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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집단면접 실전 스킬을 살펴본다. 이번 호에서는 집단면접 토의·토론 공통 참고사항, 토론과 토의 2가지 집단면접 방식에 대한 형식, 집단면접 예상 답안 작성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집단면접 실전 스킬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집단면접 형식 연습 가. 토의·토론 공통 참고사항 • 개별 발언시간 초과 시 고지 여부 • 모두 입장 후 1명씩 돌아가며 인사 후 착석 • 필기 가능 여부 • 문제지 펼치며 시간 측정 시작 • 번호 순서대로 찬성/반대(예: 1~3번 찬성/ 4~6번 반대) - 1차 토론 후 입장을 바꿔 재토론 실시 • 찬성 측(혹은 반대 측)부터 발언/ 자연스럽게 시작 • 사회자 및 퍼실리테이터, 정리자(노트북) 유무 위에서 제시한 공통적인 사항 중에서 필기가 가능하다면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하여 활용하면 핵심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발언 순서를 기억해야 자신의 순서가 아닌데 갑자기 끼어든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입장을 바꾸어 다시 토론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부분과 함께 상대방의 논리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간단하게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반대 입장에서 주장을 펼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의 공통적인 사항을 잘 숙지하여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평가방법과 조건에 따라 연습한 공통적인 사항들을 잘 활용하여 적용하면 효과적이다. 나. 집단면접(토의·토론) 2가지 형식 이제 본격적으로 토론과 토의 2가지 집단면접 방식에 대한 형식을 살펴보자. 6인 1조를 기준으로 진행시간 45분 기준으로 된 토의·토론 형식의 예시이다. [PART VIEW] ● 집단토론 예시① 집단토론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예시로 제시했으므로 평소에도 이러한 순서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과 문제를 구술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물론 스터디를 통해서 장소와 시간 등을 실제 평가장처럼 꾸며 놓고 연습하는 것은 더욱 좋다. 특히 중간에 입장을 바꾸어서 하는 토론의 경우, 처음 입장을 주장할 때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게 되면 입장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발언 때문에 난처해질 수 있으니 극단적인 표현이나 한쪽의 견해를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발언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집단토론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방법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자. 위와 같이 토론하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시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 시·도별 평가장에서 제시하는 토론방법과 조건을 잘 파악해야 한다. ● 집단토의 예시② 집단토의에서는 앞부분의 기조발언이 중요하다. 기조발언에서 자기주장의 핵심 내용과 간단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협력적 토의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토의 형태의 구체적인 집단면접 형식을 하나 더 살펴보자. 이러한 집단토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위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서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면접 절차를 숙지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문제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안 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문제해결전략이나 현장 적용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 집단면접 예상 답안 작성 방법 1) A5 카드를 활용한다. A4 가로로 작성하고 2쪽 모아찍기로 부착한다. 2) 앞면에는 문제, 뒷면에는 답안을 작성한다. 3) 답안은 자료를 찾아가며 스터디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다. 4) 일상 속 틈이 나는 시간에 암기한다. 5) 답안은 녹음해서 출퇴근·식사·화장실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 집단면접 암기카드 작성 양식 암기카드를 작성할 때 처음부터 자세히 적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선 9월호에서 언급했던 메모카드를 활용하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기획·논술 준비를 할 때 공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메모카드에서 기조발언과 정리발언을 조금 더 내실 있게 정리하면 훌륭한 집단면접 암기카드가 될 것이다. ● 집단면접 암기카드 작성 예시 혼자서 연습해도 효과가 있겠지만, 스터디를 구성하여 준비과정에서부터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연습하고 다양한 주제의 집단면접 암기카드를 작성하여 공유하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집단면접 실전스킬에 대해 살펴봤다. 방학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다양한 토의·토론방법을 실제 상황처럼 장소와 시간 안배 등을 하면서 준비하면 좋다. 그러나 평소에도 동료교사나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를 자주 해보자.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입장을 바꾸어 이야기하는 것도 꾸준히 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평가를 위해 일회성으로 포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사람과 평소 삶에서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고 고민했던 사람이 말하는 것은 그 깊이와 전달력이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 역사수업 마주하기 교사는 교육과정을 통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이 어느 지점에서 머뭇거릴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쉼을 부여할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할 것인지 등 수업설계 시에는 물론 수업 중에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판단을 내리고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힘들지만 외롭지 않다.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상상하다 보면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는 역사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초등 역사수업의 어려움 중 하나는 학습량이다. 주어진 시간보다 다루어야 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등 역사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5학년 2학기에 이루어지는 역사수업을 한 발 물러나 되돌아보면 압축적인 학습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춘 설명식 강의와 단어풀이식 수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의 전통적인 연대기 중심의 역사교육관이나 교사 자신이 경험적으로 획득한 역사학습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차원의 태도가 수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역사교육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역사적 사고력 신장이다. 교사의 설명은 역사적 사실의 기억과 암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등의 의미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등 역사교육은 ‘역사 속의 역사’와 ‘사회 속의 역사’를 동시에 펼쳐야 하며, 세상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자신과는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의 사람들에 대한 경험, 과거와 인류에 대한 흥미, 역사적인 지식 획득 및 변화와 지속성이라는 역사의 기본개념을 터득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편 초등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접하게 되므로 초등학생의 역사인식 발달단계에 맞게 생활사·주제사를 중심으로 학습하도록 하며, 통사로 역사에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초등 역사수업’ 만들기 ‘학생의 삶과 연결하는 초등 역사수업’은 초등 5학년 2학기 역사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자가 구안하여 적용한 것이다. 수업흐름은 ‘도입단계’에서 학생이 과거의 역사를 만나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되며, ‘전개단계’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행과제를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지식을 탐구하고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게 되며, ‘정리단계’는 수행결과를 정리하고 역사를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실제 수업에서는 ‘역사 만나기→ 문제 알아보기→ 과제 수행하기→ 결과 정리하기→ 생각 더하기’ 활동으로 등으로 진행된다. [PART VIEW] 수업설계하기 가. 수업개관 나. 학습주제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볼까요? 다. 수행과제 ※ 왜 종군기자인가? 종군기자는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전투상황을 보도하는 기자이다. 아군의 편에서 주관적인 기사를 쓰기도 하고,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전쟁이라는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여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평화를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학생들은 종군기자가 되어 임진왜란의 전투상황을 옆에서 직접 참관하는 느낌을 최대한 가지게 하고, 교사가 제시한 자료를 기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를 기대하기 위함이다. 라. 수업의 흐름 역사 만나기 역사와 만난 날: / ( ) 이름: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볼까요? ▶ 역사 만나기 _ 【전체】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불법으로 남침하여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신문사의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상황임에도 전쟁터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종군기자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그들은 왜 전투상황을 보도할까요? * 종군기자: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전투상황을 보도하는 기자 ※ 한국전쟁의 종군기자 ‘마거리트 하긴스’(영상자료)를 선택한 이유 한국전쟁은 다소 시기적으로 현재와 떨어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쟁이라 임진왜란과 공통점이 있고, 종군기자 마거리트 하긴스와 관련된 영상의 내용에 무리가 없으며, 종군기자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제시하기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문제 알아보기 ▶ 문제 알아보기 _ 【모둠】 여러분은 ○○역사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입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여러분은 전쟁상황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군기자에 지원하였습니다. 조선의 백성들은 여러분이 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과 일본의 상황을 쉽게 설명해 주고,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② 바다와 육지에서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고 임진왜란이 일어난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취재해 보세요. 과제 수행하기 ▶ 과제 수행하기 1. 교과서 69쪽을 읽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과 일본의 상황에 대한 기사를 써 보세요. _ 【개인】 ※ 필요할 경우 기사에 그림이나 표를 넣어도 됩니다. 2.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조선 사람들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기사로 써 보세요. _ 【개인/모둠】 ※ 교과서 70~72쪽을 참고해도 됩니다. ※ 기사문을 잘 쓰고 싶다면?(7:30) 결과 정리하기 ▶ 결과 정리하기 1.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선 사람들의 노력을 한 낱말로 표현하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설명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한 조선 사람들의 노력은 ( ) 이다.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2. 자신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평가해 보세요. _ 【개인】 생각 더하기 ▶ 생각 더하기 1. 자료를 보고 종군기자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2. 위의 자료에서 느낀 종군기자의 마음으로 임진왜란에 대한 기사를 쓰거나 다음 전쟁터인 병자호란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재할지 이야기해 보세요. _ 【개인/모둠/전체】 ※ ‘카메라 대신 쓰러진 아이를 안은 기자’와 ‘15세 종군기자의 호소’ 영상을 보고 종군기자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수업에 포함한 이유 종군기자는 단순히 전쟁에 대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생명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생각 더하기’ 활동을 통해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넘어 가치와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업의 실제 [사회] 종군기자가 되어 임진왜란에 대한 기사를 써 보세요. 안내(선택사항) 1. 자신이 취재한 전투를 기사문의 형식에 맞게 작성해 보세요. (기사는 제목, 취재한 내용, 취재한 기자 이름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2. 기사 제출 마감 시각은 10월 18일 오후 1시 40분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제출한 기사는 실시간으로 조선의 백성들에게 전달됩니다.) 스마트기기로 기사문 작성하기 기자가 가지고 다니는 펜·메모장·노트북 또는 크롬북 등을 사용하여 기사문을 작성해 본다. 아직 기사문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기사문 작성 방법 영상자료를 링크로 제시하여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수·학습 시 유의사항 Q1 _ 종군기자 역할을 실감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A1 _ 학생들에게 기자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펜·메모장·노트북 또는 크롬북)을 준비하게 하고, 기사문의 형식이나 특징을 살려 쓰게 하며, 현장감을 위해 현재 시제로 표현하도록 안내한다. 또한 데드라인(기사 제출 마감시간)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종군기자가 되어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을 기록하고 신문사로 전송(담임선생님에게 과제 제출)하게 하는 것도 좋다. Q2 _ 기사문 쓰기, 어디까지 지도해야 하는가? A2 _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 6학년 2학기 ‘6. 정보와 표현 판단하기’ 단원에서 기사문 쓰기를 다루고 있다. 교육과정으로 볼 때 5학년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문을 쓰게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종군기자가 되어보는 역할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기사문을 쓰도록 하는 정도이다. 기사문 형식이지만,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이 기사문을 쓰기 위해 자신이 본 내용을 자세히 써 보려는 태도만 가진다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기사문 쓰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링크로 제시하였다.
수업열기_ 질문 만들기의 중요성 이해 학년 첫 수업부터 3차시까지 질문의 중요성을 다룬다. 질문 만들기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6년부터 질문 만들기 수업을 해 보니 과목·학년·학급분위기에 따라 질문을 이해하는 수준과 과정이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해마다 ‘첫 수업 열기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한다. 여고에서 3년을 근무하다가 현재의 중학교에 와서 1학년 환경과목을 맡게 된 2023년에는 다음과 같이 첫 수업을 계획하였다. ‘수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뒤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고 답하기, 중학교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수업약속과 생활약속 정하기를 한 뒤 교과내용에 대한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교과수업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렇게 수업을 설계한 까닭은 질문은 교과내용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개인 삶의 방향, 좋은 공동체 형성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학생들이 경험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과정을 성찰해 보니 학생들의 실제 삶과 질문의 관계를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질문 만들기의 필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올해는 질문과 ‘높은 수준의 사고’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새로운 생각 만들기의 시작은 질문이다 올해 첫 수업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동영상 강연 내용을 차용하여 ‘이 세상을 둘로 나누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세상을 자연과 문명으로 나눈다면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그다음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문명을 만들었을까?’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사람의 생각’이라고 말하는 학생은 두 반에 한 명 정도 되었다. [PART VIEW] 다시 질문을 하였다. ‘문명을 만든 사람의 생각은 어떤 생각인가? 이 연필을 처음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새로운 생각이라고 답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학생들은 발견·경험·창의성·발명 등을 대답하였으나 질문이라고 답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의 시작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거나 찾아내려면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질문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목적·과제를 만들고 결국에는 답을 만들어 이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하였다. ● 생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성장이다 다시 학생들에게 물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린이·청소년·어른으로 구분한다. 이 셋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나이·능력·지식·인정·책임과 하는 일 등의 답을 말하였고, 생각 수준 차이라는 답도 나왔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하였다. 여러분이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질문의 답이 된다. 이 여러 가지 답 중에 책임과 생각 수준의 차이를 강조하려고 한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여러분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차이를 찾아보면 어린이는 보호·감독이 필요하지만 청소년은 자아정체성과 독립성을 추구하고 더 많은 자유와 책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결정적으로 생각 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생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성장이다. 중학생 교실에 다툼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 역시 학생들 사이의 생각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실 바닥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준이 생각 수준이다. 스스로 쓰레기를 줍는 사람, 교사가 ‘쓰레기 주워’라고 시키면 줍는 사람, 내가 버린 쓰레기가 아닌데 내가 왜 줍느냐고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이 생각 수준의 차이이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그 사람이 하는 걸 보면 생각 수준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길 바란다. ● 생각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질문을 해야 할까? 질문이 없다는 것은 삶의 목표와 목적을 스스로 정하지 않고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남을 따라 걷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 걷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질문으로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래야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려면 새로운 생각을 하여야 한다. 기존의 생각과 다른, 새로운 생각은 앞에서 말했듯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파이먼은 ‘모든 학습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하였고, 미국의 유명한 문화평론가 닐 포스트먼은 ‘우리가 가진 모든 지식은 질문의 결과이다. 질문하기는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지적 도구이다. 이 중요한 지적기능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고, 영상자료 EBS 지식채널 위대한 질문을 시청하였다. ‘여러분은 아마도 학교에서 질문하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수업시간에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질문 만들기를 배워 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환경수업시간에는 여러분들이 직접 질문 만드는 것을 아주 많이 강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질문 만들기가 왜 중요한지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이란 책에서는 ‘질문을 바꿔라, 인생이 달라진다. 위대한 결과는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법은 더 훌륭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질문 만들기는 학습뿐만 아니라 생각의 수준을 높이므로 삶의 수준을 높인다. 학생 여러분은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질문은 학습을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생각의 수준이 더 높아지도록 이끈다. 생각을 더 넓고 깊게 하도록 이끄는 질문, 답이 정해져 있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질문, 삶을 가꾸어 성장할 수 있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제 청소년이 된 중학교 1학년 여러분에게는 ‘학교에 왜 오는가?’ ‘수업을 왜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여러분이 어린이였을 때는 당연하게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이고, 당연하게 수업은 들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청소년으로서 자아정체성·독립성·책임감을 가지려면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곳인 학교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수업에 대해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게 기본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왜 오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질문이 없는 학생은 학교생활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한 학생과 지속적으로 이런 질문으로 답을 바꾸어가는 학생도 학교생활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질문하여 답을 바꾼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이런 질문을 통한 변화는 대부분 긍정적인 성장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 기본과정이며, 학생 여러분의 진로와 질문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등을 볼 때 중학교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 학생이 수업의 주인이 되게 하는 ‘질문 만들기’ 수업에서 질문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수업에 관한 질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제시하는 질문은 ‘누가 수업을 하는가?’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사가 수업을 한다고 한다. 그럼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그럼 다시 묻는다. ‘수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교사라고 했다가 학생이라고 답을 바꾸는 학생도 있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할 때 진정한 학생 주도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게 하는 방안 중 하나는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다. 수업하기 수업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를 유목화하여 공동의 합의된 질문을 만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고 다시 이를 유목화하여 공동의 합의된 답을 만들어 봄으로써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으로서 수업 공동체의 집단 지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2024년 중1 환경수업 열기에서는 질문의 중요성을 생각의 수준과 삶의 수준, 진로·수업과 관련지어 인식하고 이후 수업에서 질문 만들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과정으로 3차시에 걸쳐 진행되었다. ● 교과서 읽기(학습자료 검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배울 단원을 다음과 같은 방법 중 선택해서 읽는다. ① 모둠에서 한 문장씩 돌아가며 읽는다. ② 지명받은 학생이 교과서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씩 소리 내어 읽는다. ③ 소리 내지 않고 개인별로 읽는다. 이 두 방법 중에서 모둠활동이 잘 되고 분위기가 차분한 반에서는 ①의 방법으로, 산만한 학생이 많거나 어수선한 분위기로 모둠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②의 방법으로 읽기를 한다. 과학교과서의 경우 탐구활동이나 보충자료, 그림 설명 등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은 모두 읽는다. ③의 방법은 학습자료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경우에 적용한다. 올해 1학년 환경수업은 대단원 ‘1. 환경과 인간(14쪽~25쪽)’을 수업범위로 설정하여 소리 내지 않고 개인별로 읽기를 하여 학습내용을 파악하도록 하였다. ● 개인 질문 만들기 읽은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개인 질문을 만든다. 처음 질문 만들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몇 개를 만들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만들도록 안내하고 그래도 어려워하는 경우에는 교사가 예상하는 기초 질문과 핵심 질문 수를 합해서 만들도록 안내한다. 과학과목의 경우 소단원의 내용을 읽고 2~3개의 질문을 만든다. 이때 그냥 질문을 만들게 하면 개인의 차이와 분위기에 따라 시간이 늘어지므로 타이머로 질문 만드는 시간을 배정하고 진행상태를 파악하여 가감한다. 올해 1학년 환경수업에서는 범위가 대단원이고 처음이라 반에 따라서 20~30분 정도 진행되었다. ● 모둠 질문 연속체 만들기 질문 연속체에 대한 안내자료를 나누어 주고 기초·핵심·심화질문을 설명한 뒤, 개인 질문을 모아 모둠활동으로 질문 연속체를 만들게 한다. 다음은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질문 연속체 안내자료이다. 질문 연속체란? 학생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하며, 결론을 도출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탐구활동으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하기 위해 만드는 연속 질문이다. 질문 연속체는 학생이 새로운 지식과 상호작용하여 그 지식을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탐구를 돕는 강력한 도구이다. 1. 기초질문이란? 학습할 내용에서 새롭게 알아야 할 개념이나 학습을 위해 정리하거나 확인해야 할 내용에 대한 질문 예) 원자란 무엇인가?, 언어폭력이란 무엇인가? 2. 핵심질문이란? 성취기준과 관련된 질문이다. 성취기준이란 학생들이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내용과 이를 통해 수업 후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결합하여 나타낸 수업활동 기준이다. 핵심질문은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분류·통합하여 교과 단원의 성취기준과 관련된 내용들로 구성한다. 대부분 교과서나 학습자료를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다. 예) [9수01-01] 소인수분해의 뜻을 알고 자연수를 소인수분해 할 수 있다. ⇒ 소인수분해란 무엇이며 자연수를 어떻게 소인수분해 할까? [영중9211-2] 학교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관하여 주요 내용을 묻고 답할 수 있다. ⇒ 학교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 3. 심화질문이란? 심화질문은 수업하는 단원의 교과서 내용으로 바로 해결하기 힘든 질문으로 전에 배웠던 내용이나 다른 교과와 연결되거나 사회·미래의 삶과 연결되는 등의 분석·종합·평가와 같은 상위 인지적 사고나 가치화·조직화·성격화 하는 정의적 영역의 활동과 관련된 질문이다. 예) 생물의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원소는 어떻게 생성되며 어떤 것이 있을까? 4. 성찰이란? 질문과 탐구활동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활동이다. 더 탐구하고 싶은 것,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 깨달은 점, 개선할 점 등에 관한 활동이다. 이를 통해 삶의 학습전이를 할 수 있다. 자료를 보게 한 뒤 기초·핵심·심화질문을 보충 설명한다. 기초질문은 건물을 지을 때 기초와 같다. 건물을 세우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학습해야 할 내용의 바탕이 되는 질문이다. 1차 방정식을 배울 때는 방정식을 먼저 알아야 하고, 분수 계산을 할 때 분수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것과 같다. 핵심질문은 학습에서 꼭 알아야 하는 것,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에 관한 질문이다. 학교 시험에 꼭 나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목표(성취기준)와 연결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질문과 핵심질문의 답은 교과서나 교사가 내어준 학습자료에 답이 있다. 심화질문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교과서 밖에서 더 탐구해야 하는 질문이다. 우리의 삶이나, 사회·미래와 연결되는 질문으로 경험과 다른 교과의 내용으로 범위를 넓혀 평가하고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을 어떻게 줄일까?’라는 질문이 핵심질문이라면, ‘현재 과학자 중에는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는 심화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둠에서 각자 만든 질문을 발표하고 기초·핵심·심화질문을 모둠토의로 만들도록 한다. ● 유목화로 전체 질문 연속체 만들기 모둠활동으로 만든 질문 연속체(기초-핵심-심화)의 질문 하나를 쪽지 한 장에 써서 칠판에 붙이도록 한다. 질문을 영역별로 유목화(분류하여 제목 붙이기)하여 전체 질문을 정리한다.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학습 범위를 벗어나거나 엉뚱한 질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유목화에서 제외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질문을 기초로 하거나 기초질문을 핵심에 붙이는 경우에도 바로 옮겨 붙이며 설명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은 질문 연속체를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다. 핵심질문은 단원의 성취기준(학습목표)과 연계하여 만든다.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핵심 학습내용에 대한 질문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학생들에게 누락된 내용을 찾아 질문을 만들게 하거나 교사가 질문을 수정·보완하여 제시한다. 심화질문의 경우 질문 만들기 초기에는 핵심질문을 심화질문이라고 붙이거나, 학습범위를 벗어난 질문이 대부분이다. 심화질문이 없는 경우 기초와 핵심질문을 정리하여 질문 풀기를 한 후 다시 심화질문 만들기 활동을 하면 심화질문을 좀 더 쉽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 질문 만들기를 하면 학생들이 만든 질문 중에 심화질문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교사가 단원에 적합한 심화질문을 1~2개 준비한다. 이를 제시하여 심화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고 이후에 심화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진행한다. 다음 호에서는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서로 풀어보고,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1. 기초질문 가.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무엇인가? 나. 지각을 이루는 원소는 무엇인가? 다. 광물이란 무엇인가? 라. 규산염 사면체란 무엇인가? 2. 핵심질문 가. 탄소와 규소가 우리 몸과 지각을 이루는 화합물의 중심 원소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규산염 사면체 구조의 결합 방식은 무엇인가? 다. 규산염 사면체 구조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라. 규산염 광물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3. 심화질문 가. 산소가 지각과 생명체에서 구성비율이 높은 이유와 지각과 대기를 구성하는 산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나. 지각에서는 규소의 비율이 높고 생명체에서는 탄소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다. 비규산염 광물은 어떻게 결합하는가? 라. 인류는 광물을 과거와 현재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4. 성찰질문 가. 학습내용은 내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나. 학생 스스로 질문을 선택하여 정리하기
음악교사로부터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서양음악사를 주제로 한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즉시 관련 수업사례를 찾아 음악교사와 사서교사의 수업 협의를 시작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협력’이다. 수업목표 설정부터 차시별 과정 구성, 활동지 제작, 결과물 형식 결정, 수업자료 준비까지 끊임없는 협의가 필요하다.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밀접하게 협력할수록 학생과 교사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협의 끝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양음악가 가상 인터뷰’를 수업의 큰 틀로 정했다. 음악교사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서양음악사 사조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별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적 특징을 사조와 연결하여 깊은 흥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동시에 사서교사는 단행본과 온라인 자료뿐 아니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정보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처음에는 5차시로 이어지도록 기획했으나, 시간표 조정 과정에서 4차시까지는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최종 발표는 음악교사가 음악실에서 진행하기로 변경했다. 전체 수업 과정을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PART VIEW] 수업 차시별 계획서 수업계획이 대략 잡힌 후, 음악교사와 사서교사는 학생 활동지를 함께 검토하고 작성했다. 서양음악사 관련 도서를 준비하고 추가로 구입하기도 했으며, 모둠 구성 등의 세부적인 준비도 함께 진행했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은 바로 교사들 간의 역할 분담이다. 수업은 교사 개인의 철학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전문적이고 내밀한 과정이기에, 이를 다른 교사와 공유하고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일에는 늘 그만큼의 재미도 따르는 법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서로의 수업 고민을 나누고 수업목표를 함께 다듬어가며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는 이끌어주는 이 아름다운 경험은 분명 교사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에게도 큰 배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1단계 _ 단행본, 온라인 자료를 활용하여 서양음악사 사조별 음악가에 관한 자료 수집하기 서양음악사 관련 도서 51권을 사조별로 분류하여 책 바구니에 준비했다. 한 권의 책에 여러 사조의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 바구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하라고 안내했다. 동시에 학생들의 정보 검색 시간을 절약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하여 정보 길잡이와 온라인 자료 검색 가이드도 함께 제공했다. 교과 연계 도서관 협력수업 경험이 많은 3학년 학생들은 자료 수집에 익숙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는 주제는 쉽지 않을 수 있어 활동지에 조사 내용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명시했다. 추가로 음악교사가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고, 사서교사는 이면지를 나눠주고 모둠별로 마인드맵을 그리게 했다. 모둠원이 이미 갖고 있는 서양음악사 주제 관련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고, 자료 조사를 하며 마인드맵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한 마인드맵에 기록한 핵심어를 다시 자료 조사과정의 검색어로 활용하도록 지도했다. 2단계 _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뷰 질문 만들기 학생들이 만든 질문은 최종 인터뷰 대본 작성과 다음 차시의 챗GPT 활용에도 쓰일 것임을 설명했다. 1단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안내했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질문의 질이 인터뷰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학생들이 만든 질문이다. ● 학생들이 제작한 질문 1. 고전주의 당시에 베토벤·모차르트·하이든의 사이는 어땠고, 서로 음악적으로 주고받은 영향에는 무엇이 있어? 2. 베토벤 초기 고전주의와 말기 낭만주의 작품의 차이점이 뭐고, 그 주의들이 대표작이 뭔지 4문장 이하로 알려줘. 3. 드뷔시는 바그너를 동경하여 자신의 음악적 모델로 여겼다는데, 바그너는 어떤 사람이고 드뷔시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려줘. 4. 드뷔시가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서 ‘말라르메’의 시를 묘사한 이유를 알려줘. 5. 모차르트는 천재라고 불리는 작곡가인데,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고 싶어. 6. 조스캥이 1501년부터 2년간 프랑스의 루이 12세의 궁정에 있었다는데 그동안 조스캥은 어떤 음악활동을 했어? 7. 조스캥의 아베마리아는 여러 성부로 노래하는 다성음악이라는데 그러면 조스캥의 아베마리아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무슨 차이점이 있어? 8. 팔레스 트리나가 활동하던 당시의 음악적 특징과 당시 사람들의 음악 취향에 대해 알려줘. 9. 중세에 음악이란 발견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어? 구체적으로 알려줘. 10. 오케겜이 작곡에 카논 기법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11. 비발디는 협주곡에 3악장 구조를 정착시켰다는데 다른 구조와 다른 특별한 특징은 뭐야? 12. 비발디가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3. 쇼팽의 시신은 프랑스에, 심장은 폴란드에 묻혔다고 해.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일화를 상세하게 알려줘. 그의 그리움이 잘 드러나는 곡도 추천해 줘. 14. 쇼팽은 리스트와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다고 해. 쇼팽과 리스트의 공통점과 차이점, 둘 사이의 관계와 서로에 대한 감정들을 각각 쇼팽의 입장에서 말해줘. 둘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곡도 추천해 줘. 15. 하이든의 대표곡인 ‘놀람’은 어떻게, 왜 지어진 것인가? 16. 하이든은 왜 영국을 선택하지 않고 오스트리아에 남았나? 17. 슈만이 피아니스트에서 작곡가가 된 이유는 뭐야? 18. 존 케이지의 대표곡 4분 33초는 침묵을 지키는 음악이야. 4분 33초는 왜 4분 33초일까? 19. 불확정성의 음악은 전통적인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근데 거기에 법칙이 있나? 20. 존 케이지의 스승이었던 쇤베르크와 존 케이지의 음악적 차이는 무엇일까? 3단계 _ 질문을 바탕으로 챗GPT를 활용한 자료 수집하기 개인별로 만든 질문을 챗GPT에 입력하고 대화를 나눈 후, 그 내용을 활동지에 정리하도록 했다.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함을 강조했다. 챗GPT를 활용해 얻은 정보는 앞서 수집한 자료와 비교하여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자료 수집을 마친 학생들은 기존 자료 검색과 챗GPT를 활용한 자료 검색 활동의 경험을 분석하여 느낀 점을 작성했다. 많은 학생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료 검색 과정이 더 재밌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대화하듯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답변이 빨라 검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물어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일부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료 검색 과정의 장점에 공감하지만, 가끔 틀린 정보가 검색될 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점을 단점으로 언급했다. 반면 책을 활용한 자료 검색은 필요한 내용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목차를 활용하여 직접 정보를 찾는 과정이 학습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는 의견 또한 있었다. 4단계 _ 수집한 자료를 종합하여 서양음악가 가상 인터뷰 대본 작성하기 학생들은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인터뷰 대본을 작성했다. 개인이 수집한 자료를 모둠의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각자 수집한 자료를 종합하도록 안내했다. 자료를 공유하고, 적절한 질문을 고르고, 질문 배치 순서를 정하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협력하고 토론했다. 이를 위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 대본 작성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첫째, 제시한 요소(해당 음악 사조의 정의, 음악 사조의 특징, 작곡가, 작곡가에 관한 정보, 대표곡, 연주 형태, 감상 느낌, 작품 설명, 기타)가 포함되도록 한다. 둘째, 가상 인터뷰임을 고려하여 음악사적 사실과 가상 창작의 균형을 유지한다. 셋째, 시간, 흥미, 중요도 순을 고려하여 질문의 순서를 배치한다. 인터뷰 발표를 듣는 청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해야 한다. 넷째, 답변 작성 시, 인터뷰 대상(서양음악가)의 말투, 행동, 생각 등이 일관되게 표현되도록 한다. 다섯째, 문장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지 확인한다. 여섯째, 문장이 정확한 맞춤법과 문법을 따르는지 검토한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협력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음악교사와 사서교사가 협력하고, 학생과 학생이 협력하고,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과 생성형 AI를 협력하여 활용한다. 도서관 협력수업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협력하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협력의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음악과 도서관 협력수업 과정을 통해 서양음악 사조에 관한 교과지식에 더해 정보활용능력과 협력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두 가지 상반된 뉴스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둘 다 AI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나는 해외 미디어에 소개된 국내 뉴스, 다른 하나는 국내 미디어에 소개된 외국 뉴스입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을 ‘딥페이크 공화국’이라고 했습니다(2024.3.7.). 딥페이크는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사실처럼 창조해 내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실물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그 첨단 기술을 한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마저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하고 자축할 일은 아니지요. 한국이 ‘딥페이크물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목되었다’고 합니다(한겨레21, 2024.10.01.). ‘한국은 전 세계에 확산한 딥페이크 음란물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국가’라며 ‘한국의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의 80% 이상이 10대’라는 통계입니다(여성신문, 2024.10.8.). 즉 한국에서는 그 위력적인 AI 기술을 쉽게 배워서 못된 짓을 하는 후진 사람들이 많다는 참으로 창피한 뉴스입니다. 다른 뉴스는 ‘노벨상 휩쓰는 AI … 화학상에 ‘구글 딥마인드’ 주역들’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입니다(조선일보, 2024.10.9.). 외국 전문가들이 AI 특유의 거대한 정보량을 빠르게 처리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우리만의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공로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뒤진 것은 맞지만, 그나마 한국이 앞서간다는 컴퓨터와 정보화 분야에서마저 밀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하지만 더 큰 아픔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AI 기술을 생산하면서 인류에 혜택을 주는 일을 하고, 다른 누구는 AI 기술을 소비하면서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일을 합니다. 우리가 선한 일을 하는 선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후진 일을 하는 후자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고, 슬픔이 밀려오고, 화도 솟구칩니다. 타오르는 화에 기름을 붓는 기사가 동일 지면에 실렸습니다. 구글 주역들이 노벨상을 휩쓸었다는 뉴스와 삼성전자를 위기로 내건 요인을 분석한 기사가 한날에 나란히 게재되었습니다. ‘공대 기피, 교육질 저하, 인재 유출 20년간 누적 … 삼성 덮쳤다’라고 합니다(조선일보, 2014.10.9.). 맞습니다. 그 분석이 정확합니다. 딱 20년 전은 제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막 귀국한 시점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 공대 교수들은 미적분도 모르는 학생들이 공대에 입학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저하되는 고등학교 교육 수준을 심하게 탓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 공대에는 구구단마저 계산기에 두드리는 학생도 있는데 미적분 모르는 게 그리 큰 문제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저는 구글이 설립된 시점에는 미국 공대에 교수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 공대 기피는 이미 고질화된 문제였습니다. 특히 대학원은 외국 유학생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공대 인재 유출이 심해서 인재를 해외에서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얹어주면서 수입해야 했던 것입니다. 학부생들은 외국인 TA가 하는 영어를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하소연을 하고, 심지어 데모까지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세계 최고 첨단산업을 이루어냈고, 전 세계 대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심지어 노벨상까지 받는 명예마저 얻었습니다. ‘공대 기피, 인재 유출, 교육질 저하’ 등 삼중고를 극복하고 ‘최고 기업, 최고 수익, 최고 명예’라는 삼관왕의 영광을 이루어냈습니다. 상황 탓하고 남 탓해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닙니다.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먼저 보는 혜안이 있었고, 그 무엇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도전정신이 있었으며, 그 과정을 즐기는 인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도 남 탓하지 맙시다. ‘공대 기피’는 힘들고 어려운 것을 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을 탓하는 거고, ‘교육질 저하’는 교육기관을 탓하는 것이며, ‘인재 유출’은 사회적 인적자원 유통 시스템을 탓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남 탓해서 고쳐지는 거 본 적 있나요? 구글처럼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되는 것입니다. 저는 혁신(革新)이란 남 탓하고 남을 타도하는 혁명이 아니고, 낡은 관습을 버리는 혁구습(革舊習)과 자신을 새롭게 하는 지신(持身)의 앞뒤 글자 하나씩을 따온 개념으로 풀이합니다. 성공이 빛 좋은 개살구일 때가 있습니다.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만 하면 성공했다고 자부해도 되지만, 목표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면 성공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최근에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명문대 학생들에 대한 뉴스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교육목표는 명문대 입학이 아니던가요. 명문대에 합격하면 집안의 경사만이 아니라 모교와 동네에서도 현수막을 대문짝만하게 내걸 정도로 자랑하는 대성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명문대생이 300명씩이나 연합동아리를 구성해서 고급 호텔과 클럽을 돌면서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도 했다고 합니다(YTN, 2024.8.12.). 공부 잘하고 인재로 인정받은 학생들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무슨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내고 세상에 기여하겠습니까. 그러니 공부 기피하고, 교육질이 낮고, 인재 유출에 절망을 보며, 그 대신 공부 잘하고, 진도 앞서가고, 인재끼리 모인 곳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빗나간 셈입니다. 교육의 목표가 달라져야 ‘딥페이크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고, 노벨상을 휩쓰는 ‘딥마인드 인재대국’이 될 것입니다. 아, 칼럼을 여기까지 쓰고 하루 밤 자고 나니, 이 모든 어두운 뉴스를 한방에 상쇄하는 속보를 접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정신이 돋보였답니다. 한국에도 구글과 버금가는 딥마인드가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강 키즈’들이 쏟아져 나올까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트라우마 후유증에 시달리며 장애를 앓는 현상을 PTSD(Disorder)라고 하지요. 트라우마 시련을 겪으면서 더 큰 존재로 성장하게 될 땐 PTSG(Growth)라고 합니다. 여태껏 우리 사회가 줄 이은 트라우마로 한없이 작아지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면, 드디어 오늘부로 대한민국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딥마인드 인재대국’으로 성장했다고 공표해도 되겠습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었음 알려줍니다. 성장이 이번 한 차례에 멈추지 않고 모멘텀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세웁시다. 이제 교육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방법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입시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성교육을 해야 하고,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하고, 꿈을 지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 갖고 되겠어”하며 당장 급한 마음에 외면합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서서히 멀어진 교육의 방향을 하루아침에 바로 잡는 마법 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 그거마저 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요원할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서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방법을 제대로 실천해 봅시다. 성심껏 한다면 10년이면 변화가 보일 것입니다. 20년이면 인재대국이 될 것입니다. 내일 또 어떤 낭보를 접할지 마음이 설렙니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고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비판 받아온 기존 평가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교사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유익으로 다가올지는 의문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배경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들의 교육적 역량을 평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평가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요소에 의존해 실제 교사의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가 포함된 평가방식은 교사의 인기에 좌우되는 등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교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나아가 서술형평가에서 발생한 성희롱 논란은 교사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로,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 인식 조사로,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학교 평가로 대체되었으며, 강제적으로 실시되던 능력향상 연수도 폐지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 새로운 시작일까?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기존의 평가 중심 방식을 폐지하고,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AI 기반의 맞춤형 연수와 자기역량진단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교사가 개인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연 AI가 교사들의 필요와 요구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교사가 처한 교육환경, 학생들의 특성, 개별 교사의 교육방식과 요구사항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복잡한 변수들을 AI가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 AI 기반 시스템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실증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교사들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 변화가 새로운 시작이 될지, 아니면 단순히 이름만 바뀐 제도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지점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동료교원평가, 학생 인식 조사, 그리고 자기역량진단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하나, 이러한 방식이 교사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역량을 평가할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평가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일관되게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1) 진정한 자율성은 보장될까? 이번 개편의 핵심은 교사의 자율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평가에 중점을 두고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동료교원평가, 학생 인식 조사, 자기역량진단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동료교원평가인 다면평가와 학생 인식 조사 결과가 특별연수 선정 기준으로 사용될 경우, 교사들은 자율적 성장이 아닌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 노력을 우선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즉 자기주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한 교원이 보상을 받기보다,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 ‘목적 전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가기준에 맞춰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즉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는 교사의 진정한 자율적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형식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타율적인 제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2) 온정주의와 평가의 주관성 동료교원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정주의는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크게 훼손하는 요소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평가보다는 서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받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교사의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문제는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비판 중 하나였으나 새 제도에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 교사들 간의 관계와 친분에 의해 평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평가자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역량 진단의 결과가 교사의 역량 개발로 실제 연결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피드백과 후속 지원방안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3) 형평성의 문제 보상 확대 방침으로 교사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나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이를 근거로 교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특히 학생 인식 조사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치원 및 초등학교 1~3학년 교사들은 해당 점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평가에서 제외되거나 평가기준의 모호성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교사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보상과 연수 기회로 이어진다면,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교사들 간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교사들 간 평가기준이 일관성이 없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교직사회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이렇듯 형평성 문제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4) 행정적 부담 증가의 가능성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의 목표 중 하나는 학교현장의 평가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행정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동료교원평가나 자기역량진단과 같은 평가가 연중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학교 내에서 이를 처리하고 기록하는 업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교육 외적인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있으며, 수업준비와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 즉 교사들의 행정적 업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제도가 실질적인 교육 질 향상보다 행정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교사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지원한다는 새로운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의 성장을 위한 조건 _ 평가가 아닌 지원 이번 개편안은 교사들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고, 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시도이다. 그러나 교사의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들이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 없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려면, 실질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새로운 제도는 단지 이름만 바뀐 또 하나의 비효율적인 제도로 끝날 위험이 크다. 진정한 변화는 제도적 개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그들이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이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사의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진두지휘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재등용됐다. 교육부 장관을 두 번 지낸 안병영 전 장관에 이어 역대로 두 번 장관에 오른 이 장관의 정책은 다양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자사고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입 개편을 주도했다. 현 정부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AI디지털교과서, 고등교육 자율권 확대, 교육발전특구사업, 글로컬(Glocal)과 라이즈(Rise)사업 같은 정책을 내놨다. 진행 중인 정책의 평가는 신중해야 하지만, 사교육 줄이기 목표가 붙은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전국 지자체의 4분의 1이 교육특구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교육정책을 마련하면, 정부가 3년 동안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 지자체들은 돈을 따내려고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 ‘명품 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취지는 좋다. 전국적으로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인구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 교육 활로를 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간 교육에 무관심했던 지자체에 자극을 주는 일 또한 신선하다. 그렇지만 방법이 이상하다. 전국의 지자체 중 4분의 1이 교육특구로 지정됐으니 말이다. 여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앞으로 계속 더 지정하겠단다. 전 국토의 교육특구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교육부는 1차 공모에서(2024년 2월) 사업을 신청한 전국 40곳 지자체 중 77.5%인 31곳을 교육특구로 선정했다. 3년간 시범운영하는 선도지역은 19곳,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 곳은 12곳이다. 이들 지역에는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애초 구상이었다. 교육부는 2차 공모(2024년 7월)에서도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 47곳 중 절반이 넘는 25곳을 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특구에 들어가지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다. 충북에선 11개 시·군 중 단양군만 들지 못했다. 강원도는 특구로 지정된 지자체가 미지정 지역보다 많다. 특구 모델도 붕어빵이다. 대다수 지역이 자율형 공립고 운영이나 지자체 주도 돌봄시스템 지원 등을 특화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부 설명이 이상하다. “교육발전특구는 특정 지역에 집약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경제자유구역청 특구와 다르다. 궁극적으론 전국을 100% 교육발전특구화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주호 장관의 설명이다(2024.9.15., 불교방송과의 추석 특집 대담의 스크랩 원본 중). “교육발전특구는 유·초·중·고와 대학까지 포함하는 전체 교육시스템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제 교육발전특구로 상당히 많이 지금 진행되고 있고요. 이게 소위 확산형 특구라고 해서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서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고, 전체 우리나라가 다 각각이 특색이 있잖아요. 그 각각의 특색을 다 살려서,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각각의 특색에 맞는 학교들을 하려면 거기에 맞춘 규제 완화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전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그냥 특구 개념 없이 그걸 하려면, 그러면 이제 큰 논쟁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특정한 지역에 맞는 어떤 규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지역단위에서 합의만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그런 정부 특례가 있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제안을 하면 정부가 특례도 인정을 해 주고, 또 거기에 맞는 특별교부금도 지원을 해 주겠다는 정책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다.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전 지역의 특색을 다 살려서, 거기에 맞게 규제 완화를 해 주겠다는 얘기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움켜쥐고 있는 규제야 풀면 되고, 지역별 특례야 사실 지역교육청과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인데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닌가. 특히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됐는데 앞으로 계속 지정하겠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특구당 3년간 100억 지원은 空言? 더 중요한 것은 재원 분배다. 특구 한 곳당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말에 지자체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시설 투자는 제외하고 프로그램 운영으로 제한해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쪼그라든다. 지방의 한 지자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지원하는 돈은 교육부 1억 2,400만 원과 지자체 1억 2,400만 원을 더해 2억 4,800만 원에 불과하다. 당초 연간 기대치 3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시설보다는 기반 중심의 사업”이라고 말한다. 즉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이어서 학생 지원과 프로그램 구상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3년간 100억 원은 장밋빛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교육발전특구의 또 다른 의문은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과 학교 선정이다. 교육부는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19곳 중 12곳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학원가에는 초등생 의대반까지 생기고,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이 갈수록 심화되고, 의대 반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8월 21일 이렇게 발표했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은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창출하고 지역의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발굴·확산해 나가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19개 지역 중 14개 지역이 이번 사업에 신청하였으며, 교육정책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역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컨설팅)단의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12개 지역이 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된 지역·학교에서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학습지원, 기초학력 및 교과 보충 프로그램, 자기주도학습 지원, 지역사회 연계 특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교육 경감 모델이 추진되며, 이를 위해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 교육부, 8월 20일 자 보도자료 중 특구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는 지방 역차별 교육부가 선정한 기초단체는 춘천·원주·구미·울진 등 4곳이다. 광역자치단체는 부산·대구·광주·울산·제주 등 5곳이다.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기초단체는 경남(진주·사천·거제), 전북(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전남(나주·목포·무안)이다. 어떻게 사교육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인지 보도자료의 예를 보자. 춘천시는 초3과 중1·고1을 대상으로 ‘수학 포기자 없는 미래 교육을’, 부산은 중1을 대상으로 ‘사교육 부담 없는 학년’을, 제주는 24개 고교를 대상으로 ‘질문 있는 학습’을 각각 내걸었다. 또한 울진은 ‘한수원과 연계한 진로상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미는 ‘금오공대와 연계한 방과후학교’를 각각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묘안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지원 사업의 운영기간은 3년 또는 2년이고,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을 지원한다는 게 교육부 발표 내용이다. 한 지역에 3년 또는 2년 동안 최대 7억 원으로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모델 지역이나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이고 열심히 궁리해 짜낸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교육비 연간 27조 최고, N수생은 포함도 안 돼 대한민국 전체를 교육특구로 지정한다는 구상부터 그 특구 안에 사교육 부담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발칙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 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2024년에는 의대 열풍 등의 영향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2023년 9월 국회에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2024년도 성과계획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초·중·고교 사교육비 목표를 ‘24조 2,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6조 원이었는데 그보다 1조 8,000억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허언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23년 초·중·고 학생수는 521만 명으로 2022년의 528만 명보다 7만 명가량이 감소했는데도 말이다. ‘교육발전특구’ 지정 남발과 ‘특구 내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선정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교육격차를 더 벌릴 우려가 있다. 한 해 23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대체 전국을 조각조각 나누는 교육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례가 주어지는 ‘교육특구’지만 특구 아닌 곳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곳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분절화(segmentation) 구상이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경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같은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파문은 순식간 일렁이며 크게 퍼졌다. 늦은 저녁 시작된 고요한 소란이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도 이어졌다.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단한 소식에 놀랐다. 한국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세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고, 도서관 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불온서적과 블랙리스트 목록을 만드는 시국에 반갑고도 감동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2021년, 기다림 끝에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밝힌 한강 작가의 말이다. 이 책으로 또, 그 이전의 책들로 작가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인용한 작가의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읽는 이들을 향한 당부처럼 들린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여겨달라고 한다. 한 작품만이 아닌 모든 작품을 향한 말이면서 대중들에게 기대는 말이기도 하다. #01 _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한강의 소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누군가는 읽기에 부담스럽다거나 힘들다고도 한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칼끝이 쇠를 긁거나 스치는 소리가 내 안에서 쟁쟁거린다. 고요 속에서 고통이 따른다. 활자로부터 통증이 전이된다. 공감각적 심상을 제대로 겨누며 매번 심장을 조준한다. 고요 속 통증은 멀고 먼 곳에서부터 밀려드는 파도 같다. 가슴속에서 내달려오다 이윽고 목울대로 차올라 와 시큰거리는 코와 눈으로 덮치는 파도. 작가는 어떤 세계와도, 어떤 시간과도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내지르듯 그러나 조용하게 낮은 음역대로 읊조리듯 글을 써나간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극한 사랑에’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듯 조용하면서 단호하다. 결코 작별할 수 없는 사람과 사건, 시대와 그 모든 사랑에 대해 서서히 읊조린다. 작가의 문장들은 끝끝내 맞닿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흔들리듯 가물거리는 어떤 실체에 다다르려 한다. 아프지만 직시하며 아주 가녀린 희망 같은 것을 우직하게 끌고 간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글로써 표현하지 않은, 정확하게는 표현할 생각도 못 한 말들을 세세하게 나열한다. 서사 속에서 세밀하게 그리듯 나아간다. 소설 속 화자의 고통은 소설가의 통증이 되어 문장을 끌고 가는 힘이 된다. 이를테면 간병인이 3분마다 주삿바늘을 찌르기 위해 알루미늄 상자를 열 때 “진저리나는 소리”라고 말하며 독자의 눈언저리를 찌푸리게 한다거나, 잘린 손가락에서 본 ‘무서운 아픔’이 작품 전반에 뻗어나간다(작별하지 않는다, p.73, p.75). 가만가만 읊조리듯 나아가는 문장 안에서는 못 할 말이 없다. 세상에 진저리가 난 사람 같아 보이는 주인공, 초췌하고 기운 없고 어디가 아픈 사람 같은데 작가는 그의 삶을 끌고 간다. 소설 속에서 읽는 이와 작별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가 사력을 다해 끌고 가는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문장에 이끌려 끝까지 읽고 만다. 아프지만 읽게 되는 힘이 문장에 있다. #02 _ 개인의 이야기지만 사회의, 국가의, 세계의 이야기다 한강의 소설은 이야기라 하기엔 아프다. 통증이 있다. 쓰는 이도 그러할 것이라 여겨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이 읽기를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끝내 작가의 손끝을 따라가며 낮게 읊조리듯 나아가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본다. 개인의 이야기지만 사회의 이야기다. 사회의 이야기지만 국가의 이야기며 세계의 이야기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시간 안에 상처와 고통은 사회와 떨어질 수 없다. 개인과 사회는 국가를 배제 시킬 수 없다. 국가는 세계를, 개인은 세계를, 세계는 개인을 서로 배제할 수 없다. 개인의 상처는 사회 안에서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아픔 안에서 깊어진다. 내면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부짖는 소리는 간신히 목 떨림을 최소화한 목소리로 뻗어 나온다. 한강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깊은 고통을 들려준다. 채식주의자에서의 영혜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 억눌려 있던 욕망과 고통이 반항과 파괴로 이어진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은 우리를 질문의 미로에 들어서게 한다. 작가는 언제나 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며, 언제든 쉽게 배일 수 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물의 내면은 외부세계로부터 상처받는다. 희랍어 시간에서처럼 낯선 문화에서의 이질적 상황과 외로움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절대 고독할 수밖에 없음을 각인시켜 준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지극한 사랑’이다. 사랑만이 문학이 가닿을 지향점이기에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아픔도 유려하게 잡아끈다. 모든 문장은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에서 시작하며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조이는 듯 밀도 높은 묘사를 향해 간다.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장을 쓰는 태도이다. #03 _ 모든 작품이 차갑고 고요하다 한강의 글 속에는 ‘눈송이’가 자주 등장한다. 눈은 때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처럼 제목에 가닿고, 이야기 전체의 흐름 속에서 날린다. 눈은 ‘갓 빻은 쌀가루처럼’(소년이 온다, p.98) 가볍게 날리고, 머리에 쌓였다가 물방울로 맺히고, 전조등이 비추는 밤의 허공에서 소금 가루처럼 날리고, 강풍과 함께 휘몰아치며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 날린다. 이야기 속에서 눈송이들은 상처를 보듬는 손길이 되고 때론 추위와 차가움 속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마치 길을 잃은 행자를 위로하듯 시선을 잡아끌며 지금의 처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려는 듯. 불덩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잊은 듯 다시 살아내게끔 어딘가로 데려간다. 아름다움의 본연을 말하듯 하지만 하늘에서 지상으로, 어딘가로 흩어지는 본성에도 목숨을 상징한다. “따뜻한 애기 얼굴에 왜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있나.”(작별하지 않는다, p.111)라고 한 인선의 엄마처럼 눈송이는 꿈속에서 죽음의 공포로 상징되기도 한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군병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 얼굴에 내려앉은 눈송이들이 살얼음으로 얇은 막을 쌓아 올려 이룩한 죽음의 상징이다. ‘눈’은 눈송이로 가볍고 부드럽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끝도 없이 생산되어 몰려드는 함박눈의 형상으로 공포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책 너머의 누군가에게 고요히 항거하는 것만 같다. 죽음으로 내몰려야 했던 시린 뺨들에 입김을 불어 넣기 위한 생의 장치이자 아픈 역사의 항변을 문장 속에서 흩뿌리고 있다. 지극히 고요하고 정교하게 낱낱의 고통을 실어 생생히 들려주려 애쓴다. “이렇게 인간은 나약합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더욱 지켜져야 합니다.” 끊임없이 속삭이듯 문장 속에서 암시하고 어른거리는 혼들을 위로한다.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꼽은 ‘눈’을 인간의 존엄성에 빗대어 상징적 의미로 쓰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한강의 글은 차갑고도 친절하다. 친절한 문장은 세세하게 진술되나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마치 본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세밀한 표현으로 그려내지만 밀도 높은 문장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외와 상처, 고통과 비극, 반항과 견딤의 진행에서 차갑고도 시린 세세함으로 문장을 채운다. 인간의 존재 탐구에서 비롯된 질문은 오밀조밀하게 그려낸 세계 안에서 하얗고 시린 분위기를 연출한다.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자 달려가는 과정일지라도 초췌한 풍경을 그린다. 그러나 실은 인간 본성을 짓밟는 거대한 억압에 억눌린 따스한 본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차가운 겨울은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따뜻한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하고, 따스함에 닿는 차가움은 생에서 죽음으로, ‘나’에서 타자로, 개인에서 사회로 이어진다. 눈송이는 세상 어디에나 조용히 내려앉는다. 우리는 가만가만 숨죽여 들여다본다. 볼에 닿는 눈송이처럼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눈송이의 온도가 스민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귀를 더 열게 하고 집중시키는 것처럼 흩뿌린 분위기는 읽는 이를 작가가 세운 질문 안으로 끝없이 내몬다. 마주하는 아픔은 독자의 몫이지만 때론 바람이기도 하고 열매이기도 하고 어떤 빛깔이기도 하다. 모든 작품이 차갑고 고요하다. 무거우면서도 묵직하고 섬세하다. #04 _ 작가는 글로 말하는 자,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자 눈뿐만 아니라 글 속에는 새·혼·흰·어른어른·촛불·꿈 등의 말들이 자주 보인다. 작가의 내밀한 사유 공간 속에 깃든 정서를 유추하게 한다. 과거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쓴다는 것을, 고통에서 구원으로 향하고 싶다는 것을,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작가는 여수의 사랑에 나온 “어디로 가든, 나는 그곳으로 가는 거예요”라는 말처럼 그곳으로 간다. 그곳은 제각각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지만 같은 출발점이자 같은 맥락이다. 다른 이름으로 변주될 뿐 끝없이 내리쏟아지는 눈송이처럼 보이지 않는 비명을 들리게 하려 거듭 노력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상처에서 치유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미 2018년 광화문 교보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던 작가의 말대로 깊이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그 깊이 안에서 스스로 등불을 켜고 어김없이 한 자 한 자 나아가는 중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빛을 향해, 밝음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자, 세심하며 고되게 쓰는 자, 대신 목소리를 빌어 말해주는 자이다.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몸을 빌려주고 그 인물이 되어 삶을 말한다. 어느 작품에서든 그러하다. 작가는 글로 말하는 자,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자,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느끼는 자, 씀으로 인해 마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완성을 꿈꾸는 자이다. 또한 작품으로서 애도하고 추모하고 죄스러워한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소설가이지만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그녀의 시집 제목에도 들어간 ‘저녁’이란 단어가 유독 와 닿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표기된 그 말의 의미를, 소설을 읽고 더 잘 알게 되는 이유는 ‘더 이상’이라는 말과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인간의 폭력성 앞에서 그 잔인함 앞에서 나약한 생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일관된 시선과 태도를 본다. 작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인간에 대한 존엄성으로 귀결시키며 고통에 닿은 구원을 그려낸다. 나약하기에 더 지켜져야 할 인간성. 어떤 글을 쓰든 모든 작품은 이어지고, 쓰는 한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고통을 서로 나누는 게 사랑”이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의 바람대로 모두가 사랑이었다. 그 ‘지극한 사랑’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수많은 물결에 작은 방울 하나 보태 크게 축하한다. 권지영 시인·작가 / 저서로는 아름다워서 슬픈 말들, 누군가 두고 간 슬픔, 푸른 잎 그늘, 너에게 하고픈 말, 천개의 생각 만개의 마음; 그리고 당신, 행복,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달보드레한 맛이 입 안 가득, 전설의 달떡, 팔랑팔랑 코끼리, 하루 15분 초등문해력, 봄, 여름, 가을 등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초·중·고 교사 3만2000여 명이 정년퇴직 전에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벌써 3300여 명이 교단을 떠났다. 특히 재직기간 20년이 되지 않았는데 본인 의사에 따라 교단을 떠난 초등교사가 급증했다. 교권추락과 학생지도의 어려움, 낮은 처우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만둔 교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9년 5937명에서 2020년 6331명, 2021년 6453명, 2022년 6579명, 2023년 7404명으로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능력 있는 순서대로 교직을 떠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한때 선망의 직업이던 교사,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를 놓치지 않던 교직이 어쩌다 엑소더스 현장으로 변해 버렸을까. 새교육이 만난 홍지연(사진)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 대표 역시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던지고 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인물. 그는 “교직생활 19년 동안 좋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 행복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였다면 극한직업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며 “열악한 근무여건 탓에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겪는 많은 고충이나 어려움에 비해 보수나 대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직업’으로서의 교사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사출신으로는 손꼽히는 디지털·에듀테크 전문가이다. 최근 논란이 된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정부가 빠른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부작용 등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서두르기보다 성찰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직경력 19년의 중견교사가 이직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교직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20대와 30대를 교사로서 충실히 살았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40대의 나는 또 다른 나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그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SW 교육책과 AI 교육책을 쓰고, 강연이나 토론회에도 나갔다. 코딩 관련 TV 프로그램인 초.코.알(초등학생 코딩 알기)을 진행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들도 쌓았다. 그러다 보니 막상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다들 그러려니 했던 거 같다. 가족들의 응원이 제일 큰 힘이 됐다.” 최근 교직을 그만두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사 이직·창업 컨설팅 업체가 생겼고,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라고 한다. 의대 준비 스터디그룹도 있다는 소문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는 내부적 요인은 더 이상 ‘교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겪는 많은 고충이나 어려움에 비해 보수나 대우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니 ‘직업’으로서의 교사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부적으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업관·세계관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0세 시대에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있고, N잡러가 등장하며, 커리어하이를 위해 이직을 반복하는 일이 산업계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교직 역시 이 같은 시대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이초 사건이 탈교직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그렇다. 서이초 사건은 온전한 교육의 장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학교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교사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공격의 대상으로, 소송의 대상으로, 아동학대범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교사들이 더 이상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 것 아닐까.” 한때 선망의 직업이던 교직에서 어느 순간 극한직업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극한직업이라는 말에 동의하나. “동의할 수도, 동의 안 할 수도 없는 질문이다. 교직에 있는 동안 힘들기보다는 즐거웠고, 행복했다. 운이 좋게도 그동안 저와 맞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났고, 그래서 큰 어려움 없이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금쪽이’와 ‘악성민원인’들을 만났더라면 상황은 정반대였으리라 생각된다. 극한직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홍 대표는 디지털-에듀테크 교육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내년 도입되는 AI디지털교과서를 두고 교육감들이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디지털교과서의 경우, 방향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변화와 혁신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숙성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의 AI디지털교과서 정책은 이러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생기고, 부작용도 발생한다. 물론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 법이고, 그 시기를 놓치면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만, 교육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빠른 속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교실혁명에서 강조하고 있던 핵심가치 중 하나가 바로 ‘성찰’이었던 만큼 지금이야말로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에듀테크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교직에 있는 동안 미국·스페인·핀란드·영국·일본·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SW 교육, AI 교육, 디지털 교육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가서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의 교육 수준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에듀테크 수준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핀란드·스페인 등의 선진 유럽국가에 비해 우리나라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디지털 교육문화’였다. 핀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 교육을 하는 데 있어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배움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언제든 학생들이 꺼내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 과제를 해결하며 배움의 도구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고, 집에 가지고 다니며 스스로 디지털 디바이스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보급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는 ‘배움의 도구’가 아닌 ‘관리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장부에 기록해 놓고 잃어버리면 안 되고, 고장 나면 안 되는 관리 품목이기 때문에 수업시간, 선생님이 꺼내라고 할 때 10~20분 정도 잠깐 꺼내서 쓰고 다시 충전함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디지털 교육을, 도구를 바라보는 관점과 문화의 차이는 디지털 소양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계속해서 관리의 도구로만 보고, 배움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소양 함양은 이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미래 교육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Education for Future)이자 새로운 미래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교육(Future’s Education)이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 교육의 핵심에 현재의 교육에 대한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과 그 중심에 디지털화된 사회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더나은내일교육연구소는 이처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교육으로써 미래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에 앞장서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우리의 노력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널리 퍼져 모든 학생이 디지털 교육을 충분히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단에 남아 있는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선생님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우리 선생님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너무나도 귀한 일을 하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과 온전하게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비록 지금은 교단을 떠났지만, 밖에서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봉사와 더 많은 실천으로 학교가 좀 더 행복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있다. 고대 로마의 유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동서양의 문명이 만나는 곳 튀르키예. 특히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우라티아·리디아와 로마문명·기독교·이슬람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튀르키예이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튀르키예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곳에는 보스포루스·마르마라해·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시작이다. 하지만 도시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서기 330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다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다. 그러다가 1453년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후,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스탄불은 6세기에 이미 인구가 50만 명, 9세기에는 1백만 명이 넘었던 거대도시였다. 지금도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하며, 해마다 평균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이런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바로 아야 소피아(Aya Sofia) 성당이다. 세계 4대 교회 건축물 중 하나다. 이 성당이 처음 지어진 것은 4세기인데,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으로 동로마(비잔틴 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1만 명의 인부가 5년에 걸쳐 지었다는 아야 소피아 성당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900년 동안 동방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며, 1593년 성 베드로 대성당이 들어서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성당이 건립되었을 당시 이름은 하기아 소피아(Hagia Sofia)인데, 튀르키예 사람들은 아야 소피아라고 부른다.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 현재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은 532년 반란으로 파괴된 것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다시 지은 것이다. 아야 소피아 성당은 고난이 많은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십자군들의 약탈 대상이 됐고,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이 성당에서 밀려오는 투르크 군을 바라보며 화염 속에 몸을 던져 자결하기도 했다. 메흐메트 2세는 이스탄불을 점령하고도 성당을 파괴하지 않았다. 다만 1453년부터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면서 종·제단 등을 제거했고, 기독교풍의 모자이크는 회반죽으로 덮었다. 이후 튀르키예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아타튀르크)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이곳을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아야 소피아 성당은 고난의 시대를 마감했다. 성당 내부에는 코란의 경전을 새긴 금문자와 최근에 복원한 성화가 있는데, 그것들이 파란만장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웅변해 줄 뿐이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쳐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장엄한 분위기와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드높은 천장의 화려한 모자이크는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중앙 돔의 높이가 자그마치 55m에 지름이 31m다. 돔에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성화가 그려져 있고, 양옆에는 커다란 원반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금색 문자가 나란히 걸려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재하는 것이다. 2층 회랑에서는 곳곳에 숨어있는 모자이크 성화를 눈여겨보자. 비록 많이 훼손됐지만, 정교함과 화려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야 소피아 성당의 개장식 때 황제가 내부의 화려함을 보고는 “오,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소!”라고 소리쳤다는 것이 이해되었다. 블루 모스크와 그랜드 바자르 아야 소피아와 마주한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드 1세가 17세기에 세운 이슬람 사원이다. 직경 27.5m의 커다란 중앙 돔과 이 돔을 받치고 있는 작은 돔으로 지붕이 이뤄져 있다. 웅장한 외관에 걸맞게 첨탑 미너렛이 6개 서 있다. 당시 술탄이 모스크의 미너렛을 황금으로 짓도록 했는데, 자금이 부족해지자 건축가가 황금(알튼, altin)과 숫자 6(알트, alti)의 발음이 비슷해 황금 대신 미너렛을 여섯 개 세웠다고 한다. 내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2만 개 이상의 파란색 타일과 260개의 파란 유리창이 푸른빛을 띠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로 인해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그랜드 바자르다. 바자르는 중앙아시아의 도시마다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자르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 역사는 무려 500년에 달한다. 현재 5,000개의 상점이 몰려있는데, 보석·장신구는 물론 화려한 튀르키예의 그릇·조명·가죽류와 입맛을 유혹하는 튀르키예식 젤리·향신료, 그리고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의 모든 입구에는 번호가 쓰여 있다. 만약 내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번호를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어느 입구로 나오느냐에 따라 위치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번호를 모르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지중해기행을 쓴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꼭 그랜드 바자르를 보고 와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거기 있다”고 까지 했다. 미식가를 만족시키는 튀르키예 음식 튀르키예 음식은 프랑스·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불린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와 비잔틴의 지중해성 문화,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화려한 대제국 문화가 융합되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달했다. 술탄이 살았던 톱카프궁전 부엌은 요리사만 3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로 컸다고 한다. 하루 1만 명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도 술탄의 상에는 똑같은 음식을 내지 않았다니 튀르키예 요리의 다양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은 ‘케밥(Kebab)’이다. ‘구이’라는 뜻으로 물이 풍부하지 않은 유목생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케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긴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구워 먹는 요리를 떠올리는데, 사실 육류를 불에 구워내는 것은 모두 케밥이다. 케밥은 지역과 굽는 방식, 그리고 육류에 따라 수없이 분화되었다. 오늘날 튀르키예 케밥의 종류는 200~30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흔히 먹는 케밥은 도너케밥으로 고기를 얇고 넓적하게 썰어 기다란 쇠꼬챙이에 겹겹이 끼워 바깥에서 열을 가해 익힌 것이다. 익은 부분을 잘게 썰어 피데라고 하는 넓적하게 구운 빵 속에 야채와 함께 넣어 먹는다. 아이란(Ayran)은 튀르키예의 국민음료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한 것인데 묽은 요구르트라고 보면 된다. 수시로 마시는 차와 커피문화 또한 독특하다. 튀르키예식 커피는 맛이 강하고 색도 짙다. 물에 커피가루를 넣고 그대로 끓이는데, 이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커피 제조법 중의 하나다. 잘 못하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가루가 많이 씹힌다. 여행을 하며 가장 짜증이 나는 순간 중 하나가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다. 특히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는 형식적인 자리에서 ‘형식적인’(모양만 갖춘 맛없는 요리) 코스 요리를 먹다 보면 여행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 화가 날 정도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그런 염려는 접어도 된다. 우리가 흔히 터키쉬 딜라이트라고 부르는 로쿰은,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 달콤함으로 모든 여행의 모든 피로와 근심을 잊게 해준다. 모든 일들이 행복한 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신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장수의 아이콘이자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묵묵함’의 대명사인 거북이입니다. 100년, 아니 400년까지도 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려면 손주에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3대에 걸쳐 키운다는 거북이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1. 거북이는 왜 등껍데기가 있나요? 소라게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등껍데기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거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등껍데기는 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다른 동물들과는 아예 격이 다릅니다. 놀랍게도 거북이 등껍데기는 뼈가 변형된 것이랍니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뼈들이 생장하면서 몸 전체를 덮고, 피부밑 조직과 결합해 통처럼 변하면서 껍데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죽은 거북의 등껍데기 내부를 보면 척추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거북의 껍데기는 등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명 ‘배딱지’라고 불리는 ‘복갑’은 가슴 쪽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마치 등껍데기처럼 변한 후, 결국 등껍데기와 배껍질이 양쪽 끝에서 서로 만나서 융합되면서 만들어지고, 마침내 진정한 갑옷으로 거듭납니다. 그래서 ‘슈퍼마리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북이가 껍질만 둔 채 몸만 빠져나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랍니다. 이건 마치 사람이 척추와 갈비뼈를 두고 몸만 빠져나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Q2. 거북이는 오래 살잖아요?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어떤 거북이인가요? 거북은 대표적인 장수의 상징이죠. 육지에서 사느냐 바다에서 사느냐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있지만, 육지거북의 수명은 대략 100년 내외, 바다거북은 400년 이상 산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400년 이상 살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1950년대에 잡힌 바다거북의 등에 스페인 사람의 이름과 배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름을 추적해 보니 400년 전 스페인 함대에 소속된 전함 이름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거죠. 그때 살았던 누군가가 거북의 등껍데기에 이름을 적어놓았을 테니 결국 이 바다거북의 수명은 400살이 넘었다는 계산이 나온 거죠. 살아있는 거북이 중에서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190살의 조나단이라는 거북이예요. 오늘날까지 녀석의 주요 관심사가 뭔지 아세요? 짝짓기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190살인데도 아직 정정하다. 조나단에게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50년은 더 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Q3. 거북이 장수의 비결은 뭔가요? 거북이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람과 달리 세포가 노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는 레고를 만들 때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것처럼, 염색체 DNA라는 설명서를 토대로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염색체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라는 물질인데, 사람은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결국 나이를 먹으면 염색체가 파괴되어서 노화가 오고 죽게 됩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닳아 소진된 텔로미어를 다시 복구해 원상태로 만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즉 사람의 텔로미어는 한 번 닳아 없어지면 끝이지만, 거북이의 텔로미어는 끝내 소진되기는 하지만 가끔 복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랍니다. 또한 거북이는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에 대한 방어가 뛰어납니다. 즉 인간의 표현으로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유독 많이 발견돼 거북이는 암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작은 질병도 걸리지 않고, 암 같은 큰 병도 피해 가며, 노화도 느리니 오래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4. 거북이는 보통 온순한 걸로 아는데, 굉장히 난폭한 거북이도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난폭 거북’은 바로 악어거북이에요. 이 악어거북은 크기도 80cm 넘게 자라고, 무게는 100kg 넘게 성장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무는 힘이 엄청나다는 거예요. 육식동물 중에서 무는 힘이 가장 강한 것은 바로 하이에나인데, 무는 힘은 약 450kg 정도 됩니다. 악어거북의 치악력은 하이에나보다 강합니다. 무려 500kg이 넘는다고 해요. 즉 물리면 사람 손가락도 바로 잘려버립니다. 치악력이 가장 강한 생명체는 악어예요. 무는 힘이 자그마치 약 1,000kg~2,000kg 정도나 된답니다. 과거 멸종한 종까지 포함하면 육지에는 티라노사우루스가 4,500kg 정도의 치악력을, 바다에서는 메갈로돈이 약 15,000kg의 치악력을 가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악어거북은 엄청 사납고, 눈앞에 뭔가 나타나면 일단 물고 보는 습성이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종이에요. Q5. 그럼 악어거북은 사냥을 어떻게 하나요? 악어거북은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물고기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악어거북 근처에도 안 갈 것 아니에요? 그래서 악어거북은 엄청난 전략을 씁니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해서 악어거북은 어떤 전략을 쓸 것 같으세요? 정답은 악어거북의 혀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악어거북은 혓바닥이 마치 지렁이처럼 보이게 진화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입을 크게 벌리고, 혓바닥을 살랑살랑 흔들면 누가 봐도 지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것에 속은 물고기가 지렁이처럼 보이는 혓바닥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입을 닫아버려서 한 번에 먹이를 사냥해 버린다고 합니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치지 않기 때문에 엄청 위험하죠. 일본에서는 악어거북 때문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해요. 한때 생긴 것 자체가 멋있는 괴수를 닮았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면서 엄청나게 많이 수입했는데, 급격히 성장하는 탓에 금세 사육하기 버거워져서 내다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는 가장 심각한 생태계 파괴 종으로 낙인찍혀 있다고 해요. 물가에 놀러 갔다가 손가락 발가락이 절단될 위험성이 아주 커서 더 주의를 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Q6. 거북이 다큐를 보면 바다거북 새끼들이 모래 속에서 알을 까고 나와서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리던데 이건 어떻게 알고 달리는 거예요?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진정한 데스 레이싱을 시작해요. 보통 암컷 한 마리가 50~200개의 알을 낳는데, 거기서 태어나서 살아남는 거북이는 고작 몇 마리밖에 안 됩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중 절반 이상은 바다로 가는 중에 바닷새나 게 등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고 해요. 최근엔 인간 때문에 더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지요. 거북이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원동력은 사실 바다에 비치는 달빛을 쫓아 움직이는 것인데, 해안마을 주변에서 태어난 경우 가로등 불빛을 바다에 비친 달빛으로 착각해서 엉뚱하게도 바다 대신 도로로 올라오다가 사고로 죽는 새끼들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모든 바다거북 종류가 IUCN 적색 목록의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습니다. Q7. 거북이하면 또 자라가 생각나는데, 자라랑 차이가 뭔가요? 큰 범주에서 본다면 거북과 자라는 파충류의 거북목에 속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동물은 엄연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쉬운 구별법은 등껍데기를 만져보면 알 수 있어요. 거북의 등껍데기는 딱딱하고 자라는 물렁물렁해요. 만져봤을 때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든다면 그건 자라겠지요? 또한 거북이는 등껍데기에 무늬가 있지만, 자라는 무늬가 없거나 밋밋한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거북이는 이빨이 없는데 자라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답니다. 그래서 한국 한정으로 건드렸을 때 무는 자세를 취한다면 자라에요. 악어거북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라의 무는 힘도 180kg이 넘어서 쇠젓가락을 가볍게 절단시킨다고 하니, 사람 손가락도 쉽게 절단될 수 있겠죠? 혹시라도 자라에게 물렸을 때는 흔들어서 털지 말고, 물에 넣으면 자라가 스스로 입을 벌린다고 해요. 그 외에도 거북이는 물과 육지를 왕래하고, 자라는 수중에서 생활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히드라와 원팀이 되어 헤라클레스에 대항한 거대한 괴물게 게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 속했고, 현대 천문학에서 정립한 88개 별자리에도 포함된다. 황도 12궁의 넷째 자리로 거해궁이라고도 하며, 늦겨울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황도 12궁 별자리들은 대부분 밝은 별들을 갖고 있지만,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 물고기자리는 어두운 별들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게자리는 밝고 화려한 별들이 많은 겨울 별자리 속에 있어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가장 밝은 별이 4등성으로 황도 12궁 중에서 제일 어둡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 모두 불길한 별자리로 취급했다. 동양에서는 무덤이라는 뜻의 ‘귀수’ 혹은 상여라는 의미의 ‘여귀’라고 일컬었으며, 서양에서는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게 다리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게자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상징하여 불행과 어둠의 동의어로 불리기도 했다. 게자리는 바다뱀자리인 히드라 옆에 있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게가 히드라의 은신처 옆 지하세상의 문을 지키는 것과도 일치한다. 게자리는 어둡고 음침한 별자리지만, 밤하늘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세페성단(Praesepe Cluster)이 있다. 이 성단은 벌집성단(Beehive Cluster)이라고도 불리며, 게자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지구에서 약 59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성단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 중 하나다. 면적은 보름달 크기의 3배 정도로, 게자리가 하늘 높이 있을 때 관찰할 수 있다. 갈릴레오가 1609년에 망원경으로 관찰한 최초의 천체 중 하나였는데, 그는 이 성단에서 40개의 별을 발견했다.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Cluster)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이 성단은 별들이 촘촘히 모여 있어 갈릴레오는 벌집성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 성단을 마차를 타고 있는 유령이나 악마로 상상하기도 했다. 또한 게자리에는 산개성단 M67(Messier 67)도 있다. 우리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산개성단 중 하나이며, 그 나이는 약 40억 년으로 추정된다. M67은 게자리의 남쪽 발톱 부분에 있는 별무리와 그를 둘러싼 성운으로, 약 500개의 별이 있는 풍부한 성단이다. 헤라의 저주 이탈리아 고대 도시 파에스툼에서 발견된 도자기에 그려진 아들을 죽이는 헤라클레스 그림은 현재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중앙에 광기에 빠진 헤라클레스가 아들들을 죽이는 장면이, 오른쪽에서는 그의 아내 메가라가 공포에 질려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뒷배경에는 헤라클레스의 어머니인 알크메네와 그의 조카 이올라오스가 등장한다. 왼쪽에는 광기를 상징하는 여신 마니아(Manía)가 있다. 메가라는 그리스신화에서 테베의 공주이자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아내이다. 테베왕은 외적을 몰아내고 테베를 방어해 준 헤라클레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의 딸 메가라와 결혼시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러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를 미워한 헤라가 그를 일시적인 광기에 휩싸이도록 만들었고, 제정신이 나간 헤라클레스는 자기 아이들을 화살로 쏘거나 불 속에 던져 죽였다. 헤라는 왜 헤라클레스를 그토록 증오하고 저주했을까?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인 헤라클레스가 영웅적인 능력까지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보다 제우스의 혼외자식들 능력이나 됨됨이가 훨씬 뛰어났다. 헤파이스토스는 손재주는 뛰어났지만 다리가 불편한 추남이었고, 전쟁의 신 아레스는 불같이 성급한 성격으로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제우스와 인간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헤라클레스는 힘이 세고 용맹했으며, 레토 여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폴론 역시 팔방미인형 ‘엄친아’였고, 메티스 여신의 딸인 전쟁의 신 아테나는 아레스와는 달리 지혜가 있었다.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양어머니이며, 비록 헤라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녀의 젖도 먹고 자랐다. 제우스는 헤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아기의 이름도 ‘헤라의 영광’을 뜻하는 헤라클레스라고 지었고, 헤라클레스 역시 헤라를 신으로 모시며 공경했다. 어쨌든 헤라와 헤라클레스는 모자지간인 것이다. 헤라와 헤라클레스, 둘의 관계는 참으로 미묘한 셈이다. 어머니인 헤라가 아들인 헤라클레스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고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점에서, 헤라는 ‘어머니는 어머니이되 파괴적인 어머니’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어머니는 자녀를 양육하고 보살피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존재이지만, 모든 어머니가 숭고한 모성을 가진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신화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자녀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려 하고 통제하는 어머니, 자녀를 질식시키고 파괴하는 끔찍한 어머니들이 있지 않은가. 히드라를 물리치는 헤라클레스 자기 아이들을 죽이는 비극을 겪은 헤라클레스는 자책감과 절망에 빠진다. 델포이 신전에서 죄를 씻는 방법에 대해 신탁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스 왕 밑에서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에우리스테스의 명을 받아 12가지 과업을 해결해야만 했는데, 그 두 번째 임무가 히드라를 죽이는 것이었다. 이때 헤라는 히드라를 돕기 위해 히드라와 같은 늪지대에 사는 거대한 게 카르키노스(Carcinus)를 보내 헤라클레스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을 집게발로 물어뜯게 했다. 표면상으로는 가족을 살해한 헤라클레스를 단죄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사실 그를 미치게 한 것은 바로 헤라 자신이 아니던가. 발꿈치를 물린 헤라클레스는 격분하여 카르키노스의 한쪽 발을 짓밟아 부러뜨리고 죽여 버렸다. 헤라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죽은 충성스러운 게를 불쌍히 여겨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었고, 다리 한쪽을 잃었기에 게자리 역시 다리가 한쪽밖에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그림의 주요 소재로 사용됐는데, 두 번째 과업인 히드라와 싸우는 장면 또한 자주 그려졌다. 헤라클레스는 물뱀 괴수 히드라와 30일 동안이나 사투를 벌였다. 16세기 네덜란드 판화가 코르넬리스 코르트(Cornelis Cort)는 이 장면을 동판화로 남겼는데, 헤라클레스는 계속 새로 돋는 히드라의 머리를 쉴 새 없이 자르는 한편, 왼쪽 발로 게를 밟아 죽이고 있다. 화면 한쪽에서는 이올라우스가 잘려진 히드라의 머리를 불로 지져 새 머리가 자라지 못하게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17세기 에스파냐의 화가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án)의 그림에서는 헤라클레스가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몽둥이를 들고 히드라를 내리치고 있다. 오른발로는 게를 밟아 죽이고 있다. 오른쪽 구석에 횃불을 든 사람은 이올라오스이다. 이올라오스는 헤라클레스의 조카이자 동반자로 그와 함께 수많은 모험을 하며 그를 돕는다. 17세기 볼로냐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귀도 레니는 이상적인 고전주의 화풍으로 신화·종교 주제의 그림을 그린 당대의 거장이었다. 레니는 우아하고 이상적인 여성, 온화하고 섬세한 색채,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등 라파엘로의 고전주의적 양식이었지만, 격렬한 구성과 극적인 명암대비를 특성으로 하는 카라바조의 바로크 회화도 연구하고 받아들였다. 그중 레르네의 히드라를 죽이는 헤라클레스는 만토바 공작 페르디난도 곤차가가 빌라 파보리타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주문한 네 점의 시리즈 중 하나다. 네 개의 그림은 네수스에 의한 데이아네이라의 납치, 장작더미 위에서 타죽는 헤라클레스 등 모두 헤라클라스가 주제다.
사회와 직장에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갈등이 이슈지만, 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있어왔다.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한 교사와 선진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도통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리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 각지 학교의 교사들은 머리를 싸맨다. 2024년 가을,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보고, 토론할 만한 영화 3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 편은 이미 개봉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으며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중산층 가족의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다. 또 다른 한 편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된 홍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홍콩 영화 연소일기(감독 탁역겸)이고, 마지막 한 편은 난임 교사의 학급에서 한 여학생이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크린에 담은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정현)이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새교육 11월호 ‘시네마 톡톡톡’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영화를 본 학생들 또는 단체관람을 한 학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어쩌면 다가가기 힘든 뉴 제너레이션 학생들을 이해할 단초를 찾고, 더 나아가 소통하는 풍성한 사제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보통의 가족 _ 이것이 만약 한국 사회의 ‘보통의 가족’이라면? 여기, 한 배에서 나오고도 판이한 형제가 있다. 형 ‘재완’(설경구)은 돈만 된다면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인과 사별 후 재혼해서 늦둥이를 낳았는데, 새 부인 ‘지수’(수현)는 고3 딸보다 고작 몇 살 많다. 자상한 동생 ‘재규’(장동건)는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다. 연상인 부인 ‘연경’(김희애)은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고3 아들 자녀교육, 시어머니 간병까지 짊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두 가족은 정기적으로 저녁 모임을 갖는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형은 동생 부부를 최고급 레스토랑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나이 어린 지수에게 ‘형님’ 소리가 나오지 않는 연경은 식사자리를 거절하려 하지만, 결국 함께 식사를 한다. 때로는 공허하고, 때로는 감정을 건드리는 날 선 말들이 오가는 불편한 저녁식사시간 동안, 사촌지간인 두 명의 고3이 위험한 외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며칠 후,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녀가 노숙인을 폭행해 의식불명에 빠져들었다는 뉴스가 온 언론에 도배된다. 두 형제 부부는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고 직감적으로 자신의 자녀들임을 알아차린다. 당장 경찰서로 간다는 동생과 평생 아이들 수술하며 좋은 일만 하고 돈도 못 벌고 살았는데, 이번 한 번만 아들을 위해 눈 딱 감자는 부인. 곧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결과 발표가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설득하는 형. 이들 형제에게 조언 한마디조차 할 수 없는 처지인 새 부인.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매사 완벽해 보였던 두 가족을 기다리는 결말은 무엇일까?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19개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고, 개봉 전 103개국에 선판매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 봄날은 간다 등으로 이름을 알린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작심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가족들이 하나의 사건을 마주하면서 그들의 변화되는 모습, 양면적인 모습, 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신념들이 변해가고 무너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사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대표작 더 디너(The Dinner)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과 동명의 영화로 해외에서 세 차례 만들어졌다. 이번 영화의 다른 점은 원작의 제목을 탈피했다는 점인데, 여기에 바로 ‘신의 한 수’가 있다. 평범해 보이는,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두 가족이 자녀의 일탈로 무너져 내리는 선택을 해가는 과정을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목도하고, 극장을 나서며 ‘만약 이 가족들이 한국 사회의 ‘보통의 가족’이라면?’이라는 섬뜩한 상상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녀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은 과연 옳은 것인가, 또 자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가, 가정에서 자녀양육과 교육에 있어서 오늘날 보통의 부부가 놓치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보통의 가족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10월 16일 개봉. 연소일기 _ 교실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가 발견됐다! 한 고등학교 교실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교감선생님은 “이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닐 수도 있다”며 조용히 이 일을 묻으려 한다. 마침 학교에서는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고군분투한다. “도울 수는 없지만, 네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정 선생님’(노진업)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부터 찾아보기 위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일일이 대조하기 시작한다. 유서를 살피던 정 선생님은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에서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어린 시절의 일기장. 피아노 연주부터 공부까지 모든 것에 완벽하기를 바랐던 아버지는 기대에 도달하지 못한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시절 일기장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것 같아’, ‘나는 커서 아이들 말 잘 들어주는 선생님이 될 거야’, ‘열심히 일기를 쓰다 보면 바라던 모습의 어른이 될 거야’라는 아픈 문장들이 있다. 정 선생님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현재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한 고등학교 교사가 교실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주인 모를 유서를 보며 기억 속에 묻어버린 어린 시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연소일기(감독 탁역겸)는 제60회 금마장 신인감독상 수상, 제17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신인감독상 수상 등 아시아 주요 영화제에서 7개 부문 수상 및 2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95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참는 소리가 전해졌고, 엔딩 부분에 이르러서는 오열하는 관객들이 속출할 정도로 뜨거운 객석 반응을 확인했다. 상영 종료 뒤 진행된 관객 설문조사에서는 만족도 4.82점(2024.10.6 현장 진행 설문조사 기준, 5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 선생 역을 맡은 노진업 배우는 부산에서 만난 관객들에게 현장에 가서 아이들이 촬영하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음을 전했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 촬영에 대해서는 “대사는 세 마디인데 15분 동안 울었던 장면이 있었다. 7분 정도 울자 더 이상 눈물이 나질 않았는데, 아역 배우로 출연한 황재락 배우의 대사 녹음본을 듣자마자 눈물이 또 터져서 7분을 더 울었다”라고 고백해 현장 관객들을 다시 한번 눈물 흘리게 했다. 연소일기는 우연히 발견된 유서를 통해 한 교사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이야기지만, 영민한 교차 편집을 활용해 영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감춰뒀던 비밀이 밝혀지는 등 흥미롭게 볼 요소로 충만한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면서 관객들의 폭풍 오열을 유발한 연소일기는,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 어른으로서 올곧이 서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두웠던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할 때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1월 13일 개봉. 최소한의 선의 _ 우리 반 학생이 임신을 했다면?! 고등학교 교사 ‘희연’(장윤주)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들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꾸며보지만 변하는 건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최수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가 자꾸 눈에 밟힌다. 덜컥 임신으로 혼란스러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희연에게 동료교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교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절대로 먼저 중절수술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 “임신한 학생을 등교하게 할 수는 없다”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희연은 유미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 아기를 낳을 자신도 없고, 학교를 벗어나고 싶지도 않으며, 부탁할 어른도 없는 유미를 희연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교사와 임신한 고등학생의 아이러니한 관계성,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 여성과 여성으로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좁혀가는 과정이 영화 속에서 잔잔히, 때로는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교사 희연이 학생 유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가 무엇인지 영화 말미에서 드러난다. 최소한의 선의는 데뷔작 흐르다(2023)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은 김현정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이번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연출은 더욱 섬세해졌고,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교사 희연 역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1·2에서 ‘봉 형사’ 역으로 화제를 모은 장윤주 배우가, 유미 역은 데뷔작 우리들로 제56회 체코 즐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최우수 어린이 배우 주연상을 받은 최수인 배우가 맡았다. 김현정 감독은 “희연은 숱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불쑥 찾아온 유미로 인해 변한다.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 그리고 그 마음이 다시 자신에게 선물처럼 돌아온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놓치고 있다고 여겼고 새삼스레 꺼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끝없이 갈등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함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이 영화의 결말 또한 여성 고유의 방식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월 30일 개봉. 사진 제공 ● 보통의 가족 _ 하이브미디어코프 / 연소일기 _ 영화인 / 최소한의 선의 _ 싸이더스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조벽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28쪽, 1만9,000원) 교육 멘토 조벽 교수가 이 시대의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혜를 담았다. 그는 우리 교육이 총체적인 위기에 놓여 있음에 통감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나아갈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그 믿음의 바탕은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교사들의 역량이다. 저자는 교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교육을 위한 통찰을 크게 세 가지로 전한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고관수 지음, 지상의책 펴냄, 264쪽, 1만8,500원)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 이야기.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던 미생물이 역사적 맥락과 맞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 이바지한 효모를 시작으로,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암약한 미생물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구성했다. 후반부에는 인류를 괴롭혀 온 세균을 역으로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졸 틈 없는 수학책 (송명진 지음, 블랙피쉬 펴냄, 352쪽, 1만8,500원) 수학은 늘 어디에나 있기에 굳이 복잡한 수식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넓고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는 6(정육각형), 동영상 프레임 수 24, 사람의 생명과 연관이 깊은 28, CD 재생시간 74, 파레토 법칙의 80 등 인류 문명 곳곳에 수학이 자리한다. 0부터 100까지의 모든 자연수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수학을 경험해 보자. 수업을 살리는 유쾌한 교수법 (이영민 지음, 김영사 펴냄, 332쪽, 1만8,800원) 학습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교수법을 소개한다. 수업에 필요한 지식을 대부분 갖고 있는 학습자의 긴장감과 두려움을 자극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지식을 응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강의 경험을 토대로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해 소그룹부터 대형 강의, 온오프라인 수업 등 상황별 교수법을 알려준다. 출발! 1박 2일 캠핑 과학 (권홍진·신지영·한문정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24쪽, 1만6,700원) 과학의 눈으로 1박 2일 캠핑의 하루를 따라가는 청소년 과학 교양서. 캠핑 떠나기 전 날씨 확인으로 시작해서 텐트·캠프파이어·랜턴·침낭·카메라 등 캠핑용품에 숨어 있는 원리와 캠핑장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의 이모저모를 재미있게 소개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교과서 속 과학 지식을 현실에서 만나보자. 청소년을 위한 리더십 수업 (정수진·오정환 지음, 벗나래 펴냄, 232쪽, 1만7,000원)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왕 사는 것 의미 있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남이 짜준 각본대로가 아닌 스스로 주도하는 삶 말이다. 이 책은 역사 속 주인공들이 갖췄던 핵심 능력으로 인내력·예지력·관계력을 꼽으며, 청소년들이 이 세 가지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미신이 무서워 (소하연 지음, 지문 그림, 이지북 펴냄, 112쪽, 1만5,000원) 시험성적이 중요한 한국에는 유독 시험과 관련한 미신이 많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떨어진다’, ‘엿을 먹으면 시험에 붙는다’ 같은. 주인공 지소는 이런 미신의 덫에 걸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한다. 하지만 낙담은 아직 이르다. 모든 미신을 다 날려버릴 수 있는 나만의 초강력 미신이 있으니까.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이은경 그림, 김정하 번역, 북스그라운드 펴냄, 160쪽, 1만4,500원) 무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뒤 은퇴한 왕년의 스타 성악가 ‘카실도’는 6달째 밀린 집세를 해결하기 위해 거북이 합창단 지도에 나선다. 문제는 거북이들이 타고난 음치라는 것. 나아질 가망이 전혀 없는데도 거북이들은 어찌나 낙천적이고 자신만만한지. 게다가 지나치게 다정하고 즐거운 태도로 카실도의 일상에 참견하기 일쑤다. 이들은 노래 경연 1등이라는 행복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을까?
사람은 칭찬으로만 바뀐다 “빨간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지시는 생각을 덫에 빠뜨린다. 시키는 대로 하려면 먼저 빨간 코끼리를 떠올려야 하는 탓이다. 빨간 코끼리가 머리에 있어야 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겠는가. 이를 심리학자들은 ‘프레임의 법칙’이라 부른다. 일단 사고의 틀이 짜이면 여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교실에서 야단과 질책이 생각보다 효과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게으름 피우지 말아”라는 충고에는 상대방이 나태하다는 평가가 묻어 있다. “떠들지 말고 집중해”라는 표현에는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판단이 스며난다. 그래서 야단과 주의의 효과는 잠시뿐, 아이들은 선생님이 뜻했던 바와 반대로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은 칭찬으로만 바뀐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올곧고 모범적이며 괜찮은 사람으로 여길 때 기대에 맞게 처신하려 애쓴다는 뜻이다. 그래서 칭찬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바뀌려 애를 쓴다면 선생님은 이를 악물고서라도 칭찬을 거듭해야 한다. 변화를 시작하는 무렵에는 학생 스스로도 자기가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는 더더욱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하며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선생님은 칭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무수히 지시를 어기는 아이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좋은 말을 해주기란 성인군자에게도 힘들다. 게다가 교사인 우리 자신도 칭찬받는 경험 자체가 일상에서 많지 않다. 선생님의 하루도 지적과 지시사항이 주렁주렁 따라붙기 일쑤다. 교사도 마음이 편치 않은 데, 아이에게 좋은 말하기가 어찌 쉽겠는가. 그래도 칭찬만이 사람을 바꾼다는 사실은 진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불편한 마음을 보듬으며 따뜻한 햇살처럼 아이들을 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습관적 낙관주의자가 되라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감사의 밑바탕에는 “내게 주어진 현실이 당연하지 않으며 분에 넘친다”라는 고마움이 깔려 있다. 하루를 찬찬히 짚어 보라.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신경 거스르는 친구들에게 온통 주의가 쏠릴지도 모르겠다. 찬찬히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자. 당연한 듯 주어진 규칙적인 일과와 편안한 환경에 눈길을 보내 보라. 선생님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학급의 친구들과 동료 선생님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떠올려 보자.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OECD 국가에서, 선진적인 환경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기쁨일 테다. 하지만 마음은 이내 다시 어둡고 힘든 고민거리로 빠져들곤 한다.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 있어도 세상의 모든 행복이 지워져 버리지 않던가. 소소한 아픔에 관심이 오롯하게 쏠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1942~)은 습관적인 낙관주의자가 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낙관주의의 3P’를 일러준다. 이는 ‘지속성(Permanence)·만연성(Pervasiveness)·개인화(Personalization)’를 일컫는 말이다.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자. 지속성은 실패의 원인이 일시적이지 않으며 항구적이라고 믿는 태도를 말한다. 문제가 어려워서 시험을 망쳤을 때와 내 능력이 구제 불능이어서 성적이 형편없을 때를 견주어 보라. 시험이 턱없이 어려웠다고 여길 때는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샘솟는다. 다음 시험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리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내 타고난 능력 자체가 시원찮다면 어떨까? 실패의 원인이 ‘지속적’이라고 여길 때는 애쓸 마음이 피어나기 어렵다. 만연성은 어떤 부분에서의 실수나 실패를 과장하여 인생 전체가 망했다고 여기는 태도를 일컫는다. 2교시 수업에서 한 아이가 삐딱하게 내 말을 받아쳤다 해서, 교사로서 내 권위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는 그 반에서, 그 순간에 벌어진 ‘사건’이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온종일 쿵쾅거리는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는 않는다. 만연성이 은연중에 기분을 흔들기 때문이다. 개인화는 자꾸만 자기 탓을 하는 자세를 뜻한다. 시험 평균이 너무 낮게 나왔다면, 선생님은 늘 자신이 출제를 잘못한 듯해서 마음을 졸인다. 반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동료교사가 넌지시 말을 건네면, 내가 학급지도를 잘못한다는 소리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자체가 낮아 난이도와 상관없이 시험 결과가 형편없는 과목도 드물지 않다. 학급분위기가 안 좋은 까닭은 담임교사에게만 있지 않다. 여기에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학생, 급우들 사이의 역학관계 등등, 세기 힘들 만큼 많은 이유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자기 방치는 아동학대만큼이나 잔인한 짓이다. 그러니 지속성·만연성·개인화가 선생님의 무의식을 흔들며 자존감을 스스로 짓밟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 너는 좋은 선생님이야.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며 잘하려 노력하고 있니. 이 자체로 대단한 일이야.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어. 다 지나가. 이번에 잘못되었다 해도, 곧 좋아질 거야. 괜찮아. 아무리 노력해도 제도와 규정이 허술한 부분까지 어쩌지는 못해. 지금 이 순간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된 거야.” 선생님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는 마음을 다독이며 자신을 격려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행복도는 선생님의 행복 수준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선생님은 자꾸만 나락으로 향하는 심정을 다스리며 자신을 따뜻하게 설득하고 품어야 한다. 마틴 셀리그만이 ‘습관적 낙관주의자’가 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다. 방어 초점과 성장 초점 나아가, 캐나다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y Higgins, 1946~)는 삶의 초점을 성장에 맞추라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마음의 자세는 ‘방어 초점(prevention focus)’와 ‘향상 초점(promotion focus)’로 나뉜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잘했거든요.”, “얘가 머리는 참 좋은데….” 학부모상담을 할 때 숱하게 나오는 소리다. 사실 이런 경우 아이가 학업에 열심인 경우는 별로 없다. 왜 그럴까? 히긴스라면 아이를 ‘방어 초점’으로 삶을 설계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라 답할 듯싶다. 지금은 못 하고 뒤떨어지지만, ‘원래는 잘했다’라고 해보라. 그렇다면 아이 입장에는 자존감을 망가뜨릴 도전은 하지 않으려 한다. 설사 실패했다가는 사실 자신은 ‘본래’ 뛰어나지 못했고, 머리가 좋지도 않았다고 여겨질까 두려운 까닭이다. 그래서 과제를 하더라도 풀어도 실패할 리 없는 쉬운 과제만 하려하고, 중요한 시험이나 평가를 앞두고는 ‘아파서 못한다’라는 식으로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 낸다. 이른바 ‘자기 불구화 전략(self-handicapping strategy)’를 쓰는 꼴이다. 반면 삶을 ‘향상 초점’에 두고 살아가는 부모님이나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험은 심판이 아닌 진단일 뿐이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부족함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계속 나아간다. 그렇다면 선생님인 우리는 삶의 중심을 방어 초점에 두고 있을까, 향상 초점에 두고 있을까? 교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큰 직업이다. 그러나 누구나 실수하고 허점이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연찬(硏鑽)하며 더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늘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 있었는가? 그래도 괜찮다. 이는 내가 더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험치를 쌓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지금의 괴로움은 다 지나가고, 나는 한결 튼실한 영혼을 갖춘 교사로 나아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노력과 끈기,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 긍정심리학자들이 꼽는 성공의 핵심이다.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 실패했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이 점에서 칭찬은 성장을 위한 필수 영양소와 같다. 아이가 자신 있게 도전하며 오롯하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데는 선생님의 신뢰와 잦은 격려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생님부터 성장과 발전을 믿으며 마음을 추스르는 안온하고 낙관적인 마음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오늘도 흔들리며 나아가는 선생님들께 큰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인공지능 활용 컨설팅 시스템 구축 필요성 및 역할 챗GPT 열풍으로 교육자는 수업준비, 수업활동, 시험문제 출제 및 채점, 생활기록부(학습발달상황,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작성, 상담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경영자는 각종 안내문이나 공지사항 작성에, 교육청 장학사는 각종 인사말과 공문서 작성, 사업기획안·보도자료 등의 공적자료 작성에 활용한다, 학생은 과제 수행 및 학습에 도움을 받고 있다. 개인이 사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별도 규정이 없는 한 개인의 자유다. 책임도 개인이 질 것이다. 하지만 조직 내의 개인이 업무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만일 조직구성원이 생성 AI를 활용하여 작성한 공문서에 오류가 생길 경우, 그 개인만이 아니라 기관도 비난을 받게 되고, 심할 경우 기관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기관 차원의 활용 지침과 절차, 그리고 효과성을 평가하고 제대로 된 활용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컨설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관과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청) 차원 혹은 단독 교육기관 차원에서라도 인공지능 활용 컨설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개인과 기관 차원의 인공지능 활용 실태 파악, 추가 활용 가능성 분석, 인공지능 활용이 기대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교사와 학생의 인공지능 의존도 및 중독성 실태 파악, 활용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 식별 및 대응책 구비 여부, 관련 규정 및 정책 준수 여부 등의 파악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대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활용 컨설팅팀 구성 기관 차원의 인공지능 활용 지침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활용 컨설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에 국가(혹은 지역교육청) 차원에서 활용 지침을 만들고, 나아가 인공지능 활용 최적화를 위한 컨설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가나 교육청이 하지 않으면 대학과 학교 차원에서라도 시도해 봄 직하다. 국가 차원의 컨설팅팀은 인공지능 전문가 및 활용 전문가, 전문학회 추천 인사, 담당 공무원, 교직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하고, 컨설팅 기초자료는 국가가 발주하여 제작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기관 차원의 인공지능 활용 컨설팅은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의 활용 전문가를 포함한 기관 내부 구성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컨설팅 위원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므로 구성원 대표가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인공지능 전문가와 활용 전문가를 초빙하여 위원들 대상 컨설팅 역량을 강화 시킬 필요도 있다. 인공지능 활용 실태 분석 실태 분석의 대상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활용 관련 정책결정구조(거버넌스), 기관 차원의 관련 정책과 규정 등이다. ● 인공지능 활용 실태 먼저 기관 내의 부서와 개인들이 어떤 인공지능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실태를 파악할 때 적절한 인공지능이 타당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인공지능 활용 비용 부담 주체는 누구인지 등도 분석되어야 한다. 이때 모든 이해 관계자(교수·교직원·학생)가 이러한 도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형평성이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도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구성원에게 연수와 필요한 지원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초·중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의 인공지능 바른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학부모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 관련 정책결정구조(거버넌스) 교사가 특정 인공지능 활용을 위해 구입 요청을 할 때 이의 구입과 활용 여부를 결정할 기구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활용 관련 정책결정구조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참여자와 결정과정 및 절차 등이다. 결정기구는 가능하면 기관 내외의 인공지능 활용 전문가, 기관 집행부, 기관 구성원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기관의 실정에 부합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컨설팅에서는 인공지능 활용 관련 사항 정책결정기구 위상의 적절성, 구성원의 다양성, 제시된 정책결정 절차의 합리성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 ● 기관 차원 관련 정책과 규정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기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관련 정책과 규정을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활용 지침에는 인공지능 사용 지침(활용 범위, 방식, 사용 여부 공개),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호, 표절 및 보안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는 것이 좋다. 가령 교사(혹은 장학사)가 업무에 챗GPT를 활용할 경우 허용 여부와 허용 수준, 활용 사실 공개 수준 등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컨설팅팀은 외부 전문기관들이 제시하는 지침을 참고하여, 대상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적합한 정책과 규정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지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 인공지능 활용 효과 진단 및 활용 확장 가능성 탐색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을 꼭 활용해야 하는 것처럼 압박감을 느끼는 교육자와 기관들이 늘고 있다. 제대로 활용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거나,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경우, 그리고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지 못한 경우에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사용 실태 분석만이 아니라, 나아가 활용 효과성에 대한 진단도 필요한 이유이다. 활용 효과 진단을 위해서는 효과 측정기준과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활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담, 그리고 참여 관찰을 실시하여 효과성·효율성·문제점 등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설문조사 정도만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인공지능 활용 효과와 관련하여 컨설팅에 추가되어야 할 사항은 수집된 데이터의 사용 여부, 데이터 사용 방식, 데이터 수집 주기, 데이터 보호 등이다. 인공지능 활용 결과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개인이 활용하겠지만, 나아가 기관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만들 필요가 있다. 생성 AI를 잘 활용하는 교수자는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훨씬 역동적이고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을 배움의 세계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수의 경우에는 교육 및 학생지도, 연구, 사회봉사 활동 등 교수 업무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관의 구성원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어느 정도나 받고 있는가에 대한 실태 파악에서 나아가 적절한 수준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활용에 필요한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 활용에 필요한 지원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 등을 진단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 등에 대해 추가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활용 부작용 진단 및 대응책 마련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 없이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활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교수자나 행정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 AI가 가져올 중독성·의존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보고서의 주제만 제시해도 보고서 제목부터 목차와 내용까지 써주는 인공지능을 경험하고 나면,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중독성과 의존성을 막기 위한 장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잠재적인 위험 대비와 함께 윤리적 문제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교육프로그램 구비 및 실시 실태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와도 관련된다. 생성 AI로 인해 가짜뉴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동영상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정보해석역량(정보수집, 평가, 분석, 시사점 도출) 중에서 기초역량인 가짜뉴스 식별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및 성과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가짜 동영상을 포함한 가짜뉴스 제작의 비윤리성과 위법성 그리고 그 처벌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인공지능 활용 접근성에서의 형평성 진단, 형평성 문제 극복과 해결 정도 측정 방식 등에 대한 컨설팅도 필요하다.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큰 요인의 하나인 학부모 교육 및 연계 체제 구축에 대한 컨설팅도 중요하다.
현 정부는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영유아 교육·보육환경을 마련하여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고 양질의 교육·보육을 모든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유보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2024년 6월 27일 자로 어린이집에 관한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가장 상징적이면서 기본적인 ‘통합기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유보통합은 단지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 체제에서 교육부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개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하여 영유아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합기관의 명칭은 향후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영유아교육 및 보육(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ECEC)에 대한 공적책임을 명시하여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영유아·부모·사회가 이러한 목적과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친근한 이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담긴 가칭은 ‘영유아학교’이다. 이에 대해 ‘영유아학교’, ‘유아학교’, ‘학교’ 명칭에 대한 찬반 등 우리의 지향점이 담긴 ‘언어의 그릇’을 찾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우리나라 유보통합의 역사 우리나라 유보통합은 오랜 역사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남북통일보다 유보통합이 더 어렵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처음 유보통합기관의 명칭이 등장한 것은 1997년 6월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제4차 교육개혁방안이다. ‘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방안’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에 대한 국가관리체제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된 문제를 개혁하고, 공교육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방안으로 ‘유아학교’를 제안하였다. 이후 유보통합과는 별개로, 유치원 명칭이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유치원 또는 공립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여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기가 있었고, 이를 근거로 현재 통합기관의 명칭을 ‘영유아학교’가 아닌 ‘유아학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시대와 상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0세~만 2세 영아는 2001년 53,229명에서 2023년도 624,463명으로 약 11.7배 늘어났다(e-나라지표, 2024). 이를 통해 볼 때 1997년 영아보육 수요 기록을 국가 기록상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에 비해 매우 낮았을 것이고, 당시 제기된 ‘유아학교’ 명칭이 대두된 배경은 지금의 상황과 다르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늘어난 영아 보육의 수요와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 재접근이 필요하다.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에 근거하여 유아와 영아의 보육을 담당한 새마을유아원이 설립되었으나, 맞벌이 가정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1993년 폐지 후, 어린이집으로 명칭이 전환된 전례를 고려하여 통합기관이 가져야 할 사회적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명칭 변경, 새로운 의미 담을 수 있어야 교육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담긴 가칭 ‘영유아학교’에서 다시 출발해 보자. ‘영유아’ 또는 ‘유아’는 출생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연령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으며, ‘유아’보다는 ‘영유아’가 전체 연령을 포괄하는 정책·접근에 자주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영유아’는 ‘유아’라는 용어에 비해 연령대에 따라 다른 발달적 요구를 고려하여 접근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유아’를 0세부터 지칭하여 ‘유아학교’ 명칭으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행 복지제도에서 출생 후 24개월까지를 별도로 구분하여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동일 연령이 법적으로 서로 다른 용어로 규정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아와 유아를 분리하여 별도 기관으로 운영하는 안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으나, 현재 유보통합 논의는 지금의 교육을 유지·고수하는 관점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영유아교육을 논하는 시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른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치원(幼稚園)은 프뢰벨이 명명한 ‘kindergarten(어린이의 정원)’ 일본식으로 표기한 요치엔(ようちえん)을 따른 것이다. 중국·대만에서는 이를 유아원(幼兒園)으로 명명한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이라는 용어는 1897년 3월 일본의 관료와 부유층 자제를 위한 최초의 유치원이 부산에 설립되면서 사용되었다. 일재 잔재 청산을 위하여 ‘황국신민학교’의 줄임말이었던 국민학교를 55년 만에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하였음에도 유치원은 여전히 남아있으니, 조속히 순화해야 할 용어임은 분명하다. 1996년 3월, 초등학교로의 명칭변경은 당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초등교육을 연다는 의미도 표방하였다. 유치원의 명칭변경 역시 새로운 의미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순화대상 어휘는 고유어로 바꾸는 기준을 고려해 보자. 앞서 살펴본 ‘유아’ 또는 영유아’ 대신 ‘어린이’라는 우리의 고유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일제강점기에 방정환 선생이 어린 아동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용어로 제안하여 보급된 우리말이며, ‘어린이 인권’을 상징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역사성을 고려해 볼 때 ‘어린이학교’는 의미 있고, 활용성에서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는 청소년까지도 포괄될 수 있는 넓은 개념이며, 「도로교통법」 등에서 어린이는 만 13세 이하로 정의하므로 ‘초등학교’와 구분하기에 대상 연령이 불명확할 수 있다. ‘학교’ 담론에 왜곡되지 않아야 할 영유아교육 배움 방식 그동안 학교라는 법적근거가 있었지만, 학교로 온전히 간주되지 못한 유치원의 역사를 돌아볼 때,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경시되었던 영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은 유보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담보해야 할 내용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유아학교’라는 명칭은 영유아 시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와 그에 부합하는 영유아교육기관의 위상을 나타내기에는 일면 적절하다. 그런데 언어와 사회·문화는 상호작용하여 사회적 의미를 형성한다. ‘학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학교’ 담론은 교육의 전문성·신뢰성·공공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효율성·수월성·경쟁추구 그리고 형식적·학문적 교육을 떠올리게 하여 부모와 사회가 과도한 기대를 갖고 선행학습을 용인하게 되거나, 영유아 시기 배움의 방식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에게 ‘취학’, ‘입학’은 긴장·부담·준비와 연결되는 단어이다. ‘영유아학교’라는 명칭에 대해 “이제 취학준비는 출생 전 태교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에만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영유아의 발달특성과 영유아가 주도하는 놀이와 같은 즐겁고 고유한 배움의 방식이 ‘학교’ 담론의 초월적 기준에 의해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학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추구하고자 하는 합리성·공공성과 영유아교육이 지향하는 실체가 분리되는 지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서 기존 초·중등학교보다는 설립과 운영 측면에서 유연성과 다양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학교를 언급한 바 있다. ‘영유아학교’의 교사가 되고, ‘영유아학교’의 교장이 되고, ‘학교’로서 공적재정 투입의 당위성이 확보된다는 어른들의 관점에만 머물기보다는 영유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최선의 이익을 위한 방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바꿔 부를 명칭이 아닌 영유아교육의 지향점이 담긴 용어이길 영유아교육의 특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0세 이후 모든 영유아를 어린 학습자로 간주하려는 생애전반에 걸친 교육적 관점으로의 변화와 학교(공교육 및 교육의 공공성 강화)체제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의 배움·성장을 지향하는 개념을 학교라는 단어로 요약할 때 과연 왜곡 없이 담을 수 있는지 검토하는 노력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의 전통적 이미지를 벗어나 대체할 수 있으며, 영유아교육의 본질을 반영하고 포괄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새로운 용어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유아교육기관은 그곳과 관계 맺는 모든 존재를 인정하는 마음으로 운영될 때 의미가 있다. 새로운 통합기관의 명칭은 우리나라 교육행정체계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특히 영유아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될 것이다. 영유아의 삶과 놀이에서, 말·노래·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단어로 불리고 사용된다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통합기관의 명칭을 둘러싼 뜨거운 이 논쟁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바꾸어 부를 명칭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는 없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기관의 탄생이 가지는 파급력과 도전을 함께 고민하는 즐거운 창조의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의 시대 인식과 미래를 향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 외부 필자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학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잔디운동장을 가로질러 텃밭으로 간다. 물조리개를 들어 자기가 담당한 텃밭작물에 물을 주고 교실로 들어간다. 어떤 아이들은 학교 건물 뒤 ‘학교 숲’에 있는 닭과 미니돼지에게 인사를 건네고 간다. 산호를 모티브로 한 조회대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물고기가 헤엄친다. 중앙현관 앞에는 색색깔 장화가 장화꽂이에 거꾸로 꽂혀있다. 아이들이 한 칸 한 칸 직접 만든 장화꽂이이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언제든 할 수 있는 간이 농구골대와 VR 키네트 스포츠 기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여느 학교와 다르다. 아이들은 자작나무와 고래 벽화가 그려진 중앙계단을 올라 교실로 향한다. 이 중앙계단은 2022년 부임한 박상철 교장이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늘 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놀이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숲놀이 학교’. 건물 안팎 모두가 바다이자 숲인 이곳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죽화초등학교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상상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학교 죽화초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현실이 되는 학교다. 죽화초에는 학교 숲이 있다.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소나무와 두릅나무·상수리나무·밤나무·벚나무가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수확물을 선사해 주는 축복받은 자연환경이다. 학교 숲은 숲교실이 되었다. 선생님들과 5·6학년 학생들은 이곳에 클라이밍 경사면이 있는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다. 직접 목공을 배워 만든 이곳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기어오르고, 요리해서 다 함께 나누는 잔치도 벌인다. 누구나 어릴 때 꿈꿨을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보는 상상도 죽화초에서는 현실이 된다. 학생들은 친환경 수목관리전문가인 아보리스트의 지원을 받아, 밧줄에 의지해 안전하게 나무를 오르는 트리클라이밍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숲에서의 안전사고 예방 방법과 트리클라이밍 장비 착용법도 배웠다. ‘숲밧줄놀이터’도 학생들이 매듭법을 익혀 직접 만든 공간이다. 흔들리는 밧줄만 잡고도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때로는 타잔처럼 매달려 허공을 가른다. 철이나 플라스틱처럼 단단하게 고정된 놀잇감과 탈것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은 자연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에 몸을 맡기고 공존하는 생명의 감각을 익힌다. 이런 환경이니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동물들이 함께 뛰어노는 숲놀이 수업은 죽화초에서는 일상이자, 가장 큰 자부심이기도 하다.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안성은 예술인이 많고, 예술대학이 두 곳이나 있는 예술의 고장이다. 죽화초 교사들은 이런 안성의 특성을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에도 접목했다. 공연이나 전시관이 먼 농어촌이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지역 예술인을 직접 만나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수업들을 마련했다. 지역인재를 활용하여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죽화초만의 문화예술교육과정을 만들어간 것이다. 그 예가 안성맞춤공예문화센터의 도예가 선생님과 협력하여 만든 도예수업이다. 문화센터에서는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굽는 체험을 한다. 학교에서는 ‘흙덩이로 과녁 맞추기’, ‘흙덩이로 높은 구조물 쌓기’ 등 흙이 주는 특유의 질감과 특성을 학생들이 충분히 탐색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감각 중심의 활동을 한다. 교실을 리모델링하여 피아노 12대를 놓고, 지역 출신 피아노 전공 예술인을 선발하여 정규 음악수업과 방과 후 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덕분에 주변에 피아노 학원이 없는데도 죽화초 학생들은 피아노 독주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도서실에 놓을 흔들의자도 인근 학교에 있는 목공전문가 선생님을 초청하여 학생들이 함께 만들었다. 학교 안에 있는 분실물 보관함, 신발장 받침대, 수납함, 학교 숲에 있는 토끼 쉼터와 사육장도 학생들이 목공으로 만든 것들이다. 지역 특색을 활용한 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열정적인 참여로, 죽화초의 예술활동은 언제나 풍성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 학교 놀랍게도 죽화초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에서도 앞서간다. 죽화초는 올해 경기도교육청 지정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와 디지털 창의역량교육 실천학교, 지역 맞춤 경기 미래형 과학실 사업교로 지정되었다. 각 교실과 과학실·영어실에 전자칠판과 학생용 기기 미러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덕분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쉽게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고, 수업 중에는 다양한 자료를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 입장에서도 수업활동 과정과 결과를 쉽게 공유하며 선생님·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과학실에는 과학실험에 필요한 여러 가지 디지털 센서가 준비되어 있어 과학실험의 질과 수준을 높였다. 내년부터 시행될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선도하는 학교로서,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과 AI 코스웨어를 활용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수업도 실천하고 있다. 수학·영어·정보과의 AI 코스웨어는 수업 중 개인별 맞춤학습과 방과 후 동아리활동 보충·심화활동에도 이용된다. 에듀테크 기기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1인 1기기 보유하고, 최근에는 크롬북도 갖추었다. 이런 환경에서 포트폴리오와 전시·평가활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디지털 교육도구들이 교실수업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디지털 활용교육의 수준 또한 매우 높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디지털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디지털 드로잉과 로봇 코딩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축제 때는 코딩으로 움직이는 레고를 만들어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인공지능을 소개하는 부스도 열 계획이다. 죽화초는 이렇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다. 최근 ‘틀에 박히고 시스템적 한계를 보이는 공교육의 대안’을 추구하며, 지역 곳곳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대안학교 모델들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목공·농사와 같은 노작은 인간 고유의 감각과 정신을 일깨우는 활동으로, 대안교육에서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다. 죽화초는 공교육 안에서 이미 유연하고 열린 미래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이다. 꼭 멀리서 대안교육을 찾지 않아도, 학생들의 꿈과 교사의 열정과 과감한 실행이 만났을 때 공교육 안에서도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박상철 교장은 교사들의 의지와 자유를 존중하며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교육역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응답하듯 교사들은 엄청난 애정과 열정으로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죽화초의 교육을 날마다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 죽화초는 ‘작지만 큰 학교’가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상상과 현실의 한계, 학교와 숲의 한계, 교육의 영역과 내용의 한계가 없는 크고 위대한 학교다. 학교교육은 이러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처벌되는 아동학대 유형들을 구분하며, 제5호에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것을 흔히 ‘정서적 학대’라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말하는 ‘정서적 학대’가 어떤 행동을 말하는 것인지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교원들 사이에는 ‘아동기분상해죄’나 마찬가지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유행할 정도다. 이러한 정서적 학대 규정의 모호성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2015년, 2016년, 2020년에 다루어진 바 있다. 세 번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해석이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학대행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관의 해석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이후에도 현재까지 이러한 정서적 학대 규정에 대해서 많은 교원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려 판단을 구하고 있다. 다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은 문자로 표현되는 법이라는 한계 내에서 어떤 행동을 정서적 학대라고 할 것인지에 대해 명문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는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연령·성별·성향, 정신적 발달상태 및 건강상태,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아동의 상태변화,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의 정도와 태양,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행위가 피해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0.3.12. 선고 2017도5769 판결 참조 이는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도 아동학대 사건 처리에 어려움이 있나 보다. 최근(2024.9.27.)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는 가정·학교 내 아동학대 및 훈육 판단 지침서를 공개했다. 해당 지침서에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사건에 참조가 될 만한 판례와 수사 사례들을 다수 담아 두었다. 그러면서도 수록된 판례는 전문이 아닌 발췌로 사건에 따라 전반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주의를 함께 달아두었다. 결국 이렇게 헌법재판소·법원·경찰은 모두 하나같이 ‘무엇이 정서적 아동학대인지는 개별 사례에 따라 다르다’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정서적 학대와 관련된 의미 있는 판례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 사례① _ 수원지방법원 2024.2. 선고 2022고단7025 판결 ‘유명 웹툰 작가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 작년(2023)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바로 그 사건이다. 하지만 대부분 ‘법원에서 해당 특수교사의 아동학대를 인정했다’라는 결론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재판에서 쟁점이 된 특수교사의 학생에 대한 문제 발언은 총 다섯 가지인데, 모두 하루에 있었던 발언이다. 차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② 도대체 맨날 뭔 생각을 하는 거야. ③ 야, 니가 왜 여기 있는지, 여기만 있는 줄 알아? (…중략…) 니네반 교실 못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후략…) ④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⑤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법원은 이 중 ④ 부분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어떤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고, 피해자가 정확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부정적인 느낌의 표현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녹음된 음성소리의 크기에 비추면 피해자가 충분히 듣고 인식할 수 있고, 혼잣말이라도 학대가 될 수 있다. ‘너 싫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은 훈육을 위한 표현이 아닌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표현일 뿐이며, 피해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특수교사와 피해자의 긴밀한 관계에 따르면 피해자의 의존도가 높아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이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번엔 무죄가 된 ①~③, ⑤부분을 보자. 법원은 혼잣말의 형태로 짜증을 낸 부분이어서 피해자가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거나, 수업에 집중하라는 취지 혹은 수업과 관련된 발언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렇게 판결 전체의 내용을 놓고 보자면 수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발언이었는지, 피해자가 발언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보인다. 물론 아직 1심의 판결이고, 2심에서는 다른 판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사례② _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11.6. 선고 2019노3828 판결 장애학생 식사, 양치 지도의 정서적 학대 여부 이 판결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후, 2심에서 무죄로 변경된 판결이다. 대법원까지 넘어갔으나 2심과 같이 무죄로 확정되었다. 1심과 2심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점에서 정서적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임을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교원은 유치원의 특수교사이고, 학생은 자폐성장애 2급의 4세 학생이다. 학생이 음식을 거부하고 소리를 지르며 울자 입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은 채 반찬을 올린 숟가락을 입어 넣고 뱉지 못하도록 입을 막은 행동, 학생이 화장실에서 발버둥 치고 울며 양치를 거부해 어깨를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칫솔을 학생의 입안으로 집어넣어 양치시킨 행동이 정서적 학대인지가 쟁점이었다. 1심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고, 교육적인 의도의 유무를 떠나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큰 방법을 택했다는 점, 장애아동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런데 2심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교원의 행동이 아동학대의 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고 하였다. ① 식사와 양치 행위는 교원에게 아무런 교육적 의도가 없으면서 오로지 아동에게 피해만 입히는 행동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학대가 아니다. ② 해당 아동에 대해 개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무리가 되더라도 그 내용에 따라 시행하고자 했다. ③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다른 교사나 아동에게도 개방된 곳이다. 학대라는 의도를 가졌다면 이런 장소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교육적인 목적과 의도가 있었기에 아동의 저항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④ 교사가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아동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악의적 감정에 따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 ⑤ 전후의 사정을 보면 그날만 특별히 괴롭힐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했던 것인지 알기 어렵다. 판결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결국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고, 교사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학대를 의도한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했다고 보인다. 교육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직전 소개한 판결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 ● 사례③ _ 헌법재판소 2023.10.26.자 2022헌마1119 결정 레드카드 옆에 학생의 이름표를 붙인 행동의 정서적 학대 여부 먼저 아동학대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졌다는 점이 특이하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으로 넘기기에는 과도하다는 판단을 하면 기소유예처분을 한다. 쉽게 말하면 한번 봐준다는 결정이다. 그런데 어쨌건 기소유예처분은 혐의 사실 자체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사라는 신분상 기소유예처분은 이후 진행될 징계절차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건에서 교사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생한 일이다. 교실 칠판에 호랑이가 양손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그림을 붙이고 수업시간에 잘못한 아이들의 이름표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 옆에 붙이는 방식의 ‘레드카드 규칙’을 운영했다. 이렇게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들은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정리를 한 후 하교하는 것이 학급규칙이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수업 중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교사가 해당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이에 해당 학생은 큰 수치심을 느꼈고, 이후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공포증·야경증 등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보호자의 신고로 수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수사과정에서 정서적 학대 혐의가 인정된 근거로 전문기관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를 고려하면 이러한 방식의 생활지도는 다른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문제행동을 한 아이라는 낙인감을 부여하여 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고, 레드카드 규칙으로 인해 학급의 아이들이 서로 고자질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며, 해당 학생이 레드카드 사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기에 학급 내 적절한 규칙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교사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의 하나로 레드카드를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였고, 해당 학생이 이 사건 말고도 다른 어려운 사건들을 겪었기에 레드카드 사건으로 인해 정서적인 어려움이 발생한 것인지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아쉽게도 이런 교육방식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 부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이런 레드카드 규칙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창시절 칠판에는 ‘떠든 사람’이라고 하여 이름을 적는 게 당연했다. 안 떠들었는데 적혔다며 억울함을 표현하는 일들도 일상이었다. 아직도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급이 많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교실에서의 일상도 아동학대로 문제 될 우려가 있다고 안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의 겸직신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전문성을 활용해 외부강의나 저술·연구활동 등 활동영역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에 비해 교원에 대해서는 겸직에 대한 기준이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고, 겸직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 사교육업체에 문제를 개발해 제공한 사례 등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별도기준이 마련되기도 한 만큼 주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근거 규정 및 내용 1.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2.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의 금지) 가) 금지 요건 직무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공무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나) 금지 업무 상업·공업·금융업 등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현저한 업무, 사기업체의 이사·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지배인·발기인·임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 투자 등 3.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허가) - 겸직허가 대상: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에 해당하지 않는 영리업무와 계속성 있는 비영리업무 - 근무시간 내에 겸직업무 종사는 원칙적으로 금지 - 허가권자: 소속기관의 장(겸직허가신청서에 기재된 업무의 성격, 수익, 담당직무와의 관련성 등에 사실 여부 확인해 심사) 4.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교원 겸직허가 가이드라인(교육부) - 「학원법」에 따른 학교교과교습학원의 강의·문항출제·출판·컨설팅 등 일체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출판사·정보통신판매업 등 업체에서 이뤄지는 (원격)컨설팅과 강의 영상 제작 등 교습행위도 금지 - 단, 겸직목적의 공익성(예: 에듀테크 업체에서 정부사업으로 이뤄지는 공익목적의 컨설팅, 교과서 개발, 자문 등), 겸직활동 결과물의 성격(학원수강생 등 특정인이 아닌 대중에 판매, 활용을 위한 것인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겸직허가 가능 - 평생직업교육학원(입시 관련 실기학원이나 편입학원 등 사교육 유발요인 있는 경우 제외), 교육과정평가원 등 공공기관, EBS, 대학, 일반 교과학습용 도서출판사 등 학원과 무관한 기관 및 업체의 경우 겸직 심사기준에 따라 허가를 받아 활동 가능 - 겸직허가기간: 최대 1년, 겸직 연장 시 종료일 1개월 이전까지 신청. 전보 등 소속기관 변경 시 변경된 학교에 재신청 - 사교육업체와 관련된 예외적 겸직활동에 대한 면밀한 심사를 위해 겸직심사위원회의 심사 의무화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허가 QA Q. 계속성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매일, 매주, 매월 등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것 외에도 명확한 주기는 없으나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것, 현재하고 있는 계속적으로 행할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계속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명백하게 계속성이 없는 행위가 아니라면, 소속기관장에게 겸직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추후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Q. 학교교과교습학원에서 일회성으로 특강을 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A. 계속성이 없는 활동은 겸직신청이나 허가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속성이 없더라도 겸직을 금지하는 학원에서의 특강은 교원의 공정한 교육활동 수행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나 국가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금지되는 행위입니다. Q. 일반 도서출판사 학습교재의 문제풀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A. 학원업과 관련 없는 출판사와 계약해 개념설명이나 문제풀이 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업무는 겸직허가 가능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유상으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일반 학원의 인터넷강의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금지되는 영리업무에 해당됩니다. Q. 검인정교과서를 출판하는 출판사와 계약해 교과용 도서나 학습교재(참고서·문제집)를 제작하고 인세를 받는 것은 가능한가요? A. 검인정교과서를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참고서·문제집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교과서 출판업무의 연장선으로 학생의 자율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금지되는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