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세월호 참사 2주기다. 노란 리본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무수한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잔인한 4월이다. 참사 2주기, 다시 찾아온 고통 단원고는 지금도 희생자들의 교실 보존 문제로 유가족과 학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한다. 참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에 대해 무슨 해법이 있겠는가.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해맑은 얼굴. 엄마의 선물을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아이들의 미소가 액자 속에서 빤히 웃고 있는데, 세월이 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억장이 무너진다. 차라리 내가 죽어 네가 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게 우리의 심정일 것이다.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린 목숨은 너무 가엾고 혹독하고 두렵다. 침몰사건 이후 정부는 법적 책임자를 규명하지도 못한 채, 그저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내세우며 사후약방문의 매뉴얼 작성에 급급했다. 미봉책으로 학교의 단체 활동을 중지시키고 강도 높은 규정을 만들었다. 동시에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성하게 하고 교장을 책임자로 하는 서류적인 점검을 완료했다. 하지만 매뉴얼이 있다고 사고가 비켜가지는 않는다. 이익에만 눈멀어 규격미달의 자재와 눈속임으
2016-04-08 14:27“선생님도 힘들어요.” 대전시교육청 3층에는 ‘에듀힐링센터-Tee센터’라는 간판이 걸린 작은 방 하나가 있다. 이 곳은 선생님들이 마음 놓고 울며 이야기할 수 있는 해우소다. 마음 다친 교원 ‘해우소’ 필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어도 한 마디 대꾸 없이 듣기만 한 A교사, 장난이라며 던진 돌에 맞은 B교사, 교권 침해로 학생을 마주하기가 무서운 C교사는 센터를 찾아와 큰 소리로 엉엉 울기도 하고 그저 훌쩍이다가 마음의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갔을 뿐이다. 상담가는 “그랬군요, 힘드셨겠네요”라는 말만 했을 뿐인데 선생님들은 환한 얼굴로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Tee센터(Teacher education emotion center)는 대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심리상담센터의 이름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교육 서비스 요구나 학생 인권에 밀려 그저 직업인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런 교사들을 보면서 마음 터놓고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함께 풀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2013년 전문직으로서 교육청 차원에서 에듀힐링센터의 설치 가능성을 탐
2016-04-08 14:18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교사 가정방문’이란 대안이 나왔다. 그러나 요즘은 맞벌이, 한부모 가족도 흔하고 조부모와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 담임이라는 이유로 가정을 방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 가정방문’만으로는 한계 사실 2년 전 필자도 가정방문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었다.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정서 상태 등을 알고 싶은 마음이 나름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께 말씀드려 동의를 얻고자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주변 선생님들 의견을 들어보니 요즘 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로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다음날 출근 걱정 때문에 담임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가정방문 대신에 전화통화를 여러 번 하거나 휴대전화 문자,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여교사의 경우는 안전에 대한 문제도 따른다. 이에 대해 경찰이나 공무원이 동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등이 동행하는 방식은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공권력과 연관되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서다. 담임이 경찰을 대동하고 가정방문을 한다
2016-04-01 14:09"선생님!" 40년간 들어오다 보니 이제 이름보다 더 익숙하다. 길가다 누가 부르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선생이란 이름, 단순히 직업을 일컫는 호칭이 아님을 자부하는 마음도 크다. 독립 운동가인 백범 김구를 사람들이 김구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가. 존경의 호칭으로. 자긍심 잃고 명퇴만 늘어가는 교단 돌아보면 매일 이런 극존칭을 들으며 호사하고 살아왔다. 사회에서 선생이라는 인격에 거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선생의 자리에서 가장 힘써 해야 할 일이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에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 선생님, 루이 제르맹에게 그 연설을 헌정했다. 빈민가에서 자란 카뮈를 장학금 주선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시켜 오늘의 카뮈가 있게 한 뒤에는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이 제자한테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원대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 아동문학과 강의를 할 때도 선생님의 역할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바르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 그 다음은 재능과 꿈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요즘 선생님은 학생,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10위 안에
2016-04-01 14:06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대결은 4대1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전 세계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속도와 가능성에 놀라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지식전달자 역할 탈피해야 1959년 마빈 민스키 MIT교수에 의해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 1997년 IBM 딥블루컴퓨터가 세계 체스챔피언과 대결해 이겼고 2011년엔 슈퍼컴퓨터가 퀴즈챔피언들에 완승했다. 그러나 이번 알파고의 경우 이전과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의 실체를 증명하며 강력한 파급력을 예고하고 있다. 알파고는 사람이 평생 해도 할 수 없는 빅데이터 학습량을 5주 만에 익혔고 딥러닝이란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바둑 고수들의 기보를 3주 만에 3억4000만 번 실행하며 스스로 학습했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조만간 알파고 인공지능을 스마트폰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속에 들어오는 시점이 멀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 역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먼저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시킨 후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전통 교육은 창의력과 팀워크, 인성을 배양하는 교육으
2016-03-28 09:43교사는 늘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간다.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수업에도 가치 판단이 작용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교사와 학생이 만족하되 교육과정의 원칙에 충실하고 학습자의 지적 성장과 창의적 능력, 그리고 공동체의식의 함양으로 귀결된다. 수업개선 불구 ‘객관성’ 한계 필자처럼 인문계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수업이 결국 대학입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대입의 균형추가 수학능력시험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교육과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에 따라 학생부 교과 성적 못지않게 교과 수업에 임하는 학습자의 태도와 역할 등을 보여주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변화된 대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수업’에 대한 해법 모색은 이제 고민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와 있다. 필자는 그 고민을 수행평가를 활용한 학생중심의 활동에서 찾았다. 교사가 모든 지식을 전수해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되 그 과
2016-03-28 09:39최근 이재범 씨가 쓴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책으로 인해 인생이 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뀌는 소중한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비하면 초보적 수준 그쳐 책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고를 하게 된다. 굳이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진다. 사고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무언가 깨닫거나 얻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식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성격, 행동, 사고방식을 결정짓고 특히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자기가 아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 바를 글과 말, 행동으로 표현한다. 아는 게 없으면 글은 물론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릇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다면 제대로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글보다 너무 단편적인 이미지와 영상에만 길들어 있다. 글자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계속해서 편한 것만 좇고 쉬운 것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수동형 인간이 되지 않을까…
2016-03-18 14:21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덕분에 올해도 학급수가 감축되면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 여덟 분의 자리가 또 비워졌다. 새 학기 첫날, 그 선생님들이 맡았던 업무들이 남은 교사들에게 나눠졌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빗발쳤다. 청소 담당구역을 지정하는데도 몇 군데는 담임교사, 부장교사 할 것 없이 2곳, 3곳 겹겹이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 업무 하나만도 지도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내 방으로 들어온 24개의 공문은 꼼꼼히 읽지도 못하고 담임을 맡고 있는 세 분의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7, 8개씩 배분해야했다. 신학기 학생 생활지도 계획, 학업중단숙려제 운영계획, 학교안전계획(신설),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계획 등 굵직굵직한 공문은 내 차지로 돌려놨다. 아마 한 달쯤은 밤을 새워야 나올 계획들이다. 교육부에서 ‘안전부장’을 신설하라는 것도 그냥 내 몫이 돼 버렸다. 아침에는 앞으로 교문을 지켜주실 학생보호인력 담당 어르신 면접과 연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등교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이했다. 이어 교통지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한 숨을 돌리려는데 또 이내 일이 터졌다. 새로 복학한 3학년 여학생이
2016-03-18 14:17우리나라에 최근 들어 노인 요양 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설이 되겠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경우가 영리 취득을 위해 불법·편법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입원 노인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만약’ ‘ 때문에’ ‘불구하고’의 사랑 여기에 가족들로부터 냉대까지 받는 경우 또한 많아 주위를 착잡하게 만든다. 그런데 가족 냉대의 원인 중 하나가 유산 상속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재산 상속을 끝내고 입원한 노인들의 가족들은 거의 문안 인사도 안 오는 반면, 상속을 하지 않은 채 입원한 노인들의 가족들은 대체로 뻔질나게 문안 인사를 온다고 한다. 노부모에 대한 애틋한 사랑 때문에 가족들이 찾는 게 아니라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돈이 사라지면 노부모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돈이 문안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 혹은 조건이 됐기때문에, 이러한 이유나 조건이 사라지면 그에 따른 행위도 소멸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사랑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의 행복은 이러한 사랑의 유형 중 어느 것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
2016-03-11 16:033월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설렘만큼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 학교, 교실환경이 변화의 즐거움만큼 낯설고 불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 싫다는 아이, 야단쳐선 안 돼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3월 신학기에 소위 ‘새 학기 증후군’에 시달린다. 새 학기 증후군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적?육체적 증상으로 스트레스가 가장 주된 원인이다. 그 결과 식욕부진, 구토, 복통과 두통, 수면장애, 불안감과 초조함, 무기력, 잦은 짜증과 화냄, 그리고 심하면 우울증, 틱 장애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때 자녀를 혼내거나 야단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상황만 더 악화시켜 자녀에게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 학기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교사나 그 배우자 역시 한 아이의 ‘부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누구나 새 학기 증후군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녀를 진심으로 믿어주면서 자주 칭찬과 격려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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