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처음으로 제자의 주례를 집전했다. 주례를 서기에 필자는 아직 나이도 젊고, 사회적 지위는 물론 부와 명예 또한 없는 그저 평범한 교사인지라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제자의 간곡한 부탁에 승낙하고 말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주례란 것이 신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집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신랑을 필자만큼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신랑의 부모님과 신랑의 죽마고우들을 빼곤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됐다. 더구나 이번에 결혼하는 제자는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3년 간 담임을 하면서 아꼈던 학생으로 인품이나 성격 등 그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건실한 학생이었다. 두뇌가 명석해 공부를 잘했고, 감성이 풍부해 글도 아주 잘 썼던 학생이라 전국 말하기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성격도 다정다감해 주변엔 늘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게 훌륭한 제자의 주례를 선다는 것이 한편으론 자랑스러웠다. 사람이 살면서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가문을 이어간다는 것은 사회를 유지하고, 나아가 국가를 존립하게 하는 막중대사인데, 그 첫 출발이 바로 결혼이며 그 결혼식을 집전하는 사람이 바로 주례인 것이다.…
2016-11-30 19:12영하의 날씨다. 낙엽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추위 때문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을까 걱정이다. 운동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옷을 따뜻하게 입어서 학생들과 즐거운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 넘는데 학교 생활이 지옥이면 삶 전체가 괴로워진다. 즐거움을 누릴 수가 없다. 언제나 기쁨이 넘치고 행복한 나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의 마음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힘든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정이 앞서게 된다.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하루는 완전 잃어버린 하루가 되고 만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자가 돼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사소한 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농부들은 자기 양떼의 형편을 살핀다.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잘 먹고 잘 자라는지, 이탈하지 않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이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은 자기반의 학생들의 형편을 일일이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담배는 피우지
2016-11-29 09:34채희야, 이제 올해도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구나! 참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지금까지 선생님은 가끔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꿈을 묻는 수업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당수 학생들이 장래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학생들로부터 자신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주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라고 하면서 진로지도를 했단다. 또, 많은 시간을 이론적으로 가르쳐 봐도 별로 감동이 적었는지 학생들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는 효과가 없기에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그 방법이 바로 편지를 써서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 편지를 모아 작년에 정년퇴임을 하면서 기념으로 전교생과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했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의 텃밭에 씨를 뿌리며'다. 만일 네가앞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 먼저 이 세상을 살아온 선배인 부모님과 주변에 계신 선생님, 그리고 좋은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할 줄 하는 학생이 되기 바란다. 잘 모르기에 배우기 위해 묻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우니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데 아직 스물이 채 안 된 김안나씨는 지난 1월 경기 평택의…
2016-11-29 09:28은순아, 네가 2학기 자유 선택 과목을 하여 일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구나. 그리고 네가 희망한 일본 체험학습도 너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 수업을 하고 그 줄거리를 메모하고 마지막 그 줄거리를 정리하도록 주문했는데 이런 작업을 하느라 상당히 고생을 했겠지?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느낀 점이 있었는지?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쳐야만 그 핵심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잡기 위해 메모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리고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너의 수업에 집중하는 능력이 매우 향상될 것이다. 인간에게 메모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휘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은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반드시 메모가 필요하다.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가지고만 있으면 금방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억들이라도 메모해서 잘 모아두면 필요할 때 언제든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메모를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심신도 편안해진다. 가령 학교의 중요한 전달 사항을 목록으로 만들어 적는 단순한 메모만으로도 잊어버리는 실수를 줄
2016-11-28 22:42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전교생 자치 활동 모임인 다모임 시간을 가진다. 우리 1학년도 사전에 안건과 건의 사항을 학급 자치 활동을 거쳐서 제출한다. 이제는 제법 새로운 의견을 내놓을 줄도 알고 당당하게 건의 사항도 써서 발표할 줄 알게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학급의 중요한 일에 대하여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관심 있게 들어주는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관심이 지대한 짝을 정하는 사소한 것부터 아이들이 의견을 말하고 그 이유를 제시한 다음, 친구들의 지지를 받는 의견을 정하는 피라미드 토의 방식을 거쳐서 결정하게 하고 있다. 담임인 나는 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아이들의 의견을 써 주고 그 이유를 듣게 하도록 경청하는 자세를 가르쳤다. 그리고 누구의 의견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생각하게 하는 발문을 던져 주어야 한다. 이때 어려운 점은 기다려주는 일이다. 담임이 보기엔 그 방법이 금방 보이는 것을 아이들은 터덕거리며 찾아낸다. 세 살 꼬마가 스스로 밥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으며 밥알을 다 흘리더라도 먹여주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수저와 젓가락 사용이 서툴다고 먹여주는 버릇에 익…
2016-11-25 15:29초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이럴 때 감기가 들기 쉽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무리하게 행동하지 말며 마음에 평안을 얻어 지속적인 건강상태를 잘 유지해야 학교생활을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꿈꾸라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는 글을 읽었다. ‘그레이스 하퍼’라는 인물이 나왔다. 이분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 우선 호기심이 많았다. 일곱 살 때 호기심으로 집에 있는 모든 시계를 다 분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학생들 중에는 호기심이 많은 애들이 많다. 이런 애들은 질문을 많이 한다. 선생님이 생각할 때는 엉뚱한 질문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애에게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질문한 것이 질문에 대해 성의껏 대답해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에 대한 실망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그레이스 하퍼는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구파였다. 머리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열심히 자기의 분야에 대해 공부하느냐에 따라 장래가 달라진다. 그녀는 예일대학에서 수리물리학 박사 학위를 마쳤다.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 것이다. 많은 고난이 있고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잘 이겨내었다. 낙심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도 참았다. 견뎌
2016-11-25 15:15교원 성과급제는 2001년 도입부터 교육계의 반발이 컸다. 교원의 특수성을 무시한 제도로 교원은 물론 교원단체들까지 반발했다. 성과급제 도입취지와 달리 오히려 교원의 열정과 사기저하의 요인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교원도 공무원이고 교사 변화의 자극제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미명 아래 지금까지 강행해왔다. 교원들의 업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활동이다. 이렇다보니 일반 공무원의 업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그 한 예로 교사는 가르치는 과목과 교육내용, 그리고 그 성과도 객관적으로 차별화가 어렵다. 뿐만이 아니다. 보직교사나 교사에 따라 업무량도 달라 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교원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교원평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결과는 도입취지와는 상관없이 교원의 사기진작은커녕 사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로 오히려 교원 조직의 분열만 조성하고 있다. 교사뿐 아니라 관리자인 교감이나 교장의 평가는 그야말로 시·도교육청의 입맛에 따라 다르다. 평가기준이 매년 시·도의 정책에 따라 달라져 객관적인 잣대나 신뢰성 있는 근거도 없는 평가로 이루지다시피 하니 차라리 무관심한 것이 편할 정도다. 한마디로 주
2016-11-25 15:10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무엇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의미 있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한 해를 반성해보면 인간관계를 폭넓게 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못했다. 각박한 도시생활 에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다보니 사람들 사이의 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누가 내게 다가오기를 바라기전에 먼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따스한 인간 냄새를 물씬 풍겨야겠다. 시골에서 태어나 흙냄새를 맡으며 이웃과 함께 다정하게 지냈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많이 있다. 아내의 나에 대한 첫인상은 시골에서 막올라온 된장냄새 물씬 풍기는 삼돌이와 같다고 했는데 이제 삼돌이도 속세에 닳고 닳은 속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하루빨리 삼돌이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이미지 메이킹을 다시 해야겠다. 새해에는 아빠 같고 삼촌 같은 자상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고 싶다. 엊그제 아이들의 이어 달리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차렷, 땅” 호각 소리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었다. 저마다 자기 편이 이기라고…
2016-11-25 15:08보현아, 오늘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있구나. 이런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란다. 이제 일본어 수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학교에서는 너희들의 체험 학습을 위하여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어렵지 않았는지? 넌 어린 아이의노는 모습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전에 내가 성장할 무엇을 가지고 놀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불가능하다. 잘 기억하여야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 간다. 그때는 자연 속에서 돌멩이, 흙과 물과 나무를 중심으로 놀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아이들은 게임이나 장난감 없이는 놀지 못하고, 성인들의 삶도 검색 엔진이나 내비게이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기억하려는 의지도 사리지고 지나친 의존의 세계로 들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의존성을 바탕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으로 기억까지도 아웃소싱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가능했던 활동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이것이 점차 의식영역까지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현실이다. 의식이 좁아진다는 것은 무엇보도 기억하는 일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어린 나이에는…
2016-11-23 11:04점심시간. 1학년 여학생 몇 명이 찾아와 다짜고짜 물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표정이 워낙 진지하여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만 알았다. “선생님, 지금 학교를 그만두면 어떻게 돼요?” “그게 무슨 말이니?”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나요?” “……” 순간, 남은 기간 열심히 해 그간의 성적을 만회할 생각은 않고 단지 1학년 1학기 때까지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갈 방법을 묻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모름지기 최근 발표되는 고3 선배들의 입시 결과를 지켜보면서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대학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중요성을 알고 그 방법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고등학교에 다닐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나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말이 맹랑하게 들렸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우선, 대학입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번 수시모집에서 좋지 않은 내신에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몇 명의 고3 선배의 예를 들려주며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2016-11-23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