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신춘 가곡의 향연 관람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보기 위해 과연얼마 만에 이 곳에 왔는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1970년대 후반 번스타인 지휘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첫번째였다.그러니 30여년 만이다. 그 당시 교직에 있는 누님과 함께관람했었다.좌석은 뒷자리였지만 문화인답게세계적 수준의 음악을 향유하면서감동에 젖었었다. 얼마 전 뜻 깊은 음악회를 관람하였다. 국내 정상의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제18회 신춘 가곡의 향연'. 박상현이 지휘하는 모스틀리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다. 보통은 피아노 반주가 고작인데 이 정도면 초대형 무대인 것이다. 음악 전문카페 아트힐(Arthill) 회원으로부터 초대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그것도 VIP석. 무려 10만원 티켓이다. 퇴근 후회관에 도착,동호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입장을 하여정겨운 우리 가곡을 맞이하였다. 2층 앞좌석이라 전망이 좋다. 무대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그러나 출연한 성악가들의 얼굴 표정은 자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첫곡 오케스트라의 '그리운 금강산' 연주가 울려퍼진다. 특히 트럼펫 독주 소리가 현악기와 어우러져 청아하게 들린다. 언제 들어도 따라부를 수 있는 귀에 익은곡
2012-03-28 08:57바른 말씨로 바른 사회를 (34) ▶[~되시겠습니다] "어르신! 차비가 천원되시겠습니디." "할아버지!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나셨네요." 요즈음 젊은이들이 윗어른들에 대한 공경심이 아주 높아, 말끝마다 깎듯한 존대말을 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보기가 좋을 뿐 아니라 대견스럽고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존대말이 지나치다고 할까? 아니 존대말 사용을 잘몰라서 무조건 윗사람에게는 말끝을 "~되세요." "~하세요."로 하면 되는 줄로 착각하는 게 아닌지.옛말에도 "아버님 대가리에 검불님이 붙으셨어요."라고 말하는 며느리가 있었다고는 한다. 존대의 대상은 "어르신"이지 "차비"가 아니고, "할아버지"이지 "타이어"가 아니며, '아버님'이지 "검불"이 아니지않은가? 그러므로 존대말은 어디까지나 존대의 대상에게 붙여야 한다. "어르신! 차비가 천원되겠습니디." "할아버지!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났네요" "아버님 머리에 검불이 붙었어요."
2012-03-26 10:4011일, 몽벨서청주 산악회원들이 영덕의 블루로드(Blue Road)를 다녀왔다. 블루로드는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50여km의 해안선 바닷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 명품 산책길은 길을 걷는 내내 푸른 바다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몽벨서청주 산악회원들은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의 B코스를 걸으며 블루로드를 만끽했었다. 그게 작년 9월 25일이니 6개월 전이다. 이번에 택한 C코스는 '역사와 함께 사색하는 길'로 축산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의 약 17.5㎞ 거리이다. 이날 회원들은 C코스의 일부 구간인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만 산책을 하고 강구항에서 대게를 먹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 6시에 청주를 출발한 관광버스가 청원상주고속도로 화서휴게소와 익산포항고속도로 영천휴게소를 지나고 7번 국도를 북쪽으로 달려 고래불해수욕장이 있는 병곡면에 도착했다. 고래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입구에서 맞이하는 해수욕장의 지명 고래불이 재미있다. 불은 뻘의 옛말이고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의 이색이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물을 내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란다. 화서휴게소
2012-03-26 10:31교육에 대한 원초적 질문 솔직히 이 책은 2008년도에 제목에 이끌려서 샀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 요즈음처럼 교육 문제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가르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 학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신음하는 아이들의 차가운 가슴, 스펙쌓기를 향한 무한질주. 모두가 피곤함에 지쳐 있다. 이 책을 읽던 4년 전에는 지금보다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바로 교육 현장의 무거움과 닿아 있다. 내가 선각자도 아니고 지혜자도 아닌데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다는 정체성의 혼란이 엄습해 오는 요즈음, 이 책의 제목은 가슴을 때린다. 2008년 샀던 책인데 솔직히 그때는 이런 두드림이 없었다. 그 사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 우리 교육계에 그만큼 태풍이 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 파커 J. 파머는 1998년 전미 1만여 명의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고등교육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지성, 감성, 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그의 교육철학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아서 '교사들의 교사'로 불린다. 이 책은 모두 7
2012-03-26 10:26수석교사의 역할 중에 수업 컨설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격 연수 중에도 이와 관련된 강의를 많이 들었다. 특히 조벽 교수의 강의는 감동이 컸다. 조 교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지만, 접근 방법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즉 학문적 이론보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벽 교수가 참여 했던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다시 보는 기회를 얻었다. 방송 중에 눈물을 흘린 선생님들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방송의 일부만 보고 섣불리 수업 컨설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조벽 교수는 수업 컨설턴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 이 책은 이런 취지로 발간됐다. 이 책은 약 10년 전 서울대학교 교수학습센터에서 수업 컨설턴트를 위해 연수용으로 제작했던 ‘새 시대 교수법 상담 가이드북’을 근간으로 하되 이를 현재의 교육 실정에 맞도록 내용을 다듬고 더하였다. 수업 컨설팅은 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문가 혹은 동료교사들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상담함으로써 수업과 교사의 발전을 꾀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교실에서 교수자가 행
2012-03-22 18:21조선일보(2011.12.27)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외 상영 영화는 582편이다. 연 인원 1억 5638만여 명(2011.12.26 기준)이 극장을 찾았다. 거기엔 이른바 대박 영화도 있었고, 개봉되자마자 급히 사라져간 작품 또한 많았다. 관람객은 10대 소녀들부터 6, 70대 노년층도 있었다. 소설 등 문학에 비해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장르가 영화임이 새삼 확인된 셈이라고나 할까. 내친김에 잠깐 영화판부터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 지난 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51.9%였다. 1위 자리는 779만 명의 ‘트렌스포머3’에 내줬지만, 서울신문(2012.1.20)에 따르면 747만 명으로 흥행영화 2위를 차지한 ‘최종병기 활’을 비롯해 ‘써니’(736만 명), ‘완득이’(530만 명),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 명), ‘도가니’(466만 명) 등의 선전은 주목할 만 하다. 당연히 한국영화 점유율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51.9% 기록이 4년 만에 이뤄진 50%대 복귀라 그렇다.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50%대를 회복한 것은 한국영화산업이 그 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는 청신호”라 말했지만, 100억 원 이상 쏟아부은 소위…
2012-03-21 09:21라는 단편집을 읽었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책을 출판하기도 했던 작가 로맹 가리는 1980년 파리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조금은 유별난 삶을 살았을 그의 난해한 책을 읽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어떤 이들은 상당한 깊이와 감명을 받았다는데 나는 도무지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위트 섞인 유머도, 허를 찌르는 반전도 와 닿지 않았다. 작가가 의도한 사건의 요지는 물론 몇 줄로 이루어진 문단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 나는 단편인간이다. 등장인물과 사건, 시간과 공간의 묘사를 세세하게 풀어놓는 장편에서는 잘 돌아가는 머리가 사건의 한 일부분만으로 전체를 구성하도록 그려진 단편에서는 먹통으로 변해버린다. 책에서 뭔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문학적 강박관념인지, 시작과 끝이 명확해야 된다는 결벽증적인 집착인지 단편이 갖는 모호함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남들이 추천한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상실감에 다시 책장을 펼쳐보지만 그럴수록 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중압감만 더 커질 뿐이다. 한 문장씩 끊어 읽어보지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전 문장의 의미를 찾고 있을 뿐이다. 단편이 갖고 있는 모
2012-03-19 10:39나름대로 책을 읽다보니 책장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감흥이 적었던 책이나 앞으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부터 하나씩 처분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출판된 지 20년 이상 지난 책들이다. 책을 구입할 당시에야 상당한 호감으로 읽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 효용성이나 가치가 전과 같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무작정 책을 구입하는 대신 고전 중심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계속 읽힐만한 책들을 구입한다. 변신, 데미안, 1984, 멋진 신세계, 일리아스, 햄릿, 돈키호테, 무진기행, 최근 들어 읽은 고전들인데 특히 M사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을 한권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꽂이에 1, 2권(변신이야기)부터 3권(햄릿), 4권(변신), 5권(동물농장) 순으로 모으는 재미도 남다르지만, 고전이 갖고 있는 문학적 깊이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상당했다. 고전은 사건의 배경과 인물의 언어만 달랐지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갈등했고 이웃의 다른 모습에 방황했다. 끝없는 욕심이 파멸을 자초하는가 하면 겉모습에 쉽게 현혹되어 일을 그르쳤다. 순간의 사랑에 설렜지만 다가올 이별을 알
2012-03-15 10:082002년 인근에 있는 대학 운동장을 달리면서 마라톤이라는 것을 해봤으니 시간으로 본다면 9년이나 된 셈이다. 처음 달렸을 때는 400m 정도 되는 대학 운동장이 왜이리 크고 넓게 보이던지. 헉헉거리며 한 바퀴만 돌아도 다리가 뻣뻣해졌고 나를 추월해가는 아주머니들의 씩씩한 걸음걸이가 괜히 얄밉게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며칠을 달리다보니 가쁜 숨도 안정되어 갔고 뛰는 거리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에 조금 자신감을 얻은 나는 그해 가을 부산 광안대로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의 10Km 미니구간에 출전했다. 갓 개통한 광안대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많은 참가자들의 '끈질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씬한 몸매로 바람을 가르는 아저씨도 있었지만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끝없이 뛰고 있는 아줌마, 할아버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걷는 듯이 느릿느릿 뛰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 빠르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다리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반환점을 돌고부터 한없이 무거워진 나에게는 주로 위의 모든 사람들이 황영조이자 이봉주였다. 어쨌든 나는 그날, 처음 출전한 마라톤대회에서 한 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뛰어서 완주했다.…
2012-03-15 10:06고흥은'꿈을 현실로 high 고흥 happy 고흥'이 슬로건이다. 꼬불꼬불 해안선을 따라 고흥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능가사, 팔영산, 소록도, 고흥만, 나로도 등 볼거리와 사연도 많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날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고흥의 동쪽 바닷가로 향한다. 작년 12월 고흥의 서쪽 바닷가에 총연장 2028m의 거금대교가 개통됐다. 거금대교는 녹동항에서 배로 30여 분 걸리던 거금도를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소록도와 하나로 이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자전거‧보행자 도로와 차도를 1,2층으로 구분한 복층형 해상 다리이다. 지난 2월 26일, 몽벨서청주 산악회원들이 고흥 거금도의 적대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착한 사람들은 시간도 착하게 쓴다. 관광버스 2대가 아침 7시에 청주를 출발한다. 이러니 늦지 않으려고 택시비 많이 낸 게 아깝지 않다. 도로가 좋아졌지만 청주에서 거금도까지는 거리가 멀다. 자연스럽게 앞뒤 사람들끼리 자기소개를 한다. 얼기설기 얽힌 게 인생살이라 몇 마디 나눠보면 서로 연관이 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하니 차안에 활기가 넘친다. 여산휴게소와 황전휴게소에 들렸던 차가 바닷
2012-03-06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