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에 이르러 우리의 학교 수업에 관해 언급할 때마다 반드시 회자(膾炙)되는 말이 있다. 바로 학생 중심 수업 이다. 이는 한 마디로 학생이 중심이 되도록 수업을 디자인하고 진행하여, 학생을 수업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도 학생이 소극적인 수업 참여에서 벗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는 학생 중심 수업을 제안해 왔다. 이는 시대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고차원적 사고 능력과 창의력, 상상력을 기르게 하는 수업으로 연계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게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수업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 암기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만큼 뿌리 깊은 수업의 방식과 교육의 목표가 우리 교육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해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수업은 효율성이라는 명목하에 교사를 중심으로, 일방적 주도하에 이루어져 왔다. 이는 곧 학생은 그저 소극적인 수용자의 역할에 그치고 마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교는 ‘수업 중 잠자는 학생들’의 문제로 교육의 뜨거운 감자로 언급되어 왔다. 이제는 소수의 특수목적 학교를 제외하고는 잠자는 학생 문제는 거의 모든 일반 학교에 보편
2022-11-28 11:1521세기 생존을 위한 도구상자에는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들어있지 않다. 생존상자 안에는 풍부하고 건강한 의식, 개척자 정신, 소박함, 올바른 생활방식, 균형 잡힌 훈련, 책임의식, 수준 높은 양심에 대한 요구 등이 들어있다. 이것들은 꼭 필요한 사고방식이자 행동방식이며 살아남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럴드 셀런트(미래학자) 미래학자가 내다본 21세기 생존을 위한 도구상자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다가올 미래는 최첨단 정보기술 시대이므로 필요한 도구 역시 그러한 것들로 채워질 거라고 추측하기 쉽다. AI를 비롯해최첨단 자동화기기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을 상상하기 쉽다. 놀랍게도 미래학자가 생각한 도구상자에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자질이 대부분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는 세상을 지켜내는 힘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푸대접하고 인간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가치혼돈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에 좋은 일침이다. 우리는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다움을 존중한다는 것을! 그 외의 모든 것들은 그저 도구일 뿐 그 사용자의 인격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첨단 정보 시설을 갖추고도, 급박한 사고 내용을 시시각각 신고한 다급한 목소리에도…
2022-11-28 11:10만추의 끝자락 초겨울로 들어서는 11월의 숲길을 걷는다. 적요(寂寥)의 숲길, 바래지는 풀숲에 핀 보랏빛 들국화는 향기를 더하고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하늘에 비행운의 직선이 차갑게 흐른다. 수런수런 한 줄기 바람이 인다. 바람은 아직 화장을 지우지 못한 나무의 이파리를 떨구고 가지 사이를 거쳐 미처 종이에 옮기지 못한 설익은 가을 사랑을 데리고 날아간다. 문득 길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의문이 떠오른다. 문명의 발달 전에는 야생동물의 길로 오솔길로, 지금은 둘레길로 인위적으로 생기고 넓어졌을 것이다. 숲길을 걸어보면 계절별로 다가오는 의미가 다르다. 진달래 피고 진종일 뻐꾸기 울어 나무에 물오르는 봄의 길은 부드러운 푸석거림 속에 대지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여름의 숲길은 푸르고 젊은 낭만과 열정 새들의 날갯짓 소리 힘찬 성장이, 겨울의 숲길은 곤한 잠 속에 다음을 준비하는 침묵을 적시게 한다. 그리고 이즈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의 숲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걸어온 흔적을 되새기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 사색은 자기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움을 준비하고 당부하는 시간이다. 겨울 초입 숲길에 서서 한 해를 걸으며 성숙했을 것이라 자부하지만 마음
2022-11-21 13:51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인생 최고의 공부는 무엇일까? 각자의 사정과 경험에 따라서 그 대답은 다양하게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질문은 각자지만 이는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 할 수도 있다. 사람들 가운데는 ‘자녀 교육’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자식을 잘 키웠다는 것에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보람이 크고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광고 카피는 우리에게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을 보라 하고,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고 묻는다. 우리는 이 말에 평소 잊고 살아가기 쉬운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잠시 멈칫하기도 하며 섬뜩할 수 있다. 자녀에게 꿈꿀 시간조차 주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유는 단지 하나, 부모가 자녀의 성적이나 평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부모 되기’를 학습하고 이를 익혀야 할까? 우리는 흔히 ‘최초의 스승이자 최고의 스승은 어머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엄마만큼 사랑받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이는 진정한 그리고 바람
2022-11-07 14:27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영혼의 안식을 빕니다 "뭐 하러 사람 많은 데 놀러가서 죽냐?" 오늘 아침 산책길에 대화를 나누던 노인들의 말에 화가 났다. 각박한 세상 인심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일하러 가서 죽으면 억울한 거고 놀러가서 죽은 것은 욕 먹을 일인가? 자기 가족이라도 그렇게 말했을까! 공감력이 없는, 남의 슬픔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슬프도록 무섭다. 오늘 아침 산책길은 땅마저도 흙빛으로 보였다. 오늘따라 지천으로 널린 낙엽들이 사람들에게 밟혀 유난히 짙은 풀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낭만을 느낄 일이었지만 오늘은 그 낙엽을 밟는 것조차 슬퍼서 최대한 밟지 않았다. 짓뭉개진 낙엽 부스러기들 속에 죽어간 젊은 영혼들의아우성이 들리는 듯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154명 사망, 132명 부상! 이태원 참사의 비통한 숫자다. 외신마저도 '불충분한 경찰 병력, 안전대책 미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정확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2017년에는 20만 명이 몰렸음에도 폴리스 라인 사전 설치, 경찰 병력 증강, 일방통행 유도 등으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진실을 말해야 세
2022-10-31 14:30"단위학교 책임 경영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교장 임용,단위학교 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한 교장공모제 실시로 학교여건에 맞는 교육활동 전개 및 단위학교 자율 운영 지원,승진 위주의 교직 문화 개선 및 교장 임용 방식 다양화를 통한 교직 사회의 활력 제고". 교장 공모제의 목적이다. 목적은 그럴싸 하지만 실제로 교장 공모제를 시행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그럴싸하게 포장을 한다해도 크지 않다고 본다. 공모제 시행학교와 시행하지 않은 학교의 교육성과를 분석해 본다면 그 효과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겠지만 그런 분석을 접한 기억이 없다. 실제로 분석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분석결과가 일반화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따지고 보면 교장 공모제의 문제점은 공모과정에서 불거진 경우가 많았다. 학연, 지연, 담합, 때로는 협박, 금품수수 등이 있었다는 것에는 교장공모제에 관심있는 교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로인해 교장공모제 폐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주장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그 성과를 따져볼 때가 된 것 같다. 목적에 걸맞는 성과를 얻고 있느냐는 것이다. 단위학교 책임 경영 역량과…
2022-10-28 10:40늘그막에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점차로 늘고 있다고 한다. 좀 지난 시일에 황혼이혼 합의 판결을 앞둔 어느 부장판사가 일행들에게 가볍게 물었다. “황혼이혼을 신청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참석했던 일행들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여자일 것이라고 했다. 뉴스를 보거나 떠도는 말들을 들어보면 젊어서 참고 살던 여자들이 남자들의 횡포를 더 이상 참지 않고 이혼을 신청한다고 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60년 이전 태생인 사람들은 기구(崎嶇)하게 살아온 여인네들의 삶을 안다. 별 볼 일 없는 남정네들의 허세와 구박을 참고 살아야 했다. 술주정은 물론이고 손찌검까지도 견디며 살아야 했던 한이 응어리로 남은 여인네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분하고 또 분한 것이 치밀어온 것이다. 더구나 세월이 변하며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늙어서 이혼한다고 두려울 게 없어진 것이다. 특히 남자들이 정년퇴직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이혼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 황혼이혼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세요?” 이번에도 일행들은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돈이 있을 것이라거나 경제적으로
2022-10-19 15:43누구나 자기의 삶이 행복하길 소망한다. 그래서 행복은 남녀노소 누구나 각자 인생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대 행복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오랜 ‘행복 추구’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현대가 더 행복할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렇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가까이에 있을 수도 멀리에 있을 수도 있다. 왜냐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단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학교의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절대적으로 ‘주도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같을 일을 해도 남과 달리 신이 나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교사의 모습을 보면 그 기저엔 ‘진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이왕 하는 거,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을 소유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해 ‘학생을 위하기보다 자신을 위하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교사도 자기의 손톱에 가시가 박히고 이가 시리고 머리가 아프다면 스스로 이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어디
2022-10-17 14:48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어느 날 잡지를 보던 중 또래의 외국인 친구와 펜팔을 권유하는 글과 신청서를 보았다. 호기심으로 무려 다섯 친구를 신청하였다. 답장이 왔는데 미국친구 두 명과 독일친구 한 명이었다. 미국의 친구 한 명은 미주리주에 거주했고, 다른 친구는 오하이오에 살았다. 미주리친구는 노란 봉투에 보라색 송진을 떨어뜨려 봉인한 편지를 보내어 기억하고 있다. 오하이오 친구는 형제자매가 여덞 명이라 하여 놀랐고,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유아교육을 공부하여 아이들을 돌본다는 생각이 확고하여 또 놀랐다. 필자는 오하이오 친구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대학에서 유아교육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교수가 되어 30년후 미주리대학에 교환교수가 되어 미주리 땅을 밟았다. 요즈음 관심을 집중시키는 주제 중 하나는 ‘영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다. 필자의 시절에는 많은 경우 할머님이나 어머님이 손주를 돌보아주셨다. 감사하게도 필자의 아이도 할머님이 살펴주셨다. 필자의 할머니셨으니 아이들에게는 증조할머님이다. 필자와 아이들에게 지금도 그리운 분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변화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일의 강도는 높아
2022-10-12 23:55윤석열 정부가 학력신장(學力伸張)에 총력적으로 나설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내정자가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기초학력을 중시한다는 점도 이와 궤(軌)를 같이한다. 이는 이 장관 후보자 내정 시부터 이미 예견됐던 사실이다. 윤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한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자율평가’ 참여형식으로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안전망을 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자율평가’ 도입을 천명한 이상,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을 선언한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지만, 경쟁적 한 줄 세우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컸던 과거의 정책으로 되돌아가려는 데 대해 일부 우려도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 등의 일상화로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한 점을 지적하고 기초학력의 신장을 역설했다. 전 세
2022-10-12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