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의 관동별곡(2)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 내 마음이 호수처럼 넉넉하고 맑으니, 사랑하는 그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라고 슬며시 고백하는 마음. 거울처럼 투명한 호숫가에 서서 떠오르는 은색의 달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포옹하는 연인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은 언어의 묘사가 필요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두 연인의 마주잡은 손 사이로 달빛이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다섯 개의 달이 묘려하게 떠오른다. 하늘의 달이 호수와 바다, 술 잔 속을 맴돌다가 애인의 눈동자로 곱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따라 밟으며, 신선이 탄다는 마차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나 뻗쳐 있는 잔잔한 호수물이 흰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것 같구나. 맑고 잔잔한 호수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이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새 깃으로 뚜껑을 만든 마차인 우개지륜은 신선이나 귀인만이 탈 수 있는 귀한 마차이다. 평범한 마차를 타고 경포호를 구경하는 것이 마치 실례라도 되는 양, 송강은 부러 우개지륜을 들먹여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군자호 혹은 경호라고
2007-07-10 08:49
능가사는 전남 고흥 팔영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이다. 신라 땐 10대 사찰 중의 하나로 뽑혔고, 조선 시대엔 호남 4대 사찰 중의 하나였을 정도로 웅대한 규모였다고 하나 지금은 그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하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천왕문과 대웅전, 능가사 사적비와 요사체 같은 몇 채의 건물과 텅 빈 넓은 뜨락이 옛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사실 능가사는 입구의 천왕문의 사천왕상과 대웅전이 아니라면 절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저 고즈넉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정원에 들른 기분이다. 천왕문의 문턱을 넘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대웅전이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의 범종각이 서있다. 그리고 넓은 뜰이 퇴색한 궁전의 뜰처럼 길다랗게 나있다. 잡초도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뜰을 천천히 걷다 보면 쓸쓸함은 이내 가시고 평안함이 마음에 깃든다. 다른 절에서는 맛보지 못한 것이다. 대개 이름난 절을 가면 이것저것 감상하는데 눈이 많이 쏠린다. 그러나 능가사는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유유자적하게 거니는 맛이 더 좋다. 그렇게 걷다 보면 굳이 부처님에게 합장하지 않아도 평안이 깃든다. 뜰을 느릿느릿 거닐다 보면 절집 사람의 세심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띈다. 작은
2007-07-10 08:49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옛길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그래서 오랜 세월 영동과 영서의 관문 역할을 해온 대관령의 옛길인 대관령 고갯길을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을 지켜봤던 대관령 옛길로 접어들어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다보면 대관령 박물관을 만난다. 박물관은 강릉 방향에서 대관령 고갯길의 초입에 위치한다. 1993년 개관한 대관령 박물관은 음대 기악과를 졸업한 뒤 서양화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30년간 토기와 고서화 등의 골동품을 수집하며 우리의 민속품과 문화재를 사랑한 홍지숙 관장 개인의 정성으로 빚어낸 문화재 박물관이다. 대관령 박물관은 강원도 건축상을 받았을 만큼 건물의 외관이 대관령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잘 어울린다. 매표소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야외에 문관석 등이 전시되어 있고 오른편에 예쁜 물레방아와 너와집이 있다. 전시실과 수장고 등의 부대시설에 석기시대부터 조선조까지의 석불, 토기, 도자기, 공예품, 서화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의 문화유산을 골고루 알아볼 수 있는 산교육장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현관에 왕실의 왕자나 공주의 태를 보관하던 태
2007-07-09 15:33
신사임당은 조선시대 현모양처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로 뛰어난 여류 예술가였고, 아들 이이를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학자로 키웠다. 이이는 13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생원시와 식년문과에 급제하는 등 아홉 차례 과거에 모두 장원하여 '구도장원공'이라 일컫는다. 황해도 관찰사, 대사헌, 이조ㆍ형조ㆍ병조판서를 역임하며 기호학파를 만들었고 붕당 조정은 물론 10만군대의 양병을 주장할 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강릉시 죽헌동에 있는 오죽헌(烏竹軒)은 입구에 연못이 있는 초충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자경문을 들어서면 오죽헌과 문성사가 맞이한다. 오죽헌은 신사임당(1504∼1551)과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유서 깊은 집이다. 오죽헌(보물 제165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맞배지붕 양식으로 문신이었던 최치운이 지었다. 이이가 출생하던 날 신사임당이 흑룡이 바다에서 집으로 날아 들어와 서리는 꿈을 꿔 아명을 현룡이라 하고 산실을 몽룡실이라 했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몽룡실은 조선 전기 민가의 별당에 해당하는 건축물로 4면을 굵은 댓돌로 높이고 그 위에 자연석의 초석을 배치하여 네모기둥을 세웠다. 우리나라 주
2007-07-09 10:50
이란에는 이슬람 종교지도자 이맘과 관련된 휴일이 많다. 10월 15일 이맘 알리의 순교일이자 공식 공휴일이다. 주중에 공휴일이라 무엇을 할까 망설이다가 테헤란에서 북서쪽에 한 200㎞ 떨어진 가즈빈을 탐방하기로 했다. 가즈빈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어저디 버스 터미널 까지는 너무 멀다. 택시비 가 만만찮아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까운 밀다마다 지하철 정류장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한다. 요금은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돈 75원이다. 테헤란 지하철은 정말 쾌적하고 편리하다. 현재 까지 3호선이 개통되어 X자 모양으로 운행하고 있어 서민들이 사는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지하철 역 주변 환경도 매우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아름다운 전통 문양과 전통 그림을 벽에 그려놓아 분위가 한결 밝아 보였다. 객실도 우리나라 지하철 못지 않게 깔끔하고 노약자석도 마련되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즈빈행 볼보 버스에 올랐다. 요금이 우리 돈 일천원이다. 시원하게 뚫린 직선 고속도로를 잘도 달린다. 최고 속도 제한이 120㎞로 안내판에 적혀 있다. 중간 중간에 속도 계기판에 기록된 속도 확인서를 경찰에게 보인다. 그리고 확인받고 다시 달린다. 한 두서너번 정도 한다.
2007-07-09 06:54일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5월에 주식회사 경영의 초등학교로써 교육 특구의 인가를 얻은 사가미하라시(相模原市) 요코야마다이에 위치한 「LCA 인터내셔널 스쿨이 문을 열었다. LCA 초등학부는 2005년 4월에 개교한 대안학교이다. 특구 인가를 받아, 내년 4월부터 회사 경영 초등학교가 된다. 이는 공공 교육에도 큰 영향을 주고, 국제화 시대의 첨단을 가는 교육을 추구한다. 부지는 1,650제곱미터, 목조 2층 건물 교사는 모두 차용한 것으로, 교사도 운동장도 학교 교육법의 설치 기준에 미달되고, 무인가의 개인학원 대우이다. 재학한 어린이들의 보호자는 학교교육법의 취학 의무에 위반되지만, 그래도 LCA를 선택한 것이다. 특구 인가로 내년도부터 위반은 해소된다. 취학 의무 위반의 학교를 정부가 인가한 것은 획기적이어서 전국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다.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아베정권에서 국제화와 교육의 자유화의 흐름에서 의무교육 과정으로 향후에도 회사 경영의 학교가 늘어날 가능성을 예측한 대응이었다. 초등학부의 아동은 1∼5학년 88명이며, 내년 봄에 전 학년이 채워진다. 그 중 사가미하라시내 아이들은 약 4할 정도이다. 도쿄도 내나 요코하마, 가와사키, 아쓰기, 하타
2007-07-07 08:16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에 있는 하조대는 빽빽한 소나무 숲과 바다풍경,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천년송이 어우러져 옛날부터 경승지로 알려졌다. 하조대는 승용차 몇 대 밖에 댈 수 없는 작은 주차장에서 가깝다. 전통차, 막걸리 등을 파는 카페 '등대'가 오래전부터 절벽 아래 바닷가를 지키고 있다. 카페는 돌 지붕에 쌓인 낙엽들 때문에 더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다. 카페 바로 앞에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쉬지 않고 만들어낸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절벽 위에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육각정이 있다. 고려 말 이곳에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상했던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말년을 보냈다는 정자다.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오는데, 하조대라는 이름도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유래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 이 부근에 하씨 성을 가진 젊은 사내가 살고 있었는데 얼굴이 잘생겨 처자들을 들뜨게 했다. 마침 이웃 마을에 살던 조씨 성을 가진 처자와 마음을 나눈 사이였는데 처자의 하나밖에 없는 쌍둥이 여동생도 이 사내를 사랑했다. 두
2007-07-06 17:54
- 초라한 부산 문화계의 마지막 자존심 새벽녘이었다. 시간은 여명이 트기에는 아직도 먼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중구 동광동의 인쇄 골목에 있는 기획출판사로 접근하였다. 기획사가 있는 빌딩의 정문 앞에는 자동차 두 대가 주차하고 있었는데, 그와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2층의 기획사로 올라갔다. 우리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기획사 여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인쇄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옆 건물에 있는 인쇄소에 있으니까 안심해요." "잘 나왔지요?" "그럼, 잘 나왔지. 가만있자, 내가 샘플 좀 보여줄게." 여사장님은 잠시 내실로 들어가더니 깔끔하게 인쇄된 유인물을 가지고 왔다. 노란 갱지에 청타로 찍은 인쇄물은 우선 보기에도 산뜻했다. 먹물을 묻혀가며 등사기로 밀어서 나오던 조잡한 인쇄물과는 그 질이 현저하게 달랐다. 참 좋았다. 역시 돈 들인 보람이 있었다. 이 인쇄물을 내일 교내 행사에 뿌릴 생각을 하니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동료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우린 해냈어! 필자는 이 동광동 인쇄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그 시절의 일이 생겨나 늘 미소가 빙그레 피어오른다. 늘 등사기로
2007-07-06 08:49
-동해에 흐르는 관동별곡의 흔적을 따라(1) 고성을란 뎌만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서 단서는 완연하되 사선은 어디 가니, 예 사흘 머은 후의 어디 가 머믈고 선유남 영랑호 거긔나 가 잇난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고듸 안 돗던고 -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10수 중에서 위 노래는 송강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의 제 10수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가사는 실제 노래로 연주된 가사(歌詞)와 문학으로 창작된 가사(歌辭)로 구별되는데, 정철의 관동별곡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며 창작 연대는 선조 13년인 1580년이다. 당시 정철의 나이는 45세였다. 관동별곡은 일종의 기행가사이다. 송강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된 후 임지로 향하던 중에 방문했던 명승지를 뛰어난 문장실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한 구절 한 구절씩 흠향하면 문장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천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피어난 설중매의 은은한 향이 문장 사이에 배어있다. 그러면 관동별곡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노래한 것일까. 송강 정철이 치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언어로 노래한 관동별곡에는 관동팔경의 모습이 담겨있다. 즉 고성의 삼일포,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2007-07-06 08:48
차창 너머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름난 관광지…. 곳곳에 숨어 있다 여행객들의 발목을 붙드는 이름 없는 암자…. 동해안은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 하늘 가득 그려놓은 구름까지 아름답다. 그래서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7번 국도로의 여행길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신이 난다. 초행길이라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만 바라봐도 행복한데 설악산과 낙산사까지 구경한다. 여행지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휴휴암이다. 휴휴암은 7번 국도로의 여행길에 잠깐이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볼거리가 풍성하다. 휴휴암(休休庵)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찰이다. 동해고속도로의 끝 지점인 현남 IC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설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광진 휴게소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정표 앞에서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넘어가면 휴휴암이 숨어 있다. 지난달 23일 가족과 함께 찾은 휴휴암은 1997년 해안가에 세워져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작은 사찰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에 특이한 바위들이 많아 짧은 창건 연대에 비해
2007-07-05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