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어요. 우리 학교 아이와 다른 학교 아이. 정확하게 말하면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예요. 일요일에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싸운 사안이 접수되었고, 절차대로 처리해야 해요. 그런데, 절차가 없어요. 왜냐하면 학교폭력 사안의 절차는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 학생을 구분할 뿐, 학교 밖 학생에 대한 매뉴얼은 없거든요. 우리 학교 아이의 학생, 학부모 확인서를 받고 정리를 하는데, 홈스쿨링 하는 학부모는 교사 욕을 해요. “왜 일을 키우느냐? 당신 뭐냐? 가만히 있지 않겠다.” 처리는 해야겠고, 민원은 들어오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황 2.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해요. 이번에는 6개의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얽힌 상황. 경찰에 고소까지 들어갔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매뉴얼에 절차가 명시되어 있어요. 단지 복잡하다는 것이 함정일 뿐이죠. 학교마다 사안 조사를 해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학교폭력 전담 기구를 실시해요. 그 과정에서 관련 학생이 지목한 가해 학생이 특정되지 않아서 여러 학교에 수소문하면서 학생을 찾기도 했어요. 경찰이었다면 신원조회를 해서 한 번에 정리했을 텐데, 교사라서 이 학교 저 학교 전화를 해서 주
2022-01-27 15:20차기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사회 각 분야별 집권 후 구상과 약속을 내놓으며 공약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 민원 해결과 발전을 위한 선심성 공약 역시 속속 쏟아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후보자 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호소력 있는 어젠다 선점과 여론몰이가 더욱 격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2030 세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정책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수준 인상,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등 이들을 위한 메가톤급 이슈도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이용한 적극적인 선거 홍보는 물론, 자신의 SNS 글을 NFT(대체불가토큰)로 발행하는 등 젊은 유권자의 시선을 잡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다. 2030 표심 공략에 묻힌 교육 이슈 그에 반해 대한민국의 핵심 인재 양성 등 교육 미래를 이끌어낼 두드러진 교육공약과 실천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아이돌봄 국가책임제 △디지털교육 시행 △공교육 책임 확대 △대학입학 전형제도 공정성 대폭 강화 등 지극히 원론 수준의 ‘교육대전환 8대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
2022-01-24 08:54원로교사란 단순히 나이 많은 교사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교장 임기를 다 마치고도 정년이 남은 교장 가운데서 본인 희망에 의해 교사로 다시 임용된 교원을 일컫는다. 이 제도는 교장 중임제 도입과 그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초반 일부 교직단체가 교장 선출 보직제를 주장했다. 찬반이 엇갈린 치열한 논의 끝에 선출 보직제 대신 교장 4년 임기제(중임 8년)가 도입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로교사 제도가 만들어졌다. 지침 미비가 갈등 야기 교육공무원법에는 원로교사 임용과 우대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우대조항은 임의 규정이 아닌 강제 규정이다. 수업 시간 경감 등 우대사항은 동법 시행령에 기술돼 있다. 문제는 30여 년이 지나도록 구체적 시행규칙이나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을 어느 정도 어떻게 경감해야 하는지가 지금도 불분명하다. 그러는 동안 일부 학교에서 빚어진 일반교사와 원로교사 간 갈등이 언론에 보도됐고, 급기야 원로교사 우대조항을 폐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해 9월 기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립 초·중·고에 근무하는 원로교사는 77명이다. 그런데 시·도교육청별, 학교
2022-01-23 09:17“있잖아요. 저 기훈(가명)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요. 사람들 시선을 더는 신경 안 쓰고 싶네요.” “덕수(가명)랑 저랑 다시 전처럼 만나면 안 되나요? 함께 보내던 시간이 그리워요.” 기훈이는 학교폭력 피해자, 덕수는 가해자다. 덕수와 아이들 네 명이 기훈이를 청소도구함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서 폭행했다. 이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돼 가해자 전원이 2호(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조치를 받았다. 가해자에게 먼저 다가선 피해자 한 달 남짓 흐른 후, 덕수와 교육청 wee센터 특별교육장에서 다시 만났다. 준법 교육을 하는 중에 학교생활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기훈이를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기훈이가 먼저 말을 걸고 자꾸 다가온다는 것이다. 분반까지 된 마당에 부담스럽기도 한 눈치였다. 교육을 끝낸 후 덕수를 차에 태우고 기훈이가 다가올 때 기분을 물었다. “솔직히 이해가 안 돼요. 도망갈 수도, 모른 척 무시할 수도 없고요. 다른 애들이 제가 걔한테 접근한 걸로 오해하고 신고할까 봐 겁나기도 해요.” “그럼 넌 피하고만 싶어?” 정면만 응시하던 덕수가 고개를…
2022-01-22 09:122022년 새해에는 교권이 바로 서 교원의 사기와 긍지가 높아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한국교총에서는 최근 교권보호시스템 하나를 추가했다. 고문노무사제 신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 교총의 교권보호시스템은 다섯 가지가 있었다. 첫째, 교권 보호제도의 강화다. 교권3법(교원지위법·아동복지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 실현이 대표적 예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 교권 확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예방 교권 노력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총 30건의 예방 교권 뉴스를 제작해 학교와 교원에게 제공했다. 수시로 바뀌는 법령과 교원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담아 현장 호응이 좋다. 셋째, 교권 사건 발생 시 신속한 상담과 대응이다. 이를 위해 교권법률고문단과 교권수호기동대를 운영 중이다. 넷째, 교권 보호 조직 구성 및 소송비 지원제도다. 교총 교권옹호위원회는 65년 전인 1957년 중앙교직보호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5년 교권옹호기금을 설치·운영하면서 소송비 지원제도를 마련해 지금까지 총 16억 원을 지급했다. 다섯째, 경찰 수사 단계 변호사 동행 비용 지원이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가 중요해짐에 따라 도입한 지원제도다. 날로
2022-01-10 08:50학창 시절 "허리 펴고 바르게 앉아라"하시며 유독 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선생님이 계셨다. 수업 시작 전, 그리고 수업 중에도 몇 번이고 고쳐 앉기를 주문하셨다. 우리는 귀찮기도 하고 잔소리 같아 그저 하는 척만 하며 흘려들었다. 세월 지나 이해되는 은사님 말씀 그런데 세월이 지나 교단에 서니 은사님의 그 시절 그 말씀이 이해됐다. 자세가 바뀌면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는 내가 똑같은 주문을 아이들에게 한다. "얘들아 자세 바르게 앉아볼까"하고 말이다. 몸자세와 마음 자세는 밀접히 연결돼있다. 그래서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바뀐다.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우면 정신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뿜어낼 채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미 여러 실험으로 증명됐다. 바른 자세의 힘을 연구하던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 심리학과 존 리스킨드(John Riskind) 교수는 1980년 하나의 실험을 설계한다. 한 무리의 피실험자들에게는 등을 구부리고 고개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2022-01-09 09:00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아이들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메스컴에서 전해오는 비보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2020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매해 수백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청소년 자살은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 문제다. 반드시 이해해야 할 ‘충동성’ 청소년 자살의 원인과 특징은 성인 자살과 다르다. 청소년 자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시기의 충동성을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의 감정 상태는 롤러코스터 같다.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에 최고의 행복을 느끼다가도, 부모님의 싸움 소리에 최악의 불행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불안정한 감정 속에서 극히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자살 원인 탐색 및 예방 대책 연구’에서 관련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이런 충동성 때문에 전혀 징후가 없던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작용할 때가 많다. 연구 결과 학업 스트레스나 삶의 만족도 등 개인적인 요
2022-01-08 09:00학기 말 업무는 바빠요. 정신이 없지요. 요즘 생활기록부는 왜 그렇게 복잡한지 누가기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에 쓰지도 못해요. 일람표를 제출하고 오타를 잡아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은 벅차요. 그런데 문제는 학기 말 업무가 복병이라는 것. 각자 맡은 업무별로 제출해야 할 것들이 가득해요. 보고해야 할 공문도 많고요. 연수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아직 연수를 듣지 못한 선생님도 계셔서 몇 번씩 안내해야 하죠. 예산을 정산해야 하는데, ‘0’ 처리가 되지 않아요. 결국 카드를 받아서 문구점에서 볼펜을 사요. ‘0’ 처리를 하기 위해 몇백 원을 주머니에서 꺼내 현금으로 드리고 나머지 예산을 맞춰요. 휴~ 업무 끝. 학기 말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이제 학기 말이 끝나고 방학이 되었어요. 다행히 우리에게도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지요. 새 학기를 위한 교재연구에 힘을 쏟을 시간도 생기고 새해를 맞이해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도 해요.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에게는 뭔가 업데이트가 필요하니까요. 업데이트! 우리는 매주 컴퓨터를 업데이트해요. 내 PC 담당 선생님의 “선생님, 내 PC
2022-01-06 15:522022년 새해가 밝았다.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교육 현장을 기원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위축시키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사랑하는 가족과 제자, 선생님들이 모두 무탈하길 소망해본다.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이 조선의 첫째가는 신성한 동물로 지목했듯이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도 호랑이였다. 좋은 선생님의 상징 ‘호랑이’ 호랑이는 ‘좋은 선생님’의 상징이기도 하다. 1981년부터 1987년까지 7년간 MBC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르침에는 엄하면서도 인간적으로 한없이 인자한 선생님 상을 잘 보여주었다. 호랑이의 기운이 넘치고 행복한 교단을 만들기 위한 저마다의 준비와 다짐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 변화를 잘 알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 교원은 법령에 명시된 11개 의무 등 여타 직종에 비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부주의나 실수로 회복하기 어려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는 안타까운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많은 교원들이 교총이 학교 현장에 제시한 ‘2022년도 바
2022-01-03 07:3836학급 이상 초·중·고교에 2명 이상의 보건교사를 배치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12월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가슴 벅찬 변화에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풍경이 떠올랐다. 학생 수가 2300명이 넘는 큰 학교였는데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복도를 가득 채워 벽 한쪽으로 비켜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하루 보건실 방문자는 보통 100여 명, 많을 때는 150명이 넘었다. 학생이 많은 만큼 사고 유형이 다양하고 긴급한 상황도 많았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계속돼 급기야 응급실 신세를 진 적도 있었다. 환자가 환자 돌보는 학교 지금도 과대 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들은 병을 얻는 경우가 많다. 보건교사가 병가를 내거나 휴직하면 신규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이 대신해야 하는데, 기간제 교사 지원도 적어 학교보건에 큰 공백이 생기곤 한다. 보건교사는 보건교육과 학생건강관리를 담당하는 학교보건의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학교에 한 명밖에 없어 대체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과거 신종플루 유행 시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출근해 창문을 사이에 두고 환자 관리를 한 보건교사도 있었다. 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학교
2022-01-01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