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입원하고 있는 366호 병실의 환자가 하루에 두 명이나 바뀌었다. 모두 노인환자인데 환자보다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들이 간병인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병실에 들어올 때부터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남자라고는 달랑 나 혼자만 여자들 틈에서 잠을 자는데 할아버지들 때문에 동료가 늘어났다. 문제는 두 분 모두 간병을 하기에는 연세가 너무 많았다. 연세가 90이라는 할아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할머니를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다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환자와 간병인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환자들이 바뀐 후 병실에서의 하룻밤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잖아도 병원에서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데 할머니는 병실이 떠나갈 듯 코를 골아대고 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냄새가 진한 방귀를 마구 꾸어댔다. 교대로 끙끙 앓는 소리까지 내 잠이 깬 병실 사람들이 속을 끓였다. 공동생활을 하는 병실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아무것도 구속받을 것이 없는 자유인이었다. 신경이 예민한 환자는 ‘아휴’ 소리를 연발하고, 눈을 감고 한참을 뒤척이던 나도 새벽녘에 병실 복도로 나갔다. 어느 자리에 있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아이들
2007-07-30 09:41청주 효성병원 36동 366호. 여자 환자 8명이 누워있고, 그 옆에 보조침대 8개가 놓여있는 8인실 일반병실이다. 척추관협착증과 심한 디스크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어머니가 입원한 게 지난 18일이니 내가 이 병실에서 생활한 것도 오늘이 꼭 열하루째다. 이 병실에서 출근하며 방학을 맞이했고, 그동안 병실의 환자가 여러 명 바뀐 것을 보면 열하루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런데도 환자인 어머니나 간병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머니와 자식같이 가까운 사이가 없지만 남자가 여자를 간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자 병실이다 보니 간병인도 모두 여자들이고, 환자를 치료하거나 간병하는 과정에서 남자가 보지 않아야 할 것도 있다. 이럴 때는 ‘잠깐 피해 달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눈치껏 밖으로 나가야 한다.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링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루가 열흘이다. 병실의 밤은 정말 길고 지루하다. 9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밤새도록 ‘아이고 아파’를 외치고, 옆에 사람이라도 있는 양 밤새도록 혼자 중얼거리는 환자도 있다. 심하게 코를 고는 어머니도 수시로 베개의 위치를 바꿔줘야 편안하게 주무신다. 병실은 여럿
2007-07-28 19:09오늘이 여름 방학을 한 지 겨우 5일째이다. 시계를 보니 2교시 중간쯤이다. 우리 반 꼬맹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기다리는 2교시 끝 시간이 가까워 온다. “선생님, 오늘 놀이 시간 주지요?” “오늘은 몇 모둠이 그네 탈 차례지요? 그렇게도 그네 타기가 좋아요?” “네. 우리 1모둠은 맨날 그네를 못 타는데…….” “아하! 1모둠이 타는 날은 월요일이라 애국주회 시간 때문에 못 타는구나.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 타면 되겠다.” “에이, 점심시간에는 2학년 오빠들이 탄단 말이에요.” 이렇게 날마다 말놀이 하던 아이들 목소리가 매미 소리 저편에서 재잘거린다. 아이들은 2교시 후에 20분쯤 주어지는 중간 놀이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그것도 학교 행사가 있어서 전체 모임이 있거나 체조 연습을 하며 보낸 중간 놀이 시간은 심드렁하게 생각한다. 그러고는 교실에 들어와서는 내게 투덜거린다. “선생님, 왜 놀이 시간 안 주세요?” “어? 금방 체조한 시간이 그건데.” 그것뿐이 아니다. 비라도 오면 아이들은 연신 운동장을 내다보며 궁시렁거린다. “에이, 비가 오잖아. 이따가 나가서 못 놀겠네. 선생님, 비 오니까 오늘은 소꿉놀이 시간 주면 안 돼요?” “알았어요. 오늘 아
2007-07-27 13:173일동안 우리학교에서 교원정보화연수를 실시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모두 함께 연수를 받았다. 물론 정보화연수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의미도 포함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좀더 다른 부분에 목적이 있다. 교사들이야 연수도 받고 전문성도 신장시키고, 의무연수도 해결하고 여러가지 목적이 함께 묶여있다. 또한 다른학교가 아닌 본교에서 연수를 받음으로써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는 배운다는 의미 외에는 특별한 목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운다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 학년말이 되면 교장, 교감의 정보화연수 이수실적이 정보교육실적평가에 들어간다. 즉 정화화관련연수기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보화교육 우수학교로 선정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 우수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학교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목적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연수라는 것은 전문성신장에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보화연수실적때문에 어쩔수 없이 연수를 참가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로 인해서 실제로 연수를 받고
2007-07-27 09:43놀다보면 시간은 잘 가게 되어있다. 여름방학을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주일이 지났다. 시간만 나면 노는데 열중하는 아이들이 5주의 방학 중 벌써 1주가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할리 없다.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생활이 즐겁다. 세상살이 아이들만큼 신나고 즐거울 수 있을까? 그래서 똑같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쓰는 시간이 더 알차 보이고, 아이들의 시간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보지 못해서일까?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이라서 그럴까? 방학 때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익히 경험했으면서 우리 반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강명희의 ‘공부벌레보다 차라리 꼴찌로 키워라’에 나오는 아래의 글을 음미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교과서이다. 원 없이 놀게 하라. 유아기 아이들의 경우 식물농원, 동물원, 각종 생태 자연학습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게 좋다. 비록 즉각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어린 나이에 외우고 쓰는 학습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싫증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맘껏 뛰어놀면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하는 것이
2007-07-26 21:06날씨가 더우니 짜증스럽다. 괜히 시비를 일으키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메모하는 일이다. 살인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다.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이 우울하면 있는 그대로 글을 써 보라.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옮겨 보라. 느끼는 대로 나타내어 보라. 그러면 더위도 이기고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도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정마다 사소한 문제로 인해 시비를 하거나 작은 시비를 큰 시비로 만들 수도 있음을 알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방학 동안 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쉼은커녕 심한 상처와 스트레스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할 때 컴퓨터에 앉아 생각을 글로 나타내면서 마음을 다스리면 좋을 것 같다. 이날 저녁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학은 마침표(.)이라는 생각이다. 한 편의 글 속에는 무수한 마침표가 있지 않은가? 맨 마지막의 마침표(.)는 한 편의 글을 마무리를 하고 종지부를 찍는 것이지만 그 외는 무엇인가? 계속 글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더 좋은 글을 이어가기 위한 아름다운 장식품이다. 방학의 마
2007-07-25 22:48아이들이 모두 떠난 빈 교정을 걷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고함 소리, 발자국 소리, 숨결 소리가 가득했던 운동장. 그 운동장엔 잡초들이 성글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마 한 달 내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잡초들은 마음 편하게 자랄 것입니다. 텅 빈 교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왁자한 교실이었는데 작은 적요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얼굴로 밀려옵니다. 창문을 열고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주웠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 하나가 괜히 반갑게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동안 쓰레기 때문에 연신 잔소리를 해댔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 잔소리를 유발했던 종이(쓰레기) 하나가 반갑게 느껴지다니 참 요상합니다. 아마 쓰레기로 인해 잔소리 하면서 아이들과 정이 들어서인가 봅니다. 종이 하나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칩니다. 왠지 낯설게 보입니다. 아마 아이들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교실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그러면서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항상 살갑게 웃는 아이도 있고, 늘 인상을 쓴 채 불만에 가득한 아이의 얼굴도 있습니다. 항상 교복 단추를 풀어헤쳐 아침 시간마다 혼나던 아이도 있
2007-07-25 22:48오늘은 삼복 중 중복이다. 중복 더위를 느낄 만하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목은 땀으로 찝찝하다. 그래도 구름이 진한 햇볕을 막아주니 예년 같지는 않는 것 같다. 평소 때면 학생들이 학교를 생기가 넘치게 하고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학생들의 이야기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않다. 간혹 청소당번 학생들의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다.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청아한 새소리가 맑게 들려오고 있다. 더위도 모르고 지칠 줄도 모르고 쉼도 없이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소리는 깊은 숲속을 연상케 하고 맑은 시냇물 소리를 떠오르게 하며 시원한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 중복더위를 이길 만하다. 이럴 때 여러 가지 생각에 젖어들게 된다. 특히 방학은 느낌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방학이 많은 생각과 많은 느낌을 가져다주게 된다. 비록 멀리 여행을 떠나 자연을 즐기지 못하지만 책과 접하게 되면 많은 느낌을 가져준다. 우리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리라!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여유가 있어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접하게 될 텐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접하면서
2007-07-25 15:10학교 옆 강둑에 달맞이꽃이 아침나절 환하게 꽃등을 켜고 있습니다. 흐린 날씨 덕분에 그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어 즐거운 날입니다. 달맞이꽃은 그 이름처럼 저녁 무렵 달이 떠오를 때면 피어나는 야생화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는 아니고 귀화 식물인데 키가 멀대처럼 커서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여름 저녁 무렵에 피는 동그랗고 노오란 꽃은 수줍은 소녀 같아서 참 어여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달맞이꽃은 여리게 안개비가 내린 아침에 보는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금새 시들어버릴 꽃이 안개비에 젖어서 애처롭게 피어 있는 모습은 처연하게 아름다워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유혹에 못 이겨 노란 한 송이 꺾어들면 고운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맑고 청아한 향기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이 피고, 그 꽃마다 꽃내음도 참 다양합니다. 모란은 현란한 색채와 크기에 어울리게 숨이 막힐 듯 짙은 향기로 다가서고, 흰색의 꽃으로 피어 노란꽃으로 지는 금은화꽃은 고운 세모시 한복을 입은 전통 미인처럼 다정하고 따뜻한 향기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저녁 무렵 시골처녀처럼 수줍게 피어나는 분꽃은 여릿여릿 처음 화장한 처녀에게서 나는 분내처럼 묘하게 마음을 당깁니다. 젊은 연인처럼 상쾌
2007-07-25 12:41여름 방학 하루 전 7월 중순.밤 10시가 다 되어 갈 무렵 받은 전화 한 통은 나를 충격으로 빠져 들게 했다. 인사말도 없이 거두절미하고 “선생님, 저 00엄마입니다. 오늘 **엄마로부터 우리 00가 학교에서 고집을 많이 부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엄마인 제게 먼저 해주셨으면 안 될까요? 너무 속이 상해서 전화합니다.” “네? 저는 **엄마를 만나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요? 오늘 00가 고집을 부린 건 사실이에요. 그 동안 그런 적이 많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이제 겨우 1학년이잖아요. 담임으로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일을 엄마인 제가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게 속이 상합니다.” “이상하네요. 내가 아이들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학교에도 엄마들을 오시게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전해졌지요? 20년이 넘은 교직 생활에서 이런 전화를 받기는 처음입니다. 저도 황당합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에 걸려온 전화는 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물론이고 마음이 상해서 속까지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일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가닥을 잡을 수 없는데 전화를 건 엄마는 이야기를 끝낼
2007-07-25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