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64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젊음의 특권은 도전이요, 나이듬의 특징은 사려 깊음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젊음의 시간을 지나 나이든 과정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 여러 가지 것들을 도전해 보고 성취를 느끼며,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후회하기 쉽다. 11월 27일 저녁 오랫만에 기획한 가족여행으로 인천공항을 떠나 태국 휴양지 푸켓에 도착하여 일정이 시작되었다. 헤아려보니 온 가족이 이렇게 만나 여행을 한 것은 1998년 2월 귀국을 앞두고 1월에 홋카이도 엥가루를 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동안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나는 나대로 나의 직장을 따라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좀처럼 모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에 아들은 일본에서 중국을 거쳐 푸켓 휴양지에 오느라 꽤나 많은 시간이소요되었다. 푸켓의 고급 휴양지에는 각국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 온 휴양객들도 많아 보였다. 가까운 곳에 바다와 수영장, 그리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한 곳에서 가능하였다. 사흘째는하루 일정을 잡아 정글탐험이라는 관광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우거진 정글 숲에 들어갔다. 아들은 먼저 일본으로 돌아가고 6살인 손자와 사위, 그리고 나의 정글 탐험 도전이 시작되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팀을 이뤄 참가하였는데 우리 팀은 가장 어린 손자와 가장 나이 먹은 내가 젊은이들과 한데 어울려 탐험이 시작된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푸켓의 정글 안에는 다양한 체험 코스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었다. 때로는 어떤 코스에서 두려움도 느낄만 하지만 손자 녀석이 겁없이 즐기는 것을 보면 이러한 경험이 한 번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직 나의 생명 전체를 밧줄에 맡기고 정글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한 코스씩 진행되었다. 상당한 거리의 외줄타기는 물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험을 하는 가운데 몸은 땀에 젖었지만 시설들을 자세히 관찰하여 보았다. 제품은 모두가 독일제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서도 독일 제품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가끔 한국 현대차도 볼 수 있었지만 자동차의 대부분이 일본 토요타 자동차였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한국교총과 서울SK나이츠 농구단이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 교육가족과 함께 농구경기를 단체 관람하는 ‘Special Day’ 행사를 개최했다.이날은 서울SK나이츠와 안양KGC의 대결로 체육관에는 교원, 학생 등 1000여 명이 자리해 무료로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전에는 신청자 중 14명을 선정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벤트가 마련됐고 하윤수 교총 회장의 시투 후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 후에는 30명을 선정해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순서도 이어졌다. 경기를 관람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이번 행사는 지난해 2월 체결된 교총-SK나이츠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초청행사를 통해 화합의 장 및 회원들의 소속감과 복지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교원을 비롯해 학생과 학교 단체관람은 2019년 2월 20일까지 입장권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2016년 12월)에 ‘판도라’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대박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건과 함께 경주 지진 그리고 원전을 둘러싼 위기감이 맞물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판도라’는 대재앙으로 번역하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이 말은 모든(pan)과 선물(dora)의 합성어입니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여러 신들이 준 능력들을 종합하여 창조한 최초의 여인의 이름입니다.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가 준 아름다움, 헤르메스가 준 언어사용 능력, 아폴론이 준 음악과 지혜의 능력같은 것들을 선물로 받아 제우스는 ‘판도라’라는 여인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판도라는 신들의 종합선물세트 정도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판도라가 재앙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것은 판도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에 판도라가 연 상자때문이며, 이후로 이 상자는 ‘판도라의 상자’로 일컬어집니다. 그러니까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말은 기아, 질병, 전쟁, 질투, 시기와 같은 상자 속에 갇혀 있던 온갖 재앙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과 같이 예기치 않았던 일련의 나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해에 일어난 사건과 사고를 회고해 보면 정말이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한 느낌, 어떤 점에서는 영화 ‘판도라’의 수준에 가까운 아수라장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1년 내내 이제 그만 두려나 할 때쯤이면 폭죽놀이하듯 터지는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쟁가능성의 고조에서부터, 자고나면 터지는 정치인들의 비리와 비리 정치인들의 검찰 소환에 이어, 최근에는 포항의 대지진과 사상 초유의 수능시험 연기에 이르기까지 연속된 일들을 보면서, 아마 전국을 휩쓰는 전란이 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서야 합니다. 판도라가 놀라 상자를 닫을 때에 맨 마지막에 남았던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혹자는 희망의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것은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는 돌을 다시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적인 삶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은 아무리 절망적인 역경에 처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 희망을 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말하는 널리 알려진 경구로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심기하면 나이든 분들은 잘 아는 ‘이용’이라는 가수가 부른 ‘서울’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저는 이 노래 제목이 ‘서울’이 아니라 ‘서울의 꿈’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노래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는 여기에 나오는 서울을 교육으로, 종로나 을지로를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또 어떤 단어는 학생이나 교실로 바꾼다면 이 노래는 ‘교육의 꿈’을 아주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또 교육학자로서 저는 그런 학교와 교육이 한국사회에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렴구에 해당하는 한 부분을 개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아아아 우리의 교육(서울) 우리의 교육(서울)/ 교실(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학교(서울)를 사랑하리라~.” 장기적으로 볼 때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찾는 최선의 길은 본질에 충실한 교육에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의미에 충실할 때에 교육은 인재, 재목이 될 ‘사람나무’를 기르는 일이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종합선물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듯이 꿈을 혼자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얼른 보기에는 허황된 것으로 보이는 꿈도 모두가 함께 꾸고 노력하게 되면 희망의 빛이 되며, 결국에는 현실이 되는 법입니다. 새해 아침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사람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보다 충실한 교육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교육이 이 나라의 희망의 빛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신년 설날, 일출을 보러 새벽부터 정동진으로 달리던 추억이 생각나는 계절. 1월은 소한과 대한이 있어 산천이 꽁꽁 얼어붙지만 그래도 겨울 휴가를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인 때다. 전국의 모든 학교는 방학 중이어서 거의 휴교의 상태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보충학습 때문에 방학이래야 2주 남짓밖에 쉬지 못하고 수업을 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겨울방학은 우리에게 삶의 위안과 안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간 미루어왔던 일, 가족과의 국내 또는 해외여행이라든지 밀린 숙제 아니면 독서를 하며 재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는 한가하지만은 않다.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준비 해야 하고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각종 공문서에 회의까지 참석해야 한다. 최근에는 무슨 연수가 그리 많은지 툭하면 출장을 나가야 한다. 방학이라 해도 맘 편하게 쉬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한 졸업식을 앞둔 담당부서에서는 식순을 점검하고 기획하느라 바빠지는 때다. 신년도 업무가 바뀐 선생도 마찬가지, 자리를 이동하고 업무 인수인계와 마무리로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초지식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향후 15년 뒤에는 첨단 로봇과 나노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상현실이 들어와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일상이 된다. 지식생태계의 대변환이 일어나고 많은 직업이 사라지게 된다. 인성교육이 더욱 필요하게 되고, 교육 콘텐츠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AI와 인간이 공존하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재난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도입했다. 이는 ‘국제학위과정’을 말하는데 지금과 같은 정답을 찾는 객관식 교육으로는 미래지향적인 창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나라 교사도 이에 발맞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보면 예전보다 선생님의 근무여건이 좋아졌음에도 체감하는 피로도가 높다. 이는 행정중심의 불필요한 일처리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아직도 교육청은 학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몇 년 치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듯 낡은 관행을 떨치고 교사에게 실질적인 미래를 준비시켜야 실질적인 ‘4차 교육혁명’이 일어날 텐데 아쉽다. 바칼로레아 교육을 언급했듯 앞으로의 수업은 바뀌어야만 한다. 따라서 학교의 현장,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학생활동 중심’이고 ‘하브루타’이며 ‘거꾸로 교실’이다. 하브루타는 ‘짝지어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말한다. 유대인은 오랫동안 가정과 학교는 물론 회당에서까지 ‘질문과 대화와 토론’으로 지혜를 모아왔다. 유대인이 정치계, 법조계, 경제계, 금융계, 언론계, 예술계, 학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기저에 이러한 교육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직접 ‘말하고, 설명하고, 토론하는’ 이 교육 방법은 학생의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수업 집중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사고력, 논리력, 비판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소통력, 인간관계 등 파생되는 다양한 효과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강의식 교육을 고집만 해서는 안 된다. ‘하브루타’는 원격직무연수에 참여하여 공부할 수 있는데, 하브루타를 연구한 교사의 수업을 통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아니면 『하브루타로 교육하라』(전성수 지음, 예담friend 출판)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그다음 추천하고 싶은 기법으로 ‘거꾸로 수업’이다. 익히 알고 있을 ‘거꾸로 교실’도 지쳐가는 학생과 교사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수업 기술이다. 존 버그만(Jon Bergmann)과 애론 샘즈(Aaron Sams)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거꾸로 교실’은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제작한 영상을 통해 학생 스스로 완전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육 실험이었다. 나아가 이 동영상 프로젝트가 과목이나 초·중등을 초월한 매우 의미있는 기법이라는 게 실제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경험자들을 통해 확인됐다. 이 ‘거꾸로 교실’ 역시 원격직무연수로 수강할 수 있다. 또한 바쁜 교사 라면 책(『거꾸로 교실』 존 버그만, 애론 샘즈 지음, 에듀니티 출판)을 통해서도 실전에 유용한 기법을 배울 수 있다. 1월의 기나긴 방학을 후회 없이 보내는 방법이 아마도 집에서 공부하는 원격직무연수일 것이다. 연수의 종류도 많고 많지만, 각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연수가 있고, 교육부가 인정한 기관에서 하는 연수가 있다. 유료와 무료가 있으나 알차고 중요한 연수는 학점까지 인정하므로 비용에 신경 쓰지 말고 ‘자산’의 개념으로 수강하길 바란다. 안전이 중요한 화두가 된 요즘, 대한적십자사에서 재난안전교육과 응급처치법, 심폐 소생술, 안전지도사 과정을 운영한다. ‘안전교육’은 모든 교사에게 15시간 이수의 필수적인 연수이므로 꼭 이수하길 바란다. 그리고 유사한 연수로는 전기안전문화 연수, 지진안전 연수가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배울 수 있다. 또한 교수-학습 클리닉 연수와 교과별 직무연수가 서울대학교 연수원을 비롯하여 각 대학 연수원에서 개강하고 있다. ‘체 육교과연구회’에서도 휘닉스 평창에서 스키와 스노보드에 대한 연수를 진행중이다. 첨언하면, 한국교원대학교에서는 수업혁신을 위한 ‘배움중심 수업’의 연수일정을 잡고 있다. 기간은 1월 1일부터 3월 31까지로 ‘수업나눔’과 ‘수업성찰’을 통한 ‘배움중심 수업’의 현장 적용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앞서 말했듯 4차 산업혁명에 따른 ‘SW(소프트웨어)교육’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과거의 단순 원리의 이해가 아닌 정보적 사고와 산업의 융합을 겨냥한 교육과정이다. 미래는 SW가 활약하는 세상이 될 것이므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도 활발히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밖에 충남교육청에서는 ‘다문화 교육’ 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고, 부산교육청은 ‘사이버 한국사 과정’, 서울교육청을 ‘안전교육’, 대구광역시는 ‘교직 스트레스 치유’ 과정을 개설중이다. 이러한 여러 직무연수는 각 시·도별 교육청 홈페이지의 메뉴판을 이용하여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교육부 인가의 ‘사제동행 한국교총 원격교육연수원’이 신규로 개설한 연수 과정을 보면, ‘창의, 융합, 진로를 키우는 교과통합 SW교육’과 ‘교실 속으로 간 이해중심 수업설계(종합편)’이 눈에 띈다. 또, ‘한국교원연수원’의 개설한 과정인 설민석의 ‘한국사 능력검정시험’과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교육의 기적’을 이곳에서 수강할 수 있다.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세계문화체험’도 4학점 60시간으로 1월 초에 개강한다. ‘프로젝트 수업, 교실수업을개선하다’, ‘학생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코칭 리더십’ 등도 개설되어 있어 적절히 수강할수 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1월의 희망찬 새해맞이를 빛축제와 함께하면 어떨까. 부산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가 1월 초까지 계속되고, 해운대에서는 ‘해운대라꼬 빛축제’, 아침고요수목원에서는 ‘오색별빛정원전’, 파주에서는 ‘파주프로방스 별빛축제’가 1월의 밤을 영롱하게 수놓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별빛 속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행복하랴.
“교사도 모르고 학생도 모르고, 처음엔 몹시 답답하고 힘들었죠. 그래도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살리는 좋은 제도라는 생각에서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교육현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교사들 업무 부담이 많고 자칫하다간 교육대란을 초래할 수도 있고요.”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로 선정돼 1년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서울 한서고등학교 김 상래 교무부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학생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교육정책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 브랜드로 꼽히는 고교학점제는 오는 2022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2019년부터 개방형 교육과정을 실시, 고교학점제의 조기 정착을 거들고 나섰다.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교육과정이 뭔지, 필수이수단위가 뭔지 모르는 학생들은 교육과정 편성표를 받아보곤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어요. 솔직히 교사들도 교육과정은 완전히 알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매일 교직 원 회의를 하다시피 했어요. 연수도 많이 하고요.” 김 부장은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선듯 배울 과목을 고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교사들이 직접 나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막상 수강신청을 받자 특정 교과로 학생들이 몰리고 교과 개설 요구가 100여 개에 이르는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수학과 같은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고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사회나 과학 영역에서는 선택과목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이 나와 조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학생들을 설득해 겨우 겨우 교사들과 수급을 맞춰 학급을 편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표였다. 만약 교사들이 수기로 시간표를 짜야 했다면 당장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시간표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우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준비돼 다행이었지만 종전처럼 시간표를 짰다가는 난리가 날 겁니다. 어렵사리 시간표를 만들었다 해도 그것이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을 거고요.” 김 부장은 “시간표야말로 교육부나 교육청이 나서서 정교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학교에 보급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그는 “선택과목이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수업부담이 커진 데다 부수적인 행정업무까지 계산하면 업무강도는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른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5단위 ‘국어’를 학교 지정 2단위, 학생 선택 3단위로 각각 편성했다면 가르치는 과목이 두 개가 돼 담당교사의 수업부담은 산술적으로 두 배가 된다는 계산이다. 2학년과 3학년 등 동시에 담당하는 교사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수업 준비와 교재연구, 평가에 이르기까지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에게 상상 이상의 부담을 안겨 줄 가능성이 높은데 교육당국은 이 부분을 쉽게 여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평가는 예민합니다. 대학입시가 걸려 있으니 학생들은 단 1점에도 사생결단이죠. 고교학점제로 업무 강도는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는데 수행평가, 과정중심 평가 등등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요. 기존 인력으로는 어림없습니다.”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인 탓에 교과목 선택이 정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시범운영 과정에서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찾거나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일반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수강신청을 해 놓고도 입시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교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대입전략에 따라 학생들이 이리저리 쏠리는 현상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고교학점제는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고교생들의 교과 선택에서 또래집단의 영향력은 두드러졌다고 한다. 교과목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이 친구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김 부장은 풀이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일견 교사에 대한 평가로 비춰져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 영, 수 담당교사는 그래도 괜찮지만 한두 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에 서는 교사의 능력과 상관없이 학생들 선호에 따른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이는 대신 다른 교사의 수업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수업이 줄어든 교사에게 창체활동을 맡기거나 별도의 교육활동을 신설하는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 부장은 고교학점제 실시 이후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교과 교사들의 위기감과 자괴감은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부터 개방형 교육과정을 전면 실시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공부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단 한 차례 예행연습도 없이 모든 학교에 적용하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렇게 조급해 하는지 모르겠어요. 학생선택제 한 번 안 해보고 단박에 전면 실시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조만간 인근 학교 교사들과 이 문제로 모임을 갖는데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부가 강사 인력풀을 확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썩 미덥지 못한 눈치다. “강사 구하기가 쉬운 줄 아세요? 정작 사람을 쓰려고 하면 없어요. 학교들이 얼마나 애를 먹는데요. 그나마 서울은 견딜만 하겠지만 지방은 정말 힘들 겁니다.” 그러면서 강사들에게 시험 출제와 채점 등 평가 과정을 맡겨야 하는지도 고 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분들이 한 시간에 1만 7천원의 수당을 받아요. 그런데 이것 은 수업에 대한 대가이지 평가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수업을 했으니까 평가도 당신 책임이다’ 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논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고교학점제를 시범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녀의 진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효과로 평가했다. 학생들 역시 스스로 배울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모습 을 보인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정말 듣고 싶은 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했다는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그런 바람을 고교학점제가 어느 정도 구현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과 방향을 믿 고 노력하면 보람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교학점제가 잠자는 교실을 깨우는 고교 교육 변혁의 모멘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요즈음 학교에서 교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생활지도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 속도는 선생님의 지도력을 항상 앞지른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에는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로 선생님들의 위상과 권위가 높았지만 이제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학생 중심의 생활 지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생과 교사 간 이해 의 폭이 점차 달라짐으로써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생과 사회의 시선도 예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 졌다. 선생님에 대한 공경과 존중은 커녕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복도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교실로 와서 선생님의 입에다가 발사해 버린 경우도 있고, 선생님 바로 앞에서 “OO, X같네”라는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뱉어 버리기도 한다. 선생 님의 멱살을 잡고 달려드는 학생,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손찌검하는 학생, 선생님과 말싸움하는 학생은 부지기수다. 더 심한 경우 반성문이나 진술서를 적으라고 하면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도망가거나, 유서를 쓰고 자살한다고 위 협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이런 불손하고 거친 행동이 만연하고, 음주와 흡연 등의 일탈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가정의 붕괴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학생들은 밤거리 또는 PC방에서 밤을 새우다가 학교에 와서는 잠만 잘 뿐이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에 물든 이들은 적절한 교육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학교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고 있다. 이렇게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들의 일탈적 행동과 학부모들의 거친 항의와 반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와 이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교사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린다. 교내 봉사에 “학원가야 한다” 툴툴… 교사가 더 스트레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개별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 학생 지도 차원에서도 체벌과 억압 대신 이해와 공감의 방법 으로 선진화되며 인권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교육적 방법의 하나로 징계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의 징계는 「초· 중등교육법」 제18조, 동법 시행령 제31조와 학교에서 제정한 학생선도 규정에 의해 선도위원회라는 학교 자체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학생 인권을 존중하며, 학생의 평소 품행, 행위의 동기, 과정 등을 참작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징계제도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교육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보다 올바르게 선도하자는 목적으로 이루어 지며, 주로 교권 침해, 수업 방해, 음주, 흡연, 절도, 근태불량(무단 지각, 조퇴, 결석 등), 시험 부정행위, 불건전한 이성 교제 등 학교폭력을 제외한 다양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학교에서 조치를 내리고 있는 ‘학교 내의 봉사’는 보통 10일 이내로 하고 조회시간, 방과 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거나 수업의 일부를 제한하여 봉사를 하게 하는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라는 교육청의 권고로 거의 방과 후 1~2시간동안 봉사하게 한다. 문제는 학교 내 봉사를 시키려 해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예전같이 화장실 청소를 시킬 수도 없고, 창틀이나 복도 벽 닦기를 시키면 마구잡이로 걸레질을 해 놓아서 오히려 주변이 더 지저분해진다. 잡초 뽑기 등 조금이라도 힘든 것을 시키면 빈둥거리다가 학원에 가야 한다면서 짜증을 낸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임장지도하는 선생님들이 더 스트레스 받는다. 학교 밖 사회봉사 역시 고민거리다. 원칙이야 학생을 지역 행정기관, 사회복지관 등에 위탁하여 전일제로 사회봉사를 하게 하는 것인데, 무슨 특별한 교육적 사명감이 있는 봉사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면 그런 학생들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 다. 학생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봉사기관을 찾았다고 해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봉사기관에 가서 또 그곳의 지도 선생님과 다툼을 벌이고 나면, 봉사기관으로부터 다음부터는 받지 않겠다는 통보가 온다. 일부 아이들은 사회봉사 명령이 귀찮고 힘들다며 차라리 출석정지를 시켜달라고 한다. 어차피 학교 안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즉, 징계에 대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별교육이수는 10일 이상 교육감이 설치,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것인데, 무용지물에 가깝고 사장된 징계제도의 한 부분이다. 특별 교육기관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찾았다 할지라도 학생의 위탁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의 징계 날짜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교육해줄 기관을 찾기 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위탁교육기관 마땅찮고 생활기록부 기재도 안 먹혀 출석정지는 현재 초·중학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인데, 출석정지를 받을 정도의 학생들은 주로 가정에서도 소외된 학생으로 누군가의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보호 장치가 없는 출석정지를 내려 봐야 학생 들은 속으로 ‘잘됐다. 학교 가기 싫었는데’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 게 학생 스스로 반성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고결석이 잦은 아이에게 출석정지를 내리면 이는 자칫 학업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말 로 생활지도가 어려운 위기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출석정지도 의미가 없다. 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징계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에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요즘 중학생들은 이러한 징계 조치에 대해 겁을 먹고 행동을 조심한다거나, 자기반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다.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긴장하는 듯하지만 징계 조치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아 학생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나면 선도위원회 참석을 요청해도 회사 일이나 이런 저런 핑계로 출석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만 덩그러니 앉은 채 진행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지도하려면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손발을 맞추어 삼위일체가 되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가정에서는 이미 밥상머리 교육이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가정에서부터 잘못 교육된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지도가 상당히 어렵다. 징계 대상인 학생들의 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가정에서부터 학생들의 기본 생활교육이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사회는 이제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역 사회의 돌봄센터 같은 곳을 중심으로 부적응, 비행 학생들을 돌봐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을 단위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고, 징계 조치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전 문성이나 재정적 인프라가 매우 미흡하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문제 학생 ‘학교장 추천 전학’ 검토해 볼 만 이러한 징계 조치의 교육적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면, 먼저 학생을 위해 초·중학교의 ‘학교장 추천 전학 조치’가 가능하도록 교육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도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학부모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학은 학생의 주소지 이전으 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용이하지 않다. 실제적 효과가 있는 방안임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다. 학교장 추천 전학은 의무교육 대상자의 학업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가 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골치 아픈 학생들을 솎아 내는 방법으 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요즘은 정보망이 잘 발달되어 있고 절차 하나하나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또 교육청 징계조정위원 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회봉사 이상의 징계에 대해서는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그 학생의 기록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낙인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행동 특성을 이력 관리하여, 학생의 개인적 특성을 이해하는 생활지 도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학생들과 보호자들도 학생의 건전한 학교생활에 관심과 경각심을 가지고 징계 조치에 대한 반성과 자제력을 길러, 같은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로 보호자의 책무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 사후 처리와 동일 하게 학생의 보호자도 법에 의해서 학생 생활지도 교육 등을 받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기본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학생 들 간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일어난 것까지도 엄격하게 처리하고 보호자 의무까지 특별 교육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생과 상습적 절도, 음주 등 이러한 중대한 잘못을 하는 학생 사안에 대해서 학생에게만 책임을 지게 한다면 이는 보호자의 의무에 대해 교육적 외면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 번째로 특별교육이수를 적극적으로 활성화(대안학교 설립 및 징계 조치로서 의무교육 이행)해야 한다. 공교육 시스템에서 지도할 수 없는 특별한 학생들은 보다 사려 깊은 돌봄과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다. 예민하고 위험한 시기의 청소년들 에게는 적절한 맞춤식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의 질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책임의 몫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가를 보내 미래의 국가를 책임질 청소년의 교육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한 명이라도 교육적으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국가가 책임을 질 때 비로소 교육의 품격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과 교육청에서는 학생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사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부, 생활상 담부와 같이 학생 사안을 담당하는 부서 근무를 기피한다. 그러다 보니 새 학년이 되면 새롭게 전입 온 남자 교사나 처음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신규 교사에게 생활부 업무를 거의 반강제적으로 맡게 한다. 이는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규 장학 사나 연차가 낮은 장학사들이 주로 골치 아픈 학생생활 관련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니 학교나 교육청의 생활부 관련 선생님들이 자주 자리를 이동해 학생 생활지도의 노하우나 원활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학생과 보호자 로부터 계속 악성 민원에 시달리게 되어 이중으로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교마다 생활지도 담당 교감직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생활지도 수석교사, 또는 생활지도 전문교사를 양성 위촉하여 학생지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고 학생들에게 보다 더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질 때 학교 교육은 보다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체벌이 금지된 후에도 학생들은 다양한 원인과 방식으로 학교공동체 생활과 학급 운영, 수업 운영을 방해하는 등 학칙을 위반하거나 따돌림, 괴롭힘 등 학교폭력 사안을 일으키곤 한다. 이에 대해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법 시행령에 따라 제정된 학칙의 선도 규정에 따라 선도위원회를 개최하거나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대책법’)」과 법 시행령에 명시된 절차, 규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를 개최한다. 이어 해당 학생들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 지속성, 반성 및 화해 정도 등에 따라 양형하여 단계적으로 징계처분하고 동시에 조치 이수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강제한다. 그러나 학생 징계 및 조치 이행 후속 작업, 이의 제기 절차, 뒤따르는 공문서처리 등의 과중한 일련의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많은 업무 담당 교사들은 심한 좌절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건강 위협을 받기도 한다. 또한 학교는 민원에 시달린다. 게다가 그 징계 조치의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교사로서 좌절과 소진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활지도 업무를 피하려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징계 조치 종료 후 생활태도가 변했는지 물음에 ‘잘 모르겠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말하거나, ‘청소만 했다’, ‘생활태도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됐다’, ‘학교 안 가니까 좋았다’고 대답하는 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학교가 무의미한 처벌을 지속해 왔음을 시사한다. 물론 불이익이 따르는 처벌 회피 (박성혁 외, 2009)를 위해 ‘재발 가능성’은 감소한다. 그러나 반대로 행정심판 및 소송으로 강력반발 (한유경, 2012)하는 경향성은 더 높아졌다. 따라서 학생 징계제도가 교육적으로 의미있고 현실적으로 정교하게 정비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학교와 교사, 학생의 피로는 가중되고 학교 교육의 질을 위협 할 수 있다. 물리적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기반의 환경 조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학생 징계제도의 법률적 기초와 문제 제기 초·중등학생 징계제도는 두 개의 법률 기초 아래 이뤄진다. 우선 「초·중등교육 법」 제18조에 규정된 학교장의 법적 조치로서,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법 시행령 제31조 ①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징계를 말하며 단계적으로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퇴학 처분(의무교육 해당자 제외)이 있다. 퇴학처분을 하기 전 가정학습이나 숙려(熟廬) 제도를 두고 있고, 퇴학처분이 결정되면 대안학교나 학업 지속 가능한 수단을 안내 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은 「학교폭력대책법」 제12조에 따라 자치위원회가 법 제17조와 같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해 결정한 1호부터 9호까지의 조치를 학교장이 합법적 권위를 가지고 내리는 징계처분이다. 즉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 행위의 금지(2호), 학교에서의 봉사(3호), 사회봉사(4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처분(9호)을 말한다. 과거 징계처분에 있어 적법 절차 원칙은 퇴학처분같이 학생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클수록 엄격하게 요구되었고 학교 내 봉사 같은 가벼운 처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략했다(조석훈, 1996). 그러나 2012년 「학교폭력 종합대책」 시행 이후 학교폭력 사안으로 징계 조치를 받은 사실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순간 부터 학교장의 징계 조치에 대한 법률적 심판을 제기하면서 모든 징계 절차는 극도로 중시되고 있다. 절차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내용은 「초·중등교육 법」 제18조 제2항, 「학교폭력대책법」 제17조 제5항에 규정되어 있다. 즉 해당 학생 (가해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같은 규정은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 외에 「학교폭력대책법」 제17조 제7 항에서 징계 조치 결과와 내용을 고지하고 재심 등 이의 제기 절차를 안내하는 것도 절차 준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 징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위법한 처분으로 판결된다(오영표, 2008). 전학(자치위 처분)이나 퇴학처분(자치위·선도위처분)을 받은 학생·학부모가 학교장의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판단되면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 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초·중등교육법」 제18조 제3항), 재심 결정에 불복할 경우 재심 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제31조, 「학교폭력대책법」 제17조 제7항). 또한 재심이나 행정심판과 무관하게 학교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오영표, 2008). 이처럼 두 개의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및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에 관한 훈령」 의 틀 안에서 시행되는 현재의 학생 징계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헌법과 인권 가치를 구현하는 엄정한 법률에 기반을 둔 적절한 절차 준수, 체벌 금지, 공정한 의견 진술의 기회 제공, 조치 결과·내용 고지와 이의신청 절차 고지의 의무, 퇴학 조치 시 필수 안내사항 규정, 피해자 보호, 양형 판단 시 화해·반성의 정도 고려, 교육감과 학교 및 교사의 책무성(은폐·축소자 징계), 가해자 조치의 엄정 성과 무관용 원칙(생활기록부 기재 및 삭제 절차 엄정성, 가해자 전학 조치 후 피해자 재학중인 학교 전입·진학 금지 등),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분쟁 조정 역할 (「학교폭력대책법」 제12조 제2항과 제18조) 등 갖출 것은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학교는 징계제도 운영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교육을 고민할 여력이 떨어지며 아무도 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절차주의와 서류, 민원으로 교육과 선도의 기능 감소 2012년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피해자 보호와 회복,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선도 조치,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특히 강조했다. 따라서 징계 조치에 이르는 모든 절차는 법에 근거하여 엄정하고 관련 서류는 치밀해야 하며 가해자 조치사항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었고 삭제 절차 또한 엄정하고 사안조사 과정은 인권을 존중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교·교사는 은폐·축소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 모든 사안을 위원회에 넘길 것인지를 조사해야 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 발생이 가시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작 학교는 무관용적 엄벌주의, 절차 지상주 의, 그 속에서 학생·학부모의 반발과 송사(訟事), 민원 등으로 피폐해지고 있다. 학교폭력 외의 학생 사안(수업 방해, 절도, 도박, 흡연, 불손한 행동, 품위 손상 등) 역시 조사와 선도위원회 조치, 이행 관리 등의 업무는 지속된다. 그래도 조치 결과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으므로 학부모와 학생의 저항이 크지 않아 교사의 심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개념이 광범위한 ‘학교폭력’ 사안은 전담기구 신고부터 조사, 자치위원회 개최, 처분 결과 통지, 처분에 따른 조치 이행 작업 및 관리, 가해자 측 다수의 반발과 이의 제기, 행정심판 및 소송 등의 기나긴 법률적 대응까지 그 절차와 서류작업이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 대한 사과나 관계·신뢰 회복의 기회 역시 사라지게 된다. 즉, 교사가 교육 전문가 답게 효과적인 징계 방안을 고려할 만한 기회나 이유를 못 찾게 된다. 따라서 학교폭력 신고가 되어도 학교폭력 전담기구나 담임교사, 학교장이 피해 없음과 사과, 온전한 화해를 확인했다면 은폐나 축소 의혹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담임 종결제도나 학교장 종결제도를 법률적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의 회복 측면에서 법률적으로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 즉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 신뢰 회복, 관계 회복을 통한 피해자의 온전 한 회복을 지원하는 교육적, 회복적 노력을 인정하거나 강제하는 법률 규정이 없다 는 점이다. 실제로 피· 가해자 간 화해가 신속히, 온전히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굳이 자치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법대로 개최되면 가해자는 1호 서면사과 조치를 받더라도 생활기록부 기재를 막기 위하여 소를 제기한다. 온전한 화해가 확인되면 법원에서는 조치를 취소할지도 모른다. 누가 이기든 지든 이게 무슨 배움터인가라고 하는 자괴감이 든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이 있으면 피해자는 금방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상황이면 자치위원회 개최는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선도를 위해, 엄중한 법률에 구속되어 학교폭력 사안 은폐·축소 의혹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학교의 회복을 위해 법률적으로 회복적 (restorative) 관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의 교육 기능을 높이고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 가해자의 반성과 선도를 촉진할 획기적인 절차와 교육의 역할을 법령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 징계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를 판단하는 데 교육적 고려에 의한 특수성을 참작한다면, ‘교육상 필요’의 의미를 ‘교육·연구의 정상적 운영’, ‘학교 질서유지’, ‘학생 품행지도’ 세 가지로 보는 견해(조석훈· 김용, 2007)가 있다. 이제는 ‘학교 질서유지’를 ‘학교의 평화 회복’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회복의 관점을 법령화하면, 징계 사유와 학생 특성을 고려하고 교육적으로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가해자의 반성과 자각, 선도를 촉진하는 ‘적합한’ 징계 방안이나 교육 이수 방안을 강구하는 환경을 조 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안 조사를 담당하는 역할도 교원이, 가해학생 조치를 내리는 의결기구에 넘기는 역할도 교원이, 학생의 입장을 일부 대변하는 역할도 교원이, 의결기구에서 가해학생 조치(처벌) 수준을 결정하는 역할도 자치위에 교원이 책임교사로 들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를 형사사건에 적용해 볼 때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의 역할을 모두 학교와 교원이 담당하는 것이다. 업무 경감의 수준에 비해 과도한 자치로 인한 업무 부담은 학교를 계속 법률적 쟁송이나 피폐한 배움터로 버려두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화해, 회복, 교육의 역할을 학교가 담당하도록 하고, 심각한 피해 사안은 교육청 단위 자치위원회가 담당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개선해도 학교나 교원의 업무는 획기적으로 감소되지 않겠지만 전향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바로잡아 건전한 시민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든 공통된 관심사다. 위법행위에 대한 다양한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것은 재교육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토록 하는 것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교육부 의뢰를 받아 정책 연구과제로 작성한 학생징계 및 재입학제도 개선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각자 나름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인격적이 고 신중하게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징계제도는 그 기본 이념이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하다. 즉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초·중학생에 대해서는 퇴학처분을 하지 않는다. 의무교육 대상자 중에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장기 결석으로 처리하는데, 그 기준은 연간 30일 이상이다. 독일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의무교육기간은 대체로 9~10년이다. 학생 징계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주별로 마련하고 있는데, 규정상으로는 타교 전학이나 퇴학뿐 아니라 각 주정부 교육부 산하 모든 학교로부터의 퇴학 같은 매우 강력한 조치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보다는 철저한 유급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의무교육기간은 대체로 16세까지이다. 학생이 폭행, 파괴, 술·담배, 무기 소지 등의 행위를 하면 교장은 지역 교육위원회에 정학이나 퇴학을 상신할 수 있고, 위원회에서는 청문회를 거쳐 결정한다. 공립학교에서 퇴학될 경우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영구적으로 거부되는 것이나, 사립학교의 경우는 퇴학 후 1년이 지나면 재입학을 진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학생징계 때 인격적 모욕을 주지 않는 데 중점을 둔다. 정학과 퇴학처분을 할 때도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특히 퇴학처분의 경우 철저한 대안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와 징계제도 유사한 일본… 심각한 학력 부진도 퇴학 사유 구체적으로 보면 일본의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징계로서의 퇴학 제도는 없다. 따라서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는 장기 결석으로 처리하고 있다. 장기 결석은 연간 30일 이상의 결석을 말한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출석정지와 퇴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쿠오카시립고등학교 규칙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징계는 훈계, 정학 및 퇴학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퇴학처분을 하는 경우는 즉시 관할 교육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출석정지에 대해서는 ‘학교장은 전염병이나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학생, 혹은 성행이 불량한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교육에 지장을 줄 경우가 있으므로 보호자에게 학생 본인의 출석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근거 규정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또 퇴학처분 기준은 ▲성행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자 ▲학력이 부진해 진보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하지 않는 자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그 외 학생으로서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자 등으로 범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심각한 학력 부진을 퇴학 사유로 꼽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독일, 문제행동보다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징계 결정 독일은 철저한 교육자치제를 운용하기 때문에 주마다 관련 법규가 다르다. 교육 기관 운영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각 주의 공통적인 부분만 살펴본다면 우선 학생징계는 개인의 문제행동 자체 보다는 타인에게 피해가 되거나 집단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징계처분은 주로 교육적 선도방안의 일환으로 이뤄지며 관련 통계도 개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는다. 철저한 비공개가 원칙이다. 체벌도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 학생징계는 원칙적으로 교내 생활에 국한하고 있으며 모든 교육적 제재 조치는 학교장 책임 아래 학교 급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독일 바이에른 주의 학생징계는 구두 경고부터 퇴학까지 10단계로 구성돼 있다. 담임교사 견책 → 학교장 견책 → 학급 이동 → 교과수업 격리 → 단기 정학 → 장기 정학 → 타교 전학 → 퇴학 경고 → 퇴학의 순이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는 담임교사의 서면 견책이다. 담임교사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견책 사실을 통보하고 문서화된 공문을 해당 학부모에게 발송한다. 다음 단계는 학교장의 서면 견책으로 담임교사의 징계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한단계 강도를 높여 교장이 나서는 것이다. 견책 다음으로는 학급 이동이 있다. 주로 학생들 간 문제를 야기하면 학교장이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타 학급으로 이동조치 시킨다. 이어 특정 교과목 수업을 일정 기간 듣지 못하게 하는 교과목 격리와 그 다음으로 우리의 유기정학에 해당하는 3~6일간 수업 금지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수업 금지 단계 이후에는 2주에서 4주간의 정학 처분이라는 중징계가 따른다. 다만 정학 처분은 교사회의 의결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되며 10학년 이상에게만 적용된다. 9학년까지는 정학 처분이 없다. 정학 처분 이후에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다면 다음 단계는 타교 전학으로서 우리의 강제전학과 유사한 개념이다. 가장 무거운 징계인 퇴학은 직전에 ‘퇴학 경고’라는 단계를 거친다. 무작정 퇴학시키기보 다는 한 차례 경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같은 교육부 산하에 모든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퇴학 조치다.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재활기 관이나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미국, 마약· 무기 소지엔 중징계… 학생 청문절차 중시 방어권 보호 미국에서는 무기 소지와 마약 등 약물복용 사실이 적발되면 무거운 징계가 내려진다. 주마다 조금씩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공통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 교육청의 규정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징계를 받는 행위는 단순 폭행부터 무기 소지까지 다양하다. 가장 가벼운 처분은 담임교사의 훈계 및 상담이다. 그 다음 단계는 방과 후에 학교에 남도록 하는 벌이다. 이때는 반드시 사전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일정 기간 스포츠 클럽 등 모든 학생활동을 정지하는 벌도 있다. 위법 행위 정도가 심하면 교장이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학생을 일정 기간 근신시키는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파괴적인 행위를 한 경우에는 교사가 그 학생을 교실로부터 추방하는 징계를 한다. 대체수업이란 벌도 있다. 학생을 일정 기간 정규수업에서 제외시켜 제한된 감독 아래 수업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 미국에서는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갔다면 일반인은 물론 학생도 불법침입자로 간주돼 처벌을 받는다. 정학이나 퇴학과 같은 중징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다른 학생에게 폭행, 희롱 또는 부당한 행위로 신체적 부상을 입힌 학생은 10일의 정학을 받게 되며 퇴학 이 상신된다. 파괴적 또는 부당한 행위도 징계 대상이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불순종, 반항, 또는 교직원의 권위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행위 등은 교장의 지시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술, 담배, 마약과 같은 금지된 물질을 소지하거나 흡입한 경우에도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 술이나 알코올 맥주를 마신 경우 5~10일간 정학 처분이 취해진다. 이 기간 동안 학생은 일체의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없으며 학부모도 학생과 함께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후 조치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판단되면 학교 측은 학생에 대한 처벌을 정학 대신 ‘유고 결석’으로 처리하고 보충 과제를 제공, 학업 결손을 보완 할 수 있게 해준다. 흡연은 적발 횟수에 따라 징계처분이 단계적이다. 처음 적발되면 금연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받게 한다. 그럼에도 또 흡연으로 적발되면 경찰에 신고한 뒤 시민법 위반 사실을 통보한다. 흡연으로 세 번 이상 규칙을 위반하면 정학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마리화나를 포함한 통제 물질을 학교에 가져오면 교장은 10일간의 정학 처분을 내리고 교육위원회에 퇴학을 상신한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정학 처분 및 퇴학 상신과 관련해서는 교육위원회에 청문회를 열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점이다. 학교 재산을 파손하거나 이를 유발하려는 행위도 징계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고 학부모에게는 파손된 부분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무기를 가지고 학교에 온 학생이 적발되면 1년 이상의 퇴학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교육위원회가 청문절차를 거쳐 징계 수위를 낮추거나 퇴학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정학 이상의 중징계처분에서는 공정하고 신중한 심리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퇴학생 보호에 적극… 한 번 실수로는 정학· 퇴학 금지 영국의 학생징계는 굴욕감을 주거나 체면을 잃게 하는 처벌을 금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징계의 종류도 ▲교실에서 나가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동참 시키지 않기 ▲방과 후 학교에 남기 ▲운동경기나 학교 나들이 제외 ▲특정 수업 및 동료 그룹 제외 ▲추가 숙제 내주기 ▲학교에 유용한 일 수행하기 등이 있다. 무거운 처벌인 정학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학생이 학교 규율을 위반하는 심각한 행동을 했을 때, 학교 징계 벌들을 다 시도했는데도 효과가 없을 때, 그리고 문제 학생을 학교에 남겨두었을 때 동료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됐을 때로 국한하고 있다. 정학 결정은 학교장만이 할 수 있으며 최장 45일까지 가능하다. 다만 교육당국은 정학 기간이 길수록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기간을 최소화해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단 한 번의 실수로 학생이 정학이나 퇴학을 당하지 않도록 금지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퇴학당한 학생의 보호에 더 적극성을 띠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퇴학생을 받아주는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 학교교육에서 이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다시 입학한 학생이 또다시 퇴학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 여건에 맞는 전일제 수업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일제 수업은 정상적인 교육과정과 달리 상담이나 시민교육 등 학생들의 나쁜 행동을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제 학생들에게 파트타임 교육을 실시하면 오히려 학생들에 대한 감독 시간이 줄어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다는 판단에 따라 전일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갑자기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 걸렸다. 당신이 부모라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의 부모는 우선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갈 것이며,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바이러스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주사나 약을 처방받아 감기를 다스릴 것이다. 꼭 필요한 시기의 적당한 주사와 약은 아이의 열이 내리고 상태를 호전시킨다. 아픈 아이의 몸이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나 지나친 주사와 약의 남용은 오히려 내성을 생기게 해 다음에는 더욱 독한 처방을 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꼭 필요한 곳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감기 바이러스가 침범 하지 않도록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이는것이 근본적 대책이 돼야 한다. 해열제보다 면역력 높이는 학생징계 방안 강구를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징계 조치 중 학교폭력에 대한 가해학생 조치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조치는 9가지(의무교육과정인 초·중학교는 8가지)이다. 학교폭력은 피해학 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징계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처벌 대상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안의 경중이나 그 성격에 따라 처벌의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은 2012년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지만 실제 법률이 만들어진 시기에는 의식을 깨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지금처럼 쉽게 언급되는 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 겨울 대구 중학생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수면 아래에 있던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더이상은 학교의 자정능력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2012년 2월 정부 차원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와 함께 학교폭력예방법이 대폭 개정됐다. 개정된 흐름은 학교폭력의 범위 확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강화, 부모와 교원에 대한 책무성 강화 등 여러 내 용이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처벌 중심으로 변화 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처벌 위주의 학교폭력예방대책의 변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인식하게 하고, 더 나아가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즉각적으로 필요한 응급조치를 적절히 내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최근 들어 강한 징계 중심의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의 개념이 넓은 상태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일률적으로 사안 처리를 하다 보니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을 육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교폭력예방법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분쟁을 야기하며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가 사법기관인지 교육기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모든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되어있으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정되면 가해학생은 선도 조치를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호 간의 가벼운 말다툼에 대해서도 학교에서는 무조건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으로 간주하여 의무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하며, 이 경우 양쪽 모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어 아무리 경미한 다툼이었다 하더라도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지침에 따라 세 개의 영역(학적 특기사항, 출결 특기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에 입력되어 학생의 학교생활과 인성 정도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척도인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고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들은 궁극적으로 교육적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성장기 학생이 한번 저지른 실수가 더군다나 그것이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자료가 되어 향후 인생의 진로에 불이익을 받게 한다면, 이것은 낙인효과 이상의 가혹한 제재가 될 것이다. 학생에 대 한 조치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처벌에 목적이 아닌 가해 학생의 반성과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17조에 가해학생 조치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해학생 조치 중 1호인 서면사과 처분은 다른 조치와 달리 불이행시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없으며, 헌법에서 명시된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의해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서면사과 처분은 다른 처분들과 달리 불이행시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판단에 따라 서면사과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을 유지·보존할 수 있으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유명무실한 조치라는 점이다. 둘째, 가해학생 조치 중 2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조치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으로부터 격리하는 조치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가 ‘피해학생 보호’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치임에는 분명하지만 학교폭력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무조건적으로 격리시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 대한 미안함이나 반성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셋째, 가해학생 조치 3호 학교 내 봉사와 4호 사회봉사 처분은 봉사를 통해 본인의 행동을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교육적인 접근임에는 분명하다. 활동을 하는 동안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 조치는 피해학생에 대한 반성 부분이 빠져있다. 가해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의 잘 못에 대한 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끝났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고, 그에 반해 피해학생은 여전히 사과를 받거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어 버린다. 가장 중요한 과정인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피해학생의 정서적 상처 회복을 돕고 재발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이전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학생의 후유증을 얼마만큼 치유할 수 있으며, 또한 예방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남기며 법안이 만들어진 취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 가해학생의 모든 조치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에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바람이지만, 자칫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 자체를 무색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미한 조치로 볼 수 있는 피해학생 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만이라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의무를 없애기를 바란다. 기재 의무를 없애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기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위의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학생의 상처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 로 노력하는 경우 기재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해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학생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재심이나 불복절차 역시 많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미한 사안에 대해 담임종결 또는 학교장종결 필요 각각의 학교에서 비슷한 사안을 전혀 다른 조치로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몇 개의 방법으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형평성을 강조한 강한 처벌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없앨 수 없으므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상황에 알맞은 조치를 내리는 것이 필 요하다. 그 조치를 내리는 과정 역시 밖으로 보이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똑같이 진행하기보다는 학교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피해학생의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까지 치유하고, 가해학생 역시 피해 학생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폭력행위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폭력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 사이의 관계나 사안을 잘 알고 있는 담임교사에게 조정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된 직후 ‘담임종결 사안처리’라는 것이 존재했다. 담임이 종결할 수 있는 사안과 없는 사안의 구분과 담임종결 사안 처리 에 대한 매뉴얼 등이 교육부에서 연수나 자료를 통해 공식화됐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강화된 시기에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처벌의 관점에서만 처리할 수 없음을 알고 그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내에 단 2곳(38쪽, 52쪽)에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자체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름으로 담겨 있을 뿐 어떠한 지침이나 처리 방법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현재는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 처리는 이름만 있을 뿐 실제로 처리할 수 없는 방법이며, 만약 자 체해결로 처리했을 경우 모든 책임은 학교장이나 담임교사 또는 업무 담당자가 짊어져야 하는 입장이다. 과연 학생들 사이의 크고 작은 모든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학교 현장에서 담임이 종결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처리하는 매뉴얼 등을 제공해서 경미한 사안에 대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에게 강한 벌을 통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상처를 준 피해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줘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선도조치가 개선돼야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인사란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아니, 세상에 인사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살아가며 경우에 맞게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내가 인사를 하고 상대가 내 인사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상대방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계가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놀랄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닌 인사였는데, 그걸 저 사람은 저렇게 기분 나쁘게 받아들 였단 말이야. 아니, 내 인사가 저렇게 건방진 느낌을 주었다는 거야. 아니, 나는 진정을 담아서 말했는데 저 친구에게는 시큰둥 하게 들렸단 말이야. 등등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검증해 볼 수도 있다. 근자에 모임에서 받았던 인사 중에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던 인사가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 보라. 나라는 존재가 진정으로 미덥게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상대의 인간적 덕성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그런 인사를 얼마나 받았었는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인사는 이게 문제이고, 저 인사는 저게 문제이고 등등 인사 흠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음을 바로 나 자신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를 하고도 인사의 효과는커녕 오히려 욕을 먹는 사람이 많다. 하나마나한 인사를 해서 ‘영혼이 없는 인사’라는 핀잔을 듣는다. 인사하는 속내가 너무 뻔히 비쳐 보여서 얄미울 때도 있다. 인사를 너무 이익 추구 전략으로 하면 인사말만 번지레하기 쉽다. 상대도 금방 간파한다. 나를 인성 나쁜 사람으로 파악한다. 내가 약은 만큼 상대도 약다. 인사에 안해도 좋을 말을 해서 다시 사과 인사를 하는 경우는 안타깝다.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는 인사를 해서 상대는 물론이고 주위를 민망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인사 능력은 그 사람의 ‘사회화(socialization) 능력’과 비례한다. 인사를 잘하면 이미 그는 ‘사회화’의 능력과 수준이 경지에 달한 것이다. 누가 어느 정도 ‘사회화’되었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지금까지 ‘교육받은 능력’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인사 능력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사회화 지표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도 있을 것 이다. 인사는 상대가 나의 사람됨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은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갑자기 인사가 조심스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진다면 응당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20여 년 전에 국립국어연구원과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펴낸 우리말의 예절 : 화법의 실제와 표준은 총 43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인데, 인사말 화법에 관한 것이 거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인사 제대로 잘 하기가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인사를 할 때, 이런 경우는 이런 인사말, 저런 경우는 저런 인사말을 쓴다는 것을 안다고 인사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말에는 그 인사말을 쓰는 사회의 오묘하고 그윽한 문화의 결(texture)이 알게 모르게 다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사의 본질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인사말을 듣는 상대방이 기분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다. 그냥 비행기를 태우고 아첨의 인사를 해서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삼류의 인사이다. 상대는 그 자리에서는 잠시 기분 좋아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인사를 들은 상대는 집에 가서 비판한다. “그 사람 너무 가벼워서 못 쓰겠어. 미더운 데가 없어.” 이렇게 되면 인사는 내 인격만 손상된 채, 안 하니만 못한 인사가 된다. 인사는 인사하는 쪽의 인간적 덕성도 함께 묻어 난다. 그러니 쉽지 않다. 물론 인사 받는 사람의 덕성이 자연스럽게 환기될 수 있으면 그것은 좋은 인사이다. 이런 데에 신경 쓰지 않고,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인사말이 있다. 이 인사말은 구태여 내 쪽에서 먼저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무어라고 내게 안부를 묻거나 하면, 그 대답이 되는 말씀의 앞머리에 살짝 얹어서 말을 하면 된다. 그것은 ‘덕분에’라는 말이다. ‘덕분에’는 어떤 인사말에 사용해도 조금도 손해 볼 일이 없는 말이다.인사나 대화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그간에 이 말을 그저 습관적인 상투어처럼 쓰게 되어서, 이 말의 깊은 속뜻을 음미해 볼 여지가 없었다. 정말 괜찮은 말이라면 그 뜻을 다시 살펴보아 좀 더 진정성 있는 말로 재탄생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상투어로 방치하지 말고 말이다. 나를 괜찮은 인간 존재로 만들어 주는 말의 힘이, 바로 이 ‘덕분에’라는 말에 깊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 ‘덕분에’의 힘에 애착을 가지고, 이 말을 각성하여 쓰다 보면, 우리의 덕성(德性)도 고양되리라 생각한다. 아니, 그게 바로 이 말의 힘이다. ‘덕분에’는 ‘덕분(德分)’이라는 한자어에 보조사 ‘에’가 붙어서 된 말이다. 실제로 ‘덕분’이라는 말은 홀로 쓰이기보다는 ‘에’가 붙어서, 즉 ‘덕분에’라는 말로 한 덩어리를 이루어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어에서는 거의 그렇다. ‘덕분’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덕분에’라는 말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때문에’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덕분’이라는 말의 동의어는 ‘혜택’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혜택’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데 비해서 ‘덕분’이라는 말은 왠지 막연하고 덜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혜택’은 눈에 보이게 구체적으로 도움받은 내용이 있어야 쓰는 말처럼 인식된다. 반면에 ‘덕분’은 눈에 안 보이는 도움이나 은혜까지도 모두 포함이 되는 것처럼 인식된다. 스승이나 선배로부터 받은 인격적 영향이나, 도덕적 가르침 같은 것은 혜택이라기보다는 덕분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니까 차원으로 보면 ‘덕분’이 ‘혜택’보다는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은혜라 할 수 있다. ‘덕분에’는 인사 대화에서 많이 쓰인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이다. “그 동안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지냈는가?”라고 윗사람이 안부를 물었을 때, “덕분에요”라고 하거나, “네, 선생님 덕분이에요”라고 대답하는 것 이다. 친구 사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방학 때 여행 간다더니 잘 다녀왔어?” “응, 덕분에 잘 다녀왔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도움을 받은 일이 없더라도 “덕분에”라고 답하는 데에 이 말의 숨은 덕성이 있다. 평상시 상대가 내게 보여주는 일반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은혜가 된다는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니, 어디에나 감사가 충만한 심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해 준 것이 없는데 무슨 ‘내 덕분에’란 말이야. 만약 누가 이렇게 따진다면 그는 참으로 인간관계의 핵심을, 눈에 보이는 이익과 손해의 관계로만 파악하는 사람이다. 내 형편과 처지에 그냥 일반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의 은혜를 느끼고 너의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마음을 담아내는 인사가 바로 ‘덕분에’인 것이다. ‘덕분에’에 들어 있는 ‘덕(德)’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법에서 상대가 지닌 덕을 예찬하고, 그 덕이 나에게까지 미쳐서 나를 이롭게 한다는 인식(‘덕분에’ 인식)은 아름답다. ‘덕의 이념’이 우리 일상의 생활문화로 와 있음을 이 말이 입증한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났을 때, 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그대여 어찌하면 ‘이익 (利)’을 구할 수 있겠는가. 맹자가 대답한다. 왕이시여, 어찌하여 하필이면 ‘이익(利)’을 말하십니까. 이는 사서(四書)의 하나인 ‘맹자(孟子)’ 첫 페이지 첫 구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맹자는 나라 다스리는 근본 이치를 이(利)에서 찾는 왕을 설득한다. 나라 다스리는 중심이 이(利)가 아니고 덕(德)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맹자의 철학이다. ‘덕분에’도 이런 덕의 철학에서부터 발효된 우리의 인간관계 인식론이고, 인간관계에서 덕을 중시하는 우리의 대화철학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을 주고 받는다. SNS(소셜 미디어)로 진화된 수많은 종류의 카드와 연하장이 오간다. 그 안에는 각기 구체적인 인사의 내용이 적히겠지만, 상대의 복을 빌어주고, 상대 덕분에 나도 잘 지낸다는 뜻을 전하도록 하자. ‘너로 인해 내가 행복하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덕분에’를 마음껏 말하고 전하자. 사실 우리 모두는 상호 ‘덕분에’의 관계로 산다. 누구의 덕으로 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모르는 그 누군가의 덕분으로 산다. 만물의 살아가는 원리와 구조도 다 ‘덕분에’의 관계와 구조로 되어 있다. 생태주의 섭리가 이런 것 아니겠는가.
늦가을부터 겨울에 산에 오르다 보면 유난히 붉은 열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청미래덩굴, 찔레꽃 열매를 비롯해 팥배나무, 백당나무 열매 등이 모두 빨간색이다. 이들 열매들이 붉은 것은 사람들 보기 좋으라는 것이 아니라 새들의 눈길을 끌려는 목적이다. 새들이 이 열매를 먹으면 과육은 소화가 되지만 씨는 배설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나무 들이 씨를 멀리 퍼트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청미래덩굴 열매는 전국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혹시 이름을 몰랐더라도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고 반들반들한 빨간 열매 사진을 보면 많이 본 열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현기영의 중편소설 ‘순이삼촌’에는 이 청미래덩굴이 나온다. 소설을 읽기 전엔 순이삼촌이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다. 책을 읽어보니 순이삼촌은 화자의 먼 친척인 아주머니였다. 제주도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흔히 ‘삼촌’이라 부른다고 한다. 순이삼촌은 4·3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마을에 학살이 있을 때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소설엔 당시 참상이 충격적일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다. 중산간 마을 주민들은 ‘밤에는 부락 출신 공비들이 나타나 입산하지 않은 자는 반동이라고 대창으로 찔러 죽이고, 낮에는 함덕리의 순경들이 스리쿼터를 타고와 도피자 검속을 하니’ 낮이나 밤이나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고, 할 수 없이 한라산 굴속으로 숨기도 했다. 행방을 모르는 남편 때문에 모진 고문을 당했던 순이삼촌도 따라 올라갔다. 솥도 져나르고 이불도 가져갔다. 밥을 지을 때 연기가 나면 발각될까 봐 연기 안 나는 청미래덩굴로 불을 땠다. 청미래덩굴은 비에도 젖지 않아 땔감으로는 십상이었다. 잠은 밥 짓고 난 잉걸불 위에 굵은 나무때기를 얼기설기 얹어 침상처럼 만들고 그 위에서 잤다. 하필 순이삼촌이 오누이 자식을 데려가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날, 군인들이 갑자기 마을 사람들을 국민학교에 모이라고 했다. 군경 가족만 제외한 다음, 50~60명씩 옴팡밭으로 몰고가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순이삼촌은 이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당시 충격 때문에 신경쇠약 증세를 안고 살다 결국 자살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제주 4·3사건을 처음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로, 1978년에 나왔다. 4·3사건 중에서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희생자가 많은 ‘북촌사건’을 다루고 있다. 1949년 1월 17일 제주 조천읍 북촌리에서 육지에서 온 군인 2명이 무장대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 한다. 이에 흥분한 군인들이 마을 주민들을 모이게 한 다음 소설에서처럼 50~60명 단위로 끌고가 총살한 사건이다. ‘북촌사건’의 현장인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라는 곳에는 소설 ‘순이삼촌’의 문학비와 희생자 위령비를 세워놓은 기념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제주 출신인 현기영은 ‘순이삼촌’ 외에도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 등 제주도 역사와 4·3사건 전후에 발생한 비극에 대한 소설을 주로 썼다. 소설에서 청미래덩굴이 비중 있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비와 군경을 피해 한라산 굴속으로 피신한 ‘도피자’들이 밥을 지을 때 연기를 내지 않기 위해 쓴 나무여서 어느 정도 상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 죄 없는데도 잔뜩 겁을 먹고 주위를 살피며 밥을 짓는 도피자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청미래덩굴처럼 불을 지펴도 연기가 나지 않기로 유명한 나무로 싸리나무가 있고, 때죽나무, 붉나무도 연기가 적게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는 빨치산 정하섭이 찾아왔을 때 여주인공 소화가 연기가 나지 않도록 싸리나무로 불을 지피는 장면이 나온다. 동학 농민들도 일본군과 관군을 피해 도망다닐 때 청미래덩굴, 싸리나무로 밥을 지었을 것이다. 눈 내린 숲 속을 지켰던, 빨간 열매 청미래덩굴은 어느 숲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어릴 적 고향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한 사나흘 눈이 내리면 새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을 기웃거렸고, 그러면 동네 아이들까지 꿩 몰이를 시작했다. 꿩은 두세 번 몰이를 당하면 기운이 빠져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눈 속에 머리를 박았다. 그걸 덮치면 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기척을 느낀 꿩이 다시 사력을 다해 날거나 달아나면 허사였다. 꿩을 놓쳤을 때마다 허탈하게 주위를 둘러볼때 눈에 띈 것이 청미래덩굴의 붉은 열매였다. 그래서 지금도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나무이고 언제 보아도 고향 친구처럼 반갑다. 빨간 열매가 먹음직스러워 입에 넣으면 맥없이 퍼석퍼석하다. 보기와 다르게 먹을 것은 없는 열매였다. 어릴 적 청미래덩굴 열매가 덜 익어 연두색일 때 먹어보기도 했다. 연두색일 땐 물기가 많지만 신맛이 강해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갈고리 같은 작은 가시가 여기저기 사납게 나 있어서 지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생채기가 생길 수 있다. 잎 모양은 둥글둥글한 원형에 가깝지만, 끝이 뾰족하고 반질거린다. 잎겨드랑이에 달리는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들을 붙잡으며 자란다. 덩굴손이 두 갈래로 갈라져 꼬불거리며 자라는 모습이 귀엽다. 봄에 연한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작은 꽃들이 둥그렇게 핀다. 청미래덩굴은 경기도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고 불렀다.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청미래 잎으로 싸서 찐 떡을 망개떡이라 부른다. 떡장수가 밤에 “망개~떡”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바로 그 떡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 잎의 향이 배어들면서 상큼한 맛이 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남 의령이 망개떡으로 유명하다. 청미래덩굴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로 청가시덩굴이 있다. 청가시덩굴도 숲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둘 다 가시가 있고, 잎과 꽃도 비슷하다. 둥글게 휘어지는 나란히 맥을 가진 것도 같다. 그러나 청미래덩굴 잎은 반질거리며 동그란데 비해 청가시덩굴 잎은 계란형에 가깝고 가장자리가 구불거린다. 열매를 보면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청미래 덩굴은 빨간색이지만, 청가시덩굴은 검은색에 가까운 열매가 달린다. 청가시덩굴은 개 체수는 많은데 암수 딴그루이고 수나무들이 많아 열매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청가시덩 굴과 비슷한데, 줄기에 가시가 없는 민청가시덩굴도 있다.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돈을 저축하는 것일까? 돈을 쓰는 것일까?” 시장에 찹쌀떡을 파는 모녀가 있다. 장사도 잘 되지 않고 허기진다. 딸은 어머니에게 천 원을 주고 찹쌀떡 하나를 사서 먹었다. 어머니도 배가 고프다. 딸에게 받은 천 원을 다시 딸에게 주고 찹쌀떡을 사서 허기를 채웠다. 이렇게 모녀가 계속 천원을 주고받으며 찹쌀떡을 서로 사먹으면 어떻게 될까? 답은 쉽다. 찹쌀떡은 금세 바닥나고 모녀는 가난 해질 것이다. 이렇게 소비는 우리를 가난하게 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우리의 경제 이데올로기는 ‘절약’이었다. 그런데 시장경제 전체에서 보면 소비가 모두에게 부(wealth)를 가져온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에게 소득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부자가 되려면 서로 ‘더’ 소비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발견한 이상한 논리다. 그래서 부자 나라는 소비할 게 많은 나라다. 돈 쓸 게 많은 나라다. 반대로 가난한 나라는 소비할 게 별로 없는 나라를 말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려면 국민들이 더 소비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굳이 불필요하게 소비를 더 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에는 참여자들이 모두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는 가정이 있다. ‘우리는 그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굳이 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소비를 늘릴까? 뭔가 돈을 쓸 ‘가치(value)’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만약 내가 단팥과 생크림이 함께 들어간 빵을 팔아 마을 주민들의 빵 소비가 100만원이 늘었다면(내가 100만원을 더 벌었다면) 우리 시장은 100만원만큼 더 커진 것이다. 생수가 턱없이 부족한 남수단에서 10달러짜리 완벽한 정수기를 만든다면, 누구나 앞다퉈 소비를 하게 된다. 그 소비된 돈만큼 남수단 국민들은 부자가 된다(그 소비된 돈만큼 남수단의 국가 GDP가 증가한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부가가치(added value)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제 부자 나라 스위스로 가보자. 돈 쓸 일이 많다.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헬기 관광도, 맛있는 염소치즈 퐁듀 요리도 스위스 시장 참여자들이 만들어놓은 부가가치의 산물이다. 지갑을 열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부가 재정을 더 푸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발견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리고, 이렇게 수입이 늘어난 기업은 생산설비를 늘리고 고용을 늘린다(어려운 말로 유효수요를 늘린다고 한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 정부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를 건설하고 댐을 지었다. 그렇게 풀린 돈이 소 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소비가 늘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 이후 세계경제가 이 유효수요 이론을 유행처럼 따라 했다.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돈을 주고 병을 땅에 묻게 합니다. 그리고 그 병을 다시 캐낸 다음에 다시 묻습니다. 이렇게 계속 돈을 주고 병을 땅에 묻으면 경기가 살아납니다.’ 기업도 소비를 한다.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소비(투자)라고 한다. 정부는 각종 혜택을 주며 기업이 소비(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소비를 늘려야 경기가 살아난다. 이 방법을 알아차린 세계 각국의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세금으로 거둔 재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시장에 풀고 미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해진다. ‘그럼 반대로 저축을 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저축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지는데,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통장의 돈(요구 불예금)은 엄밀히 말하면 저축된 돈이 아니다. 언제 어디로 쓸지 모르니 ‘불확실한 돈’이다. 그래서 ‘부동자금’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경제에 ‘나쁜 돈’이다. 이런 돈이 주로 증시나 부동산의 투기 자금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적금 등 기간을 정해 은행에 저축한 돈은 은행이 안심하고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좋은’ 돈이다. 은행은 이 돈으로 미용실을 차리는 A씨에게 대출을 해준다. A씨를 이를 이용해 미용실을 차리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설 것이다. A씨의 미용실이 100만 원을 벌었다면, 우리 시장은 또 100만 원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러니 소비를 하면 부자가 되고 저축을 하면 가난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저축도 저축 나름이다. ‘그럼 돈을 소비하지 않고 소중히 아껴 쓴다면?’ 우리는 아껴놓은 돈으로 뭔가 다른 소중한 소비를 할 것이다. 그러니 돈을 아껴 쓰는 것이 결코 시장경제에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 합리적 소비로 이어진다. 이 합리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시장경제가 시작되던 수백 년 전에는 부자의 조건이 ‘소유’로 측정됐다. 금이나 땅을 많이 소유한 임금이나 지주가 부자였다. 유목민은 양을 많이 소유해야 부자였다. 많이 소유해야 부자 나라가 됐다. 그래서 식민지를 개척해 금이나 노예를 더 많이 소유하려 했다. 필연적으로 약탈이나 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 이후 인류는 그렇게 ‘소유’한 경제보다 ‘수요’를 늘려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인 ‘소비’를 발견했다. 내가 오늘 행한 합리적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흔히들 우리 경제의 성장이 쉽지 않다고 한다. 성장판이 닫혔다고 말한다. 그 해법도 물론 소비다. 누군가 지갑을 더 열도록 만드는 것이 다 같이 부자가 되는 길이다.
우리의 세계 여행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갔다. 옐로우나이프, 누구나 죽기 전 한 번은 마주하고 싶은 오로라가 존재하는 곳이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오로라를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여행 시작 후 1년을 넘게 줄곧 따뜻한 나라로만 전전하던 우리는 기꺼이 영하 40도의 얼음 나라에 뛰어들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오로라 찬양에 앞서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1,800km, 왕복 3,600km에 대한 웃음기 싹 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당시 우리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많았다.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단 2시간이면 도착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렌터카를 선택했다. 캘거리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한 후 에드먼튼까지 반나절, 도로 옆 하얀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역시 차로 이동하길 잘했다고 우쭐대는 남편과 함께 희희낙락 거리며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이었다. 그날 따라 유독 자주 눈에 띄던 자동차 사고. 두 세 대씩 추돌한 사고는 예사 4중, 6중, 8중 추돌은 물론이고 거꾸로 뒤집힌 자동차도 여럿이었다. ‘아니, 캐나다가 이렇게 사고가 많은 나라였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남편이 소리쳤다. “도로가 이상해! 차가 이상한가? 아니 도로가 이상해!” 블랙 아이스(Black Ice). 눈과 습기가 도로 표면의 틈새로 스며들었다가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생기는 얇은 얼음막을 가리키는 용어다. 두껍게 얼면 흔히 볼 수 있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빙판길이 되겠지 만 표면만 살짝 언 블랙 아이스는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다. 즉, 속도를 줄일 새도 없이 빙판길을 주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살짝이라도 밟게 되면 자동차는 이미 통제할 수 없이 휘돌아버린다. 문제는 방금 전까지 멀쩡했던 도로가 단시간에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일인 양 스쳐 지난 그 사고들이 지금 당장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렌터카는 스노타이어 차량도 아니었고, 미처 스노체인도 빌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우리는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도중 렌터카 회사 찾아 스노체인을 빌릴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시라 부를 수 있을 크기의 마을은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를 잇는 1,800km의 거리를 3박 4일간 시속 40km로 기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그중 두 밤을 차에서 보냈다.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뛰어가는 게 차라리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안전을 먼저 생각하여 이동했다. 뭐라도 사 먹을 데가 보이면 시간에 상관없이 끼니를 때웠고, 해가 진 후엔 최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쉼터에 차를 세우고 잠을 청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미리 예매해 뒀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순간 나타날지 모를 블랙 아이스 때문 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동 첫날밤, 숙소를 찾지 못한 우리는 차에서 밤을 지새웠다. 설상가상으로 기름도 넉넉지 않았다. 이러다 얼어 죽겠다 싶을 시점에 딱 한 번 히터를 틀었을 뿐이었다. 극한 체험이란 게 이런 걸까? 이틀째 되는 밤, 운 좋게 이 한겨울에 운영중인 모텔을 발견했고 그 밤은 따뜻했다. 하지만 다음날 우리는 경악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1.5리터짜리 물 10병이 모두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 하 40도의 위엄이었다. 결국 세 번째 밤도 차에서 잠을 잤다.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여행이 늘 옳지만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사를 위협하는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후 도착한 옐로우나이프. 도시 내 전광판에 적힌 숫자는 영하 26도를 가리켰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도시의 불빛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성냥팔이 소녀가 넘겨다 본 창문 너머 세상이 이랬을까 생각하며 인포메이션 센터 앞에 차를 멈추었다. 다시 돌아갈 길을 생각하면 옐로우나이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일 정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3일 밤낮의 계획을 세웠다. 첫날은 오로라 빌리지 투어를 다녀왔다. 호텔 앞으로 찾아온 픽업 버스가 어둠의 통로를 지나 동화같이 아름다운 오로라 빌리지 내부에 사람들을 풀어놓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 람들의 뒷모습이 마치 작은 눈의 요정들처럼 나풀거렸다. 오로라 관측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이 빌리지 내부에는 원주민들의 원뿔형 전통 천막인 ‘티피’가 여러 개 있 었다. 티피 내부에는 난로, 테이블과 의자, 다과와 차 등이 마련되어 있어 오로라의 출현을 기다리며 이겨내야 하는 극지방의 추위를 비교적 쉽게 맞설 수 있었다. 티피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환호성에 오로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오로라 빌리지는 그야말로 생에 꼭 한 번은 들러야 할 멋진 곳으로 손꼽을 수 있지만 일일 경비가 1인 10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두 번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둘째 날, 우리는 직접 렌터카를 타고 오로라가 출현하는 지역을 찾아 나섰다. 옐로우나이프의 지리를 잘 모르거나 오로라 관측 지수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 추천 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자리 잡은 곳 옆에 마침 오로라 헌팅 차량이 있어서 자신 있었다. 오늘 밤, 오로라를 볼 수 있겠구나! 다행히도 사서 고생하며 도착한 옐로우 나이프 곳곳에서 3일 내내 오로라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밤하늘의 신과 같은 오로라너무도 자유분방했고, 한없이 경이로웠다. 언제, 어느 순간, 어디에서 나타날지 인간은 알 수 없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예정된 것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신의 마음가는 대로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다림이 아주 짧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길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오로라를 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는 사실이다. 꽁꽁 언 손과 발도, 기다림에 지친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진다. 희미하게 시작된 오로라가 차디차고 쓸쓸한 거대한 밤하늘을 순식간에 뒤덮는다. 녹색, 보라색, 핑크색 등이 혼합된 거대한 커튼이 되어 찬란하게 휘날린다. 어느 순간 휙 사라지는가 싶더니 반대편 하늘에서 다시 소생한다. 신의 영혼, 마법같은 대자연을 마주하며 그 위대함 앞에서 나는 그저 너무도 어린, 작은 생명임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만약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생각해봐야 할 조건이 있다. 현재의 기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하는 조건이다. 다시 옐로우나이프로 향하는 출발점에 서게 됐을 때, 전자라면 당연히 비행기를 택할 테지만 후자라면 우리는 지난 여행과 똑같은 길을 걸어갈 것 같다. 그래서 그 끝이 더 찬란하게 빛이 났음을 나는 안다. 세 단어로 알아보는 캐나다 1. 옐로우나이프 오로라는 북극과 남극에서 모두 볼 수 있지만, 북위 60~80도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일년 내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60~70도 지 역을 오발(oval)이라고 하는데, 옐로우나이프가 딱 북위 62도에 해당한다. 옐로우나이프는 오발 지역에 속하는 지역 중 정기 항공을 운행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옐로우나이프에서는 오로라 관측 외에 개썰매, 설피, 스노모빌 등도 체험할 수 있다. 2. 오로라 오로라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1621년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Aurora,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옐로우나이프에서 겨울 오로라를 보기에 적합한 시기는 11월에서 4월까지다. 이때 옐로우나이프에 사흘을 머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5%에 이른다. 3. 가는 길 인천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하여 캘거리 또는 에드먼튼을 경유하여 옐로우나이프로 이동해야 한다. 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 구간을 매일 직항으로 연결(9시간 50분 소요)하며, 한국에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옐로우나이프까지는 대기 시간을 표함해 1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동물 이야기를 좋아할까? 옛이야기, 전래동화에는 왜 그렇게 동물 이야기가 많이 등장할까? 우선 동물은 사람이 아니면서 살아있는 존재다. 사람처럼 생명을 가졌고 움직이고 때로는 감정과 정서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은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정도가 다른데 어릴수록 정서적 동일시의 폭이 더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화 속 동물의 등장에 아이들이 진짜 환호하며 반짝이는 두 눈으로 몰입할 수 있는 진짜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 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지만 결코 사람일 수 없다. 즉, 언제든 적당한 거리 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이 동화 속 동물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특히 동화에 깊이 빠지는 나이 때의 아이들이 가지는 심리적 불안감, 죄책감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동물이라는 것이 흥미로운데 이는 본격적인 오이디푸스기에 들어가는 3세부터의 아이들이 드디어 동화의 재미를 알게 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때로는 엄마를 죽이고 싶다거나 아빠를 사라지게 했으면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품게 된다. 물론 그것은 입 밖으로 뱉어지지 못하고 의식의 물 위로 올라오지도 못한다. 동생이나 손위 형을 둔 아이들 역시 매우 치열한 동기 간의 갈등을 느끼는 시기가 이때인 데 이 문제 역시 본격적으로 의식 위에 올리기에는 두려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때의 훌륭한 도피처가 동화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동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은 자신을 대신해 계모를(그러나 사실은 자신의 친모를) 혼내주기도 하고 또 때로 는 아무것도 못하는 주인공을(그러나 사실은 자신을)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산속의 왕으로 군림하는 호랑이를(사실은 자신의 아버지를) 성장한 주인공이 죽이는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하니 이보다 안전한 ‘복수’의 현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래동화 속의 동물들은 이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상징적 의미들을 갖게 되는 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호랑이’는 특히 매우 다양한 의미로 읽히는 대표적 이야기 소재다. 먼저 ‘호랑이’는 맹수로서의 무서운 호랑이 모습도 있지만 보통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도와주고 곤란을 해결해 주는 신격화된 모습부터 아예 인간처럼 욕심을 부리고 질투하고 남의 것을 뺏는 모습까지 나타내기도 한다. 국내의 융(Carl Gustav Jung) 연구자들은 호랑이 상징이 이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새로운 성장, 어머니, 시작, 창조와 파괴, 우주, 성장, 보살핌, 모성, 피난처, 태양, 신성성’ 등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모성, 보살핌’ 부분인데 이는 신격화된 호랑이의 모습을 ‘도움, 양육, 생명력’ 등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무서운 맹수로 심판하고 징치하는 신의 모습 보다는 좀 더 자애로운 보살핌의 신으로 호랑이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요구하는’ 신의 모습이 무서운 존재에서 점차 따뜻하고 품어주는 존재, 의지하고 싶은 존재로 바뀌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옛이야기 속에는 이렇게 보살피고 도움을 주는 호랑이 이야기가 아주 많다. 잠깐 들여다보자. 혼자가 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며느리도 전쟁에 나간 남편의 소식이 끊겨 과부로 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다시 시집을 가라는 친정의 부추김에 솔깃해 시집을 갔다. 그러나 시집 간 날 밤 며느리는 예전 시아버지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데 그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호랑이를 타고 다시 돌아온 며느리는 어느 날 시아버지의 저녁상을 차리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 나가보니 밖에는 전사한 줄 알았던 남편이 있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남편을 업어 온 것이다. 이외도 호랑이가 어느 효자를 등에 태워 다니며 그의 거동과 시묘살이를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에서 나타난 호랑이는 약탈, 강탈, 욕심, 죽임, 잔인, 교활 등으로 부정적 의미의 호랑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당시의 지배자, 탐관오리 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적 측면에서는 일부, 강함, 지배, 절대자 등의 의미로 법과 질서를 대변하는 ‘부성(父性)’으로 읽히기도 한다. 또 주목해 볼 부분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에서의 호랑이다. 이 호랑이는 지금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전래동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1927년부터 ‘신민(新民)’이라는 저널에 ‘조선민족설화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채집 설화들을 소개한 손진태에 의하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넘어서서 치마, 저고리, 바지, 속적삼 순으로 모두 뺏기고 나신으로 남은 어머니가 결국 팔과 다리까지 차례대로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온다(日 月傳說). 이것은 성적 착취자인 호랑이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체 분해’라는 과정을 통해 힘겨운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도 있다. 다시 말해 어린 네 아이를 키우는 간난신고의 삶 속에서 자신을 옭아매던 현실을 벗어나 또 다른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은 어머니의 소망이 담긴 것이 바로 호랑이라는 이야기다. 동화 속에서 어머니를 죽이고 아이들을 찾아와 어머니 흉 내를 내는 호랑이를 아이들이 계속 ‘어머니’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실제 아궁이 앞에 앉아 밥을 하는 호랑이를 계속 ‘어머니’로 지칭하는 동화 속 화자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가능하다.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동물은 소다. 특히 아이들이 거의 모두 알고 있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에도 소가 등장한다. 여기게 등장하는 소는 특히 ‘암소’로, 주인공인 신데렐라나 콩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타나 밭일을 돕는 등 곤란을 이겨내는 도움과 힘을 주는 존재다. 보통 전래동화 속 ‘소’는 우직함, 성실함, 신뢰, 평화, 제례의식 등의 상 징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암소’라는 부분이다. 콩쥐팥쥐에서도 보이지만 이 암소는 보통 죽은 어머니의 환생적 존재로 얘기되고 실제로도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소’ 또는 ‘암소’는 모성, 생산력, 어머니 등으로 직접 상징되기도 한다. 또한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특별히 ‘태모’로서 더 근원적이고 원형적인 의미로 소 상징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래동화 속 ‘소’는 여자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돕는 존재로도 많이 나타나는 데 신데렐라나 콩쥐가 새엄마에 의해 강요받는 ‘노동’들이 보통 밭을 갈고, 콩이나 잡곡을 골라내고, 물을 기르는 등 전래로 여성의 노동을 표현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동화 속 주인공들 중 남자아이들의 성장이 보통 집을 떠나 갖은 모험과 위험을 이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는 데 반해 여자 주인공들은 콩쥐, 신데렐라의 경우처 럼 힘겨운 가사 노동을 하나하나 이겨내는 줄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그림동화 중 ‘홀레 아주머니’ 속 주인공이나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이야기에도 대부분의 여주인공들은 빵을 굽고, 빨래하고 물을 기르는 노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문에 이런 과정을 돕는 존재로 태고 때부터 생산력과 모성의 존재로 상징되는 ‘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전래동화는 물론 신화, 민담 등에는 이 외에도 매우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물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수신(水神)’으로 얘기되는 용을 다룰 때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마음이 곧 이치다. 마음이 이치라고 말한 사상가가 있습니다. 그의 철학을 심학(心學)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미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지요. 그러니 마음을 살피면 누구든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고 윤리적 인간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가 바로 왕양명입니다. 그는 심즉리(心卽理)를 말했습니다. 마음이 곧 이치이자 진리, 마음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고 마음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 다. 왕양명은 심즉리를 말하면서 주희가 말한 성즉리(性卽理)를 부정했습니다. 외재적인 진리, 타율적 도덕을 거부하고 내재적인 진리 즉, 자율적인 도덕을 주장했는데 사상사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인물이지요. 살아 있는 인간 마음 안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다하면 군자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왕양명은 구름 위의 진리가 아니라 땅 위의 진리, 성인만의 진리가 아니라 모두의 진리, 사람 밖의 진리가 아니라 사람 안의 진리를 말한 사람입니다. 그의 심즉리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기 전에 주희의 성즉리 이야기를 좀 해보지요. 주희는 인간의 마음을 성(性)과 정(情)으 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인간의 마음과 활동은 대부분 정(情)으로만 드러난다고 했 지요. 정은 말 그대로 감정입니다. 희노애 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같은 칠정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데 악하게 드러날 여지도 많고, 제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욕심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인간의 마음 중, 정(情)이란 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성(性)도 있습니다. 성은 인간의 마음 안에 있는 순수한 본 성으로 태어날 때 하늘에게서 선사받은 것이죠. 또 여기저기 우주 안의 다른 사물 안에서도 내재되어 있다고 주희는 말했습니 다. 순결한 이치가 담겨 있고 순선한 것으 로서 인간의 마음 중에 이 본성으로서의 마 음이 중한 것이고 어떻게든 잘 지키고 마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어요. 보통의 인간은 정으로서 드러나기 쉽고 칠정에 휩싸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성을 봐야 하고 성을 부여잡아야 하는데도 말이죠. 성과 정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해보지요. 쟁반 위에 물이 있고 물 안에 구슬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물이 흐려서 구슬이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수양의 경지가 높은 사람은 물이 맑아 영롱한 구슬이 잘 보이는데 그 영롱한 구슬이 바로 성이라는 것이죠. 탁한 물은 인간의 욕심과 감정이고요. 영롱한 구슬과 같은 성은 마음의 순수한 본체이고 그것이 바로 이치이고 진리입니다. 그 성을 잘 찾아야 하는데 내 마음을 보고 바로 그 성을 직시하기가 쉽지 않으니 밖으로 인식의 창을 열어서 사물 하나하나의 이치를 궁구해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순선한 본체이자 우주적 진리인 그 성이란 게 보인답니다. 주희가 만든 성즉리의 성리학이 이렇게 진리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데 왕양명의 심즉리는 간단합니다. 그냥 마음이 곧 리(理)입니다. 왕양명은 마음을 성과 정으로 분리해서 보지 않습니다. 마음 안에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것이 바로 리가 아니라 그때그때 사물과 사태를 접할 때 드러나는 마음 안에 있는 것이 바로 이치라는 것이죠. 주희에 비해 진리에 다가가는 진입 장벽이 정말 낮은데요. 안 그래도 왕양명의 철학은 사대부만이 아니라 상공인을 비롯한 사회 하층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요. 엘리트주의와 거리가 멀고 교육과 문화의 수혜자들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제자 서애가 물었습니다. “부모를 섬기는 효도, 임금을 섬기는 충성, 벗과 사귀는 믿음, 백성을 다스리는 어짊 등 그 사이에는 수많은 이치가 있으니 그런 이치들을 반드시 알고 숙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스승 왕양명이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그러한 학설의 폐단이 오래되었으니 어찌 한마디 말로 깨우칠 수 있겠는가. 우선 그대가 질문한 것에 나아가 말해보자. 가령 부모를 섬기는 경우 부모에게서 효도의 이치를 구할 수 없고 임금을 섬기는 경우 임금에게 서 충성의 이치를 구할 수 없으며 벗과 사귀고 백성을 다스리는 경우도 벗과 백성에게서 믿음과 어짊의 이치를 구할 수 없다. 모두가 다만 이 마음에 있을 뿐이니 마음이 곧 리( 理 )다. 이 마음이 사욕에 가려지지 않은 것 이 바로 천리( 天理 )이니 밖에서 조금이라도 가져와 보탤 필요가 없다. 이 순수한 천리의 마음이 부모를 섬기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효도고 임금을 섬기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충성이며 벗과 사귀고 백성을 다스리는 장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믿음과 어짊이다. 다만 이 마음에서 인욕을 제거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데 힘쓰기만 하면 된다.” 부모를 모실 때는 효, 임금을 섬길 때는 충, 벗과 사귈 때는 믿음, 백성들을 다스리고 할 때 어짊 등 그때그때 지켜야 할 도덕 원리들이 있습니다. 추상적인 도덕원리 말고도 세부적인 절목과 구체적인 규범들도 있을 것인데 왕양명은 그다지 그런 원리와 규범들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했습니다. 내 마음만 다하면 됩니다. 모두 마음일 뿐입니 다. 인(仁)이고 충성이고 신의고 어짊이고 효이고 모두 그때그때 사욕에 물들지 않은 마음이 발현되어 나온 것뿐이니 세부적인 절목에 집착하거나 얽매이면서 스트레스 받을 것 없습니다. 사적 욕망을 물리치고 내 본연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매사에 비추어내면 절로 효와 충, 신과 인을 구현할 수 있으며 예의범절 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가령 여름에는 저절로 시원하게 해드릴 방법을 찾을 것이며 겨울에는 저절로 따듯하게 해 드릴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심외무사(心外無事) 즉, 마음 밖에 일 없고 심외무리(心外無理) 즉, 마음 밖에 다른 진리 없습니다. 오직 내 마음 안에서 구하면 됩니다. 양능(良能)과 양지(良知) 맹자는 성선을 말했지요. 즉 인간 본성은 선하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인간에게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양능(良能)과 생각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양지(良知)란 게 있다고 한 것입니다. 각각 선천적인 도덕 원동력과 선천적인 도덕 인식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왕양명은 이 둘을 합쳐서 양지(良知)라고 했습니다. 마음은 자율적으 로 시비(是非), 호오(好惡) 판단을 할 수 있고 이치를 드러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양지인 것이죠. 마음이 양지이고 인간은 모두 마음이란 게 있는데 그 양지란 것은 누구든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다하면 신분과 학력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든 도덕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인데 성선을 말하며 인간의 긍정성을 말한 맹자 의 입장을 더 크게 밀고 나간 것이죠. 그래 서 맹자를 계승해 강한 도덕주체, 거대자 아를 확립한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전 맹자보다는 공자를 우선 이야기하고 싶네요. “어짊이란 게 멀리 있느냐. 내가 하고자 한다면 곧 인은 이르는 것이다.” _술이편 30장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게 아니다.” _위령공편 29장 긍정성을 가장 먼저 말한 사람,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 모두가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사람, 호학과 위기지학을 말하면서 대상화되지 않는 공부, 수단에 한 정하지 않고 삶 그 자체이며 즐거운 일상이 되는 학문을 말한 사람이 공자입니다. 왕양명을 말할 때는 바로 공자를 먼저 말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인간 마음만을 긍정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맹자와만 연관 짓는 것은 왕양명의 문제의식을 너무도 좁게 이해하는 것인데 맹자보다는 공자와 더 많이 연관되고 공자적 문제의식을 밀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자와 왕양명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공자 이전에 덕(德)이란 것은 주로 지배계 층이 쌓아야 할 것이었고 학문은 가문 내에서 비전(祕傳)의 형태로 많이 전수되었으며 군자라는 것은 철저히 신분, 혈통적인 의미였지요. 군(君)의 자(子)는 말 그대로 임금의 아들들, 요샛말로 하면 금수저, 통치계층이란 의미였는데 그것을 공자는 도덕 수양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면서 누구 든 열심히 공부를 하면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자는 유교무류(有教無類)라고 하면서 배움의 문을 누구에게든 활짝 열어놓았는데요. 사실 왕양명의 심즉리와 양지라는 것도 사실 어쩌면 공자적 문제의식의 부활이며 계승일지도 모릅니다.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성인이다. 주희는 진리에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성즉리는 진리를 저위 구름 위에 올려놓았고 다분히 신분 차 별적 요소가 있으며 그가 말했던 규범은 당위로서만 제시되고 타율 도덕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왕양명은 주희가 구름 위로 올려놓은 진리를 땅 위로 가지고 내려와 누구든 접근이 가능하고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놓았지요. 왕양명은 모든 인간의 마음 안에 리가 있다고 했고, 저잣거리의 모든 사람이 요순이라고 했는데 주희로 인해 공자적 전통에서 다소 벗어난 유교의 가르침을 다시 공자에게로 돌려놓은 셈이라 할 수 있지요. 누구에게나 학문의 문호를 열어놓았고 누구든 군자가 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했는데 왕양명은 누구든 요순이라고 했습니다. 전 그래서 왕양명을 논하고 이야기할 때 공자의 제자임을 우선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텍스 트 전습록을 보면 더욱 공자와 비슷한 점이 보입니다. 논어와 전습록 “자하가 말했다.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하게 하고 절실히 물으며 가까이에서 생각을 벼린다 (子夏曰:「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주희의 텍스트 근사록(近思錄)이 바로 자장편 6장의 말에서 나왔다면 왕양명의 텍스트 전습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하루에 세 가지 사항으로 날 반성하 는데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을 다했는가? 벗과 사귈 때 믿음이 있었는가? 스승이 전해준 것을 충분히 익히지 않았는가? (曾子曰:「吾 日三省吾, 為人謀而不忠乎?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전수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傳不習 乎)? 여기서 바로 전습록이란 텍스트의 이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학이편 3장이 증 자에 말에서 기원한 것인데 전습록의 주인 공은 왕양명이지만 전습록의 저자는 왕양명이 아닙니다. 그 책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과의 공동 저작이지요. 전(傳), 전해주려 애쓰는 스승과 역시나 습(習), 익 히려 애쓰는 제자들 간에 쌍방향 커뮤니케 이션 어록집이 바로 왕양명의 전습록인데 논어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논어(論語)는 논(論)하고 어(語)한 것 아닙니까. 어(語)는 단순히 말하다가 아니라 답하다. 즉,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논하고 그랬던 공자학 단 학문공동체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 게 논어지요. 논어라는 공동저작물 의 원조는 요샛말로 하면 리얼리티쇼라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사실성이 보이는 고전인데요, 전습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장면이 웹툰의 한 컷 같기도 하고 무대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논어를 보면 공자와 말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제자들이 단순히 제자가 아니라 등장인물 같고 정해진 역할과 부여받은 캐릭터가 있는 배우들 같은데 전습록도 그러합니다. 전습록도 보면 제자들의 존재감이 대단하지요. 주희 같은 경우 근사록과 주자어류(朱子語類)를 보면 제자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주자의 권위가 너무 강하다 보니 제자들의 색과 개성이 안 보입니다. 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스승에게 이것저 것 중구난방식으로 묻기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없고 사람 냄새가 안 나는데, 전습록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선생과 학생이 계속해서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렇 게 해서 만들어진 공동체의 어록집이 전습록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선생과 교육자로 서의 모습이 진하게 드러날 수밖에요. 공자께서 곡을 하신 날에는 왜 노래를 부르지 않으셨나요? 맹자의 중(中)을 잡되 헤아림이 없다면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도는 하나일 뿐이지만 옛사람이 도를 논한 것은 종종 같지 않습니다. 도를 구하는 데도 어떤 요점이 있나요? 어떤 사람이 밤에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지적이고 철학적인 토론, 역사적 주요인 물에 대한 논평, 무거운 학문적 주제. 공인 된 유가경전(儒家經傳) 자구에 대한 질문 만이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 개인적인 고민, 삶의 현장성이 보이는데 정말 별걸 다 묻고 별걸 다 대답하지요. 그 장면을 하나 하나 뽑아보노라면 왕양명의 눈에 띄는 면모가 있습니다. 바로 상담가로서의 면모입 니다. 상담가로서의 역할은 교육자에게 중요한 것이 아닐수 없습니다. 다음 시간엔 그와 제자들 간의 문답을 보면서 상담가 왕양명 이야기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창문여자고등학교는 ‘선진형 교과교실제’ 를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교예요. ‘선진형 교과교실제’란 학생들이 각 교과교실로 직접 찾아가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이동수업인데요. 층마다 각 교과에 특성화된 교실과 학습 자료들이 구비되어 있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실제로 교과교실제는 2019학년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해요.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저희 학교는 2009년부터 교과교실 제를 시행하며 우려되는 부분을 미리 겪어 보고 개선해온 교과교실제에 대비된 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학교를 다니면서 이동수업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느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불편한 점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제 이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교과교실제 불편하지 않나요? 아니요! 저도 창문여고에 입학하고 교과 교실제를 몸소 체험해보기 전에는 ‘이동수업을 하느라 피곤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했는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창문여고의 제도와 여러 편의시설을 보자 이런 걱정은 바로 사라졌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을 위해 이동거리와 이동횟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블록타임제(block time : 2시간 연속수업)가 있는데요. 한 과목을 두 시간 연달아 들음으로써 선생님들도 더 알차고 전문적인 수업을 진행해 주시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공부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져요. 쉬는 시간에 다음 교과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을 학습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 과목의 층마다 벽면에 영어 단어나 국어 속담, 수학 공식 등이 적혀 있어요. 또 본관 계단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쓰여 있어 자투리 시간 활용에도 도움이 돼요. 그 외에도 학업으로 지친 학생들을 위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하늘공원과 용모를 단정히 할 수 있는 파우더 룸, 뜨끈한 온돌과 책이 있어 쉬는 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오는 온돌 열람실이 있어요. 복도에 그날의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전자게시판도 있어 이동할 때마다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해요. 마지막으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창틀에 숨어있는 난쟁이 인형과 오리 모형 등의 소소한 재미까지! 이 정도면 오히려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 창문여고 학생들이 예법실에서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 교과교실제를 하면 친구들과 이야기 할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나요? 저도 제가 막 창문여고에 입학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요. 과목 시간 시간마다 교실을 이동해야 하고, 분반 수업을 하니까 친구들과 떨어져 있을 때도 많고...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반 친구들끼리 단합을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들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반 친구들과 한복을 입고 예절 교육을 받았던 예법 수업은 친구들끼리 아직도 이야기를 나눌 만큼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또, 토요일에 학교에 나와서 반 대항으로 소규모 체육대회를 하는 ‘토요 스포츠데이’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도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요.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봉사, 과학 실험, 잡지 만들기 등 동아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서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곤 해요. 더불어 진로 희망이 같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같은 친구들끼리 모여 직접 만든 상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생기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는 외부 활동이 참 많아요. 외부의 큰 체육관 시설을 빌려서 체육대회를 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신나서 하루종일 열심히 뛰어 놀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저는 어색했던 친구와도 친해지게 되었어요. 또, 동아리 발표회도 큰 강당이 있는 곳에서 하는데, 일 년 동안 친구들이 준비한 활동들을 관람하고, 뮤지컬, 연극, 댄스부, 오케스트라부 등 친구들의 공연을 즐기다보면, 각자 가지고 있던 일 년이라는 시간의 조각들 이 모여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지요.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이렇게 많은 활동들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 이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어때요? 이제 조금 걱정이 덜어졌나요?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에요. 혹시 거점학교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거점학교’란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제2외국어 등 특정 분야의 집중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지정한 학교를 말해요. 저희 학교에는 그 중에서도 ‘미술 거점학교’가 개설되어 있어요. 뛰어난 실력을 겸비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의 전공에 따라 미술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요, 창문여고 학생뿐만 아니라 타 학교 학생들까지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이렇게 저희 학교는 미술 거점학교, 또 펜싱 선수단 학생들을 위한 시설, 예체능 연습실 구비, 예체능 학생들을 위한 장비 마련 등을 통해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도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창문여고 스포츠데이. 학생과 교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영현 창문여고 교장선생님 인터뷰 Q 교과교실제를 시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교육의 주체를 교사에서 학생으로 바꾸고자 시작하게 되었어요. Q교과교실제를 도입하기 전후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A교과교실제 도입 전에는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행정 위주, 선생님 중심의 수업을 했어요. 그래 서인지 당시에는 교과의 전문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은 획일적 교육이 진행되었죠. 하지만 교과교실제 도입 이후 교과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이 향상되었고 교과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Q축제, 체육대회 등 학교행사를 외부에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학생 복지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행사를 외부에서 크게 진행하게 되었어요. 몇 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문화 행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자긍심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교우 간의 친밀감 형성에도 도움이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어요. 놀 때와 공부할 때를 구분하는 당당하게 즐기는 창문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뿌듯하 네요. Q학생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학생참여를 중점으로 프로그램들을 구성하고 계획해요. 일례로 학교 규정을 완화시켜 학생들 스스로 교칙을 지키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자치법정을 시행하고 있어요. 또한, 학교의 일원으로서 교직원 회의에도 학생회가 참석하여 교사와 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어요. Q 예법실을 통해 학생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예법 실 교육을 통해 사람됨을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차 동아리인 ‘다향’, 오케스트라반의 ‘향상 음악회’, 미술반의 ‘등공예’, ‘토요 스포츠데이’ 등으로 인성 교육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Q ‘혁신을 선도하는 행복 교육의 터전’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행복 추구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이유를 알고 교사는 그런 학생을 가르쳐 보람을 느낀다면 서로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우리 학교는 이런 혁신을 추구하고자 모토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어요. Q 창문여고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어떤 일을 하든지 매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의식과 따뜻한 인성을 겸비한 멋진 창문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라오스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메콩강이다. 중국 청해성에서 발원해 운남성을 지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4,180km의 세계 12번째인 메콩강은 라오스 서쪽 지역의 북부부터 남부 끝까지 흐르면서 중국,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와 국경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산에서 발원한 압록강이 신의주까지 와 서해 해안선을 따라 남포, 해주, 인천, 고창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가 보성 앞바다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이 강을 따라 평야가 발달하고 도시와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메콩강은 라오스의 젖줄과도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필자가 13번 국도를 따라 라오스 중부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서남단의 참파섹 주까지 700여 km를 가면서 바라본 메콩강은 모든 강의 어머니라는 뜻처럼 한없이 자애로웠다. 11월이 건기임에도 풍부한 수량으로 때로는 도도히, 때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은 가난한 나라에서 탈출하겠다는 라오스의 비장한 각오와 절박함과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고 포근해 보였다. 라오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정식 명칭인 사회주의국가 라오스의 제1과제는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의 상징인 계획통제경제는 이미 시장경제에 자리를 내 주었다. 그래서인지 조그만 마을에도 활력이 넘쳤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아낙네들의 끈질김과 간절함은 마치 우리의 70~80년대를 보는 것 같았다.불도 꺼지고 인적도 거의 없는 늦은 밤에도 거리의 한켠에서는 장사를 하고 있어 이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치열함을 실천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49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인구 약 710만 명의 동남아시아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그들의 50%가 20세 이하이며 33%는 15세 아래로 추정되는 젊은 나라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궁금해진다. 지구촌 다른 한편의 교육공동체가 품고 있는 교육에 대한 고민과 희망은 라오스의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는 창이며 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다. 교육은 라오스 경제발전의 또 다른 초석 학교 방문과 교사, 교육관료 등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라오스가 국가발전 전략에서 교육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에 가장 절실한 것이 외부세계로부터의 원조와 투자 유치이지만 이를 내부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은 인적자원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의 시대를 이끌어 나갈 재능 있는 인재와 그들이 만든 미래사회에서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기여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평범한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었다. 수월성과 평준화 교육을 적절히 혼용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정기적인 시험을 통해 학업 우수학생을 찾아내고 이들을 주 단위에서 한 번 더 걸러낸 뒤 전국적 시험에 내보내 시상하고 격려하는 한편,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전자의 예라면 초등에서 읽고 쓰기 교육을 강화하면서 점차 중·고등학교 진학률을 높여가는 정책은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지표상으로 볼 때 라오스의 교육은 서서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15년에는 공식적으로 ‘초등교육의 전국적 균질실행 계획’이 완료되었다고 선언했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관계없이 라오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질적 차이가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완료했다는 뜻이다. UN이 2015년까지 달성을 제시한 새천년개발목표(MDG)의 초등 취학률 90%도 이미 2012년 달성했고 현재는 지속가능한발전 목표(SDG)와 연계, 교육의 내용 개선을 통해 라오스 국민을 보다 더 질 높은 전문가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취학율의 100% 달성을 넘어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 교육의 난제 - 49개 민족, 3분의 2가 시골 거주 라오스 교육당국의 선언과 발표는 통계 자료상이나 큰 틀에서 볼 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시설과 같은 학교 인프라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호아이라(houayla)초등학교는 수도 비엔티엔에서 버스로 1시간 떨어진 시골마을에 있었다. 5개 교실과 교무실을 갖춘 단층의 이 학교는 민간단체인 한국-라오스 친선협회가 2년여의 준비과정과 공사를 거쳐 새로 지어 넘겨준 것이다. 교장선생님과 교사의 안내로 교실과 교무실을 둘러보았다. 가지런한 책상과 의자, 책가방, 칠판 좌우에 붙은 시간표와 아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한 교실은 ICT 장비와 에어컨만 있다면 우리의 교실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학교 사정은 달랐다. 학교기증을 위해 이 학교에 온 한국-라오스친선협회 오명환 회장은 “이전의 학교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시설도 매우 낡아 불편했지만 재정적 한계로 개축이나 신축을 할 수 없어 우리에게 원조를 요청해 왔다”면서 “이 학교를 라오스에서 으뜸가는 학교로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도서관, 진입도로, 운동장, 놀이터, 우물설치를 지원하고 장학금 지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오스 교육당국도 부족한 학교 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거나 물품을 원조 받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이 학교의 기증식에도 교원, 학생은 물론 교육청 담당자, 지역의 주요인사, 학부모들이 나와 행사에 참여하고 좀 더 좋은 환경의 학교를 가지 게 되었다는 데 매우 만족해하고 고마워했다. 라오스 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9개 민족’과 ‘인구 2/3의 시골거주’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49개 민족의 존재는 라오스가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농촌 등 시골지역 거주 인구가 많다는 것과 맞물려 교육당국이 풀어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즉, 수많은 자연부락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인종적으로 서로 다른 국민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봉착한 문제인 셈이다. 라오스가 학교에서의 공용어를 다수 민족이 쓰고 있는 라오어로 하고 있지만 통계에 따르면 47%의 학생은 집에서는 이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용어가 80여 개의 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라오스 학생의 반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당국도 이의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읽고 쓰기 프로그램(literacy program)을 강조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이를 통해 학생들 이 공식 언어인 라오어에 자신감이 붙으면 학습에 대한 흥미와 열의도 같이 높아져 간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또 하나가 소그룹학습을 장려하는 것인데, 이것은 학습단위를 작은 모둠으로 나누면 학생들간 접촉 기회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도 일어나 소수 민족 출신도 수업에 적극적이 되어 언어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학교시설 개선의 여력이 없는 것도 시골 인구가 많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83만여명 의 초등학생이 전국의 8,800여개 학교에 흩어져 있고 그 중 2,700여개 학교는 교사 1, 2명이 배치될 정도로 소규모이며 길도 변변치 않는 오지에 있다. 교육당국이 초등교육의 전국적 균질화를 추구한 이면에는 이러한 민족적 지역적 교육격차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학생중심수업, 그러나 상명하달(TOP-DOWN) 방식의 교육 거버넌스 한 나라의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라오스에서 교육자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라오스의 교육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 라오스는 “스승은 또 다른 부모다”는 말을 쓸 정도로 전통적으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 나라다. 교사를 학위와 경력, 업적에 따라 대우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의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호아이라초등학교 방문 때 필자가 만난 20대 후반의 여교사도 매우 친절하면서 품위와 절도가 있어 보였다. 아이들은 물론 지역주민과도 잘 어울렸고 그들도 여교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을 보고 교사가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열정과 사명감이 넘치는 교사도 정부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라오스는 1999년의 교육개혁을 통해 교사는 학생중심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수업의 매니저이자 촉진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여러 단계의 위계질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여전히 탑다운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개혁의 방침대로 교사중심, 암기위주의 수업을 버리고 학생활동을 지원·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정해 준 수업계획서에 따라 수업하고 성과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중심보다 교사중심의 수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 위계질서가 오히려 교사의 자율과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라오스 아이들 - 교실에 피는 희망의 꽃 라오스는 초등학교도 졸업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통과하면 지역단위에서 인증서를 준다. 유급제도도 있다. 시험이 학생 자신의 지식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기회도 되며 장래성있는 학생을 격려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재능있는 학생을 위한 특별학급 운영도 할 수 있으며 전국최 우수학생선발시험도 있어 지역단위와 주단위에서 학년 초에 선발하여 참여시킨다. 교육의 질 향상을 추구하면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하자 사립학교도 우후죽순처럼 늘어 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인적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수준에 접근하는 교육을 추구하면서 경쟁상대도 아세안(ASEAN·동남아 시아국가연합) 국가로 높였다. 대내적으로는 사회경제 발전에 따라 요구되는 인력을 양성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시장을 두고 장차 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래저래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것이며 정부가 교육제일주의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가고 있는 것이다. 남부 볼라벤 고원에 있는 KM5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학교를 가득 채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정부의 열정, 교사의 열의, 학생의 열심이 한데 모아져 뿜어 나오는 에너지였다. 교실과 운동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맑은 눈과 밝은 웃음 너머로 라오스의 미래가 희망의 꽃으로 다가 왔다.
피톤치드 과정중심평가연구회를 만난 것은 순전히 착각 때문이었다. ‘피톤치드’라는 말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찾아다니는 교사 힐링 모임으로 알았다. 그런데 뒤에 따라 붙은 과정중심평가연구회라는 단어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뭘 하는 곳이지? “가끔 헷갈려 하는 분들이 있어요. 피톤치드는 Feedback your ton Cheer up your dream이라는 영문의 머리글을 조합한 약자입니다. 교과별 성취 수준(your ton)에 맞는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 수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Cheer up your dream) 학생참여형 과정중심평가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이라는 의미죠.”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울산 녹수초 신동철 교사는 지난 2015년 3월 서열 중심의 학생 평가 방법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에서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지식만을 넣어주는 전달자가 아니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처럼 뭔가 살아있는 교육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들끓는 열정도 잠시, 막상 평가 방법을 개선해 보자고는 했지만 과정중심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뭔가 롤모델이 필요했다. 연구회 교사들은 과정중심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을 수소문했다. 경기도 일대를 뒤진 끝에 몇몇 학교를 찾아냈고 틈나는 대로 현장을 방문,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했다. 어떻게 하면 수시평가, 상시평가 등 새로운 방법이 학생들에게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교사들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우선 학년 부장들이 나섰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교사 연수를 시작하고 평가지를 만들어 새로운 평가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전체 교사들이 참여하는 연구회가 탄생했다. 연구회 활동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전문성 향상이다. 교사들은 주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과정중심평가 전문가를 초빙해 자발적인 연수를 진행했다. 또 집단지성을 통한 연구회 활동에 중점을 뒀다. 학년별로 관찰법, 체크리스트, 산출물 평가, 서술형평가,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를 적용해 보고 장단점을 분석한 뒤 개선 방 안을 찾아나갔다. 신 교사는 “각 교과별로 유기적인 연계가 중요한 만큼 교사들의 자발 적인 협력이 필요했다”며 “전체 교사가 하나의 학습공동체를 이룬 것이 무엇보다 큰 의 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협동학습, 하브루타 학습을 중심으로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수업 협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수업 공감day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전개했다. 수업 공감day란 매주 금요일마다 학년별로 한 주간의 과정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스스로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종의 동료평가다. 교사 상호 간 수업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 방법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연구회는 또 기능중심, 협력중심, 산출물형 평가 등 수행평가를 학년별로 적용해보고 평가기준안과 평가 자료 개발 및 보완에도 힘을 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려졌다. 우선 지필고사를 보지 않아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줄어들었다. 대신 수업 과정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은 더 높아졌다. 연구회에 참여한 한 교사는 “시험이 없어서인지 학생들의 부담감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고 과정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토론도 하고 소통도 할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제중심의 달라진 수업방식도 아이들에겐 흥미롭다. 예컨대 배려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도덕, 국어, 미술 수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운영된다. 도덕 시간에 배려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면 국어 시간에는 이를 주제로 학생들이 토론하고 느끼는 바를 적는 글쓰기 과정이 진행된다. 이어 미술 시간에는 배려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를 해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과목 수업이 토론과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참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수업 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교사들도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 중심 수업으로 전환돼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들을 내놨다. 사실 처음 과정중심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었다.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들면 점수와 석차부터 확인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터라 성과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공부는 결과보다 과정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집에서는 몰랐던 자녀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교사들은 귀띔했다. 다만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교재연구와 수업준비, 생활지도, 쏟아지는 공문들을 처리하고서야 짬을 내 연구 활동을 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회의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휴일도 반납해야 했다. 그래도 교사들은 자신들의 희생과 노력이 우리의 교육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 지 않았다. 신 교사는 “수업활동에서 학생들의 기능과 태도를 평가하고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수시로 실시,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인 것이 큰 성과”라며 “안내자로서 또는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에 대한 다양한 제도적·사회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창구가 아닌 지식·창의·인성교육과 함께 생활지도, 사회복지 및 학령기 아동에 대한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역할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규정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소 억울한 측면의 징계의결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총에서는 2017.3.24,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의 개정을 통하여 직무와 무관한 비위로 인한 경우 징계 감경 또는 제외가 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선생님들의 신분보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상황에서 징계를 받고 있고, 단순히 징계 면에서 드러난 효과만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습니다. 실제 징계는 징계처분의 명칭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효력뿐만 아니라, 신분·복무·보수상 불이익이 수반되며, 징계에 따라 퇴직급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과 적극적 이의 제기가 필요합니다. 1월호에서는 인사혁신처에서 발간한 ‘2014 소청 및 고충심사 업무편람’을 기초로 최신 법령 개정 사항을 반영(2017.12.12 기준)한 각 징계처분별 신분·복무·보수·퇴직급여상 효력에 대하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 배제징계 2. 교정징계 ※ 강등처분은 2009.4.1. 이후 발생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처분 가능 ※ 금품·향응수수, 공금 횡령·유용에 따른 징계처분의 경우에는 승진임용제한, 승진소요 최저연수 제외, 승급제한 등 기간에 3개월을 가산하여 불이익 부과 ※ 일정기간(강등 9년, 정직 7년, 감봉 5년, 견책 3년)을 경과하면 처분기간을 제외한 승급제한기간은 승급기간에 산입 3. 직위해제 처분 ※ 관련 근거법령 및 참고조항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직위해제의 요건으로 ‘직무수행능력 부족’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수준에 이르러야 하나요? A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의 규정에 의한 직위해제 처분은 임용권자의 주관적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고 남용될 소지도 있으므로 요건이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대법원 판례 에 의하면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직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 하게 부족한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직무수행 능력 부족 또는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한 직위해제 처분이 적정한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직무상의 의무 위반 등의 징계사유와 구별되는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러한 사실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인정될 수 있는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반복적·누적적으로 존재하였는지,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였는지 등이 명확하게 입증되야 합니다. Q 운전 도중 신호 위반으로 다른 차를 충돌하여 상대차량 탑승자 2명이 각각 전치 4주와 3주 진단이 나오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위 사건으로 검찰청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약식 처분하여 벌금 250만 원으로 공무원범죄처분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이 경우에도 공무원 신분상 징계를 받나요? A 공무원이 「교통사고특례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비위의 정도나 과실 여부에 따라 징계사유에 해당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에 해당됩니다. 수사기관이 통보한 공무원 범죄 사건은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합니다. 검찰청의 공무원범죄처분결과 ‘구약식’ 처 분의 경우 「공무원 비위사건처리규정」 제4조(수사기관이 통보한 공무원 범죄사건 처리기준) 제3호의 기소유예, 공소제기 등과 같이 혐의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되며, 이를 통보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동 규정 별표 1~3 규정에 따라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를 하여야 합니다. 다만, 징계의 양정은 한국교총의 강력한 요청으로 2017.3.24,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어, 직무와 관련 없는 사고일 경우 정상을 참작하여 징계를 감경하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과실로 인한 비위 중 직무와 관련 없는 사고로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은 경우 등은 징계 의결이 제외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Q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는데 그 처분의 종료일은 언제로 보아야 하나요? A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이 종료되는 날의 의미는 견책은 처분일, 감봉 1월 및 정직 1월은 처분일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날, 감봉 2월 및 정직 2월은 처분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날, 감봉 3월 및 정직 3월은 처분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이 집행이 끝난 날입니다. ※ 관련 규정 : 공무원 임용령 제32조 (승진임용의 제한) ①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승진임용될 수 없다. 2. 징계처분의 집행이 끝난 날부터 다음 각 목의 기간(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유용, 성폭력, 성희롱 및 성매매에 따른 징계처분의 경우에는 각각 3개월을 더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가. 강등·정직 : 18개월 나. 감봉 : 12개월 다. 견책 : 6개월 Q 공무원 징계령 제9조에 의하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징계위원회의 의결로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소송 진행중인 사유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될 수 있나요? 만약, 징계의결 기한을 연장할 경우에 징계 위원회의 내부결재로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위원 5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 징계의결서에 ‘징계의결 기한을 30일 연장한다'로 의결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요? A 징계의결 등의 기한은 「공무원 징계령」 제9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항 단서조항의 ‘부득이한 사유’는 해당기관의 장이 판단해야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소송 진행중인 사건을 부득이한 경우라고 봐서 단순히 징계의결 기한만 연장하는 것은 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해당 기관의 장은 우선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는 것이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며, 징계위원회에서 혐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을 위해 소송 결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식 의결 절차를 통해 1심 판결 시까지 보류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Q 음주운전(면허정지)과 관련하여 공무원범죄처분결과 통보서를 받아 현재 징계의결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징계의결요구 전 의원면직*을 희망하는 경우 의원면직이 가능한가요? * 의원면직 : 본인의 의사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사직(辭職)’을 의미함 A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 제3조(의원면직의 제한)에서는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의원면직을 신청한 공무원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호, 제3호 및 제4호의 경우에는 당해 공무원이 공무원징계령 제1조의2 제1호에 규정된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한다. 1. 비위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중인 때 2.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중인 때 3. 감사원,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중인 때 4. 각급 행정기관의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 하여 내사중인 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의원면직 제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의원면직이 가능하나, 음주운전의 경우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별표1의 3-음주운전 징계기준’에 따라 처리기준상 중징계의결 요구유형일 경우는 의원면직이 안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Q 휴직중에도 징계처분이 가능한가요? 그리고 휴직기간도 말소제한기한에 포함되나요? A 휴직기간중에도 공무원 신분이 계속되므로 징계의결 등 및 처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휴직자에 대하여 감봉처분을 한 경우에는 의결서를 받은 날로 부터 15일 이내에 감봉처분을 하되, 휴직기간중 보수가 지급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수감액 조치는 복직한 후로부터 지급되는 보수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합니다. 다만, 말소제한기간은 제도의 취지상 직무에 종사한 기간을 의미하므로 휴직기간(질병휴직, 행방불명, 연수휴직, 가사휴직, 해외동반휴직)은 제외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재직경력이 인정되는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휴직중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기간,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3호(병역휴직), 제5호(법정의무수행), 제6호(노동조합 전임자) 또는 동조 제2항 제1호(고용휴직)에 따른 휴직기간,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2항 제2호(유학휴직)에 따른 휴직은 그 휴직기간의 5할에 해당하는 기간,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2항 제4호(육아휴직)에 따른 휴직기간(자녀 1인에 대한 총 휴직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에는 최초의 1년으로 하되, 셋째 자녀부터는 휴직기간 전부 포함)은 포함되어야 합니다. 즉, 휴직사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휴직기간의 말소제한기한은 달라질 것입니다.
들어가며 담임교사로서 늘 독서교육을 강조해왔다. 독서보다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활동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강조하면서 학생들에 게 다양한 독서활동을 전개해 왔다. 고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 또는 작가에게 편지 쓰기, 책 내용을 생각하며 시 쓰기, 뒷이야기 꾸며 쓰기, 한 줄 느낌 쓰기와 같은 쓰기 활동의 독후 활동을 했다. 그러다 저학년을 담임 하면서는 책을 읽고 한 장면 그리기, 주인공 그리기, 팝업북 만들기 등 회화적 표현활동을 하도록 했다. 그 후에 만난 것이 책놀이였다. 책을 읽고 주인공이 하는 놀이를 해보거나 글 속에 나타난 낱말을 이용하여 말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하루 15분 책(그림책) 읽어주기의 힘’이었다. 혼자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책을 읽어줄 때 청자는 읽어주는 이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넣어 직접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에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림책을 찾아 읽고 감동적이거나 교과서의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선정하여 읽어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하브루타를 만났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주고 대화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책과 하브루타의 만남 1. 읽기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하브루타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대화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교과서를 지명독(한 학생이 일어나 소리 내어 읽고 나머지 학생들은 눈으로 읽는 것)하거나, 교독(교사가 읽으면 학생이 읽고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가며 읽는 것)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읽기 중심 하브루타는 책을 읽을 때부터 혼자 읽지 않고 짝과 소리 내어 읽도록 권장한다. 읽으면서도 짝과 바로 소통을 할 수 있고 기다릴 필요 없이 학생 개인의 낭독할 시간과 양이 많아지니 효과적이다. 이때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읽게 하니 딴짓도 못하고 집중하며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브루타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문장의 온점, 느낌표, 물음표는 문장이 끝나는 곳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큰따옴표 안에 있는 글을 읽을 때 실감나게 말하듯이 읽으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더니 더욱 효과적으로 글을 읽었다. 다음은 3학년 도덕 수업을 ‘크릭터’라는 그림책을 활용하여 읽기 중심 하브루타 수업으로 진행한 사례이다. [PART VIEW] - 이 수업을 할 때, 반 학생이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학생들과 교실 바닥에 1회용 돗자리를 깔고 교사와 학생이 둥그렇게 앉아서 활동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짝과 책을 찾아 읽는 하브루타를 하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 학생 수가 많으면 책을 읽어줄 때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집중도 안 되고 대화는 더욱 어렵다. 위에 있는 수업안대로 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활동을 진행하면 좋다. - 도서실에서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넓은 장소에서 자신들이 앉고 싶은 곳에 가서 짝하고 앉아 큰소리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가까이 앉아서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해보니 의자에 앉아서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이 수업을 관찰한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짝 지어 책을 읽는 두 학생을 집중하여 관찰해 보았더니 한 학생은 글을 실감나게 잘 읽는데 한 학생은 글을 읽기는 하는데 실감나게 잘 읽지 못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읽는 실력이 다소 부족했던 학생이 실감나게 잘 읽는 학생을 따라 점점 책을 잘 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 질문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수업에서 흔히 교사는 어떤 발문을 할까 고민을 한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늘 교사는 책 속에 이미 제시되어 있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답만을 찾아왔다. 그런데 질문 중심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질문을 만들 때 학생들은 생각을 하며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까지 생각하게 된다. 교사가 질문을 하면 답이 틀리기라도 할까 봐 망설이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던 학생도 질문을 하라고 하면 곧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질문에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은 없다.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로 우리는 훌륭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학생들에게 해주면 학생들은 질문을 더욱 잘 만들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행복한 미술관’이라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며 다양한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전개했다. 현재 13차시 진행 중이다. 이제야 돌이켜 보니 이것이 프로젝트 수업이고 온 작품 읽기(슬로리딩) 수업이었다.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말로 해보게도 하고, 활동지에 써보게도 했다. 여기에서는 보드게임을 하기 위하여 책의 내용을 생각하며 학생들이 한 종이에 한 질문을 써서 그것으로 보드게임을 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3. 논쟁 중심 하브루타 수업 사례 2학년 학생들에게 논쟁을 시킨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행복한 미술관’에서 논제가 될 수 있는 질문을 찾아 교사인 내가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근거를 들어 대답하도록 했다. “만약에 여러분이 ‘행복한 미술관’에 나오는 형 로빈이라면 미술관에 갈 것인가요?” “생각해 보세요.” “먼저 짝끼리 묻고 대답해 보세요.” “짝하고 이야기한 학생은 일어나서 발표해 보세요.” “만약 내가 로빈이라면 미술관에 갈 것이다(혹은 안 갈 것이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 ● 토론으로 깊어지는 배움 - 간다는 입장도 안 간다는 입장도 이유가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학생들이 이토록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오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림책을 활용한 다양한 독서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사이가 좋아졌다. 내가 지나가면 학생들이 “수석 선생님!”, “OOO 선생님!”이라 외치곤 하며 가까이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내가 욕심을 버리고 슬로 리딩을 실천한 까닭이다. 학생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주고 쓰기 위주의 독후 활동에서 벗어나 말하기, 놀이 위주로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학생들이 재미있을 만한 활동만을 골라서 했다. 앞으로도 한 시간에 책 1권 읽어주고 뭔가 끝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가 학생들이 책의 재미에 푹 빠져 깊고 넓게 책을 만나게 하고 싶다. 하브루타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짝을 지어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가지고 짝과 질문을 만들어 대화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것이다. 또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이제부터 교실이나 도서실에서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게 두지 말고, 짝과 한 문장씩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질문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 또 활동지를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둘이서 모둠을 이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 함께하면 21세기에 필요한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도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