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초·중·고 학생회가 학교장과 ‘교섭·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장에게는 성실이행 의무를 지우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동 법리를 그대로 차용해 학생과 학교장의 관계를 일반 노사관계로 설정한 것이다. 몰상식하고, 비교육적인 법안에 학교 현장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 자주적인 학생자치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학교구성원이 적극적인 소통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마땅하다. 때문에, 현행 법령과 학생규칙에서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를 담도록 소상히 정하고 있다. 더 필요하다면 교육적 법리에 입각해 보완하면 된다. 그럼에도 사제(師弟) 관계를 노사관계로 규정하고, 교섭·협의 개념을 들이댄 것 자체가 몰(沒)법리한 것이자 이를 격하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세계 유례없는 몰상식·몰법리 ‘교섭·협의’는 과거 교원의 노동3권이 불허된 시기에 노동법의 ‘교섭’에 상응하는 대상조치(代償措置)로 1991년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통해 전문직 교원단체에게 주어진 단체교섭 권한이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으로 이를 모를 리 없는 강 의원이 교섭·협의권을 학생에게 부여한 자체가 몰상식을 넘어 교원
2021-11-01 09:00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진로·진학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학기 초와 말에는 주로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학 설계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고, 2학년들은 1학기 중간고사를 전후해 자유학년제 이후 처음 경험하는 정규 고사에 관한 궁금증과 학습 전략 등을 묻곤 했다. 1학년의 경우 학년말부터 2학년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 줄어든 상담 신청 자발적 상담이 이어지니 전 학년 상담을 할 여유가 없었고,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후 면대면 상담 신청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학생이 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블렌디드 러닝을 상담에 접목했다. 우선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 상담을 대면(온라인 대면 포함)과 비대면 상담으로 이원화하고, 전교생이 최소 1번은 필수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게 준비했다. 등교 수업 기간에 이뤄진 대면 상담(면대면 상담, 온라인 대면 상담)은 코로나 전보다 더 역동적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데 제약이 많아 힘들었던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가 생긴 데 들뜬 표정이었다. 대면 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 이
2021-10-31 09:22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꼭 가을이 아니어도 독서는 사시사철 그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된다. 독서는 뇌의 활성화, 사고력과 이해력, 어휘력 향상, 배경지식 확장 등 많은 영역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읽는 것 만으론 부족 그러면,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한다고 독서의 효과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까? 책만 읽고 거기서 끝나버리는 독서는 뭔가 빠져 있는 듯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독후활동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독후활동으로 초등 3학년부터 중·고교생 자녀에 이르기까지 독서 토론을 권한다. 자녀의 독서토론 수업을 초등 3학년부터 중2까지 오래 시켜 본 엄마로서 독서 토론의 놀라운 효과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들이 초등 저학년일 때는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큰 소리로 읽게 해 정독하는 습관을 들였고, 책 내용이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이해한 바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게 교육했다. 초등 3학년부터는 독립적으로 묵독 위주의 독서를 했고 주 1회씩 동네 친구들과 그룹 독서 토론 수업을 시작했다. 독서 토론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먼
2021-10-30 13:21로꾸거! 2007년 당시의 아이돌이었던 슈퍼주니어가 발매했던 앨범의 타이틀 곡이에요. 가사가 흥미로워요. ‘로꾸거 로꾸거 로꾸거 말해말 (중략) 어제도 거꾸로 오늘도 거꾸로 내일도 거꾸로 모든 건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 내일이 와야 해. 행복의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겠지.’ 흥겨운 노래지만 가사는 왠지 오늘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에게 와닿아요. 거꾸로 흘러가는 세상. 오늘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행복한 세상. 지난달 18일 교육부 공고를 보면서 ‘로꾸거!!’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어요. 왠지 거꾸로 돌아가는 정책 같아서 말이지요. 혹시 공고문을 보신 분 계신가요? 2021-227호 공고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보시면 정책이 왜 거꾸로 가고 있는지 아실 거예요. 공고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연가 사용의 사유를 확대, 두 번째는 연가 사용에 사유 기재, 연가 사용의 사유를 확대.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속의 생신, 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속의 기일,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형제, 자매 장례식, 본인 및 배우자 형제, 자매의 배우자 장례식. 이렇게 사유를 확대했어요. 이러면 관리자분들께서도 골치 아파지세요.…
2021-10-28 14:46북한과 바로 맞닿아 있는 파주 북쪽 끝자락. 문산 농어촌 학교에 근무하게 된 것은 나의 의지가 1%도 반영된 것이 아닌 직업 군인인 배우자를 따라온 결과였다. 학구에 살게 돼 놀이터만 나가도 대부분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고 엄마들 또한 질문 세례를 하거나 부담스러워 피하는, 소위 비호감 연예인(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 반 민서(가명)를 처음 만난 것 2년 전. 3학년 때 담임으로 만나 1년을 함께 보냈던 밝고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였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2살 터울 오빠와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네 살 여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살가운 챙김을 받지는 못했지만, 뭐든 스스로 씩씩하게 해내며 주변을 밝게 만들던 사랑스러운 학생이었다. 평소 놀이터, 놀이터 노래를 부르는 혈기 왕성한 두 아들 녀석들 때문에 퇴근 후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놀이터에 있는 나를 보고 뛰어와 스스럼없이 와락 안기곤 했던 민서는 학부모들 눈치 보느라 불안한 나의 마음을 아는지 두 에너자이저 아들들과 놀아줬고 음악 시간에 가르쳐주었던 리코더를 가지고 나와 불어주기도 했다. 그런 민서에게 어린 시절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여동생을 챙기곤…
2021-10-25 09:51지난 7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제가 학교에 근무할 때… 교장 되고 싶은 사람은 학교 근무시간에 교장 선생님 차 가지고 차 수리를 대신 해준다. 교장 비위 맞춰야만 근평 1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였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승진인사시스템을 비하한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강 의원 스스로 밝혔듯이 20년을 전교조 교사로 근무한 경력자로서 전교조의 대표 정책인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옹호하려는 취지였다고 이해하려 해도 전체 교사를 매도한 것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 교장은 비위 맞춰 가는 자리? 강 의원의 발언은 학교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을 마치 비위만 잘 맞추면 갈 수 있는 자리로 비하한 것은 물론, 매 순간 치열한 노력과 연찬을 통해 교육에 힘쓰고, 더 나은 교육환경과 이상 실현을 위해 관리직에 도전하는 모든 교사의 노력을 모욕한 것이다. 특히, 묵묵히 학생 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교사들을 승진에 목매 근무시간에 교장 차 수리나 하며 학생 교육을 소홀히 하는 집단으로 매도한 저열함에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기존 교장
2021-10-25 09:00우리 학교에는 학생들이 가입을 선망하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 바로 ‘동해랑 독도랑 우리랑’이다. 국회의장상을 비롯해 많은 수상 이력이 입증하듯 동기와 성과를 인정받은 명실공히 유명 동아리다. 이 동아리의 시작은 아주 작고 평범했다. 10년 전 뜻을 함께하는 학생 5명과의 작은 스터디 모임에서 비롯됐다. 독도에 관한 역사적, 지리적 내용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며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독도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변에 전달하려 노력했다. 오류 바로잡기 캠페인 펼친 아이들 이 동아리는 지난 2월 수원 광교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독도 특별전을 관람하던 중 전시 자료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국 여러 독도 체험관의 오류를 수정하는 프로젝트를 펼쳤다. 독도의 지리적, 역사적, 국제법적 오류를 제대로 지적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3월부터 학생 주도로 독도에 대해 학습했다. 그 후 코로나19를 감안해 교사와 학생 2∼3명이 소규모 단위로 독도 체험관을 방문해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수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주말마다 전국을 누비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전국 17개의 독도 체험관 중 10
2021-10-24 09:09지난 14일은 제14회 ‘영양의 날’이었다. 올해 영양의 날 슬로건은 ‘건강한 일상으로의 회복, 식생활지침 실천으로부터’였다. 기념식과 학술세미나 같은 행사에 더해 10월 한 달간 산업체·학교·의료기관 등에 단체급식을 이용하는 국민 1500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홍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올해 새로 발표된 정부의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국민들이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포스터와 영양 게시판, 카드뉴스를 전국 급식소에 게시하고, 각급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가정과 연계한 식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건강에 켜진 적신호 코로나19 영향으로 평소 건강한 면역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신체 활동량 감소, 배달음식 섭취 증가, 거리두기에 따른 우울감 및 음주 증가 등으로 국민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인데, 특히 성인 남성은 10명 중 4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0년간 곡류 및 과일·채소류의 섭취량은 감소한 반면 육류 섭취는 증가했다. 나트륨 섭취는…
2021-10-23 09:122021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8471건, 2020년 2730건의 학생 언어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발생 건수가 3분의 1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올해 9월 발표한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피해유형별 비중에서 언어폭력이 4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집단따돌림 14.5%, 신체 폭력 12.4%, 사이버폭력 9.8% 순이었다. 언어폭력은 지난해보다 8.2%p 증가했는데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언어폭력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학교폭력이 저연령화되고 언어폭력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모든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깊은 심신의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언어폭력은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지나가는 욕설이나 농담으로 가볍게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언어폭력은 피해 학생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주는 가해 행위다. 모멸감과 자존심 훼손, 자신감 저하, 대인기피, 우울증 등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시·도교육청, 학교, 가정이 지속해서 함께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2021-10-18 09:00인간은 잠을 자면서 회복과 충전을 한다. 이때 체온과 심박수는 딱 죽지 않을 만큼 최저치로 내려가는데, 근육은 수축되고 뇌와 신경도 둔화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이내 유연성이나 뇌 반응 검사를 한다면 필경 최악의 기록을 받아들게 될 것이다.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려다 양파를 집거나 둔해진 악력 탓에 달걀을 떨어뜨려 아침부터 액땜을 치른 일은 비단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낮아진 신체 활성도가 종일 이어지면 맥 빠진 하루가 되지 않겠는가. 효과적으로 활력을 이끌어 낼 그 무엇이 필요하다. 활기찬 하루를 보장할 그것. 바로 ‘아침 운동’이다. 퍼낼수록 차오르는 우물 지금의 일터로 옮겨오기 전만 해도 편도 40분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페달질로 신체를 충분히 깨워놓은 날은 오전 내내 피곤함 없이 상쾌했고 업무를 볼 때도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자는 ‘아침에 운동하면 체력이 고갈돼 나머지 하루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침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체력은 마치 우물 같다. 과거 시골에는 공동 우물이 동네마다 있었다. 신기하게도 퍼내면 퍼낼수록 맑은…
2021-10-17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