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06년 10월) 가을에 이곳을 찾았을 땐 정보도 없이 그저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라는 단순한 기대감만을 갖고 찾았다. 그러면서 페르시아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곳 정보를 알아가면서 다시 찾아 참 의미를 알고 싶었다. 이번엔(07.03.28) 하루 종일 이곳 유적지를 이 잡듯이 돌아보면서 또 한 번 찬란한 페르시아 문화에 흠뻑 젖게 되었다. 이란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이스파한은 시라즈와 함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고도다. 또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문화재가 살아숨쉬는 보석이다. 11세기 셀주크 제국의 수도로서 영화를 누리기 시작한 에스파한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침략도 잦았다.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받아 파괴됐고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처한 티무르에 항거했다가 7만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당시 기록은 살해된 에스파한 시민들의 머리를 쌓아 언덕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에스파한은 사파비 왕조시대에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압바스 1세(1587∼1629)는 1598년 에스파한을 수도로 정하고 도시를 가꾸었다. 유적의 대부분이 그 당시에 만들어졌다. 문헌에 따르면 최전성기 인구가 100만명을 넘었고, 163개의 모스크, 48개의 학교, 1801…
2007-04-02 22:41청주사랑의 회원들이 한남금북정맥 3구간을 직접 답사하며 고장사랑을 키우는 날이다. 청주삼백리가 청주사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처음 답사를 하는 날이라 더 의미가 큰데 하필이면 황사가 심해 방송에서는 외출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찾아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알아보는 만큼 사랑한다.’는 것이 청주사랑의 모토다. 그래서 청주사랑은 ‘눈비가 내려도 답사는 계속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이것저것 잴 것이 뭐가 있겠나.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 출발지로 향했다. 황사가 가깝게 보이던 먼 산의 모습을 감췄다. 모든 사물들이 제 모습이 아니다. 온 세상이 뿌옇게 흐리니 가난했던 옛날처럼 잿빛 세상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래도 출발지로 가는 길가의 화원에서는 화사한 꽃들이 봄 냄새를 물씬 풍기며 유혹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해 사진기를 꺼내들고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아 꽃 사진을 몇 커트 찍었다. 주인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화분을 일일이 가리키며 꽃 이름을 가르쳐준다. 어디선가 본 듯한 꽃이 눈길을 끌어 꽃 이름을 물었더니 ‘모나리자’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꽃에서 모나리자의 미소가 느껴진다. 황사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전날의 과음으로 게으름을 피운 탓도 있지만 주인의 친
2007-04-02 22:39"나는 숨을 헐떡이며 나무에 앉아 있었다. 군인들이 나를 겨누지 않은 건, 내가 여자 애들 중에 제일 나이가 많으니 총알밥을 먹이는 것보다 더한 짓을 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더욱 무서웠다. 군인들 중 하나라도 위쪽을 올려다보면 날 발견하고 죽일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은 내가 앞서 달려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쫓아갔다. 군인들은 소총을 몽둥이처럼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숲 속 깊이 들어갔다. 역겨운 웃음소리가 나무 사이에 울려 퍼졌다." 라티노 군인들이 인디오 출신인 마누엘 선생을 죽이고, 또 도망치는 아이들을 뒤에서 총을 쏘아 죽인다. 아무 죄 없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향해 뒤에서 총을 겨누어 한 명씩 쏘아 죽이며 희열을 느끼는 동물들, 그건 인간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 그것도 아무런 이유 없이 생각이 다르다고, 인종이 다르다고, 또는 억지로 만들어낸 이념이 다르다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을 죽인다. 그 죽임을 당하는 사람 중에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다면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반문해 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어
2007-04-01 16:43다라케 계곡의 모습 공해와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테헤란에 다라케라는 때 묻지 않은 계곡이 있어 찾았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그저 그만이라는 소리는 자주 들었지만 이 계곡을 따라 등산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 한 두 번 주차장 근처 음식점은 찾은 적은 있었지만 팔랑찰 마지막 계곡까지 탐방하기로 했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오전 10시경 다라케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입구에서부터 한 1km 까지는 각종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입구를 조금 지나자 현지인들의 주식인 빵을 굽는 작은 상점이 있어 거기서 따끈따끈한 빵 하나를 샀다. 구수한 맛이 역정이 전혀 나지 않은 맛이라 그걸 야금야금 먹으면서 오른다. 이 계곡을 오르는 동양인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르면서 일부러 고개를 약간 수그리고 오른다. 하도 이란 사람들이 말을 많이 걸어 귀찮아서 그렇다. ‘ 헬로, 치니, 자폰, 코둠 케시바르’ 이런 소리가 내 귀에 못이 박혔다. ‘코레’ 라고 첫눈에 알아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계곡 1km 쯤 벗어나자 인적이 줄어들면서 천하의 절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형형색색 괴암 절벽이 파노라마처럼 내게 와 닿는다. 한국에서 보는 그런 괴암 절벽이…
2007-03-31 20:52시인들의 시를 읽다보면 시를 쓴 시인들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봄바람에 밀려오는 향기처럼 소곤소곤 보일 때도 있고, 낯선 들판엔 선 고목처럼, 때론 잡초처럼 아픔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러면서 시인의 글들은 읽는 이에게 다가와 '넌 어때?' 하고 묻기도 한다. 시란 삶이고 인생이기 때문이다. 박정원의 시집 에 나오는 시편들에도 이러한 것들이 표출되어 있다. 시인의 전편엔 조금은 무거울 정도로 아픈 삶의 편린과 갈등, 화해와 용서를 찾아나서는 시인의 마음들이 처마의 날카로운 고드름처럼, 봄날의 새순처럼 돋아나 있다. 그래서 일면 어렵게 읽혀지는 듯싶으면서도 쉽게 공감을 하기도 한다. 떨어진 이파리 사이를 걷고 있는 개미 한 마리를 쭈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내려다본다 그가 지나가야 할 길에 흙부스러기 한줌 뿌려놓는다 아랑곳없이 흙두덩을 에돌아가는 개미 발이 저려온다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니 또 한 마리의 개미가 나를 내려다보는데 불현듯 그에게 매달리고 싶다 내가 가려는 저쪽 길이 곧아 있더냐 휘어 있더냐 - 모두 우리네 삶의 길이란 게 미래의 한 지점을 명확하게 해놓고 가는 게 아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길을 가다가도 어느 누군가가 흙부스러기를 뿌려놓아 다른 길
2007-03-30 07:16테헤란에서 7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야즈드를 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없다. 우리 학교 옆 세이오 사파리 버스 정류장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해 다음날 6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슈퍼에 가서 내일 먹을 식품을 이것저것 샀다. 지난 9월 25일부터 시작 된 라마단(이슬람의 금식 기간) 때문에 먹는 것도 무척이나 신경이 쓰인다. 공공장소에서 벌건 낮엔 음식을 먹는 건 이 나라 율법에 어긋나고 예의가 아니다. 어쨌든 식후경이라 배낭에 집어넣고 차에 올랐다. 몇 번의 야간 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어 초반에는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저녁 10시 이후로 잠을 청하면 된다. 이번에도 그게 주효해 잠을 잘 수 있었다. 이곳 야간 버스는 대부분 볼보 버스로 의자를 뒤로 눕히면 거의 1인용 침대 같다. 잘 이용하면 숙박비, 시간 모두를 절약 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새벽 6시 경에 도착했다. 화장실에 가서 볼일 그리고 세수하기 모든 준비를 하고 아침을 때운다. 라마단 기간이라 조심스럽게 한쪽 구석진 곳에 숨어서 해결했다. 꿀맛 그대로였다. 좀 연세가 지긋한 한 택시 기사를 선정해 8시간 동안 전세 흥정을 벌인다. 시간당 3,000원 정도 내란다. 우리로…
2007-03-27 17:16높이 750m의 보배산(충북 괴산군 칠성면)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아직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오죽하면 괴산군청에서는 괴산의 35명산으로 소개하며 널리 알리고 있지만,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등반로가 없는 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괴산 8경 중 하나로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쌍곡계곡을 품고 있어 보배산을 등산하다보면 청정계곡과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 여러 가지 형상의 암석들을 덤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또 군자산(948m), 막장봉(887m), 칠보산(778m)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433)이 있는 고찰 각연사(신라 법흥왕때 창건)와도 등산로가 연결된다. 산행은 각연사 가기 전에 있는 중리마을이나 쌍곡계곡의 서당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족히 4시간은 걸리는 등반코스다. 산불조심 기간에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입산을 통제한다. 어느 곳에서 오르든 사람의 발길이 적은 곳이라 숲이 많이 우거져있고 정상 아래에 있는 안부에서 만나게 된다. 이곳의 안부에서 정상까지는 능선이 가파르고 등산로가 정비되어있지 않은 돌길이 이어져 힘든 코스다. 정
2007-03-27 06:40시베리아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주남저수지는 창원시내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다. 주남저수지는 산남, 주남, 동판으로 불리는 3개의 인공저수지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하나의 저수지 같아도 자세히 보면 형태도 다르다.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는 일반적인 저수지 형태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주남저수지는 광활하고 산남저수지는 작고 아담하다. 또 정화작용을 하는 왕버들나무가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는 동판저수지는 늪지에 가깝다. 원래는 낙동강의 범람으로 생긴 자연 늪이었는데 일제 치하인 1920년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로 만들었다. 규모가 180만평에 달할 만큼 넓어 제방에 서서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호수가 연상된다. 그래서 우포늪은 아기자기한 여자, 주남저수지는 울퉁불퉁한 남자로 비유하는가보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에 불과했던 주남저수지가 세계의 조류학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영국의 학자가 2만여 마리의 가창오리 떼를 발견해 왕립학회에 보고한 1980년대부터였다. 지금은 생태관광단지로 조성되어 탐방객들을 위해 작고 아담한 생태학습관과 조망이 좋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철
2007-03-26 08:32이번엔 페르시아의 진수 페르세폴리스가 있는 시라즈를 탐방하기로 했다.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타기로 했다. 테헤란에서 약 1,000km 떨어진 이란 남동부에 속해 있는 도시이다. 약 12-13시간 걸리니 다음날 새벽녘에 도착하니 숙박비도 벌고 좋은 경험도 하고. 중간 중간 휴게소에 서는 바람에 여러 가지로 편리했다. 이곳 장거리 버스는 대부분 볼보버스로 편의 시설이 대단히 좋다. 의자를 젖히면 거의 침대에 가깝다. 무사히 도착해 택시를 흥정해 페르세폴리스로 향한다. 시내에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페르시아 문화재 중 최초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재이다. 필자도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을 찾았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단 하루 만에 이곳을 탐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예로부터 시라즈는 ‘페르시아의 얼굴’로 알려져 왔다. 중국 옛 문헌에는 파사(波斯)’로 기록된 ‘페르시아’는 원래 이란 남부 지역을 일컫는 ‘파르스’에서 유래한 말인데, 파르스의 심장부가 곧 시라즈와 그 주변 지역이었다. 오늘날도 파르스는 이란 28개 주 가운데 인구 400여만 명의 큰 주로서, 그 주도 역시 시라즈다. 요컨대 시라즈…
2007-03-25 16:26뭍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이 늪이라고 했던가? 우묵하게 패인 웅덩이에 늘 물이 괴어 있는 습지로 몇 년 전만 해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늪이 환경을 보호하고 생명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지며 지금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땅으로 보호되고 있다. 낙동강의 홍수 때 강물에 밀려온 모래에 의해 만들어진 낮은 웅덩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습지로 형성되었다는 우포늪(경남 창녕군)은 국내 최대로 서울 여의도와 맞먹는 면적을 자랑한다. 약 1억4000만년 전의 원시가 살아 숨 쉬고 천연기념물인 고니, 저어새 등의 철새와 희귀한 곤충은 물론 여러 종류의 어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언론 매체의 소개나 달력의 표지에서 본 수면을 덮고 있는 개구리밥과 버드나무 군락지의 낭만적인 풍경 때문에 오래전부터 한번 들려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여행지가 우포늪이다. 도대체 얼마나 넓은 늪일까? 늪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늪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작은 습지만 보고 자란 탓에 궁금한 것도 많았다. 기대와 설렘을 잔뜩 가지고 아내와 우포늪을 찾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직은 봄맞이 준비가 부족한 3월 중순의 쌀쌀한 날씨 때문일까? 사진이나 화면
2007-03-24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