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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신학기가 시작되던 날, 수업을 마친 5학년짜리 아이가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을 못했어요.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한 후 물어보았더니 난생처음 남자 선생님이 자기 담임이 됐다는 거에요.” 이는 작년 9월 신학기를 맞아 자신의 자녀가 처음으로 남자 담임선생님을 경험하게 됐다는 중국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도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교육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시의 경우 초·중·고 교사 중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78%, 71%, 67%로 남교사에 대한 여교사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남교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베이징의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신규교사 모집 시 남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 동북지역인 리아오닝성[遼寧省]의 2004년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가 전체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남부인 광동성(廣東省)도 68만 명의 초·중·고 교사 중 60% 이상이 여교사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교사의 비율이 80~90%를 초과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교사의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는 중국의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많은 학교에서는 남교사 부족으로 체육과목이 소홀히 취급되어 남자 아이들이 축구나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행사도 남교사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약식으로 치러지거나 그나마 치러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초래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의 여성화 경향이다. 이는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한 자녀[獨生子女]’가 보편화된 중국 가정의 현실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10여 년 동안 여교사들만 접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남성다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여성적인 성향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남교사의 절대적인 부족이 중국 초·중학교 학부모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초·중학교에서의 남교사 부족현상은 교원양성기관인 사범계학교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5년제 전문학교 및 사범계 대학에서부터 남녀 성비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최근 이들 학교의 경우 체육, 수학과를 제외한 교육학, 영어, 음악 등의 전공에는 한 반 50~60명의 학생 중 남학생이 많으면 6~7명 정도, 심한 경우에는 한두 명의 남학생만이 있는 학과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교원양성기관의 남학생 부족현상은 자연적으로 이들이 졸업을 하여 직업을 갖게 되는 때에 남교사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왜 이렇듯 사범계열에 지원하는 남학생의 수가 적은 것인가? 이는 우선 ‘교사를 하는 것은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는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초·중학교 교사는 여자나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있어 아직까지도 남자가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것은 ‘못난 짓’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앞둔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사범계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응시를 권유하면 대부분 ‘못난 짓’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태도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이 초·중학교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는 과거 무자격자가 초·중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의 고정관념으로 인한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사범계열 학교 및 초·중학교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예비교사와 교사의 성비 불균형도 남자들이 초·중등 교사직을 회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중국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사회적 낮은 대우로 인하여 발생되는 일이다. 남자들이 대우가 낮은 교사직을 꺼리기 때문에 교직에는 여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여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게 됨에 따라 남자들이 여자들이 많은 교직사회에 발을 들여놓길 꺼려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초·중학교의 남교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러한 초·중학교에서의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범계열 대학에 남학생 모집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상하이 사범대학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사범대학 전공별 남학생 모집인원은 전체 학생 모집인원의 40%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한다’라는 규정을 정해 남학생들을 사범대학으로 유인하여 상하이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사의 대우조건을 향상시켜 남자들을 교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으로는 현재 정식 공무원이 아닌 교사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격상시켜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주고, 교사의 급료를 일정한 수준으로 올려주어 현재의 교사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논의들은 각 가정에도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듯이 학교에도 학생들이 남·여 선생님들을 고루 접하면서 생활해야만 이들의 정서 및 학업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점차 사회적인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초·중등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비단 중국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 서울지역 초등 신규교원 810명 중 732명이, 중등 신규교원 361명 중 281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 데서 보듯이 교단의 여성화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의견을 바르게 전달하려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어린이들의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동네 사는 꼬마 녀석은 다른 날에 비해 월요일이면 학교 갈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학교생활이 아직 서툰데다 이틀을 쉬고 난 월요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매주 월요일이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긴장과 흥분이 겹쳐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등교하던 녀석의 손에 빨간색의 부드러운 고무공이 쥐어져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뭘 들고 가는지 은근히 궁금해져서 일부러 앞마당에 나가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 방식 등에 아무 구애 없이 그저 급우들 앞에 나와서 짧게 발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매주 그 시간에 대비하여 평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장난감을 비롯하여 동화책이나 새로 산 학용품, 여행지에서 산 진기한 기념품,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 등을 한 가지씩 가지고 등교하는 설렘과 즐거움에 흠뻑 젖는다. 자녀들의 5분 발표를 돕기 위한 부모들의 정성 또한 이에 못지않다. 매주 한 가지씩 꼬박꼬박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발표대상 또한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물로, 무생물에서 생물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게 되고 선정대상 또한 광범위하고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작 학교에 가지고 갈 마땅한 것이 언뜻 떠오르지 않을 때나 들고 갈 것이 궁해져 걱정이 될 때면 어린이들은 부모들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 또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일 발표가 있던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햄스터를 폭신한 천에 감싸 안고 함께 등교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급우들 앞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햄스터 가족을 교실까지 조심스레 데려 갔다가 데려왔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우연히 발표가 겹치는 날은 눈독들인 물건을 서로 가지고 가겠다고 두 녀석이 싸우는 날도 있었는가 하면, 저 혼자 들고 가기에 버거운 덩치 큰 것이나 화분 따위 등 깨지기 쉬운 것을 학교까지 옮겨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솔직히 귀찮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고등학생이 되어 더 이상 소동을 벌일 일이 없어지고 나니 그 대신 동네 꼬마가 뭘 들고 학교에 가는지 슬그머니 궁금해지고,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미소 짓곤 하는 것이다. 햄스터나 토끼뿐 아니라 개, 고양이들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한 아이들 앞에서 5분간 서기 위해 한 차례씩 주인을 따라 등교를 해야 하는 일은 물론이고, 만약 그날의 주인공이 새라면 일찌감치 모이를 얻어먹고는 새장에 실린 채 부모들의 손에 들리어 아이들의 학교로 가야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이렇게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자기 의견이나 사물의 특성에 관한 관찰과 설명,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된 배경과 구입하게 된 경위 등을 조리 있는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수줍음을 타는 성격도 반복되는 발표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고쳐져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부산스럽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어린이들도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몸에 익히는 동안 성격교정이 가능하게 된다. 흔히 서구사회는 토론문화가 발달되어있다고 대부분 인정하지만, 아닌 게 아니라 호주 사람치고 학력이 높든 낮든 말 못하는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가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말을 잘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곤 한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묘사하고 바르게 전달하려는 습관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배이다 보면 그것이 곧 문화로 자리 잡는 토양이 될 터이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5분 말하기’로 기초를 다진 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조리 있는 표현과 논리가 한 단계 심화된 형태로서 ‘토론광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는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한 가지 이슈나 주제, 사안을 놓고 학생들 간에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는 것이다. 학년별로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팀을 구성한 후 각각 두 팀씩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보다 논리적이며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자기주장을 잘 펼쳐나가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 토론의 주제로 주로 선정되는 이슈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학원 내 문제나 시사, 혹은 사회적인 현안 중에서 잡히는 일이 대부분으로, 예를 들어 ‘왕따나 학원 폭력’ ‘입시제도 개선안’,‘학생 흡연이나 음주 약물’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게 것이다. 학생들의 토론 광장은 학교대항 토론대회로까지 행사의 폭을 넓히면서 ‘제대로 말하는 법’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심는다. 상대방을 설득하면서, 자기주장을 무리 없이 펼치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이렇게 해서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호주인들은 유난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시콜콜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대화의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의 심각하고 독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가하면 어릴 때부터 말하고 듣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탓에 아무리 하찮은 생각이라도 자기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등굣길의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소지품을 유심히 관찰하며 곰곰이 생각할수록 말이 5분이지, 어린 아이들에게 혼자 말하기로 주어지는 5분이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발표에 대한 기대와 재미로 표정조차 상기된 채 학교로 향하고 있다는 것에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동기유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울러 하게 된다.
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호머가 지은 는 전쟁과 인간사를 그린 대서사이지만 여기에는 명가의 조건과 리더십의 덕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현명한 아버지 오딧세우스, 지혜로운 스승 멘토, 유혹을 물리치고 20년 동안 가정을 지킨 어머니 페넬로페, 아버지의 뜻을 이은 지혜로운 텔레마코스 등이 명문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문가의 유지, 발전 비결은 교육 이타카의 왕으로 '지혜로운 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오딧세우스와 부인 페넬로페 사이에 텔레마코스가 태어난다. 불가피하게 트로이전쟁에 참여하게 되자 그는 친구 멘토(Mentor)에게 집안 일과 아들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텔레마코스는 부친 부재의 20년 동안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아버지의 지혜를 닮아간다. 오딧세우스는 아내에게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자랄 때까지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 재혼을 하고 왕국을 아들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문에 오딧세우스가 귀국하지 않자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페넬로페를 괴롭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0년 동안 가정과 왕국을 지킨다. 아내 페넬로프는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요즘 같아도 이러한 경우라면 재혼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오딧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재회하게 된다. 오딧세우스는 가문의 관리자, CEO로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결국 왕국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 오딧세우스의 리더십과 집안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잘 넘기면서 이 가문과 왕국은 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20년 만에 오딧세우스가 돌아왔을 때 아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 그 이후 멘토라는 이름은 '훌륭한 선생'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800여 년전에 쓰인 이야기지만 그야말로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할아버지는 있지만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있지만 아버지는 늘 바쁘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있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세태가 가정의 위기를 부르고 사회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우리의 전통 명문가가 수백 년을 거치면서 온갖 풍상 속에서도 명가로서 유지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등의 엄한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명가에는 멘토에게 자녀교육을 맡긴 오딧세우스와 같은 현명한 판단력과 자녀교육에 대한 헌신이 있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있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표현을 빌자면 가문이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즉 CEO인 것이다. 오딧세우스와 같은 현명한 CEO를 둔 가문은 수백 년 세월동안 도전과 응전을 벌이면서 가문의 영광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꼽히는 최고의 CEO, 최고의 인재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면 이들 명문가들의 원동력 역시 오딧세우스와 같은 CEO와 그의 지도를 대대로 계승, 발전시켜온 텔레마코스와 같은 자녀가 있었던 것이다. 자녀교육에 헌신한 대학자 퇴계 우리나라 명문가들은 자녀교육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생활교육'을 중시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식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명문가들은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자녀들이 배우게끔 교육을 했다.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이다. 특히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등 역사상 위대한 인물일수록 자녀교육에도 헌신적이었다. 이 가운데 퇴계 이황(1501~1570)은 300여 명이 넘는 수제자를 길러내고 140번이나 넘게 공직의 부름을 받았던 조선시대의 대학자이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자녀뿐만 아니라 친인척의 자제들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어떻게 보면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퇴계는 우리의 상상과 선입관을 여지없이 날려버린다. 퇴계는 자신의 평생 사업을 시로 지은 적이 있는데, 성현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닦아 고향에서 '착한 사람을 많이 만드는 것(所願善人多)'이라고 했다. 그래서 권력을 쫓지 않고 고향에 돌아와 제자를 기르며 참스승으로 살았다. 선비로서,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힘썼을 뿐만 아니라 아들과 손자 등 가문의 후손들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친구와 함께 지내며 학문을 닦는 것을 중시했던 퇴계는 아들과 손자, 조카뿐만 아니라 형의 외손, 질녀, 형의 사위, 형의 손자, 조카의 글공부와 어려움을 힘닿는 대로 보살폈다고 한다. 조카와 조카사위, 종손자, 생질, 종질과 누님의 사위, 형제의 외손자, 질녀의 외손자까지 모두 와서 배웠다. 나중에는 문중의 청소년이 모두 몰려와서 배웠다고 한다.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지만 먼저 일가의 큰 어른으로서의 역할도 다했던 것이다. 한번은 넷째형의 둘째 아들 영이 생활이 어려워 학문을 포기하려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퇴계는 크게 상심하고는 생계 때문에 공부를 그만두어서는 안된다며 영의 뜻을 돌이키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다시 또 생각해보라'는 편지를 보내어 달랬다. 영은 그 뒤에 학문을 계속해 결국 벼슬길에 나갔다. 퇴계는 이처럼 요즘 사람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세심함을 갖고 있었다. 또 퇴계는 맏형의 외손자에게도 닭 한 마리와 생선 등을 보내면서 시간을 아껴 학문에 힘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퇴계는 자녀에게 충고할 때에는 자녀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직접 말로써 훈계하기보다 편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주로 택했다. 과연 요즘에 큰형의 외손자까지 챙기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있을까.[PAGE BREAK]인맥 네크워크 형성을 몸소 실천 퇴계는 후손들의 교육에 세심하게 챙겼을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와 함께 지내며 학문을 닦는 것을 중시했다. 후손들이 그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소개시켜주면서 훌륭한 교우관계를 맺도록 주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로 경쟁하고 분발하면서 학문에 힘쓸 수 있기 때문이다. 퇴계는 17세인 맏아들에게 뜻이 돈독한 친구와 함께 산(절)에 가서 굳은 결심으로 맹렬히 공부하라고 권했다. 이어 20세, 22세, 25세 등 2, 3년 간격으로 아들에게 한가하게 세월을 보내지 말라고 타일렀다. 25세 된 아들에게는 "부형(父兄)이 곁에서 감독하고 꾸짖어야 공부하더냐"며 훈계하기도 했던 것. 성인으로 추앙받는 퇴계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요즘 부모들처럼 극성스러울 정도였다. 퇴계는 집안을 이어갈 맏손자 안도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퇴계는 60세 때 도산서원을 완공해 제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그러나 손자는 결혼해 절에서 따로 공부하고 있었다. 퇴계는 안도에게 편지를 보내어 도산서원으로 와서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손자 안도에게 …김성일과 우성전이 지금 을 읽으려 한다더구나. 너는 벌써 을 읽고 있지만 도 읽지 않을 수 없으니, 이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읽기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우선은 중지하고 곧장 (절에서) 내려와서 이들과 함께 을 읽는 것이 아주 좋겠다." 이때 퇴계가 함께 공부하라고 권한 김성일과 우성전은 큰 학자가 되었다. 이처럼 퇴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학식 있는 제자들 상호간에, 특히 자신의 아들과 손자와 조카들이 자신의 뛰어난 제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권유했다. 이것은 그만큼 퇴계가 자질이 뛰어난 사람과의 교우관계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계는 출신과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학식이 깊으며 좋은 선비의 자질이 있으면 사귀게 하고 서로 학문을 닦게 하였다. "김근공이라는 사람은 지체가 낮지만 학식이 깊고 넓어서 훌륭한 선비가 될 것 같다"며 손자를 보내 함께 공부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미 450여 년 전에 조선 최고의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은 요즘 강조되는 덕목인 '인맥 네트워크' 교육을 실시했던 것이다. 학문이 깊고 똑똑한 제자가 있으면 아들과 손자, 다른 제자들에게 소개해주고 함께 공부하게 했던 것이다. 굳이 대학자인 퇴계가 후손들과 제자를 위해 그런 일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들과 손자, 제자들을 각별하게 챙겼다.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원은 요즘으로 보면 사립 명문대인 연세대나 고려대, 혹은 대치동의 학원가 중에서 가장 부모들에게 인기를 끄는 학원에 해당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맥은 성공의 가장 큰 밑천으로 통한다. 요즘 자녀를 세칭 명문대에 진학시키려 과외를 시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인맥 네트워크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사립초등학교를 보내거나 심지어 유치원부터 명문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수년을 대기하기까지 한다.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때로는 큰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퇴계의 인맥 네트워크는 그 이후 영남학파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학파를 형성했다. 특히 이 인맥 네트워크는 '혼맥 네트워크'로 발전하기도 했다. 퇴계가 행한 가정교육의 법도는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되어 제자들 역시 퇴계가(家)와 같은 자녀교육의 전통을 갖게 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펴낸 퇴계학파의 학맥도에 따르면 퇴계 당대에 310명 등 오늘날까지 모두 715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퇴계학파(영남학파)를 형성하면서 퇴계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학봉 김성일(1538∼1593), 서애 유성룡(1542∼1607), 한강 정구(1543∼1620) 등은 각각 제자들을 배출해 퇴계학의 소계파를 이루었다. 물론 이러한 인맥 네트워크는 당파를 형성하는 등 좋지 않은 측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실적인 지침도 마다하지 않아 7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퇴계는 생후 7달 만에 진사(進士)인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홀어머니(박 씨) 슬하에서 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박 씨는 남들로부터 '과부 자식은 배운 게 없고 버릇이 없다'며 따돌림을 받을까 봐 남들보다 몇 배 공을 쌓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매우 엄한 교육을 했다. 그러한 가르침으로 퇴계는 대학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퇴계는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은 바로 어머니'라는 기록을 어머니의 무덤에 적어놓았다. 퇴계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똑같이 예를 갖추고 대했다. 귀한 사람은 잘 대접하고 미천한 사람이라고 차별해 대접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도 항상 높임말을 썼다. 이러한 겸손하고도 정성을 다하는 접대로 사랑방에는 손님과 제자들이 끊일 날이 없었다. 바로 이 점이 사상가이자 교육자로서 퇴계의 위대한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퇴계는 자손들에게 '빚보증은 절대 서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즉 친구가 먼 길을 와서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면 그 허실을 가리어 생각하고 이를 받아들이되, 빚보증까지는 절대 서지 말라고 훈계를 내렸다. 대학자인 퇴계이지만 자손들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침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퇴계의 자녀교육법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점은 그 자신이 성현의 책에서 배운 바를 그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을 통해 먼저 모범을 보여준 데 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본보기 교육이라고 한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보고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퇴계 집안 후손들은 퇴계라는 큰 스승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뿌리박혀 있다. 일부는 조상 전래의 가치관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에서 개화에 반대하기도 했고, 퇴계의 14대손인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와 같이 시인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하기도 했다. 육사의 어머니 허 씨는 독립운동가의 대부격인 왕산 허위 집안 출신이다. 이처럼 육사는 대표적인 항일투사 집안을 외가로 두고 있었다. 또 3대에 걸쳐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안동의 고성이씨 종택(宗宅)인 임청각은 육사의 종고모집이다. 육사는 어려서부터 자주 임청각을 드나들었고 결국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다. 교육으로 후손 이끈 가문의 CEO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퇴계종가는 3대가 함께 산다. 15대 종손 이동은(李東恩 1907년생)옹은 아직도 서울에 있는 아들과 손자들을 보러 한 달에 한번쯤 외출을 할 정도라고 한다. 16대 차종손인 이근필(李根必 1931년생)씨는 1남 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치억 씨는 일본 유학 후 현재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둘째 딸은 대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다 교원대에 입학해 재학 중이다. 퇴계는 450년 전에 '착한 사람들의 인맥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벼슬은 자신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퇴계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퇴계는 스스로 학문을 닦아 착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교육 사업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았다. 특히 퇴계의 자손들과 후학들에 대한 가르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심하고 열성적이었다. 요즘 아버지들의 경우 항상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자녀교육을 나 몰라라 하는 동안 가정에서는 점점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다. '아빠는 돈만 벌어주는 기계'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그만큼 무관심한 자업자득이 아닐까. 퇴계의 헌신적인 자녀교육은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명문가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의 노력과 함께 자녀의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인류 최초(?)로 지혜롭고 모범적인 자녀교육으로 위기를 돌파한 지혜로운 아버지 오딧세우스와 스승 멘토, 아버지의 지혜를 이어가려는 아들 텔레마쿠스 등 3위 일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퇴계는 스승이자 멘토로서 자녀들을 이끌고 학문을 독려했던 가문의 최고경영자였다. 그 후손들은 14대 450년을 이어오면서 한국 최고의 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할 것이다.
"즐길 수 있는 영어 교육을 위해 함께 합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올 하반기 전국 16개 초등학교를 상대로 1, 2학년 영어 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2008년부터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계기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회장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는 이를 해결해 보고자 2002년 창립되어 올해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영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영어를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것. 이를 위해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어교과를 연구하고 자료집을 발간한다. 자료집에는 기억술을 이용한 영어 문장 외우기 등 독창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연말 배재학습센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영어 체험 인프라 구축과 실제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 배양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하였고 참석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한 영어교과 수월성 향상을 위하여 전국 교육청의 학습도움센터를 이용해 연구한 자료를 공유한다. 이는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영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을 위한 것. 교육청 단위 관련 발표회에도 꾸준히 참석하여 그 정보를 회원 상호간에 공유하는 것도 필수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에 구심점이 되고 있는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은 "우리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영어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경기도의 경우, 컴퓨터를 모르면 폐를 끼치듯이 학교 현장에서도 영어를 모르면 주변 선생님들께 폐가 되는 상황이 올 듯한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또 다른 장점은 회원 구성이 초·중등 교사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일반인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은 영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로 교사들이 놓치기 쉬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회원 상호간 교수·학습 자료 공유, 영재교육/창의성 교육 관련 대학원 세미나 참석(월1회), 영어교육의 Q&A 운영으로 현장의 문제점 해결, 우수 교육자료 전시회 탐방 등 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의 장점은 많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는 앞으로도 영어 의사소통 연구 자료 발간, 영어 교수·학습 용어 자료집 발간(교과별), 교육청과 연계한 유명 강사 초청 연수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회원 가입은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며, www.wizclass.com/kuc7을 참고하면 된다. ·이 공간은 교원동호회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동호회를 자랑하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동호회에서는 새교육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화=(02) 575-4185 ·이메일=esy@kfta.or.kr
장옥순 | 전남 토지초 연곡분교 교사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저 은주입니다.” “그래, 요즈음 소식이 뜸하더니 잘 지내니?” “예, 이번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 연수중입니다.” “그러니? 참 잘했구나. 축하한다. 그러고 보니 제자 중에서 네가 제1호구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는 말이다.” 전교생이 94명이던 작은 학교에서 6학년 제자였던 아이가 벌써 발령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시간이 화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늘 욕심도 많고, 자신을 다잡아 주는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이던 제자였습니다. 21명을 졸업시켰는데 많은 아이들이 4년제 대학을 갈 만큼 열심히 사는 제자들입니다. 졸업시킬 때, 1년에 두 번씩 동창회를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었는데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모임에 나오라고 조르는 전화를 건 제자의 칭얼거림에 행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시골 학교가 이제는 폐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자들과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고 졸업생들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니, 모교는 가슴 속에 살아남아 언제든지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은주야, 이젠 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겠구나. 그렇지?” “아니, 선생님도 참. 저는 영원한 선생님의 제자일 뿐입니다. 선생님의 교단 제자 1호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은주는 초등학교 졸업을 한 뒤 중·고생 때에도 전화를 가장 많이 하는 제자였습니다. 전화를 걸었다 하면 30분은 기본일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쏟아놓으며 어리광을 부리곤 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은주야, 일기는 쓰고 있지?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있지?” “아이고 선생님도 참. 고등학생이 언제 일기를 쓰고 차분히 책을 읽습니까? 학과 공부도 바쁜데요.” “논술 포기할 거면 일기도 쓰지 말고 책 읽는 것도 포기하렴.” “옛! 즉시 실시하겠습니다. 선생님 목소리 좀 들으려고 전화 드리면 이렇게 변함없이 잔소리시리즈 멘트를 똑같이 하시네요. 6년 동안 변함없이 말입니다.” 때로는 교육대학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자신이 원했던 건 수학선생님의 길이 아니라며 다시 공부하고 싶다 떼를 쓰면 귓바퀴가 뜨거울 정도로 오랜 시간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제자가 이제 무사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졸업 후에도 10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는 모습만으로도 기특한데 자기들 모임에 꼭 나오라고 날을 받자고 조르니 육신으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마음속에는 자식과 다름없습니다. 군대에 간 제자들이 돌아오고 시집 장가를 간다고 앞으로도 줄기차게 찾을 걸 생각하니 이런 맛에 6학년 담임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서슴없이 이성문제까지 내놓고 인생 상담까지 들어주는 이 자리가 새삼스럽게 소중해집니다.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지 말고 좀 쉬었다 나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집안 살림을 거들어야 한다며 발령이 안 나면 아르바이트나 기간제 교사 자리라도 찾아서 동생의 학비를 보태야 한다는 예쁜 마음에 다시 감동을 합니다. 교직에 나가면 동생의 대학 학비는 자신이 대주겠다는 기특한 제자의 다짐을 들으니 이제는 내가 충고해 줄 일이 드물 것 같아 서운함마저 느꼈습니다. 광주에서 근무하게 될 제자가 도시 아이들을 맡아 마음고생을 하거나 상처를 받을 때 선배로서 조언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지혜롭고 배우기를 좋아해서 뭐든 잘 헤쳐나가리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제자가 아닌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제가 더 긴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6학년을 가르칠 때 “선생님 하시는 것을 보면 나중에 저는 절대로 선생님하고 싶지 않아요. 제자들 때문에 너무 고생하시고 상처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라고 했던 녀석이 그 길을 따라오는 것을 보며 그래도 이 길만큼 보람된 일도 흔하지 않음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은주야! 교직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동안 나 스스로 배우는 일이 많아서 늘 깨우치게 된다는 점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 잡게 하는 기쁨을 안겨준단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다 귀하지만 평생 책을 볼 수 있는 축복, 바른길을 걷게 하려면 스스로 바르게 걸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면서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단다. 요즘 세태가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니 교직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수를 받는 동안 품었던 처음 마음을 잘 기억해 두고 힘들 때마다 자신을 일깨우도록 하기 바란다. 은주야! 너는 항상 내 기쁨인 걸 아니? 부모의 일을 물려받는 자식이 대견하고 고맙듯이 내 길을 따라오는 네 모습도 늘 자랑이란다. 네가 발령을 받는 날, 만나서 축배를 들자꾸나'
박준용 | 한양대 강사·문화평론가 무례한 애정으로 변화 이끈 클락 영화 는 영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거칠고 과격한 어느 교사의 이야기이다. 미국 뉴저지 페터슨에 위치한 이스트 고교 교사인 '조 클락'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 사이에 별명이 '미친 조'로 일컬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광기에 대한 성급한 상상은 금물이다. 클락의 '미침'은 오직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방해가 되는 일체의 내·외적인 억압과 압력들과의 몸을 사리지 않는 저항으로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의 안위보다 학생들의 유익을 먼저 생각한 클락은 결국 노조의 미움을 받아 초등학교로 좌천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다. 지나간 시간 속에 이스트 고교는 지역의 몰락과 더불어 쇠락의 길을 피할 수 없었고, 이제 학생들의 만연된 폭력과 마약거래, 무분별한 섹스로 황폐화된 학교는 교육 당국에 의해 폐쇄가 논의되는 지경에 이른다. 마침내 교육위원회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친 조' 클락을 교장으로 임명한다. 폐해로 변해버린 학교로 돌아온 클락의 처방은 그의 별명처럼 거의 미친 짓에 가까워 보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모든 학생들을 강당에 모이게 하고 각 반의 심각한 문제아들을 무대 위에 오르게 한 후 이들을 퇴학 조치한 것이다. 대개의 교육에 관련된 영화 속에서 교사들이 어떻게든 문제 학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비해 클락의 극단적인 '격리' 조치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의 돌출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클락은 늘 확성기를 손에 들고 규칙을 위반하는 학생들은 물론 무사안일에 빠진 동료 교사들에게 독설과 엄격한 시정명령을 발한다. 심지어 교가를 우습게 여기고 다만 자신의 예술세계에 빠져 모차르트의 음악만을 고집하는 음악교사의 수업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언쟁을 벌이다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하는가 하면, 사소한 지시를 어기고 자신에게 대든 교사에게는 정직처분을 내린다. 또한 퇴학당한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 출입구로 드나들며 말썽을 일으키자 정문을 제외한 모든 문에 쇠사슬을 묶도록 명령하고 보안요원들을 배치한다. 외견상 클락의 이 모든 결정은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이며 무례하고 독선적인 모습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의 전제가 되는 클락의 '분노'는 오직 방치된 채 자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이기에 자기중심적인 무분별한 성냄과는 궤를 달리한다. 거리의 폭력과 마약에 깊이 빠진 300여 학생들이 나머지 2700여 명의 학생들마저 같은 길로 빠지게 하고 있는 그악스런 학교의 현실은 생사를 가르는 극약처방 없이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클락은 '격리'를 남발하는 교사가 아니었다. 이후 남은 학생들 가운데 문제를 야기하는 아이들에 대한 그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은 앞서의 결정이 최후의 선택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동시에 교사들에 대한 거친 행동은 아이들을 이 지경이 될 정도로 무책임하게 방치한 채, 그저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뿐인 무기력한 동료 교사들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분노로 인한 것이었고, 예의 강한 도전과 지시는 그런 매너리즘에 빠진 교사들을 새롭게 하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클락은 예의바르고 평화로운 무관심으로 가득 찬 세상보다는 무례해 보일지 몰라도 상대방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가득 찬 삶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변화되는 순수한 감성의 아이들 겉으로는 거칠고 엄격하지만 그 따뜻한 이면의 사랑을 먼저 감지한 것은 동료 교사들보다는 감각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이었다. 청소년기의 민감성은 말과 행동이 다른 어른들의 위선과 이중성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이에 반항적인 태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진실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게 하는 예민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학교 안팎의 일상에서 그저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은 클락 선생의 끊임없는 참견에 짜증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버려진 자신들에 대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관심과 지도에 점차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신뢰의 근저에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동정이 아니라,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 마는 클락의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삶의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점차 정상화 되어 가는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클락의 개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어떻게든 물의가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정치가, 행정가들은 골치 덩어리인 그를 제거하려 하고, 클락은 문에 쇠사슬을 걸었다는 이유로 소방법에 의해 구속되는 시련을 겪게 된다. 이제 학교는 다시 참담했던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고, 이를 결정하기 위한 교육 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깊은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클락과 학교를 구원한 손길은 뜻밖에도 학생들이었다. 회의장 밖 광장은 자발적으로 모인 이스트 고교 학생들로 가득 차고, 아이들은 클락의 조치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기에 속히 교장 선생님을 석방해 달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한 때 학업은 고사하고 거의 인생을 포기한 채 습관처럼 학교에 나가 사고를 치던 그 아이들이, 이제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들을 도왔던 클락 선생을 돌려달라고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방법이 아닌 진실로 통해 모두가 포기했던 학교와 아이들을 이처럼 변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헌신'이다. 이제는 다소 생경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한 말 '헌신'을 달리 말하면 곧 어떤 일이나 대상에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가 끝이 난 후에도 여전히 클락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진실 하나는 그가 아이들을 위해 완전히 미쳐 있다는 것, '헌신'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교육은 엄격하거나 부드러운, 이러저러한 방법론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화를 토대로 한 조 클락이 보여주는 것은 그 방법이 어떠하든 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품고 있는 진득한 사랑의 마음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기만 한다면, 결국 진심은 통하고 만다는 생의 진리, 그 한 편린이다. '우리 인생에는 아픔과 슬픔이 있지만, 우리는 똑똑하니까 내일이 있다는 걸 알아요. 약해질 땐 내게 기대요. 내가 친구가 되어 도와줄게요. 나도 곧 누군가가 필요할 거예요. 도움이 필요할 땐 나를 불러요. 우린 모두 기댈 사람이 필요해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가인 'Lean on Me'와 함께 졸업모를 쓴 채 환히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빛나는 영화 이다. * 영화정보 제목 : 고독한 스승 (Lean on me) 감독 : 존 아빌드슨 배우 : 모건 프리먼 / 비벌리 토드 / 로버트 길롬 제작년도 : 1995년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DVD, VIDEO 출시
교직37년 만에 교원의 꽃이라고 하는 교장이 되기 위해 5일간의 시· 도 연수과정을 마치는 날 친목회장으로부터 저녁에 회식자리가 준비되었으니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 새 임지로 부임하자마자 한 달도 안 되어 연수를 떠나와 직원들과 정도 들지 못했는데 모두들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한편 고맙지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젊은 선생님들이 연수잘 받으시라고 선물을 준비하였다고 하며 건네준다. 붉은 종이 상자에 금색 리본으로 묶어서 빵이나 과자가 아닌가하고 열어보았더니 문구류가 가득 담겨있었고 연수 잘 받으라는 편지까지 들어있었다. 작은 이벤트지만 나에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처럼 직장동료와 화기애애한 좋은 분위기를 가졌다. 교원대에서 받게 되는 전국단위연수가 끝나는 한 달 후에 다시 만나 근무하게 될 동료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생맥주집에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헤어졌다. 선물을 들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직장이 있다는 고마움을 새삼 느껴보았다.
‘교육력 제고를 위한 수석교사제 도입방안’을 주제로 지난 30일 교총 대회의실에서 개최 되었던 제2차 교육정책포럼에서 美·英·濠·中에서 명칭만 다른 수석교사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인천대 이윤식 교수의 사례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본 리포터도 수석교사제에 대한 의견을 여러 차례 기고한 바가 있었고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된 이래 2004년 교육부 교원승진체제발전연구위원회가 교원자격·승진체계 2원화 방안을 제시해 공론화가 됐었으며 이듬해 교육부 등 관계 부처가 정책화를 논의한바 있다고 한다. 교육계의 수많은 사람이 수석교사제에 공감하고 있는데도 예산을 이유로 아직도 시행을 미루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수업 잘하는 교사를 모두가 원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현안임을 알면서 수업의 전문가인 교사에게 힘을 실어줄만한 아무런 인센티브도 주지 않고 있는 것은 교사를 전문가로서 인정해 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2세 교육에 전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종사의 비행거리와 시간을 누적마일로 합산하여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수업을 열심히 하는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 시간을 누적 포인트로 계산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센티브를 주어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만 포인트 단위로 격상하여 수당을 주거나 휴가 또는 해외연수기회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주면 사기는 충천할 것이다. 교사면 누구나 포인트가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포인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정년 때 수여되는 훈 포장도 수업 포인트를 반영한다면 가르치는 일에 혼신을 다하고 교사로서 보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때, 평소일반수업과 공개수업(학교, 지역교육청, 도교육청, 전국단위), 수업연구대회 수상등급(1,2,3등급)도 그 정도에 따라 일정 점수를 부여하여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제도를 운영하면 교사의 생명이 수업이라는 교단분위기 조성과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고 수업전문가로서의 보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를 심도 있게 연구하여 제도화 한 다음 학교현장에 정착하게 되면 과열승진현상이 완화 될 것이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승진의 기회를 놓친 수업우수교사들이 수업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며 정년 때 수많은 시간의 수업기록을 남기고 명예롭게 퇴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제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스승으로서 존경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진정한 교육의 전문가는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에게 가르치는 보람을 안겨 줄 수 있는 제도적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31일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잇단 영어마을 설립과 관련해 "영어마을은 그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3시 경기도교육청에서 도내 초등학교 교장, 도 교육청 직원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올 전반기 초등학교장 회의에 참석, 올 교육정책 방향과 과제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2003년 8월 영어마을 안산캠프를 개원한데 이어 다음달 3일 파주캠프, 2008년 양평캠프를 개원할 예정이며 서울.인천.제주 등 전국적으로 영어마을조성 붐이 일고 있다. 그는 "영어마을 하나 만드는데 2천억-3천억원이 들고 운영하는데도 연간 비슷한 돈이 들어간다"며 "연간 운영비만도 경기도내 각 학교에 1억원이상씩 지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학교에 1억원씩 지원하면 원어민 교사 3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원어민교사 채용이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영어마을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건물만 좋다고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이 영어마을을 이용하는데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목요일은 도서관가서 1시간 책을 읽고 옵니다. 11명이 차례로 읽은 책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책의 제목과 느낀점을 발표하라고 했습니다.11명의 친구들이 다 발표하고 나자 어떤 녀석이 "선생님은 뭐 읽었나요?"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너무나 뜨끔하고 챙피해서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책을 안 읽고 학생들 독서 지도를 하다가 컴퓨터를 했으니까요. 다음 주 부터 들어 갈 시간표를 만들었지요. 귀여운 우리 반 친구들은 "선생님은 시간표 만드느라 못읽었어요. 자 이것 내일 나누어 줄게" 하고 보여 주었더니 시간표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뜨끔했었는데 말입니다.
잡담... 아, 따분하다. 정말 따분해. 따분하긴 뭐가 따분해? 매달 17일 꼬박꼬박 돈 나오겠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학기말 방학까지. 푹 쉬다 지친 그대들은 떠나지, 해외 방방곡곡으로. 니들이 게 맛을 모른다고 해도 이런 맛은 충분히 알잖아. 모르는 소리 말라구. 하루하루가 똑같이 굴러가는 게 얼마나 넌덜머리가 나는데. 너희들이 아직 배가 덜 불렀구나. 그러니까 교직이 철밥통이라는 소리나 듣는거야. 철밥통? 그래, 철밥통이지. 그치만 우리도 그만큼 애쓰고 있다구. 매일매일 공문처리하지, 수업해야 되지, 그 많은 아이들 일기검사도 해줘야지.. 끼어들기... 도저히 귀를 막지 않을 수가 없군요. 뭐가 그리 불만이십니까? 지루한 일상이 싫으시다구요? 수업만 하고 싶다구요? 그러기 전에 내가 교사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보시죠. 혹시 교장선생님 앞에서 두 손바닥만 문지르고 계셨나요? 아님 단 몇 분이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셨나요? 항의...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가뜩이나 공문 때문에 머리 아픈데 말이에요. 우리를 비난하기 전에 교육에 투자나 좀 하세요. 영양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공문 담당직원이나 뽑으라죠. 그렇게만 해준다면 우리가 교재연구를 왜 안 하겠어요? 교육부... 자, 다들 조용히 좀 하세요. 내년 2학기부터 당신들을 평가하겠습니다. 아마 이제부터는 따분하지 않을 거예요. 반항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어차피 밥그릇 싸움이라고 손가락질이나 받을 테니까.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실시에 따른 의지를 밝혔다. 당연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교원평가제를 반기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물론 기존의 평가방식인 근무평정제가 있긴 했지만, 결과가 비공개였고 승진자료로만 이용되어 수업은 뒷전, 연수는 열심인 현상을 야기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교원평가제의 시행은 교사들에게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될 거라고 예상된다. 교원평가제의 시행에 따른 가상현실 교육부는 이르면 내년에 교원평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7년부터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2007년 5월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최근 담임교사의 달라진 모습을 생각하면 여간 즐겁지 않다. 학교의 인터넷 온라인 학급을 통해 묻는 질문에 항상 친절한 답장을 써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5학년 때만 해도 답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상담은 물론 아이의 학교생활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다는 이웃집 엄마의 자랑을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내 아이를 무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담임은 교원평가제를 의식해서인지 학기 초부터 무척 열심이다. 김씨는 담임교사의 열성과 노력을 공개수업을 통한 교사평가에 반영하기로 하고 교사의 활동을 꼼꼼히 메모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교사들의 생각을 깨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사가 되기까지 교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수업을 이끌어가던 교사들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열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일깨워 주는 데 교원평가제가 한 몫 할 거라고 본다. 또한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감도 커질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교사의 수준을 향상시킨다면 교육 전체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 2007년 9월 사립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예상치 못했던 고민에 빠졌다. 박 교사를 대하는 다른 동료 교사들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탓이다. 2006년만 해도 교과연구를 위해 의논도 하고 함께 여가도 즐겼던 교사들이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만 지난 6월 실시한 공개수업에서 독특한 수업방법으로 학부모들의 박수를 많이 받은 것이 전부였다. 자신이 동료교사들 사이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그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평생 어울릴 수 없는 이 학교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각하게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교원평가제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가 동료 교사의 눈에는 평가를 의식하는 교사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원평가제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학생들과 학부모까지도 평가자에 포함시킴으로써 무조건 인기 있는 선생님, 잔소리 안하는 선생님, 맛있는 거 잘 사주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공개수업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평가를 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도 ‘보여주기식 수업’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올바른 해답은 무엇인가? 사실 교원평가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각국 정부에 현직교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원평가제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교장, 교감, 동료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 학기에 한두 번 공개수업을 참관하여 교사를 평가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어떠한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아이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교사들의 상호평가 또한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교원평가제의 이른 시행을 지양하고, 부족한 점을 좀 더 보완하여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가르침이라는 행위가 이제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확신을 가진 교사는 심판대 위에 오르더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안다. 교원평가제가 어찌됐건 예비교사인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준비된 교사가 되는 일일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입니다. '복도에선 왼쪽으로 사뿐사뿐 걷자'가 정답이지만 사뿐사뿐이 되지 않습니다. 손을 가볍게 흔드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친구들은 앞 사람을 건드리거나 뒷사람을 쳐다 보며 가야 직성이 풀립니다. 게다가 마루바닥이 삐걱거리며 소리까지 나기 때문에 도서관 갈때, 급식실 갈때는 가다 서다를 몇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딱 걸렸습니다. 가운데로 삐져 나오는 사람,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나는 사람, 꼭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여기에 다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조용해 질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갑니다. 손을 아예 뒷짐 지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야 앞사람을 안 밀으니 당분간 그렇게 합니다. 엄해도 마음에 걸리고 느슨해도 마음에 걸리는게 교육입니다. 교장실 앞을 지나 급식실 갈때는 더 죽을 맛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삐걱거리고 꼭 말소리가 들리고 야단입니다. 철모르는 1학년은 담임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도 몰라줍니다. 교장선생님이 뭐라고 해서가 아닙니다. 뭐라고 하신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범적으로 보이고 싶은거지요. 어느 교감선생님이 이렇게 말씀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뻐해라' 정말 맞는 말입니다. 나는 이 애들과 손잡고 웃어가며 급식실에 가고 싶습니다. 급식실에 가서도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서 애들을 웃겨 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복도는 소란스러워 지고 급식실은 너무 시끄러워 밥먹을 기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쁜 것도 참고 단체생활에 질서를 지키도록 훈련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3월말이라지만 아직도 춥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서면 밤새 냉동 된 차안에 냉기가 서려 누빔 코트를 걸쳐 입고 핸들을 잡습니다. 새로 옮긴 학교는 작년에 근무 했던 학교 보다 시간이 두배나 더 걸립니다. 산넘고 물건너 들판을 지나갑니다. 곱게 갈아 놓은 산골 논들이 맑은 공기와 함께 아침 햇살에 빛납니다. 논둑은 말끔히 태워 졌고 고운 황토빛으로 겨울잠을 끝낸 논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앞으로 펼쳐질 연둣빛 세상을 꿈꾸며 말입니다.
안데르센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읽기와 쓰기도 제대로 못하는 낙제생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안데르센이 5학년 때 담임 선생 뮤렐이 우연히 안데르센이 쓴 글을 보았다. "안데르센, 넌 참 글을 잘 쓰는구나. 응? 이 다음에 꼭 훌륭한 작가가 되겠는데." 담임 선생님의 이 말 한 마디가 오늘날 세계적인 동화 작가를 탄생시킬 줄을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여기 칭찬의 위력에 관한 예화가 또 하나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학창시절에 따돌림을 당하는 대표적인 바보였다. 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이 학생은 무슨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든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낙담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들아, 너는 다른 아이와 다르단다. 네가 남들과 똑같다면 너는 결코 천재가 될 수 없어." 라고 격려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칭찬에 힘입은 아인슈타인은 낙담하지 않고 묵묵히 학문에 매진하여 오늘날 물리학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능검사를 했다. 그리고 이 검사의 실제 점수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들에게 나눠주면서 '지적 능력이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라는 거짓말을 했다. 몇 개월 후에 다시 전체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처음과 비교해 보았더니,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즉 명단에 포함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다. 이것은 명단을 받아 든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는 매우 우수한 집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칭찬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 단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따른다. 즉 믿음과 인내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수백 번의 칭찬이 필요하다고 하면, 수백 번의 칭찬을 하는 동안 전혀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글자를 배울 때 한동안 변화가 없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깨우치는 것처럼,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인 칭찬을 하면 반드시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넌 죽었다 깨어나도 안 돼.'라고 하면 정말 안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말이 씨가 된다'고 늘 경계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그런 부정적인 낙인(烙印)이 오히려 자극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질책보다는 칭찬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체험으로 알고 있다.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을 위해 우리 교사들은 되도록이면 꾸중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칭찬의 효과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증명된다. 일례로 어떤 동·식물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칭찬을 받고 성장한 식물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성장도 빠르고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학생을 유능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교사의 칭찬이다. 정성을 갖고 인내하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칠 때 학생들은 그들의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선생님으로부터 칭찬과 사랑을 받는 아이들은 절대로 문제아가 되지 않는다. 새삼 교사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기획예산처가 3월 20일 개최한 2006~2010 국가재정 운용계획 중 고등교육분야(우리 대학 경쟁력, 이대로 좋은가) 공개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투자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 정부, 학계 인사들은 “정부투자의 미흡으로 다수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하며 만성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학재정에 대한 투자의 확대를 촉구했다. 이는 당연한 주장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시급한 초중등 교육예산에 밀려 대학재정이 소외돼 왔던 것은 사실이며, 이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토론회에서 정부의 재정확대와 관련, 기획예산처, 한국개발연구원, 교육부 등의 일부 인사들은 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이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에서 기획예산처의 사회재정기획단장은 “교육부 예산 29조 원 중 초중등에 교부금으로 24조원이 내려가는데 이 부분의 저효율성을 줄여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게 화두”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초중등교사 인건비가 문제인데, 현재의 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학생 수도 줄고 교사수도 줄이는 게 맞다는 점에서 교사수를 적정수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학생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전체 학교의 20%에 달하는데 이들 학교를 4분의 1만 통합해도 2000여명의 교원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 평의회 의장도 “전체 교육예산중 고등교육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초중등 예산은 OECD 평균에 근사하다는 점에서 이를 조정해 대학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교육재정의 지원 비율에 근거해 볼 때 표면적으로 보면 일견 타당한 듯이 보인다. 전체 교육예산 중에서 초중등 예산과 고등교육예산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 보거나, 대학교육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등교육 예산의 확대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고등교육 예산의 확대는 교육예산 자체의 총액을 확대함으로써 확보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여러 가지 교육지표에서 후진적인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당 교육비는 OECD의 평균과 비교할 때 초·중등교육은 약 70%내외, 고등교육은 50% 미만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학급당 학생수, 교원당 학생수 등의 교육여건을 비교해 보면, 학교급별을 막론하고 우리나라가 역시 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국가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초등 21.6명, 중등 23.9명이지만 우리는 초등 34.7명, 중등 35.2명이다. 현 정부는 대선 때 2008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초등 25명, 고교 30명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이전 정부 때보다도 여건은 악화됐다. 대도시 지역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을 넘는 학교가 적지 않다. 냉난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은 학교 밖에 없다. 도서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가 태반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교육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육인프라의 구축은 고사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교육재정의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학급당 학생수, 교원당 학생수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어야 하고, 교육시설과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소외됐던 유치원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을 통하여 절약되는 교원인건비는 대도시 지역의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데 활용돼야지 이를 고등교육에 전용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이다. 교육예산을 총액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제시한 ‘GDP 대비 6%의 교육재정 확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총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교육계 성폭력, 뇌물 수수 사건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교원이 앞장서서 교직 윤리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난 29일 논평했다. 서울 모 중학교 교사의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사건, 전남 지역 한 고교 운동부 감독 교사가 제자 여학생 3명을 2년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 교총은 “어느 직종보다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요구되는 교직의 특성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다시는 이런 부적격 교사가 교단에 설 수 없도록 영구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 한 초등 교사가 작년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160만원을 추징당한 것이 사실에 의한 것이라면 이 또한 당연한 판결이라며, 가르치는 학생을 볼모로 삼아 학부모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교사는 일벌백계해 선량한 다수 교사의 명예와 사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관련 교사들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상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그러나 진학담당교사들이 진로지도를 위해 불가피하게 참석한 점은 감안해야 하며, 사교육기관에 진학정보를 의존하는 정보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교총은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학생들 앞에 서는 교원이 교육적 권위를 저버린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최근의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실로 밝혀질 경우 회원 제명조치는 물론 교육당국 등에 교원자격 박탈 조치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워너홈비디오코리아가 초등 과학교육용으로 출시한 아이맥스 DVD 무료 상영회를 개최한다. 영화는 4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8개 지역의 교보문고 이벤트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상영작은 우주를 소재로 한 ‘스페이스 스테이션’, ‘미래의 우주도시-L5’, ‘우주의 역사’, ‘우주 탐험’, ‘우주왕복선 콜럼비아’, ‘우주 정거장 미르’, ‘초록별 지구’, ‘우주여행’과 공룡, 환경 등을 소재로 한 ‘남극 생태계’, ‘바닷속 생태계’, ‘식물 생태계’, ‘숨겨진 차원’, ‘갈라파고스 제도’, ‘펜더 어드벤처’, ‘마운틴 고릴라’, ‘카레이싱 나스카’, ‘공룡 티렉스’, 인물의 전기를 다룬 ‘마크 트웨인’ 등 총 18편이다. 이들 DVD는 미국항공우주국, 미국국립우주박물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해외 유수 기관들이 공동 제작했다. 워너홈 관계자는 “특히 ‘카레이싱 나스카’와 ‘공룡 티렉스’는 CGV 아이맥스에서 개봉 예정작이어서 극장 개봉에 앞서 미리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영회 참가신청은 과학문화재단의 사이언스올 홈페이지(www.scienceall.com)에서 할 수 있다.
EBS는 지난달 30일 통합교과형 논술교재 ‘사고와 논술’ 기초편을 발간했다. 논술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발간된 ‘사고와 논술’은 우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총 8권의 교재가 3월부터 6월까지 ‘기초’, ‘발전’, ‘심화’와 ‘응용’ 4단계로 나눠 발간된다. 교사용 지도서는 학생용 교재와 같은 체제로 구성되며 각 학교에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교사용 지도서에는 구체적인 교육방법들이 상세히 수록돼 있다. EBS 논술연구소 측은 “논술지도는 첨삭지도와 학생과의 면대면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EBS 교재나 강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교사들도 통합교과형 논술체제를 따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그 결과의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BS 논술연구소는 오프라인을 통한 교사연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사고와 논술’ 교재의 특징은 초·중·고 전체를 아우르는 논술일괄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 3~6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도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발간될 예정이다. 특히 통합교과형 논술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대입논술에 기초부터 응용까지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EBS 관계자의 설명이다. 집필진은 각 대학 논술출제위원을 거친 대학교수와 현장 교사 등 총 16명. 발간 전부터 서울 경희여고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논술과 사고’ 교재를 사용해 교사와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왔다. 한편 EBS는 수능강의 전문사이트인 EBSi(www.ebsi.co.kr)를 통해 논술 프로그램 강좌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강좌에는 고등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지도방법도 함께 탑재된다. 교사용 프로그램은 집필진이, 학생용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에 의해 제작되며 강의는 교재발간에 맞춰 지난달 31일부터 홈페이지에 탑재됐다. EBSi ‘교사방’에서는 교사용 샘플 교안인 PDF 파일과 교수학습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9월부터는 150편의 교양강의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EBS 논술연구소장 김영정 서울대 교수는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통합교과형 논술은 주입식 교육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으로, 논술뿐 아니라 교육계 자체에 혁신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학습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사는 학생들의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학교 선생님의 지도를 잘 받는 것이 대입논술시험을 잘 보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김세곤 서울 신천초 교사는 최근 ‘초등학생의 논증적 글쓰기 지도 방법 연구’로 홍익대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