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아이들의 무분별한 교무실 출입에 스트레스 받는다 월요일 점심시간. 식사를 하고 난 뒤 교무실로 돌아오자 우리 반 아이들 여러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담임인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잊은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커 교무실 전체가 소란하기까지 했다. 교무실은 대부분의 선생님이 식사하러 가고 몇 분의 선생님만 휴식을 취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순간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들, 교무실이 너희들의 놀이터냐?” 그제야 아이들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한 아이를 부축하고 있던 아이가 말을 했다. “선생님, 〇〇가 많이 아파 병원에 보내야겠는데요.” “그런데 나머지 아이들은 무슨 볼일 때문에?” 내 질문에 누구 하나 대답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짐작하건대 나머지 아이들은 특별한 볼일 없이 그냥 따라온 듯했다. 어이가 없어 재차 아이들을 꾸짖으며 교무실 금지령을 내렸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시는 교무실에 내려오는 일이 없도록 해. 알았어?” 아이들은 교무실에 그냥 따라온 것에 후회스러운 듯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 아이를 줄줄이…
2010-04-15 09:44요즘 학교장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비리를 시작으로 교육계의 비리가 연달아 보도되니교육계가 마치 부정한 집단의 소굴인 양 국민에게 비춰지고 있다. 당연히 교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교육계의 잘못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인사 청탁에 뇌물이 오갔다면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학연, 지연에 뇌물고리 상납까지 이어졌으니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만 하다.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교장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극히 일부가 거기에 해당할 뿐이다. 부정 부패의 일부분을 언론에서 크게 다루다보니 마치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인 듯 비쳐지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축재자처럼 취급을 받아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교과부는 교육비리의 대책으로 교장공모제를 이번 2학기부터 50% 이상 실시하고 경쟁률을 10대1 이상으로 만든다고 한다.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그 영향일까? 지금 교장 연수를 받고 있는 교감들은 사기가 꺾여 연수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침체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수원 인근지역의 초등학교 여교장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전문직에도 있었고 학교 운영을…
2010-04-15 09:40계절제 대학원 수업을 하며 과거 한 번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던 도자기와 염색 공예에 대해 실습을 통해 좋은 작품까지 만들고 전시하는 귀한 경험을 얻었으며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등 각지의 젊은 교사들과의 생활은 새로운 삶의 가치와 재충전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품제작 수업 중에는 점심시간도 채 되기 전에찾아오셔서 어디서 뭘 먹을지 걱정하시는 지도교수님이 계셨는데한번은 그분을 찾아 학교까지 갔다가 논문지도 약속날짜 깜빡하시고 서울에 계시어 대신 다른 분께 지도받던 일, 자정을 넘기도록 이어지는 작품 완성의 몰아지경, 시간을 쪼개어 양말과 내의를 세탁해 창가에 말리던 일, 강사와 수강생이 교대로 졸던 세미나 시간, 남들이 자는 한밤중에 ‘파닥’ 치킨과 함께 회포를 풀던 일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다. 수업시간에는변함없이끝까지 충실했지만 영어시험도 전공시험도 내겐 힘겨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금요일 고속도로에서 한번은 정상운행중인 우리 차량 옆을 ‘끼익!’하며 난데없이 처박은 겁 없는 처녀들이 있었다. 무면헌지 졸았는지 사고차를 살피는 순간 우리 뒤에는 대형 트럭이 삼킬 듯이 버티고 있다. 만약 가운데 압축되었더라면 뼈도 못 추릴 뻔했다. 교과서에
2010-04-12 17:30새천년이라고 야단법석을 떨던 2000년 나는 20년간의 고교교사 생활을 접고 집 부근 J중학교에 새 보금자리를 잡았다. 중학교는 업무도 수업도 많다지만 끝에서 끝으로 반복되는 출퇴근이 싫어 선택했었다. 남들이 승진을 위해 일찍 방향을 틀던 중학교에 늦은 안착이었다. 학교에서 권하는 대로 환경부장을 맡았고 그 해 깨끗한 화장실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른숲선도원’이란 교내 봉사단을 만들어 청결한 학교환경에 힘썼다. 매일 학생을 모으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고 구석구석 눈과 잔손이 가지 않은 곳의 청소는 체질에 맞지 않은 것 같았다. 새벽에 수학여행단이 10여대 관광버스로 떠난 후 등교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혼자 온 운동장 전체를 돌며 청소한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할 일이다. 떠나기 전 인솔교사가 학생들 스스로 줍고 가도록 지시만 했더라면 바로 해결될 일이었는데…. 20년 만에 중학생을 대하니 귀엽기 짝이 없고 행동 하나하나가 재롱스럽기 그지 없었다. 복도에서 서로 엉켜 뒹구는 일은 다반사였고 고교에서는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학생이 입안을 빨갛게 물들여 자랑스레 벌리고 다닌다. 다쳤나 이상해서 한 번 더 보려 해도 도망가더니 바로 그
2010-04-12 17:27“입고 갈 봄 옷이 없네.” 출근을 서두르던 초등 교사인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거울 앞에서 슬쩍 푸념을 던졌다.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다. 설레는 봄 날씨처럼 처음 만나 대화할 많은 학부모들에게 첫 인상을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의 세련된 패션 감각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진정 열심히 학급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이번 달 월급 타면 봄 옷 한 벌 사주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교육 비리’라는 거대한 사건(?)과 관계없이 2010년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학부모 총회를 시작으로 이렇게 또다시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벌써 학부모 공개 수업을 실시한 부지런한 학교 소식도 들린다. 왠지 올해부턴 학부모 총회뿐만 아니라 학부모 공개 수업이나 동료 교사들 간의 수업 공개도 ‘교원능력개발평가’와 맞물려 색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하다. 학교 관리자들의 의욕에 찬 인사말도 그렇고 교사들의 학급경영안내 유인물도 한층 정성이 담겨 있다. 수업 준비에도 전보다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그렇다고 과연 이런 것들이 교원평가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일까? 오히려 많은 동료교사들은…
2010-04-08 23:47토요일 오후, 올해 졸업한 한 제자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에서 제자는 대학 적응이 힘들다며 상담을 해 달라고 했다. 대학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제자의 고민이 조금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으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제자와의 시간을 정했다. 점심을 먹고 교무실로 돌아오자 낯익은 얼굴이 책상 옆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제자였다. 지난 2월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제자이기에 그 반가움은 더욱 컸다.머리 스타일만 조금 달라졌을 뿐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다. 그런데 얼굴은 고민을 많이 한 탓인지 조금 수척해져 보였다. 순간, 문득 학과선택 때문에 부모님과 많은 갈등을 겪었던 작년 2학기 때의 일이 떠올려졌다. 본인은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기를 원했던 반면 부모님은 아이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간호과를 고집하여 적지 않은 승강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은 절대로 보낼 수 없다는 부모의 완강한 고집으로 그 아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국 지방의 한 간호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사실 부모님은 내게 아이의 학과선택에 대해 여러 번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아이의 적성이 무엇보다…
2010-04-07 09:02한밤중 중학교 교정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있다. 각 교실 형광등도 모두 켜져 있다. 운동장엔 자가용 수 십대가 주차되어 있다. 도대체 중학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바로 학부모총회다. 해마다 오후 2시쯤 열리던 총회가 저녁 6시로 바꿨다. 직장을 갖고 있거나 맞벌이 부부 학부모 총회 참석을 위해서다.바로 학부모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수요자를 고려한 것이다. 각 담임들도 각 교실에서 상담을 위해 대기 상태다.반별로 담임 소개자료를 비롯해 교육방침, 학급 연간운영 계획, 학력 향상 방안 등도 들어가 있다.제법 분량이 두툼하다. 올해 들어 학교가 눈에 보이게 바뀌고 있다. 학교가 학부모를 의식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존재가치를 비로소 중히 여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학부모총회 자료도 작년 10 페이지에서 올해 20 페이지로 2배가 늘었다. 학교장 학교경영 철학과 경영방침도 들어가 있다. 담당부장교사는 학교소개 자료를 ppt로 만들어 보고 한다. 학부모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유인물과 함께 시각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ppt로 작성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10여전 전만해도 학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교육청의 장학지도였다. 그러던 것이 학교평가로
2010-04-06 13:33새 학기.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자료 때문에 담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이에 모든 담임은 각 부서에서 요구한 제출일자를 지키기 위해 야근까지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중한 업무로 진작 이루어져야 할 아이들과의 상담이 늦어지고 있었다. 담임 경험이 많은 교사의 경우, 일정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나마 감지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담임 경험이 없는 교사의 경우, 모든 일이 익숙하지 않아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담임을 하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새로 맡게 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담임인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등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다가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야자타임’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야자타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이들의 지나친 언사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화를 낸다면 ‘야자타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자타임 날짜와 시간을
2010-04-02 23:15여고에서의 생활은 여학생들이 자신의 내신 성적을 걱정해 미술이나 음악 시간에도 꼼꼼히 준비하고 시간 중에 열심히 노력하므로 지도교사의 신경을 크게 거슬리게 하지 않는 점이 좋았는데, 1996년 다시 실업계고교에 발령받아 내 교직생활에서 가장 험난한 4년을 보내게 된다. 첫해 신학기 시작 전부터 조짐이 왔다. 야간부 수업까지 맡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2시간, 그 외 산업계특별학급 1시간 총 시수 19시간이란 것. 이미 단단한 각오가 돼 있고 다른 방도가 없기에 그렇게 맡겠다고 약속했는데이틀 정도지나 2부 교무부장이 불러 가보니 2시간 잘못 계산한 점 양해를 구한다며 총 21시간이라고 통보했다.착각할 게 있지 머리끝까지 치솟는 원망을 억누르고 매주 2시간 늘어나는 수업은 맡을 수 없다고 버틴 결과, 합반 강행 총 19시간으로 조정했지만 퇴근시간에 남아 가르치거나 한 교실에 남학생 100여명을 앉혀놓고 입시강의도 아닌 실기수업 합반이라니. 수업이 끝날 무렵 오는 학생, 붓 한 자루 없이 오는 학생, 허점 보이면 대항하는 학생, 쉬는 시간 잠시 눈 돌리면 폭행사고 내는 학생들을 일일이 따지고 갋으며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후배교사가 겸무로 온 덕분에…
2010-04-02 17:21언제는 학교의 교장 자리가 중요하지 않았을까마는 최근 들어 교육혁신의 핵심기제로서 단위 학교 경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강조되는 한편으로 학교장의 권한과 역할 그리고 그 선발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됨으로써 교장 직이 새삼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학교의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교장의 자리. 어찌 보면 학교경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자리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 경영능력 따라 학교 교육 전체가 죽고 사는, 참으로 막중한 역할이 교장에게 주어져 있다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토록 중요한 교장자리이건만 세간에 비쳐진 학교장의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언론보도에서 보다시피 그 자리를 둘러싸고 빚어진 교육계 내부의 구조적 인사비리라든지, 일부 학교에서 드러난 직권의 남용과 부패사례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교원, 특히 교장들의 사기가 떨어짐은 물론 교육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단 현실에 비추어 보건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장은 개인적…
2010-04-02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