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는 책에는 ‘당신이 이곳에 처음 왔다면, 입이 아니라 두 눈을 열어라’는 서부 아프리카 속담이 등장한다. 나는 아프리카 대륙에 5번 발을 내디뎠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다. 전쟁·빈곤·기아·난민과 같은 이미지로만 아프리카 대륙을 만난 이에겐 그곳이 멀고 먼 땅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아프리카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치고, 낯선 이를 기꺼이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다양성과 포용의 땅이었다. 입체적인 그곳은 내가 사는 이곳처럼 어두운 것, 두려운 것, 슬픈 것, 밝은 것, 즐거운 것, 따뜻한 것. 모든 것이 맞다. 원시 부족사회의 모습과 세계의 주요 국제기구가 밀집해있는 곳,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곳,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 인류가 시작되었다던 아프리카 대륙, 동아프리카 지구대 끝자락에서 온몸을 감싸는 빛과 바람, 늘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통해 ‘아반투(Abantu, 인간)’인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 한국에서 케냐까지 케냐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주로 방콕 경유 케냐 항공이나, 두바이 경유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했다. 최근엔 아디스아…
2020-02-05 10:30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의 왕좌에 올라 부와 명예를 누리던 오이디푸스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용서받지 못할 패륜 범죄자로 전락했다. 그 누구도 신들의 진노를 받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오이디푸스는 완전히 고립되었고, 도와주는 사람은 혈육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두 딸뿐이었다. 운명은 오이디푸스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오염물의 운명은 어디서도 편안할 수 없는 법이다. 테바이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과 그의 처남 크레온이 지배권을 반분했고, 이들은 용도 폐기된 지배자를 추방했다. 오이디푸스의 외삼촌이기도 한 크레온은 교활하고 냉혹하며 무자비하다.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반쪽짜리 권력을 놓고 골육상쟁을 벌이지만, 아버지를 내팽개친 것은 같았다. 오이디푸스는 딸이 아들이 되었다며 두 아들을 혹독하게 비난한다. 기약 없는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휴식을 취하던 곳이 아테네 외곽 콜로노스임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이곳이 자신의 종착지라며 더 이상 꼼짝하지 않는다.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성역을 침범한 이방인이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라는 것을 알고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그는 자
2020-02-05 10:30나의 첫사랑 레시피 (조정현 지음, 돌베개 펴냄, 216쪽, 1만3000원) 열일곱 살 세 친구가 꿈과 사랑을 키워가는 성장소설이다. 유튜브와 요리를 소재로 뜻대로 되지 않는 첫사랑에 대한 고민과 우정·외모콤플렉스·진로 등 청소년의 고민을 담아냈다. 오래 숙성시키고 끓어야 하는 곤드래된장찌개와 포퇴푀처럼 인간의 성장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2020-01-06 11:00고슴도치 아이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보림 펴냄, 44쪽, 9800원) 아이를 낳지 못한 한 부부가 온몸에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 아이를 만나 사랑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에 다가서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지만, 존중과 사랑으로 보듬어줄 때마다 아이의 가시가 하나둘 떨어져 간다.
2020-01-06 11:00노를 든 신부 (오소리 지음, 오소리 그림, 이야기꽃 펴냄, 32쪽, 1만5000원) 상식과 관습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전개가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동화다. 이 책은 출발부터 말문을 막는다. 심심한 외딴섬에서 벗어나기로 한 주인공에게 부모가 선물한 것은 하얀 드레스와 노. 소녀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이 시작된다.
2020-01-06 11:00KBS 드라마 ‘흑기사’ 촬영지로 최근 몇 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슬로베니아. ‘흑기사’의 두 주인공인 김래원과 신세경이 만나고 재회하는 모습 속에선 너무나도 눈부신 호수가 보이고, 아찔한 절벽 위엔 예쁘장한 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성이 동굴 속에 푹 파묻힌, 생소한 모습까지도 보인다. 신기하다. 실제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흔히 ‘동유럽 여행’하면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슬로베니아까지 넣어 4개국을 여행하는 추세이다. 나 역시 이번 동유럽 여행에 슬로베니아를 포함했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 슬로베니아 명소 4곳은 서로 다른 매력을 맘껏 발산하며 ‘흑기사’에서 나왔던 모습 그대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누군가 ‘동유럽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슬로베니아!’라고 할 정도로 슬로베니아는 아직도 내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 #01 작지만 사랑스러운 도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사랑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이다. 류블랴나를 걷다 보면 곳곳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용’ 조각상이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아손과 함께 떠난 50명의 영웅이…
2020-01-06 11:00저물가시대입니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0% 수준입니다(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0.4%였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세상이 됐습니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진짜 가격이 잘 안 오릅니다. 우리 동네 설렁탕값은 8천 원에서 멈춘 지 오랩니다. 10여 년 전 3만 원을 넘나들던 피자는 최근엔 2만 원 정도면 꽤 먹을 만합니다. 10년 전 10만 원 정도였던 A 유명미용실의 남성 파마요금은 이제 가족회원에 가입하고 쿠폰을 쓰니 5만5천 원에 가능합니다. 오르는 건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뿐입니다. 저물가시대 시이~작!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자꾸 내려가는 것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사실 물가가 본격적으로 내리는 디플레이션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 그러니까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쯤’ 되는 겁니다. 소비자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소득이나 구매력이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아니고 가격을 못 올리는 겁니다. 찜질방 사장님이 예전처럼 쉽게 요금을 1~2천 원 올리지…
2020-01-06 11:00윤대녕의 중편소설 천지간(天地間)은 생면부지 여자를 뒤따르는, 그것도 폭설이 내리는 길을 세 시간 넘게 걸어 뒤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이 문상가는 길에 광주(光州)터미널에서 만난 여자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었다. 여자가 이른 곳은 전남 완도군 구계등(九階嶝)이었다. 파도에 밀려 자갈밭이 아홉 계단을 이루었다고 구계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활 모양의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해안선, 그 뒤로 병풍처럼 둘러 있는 상록수 방풍림에 동백나무들이 있었다. 소설은 구계등과 인근 여관을 겸한 횟집을 배경으로, 삶을 버리려는 여자와 이를 막으려는 남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계등 동백꽃은 막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에서 마침내 개화하기까지 이 소설 전개와 흐름을 같이하면서 긴박감을 불어넣고 있다. 초반부 남녀가 해변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할 때 동백이 나오고 있다. 여자가 내게로 고개를 비트는 것 같아 나는 푹 숨을 내쉬며 대각선 방향으로 그녀를 비껴 동백을 찾아볼 양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동백은 무수한 꽃봉오리를 매단 채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었다. 양달쪽으로 가지를 뻗는 것들은 아닌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사이…
2020-01-06 11:00‘레트로(Retro)’가 유행이다. 디지털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이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찾고 있다. 다시, 인문학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은 동네서점들이 인기를 끈다. 아마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온기’를 다시금 느끼고 싶은 탓일지 모르겠다. 이번 호부터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인문학 발전을 위해 힘쓴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사들이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학교상황 속에서 인문학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었는지 소설로 풀어냈다.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교사를 위한 인문학 소설을 만나보자.편집자 꽃지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현제명 교장은, 노래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학기 말이 되자 각 학년 반별 합창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3학년 3반 담임 임이랑은 기어코 일 등을 해야겠다는 열정에 달떠 있었다. 한 반 아이들이 20명에 불과했다. 합창에 참여할 사람을 고르고 어쩌고 할 여지가 없었다. 모두 참여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연 음정을 못 맞추는 아이들이 끼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노래라면 고개를 내젓는 아이들도 있었다. 임이랑은 열정 하나로 아이들을 다독였다. 아이들이 지루해할라치면 간식거리를 사다가 먹이기도 했다. 간식을 사
2020-01-06 11:00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필리파 페리 지음, 이준경 옮김, 김영사 펴냄, 424쪽, 1만4800원) 부모는 자식에게 큰 사랑을 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씻기 힘든 상처를 주는 것도 부모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상처를 치유해 자녀와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2020-01-06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