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원이나 선교원까지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분명 유아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게 뻔하다. 이런 발상은 단기간에 취원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질 저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 9월20일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있었던 유아교육 관련 법안 설명회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분화 돼 온 유아교육을 일원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수고가 보였던 자리였다. 100여 년 동안 발전해 온 유아교육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진흥법, 사립학교법에 관련 규정이 흩어지고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등에 유아교육 관련 내용이 일부 언급 또는 규정돼 온 실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기초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유아교육법을 독립법으로 재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유아교육법안을 자세히 읽다보면 몇 가지 조항이 오히려 유아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먼저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꿈에 따라 유치원 뿐만 아니라 국공립 보육시설과 민간보육시설, 기타 학원, 선교원의 일부도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보육시설이 유아학교 체제로 들어오는 것은 유아발달 수준 및 특성상 ‘교육과 보호’라는 종합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설학원이나 선교원까지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유아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게 뻔하다. 유아학교 체제로의 전환은 초·중·고교처럼 동등한 교육기관 및 전문기관으로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하는 취지인데 이런 조치는 오히려 상반된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의 유아교육 수혜율을 갖고 있어 이런 발상이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는 단기간에 취원율을 높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칙 제6조 3항을 보자.‘유아학교로 전환된 학원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사립학교법상의 학원의 장과 강사는 이 법에 의한 유아학교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 또한 유아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규정이다. 물론 자격요건에 미달한 자는 3년 이내에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연수과정을 이수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명시했지만 아무리 자격연수를 시킨다 해도 유아교육의 전문성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유아교육은 특히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 점에서 법안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년제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교사들에게도 전문성 제고를 위해 더 공부할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아교육계에 높게 일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유아교육법안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전문성을 훼손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안타깝다. 진정 유아교육을 생각하고 학교교육을 생각한다면 이번 법안의 독소조항은 수정돼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교육위원들과 94명의 국회의원들은 유아교육계의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기초교육으로서 유아교육의 역할을 인식해 법안을 수정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