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入學)은 학교에 들어가 학생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문의초등학교의 입학식이 3월 2일 있었다. 요즘 아이들 유치원을 몇 년씩 다니지만 초등학교 입학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일이라 부모까지 가슴이 설레는 것도 당연하다. 오죽하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라고 말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가정에서 제 멋대로 개인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학교라는 단체 사회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니 ‘물가에 내 놓은 양’ 불안해하는 학부모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출산율 감소로 해마다 초등학교의 입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새천년(2000년)의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즈믄둥이들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전국의 농촌과 섬 지역 100여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취학유예를 한 아이들이 많은 해였지만 우리 학교는 예년과 비슷한 36명의 어린이가 1학년에 입학했다. 이날 교장선생님은 입학생들과 부모님들을 축하하며 올 한해 학교에서 중점을 두고 가르칠 것 3가지를 학부모님들에게 얘기했다. 독서지도를 통해 바른 품성을 지닌 어린이로 키우겠다. 물사랑 학교로서 환경보호
2007-03-04 09:033월2일은 2007학년도가 시작된 날입니다.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임지에 부임하는 선생님들이 교직원과 학생들을 새로만났습니다. 학생들도 새로오신 선생님, 새로담임을 맡으신 선생님과 새로운 인연을 맺었습니다. 2일이나 3일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새내기를 맞이하는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하여 신입생들에게 새출발의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정규학교교육을 처음시작하는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입학식을 지켜보며 가슴설레는 뿌듯함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유아원이나 유치원을 다녔고 그것도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닌 어린이들도 있지만 새로운 입학을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3월 한달은 “우리들은 1학년” 이라는 책 한권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시골의 작은 학교는 신입생이 적어서 한반으로 편성을 못하고 다른학년과 한분의 선생님에게 배우는 복식수업을 받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신입생이 극소수가 되면 복식수업을 안받으려고 도시지역이나 인근의 큰학교로 입학을 시켜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도 생겨나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6학년이 되면 도
2007-03-04 09:02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온종일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봄이 가까운 탓일까?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따스한 국물이 그리워진다. 특별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삶은 달걀이나 계란탕이 종종 생각난다. 이름은 ㅇ주, 그 아이는 내가 교직에 처음 들어서면서 담임을 맡은 반의 아이 이름이다. 그는 파주시 교하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몰라보게 변한 도시가 되었지만, 십칠 년 전만 해도 하루에 버스가 두 세대만 다닐 만큼 외진 곳이었다. 처음 맡은 반의 아이들이었기에, 나름대로 정을 듬뿍 주었다. 어느 때 보다도 교육자로서의 열정이 넘치던 때였다.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열악했다. 절반의 학생이 결손가정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부모님도 없이 고모님 댁이나 삼촌 댁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었다. 더욱이 취업이 우선적인 고려사항이었기에 대학 진학은 그리 염두에 두지 않았고 학업에 대한 열의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성적 향상보다는 출석부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근태상황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했었다. 입학한 지 넉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ㅇ주가 갑자기 학교에…
2007-03-03 22:22새학기가 되면, 부임하신 선생님들을 환영하고 교직원들 간의단합을 위한 크고 작은 모임이 있다. 그때마다 형식적이든 자유롭게든 건배사가 오고 가게 마련이다. 교직원간의 단합과 다짐 혹은 기원의 건배사가 자주 오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임의 성격이나 구성원이 누군가에 따라서건배 제의를 하게 마련이다. 원래 건배의 기원은 고대에 신이나 사자를 위해 신주를 마시던 종교적 의식에서 유래한다. 이것이 건강을 비는 의식으로 변했는데 술잔을 쨍그랑 부딪치는 것은 술 속에 숨어 있는 악마를 쫓아내고, 술에 독이 들어 있지 않음을 서로 확인하며, 주객이 동시에 건배함으로써 손님에게 권한 술에 독이 들어 있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서양 사회는 유목과 교역이 빈번하여 항상 낯선 사람과 공존해야만 하는 이질사회였기에 경계와 불신이 성행되어 이 같은 문화가 형성되었으리라. 자기가 마시는 술이 상대방이 마시는 술과 똑같은 무독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곧 불신이 기조가 된 것이 건배인 것이다. 이 건배의 문화는 서구 문명과 함께 들어오면서부터 우리의 주도(酒道)와 함께 섞여 행해지게 되었다. 한국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위하여’다. 가수 안치환이 "우리의 남
2007-03-03 22:21각급학교가 개학을 했던 3월의 둘째날,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키려는데, 한 학생이 교탁앞으로 다가왔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말없이 그학생을 주시했다. '선생님, 저 이름 바꿨어요. 여기 주민등록초본 떼어 왔어요.' 개명을 한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었지만 실제로 개명하는 것을 본기억은 별로 없다. 대학때 친구가 졸업후에 개명을해서 근무하는 학교에 전화를 했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긴하다. 대학때 이름으로 찾았지만 그 학교에는 그런 교사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후에 개명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전화를 해서 통화를 했었다. 개명때문에 겪었던 최초의 해프닝이었다. '왜 이름을 바꿨니?' '그냥 제이름이 좋지 않다고 했어요. 그래서 바꿨어요.'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또다른 학생이, '선생님, 저도 이름 바꿨어요.' 잠시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정말로 현실일까. 실제로 이름을 바꾼녀석이 두명이나 되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곧 현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아이 모두 여학생이었다. 그 학생도 이름을 바꾼 이유가 먼저 학생과 비슷했다. 약속이나 한듯이 주민등록초본을 내놓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귀가시키고 교무실에 돌아왔더니
2007-03-03 17:37오늘은 농소중학교 이틀째 출근입니다. 아침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출근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어제만큼 밀리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비가 왔지만 오히려 조금 더 빨리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오니 고등학생이 아닌데도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일찍 일어나 일찍 등교해서 자습하려고 하는 마음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제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에게 부임인사 후 운동장에서 학생들에게 부임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울산여고 못지않게 운동장은 잘 정돈되고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운동장에는 트랙이 깔려 있고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울산여고의 복사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하다 중학생들을 대하니 더 다정다감합니다. 더 귀엽게만 보였습니다. 운동장에 모여 듣는 태도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다음과 같이 부임인사를 했습니다. 마치고 나니 박수를 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보였습니다. 참 좋은 학교에 왔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행복에 젖기도 하였습니다.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농소중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2일에 처
2007-03-03 08:41"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행복하게 되고, 당신이 행복하면 세상은 행복한 사람들의 소유가 될 것이다." -혼다 켄- 다시 3월 첫날을 맞은 오늘. 6학급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4개 학급의 담임이 새로 오셨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까지 바뀌었으니 인사 이동의 폭이 좀 큰 편이다. 작년에 내가 부임해 올 때는 이보다 더 심했었다. 너무 많은 인사 이동으로 학교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서 3월 한 달 동안 많이 터덕거렸었다. 지리적 조건, 교통 편 등이 불편하다보니 오래 근무하려는 분들이 드문 탓이다. 새로 오신 네 분 선생님 중 세 분 선생님이 새내기 선생님이며 예쁘장한 여 선생님들이다. 내 딸의 나이와 같거나 비슷한 선생님들이라 비슷한 또래의 선생님들을 대하는 것보다 훨씬 조심스럽다. 어쩌다 보니 '왕언니 선생'이 되어 버린 내 위치가 부담스럽다. 잔뜩 긴장해서 하루를 보낸 새내기 선생님들이 5시가 넘어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장갑을 끼고 교실 청소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기에 억지로 쫓아내듯 교실문을 잠그게 했다. "아침에도 일찍 오셨는데, 퇴근 시간까지 넘기며 일하다가 힘들어서 아프시
2007-03-03 08:40오늘은 새 학교 첫 출근이라 긴장된 탓인지 새벽 두 시 반에 잠이 깬 후 그 후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조금 늦게 출근하나 어쩌나 망설이다 평소 때와 같이 아침 6시 45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첫 출근길이라 길도 낯설어 운전하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애처럼 마냥 마음은 들떠 있었고 기분을 좋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아침인사를 몇 가지 머릿속에 정리한 것 말하나 아니면 메모한 것 읽어드리나 하다가 결국 메모한 것을 읽는 것으로 부임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메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소중 교장으로 부임하여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을 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임하는 첫날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니 젊은 시절 연인을 만나는 듯 가슴이 벅차고 설레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오늘 아침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범서 구영에서 농소중학교까지 18km의 거리를 차를 타고 오면서 ‘선생님들이 학교생활에 만족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해 드려야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장실은 언제나 열려있습니
2007-03-02 18:54연수원 주변은 언제나 봐도 좋다. 눈만 뜨면 들을 수 있는 건 새소리고, 커텐을 열고 앞만 바라보면 온갖 나무며 풀이며 꽃을 볼 수 있다. 위로 눈을 높이면 볼 수 있는 건 높고 높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창문만 열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아침마다 진행곡을 들을 수 있다. 뒤로 돌아보면 푸른 소나무며 넓고 넓은 바다를 보게 되고, 바다하늘을 볼 수 있다. 흰 파도를 볼 수 있고 흰 구름을 볼 수 있으며, 떠있는 배, 떠가는 배를 볼 수 있다. 희고 검은 바위도 볼 수 있고 대왕암도 몽돌암도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흐리면 흐린 대로 좋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좋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좋다. 봄이면 봄대로 좋고 여름이면....월요일이면 월요일대로 좋고 화요일이면 화요일대로.... 금요일이면 더욱 좋다. 아침이면 아침대로 좋고 오후면 오후대로 좋고 밤이면 밤대로 좋다. 오월이라 좋고 금요일이이라 좋고 아침이라 좋고 맑음이라 좋다. 5월은 푸른 달이라 좋고, 금요일은 집에 갈 수 있어 좋고, 아침은 밝으니 좋고, 오늘 날씨가 맑으니 깨끗해서 좋다. 오늘 아침과 같은 날을 청상(淸爽)한 날씨라 하지 않는가? 숙소의 앞뜰은 질서정
2007-03-01 22:19부부가 함께 살면 식성도 따라가는 모양이다. 유난히 고구마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내 식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생각만 나면 고구마를 쪄달라고 주문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스스로 씻어서 쪄 먹곤 하는 남편이다. 나는 고구마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때문에 고구마를 싫어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 시간이면 가난한 친구들은 밥 대신에 고구마를 먹던 시절. 어떤 친구는 거의 날마다 점심 도시락 대신 고구마를 먹었으며 그나마 없을 때는 수돗가로 달려가 물을 마시기도 했었다. 그 친구는 한 겨울에도 양말을 신고 온 적이 거의 없었고 헤진 바지에 길이마저 짧아진 옷을 입고 학교에 오곤 했다. 한 반 친구 50명 중에 제대로 점심을 가져오는 친구는 70% 정도 되었으리라. 나눠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식사 시간이 되면 운동장에 나가 놀거나 어디로 가버려서 교실은 빈 자리가 많았었다. 내 기억 속의 고구마는 가난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우리 집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집들처럼 자식들이 많지 않으니 점심을 고구마로 때울만큼 형편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새 살림을 차린 새 어머니는 쌀을 아낀다며 호박밥이나 콩나물밥, 김치밥, 고구마밥을 즐겨 하
2007-03-01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