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2022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날입니다. 추운 겨울날, 엄마 손 잡고 수험생 수송 경찰차를 우연히 얻어타고 대입학력고사 시험을 치러 가던 날이 어느새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실인가 봅니다. 당시 4남매 키우시느라 넉넉하지만은 않은 살림에도 학창 시절 고생하지 말고 공부에만 매진하라고 물심양면으로 자식들 뒷바라지해주셨던 때가 있었는데 그 딸이 이젠 고3 수험생을 둔 부모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월은 유수와 같습니다. 4남매 중 아빠를 유난히도 많이 닮았던 딸이 유일하게 아빠의 뒤를 이어 교직의 길로 들어선 지도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아빠가 선생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친구들의 부러움 대상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나의 은사님이자 교직 인생의 선배님으로 오늘의 나를 만드신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당신의 사랑하는 큰딸이 자신처럼 중등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셨던 소망이 이루어진 이후로도 강산이 벌써 두 번이나 변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닮은 딸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주변에 자랑을 그렇게 하셨습니다. 한때는 그런 아버지…
2022-12-01 16:3023일, 생활지도법 관련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됐다. △학교장이나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하고 법령 및 학칙에 따라 학생 지도 가능 △학생에 대해 교직원 및 여타 학생 인권침해 행위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해 법제화하고, 이를 근거로 법령 및 학칙에 학생을 지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아가 학생에게 다른 교직원과 학생의 인권침해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지난 6월 한국교총이 ‘생활지도법 마련 등 7대 교육 현안 해결 촉구 전국 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한 지 약 5개월 만이며,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 발의 3개월 만이다. 학습권·교권 지키는 근거 마련 환영 개정안에서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 법적 근거 마련과 여타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침해 금지 조항 신설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문제행동 학생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부정되고,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등 교직 사회의 어려움은 매우 컸다. 이달 17일 울산의 중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이 담임교사에게 발길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쉬는 시간에 교사가 ‘화장이 너무 짙다’고 나무라자 학생은 교사를 네 차례나 걷어찼고,…
2022-11-28 09:10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은 매뉴얼 중심의 안전교육에서 학생 자기주도적 안전교육으로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체험 중심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신기술인 메타버스, AR, VR 등을 활용한 온라인 안전체험관 구축, 사이버 안전 콘텐츠 개발 등 미래교육을 반영한 요소가 추가됐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은 1차 기본계획에서부터 강조됐다. 교육부는 다양한 형태의 안전체험시설을 확충했고,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안전체험 교육, AR/VR을 활용한 안전교육 콘텐츠 등을 개발·보급했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됐고 학교 안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험 중심 안전교육 중요해 그렇다면 체험 중심 안전교육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종합 안전체험관 체험이나 안전체험차량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예약이 힘들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학교 내부 유휴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진 안전체험교실을 활용하면 지속적, 반복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전국에는 현재 64개의 안전체험교실이 있지만 학교 담당자가 열심히 운영한다 하더라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따라서 안전체험교실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대부분 학
2022-11-28 09:10교육을 뜻하는 영어 Education의 어원은‘E는 밖으로, duce + ate는 이끌다’라고 한다. 즉, 인간 안에 존재하는 잠재능력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밖으로 끌어내는’것과는 정반대로‘뇌 속에 주입하는’ 것이 현실이다.‘주입하는’교육에서‘끌어내는’교육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잠재능력 끌어내는 손길 귀한 골동품과 예술품이 거래되는 경매장에 아주 낡고 보잘것없는 바이올린 하나가 경매에 부쳐졌다. 볼품없는 모습에 다들 심드렁했고 사람들은 가장 싼값에 그 바이올린을 사려고 했다. 값은 조금씩 올라갔지만 3달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경매를 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한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노인은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보물을 다루듯 바이올린 구석구석에 있는 먼지를 털고 닦았고 현들을 조여 음을 맞추더니 사람들을 향해 연주를 시작했다. 낡은 악기로부터 흘러나온 절묘한 선율은 청중을 황홀하게 매혹시켰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끝났을 때 감동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고 경매는 활기를 띠었다. 사람들은 진지하게 경매에 임했고 결국 3000달러에 낙찰됐다. 바이올린은 전과 다름없이 낡은 악기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는 보물과 같
2022-11-28 09:10대학에서의 4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불비례이다. 한문 투의 문체에 대해 배우던 중 나온 그 단어를 소재로 교수님께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교수님께서 당신의 교수님께 편지를 올릴 때면 항상 마지막에 쓰곤 한다는 불비례, 예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의미이다. 예를 갖추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주신 사랑에 비해 예가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스승님께는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지도 모른다. 교직에 나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숨 쉬다 보니 부끄러움이 커져만 간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 때 느껴지는 감사함이 함께한다. 나에게는 예를 갖출 수 없는 선생님이 계신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에 공놀이하다가 늦게 들어와 움츠려 있는 아이들에게 호통 대신 "앉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갑갑했을까"라는 말과 함께 등을 두드려주시곤 했다. 선도부 선배들이 두발 검사를 하는 시간에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들어와 선배들을 물리시며 우리에게 찡긋 신호를 보내셨다. 제주도로 떠난 수학 여행에서는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을 열창해 모두를 놀라게 하셨다.…
2022-11-24 14:37“저는 아직 촉법(소년)이라서 처벌 안 받아요.” “촉법 기간 지나려면 아직 6개월 남았어요. 그때까지는 좀 놀아야죠~ “촉법 기간 지나면 사고 안 칠 거예요. 걱정 마세요~.” 각 학교를 대표하는 소위 사고 치는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본인의 나이가 촉법인지 아닌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니까 괜찮다’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대놓고 조롱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한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를 뜻한다.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을 받지만 가장 무거운 처분(10호)을 받아도 2년간 소년원에 다녀올 뿐이며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의 규정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3만 5390명 가운데 만 13세가 2만 2202명(62.7%)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촉법소년 또한 6282명→6014명→7081명→7535명→847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2-11-24 14:32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이하 학비연대)가복리후생 수당 인상,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오는 2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학교현장은 올해도 또 파업이냐고 한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정상적인 교육을 이어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교육공무직은 현재 학교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공무직의 직종만 해도 50여 종이 넘고, 인원도 17만여 명에 달한다. 학교가 담당하는 사회복지적 기능이 늘면서 교육공무직은 학교에서 필수적인 구성원이 됐다. 교육공무직은 시‧도교육청 단위로 교육공무직 채용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법적 신분이 규정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파업 등 쟁의행위의 상대방도 교육감이다. 그러나 교육청과의 교섭 난항에 따른 파업의 효력은 교육청이 아닌 학교에 작용하며, 파업의 피해는 학교구성원, 특히 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 피해 입는 교육공무직 파업 이 같은 문제로 인해 교육공무직의 파업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파업 시 교육공무직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사태를 해결해왔다. 그러다 보니 파업은
2022-11-21 09:10매년, 전국 교원들의 땀과 열정으로 실천된 교육과정 연구보고서가 다양한 대회를 통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연구대회는 학교 교육의 최전선에서 구현되는 수업 실천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출되기에,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교육과정의 현장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 저경력 교사에겐 전문성 있는 선배 교사의 조언으로, 각자의 고민으로 고군분투하는 교사에겐 든든한 동료 교사의 경험으로서 공감을 얻으며, 직접적으로 적용될 사례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소중한 결과물들이 교육 현장에 보급, 활용되어 교실 수업 실천사례 확산에 기여하기보다는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공동 성장의 교직문화 확산 계기 이제, 보물 같은 연구대회 결과물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된 세상에서, 보고서와 같은 자료의 보급은 문제도 아니다. 현장 교사들이 연구 결과 보고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연구자 및 연구 결과 보고서의 현장 연수 활용 방안 등 급변하는 학교 현장과 교직 문화를 고려한 실질적인 활용 방법을 구안해야 할 것이다. 2022년 제
2022-11-21 09:10멕시코의 한 고등학교 이야기다. 어느 날 성공한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해 학창 시절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는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 받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내 과목 중에서 무엇이 그렇게 좋았지?”라고 묻자, “복도를 지나고 있는 저를 부른 뒤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풀린 제 신발 끈을 대신 묶어 주셨습니다. 이 모습에 감동 받아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지금껏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얼마나 뜻밖인가? 이는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한 학생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며 그의 인성과 행동의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말한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 필요 교사가 교육적 소신을 유지하고 차이를 만들려면 주체성을 갖고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교사 본연의 길을 가려는 사람을 폄하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노력을 가치 없는 것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가 어렵다. 심지어 교사는 매일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절벽 끝에 서 있다. 하지만…
2022-11-21 09:10구본준 지음|서해문집 펴냄 어쩌다 강연을 하면 그 지역에 관한 공부를 미리 하고 간다. 그 동네의 유명 인사라든가 문화유적, 심지어 그 동네 출신 유명 유튜버도 찾아본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그 동네 이야기만큼 어색함을 해소해줄 이야깃거리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왔는데 이번만큼은 동네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읽었기 때문이다. 구본준 선생은 한겨레신문 건축 전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건축 에세이를 펴낸 분이다. 건축 이야기 분야의 유홍준 선생이랄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건축 이야기를 구수하고 정감있게 알려준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은 국내외 사연이 많은 건축물을 희로애락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그런데 이진아기념도서관을 희(喜) 즉, 기쁨의 건물로 소개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이진아 기념도서관이 어떤 건축물인가? 평생 일밖에 모르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딸이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슬픔을 기념한 도서관이다. 오래전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현자에게 한 아버지가 찾아와 가족을 위한 글귀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현자가 마침
2022-11-17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