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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유·초·중등 교육 시도 이양을 논의할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 지난달 28일 첫 회의를 연 가운데 학교현장의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교육감의 재정, 인사 권한은 강화하면서도 시도교육청 평가는 축소한 점, 그리고 협의회 구성의 편향성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우선 협의회는 김상곤 부총리를 포함해 14명의 위원 중 소위 진보교육감으로만 6명이 채워져 있다. 나머지 위원들도 진보교육감 후보였거나 선거캠프에서 일한 인사들이다. 학교현장을 대표할 교원은 강원 대안학교인 가정중 교장 단 한명 뿐으로 경기 이우학교 교장 출신이다. 진보 일색의 구성원들로 채워진 이 협의회가 앞으로 균형감을 견지할 수 있을지 회의스럽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협의회에서 발표된 3대 중점 추진과제를 보면 더 걱정스럽다. 특별교부금 비율을 1% 낮춰 교육감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보통교부금으로 전환하고, 교육부의 교육청 4급 이상 정원 승인권을 없애는 한편, 교육청 평가를 축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교육 이양의 초점을 교육감 권한 확대에 두는 듯한 모양새다. 지금도 선출직 교육감에 대해 ‘견제장치 없는 제왕적 교육감’, ‘교육소통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가 요구한 학폭 관련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해 전북교육감은 2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감들은 교육자치를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학교자율을 훼손하는 처사로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교육청이 2014년 단행한 ‘9시 등교제’가 대표적이다. 교육 이양의 종착역은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다. 교육청의 권한은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지원하는 의미의 권한이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협의회의 교육 이양 논의는 중앙 차원의 견제·균형 장치를 무장해제시키는 교육감 권한 확대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이미 이전 정부에서 상당 부분 시도로 이양된 교육 권한을 교육청이 움켜쥐지 말고 학교에 넘겨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며칠 전 선생님 몇 분과 회식을 하며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다들 갈수록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학부모들도 그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걱정을 털어놨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점점 배우려고 하지 않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언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현재의 학교교육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신문, 방송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 ‘일자리 전망’의 허구 한 뉴스전문 채널에서 거의 매시간 방송하는 공익광고는 학교교육 무용론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 광고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을 언급하며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생들의 6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멘트를 내보낸다. 보다 정확히 따지면 그 말은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도입 부분(3쪽)에서 ‘한 통계치에 의하면(By one estimate)’을 재인용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인용하고 있는 통계치 65%가 학문적 연구 결과가 아닌데다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영국 BBC 라디오의 한 방송은 65%라는 통계치가 미국 듀크대 캐시 데이비슨 교수의 2011년 저서 ‘Now You See It’(테크놀로지가 학교교육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최초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책 출판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기사로 인용된 후 다른 여러 저서나 신문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래서 방송은 직접 데이비슨 교수와 통화를 해 통계치의 근거를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통계치가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니라 미래학자 짐 캐롤이 2007년 발간한 저서에서 호주 정부의 혁신위원회 관련 웹사이트 통계를 재인용한 것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짐 캐롤에게 확인 연락을 취했으나 실패했고, 관련 웹사이트도 폐쇠돼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어 2012년부터는 65% 통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BBC 진행자는 호주 정부에 관련 웹사이트와 통계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으나 역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65%는 근거 없는 통계치이며, 한국에서 널리 인용되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근거로 한 65%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오히려 BBC 진행자와 인터뷰한 학자들은 65%처럼 불확실한 통계를 들며 학교교육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꺾고 혼란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지식교육 멈춘다면 학생만 피해 평가전문가 데이지 크리스토돌루 박사는 "미래의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의 종류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체계화된 지식이나 사실들을 가르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비록 아이들이 직업생활을 할 때, 그 지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지라도 현재는 그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와 대응이 비판적 성찰 없이 이뤄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특히 모든 학생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할 학교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동구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름 그대로 아홉 기가 있다. 또 의미가 있다면 동구릉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건원릉이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창건하지 않았다면 조선 왕릉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 동구릉은 조선 왕릉이 시작된 곳이다. 조선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이다. 2009년 6월 27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회의에서 결정됐다. 한반도에 왕릉은 총 42기가 있는데, 태조 이성계의 비인 신의왕후의 제릉과 2대 정종의 후릉은 북한에 있다. 이 두 기를 제외하고 남쪽에 40기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 왕조가 50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그 왕들의 무덤이 이토록 온전하게 보전되기는 세계에도 유래가 없다. 능에 담긴 고유의 철학과 왕가의 예술과 조화를 잃지 않은 자연주의가 극찬을 받았다. 조선 왕릉은 당대 최고의 풍수지리학에 근거해서 자리를 잡는다. 하늘과 땅의 자연현상을 읽고, 인간의 안전과 편리를 도모하는 철학이 왕가의 무덤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도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합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조상의 문화유산이자 천혜의 녹지 공간이다. 그야말로 축복으로 남아 있다. 여름에 찾은 동구릉은 벌레가 먼저 반긴다. 습한 날씨에 무더위까지 겹쳐서 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었을까. 짙은 풀냄새, 도심에서 안 나는 나무 향기가 가득하다. 숲에 들어서니 걸음이 느려진다.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키 자랑을 하고 있다. 작은 숲에 들어서니 더위는 바람에 날아간다. 부드러운 흙길 위로 한발 한발 걷는데,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따라온다. 숲 그늘에 우리보다 먼저 온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득한 조상의 무덤에 온 것을 알까. 더위에 지친 얼굴을 들고, 저마다 재잘거리고 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연을 느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질 것이다. 숲길을 옆에 두고 흙길을 걷다보면 수릉을 먼저 지난다. 그리고 현릉을 지나면 눈앞에 건원릉이 자리하고 있다. 건원릉은 동구릉 맨 안쪽에 있다. 보통 왕릉은 모두 이름이 외자다. 건원릉만 두 자다. 능의 참배는 홍살문부터 시작한다. 이 문은 붉은 색으로 되어 있는데, 신성한 지역임을 알린다. 정자각(능에서 제사지낼 때 사용하는 중심 건물)까지 이어지는 길로 판석이 깔려있다. 높은 쪽은 신도로 왕의 혼령이 다니는 길이며, 낮은 쪽은 참배하러 온 왕이 다니는 길이라고 해서 어도라고 한다. 정자각에 오르면 건원릉이 보인다. 모든 왕릉의 봉분은 잔디로 치장했다. 이 능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풀을 심었다. 고향을 그리던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의 흙과 억새를 옮겨왔다. 해서 왕릉 사진을 보다가 봉분에 억새풀이 무성한 것을 보면 바로 건원릉임을 알 수 있다. 이성계는 함경도에서 무관으로 성장했다. 아버지 이자춘과 함께 고려 변방을 지키는데 공을 새웠다. 이로 인해 고려 중앙에 이름을 알리고, 쓰러져 가는 고려의 왕권을 지켰다. 패전을 모르던 이성계는 요동 정벌을 하겠다는 우왕과의 대립하다가 조선을 건국한다. 하지만 왕권을 차지하고도 행복하지는 않았다. 아들 이방원이 형제끼리 피를 보며 싸우는 광경을 봐야 했다. 1392년 조선 건국으로 왕에 오르고, 1398년까지로 햇수로는 6년 남짓 통치를 했다.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지만, 자식들의 다툼으로 불행한 말년을 보내다 1408년(태종 8) 5월 24일에 죽었다. 키 작은 억새들이 바람 흔들린다. 아버지 이성계와 아들 이방원의 역사의 길에서 갈등을 애잔하게 전하는 것 같다. 원래 태조는 계비 신덕왕후와 함께 묻히고자 했다. 그리고 신덕왕후가 승하하자 경복궁 서남방인 정릉에 자신의 묏자리를 축조했다. 그러나 아들 태종은 부왕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신덕왕후와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정릉을 도성 밖으로 이장하고 태조의 능을 현재 자리에 조성했다. 아들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유언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봉분에 고향 억새풀을 심었을 것이다. 조선 왕릉에는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인물상과 동물상을 비롯하여 봉분의 둘레와 전면에 의식용 석물들을 배치하였다. 석물은 왕릉의 장엄함을 강조하고 주변 경관과 조형적으로도 조화를 이루어 격조 높은 예술품이다. 건원릉은 조선 왕릉의 시작으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양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것을 하나도 볼 수 없다. 봉분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정자각에서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다. 능에 오르지 못하니 곡장(봉분의 동, 서, 북에 들러 놓은 담장)은 물론 문인석 무인석 등을 하나도 볼 수 없다. 조선 왕릉의 석물 조각은 한국미술사에서는 불교 조각 이외의 조각풍으로 조선시대의 역사와 조각사를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훼손을 방지해서 길이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화유산이다. 여주 세종대왕의 영릉은 관람객이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턱대로 능의 출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의 예술품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문화 시설 관리도 필요하다.
수협중앙회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소그룹 어촌체험 방문행사'에 참가할 소그룹을 모집한다. 수협중앙회에서 진행하는 소그룹 어촌체험 방문행사는 도시민에게 도시-어촌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우수동기(체험제공)를 부여해 어촌사랑운동의 범국민적 인식 제고를 위해 도시 거주 가족 및 동호회 등의 소그룹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 여름기간에 실시된 소그룹 어촌체험 방문행사에서는 인천 포내마을과 강원 양양 남애마을, 전북 고창 동호마을, 충남 서산 중왕마을을 방문해 각 마을만의 특색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에 하반기에는 강원 양양 남애마을과, 충남 서산 중왕마을, 전북 고창 동호마을, 경기 화성 백미리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며 각 어촌마을별 특성을 반영한 조개캐기, 쪽대체험, 오징어 순대 만들기, 맨손 오징어 잡기, 망둥어 잡기, 염전체험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소그룹 어촌체험 방문행사는 각 어촌마을마다 7~8개 소그룹(1개 소그룹당 8~10명) 약 80 명을 모집할 예정이며 가족뿐만 아니라 동호회, 부녀회, 친목모임 등 자유롭게 팀을 구성해 신청할 수 있다. 각 소그룹별 참가 약정금 3만원만 납부하면 어촌체험활동 비용과 숙박비, 식비 등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참가 가능하며 참가 약정금은 어촌마을의 특산품을 구매해 참가소그룹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 어촌 마을까지의 이동은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이번 행사의 참가신청 기간은 2017년 8월 28일(월) ~ 9월 21일(목) 까지이며 각 어촌체험 마을별 신청 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마을별 방문행사 일정을 꼭 숙지한 후 참가신청을 해야한다. 참가신청서 양식 등 자세한 사항은 어촌사랑 홈페이지 http://www.isealove.com 에서 확인 가능하며 문의는 전화 02-571-1195 로 하면 된다.
무덥던 더위도 차츰 그 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순천고에서 퇴임을 앞 두고 최복용 교장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교장실을 찾았다. 남은 일을 정리하면서도 학생들과 이전에 한 약속을 해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사생활 20년 거쳐 전문직에서 성장, 도교육청 학생생활 안전과 과장 중, 고 교장, 학생교육문화원장 역임 교직의 발길을 따라서 1979년 3월 순천공고에 초임교사로 받령을 받았다. 그 당시어려운 교육 환경 가운데서도 기초학습 능력 신장과 학생 개개인의 소질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다 7월에 입대하여 2년 6개군 복무를 하였다. 1987년 3월 1일부터 교육현장에 복귀하여 2000년 2월 29일까지 13년간 실업계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 중 학생들에게 기술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고 졸업할 수 있게 하느라 정성을 다하여 노력한 결과 학생들의 취업률을 향상시켰다. 한편, 이 기간 중에 다양한 학습자료 개발과 꾸준한 자기 연찬을 통하여 교사로서의 전문성 향상에 최선을 다햐어 정진한 결과 2000년 3월 1일 보성교육청에서 3년 반 동안 장학사 근무를 시작으로 2008년 2월 말까지 전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교원단체 담당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후 광양 옥곡중학교 교장을 거쳐 2012년 4월 1일부터 학생생활안전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행복한 학교만들기에 노력하였으며,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2월 말까지 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으로 재임하면서 독서토론 역량 강화와 문화, 예술 체험학습에 역점을 두어 업무를 추진하였다. 2015년 3월 1일 순천고 교장으로 부임하여 교사의 열정과 사랑이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체계적인 학습관리 시스템을 운영하였다. 특히, 기초학력 부진학생 없는 학교만들기, 독서토론 교육 강화,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형 수준별 이동 수업과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향상 및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 순천고가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영예로운 퇴임을 하게 된 것이다. 교직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무엇인가요? 순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기술, 공업 분야를 가르쳤는데 그 당시는 선발 집단이어서 학생들이 잘 따라주었으며 수업이 재미있고 행복했다. 정규수업이 24시간에 보통수업도 주당 10시간 정도였으며 학생수도 학급 당 60여명이었으나 수업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전체 학생수가 무려 2천여명에 달하였다. 전문직에 입직하여 보성교육지원청 근무를 마치고 도교육청 장학사로 발령을 받아 교원단체 업무를 당당하였는데 이는 다른 장학사들이 기피하는 업무였다. 왜냐하면 노조업무는 교사의 업무가 아닌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교육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교육관리자들과 갭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회피하기 보다는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해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추억거리, 아쉬움이 남아 있는가요? 교사생활 20년 가운데 순천고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아 야간이나 일요일도 없는 생활을 하였지만 보람이 있었다. 공고근무시는 실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공업분야는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고 한다. 도면을 보는 것부터 반복되는 실습 등이 힘들었지만 학생들에게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취득하도록 엄격한 지도를 하였다. 또 최근에 제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몇 명 제자들이 고등학교 재학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셔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가 큰데도 그 때는 이를 잘 헤아리지 못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도하지 못한 것이다. 좀 더 잘 보살피지 못하고 학력을 올리는 것을중요시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이 된다. 교직생활 중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요? 교직은 본질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 신장"을 지원하는 일이다. 교사 역할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지도하여 학생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순천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은 학생들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있다. 성장해 가는 그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학생들도 과거에는 평균 점수나 결과만을 보았지만 지금은 그 체험하는 과정이 있어야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기록할 수가 있다. 훌륭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목표가 있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가이드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이들을 안내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한하다. 인생 2막을 어떻게 계획하신가요? 우연히 사마천의 사기를 소개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 감동을 받아 2011년도에 사기 전집을 구입하여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역사에 관심의 지평이 넓혀졌다.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교육문화회관 재직시 신문을 통하여 부산 광명고등학교가 독서토론 수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에 연락을 하고 그곳 학생학생들과 함께 독서 토론 수업 학습을 참가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이를 순천고에서 학생지도에 응용하게 되었다. 무사히 교직여정을 마친 것에 감사하면서, 2막 인생은 순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곧 개강되는 사마천의 사기강의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올 치러지는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다. 이는 영어교육의 변화를 일으키는 정책 결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외국어고와 국제고 폐지를 공언하면서 영어 사교육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입시에서의 중요성 감소로 영어교육 비중을 줄이는 것과 국경 없는 IT시대 세계 공용어로서 영어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학부모들은 방황하고 있다. 입시뿐 아니다. 취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토익, 토플 등 국제 공인 영어능력평가시험도 공공기관을 필두로 한 블라인드 채용의 여파로 등등했던 위세가 전만 같지 않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우리 교육에서 영어교육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능 영어는 이제 90점을 넘기는 게 지상과제다. 100점과 90점의 10점 차보다 90점과 89점의 1점 차가 훨씬 중요하다. 영어가 늘 100점인 극소수의 최상위권 말고는 절대평가로 바뀌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자신이 수능에서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비율이 과연 어느 정도가 될까를 예측하면서 학생 개개인에게 불안감은 지속된다. 이를 지켜본 학부모 심정은 “분위기만 어수선할 뿐이지 입시 영어에 목을 매야 하는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학교 교사들도 고민은 마찬가지이다. 지금 주어진 학교교육 교육과정 운영 만으로 수능의 수준에 도달할 수가 있는가에 의문을 갖고 있다. 수능 영어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한 높은 난이도로 이미 악명 높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우리학교 발행)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50분간 풀어야 하는 수능 영어 읽기 지문에는 통상 4,000단어 내외의 단어가 등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 수준의 글을 분당 130~200단어의 속도로 읽어야 하는 수준으로, 미국 고교생들이 읽는 교재와 비슷한 난이도다. 물수능이든 불수능이든 학교 교과과정과 시험 난이도 사이에는 이처럼 엄청난 격차가 있고, 이 격차는 사교육이 아니고는 메울 수 없는 구조다. 영어 몰입교육(영어로 다른 과목들을 가르치는 것) 도입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영어교육 열풍의 정점을 찍었던 이명박 정부 이래, 영어교육 정책의 무게중심은 외고 입시에서 지필고사 폐지(2010),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2014) 등 사교육 부담 경감으로 옮겨졌다. 초등생이 수능 영어와 토플 시험을 치르고, 원어민 같은 영어발음을 위해 유치원생에게 혀 설소대 제거 수술을 받게 했던 10여 년 전의 풍경을 떠올리면 지독했던 한국 사회의 영어패권에 균열이 가고 있는 건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또,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영어실력과 이렇다 할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던 각종 영어능력 지표들이 힘을 잃으며 그 지위가 격하되는 추세다. 도무지 질 줄 모르던 ‘영어권력’에 마침내 그늘이 드리는 조짐이다. 영어 사교육 억제 정책은 영어학원 폐업률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8월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유ㆍ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와 토플 등 영어 공인시험 준비 교육을 하는 어학원은 2009년 1,213개였던 것이 올 7월 현재 837개로 7년 반 사이 476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반면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과목을 가르치는 서울시내 입시, 검정 및 보습학원은 2009년 7,538개에서 2017년 7월 현재 7,906로 362곳이 늘어났다. 교과 영어를 가르치는 입시학원은 늘어나고 다른 어학원들은 대거 줄어든 것이다. 증가하는 학원 폐업률의 원인으로는 학령기 인구 감소가 흔히 지적된다. 서울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학령 인구는 2010~2016년 사이 초등학생 21%, 중학생 30.4%, 고등학생 22.4% 줄어들었다. 하지만 입시 보습학원이 1.6% 늘어난 것은 인구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내용이 바뀌었을 뿐 입시용 사교육은 여전히 왕성한 모습이다.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과 형식이다. 절대평가가 실시된다고 해서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절대평가에 걸맞은 내용과 형식의 변화가 논의돼야 하는데, 점수 반영 방식만 바뀌었다. 가장 시급한 건 영어 교육과정을 정비하는 것이다. 수능과 교육과정 사이의 이 막대한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지 부터 정리하고, 사교육 없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9월 첫날 아침이다. 가을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자기의 자리인데도 혹시나 하면서 조용히 찾아온다. 여름은 당연히 자리를 떠나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여름은 버틴다. 가을은 소리를 내지 않고 앉을 자리 찾아 앉는다. 좋은 선생님은 있을 자리에 있는 선생님이다. 물건과 사람은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가을의 자리에 여름이 계속 버티고 있으면 빛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특히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잘 알고 그 자리에 있으면 빛이 나게 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선생님이다. 규칙적인 생활이 참 어렵다. 몸이 무거우면 아무리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가 없다. 알람은 언제나 그 시간이 되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찾아온다. 알람처럼 몸이 무거워도 이상이 생겨도 평소의 리듬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실천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영향력은 영원하다. 선생님의 영향력 중 선생님의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영향력을 잃게 된다. 학생들의 85%는 선생님의 언행일치가 사라지면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사로 듣고 넘길 말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랑한다 하면서 관심이 없다면 거짓이 되고 만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관심을 가진다. 부모님이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애를 공부하라고 하면 오락을 하다가 눈치를 보면서 그만두고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다시 자기 방에 가서 책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 사실을 부모님은 다 안다.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을 한다. 어떻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까? 학생들 중에 전혀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까지 관심을 두면 그 선생님은 사랑의 선생님이 되고 좋은 선생님이 된다. 전공지식이 넘치는 분이다. 선생님 중에 가르치는 내용에 자신이 없으면 늘 불안하다. 학교의 생활에 재미가 없다. 그래서 집에 갈 때도 책을 가지고 간다. 가르쳐야 할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도 자신이 없다.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은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도 교재연구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강심장이다. 그러면 결국 자신의 행복을 반납하게 되고 만다. 탐구적인 학생,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물으면 주로 선생님이라고 한다. 모든 선생님은 배우는 열정이 있다. 가르치는 열정도 마찬가지다. 그 열정이 식지 않도록 계속 배우는 일에, 연구하는 일에 힘쓰면 좋은 선생님이 된다.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한승택)는 8월 31일 오후 15시부터 16시까지 송파수련관에서 1, 2학년학생과 교직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담배연기 없는 학교 선포식 및 흡연예방 마술공연’과 금연 서약서를 작성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학생부장의 훈화를 시작으로 대표 학생들의 평생 금연 결의문 낭독 및 전체 학생 선서 순으로 진행됐다. 또한 이번 선포식에서 1, 2학년 학생들은 학생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평생 흡연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위한 금연 활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다짐했다. 이어 금연을 주제로 한 마술공연(미리내 마술극단)을 통해 학생들은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 물질인지 실감나게 깨달았으며 각종 포스터와 홍보물을 통해 흡연의 폐해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손상훈 학생회장은 “앞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흡연을 예방하는데 학생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령가족 모두가 자존감을 갖고 희생과 헌신 안에서 한마음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딱 마주쳤다. 그녀는 사회학과 사무실에서 나오는 중이었고, 나는 졸업 상담을 하러 크리스티의 사무실로 가는 중이었다. 너무 가까이에서 마주쳤기 때문에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 짧은 순간 그녀는 나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애써 웃으려 했지만 부자연스러워 가볍게 '하이'하고 인사만 했다. 짧은 순간 그녀도 눈치를 챘는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다소 힘든 표정으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이다. 그녀와 이런 식으로 인사하고 헤어지기는. 쇼잉, 그녀는 장학생들 킬러 학과인 브로웨이 교수의 Sociology 101 B의 우리 섹션 조교로 왔다. Sociology 101 클래스는 학생이 수 백 명에 이르기 때문에 교수가 일일이 관리를 할 수가 없어 조교를 두어 20여명씩 관리를 하게 한다. 조교들은 교수의 강의에 대한 보충 강의를 일주일에 두 번하고 학생들이 쓴 페이퍼나 시험에 대한 성적을 매기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 과목에서 상당한 점수를 잃게 된다. 특히 이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는 세계 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권위있는 사람이어서 자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하다. 한 섹션에서 보통 한 두 명 A-를 받고 나머지는 모두 B+ 이하를 주도록 조교들에게 지시한다. 그렇지만 다른 교수에 비해 낙제 점수는 거의 주지 않는다. 이런 클래스가 장학생들에게는 제일 힘든 클래스다. 버클리 대학의 사회학과는 전 미국에서 제일 우수한 학과로 선정되었고, 그런 만큼 학생들의 수준도 세계 최고급이다. 그런 학생들 사이에서 A-를 맞는 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무너진다. 다른 학과는 보통 4학점인 반면 이 학과는 두 학기에 걸쳐 10학점이나 된다. 점수 좋은 학생들은 이 클래스에서 죽도록 긴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클래스의 조교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점수 좋은 학생들에게는. 지난 학기 Sociology 101 A 과목 때 내가 듣고 있던 섹션의 조교는 점수를 매긴 페이퍼를 들고 클래스에 들어와서 목까지 차오른 울음을 참아가며 말했다. "너희들 보다 내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만 알아 줘."그녀의 얼굴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빛이 역력했다. 다 비슷한 페이퍼들, 50여 가지나 되는 조건 억지로 채워가며 점수 깎아 갈 때의 비통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만큼 힘든 학과인 것이다. 쇼잉은 사회학과로는 드물게 중국에서 온 조교다. 미국 문화에 익숙해야만 가능한 사회학과 조교로 뽑혀 올 정도면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장한 그녀의 영어 실력은 까다로운 사회학과 강의를 다 감당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 노골적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나와 같은 버클리 대학 주택 단지에 살기 때문에 가끔씩 같은 버스로 돌아오기도 했다. 힘든 과정 마치고 돌아오는 그녀의 얼굴은 거의 매일 상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녀를 위로해 주곤 했다. 나의 위로가 힘이 되어 다소 밝은 표정으로 돌아올 때마다 한 어려운 사람의 짐을 가볍게 해 주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기뻤다. '꼭 이겨내라'는 내 말이 힘이 된다며 버스를 내리는 그녀는 버스에 오를 때와는 달리 발걸음이 가벼워져 있곤 했다.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그냥 그렇게 지내다 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이나 교수들 중에 대부분은 학교에 있는 동안만 만나고 별 의미없이 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르다. 많은 부분에 생각이 같고 알게 모르게 통하는 것이 많았다. 오래 친구해도 좋을 만큼. 그 힘든 Sociology 101 B를 수강하는 동안 나에게는 적잖은 외적인 어려움이 겹쳤다. 아르바이트와 여름 학기 미국 상원 의원 인턴 준비, 그리고 13학점이 풀타임인 한 학기 학점에 조기 졸업하려는 욕심에 18학점이나 신청해 놓은 상태(보통 장애인들은 한 학기에 9학점 정도 수강)에서의 공부도 죽도록 어려운데 거기다 삼출성 중이염으로 두 달 반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그 까다로운 Sociology 101 B를 성공적으로 해낸 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학점을 줄이는 것, 상원 인턴, 혹은 신문사 리포터,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계속 무리를 했고, 쉬어야 낫는다는 중이염은 더 심해져만 갔다. 휠체어는 왜 그리고 고장이 잦던지. 그런 상황에서도 쉴새 없이 공부해 성적은 무척 잘 나왔다. 내 성적과 사정, 그리고 내가 미래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쇼잉은 필사적이다 싶을 만큼 열심히 나를 도와주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듣지 못한 부분을 이해시키기 위해 일일이 도표를 그려서 다음 강의에 가져다 주고 수많은 설명을 이메일을 통해 보내 주기도 했다. "말만해, 네가 공부에 필요한 것 다 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그렇게 다정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두 번의 에세이 시험이 있었다. 첫 번째는 A-를 받았고 두 번째는 B+였다. 참여와 마지막 구두 시험이 두 번의 시험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잘하면 A도 바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데다 내가 말할 때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머리 안에서만 뱅뱅 돌아 말하기 조차 힘들어 토론에는 열심히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런 사정을 쇼잉은 너무 잘 안다. 귀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에 쇼잉이 그 정도는 참작해 주리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구두 시험은 모든 학생들이 긴장을 했다. 어떤 학생은 하도 긴장해서 교통사고도 일으켰다고 하고, 어떤 학생은 먹은 것 소화를 못시킬 정도라고 했다. 나는 그네들 보다 더 걱정이 됐다. 안 들리는 귀 때문에 강의를 충분히 소화를 못 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민감한 구두 시험을 친다는 것은 적잖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안 쇼잉은 내게 마지막 혜택을 주었다. 페이퍼로 해 와도 된다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특혜를 받는 다는 것이 싫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그녀는 몹시 걱정스런 눈빛으로 페이퍼를 종용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나는 때로 이런 쓸 데 없는 고집을 부린다. 장애인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며 클래스에서 치르는 시험을 집에서 해 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도 거절했고, 장애로 인해 쓰는 속도가 느리니까 시간을 더 가지라고 해도 특별히 힘든 것이 아니면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곤 했다. 힘든 구두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 학교에서 사회 학도로서 어려운 시험은 다 마친 것이다.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그리 나쁜 점수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방학 기간 중 워싱턴 디시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나온 Sociology 101 B 점수를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B였다. 버클리에서 받은 최악의 점수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그녀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과 적잖이 데미지를 입은 평점이 나를 정신 못차리게 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안다. 어려운 형편에 장학금에 의존해야 하고, 앞으로 내가 계획하고 나가려는 일에 있어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다는 것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녀가 내게 줄 수 있는 최악의 점수를 주었다. 강의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다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워싱턴에서 여름 학기 인턴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 학사 관리를 하는 상담원이 학점 정정 신청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그녀를 대한 다는 것이 죽도록 싫어서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나의 성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 똑똑한 본토 애들 속에서 이 정도 맞은 것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성적에는 적응을 했지만, 쇼잉에 대한 앙금은 가라앉지 않았다. 빨간 단풍이 고운 지난 가을 어느 날, 상원 인턴으로 가느라 여름 학기에 듣지 못해 지연된 두 과목을 듣고 돌아오던 늦은 오후, 버스에 올라 눈을 들어 보니 쇼잉이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그 날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무언가 꼭 해야 될 말이 있기라도 한 듯. "내가 페이퍼로 내라고 했잖아."그 짧은 말 한마디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녀의 애절하다 시피 진지한 표정은 일순간에 내 마음에 일었던 앙금을 씻어 냈다. "너는 페이퍼에 강하잖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졸랐는데……."나는 그녀를 향해 오랜만에 밝은 웃음을 건넸다. "괜찮아. 지금은 그 정도 맞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게 여간 힘든 클래스라야지."그녀의 표정도 참으로 맑았다. 학교 주변을 도는 52L 버스 밖으로 단풍이 참으로 고왔다. 그렇게 버클리 대학 생활을 마감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해마다 열리는 가요제('탤런트쇼'라고하지만 대부분이 노래로 출전하기 때문에 가요제로 칭하겠음)에 30여 명이 출전해 10여 명이 본선에 올랐다. 요란한살사 댄싱과 군악대, 음악 등의 식전 행사가 끝난 후에 본선이 시작됐다. 행사규모가 크지 않아 별 것 아니려니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도 음악과 교수를 비롯해 일곱 여덟 명이나 되고 출전한 사람들도 성악과 학생들이나 그렇지 않으면정말로 가수 뺨치는 쟁쟁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옆에 앉은 아내의 얼굴에 걱정의 빛이 역력했다. 등수안에 드는 것은 고사하고 너무 실력이 모자라 사람들한테 남편이 망신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역시 그랬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꼬임(?)에넘어가 출전 명부에 이름을 올렸는데 저렇게 잘하는 사람들과 대결을 해야 한다니. 후회스러웠지만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 내가예심을 통과했다는 사실조차 믿기가 어려웠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내 목소리는 변화가 심해 어느 땐 제대로 나오지만 어느 땐노래가 전혀 시원스럽게 나오지를 않는다. 오늘 그랬다가는 정말로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잘 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도하고 기타를 들고 휠체어를 운전해 무대에 올라갔다. 전주를 하는 동안 목소리가제대로 나올지 몰라 잠시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 첫 번째 음성이 시작되고 나면 그 날의 목소리 컨디션을 알 수가 있다. 전주가끝나고 조심스럽게 노래를 시작했다. 목소리가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성공이다. 일단큰 망신은 면했다. 나는 안정된 음성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감동적인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키를 높였고 그로 인해 생긴 다소 위험하다 싶은 높은음이 시원스럽게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분위기는 자기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래에 충분히감동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나의 열창이 끝나자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몇몇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 외의 갈채에 당황의 빛을 감추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를내려오는 동안에도 뜨거운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내 뒤로 몇 사람이 더 노래를 부른 후에 노래 순서는 끝이 나고 심사가 시작되었다. 등수 안에 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 아내는 행사장을 나갈 채비를챙겼다. 먼저삼등을 한 학생이 호명되었고 다음엔 2등 이제는 1등을 부를 차례다. 나가려다말고 1등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 무대를 보는 데 사회자가 마지막 페이퍼를 펼치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First place, SamKang!" 나와 아내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내가1등이라니... 내가어안이 벙벙한 사이 사람들의 박수가 다시 한번 뜨겁게 터져 나왔고 나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1등상금을 받으며 나는 감격에 휩쌓였다. 다시 객석으로 돌아오는 동안 많은 교수며 친구들이 끌어안으며 나보다 더 기뻐했다. 아내도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끌어안기고 있었다. "정말 대단했어, 대단했어!" "샘, 네가 웬일이야. 너 이렇게 노래 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친구들에 이어, 심사한교수들도 다가 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대단한 실력이야, 아주 특이한 목소리를 가졌고 아주 감동적인 노래였어." "외국어로 노래하면 십분의 일로 감동이 줄어 드는 데, 그런상태에서도 너는 충분히 일등할 수 있는 실력이었어. 정말 잘했어. 축하해." 나와 아내는 수많은 사람들에 쌓여 축하를 받느라 한동안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한참 후에 강당을 빠져 나오며 어린 딸아이에게 말했다. "아빠 1등 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나를 부르곤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친구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우리 학교에서는 지금 네가 어제 1등 한 것이 화제야." 그 일 후로 나는 학교의 큰 행사에는 거의 다 불려 다니며 노래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영어와 한국어 가요 한 곡씩을 불렀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하곤 했다. 행사가 주로 기말 시험과 겹쳐 기말 고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한국의 정서를알리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거절하지 않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동안 큰 논란 속에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2021 대입수능 개편 계획이 결국 좌초됐다. 교육부는 2021 수능 개편 계획이 1년 유예돼 2022학년도부터 적용하기로 발표했다. 2021학년도 대입수능은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는 첫 수능이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 대입수능 계획 연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논란이던 2021학년도에 적용할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1년 늦춰졌다. 2021 수능은 일부 또는 과식 과목의 절대평가를 목표로 하고 이미 1,2안 등 두 안을 공표하고 8월 31일 최종 선정, 발표키로 했었다. 교육부의 이번 2021 수능 연기 발표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현행 체제로 시험을 치르게 됐고, 새로운 수능은 중2가 응시하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 물론 이것도 현재 교육부의 계획이 변경되지 않는다는 단서 위에서의 예정이다. 이수 교육과정과 평가가 불일치돼 큰 혼란이 올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발표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특히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능이 일치되지 않고 불일치될 우려가 많다. 대입제도 3년전 예고제에도 어긋난다. 2017학년도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적용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연차적으로 중ㆍ고교 에 확대 적용된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지금 중3 학생들이 공부는 개편 교과서로 하고, 수능은 기존 체제로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수능 개편 1년 유예에 따라 현재 중3이 응시하는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수능(2018학년도)과 동일하게 치러진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범위 등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았으며, 졸속 개편의 후유증 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동안 교직단체, 학부모 단체, 시민 단체, 학생, 학부모 등도 대부분 교육부의 졸속 수능 개편에 대해서 재고를 줄곧 요구해 왔다.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의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2016년 3월부터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0일에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총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했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한 종합적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입 정책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고, 수능 개편안만 발표하기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 전형 개편 방향을 함께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절대평가 범위 등 수능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 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도 확인됐다. 따라서 짧은 기간 내에 4과목 절대평가안(1안), 7과목 모두 절대평가안(2안) 중 양자택일식의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다. 제3안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교육부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하고, 교육부가 중심이돼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연구 및 국가 교육 회의 자문 등을 거쳐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은 종합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는 대학 및 교육청과 협력해학생과 학부모가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로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수능 1년 유예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 의제인 고교 학점제, 내신 성취 평가제,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 및 대입 정책 등을 포괄하는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자라나는 학생들이 마주할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이 반영된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 공론화와 9월 출범할 국가교육회의 자문 등을 거쳐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은 종합적인 대입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를 위해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가칭)대입정책포럼을 구성해 수능 개편과 대입 전형 등 교육개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에서는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 방안과 고교 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단계적 폐지와 일반고 전환 등 고교 체제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개편 유예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응시하게 될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수능과 동일한 체제로 유지된다. 오히려 수능 개편 1년 유예로 애먼 현재 중2 학생들이 유탄을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뜨거운 감자인 불 깡통을 돌리다가 현재 중2 학생들이 희생되게됐다는 불만이다.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을 2021학년도부터 개편하기로 하고 이달 10일 2가지 시안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둘 중 한 가지를 확정안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시안은 기존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더해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하는 '2안'으로 구성됐다. 시험 과목은 통합사회·과학이 신설되는 대신 탐구영역 선택과목은 종전의 최대 2개에서 1개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됐다. 결국 교육부는 수능 1년 유예에 따라 2가지 시안을 모두 폐기하고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개편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교육부가 졸속적인 수능개편 시안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받아들여 수능개편을 유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 충분한 여유를 갖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개편안을 1년 안에 도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됐지만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보통 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된 현실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수능 개편에 대해서 반대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았다. 또, 수능개편에 덧붙여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 자사고ㆍ특목고ㆍ외고 등의 폐지, 일반고 전환과 전형 방법 개정 등이 총망라된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으로 종합 발표하기로 향후 합의안 도출은 더욱 난망할 것이다. 잘못하면 또 시간에 쫓겨서 1년 뒤에 졸속 안을 발표해, 결국 교육부는 ‘개선안’이 아니라 ‘개악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에 귀를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고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고 지나친 한 줄 세우기식 무한 경쟁에서 학생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안, 수능 절대평가에 따른 변별력 담보, 사교육 및 사교육비 경감 이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사실 1994학년도 대입에 전격 도입된 수능은 시헝 방식과 과목이 거의 매년 바뀌어 ‘하루살이 평가’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1997학년도에 대입 본교사가 전격 폐지되고 수능 만점이 200점에서 400점으로 늘어났다. 그후 사회ㆍ과학 탐구 등 선택 과목제가 도입되고, 2011학년도부터 EBS(한국교육방송)에서 70%를 연계하도록 변경돼 왔다. 그리고 이번에 수능 절대평가화(4과목, 7과목 모두 중 택일)로 변경돼 왔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수능은 누더기를 더해온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교육정책과 대입제도의 국민적 합의와 법적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교육정책과 대입제도가 조령모개가 돼서는 안 된다. 장기간 일관성과 안정성으로 갖고 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가칭)대입정책포럼에 교원단체 대표를 포함한 다양한 인사, 단체 대표, 전문가 등을 두루 참여해우리나라 실정에 아주 적합한 교육제도와 수능개편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들 교육 혁신 기구에 이념과 성향을 떠나 정말로 우리나라 교육과 대입제도를 걱정하는 인사들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좀 더 장기적인 기간과 여유를 갖고 우리 실정에 최적의 수능 개편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번처럼 최종 발표 당일 1년 유예를 발표해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8월 31일, 고3 아이들의 3학년 1학기까지의 생활기록부 마감 기준일이다. 그래서일까? 교무실은 진종일 생기부 마감을 서두르는 3학년 담임들과 생기부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려는 아이들로 분주하기까지 했다. 쉬는 시간마다 일부 아이들은 생기부를 들고 교무실로 찾아와 틀린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아이들은 생기부에 하나라도 더 적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만에 하나, 누락된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생기부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 교사는 아이를 위한답시고 하지도 않은 활동을 했다고 적어줘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 자체가 성적 조작이 되는 것만큼, 교사는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생기부를 펼쳐놓고 인적사항부터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이르기까지 항목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살펴 가며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였다. 생기부 내용이 다소 열악한 일부 아이는 그간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수시모집에서 생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생기부에 적힌 모든 내용이 사정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해당 연도에 작성된 생기부는 다음 연도에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생기부 작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점심시간. 3학년 ○반의 한 여학생이 2학년 때 담임이었던 김 선생을 찾아 왔다. 그 아이는 마치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표정이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그 아이는 들고 있던 생기부를 김 선생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선생님, 2학년 1학기 때 제가 했던 활동 하나가 빠졌어요. 죄송하지만 기재해 주실 수 없어요?” 김 선생은 그 아이의 뜬금없는 말에 한동안 말없이 그 아이의 생기부만 만지작거렸다. “○○아, 그럴 리가 없어. 네가 잘못 알고 있을 거야.” 김 선생의 말에 그 아이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장 하나를 내밀었다. 그제야 김 선생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누락된 부분을 써주기로 약속했다. 9월 초부터 실시되는 수시모집에 3학년 교실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수시모집에서 제일 중요한 자료인 생기부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시모집 접수에 앞서 아이들 개개인이 갖춰야 기본적인 사항(자기소개서, 제출서류, 전형일, 접수 일자 등)을 한 번 더 일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기본적인 사항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에는 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전 영역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듯이, 휴대폰이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 지 수년이 지났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관점에서 휴대폰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휴대폰 사용을 전면 허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휴대폰을 강제적으로 일괄 수합하면 자칫 인권침해로 몰리기 쉽다. 또한 수합 과정에서의 파손이나 분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곤란한 상황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특정 기간이나 학교 일과 중에 일괄적으로 걷어 보관하는 학교들이 많다. 교사로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나, 학생들을 위한 일이어서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런 교사들의 노고를 알기에 일괄 수거에 수긍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교사 눈을 피해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공기계를 제출해서 교사를 속이는 경우까지 있다. 이처럼 휴대폰을 내지 않고 교사 몰래 사용하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휴대폰을 걷는 것이 타당한지를 떠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며 규칙의중요성도 일깨워 주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한 어떤 신규 교사가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선배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고민을 하며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생활지도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옮긴다. 신규 교사 : 여고에 근무합니다. 저희 학교는 일과 시간에 휴대폰을 걷는데요. 안 낼 경우 처음에는 일주일 압수, 상습적일 경우는 한 달 압수 후 돌려줍니다. 오늘 두 명의 학생이 휴대폰 2개를 가지고 와서 하나만 낸 후, 공강 시간에 사용했다고 신고가 들어왔어요. 누가 안 낸 줄 아는데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요? 신고가 들어온 이상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다짜고짜 그 학생을 나무라기도 그렇고 방법을 알려주세요. 한 명씩 불러서 이야기를 했을 때 아이들 사이에 앙금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네요. 선배 교사 1 : 선생님을 속인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수 있지만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행동입니다. 학생을 죄인 다루듯 하기보다는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깨닫고 고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라면 웃으면서 휴대폰 안 낸 학생을 조용히 불러 관련 규정을 보여주고, “우리 서로 믿고 살자. 내가 너희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니? 너희가 억울한 일 있을 때,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이렇게 믿음이 깨지면 그럴 수가 없구나” 하면서 아이 표정을 관찰하겠어요. 학생의 감정은 공감하고 존중해주되, 행동은 교칙대로 처리하는 걸 권합니다. 휴대폰 하는 걸 본 학생이 한둘이 아닌 만큼 그냥 넘어가면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요. 선배 교사 2 :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점점 휴대폰을 안 내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거예요. 종례 시간에 “○○는 교무실로 오렴” 하고 데려가서 “학교 규칙상 걷어야 한다. 네가 안 낸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아이들이 ○○가 핸드폰 사용한 것을 보았고 처벌하지 않으면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거야. 너의 생각은 어떠니?” 하고 타일러야 합니다. 반성문도 받아놓고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다음에 또 그러면 교칙대로 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준 뒤 돌려보내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음에 휴대폰을 다 걷어야 하는 이유와 안 걷었을 때의 규칙을 다시 말씀해준다면 잘 해결될 것 같아요.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독거리면서 규칙의 중요성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몇 번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노하우가 생길 겁니다. 선배 교사3 : 휴대폰 사용 신고가 들어온 두 아이를 각각 따로 불러서 평소 대화하듯 몇마디 건네다 선생님한테 할 말 없냐고 먼저 물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질문에 당황하며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 그러면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한 시간 동안 생각해본 뒤 다시 오라고 해보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 말하게 하려는 겁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휴대폰 이야기가 안 나오면 “또 있을 것 같은데”라고 묻습니다. 일단 아이 스스로 먼저 말하게 하는 게 관건이죠. 그다음에 적절한 행동으로 책임지게 하면 됩니다. 선배 교사4 : 저는 신고 들어왔다고 하고 뺏어야 한다고 봅니다. 휴대폰은 애들이 워낙 예민한 사항이라 예외 없이 엄하게 하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규칙의 중요성과 준법정신을 가르쳐야 하면서도,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학교에 잘 적응하게 만들어야 하는 입장 등등, 선배 교사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조언을 해 주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신규 교사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신규 교사 : 어떻게 압수해야 할까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하면 아이들 사이에 불신이 생길 것 같고 그냥 넘어가면 다른 아이들도 휴대폰을 내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배 교사5 : 저라면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선생님이 목격했다고 말해줍니다.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하네요. 선배 교사1 : 차라리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존중해서 상담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습니다. 선생님이 불러 혼내는 분위기면 아이가 다른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겠지요. 하지만 그냥 덮어줄 경우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신규 교사 : 아이들을 최대한 존중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이렇게 눈속임하며 거짓말할 때는 저도 감정이 안 좋아져요. 공강 시간이라 대놓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눈치만 보다가 몇몇 아이들이 용기내서 말해준 건데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아 여쭤봤어요. 선배 교사1: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어요. 선생님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일단 중요합니다. 그리고 간식 같은 것을 함께 먹으며 다른 고민은 또 없는지 상담한 후 선생님께 호의적 감정을 갖게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한 뒤 교칙대로 압수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의 다른 말씀들에도 무시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고, 아마 슬슬 ‘선생님 간 보기’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일로 선생님을 속이면 앞으로 네가 무엇을 하든 의심하게 돼. 난 어떤 억울한 일이 있어도 널 믿어주고 싶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자” 이런 식이지요. 신규 교사 : 네, 그럼 그 두 학생을 따로따로 불러 신고가 들어왔다고 이야기하는 게 나을까요? 그중 한 명이 교무실에 다른 일로 왔길래 넌지시 물어봤는데 자기는 아니라며 딱 잡아떼더라고요. 선배 교사1 : 예전 같으면 소지품 검사를 할 수도 있는데,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안전을 해치는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소지품 검사를 할 수도 없어요. 자칫하면 열심히 노력한 선생님이 인권침해로 몰려 민원감사나 징계처분 대상까지 될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학생부장이나 학년부장 등 선배 교사와 상의하면 도움이 커요. 신규 교사 : 네, 선생님들의 조언을 조합해서 아이들을 존중하면서도 교칙은 꼭 지켜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줘야겠어요. 과연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말 몇 마디할 때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러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얻은 신규 교사는 그 뒤 문제를 해결하고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신규 교사 : 쉬는 시간에 교실에 가서 혹시 선생님에게 고백할 것이 있는 친구는 한 시간 후 쉬는 시간까지 찾아와서 말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리둥절해하는 아이들 사이로 웃지도 않고 진지한 얼굴로 교실을 나왔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명의 친구가 찾아왔어요. 이 아이들은 수업시간 종이 울린 뒤늦게 교실에 들어간 것, 말하지 않고 동아리 면접 보러 간 것,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늦은 것 등 정말 귀여운 잘못을 했다며 죄송하다고 찾아왔어요. 웃음이 나왔어요. 그 이후에 진짜로 휴대폰을 안 낸 친구가 왔는데 오자마자 그 이야기는 안 하고 조퇴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선생님에게 할 말이 없냐고 다시 묻자 그제야 실토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그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줬습니다. 그리고 공동체생활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규정대로 압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수긍하는 눈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일이 있고 난 후 아이들이 누가 신고를 했는지 의심을 하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모두 불러놓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담임으로서 너희의 이름을 외우려 애쓴 이유,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고자질과 신고의 차이 등등 제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제가 모르고 있던 친구도 핸드폰을 안 냈다며 찾아왔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한 명은 결국 끝까지 오지 않았어요. 계속 주시하고 제가 믿고 있으니 눈속임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옆집 언니처럼 조용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예쁜 아이들을 발견한 날이었어요. 선배 교사1 : 찾아온 아이가 누구인지 밝히지 말고 조회시간이든 다른 시간에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교사가 할 일은 범인을 찾기보다 교육이 우선이니까요. 끝까지 나오지 않은 그 사실을 친구들도 알고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요. 저 같으면 그 아이에게 은근히 시선을 주면서 “휴대폰을 몰래 사용한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은 학생이 있어. 스스로가 잘 알 거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데, 나중에 정말 억울한 일을 겪게 되었을 때 선생님이 보호해주지 못할까봐 두렵다. 항상 너희 편이 되어 믿어 주고 싶으니 도와줘” 등등 말을 굵고 짧게 해주면 효과적입니다. 신규 교사 : 네, 그 생각은 미처 못 했네요. 찾아온 친구들에게는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신뢰를 잘 쌓아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의심한 친구들에게도 상처받은 아이에게 사과하라고도 했고요. 아이들과의 관계는 항상 어렵네요. 하지만 이런 경험이 저도 아이들도 성장시킬 거라 믿고 있습니다. 선배 교사1 : 학생 때 많은 도전 경험과 실수를 해야지요. 성인이 돼서 그러면 돌이키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일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줄거에요.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사건을 막아주는 예방주사 역할을 할 겁니다.
1986년은 매우 상징적이며 충격적인 두 개의 폭발 사고로 시작했다. 1월 28일 미국에서는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후 73초 만에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발했다. 승무원 중에는 최초의 민간인 탑승으로 화제를 모았던 민간 우주비행사 제1호인 고교 교사 크리스타 맥얼리피도 포함되었다. 우주선과 함께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조사 결과 처음에는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었음을 밝혔으나, 그 후 인재였다는 것이 발표되어 더욱 큰 충격이었다. 3개월 후인 4월 26일에는 인류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큰 폭발 사고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오랜 경쟁국 소비에트 연방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출력제어 실패로 폭발했고, 원전 근로자뿐 아니라 사고 진압을 위해 투입되었던 소방대원과 운전사 등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환경재앙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모든 나라, 모든 인류,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크고 지속적인 위기가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를 주도하였던 고르바초프였다. 교육민주화선언과 교육자율화선언 이 두 개의 폭발 사건은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체제 말기에 일어났으며, 실제로 소련은 이후 붕괴와 해체의 길로 들어섰고, 미국 또한 냉전 이후 다원화된 세계를 주도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세계사적 변화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두 개의 교육계 선언이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선언은 1986년 5월 10일 한국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산하 서울·부산·광주·춘천 지역협의회 소속 교사 546명(초등교사 20명)이 발표한 ‘교육민주화선언’이었다. 선언은 이렇게 시작된다. 학생들과 함께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 교사들은 오늘의 참담한 교육현실을 지켜보며 가슴 뜯었다. 교육개혁은 교육, 인간 및 사회를 보는 관점의 개혁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학생·학부모를 교육 주체의 자리에 확고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교육민주화의 첫걸음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교육의 민주화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요구했다. 첫째,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교사의 교육권과 제반 시민적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도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행정의 비민주성, 관료성이 배제되고 교육의 자율성이 확립되기 위해 교육자치제는 조속히 실현되어야 한다. 넷째, 자주적인 교원단체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전면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당국의 부당한 간섭과 탄압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섯째, 정상적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온갖 비교육적 잡무는 제거되어야 하며, 교육의 파행성을 심화시키는 강요된 보충수업과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심야학습은 철폐되어야 한다. 교육민주화선언은 1987년 9월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 출범,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민주화선언에 이어 또 다른 선언이 발표된 것은 1987년 10월 23일이었다. 명칭은 ‘교육의 자율화를 위한 교육선언’(이하 교육자율화선언)이었고, 그 주체는 대한교련, 현재의 한국교총이었다.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한 교직 사회의 분열 속에서 대한교련은 제49회 대의원회에서 이 교육선언을 채택했고, 그 전문과 해설이 새교육 1987년 12월호에 게재되었다. 교육자율화선언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개방화, 사회의 다원화 등 오늘의 추세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개방화·자율화의 물결이 야기 시키고 있는 과도기적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우리민족의 탁월한 저력을 발휘함으로써 민족의 화합과 국가의 융성을 위한 공동목표를 기필코 성취하여야 할 것임을 확신한다. 교육자율화선언은 민족의 화합과 국가의 융성을 이야기했고, 깊은 자기성찰과 자기비판에 기초하여 세 가지를 다짐하고 요구했다. 첫째, 회원의 공고한 단결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 참여의 확대, 둘째, 교직 단체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법적·제도적 규제의 제거, 셋째,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대한교육연합회와의 협의 또는 단체교섭의 제도화였다. 두 개의 교육선언 이후 30년 교직 사회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던 1987년 10월 29일 대한교련 제21대 회장에 취임한 정범석은 취임 초에 행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교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교련 밖에 있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순수하고 패기 있는 그들의 소리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방침이다(경향신문, 1987년 10월 24일자).” 또한 그는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행해진 해직교사 문제에 관해서도 “금명간 문교부를 찾아가 내용을 알아보고 해직교사의 복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통과 화해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원단체의 분열과 갈등 또한 멈추지 않고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교육을 보는 엇갈린 두 개의 시선이 우리 교육계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왔다. 어찌 보면 하나의 교육이 아니라 두 개의 이질적 교육이 동거하는 양상이 되었다. 두 개의 교원단체가 두 개의 선언을 발표한 후 다시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전국의 유·초·중 교원의 숫자는 49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660만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한 세대 이전에 시작된 교원단체의 분열 내지는 교원단체의 복수화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않은 결과이다.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할 주체 또한 이땅의 49만 교원들이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규정의 취지는 교원이 방학 등에 교과지도 및 교재연구 등 연찬을 독려하고자, 연수기관 및 근무장소가 아닌 장소에서 다양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위 자율·자가연수로도 불리는 제41조 근무지외 연수의 사용에 있어서 다양한 해석상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제41조 연수 제도에 대하여 교육부(2012.8)에서 발간한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의 업무처리요령」의 내용을 토대로 안내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1. 입법 취지 ○ 교육공무원법 제41조는 교원 연수에 관한 규정으로서, 학생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지난 교육활동을 정리하고 향후 교육활동을 준비하는 등 자기 연찬을 목적으로, 심도 있고 다양한 연수가 가능하도록 연수 장소의 제한을 열어주는 데 목적이 있음. ○ 학교 현장에서 학기 중 조기 퇴근·단축 근무, 방학 중 연수 휴가 등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 방향으로 운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복무 관리상 감사 지적(징계)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함. 2. 제41조 연수의 적용 범위 ○ 교원의 의미 : 국·공·사립 교원(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제외) ※ 사립 교원은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라 국·공립 교원의 복무를 준용 ○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의 의미 - 수업이란 교과 수업지도 뿐만 아니라 생활지도·상담 등 학생의 성장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을 말함. ※ 비교과 교사(전문상담교사, 보건·영양·사서교사 등)의 교육활동도 포함 ※ 점심시간 급식지도, 직업현장체험,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교육활동도 포함 - 따라서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의 의미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휴업일’을 말하며, 학교 현장에서는 방학 또는 재량휴업일을 의미함. ※ 방학의 법적 의미 : 학기와 학기 사이의 휴업일(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 휴업일은 학생들에게 ‘수업이 없는 날’일 뿐, ‘교원의 근무가 면제되는 날’은 아님. ○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의 의미 - 초·중등학교의 경우 소속 기관의 장은 학교장이므로, 학교장에게 승인(결재)을 받을 것을 의미함. - 따라서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를 희망하는 교원은 ‘근무지외 연수 계획서’(학교마다 별도의 명칭 가능)를 작성하여 학교장에게 승인(결재)을 받을 것을 의미함. -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의 승인(결재)권자는 학교장이므로 연수의 질 관리 등의 책무성을 가지게 되며, 학교장은 휴업일일지라도 학교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승인을 하여야 함. ○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의 의미 - ‘연수기관 외의 시설·장소’ 또는 ‘학교(근무장소) 외의 시설·장소’를 의미 - 시·도교육연수기관 등 교과부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특수분야 연수기관 등 교육감의 지정을 받은 연수기관은 해당하지 아니 함. ※ 연수기관의 직무연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근무지외 연수 계획서를 필수로 작성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 ※ 따라서 방학기간이 7월 24일~8월 31일까지이고, 7월 23일~8월 1일까지 00시 교육연수원에서 직무연수를 받는다고 할 때, 방학 중 제41조 연수의 연수기간은 8월 2일~8월 31일까지로 하여 계획서를 작성·결재 3. 제41조 연수 사용 시 유의 사항 ○ 사전에 승인을 받아서 시행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 의한 방학 등 휴업일은 교원의 공휴일이 아니므로 학교장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이탈할 수 없음. 따라서 「학교장의 승인」이 있어야 연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승인이 없다면 연수를 사용할 수 없음. ○ 연수 신청 양식과 기간은 시·도교육청의 지침 준수 - 연수 신청은 NEIS나 종이문서의 자가연수원으로도 가능하며, 최근 NEIS로 통합·운영되는 추세임. - 연수기간은 주 단위로 신청하되, 시·도교육청 또는 학교의 안내에 따라 신청 기간의 조정이 가능하고, 연수에 포함이 안되는 기간(토요일과 공휴일)이 산입되지 않도록 유의 ○ 방학 중 수업 등으로 출근하고 근무시간 이전에 퇴근하고자 할 때에는, 제41조 연수를 사용하거나 개인 휴가(조퇴 및 반일연가) 이용 - 방학 중 방과후 수업 때문에 자가연수를 신청하지 않고 학교에 출근한 교사가 수업이 끝난 후에 바로 퇴근하면, 근무지 무단이탈로 징계를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근무하지 않는 시간을 제41조 연수 신청(예, 돌봄교실전담 교원등 소속 교육청에서 별도 지침을 통해 허가한 경우)을 하거나, 조퇴 및 반일 연가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퇴근할 수 있도록 유의 ① 사적인 일처리 : 조퇴, 연가 등 활용 ② 교재연구, 학습자료 수집, 교원능력개발 등 :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외 연수 활용 많은 선생님께서 질의하신 BEST QA Q 학기 중 수업일의 경우에도 교사 개인이 당일 수업이 없거나 조기 종료 시,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가 가능한가요? A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는 ‘휴업일’ 실시가 원칙이므로, 학기 중 수업일의 경우에는 수업이 없는 경우라도 근무지외 연수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협의의 교과 수업지도 이외에도 생활지도·상담 등 교사의 인성교육지도가 항상 필요하며, 이 역시 수업의 일환으로 봅니다. 교사는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고, 국·공립 교원은국가공무원으로서 1일당 8시간이라는 정규 근무시간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시험기간, 체험학습의 날(소풍) 등에도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는 실시할 수 없으며, 학교 워크숍 등의 경우에는 출장 처리를 하고 개인 사정의 경우에는 조퇴·반일 연가 등을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Q 제41조 연수 제도를 통해 단축 근무, 조기 퇴근이 가능한가요? A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의 취지는 방학 등에 교재연구·현장체험 방문 등 다음 학기의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므로 단축 근무·조기 퇴근 등의 용도로 운용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방학 중 근무일에 학교에 출근한 경우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를 근거로 하여 조퇴·반일 연가 등 복무에 대한 학교장의 허가 없이 단축근무를 하는 것은 법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운용하는 것으로 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제41조 연수는 반드시 보고서(사후)가 있어야 하는 것인가요? A 관리자의 재량사항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질의·회신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의한 근무장소 이외에서의 연수의 범위(교원07000-433, 2003.7.24.)’에서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한 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이외에서의 연수는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구, 연찬, 교육·훈련 활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근무장소 이외에서의 연수는 소속기관의 장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연수 계획의 적정성, 직무수행 지장 여부, 직무관련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결정하여 승인하는 사항이며, 이 경우 승인권자는 연수의 실적과 결과에 대해서 지도 및 확인이 가능함이라 하고 있어, 제41조 연수 결과의 확인 등에 대하여는 복무관리자인 학교장이 판단하여야 할 사항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하루나 반일 정도의 연수를 승인하면서 계획서, 보고서 등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업무 경감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Q 방학 중 교장, 교감도 제41조 연수가 가능한가요? 가능하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A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교원은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 소속기관의 장의 승인을 얻어 연수기관 또는 근무장소 이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할 수 있으며 연수 대상은 교원이므로 교사, 교감, 교장도 포함됩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인사혁신처 예규 제39호, 2017.4.20.)에 의하면 ‘행정 기관의 장은 공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본인의 판단하에 출장이 가능함’으로 안내함에 따라 학교 자체적으로 절차를 거쳐서 처리하고, 상부기관에 보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의한 ‘국외자율연수를 위한 공무외 국외여행(국외자율연수)’ 직근 상급기관장(교육감 는 교육장, 국립은 총장 또는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Q 제41조 연수를 활용한 국외자율연수를 계획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외국 연수기관에 등록하거나 해외 기관의 초청 또는 국내 기관의 해외 연수 참가 계획이 첨부된 경우는 문제가 없는데, 여행사를 통한 일반 여행을 하면서 계획서나 보고서를 각색하여 학습자료 수집 목적의 ‘제41조 연수’로 보고하는 경우는 ‘연가를 사용’하는 공무외 국외여행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감사에서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가일수가 충분하면 국외여행의 사유로 제41조 연수를 쓰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41조 연수를 활용한 국외자율연수를 하고자 할 경우, 국외자율연수 계획서(학교별 명칭 상이)를 작성하고, 소속 기관장의 결재(승인)를 맡아 실시한 후, 국외연수 결과 보고서를 귀국 후 30일 이내에 작성하여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하여야 합니다. 결과 보고서 분량의 제한은 없습니다
‘성취기준과 책’이라는 보물, 둘 다 잡기 수업시간에 책을 깊이, 자세히 읽는 ‘슬로리딩 수업’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동이 있는 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성취기준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슬로리딩 수업은 사건 전개가 분명하여 내용을 명료하게 이해하기 쉬웠고, 이야기 흐름을 제대로 간추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또한 책이 전달하고자하는 가치를 함께 알아보고, 인물의 마음을 심층적으로 알아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제를 파악하는 힘까지 기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국어 사용 능력에 꼭 필요한 어휘력과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 국어과의 여러 성취기준을 큰 어려움 없이 달성할 수 있었다. 슬로리딩 수업은 교육과정 속 국어과 성취기준을 달성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인물이 다양한 상황에서 표현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힘 즉, 통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갈등과 그 해결 과정에서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섬세한 표현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심미적 감성을 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보배로운 것’이 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었고, 책이 주는 ‘크고 작은 울림’이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를 아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왜 샬롯의 거미줄인가? 교육심리학자들의 독서 발달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이야기 영역이 ‘우화’라고 한다. 그래서 ‘우정’이라는 가치를 감동적으로 그린 샬롯의 거미줄을 슬로리딩 수업교재로 선택했다. 샬롯의 거미줄은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돼지와 거미 등 동물들에 빗대어 실감 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사건의 전개과정이 분명하여 초등학교 수준에서도 ‘이야기 간추리기’를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고, 주제가 명확하여 국어과 성취기준을 달성하는 데 적합하다. 특히 이야기 주제가 친구 간의 우정이라서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져 가는 아이들과 함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우정’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자 이 책을 선정하였다. 슬로리딩 수업으로 어휘력에 날개를 달다 책을 천천히 깊이 읽어 내용을 잘 받아들이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하고 어려운 어휘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휘력이 풍부하면 대화 내용이나 읽은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생각과 경험을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 나만의 낱말카드 낱말이 쓰인 앞뒤 문장을 살펴보고 먼저 뜻을 유추해본 후,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찾아 ‘나만의 낱말카드’에 적게 했다. 또한 찾아본 낱말을 활용하여 짧은 문장 만들기를 해보고, 낱말이 맥락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봤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낱말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낱말카드에 정리한 낱말을 모둠 친구들에게 소개한 후, 반 친구들 모두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은 낱말을 각 모둠에서 2개씩 선정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주의 낱말들’ 코너에 게시했다. 그 결과 낱말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초등학생의 경우 사전에서 낱말 뜻을 찾아놓고도 설명된 말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사물 이름에 해당하는 낱말들은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여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4학년 학생들은 낱말 공부하기를 매우 흥미 있어 했다. 모호했던 뜻이 명쾌해지는 것에서 오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눈으로 보는 낱말사전’활동은 이미지를 봄으로써 학생들이 낱말을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게 낱말공부를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만의 낱말카드’란? 학생마다 경험이나 사전지식이 달라 어휘력의 수준이 제각각이다. 궁금한 낱말이나 어려운 낱말을 선택해 스스로 사전에서 찾아보고 학습하게 함으로써 자발성으로 인해 배움이 크게 일어나게 하고자 하였다. 슬로리딩 수업이 있는 아침시간에는 샬롯의 거미줄 한두 장씩을 함께 읽은 후 어렵거나 찾아보고 싶은 낱말은 사전을 이용하여 뜻을 찾아보고 낱말카드에 누가 기록하여 정리하였다. [PART VIEW] 줄거리 간추리기도 슬로리딩 수업이면 쉽다 교과서대로 한다면 4학년 한두 단원에서만 줄거리 간추리기 활동이 진행된다. 그러나 슬로리딩 수업을 하면 장마다 반복적으로 줄거리 간추려보기를 해봄으로써 줄거리를 파악하는 방법을 내면화할 수 있다. 또한 교과서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 따라 사건의 흐름 파악하기’ 방법으로 이야기를 간추리도록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샬롯의 거미줄로 슬로리딩 수업을 하면서 교과서에 제시된 간추리기 방법 이외에 감정 그래프나 삽화로 이야기 간추리기, 짝이나 모둠과 함께 간추리기, 말로만 간추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줄거리 간추리기 활동을 진행했더니 학생들은 즐겁게 활동하면서 글을 간추리는 능력을 키워나갔다. ▶ 감정 그래프로 이야기 줄거리 간추리기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다양한 심리적 상황에 놓인다. 인물들의 심리 상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감정 그래프로 줄거리를 간추려 보았다. 학생들은 인물의 감정이 어떤지 찾아서 감정 그래프에 정리하는 활동을 좋아했고, 감정을 중심으로 사건 정리하기를 어렵지 않게 해냈다. ▶ 삽화로 이야기 줄거리 간추리기 샬롯의 거미줄에는 장마다 주요 장면을 표현한 삽화가 종종 나오는데, 이 삽화를 이용하여 이야기 간추리기를 할 수도 있다. 주어진 삽화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내용임에도 빠진 삽화는 아이들이 간단히 그려 넣도록 했다. 삽화를 중심으로 줄거리 간추리기 활동을 하면 이야기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명료하게 줄거리를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다. 샬롯의 거미줄 13장 ‘근사하기까지 한 돼지’ 줄거리를 삽화로 간추려 보았다. ▶ 한눈에 보는 샬롯의 거미줄 슬로리딩 수업을 하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서 뒤로 갈수록 앞에 나왔던 사건이나 내용을 잊어버린다. 책의 뒷부분쯤에서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간추려보는 ‘한눈에 보는 샬롯의 거미줄’ 활동은 이야기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재미와 집중을 부르는 슬로리딩 책 읽기 슬로리딩 수업을 한다면 교재로 쓰는 책은 언제 읽어야 할까? 수업시간에 함께 읽어야 할까? 아니면 아침활동시간이나 집에서 미리 읽어와야 할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면 함께 수업시간에 읽어도 된다. ▶ 역할 나누어 읽기 역할 나누어 읽기란 등장인물의 역할을 나누어 맡아 해당 인물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로 글을 읽는 것을 말한다. 역할 나누어 읽기는 대부분의 아이가 좋아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처음 글을 접하면 인물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 상태라서 인물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읽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역할은 전 시간에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연습을 해둬야 아이들은 읽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인물의 마음도 잘 이해하여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역할을 맡은 아이들은 사전에 반복하여 읽어야 하므로 저절로 슬로리딩이 되었다. ▶ 두 마음 읽기 티처빌 연수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이라 적용해보았다. ‘두 마음 읽기’의 방법은 먼저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명이 한두 문단을 읽어준다. 나머지 한 명은 짝이 읽어주는 내용을 잘 들은 후,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 또는 궁금한 것을 말한다. 역할을 바꾸어 한 장을 다 읽는다. 학생들은 번갈아가며 글을 읽어주고 느낌을 나누는 이 활동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1시간도 거뜬히 읽어냈다. 또한 느낌을 말해야 하니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 질문지 만들며 읽기 아이들은 퀴즈를 좋아한다. 그것도 선생님이 낸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낸 질문이라면 더 좋아한다.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 읽다가 궁금한 점이 떠올라 만든 질문, 주인공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에 대한 질문들을 만들었다. 이런 질문들은 삼총사 질문 즉, ‘왜, 어떻게, 나라면’ 질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활용하였다. ▶ 필사하며 읽기 아이들은 글을 읽고 나서도 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필사를 권하고 싶다. 인물이 한 행동이나 말 중에서 마음에 와닿거나 따라 해 보고 싶은 부분을 옮겨 적으며 글을 읽는 것이다. 필사한 내용 아래에는 그 부분이 왜 마음에 와닿았는지 이유도 함께 정리해보게 했다. 아이들은 필사를 해봄으로써 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 음악이 있는 책 읽기 슬프거나 극적인 장면은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읽으면 책 내용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샬롯을 홀로 떠나보내는 윌버의 마음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중국의 피아니스트 시진(石进 : Shi Jin)의 ‘밤의 피아노곡’을 들려줬더니 아이들은 윌버의 슬픈 마음을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 다양한 활동이 있는 슬로리딩 수업 ‘내가 만약 샬롯이라면 윌버에게 어떤 글을 거미줄에 짜줄까?’라는 내용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거미줄 글자를 써보기로 했다. 검은색 도화지에 색연필이나 분필, 반짝이 풀을 이용하여 거미줄을 그리고 윌버를 돋보이게 할 글을 썼다. ‘전설의 돼지’, ‘축복의 돼지’, ‘신기한 돼지’ 등 윌버가 특별한 돼지임을 알리고 잡아먹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통해 윌버를 구하기 위한 샬롯의 마음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슬로리딩 수업? 교사가 행복해지는 수업 “샬롯의 거미줄로 슬로리딩 국어수업을 할 것이다”라고 안내하자, 아이들은 실망하는 눈빛으로 “두꺼워 보이는 이야기책으로 수업을 하면 지루할 것 같다”며 기운 빠져했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과연 아이들이 책으로 하는 수업을 좋아할까?’, ‘혹시 아이들이 샬롯의 거미줄을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등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아이들은 조금씩 수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실 수업시간에만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며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침활동시간을 이용하여 책을 읽고, 수업시간에는 바로 활동을 하거나 주요 부분을 다시 읽고 깊이 있는 활동을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책 속으로 더 빠져들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책 속에 들어 있는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책 속의 가치를 내면화하면서 ‘생각하는 힘’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것이 슬로리딩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많은 선생님이 슬로리딩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큰 배움과 성장을 지켜보며, 행복해졌으면 한다.
배움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상호작용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화’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명확하지 못하고 막연할 때 지식을 정교화한다. 즉, 배움은 대화하고 생각을 나눌 때 이루어진다. 모둠수업은 학생간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일으키는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하지만 솔직히 모둠수업은 힘들다. 특히 올해는 3학년 학생들과 사회수업을 하는데 자신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 다른 친구가 놀린다고 말다툼하는 학생, 자신의 역할이 없다고 토라지는 학생, 말다툼하다 우는 학생 등 여러 명이다. 이러니 매시간 모둠을 만들어 수업하려면 진이 다 빠지곤 한다. 배움의 공동체 사토 마나부 교수의 ‘모둠학습은 3학년부터 하는데 모둠학습은 3학년이 가장 어렵다’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모둠에서 주어진 주제에 따라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다시 전체 학생들에게 의견을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찾아내고 배운다. 모둠학습이 힘들어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업을 준비하며 ‘대화하고 생각하며 배우는 수업’을 위해 먼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살펴보고, 학습 목표, 수업 방법을 정했다. 수업 방법은 3학년도 쉽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창문 만들기 수업’으로 결정했다. 이 방법은 대화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역량과 협업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동기유발로는 학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이동수단 사진을 활용했으며, 전개 부분에서는 ‘창문 만들기’를 통해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을 알아보도록 했다. 이동수단의 종류도 살짝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을 더 잘 찾아낼 수 있다.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을 이해했다면 주어진 상황에 맞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필요한 이동수단을 고르고 이야기 만들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활동에서는 ‘이동수단이 없다면 어떤 점이 불편할까?’를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을 오고 가는 데 이동수단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한다. 마지막 활동으로는 내용을 ‘짝 나누기’로 정리한다. [PART VIEW] 드디어 수업 ▶ 도입 칠판에 단원명을 적고 수업을 시작한다. 동기유발에서 보여줄 사진은 배, 기차, 승용차를 활용한다. 학생들도 친구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함께 공부할 문제를 찾아 칠판에 기록한다. ▶ 활동 1 _ 창문 만들기 수업 :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을 살펴보기 위해서 ‘창문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우선 창문 만들기 학습판을 각 모둠에 나눠주고, 포스트잇은 각 개인별로 3장씩을 나누어주었다. 창문 만들기 학습판은 B4 용지를 이용했고, 포스트잇은 38㎜×51㎜를 사용했다. 창문 만들기 수업을 주도하는 ‘이끎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끄는 말’을 만들어 원활한 수업이 진행되도록 하였다. ‘오늘의 이끎이는 각 모둠의 3번입니다’라고 교사가 돌아가면서 지정해 주면 서로 이끎이를 하고 싶어 안달하는 학생이나 부끄러워 피하는 학생들이 없어진다.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을 포스트잇에 3장씩 쓰고, 만약 더 쓰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더 쓸 수 있도록 포스트잇을 추가로 제공한다. 교과서를 참고하라고 쪽수 안내를 한 다음,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하는 것을 살펴본다. 교과서를 보면서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경험을 살려서 쓰고 있었다. 모둠활동을 관찰하다보면 틀린 의견이 적힌 경우가 있다. 본 수업에서는 두 모둠에서 세 가지의 틀린 의견이 나왔다. 그 중 두 가지는 모둠원끼리 동의를 묻고 답하며 창문 만들기 학습지 가운데로 옮겨 붙여졌다. 한 가지는 가운데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 의견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먼저 가운데로 옮겨진 틀린 의견 두 가지는 ‘먼 곳을 빨리 가기 위해서’, ‘짐 나르는 것이 힘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의견이다. 이 두 의견은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이라기보다는 이동수단의 편리함 혹은 좋은 점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 즉시 지적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또 다른 잘못된 내용은 ‘급한 소식이 있을 때 빠르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것은 모둠 친구들이 동의하지 않았는지 가운데 칸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발표는 모둠별로 돌아가며 한 모둠에서 한 가지씩 발표를 한다. 이때 다른 모둠의 발표 내용과 같은 내용은 발표하지 않도록 했다. 틀린 내용을 가운데로 옮긴 모둠은 틀린 내용 그대로 발표를 했다. 다른 학생들이 지적하기를 바랐는데 지적하는 학생이 없었다. 이럴 경우에는 교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먼 곳을 빨리 가기 위해서와 짐 나르는 것이 힘들지 않기 위해서는 이동수단이 필요한 까닭일까요?”라고 묻자, 몇몇 학생이 “아니요” 한다. “그건 이동수단의 좋은 점이에요”라고 정확하게 답변까지 한다. 물론 틀린 것을 쓴 모둠에게는 “○○모둠 학생들은 배우지도 않은 이동수단의 좋은 점을 생각해 냈어요, 멋진데요”라고 격려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발표한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까닭’을 칠판에 썼다. 교과서에는 세 가지가 예로 나왔는데 우리 아이들은 일곱 가지나 찾았다. 항상 느끼지만 학생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며 수업을 하면 교사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학생들이 찾은 일곱 가지를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 읽기로 정리했다. ▶ 활동 2 _ 이동수단 이야기 만들기 수업 둘째 활동인 이동수단 이야기 만들기는 모둠원들과 상황에 맞게, 어떤 장면을 만들것인지, 어떤 이동수단을 선택할지 서로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각각 다른 상황의 학습지를 무작위로 나누어주면서 상황을 잘 읽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마트에 가는 데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것과 “선생님 고향인 섬에 갈 때, 집에서 바로 배를 탈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역이나 항구,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다른 이동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학습지를 받은 학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해결한다. 학생들의 활동을 보니 ‘집에서 마트와 시장에 가서 음식 재료를 사 옴’이라는 상황이 주어진 모둠이 가장 어려워했다. 3학년 학생들에게 두 곳을 가는 상황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미리 생각하지 못한 실수였다. ‘우리 집에서 섬으로 가족 여행을 감’이라는 상황을 가진 모둠의 학생들은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던 경험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상황에 잘 맞는 이야기가 작성되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발표는 시간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변형한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2~3 모둠만 발표를 시켜도 되고, 시간이 여유 있다면 모든 모둠을 발표시킨다. 발표하는 방법 역시 혼자, 둘이서, 모둠원 전체 등 상황에 따라 진행한다. ‘이동수단이 없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될까?’라는 발제문을 통해 학습 정리를 한다. 학습정리는 모둠에서 돌아가며 발표한 후 4명에게 전체 나누기를 하도록 했다. 배운 내용은 짝 나누기로 마무리한다. 수업을 마치고 처음에는 어려워했던 모둠수업을 이제 아이들은 곧잘 해낸다. 가끔 어떻게 훈련했냐고 참관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묻는다. 따로 훈련하는 것은 없다. 다만 첫 수업에서 학습피라미드와 망각 곡선을 보여주며 학습의 효과를 위해서는 ‘가르쳐주는 것’과 ‘서로 묻고 답하며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누었을 뿐이다. 또한 수업시간마다 서로 묻고,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해결방법을 찾아보라고 할 뿐이다. 모둠수업을 한 후 교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애들아 조용히 하자”에서 “애들아 서로 이야기하자”로 바뀌었다. 더불어 아이들 역시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며 스스로 배움을 만드는 일이 익숙해졌다.
시 쓰기 수업의 필요성 중학교 1학년 문학단원의 성취기준은 ‘비유·운율·상징 등의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표현한다’, ‘갈등의 진행과 해결과정을 파악하며 작품을 이해한다’, ‘자신의 주체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평가한다’이다. 즉,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수필·소설은 아무리 이론을 가르친다고 해도 ‘주체적인 감상하기’까지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1학기엔 ‘배우는 문학수업’, 2학기엔 직접 ‘써보는 문학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인 ‘써보는 시 수업’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시 쓰기 수업의 전체적인 개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4단원은 주관적인 해석과 감상이다. 그리고 소단원에 ‘담쟁이’라는 시가 한 편 소개된다. 4단원의 학습 목표는 대단원 이름 그대로 ‘주관적인 해석과 감상’이다. 학생들은 어쨌든 이 시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감상해야 하는 단원인 것이다. 자기들의 눈으로 해석하고 감상하려면 직접 써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비록 지식적인 것은 부족해도 자신이 직접 써서 한 편의 시로 완성하면 시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구안하게 된 게 ‘국어시간에 시 쓰기’ 수업이었다. ● 단원명 : 4. 주체적인 해석과 감상 / (1) 담쟁이 ● 학습 목표 가. 대단원 학습 목표 ◦ 자신의 주체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며 작품을 평가할 수 있다. 나. 소단원 학습 목표 ◦ 주체적인 관점에서 ‘담쟁이’를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다. ◦ 주어진 주제에 맞게 시를 써 보고 다른 친구의 시를 감상, 평가할 수 있다. ● 성취 기준 ◦ 2958-2) 적절한 근거를 들어 주체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PART VIEW] ● 전체 차시 계획 시 쓰기 수업의 진행 과정 ▶ 1차시 _ 교과서 수록 시 ‘담쟁이’ 이해와 감상(질문하기 하브루타 수업) ① 1단계 : 개인별 질문 만들기 → 무엇이 궁금하며,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는 무엇이며, 이 시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질문하기 ② 2단계 : 그 질문을 가지고 짝과 이야기하기 ③ 3단계 : 모둠 4명이 질문지를 중앙에 놓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 하나를 골라 이야기 나누기 ④ 4단계 : 모둠원 중 한 사람이 전체에게 발표하기 ⑤ 5단계 : 교사의 쉬우르(전체 정리) ▶ 2차시 _ 주제에 맞는 사진 찍기 ① 큰 주제를 주고 교정 어디에서나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맞는 사진을 휴대폰 으로 찍어 반 단체 SNS에 보내기 ② 대주제는 ‘가을, 쓸쓸함, 외로움, 친구, 우정, 세월, 꿈’으로 정해줌 대주제에 추상적인 단어를 넣은 것은 형상화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교정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것 자체로 신이 났다. 마침 학교 뒤편 담에 담쟁이가 있어서 그걸 사진 찍어 시를 쓴 아이도 있었다. 나중에 교과서에 수록된 시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 3차시 _ 사진 선택하기 자신이 찍은 사진 중 선택한 것을 확인하고 시 구상하는 시간이다. 나중에 시를 쓰다가 바꾸기도 할 것 같아서 보내온 시는 다 저장해 두고 선택한 시에 일일이 번호와 이름을 붙여 저장했다. 이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걸렸다. ▶ 4차시 _ 사진과 주제에 맞는 시 쓰기 시를 쓰는 시간에 개인별로 일일이 피드백을 해 주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짧은 설명문처럼 시를 썼다. 가령 ‘조금 모자라도 / 조금 부족해도 / 조금 이상해도 / 조금 멍청해도 / 우린 친구’ 이런 식으로 형상화나 이미지화가 전혀 되지 않은 설명을 시라고 쓴 것이다. 이런 걸 형상화에 대해 안내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쓰게 하고, 함축적이든 직접적이든 주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걸 한 사람씩 시를 보며 피드백을 했다. ▶ 5차시 _ 시 수정하여 완성하기 4차시까지 써 온 시로는 솔직히 ‘이래서 시가 되기나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제법 시다운 시가 되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몇 번의 피드백 뒤엔 제법 이야기가 있는 시, 운율이 있는 시, 함축성과 형상화가 되어 있는 시가 된 것이다. 한 아이씩 나와서 함께 이야기하며 완성해 나갔는데 이때 원칙은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생각을 끌어내기는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아이 자신의 말로 수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걸 강요한다거나 대신 써 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 6차시 _ 시화로 완성하기 A4 용지에 시 길이에 맞춰 한글파일에 선택한 사진을 넣어서 일일이 인쇄를 했다. 그리고 시는 내가 다 받아서 한글파일로 만들어서 인쇄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쓴 시인데도 피드백이 많이 있어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맞춤법도 틀린 부분이 있고, 행을 바꾸거나 연을 나누면 훨씬 괜찮은 시도 있어서 시화로 만들기 편하게 인쇄하였다. 그리고 행을 바꾸거나 연을 나누거나, 한 단어 또는 한 글자만 바꾸어도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원본 밑에 진하게 수정해 두었다. 그리고 2개 중에 본인이 선택하게 했다. 사진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다양한 필기도구로 시를 적어 시화로 완성하게 했다. ▶ 7차시 _ 자평하기 및 다른 친구 시 감상하기 7차시에는 ‘1. 친구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와 이유, 2.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시와 그 이유, 3. 자신의 시 평가와 시 쓰기에 대한 소감 쓰기’를 했다. 아이들이 가장 괜찮다고 뽑은 시는 칭찬스티커를 5개부터 1개까지 순서대로 주었다.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시와 내가 사진과 잘 맞고 감동적인 시라고 생각한 시가 다르기도 했지만 ‘주체적인 감상하기’로서의 목표는 충분히 도달된 듯했다. ▶ 8차시 _ ‘담쟁이’ 다시 해석하고 감상하기 8차시에는 1차시에 했던 교과서 수록 시 ‘다시 해석하고 감상하기’를 하였다. 아이들은 1차시에 질문과 토론하기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좀 더 발전시켜 연을 구분하지 않은 이유, 담쟁이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등 시의 함축적인 의미까지 해석하고 감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소감을 말하게 했더니 “시가 어렵기만 하고 잘 알 수 없었는 데 이런 식으로 직접 써 보니 재미있고 자신감이 생겼다”란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시 쓰기 수업을 마치며 이렇게 총 8차시의 주체적인 해석과 감상을 위한 시 쓰기 수업이 모두 끝났다. 나도 아이들의 시화를 보며 시를 써 보는 것이 내가 몇 편의 시를 대신 감상하게 하는 것보다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더 나은 방법이란 걸 믿게 되어 좋았다. 끝으로 나의 소감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고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란 말과 아이들이 써낸 소감문으로 ‘시 쓰기 체험을 통한 시의 주체적인 해석과 감상 나누기’ 수업을 마무리하려 한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 맺기’이다. 정서적 유대가 없거나 대화가 없을 때 학생과 교사는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 교실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우선적으로 관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 관계에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가 있다. 교사와 학생이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여 교사가 학생들을 권위적으로 통제할 때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관계와 소통이 단절된다. 이런 관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수업기법으로 수업을 해도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하게 된다. 반면에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 관계에 있을 때 교사와 학생은 서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운다. 진정한 배움이 있는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곳,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실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간 이어야 한다. 변화의 공식은 영향력과 저항력이다. 교사에 대한 저항력이 작을수록, 교사의 영향력이 클수록 학생들은 변화할 수 있다. 어떻게 저항력은 줄이고 영향력은 키울 수 있을까? 비법은 이해와 인정이다. 학생들이 저마다 다름을 이해해주고 저마다의 강점을 인정해 주는 것이 관심이다. 관심(觀心, 關心)이란 마음을 보는 것, 그리고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보고 학생들의 마음과 교사의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관심’이다. ‘감성융합배움’ 수업디자인 교육과정을 학생들의 마음과 연결하여 재구성한 수업디자인이 ‘감성융합배움’이다. 감성융합배움 수업사례는 학생들 마음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하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좋아하는 어드벤처 게임과 과학이론을 연결한 과학어드벤처게임수업, 자동차 레이싱을 좋아하는 남학생들의 마음을 연결하여 속력 개념을 배울 수 있게 자동차를 설계하고 레이싱 경주를 하는 수업,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는 과학연극수업, 노래가사를 바꾸거나 생물 관찰결과를 과학 시로 표현하는 수업 등 다양하다. 본고에서는 ‘과학요리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창 몸이 자라는 중학생들은 돌아서면 배가 고픈 시절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산출물을 감각기관으로 직접 확인하며 즐기는 것이 가능한 ‘요리수업’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배움을 유도하는 매력이 매우 강하다. 과학교과는 자연을 탐구하여 이론을 배우는 학문이지만 학생들의 직접적인 삶에 밀착해 있음을 공감시키는 데 실패하면 학생들에게 매우 어렵고 지루한 교과가 되기 쉬운 과목이다. 그런데 ‘요리’를 과학교육과정과 연결하면 즐겁고도 실감나게 과학실험과 이론을 배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PART VIEW] 과학과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 수업 모습과 학생들의 반응 ▶ 학생들은 과학요리수업을 재미있고 새로운 수업으로 인식했다 창엽(가명)은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있는 학생이지만 과학요리수업을 통해 창엽의 성격이 정말 밝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요리수업은 창엽의 과학적 개념이해, 수업참여유발, 긍정적인 감성개발에 매우 적합했다. 창엽은 “과학이 재미있고 과학요리수업이 좋아요”라고 수업 소감을 말했다. 진성(가명)은 평소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많으며, 과학을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다. 진성은 과학실험이나 요리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수업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진성은 “저는 과학이 좋아요. 과학요리수업은 새로운 수업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과학요리수업을 하니 자는 아이가 없어요”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학생들은 과학요리수업을 개념이해와 기억에 도움을 준다고 인식했다 정우(가명)는 “요리가 재미있고 과학개념이해가 쉽습니다. 밀도와 무지개 칵테일 수업이 가장 좋았어요.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우리 모둠이 실패해서 예쁘게 다시 성공해보고 싶어요”라며 과학요리시간이 1석 2조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공부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으니 1석 2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학생들의 요리활동 중에 교사는 모둠을 돌며 계속 과학적 원리나 개념을 상기시켜주었다. 이러한 노력이 학생들의 실제적인 과학적 개념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학생들은 요리완성도가 높고 요리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수민(가명)은 예민하고 모든 선생님이 부정적으로 보았던 여학생이었지만 과학요리수업 내내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민은 “과학요리가 재미있어요. 특히 팝콘과 아이스크림 수업이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압력과의 관계를 알고 싶어서 밥 짓기를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평소 과학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 없던 학생일수록 적극적인 참여와 우수한 산출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 생활 요리도구로 실험하니 좀 더 과학이 쉽고 친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은 과학요리수업을 진행하면서 과학을 좀 더 쉽게 여기며 오히려 과학적 이론과 개념에 관심을 나타냈다. 요리 산출물의 완성도가 높으니까 만족도가 높아서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원희(가명)는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노는 시간 같았어요. 자유롭고 편안하니까 과학이론도 지루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수업 시 유의점 및 제언 ▶ 과학요리 프로그램 적용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재료의 준비이다 반드시 교사가 사전에 미리 요리활동을 실시해보고 최소한의 재료를 준비하도록 하고 모둠별로 미리 모든 재료를 나누어서 완벽하게 준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과학실에 도착했을 때 요리재료가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에 큰 만족을 나타냈다.이것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감사함과 같은 긍정 감성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학습동기유발과 참여의욕을 높이고 개념이해 수업에 좀 더 집중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 안전과 위생을 위해 과학실보다는 조리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모든 조리기구가 좀 더 위생적이고 안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과학실보다는 조리실에서 과학요리수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학요리수업은 준비과정과 뒤처리과정이 매우 힘들고 많은 학생들을 통제하고 개별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과 교사나 다른 과학교사와 함께 코티칭(co- teaching)을 반드시 할 수 있게 미리 교육과정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 과학요리수업은 협력활동이 많아서 모둠구성원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모둠을 형성할 때 좀 더 관계친밀도를 고려하여 모둠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슷한 성향의 학생들끼리 모둠을 만들었을 때 마음을 맞추어서 협력하고 역동적으로 활동하여 좋은 산출물을 도출했다. 과학에 흥미가 낮고 수업태도와 수업집중도가 낮은 학생일수록 또는 평소의 수업에서 집중도가 낮은 학생끼리 모둠을 만들어 주었을 때 오히려 활동 참여도가 높아지고 자기주도적으로 열심히 활동해 산출물을 도출하는 등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학요리수업 디자인 예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조금은 편해진 요즘,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책과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도서관에 있으면 교사 또는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책을 너무 빨리 읽는 것 같아요’, ‘같은 책만 계속 읽어요’, ‘만화만 읽어 속상해요’, ‘아이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요’, ‘역사나 인물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책을 싫어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 읽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어떻게든 양질의 독서를 했으면 하는 어른들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독서방법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1, 2학년은 보통 독서에 특별히 두려움이나 경계를 느끼지 않는다. 다방면에 호기심을 느끼는 시기여서 다독을 권장한다. 그러나 3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좀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의 독해력이 형성되고,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또 교과 내용이 세분화되고, 그림책에서 줄글책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시기이므로 주제별로 골고루 읽는 습관과 꾸준하고 자세히 읽는 독서 태도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도전정신이 강한 4학년을 위한 독서수업 프로그램 4학년 아이들은 보통 호기심이 왕성하고 다른 학년에 비해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다. ‘챌린지! 독서왕’ 프로그램은 4학년 학생들의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 수업이다. 한국십진분류표를 참고하여 읽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책을 골라 읽은 후 간단한 독서감상문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북토크 형식의 독서수업이다. 그림 그리기 활동은 시간이 충분할 때만 하거나 간단한 스케치만 해도 된다. ‘챌린지! 독서왕’은 3차시에 걸쳐 진행하는 단기형(표 1 참조)과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장기형(표 2 참조)이 있다. 1년 과정의 경우 학교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드는 4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월별로 주제를 나누어 독서를 하고, 책의 주제에 어울리는 글쓰기 형식을 선택하여 체계적으로 독서지도를 한다. 매달 마지막 주에는 그달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좋은 책과 감상을 공유하고, 함께 읽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활동은 모둠별로 할 수도 있고, 전체가 함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변형하여 활용할 수 있다. [PART VIEW] 읽기, 말하기, 쓰기를 모두 익힐 수 있는 수업 ‘챌린지! 독서왕’은 독서지도의 전체 과정인 읽기, 말하기, 쓰기를 모두 익힐 수 있는 수업이다. 읽기 측면에서는 꾸준히 계획을 세워 독서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편독을 방지하고 주제별로 골고루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말하기 측면에서는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말하는 등의 발표 능력과 경청하는 자세를 기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측면에서는 읽은 책의 주제에 따라 적합한 형식의 글을 쓰게 되므로 자기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됨은 물론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글쓰기 지도를 할 때 1년 동안 쓸 수 있는 독서록을 따로 제작하여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4학년 학생들과 ‘챌린지! 독서왕’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표3참조)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스스로 책을 고르거나 또래 친구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여러 활동을 하며, 책에 대한 흥미도나 글쓰기 능력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도 정독을 하게 되었고, 책의 주제나 작가의 의도, 책에 담긴 지식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많은 학교에서 ‘챌린지! 독서왕’ 같은 독서지도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평생 책을 가까이하고, 삶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