우선 8세기의 한국 범종이 동아시아 어느 나라 종보다 훌륭한 것은 범종 재료의 배합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청동 제품은 구리, 주석, 납을 섞어 만들지만 용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데 한국의 청동에는 유난히 아연의 함량이 많다. 아연은 섭씨 900도에서 끓기 때문에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 청동을 합금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청동이 기술적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수한 것은 자유자재로 우수한 합금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범종을 청동으로 만드는 데는 회전법과 납형법이 있는데 한국의 범종은 최고급 기술인 납형법을 주로 사용했다. 납형법이란 종의 모양을 밀납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다음에 진흙을 발라서 두텁게 씌워서 주형을 먼저 만드는 것으로 납형법을 사용할 경우 종의 표면이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하고 정교한 문양을 표현하는데 적격이다.

셋째, 한국종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구조로 에밀레종 용머리 뒤쪽에는 대통 모양의 관이 솟아 있다. 높이 96센티미터의 음관으로 불리는 이 부분이 무엇 때문에 있는지는 확실한 결론은 없지만 대체로 종의 음질(音質)과 음색(音色)을 좋게 하는 음향학적 설계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관통된 음관을 주조하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움에도 이 음관은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는 조선종에만 있고 중국종, 일본종에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 특징은 명동(鳴洞)이다. 신라종은 종각(鐘閣)에 높이 매달고 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보다 조금 위에 종을 달고 치는데, 종입구 바로 밑의 바닥이 우묵히 패어 있다. 이것은 공명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인데 이 명동 시스템은 세계 다른 나라 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라 특유의 시스템이다.

에밀레 종소리가 명실공히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 방송국에서 세계적인 명종 들의 종소리를 모두 녹화해 일종의 종소리 경연대회를 연 일이 있었는데 에밀레종의 종소리가 단연 으뜸이었다는 데서도 증명된다. 신라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음향학, 진동학 등의 설계와 주조 및 타종 방식을 최적화 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우리 선조들이 과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구시대에 살았다는 개념은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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