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월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이번 주는 다섯 주가 있어 조금 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제 너무 휴식을 많이 취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 세 시에 잠을 깼습니다. 불을 켜니 잠을 못 잔다고 불을 끄게 해서 할 수 없이 불을 껐습니다. 한 시간 동안 생각 속에 잠겼습니다. 평소와 같이 네 시가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합니다. 책을 보며 하루를 열어갑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저가 앉아 있는 뒤편에는 문수산이 보입니다.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24호 국도가 보입니다. 비닐하우스가 보입니다. 학교가 보입니다. 동네가 보입니다. 문수산은 봄의 절정에 이른 듯합니다.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는 시원하게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품은 가슴도 넓어 보입니다. 학교도 편히 쉬고 있습니다. 동네도 편히 쉬고 있습니다. 평온한 가운데 휴식을 취함이 아름다워 보이는 아침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식물을 보호하는 비닐하우스의 품을 보면 어머님의 따뜻한 품을 떠올리게 됩니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쉼 없이 움직이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차들을 보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속에서 일 분 일 초도 쉼 없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혈액순
2007-04-29 09:29오늘은 우리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토입니다. 거기에다 화창한 4월의 끝자락인 봄날이니 기쁨을 배가하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은 자연과 더불어 행복의 나눌 것이며 어떤 선생님은 영화와 더불어 기쁨을 나눌 것이며 어떤 선생님은 사랑하는 사람과 친교를 가질 것이며 어떤 선생님은 독서와 더불어 하루를 유익되게 보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귀한 시간을 나름대로 유익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시간을 독서와 휴식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책을 오래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돋보기를 써도 오래 보지 못합니다. 조금만 보만 흐려져 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눈이 좋을 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책을 읽지 못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후회하기 전에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교육은 독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엊그제 울산 교육발전을 위해 애쓰시고 계시는 한 영향력 있고…
2007-04-28 21:18오늘은 즐거운 소풍날입니다. 우리 반 꼬마들이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거북이 등딱지처럼 자기 등보다 더 큰 가방까지 메고 왔어요. 교문 앞에서는 언제 왔는지 장난감 장수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풍경 군것질이 금지되어 있지만 오늘만은 선생님들도 모른 척 해줍니다. 모둠끼리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작은 깔개를 가져 오기로 약속을 한 은지의 손에는 짐 가방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사는 은지는 약속도 잘 지키고 준비물도 잘 챙깁니다. 할머니가 글을 모르시니 알림장도 혼자 다 챙기는 은지. 소풍날 공부할 준비물인 수첩까지 챙겨온 은지를 위해 나는 산에서 본 것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적어 주었어요. 사철 나무, 철쭉, 진달래, 삘기, 완두콩꽃, 감나무, 등나무꽃, 개미, 거미, 청개구리, 나비, 벌 등 20가지 쯤. 그 은지가 보물 찾기를 못 했다고 삐져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보물 찾기는 다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몇 사람만 찾는다고 해도, 그래서 보물이라고 해도 내 말을 듣지 않는 아이.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아무리 뒤져 봐도 없다고 골을 내서 돌아오는 내내 나랑 말도 안 했습니다. 발을 톡톡 차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눈
2007-04-28 09:35오늘 아침은 흐립니다. 비올 것 같이 흐린 것이 아니고 맑을 것 같은 흐림입니다. 전망이 있는 흐립니다. 가능성이 있는 흐림입니다. 희망이 있는 흐림입니다. 빛이 보이는 흐림입니다. 흐림 뒤에 맑음이 좋지 않습니까? 흐림 뒤에 비가 아닐 것 같아 마음이 흐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습니다. 아마 마음먹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침 출근을 하고 나서 중앙현관에 나가니 8시가 되기도 전에 교문에는 학생부장선생님과 배움터지킴이 선생님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한 분 지킴이선생님은 담쪽으로 넘어오는 학생들이 있을까봐 그쪽으로 가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은 교문을 들어올 때 인사를 잘합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교문지도를 하는 것이 사람됨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인사교육이 잘되는 것 같습니다. 근면교육도 잘되는 것 같습니다. 지각하는 학생들을 단속하니 게을러 지각하는 학생들이 없어질 것 아닙니까? 마음교육도 잘되는 것 같습니다. 복장이 단정해질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겉모습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속모습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들의 외모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두발이 단정
2007-04-27 08:50"선생님! 이제 한 밤만 자면 소풍 가요?"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요?" "내일 비 안 오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도 비가 오면요?" "그럼 교실에서 도시락 먹고 놀까?"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요즈음 며칠 동안 소풍 이야기뿐입니다. 1학년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나 날짜 관념이 약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요. 손에 꼭 쥐어 주어야만 알아 듣습니다. 소풍을 간다고 옷을 사 입는다며 자랑하는 아이, 과자를 몇 개 사올 건지 손으로 세는 아이 등, 날마다 소풍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우리 반에는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도 있고 할머니랑 사는 아이도 있으며 부모님이 계신다고 해도 일터에 가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소풍날에 지킬 약속을 말하면서 조건을 붙였습니다. 부모님이 따라 오지 않으시면 자기 칭찬 스티커를 많이 주겠다고 말입니다. 다 같이 따라 오지 않으시면 상처 받는 아이들이 없을 것 같아서 생각해 낸 것이지만 자꾸 걱정이 됩니다. 1학년에 처음 보낸 부모님들이 자녀가 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입니다. 차마 오시지 말라고는 못 하고 혼자 용감하게 온 친구에게는 칭찬 점수를 많이 주겠다고 했지요. 어른들이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2007-04-27 08:47얼음골을 지나 석골사에 이르니 산 정상에서 부터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산골의 새벽 공기가 차다. 높이가 20m이상인데 마치 우리나라의 지도를 닮고 있다. 가까이 있는 억산의 한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가 아침햇살을 받아 경내를 내려 비친다. 누구나 석골사라 부르는 유래를 금방 알 수 있다. 매사는 순리에 따라야 하는 법이거늘. 역순의 산행코스를 잡다보니 계곡의 돌밭을 걷는 산행이라 발목이 편치 않다. 산행은 시작 20분까지가 워밍업을 해야 하는 과정이라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항상 보폭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어 가면서 천천히 조심스레 10분쯤 걸었을까? 바람결에 ‘후다딱’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일행이 산돼지의 아침식사를 방해한 것이다. 길 양편에 이제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아나는 산나물과 나무뿌리를 훔쳐 먹고 있었던 것이다. 넓고 길게 한참이나 이어진 흔적으로 보아 십여마리 이상이라 생각된다. 산돼지의 민가출현 보도가 실감난다. 아니 어쩌면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참을 오르다보니 다람쥐 한 쌍이 우리 일행을 다시 마중 나와 앞서가며 안내한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까마귀 한 쌍이 친구하자며 우리 뒤를 따른다.
2007-04-26 22:33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7일 밤에 방송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실-선생님들은 왜 침묵하는가’ 는 공교육 붕괴가 오늘 갑자기의 현실은 아니지만, 일단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은 오늘날 교실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잡아냈다. 1교시부터 잠자는 아이들, 그것을 깨우지 않고 자기 수업만 하다 끝종이 나니 나가버리는 교사들 모습이 그렇다. 거기에 더해 학원을 더 믿고, 강사를 더 따르는 학생 및 학부모의 반응까지. 그러나 그런 현상을 교사들의 침묵이 주범이라고 보는 접근은 꽤 불만스럽다. 결국 60분 방송이 교사가 살아 움직여야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어서다. 예컨대 ‘일그러진 교실’은 교사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는 전반적으로 노는 분위기이다. 뭔가 해보려는 교사들은 낙인찍히고, 그래서 그냥 ‘철밥통’ 이 되어버리는 것을 택하기 일쑤이다. 물론 뭔가 해보려는 교사들의 의지가 관리자나 당국에 의해 꺾이는 것이 지금 학교의 현실이다. 공립학교야 많이 불식되었지만, 사립학교는 아직도 수직계통의 지시와 명령이 횡행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나 역시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2007-04-26 22:32요즘 우리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정부의 3불정책과 무자격 교장 공모제 등으로 인하여 교육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도 교육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일반인도 교장된다.’ 등의 내용은 전문직인 교원의 직무과 교육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또한 교육의 자존심을 존상케 하는 일이다. 사회일각에서도 우리 교육을 그리 곱지않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시선에 대하여 교육자로서 원망과 안타까운 심정이다. 교육은 정직과 신뢰 없이는 설 땅이 없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교사를 ‘군사부일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대변하지 않았는가? 연일 터저나오는 교사 폭행 사건,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로부터 폭행 당하는 세상이니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는 밝혀진 부정적인면보다 묻혀진 긍정적인 일들이 더 많다. 몇 일전 4월 말 3학년 현장학습에 대하여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도중에 밝혀진 일이었다. 어려운 학생이 많은 지역이라서 현장학습비를 못내는 어린이들을 학급담임교사가 대납하였다는 이야기였다. 묻혀버릴 것 같았던 선생님의 아름다운 일이었다. 교장실로 모셔놓고 “3학년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2007-04-26 13:26일반적으로 동물의 기본적 속성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생존 이외의 목적으로 먼 길을 떠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여 온갖 고생스러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옛날 아이들은 오일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신나게 여겼다. 그래서 어머니 손에 이끌리어 넓은 세상을 체험하면서 성장한 것이다. 이제 현대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정착했고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그래서 관광은 어마어마한 산업으로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여행이 이렇게 대중화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근대 이전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교통 수단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안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 어디론가 낯선 길을 떠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군인, 상인, 순례자 등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감행하는 모험이 전부였었다. 이에 비해 현대인들은 시간과 돈만 있으면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다. 외국 여행 준비를 전화 몇 통으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일상사가 각박해질수록, 그리고 도시 환경이 황폐해질수록 여행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자연에 잠
2007-04-26 08:47
시기가 조금 지나긴 했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려 주는 사례가 있어서 몇 자 쓴다. 4월 11일 세계일보 기사 중에서 사람들의 눈을 끌기에 좋은 기사 제목이 있었다. “초등생 2.5% ‘성관계 경험’, 4~6학년 조사……. 중학생 보다 높아”라는 다소 선정적인 기사가 그것이다. 그것도 특종보도 형태로 단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였다. 더욱이 다음날에는 조선일보에도 앞과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기사를 처음 본 사람들은 “세상 말세다. 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더니 정말 이구나. 도대체 학교에서 뭘 가르치기에 애들이 이 모양이냐.”는 소리를 할 법하다. 하지만 그 통계치를 곰곰이 뜯어보면 통계수치에 대한 오류가 그릇된 결론 즉, 오보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이 통계치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기사를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이하 ‘건사연’)라는 곳에서 초등 4~6학년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모두 1,062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기입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문조사하여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통계치의 오류내용을 꼽아
2007-04-25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