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안동의 하회마을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지만 마을의 오랜 역사와 옛 풍경들이 느림과 여유를 누리게 해줬다. 여행은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같은 곳을 다녀왔더라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하회마을 여행에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부용대와 병산서원이다. 부용대 가는 길인 풍천면 광덕리에서 화천서원(경북기념물 제163호)을 만난다. 화천서원은 서애 류성룡의 형인 류운룡을 비롯해 류원지와 김윤안의 향사(제사)를 100여년 이상 지내고,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다가 서원철폐령에 의해 헐렸지만 1996년에 복원되었다. 철폐령 때 헐리지 않은 강당에서 19세기 이전의 건축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옥연정사(중요민속자료 제88호)는 화천서원 아래편의 물가에 있다. 문간채, 바깥채, 안채, 별당까지 갖췄는데 문신이며 학자인 류성룡이 말년에 학문을 연구하고 후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탄홍 스님이 작은 서당으로 만들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이 마을을 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돌던 화천이 물길을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옥소의 남쪽이다. 옥연정사는 소의 맑고 푸른 물빛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일각대문을 들어서면 낮은 담장과 노송 한 그루,…
2012-12-27 13:30지도의 도로망을 살펴보면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하지만 경북의 동북부지역인 봉화, 영양, 청송은 고속도로와 거리가 먼 육지 속의 섬이다. 안동에서 동해안 가는 길의 영양은 교통이 불편한 오지라 오가는 차량들도 적다. 영양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반딧불이 축제가 열릴 만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청정지역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가 각광받는 웰빙시대, 영양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행복을 내세운다. 봉감모전 5층석탑(국보 제187호)과 화천동 3층석탑(보물 제609호)을 비롯해 석탑 유물이 유난히 많고, 영양고추의 매운맛처럼 열사와 문인이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이다. 특히 ‘글 잘한다는 소리보다 착한 행동 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즐거워하겠다.’고 가르치며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인 정부인 안동장씨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조리서 ‘음식디미방’은 17세기 중엽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로 영양의 자랑거리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일월면 주곡리의 주실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실마을은 유서 깊은 전통마을이지만 실학자들과의 교류와 개화로 일찍 신학문에 눈떠 오래전부터 마을 전체가 양력설을 쇤다. 주실마을은 한양조씨의 집성촌으로 조지훈 시인이 태어나고…
2012-12-27 13:308월 4일 토요일 아침. 서산에서 꼬박 네 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담양읍 향교리에 도착했다. 아, 이곳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서산이 비릿한 갯냄새가 특징이라면 이곳은 아쿠아향 비슷한 상큼한 풀냄새가 특징인 모양이다. 한여름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임에도 이곳의 바람은 서늘하다. 바로 대나무 숲인 죽녹원 때문인가 보다. 저 멀리로 벌써부터 댓잎 서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개를 들어 자세히 바라보니 검푸른 대나무가 치렁치렁 가지들을 늘어뜨린 채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저 곳이 바로 미국 CNN방송에서 그토록 극찬한 한국의 명소 '죽녹원'이다. 나그네의 눈은 금세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웬만한 인내력이 아니면 저 푸른 녹색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빨리 보고싶다.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고 도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이 죽녹원이다. 나와 아내는 자동차 뒷자리에서 제일먼저 카메라부터 챙긴 다음, 발걸음을 서둔다. 해미인터체인지에서 서해안고속도로의 하행선을 타고 꼬박 네 시간 동안 운전만 하느라 딱딱하게 굳어 있던 팔다리가 이제서야 뻐근하게 저려온다. 우리 부부는 홍살문을 관통하는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2012-12-24 15:16자칭 수원을 사랑한다는 수원토박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50여년을 고향 수원을 지키며 수원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직업이 교원인지라 주로 학교 교육분야에서 학생들에게 애향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해왔다. 애향심이 발전하여 애국심이 된다는 신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지도자로서 ‘서호사랑 봉사학습 체험교실’을 2005년부터 지도해 왔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7년 째 이어가고 있다. 그 덕분일까? 서호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 학생들을 지도하려니까 미리 교재연구를 하고 지도자료를 준비하여 지도에 임한 까닭이다. 그래서 제법 알게 된 것이다. 필자가 체험교실에서 지도하는 내용은 서호의 축조연대, 축만제의 뜻, 정조가 서호 저수지를 만든 이유, 농자천하지대본의 뜻, 정조의 애민정신, 항미정, 제방에 있는 소나무의 나이 계산하기,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일, 수원이 농업과학의 메카인 이유,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여기산과 우장춘 박사, 수원팔경, 서호의 옛 모습, 서호에만 살았던 민물고기 이름, 서호납줄갱이가 없어진 까닭, 수질오염의 원인과 대책,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질오염 예방법, 나라꽃 무궁화 등이다. 그런데 필자
2012-12-18 09:34제217차 우리문화유산 기행안내 【전남 보성-영암-목포: 아름다운 남도로 가는 서정】 1. 보성: 한국 차(茶)박물관. 보성차밭 등. [1층 차문화관,2층 차역사관,3층 차테마관으로 보고, 배우고 체험 할 수 있는 문화공간] 2. 영암: 영암도기박물관. “하”미술관. 주거변천사 야외전시장 [흙과 도기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여 1200여년전 한국도기 전통성을 재현. 동강 하정웅 선생이 평생 수집한 미술 작품들을 기증하여 미술관과 게스트하우스 건립. 개관기념 ‘그리운 고향’전] 3. 목포: 도립 전남국악단 정기공연 관람[17:00~ 18:20] [기악2중주,진도북놀이,춤극-4군자의 향기, 창극-흥부가 화금장, 대금산조, 창무극-백범김구 하이라이트] 가. 답사일자: 2012년12월 22일(토요일) 나. 출발장소: 07:30 창원시청-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 08:00 마산종합운동장 정문 기념탑 다. 참가비:52,000원[교통비,중식(남도백반),석식(순두부),공연료(5천원),입장료 등] 라. 인솔자: ☎ 010-9457-0033. [e-mail: dolmenkr@daum.net] 마. 접수처: 농협(단위농협)821119-52-037075 (예금주: 심재근) 바
2012-12-18 09:34'산막이 옛길'로 명성이 난 충북 괴산에 새로운 명품 걷기 길이 탄생한다. 이름에서 충청도 사람들의 착한 심성과 푸근한 인심이 묻어나는 '충청도양반길'이다. 행정안전부 명품길 조성 사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충청도양반길은 화양․선유․쌍곡구곡과 산막이 옛길을 잇는 85km 거리를 9개 코스로 나눈다. 양반길은 옛길과 계곡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전국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될 양반길 중 1차 공사 지역인 1, 2코스와 3코스 일부 등 21km 구간이 12월 22일 개장된다. 괴산군은 개장일에 걷기 대회와 가수초청 산속음악회, 장기자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괴산의 충청도양반길사랑 회원들과 1코스 산막이옛길과 개장을 앞둔 2-1코스(갈론마을 출렁다리∼용세골 입구)의 일부 구간을 돌아보며 멋진 풍광에 흠뻑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1월 24일, 흥덕구청 광장에서 회원들을 만나 1시간 30여분 거리의 산막이 옛길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충청도양반길사랑 회원들과 임각수 괴산군수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산막이옛길로 향했다. 입구에 순박한 표정과 너그러운 미소가 충청도 사람들을 닮
2012-12-10 10:31나라는 깨어지고 산하는 옛날과 다르니 홀로 강에 머문 달은 그 몇 번을 차고 이지러졌음이오. 낙화암 언덕에 꽃은 아직 피었으니 비바람 치던 당년에 모두 날리지는 않았음이라. 나그네는 홍춘경 님의 '낙화암'이란 시를 나직이 읊조리며 백화정에 올랐다. 일천 사백년의 세월을 밟고 선 자리마다 푸른 이끼가 선연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꽃잎은 흐느끼며 떨어진다. 떨어지던 붉은 꽃잎은 일순간 아름다운 궁녀로 화하여 나그네를 덮친다. 깜짝 놀라 머리를 흔들자 궁녀는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만이 빈 정자를 스친다. 아, 환영이다. 어찌하여 슬픈 역사는 해가 갈수록 짙어져만 가는 것일까. 나그네가 느끼는 수수로움은 이제 심화되어 비탄에 젖는다. "저언하, 나당 연합군이 왕성을 위협하고 있사옵니다. 어서 빨리 옥체를 보존하소서!" 다급하게 전하는 신료들의 외침을 들으며 웅진성으로 피신하던 의자왕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백제의 용장 계백의 5천 결사대가 황산벌에서 초개와 같이 사라져갈 때 수많은 궁녀들도 슬피 울면서 대왕포 높은 바위 위에서 붉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사비수 깊은 물에 몸을 던졌으니 그때의 비참함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하다. 지금에 와서 의자왕의 어리석음을 꾸짖은들
2012-12-10 10:25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봉명산(鳳鳴山)에 있는 다솔사에 다녀왔습니다. 다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雙磎寺)의 말사입니다. 출발할 때부터 다솔과는 별 연관이 없을 듯한 수미산 꼭대기 선인들이 기거한다는 도솔천을 떠올렸습니다. 도솔천의 천녀들은 감로수를 먹고 살기 때문에 4천살까지 사는데, 도솔천의 하루는 인간사의 400년에 해당한다지요? 그렇게 백년을 살러 우리는 다솔사로 떠났습니다. 순천에서 사천으로 길은 여유롭고 한적했습니다. 절의 입구에도 한 두명의 등산객이 보일뿐 적막하고 쓸쓸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날씨는 이성을 깨우는 싸늘하고 투명한 겨울날씨, 그 파란 하늘이 가을하늘의 공명보다 더 높고 푸르렀습니다. 차를 세우니 절로 들어가는 입구의 수려한 소나무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솔바람 소리로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다솔(많을다 거느릴솔)의 뜻을 되짚으며 들어선 경내는 놀랍게도 한겨울 속에 깊이 숨어 있는 경이로운 가을숲 이었습니다. 아직도 붉고 노란 단풍나무들이 환하게 가득 서 있었으며 그 곳으로 햇살이 스며들어와 따뜻하고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멈춘 듯 고요하고 적막함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은 듯한 별
2012-12-05 11:47예전에는 스승과 부모의 은혜를 똑같이 여겼다. 그런데 물질문명과 빠른 변화가 학생이 스승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림자도 밟지 마라'고 가르치며 스승을 섬겼던 선조들의 교육방법에 인성교육이 들어있다.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 김홍도의 그림 ‘서당’에 회초리와 울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 당시의 회초리는 지식을 깨우치고 인간의 법도를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엄한 교육이 인성(人性)을 바르게 했다. 옛날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회초리를 만들던 물푸레나무에 큰 절을 했다. 회초리로 나태와 나약함을 일깨워준 사람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을 배웠다. 요즘 느림을 추구하는 슬로시티가 대세다.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풍경과 마주하면 한가롭고 여유롭게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면 마음이 넉넉해져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오성과 한음에서 보듯 서당과 서원의 교육은 엄했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대청호 주변에 지역의 인재들을 키운 예전의 교육기관들이 많다. 그중 금강의 물가에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이지당, 독락정, 한천정사를 찾아간다. 4번 국도 옥천로에서 이백6길
2012-12-04 17:38지난 12월 1일(토)부터 1박 2일간 아산과 당진을 다녀왔다. 아산에서는 온천탕을 가서 가족과 함께 온천욕을 하고, 다음날은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당진에 있는 아그로랜드 태신 목장(이하 ‘태신 목장’)을 갔다. 목장이라는 이름답게 약 10여만 평 돼 보이는 상당히 넓은 면적이다. 태신 목장은 1968년에 설립되었고 현 위치에는 1978년에 이전을 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체험형 개방목장으로 설립을 해서 현재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기존의 목장을 체험학습과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우선 태신 목장을 가면 해 볼 수 있는 것은 낙농체험, 승마체험, 트랙터 레일 타고 목장 돌아보기, 동물(산양, 낙타, 거위, 라마, 당나귀, 말, 조류 등) 구경 등을 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볼거리도 많다. 조각공원(특히 각종 폐자재로 만든 뽀로로와 조각은 환경교육에도 도움이 됨), 연못길, 초지체험장(특히 봄에는 청보리밭이 볼만함), 눈썰매장, 나무놀이터 등이 있어서 눈이 쉴 틈이 없다. 또한 제일 흥미 있는 것은 농장체험이다. 젖소에게 먹이주기, 젖소 젖짜기, 양몰이 쇼도 있다. 시간대별로 운용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확인해서 짜임새있게 보면…
2012-12-03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