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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스타벅스로 간 은둔형 외톨이(이소베 우시오 저. 대숲바람)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학생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 전조증상을 보이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책 스타벅스로 간 은둔형 외톨이는 은둔형 외톨이와 청소년기 정신병을 전문으로 다뤄온 저자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설명과 탈출방법을 소개한다. 증상과 계기, 가족의 대응 방법, 의료기관 이용방법 등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예쁜아이(토리 헤이든 저. 아름드리미디어) 이 책은 특수교육 교사 토리 헤이든이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한 1년간의 여정을 생생히 담고 있다.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불굴의 노력과 서서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여기에 더해 그들의 생활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교육방식, 교육제도, 사회 시스템, 그리고 여기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역학관계는 읽는 이로 하여금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이승원 저. 휴머니스트) 글로벌시대의 도래로 언제부터인가 해외유학은 이미 특별한 것이 아닌,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조선시대에도 생존을 위해 세계로 떠난 지식인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조선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조선과 서구열강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대한 역사 해석과 각각의 인물들이 남긴 기록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유길준, 민영환, 윤치호, 서재필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자신의 입장과 머문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내놓은 세계에 대한 인식이 볼거리. 떠나든 머물든(베르나르 올리비에 저. 효형출판 1만 2000㎞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두 발로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걷는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전하는 은퇴 이야기. 은퇴 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저자는 걷기를 통해 은퇴와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했다며 “그럼 도대체 언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평생 동안, 사람들은 부모님을, 선생님을, 사장을, 배우자를, 자식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했고, 이성의 이름으로, 집세와 국가의 이름으로 땀을 흘려왔다. 그만, 그만하면 됐다. 자신을 위해 일할 권리를 찾을 때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모자란 남자들(후쿠오카 신이치 저. 은행나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쉽게 설명해놓은 대중적 과학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여자에 비해 불완전한 존재라며 남자를 ‘모자란 여자’라고 표현한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과학서임에도 자신의 유학시절 에피소드나 17세기 아마추어 과학자인 레이우엔 훅, Y염색체를 발견한 네티 마리아 스티븐슨 같은 과학 속 인물이야기가 적절히 곁들여져 있어 에세이처럼 부드럽게 읽힌다. 문화편력기(요네하라 마리 저. 마음산책)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시대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세계문화에 대한 71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유쾌하고 톡톡 튀는 문체로 소개해 놓아 많은 재미를 주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통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기도 하고 개인신상과 관련한 애틋한 이야기도 풀어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상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 역시 점차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좀 기다려 봅시다.” 그러면, 아버지는 또 노상 같은 대답으로 처받았다. “십년이 넘었어, 이제는 구정을 내버려야 해요.” 십년이라는 것은 윤정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버지는 딸 윤정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대학에서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짝을 만나는 것이라고 귀가 아프도록 그 얘기를 우겨넣었다. 대학 졸업식에 근사한 놈 하나 달고 와라, 그러면 졸업식장에서 혼례를 올려버리자 하는 게, 입에 붙은 구호처럼 돼 버렸다. 그런데, 아버지의 소원은 졸업식날, 그게 얼마나 허망한 소원인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진 같이 찍자고 딸내미 곁에 얼씬거리는 놈팽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이 건 아버지는, 딸의 남친을 놈팽이니 작대기니 그렇게만 불렀다. 아버지 강정구 영감의 놈팽이 타령은 집안일이 있을 때마다, 명절날이면 날마다 윤정의 감각을 어지럽히고 의식을 옥죄었다. 이제는 노이로제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새해가 다가오는 것이다. [PAGE BREAK] 2 지난 달, 할아버지 제사까진 그런대로 잘 넘겼는데, 설날이 만만치 않은 고비가 될 게 틀림없었다. 더구나 서른세 살을 헤아리는 시점이었다. 요새 그 나이 넘기는 처녀가 한둘이라고, 삼십삼천 꼭대기에 올라서기라도 한 것처럼 닦달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거의 막말에 가까운 이야기를 서슴없이 깔아놓는 아버지 강정구 영감이었다. “딸 시집 못 보내고 죽으면, 귀신이 눈도 못 감는단다.” 귀신이 뭔 눈이 있어, 감고 말고 할 것인가 싶었지만 그게 예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결혼이라는 것은 어차피 생애의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고 난 뒤, 어떤 작대기를 골라다가 살겠다고 망설이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참아내기는 골치가 지끈거리고 머릿살이 내둘렸다. 남들은 아버지 성에다가 어머니 성을 이어붙여 별별 이상한 이름을 달고 살아도 아무 소리 없고, 허연 머리를 생머리채로 휘두르며 처녀라고 설치고 돌아가도, 그래 너 알아서 해라 하는 식인데, 이 집안은 결혼에 대해서만은 좀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하늘이 쨍쨍 개어 올라가고, 잔잔한 바람이 쌀랑하니 상쾌했다. 그런데 연말을 하루 앞두고 날씨가 돌변했다. 칼바람이 불고 하늘이 잔뜩 흐려 눈을 한바탕 퍼부을 것처럼 가라앉았다. 과연 밤사이 천지를 흰 눈으로 뒤덮고는 하늘은 맑게 개어 올라가고, 바람도 잠잠했다. 신년의 서설이라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더구나 범의 해, 눈 덮인 산 능선을 포효하며 넘어 치달릴 호랑이를 생각하면 서설이 틀림없었다. 설은 눈이 푸근히 와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놈팽이 타령이 눈바람처럼 속을 휘저을 생각을 하면, 어디 외국여행이라도 떠날 걸 잘못했다 싶었다. 무엇보다 양력설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글로벌 시대에 무슨 음력을 찾느냐, 그런 귀신 붙을 소리 하는 작자들, 어딘지 머리가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제시대도 아닌데, 양력으로 설을 쇠는 희한한 집안이 되었다. 윤정의 아버지 강정구 영감은 형제가 무려 일곱, 이른바 칠형제패다. 형제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거나 하면, 맏형의 불호령이 나기 때문에 설날은 온 집안이 모여들어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 옷은 한복으로 차려 입어야 했다. 차례를 지내는 데 필요한 제수를 장만하는 데만도 몇 백은 착실히 깨지는 모양이었다. 식구들이 떡국이나 끓여 먹고 만두나 빚어서 삶아 먹으면서 새해를 맞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삼촌과 조카들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는 데만도 하루를 꼬박 부엌에서 동동거려야 한다. 그런 어머니를 몰라라 팽개치고 휑하니 나돌기는 맘이 안 놓였다. 하기는 그렇게 나가도 막상 갈 만한 데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를 거들다가 방으로 들어온 윤정이를, 아버지 강정구 영감이 불렀다. 면도를 곱게 한 민틋한 턱을 슬슬 쓸면서, 저어, 거기 하다가 내놓는 이야기는 아니나 다를까, 그 단골메뉴 놈팽이 타령이었다. “새해에는 아주 구정을 내야지.” 윤정은 입을 다물고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면도를 곱게 해서 그렇지 피부에 검버섯 자국이 돋기도 하고, 머리털은 한결 성글어져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데, 아버지의 얼굴이 슬그머니 일그러지는 걸 보고는 참고 앉아 있다가, 주눅이 들어서는 한마디를 달았다. “구정을, 어떻게 내라구요?” 순간 아버지의 미간이 꿈틀하며 찌푸려지다가는, 버럭 화를 돋우었다. “지금, 어떻게 구정을 내느냐고, 나한테 구정의 방법론을 묻는 게냐?” 위기를 모면해 두는 게 상책이었다. 대들거나 말대꾸를 하다가는, 나 죽어서 눈에 흙 들어가지 전에, 그렇게 시작되는 장광설의 설법을 들어야 할 판이었다. 공연히 성깔을 돋우어 놓았다가는, 연휴 내내 구정을 내라고 시달려야 할 게 뻔했다. 친구들은 그렇게 얘기했다. 너도 삼십이 넘었으니 부모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마침 직장도 멀고 해서, 집을 나가 자취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번 했다가는 혼쭐이 났다. “시집을 가라구, 그러면 안 나간다고 버텨도 등을 밀어 내보낼 판인데, 자취를 해?” 그러면서, 늬 에미 성해서 돌아다닐 때까지는 에미한테 따뜻한 밥 얻어먹는 게 행복인 줄 알아, 무슨 청승으로 처녀애가 자취를 한다고 들뜨느냐, 오죽하면 처녀라는 게 제 손으로 밥 끓여 먹는다느냐, 이 한심한 화상아. 지청구와 구박이 자심했다. “잔꾀 부리지 말고, 딴 거 가릴 거 없이 신체 건강한 총각 하나 붙들어 와라.” “몸만 튼튼하다고 그게 단가요?” “그 말고, 무에 또 있길래? 네 속맘을 얘길 좀 해 봐라.” 옳거니, 아버지가 좀 누그러졌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건이 안 맞아서 총각 못 데리고 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화를 돋우지 않고 안추르면서 딸의 의견을 구하는 듯한 아버지의 표정은 우습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잔양스럽기도 해 보였다. 전에 타박을 놓았던 대안들을 들이대야 할 판이었다. “능력도 있어야 하고요.” “능력? 포텐샤 말이냐? 사회적 능력이야 필요하지.” 이건 말이 달라지는 게 아닌가? 전에 법대 졸업한 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는, 판검사 하는 사람들, 이른바 율사(律師)들은 생리적으로 싫다고 하던 아버지가 아닌가. 그렇다니까요, 내가 능력과 품위와 환경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신체가 건강하다고 아무나 만나면 되겠느냐고 슬그머니 질러 보았다. “말이 길면 쓸 말 별로 없는 법이다. 좌우지간, 금년에는 구정을 내자.” 사람이 늙으면,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자꾸만 되풀이한다. 지적인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징조가 그렇게 나타난다. 자기통제를 못하는 인간의 되풀이하는 말은 멀미를 일으킨다. 달리는 버스가 굽이를 돌 때마다 몸이 옆으로 실리고 하기를 반복하면, 그것이 의식으로 파고들어 차가 다시 굽이를 돌려고 하면 울컥하고 넘어오는 것. 그것처럼 같은 말을, 요기쯤에서는 그 말 나오지, 하고 있으면 톡 내뱉는 그 말을 그 굽이에서 다시 들으면, 뱃속에서 멀미가 울컥 밀고 올라온다. 구정을 낸다는 말은, 결판을 낸다, 일을 마무리한다, 끝장을 낸다, 그런 뜻으로 아버지가 자주 쓰는 일테면 개인방언이다. 구정을 내자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그런 구역질이 밀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딸을 향해 적의를 내뿜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멀미를 참으면서 아버지 겨드랑으로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PAGE BREAK] 3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이용을 당하는 사람은 물론, 이용하겠다고 나서는 편에서도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본래 이용이라는 게 물질을 두고 하는 말이지 사람은 그러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정이 차홍걸을 만나기로 한 것은, 그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어 보자는 속셈, 아버지의 결혼 강요를 피해 보자는 내심이 없었던바 아니나, 전적으로 그러한 셈을 가지고 달려든 일만은 아니었다. 삼십이 넘으면서, 어떤 시인이 그 자발머리없는 말,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선언을 했기에 그런지, 삼십이 넘으면서 혼담이랄 만한 게 걸려오질 않았다. 윤정이 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그야말로 몽달귀신 되는 게 두려워 쫓아오지 않는 한, 사방을 휘둘러도 작대기에 걸려들 총각이 없었다. 법대를 졸업하고 아직도 총각으로 남은 놈팽이 하나를 걸어다가 내놓았더니, 강정구 영감, 아버지가 한 마디로 불가야(不可也)라, 퇴자를 놓았다. 한번은 어수룩해 보이는 축산과 신출내기 교수라는 사람을 사귀어 천거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 편에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왈 그 집에 바람피우는 내력이 있어서, 네 생애를 초라하니, 공방살 낀 여자 만들기 싫다는 게, 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의 마련이었다. 신년하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사장이 신년사를 하는 가운데, 올해가 경인년(庚寅年), 범의 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한자어로는 인사유명(人死遺命)이요, 호사유피(虎死留皮)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무엇을 남기지요? 잠시 말을 쉬다가, 이득을 남깁니다. 말이 되나 모르겠는데, 회사유리라고나 할까. 아무튼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득을 올려, 글로벌화에 동참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노력을 배가합시다. 입을 벌리고 듣고 있던 사원들은, 한참 지나서야 흐물거리며 웃었다. 회사유리, 회는 죽어서 이득을 남긴다? 사장의 신년사가 우습게 끝나고, 맥주랑 음료수 같은 것을 들면서, 사장의 신년사를 두고 꿍덜대는데, 기획실의 차홍걸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호랑이 얘기 아무러면 어때요.” 하면서 금년도는 호랑이 해라고 해서, 특별히 호랑이 그림 민화를 컨셉으로 하는 달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지랖도 넓어, 평소 제비족이라는 별명이 붙은 차홍걸이었다. 어떤 친구는 제비족, 족제비…. 그러다가 어이 족제비씨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 그럴라치면, 차홍걸은 제비도 내공이 있어야 하느니 하고 맘 좋게 웃곤 했다. 회사에서 나누어준 달력 1월 그림에 호작도(虎鵲圖)라는 게 있었다. 잘 자라 올라간 소나무 위에 까치가 앉아 지저귀고, 그 아래 호랑이가 느긋하게 나무 위를 바라보는 그림이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왜 호랑이와 까치가 같이 있는지 윤정이 물었다. 차홍걸이 나서서 설명을 했다. 민화는 대개 민중들의 소망을 담고 있는데, 소나무는 장수를 비는 마음이, 까치는 기쁨이 넘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호랑이는 보은(報恩)의 의미라며, 그 뜻을 알겠느냐고 물었다. 그 대목은 맥이 닿지를 않았다. 기왕 이야기를 할 바에는 자세히 해 보시지. 차홍걸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아득한 옛날, 어떤 가난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대관령을 넘고 있었답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산은 깊고 벼랑은 가파르고 해서 산세가 험하고 바람까지 웅웅대는 통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발이 헛놓이고 해서, 등에 진땀이 죽죽 흘렀죠. 그런데, 길 저쪽에 호랑이가 어흥 어흥 하며 이쪽을 향해 절을 하는 시늉을 하는 거예요. 가난했지만 담력 하나로 버텨온 선비는 호랑이를 향해, 잡아먹지 말라는 뜻으로 맞절을 했겄다요. 호랑이가 절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눈꼬리에서는 눈물이 지멀거리고, 그리고는 발로 자꾸만 입가를 더듬는 게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말 못하는 짐승 불쌍해요, 제가 산에서 왕노릇 해보아야 말도 못하는 주제에 별거 있나요. 암튼, 필시 무슨 연고가 있는 모양이라고, 호랑이에게 다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입가에 피가 묻어 있고, 입을 제대로 다물지를 못해요. 그래 죽을 각오로, 턱을 제치고 입을 벌려 보니 목에 사람 뼈다귀가 걸려 있어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알게 되었고, 호랑이 입에 손을 넣어 뼈를 빼 주었대요. 속알머리 없는 친구, 그냥 놔 두고 구경하면 호랑이를 통째재로 잡는 건데, 츠츠츠. 호랑이가 굽신 절을 하고는 선비에게 등을 돌려대더랍니다. 호랑이는, 비호같이, 날개 달린 호랑이 날 듯이, 선비를 업고 주막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데려다 주었어요.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주막을 나서는데 댓돌 앞에 무슨 쪽지가 있기에 펴보니, “호랑이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 한자로 虎君亦不忘恩(호군역불망은) 그렇게 여섯 글자가 선명한 거예요. 그런데 과거장에서 받은 글제가 “은혜를 아는 짐승들”, 즉 報恩之獸(보은지수)라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일필휘지 갈겨써서 써억 냈는데, 금방에 이름이 터억 걸렸다는 이야그 옳습니다요. 사람들이 와글와글 박수를 쳤다. 차홍걸은 굽신 절을 하고는, 저 뒷장 12월에 너덜바위에 앉은 쌍호도 보이지요? 바위에 앉은 호랑이 두 마리, 그게 암놈과 수놈인데, 왜 그렇게 정이 뚝뚝 넘치는 시선으로 느끼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아세요? 제가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지요. 호랑이는 정력이 너무 세고, 성행위가 어찌나 격렬한지 여름에 교미를 하다가는 양근(陽根)이 흐물흐물 다 녹고 만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꽁꽁 언 바위 위에서 교미를 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보름은 거뜬히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력 좋은 분들 겨울에 결혼하세요, 하는 통에,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다. 호랑이 이야기 재미있게 잘 들었다, 그 턱으로 커피 살 테니 만나자는 윤정의 제안을, 차홍걸은 기다렸다는 듯이 좋지요, 해서 드림 커피집에서 단 둘이 어울리게 되었다. 윤정은 차홍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사람이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트이고, 지혜가 있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것은 물론 유머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버지 앞에 한번 들이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좀 아그똥한 발상이 뾰조록이 머리를 들었다. 뒤는 어떻게 판이 돌아가든지, 형편 돌아가는 대로, 감장을 하면 되겠거니 하는 심사였다. 윤정은 차홍걸의 어깨에 팔을 걸고 비주인사를 해 보냈다. [PAGE BREAK] 4 시간을 길게 잡고 충그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한 이야기를 어머니 편에서 퇴자를 놓는 경우는 없으니, 아버지에게만 이야기가 통하면 그걸로 대개의 일은 끝이었다. 다른 날보다 좀 일찍 퇴근을 해서, 식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엄마의 생태 매운탕은 생태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음식 뺨칠 정도였다. 그것은 아버지도 흔쾌히 인정하는 어머니의 실력이었다. 아버지 왈, 얼굴 예쁜 여자와 결혼하면 삼년 행복하고, 능력 있는 아내 얻으면 한 십년 잘 지내고, 그런데 음식 잘 하는 마누라 얻으면 죽을 때까지 잘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버지가 여성을 평가하는 부동의 준칙이었다. 생태찌개에다가 반주를 한 잔 해서 얼굴이 벌개진 아버지가, 민틋한 턱을 쓸며 하는 얘기는, 또 그놈의 구정을 내는 일이었다. “신년초에, 구정이 좀 안 나겠느냐?” 어머니는 딸 편을 들었다. “애가 숨 쉴 틈도 주어야지 그렇게 닦달이래요, 닦달이.” 윤정은 아버지가 늘 하던 얘기, 건강하기만 하면 능력, 외모, 가문, 국적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버지를 슬근이 낚아 보았다. 제비족 차홍걸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였다. “건강하려면, 아무래도 젊어야 하겠지요?” “그야, 그렇지. 나이를 먹으면 몸이 마음을 배반하는 법이야.” “연하도 괜찮아요?” “대가리에 젖비린내 나는 것만 아니면.” 윤정은 쿡쿡 웃었다. 차홍걸이라는 친구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젖비린내가 나는 느낌이었다. 치즈냄새 비슷하기도 하고, 잘 익은 바게트빵에서 나는 밀 향기 같기도 한 그런 냄새가 연하게 풍겼다. 차홍걸, 회사 신입사원 가운데 당차고 빠릿빠릿한 친구인데, 누나 누나 하면서 곁으로 파고드는 녀석이었다. 군대를 어떻게 어떻게 다녀와서 졸업하자마자 취직이 되었으니까 27세. 윤정은 아버지의 의중을 슬그머니 떠 보기로 했다. “이제 겨우 스물일곱인데, 괜찮을까요?”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고누어 보더니, 윤정에게 다시 물었다. “밥벌이를 뭘로 하는 애냐?”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싶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한번 어쩌나 보자는 식으로, 말을 조금 꾸며댔다. “대학원에서 창조공학을 공부한대요.” “창조공학? 내 처음 듣는 전공이다,” 요새는 융합학문이니 복합학문이니 해서 대학에도 퓨전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문이라고, 윤정은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를 꾸며댔다. 아버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셈이었다. 아버지는 안경너머로 윤정을 흘금 넘겨보았다. “아직 학생이라 싫으세요?” “직장도 없는 놈을 어떻게 하려고? 마누라 등쳐먹는 등처가라던가, 그런 작대기 아니냐?” “아버지 싫으시면 그만두지요, 뭐. 할 수 없지 않아요.” “꼭, 마다하는 건 아니다만, 정말 건강한 놈이냐?” 물론 아버지 뜻대로 건강하니까 내놓는 물건이라면서,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 확답을 재촉했다. 윤정이는 왜 자기가 차홍걸에게 빨려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거짓을 가미해서 제안을 하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지는 게임인데, 하면서 속으로 한편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윤정은 아버지를 흘긋 쳐다보며, 어느 사이 등이 굽어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일을 서두는 품이, 아버지가 혹여 꺾이기라도 한다면? 눈앞을 아득하니 눈발이 날리는 느낌이었다. [PAGE BREAK] 5 기왕 만날 거면 근사한 데서 만나야 사람이 돋보인다는 것이 윤정의 계산이었다. 사실 차홍걸은 외모로 본다면, 윤정의 눈에 찰만한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 인물이었다. 얼굴은 볼품없이 작고 눈은 옆으로 찢어져 올라가서는 자주 깜박거리는 편이었는데, 사내가 눈가에 주름을 잡고는 눈웃음을 잘잘 흘렸다. 거기 비하면 윤정은 몸매가 훤칠하고 얼굴은 수려하기까지 했다. 삼십이 넘었다는 티는 한군데 눈 씻고 보려야 그런 구석이 없었다. 차홍걸이 누님 누님하고 따르는 속셈은 모르면 몰라도 윤정의 외모에 미혹된 것일 터였다. 서울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 언덕에 자리 잡은 헌팅턴호텔 양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윤정이 차홍걸에게 가족들과 만나 달라고 했을 때, 차홍걸은 눈가에 잔주름을 잡으며 정말이냐고 몇 차례나 다짐을 받았다. 홍걸 씨한테 뭐 나온다고 거짓말을 해? 그렇게 만나는 거야, 알았지? 그렇게 어설피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정작 호텔에 도착해서는, 윤정 편에서 마음이 자꾸 졸폈다. 윤정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동하고 식당 홀에 들어섰을 때, 차홍걸을 언제 왔는지 먼저 와서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윤정이 다가가도 전화에 몰두해서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게 논리가 서는 얘기야? 그렇게는 설명이 안 되는 거란 말야, 뭐어, 헤겔은 그렇게 설명한다구? 전화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네가 만난다는 애는 어디 있는 게냐?” 윤정은 전화에 빠져 있는 차홍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요새 것들은, 보이 녀석이 제 할 일을 모르누만.” “복장이 보이가 아닌데, 당신두.” 어머니가 신칙을 했다. 일이 묘하게 꼬일 조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차홍걸이 전화를 끝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윤정은 아버지 어머니를 차홍걸에게 소개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어리뻥해 있던 차홍걸이 분위기를 알았다는 듯이, 눈웃음을 치면서 선배님의 어른들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를 닦았다. 윤정은 검정 싱글에 받쳐 입은 흰 와이셔츠가 눈부시다는 생각을 했다. 옷이야 어디 눈부실까만, 젊음이 눈부신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포크며 나이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긴장된 공기에 파장을 일으켰다. 조용한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이 이리저리 바닥으로 구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벌써 와인을 석 잔째 비우고 있었다. 저런 작대기를 사내라고 데리고 왔느냐는 눈치였다. 보이가 저쪽으로 간 사이 차홍걸이 와인 병을 들고 아버지에게 권했다. “아버님, 제가 한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하, 자네 같은 자식 둔 내력 없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하지요.” “어디라고, 어디대고 말대꾸야, 말대꾸가.” “입이란 게, 말대꾸 하라고 뚫린 입이 아니던가요?” “이런 싸가지 봤나.” “그러셔도, 저는, 어른한테 화 안 냅니다.” 차홍걸은 부진부진 윤정 아버지 잔에다가 와인을 따라 부었다. 잔 가에 병이 부딪쳐 달강거리면서, 쟁그런 소리를 냈다. “내가 왜 네놈 잔을 받아, 너나 처마셔.” 윤정 아버지는 와인잔을 들었다. 벌컥거리며 단숨에 마시려니 하고 지켜보고 있던 윤정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윤정 아버지는 차홍걸을 노려보다가는 눈가에 잔주름을 잡는 그의 얼굴을 향해 와인을 끼얹었다. 차홍걸의 얼굴이며 하얀 와이셔츠가 온통 피칠을 한 것처럼 뻘겅 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허허, 허허, 허허….” 차홍걸은 천정을 쳐다보며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가는 생뚱맞게, 한잔 더 드릴까요? 하며 눈웃음을 흘렸다. “홧김에 오입질이라더니, 저년이 꼭 그 꼴이구먼.” 눈을 새초롬히 뜨고 앉아서 상황 돌아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는 윤정을 보고 하는 얘기였다. 어디서 저런 작대기, 놈팽이를 끌고 왔느냐, 질책이 섞인 말투였다. “병자구입이랍디다, 그 입, 좀, 조심해요.” 윤정의 어머니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아예 내심으로 들들 떨며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 봤지 않소. 배알까지 병이 들었어요, 저 애가.” “고정하시고, 남은 와인 더 드시지요. 그리고, 식사 끝나면 제 옷이나 세탁해 주세요. 아버님.” “또, 또, 그놈의 아버님!” “피로써 세례를 베푸셨나이다, 아버니임….” 윤정의 아버지는 흐크, 흐크 그렇게 묘한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웃었다. 일순 윤정과 그의 어머니가 숨을 죽이고 윤정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좋다, 일단 식사는 끝내고, 사우나에 내려가자.” 식구들이 자리를 정돈하고 다시 식사를 하는 동안, 아무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차홍걸과 윤정의 아버지 사이에만 와인 잔이 오가며 부딪치는 소리가 쟁강 쟁강 침묵으로 휩싸인 공기를 흔들어 놓았다. [PAGE BREAK] 6 차홍걸의 와이셔츠를 세탁해 달라고 올려보내 놓고는, 강정구 영감은 달랑 한 손에 들릴 것 같은 놈팽이 하나를 끌고 사우나로 들어갔다. 젊은 놈이, 어른한테는 화를 안 낸다? 끝까지 참는다? 곱집어 생각할수록 기특하기도 한 일이었다. 그런데 윤정이란 애가 정신이 홀딱 빠져 달아나지 않았으면 저런 놈팽이를 달고 와서 소개를 한다고 납들 까닭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온탕에서 열탕으로 옮겨 들어갔다. “어어, 시원하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차홍걸이 열탕으로 따라 들오면서, 말을 걸었다. “아버님, 아버님처럼 탕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하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간 아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애들한테야 뜨겁겠지.” “아버님도 신식 분, 아시는 모양이네요,” 강정구 영감은 그 아버님 소리를 막아야 한다면서도, 눈웃음을 살살 흘리는 얼굴에 들이댈 말이 달리 없어서 꾸역꾸역 참았다. 차홍걸은 윤정 아버지의 말투를 알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들놈이, 탕 안에 들어간 아버지가 시원하다니까, 풍덩 탕에 들어갔다가는, 으앗, 뜨거워, 씨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욕질을 했고, 뿔이 난 아버지는 아들 대가리를 마구 쥐어박았겄다, 그러니까 아들놈이 한다는 소리가, 열라 조져 봐라, 아프면 제 새끼 아프지 내가 아파? 그러다가는 엉엉 울음이 터졌고, 그래도 자식이라 안쓰러워 빵집에 가서 빵을 세 개 사서 애비 둘, 아들 하나 그렇게 정 있게 나누어 먹었겄다, 애비 왈, 배부르지? 아들놈 대왈, 하나 먹은 놈이 배부르면, 두 개 먹은 놈은 배때지 꿰져 뒈졌겠네, 그랬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해서어? 나를 두고 믿을 놈 못 된다는 건가?” “아버님한테,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말이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강정구 영감은 크흐, 크흐 배를 쥐고 웃다가 탕을 나왔다. 등이 근질거려 이태리수건으로 등을 밀었으면 좋겠는데, 호텔이 워낙 고급이라 그런지, 사우나탕 안에는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샤워 앞에 앉아 비누질을 하는데, 차홍걸이 쫓아와 등을 밀어 준다고 달려들었다. 강정구 영감은 차홍걸에게 등을 맡기고 앉아서는 이놈이 어떻게 나오나 보자 하면서 기를 살피고 있었다. 차홍걸은 혼자말인 듯, 들으라는 듯 주절거리며 등을 시원하게 밀었다. 어느 때밀이한테 그렇게 시원하게 등을 맡겨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딸만 셋을 두어 목욕탕행은 언제나 썰렁한 혼자걸음이었다. 아버님은 젊어서 운동을 많이 하셨나, 등판에 근육이 탄탄하고, 어깨가 널찍한 게 보디빌딩을 한 분 같기도 하고, 대퇴부가 참나무처럼 탄탄하네요, 이런 체격은 정력도 끝내준다던데요, 새장가를 들어도 충분하시겠어요…., 요새 신문이니 텔레비전이니 남성의 자존심을 세우라고, 송이버섯이 동나게 생겼는데 아버님은 그런 걱정 저리가라 하고, 없어서 못 먹는다 하실 분입니다. 이놈 봐라,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고 있는데, 자아 물 끼얹습니다, 가만 계세요, 하고는 강정구 영감의 머리에서부터 찬물이 동이째로 쏟아져내렸다. 강정구 영감은 기겁을 해서, 뛰쳐 일어났다. 술기운이 더해서 그런지 머리가 휭하니 휘둘렸다. 푸우 푸우 입으로 흘러드는 물을 품어대며 눈을 훔치는데, 차홍걸이 수건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강정구 영감은 못 볼 것 보았다는 듯이 얼굴을 돌렸다. 차홍걸의 물건이 한 자는 되어 보이는 게, 검으티티 하니 문자속으로 주장군이 되어 뻣대고 서 있는 것이었다. 강정구 영감은 자기 하초를 내려다보았다. 쪼그라든 곶감만한 게, 주름진 절벽에 가까스로 걸려 있었다. 머주하니 서 있는 강정구 영감에게 다가가, 등이며 겨드랑이며 수건으로 물을 훔쳐내 주는 차홍걸의 팔뚝이며 장딴지 같은 데에 불끈거리는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자네, 거어, 아래 좀 가리지 그러나?” “아버님도 옛날에는 이랬지요?” “하긴… 남자끼리 가리고 자시고….” 저런 정도면, 되었다. 사내가 사내구실 잘 하는데 마다할 며리가 있다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인데, 세탁물이 다 되었다고 관리인이 연락을 해 왔다. 술이 말짱하게 깨고 정신이 말갛게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윤정이가 저놈 저런 속을 알았을까. 7 식구들은, 서둘러서 상견례를 하자고 나오는 강정구 영감의 속셈을 짐작할 수 없었다. 윤정은 윤정대로 차홍걸이 정말 자기 짝이 될 만한 인물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극단은 다른 극단을 부르는 법이 아니던가. 아버지가 널 찾는다고, 너 마음 단단히 먹고 아버지 말에 기죽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거듭 당부를 하는 어머니로 봐서는, 아버지의 생각은 백팔십도 역전을 한 듯싶었다. “차홍걸이 그 총각 말이다, 창조공학인가 무시깽인가 그거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더냐?” “별 걱정을 다 하세요. 먹고 사는 거야, 내가 벌어도 충분해요.” “그럼 되었다.” “그런데 무얼 보고 그렇게 쾌락을 하시는 거죠?” “너 호랑이란 놈이, 왜 한겨울 너덜바위 위에서 운우지정을 희롱하는지 아느냐?” “어? 모르겠나이다.” “모른다니 다행이다만….” 네가 겨우 그런 놈팽이 골라 시집가겠다고, 그 동안 속을 그리 썩힌 모양이라면서, 내가 보니 후회는 않고 살겠더라고 이야기하는 아버지 강정구 영감 앞에서, 윤정은 웃음을 속으로 구겨 넣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뒷골을 띵 하고 울리며, 눈앞에 아득한 안개 같은 것이 피었다. 정작 차홍걸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는 형편이 아니던가. 사람의 길이 이렇게 결정되는 구석도 있구나 싶었는데, 차홍걸 편에서 전화를 해 왔다. 어른께 사죄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집에 들르겠다는 것이었다. 윤정은 쌍호도를 떠올렸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고, 너덜바위는 경진년 신년 추위로 꽁꽁 얼어 있을 터였다. | wookong@snu.ac.kr
교육감·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조항을 삭제하려던 국회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교과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법안소위가 졸속 통과시킨 교육자치법 위원회 대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여야 의원과 교총 등의 강력한 반대로 추후 논의로 한발 물러섰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임해규 법안소위원장은 “여러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요구규정을 삭제하고, 교육의원은 정당이 추천하고, 교육감 후보자의 당원 경력을 입후보 등록개시일부터 과거 6개월로 완화했다”며 “1월 중순까지 이 법을 처리해야 선거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오늘 법사위로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위원회 대안의 처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 의원은 “장학행정과 관리행정의 총 책임자인 교육감에게 교육경력이나 교육경력을 합쳐 5년을 요구하는 건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며 이미 헌재도 5년 경력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또 교육의원 정당공천제는 헌법 제31조 4항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이번 위원회 대안은 졸속적이고도 본질에서 벗어난 돌팔이 처방”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자격 없는 정치인들이 우리 교육을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자치를 무력화시키고 훼손하는 법을 왜 우리 교과위가 다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교총도 30일, 31일 잇단 성명을 내고 “국회는 선거를 불과 5개월여 남기고 교육자치를 더 개악시킬 게 아니라 지금껏 문제가 돼 온 기호방식 개선, 후원회 제도 도입, 교육의원 수 확대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육계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개악을 시도한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해 주도 의원에 대한 준엄한 평가와 함께 위헌 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외부의 반발로 교과위는 1월 중순 이후 교육자치법 대안을 다시 논의하고 자격요건 완화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총 등은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다.
아동인권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필자는 제법 두툼한 관련 저서도 출간한 바 있고, 또 연구보고서와 적지 않은 발표문도 가지고 있다. 유학 당시 지도교수님의 주된 관심이 아동의 권리(Children's Rights)였으며 같은 제목의 저서도 갖고 계신 인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동안 이 분야의 논문이나 연구결과를 내지 않은 사연은 무슨 주장이든지 ‘권리’ 또는 ‘인권’을 붙여서 주장하는 그릇된 세태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자책감 때문이었다. 이러한 우려가 이번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교육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봄부터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감의 주도 아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을 세우고, 조례안을 마련해 지난 12월에는 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해 오는 2월 초 조례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 개선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학생인권 증진을 통해 아이들이 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게 되고, 인권 개선 자체가 사회의 선진화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안 제6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제7조에 나와 있는 체벌과 집단괴롭힘(왕따) 금지 조항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교육청이 발표한 초안을 보면, 선뜻 수긍이 가질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필자는 정치적 보-혁(保-革) 대결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권리 자체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경기교육청이 발표한 48개항을 모두 검토하기보다는 몇 가지만을 살펴보자. 맨 먼저, 무슨 주장이나 ‘권리’를 붙여 내세운다고 해서 성립되거나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권리이론이 바로 권리실증주의이다. 권리실증주의 핵심인 즉, 과도한 권리주장을 막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안 제16조와 제17조에 명기한 사상·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문제는 과도한 요구사항처럼 판단된다.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조항이다. 물론 헌법에 없다고 의사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모든 권리가 성립된다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이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빨치산 교육을 합리화하는 권리로 둔갑시킨다면 그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초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교육상황에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제12조에서 제15조의 내용은 ‘학교’의 본질이 망각된 조항으로 보인다. 노동법의 노동자의 권리는 기업의 본질과 사업장의 사정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권리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학교는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제13조4항은 학교가 사회계약론의 자연상태처럼 방임상태의 장소가 아니라 교수-학습을 위한 통제가 허용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해 버렸다. 또한 제10조에 명시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제해서는 안 되고, 그 선택이 학생들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제20조는 학생들이 교육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원리상 동의할 수 있으나, 교육의 실행과정에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의 권리가 무시돼 버렸다. 제28조 내지 제32조의 인권교육 조항도 국민권리설을 무시한 채, 국가권리설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은 국가가 그 범주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항해 성립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그 범주와 속성을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권리주장을 담은 경기교육청의 초안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권리로 성립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리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수반하는 것이라는 점이 원천적으로 경시돼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에 병설될 수 있다”에 의거 초등학교에 병설로 세운 학교다. 여기서 병설이란 지금 같은 학교 내 소규모 학급체제의 운영이 아니라 초등학교 내 유아학교로 해 나란히 운영한다는 의미의 병설이다. 유아교육법 제2조(정의)에 “유아”라 함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까지 의 어린이를, ‘유치원“이라 함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라고 돼 있다. 즉 유치원은 3,4,5세 유아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학교기관이라는 것이다.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이제는 유치원이 명실 공히 제도권 교육으로 자리 잡고 학교 급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그 중심에 공립유치원이 서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법 제정이 된지 6년이 돼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공립유치원의 95% 이상이 소규모 학급 체제로 있고 유아교육 중심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묘연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학급체제인 병설유치원이 실제 운영에서는 학급의 역할이 아닌 학교기관의 제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교육과정 운영계획 수립, 각종 공문서 처리, 종일반 운영에 따른 1일 5시간 이상의 수업운영, 유치원 대상 연수와 회의 참석, 입학식, 졸업식 외의 각종 행사 운영, 원아모집, 학부모 교육, 시설관리 그 외에 초․중등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기관 평가를 유치원은 1학급 규모에도 시행하고, 이제는 학교회계시스템 도입에 따른 유아학비 지원 업무까지 공립유치원 교사는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원은 단위 학교이고 따라서 학교기관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의 체제를 갖추지 않고 1~2명의 교사에게 학교의 역할을 수행시키는 것은, 교사로서의 본연의 임무는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력이고 압박이다. 유아교육법 제3장 21조(교직원의 임무)의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아를 교육 한다’로 돼있다. 법으로 정해진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가 유아와 함께 있다고만 해서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아들과 함께할 시간을 위한, 교수․학습을 위한 준비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놀이중심, 체험 중심의 유치원 교육과정은 준비된 교육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교무, 연구, 생활, 정보, 행정, 관리 등등 일인 다 역을 수행하는 교사에게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한 명의 교사가 일일 처리하는 공문은 평균 몇 건 될까 그로인해 일일 소요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일까 통계를 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많다. 공립유치원을 국가에서 소규모 학급 체제로 해 방치하고 있는 동안 어린이집, 놀이방, 미술학원, 영어학원 등 유사 유아교육기관은 난립됐고, 유아들은 정규 유아 대상 학교교육 기관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유사 유아교육기관으로 내 몰리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가는 유치원이 생애 초기 교육기관으로서의 그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공립유치원에 학교기관으로서의 제반여건을 갖춰 줘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고시한 유치원 교육과정을 모범적으로 운영할 기관이 필요하고, 내년부터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장애유아 통합교육 기관으로서의 유치원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 농․산․어촌의 소규모 병설유치원은 통폐합하고, 중소도시, 대도시 유치원도 대규모 학급 체제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 특히 신설되는 유치원은 유아학교 체제를 갖추어 운영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을 마련해야 한다. 공립유치원의 제반 여건을 독립된 학교기관으로 조성해 줄때 교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전국평균 30:1의 어려운 임용고시 관문을 뚫고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 하나로 현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 교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서 뒷받침 해주기 바란다.
작년 한 해도 교육계는 많은 굵직한 이슈들로 어수선했다. 학업성취도평가 공개, 외고입시 개혁, 교육세 폐지, 입학사정관제 확대, 미래형교육과정 제정, 교원평가제 실시, 학원 심야교습 단속 등이 그것이다. 작년에 이루어진 이러한 정책의 초점은 대부분 사교육 억제에 맞추어져 있다. 즉 망국적 사교육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건설적인 조치라기보다는 교육외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였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근간을 건드린 적이 없다. 다만 기존의 교육 틀로 인해 나타나는 그때그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새 정책으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옛 책에 “한 쪽으로 휜 것을 똑바로 잡으려다가 다른 쪽으로 휘게 하는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벌어진다.(矯枉過直, 古今同之)”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현재의 우리 교육정책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정권과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느낌을 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논어'에서 유약(有若)이라는 공자의 수제자는 “군자는 근본에 힘을 쓴다. 왜냐하면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저절로 생기기 때문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나온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성어는 말 그대로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본을 세워야하고, 근본을 세우면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 저절로 마련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과 같이, 미래의 나라주인인 학생들에게 보다 이상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 처방이 아닌,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10년에는 ‘누가 해도 안 풀릴 것’이라고 자조해왔던 교육문제가 속 시원히 해결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경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감사실장 정영숙 △대외협력실장 진경애 △대외홍보팀장 피교철 △기획처장 신성균 △연구기획조정실장 박소영 △경영기획실장 김정훈 △교육정보분석실장 이상하 △교육과정연구본부장 조난심 △교육과정기초·정책연구실장 박순경 △교과교육과정연구실장 이경언 △교수학습연구본부장 이화진 △학교학습연구실장 박선화 △수업개선연구실장 홍미영 △교육평가연구본부장 남명호 △학업성취도기획분석실장 김성숙 △학업성취도평가출제연구실장 정은영 △국제학업성취도연구실장 김경희 △교육평가행정지원부장 김도균 △교과서연구본부장 이인제 △교과서평가연구실장 진재관 △교과서검정운영부장 김창환 △수능연구관리본부장 이양락 △기획분석실장 조지민 △출제연구실장 신일용 △문제은행연구실장 조윤동 △수능운영부장 연근필 △출제관리부장 경영호 △영어교육특임연구본부장 이의갑 △영어교육개선연구실장 임찬빈 △영어능력시험연구실장 이병천 △인재선발관리본부장 조용웅 △인재선발관리1부장 이병문 △인재선발관리2부장 왕미선 △사무국장 박종덕 △총무부장 최종교 △재무운영부장 심재목 △전산정보센터장 최정호 △채점팀장 황철현 △시스템 관리팀장 전윤산12월30일
앞으로는 교사나 교수출신이 아니어도 교육감이 될 수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정당의 당원 이었다가 일시적으로 당원이 아니면 교육감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30일 법안 심사소위를 열고 시도 교육의원 및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교육(행정) 경력이 10년 이상(교육의원) 또는 5년 이상(교육감)'으로 돼 있는 각 후보자 기준을 삭제 또는 수정했다(매일경제2009.12.30 21:01). 따라서앞으로는 교수나 교육 공무원, 교육행정직으로 재직한 경험이 전무해도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게된다.현재는 교육위원의 경우는 교육관련 경력 10년이상, 교육감은 5년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입후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교육경력이 없어도 입후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개정안은 지난 9월 헌법재판소가 교육감경력제한 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지 3개월여만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여기에 교육감은 후보 등록일로부터 과거 2년이상 정당의 당원이 아닌자만 입후보가 가능했지만, 이를 6개월로 대폭 완화하여 사실상 정당의 당원들도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헌법에서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을 지금 교과위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보다 더 위에서 법을 개정하는 교과위의 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헌법에 위배되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민주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을 부정하는 해당의원들은 당장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헌법도 필요없는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면 교육계 전체는 묵과할 수 없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할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교육감 입후보자에 대한 교육관련 경력에 제한을 둔 부분도 분명히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이것도 무시하고 정당의 당원제한도 무시하고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면서 이런 행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는 의사협회 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협회 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가. 상공회의소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교수협회 회장도 교수가 아닌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니 이 모든 것들을 일반인이 아닌 정당인이 독차지하게 할 것인가. 교육감이 교육경력없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당원들에게 교육을 맡김으로써 파생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사도 사범대학 안나와도 되고 교사 자격증없이 임용하겠다는 것인가. 교사도 정당인이 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공무원, 교사 모두 정당인이 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장인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은 정당인이 되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정당활동을 하다가 일시적으로 정당인이 아니면 된다는 논리가 과연 가당한 이야기인가 묻고 싶다. 헌법을 무시한 야합 그 자체가 위헌이다. 교육계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진정한 교육자치실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루빨리 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 화합을 강조하는 국가적 요구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불손한 의도가 없고서야 상식선을 넘어서는 이런 법안을 심사할 수가 없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법안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은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책임져야 한다. 교육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을 폐기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생각하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응시횟수 확대, 응시과목 축소 등을 포함한 수능 체제 개편에 본격 착수한다. 교과부 이주호 제1차관은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정착에 역점을 됐다면 내년부터는 수능 체제 개편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내년도 교과부 업무계획의 첫 번째 추진 방향이 `입시 자율화'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능 체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0월부터 대입선진화연구회를 구성해 중장기 수능 체제 개편안을 연구 중이며 내년 3월 시안을 내놓은 뒤 이를 토대로 6월 기본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교협이 연구 중인 개편안에는 수능시험의 근본 성격을 재정립하는 문제를 비롯해 현재 연 1회인 수능시험 횟수를 2회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응시 과목수를 줄이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지난 수능 때 신종플루 문제로 고심을 많이 했다. 일생이 걸린 시험인데 모든 학생이 너무 많은 과목을, 그것도 한 날에 단 한 번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최근 발표된 외국어고 체제 개편안과 관련, "자율을 강조하면서 왜 외고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학생 선발권보다 앞서는 게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다. 외고가 지나치게 어려운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건 학생의 학교 선택권 차원에서 고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외고를 외고답게' 한다는 조건으로 학교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결정했고, 대신 사교육을 철저히 없애려고 입시 개선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고 내신은 영어만 보도록 한다는 내용 등의 입시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외고들이 학교생활기록부나 학습 계획서 등을 통해 전 과목 성적을 간접 확인하는 등 편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차관은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고 지원서를 쓸 때 아예 영어 내신 성적만 쓸 수 있는 별도 양식을 마련하고 학생부를 출력할 때도 다른 과목의 성적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며 "학습 계획서 역시 학생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니라 일정 항목에 따라 쓰게 할 것이므로 과도한 `스펙' 등을 적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영어 인증 성적, 경시대회 실적도 적지 못하게 하고, 적더라도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는다"며 "외고마다 구성될 입시위원회에 교육청 위촉 사정관을 1명 이상 두게 해 학교별 전형계획을 감독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이러한 외고 입시 개선 세부안을 내년 1월 중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2009년 한 해가 서서이 저물어가고 있다. 교육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와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교육의 사명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자녀들을 둔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을 사랑하는 모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새 정부가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 선생님들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진 분은 없다고 본다. 어느 누구보다 교육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분은 교단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 선생님들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가 선생님만큼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했겠는가? 학생들의 학부모님이 선생님만큼 학교를 사랑했겠는가? 학교를 내 집처럼 사랑한 분은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학생들이다. 학교를 청소하고 관리하며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애쓴 분이 바로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학생들 아닌가? 이분들은 한결같이 현장에서 손수 몸으로 실천하신 분들이다. 학교를 사랑한답시고 학교에 와서 손수 청소를 하며 관리 유지하신 분들이 있는가? 없지 않은가? 진정 학교를 사랑한다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안팎을 관리하는 분들이 아닌가? 학교를 향해 어떻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이겠는가? 학교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조금 했다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이겠는가? 전혀 아니다. 학교가 내 집처럼 손수 아끼고 관리하고 잘 유지해나가는 자가 학교를 사랑하는 자이리라.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가 누구이겠는가? 부모님 외에 누가 학교에 맡겨진 학생들을 사랑했겠는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신 분이 바로 학교 선생님 아닌가? 학생들의 지적, 정의적, 신체적으로 조화롭고 균형잡힌 학생들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힘을 쏟으신 분이 선생님 아닌가? 이렇게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위해 힘쓰신 분이야말로 학생들을 사랑하는 분이고 학교를 사랑하는 분이고 교육을 사랑하는 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우리 선생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분도 선생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도 선생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은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선생님들만큼 진정 교육을 사랑하는 이가 많았으면 한다. 진실된 마음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교육은 미래는 밝아질 것이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 해를 말없이 묵묵히 수고하신 선생님들이 정말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학생들은 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한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해에는 우리 선생님들이 지적, 정의적 수준이 더욱 높아져 존경받고 인정받는 선생님으로 자리매김되었으면 한다.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느 누구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해도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사랑, 학생사랑, 교육사랑했으면 한다.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한 일부 대학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정부의 예산 지원이 깎이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 15곳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한 결과 5개 대학이 `미흡' 판정을 받아 예산을 감액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인 선도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울산과기대, 이화여대, 중앙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국외대, 한동대 등 15곳. 이중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스텍은 `우수' 대학으로 뽑힌 반면 동국대, 성균관대, 울산과기대, 중앙대, 한동대 등 5곳은 입학사정관제 운영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5개대는 입학전형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다소 부족했거나 예산운영 항목의 적정성이 떨어지는 점 등이 지적됐다"며 "전형의 공정성 부분에서는 모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당초 이번 점검에 나서면서 외고 등 특정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등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전형을 실시했거나 전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예산 중단, 감사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미흡 대학 5곳에는 지원 예산의 일부를 삭감해 이를 우수 대학 3곳에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삭감액이 대학별 지원액의 3%에 그친데다 관심 대상이었던 `전형의 공정성'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들어 점검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지언어학과의 조지 레이코프(George P. Lakoff) 교수가 쓴 '코끼리는 생각 하지마'란 책에 따르면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라고 한다. 미국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코끼리(공화당 상징)'를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순간 국민들은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며 공화당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즉, 실재하는 현실을 이해하게 해주거나 우리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창조하도록 해주는 심적 구조다. 일종을 이데올로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느닷없이 웬 프레임 얘기를 하냐면 현재 돌아가는 사회 현실을 보면서 이런 것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나 해서다. 예를 들면, 대통령과 여당은 이른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가는 이전단계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반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보의 높이나 여러 정황을 들이대면서 대운하로 가는 기본단계라 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제 아무리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세종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것을 대통령 공약,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도 확정해 놓고도 이후에 손바닥 뒤집듯 하였으니 믿음을 쉽게 저버린 것에 대한 선행학습을 경험한 국민들이 지금 주장하는 4대강 사업 또한 믿지 않기 때문이리라. 곧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라고 강변할수록 국민들은 더욱더 그것이 대운하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곧 대운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다. 필자는 대운하가 뭔지 4대강 사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토목 전문가도 아니기에 그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함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순리(順理)라는 것은 알고 있다. 과거 치수(治水)라는 것도 물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거나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런 것만 그런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교육정책 중에서 교원평가제, 학교평가제, 외국어고 문제 등이 그렇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러저러한 정책을 펼치며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정책들이 사교육을 더 강화시킬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와 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말을 하건, 설득을 하건 간에 믿음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믿음은 말로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둘째, 정책에 대하여 공유할 수 있고, 명확하면서도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전망을 상대편에 제시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측근의 사람들이 내놓는 설익은 정책들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이런 것이 부족해서다. 아무리 착안사항이더라도 사회에 큰 변혁을 일으킬 정책이라면 어느 정도 가다듬고 의견수렴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본다. 셋째, 주장을 하는 사안에 대하여 가치관, 소망, 사명 등을 담은 프레임을 구성하되, 맞은편에 대해서 섣부른 공격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공방이 있는 순간 맞은편 생각이 또 다른 공론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전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반대편 세력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그들의 실체를 더 견고하게 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았다. 넷째, 나 이외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있다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다. 사실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지금 세상은 한 사람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인지체계를 갖추지 않은 존재이다. 그런 특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망적 사고'가 있는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것으로 'UFO 함정'이 있다. UFO에 관한 것만 믿고 보게 되어 반대 사례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를 보정하는 것이 바로 언어요, 대화다. 소통이라는 것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책입안자 또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모든 것의 전문가는 아니다. 나머지 부족한 분야를 채워줄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소통과 대화이다. 불통은 곧 정책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이지만 영어를 잘 못한다. 여러 가지 영어 교육 정책이 쏟아지고 많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영어 실력은 제자리이다. 가정에서도 많은 돈을 들여 영어 유치원부터 원어민이 가르치는 다양한 학원들이 있지만 마찬가지다. 수 십년을 영어 공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영어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어려워한다. 대책이 없다. 이러한 영어 교육에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본다. 이제까지 우리의 영어 교육은 우리가 배워야 할 영어가 있다. 이것이 흔히 미국식 영어니 영국식 영어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무시한 채 새로이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사고력 등을 무시하는 것이 영어를 빨리 배우는 지름길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잊어려 했다. 그래야 영어 공부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어 지식을 무시하자.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대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 문화 등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있는 말, 쓰고 싶은 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자. 그것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는지에 관심을 가져본다. 즉 이제까지의 영어 교육을 ‘영한식’ 방법이라면, 새로운 방법을 ‘한영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한식' 방법은 아무리 우리가 노력을해도 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문화, 한글의 사고 체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한영식'방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더 쉽고, 자신이 표현하고싶은 바를 말하고 쓰기 때문에 자신감, 성취감을 주게된다. 호주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HUGH의 ‘한글말로 영어하기’를 읽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분의 주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한글을 최한 활용하여 영어를 공부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더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제대로 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학원에서 죽도록 맞아가면서 암기하는 ‘단어’가 문제가 아니다. ‘영어식 사고(THINK IN ENGLISH)’를 해야 한다. 사고 체계가 영어화 되어 있다면 그 다음에 공부하는 어휘는 몇 배의 효과를 가져온다. 영어식 사고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어를 외우는 것은 산산히 흩어지고 금방 잊어버린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어식 사고를 갖게 되면 다르다. 영어가 재미있고 자신감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로 예로, 영어를 공부하는 좋은 방법으로 영어 일기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영어 일기 쓰기는 영어식 사고를 훈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모르는 영어 표현을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때 이용하는 것이 ‘한영사전’이다. 한영사전을 활용하면 훨씬 더 고급스런 다양한 영어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매일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어의 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 이러한 방법은 학원에서 죽어라고 외우는 단어 공부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당장 한영사전을 사고 영어로 일기를 써 보자. 어느새 자신의 영어 실력이 향상된 것을 보고 자신도 놀라게 될 것이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의 질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학교나 시ㆍ도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선발하는 원어민 교사 수가 늘어나고 선발 교사들의 국내 사전 연수가 의무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ㆍ중등학교의 실용영어 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선발ㆍ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교과부는 우수한 원어민 선발을 위해 국립국제교육원의 원어민 선발ㆍ관리 지원팀(EPIK)이 모집하는 원어민 인원을 올 4월 1천339명에서 내년 9월 2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학교나 시도 교육청이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원어민을 선발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자질 검증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국립국제교육원이 학교나 시도의 수요를 파악해 원어민을 선발, 원하는 학교나 시도에 배치하는 인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자체 선발에 큰 문제가 없는 학교나 시도 교육청은 지금처럼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하지 않고 선발해도 되며, 교과부는 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인터뷰 질문지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신규 선발되는 원어민 교사들은 사전 연수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연수는 한국 정착, 수업 전문성 제고 등에 대한 내용으로 최소 10일(1일 6시간 기준) 이상 받아야 하며, 시도 공통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중앙연수(30시간), 시도 상황에 따라 운영되는 지역연수(30시간)로 구분된다. 이미 학교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원어민 교사들의 사기진작, 교사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한국 교육과정, 문화 등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우수 원어민에게는 문화체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각 학교의 우수 원어민 활용 수업 사례를 발굴헤 시상하고 방학 중 원어민 활용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근무 기간 문제점이 드러난 원어민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E2비자 재발급 거부를 요청하고 원어민 교사가 다른 지역의 학교로 옮길 때 기존의 평가 결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문제 교사'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선생님! 저 정아에요." "누구? 무슨 정아?" 졸업생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애들이 있어 성을 밝히지 않으면 목소리만 듣고 누군지 알 수 없어 반문할 때가 있곤 하다. "쌤,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제 목소리도 잊어버리고. 유정아에요. 기억나세요 이제?" "어~, 그래. 정아야. 미안해. 근데 임마 너 졸업하고 처음 연락하는 거잖아. 그니까 목소리 잊어버리지." "헤헤, 죄송해요. 한단 한다 생각은 하면서도…… 쌤~ 잘 지내시죠?" "그래. 잘 지내지. 넌 어때?" "저도 잘 지내요." 근 1년 만에 연락을 한 정아(가명)는 밝아보였다. 학교 다닐 때도 밝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늘이 담겨 있었는데 그 그늘이 걷힌 것 같아 통화를 하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졸업 후 가끔 녀석에게 전화를 하곤 했지만 통화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어 늘 소식이 궁금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전화를 피하는구나 짐작만 할 뿐이었는데 이렇게 전화를 받고 보니 그동안의 염려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작년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정아가 눈 주위가 빨갛도록 울먹이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늘 웃는 아이였는데 그날은 달랐다. “정아, 너 왜 울어? 누구한테 혼났니?” “아뇨.” “그럼 왜 울어. 늘 웃는 너가.” “그냥 답답해서요.” “무슨 일인데 그래.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정아가 운 이유는 특별한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답답해서였다. 나빠진 경기불황으로 성적은 좋지만 취업도 안 되고, 대학도 못 가는 상황이니 답답해 할만도 했다. 하지만 정아는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론만 가슴앓이를 하는 아이였다. 고민 없는 아이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겉만 보면 유복한 아이처럼 보였다. 언제나 밝게 웃고 인사하는 정아를 볼 때마다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해뜨랬다. 나중에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곤 놀랐지만 말이다. 실상 정아는 늘 아침을 굶고 학교에 왔다. 저녁도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어쩔 땐 정아의 우일한 식사가 학교에서 먹는 점심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침밥을 먹고 온 날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말이다. 정아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형편 때문에 아침을 먹지 못하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 고등학생인데도 그랬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라고 뭐 다르겠는가. 맘속으로만 눈물의 배를 채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2년 전에 졸업한 아이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6살 무렵에 부모가 모두 가출(아이를 버리고)하여 작은 집에서 자라다가 중학교 때부터 혼자 생활했던 친구다. 부모는 살아있는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아이는 혼자나 다름없었다. 그 아이는 밥 해먹을 쌀이 없어 저녁이면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한 번은 먹을 걸 사가지고 반 아이들과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가 밥을 해먹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녀석은 울기보단 웃음을 선택하며 살아간다며 걱정마라며 씩씩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와의 무상급식 관련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예산을 삭감하려는 자들이 배고픔에 말도 못하고 눈물짓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해마다 학교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조사하고 서류를 가져오라고 할 때마다 항상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이제 그것마저 축소된다고 한다. 얼마 전 동료교사들 몇몇이 학력의 부익부 빈익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전액 지급되던 대학등록금 장학지원제도 폐지를 이야기하면서 한숨을 쉰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들은 '있는 자들이야 없는 자들의 심정을 모른다. 아니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뭐 이런 말들도 나눴다. 그때 우리는 주인이 배부르고 등 따스면 종의 배고픔과 추위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흘러간 옛말까지 들먹였었다. 정부에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의 실시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전액 지급되던 대학등록금 장학지원제도가 폐지되고, 대신 기존 지급액인 420만원의 절반액수인 200만원을 지원금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왜 주인과 종의 이야기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다만 아예 돈이 없는 자는 배움의 기회도 박탈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는지 모른다. 이는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아이들 중 삼분의 일 이상이 기초수급자이고 이들 중 상당수의 아이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기에 동료들끼리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정아와 통화하면서 정아의 눈물이 떠올랐고 그 아이의 아픔도 떠올랐다. 그렇지만 지금 그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늘은 많이 사라졌다. 공부는 전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하고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젠 어엿한 직장도 얻었고 언젠가는 하고 싶은 공부고 다시 하려고 한다는 바람도 전해주었다. 통화를 마치고 점심값이 아까워 급식을 안 먹는다는 한 아이가 머리에 아른거렸다. 말이야 안 먹지만 못 먹는 아이였다.
高 3학년 학생들의 수능 이후의 교육과정 이대로는 안 된다. 학교에 와서 제대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이들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학교에 나오라고 하면 이들에게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 왜 학교에 오라고 하면서 가르치지 않느냐고 하면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현장 교사는 막연하다. 체험학습도 한 두 시간이다. 졸업여행도 2-3일이다. 한 달간의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교과부는 학교 현장에 내 놓아야 한다. 무조건 학교 당국에 맡긴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출석부에 무조건 지각, 결석 심지어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을 퇴학시킨 사례가 있는 상황이라 학생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교육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능 이후 교육과정이 학교 자체 교육으로 진행된다고는 하나 그것이 학생들의 구미에 맞지도 않은 수업이 너무 많고, 다양한 교양 강좌를 연다고 하여도 3년 동안 공부에 찌들린 이들에게는 강연다운 강연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이들은 오로지 쉬고 싶을 뿐인지 모른다. 수능 이후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상황을 보면 학기 중 봉사활동보다 더 적극적이다. 대학 등록금이 턱없이 높은 상황이라 한 푼이라도 벌어서 등록금에 보태려고 하는 학생들도 있고 3년 간의 공부를 마치고 다양한 체험을 위해 비용을 벌려고 하는 학생도 많다.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자유가 너무 부족한 것 같기도 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학원으로 학교로 과외로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이 공부한다. 그 결과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공부한 만큼 그 이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고등학생으로서 세계를 또는 여러 국내 체험지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체험으로 일자리를 구해 적극적으로 삶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곡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3학년 학생들을 매일 무의미하게 학교에 오라고 하여 시간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들에게 좀 더 알찬 시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그 대안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변경시켜 방학을 여름과 겨울을 똑 같이 할 것이 아니라 여름은 줄이고 겨울을 늘이는 방안이 고려되면 고3학년 학생들의 교육과정이 좀 수월해 질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고3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수능 이후의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의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고 교사의 학생에 대한 회의와 포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고3학년 학생들의 등교기간을 줄이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지 않을 경우 더욱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와 고3학년 학부모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는 뇌관으로 남아 있다고 해도 빈 말은 아닐 것이다.
지난 3년 사이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낮아졌지만, 건강에 해로운 흡연율과 음주율 등은 여전하거나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이종구)가 중1~고3 사이의 청소년 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67.1%, 56.1%로 지난 2005년의 77.6%, 70.3%에 비해 각각 10.5%포인트, 14.2%포인트가 감소했다. 주1회 이상 탄산음료 섭취율(77.6%→67.1%)과 패스트푸드 섭취율(70.3%→56.1%)도 하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는 2006년부터 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한 데 따른 것으로 본부는 분석했다. 3년 전에 비해 지표가 개선된 건강행태 중 또 다른 하나는 칫솟질이었다. 점심시간 칫솔질 실천율은 지난해 34.5%로, 2005년의 24.4%에 비해 10.1%포인트나 증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건강행태는 오리려 더 나빠진 게 많았다. 흡연율은 2008년 `현재흡연율'(최근 30일 동안 1일 이상 흡연한 사람)이 12.8%로 2005년의 11.8%보다 높아졌으며, `매일 흡연율'(최근 30일 동안 매일 흡연한 사람)도 3.9%에서 6.5%로 크게 늘었다. 음주율을 보면 현재 음주율(최근 30일 동안 술을 1잔 이상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은 3년새 27%에서 24.5%로 낮아졌지만, 문제 음주율(최근 12개월 동안 음주 후 문제행동을 두가지 이상 경험한 사람)은 39%에서 42%로 4%포인트나 상승했다. 비만율도 8.8%에서 9.6%로 갈수록 높아가는 추세를 보여 청소년 비만관리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 조사에 추가된 인터넷중독은 고위험군이 3.3%, 잠재적 위험군이 13%로 각각 진단됐다. 이밖에 주5일 이상 아침식사 결식률은 27.1%에서 25.8%로 약간 낮아지는데 그쳤으며, 안전벨트 착용률(52.6%→52.4%)과 스트레스 인지율(45.6%→43.7%) 등도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내년 1월 홈페이지(http://healthy1318.cdc.go.kr)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규석(63) 교과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이 선출직 도전을 위해 사표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계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내년 6월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전에 나서기 위해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학교교육지원본부장직 사퇴 결심까지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본부장이 3년 임기의 고위공무원이라는데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 6월 공모로 진행된 학교교육지원본부장 선발에 응모, 교과부 최고위 전문직에 올랐다. 학교교육지원본부장 자리는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슬림화 정책에 따라 교과부내 전문직 실·국이 크게 축소되는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교총이 ‘전문직 차관보(次官補)’ 신설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만들어졌다. 당시 교과부는 교총 등 교육계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문직 차관보 신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정부조직 확대를 우려하는 관련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학교교육지원본부장(1급 상당) 신설로 가닥을 잡았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초·중등 교원의 위상을 고려해 만들어진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이 업무의 성과는 고사하고, 임기도 안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전체 교육자의 신뢰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3년 임기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학교교육지원본부장 최종 낙점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 본부장이 중도에 사퇴하는 것은 국가를 상대로 허위약속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이러저러한 소문 가운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는다”며 “지지자들이 뜻을 접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도 “임기를 마치겠다고 하기 어렵다”며 사퇴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정택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사퇴, 공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올해 가을에학교평가를 받았다. 여름방학 내내 자료를 정리하여 학교평가를 받았다. 나름대로 그동안 해왔던 여러가지 성과를 알기쉽게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여름방학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하면서 학교평가에 매달렸던 것이다. 우리학교뿐 아니라 인근의 학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똑같은 일들을 그들도 한 것이다. 자료준비에만 거의 2개월 가까이 소모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학교평가가 끝났지만 평가결과는 한참 동안이나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감감무소식은 아니다. 알것은 다알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평가결과가 좋으면 포상을 하겠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기다려 보았다. 그런데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어느 학교가 포상대상이라는 소식만 들려왔다. 어느학교가 어떤 분야에서 포상을 받는지 교감선생님도 모르고 있었다. 해당학교에 문의한 결과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포상대상이 아닌 학교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방학이 임박해서야 포상대상학교들이 알려졌다. 정식공문이 아닌 교감 선생님에게 메일로 전달된 것이다. 그런데 포상대상학교는 그렇다치고, 나머지 학교들의 결과는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다. 등급이 낮은 학교는 내년에 또 학교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결과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학교평가가의 평가과정이 객관성이 있고 없고를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아무리 열심히 했다고 해도 포상대상이 아니라면 할 이야기가 없다. 그저 따라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왜 결과를 비밀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우수학교가 나왔다면 미흡한 학교도 분명히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왜 공문시행을 안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3년전의 학교평가때도 지금과 똑같이 진행되었었다. 결과를 공문으로 시행하지 않고 인비처리한 봉투를 학교별로 보냈었다. 그 안에 결과가 들어 있었는데, 왜 비밀로 해야 하는가. 그리고 포상대상학교도 왜 다른학교에서 알지 못하도록 비밀로 해야 하는가. 이보다 더한 것들도 정식공문으로 시행하면서 유독 학교평가 결과만 공문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학교평가가 완료된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대부분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간 지금도 그 결과를 일선학교에서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확실하게 공문으로 시행하면 될 것을 왜 비밀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학교평가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고 해도, 이런 상황때문에 불신을 받는 것이다. 정식으로 공문을 시행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학교평가는 입사시험이 아니다.우수학교에만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다.모든 학교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로부터 학자금을 빌린 뒤 취업 후에 갚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도입되고 교사들의 수업능력을 평가하는 교원평가제가 3월 전국 모든 초ㆍ중ㆍ고교에서 실시된다. 현재 소득 하위 70% 이하의 가정 둘째아에게 차등 지원되고 있는 유아학비는 전액 지원으로 늘어나며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한 야간 돌봄 유치원이 운영된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 = 대학 등록금을 정부로부터 대출받아 공부하고 졸업 후 소득에 따라 상환하게 하는 제도다.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 약 80만명이 대상이며, 등록금 전액과 연 200만원의 생활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교원평가제 실시 =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교원평가제가 내년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교로 확대 시행된다. 교원평가에는 학생, 학부모도 참여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부진한 교사들은 능력개발 연수를, 우수한 교사들은 안식년 등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유아학비 지원 확대 = 유아학비 경감,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70% 이하 가정의 모든 둘째아 이상에게 유아학비의 100%(국립은 월 5만9천원, 사립은 19만1천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도 소득 하위 70% 이하의 둘째아에게 정부가 유아학비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소득 분위에 따라 지원 액수가 달라 100%를 다 받지 못하는 가정이 있었다. ▲야간 돌봄 유치원 운영 =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을 돌보는 `야간 돌봄 전담 유치원'이 내년 3월부터 운영된다. 기존의 종일제 유치원보다 더 늦은 시간대까지 문을 여는 유치원을 말하는 것으로, 시도별 수요조사를 거쳐 지역별로 5~10개의 공ㆍ사립 유치원을 연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