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련의 시작 개교 56년.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지역 명문고로 승승장구하던 우리 학교에 진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7월 2일 공중파 방송에서 아침뉴스로 나오더니 이어 인터넷에 갑자기 '00고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우리학교 비방관련 내용이 뜨기 시작했다. 다음(daum)의 아고라, 네이트의 판, 네이버의 블로그 사이트마다 조회수가 급증하더니 급기야 며칠만에 학교명이 순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우리 학교를 비방하는 게시글이 하루에 200여건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달에 겨우 한두 건 올라오던 게시 글이 200여건씩으로 늘어나 거의 접속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세상인심이란 참으로 야박해서 엊그제까지만 해도 명문이라며 추켜세우던 여론이 한 순간에 살인학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명문학교 좋아하시네. 사람 죽이는 게 명문이냐?' 대부분이 이런 음해성 글들이었다. 아무리 염량세태(炎凉世態)가 세상인심이라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심지어 학교가 중심이 되어 이번 사건을 은폐 조작했다는 입소문도 인터넷에 떠돌았다. 생전 처음 겪는 학생사망사건을 맞은 학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제자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2013-01-08 11:14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 새해가 밝았지만,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여전히 어두운 소식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목숨처럼 소중한 가족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죽음,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삶을 내려놓는 중장년의 아버지들, 불투명한 진로 앞에서 청춘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슬픈 소식들은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밤이 깊으면 별은 더욱 빛난다고 했습니다. 대자연의 밤은 아름다운 별빛을 숨겨놓고 설레게 합니다만, 우리네 삶에 찾아오는 깊은 밤은 아름다운 별이 숨어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에 그처럼 참담한 일들이 펼쳐지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죽음의 질주를 멈추게 할 방패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채 누군가 슬픈 별 하나가 스러졌구나 체념하듯 받아들이며 가던 길 가는 우리들의 삶. 무엇을 위해서 어디까지 가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 질주 속에 자라나는 학생들조차 예외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불안의 징후들은 사회적 타살로 보는 이
2013-01-08 11:14공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큰 장애물이다. 그래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오직 참는 것이다. 참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공사가 끝나면 아름다운 운동장이 완성될 것이기에 미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참아야 하겠다. 매사가 그러하다 싶다.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배우는 것도 힘들다. 서서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오직 참고 견뎌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게 된다. 희망이 있게 된다. 참지 못하면 그것이 모두 스트레스가 된다. 병이 된다. 건강에 해롭다. 참는 것이 약이다. 참는 것이 영양제다. 참고 또 참고, 또 참아야 한다. 日忍又日忍이다. 그래야 이롭다. 아침에는 명심보감 ‘성심편 하’를 펼쳐보았다. 첫눈에 들어온 것이 “悶人之凶(민인지흉)하고 樂人之善(낙인지선)하며 濟人之急(제인지급)하고 救人之危(구인지위)니라”였다. ‘남의 흉한 것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착한 것을 즐겁게 여기며, 남의 급한 것을 건지고, 남의 위태함을 구하여야 하느니라’는 말씀이었다. 남을 배려하고 남을 탓하지 않는 마음이 넓은 마음임을 깨우쳐 주었다. 오후에는 역시 명심보감 ‘성심편 하’를 읽었다.…
2013-01-08 11:122013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세월은 너무나 빠르다. 유수같이 흐른다. 아무도 막을 이가 없다. 흐름에 순응할 뿐이다. 귀한 세월을 잘 활용할 뿐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당차게. 여유있게, 신나게 살아갈 뿐이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차가운데도 가을 날씨처럼 하늘은 흠 하나 없고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우리 선생님들의 삶이 이러했으면 참 좋겠다. 운동장에는 인조잔디를 깔기 위해 여섯 분의 전문가님들이 추위와 싸워가면서 분주하게 일하고 계신다. 이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리라 생각하니 정말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분임을 깨닫게 된다. 누구에겐가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그러기에 교직이라는 것은 정말 고귀한 직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장래에 빛을 비추어주는 역할을 하니 힘이 들어도 견딜 만하다. 선생님들은 방학이 없다. 방과후 수업을 해야 하고, 근무조를 서야 하고, 연수를 받아야 하고, 맡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방과후 수업을 위한 교재를 연구해야 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해야 하고, 상담을 해야 하고…. 평소와 다름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2013-01-07 13:40고향이 수원인 필자, 융건릉 몇 번이나 가 보았을까? 중 고등학생 시절과 교편을 잡고나서합하면 열 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학생들과 소풍 장소로 이용하고 스카우트 지도자 때에는 하이킹 장소로 여러 차례 활용했었다. 주로 교육적으로 찾았고 나들이 장소로도 찾았다. 그러면 융건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그냥 남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상식 정도다. 깊이 있는 역사 지식도 없다. 구운중학교 학년부장 때에는 단체 참배 방법을 선배교장으로부터 배워 적용시킨 적이 있다. 최소한 이루어진 교육은 안내판에 나와 있는 것 정도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은 문화유산에 대한 본인의 지식 부족이다. 그렇다고 사전에 제대로 공부를 했을까? 교재연구 불충분이다. 이럴 경우, 전문가의 인적자원을 활용하면 된다. 우리를 도와 주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바로 문화관광해설사. 이들은 우리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달 28일, 우리 학교는 교직원 연수를 떠났다. 주로 내년도 학교운영과 학사일정을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것인데 부서별, 교과별 토의가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출발과 동시에 찾은 곳은 융건릉. 담당부장에게 당부하여 문화관광해설사를 예약하였다. 교직원 연수를…
2013-01-07 13:37선거에 파묻힌 2012년, 책의 해 그 결과는? 토요일은 학원, 일요일은 숙제만 한다는 아이들(국민일보 2013. 1. 3일자)보도를 보면 독서 교육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계 자료로 제시된 표에는 독서 항목조차 없습니다. 주중에는 학과 공부로 힘들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만이라도 최소한의 독서를 하는 습관조차 드물다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학과 공부에 지쳐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국가에서 학교마다 도서관이나 도서실을 마련하고 학교 예산의 4%를 도서구입비에 책정하고 있으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독서력 증진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은 일상이 아닌 선택의 대상으로 취미이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2012년은 '책의 해'로 선포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을 장식한 것은 선거의 해였습니다. 책의 해로 선포하고 추진했던 만큼 그 결과를 발표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2012년이 ‘책의 해’라는 것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책을 읽었는지 궁금합
2013-01-07 13:36필자는 지금 연수 출장중이다. 얼마 전 아침 기온이 급강하하여 몹시 추운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교직 선배님 말씀 "이 교장, 이렇게 추운 날 하루 쯤 쉬어도 되지 않나?" "예, 저 지금 한국교총에 연수 다니고있어요." 퇴직한 그 분은 이제 방학인데 교장이라면 부산 떨지 말고 좀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후배를 생각해서 하는 말씀인 줄 알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간 '초·중등 교과서 밖 이야기 경제연수'(15시간)를 받고 있는데 한국교총 부설 종합교육연수원 주관이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인사말에서 "교원을 대상으로한 경제연수가 학생지도에 도움이 되고 현장에서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며 "교총 사업에 대한 현장 회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방학, 교원이라면 연가를 내거나 41조 연수로 근태를 처리할 수 있다. 집에서 쉬거나 자가 연수를 하는 것이다. 영하 15도 강추위에교장인 필자가 왜 연수를 받을까? 연수생 60여명을 보니교감 한 분이보인다. 아마도 교장 신분은 혼자인가 보다. 동료연수생 중에도 "교장은 이런 연수 안 받아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오는 2월우리학교 졸업에 즈음
2013-01-07 13:33거뭇거뭇 제법 수염까지 난 녀석들과, 처녀가 다 된 중병아리 같은 여자 아이들이 하루 수업을 마치고 밤을 밝힌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올바로 살아가는 ‘지혜(智慧)’가 아니라 편하게 살 수 있는 ‘지식(知識)’은 아닐까? 촘촘한 그물코를 헤치고 나가기 위한 기술(技術)을 얻는 것은 아닐까? 한참 먹고 뛰어다녀야 할 아이들이 깨알 같은 사전 앞에 고개 숙이며 살아갈 기술들을 파헤치는 시간. 노랗게 버짐 피듯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 동료 야자교사(夜自敎師)의 무표정이 전혀 낯설지 않다. 물론 나를 포함하여 말이다. 그렇다. 결코 어색하지 않은 단어 ‘입시(入試)와 야자(夜自)’ 우리는 이 단어들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미래를 어떤 형태로든지 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향과 목적이 보편타당한 진리탐구이어야 하고, 그 진리가 온전하게 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선택된 행위는 나름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마도 나와 마주보고 있는 이 아이들은 모두다 내일의 합리적 변화에 동참하고, 신실한 공부의 진정성 때문에 저렇게 진지하게 뭔가에 몰입하고…
2013-01-03 10:55이제 201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아내와 같이 강원도 평창 스키장을 다녀 왔다. 정말 오랜 만에 스키장을 찾았다. 오후 몇 시간 탔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마도 체력이 부족한가 보다. 아내는 활강 기초실력이 조금 늘어서 그런지 표정이 밝다. 귀가 후 저녁식사. 부지런히 비망록을 들추어 본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올해의 나의 10대 뉴스'를 정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한 해 마무리가 된다. 한 10여년 전부터 이 일을 했는데 한 해를 뒤돌아 보고 새해 구상을 한다. 인생사가 정리된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에 독자들에게도 권유를 하고 싶다. 한국교육신문에서는 올해 뉴스를 '내우외환'으로 요약했다. '학교 안으로는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학교 밖으로는 정치·비리 교육감, 그래도 인성 가르치는 교사'로 작은 타이틀을 달았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논란, 교권보호 종합대책 추진, 곽노현 교육감 구속…교육감 재선거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나의 10대 뉴스는? 월별로 메모한 카렌다를 꺼내 들고 월벌 주요 뉴스를 메모한다. 무려 40여개가 넘는다.이 중에서 10개를 우선 순위에 따라 간추리는 것이다.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것을 꼽는 것이다. 평소 꾸준한 기록
2013-01-02 10:04두 가지 지성 두 가지 종류의 지성이 있다. 그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책에서 혹은 교사에게서 개념을 배우고 암기를 하면서 배우는 지성, 전통에서 또한 학문에서 배우는 지성이다. 그러한 지성의 힘으로 너는 세상에서 일어선다. 등급에서 남을 앞서기도 하고 남에게 뒤처지기도 한다, 그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에 따라 그 지식의 장 안팎으로 드나들며, 네 안의 지식의 판에 더 많은 지식을 새긴다. 또 다른 종류의 지성이 있다. 네 안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지성, 샘에서 흘러넘치는 샘물 같은 지성. 그 신선함이 가슴 한가운데를 적신다. 이 지성은 시들지도 썩지도 않는다. 그것은 늘 흐른다. 그것은 주입식 학습의 경로를 통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번째 지성은 샘의 근원이다. 네 안에서 밖으로 흘러넘치는. -젤랄루딘 루미 (김찬호 지음 교육의 상상력 중에서) 타고 난 지성을 찾아주는 교육 타고 난 지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사람이 바로 하워드 가드너이다. 종래의 IQ 개념에 대항해 제시된 다중지능 이론은 교육학과 심리학에 돌풍을 일으켰다. 필자는 다중지능 이론이야말로 노벨상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부분에 노벨상을 준다면! 그동안 IQ에 묶
2012-12-28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