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꽃 같은 시기를 지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학교에 숨은 위협요인은 없는지 쉼 없이 찾고 또 개선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교 화재 긴급지원 현장에서 만났던 A 교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안전원 덕분에 학교도 아이들도 모두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본인의 마음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혹시나 다시 불이 나면 저는… 저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쩌죠?”라는 울음 섞인 고백에 머리가 울렸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그 마음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복구되지 못한 마음 A 교사와의 통화는 상당한 충격을 남겼다. 재난 후 빠르게 복구돼야 할 것은 비단 시설뿐만이 아니었다. 이로 필자는 ‘재난 트라우마’라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재난 상황이 계속해서 떠올라 일상이나 수면에 어려움을 겪거나, 예민해지며 이유 모를 짜증이나 화도 경험하는 복합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후유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에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방해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좌시할…
2021-08-19 09:33영국 작가 ‘앤서니 브러운’의 동화 한나와 고릴라에는 일 중독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과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일 때문에 계속 핑계를 대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동화 속의 이야기지만 현실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일 때문에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혹은 ‘공개수업 끝나면’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가족과 보낼 시간을 하루 이틀 미룬다. 그러다 보면 선생님도 동화 속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일 중독 넌 누구냐? 일 중독이란 ‘생활의 양식이어야 할 직업에 사생활을 많이 희생해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 중독자는 자신의 가치를 일이나 성과를 통해 찾으려 하고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 ‘마스킹효과’처럼 일에 대한 욕구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주변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도 잘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일 중독자는 일하는 것 자체가 나를 치료해주는 보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페터 베르거’에 따르면 일 중독자와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루어
2021-08-12 17:38교육 당국을 중심으로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의 언택트 수업을 위시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또 이런 변화를 견인할 교원양성을 위한 교원양성체제의 개편 등이 현안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의 역할 더욱 중요해져 필자는 오랫동안 수석교사로 근무하면서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에 익숙해 있어서인지, 이러한 논의가 전혀 생소하지 않다. 미래 교육에 대한 고민은 수석교사 모임이나 연수회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됐던 이야기이고, 우리 교육 현장에 닥칠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비해서 수석교사 활성화를 무수히 건의해오고 있었던 터이다. 미래 교육을 위한 제도의 수립과 실행을 위해서는 필요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행조건 중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적자원이다. 다시 말하면 이 과제를 추동할 역량 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연수와 연찬이 필요하다. 이들의 연수와 연찬을 지원하고 과제수행을 이끌어 줄 수석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도록 수석교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2021-08-12 17:32누구나 세상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자신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규칙과 믿음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빙산 믿음’이라고 한다. 고정 관념과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뿌리 깊은 믿음이어서 거대한 빙산처럼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빙산 믿음은 대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빙산 믿음은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와 일치하게 행동하도록 이끌어준다. ‘정직해야 한다’라는 빙산 믿음을 가진 사람은 매사에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빙산 믿음은 주로 일상적인 사건에 더 자주 적용되는 일반적인 전제이다. 삶의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은 위험하다", "나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여자는 착하고 다정해야 한다", "남자는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등이 빙산 믿음의 예들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빙산 믿음을 갖고 있는데, 그 믿음은 대체로 세 범주 중 하나에 해당한다. 바로 성취, 인정, 통제이다. 당신은 어떤 빙산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패는 약하다는 증거이다", "나는 결
2021-08-09 17:59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는 일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유명 학군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학년이나 학기가 바뀔 때 전입생이 한꺼번에 몰려서 전입 담당 교사의 업무가 폭증하곤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친하게 지내던 선배 선생님들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하나둘씩 이사하는 모습을 봤다. 먼저 이사 간 선생님들이 우수한 학군과 학원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전학을 권하자, 마음이 심하게 동요했다. 그런 동네로 이사를 하면 아이가 면학 분위기에 젖어서 더 열심히 공부할 것 같고 고입과 대입 등 아이의 진로가 근사하게 풀릴 것 같은, 막연한 희망과 환상이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 잡으면서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게 이사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친한 선생님의 자녀가 전학 가서 성공적으로 잘 지낸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반드시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성공은커녕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다. 웬만큼…
2021-08-05 10:202015 개정 교육과정이 모든 학년에 적용된 시기는 불과 2년 전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또 바꾼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매년 바뀌는 것이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이다. 학교 현장은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로 인해 눈코 뜰 새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분명 아니다. 국민 합의 지향과 거리 멀어 이번 교육과정의 개정 주체는 교육부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가교육회의에서도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국가교육회의는 대국민 설문조사와 함께 온라인 토론 공간을 운영 중이고, 각종 토론회와 국민 참여 숙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 역시 국가교육회의 토론 과정에서 토론자로 참여했고, 숙의 과정에도 함께 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실망과 걱정만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내용, 교수-학습 방법, 평가에 이르는 교육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교육과정을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춘다는 지향점에는 공감한다. 또한 그동안의 교육과정이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연구자와 기관의 주도로 이뤄져 현장과 괴리가 컸던 것 역시 사실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과정 개정에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는 토대를 마
2021-08-05 10:17지난해 국가교육회의 집중 숙의로부터 시작된 미래 교원양성체제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국민과 함께 미래 교원을 그리다’라는 주제의 국민 토론회를 통해 공감대 얻고자 하고 있다. 교원양성은 실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교사를 길러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부, 교육연구기관이나 교원양성 대학에 의해 만들어져 현장과 괴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속도와 방향 전환 모두 필요 시대 변화에 따라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교원양성 교육과정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자기 주도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유행처럼 자주 바뀌어서도 안 된다. 학생들을 올바른 성장으로 이끄는 교과 전문성과 학생의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근본을 둬야 한다. 교사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면 학생들 앞에 선다. 교육전문가로서 실수 없이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기에 교원양성 교육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이론 중심으로 편성돼 실재적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답은 학교 현장에 있다. 현장 교사가 교원 양성기관과 연계해 교육과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교사나 수석교사
2021-07-29 18:33“선생님, 우리 학교는 1년 동안 담임 선생님이 두 번이나 바뀌셨는데, 학교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죠?” “담임 선생님이 아프셨나요?” “병가를 쓰신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바뀌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정말 학교가 너무 한 것 같아요.” 학부모 원격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 어느 학부모님의 말씀에 말문이 콱 막혔어요. 학부모 처지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바뀌는 게 좋지 않지요. 1년 동안 아이를 맡아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바뀐다면 아이도 적응하기 위해서 힘이 들 테니까요. 종종 강연하다 보면 주제가 학교폭력이든, 아이의 공부법이든, 아니면 아이와의 관계 맺기이든, 질의 응답시간에는 학교와 관련해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려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누군가에게 토로하면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일 거예요. 질문을 주신 분의 상황을 자세하게 들어보니 담임 선생님이 불쌍하더군요. 담임을 맡으셨고, 학기 중에 수술하셔야 해서 입원을 하시고 병가를 쓰셨는데 민원을 받으면서 마음고생까지 하시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선생님도 학부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예요. 두 입장 간의 대립. 그래서 두 입장 모두 답답하고 속상할 때, 우리는 어떻게…
2021-07-15 18:41어릴 때부터 사회변화에 따라 대학구조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대 신입생으로 입학한 순간부터 비대위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MOU와 관련된 내용은 상상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었다. 졸속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이번 MOU 체결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적합성 논의 건너뛴 기만 행위 부산교대 재학생들이 모두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면한 사회적 문제 상황에 따라, 교육대학 체제 개편에 동의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재와 같이 계속 교원 수급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교원 양성 대학의 정원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사안임을 인지하는 학우들도 있다. 그러나 MOU 체결 과정에 있어 우리 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반대 이유는 단순히 MOU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목소리를 내었던 부분은 ‘소통’이었다. 4월 19일 MOU 체결식 예정일, 오세복 총장은 시위로 인해 당일 행사 일정을 연기했고, 시위 해산 후 공지 없이 당일 오후 부산대 총장과 서면으로 MOU를 체결했다. 학교 측에서는 부산교대-부산대의 통합 MOU는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통합을 하는
2021-07-15 18:36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선택해야 하는가? 특히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당장 어떤 일부터 해야 할 것인가’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직업교육의 인재를 양성하는 중등 교육기관으로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직업교육의 환경 변화에 맞춰 교육과 산업현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선취업·후진학이라는 정부 정책에 의거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 봉착한 직업계고 그러나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업계고의 수요자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언택트(untact)를 기반으로 한 원격 수업을 진행해 진로·진학 지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업계고 역시 현장실습 파견은 위기에 봉착해 있고 교내 실습실 활용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 ‘신(新) 고졸 시대’를 열어갈 방안은 무엇일까. 하나는 학제의 유연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저소비, 높은 실업률
2021-07-15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