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2층 교무실 옆 연구실. 여기는 점심시간 식당으로 활용되고매주 부장회의가 열리기도 한다.이 곳에 있는 자율배식대. 급식업체 전문 용어로는 보온 배식대다.평상 시 이게 보기 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 우리학교 교무혁신부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특별실 리모델링 업체에 부탁해서 탁자로 바꾸자는 것이다. 방법은 가구 재료로 뚜껑을 씌우는 것이다. 그리하면 교탁이 된다.교직원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일석이조가 되는 것이다. 며칠이 지났다. 탁자 위에 탁자보가 씌워져 있다. 미관상 보기에도 좋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이렇게 계속 변신을 하고 있다.다만 전제 조건으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그 뿐 아니다. 2층 교무실 복도 첫인상이 어두컴컴하다.교무실 유리창은 교무실 가구의 뒷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보기 흉하다. 어떻게 할까? 교무부장은 미술 전공답게 여기에 예술을 접목시킨다. 인근 공방 예술가의 협조를 받아 도자 작품을 게시하고 그 옆에는 우리 학교 꽃꽂이 강사의 작품을 전시하니 예술 공간이 된다. 조명을 넣으니 분위기가 살아 난다. 교장이 미처 생각히지 못한 것을 부장교사가 아이디어
2012-03-21 09:26시험기간이 다가왔다. 선생M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교과서부터 펼친다. 현재의 진도상황과 앞으로 남은 수업, 다른 반과의 차이를 생각해 시험범위를 표시한다. 내일이면 아이들의 교과서에도 똑같은 표시가 그어질 것이다. 그리고, 시험문제를 만들기 위해 긴 한숨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1. 다음 중 ... ... ? (4.5점) 수업 중에 강조한 내용으로 문제를 만들기 시작한다. "옳은 것은?, 틀린 것은?, 옳지 않은 것은?, 고르시오, 답하시오, 찾으시오...." 그리고는 다섯 개의 보기들 속에 하나의 '진범'을 교모하게 숨겨놓는다. "①,②,③,④,⑤. ㉠,㉡,㉢,㉣,㉤. ㉮,㉯,㉰,㉱,㉲. ⓐ,ⓑ,ⓒ,ⓓ,ⓔ..." 교과서는 넓고 출제할 시간은 적다. 기출문제는 피하고 문항 수는 채워야 한다. 다섯 개의 보기는 직관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목표한 평균에 근접할 수 있는 최적의 난이도를 찾는 것! 선생M은 오탈자를 확인하며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다. 언제나, 모든 문항의 합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00점이어야 한다. 암산과 손가락, 계산기를 동원해 점수를 계산해보지만 언제나 불안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제지는 인쇄과정을 거쳐 따
2012-03-19 10:403월 초. 학교 급식 희망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중식은 한 명의 여학생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급식을 신청했으며 석식은 야간자율학습을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학생들만 신청했다. 중식을 신청하지 않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말 못하는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담임으로서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중식을 해결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금요일. 4교시가 끝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 반 교실을 지나가던 중 우연히 교실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그리고 혼자서 식사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것처럼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 여학생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창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다름 아닌 학기 초 유일하게 중식을 신청하지 않았던 바로 그 아이였다. 순간, 그 아이가 중식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간 터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행여 점심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방해될까 조용히 교실 뒷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그 아이의 도시락에서 나오는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내 코끝
2012-03-19 10:30육군훈련소 수료식 참석기 지난달 14일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의 면회날. 아내는 직장일로,딸은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없어 필자 혼자 가야 한다. 딸이 아들 친구에게 연락을 해 두 명의동행자를 구했다. 아들은 아빠 혼자 오면 그 긴 면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걱정이다. 평상 시 대화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오전 5시 30분.논산까지의 긴 여행 때문인지 5주(38일) 만에 만나는 아들을 만나는 설렘 때문인지잠에서 깨어난다. 눈을 잠시 더 붙이다가 아침식사를 마치니 아들 친구 2명이 아파트 밖에서 기다린다.차 트렁크에 준비한 음식을 실었다.딸기, 토마토, 포도, 한라봉, 치킨, 오리 훈제, 도너츠, 음료수, 물 등. 아내가 적어준 것 중 김밥과 치즈케익은 빠졌다. 7시 경 수원 출발. 중간 망향 휴게소에서 아들 친구에게 아침으로 우동을 사준다.천안을 거쳐 공주와 부여를 지난다. 논산이 먼 것인지, 아들 만나는 길이 먼 것인지? 아니면 초행길이라서그런 것인지? 아들을 만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9시 40분 훈련소 도착. 2시간 30분 걸렸다.영내 주차장에 도착하니 식당으로 안내 한다. 식사 자리를 잡으라는 것이다. 식당 이름은 'TV에 방영된 광개토 맛집'
2012-03-19 10:202012학년도 새학기가 닻을 올렸다. 저마다 푸른 희망과 달콤한 꿈을 안고 '새학기'란 배에 승선한 아이들의 표정이 봄 새싹처럼 싱그럽다. 새출발을 하는 아이들을 환영하듯 날씨 또한 포근하기 그지없다. 엊그제만 해도 꽁꽁 얼었던 대지에 따뜻한 훈풍이 불고, 차가운 대지에서는 새싹들이 움튼다. 우리 학생들이 어린 새싹처럼새학기를 맞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목표하는 바를 낙출 없이 이루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학급담임의 역할이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이끌어 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담임교사를 꼽았다. 이것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서 담임교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잘 알 수 있겠다. 이것은 담임이 학교에서 전적으로 부모이자 보호자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담임을 잘못 만나 학교 생활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불성실한 담임, 무책임한 담임, 사랑과 열정이 없는 담임,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담임 등등. 그렇다면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담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단순하다. 첫째,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부자인
2012-03-15 09:591996년부터 교사를 했으니 올해로 17년째다. 그동안 13번 담임을 맡았고 4번의 비담임을 경험했다. 비담임은 업무 특성상 학생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동아리를 맡는다거나, 수업 들어가는 반 중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모를까 마치 학원 선생님처럼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대한다. 작년에 3학년 담임을 3년째 맡으면서 나 자신이 변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담임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담임이 되려고 우선 청소부터 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4시부터 4시 20분까지 20분 동안 청소 시간이다. 평상 시 같으면 청소 구역을 정해 놓고 청소를 잘 끝냈는지 점검하는 것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번에는 직접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었다. 사물함을 들어내고 쌓인 먼지를 쓸었으며, 신문지와 걸레로 유리창을 닦았고, 계단은 물을 뿌려가며 박박 닦았다. 또 교실 바닥에, 이것이 껌인지 콘크리트인지 모를 화석화된 껌을 껌 제거기를 이용해 긁어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청소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2학년 담임으로 내려오면서 아예 처음부터 아이들과 청소를 같이 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직접 청소하는 모습
2012-03-14 09:04마지막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바람이 꽤 차갑다. 하지만 희망찬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우수, 경칩 다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다가온다. 교육의 봄날도 함께 찾아오는 것 같다. 새학기를 맞아 교사들의 교육활동은 나날이 감동적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아침식사 지도를 하고, 기숙사에서 함께 잠을 자며 학생들을지도하고, 토요일도 없이 학교에 나와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논술지도 등 방과후학교를 진행하는가 하면,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교실바닥 청소를 위해 수고하는 행정실 직원도 있다. 교사들은 언제나 감동을 먹고, 감동을 주며 살아가기에 우리 교육의 앞날은 더욱 빛날 것으로 믿는다. 故강영우 박사는교육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강 박사는 학교에서 공을 차고 놀다가 눈에 맞아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그래도 낙심하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았다. 꿈을 잃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갔다. 강 박사는 서울 맹아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연세대 문과대 전체차석으로 졸업해 장애인 최초 국비유학생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냈으며 두 아들을 의사와 변호사로 훌륭하게 키워냈다. 강…
2012-03-12 13:31일명 '중2병'이라는 신조어가 요즘 청소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질풍노도의 사춘기 학생들에게 있을 법한 행동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로 '중2병'은 사춘기 중학교 2학년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빗댄 신조어로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용어는 1999년에 일본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주인 히카루의 심야의 엄청난 힘 (伊集院光 深夜の馬鹿力)」에서 처음 등장했다. '중2병'은일본이나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또래에서겪게 되는독특한 심리적 특성이다.이 시기는 자아 형성 과정에서 '남과는 다르다' '남보다 훨씬 우월하다' 등의 심리적 특성으로말투와 사고방식이마치'허세 부리는 사람’처럼 비춰져 '허세' '무개념' 등 무례한 사람으로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들이 자아 형성과정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에 나타나며 타인의 평가에도 쉽게 자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교사들이 가장 지도하기 어렵고 힘든 상대가 바로 중학생이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2학년이다. 이 시기에는 자유스런 초등학교 분위기와는 달리 중학생이 돼 1년이 지나고사춘기와 겹치면서
2012-03-12 11:28우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추방 다짐대회!'에 대한교장선생님 말씀이 있었다. 어떻게 할지 며칠 간 고민에 빠졌다. 길게 하면 학생들은 잔소리로 들어 맥이 빠진다.학교장 훈화는 핵심을 잡아 짧고 강한 이미지를 줘야 교육적 효과가 있다. "학교폭력에 관한 비유입니다. 연못에 내가 장난으로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개구리가 맞으면? 두 글자로 답해 보세요. '즉사 또는 사망'. 10명이 한꺼번에던지면 개구리에게는? 원자폭탄." 이 정도면 이야기 시작에 있어 주위집중에 성공했을까?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그냥' '장난으로'다. 피해자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한다. 작년 대구의 중학교 2학년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A4용지 4매의 유서는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게 했다. 14살의 가해학생 두 명은 모두 실형을 받았다. 1명은 3년6개월~2년 6개월, 1명은 3년~2년. 학교폭력은 범죄다. 내가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범죄행위다. 나의 괴롭힘으로 친구가 죽었다면 나는 살인자가 된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가해자도 평생 멍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학교폭력을 추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무엇이 학교폭력인지 잘…
2012-03-12 11:16주5일수업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방안으로 방과후학교와 창의경영학교 활성화,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다는 학교장의 방침이 각 반 담임선생님에게 전달됐다. 이에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사전에 보내 학부모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의 불만을 살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담임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무엇보다 아직 신학기이기에 학생들 이름조차도 제대로 못 외운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자율학습에 참여시킬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집단 상담이었다. 우선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 10명을 4그룹으로 나눠 상담을 실시했다. 그리고 자율 학습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난 뒤, 참여 여부를 물었다. 상담결과, 일부 아이들을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자율학습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은 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실시했다. 자율학습 자체에 반감이 있는 부모님은 없었으며 다만 늦은 귀가로 아이들의 안전이 신경 쓰여 불가피하게 자율학습을 시키지 못하겠다는 일부 학부모가 있었다. 이는 예전보다 사회가 많이 험난해졌다는 것을
2012-03-12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