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시험을 치는 날이다.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날씨다. 따뜻하다. 바람이 없다. 간밤에 뿌린 비로 깨끗하다. 뒷산의 황금 들꽃은 코끝을 자극한다. 1,2학년 학생들은 열심히 운동장에서 공을 찬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기의 실력을 유감없이 잘 발휘했으면 한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구수한 느낌이 난다. 지루하지 않다. ‘양반전’도 그러했다. 양반전에 나오는 몰락하는 양반에게도 배울 점이 많았다. 성품이 어질었다. 덕망이 높았다. 밤낮으로 글 읽기를 좋아했다. 위, 아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양반이라면 으레 오경(五更)이 되면 일어나 등잔을 밝히고 글을 읽는 것, 국을 떠먹을 때 훌훌 소리 내지 않는 것, 아내를 때리지 안 되는 것, 기물 파손을 안 하는 것, 노비에게 상스러운 욕설 안 하는 것, 돈 노름 하지 않는 것 등은 꼭 배워야 할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자라는 점도 있었다. 살림이 군색해 해마다 관가에서 빌려 주는 환자(還子)를 타다 먹었다. 빚이 천 석이나 되어도 갚지 않았다. 이게 흠이었다. 나라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내까지 남편인 양반을 욕하게 되었다. 작가는 차라리 상놈 소리 들어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고
2013-11-07 16:42교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학생 교육이지만 그 외에도 하는 일이 수백 가지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 다 처리해야 한다. 2011년 9월 본교 부임 후2개월 사이에 눈에'거슬리는 것' 수 십 가지를 고쳤다. 기존 근무하던 사람이 눈에는 익숙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오늘 또 하나의 실험 도전을 한다. 바로 '교실문턱 경사로 설치'. 이것이 왜 필요할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우리 학교는 식당이 없어 학생들이 교실에서 담임들과 식사를 한다. 배식차로 2층부터 5층까지 각 교실에 음식을 나르는 것이다. 사제동행 식사를 하니 교육적으로도 뜻이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배식차 바퀴가 수시로 고장이 난다. 그러면 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바퀴 고장의 원인은 1차로 물이 스며들어 녹이 스는 것이다. 2차 원인은 교실 문턱이다. 배식차가무거워 문턱을 넘지 못한다. 학생들은 배식차를 들어 옮긴다. 내려 놓을때충격을 받는다. 그리하여 바퀴가 휘어지기도 하고 부러지기도 한다. 1년에 몇 차례 바퀴 보수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바퀴 하나 수리에 2만원 정도이다. 1회 수선에 몇 십만원이 들어간다. 바퀴만 보수하면 무엇하나? 근본적인 원인…
2013-11-07 16:39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 환경을 스스로 내면화 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차가 나타나게 된다. 성장 과정에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에 이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들여 좋은 교육을 시키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로크 이후 교육에서 환경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듀이는 인간이 출생할 때 타고난 것은 '경향성'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경향성으로 인하여 주위의환경 조건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되므로 선한 방향으로 양육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서 아동이 좋은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 하였다. 웰리슬리대학의 폴 윙크 교수는 1920년대에 시작된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의 인간개발연구소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피연구자들의 일생을 추적 관찰했다. 피연구자들은 신생아 또는 10~12세 아동 때부터 사망 시까지 평생에 걸쳐 10년 주기로 임상의를 만나 가족, 일, 건강, 여가활동, 개인적 관심사, 사회정치적 취향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면담을 받는데, 그 결과 고등학생 시절에 타인을 돌본 사람들이 훗날 높은 사회적 위치에 오르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사실이
2013-11-06 11:44엊그제 11월의 첫 월요일이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었다. 식당의 여사님들이 차를 타고 올라오고 계셨다. 음식재료 배달차도 보였다. 학생들의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당직 주사님과 사감장 선생님, 두 어르신과 밤새 기숙사를 지킨 두 젊은 사감선생님도 보였다. 이분들은 우리학교의 보배다. 근면성실의 대표주자다. 식당에 가니 한 학생이 인사를 하며 장관상을 받았다고 자랑을 한다. 이분들을 보면 늘 감사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분들이 우리학교를 빛내는 밤하늘의 별과 같다. 가을 국화의 진한 향기 같다. 늘 고맙다. 내일은 3학년 학생들이 3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날이다. 나를 비롯하여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마음 한 켠으로 걱정, 또 한 켠으론 기대만만, 기대만발이다.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원(祈願)한다. 속담에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錦繡江山)이요,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라고 하는데 ‘건강 있으면 금수강산(錦繡江山)이요,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근면 있으면 금수강산(錦繡江山)이요,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매일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셔서 마당의 낙엽을 쓸고 계시
2013-11-06 11:44건강을 지키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의학 상식 프로그램이 많고, 먹을거리에 대한 방송과 책도 인기를 끈다. 몸만들기도 관심이 많다.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한다. 결국 이 모두가 건강한 생활에 대한 욕망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그러나 우리가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육체적인 건강과 함께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 정신 건상이 함께 유지되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고,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몸만 건강하고자 한다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일은 여러 방면에서 할 수 있다. 그 중에 책을 읽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다.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을 쌓고, 끊임없이 정보를 얻어야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여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듯이, 매일 생활화된 독서를 통해 정신 건강을 지켜야 한다. 책을 읽으면 우리의 뇌에 새로운 정보가 입력된다. 그 정보에 의하여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풍부한 정보와 성숙한 뇌의 활동으로 사물
2013-11-05 09:22오늘자중앙지 1면 톱기사에 눈길이 간다. 제목이 "'마지막 10년' 절반을 앓다 떠난다"이다. 즉 말년을 5-6년간 병치레를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는 통계인데 10년 전보다 2년이 늘었다 한다. 오래 사는 대신 오래 앓는 것이다. 세계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 40개국 중 32등이니 최하위권이다. 한국인 10년 전 죽음과 지금의 죽음을 그래프로 보니 쉽게 이해가 된다. 10년 전, 남자는 70세에 병을 앓기 시작해 병환기간이 3.4년이다. 그러다가 73.4세에 세상을 떠났다. 여자는 76.3세에 병을 앓기 시작해 병환기간이 4.1년이다. 그러다가 80.4세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 남자는 각각 부분이 71.4-5.4-76.3이고 여자는 77.8-5.9-83.7이다. 고려대 연구팀이 전국민 진료기록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빅테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10년사이 수명은 3년이 늘었지만 그 중에 2년은 질병을 안고 산다. 사망의 주 원인 9가지 질병 중 결핵을 제외한 모든 질병이 환자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들었다. 2010년기준으로 남자의 경우, 죽기 전에 앓는 기간을 보니 호흡기병(13.5년)과 고혈압성 질환(12.2
2013-11-05 09:16오늘은 많은 선생님들이 4박 5일간 모처(某處)에서 신입생 면접 준비를 위해 출장을 갔기에 남아 있는 선생님들도 무척 힘들다.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지혜롭게 학교를 잘 이끌어가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빛난다. 조금 전에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읽었다. 허생전은 한문소설이다. 학교 다닐 때 한문으로 배운 적이 있고, 학생들에게 허생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오늘 또 이렇게 읽어보니 또 새삼스럽다. 읽을 때마다 감동이 온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도 든다. 연암 박지원은 동서양의 유학파다. 누구보다 견문이 넓은 사람이다. 그러니 생각의 폭도 넓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지 못하는 생각을 해내는 패러다임의 전환자였다. 생각의 전환점을 가져오게 한 계기가 되는 학자였다. 지금도 우리들에게 기존의 틀에서 깨어나라고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들리기도 하다. 주인공 허생이란 인물은 남산에 살았다. 실제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주인공을 통해 작자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점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허생의 사람됨을 우선 배울 수 있다. 허생은 꿈이 있
2013-11-05 09:15완연한 가을이다. 단풍도 절정이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청첩장도 연달아 날라온다. 토요일인 오늘 비가 내린다. 그런데 예식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오후 1시,또 하나는 오후 5시 30분. 앞에 것은 고교 동창이자 교직동료 아들 혼사이고 하나는 우리 학교 교직원이다. 중국에서 날라온 미세먼지 농도가 짙으니 하늘이 뿌옇다. 비가 내리니 그 비 그대로 맞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나 기꺼이 예식장으로 향해야 한다. 예식장에서혼주와 결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하객들에게 직접 들려 주니 결혼의 뜻이 깊다. 앞서가는 결혼 풍속도다. 귀가하여 뒷베란다 일월저수지를 내려다 본다. 가을 풍광이 아름답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저 단풍도 이제 끝이라 생각하니 카메라를 잡는다. 8층에서 보는 풍경이 너무 익숙하여 19층으로 올라가 조망해 본다. 마치 낮게뜬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이다. 일월저수지. 방죽 둑에서 한 바퀴 돌면 1,900m이다. 빨리 걸으면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가까이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산책할 수 있다. 그러나 출퇴근이 정해져 있는 공무원이라 토요일이나 일요일밖에 시간이 없다. 일부러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부
2013-11-05 09:12교사들더러 해적이 되라고? 헉, 도둑이 되라는 말인데 맞는 말인가? 자세히 보니 교사들에게 해적처럼 가르치라는 말이다. 더 자세히 보니 교사들에게 해적정신을 가질 것을 말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을 보니 해적(PIRATE)의 첫글자에 해당된다. 얼마 전 학교 교장실에 책 한 권이 도착하였다. 제목은 '무엇이 수업에 몰입하게 하는가'다. 데이브 버제스가 저자인데 한국판이 나온 것이다. 원제는 'TEACH LIKE A PIRATE'(해적 같이 가르쳐라)다. 출판사 대표가 보내 준 편지를 읽고 나니 교사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적이 실패를 두려워 하는가? 실패하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해적은 자기의 목숨을 걸고 도적질에 나선다. 해적은 모험과 도전을 즐긴다. 그들은 도적질이 성공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지도 모른다. 목숨을 담보하고 도적질에 나선다. 교사도 목숨을 내걸고 수업에 임한다면? 부장회의에서 충격적인 두 문장을 소개하였다. "학교 출석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내가 들어간 교실은 텅 비어 있지 않을까?" "내 수업은 학생들이 티켓을 구입해서 들어올 만한 수업인가?" 학생들에게 출석을 자유 의지로 맡기고 티켓을 구입해서 수업
2013-11-05 09:05“우리 학생들, 천장에 실내화나 공을 던지지 마세요. 또 대걸레로 장난 놀다가 천장 텍스 부수면 아니 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석면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석면이란 무엇인가? 1급성 발암물질이다. 날아다니는 석면 가루는 크기가 하도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코로 들어가면 우리의 폐가 망가진다. 지금은 당장은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20년이나 30년 지난 뒤 폐암이 된다. 그리고 대략 6개월 정도 앓다가 생명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석면은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우리 생명을 앗아간다. 언론에 보도된 실태를 보면 서울 지하철 1∼4호선 42곳에 석면 자재가 남아 있고, 전국 철도역사 10곳 중 7곳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그 뿐 아니다. 수도권 소규모 어린이 집 가운데 30%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빗물에 씻긴슬레이트 석면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 건물 45개동을 조사한 결과, 44개동에서 석면이 사용되어 학습환경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 초‧중‧고등학교 시설은 어떠한가?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의 학교 건물 10곳 중 8곳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남아…
2013-10-30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