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시간이다. 20m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시야가 좁다. 짙은 안개 속에서 승용차의 긴 행렬이 전조등 안개등을 켜고 줄을 이어 달려온다. 보이지 않다가 가까워져서야 보이는 불빛이다. 이맘때가 되면 서해안 지방에는 으레 안개가 자주 낀다. 추석 명절 전에 서해안고속도로의 참상이 아직 눈에 선하다. 협소한 왕복 2차선 도로다. Y자로 갈라지는 교차로에 접어들었다. 좌회전해야 한다.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의 행렬이 끝나는 것 같아 좌회전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차량한대가 나타났다. 조금만 빨리 출발했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차는 미등도 켜지 않은 채 다가온 것이다.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뿌연 안개 속에 빠른 속력으로 육중하게 다가오는 차가 검은 괴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전조등, 비상등, 안개등까지 켜고 있었는데……. 어렸을 적 어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시각장애자가 밤에 등불을 들고 길을 가고 있다. 왜 그럴까? 그 분은 어차피 낮이나 밤이나 똑같이 어둡고 등불도 보이지 않을 텐데.” 그때는 그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낮과 밤이 똑같은데 왜 귀찮게 등불을 들었을까. 등불 없이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인식
2006-10-18 13:36가을이 왔는데도 평년보다 5도 가까이나 온도가 높아 가을더위로 인해 가을 맛이 조금 덜하게 느껴지지는 않는지요? 가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입니다. 가을더위로 가을이 아니다 하고 아쉽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느 해보다 올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만족스런 가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에 원로선생님 한 분이 일찍 오셔서 저에게 웃으면서 ‘8시 5분인데 오늘 아침에는 교실을 둘러보지 않으십니까?’ 하더군요. 저는 ‘교실을 둘러보는 것이 낙인데 돌아봐야지요.’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저의 습관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실을 돌면서 습관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들이 다 알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습관이라 다행이지 나쁜 습관이었으면 어떠했겠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더군요. 학교에서 저의 나쁜 버릇도 있습니다. 그것도 선생님들은 다 알고 계실 텐데 싶으니 나쁜 버릇은 하루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자녀교육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자녀를 영재로 만들고 싶어 해 영재로 만드는
2006-10-18 09:4710월 16일 월요일 중간고사 첫날. 어느 때보다 학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탓일까?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많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교정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아이들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시험시작 30분 전, 교실에 들어가 제일 먼저 휴대폰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아이들로부터 휴대폰을 수거하였다.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된 탓인지 시험 기간 중에 아예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사(考査)시 유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었다. 오전 9시 1교시 2학년 생물시험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감독교사인 나에게 집중되었다. 조용히 눈을 감게 하고난 뒤 아이들에게 문제지와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눈을 뜨게 한 뒤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20여분이 지날 때까지 교실은 아이들의 문제지 넘기는 소리와 호흡소리만 들렸을 뿐 정적만이 흘렸다. 시험 시작 30분이 지난 후, 시험을 다 본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답안지를 확인하게 하고 난 뒤 교실 밖으로 나가도 좋다는 지시를 내렸다. 내 말이 떨어지자 답안지 이상 여부를 확
2006-10-17 20:34날씨가 참 좋습니다. 거기에다 정성들여 키운 국화를 화단 앞에 쭉 진열해 놓으니 보기가 얼마나 좋습니까? 예민하신 선생님은 국화 향기를 맡으면서 아름다운 가을의 맛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학교가 우리학교만한 곳이 과연 몇 학교나 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좋습니다. 학교에 나무들 가운데 가을에 민감한 나뭇잎은 벌써 색깔을 내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성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떨어지기 시작했네요. 어제 저녁에는 1학년 선생님들께서 전원이 남으셔서 야자감독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2,3학년도 많은 선생님께서 야자감독을 하셨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라 야자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자진해서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돋보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어제 야자시간에 중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저에게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돌아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고등학교 선생님은 늦게까지 수고가 많습니다. 너무 조용하네요. 절간 같습니다.’하더군요. 저는 그 선생님에게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수고 많습니다. 우리 애들은 정말 잘합니다. 보통 때도 그렇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자진함이 빛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
2006-10-17 17:282006학년도 특수교육 장학과정 직무연수(국립특수교육원. 10.9-10.20), 이제 종반을 향해 나아갑니다. 심신이 지칠 때도 되었지요. 그러나 평가가 있어선지, 배움의 기쁨을 느껴서인지 수업태도가 시작 때처럼 진지합니다. 피교육자가 되면 몸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배도 고픈가 봅니다. 오후 시간이 되면 배가 출출합니다. 바로 이 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서울 S중학교 선생님이 떡을 가져오셨습니다. 쉬는 시간 드시기 바랍니다." 복도에 나가서 보니 떡 두 종류가 개인별로 포장되어 있고 음료수병이 놓여져 있습니다. 그 동안 연수를 많이 받아 보았지만 이렇게 떡과 음료수를 세트로 가져온 선생님은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떡을 만져보니 따끈따끈합니다. 포장을 벗기니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떡을 먹다 목이 메이면 음료수를 마시라고 준비한 그 마음 씀씀이와 정성이 대단합니다. 연수생이 54명인데 준비한 떡과 음료수는 10여개 여유가 있습니다. 연수의 뒷바라지에 애쓰는 교육원의 연구사까지 배려하는 그 마음이 고맙기만 합니다. 어떤 연수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떡,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서울 인심이 괜찮습니다." 오늘 먹은 떡 인심도 그렇지만 실상은 연수 중인…
2006-10-17 08:40'이것 참 CCTV라도 설치해야지, 누가 이렇게 하는지 알아야 지도를 하지...' 곳곳에 낙서로 얼룩진 학교를 돌아보신 교감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작년까지는 낙서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들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서가 나타나면 열심히 지우고 원상복구하지만 며칠 후면 또다시 낙서가 여기저기 나타난다. 교사들도 수시로 순시를 하지만 학생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심정이다. 교사가 나타나면 어느곳 하나 낙서하는 곳이 없다. 그러나 교사들이 잠시 소홀하게 되면 여지없이 낙서가 등장한다. 수시로 나타나는 낙서때문에 지우는 일 조차도 큰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계속 지워야 하겠지... 교사들의 푸념이다. 학생들이 낙서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내면에 쌓인 것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낙서로 그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때로 심한 낙서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자꾸 지우지 말고 학교의 일정한 공간 몇곳에 낙서판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잘 안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낙서판에만 낙서를 하지 않을까요.' 우리학교 국어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이를…
2006-10-17 08:39오늘 오전에 교장선생님께서 저를 찾았습니다. 교장실에 가 보았더니 본교 출신 한 분이 와 계셨습니다. 26세의 아주 아름다운 이대 법대 4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사법고시 2차에 합격을 하고 학교에 방문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사법고시 2차 합격의 좋은 소식을 안겨준 학생이었습니다. 얼굴이 예쁜 데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착해 보이고 순해 보였습니다. 고시에 합격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학교의 교화인 백합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학교의 교목인 백향목의 하얀 꽃처럼 크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잘했습니다. 인물이 예쁜 데다 공부까지 잘해 고시까지 합격했으니 부모님이 참 기뻐할 것 같네요’ 했더니 흐뭇해하더군요. 이룬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해맑은 얼굴 표정을 읽어 볼 수가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앞으로 여자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하더군요.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좌우로 치우치지 말고 중심을 잡고 잘 성장한다면 분명 이 나라의 큰 인물이 되리라 봅니다. 쉬는 시간 교무실에서 여러 선생님께 소개를 했습니다. ‘우리학교 2000년도에 졸업한 46회 윤○○씨
2006-10-16 17:14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입니다. 그 때는 무척이나 생활이 어려운 때였습니다. 엄마 아빠는 늘 논밭에 나가셔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혼자서 슬며시 들어와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보(책을 보자기에 싸서 가지고 다님)를 마루의 귀퉁이에 내팽개쳐 두었다가, 그 다음날 학교가 갈 때면 그대로 둘러매고 학교에 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때까지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나머지 공부를 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데 동네 언니들이 교실에 구경을 하러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창피한 줄을 별로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감기에 걸려 학교에 가지 못하고 결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6학년에 다니는 누나가 글씨 쓰기와 미술 그림그리기를 그려준 과제물을 가지고 학교에 갔습니다. 두 시간을 마치고 숙제 검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누나가 해준 숙제를 선생님이 누나가 해준 것을 알면 어떻게 할까? 하고 겁이 나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숙제검사를 해 오시던 선생님은 내 그림 숙제를 유심히 보시더니, "여러분 이 그림을 보세요. 이 그림은…
2006-10-16 15:51여름 같은 가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론 히터를 켜야될 정도로 서늘한 날씨인데도 어쩐 일인지 한낮만 되면 다시 여름입니다. 하필 오늘따라 여름양복을 모두 세탁소에 맡기고 모처럼 추동양복을 꺼내 입었는데 다른 날보다 더 무덥습니다. 저고리를 벗었는데도 수업만 하고 돌아오면 셔츠가 땀에 흠뻑 젖는군요. 확실히 이상기온현상입니다. 지구가 점점 오염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모두들 마구 가져다 쓰기만 하고 돌보지를 않으니 그럴 겁니다. 우리 자녀들을 생각하면 정말 큰일입니다. 월동을 준비하던 꿀벌들도 날씨가 따뜻해지자 다시 일터로 나왔더군요. 우리 학교 기숙사 앞마당에 노란 수세미꽃이 다시 활짝 피자 꿀벌들이 앞다투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한여름에도 꽃이 부족해서 꿀벌들이 꿀 채집에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꿀벌들은 쓰레기장의 음료수 캔에서 당분을 채취해 가져오기도 한다는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꿀마저도 중금속에 오염되어간다니 말입니다. 이상은 꿀벌과 수세미꽃 여름 날씨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본 단상(斷想)들이었습니다.
2006-10-16 15:51선생님, 연휴를 잘 보내셨습니까? 월요일이 점점 다가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금요일 저녁때와는 전혀 마음이 상반됨을 보게 됩니다. 내일 일은 내일 하고 오늘은 편하게 쉬셔야죠? 내일 일 걱정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져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마음이 무거워지려고 할 때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바라봅니다. 머지않아 농부가 기쁨으로 벼를 수확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리고는 농부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 전에 읽은 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비전을 이루기 원한다면 농부처럼 살아야 한다. 농부는 부지런하다. 정직하다. 심은 대로 거둔다. 농부에게는 인내가 있다. 눈부신 끈기가 있다. 일관성이 있다. 지속성이 있다. 농부를 본받지 앟는 사람은 인생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농심은 천심이다. 농작의 원리는 우주의 원리다.” 그렇습니다. 농부처럼 살면 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농부는 부지런합니다.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봄이면 봄대로 씨를 뿌립니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잡초를 제거합니다. 가을이면 가을대로 수확을 합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물을 대기도 하고 빼
2006-10-16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