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 고등학교 은사님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당시 그 선생님은 여름 방학 과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방대한 저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라고 하셨다. 아울러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조 전편과 추가분을 책자화해 거의 100여 수에 육박하는 시조를 외워 오라고 주문하셨다. 우리 대부분은 ‘에이, 설마 검사하시려니’, 반신반의하며 다소 불안하게 방학을 보냈다. 개학 이후 거대한 폭풍이 몰려 왔다. 각 반에서 당신의 방식대로 과제를 검사하시던 그 선생님의 당당한 위엄을 난 결코 잊을 수 없다. 학번 순서대로 불러 시조를 외우게 하셨고, 그 두꺼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무 페이지나 턱하니 펼치시고는 앞뒤 내용을 설명하라셨다. 2학기 내내 탈락자들은 재시험을 치러야 했으니, 그네들에게는 국어 시간이 경악과 공포 그 자체였다. 당연히 탈락자들의 불평과 불만은 고조됐고, 심지어 조급한 학부모는 교장실로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40여 년 가까이 되는 지금 난 그 은사님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 운문의 서정성과 산문의 유장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신 분이셨다. 난 그 이래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죄다 섭렵했고, 선생이 된 지금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
2011-05-30 16:49
지난 5월 2일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모든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만 5세 공통과정’을 도입·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보육시설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적용함으로써 만 5세의 모든 어린이들이 새로운 공통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 5세 공통과정’은 만 3~4세와 분리해 유아기에 필요한 기본능력을 중심으로 5세에 맞게 재구성·적용되며 초등학교 1~2학년군의 창의·인성교육 내용 등과 체계적인 연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전문가와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공통과정을 마련하고, 8월에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공동으로 이를 고시하며, 내년 2월 담당교사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모든 만 5세를 대상으로 교육․보육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하며, 기존 만 5세아에게 지원되던 보육예산은 지자체와 협의해 만 4세 이하 영·유아 보육서비스 개선, 특히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어린이집 현대화 등에 우선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만 5세 유아교육·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학부모 부
2011-05-18 13:27최근 모 방송국에서 진행한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나는 교사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졌다. 시쳇말로 진검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도발적 의도인 셈이다. 정말이지 요즘은 교사다운 교사, 진짜 교사가 적지 않은가. 물론 최고의 가수를 가리는 것처럼 최고의 교사를 가린다는 것은 어렵다. 역시 척도가 주요 변수이다. 하지만 교사도 지역의 평가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교사로서의 품격이라든가 전문성, 열정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가수다’에 참여한 일곱의 가수들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대들이다. 어떻게 보면 최후의 1인을 가린다는 게 무의미하다. 그들은 잔재주를 부리는 ‘기인(技人)’이 아니라 소리에 정신을 불어넣을 줄 아는 ‘예인(藝人)’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쌓아온 가수로서의 입지를 포기하고 무대에 오른 용기, 그래서 우리는 숙연함과 동시에 전율을 느끼는 것 아닐까. 우리가 교단에 오를 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어쩌면 평가단이기도 한데, 아무 준비 없이 그저 무대에 오른다. 비장한 각오나 떨림도 없다. 그저 교과서 한 권 달랑 들
2011-05-18 13:25요즘처럼 세상이 놀랄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를 어떤 시대라고 하면 좋을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인 ‘스마트 시대’로 정의하면 어떨까?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수가 1000만 명이 넘었으며 이번 연말에는 2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 대표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요즘을 ‘TGIF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래 ‘TGIF’라는 용어는 ‘Thanks God. It's Friday’라는 의미이다. 이 용어는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한 주의 마지막 근무일이 된 금요일이면 느끼는 다가올 주말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나타내는 것으로 미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요즘 말하는 TGIF는 급변하는 이 시대를 나타내는 용어로 ‘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신조어다. 얼마 전 강의 교재를 집필하면서 이 내용을 살펴보다 TGIF의 ‘I'가 의미하는 것이 인터넷(Internet)이 아니라 아이폰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2011-05-18 13:23한국교총은 올해 교육주간 주제를 ‘올바른 교육, 훌륭한 선생님’으로 정하고 올해를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의 원년을 삼겠다고 했다.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선포된 ‘교육본질 회복 선언문’에 따르면 ‘훌륭한 선생님이란…(중략)…올바른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전문가적 권위, 즉 교사의 전문성을 갖춘 교육자’이다. 그렇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들이 구비되어야 하겠지만, 교사의 핵심적 역할이 가르침인 만큼 훌륭한 교사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가르침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르침의 전문성’이 과연 무엇일까? 어떤 특성을 지니는 것인가? 전통적으로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공적으로 전담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특정의 지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이성을 향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사람이다. 다른 전문직과 구분되는 교사만의 전문성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르침의 전문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는 첫째, 가르치는 지식의 성격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11-05-18 13:21
한국교육신문 창간 50주년에 부쳐 한국교육신문은 교육입국의 소명을 지향해 창간된 신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적 이슈와 현장의 문제들을 제기하고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신문이다. 창간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사회 전반의 교육적 소통과 그 지평을 개척해 온 한국교육신문의 역할과 노력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육신문은 창간 당시에 이미 단순한 홍보지나 대변지의 기능을 뛰어넘을 것을 천명하며, 보다 높고 원대한 소명 위에 서려고 했다. 그것은 그만큼 교육의 국가적 위상과 미래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 신문이 시대에 앞서 각성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교육신문은 이 땅의 교원들과 더불어 우리 교육의 행로를 의식 있게 전망하고, 이를 올바른 미래로 견인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지나온 세월과 사건들을 긴 호흡으로 되돌아보니, 이 점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현대사의 어려운 고비마다 한국교육신문은 시대고(時代苦)에 대해 도전을 해 왔었고 그러한 자취들이 지난 50년 이 신문의 갈피마다 기록되어 있다. 이제 이것이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서서, 앞으로 우리 교육에 어떤 생산적 에너지로 전이되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
2011-05-09 11:12다시 스승의 날이다. 부임 당시 80년대 후반의 시절들을 돌이켜본다. 상전벽해의 세월 앞에 격한 회포를 느낀다. 꽃을 들고 교무실 밖을 서성이던 그 소녀는 추억의 뒤안으로 사라졌으며, 진심이 담긴 학부모의 편지는 이미 희미한 옛 그림자가 되었다. 학교의 환경은 변했으며, 교사의 역할도 바뀌었다. 학부모도 달라졌으며, 오늘의 학생들은 새로 거듭났다. 2011년 5월 현재, 학교는 전자화 정보화의 큰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고, 조만간 교육 개방의 큰 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교사의 인격적 영향력은 현저히 줄고 있으며, 전문성과 기능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학부모는 교육 수요자로서 강하게 권리를 요구하고 학생들은 인격권과 같은 권리 주장에 능동적으로 변해 있다. 하지만 교육의 환경이 특수하게 변화하더라도 교육의 보편 속성은 남는다. 아니 그대로 남아야 한다. 근본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 간의 자애와 공경, 인간 간의 예의, 약자에 대한 배려, 타인과의 소통등은 시공간의 특수성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덕목이다. 교육 역시 반드시 그러하다. 누가 뭐래도 이 경우 교육의 주체이자 근본은 역시 교사이다. 교사는 학교 안에서 열린 관계의 동선을 지향해야
2011-05-03 15:00한국교총이 교과부와의 교섭에서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 방안 마련 합의를 이끌어 낸 이후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즉각 지지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도 긍정적 입장이며,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교과부는 일부 학부모 단체의 우려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주5일근무제의 올해 7월 전면 시행은 2003년 8월 29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8년 전에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이제 와서 교과부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전면 시행을 미룬다면 이는 교과부의 직무유기와 단견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시범 운영부터 시작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주5일 수업은 1982년부터 90년대 연구학교를 통해 수차례 시범운영을 거쳤고 2005년 월 1회, 2006년부터 월 2회 운영을 통해 충분히 검증됐다.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교육비 증가와 학력저하 논란은 2005년과 2006년 부분 실시를 앞두고도 제기됐지만 인과관계가 실증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국교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려와 실제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교원 모두 사
2011-04-28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