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힐난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와 연계하면 일찍이 문화인류학자들은 “인류는 전염병에 의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사람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 사회가 숙고해야 할 사항으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바이어스, 즉 편견이나 확증편향의 심각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요즘 우리는 일찍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봉쇄,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느라 일상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게 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달이 넘도록 하루도 예외 없이 보도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지구촌이 팬데믹(pandemic)의 대혼돈상태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이 바이러스 대책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위정자들의 실력이 밝혀지고 있다. 그야말로 실력이 하수에 불과하지만 과장과 왜곡, 집단의 확증편향 사고에 의해서 선택을 받아 정치라는 옷을 입은 얼치기 위정자들의 민낯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빼앗아 가
2020-04-16 16:18명예퇴직을 앞두고 강의 의뢰를 받았다. 새 학기 준비 기간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는 전 년도 교육 성과를 성찰하고, 새로운 교육 계획의 방향을 협의한다. 특히 새로 전근 오는 선생님들과 기존 선생님들이 함께 해서 새 학년 교육 준비에 중요한 기간이다. 이 기간에 특강 시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2월 19일 13:00~14:30을 계획했다. 그러면서 동료 선생님들이 마지막 강의, 마지막 특강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강의 의뢰를 받고 고민이 많았다. 이제 퇴임을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그동안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수업, 평가, 그리고 교육과 관련된 분야 강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퇴임하는 마당에 그런 연수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제 그런 내용의 연수는 남겨진 선생님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수 계획표에도 교육과정, 수업 및 평가 관련 프로그램은 편성되어 있다. 고민만 커지니 강의 의뢰를 받았을 때 거절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생각을 뒤척이다가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답을 찾았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해 진행하는 방송이었다.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이 초대됐다. 등장하는 모습을 보니…
2020-04-16 16:16가끔 글쓰기 비법을 묻는 경우가 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아예 글쓰기 팁 10가지, 혹은 20개 정도 정리해서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관련 책에도 이런 형식의 안내가 많다. 유튜브에서 유명 인사들이 하는 강의 영상도 ‘글쓰기를 잘하는 3가지 비법’, ‘글쓰기 초보가 봐야 할 9가지 비법’ 등의 제목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하다. 우선 비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비법이 있다고 해도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능이 아니다. 글을 쓰는 도중에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이것을 외우고 학습한다고 글쓰기 기능이 신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을 글쓰기 상황에서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간에서 말하는 글쓰기 비법이란 좋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글쓰기를 비법으로 익히려는 것은 얼음판에도 안 가본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스케이트 잘 타는 방법을 묻는 거와 같다. 빙판에서 미끄러지듯 스케이팅을 하고, 점프하고 공중에서 서너 바퀴 돌고 나서 착지를 하는 기술을 가르쳐
2020-04-09 16:32사그라들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번짐이 혼란을 더하고 변덕스러운 봄바람에 선거 알림 막이 윙윙거린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정해놓은 선거일은 하루하루 앞으로 다가온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금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와 운동원들의 외침을 보며 ‘생쥐 나라의 고양이 국회’라는 그림책을 떠올려 본다. 이 책은 캐나다의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의 1962년 의회 연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캐나다에 국민 건강 보험 제도를 도입한 정치인으로,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꼽힐 만큼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의회 연설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선거철만 돌아오면 거듭 끄집어내 지곤 한다. 그러면 그의 이야기가 여전히 관심을 끄는 까닭은 뭘까? 생쥐 나라를 생쥐가 다스려야 하는데 과연 고양이가 다스려도 괜찮은지 의문에 있다. 생쥐 나라는 우리처럼 먹고, 자고, 놀고, 일하며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우리처럼 4년에 한 번씩 투표해서 지도자를 뽑는다. 생쥐들은 원하는 우두머리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는 우리의 투표 방식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도자로 뽑히는 것은 언제나 생쥐가 아닌 피둥피둥 살진 고양이들이다.
2020-04-09 16:30일찍이 현대 서양철학의 밑그림을 그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BC427년 ~ BC347년)은 “정치를 외면하는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2,400년 전에 민주주의가 가장 꽃피웠던 그리스에서조차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계도했던 것을 보면 인류사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의 중요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는 법, 한때 영국에서 6.25 전쟁으로 폐허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더 타임스의 기사에 비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일구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로 들어가 보면 한숨만 나오고 분노와 함께 3류 정치의 개혁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이다.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이는 중국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정사政事)에 관하여 맹자에게 물었을 때, 전쟁에 패하여 어떤 자는 백 보를, 또 어떤 자는 오십 보를 도망했다면, 백 보를 물러간 사람이나…
2020-04-09 16:28요즘 우리는 일찍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의 위기가 그것이다. 역사상 수많은 질병이 창궐하고 그 속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이력은 많지만 지금처럼 전 국민에게 공포를 유발하며 인간을 격리하고 시설을 봉쇄하며 모든 학교가 휴업하고 직장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실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나라 밖으로는 팬데믹(대유행:pandemic) 선언에 이르러 국가 간의 경계가 차단되어 이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어느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의 70%가 감염의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국가마다 전시(戰時)임을 선포하고 치열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대응을 보면서 위기 극복은 국가의 실력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엔 단호하고 지혜로운 정책으로 감염극복에 성공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나라도 많다. 그것은 곧 국민에 의해서 위임된 위정자들의 능력이기에 우리는 다가오는 4.15 총선에 관심을 집중한다. 매번 선거철이면 정치에 관심이 고조된다. 정치는 국민의 생활과 땔 수 없는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급한 인간의…
2020-03-30 09:57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 차례 연기한 전국 유초·중·고교 개학(開學)이 4월 6일로 다가왔다. 교육부는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을 동시에 고려중이다. 여하튼 교육부는 오는 4월 6일 등교 개학이든, 온라인 개학이든 시행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미증유의 대란 속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방향은 옳은 방향이다. 개학 후 집단 감염 등으로 부득이하게 수업 중단이 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감염 확산 추이에 따라 개학일 추가 연기도 검토하면서, 개학하더라도 등교 개학이 어려운 지역이나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하게 한다는 취지다. 아직 각급 학교 개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고려한 것이다. 개학을 맞아 우려되는 것은 학생 안전·건강이다. 방역 등 준비 없이 개학을 강행하면 ‘집단 감염’ 등 걷잡을 수 없는 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전국 유초중고대학 등 학적 보유 학생은 총 21,239개교 9,450,293명이다. 어마어마한 거대 집단이다. 이들 학생들과 교직원 등 거대 집단 구성원들이 근접 생활을 하는 곳이 학교이다. 따라서 유·초·중·고교 개학의 최
2020-03-30 09:55좁은 정원에 하얀 제비꽃이 피었다. 남산제비꽃이다. 제비꽃은 종류가 많다. 주변의 길가나 산야지, 논둑, 묵정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와 같은 앉은뱅이 들꽃이다. 이 남산제비꽃은 장모님께서 몸져누워 시기 전 약초 장사를 하면서 캐어 갈무리해 놓은 것인데 다른 물건에 휩싸여 발아하여 봄마다 춘란꽃과 함께 소박하게 피어난다. 제비꽃은 제비가 오는 삼짇날 전후 피어서 제비꽃이라 하였으며 일명 씨름꽃, 오랑캐꽃이라고 한다. 씨름꽃이라는 것은 두 개의 꽃을 서로 얽어 잡아당기는 놀이에서 장수꽃, 씨름꽃이라 불렸다. 그리고 오랑캐꽃은 보릿고개라 불리는 춘궁기 제비꽃이 필 무렵 옛날 북쪽의 오랑캐들이 양식을 구하러 자주 쳐들어올 때 피는 꽃에서 유래 되었다 한다. 이외에도 병아리처럼 귀엽고 앙증맞다고 병아리 꽃, 어린잎을 무쳐 먹는다고 해서 외나물꽃, 땅바닥에 바짝 앉아서 핀다고 앉은뱅이 꽃,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고 반지꽃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하지만 여러 이름 중에 오랑캐꽃이란 이름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애환이 담긴 이름으로 시선을 끈다. 생김새에 있어 꽃의 기부에서 뒤로 길게 나온 부리의 모습이 오랑캐의 머리채와 같다는 뜻에서 이른 봄에 어디에서나
2020-03-30 09:50서울시 교육감이 SNS에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며 “후자에 대해서 만일 개학이 추가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에 대한 표현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엄연히 재택근무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긴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학교에 출근하는 때도 많다. 출근하지 않는 교원들도 메신저를 통해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비록 집이지만 업무 강도는 학교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 공문을 기안하고, 결제 상신을 하며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새 학기 교육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성취기준 재구성 작업도 벅차다. 담임 교사는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전화 상담을 하며 학습 등 생활 코칭을 하기도 한다.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감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교사들이 학교에 나와서 일도 하고 있고 행정실 직원들도 고생하고 있는데, 오해를 생기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부 교육공무직원들이 봉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데 초점이…
2020-03-25 10:56경칩이 지났다. 와글와글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찼던 운동장엔 봄 햇살이 정적을 쓸고 소담스럽게 자라난 토끼풀과 쑥, 진홍빛 꽃을 피운 광대나물이 빈 화단을 차지하고 있다. 봄이 되었지만 교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인 출입 통제란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이란 시에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오랑캐 땅엔 풀과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란 뜻으로 동방규가 오랑캐 땅에 끌려간 등소군을 서러워하며 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이 실감 난다. 계절은 분명 봄이건만 우리의 마음엔 봄이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작년보다 더 어여쁜 모습의 봄꽃이 찾아왔건만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나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봄이 참으로 서럽다. 춘분을 앞두고 낮은 길어지고 햇살은 두꺼워진다. 낮 동안 데워진 공기는 오후가 되면 봄바람을 풀어 놓는다. 봄을 가까이하고 싶어 꽃집 문을 열고 후리지아꽃 한 묶음을 들고 나선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꽃집 주인의 한숨 같은 바람이 노란 꽃봉오리를 휘감아 내달아 간다. 이게 다 코로나19와 전쟁 때문이다. 전쟁은 총알이 날아다니고 미사일을 쏘
2020-03-25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