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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은 최근 엘리트 체육인들의 성폭행 피해 폭로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관련 부처는 물론 정부와 국회 등이 머리를 맞대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14일 ‘체육계 미투 확산에 대한 입장’을 내고 “최근 빙상·유도 등 체육계 선수들의 성폭행 피해 폭로가 잇따르고, 그 피해 시점이 학생 신분의 미성년자 당시부터 이어졌다고 밝혀져 체육계뿐만 아니라 교육계에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며 “비록 학교 운동부 지도자에 의한 사건이지만, 모범이 돼야 할 교육계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 같은 일들은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생활체육 중심의 학교체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학교·생활체육 등 인프라 확대와 함께 ‘학교 체육교육의 정상화’를 주문했다. 학교 체육을 진흥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연계·보완이 모색돼야 하고, 입시에 밀려 학교 체육교육이 소홀해지는 비정상화도 되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중1~고3 학생 6만 명을 조사한 결과, 여학생의 93%는 하루 1시간도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의 방과 후 운동량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나타났다. 교총은 “그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에 올라서는데 긍정적 역할을 해왔지만, 스포츠 본래의 가치를 훼손하는 엘리트 체육의 비정상적 지도 관행이 있다면 이를 전면 재고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면서 “학교 체육교육의 정상화와 국가 체육의 진흥을 위해 교육계와 체육계, 범정부 및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1915.10.1~ 2016.6.5)의 제자인 데이비드 올손이 집필한 ‘The Cognitive Revolution in Educational Theory(2007, 2011)’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서다. 브루너는 인지심리학과 인지학습이론 발달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특히 “인간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통해 사고한다”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자신의 삶을 통일된 이야기고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간”이라며 “교육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서사적 통일성을 기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역자인 강현석 경북대 교수는 “아마도 올손은 브루너가 교육의 이론적 차원에서 가히 인지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이에 동감한다”고 서문을 통해 밝혔다. 브루너의 생애와 연구, 브루너 이론의 적절성, 브루너와 올손의 대담 내용 등이 담겼다. 강 교수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위대한 사상가의 도움을 받아 바로 보고자 한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평중학교(교장 김금주)가 지난 18일 경상북도교육청과 안동MBC가 함께 주최하는 제9회 경북학생영상제에서 중등부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경북학생영상제는 지역 청소년들의 영상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영상 제작 능력 향상을 통한 진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경상북도교육청과 안동MBC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회이다. 해평중학교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경상북도와 상주시, 경북청소년영상제 추진위원회와 매일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1회 낙동강전국청소년영상제에서도 중등부 우수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 작품은 중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프로그램 시간에 제작한 공익광고로서 앞서 언급한 두 대회의 대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공익광고‘생일롤링페이퍼’는 ‘자살자의 92%가 자살 전 자살위험신호를 보내는데 그 주변인들의 78%가 그 신호를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는 기사를 학생들이 본 후 ‘친구가 보내는 자살위험 신호는 마지막 구조신호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제작한 자살 예방 공익광고이다. 해평중학교 학생들은 이번 광고 제작을 통해 영상 제작과정 전반을 경험해 봄으로써 광고 제작의 어려움을 아는 동시에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영상 제작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유학기제 진로 체험활동이었다고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총이 ‘8월 퇴직교원 성과상여금(성과급) 지급’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나섰다.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기재부)에 각각 관련 지침 개정과 소요예산 편성을 건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최근 ‘8월 퇴직교원 성과급 지급방안 마련 권고’를 결정한 것과 관련, 교총은 해당부처의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15일 인사혁신처와 기재부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인사혁신처와 기재부에 각각 관련 지침 개정과 소요예산 편성을 적극 촉구했으며, 올해 내로 지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교총은 건의서에 국가인권위의 결정문, 2016년 10월 하윤수 교총 회장이 인사혁신처장과 성과급 지급에 약속한 사항, 교육부와의 교섭 합의 등을 담았다. 즉, 여러 통로를 통해 ‘8월 퇴직교원 성과급 지급’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한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 교총은 국가인권위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2년 여 동안 청와대, 국회, 정당, 교육부, 인사혁신처, 기재부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20일 퇴직 시점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 여부를 달리하는 현행 성과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인사혁신처에 퇴직한 공무원에게도 성과평가 대상기간에 근무한데 대한 성과급 지급 방안 마련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교육공무원들의 민원이 빈발하고 있고,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교총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년퇴직자의 퇴직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퇴직한 해를 평가대상 기간으로 하는 성과상여금을 받을 수 있거나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에는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권고했다.
수업이 달라진다-⑫ 김선희 서울 명일중 수석교사의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프로젝트 수업’ 토론 수업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데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 존중하는 의사소통 역량 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 수업이 까다롭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교과와의 연계성, 토론 방식, 운영 방법 등에 따라 기대한 교육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희 서울 명일중 수석교사의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프로젝트 수업’은 ‘교사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은 없을까’ ‘독서에서 시작해 토론, 논술에 이르는 수업을 구성할 수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탄생했다. 단편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토론 수업을 9차시에 걸친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평가와 기록까지 하나로 엮어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도 꾀했다. 김 수석교사는 “조각조각 진행하던 토론 수업을 하나로 꿰어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문득 ‘아이들이 토론 활동을 통해 능력이 향상됐을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자유학년제를 활용해 긴 호흡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근거만 나열하는 찬반토론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 수업은 토론에 대한 설명과 모둠 구성, 수행평가에 대한 안내로 시작한다. 8개 모둠을 구성해 두 모둠씩 짝을 이룬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인물의 죄명으로 토론하기’처럼 책을 소재로 삼거나 ‘통일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해도 된다’ 등 사회 이슈를 논제로 정한다. 토론 상대가 정해지면 대결 날짜도 정해 미리 공지한다. 학생들은 대결 전까지 찬성 측 입론과 반대 측 입론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찬성 측이 될지, 반대 측이 될지는 대결 당일 뽑기를 통해 결정한다. 토론은 총 24분 동안 진행된다. 입론→반론 펴기→질문하기→최종 발언의 순서로 흘러간다. 반론 펴기는 각 팀이 2분씩 사용하고 질문 없이 상대 입론에 대한 반론만 제기한다. 질문하기는 각 팀이 4분씩 사용하되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는다. 한 팀이 상대 팀에 대해 최소 2회 이상 질문해야 한다. 김 수석교사는 수업 전 마련한 ‘분석적 채점 기준(루브릭)’을 바탕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토론에서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박한다’는 성취 기준에 맞게 ▲주제에 대한 이해 및 정보 활용 ▲토론 능력 ▲경청 능력 ▲상호평가·자기평가 등을 평가 요소로 삼았다. 가령 토론 능력(5점)을 평가할 때 논리에 대한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가 명확할 경우 5점, 논리에 대한 주장은 명확하나 근거 전달이 미흡하면 3점,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1점을 주는 식이다. 한 요소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다른 부분에서 만회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모둠 활동이지만, 개별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학생들도 평가에 참여한다. 김 수석교사가 만든 토론평가표에 따라 주장의 논리성과 근거의 타당성, 발표 태도를 합산해 점수를 매기고 어떤 모둠이 우세했는지도 평가한다. 토론자들의 주장과 근거도 정리한다. 김 수석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모든 학생이 토론자로 한 번, 배심원으로 세 번 활동한다”면서 “토론 능력뿐 아니라 경청 능력도 길러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토론 하면 말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요. 토론을 잘하려면 상대의 말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세 번의 상호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말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도 키우고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능력과 장점도 알게 됩니다. 24분간 토론이 끝난 직후에는 토론자들을 밖에 내보내고 우수 토론자를 정합니다. 학생들의 평가는 정말 정확해요. 덕분에 결과에 대한 불만도 없죠.” 수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토론 수업에 대한 소감문 쓰기, 논술문 쓰기 등 글쓰기 활동으로 이어진다. 완성한 글은 메가테스트 ‘써니샘의 논술교실’에 업로드 하고 우수작을 선정한다. 이름을 가린 글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우수작을 직접 고르도록 한다. 글쓰기 활동의 결과는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기록할 때 활용한다. 김 수석교사는 “개요표 작성법과 글쓰기 방법 등은 수업 시간에 가르친다”면서 “자신의 글과 친구들의 글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설명했다. 명일중 학생들은 입학 후 최소 한 학기 이상 프로젝트 수업을 받는다. 매년 5월은 토론·논술 주간으로 정해 전교생이 활동에 참여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말하기, 글쓰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재미에 빠진 학생도 적지 않다. 김 수석교사는 “이제는 학생들이 먼저 토론 수업을 하자고 조른다”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 토론을 준비하다보니 중립이 돼버렸어요’라는 말이었죠. 어떤 논제에 대해 찬성의 입장도, 반대 입장도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기특하게도 그걸 깨달았단 소리였어요. 토론의 최고봉은 협상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이 능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수업 활동지를 모아 성장 편지와 함께 가정에 보내기도 한다. 자유학년제 운영 기간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해 할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활동지를 매개로 자녀를 칭찬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수석교사의 프로젝트 수업은 지역 학교에도 입소문이 났다. 요리 레시피처럼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토론 수업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업 계획서만 있으면 교사가 아닌 사람도 토론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그는 “수업의 성공은 교사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효능감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토론대회 같은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아요. 토론 교육이 성공하려면 수업 안으로 토론 활동이 들어와야 합니다. 더 많은 교사들이 토론 수업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나눌 생각입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학교 종사자 결핵검진 의무화’에 따른 국가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16곳이 국가차원 시스템 마련에 찬성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사실상 학교에 출입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결핵검진 유무나 결과확인 등을 학교가 점검하기 어려운 상태이지만, 학교에만 모든 책임과 의무가 부과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핵검진 의무화를 결정지은 결핵예방법에도 검진 주기나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은 국가 차원의 결핵검진 시스템 마련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건강검진처럼 결핵검진도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시스템화하고 검진 이력 등을 나이스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국가 시스템 구축 전 조치에 대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대한결핵협회나 지역 보건소 등과 협의를 하는 등 나름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지방의 일부 소규모학교는 인원 미달 등으로 학교 방문검진이 취소되기도 했다. 학교현장은 ‘학교 종사자 결핵검진 의무화’로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종사하는 교직원 누구라도 결핵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관련 시스템은 물론 예산도 내려오지 않아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식이다. 결핵검진 관련 흉부방사선 촬영은 연 1회, 잠복결핵 검사는 학교에 재직하는 동안 1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각자 해결하는 형편이니 일정 잡는 자체가 어려운데다, 구성원 모두가 검진을 잘 받았는지 파악하는 일도 매우 난해하다. 공무원 건강검진은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행정시스템(EDI)으로 실시간 검진율과 검진 대상자를 확인할 수 있으나, 결핵검진은 빠졌다. 요즘처럼 학교에 비정규직이나 강사 등의 출입이 잦고 인원의 변동성도 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운영으로는 주 1회 정도 잠시 머물다 가는 인원까지 특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학교 보건이란 그물에 구멍 뚫릴 가능성이 높다. 교총은 이번 건의서 및 시·도교육청 답변 등을 토대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1월 9일은 마산초의 졸업식이었다.졸업식 전날은 내내 바빴다. 졸업식때문에 바빴던 것은 아니었고 업무에서툴렀던 나머지 학기말 정산을 말일까지도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느라 바빴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학실 근처를조금 기웃거리다 금세 나가버렸다. 어느새 빠른 겨울해가 져버리고 어학실에는 본인과 모니터 화면의 불빛만남았다. 어둠만이 모든 공간을 덮었을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아이들과의마지막을 그렇게 보냈고 내 주변에는하루가 끝난 적막만이 자리했다는 것을말이다. 앞으로 나는 여러 장면을 보지 못할 것이다. 분홍색 파카를 입고 아장아장 교실로 오르는 작은 여자아이의손을 잡는 의젓한 오빠의 뒷모습, 유치원 아이들이 무사히 등원하는 모습을지켜보는 6학년 아이들, 까르르 웃으며 자기들끼리 뛰어다니던 몸만 청소년인 여자 아이들,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어학실 문을 기웃거리며 놀아달라고 하던 남자아이. 이 모든 장면들은이제 내가 볼 수 없는 것이다. 스쳐지나가는 장면들 속에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과 그 시간마다 진하게 배어 있는 사무친 감정들이 있었다. 그 사무친 감정들 속에 내가 있었다. 학기말 성적처리가 끝나고 나는 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파닉스 영어수업을 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가지만쓰인 영어를 못 읽는 녀석들이 있었다.수행평가의 기준안에 따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영어를 자유롭게 소리내어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두고, 나는 그대로 중학교로 올려 보내고 싶지않았다. 쓰인 단어와 문장들을 읽을 정도만되어도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노력해서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소리높여 이야기했다. 중학교 선생님들은바쁘니까, 당연히 중학생이 이 정도쯤 하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못하면 도와주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그런 것들은스스로 노력해서 극복할 수도 있어야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어쩌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영어를 제대로 읽지 못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던내가 선생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산초는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였다.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더 큰 책임감과 역할을 부여받았고 학교는 모두가 다 형제였다. 나보다 작은 것들을보살폈고 큰 일은 선생님들과 다 함께 헤쳐 나갔으며, 자연으로부터 배웠고전통으로부터 배웠다.아이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행복했기 에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면 농땡이나피우며 공부하지 않았지만 과잉 경쟁과 사교육으로 인성이 파괴되는 것은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선생님들의 프로젝트 수업은 아이들이 교과의 틀을넘어 교과에 담긴 내용들을 더 자세히,다양한 과목과의 융·복합을 거쳐 배우게 했다. 현장체험학습도 많이 다녔다.그리고 그 옆엔 항상 공부하라 잔소리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한 명 한 명과 모두 친구처럼친하게 지냈다. 모두 각자의 교실로 흩어질 것이다.모두가 형제였던 마산초는 추억으로 자리를 옮기고, 낯선 교복을 입고 각자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군중 속의 하나가 되어 자신의 미래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쌓아온 행복이아이들을 온실 속에 가두어 작은 좌절속에 스러지게 하기보다, 아이들이 세상의 모서리 여기저기에 상처 입더라도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강인함을만들어주었기를 바란다.왜냐면, 너희들은 넘어져도 울지않고 금세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뛰어 노는 마산초 어린이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졸업식을 맞는다. 우리는 또이별을 맞이하고, 그 이별이 좋은 이별이기를 바라는 선생님은 결국 이별을준비하는 업이다.
학기가 막 시작되는 3월, 원어민 선생님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 마산초는 원어민 관리 학교였다. 신규에다 첫 원어민 관리 업무를 맡은 나로서는 온통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원어민 덕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 멋대로 도망간 원어민 뒷수습을 하느라 1학기는 온통 엉망이 되었다. 화성시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노력해 보겠지만 2학기에 원어민 강사를 반년 계약으로 새로 구하긴 힘들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간에 몇몇 원어민 강사들과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마산초의 먼 위치 탓인지 당장이라도 올 것 같은 모습을 보였던 원어민 선생님들은 확답을 주지 않고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학기도 접어든지 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다음날 원어민 선생님이 마산초로 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때가 13시였다. 어째서 내년에나 정식으로 올 수 있다는 원어민 강사가 갑자기 내일 온다는 것인가. 오후 수업에, 15시에는 전문적학습공동체 회의도 있었기 때문에 경황이 없는 와중에 정보도 없는 채로 영문도 모르는 일을 떠맡게 되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진 핸드폰을 붙잡고 ‘내일 올 사람 얘기를 전날 13시에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라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당장 내일 정확히 몇 시에 오는지, 몇 시에 갈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잠시 후,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식 억양을 쓰는 여자 목소리였는데 이미 한 차례 원어민 강사에게 덴 마당이었기 때문에 딱히 외국인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간단하게 내일 시간표를 말해주었고, 몇 시에 올지 물어봤다. 그녀는 아침 일찍 온다고 해서 9시를 의미하는 것이냐 물었더니 ‘OK’하기에 어떻게 올 거냐고 하니, 전혀 대책이 없었다. 다행히 그녀가 쓸 줄 아는 듯한 카카오맵으로 좌표 지점을 찍어 여기까지 오면 스쿨버스가 당신을 태워줄 거라고 이야기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메시지로 남기라고 하고, 진짜 안 그래도 4개 과목 프로젝트 학습 준비에 합주대회 준비에 현장체험학습 준비로 바빠 죽겠는데 어지간히 귀찮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다음날 9시에 올 사람을 그 전날 오후 1시에 얘기하고 교통편 같은 건 나 몰라라 했다는 거야? 유배 보내는 것이냐? 1주일이라도 전에 얘기해주면 좋잖아. 내가 오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있을 줄 알고 이러는 거냐며 속을 끓였다.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원어민 강사가 화성시청이 있는 남양에서 우리 학교까지 교통편이 막막하므로 첫날은 직접 태워다 주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도 운전해서 1시간이라, 거기까지 돌아서 데려다줄 엄두는 결코 나지 않았다. 내가 전속기사도 아니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여느 때처럼 7시 45분쯤 학교에 도착한 나는 갑자기 이 원어민 강사가 제대로 학교에 출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잘 오고 있냐며, 혹시라도 학교 버스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길을 모르겠으면 나한테 연락하면 태우러 가겠다고 했다. 얼마 후, 학교 버스를 탔다는 메시지가 와서 나는 적잖이 안도하며 진짜 어떤 사람이기에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제대로 벼르려고 오랫동안 안 쓴 영어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타난 원어민 강사는 금발의 젊은 여성이었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오랜 시간 깊은 화산 분화구의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던 불만은 갑자기 눈 녹듯이 사라지고, 나는 어느새 마치 오랜 시간 훈련받은 외교관이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굉장히 국제친화적인 모습이 되었다. 어학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사람을 위해서 준비된 듯한 하나의 대사관이 되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침으로 먹으려고 산 편의점 케이준 샌드위치까지 선물로 주고 말았다. “아직 아침 안 먹었죠? 선물입니다.”
대전교총은 7일 대전 오페라웨딩홀에서 정해황 제11대 회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허태정 대전시장,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조승래 국회의원과 17개 시·도교총 회장, 사무총장, 임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논스톱 교권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폭위 지역교육청 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학교를 학교답게, 교총을 교총답게’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동산고 교사와 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대전장대중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임기는 3년이다.
김재식 서울미아초 교장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 혜화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개인전, ‘지산 김재식 한국화전’을 연다. ‘한국의 산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정년퇴임을 맞아 마련된다. 실제 경치(眞景)를 바탕으로 작가가 느끼는 자연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고석정의 겨울’, ‘고향의 봄’, ‘금강산 삼선암’ 등이 대표작이다. 김 교장은 대구교대 미술교육과와 한성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교육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서울초등미술연구회 회장도 역임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지난 8일 서울 한국교총회관 다산홀. 강의실에 마련된 책상마다 타로카드가 펼쳐져 있었다.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타로카드는 카드를 뽑으면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점(占)이다. 최옥환 강사는 “타로카드와 학생 상담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대한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상담 유형에 따른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흡연을 하다 적발된 학생이 씩씩거리면서 상담실에 들어섰다면,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까 요? 우선 학생이 상담을 받아들이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타로카드를 펼쳐놓 고 학생에게 자신의 현재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카드를 5장 이내로 뽑게 해보세요. 그 카드 를 보고 학생의 마음을 공감해준 후 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 금연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습 니다.” 최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치유를 위한 NLP타로카드 상담(기 초)’ 강의 현장이다. 타로카드를 활용한 NLP 상담을 통해 잠재의식을 이해하고 문제 상황을 치유, 현재와 미래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목표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가 어 려워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의 래포(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강의다. 한국교총종합교육연수원(이하 교총연수원)은 겨울방학을 맞아 2018 동계 교원 직무연수를 진 행하고 있다. 매년 방학마다 교원들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연수를 마련한다. 교원의 전문성 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자기 계발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번 동 계 연수는 마음 치유를 위한 NLP타로카드 상담을 비롯해 선생님이 알아야 할 경제이야기, 색채와 명상으로 자기성장하기, 행복을 꿈꾸는 인성연구수업 레시피 등을 운영한다. 선생님이 알아야 할 경제이야기는 경제교육 전문가들로부터 생생한 경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연수다. 효과적인 경제교육 방법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강의한다. 색채와 명상으로 자기성장하기는 힐링이 필요한 교원들을 위한 연수다. 색채와 명상을 통해 자기성장과 관계 회복을 돕는다. 알아차리기, 마음 비우기, 마음 담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 습도 진행한다. 행복을 꿈꾸는 인성연구수업 레시피는 학생 중심 인성교육과 인성교육 실천 사례에 대한 강 의다. 창의적 인성교육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동시에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한 인성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번 연수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한편 교총연수원은 제10기 유·초·중등 중간관리자 직무연수 신청자를 모집한다. 교육 기간은 다음달 18일부터 22일까지다. 한국교총종합교육연수원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전북 남원은 지리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춘향의 고장이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건너고 있는 이즈음, 지리산은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처럼 흰눈 속에 파묻혀 있다. 겨울에 남원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지리산은 어딜 가나 하얀 눈을 만날 수 있지만 바래봉 일대는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얹힌 눈꽃이 동화처럼 아름답다. 십승지(十勝地)에 꼽혔던 바래봉 바래봉(해발 1167m)은 지리산 서쪽 봉우리의 하나로 일찍이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꼽혔다. 십승지는 정감록에 나오는 내용으로,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 재앙을 피하기 좋은 10군데 장소를 일컫는다. 바래봉은 동쪽으로는 팔랑치, 서쪽으로 여원치, 북쪽으로는 덕유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와 용산리, 인월면 중군리, 산내면 내령리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다. 산의 모습이 공양 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래봉이다. 이곳 사람들은 산 모양새가 마치 삿갓처럼 보인다 하여 ‘삿갓봉’으로도 부른다. 바래봉은 이즈음 눈꽃이 환상적이다. 순백의 눈이 켜켜이 내려앉아 아름다운 설원을 만들어낸다. 적설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보니 해마다 눈꽃축제가 열린다.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초순까지 바래봉 일원에서 화려한 겨울놀이가 펼쳐진다. 빙벽 타기, 눈썰매 타기, 얼음썰매 타기, 눈싸움 대회, 팽이치기, 눈사람 만들기, 연날리기, 눈조각 전시 등 방문객들을 한겨울의 낭만으로 안내한다. 눈꽃축제의 백미는 바래봉 정상에 오르는 것. 정상에 서면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월과 금계를 잇는 지리산 둘레길도 걸어볼만하다. 총 길이 19.3km로 약 3시간이 걸린다. 이 길은 오른쪽으로는 바래봉과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수정봉,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걷는다. 중간 중간 만나는 비전마을, 장항마을, 매동마을, 상황마을 등은 우리네 고향에 온 것처럼 정겹다. 또한 길 주변에는 황산대첩비, 송흥록 생가, 박초월 생가, 5일장, 흥부골자연휴양림 등이 있어 걷는 재미와 함께 역사의 향기에 빠져볼 수 있다. 비전마을에서는 판소리 동편제의 창시자인 송흥록(1780~1860 추정) 선생의 생가에 잠시 들러본다. 지리산 정기가 내려오는 운봉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청담한 창법으로 판소리 가락을 완성했다. 거개의 사람들은 영화에 나온 서편제는 잘 알지만 동편제는 잘 모른다. 수식과 기교가 많아 여성적인 소리로 알려진 서편제와는 달리 동편제는 남성적이고 힘이 넘친다. 동편제는 송흥록 선생이 기초를 닦았는데 이후 그의 아우인 송광록과 그의 아들 송우룡으로 이어졌고 송우룡의 아들 송만갑으로 이어지는 송문일가(宋門一家)를 이뤘으니, 한집에서 5대를 이어 명창이 배출된 건 아주 드문 일이다. 비전마을은 명창 박초월(1913~1983) 선생이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소녀 명창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기능보유자로 여성 판소리계에 큰 울림을 줬다. 마을 초입에 있는 황산대첩비지에도 들러본다. 황산대첩은 고려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군을 찾아 크게 무찌른 전투다. 그때의 승전을 기념해 비문을 세웠다. 기록에 의하면 몇 번의 밀고 밀리는 싸움으로 왜군의 시체가 언덕을 이뤘고 피가 냇물로 흘러들어 7일간이나 물빛에 핏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대첩비는 조선 선조 10년(1577) 왕명에 따라 건립됐으나 일제 강점기에 파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후 다시 옛 모습대로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600년을 맞는 사랑의 무대 남원 하면 춘향이 떠오른다. 판소리, 영화, 연극, 설화, 소설 등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문화 콘텐츠다. 성춘향(월매 딸)과 이몽룡(남원부사 아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 하나의 실화처럼 우리네 마음에 각인돼 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 아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기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그 사랑의 현장(가상공간)이 바로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정문인 ‘광한청허부’로 들어선다. 오른편으로 그네가 보이고 그 옆으로 춘향이가 자랐다는 ‘월매집’이 있다. 전통 한옥 양식에 장독대와 텃밭이 있는 초가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을 속삭이고 백년가약을 맺은 곳으로 그 때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부용당이 있고 뜨락엔 당시 쓰던 갖가지 생활용구들이 가지런하다.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지배계층인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천민 신분의 기생 딸 성춘향을 만난 곳으로 광한루원에 있는 정자 이름이다. 사랑의 전설이 얽힌 광한루는 올해로 600년을 맞는다. 이 세계적인 사랑의 무대가 세워진 건 1419년. 아득한 역사의 산물이다.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는 단아하고 미려하다. 연못 위에 세워진 다리는 반달 모양의 유려한 홍교다. 춘향과 몽룡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을 키운 곳으로 이 다리를 1년에 한 번만 밟으면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는 광한루 앞 연못에는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영주섬(산), 봉래섬(산), 방장섬(산) 등 3개의 작은 섬이 사다리형의 예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들 작은 섬은 일명 ‘삼신산’이라 불린다. 가운데 올라앉은 방장섬은 푸른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광한루원 건너편의 춘향테마파크에 가면 춘향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접할 수 있다. 남원 명창들이 거쳐 간 구룡계곡 남원시내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면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북부권인 구룡계곡으로 간다. 지리산국립공원 구룡분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면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은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품이다. 구룡계곡에서 정령치를 넘으면 반선-성삼재-달궁-뱀사골로 갈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체인 등 월동장비가 필수다. 구룡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육모정 앞 가파른 돌계단길을 올라가면 무슨 왕릉처럼 생긴 춘향 묘가 나타난다. 춘향전을 토대로 만든 가짜 묘지만 실제처럼 사실적이다. 용소 위로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은 암반 위로 육모정이 올려다 보인다. 산과 계곡을 낀 멋진 정자다. 거처를 볼 줄 아는 옛 사람들의 안목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용소(龍沼)는 용호구곡의 제2곡으로 옛날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뚫고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육모정에서 계곡 방향 반석으로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이 굉음을 내며 소(沼)를 이룬 용소를 만난다. 용소 위,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입구에는 판소리 8명창 중의 한 분인 권삼득 선생의 유적비가 서 있다. 구룡계곡과 용소는 남원 출신의 명창들에게 득음을 깨우쳐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송흥록-송만갑-박초월로 이어지는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거쳐 갔다. 구룡계곡길이 ‘소리길’로 불리는 이유다. 구룡계곡에서 정령치를 넘는다. 한국 선문의 발상지인 실상사(實相寺)로 가는 길. 절길로 접어들어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두 기의 장승이 반갑게 맞아준다. 실상사는 평지에 세워졌다. 일주문도 없고 절에는 으레 있을 법한 담장도 없다. 얼핏 보면 우리 살던 고향집같이 수더분하다. 천왕문을 지나면 탑들이 가지런한 사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목조 건물 몇 개와 해우소도 보인다. 실상사가 여느 절과 다른 건 실천 불교 운동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공동체 활동과 환경살림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보기 드문 사찰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곳들 남원은 춘향만큼이나 흥부 출생지로도 유명하다. 고증에 따르면 흥부가 태어난 곳은 동면 성산리이고, 봉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아영면 성리의 상성마을은 발복지(發福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살았던 곳)로 돼 있다. 이 두 마을은 10km쯤 떨어져 있다. 아무튼 흥부도 춘향처럼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노라면 사실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동면 성산리는 인월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팔령재 아랫마을로, 들머리에 흥부마을 출생지라고 쓰인 표지석이 서 있다.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마을 주변에는 흥부(전)와 관련된 지명이 여럿 남아 있는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먹을 것이 없자 굶어죽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던 산제바위, 놀부에게 곡식을 얻으러 갔다가 매만 맞고 돌아오는 길에 신세 한탄을 하면서 짚신을 털었다는 신털바위 등이 그것이다. 또한 흥부 발복지인 아영면 성리마을에도 ‘흰죽배미’ ‘화초장바위’ ‘장자골’ ‘노디막거리’ ‘허기재’ ‘임자골’ 따위의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들이 남아 있다. 입구에 서 있는 마주 앉아 박을 타고 있는 흥부 부부상은 이 마을의 상징물이다. 작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혼불문학관(063-620-5744)도 남원 여행에서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문학관이 들어선 노봉마을(소설에서는 매안마을로 나온다)은 혼불의 배경지가 된 마을로 수백 년을 이어온 매안이씨 종가를 비롯해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호성암, 달맞이동산, 서도역, 근심바위, 늦바위고개, 당골네집, 홍송 숲 등 소설 속 무대가 그대로 살아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교육부가 ‘교과용 도서 다양화 및 자유 발행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정인 초등학교 제3∼6학년 사회·수학·과학과의 교과서 검정 체제 전환, 검정 심사 과정 간소화, 자유발행제 도입·추진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교과용 도서 65책을 국정에서 검정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발행 체제로 교과서의 창의성과 품질을 높이고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세 교과의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세 주요 교과 국정 교과서의 검정 교과서 전환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과 개선 방향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즉 정책의 민주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번 초등 사회과 교과서 검정 전환에 대한 사회적·교육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교과서 발행 체제 전환처럼 중차대한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공청회, 여론 조사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교과서의 정치·이념화 논쟁이 우려된다. 교육의 정치·이념적 중립성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 특히 역사·지리·일반사회(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과목 등 국가 정체성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사회과의 검정 전환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초등학생들까지 이념 논쟁의 수렁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특정 교사나 학교의 이념 편향성이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염려도 있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 재연 우려 정권 바뀔 때마다 변경 가능성 셋째, 교과서의 질 저하와 관리 부실이 우려된다. 교과서의 질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과용 도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체제를 전환할 경우 심사와 수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서 교과서의 질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번 계획에는 오히려 심사를 완화해 교과서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집필 기준이 완화되면 심사·관리를 강화해야 질 관리가 되는데 거꾸로 가는 것이다. 현행 국정 교과서 체제에서는 교육부장관이 교과용 도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집필진에 권고해 수정한다. 검정의 경우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서는 이를 수정 권고, 수정 요청으로 완화했다. 즉 수정을 권고·요청해도 저작자, 발행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별 다른 도리가 없다. 과거 수정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적 소송까지 야기된 사례의 재발이 우려된다. 넷째, 가급적 교과서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과 맞물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7학년도에 초등 제1·2학년, 2018학년도에 초등 제3·4학년과 중·고교 각 제1학년, 2019학년도에 초등 제5·6학년과 중·고교 각 제2학년, 그리고 2020학년도에 중·고교 각 제3학년 등으로 연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초등의 경우 올해가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완성 연도이다. 그런데 초등 제5·6학년의 경우 국정 교과서를 적용하기도 전에 검정 교과서로 바꾼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교과서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우려된다. 교과서 내용과 발행 체제 역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인데, 국·검정 교과서 발행체제는 교육부장관의 ‘행정지침’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검정이 변동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 경우 교과서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교원과 학생들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특히 국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사회과 교과서 발행 체제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번복될 개연성이 있다. 특히 초등 교과서를 검정화할 경우 출판사, 집필진별로 보수·진보 교과서로 양분돼 채택 갈등이 우려스럽다. 자유발행제·검정교과서제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그저 교육과정의 한 보조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선 학교에 법무법인의 저작권 침해 경고장이 날아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속칭 ‘저작권 시장’에서 저작권 위반사건을 취급하는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가 상대하는 주요 대상은 사(私)기업체였다. 그랬던 것이 어느새 관공서로 옮겨가더니 최근에는 교육현장도 타깃이 되고 있다. 어느새 교육현장도 타깃이 돼 흔히들 저작권법위반은 영리활동과 관계된 경우에만 문제가 되지 교육현장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영리, 비영리를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교사가 판매용 교재를 복제해서 무상 배포하는 것은 비영리활동이지만 법적으로는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교육 현장에도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이 적용된다. 저작권법이 정하는 일부 예외가 있을 뿐이다. 그 예외란 바로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인 경우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 제25조에는 학교, 교육기관 등이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수업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운동회나 수학여행은 학교 행사이고 수업의 일환이므로 여기서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를 복제하여 사용할 수 있다. 동아리활동도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교육과정의 하나로 되어 있다면 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나 학생들 또는 교사들만의 자주적인 모임이라면 수업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저작권법위반이 주로 문제되는 것은 △가정통신문이나 학교소식, 급식소식, 학교신문 등에의 게재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안내문서와 그림 파일 △환경미화나 교육환경 개선 목적으로 교실, 복도 및 건물 외벽 등에 사용한 그림 등이다. 이런 행위는 전부 수업과 직접 관계가 없다. 따라서 타인의 공표된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복제 등을 할 수 있는 것은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에 한정된다. 교육에 필요하다고 해서 타인의 저작물 ‘전체’를 복제하여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며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어도 영화 일부가 아닌 영화 전체를 보는 것은 저작권법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저작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서체, 그림, 교재, 영화 전체 상영 등 저작권법위반의 사례가 많이 있는데 저작권자가 크게 이익이 되지 않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지 적법한 행위여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처럼 학교도 저작권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다. 학교 업무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저작자의 동의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최근 경기도 지역 200여 학교가 서체 사용에 대한 배상을 요구 받는 등 저작권 문제로 일선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본지는 저작권 관련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교총은 신년사와 교육계 신년인사회를 통하여 올해에는 ‘School Renewal(스쿨 리뉴얼)’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하였다. 영어로 표현되어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쿨 리뉴얼의 취지에 대해서 동의할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 그런데 스쿨 리뉴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가 않다. 스쿨 리뉴얼 운동에 교육계 안팎으로부터 공감과 지지 그리고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그것의 의미가 보다 구체화되어야 한다. 한국교총은 스쿨 리뉴얼에 대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의 지·덕·체의 균형 있는 전인적 성장을 학교교육의 기본 목적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사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이 교육의 본래적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이제까지 성적의 우열이라는 상대적 학력경쟁에 매몰되어 학업성적이라는 편협한 인지적 역량에 한정하여 학생성장을 추구해 왔다. 앞으로는 이것을 넘어서서 제대로 된 인지적 역량의 계발과 함께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역량의 계발까지 지향하자는 것이다. 교육의 본래적 목적의 회복인 셈이다. 둘째, 스쿨 리뉴얼은 올바른 지식교육을 실천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바른 지식교육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체계적 지식을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그것을 기반으로 특정 현상을 이해하는 데 지식을 적용하고 분석하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학습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결합하면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오는 지식만을 무조건 암기하게 하거나 지식들 간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 지식을 가르치는 왜곡된 지식교육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문제구성력과 해결력, 지식의 융합과 창조력을 길러줄 수 있다. 셋째, 스쿨 리뉴얼은 학교구성 주체들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맺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적지 않은 학교에서 교원, 학부모, 학생들이 상대방의 지위와 권위를 무시하고 깎아내리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원과 학생, 학부모는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대립하기보다는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며 신뢰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활력 넘치는 학교 만들기 공감 교원은 학생들을 교육의 중심에 놓고 독립적 인격의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교원들은 학부모를 학생교육을 위한 평등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교육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지지하여야 한다. 한국교총은 슬로건으로 내세운 스쿨 리뉴얼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하여 명료하게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스쿨 리뉴얼이 교총의 슬로건에 한정되지 않고 활력 넘치는 학교를 만드는 일관된 기조로 모든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사들은 1년에 1~2회 정도의 수업공개를 진행하는데, 공개된 수업은 학부모들의 경우는 수업공개의 날에 참관할 수 있으며, 동료교사들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나눔의 시간을 갖고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교육부훈령 제217호, 2017.5.19.)에 따르면, 평가 대상자로 정해진 교원은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참여하여야 하며, 교원능력개발평가영역의 평가 요소 중에 ‘학습지도영역’이 있다. 제8조(평가영역·요소·지표)관련하여 일반교사의 경우, 수업준비에는 교과내용 분석, 수업계획 수립이, 수업실행에는 학습환경조성, 교사발문, 교사·학생 상호작용, 학습자료 및 매체 활용이, 평가 및 활용에는 평가내용 및 방법, 평가결과의 활용이 평가(조사) 지표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동료교사의 수업을 관찰하지 않고서는 평가하기가 곤란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료교사간에 수업을 관찰하고 공개하고 나눔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명문화된 규정이나 지침은 없으며, 법적으로도 의무화되었다고 주장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훈령을 토대로 수업공개가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2018년 수업공개·나눔 운영 실태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2018.8.23.~9.3.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극적인 참여 59.2%, 형식적인 참여 39.9%였으며, 교사가 수업공개·나눔 활동에 소극적 또는 참여하지 않는 이유 항목에서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거부감) 때문에 46.2%, 수업 공개·나눔 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없어서 38.5%, 수업 공개·나눔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15.4%를 차지했다. 교사들에게 수업공개와 나눔은 교직 경력에 관계없이 부담스럽지만 필요하며, 필요하지만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교사의 수업공개와 나눔 자체만으로는 교사의 전문성을 끌어낼 수 없다. 수업을 공개하고 동료교사들이 참관하면서 수업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과정 속에서 교사들에게 배움이라는 전문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수업공개와 나눔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상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려는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는 것으로 교사의 행동변화를 통해 학습을 개선시키는 것을 수업장학이라고 하며, 수업장학의 대상은 특정한 교사가 아닌 모든 교사가 해당된다. 수업장학의 한 종류인 동료장학은 교사들 사이에 교육활동의 개선을 위해 서로 장학을 하는 것으로, 통상 수업방법을 연구 및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 동료장학은 다른 장학에 비해 자율성이 크고 협동성을 기초로 하며,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융통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 경기도 P고 K교사는 “1년에 2번 공개하는데, 수업공개를 위해 날짜를 잡고, 지도안과 활동지, 파워포인트 등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수업공개후 협의회 등의 나눔의 시간에 격려와 칭찬보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경우 기운을 빠진다”고 말한다. 일선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료장학의 형태인 수업공개와 나눔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반기는 교사는 별로 없다. 이는 교사들의 개별적인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동료성과 자발성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이다. 교사는 수업공개·나눔 활동에 대한 긍정적 기대, 담당과목 수업에 대한 고민, 본인 수업을 변화시킨 좋은 경험 등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업공개와 나눔에 참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교사들의 수업 공개와 나눔의 시간 확보, 인식 변화,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 연수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며, 교육청은 보여주기식 수업 공개 및 실적 제출 지양,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업공개·나눔 활동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교사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식변화, 다양하고 참신한 수업공개·나눔 방법 모색, 자율적인 수업공개, 교사 수업시수 감축, 시간확보와 예산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으며,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기위해 동료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공개되는 수업공개와 나눔 활동은 적극 장려돼야 한다. 교사의 내적 경험인 효능감과 성장은 의무적으로 강요하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출어람이란 가르친 스승보다 제자가 더 훌륭한 인물이 되었을 때를 비유한 말로 중국의 학자인 순자(筍子)의 청출어람이 벽어람(靑出於藍而 碧於藍)이요, 빙출어수이 한어수(氷出於水而 寒於水)라는 글귀에서 나온 말이다. 청출어람의 결실은 모든 교직자의 소망이다. 교직자들이 보람을 찾는다면 바로 가르친 제자들이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는 일일 것이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자기 직분을 다하고 사회 발전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이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교단을 지키는 교직자는 이 청출어람의 보람을 얻기 위해 고난과 시련을감수해가면서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 간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청출어람의 제자들을 많이 보아왔으나 그중에서 한 제자의 감동적인 사례가 생각난다. 재직 기간 중 많은 학생과 상담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일도 많이 시켰다. 일을 많이 시키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푸념도 받았고 또 기숙사정지 작업 때에는 웃지 못 할 일화도 있었다. 주민으로부터 자기 집 기둥을 판다고 하여 물가지 세례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의 어이없었던 광경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고교 졸업을 목전에 둔 김 군과 상담하는 시간을가졌다. 상담 내용은 김 군의 고교 졸업 후의 진로 문제에 대해서였다. 김 군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에 정진하던 모범생이었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행상을 하는 빈한한 가정의 학생이었다. 김 군은 얼마나 부지런한지 새벽같이 등교했다.학교에 오면 매일 혼자서 교실 청소를 도맡아 하는 근면한 학생이기도 했다. 그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본받을 바가 많고 주위 사람들이 감동할 정도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김 군은 어느새 담임 선생님의 책상까지 깨끗이 닦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학급의 궂은일과 남을 돕는 봉사 활동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했다. 대인관계도 원만하여 급우 간에 인기도 좋았다. 김 군은 생활하는 것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가 글자 그대로 아름답고 착하기 만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김 군 문제로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당시 학교의 규정으로는수업료 완납해야만 졸업이 가능한데 김 군은 수업료가미납된 상태여서 졸업생 사정에서 탈락되었다. 가정 형편상 미납된 수업료를납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규정을 무시하고 졸업 사정에 포함시켜 차별적으로 처리할 수도 없고 참으로 김 군의 졸업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필자는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과 상의를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개진됐다. 집약된 결론은 무조건 규정을 어겨가며졸업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이요, 그렇다고 전도가 유망한 김 군의 장래를 꺾을 수도 없는 일이니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하여 처리하되 해결 방법으로는 교직원들이 십시일반성금을 걷어 미납된 수업료를대납해서 졸업 사정을 해주고 나아가 김 군을 대학교까지 진학토록 하여 등록금까지 책임지자는 의견이었다. 이방법에 교직원 전원이 찬성하여 교직원 장학회가구성되었고 장학회의 회칙에 따라 김 군의 졸업 사정 문제가 해결되었다. 더불어다른 학생까지도 장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담임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제자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다른 선생님께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알게 된 김 군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체납된 수업료를 본인이 납부하기 전까지는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김 군에게 선생님들의 성의를 지나치게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타일러 가까스로 양해를 구했다. 참으로 힘든 설득이었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났고 김 군은 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김 군과 부모님들은 교무실에 들어와 큰절을 하며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김 군은 삼년의 세월 속에 온갖 아르바이트와역경을 이겨내고 고교과정을 졸업하게 되는 영광을 쟁취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김 군의 값진 승리인 것이었다. 졸업장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값싼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겠지만 김 군에게는 그 무엇에게도 비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하나의 별처럼 반쩍이는 훈장일 것이다. 필자는 김 군이 졸업하기 전날 교실로 불렀다. 삼년간 고교 과정을 이수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김 군을 위로하고 그동안 훌륭한 생활 태도를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김 군에게 물었다. 이제 고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졸업 후의 진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결국 김 군은 가정 형편상 취직을 해서 가계를 돕는 일이 급선무라는 대답이었다. 필자는 김 군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물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해서생계를 돕는 일도 불가피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김 군은 고등학교도 선생님들의 온정으로 어렵게 마쳤는데 어떻게 대학 진학의 희망을 감히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필자는 재차 김 군에게 말했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한 것은 절대적이나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정신력이며 김 군이 꼭 해야 할 일은 중단 없는 학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하도록 권유했다.그러나 김 군은 묵묵부답이었다. 미래 사회는 치열한 경쟁 사회이니 면학에 전념하여 능력을 길러놓지 않으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뿐이니 꼭 대학에 진학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군은 머리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얼마 후 김 군은 대학진학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설득해 보았다. 그리고 얼마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김 군은 필자의 권고를 정면으로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침묵 끝에 말했다. 담임 선생님의 간곡하신 격려의 말씀 참으로 감사합니다. 대학 진학 문제는 저의 앞길을 열어 주시는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오나 저 혼자서결정할 수 없는 일이니 부모님과 상의할 시간을달라고 했다. 필자는 그렇게 하도록 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의 대화였다. 다음날 김 군은 교무실에 들러 기대와는 달리 대학진학을 정중히 사양했다. 그 이유는 변함없이 가정형편이었다. 자신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교를 졸업하게 된 것도 선생님들의 장학금 덕분이었는데, 또다시 선생님들께 부담을 드리는 일은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부모님도 허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비하여 공부를 하기는 하되 대학 진학은 하지않고 낮에는 노동을, 밤에는 책을 벗 삼아 고학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고학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또 한편으로 말처럼쉬운 일도 아니니 깊이 생각하여 판단하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김 군은 자신의 의지와 결의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마음먹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한 집념과 자신감을 보였다. 필자는 할 수 없이 김 군의 철석같은 의지에 승복하고 대학진학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김 군의 고학의 결심에 필자 또한 응원을 보냈다. “김 군, 사실 학업의 주체는 인간이기에 공부를 해서 능력을 키우고 안 키우고는 정신력에 달려 있네. 학교에 진학하고 않고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세. 학교에 진학하여 단계적으로 교육과정을 밟는다는 것은 하나의 제도적인 방법에 불과할 뿐 아무리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고 해도 공부의 주체인 학생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진학은의미없는 것이야.” 이렇게 말해 주면서 이제 삶의 목표가 설정되었으니 건강한 몸으로 초지일관 불굴의 신념을 갖고 노력하여 대성할 것을 당부했다. 이렇게 비정한 각오로 험난한 앞날을 설계하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을 결심한 김 군은 학교를 나섰다. 효행상과 봉사상 그리고 졸업장을 가슴에 안고 기약 없는 세상을 향해 걸어갔다. 김 군은 고교 졸업 후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필자는 김 군의 근황이 궁금했다. 김 군의 생활이 과연 본인의 결심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가끔 어머니께안부를 물어 보았다. 김 군은 본인의 결심대로 낮에는 공장, 밤에는 열심히 독서에 몰두한다는 것이었다. 김 군의 성격상으로 볼 때 예상한 대로 실천할 것으로 믿었던 일이기는 하나 참으로흐뭇했다. 그러나 김 군의 어머니를 만나고 난 몇 개월 후부터는 김 군의 소식이 끊겼다. 김 군의 어머니도만날 수 없게 되었고 아버지도행방불명이 되어 소식은 두절되었다. 여러모로 수소문해 보았으나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김 군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황을알 수가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도 있지만한편으로 생각하면 김 군의 무소식이 무심해서인지 또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인지 야속하기도 했다. 이제는 몇 년의 세월이 흘러 필자의 머릿속에서 김 군의 그림자가 사라질 무렵이었다. 최 선생이 한 통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그 편지는 바로 고대했던 김 군의 소식이었다. 급히 뜯어 읽어보니 그것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김 군은 고교를 졸업하자 곧 부모님과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셋방살이를 하면서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어머니는 파출부로 김 군은 공장에 다니며 세 식구모두 직업 전선의 최전방에서 열심히 뛰며 생활했다고 한다. 김 군은 검정고시를 거쳐 본인의 결심대로 서울의 유명대학에 합격하는 영광을 차지했으니 선생님의 은혜에 십분의 일 정도의 보답은 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최 선생과 함께 반갑고 감격스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참으로 뭉클한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김 군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모교를 찾아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겠다는 뜻을 밝히고 끝을 맺었다. 참으로 위대한 인간 승리였다. 우리 사회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많다. 김 군도 그러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인생은 본래고해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노력의 산물이다. 지성이면 감천이요 고진감래의 진리가 확인된 것이다. 하면 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만이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고 성실한 생활이기적을 낳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여 뜻있는 후배들에게 본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금 현재 김 군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어디서인가 남을 위한 봉사를하며 그늘진 곳을 골고루 밝혀 주는 태양 같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부터)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경수초등학교 석면제거 공사 현장을 방문해 보호복을 착용해 보고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오른쪽부터), 조명래 환경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 안산 경수초등학교의 석면제거공사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제거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경수초등학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좌측 첫번째)이 학교 석면제거의 안전한 추진방향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최장원 충북 증평여자중학교 교사는 봄이면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나가 교정을 거닌다. 갓 중학교에 올라와 적응하느라 팽팽했던 학생들의 긴장이 풀어진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했던 교정을 살펴보던 아이들은 화단에 피어 있는 여러 종류의 봄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른다. 화사한 연분홍색 봄옷을 입은 살구꽃이 수줍게 학생들에게 손짓한다. “선생님, 여기 살구꽃도 피었어요!” 한 학기 동안에 진행되는 최 교사의 발명 프로젝트 수업은 이렇게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밖에 나갈 일 없던 아이들은 교정을 탐색하는 시간 동안 수업에 대한 흥미와 기대를 잔뜩 쌓고 들어온다.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10분가량의 시간 동안 떨어진 꽃을 주워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꽃을 줍는 사이 최 교사는 돌아다니며 모둠별로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들이 잘 구별하기 힘든 꽃 이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최 교사의 프로젝트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진행되지만, 첫 시간은 특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를 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에게 이후에 할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물론 프로젝트 수업 동안 모둠에서 함께 토의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을 이 시간에 연습하기도 한다. 이 수업 시간은 동시에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에 어떤 수업을 하는지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교정에 나가기 전 최 교사는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인터뷰 하나를 보여준다. 농촌에서 자라 직업학교에서 납땜을 배우고 지방대를 나왔지만, 스펙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구글 본사의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이동휘 씨의 인터뷰다. 인터뷰를 본 학생들에게 1인 크리에이터가 돼서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뷰 동영상과 같은 영상을 찍도록 한다. 주제는 ‘OO와 함께하는 발명’. 학부모에게도 앞으로 할 수업에 관해 설명한다. 골프공을 보여주면서 유명한 외국계 회사의 면접시험 문제를 소개한다. 골프공을 보여주고 표면의 구멍 개수를 묻는 문제다. 정확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을 보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답보다는 문제해결력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 수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예다. 교정을 다녀온 이후 최 교사가 주는 과제는 정원에서 모은 꽃잎이나 나뭇잎을 이용해 앞으로 한 학기 동안 할 발명 프로젝트를 홍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그동안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막연하게 과제를 준다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꽃그림 작가’로 유명한 백은하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다. 백 작가는 말린 꽃잎과 풀잎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백 작가의 손에 들어간 꽃잎은 때로는 스카프가 되고, 때로는 의자, 발레복, 토끼 귀, 연인이 되기도 한다. 백 작가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학생들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꽃을 이용해서 표현한다. 어떤 학생은 개나리로 세월호를 형상화하면서 안전에 관한 프로젝트를 꿈꾸고, 어떤 학생은 솔방울과 은행잎으로 옷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를 땋아 꽃을 꽂아보기도 한다. 학생들은 이 시간 동안 상상력을 동원해 창의력도 발휘하면서 앞으로 하게 될 발명 프로젝트의 주제도 정한다. 그냥 주제를 정해보라고 하는 것보다는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구체화하게 된다. 물론 이 활동은 모둠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소통 역량도 길러진다. 작품을 만들었다고 수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홍보를 위해 만들었으니 만든 결과물을 들고 다른 모둠의 친구들 앞에서 홍보를 해보는 발표 시간을 가진다. 최 교사는 이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보여주는 등 분위기를 한 번 환기한다. 이 수업의 또 다른 목적이 학부모에게 자유학기 수업을 소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최 교사는 평가 과정도 학부모들에게 소개한다.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시험이 없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안 보면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진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최 교사는 자신이 만든 평가 기준을 학생 번호별로 다 정리한 루브릭 양식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수업 현장에 직접 참여해 자녀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는 모습을 보고 평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하면서 불안을 해소한다. 최 교사는 보여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유학기 수업 중에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바로 과정평가를 하기 위해 이 엑셀 파일을 항상 수업과 함께 준비한다. 학생들이 모둠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들어줬다고 하면 그것을 기록하고, 또 불성실했을 때도 그대로 기록한다. 때때로 교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첫 수업 시간에서 꽃그림 그리기 활동에서는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최 교사는 일반적인 수행평가를 할 때도 이런 과정평가를 한다. 물론 결과물에 대해서도 상중하의 평가를 하지만 핵심은 과정 평가다. 최 교사는 첫 차시에 동기 부여가 되고 프로젝트 내용이 정해졌으면 이후에는 기술·가정 교과서에 나오는 발명 과정을 따라서 학습지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굳이 교과서를 탈피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교과서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전에도 강의식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주요한 개념을 익히도록 한다. 그렇게 학생들이 발명품을 다 만들고 나면 다시 한번 홍보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에는 판매를 위한 홍보다. 홍보자료는 PPT로 모둠별로 만들어 발표한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분필을 색연필처럼 돌려서 쓸 수 있게 만들거나, 소파에 리모컨을 넣는다거나 하는 생활 속 아이디어로 다양한 발명품을 만든다.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력도 길러진다. 물론 이런 수업의 과정이 모두 쉽지는 않다.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분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고, PPT 작성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발명 프로젝트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발표를 하고 나면 학생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는 것이 최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시키지지도 않았는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불편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거나 ‘평소 바라봤던 것을 다르게 볼 수 있었다’는 등의 소감을 써왔다”고 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고교 무상교육이 2학기부터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학년에 적용된다.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 지급, 아동복지법으로 인한 취업 제한 완화, 기간제 교원 교권 보호 등도 이뤄진다. 고교학점제 확대, 교과서 자유발행제 추진 등에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고교 무상교육 시행=교육부는 지난해 당초 2020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고교 무상교육이 한 해 앞당겨 올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에 2학년, 내후년인 2021년에는 전학년 무상교육이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무상교육 시행으로 혜택을 받는 학생은 49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한 예산 3852억 원이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아, 재원 마련을 위한 기획재정부 협의와 국회 추경 통과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교육부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도 추진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초등 전면 시행=올해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 시행된다. 중·고교에서는 각각 2학년 적용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까지 전면 시행이 계획돼 있다. 초등 5~6학년에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실과 교과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교육을 17시간 내외로 하게 된다. ■학생부 간소화=지난해 첫 정책숙려제 대상이었던 학교생활기록부 간소화가 올해 고1부터 적용된다. 학부모 정보와 진로희망사항 항목이 삭제된다. 다만, 진로희망 내용은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됐던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만 대학에 제공할 수 있게 제한했다. 자율동아리도 학년 당 1개로 제한하고 동아리명과 간단한 설명만 기재하게 했다. ■간병 휴직 대상 확대=2019학년도부터 교원도 일반직 공무원처럼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조부모와 손자녀의 간병을 위한 휴직이 가능해진다. 교총이 수차례 개정을 요구한 끝에 이룬 성과다. 승진후보자 명부 관련 조항도 전직자를 결원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의 혼선이 없도록 개정됐다. ■아동복지법 취업 제한 완화=아동학대 범죄로 5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확정판결을 받으면 면직되고 10년 간 취업 제한이 되는 ‘아동복지법’이 올해 6월부터 시행돼 앞으로는 법원에서 형의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을 선고하게 된다. 아동복지법은 그간 교총이 ‘교권 3법’으로 지칭하면서 개정을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 지급=근거규정이 없어 지급이 어려웠던 유치원 원로교사 수당이 지급된다. 원로교사 수당은 30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고 55세 이상인 교사에게 지급되는 월 5만원의 수당이다. 그간 행정입법의 부작위로 지급대상에서 빠진 유치원 원로교사도 올해부터는 포함된다. 교총은 그간 교섭·협의와 정책 건의를 통해 교육부, 인사혁신처 등에 이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상피제 적용=새 학기부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교사인 부모가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상피제가 시행된다. 그러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상피제 도입을 반대하는 등 일부 시·도가 도입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어서 전국 모든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학생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시험지 유출 학교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를 마련하고 보안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된다. 여러 논란도 예상된다. 올해로 계획돼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초·중등교육 권한 이양 ▲고교학점제 시범시행 확대 ▲검정교과서 확대와 자유발행제 도입 준비 ▲8월 1일 전면 시행되는 ‘강사법’ 적용 ▲2월로 예상되는 자사고 관련 위헌 소송 결정과 재지정 평가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등과 관련된 논란과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제 ▲유치원 생존수영 도입 ▲통일교육주간 운영▲국·공립 유치원 1080개교 확충 ▲초등 돌봄 확대 ▲ 초·중·고 감사 결과 실명 공개 ▲특수목적사업 대학재정지원 통합 등이 올해 바뀌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