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의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우리의 교육 현장은 절망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마치 더러운 것들은 다 털어 버리고서야 새 천년의 문턱을 넘으라는 하늘의 명령처럼, 교육 현장은 교권이 실추되고 교육이 실종된 아노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교육 위기의 배경으로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들이 다 관련이 있겠지만, 분명 작금의 우리 언론을 비롯한 대중 매체의 무분별하고 경망스러우며 더 나아가 음모론적인 교육 죽이기 행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제 교육계를 중심으로 범국민적으로 학교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는 마당에, 우리의 언론도 그 소중한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교육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한다. 돌아보면, 우리 언론은 과거의 암울했던 억압 통치나 권위주의 시대에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보루로서 교육계, 학계와 함께 앞장서 투쟁해 왔고, 탄압 받는 언론을 지켜내고자 학생과 교사들이 성금과 격려로 위로하며 지새운 공동운명의 역사를 지녔다. 때로 교육이 비틀거릴 때라도, 언론은 국가의 장래를 우선하는 교육 안보적 입장에서 애정어린 충고로 용기를 주었었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우리 교육계는 언론에 대한 기
1999-12-13 00:0012월부터 시행되는 ‘건강증진법개정시행규칙’에 따라 초중고교 및 대학의 학교 건물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미성년자는 물론이고 성인인 대학생과 교사도 흡연구역 이외의 교무실, 강의실, 연구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교장은 금연구역을 따로 지정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교사는 경범죄 처벌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이런 법개정은 비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흡연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조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교사휴게실이 없다. 수 년 전부터 교원 복지를 위해 휴게실 설치되기 시작됐지만 아직 그 실적은 미미하다. 한마디로 흡연을 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여유교실이 없을 때 금연-흡연구역을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 지, 그리고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으려고 교장이 사재로 특별실을 지어야 하는 지 복지부에 묻고 싶다. 최악의 경우 많은 교사들은 경범죄 처벌을 받지 않으려고 학생들이 오가는 운동장, 화장실 한쪽에서 ‘흡연쇼’를 벌이며 구경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
1999-12-06 00:0029대 교총 회장에 김학준 인천대 총장이 당선됐다.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회장이 교육행정은 물론 정·관계를 두루 거친 사람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무너진 교단을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으며 교사로서 몇 가지 당부하고 싶다. 우선 교원이 개혁의 주체로 교육개혁을 주도하게 하고 교직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정부의 교육개혁은 교원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실패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교단을 흔들고 있는 교원 연금, 퇴직수당, 정년 환원 문제 등을 해결해 교사들이 안정을 찾도록 해 주길 바란다. 둘째로 전교조, 한교조가 이미 합법화된 이상 교총도 노조와 대립하기 보다 교원의 권익신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특히 교육부와의 교섭 등 쟁점사항에 대해 의견을 좁혀서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책에 반영하도록 해야한다. 교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 교사들이 2세 교육과 민주시민 육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과거 교총 회장들은 장관이나 정치권으로 진입한 인사들이 많았는데 교원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실망과 함께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회장 임기 3년 동안 정치권의 외풍으로부터
1999-12-06 00:00실업계 고교생들은 산업교육진흥법에 의해 대부분 3학년 2학기에 1∼6개월간 전공 관련 산업체나 유관기관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기를 기초로 산업체에서 실무를 체험하고 현장 적응력을 갖추게 하는 제도로서 진로 탐색과 취업정보 습득에 매우 유익하다. 하지만 수 십 년 전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와 지금의 산업현장 구조는 너무나 다르다. 하루가 다른 지식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고의 교육과정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또 학생들도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가지면서 단순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도 교육당국은 별다른 대안 없이 연례행사처럼 현장실습 지도 지침만을 시달하고 있다. 일례로 현장실습생 순회지도비를 2학급 기준(80명)으로 고작 6만원만 배정하면서 ‘지도 철저’를 강조하는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뒀으면 한다. 지금도 수많은 학생이 산업현장에 파견돼 실습을 하고 있지만 근로여건은 기대 이하이고 산학교육보다는 노동력 제공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형편이다. 현장실습이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실시되려면 교사와 산업체 실무자간에 긴밀한 협의와 연계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1999-12-06 00:00사설학원이나 선교원까지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분명 유아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게 뻔하다. 이런 발상은 단기간에 취원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질 저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 9월20일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있었던 유아교육 관련 법안 설명회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분화 돼 온 유아교육을 일원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수고가 보였던 자리였다. 100여 년 동안 발전해 온 유아교육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진흥법, 사립학교법에 관련 규정이 흩어지고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등에 유아교육 관련 내용이 일부 언급 또는 규정돼 온 실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기초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유아교육법을 독립법으로 재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유아교육법안을 자세히 읽다보면 몇 가지 조항이 오히려 유아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먼저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꿈에 따라 유치원 뿐만 아니라 국공립 보육시설과 민간보육시설, 기타 학원, 선교원의 일부도 유아학교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보육시설이 유아학교 체제로 들어오는 것은 유아발달 수준 및 특성상 ‘교육과 보호’라는 종합서비스로
1999-12-06 00:00지난달 26일자 중앙일보 사설 ‘교원정년 또 흔드나’ 제하의 글을 읽고 몇 가지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교실이 붕괴됐다는 말은 꼭 교사만이 아닌 이 나라의 식자들이 함께 입을 모아 하는 말이고 그 대책 또한 사람마다 계층마다 각각의 목소리를 내니 뭐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유독 그 과제를 직접 어깨에 짊어진 교사들의 의견이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제 몫 챙기기로만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지금의 교육현장이 비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근본부터 치유시켜야 한다는 것을 ‘흔든다’고 하는지 안타깝다. 사설에서는 ‘정년단축의 시대적 요청은 당위성을 띤 것’이라며 정년환원을 주장하는 배경은 교육현장의 황폐화, 명퇴자의 급증에 따른 교원연금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 일시적 진통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정년단축의 시대적 요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다. 젊은 교사를 더 충원하겠다는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정년단축은 결국 단순 경제논리에 의해 강행됐다는 사실이 자명해지고, 그 결과 교육의 질이 전혀 높아지지도 않았으며 명퇴자의 급증으로 연금이 흔들려 추가 명퇴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초래됐는데 어찌 일시적인 진통으로만 치부할
1999-12-06 00:00어느 날인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내게 웃으며 한 권의 책자를 보여줬다. 책자를 받아든 나는 무심결에 겉장을 넘겨보았다. ‘새천년을 맞이하여 신장초등교 어린이 모두가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훌륭한 어린이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의 생일을 맞이해 우리 신장초등교 교직원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 조그만 선물을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아 차’ 직장 일에 바쁘다보니 나는 아이의 생일마저 깜박 했던 것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학교에 대한 고마움으로 나는 책자를 자세히 보았다. ‘새 천년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 책자는 ‘나는 누구일까’‘새 천년 나의 꿈은’ 등으로 재미있게 짜여져 있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신장초등교는 전교생이 1700명이나 되는 큰 학교다. 그런데 이 중 많은 학생들이 가정형편과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자신의 생일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는 이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생일선물도 이 같은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한다. 이외에도 ‘꿈 만남의 장’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이는 전교생이 정해진 날짜에 모두가 이룬 꿈을 품고 함께 만나는 일이라 한
1999-12-06 00:00지난 23일 교총이 주최한 "학교바로세우기 실천 전국교육자 결의대회"에 김대중대통령이 참석하여 그 동안 교육계가 겪고있는 고통과 갈등에 대해 위로를 표명했다. 또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 나갈 몇 가지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 구체적인 방침을 보면, 우선 교원들의 연금에 관해 기득권을 인정하겠다는 점과 교원처우에 관해서도 교직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그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율연수체제의 확립, 교과교육연구 활성화, 교사직무에 대한 기준 정립, 수석교사제 도입, 교원 임용제도 개선 등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교육재정 확보와 관련해 교육세의 조치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교육개혁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또 앞으로의 교육예산 증가율은 국가 예산 증가를 보다 최소 2∼3% 포인트 이상 증가시키는 것과 이와는 별도로 세계잉여금의 일정률을 교육예산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방침 표명에 따라 이미 교육부는 연금제도, 처우개선, 근무환경개선, 전문성향상 및 교육재원 확보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여전히 미흡하기는 하나 침
1999-12-06 00:00요즘 '교실붕괴'현상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실붕괴 현상은 비단 일반 학교와 실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16개 과학고에서도 기이한 교실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과학고는 한 중학교에서 몇 명 안 되는 수재들만이 갈 수 있는 수준 높은 학교이다. 이 학교의 취지는 전문 과학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여 우리 나라의 과학발전에 기여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지금 과학고에서는 값비싼 과학 기자재를 썩혀두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입시 교육 때문이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전문과학 교육은 뒷전이고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에 잠겨 있다. 당연히 수업은 입시 위주의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아마도 학교를 입시전문교육 기관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 바로 내신성적이다. 수재들만 모인 학교이다 보니 당연히 내신성적이 좋을 리가 없다. 웬만큼 잘해서는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어렵고 조금만 방심하면 영락없이 석차가 추락한다. 과학고에서는 친구고 뭐고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쟁자가 된다.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리도 없고 과학고의 교실은 살벌하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자퇴생이 많
1999-12-06 00:00지난 수능고사 듣기평가에서 약간의 소동이 일어나 수험생이나 감독교사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선 교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교육당국도 한 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기계는 언제든지 말썽을 피울 소지가 있는데도 그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험 감독을 한 교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험 감독에 따른 주의사항을 한 시간이 넘도록 사전에 교육을 받았으나 듣기 평가에서 돌발사태시 대비책은 전혀 없었다. 수십쪽 분량의 인쇄물에 시험감독 요령이 상세히 설명돼 있었지만 응급상황 발생으로 듣기평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때의 대처요령에 대해 단 한 문장의 기술도 업삳는 것은 듣기평가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것 밖에 안된다. 항공기 이착륙까지 금지하면서 정작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비책은 왜 세우지 못했는지 교육당국에 묻고 싶다. 시험 감독 교사로 위촉된 교사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다리가 퉁퉁 붓도록 고통에 시달리면서 결국 돌아오는 것이 책임 문제라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999-12-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