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양극화와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교육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교총이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교원 9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현재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코로나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주요인이지만,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던 정부의 원격수업 플랫폼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배움의 터, 기초학력 ‘터를 닦아야 집을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배움도 기초와 기본이 중요한 것은 매한가지다. 기초학력은 초중고 12년 동안 교육과정을 잘 따라가게 돕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기초학력 부진은 일회성 문제가 아니다. 한번 놓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만회하기 어렵고, 학교 부적응과 학업 포기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8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의 읽기 영역 평균 점수가 514점으로 나타났다. 2006년 기준 556점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201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중학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보다 국어는 1.5배,…
2021-04-15 17:23새 학기도 어느덧 한 달 반이 훌쩍 지났어요. 학기 초에 선생님을 탐색하던 아이들은 이제 어느 정도 풀어지기 시작했지요. 선생님이 말을 할 때 중간중간 끼어드는 아이도 보이고, 수업할 때 하나둘씩 삐딱하게 선생님을 대하는 아이들 덕분에 학급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뿐인가요? 얼마 되지도 않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싸우는 아이들도 있지요. 이런저런 문제들로 선생님들의 생활지도 난도는 아주 높아져요. 하지만 생활지도를 하면서 받는 담임 수당은 13만 원. 주말을 뺀 근무일로 따지면 22일, 하루에 5000원 남짓. 학급당 30명으로 치면 한 아이당 하루 170원의 생활지도 서비스는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에요. (담임수당도 현실화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요.) 학기가 지속되면서 담임선생님들은 생활지도와 수업에 쏟을 에너지가 매우 필요해요. 아무래도 아이들도 편안해지고 마음이 풀어지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까요. 그럴 때, 우리는 교사로서 수용성을 높여야 해요. 아이들의 일을 조금 더 편안한 눈으로 바라봐 주면 서로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심리학자 토머스 고든은 아이의 말과 행동을 사각형으로 표현했어요. 사각
2021-04-15 14:24가르치는 사람에게 귀중한 도움을 주는 책이 출판됐다. 겨레의 영원한 스승인 도산 안창호의 사상과 행동을 새롭게 조명한 도산 안창호 평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저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대 청년으로부터 80대 원로에 이르기까지의 60여 년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연구에 전념하는 가운데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맞선 독립운동 연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 결과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은 62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면 이 책의 주지는 무엇인가? 도산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통념은 그가 ‘개량주의적 민족개조론자’라는 것이다. 낡은 인습에 젖어있고, 게으르며 부정직하고 불결한 생활에 찌든 우리 민족이 꾸준한 수양을 거쳐 인격자로 거듭나야 하고 전 민족적 ‘인격혁명’을 통해 새로운 민족으로 태어날 때 독립이 가능하다는 사상을 그가 제시했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통념은 이광수의 도산 안창호와 주요한의 안도산 전서에 의해 형성됐다. 이광수와 주요한 모두 도산을 자신들의 스승으로 모시고 아주
2021-04-15 14:18새 학기가 시작된 학교는 늘 분주함과 설렘이 교차한다. 교단에 선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신규 때인 것 같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를 만나고, 울고 웃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교사이지만, 가정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그때마다 ‘참 많은 것이 변했고, 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아야 할 것도 있다. 닮고 싶은 부장님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총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가입 권유도 많이 받았다. 교권을 보호하고,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입의 필요에 대해서는 생각했지만,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아마도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격변하는 시기를 지내며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래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서 고민이 컸다. 그런 고민을 담당 부장님과 얘기 나누던 중 놀라운 경험을 했다. 훨씬 큰 차원에서 미래 학교에 관한 생각과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막연하게 상상하던 것을 이미 구체화 시키고 있음에 놀랐다. 알고 보니, 부장님은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
2021-04-15 14:15교육자들은 점잖다. 속마음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는 안 드는 일도 속으로 삭이며 참곤 한다. 교권 사건의 증가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 강해졌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교사 패싱’을 참아내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왔다.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의지와 방향에도 공감했다. 많은 교육자가 위법,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공직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을 교원·공무원 150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에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무엇이 이처럼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가? 정부의 책임 전가에 분노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모든 교원과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촘촘하지 못한 부동산 투기 예방과 적발 시스템, 이를 악용한 일부의 도덕적 해이와 범죄 행위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분노의 화살을 전체 교원과 공무원에게 돌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부동산 투기는커녕 개발정보와 무관하거나 땅 한 평도 없는 선생님과 공무원이 대다수다. 그나마 가진 재산도 세금을 착실하게 내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장만한 것이다. 죄를 지으면…
2021-04-12 09:34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2021)의 2019년, 2020년 비교 자료에 의하면 호흡기 감염 환자는 급격히 줄었지만, 코로나 블루인 우울 장애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 현상은 교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울증이 발병하는 데는 질병과 장애 같은 신체적, 생물학적 원인에서부터 외로움, 상실에 의한 슬픔, 트라우마, 실연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있다. 심리적 요인 중 인간관계의 실패, 과도한 업무, 실직 등은 사회 심리학에 속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정신분석에서는 상실로 인한 분노를 원인으로 보고, 행동주의에선 긍정적 강화의 약화,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왜곡된 사고 때문이라고 한다. 또 긍정심리학에서는 무기력 학습에 의해 우울증이 유발된다고 본다. 이렇게 심리학에서는 발병 원인뿐만 아니라 증상, 치료법까지 접근 방법에 따라 각각 제시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우울증 증상자들은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2021-04-08 15:38일반적으로, 교직에 있는 부모들은 남다른 자녀교육 비법을 가지고 있거나 자녀교육을 훨씬 수월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는 부모니까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런데 겪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사춘기 청소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리 아이 사춘기가 너무나 낯설고 힘들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아이 또래의 학생들을 많이 만나왔는데도 정작 내 자식 사춘기에는 ‘설마 우리 아이가 이럴 줄은…’ 하고 당황하고 분노하면서 보냈다. 교사는 자녀교육도 잘한다? 사춘기 제자들을 교육했던 경험이 우리 아이의 교육에 왜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수업 시간과 일과 중에 마주했던 제자들과의 제한적 소통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온 우리 아이와의 전인격적인 소통과는 상당히 달랐다.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섭섭함을 토로하거나 화를 낸 적도 있었지만, 감정보다는 이성적 판단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내 아이에게는 부모로서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다 보여주면서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대할 때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제자들에게 높임말을 쓰면
2021-04-08 12:44‘3월 한 달이 일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학생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반 교육 활동이 중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학생과의 래포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이때, 상담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신학기 상담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일 년을 좌우하는 상담 첫째, 학생들은 상담을 통해 교사에 대한 심리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교사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상담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서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기 초 상담은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촉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적인 지지를 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수용 가능한 행동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되 진심으로 공감하고 학생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협조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학교 상담주간에 이뤄지는 상담은 학급
2021-04-08 12:39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교육기관인 학교가 처벌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일선 학교장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업장에서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 교육기관인 학교를 포함한 것은 입법 취지 어긋난다. 학교는 미래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인데,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과 같은 사업장으로 포함해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 상식에서도 많이 벗어난다. 과도한 법 해석, 교육 위축될라 학교장은 교육감 또는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며 시설 관리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학교 교육의 책임자이다. 학교장은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련 법규를 적용받고 있다. 더욱이 학교장은 학교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채용과 시설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기업의 경영자나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질적인 경영권이 없는 학교장에게 같은 범주로 포함하여
2021-04-01 14:31‘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라고 한다. 하물며 누군가 계속해서 만나자며 연락이 오고 뒤를 밟고, 지켜본다고 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겠는가. 나아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협박한다면 인간다운 삶은 영위하기 어렵다. 남이 일이 아니다. 교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토킹은 ‘교육 악(惡)’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제자가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8년 동안 딸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고, 교실에 걸린 액자 유리를 깨서 안에 들어 있던 교사의 사진을 꺼내 얼굴을 훼손, 집 앞에 두고 가는 상황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학교생활이 가능했겠는가. 스토킹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졌다. 오죽하면 해당 여교사가 국민청원까지 했을까 싶다. 교사들이 남몰래 눈물 흘리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했다. 교총은 이런 교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 현
2021-04-01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