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잡지 「좋은 생각」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어느 시인이 그의 친구들과 강원도 설악산에 탁족(濯足)을 하며 나눈 얘기로 기억한다. “우리 조지훈 선생(시인)은 말이야, 한 학기에 강의를 세 번 하셨지. 한번은 개강, 다른 한번은 종강이고, 나머지가 학기 중간 봉급일이었지.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준수한 모습이었다네.” “우리 장욱진 선생(서양화가)은 말일세, 강의실이 대폿집이야. 흥이 나시면 당신의 고무신을 벗어서 애들한테도 돌리곤 했었지.” “구자균 교수(국문학자)는 어떤데,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해놓고서 교탁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 소주병을 홀짝 거리셨지. 대취하셔서 제자가 연구실에 모셔다 드린 적도 있었고.” “내(경봉선사) 큰 스님은 10년 동안 한 말씀도 안 해 주시다가 궁금해서 부처가 뭐냐고 묻자 주장자로 내 머리를 탁 치더란 말이지.” 그러면서 시인은 이렇게 훌륭한 제자를 길러낸 스승들이 있었는데, 오늘날은 스승도 제자도 없음에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왜 안 그렇겠는가. 자기 자신만 챙기는 개인주의 세태가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루지 못하는 혼탁한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 어렸을 적 스승들이 가르친 대
2016-05-13 12:50‘흰담비의 절개’라는 글을 읽었다. “하얀 모피털의 주인공인 흰담비는 본능적으로 자기의 털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고 합니다. 흰담비를 잡으려는 사냥꾼들은 그것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먼저 흰담비가 사는 굴을 찾아내어 더러운 껌정으로 굴 입구의 안팎을 다 칠해 놓고, 개들을 풀어 놓아 수풀 속에 있는 흰담비를 찾아내면 흰담비는 도망을 치다가 자기의 굴로 달려와 몸을 숨기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 굴의 입구가 온통 껌정으로 더러워진 것을 발견하고는 이 작은 짐승은 자기의 털을 더럽히며 굴속에 들어가 살기보다는 뒤로 돌아서 죽음을 각오하고 그 큰 사냥개들을 상대로 하여 싸우는 자세를 취한다고 합니다. 그때 사냥꾼들은 이 흰담비를 손쉽게 잡는다는 것입니다.” 흰담비의 절개는 고귀하다. 변함이 없다. 일편단심 민들레다.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더러운 것은 참지 못한다. 좋은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바른 것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때 학교현장에서 민망할 때도 있다. 학생들로부터 무안을 당하기도 하고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의 가야 할 길은 비굴한 길이 아니고 바른 길이다. 이 길이 아무리 험하고 멀어도 끝까지 가야 하
2016-05-13 12:49올해 스승의 날은 일요일이라 다행이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이 예년과는 달리 조금은 편안하다. 그래도 일부 언론에서는 5월은 스승의 날이 있어 학부모들이 부담스럽다고 보도하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가도 될 것도 같은 데 또 교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요즘 한창 논란의 대상이 ‘김영란 법’이다.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는 10만원’등 시행령을 앞두고 손익계산에 바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를 위한 법이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그 대상에서 빠지고 피라미 공무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참 암담할 뿐이다.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들의 1회 수임료가 100억을 받는 현실에서 3만원, 5만원이 무슨 부정이냐다. 매년 스승의 날 특정감사에 적발된 사건들을 보면 고작 몇 만원 화장품 받았다고 파면까지 당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빈익빈 부익부’가 아직도 버젓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다. 말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하지만 그래야하고 먼저 솔선해야 할 사람들은 딴 나라의 이야기다. 그간 스승의 날이 오히려 교사들의 마음만 상하는 날이라 차라리 없애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핸 아직도 조용하다. 하기야 학생과
2016-05-13 12:49푸르른 하늘 아래 붉은 가슴을 드러낸 철쭉꽃의 화사함이 선생님의 따뜻한 가슴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5월! 어느 해 보다 길었던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며 묵묵히 아이들을 지켜 오신 선생님의 사랑과 헌신에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그 동안 어렵고 힘든 스승의 길을 천명으로 알고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를 보는 기쁨으로 모진 바람 속에서도 결코 화려하지 않은 길을 주저하지 않고 걸어오신 선생님! 선생님이 계셨기에 모진 비바람과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잘 자라준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후진국 수준의 과밀 학급 속에서도, 물새와 바닷바람만이 친구인 바다건너 외딴 섬에서도, 말없는 나무들과 산새소리 속에서 오늘도 고사리 손 잡아 이끌며 글눈을 띄워주는 산간벽지에서도 선생님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기에 세상이 아름다운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길들여진다는 것은 책임지는 것이다.’라는 어린 왕자의 독백처럼, 오늘 우리는 선생님이 가시는 길이 마음의 눈으로 보는 자에게만 커 보이는 길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길들여진 선생님의 삶은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우리의 교육 현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식정보화라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엄청난 변…
2016-05-12 15:12내리던 봄비도 그치고 연한 색깔로 단장한 풀잎과 나무가 생명의 약동감을 표현하여 주고 있습니다. 퇴직 후 김 선배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지 조금 궁금하여 필을 들었습니다. 퇴직한 친구들도 주변에서 보면 하루는 놀고, 하루는 산에 다니는 친구들도 보이고, 농장을 구입하여 날마다 이를 관리하는데 모든 정성과 시간을 쏟는 모습도 보입니다만, 어느 자료를 펼쳐보니 참으로 대단한 언론인을 발견하였습니다. 여든의 나이로 세상을 뜬 윌리엄 사파이어라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이 있는데,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그는 43세에 뒤늦게 뉴욕타임스에 영입돼 1973년부터 2005년까지 만 32년간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예쁜 얼굴이 모든 것을 결정 한다’는 ‘루키즘(Lookism : 외모지상주의)’은 그가 만든 신조어랍니다. 그는 세계 언론계 최고 권위인 퓰리처상도 받았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그는 생의 에너지를 불살랐고 다채롭게도 산 인물이지요. 시러큐스대학을 중퇴한 뒤 스무 살에 뉴욕헤럴드트리뷴에 입사해 신문기자와 유럽지역 방송 특파원을 지냈으며, 이어 사업가로 변신해 홍보 대행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고객 중 한 명이던 니키타 흐루쇼
2016-05-12 15:12화창한 날에 자연을 벗 삼으면 감동에 감동을 더한다. 덜 귀하던 것이 귀하게 느껴진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 나무 아래 자라난 여러 잡초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들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기쁨과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의 날, 어버이의 날, 이어서 스승의 날이 있다. 어버이 날이 없으면 이가 빠진 듯 무언가 허전할 것이다. 5월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스승이 날이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사랑의 편지, 감사의 편지를 써서 감동을 준다. 감동은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귀하다. 최근 신경과학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이 감동받을 때 생성되는 화학물질인 '다이돌핀'을 발견한 점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감동 호르몬'이라 부른다. 이 감동 호르몬은 인터페론의 200배 이상의 면역효과를 갖는 엔돌핀보다 4천배 이상의 면역효과를 갖고 있음을 신경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엔돌핀만 나와도 삶이 기뻐지고 행복해지는데 그것보다 4천배 이상의 면역효과를 갖는 다이돌핀이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이름을 ‘
2016-05-12 08:57선생님이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요즘처럼 선생하기 어려운 때는 일찍이 없었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우리끼리 흔히 하는 말이 “ 그 좋은 때는 못하고 이 어려운 때 선생 노릇 하느냐?”가 정말입니다. 아이들 지도하기도 힘들고, 모난 성격을 달래느라 좋은 성격까지 버리고, 여기에 학부모 눈치도 살펴야 하니까요. 한 동안 우리의 안방극장을 달구었던 ‘태양의 후예’엔 그렇게 열광하면서도 모두가 ‘교사의 후예’이면서도 교사의 은혜를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우리의 교육이 왜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하루 종일 교실에 있으면서 수 천 번의 혈압이 하늘과 지옥을 오르내리고 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요즘 교사하기 참 힘들지요. 그러나 어찌합니까? 세상이 그러하고 선생님 역시 이미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혹자는 참으라고 합니다. 싫어도 웃으며 말하라고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감정노동자로 전락한 우리의 현실이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언제 개선될지는 이번 주말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께 물어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너무 심란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젠 우리 스스로 자위(自慰)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
2016-05-12 08:57오늘 아침은 전형적인 봄날 아침이다. 새들은 아침 노래를 한다. 나무들은 푸른 자태를 뽐낸다. 꽃이 핀 자리에 연한 잎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날이 그리 흔치 않다. 귀한 날씨일수록 보람된 학교의 생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산을 많이 찾는다. 아름다운 꽃이 진 자리에 연한 잎이 장식을 한다. 봄철에 알맞은 꽃들이 핀다. 아카시아꽃은 온 산을 진동한다. 마로니에꽃이 만개하기 위해 하얀 모습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아름다움은 산에 가야 맛볼 수 있다. 산은 나무를 참 사랑한다. 나무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나무들은 산의 고마움을 안다. 그네들이 자리잡은 곳에서 한껏 아름다움과 가치를 뽐내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아무런 볼품이 없는 나무도 참 많다. 곧게 자란 나무, 굽은 나무, 반듯한 나무, 상처입은 나무, 큰나무, 작은 나무, 강한 나무, 약한 나무 등 가지각색이다. 이런 나무들의 공통점은 산을 바탕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무의 가치가 동등함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을 이룬다. 곧게 자란 나무, 강한 나무, 반듯한 나무들만 있다고 하면 산은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가 없다. 어떤 종류의 나무든 이들
2016-05-11 09:02세월이 잘 간다. 가도 너무 잘 간다. 엊그제 봄이 온다고 좋아하고 봄꽃이 핀다고 기뻐했는데 벌써 짧은 옷을 입느니 어쩌니 하고 있다. 날아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면 아껴 써야 할 일이다. 일촌광음불가경이라 한 마디의 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특히 젊은이는 시간을 아까워할 줄 모른다. 남는 것이 시간이라고 한다. 젊을 때 놀자, 즐기자 한다. 그럴 때가 아니다. 소년이로학난성이라 소년은 늙기 쉽다. 자기도 모르게 젊음이 다 지나간다.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그렇기 학문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투리시간까지 낭비하면 안 된다. 노력하지 않고 학문을 이룰 수 없고 노력하지 않고 뜻을 이룰 수 없다. 노력하지 않고 이루는 게 아무것도 없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 손이 게으르면 가난해질 뿐이다. 발이 게으르면 아무것도 수확을 얻지 못한다. 수주대토가 생각난다. 농부가 밭을 갈다가 토끼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행운이 찾아왔다. 부지런하던 농부가 일손을 멈추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토끼가 그루터기에 또 부딪히기를 기다렸다. 농부가 처음부터 게으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했다.…
2016-05-10 10:285월 7일, 서수원 주민을 위한 한마당 공연 열려 서수원 일월공원이 바라다 보이는 구운동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다. 우리 아파트의 좋은 점은 공기가 맑고 교통이 잘 연결이 되고 아파트 전체가 평지로 되어 있어 안전하다. 인근에 있는 일월저수지는 우리 아파트 사람들의 전용공간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나는 동대표 회장을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기에 주민들 문화 향유를 위해 우리 아파트가 주관하는 음악회를 두 차례 열었다. 또 수원시립합창단을 초청하여 일월초교 강당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수준 높은 찾아가는 음악회를 선보여 좋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우리아파트가 주관하는 일월공원에서 열린 음악회를 위해 힘든 일도 마다 않았다. 관리소장과 함께 일월먹거리촌 협찬을 받기도 하였고 인근 이마트와 농협유통센터에서 선물도 준비하여 아파트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였다.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 주민을 위한 일이기에 힘들 줄도 몰랐다. 아마도 그 영향이었을까? 당시 출연했던 색소포니스트가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음악회를 열고자 하니 아파트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한다.
2016-05-09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