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기(個人技)’란 것이 유행이다. 아니 유행이 된 지 오래되었다. ‘개인기’는 물론 요즘 사람들의 유머 경향을 반영하는 말이다. 여럿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특기를 발휘하여 좌중의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재주를 개인기라고 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가진 개인기라면 노래 개인기, 춤 개인기, 운동 개인기, 솜씨 개인기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개인기 중에서도 유독 ‘말로써 하는(보여 주는) 개인기’가 관심을 끈다. 내 생각에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개인기 장르는 노래인데, 이 노래 개인기가 기계음으로 연출되는 노래방으로 잠적하면서, ‘말로써 보여주는 개인기’가 등장한 것 같다. 즉, 노래방 노래로서는 개인기다운 면모를 충분히 나눌 수 없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민주화와 더불어 권위주의적 대상을 비틀어 패러디(모방)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말로써 하는 개인기’란 게 무엇인가. 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의 목소리나 화법 특징을 그대로 모방하여 연출하는, 이른바 ‘성대모사(聲帶模寫)’가 주종을 이루는 것이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같은 전직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잘…
2008-11-01 09:001 말이란 그것이 생겨난 맥락(脈絡)이란 것이 한없이 풍부하여 그 맥락의 맛을 온전히 다 살려 쓴다는 것이 여간 오묘한 것이 아니다. 말이 생겨난 맥락도 풍부하지만, 말이 사용되는 구체적인 상황 맥락은 또한 얼마나 다양하고 섬세한가. 맥락이란 소통 이론에서 학문적인 의미로도 사용하지만, 굳이 학문적 검토를 빌리지 않더라도, 말에 감돌고 있는 맥박과 생기를 말의 맥(脈)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돌에는 결이 있고 말에는 맥이 있다. 한 젊은이가 어떤 중요한 과업에 매진하여 천신만고 노력을 하였다. 밤잠을 자지 않고 온갖 애를 써 가며 노력하였다. 무수히 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며 혼자서 노심초사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일이 성공하지 못하게 되었다. 젊은이는 너무도 허탈하였다. 자기의 노력을 하늘이 몰라주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괴로워하다가 옛 스승에게 찾아갔다. “선생님, 저는 이 일을 위해서 저의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했습니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십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하였다. “자네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네. 자네 혼…
2008-10-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