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실내화 빨아 왔는데 별 다섯 개 언제 주세요?" "알림장 사인 해 왔는데 동그라미 언제 주세요?" "점심 밥 다 먹었는데 별 다섯 개 주실 거죠?" "색칠하기 싫은데 열심히 하면 별 다섯 개 주신댔죠?" "받아쓰기 글씨 예쁘게 쓰면 200점 주신다고 하셨지요?" "우와, 오늘은 고은이가 그림도 잘 그리고 엉덩이를 붙이고 색칠도 참 잘 네. 별 다섯 개 후보구나." "아니, 우리 영민이가 오늘은 소리도 안 지르고 작은 목소리로 말도 곱게 해서 참 예쁘네." "우리, 원빈이가 주먹질을 아주 잘 참아서 행복해." 우리 교실 아침 풍경, 공부 시간 모습, 점심 시간의 단면이랍니다. 아침 8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책가방을 건 다음 말없이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자리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들이 여간 대견하답니다. 서로 얘기하고 싶어서 내 눈치를 보는 편이지만 아침 독서 시간의 약속을 하나씩 지켜가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포인트를 받으려고 책보다 먼저 가져와서 내 앞에 내놓고 자랑부터 하는 아이도 40분간 책을 읽는 게 먼저라는 걸 알고는 자리에 들어가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글씨는 잘 몰라도 그림이라도 보면서 책의 내용을 어림
2006-04-11 09:03겨우내 아름다운 눈꽃으로 우리네 마음을 소담스럽게 했던 백설…. 그 백설이 물러난 아쉬움을 대신 채우려는 듯, 가장 먼저 우리에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알리는 목련…. 새하얀 목련꽃이 껍질을 벗고 피어나는 모습이, 아니 그 순수가 열리는 소리가 마치 봄이 부화하는, 새봄이 태어나는 소리로 들립니다. ‘나무에 피는 크고 탐스런 연꽃’이라 하여 ‘목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한 떨기 연꽃이 사뿐히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조금 멀찍이 보면 함박눈이 함초롬히 쌓인 눈꽃 같기도 하고, 또는 흰 비둘기떼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봄볕을 즐기는 것도 같고,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다른 봄꽃들에 비해 꽃망울이 커다래서 그런지 방금 태어난 아기백곰 같기도 합니다. 목련은 누가 뭐래도 새봄을 알리는, 4월을 대표하는 나무꽃입니다. 탐스럽게 피는 새하얀 꽃이 크기도 하고 향기 또한 좋아서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참으로 많습니다. ‘목련’이라는 이름 외에도 옥처럼 깨끗하고 소중한 나무라고 해서 ‘옥수’, 옥 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있다고 ‘옥란’, 난초 같은 나무라고 ‘목란’,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고 ‘목필’
2006-04-06 11:11우리 속담에 조금은 천한 비유로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우리 교원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된다. 국어교사 눈에는 게시판의 맞춤법 틀린 것이 보이고, 스카우트 지도자 눈에는 새로 부임하는 학교의 선서식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리포터의 눈에는 기사감과 특종(?)이 와 닿기도 한다.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위의 사물과 현상을 교육과 연관시켜 보게 된다. 교장 자격 합숙 연수 중, 아침 식사 시간. 식당 앞에서 생물 전문가인 동성중학교 임헌영 교감이 리포터의 손을 잡아 이끈다. 길에서 약 3m 떨어진 경기도율곡교육교육원 후문 옆 쥐똥나무 울타리. 임 교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작은 산새의 집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흰색의 알껍질도 보인다. "저 곳에 새집이 있네요? 도로도 가까이 있고 인적이 많은 곳인데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새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곳에서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그만치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이겠지요." 이 곳 김종구 원장님께 새집 발견 말씀을 드리니 이렇게 해석하신다. "아마 이 곳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곳에 산새가 집을 지어도 안심할 겁니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2006-04-06 09:53지난해, 수능시험이 끝나고 논술시험에 응시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한 일이 있다. 논술이 포함된 대학에 지망하느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급히 논술 공부를 시작한 몇몇 학생들은 아예 우리말의 기본적인 질서조차 모르고 있었다. 태풍과 관련된 주제로 글을 쓰게 한 후, 한 학생이 작성한 답안의 일부를 살펴보았다.“인간이 만들어낸 엘리뇨 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태풍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고 그 위력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범위를 벗어났다.” 도대체 맞춤법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띄어쓰기조차 무시된 글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대입 논술고사를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이 이 지경이라면, 그 보다 저학년 학생들의 작문 능력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제멋대로 만들어 사용하는 국적불명의 언어로 인한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한글의 받침을 줄이거나 아예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감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이모티콘과 컴퓨터 도형모음에서 한글의 자모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아 표현한 외계어를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 학교 교육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국어 과목은…
2006-04-05 08:27'되'와 '돼' 제대로 알고 바르게 씁시다 ‘되다’와 ‘돼다’ 중 어느 것이 올바른 표기일까요? ‘되’와 ‘돼’의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이를 혼동하여 쓰고 있습니다. “이러시면 안 되요!” / “이러시면 안 돼요!” “여보, 밥이 언제 되지?” / “여보, 밥이 언제 돼지?”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와 ‘밥이 언제 되지’가 맞는 표현입니다. 더러 ‘돼다’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말에서 ‘돼다’라고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돼’는 ‘되어’가 줄어서 된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가 잘 돼다(x)’는 ‘공부가 잘 되다.(o)’로 고쳐 써야 바른 표기입니다. 그럼, ‘아저씨, 그렇게 하면 안 되요!’라고 쓰면 맞는 표기일까요? 아니요, 틀렸습니다. 이 경우에는 ‘아저씨, 그렇게 하면 안 되어요(o) / 안 돼요(o)’ 라고 해야 올바른 표기입니다. 우리말에 ‘되다’와 ‘돼다’의 두 가지 형태의 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되다’에 ‘-어, -어라, -었-’ 등의 어미가 결합하여 ‘되어, 되어라, 되었-’과 같은 꼴바꿈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다시 줄어 ‘돼, 돼라, 됐-’의 ‘돼-’ 형태가 나오는 것입니다. ‘되다’(
2006-04-04 20:36이번 3월 이곳 문의초등학교로 부임해 오며 새로운 다짐을 했다.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임명권자의 발령에 의해 그냥 스쳐가는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님들의 삷을 함께 공유하는 학교생활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퇴근 후 학구에 위치한 문화재나 관광지를 돌아보고 있다. 대청댐은 1975년 3월부터 1980년 12월까지 5년 9개월 동안 건설되었고, 면적이 4134㎢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 큰 댐이다. 지리적 위치나 댐의 규모로 봐 대청댐이 하는 역할도 다양하다. 2억 5천만㎥의 홍수조절 용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금강하류의 홍수피해를 경감시키고 있다. 또 대전, 청주, 천안을 비롯한 충청남·북도 및 전라북도 지역 일원과 미호천 유역 및 금강하류 지역에 연간 16억4900만㎥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벙커C유 28만 드럼분에 해당하는 연간 2억4천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휴식 및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른 댐과 달리 대청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지정한 상수도보호구역이라 유람선이 한 척도 뜨지 못한다.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하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청남대가 인근에 있으면서도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도 상수도보
2006-04-02 21:38솔개는 수리과의 조류로서 새들 중에선 가장 장수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솔개는 최대 70년을 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40년쯤 살았을 때 생사를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솔개는 40년쯤을 살게 되면 발톱이 노후화 되고 구부러져 더 이상 사냥감을 낚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 또한 가슴 쪽으로 구부러지고 무디어지기 시작해 사냥감을 찢어 먹을 수 없게 되며 설상가상으로 날개마저 두꺼워져 날아오르는 일조차 점점 어렵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솔개는 두 가지의 생존 방법 중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즉, 죽은 동물의 시체를 주워먹으며 그대로 편하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가, 아니면 고통스러운 갱생의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단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 부근으로 날아올라가 그곳에 둥지를 틀고 고통스럽고도 참혹한 갱생의 과정을 밟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자신의 부리를 부수어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빠진 부위에서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 새로 돋은 부리가 튼튼해지면 그 새로 돋은 부리로 다시 여덟 개의
2006-03-31 13:3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이 탄식이 봄을 생각하게 하는 대표시로 회자된다. 참으로 많은 시인들이 봄을 노래하였다. 봄은 같은 봄이되, 그 시인들이 노래한 봄은 얼굴 생김만큼이나 제각각 다르다. 계절적인 봄부터 광복, 자유, 평화, 새세상, 참세상까지. 과연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손톱 끝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눈이 오기만을 손꼽는 소녀처럼 숨죽이며 기다려야 오는 것인가? 또는 나가 싸워 얻어내듯 쟁취하는 것인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자연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인의 눈으로 볼 때, 겨울의 끝에 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신비하기 짝이 없다. 어둠 끝에 빛이 있고, 눈물 위에 웃음이 있고, 죽음 뒤에 생명이 있는 것처럼...... 3월에 내리는 눈, 일명 춘설(春雪)... 분명 봄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눈은 누가 봐도 겨울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때 아닌 눈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아니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나라)는 현재 겨울인가? 봄인가? 누구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어느 사회나…
2006-03-29 11:45교직을 떠나서 보낸 시간이 벌써 한 달이 되어 간다. 정년 퇴임이라는 매듭을 풀고 새로운 2모작을 준비해왔었지만, 어쩐지 일이 잘 풀리지만은 않는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다. 난 요즘 퇴직 할때 이미 자리를 확보한 녹원환경신문이라는 작은 신설신문의 편집국장이 되어서 3월 2일 부터 출근을 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신문이 정상 괘도를 오르기엔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이어서 힘이 들지만, 그래도 나가는 곳이 있다는 것만도 즐거움으로 여기고 나간다. 또 어제부터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로 선발이 되어서 예비자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희망자가 많아서 2.5 : 1 이라는 경쟁을 거쳐야 했었고, 나는 어린이박물관의 해설사 과정을 택해서 4일간 교육을 받고 바로 4월부터는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순수한 봉사활동이지만, 어린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고, 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일이 즐거움이어서 택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이 무척이나 바쁘고 오히려 집안일은 처리할 시간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내가 스스로 택한 일이긴 하지만, 바쁘고 그래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산다. 흔히 퇴직하면 등산으로 시간을 보낸다지만, 아직 산에 한 번 가본 적이 없이 살고 있다
2006-03-29 08:49요즘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우리말 겨루기'란 것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이 '맞춤법' 과정을 넘지 못하고 그만 우리말 겨루기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국어학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나가 완벽하게 다 맞춘다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말의 맞춤법은 어렵고도 복잡하다. 따라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완벽하게 맞춤법에 맞게 쓰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떻게'와 '어떡해'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독자들도 알아두면 유용할 것이다. 우선 이 말들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리포터가 몇 년 전에 어느 아는 분의 자서전 집필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원고가 나온 뒤 세 번째 교정에서 이 단어의 오류를 발견했다. 화보에 나온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문장이었는데, 문제의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선생님, 그냥 드시면 어떻해요."였다. 분명 문장의 끝 부분에 '어떡해'가 왔는데 '어떻게'로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리포터인 필자가 즉시 빨간 볼펜으로 돼지꼬리부호를 친 뒤 '어떡해'로 수정해 놓았다. 드디어 세 번째 마지막 교정을 끝내고 인쇄에 들어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완성된 책을 펼쳐보니 어라, 이게 웬일
2006-03-28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