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울타리 안에 중·고등학교가 함께 위치해 있다보니 가끔 이 두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할 때가 있다. 외양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교복 색깔이나 덩치가 아니더라도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만 봐도 금방 누가 중학생이고 누가 고등학생인지 가려내는 안목이 저절로 생긴다. 야생노루처럼 움직임이 팔팔하고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것은 중학생이요, 폐계(廢鷄)처럼 얼굴이 꺼칠하며 몸에 활력이 없는 것은 틀림없는 고등학생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리포터인 내 생각엔 우선 잠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중학생일 적에는 학습의 양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거의 배로 늘어난 학습량과 연일 계속되는 야간 자율학습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면 부족을 느끼는 것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의 4당5락 논리가 아직도 학교 현장에선 유효한 셈이다. 청춘 시절 밤을 낮 삼아 면학에 정진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흐릿한 등잔불 밑에서 잦아드는 심지를 북돋으며 매일 밤 그을음으로 콧구멍이 새까매질 때까지 공부하던 추억이 리포터에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공부하
2006-04-26 11:48“요즈음 아이들이 너무 약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혹시나 약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까봐 걱정돼요. 시험이나 환절기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와서 약 달라고 다들 성화니 이거 원 내가 약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데 혹시 준 약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봐….”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 선생님의 하소연이다. 학생 보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약 처방이나 학생들의 건강 진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된다고 한다. “진통제나 감기약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기는 하지만, 주면서도 이걸 줘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하도 와서 약 달라고 하니까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하기도 해요.”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업무가 있다. 대부분 수업을 하고 맡고 있는 특정 과목의 선생님들이 그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일선 학교에 학생들의 건강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보건교사의 배치는 여전히 요원한 일로 취급되고 있다. 제발 약 너무 많이 먹지 마라! 이런…
2006-04-26 11:28학생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다보면 미묘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말끝마다 무슨무슨 '-삼'. 무슨무슨 '-염'자를 붙더니 올해부턴 또 입만 열면 '쩐다'와 '찌질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일반인들은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단어의 용례를 가만히 살펴보니 '쩐다'는 주로 엄청나게 감동적인 일이거나 어이없는 일에 붙이고, '찌질이'란 단어는 행동이나 생각이 굼뜨고 약각 덜 떨어진 듯한 아이들에게 붙이는 놀림조의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매우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야, 그 영화 쩔더라." 옆 짝꿍이 방귀를 뀌어도 "야, 너 방귀냄새 쩐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도 "와, 경치 정말 쩌는데." 등의 식으로 사용한다. 요즘엔 '찌질이'란 단어가 파생되어 '개찌질이'란 단어도 생겼다. 앞에 '개-'라는 강세 접두사까지 붙은 것이다. 이는 '찌질이'보다 훨씬 어감이 강해 학생들 사이에선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앞에 '개-'가 붙은 '개찌질이'는 보통의 '찌질이'보다 훨씬 더 어리숙하고 멍청한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은 삼 척 동자도 다 알 것이다. 예를 들
2006-04-26 11:27
지난 며칠간 황사로 찌뿌둥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화창한 아침입니다. 그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청소를 하고 잠시 봄기운 느끼기 위해 교실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출입구 난간 위에 가지런히 늘어선 화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부지런한 선생님이 화분에게 봄 햇살을 쏘이기 위해 올려놓은 듯 싶었습니다. 병아리 가슴털처럼 예쁜 햇살이 화분 가득 포근하게 비추는 모습이 봄의 정취와 어울리는 아침입니다.
2006-04-25 14:04
한사람 한사람 연필 잡은 것이며 필순 지도를 위해 한 학생 곁에 가있으면 다 따라옵니다. 자기자리로 돌아가라고 해도 일단 점검을 받은 애들은 안 움직입니다. 얼굴 가까이 모여라 했더니 가까이 다가온 남자 친구를 주먹으로 밀어냅니다. 무슨 짓을 해도 다 귀엽습니다.
2006-04-24 16:57
교무실 문을 열고 화사한 꽃바구니를 들고오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성큼성큼 교무실 한 가운데로 오더니 음악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마침 음악 선생님은 수업중이라 자리에 없었습니다. 일단 선생님의 책상 위에 꽃바구니를 놓도록 안내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음악 선생님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알고보니 오늘이 바로 자신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꽃바구니를 보고 알았던 것이지요. 꽃바구니 안에는 예쁜 글씨로 쓴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부러운 마음으로 어느 분이 보냈는지 살짝 여쭤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꽃바구니늘 보낸 주인공은 바로 선생님의 사모님이었습니다. 부부간의 금실도 작은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되겠지요.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2006-04-22 21:35
토요휴업일(4월 22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다음 주(4월 27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학교 도서관에 나와 공부를 하였다. 특히 1·2학년 교실은 200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교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중간고사를 준비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이미 발표된 중간고사 시간표를 꺼내놓고 학습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시험 범위를 다시 검토하면서 향학열을 불태우기도 하였다. 특히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중 제일 좋은 선생은 친구가 아닐까. 학습 도중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나 가르쳐주는 학생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올해부터 학교 내신의 공정성을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은 고사(考査)에 따른 출제안과 이원목적분류표를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후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토록 각급 학교에 지시하였다. 또한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사전에 힌트를 주는 행위와 기존에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내는 행위 등을 일절 금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고사기간 동안 휴대폰으로 인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휴대폰을 소지
2006-04-22 16:20교직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 교사는 아이들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또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이 잠시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 현재 아이들의 생활공간이고 아이들의 삶 자체일수도 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최상의 공간 이어야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서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교사는 지식과 지혜를 인도하는 선생이기도 하고 부모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지적인 성숙을 위해 부단히 가르칠 뿐만 아니라 신변을 보호하고 정서적인 안정까지 도모해 주어야 한다. 내가 맡은 아이들이 소인수 학급이라 6명밖에 안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얼마나 쉽고 편하겠느냐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작 그렇지 못한 나는 할말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 6명밖에 안 가르치면서 나는 도대체 왜 매일 바쁜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40명 안팎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하고 학급관리를 하게 되면 6명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6명이라고 하여 가르칠 내용을 빼먹거나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르치며 해야 할 말은 40명의 학급이나 6명의 학급이나
2006-04-22 09:08나는 자주 나의 앞날을 상상해보곤 한다. 눈을 감고 몇 년 후를 떠올린다. 선생님이 되었다. 부드러운 말과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교실에서 나는 웃고 있다. 내 앞에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 예쁜 아이들이 앉아있다. 그동안 그 예쁜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씩씩한 소위 ‘정상’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내가 기오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누리사업의 프로그램인 특수아동 통합학급 수업을 들었었다. 그 실습으로 내가 만나게 되었던 아이가 바로 기오이다. 이 아이와 나는 겨울 방학 한 달을 함께 보냈다. 기오는 맑은 아이였다. 기오를 만났을 때 정신지체라는 아이의 장애명보다 희망이 먼저 떠올랐다. 교육의 효과 등등의 그런 희망이 아니라 아이 자체에서 빛나는 것이 바로 희망이었다. 처음 만나고 돌아오는데 혼자 설렜다.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마음을 열고, 무엇을 익히게 해야 나중에도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지금처럼 맑게 살아낼 수 있을까.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말 너무도 적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장애'라는 이름의 벽에 다가갔지만 넘지는 못한 채 그렇게 한달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 한달간의 만남 뒤에 아이의 눈빛
2006-04-22 08:324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정 선생님의 송아지처럼 선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3월에 부임하신 새내기 선생님으로 학교 생활에 막 재미를 붙이고 뭐든지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나는 부쩍 걱정이 되었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빼들고 정 선생님을 찾았다. 무슨 근심걱정이 그리도 많은지 정 선생님은 그때까지도 화사한 얼굴에 근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짐작에 점심도 거른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사연을 여쭈어보았다. 정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교사가 되면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에겐 친한 언니, 남학생들에겐 정말 자상한 누가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말끝을 흐리며 선생님은 또 눈물을 흘렸다. 3월 한 달은 아이들도 이렇게 착한 정 선생님을 잘 따라주며 좋아하는 듯하더니 4월에 들어서자 남학생 특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게 되고 급기야 친구하자며 함부로 농담하는 녀석들도 생겼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도 산만하게 떠드는 아이들이 많아져 수업 장악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
2006-04-21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