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0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 통과로 학교현장 적용을 위한 법률적 체계가 완비됐다. 그동안 한국교총이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등 교권 3법과 시행령 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결과다.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시행령에 따라 단위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로 이관된다. 이미 작년 9월부터 경미한 사건은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도입해 교내에서 마무리하고 있다. 일단 단위학교의 학폭위가 교육지원청 심의위로 이관되면 민원·소송 등이 줄고 교원들의 학교폭력 업무도 감경될 것이다. 교육청 이관은 교육본질 회복 학교의 업무 중에서 ‘학폭’ 업무는 교사들의 기피 업무 제1호다.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담당자의 승진 가산점이 존속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분기당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회의록, 진술서 등을 구비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처리해 왔다. 가·피해 학생의 진술 정리, 위원과 학생·학부모 출석 통지, 정기·수시 보고 등 격무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2020-02-25 23:43인공지능이 교육에 도입되면서 개인 맞춤형 교육에 대한 기대를 포함해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에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보다 섬세한 접근을 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하나의 방편일 뿐 인공지능 시대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세상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미래를 구현하기 위한 교육 개혁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이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바람직한 인간상에 대한 공감대도 필요하다. 교육 디지털화의 최종 목적은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하고, 잠재력을 계발해 행복한 개인이 되며, 나아가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육 디지털화를 진행할 때 반드시 인간 뇌의 가능성과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 가령 AI와 달리 HI는 어떤 일할 때 동기를 필요로 한다. 많은 AI 맞춤형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이미 학습 동기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학습 흥미와 의욕이 떨어진 학생, 자기 통제력이 약한 학생, 무기력감,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AI가
2020-02-25 23:40행동경제학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첫인상이나 자신이 가진 이미지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로 설명한다. 앵커는 배를 정박시킬 때 고정하는 닻을 의미한다. 앵커링 효과란 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신기하게도 처음 설정한 기준을 기반으로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된다. 앵커링 효과에 빠진 학부모 지금의 초·중등 학부모는 앵커링 효과에 빠져든 듯한 인상이다. 다시 말해 교사를 앵커의 범위에 가두려는 경향이 짙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받았던 주입식 학교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달라진 교육의 현실과 무관하게 이런 과거의 이미지에 빠져 현재의 학교와 교사를 바라본다. 40~50대 초반의 학부모 세대는 교사의 권위가 우월할 때 학교에 다녔다. 다시 말해 매를 맞으며 교육받은 세대다. 선생님은 다수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부득불 매가 필요했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학교 분위기이다. 지금은 학생을 비난하
2020-02-25 23:38며칠 전 졸업식이 끝난 아이들은 분주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썰물처럼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교실을 들락거리며 수업을 열심히 하고 면접 준비를 시켜도, 졸업할 때 찾아와 인사하는 것은 고작 3학년 담임교사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2학년 때 담임까지 찾아와 인사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교과 수업만 하던 교사까지 찾아오면 ‘희귀종’이다. 하긴 고3 담임 반 아이들조차도 교실에서 손 흔들곤 끝. 교무실까지 찾아와 인사하는 아이는 전교생 중에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고3 담임 선생님(만) 땡큐! 그렇게 한 해 동안 정들였던 아이들과 이별했다. 새 학년의 배정된 반을 다 불러 주고 빈 교실을 뒷정리하며 혼자 콧날이 시큰했다. 그런데 뒷정리가 끝나도록 기다리며 교실 앞 복도에 혼자 기웃거리던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 이거... 학기 중에 드리면 선생님께서 절대 안 받으실 것 같아서요.” 낯익은 글자로 쓴 손편지 한 통과 레몬청 한 병. 쑥스러운 듯 건네며 감사했다고 전한다. 이게 뭐냐고 묻자, “선생님, 커피 많이 드시던데 비타민도 보충하셔요.” 하면서 건네고는 서둘러 나갔다. 손에 들려준 편지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가정폭력으로 힘든
2020-02-17 14:02연수나 협의회 등에 참석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디서나 비슷한 인사말을 하지만, 으레 하는 말로 듣기에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다소 너그럽지 못하다. 선생님들은 정말 바쁘다. 타 직군과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업무를 수행해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바쁘다. 학생을 위한 교사 본연의 업무와 그를 잘하기 위한 준비, 뒤따르는 부수적인 행정, 여기에 더해 각종 행사 등의 주객이 결국 전도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행 따르다 보면 본질 잃어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습지도와 학생과의 교감이다. 이 두 영역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뤄야 할 교사의 소명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고민의 시간 틈으로 최근 경향에 맞는 수업을 잘하기 위한 각종 모임, 매년 성향이 변하는 학생과 공감하기 위한 기법 연수, 여기에 더해 교육적인 수명이 길지 않아 보이는 행사성 업무까지 비집고 들어 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교사 본인은 막상, 자기 주도적 고민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의 성장이라는 알맹이 없이 시류에 걸맞은 결과물만 양산해내고 본질을 잃어버린 기계적인 시간만
2020-02-17 14:00“기본에 충실하자.”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되새기고 다짐하는 말이다. 9년째 교무부장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어떤 이들은 ‘이제는 편하겠다’, ‘학년도만 바꾸면 되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결코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일에도 최선 다해야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겠지만 자신이 올린 결재 문서가 결재권자에 의해 수정이 되면 유쾌하지만은 않다. 결재 경로를 떠나 자신의 글을 누군가 수정하는 것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치명적인 오류의 경우는 직접 확인하지만 단순한 표기, 서식 구성의 오류인 경우는 수정 후 결재를 올린다. 결재 이력에서 수정 내용을 확인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침묵이나 ‘고맙다’는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고쳐야 되냐는 불편한 반응도 종종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경력이 짧았을 때는 문서를 작성할 때 불합리하다고 느꼈었다. ‘내용이 중요하지, 점의 위치가 왜 중요하지?’ 힘들게 준비한 결재 문서를 지적하는 관리자 분들이 야속했다. 그런데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왜일까? 나 역시 형식에만 얽매이게 된 걸까? 영
2020-02-17 13:54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전국적으로 6666명이다. 지난해 1월 6049명에 비해 10.2% 늘어났다. 부산광역시 같은 경우 신청 명예퇴직자의 수가 확보된 퇴직금 예산을 초과해 신청자 687명 중 93명을 반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명퇴에 엇갈리는 선후배 마음 매년 꾸준히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교육계에 결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없다. 그 수많은 교사들도 분명 처음에는 교단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고 싶었을 텐데, 이제는 조건만 충족되면 떠나고 싶은 공간이 돼버렸다는 얘기니까. 10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의 체벌이 현재보다 자유롭고, 더 이전에는 소수의 교사가 체벌을 무작위로 사용했던 때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인권이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학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끔 교육현장은 바뀌어 왔다. 하지만 이의 부작용으로 일어나는 교권의 추락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이제 교육현장에서는 폭주하는 학생을 그 어느 교사도 막을 방법이 없다. 생활지도를 하는데 바로 앞에서 학생이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친다거나, 그런 학생의 화장품을 압수하지 못해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20
2020-02-17 13:522월. 인사 발령과 업무분장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새 학기에는 어떤 학년을 맡을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어떤 아이와 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지. 세상은 온통 알 수 없는 ‘어떤’으로 가득채워지니까요. 설레고 기대된다면 좋겠지만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색깔을 덧씌우기도 해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게 자리잡기도 해요. 얼마 전, 새 학교로 발령을 받으시는 선생님과 답답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 이번에 옮기는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하라고 해요. 자리가 그것 밖에 없대요.” “3학년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완전 저학년도 아니고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3학년은 괜찮은데, 그 학년에 아주 막무가내인 학부모가 있대요. 작년에 민원이 엄청 많아서 동학년 선생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대요.” “아~ 그래서 3학년이 비어있었나보네요. 참 답답한 일이네요.” 새 학교로 옮길 때, 가장 큰 단점은 안 좋은 학년, 안 좋은 업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기득권이 없으니까요. 학교를 옮기시는 선생님들도 막막하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선생님들도 다크호스(?)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
2020-02-17 09:38한 40대 남자가 퇴근길 회사 로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지나가던 청년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119를 부르고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한다. 쓰러진 가장은 청년의 도움으로 아들, 딸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행복하게 돌아간다. 심폐소생술 교육 시간에 본 영상이다. 가상현실 활용해 실감 나게 심폐소생술은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하는 응급처치다. 심정지 발생 후 4∼5분 안에 시행하면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만 8500명이 심정지로 사망하고 1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97%가 생존할 수 있지만 4분이 지나가면 생존율은 50%로 줄어든다. 심정지 발생 장소는 80% 이상이 가정이나 공공장소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바로 옆에서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가족과 제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큰일이지 않은가?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잘 배워둬야 한다. 교사는 해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법정 의무교육이 돼 전 교직원이 참여한다. 진지한 태도와 비장한 각오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지시대로 몇 번의 연습을 한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을…
2020-02-03 16:58‘세상만사(世上萬事) 복불복(福不福)’이라는 말이 있다.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또 안 되는 일도 없으니, 그저 자신의 복대로 된다는 의미다. 30년 동안 소송을 담당한 나로서는 소송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임에도 담당 재판부마다 사건을 대하는 관점과 방향이 달라, 서로 다른 결론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마다 달라지는 관점 작년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립학교 남녀 선생님 두 분이 나를 찾아와 행정소송을 의뢰했다. 도교육청이 학교법인을 감사한 결과 교사 채용 절차에 하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당시 임용된 교사 3명의 임용취소를 요구했다. 학교법인은 그 요구에 응했다. 3명의 선생님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그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결정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 분의 여선생님은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우선 임용취소처분이라는 똑같은 유형의 처분을 받은 두 분 선생님을 공동소송의 형태로 1건의 사건으로 묶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 따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두 분의 경력과 포상 등의 전력이 서로…
2020-02-03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