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64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얼마 전 구청에 볼일이 있어 간 적이 있다.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호명하는 창구에 갔더니 대뜸 선생님이라고 한다. 순간 멈칫하며 어떻게 직업을 알았느냐 되물었더니 자기가 어떻게 ‘교사’인걸 알겠느냐며 통상적으로 그냥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경찰서 민원실에서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경찰서나 관공서 심지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찾아온 모든 이에게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다. 누구나 한 번쯤 운전하다 보면 음주운전 단속에 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단속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갖다 대면서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더 부세요. 더, 더, 더...” 이때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다만, 이 순간 부르는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인 선생님이 아닌 잠재적 범죄자인 선생님이다. 자고로 선생님이란 먼저 태어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 호칭은 단순한 언어나 문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다. 호칭은 생각의 출발이고 동시에 행동의 준거다. 정확한 호칭은 대상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일차적 수단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호칭 ‘선생님’. 예전에는 사장님이라고도 불렀다. 문의해보니 경찰서나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마땅한 호칭이 없어 그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제안하고 싶다.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고객님, 민원인님…. 생각하면 적합한 호칭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매도인과 매수인, 가해자와 피해자, 원고인와 피고인처럼. 교단에서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사람을 불러주는 이름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했는가. 그 어려운 교대, 사대를 졸업하고 다시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단에 서야 비로소 선생님 호칭을 들을 수 있다. 좋은 교사는 학생과 학과를 연결하는 그물망을 짜는, 하나의 베틀이 된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오며 하나의 기술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교사는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어서 학생들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엮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가르침은 마음에 감동을 주고 마음을 열게 하며 심지어 마음을 깨뜨리기까지 한다. 비로소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을 보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언행과 품성에 주목할 것이다. 이것을 고려하면 선생님으로서 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이고 올바른 말과 행동을 통해 학생들도 그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역시 선생님의 본 모습이다. 훌륭한 선생은 교사가 아니라 스승이 되어야 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제자는 스승의 삶의 모습에서 지혜를 얻고 스승과 함께 생활하며 그 모습을 배워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원하는 ‘선생님’ 과거 어른들은 우리를 일깨웠다. 으슥한 골목길의 불량청소년들은 어른이 나타나면 흩어져 버렸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성인은 많은데 우리 사회를 깨우쳐 줄 어른이 적다. 기자는 많은데 올곧은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진정한 언론인은 적다. 선생님은 많은데 제자들에게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스승은 적다. 모두가 선생님 호칭을 들을 수는 있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스승이 아쉬울 뿐이다. 코로나 19가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업방법도, 학교 교육도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스승의 힘은 학생의 내면에 진리를 일깨워 주는 능력에 있다. 교수 방법과 인품이 일치할 때 비로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며 선생님의 호칭 또한 제 주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동네 쌀가게 아저씨가, 예비군 중대장님이 출근길에 나와 존경의 마음으로 불러주었던 선생님, 교문에 들어설 때 교실 창가에 앉아 기다리던 아이들이 교문까지 뛰어나오며 불러준 선생님이 바로 우리가 원했던 선생님이다.
인구감소 문제는 시골 농산어촌 마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 경제활동 할 일손은 부족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 세대도 주변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마을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매년 인구가 줄어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종필 고현초 교장과 정금도 도마초 교장은 지난 2월, 각각 현재 학교에 발령받고 위기에 놓인 지역의 상황과 학교 통폐합 문제를 마주했다. 같은 처지에 놓은 두 교장은 학기 시작 전 만나 ‘통폐합 시나리오’를 만들어봤다. 두 학교 어느 곳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결과가 예상됐다. 백 교장은 “고현초와 도마초를 통폐합하면 결국 둘 다 없어질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고현면 소재지에는 고현초와 도마초가 있습니다. 작은 학교 두 곳을 보태 큰 학교가 돼야 통폐합하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통폐합 후, 읍에 있는 개축 학교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커 보였습니다. 둘 다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까지 황폐해집니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함께 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학교 살리기에 공감한 후 이들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지난 3월, 남해교육지원청 방문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에 협조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약속받았다. 학생 수 부족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문제를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남해농협도 찾아갔다. 류성식 조합장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단순히 건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전통과 역사가 끊어지는 것과 같다”면서 마을, 학교와 상생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라는 데 동의했다. 류 조합장은 1학년 입학생에게 1인당 장학금 100만 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창회와 지역 언론사에도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구했다. 인구유치를 위해선 주택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하는 한편, 고현면 이장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장들은 “고향도 아닌데 학교를 일으키려는 노력을 보고 그냥 있을 수가 없다”면서 빈집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백 교장은 “이장님들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집만 24채”라며 “개교기념일을 맞은 5월,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7월에는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홍보캠페인을 기획했다. ‘꿈꾸는 전원생활·행복한 아이 교육! 남해 고현면으로 오시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가능한 모든 면민이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 백 교장과 정 교장은 온 마을을 누볐다. 경로당, 복지회관, 마을회관을 찾아다니며 입소문을 냈다. 그리고 7월 28일, 면민들이 자발적으로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에 나선 전국 최초의 움직임으로 기록됐다. 고현초 45회 졸업생인 하윤수 교총 회장도 이날 캠페인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하 회장은 "앞으로는 마을교육 공동체가 아니면 학교도 마을도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모두가 고현면을 살리는 주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닷가 마을의 장점을 살린 학교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생태체험 중심의 특성화 교육을 기본으로 ‘꼬마 박사 멘토링’, ‘바이 북 바이 로컬 프로젝트’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꼬마박사 멘토링’은 귀촌, 귀농한 교육자들을 멘토로 위촉해 학생들과 팀을 이뤄 활동하는 탐구 프로젝트다. 자연을 관찰하고 조사, 연구하고 보고서를 완성해 책으로 펴내는 과정이다. ‘바이 북 바이 로컬 프로젝트’는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정해 지역과 생활에 대해 살피는 진로교육 활동이다. 전국 최초로 학교의 벽을 허문 방과후학교 ‘꿈빛학교’도 운영 중이다. 학생 수가 부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는 작은 학교의 단점을 ‘공동 운영’이라는 카드로 극복해냈다. 고현초와 도마초는 캠퍼스학교로 지정돼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홍보캠페인 이후 전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었다. 전화 문의와 상담을 요청하는 가정이 100여 가구를 넘었다. 정 교장은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공기 좋은 곳에서 층간 소음 스트레스 없이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다”면서 “10월 말쯤 전·입학 관련 설명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직접 만나 설명하고 소통하다 보니, 진심을 알아주더군요. 상담하면서 집과 일자리 문제가 전입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직접 각 기관과 단체를 방문해 알아보니 생각하지 못한 일자리가 상당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죠. 앞으로어려움이 있겠지만, 나아가려고 합니다. 고현면으로 전입할 분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게,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행복하게 배우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한편, 고현면은 전입 가정을 위해 주택 제공과 농사지을 토지 무상제공, 농기계 대여, 농사기술교육 등 파격적인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과 시행령이 지난 5월 27일 개정 · 시행돼 외부강의 등의 신고 대상과 절차 등이 변경됐다. 외부강의 등 신고 대상 · 절차 개정 기존에는 모든 외부강가 신고 대상이었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 이후로 사례금을 받는 외부강의 등에 대해서만 신고 가능하다. 이전과 같이 직무관련성이 없거나 강의요청기관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인 경우, 또는 겸직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사전신고가 곤란한 경우에는 그 외부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10일 이내에 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정 됐다. 종전에는 미리 신고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신고토록 했다. 다만 외부강의 등을 하기 전이나 또는 하고 난 이후 10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징계 등 행정처분대상이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외부강의 등 유의 사항 외부강의 출강은 반드시 요청기관의 공문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인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한 외부강의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근무시간 내의 외부강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교원의 담당직무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국가정책수행 목적상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근무시간 외의 외부강의는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토록 하고 있다. 강의시간이 과다해서 다음날 교원 근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강의 장소 등의 이동을 위해 근무시간 중 이석하는 경우 등에는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외부강의 등 사례금 상한액 각급학교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의 직무관련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 원이다. 공무원이나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등의 경우 시간당 40만 원으로, 사례금 총액은 강의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00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Q. 교원이 직무와 관련된 강의 영상 등을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탑재하는 것이 외부강의 등에 해당하는지요? A. 외부로부터 강의 등을 요청받은 것이 아니므로 외부강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튜브를 통해 광고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에 따라 겸직허가신청이 필요합니다. Q. TV나 라디오 인터뷰가 외부강의 등에 해당되는지요? A. 직무와 관련하여 TV 또는 라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인터뷰하거나 기자와 1:1 문답을 통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기사나 방송내용으로 포함되어 송출되는 것이라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의견·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외부강의 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법령에 근거한 위원회 등에 위원으로 참석하는 경우에도 외부강의 등에 해당되나요? A. 각종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 등의 위원으로 임명 · 위촉되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법령에서 정한 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외부강의 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사립학교 교직원은 시간당 100만 원이 강의료 상한액이고, 1시간 초과 시에는 상한액 제한이 없다고 하는데, 1시간 30분의 외부강의를 할 경우 200만 원을 줄 수 있는 건지요? A. 교원의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 원으로 별도로 총액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1시간 30분의 강의를 한 경우 시간당 상한액 100만 원 준수에 따라 최대 200만 원까지 지급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이는 사례금 상한액일 뿐이므로 각 기관의 내부 지급 기준에 따라 상한액 이하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가 같다면, 과정도 같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삶은 다르다. 결과가 같더라도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해서 결과에 이르는 반면, 누구는 태어나보니 ‘금수저’여서 손쉽게 결과에 다다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운 좋게도’ 느닷없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이처럼 인생의 과정에 놓인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은 사람들을 희망에 들뜨게도, 좌절하게도 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Z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들에겐 ‘과정’이 더욱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부러진 펜 #로또취업 얼마 전 터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사태를 바라보며, 고등학생 딸아이는 “좋은 대학(좋은 회사)을 가기 위해서 놀고 싶은 거 참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과정이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를 나타냈다. 분노의 핵심은 ‘과정의 불공정’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던 정규직 청년의 호소 역시 자신들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닐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서명 후 쥐여준 연필엔 ‘#부러진 펜’이 적혀있었다. Z세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정하지 않은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 혹은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분노한다. 예전처럼 ‘좋은 게 좋은 것’, ‘어쩔 수 없는 희생’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Z세대는 사회적 이슈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접한 세대이기 때문에 민감성이 더 크다. 더불어 이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그 부당함을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지를 공감하고 연대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결집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압박한다. 다음 시대의 주인공, Z세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마치 40여 년 전,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청년들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의 Z세대는 이념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앞장서기 보다 부당함·불공정성·불의함 등에 맞서는 개념이다.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그때그때 얘기하는, 바로 그런 세대임을 보여준다. # 일본 불매운동 # 착한소비 일본 불매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에도 일본 불매운동은 있었지만, 얼마 안 가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꾸준히 유지되었고, 유니클로를 비롯해 일본 맥주, 자동차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Z세대의 멋진 사고방식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필요는 하지만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 여겼던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멋지고 세련된 당연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반일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당시 Z세대는 ‘일본인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1%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음에도 불매운동 참여율은 76%에 달했다. 최근엔 오뚜기 기업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었고, 매출이 급상승했다. 반대로 미스터피자, 남양유업 등 갑질논란이 있는 기업은 불매운동을 하며 철저히 지갑을 닫는다. 기왕이면 착한기업의 물건을 사고자 하는 Z세대의 ‘미닝 아웃’ 소비는 기성세대가 잘못임을 알면서도 ‘관행’처럼 여기며 지나쳤던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업들이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답게 돈을 벌어서, Z세대답게 사용한 미담 사례가 있다. 작년 프로게이머 13명이 “평소 생명이 위급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희생을 감내하며 노고를 아끼지 않는 이국종 교수님과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을 존경해왔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외상센터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우승상금으로 받은 2억 5백만 원을 이국종 교수팀에게 기부한 것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Z세대는 오히려 ‘내 돈을 가치 있는데 쓰겠다’는 착한소비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요즘 애들이 세상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 졌잘싸 #메달색깔은 중요하지 않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Z세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 과정에서 만끽하는 소소한 기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들에게 행복의 기준과 가치는 남이 아닌 내가 세우고, 부여하며, 따르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남들이 추천하는 안전한 길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고 응원을 보낸다. 그들의 생각에 어른들도 공감했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스포츠중계에서 “메달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해야 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은메달을 따낸 컬링 여자국가대표팀과 2019년, 36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한 U-20 청소년 축구대표팀에게 왜 우승을 하지 못했느냐며 안타까워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격렬한 응원으로 끝까지 잘 싸운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변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지금의 10~20대는 어떤 세대로 기억될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나이를 먹고, 누군가는 태어난다. 신세대는 항상 있었고 늘 연구대상이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왜 이토록 ‘지금의 세대’를 버거워할까. 아마도 각 세대가 겪은 시대적 경험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3대가 겪은 경험은 도저히 같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친 80대 노년층은 늘 생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새마을 운동과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50~60대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고도의 산업경제와 무너지는 경제를 함께 겪은 30~40대 역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열정’을 불살랐다. 조금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지만 그들의 방식대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 지금의 10~20대는 어떤 세대로 기억될까? 나는 ‘Z세대답게’ 세상을 바꿔나가는 요즘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소신 있게,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그때그때 얘기하는 아이들을 ‘말대꾸하는 버릇없는 아이’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아이들을 ‘생각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개념 없는 아이’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분명 이들은 세상을 더욱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낼 것이다. 모든 세대가 이전 세대의 걱정을 뒤로하고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사회를 성장시켰듯이 말이다.
공무상 재해란 공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와 그 부상 또는 질병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 제1항). 공무상 부상은 공무수행 또는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 그 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를 말하고,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질병, 공무수행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공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말한다.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지만, 그 자해행위가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공무상 재해로 본다(「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 제2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 제5조 제1항)는 1. 공무수행 또는 공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요양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공무원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 중인 공무원이 그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공무수행 또는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교사는 육체적인 노동보다는 정신적인 노동을 주로 하고, 최근에는 민원으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재해가 발생하여도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부정되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최근 교사가 제기한 공무상 재해 관련 하급심 판결을 통해 교사가 어떤 상황에서 공무상 재해가 문제가 되고,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지 살펴보자.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건(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2829) 사실관계 ● 해당 교사는 2016년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함. ● 학생 학부모가 2016년 5회에 걸쳐서 학교장에게 전화, 국민신문고・교육청 등에 민원으로 교사가 욕설을 하였으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함. ● 해당 교사는 욕설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하고 지도에 불응하여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하였으나 교육적 효과가 없어서 선도하는 과정에서 부득이 욕설을 하였다고 답변함. ● 2016. 10. 19. 부모・교감 2명・해당 교사가 면담을 하였는데 나중에 교사가 쓴 유서에 “이 자리에서 이 사건 학생 아버지가 망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해서 임○○ 교감선생님이 일어나서 막았다”라고 기재되었음. ● 해당 교사는 민원으로 힘들다고 여러 차례 호소하였고, 2017. 8. 31. 정년퇴직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2017. 2. 28. 학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함. ● 학교장은 사직서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 병가를 신청하라고 하여 병가를 신청하고자 진단서를 발급받음. ● 해당 교사는 학교에서 오는 전화를 받지 않고 아들에게 “사직서 문제로 학교에서 집으로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마라”라고 말하고 집을 나감. ● 해당 교사가 사망 직전 작성한 유서에는 “괴로워”, “미안해”, “힘들다”, “한 아이를 잘못 만나 내 인생이 파괴되었다”라는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있었고, “교감님이 나를 또 괴롭히려고 전화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가지고 뛰쳐나왔다. 무섭다”라고 기재되었고, 2017. 3. 7. 강릉시 모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됨.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 망인이 사망할 당시 업무가 과중하지 아니하였던 점, 경력이 긴 교사를 배려하여 달라는 망인의 의사가 직무 결정에 반영된 점, 망인은 2016. 12.경부터 자택에서 휴식하다가 겨울에 정신과 진료를 받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의로 이를 거부한 점, 이 사건 학생과는 2016. 10. 19. 이후로 추가적인 마찰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함. 판결 요지 사망 당시 망인은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즉, 망인은 이 사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본인 및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위 학생에 대한 자신의 지도방법이 같은 분야의 전문가인 ◆◆◆초등학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큰 충격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망인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하면서 2017학년도에 5학년으로 진학하는 이 사건 학생을 피하고자 6학년 실과과목을 선택하여 배정받았으나, 다른 학생들도 제대로 지도할 수 없으리라는 염려에 사직을 바라게 되었다. 그러나 망인은 행정절차 상의 이유로 그가 바라던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사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사직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초등학교 교감의 전화를 악의적인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상황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울증의 원인이 된 학교를 피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무작정 집을 떠나 객지에서 자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통상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초등학교 교사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망인이 사망한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비록 망인이 사망하기 전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고, 스스로 정신과 진찰과 치료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이와 달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성추행 누명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건(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6689) 사실관계 ● 해당 교사는 2017년 전교생이 19명(여학생 8명이고 그중 1명은 장애학생)인 학교에서 수학교사, 교무부장, 2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함 ● 2017. 4. 19. 해당 교사가 여학생들에게 성추행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7명의 여학생이 진술서를 작성함. 학교는 성폭력 사안으로 교육청 보고 및 경찰 신고를 함. ● 2017. 4. 19. 언론에서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성추행 의혹이 있어 교육청에서 조사 중이다’라는 내용이 보도되었고, 2017. 4. 20. ‘해당 교사가 신체접촉 사실을 인정했고, 피해 여학생들이 성추행 피해를 진술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전학이나 교사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라는 추가 보도가 이어짐. ● 경찰 조사에서 피해 여학생들은 모두 “망인이 수업시간에 수업태도를 지적하며 머리・팔・어깨를 만져 기분이 나쁜 적은 있지만, 망인이 추행할 의도로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며 성적 수치심을 느낀 사실도 없다. 수사 진행 및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학부모들도 모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함. ● 경찰은 2017. 4. 24. 내사종결을 결정하고, 2017. 5. 1. 해당 교사에게, 2017. 5. 2. 부안교육지원청에 결과를 공식 통보함. ●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2017. 4. 20. 학교폭력 사안보고를 접수하고 직권조사를 실시하여 2017. 7. 3. 피해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행위를 하여 육체적 성희롱을 함으로써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었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육감에게 신분상 처분을 할 것을 권고함. ● 2017. 4. 24. 부안교육지원청은 해당 교사에게 직위해제를 함. ● 2017. 8. 3. 전라북도교육청은 감사계획을 수립하고, 2017. 8. 4. 이를 해당 교사에게 통보함. ● 2017. 8. 5. 해당 교사는 자택에서 목을 매어 자살함. 인사혁신처의 주장 공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함. 판결 요지 망인은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증상이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① 망인이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취지로 학부모가 문제 제기를 한 당일, 망인이 사건 내용이나 경위를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성추행 의혹’으로 인터넷 언론보도가 이루어졌고,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망인의 출근이 정지되었다. 이에 망인은 갑작스럽게 사건이 확대되면서 별다른 해명의 기회도 없이 성추행범으로 주위의 비난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자 급격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②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를, 제6호는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를 직위해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공무원임용령」 제60조 제2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망인은 2017. 4. 24.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직무수행 능력 부족 등을 사유로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망인은 2017. 4. 24. 경찰에서 내사종결을 결정하였다는 결과를 전화로 통보받았음에도 위와 같은 사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되자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이 학교 면담과 경찰 내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망인이 피해 여학생들과 신체접촉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망인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여 피해 여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피해 여학생들은 경찰에서 ‘망인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한 행위이거나 장난으로 한 행위일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고, 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진술서에는 망인이 칭찬해주거나 다리 떠는 것을 지적하거나 수업 잘 들으라고 한 행동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적었으나, 망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였으며, 직접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위 탄원서 내용과 같이 사과와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에 대해서 면담조사를 실시하여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에 작성된 진술서만을 근거로 판단하였다. 망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조사가 완료되고 망인의 신체접촉 행위가 모두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되자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④ 망인이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체벌하고, 피해 여학생들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는 교사가 학생들에 대하여 체벌을 가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및 「아동복지법」을 위반하여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망인의 성적 동기나 의도와 무관하게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접촉하는 것은 신체적・정신적 성숙과정에 있는 여학생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찰은 망인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접촉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한 점, 망인은 학생들의 수학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체벌을 하였고, 수업에 집중하게 하거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하여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여학생들 모두 망인의 학교 복귀를 희망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망인의 체벌과 신체접촉은 학교 내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⑤ 망인의 자살은 비위행위에 대한 죄책감이나 예상되는 징계의 과중함에 대한 두려움 등 비위행위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하였다기보다는,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동들이 망인의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 등 인권침해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일련의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였다고 느꼈던 데다가 앞으로 이어질 조사과정에서도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 이상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이나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⑥ 망인의 의무기록, 망인이 남긴 메모나 발언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7. 8. 4. 특정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받고 나서는, 감사담당관 역시 믿을 수 없으며 다시 조사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바, 자살 직전에 불안과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⑦ 망인은 30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성실히 근무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 망인은 성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전혀 없었고, 업무와 관련 없는 별개의 개인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불안 및 우울 증상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한국스카우트 지도교사가 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래프팅 체험행사에 참가하였다가 익사한 경우(서울고등법원 2004누15439) 사실관계 ● 해당 교사는 전북 남원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울러 한국스카우트에 가입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지도교사로도 활동함. ● 2003. 7. 13. 2003년 한국스카우트 남원지구 지역대연합회가 개최한 '2003년 스카우트 소년소녀대 지도자 래프팅 체험' 행사에 참가하여 남원 요천에서 섬진강 탐사 래프팅을 하던 중 같은 날 16:30경 남원시 도통동 부영 5차 아파트 앞에서 보트가 전복되어 익사함.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주장 해당 교사가 공무와 무관하게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함. 판결 요지 망인은 (학교명 생략)초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위 학교 학생 33명이 가입되어 있는 청소년단체인 한국스카우트의 지도교사로 활동하여 왔는데, 청소년단체활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특별활동의 하나로서 남원교육청교육장은 관내 초・중학교 교장에게 학생들의 청소년단체 가입 적극 권장, 청소년단체 수련활동기간을 체험학습기간으로의 인정,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사에 대한 출장비 지급 등 지도교사에 대한 지원을 지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실제 관내의 많은 초·중학교에서는 청소년단체활동 지도교사에 대하여 업무를 경감하여 주고, 출장비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망인이 재직하던 (학교명 생략)초등학교에서도 교육청 주관 스카우트대원회의 등 참석 시에 지도교사에게 출장비를 지급한 점, 망인이 소속되어 있던 위 한국스카우트 남원지구 연합회는 약 200명의 초·중·고등학생의 참가가 예정되어 있는 청소년단체활동인 '남원시 청소년 어울마당' 행사 중 하나인 래프팅에 대한 사전탐사를 목적으로 그 자체로서 청소년단체활동이라 할 수 있는 '대원 단합, 인공호흡 구조법 구명승을 이용한 구조법 익히기'를 행사내용으로 하여 학생인 스카우트 대원의 학부모들을 포함하여 대원 및 대장에게 래프팅 체험행사를 통보하고서 위 행사를 개최한 점, 망인은 위 '남원시 청소년 어울마당' 행사의 부서책임자로서 행사의 사전준비 및 (학교명 생략)초등학교 한국스카우트의 7월 행사인 섬진강탐사를 위 행사로 대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학교장의 승낙 하에 위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망인이 사망한 이후 위 '남원시 청소년 어울마당' 행사가 당초의 계획대로 개최되었고, 인원초등학교 학생 28명이 위 행사에 참가한 점, 망인은 당초 계획된 1차 래프팅 실시 후 2차 래프팅을 실시하다 보트가 전복되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데 망인을 비롯한 래프팅 참가자들은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래프팅을 좀 더 체험함으로써 향후 대원들에 대한 래프팅 지도에 있어 도움이 되고자 2차 래프팅을 실시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학교명 생략)초등학교 한국스카우트의 지도교사인 망인은 청소년단체인 위 한국스카우트 남원지구연합회가 청소년단체활동을 위하여 개최한 위 래프팅 체험행사에 참가하여 래프팅을 실시하다가 사망한 것으로서 망인의 위 행사 참가 및 위 행사에서의 1, 2차 래프팅 실시는 교육과정의 하나인 청소년단체활동을 위한 (학교명 생략)초등학교 한국스카우트의 지도교사로서의 업무수행 또는 이와 관련이 있는 업무수행이라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와 달리 망인이 공무와 무관하게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체육대회 중 쓰러져 뇌내출혈로 사망한 경우(서울행정법원 2018구합51898) 사실관계 ● 망인은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2017. *. **. ▲▲교육지원청이 주최・주관하여 이 사건 학교 강당에서 개최된 ‘2017 ▲▲군 교직원 OOO 체육대회에 참여함. ● 이 사건 체육대회는 같은 날 13:00경 시작되었고, 경기운영 시간표에는 13:20경 이 사건 학교의 배구 예선경기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음. ● 위 예선경기에 참여한 망인은 13:40경 경기 도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선수 교체 후 경기장 옆 의자에 앉아 있었음. 잠시 후 망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이 거칠어졌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됨. ● 망인은 뇌내출혈, 심부뇌내출혈, 뇌간의 뇌내출혈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2017. *. **. 05:11경 사망함.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에 직접사인은 뇌내출혈로 기재되어 있음.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 ‘망인의 질병인 이 사건 상병은 이번 계기의 부상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초과근무내역 확인결과에 의하면 망인은 통상적인 정도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위 질병에 이를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발병 전 일주일간의 근무내역을 살펴보더라도 특별히 과로하였다거나 직무상 요인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병, 악화되었다기보다는 지병이 자연 악화하여 뇌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공무상요양불승인결정을 거부함. 판결 요지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원고가 이 사건 체육대회에서 운동을 하거나 넘어지면서 받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혈압이 상승되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거나, 기존 질환을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시켰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망인의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 ○○○도 망인의 고혈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상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망인의 고혈압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체육대회에서 운동을 하거나 넘어지면서 받은 스트레스 등으로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촉진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가) 이 사건 상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이지만, 과로・스트레스・흡연 등을 유발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급격한 정서적 충격이나 변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굽히는 행동, 성교, 외상, 목욕, 배변 등 일반적으로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정맥혈압 또는 뇌척수액압의 급격한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촉발요인으로 볼 수 있다. (나) 망인이 참여한 경기는 13:20경부터 이 사건 학교 강당에서 이루어진 배구 예선경기였는데, 망인은 경기 중반 무렵인 13:40경 약간 높이 떠오른 공을 오버리시브로 처리하려고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는 순간 균형을 약간 잃으면서 공을 토스하지 못하고 껴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망인은 일어나 경기에 다시 임하려고 하였지만 어지러움을 느낀 듯이 한 손은 머리를 잡고, 다른 한 손은 허리를 잡은 채로 이 사건 학교 체육부장 ●●●과 심판에게 선수교체 요청을 하였다. 이와 같은 사건의 경위에 앞서 본 사실들을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당시 망인은 만 60세의 적지 않은 연령이었던 점, ② 망인은 넘어질 때까지 20여 분 동안 계속하여 배구를 하였던 점, ③ 망인은 점프하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 직후 허리 부분에 통증과 어지러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망인이 결국 경기를 계속하지 못하고 선수교체를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넘어질 무렵 운동이나 넘어진 후의 요통으로 인하여 혈압이 평소보다 상승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 망인은 넘어진 후 선수 교체되어 경기장 옆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망인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다른 학교 교장이 망인이 얼굴색이 변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던 점, *** 보건선생이 망인을 바닥에 눕게 하여 망인의 호흡과 의식 상태를 체크하였는데, 망인은 거친 호흡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결국 13:45경 119에 구조요청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넘어진 직후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운동 또는 넘어진 후의 요통 등 혈압상승의 요소와 이 사건 상병 발병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불과 수분 내외였고 그사이에 다른 요인이 개입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라) □□□□병원 의사 □□□도 이 사건 상병이 경기 중 넘어지면서 발생한 요통 및 경기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고,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 ○○○도 원고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노인 고혈압 환자 중 운동 후 약 17%에서 과도한 혈압 상승이 있었으며, 망인에게서도 비슷한 반응이 발생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며, 망인이 운동경기에 참여한 것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된 영향을 배제하기 어려워 그 기여도를 25%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힌 바 있다. 3)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학교의 공적 행사인 이 사건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있던 중 발병한 이 사건 상병은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의 공무상 재해 관련 소송의 쟁점은 ①해당 업무가 공무였는지(부상), ②공무가 원인이 되어 재해(질병, 자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다. 쟁점 ①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는 공무의 범위를 좁게 보아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 회식 중에 발생한 사고는 공무로 보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공무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 별표 2는 공무상 재해의 기준과 관련하여 근무 시작 전, 근무 종료 후 또는 휴식시간에 공무에 필요한 준비행위・정리행위를 하거나 소속 기관의 회식・회합 등 공적행사를 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공무수행을 위하여 입주가 필요하거나 의무화되어 있는 시설 등의 불완전 또는 시설관리의 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퇴근하거나 근무지에 부임(赴任) 또는 귀임(歸任)하는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또는 그 밖의 사고로 인한 부상, 그 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서 그 부상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의 부상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다만 공무원의 고의, 사적행위, 근무지를 무단이탈하여 발생한 사고, 공무수행 중 사적 원인에 의한 폭력 또는 장난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정상적인 출장 경로의 이탈 또는 출장 목적 외의 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공무원 상호 간의 사적인 친목행사 또는 취미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의 원한 등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 등은 공무상 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쟁점 ②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연금공단, 인사혁신처 등은 여전히 인과관계를 엄격히 해석하여 지병이 악화되어 발생한 사고, 업무나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른 경우 등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8년 OECD 주관 국제 교수・학습 조사에서 우리나라 교사의 자기효능감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 이하였으며, 한국 교사의 직무만족도는 다른 OECD 교사들에 비해 높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증가하는 교사의 업무량, 민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나, 기왕증을 촉진시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야기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교사의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것은 공무상 재해에 대한 적합한 보상, 공무원의 재활 및 직무복귀 지원, 공무원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 공무원 및 그 유족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공무상 재해를 넓게 인정하는 공무원연금공단 및 인사혁신처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EBS 펴냄, 196쪽, 1만4000원) 창의체험활동에 초점을 맞춘 어린이 학습도서로 현직 초등교사들이 주제 선정·집필·삽화 등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EBS2·EBS+2와 인터넷을 통해 강의도 방송된다.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교과의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해 자연스럽게 주제통합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책의 각 페이지에는 ‘인성·지성·감성·창의’ 등 4개 핵심 역량이 표기돼 있어 교육과정 재구성에도 도움이 된다. 총 10강으로 쓰기·만들기·그리기·보고서 작성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이 도서로 학교 예산으로 구입해 도서관이나 학급도서·돌봄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1권 잘 먹고 잘 싸는 법 목차 탐구 1 _ 영양소 이야기 탐구 2 _ 밥상의 주인공, 곡식 탐구 3 _ 고기가 좋아 탐구 4 _ 채소와 과일로 건강 UP! 탐구 5 _ 미식의 세계 탐구 6 _ 맛은 어떻게 느낄까? 탐구 7 _ 씹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탐구 8 _ 소화하고 흡수하고 탐구 9 _ 우리가 더럽니? 똥과 오줌 탐구 10 _ 화장실의 비밀 2권 어쩌다 동물 탐험 목차 탐구 1 _ 생명을 품은 알 탐구 2 _ 물에서 산다 탐구 3 _ 미끈미끈 촉촉, 우리는 양서류 탐구 4 - 치명적 매력, 파충류 탐구 5 - 내 머리가 어때서? 새 탐구 6 _ 지구의 지배자, 곤충 탐구 7 _ 우리는 포유류 탐구 8 _ 동물원에 가요 탐구 9 _ 고마워, 가축 탐구 10 - 친구처럼 가족처럼, 반려동물
방구석에서 읽는 수상한 미술 이야기 (박홍순 지음, 맘이 드림 펴냄, 220쪽, 1만4000원) 미술작품은 작가의 세계관이나 내면세계 등 수많은 요소가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종합예술이지만, 미술 감상은 다소 따분하고 또 어려운 미션처럼 여겨지기 쉽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자 작가가 심어놓은 다양한 상징과 은유, 은밀한 코드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꽤 흥미진진한 감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야기가 있는 방언사전 (박미연·강아네스·금성원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340쪽, 1만6000원) 현직 사서교사 3명이 오랜 시간 자료를 수집하고 학생 눈높이에 맞는 방언을 선별해 완성한 방언사전이다. 표제어의 유래나 설화·역사·문학작품 등을 참고해 실생활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사용되는지를 살펴보며 관련 속담과 예문도 다룬다.
답답해 죽느니 내가 직접 만드는 SNS 콘텐츠 with 망고보드 (엄혜경 지음, 애드앤미디어 펴냄, 326쪽, 1만8000원) 디자인에 필요한 재료와 편집기, 마음대로 수정, 편집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는 망고보드를 설명한다. 디자인을 잘 모르지만, 학교에서 필요한 인포그래픽, 카드뉴스, 포스터, 배너 등을 제작해야 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그림책 생각 놀이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332쪽, 1만7000원)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그림책으로 수업하고 학급을 운영하는 초·중등 12명의 교사가 함께 펴낸 책. 단순히 정보의 내용을 떠올리는 기억 놀이에서부터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 놀이까지 교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43가지 놀이를 안내한다.
신라 정강왕 때 태산(泰山)의 태수(太守)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고 간 최치원 선생을 기리기 위해, 태산의 백성들은 ‘태산사(泰山祠)’라는 사당을 세웠다. 이후 조선 숙종은 무성서원(武城書院)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공자의 제자 ‘자유’가 무성(武城)고을을 잘 다스린 것처럼 최치원 선생도 이 고장을 그에 버금가게 잘 다스린 것을 칭찬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무성서원 내삼문에는 다음과 같은 주련이 걸려있다. 士林首善 聖朝額恩(사림수선 성조액은) 유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으뜸이라 숙종 임금께서 이름 지어 현판 내리셨네. 우리나라 유학자 최초로 문묘에 배향된 최치원 경주최씨 최치원 선생은 6두품 출신의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이자 정치가였다. 882년 당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황소에게 ‘의롭지 못한 일이라 꾸짖는 글(토황소격문)’을 보내자, 이 글을 읽던 황소가 침상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당나라에서 명문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884년 가을,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 선생은 진성여왕 8년(894)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10가지 정책(時務十條)’을 제시하여 6두품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관직인 아찬 벼슬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벼슬을 그만두고 가야산·지리산 등 우리나라 곳곳에 머문 흔적을 남기며 지내다가, 가야산 해인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신라 성덕왕은 문묘(文廟)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우고, 공자·안자·증자·맹자·주자 등의 제사를 지냈다. 우리나라에 세워진 문묘였으나, 오랫동안 우리나라 학자는 모셔지지 못했다. 그러다 고려 현종 때, 글을 잘 지어 당나라까지 이름을 날린 최치원의 공적을 높이 인정하여 우리나라 학자 중 제일 먼저 문묘에 배향되었다. 이로써 향교의 대성전인 문묘에 공자와 안자, 증자, 맹자, 주자 등과 함께 제사에 모시는, 우리나라 유학자 최고의 영예에 올랐다.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원 정읍 무성서원(書院)은 2019년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안동 병산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의 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나라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중국, 일본과는 다르게 독특한 형태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서원은 성리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큰 스승들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올렸다.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스승과 함께 토론을 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렀다. 일본은 서원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절에서도 성리학을 가르치는 등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다. 조선의 서원은 성리학을 공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유학 이념을 ‘예’를 통하여 생활하고자 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풍속으로 발전하며 일정한 형식을 갖추었다. 특히 스승에게 제사 올리는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서원과 비슷한 향교 역시 성리학을 공부하는 곳이지만, 나라에서 운영한다는 점과 공자와 중국의 유명한 유학자, 우리나라의 큰 스승 18분을 대성전에 모시고 제사 올리는 것이 큰 특징이다. ‘공부하며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강수재 주련 전라북도 정읍시 칠보면의 무성서원에 들어서면 거문고 가락에 맞춰 노래 부르는 현가루(絃歌樓)와 명륜당, 태산사(泰山祠)가 한 줄로 이어져 있다. 공부하며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강수재(講修齋)는 하나라 우 임금이 썼다는 하우체(夏禹體) 주련을 걸었는데,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용진정사 주련과 같은 글이다. 강수재 앞에는 병오창의기적비(丙午倡義紀蹟碑)를 세웠는데 이는 일제가 1905년에 을사늑약을 강제로 맺자 74살의 최익현과 임병찬 의병장을 중심으로 800여 호남 의병들이 태인과 정읍을 거쳐 순창으로 나간 호남의병전쟁을 기념한 것이다. 순창에서 일본군이 조선군을 앞세워 전투를 벌이자 같은 민족끼리 싸울 수 없다며 최익현과 임병찬 의병장은 스스로 의병들을 해산시켰고, 이때 일본군에 잡혀 대마도로 함께 끌려갔다. 최익현은 그곳에서 단식으로 순국하였고, 임병찬은 조선으로 돌아와 1914년 대한독립의군부 총사령관으로 활동하던 중 일본군에 체포되자 단식으로 순국하였다. 무성서원에서는 항일구국 의병들의 호국정신과 의로운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강수재 주련은 하나라 우 임금이 썼다는 하우체 옆에 작은 글씨의 해서체로 토를 달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강수재 주련 중 洙泗濂閩(수사렴민)은 공자가 노나라의 洙水(수수)와 泗水(사수)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것을 의미하여 공자와 맹자를 이르고, 濂閩(렴민)은 송나라 때 호남성 濂溪(렴계)가 고향인 주돈이, 복건성 閩中(민중)에 살던 주자를 이른다. 萬國罔知定 家家久太平(만국망지정 가가구태평) 承帝忘形處 犇華永不明(승제망형처 분화영불명) 세상이 지극함을 아는 곳으로 정하고 집집마다 백성들이 오래도록 평화로우니 하나라 우임금의 뜻을 잊지 않는 곳이라네. 한없이 빛나고 영원히 그 밝음을 떨쳐라. - 하나라 우 임금 淵源追潮洙泗濂閩 依仁遊藝德業日新 (연원추조수사렴민 의인유예덕업일신) 規模己宏心身家國 愼思篤行倫理自明 (규모이굉심신가국 신사독행윤리자명) 유교의 학문적 뿌리는 공자, 맹자, 주돈이, 주자에 있고 어짐에 의지하고 학문과 노닐며 덕을 쌓으니 날로 새롭구나. 자신을 수양하고 가정이 화목하면 나아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신중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니 사람의 도리가 스스로 밝아지는구나. 흰 연꽃이 새겨진 무성서원 명륜당 주련 명륜당에 걸은 주련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이고 주련머리와 아래에 흰 연꽃을 새겼다. 마침 문화해설사 한 분이 명륜당 툇마루에 걸터앉아 기타 치며 정읍사 노래를 불러 주었는데 매우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무성서원 명륜당의 주련 중 남전고약(藍田古約)은 송나라 때 섬서성 남전현에서 여씨 형제들이 약속하고 실천한 것으로 어질고 착한 일을 권하는 덕업상권(德業相勸), 허물과 그른 일을 경계하는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의 바른 풍속으로 사귀는 예속상교(禮俗相交), 근심스럽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을 이른다. 揖讓進退杏壇遺敎 月朔參拜享禮倆丁 (읍양진퇴행단유교 월삭참배향례양정) 春秋講磨經義四子 文藝時習詩書禮樂 (춘추강마경의사자 문예시습시서예락) 德業日新孝悌忠和 勸規交恤藍田故約 (덕업일신효제충화 권규교휼남전고약) 절하고 사양하며 들고 나아가니 공자의 가르침이고 매월 공손히 뵙고 절하며 봄과 가을에 제사 올리네. 논어, 맹자, 대학, 중용과 ‘춘추’를 익히고 닦으며 문예를 때때로 익히니 시와 글씨, 예절과 음악이구나. 덕을 날로 쌓으니 효도와 공경, 충심과 화합이고 서로서로 풍속과 예절을 지키니 남전의 옛 향약이라.
몇 해 전 조지아 여행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조지아 와인투어’를 간 적이 있다. 지나던 길에 보았던 성당을 다음 날 다시 찾았는데 그 앞에서 ‘주라’를 만나게 됐다. 그는 내게 담배가 있냐고 물었고 마침 조지아 사람들을 위해 가방에 갖고 다니는 담배를 건넸다. 그는 내게 손에 든 물고기 세 마리를 주려고 했다. 집에서 저녁으로 요리를 하려고 했을 생선을 덥석 받을 수 없어서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해주면 맛을 보겠다고 했다. 그는 집에 전화를 걸어 보더니 바로 초대를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조지아에 가면 꼭 찾아가는 주라네. 올해도 주라 가족이 있는 그레미에 가게 됐다. 매번 주라의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셨는데 이번에는 좀 특별하게 만나고 싶었다. 한국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챙겨왔고 트빌리시 마트에서 현지 조달이 가능한 것들을 구매했다. 차에는 내 짐이 든 캐리어 말고도 주라네 가족들에게 전할 선물이 들어 있었다. 곰보리 언덕에서 잠시 가을을 만끽하고 그레미에 도착했다. 1년 만에 만나는 자리, 강아지 ‘보또’가 이웃집 남자가 쏜 총에 발 하나를 잃은 것 말고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조지아 시골 마을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캐리어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옷가지들과 주방 용품들이 가득했다. 값비싼 물건들이 아니라 실망하면 어쩔까 싶어 손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주라네서 담았던 사진들을 앨범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식구들이 선물을 보는 동안 주라 어머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테이블에 음식을 하나둘 내오셨다. “오늘은 제가 요리사입니다. 어머니는 그냥 앉아 계세요.” 잠시 주방을 둘러보니 변변한 주방용품이 하나 없었다. 도마는 울퉁불퉁하고, 칼은 무디고, 그릇은 손잡이가 없고, 수도꼭지는 덜렁거렸다. 편리한 우리집 부엌에서도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데 한숨부터 나왔다. 시장에 채소를 사러 갔다 오면서 주방용품 가게도 들렀다. 나 편하자고 산 것도 있지만 주라 어머니가 좀 나은 환경에서 음식을 하는 바람이 더 컸다. 오늘 저녁요리는 제육볶음과 불고기로 정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소스와 시장에서 산 조지아 고기는 준비가 되었는데, 채소를 다듬어야 하는 과정에서 버퍼링이 걸렸다. 주라네 주방에는 전기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마늘은 절구통에 빻았고, 채소들은 채칼을 이용해 얇게 썰었다. 오래전 김장 담그시는 엄마를 돕겠다며 곁에서 마늘을 빻고 당근을 채 썰었던 기억이 났다. 팬에 소스에 버무린 고기부터 볶았다. 채소는 나중에 넣어야 하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그동안 만들어본 요리(라면, 계란프라이)를 넘어서는 시도였다. 맛이 없으면 서로 어색해질 것을 알기에 정성을 다해 고기를 볶았다. 접시에 내 놓고 나니 손가락이 얼얼해졌다. 식사가 시작됐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입을 맞춘 것처럼 엄지를 동시에 올렸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시각적으로 시뻘건 제육볶음 보다는 불고기에 손이 더 자주 모였다. 불고기 접시는 금새 바닥을 드러냈고 제육볶음은 식사가 끝나도록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음식을 남긴 것에 미안해하는 표정이 보였다. 예전에 주라네서 대접을 받을 때 나는 과연 맛있게 먹은 손님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여행을 하다가 현지인 집에 초대를 받아 가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입에 맞는 음식이라면 아무 일 없겠지만 혹여 입에 맞지 않게 되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었다. 음식을 만들어보니 대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음식을 만드는 시간과 그리고 따스한 밥상을 마주한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동안 나에게 따스한 음식을 해준 사람들 얼굴이 접시에 하나둘 그려졌다. 음식만 만드는 일 외에 많은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주라네를 나오면서 내일은 맵지 않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 맛있는 스파게티 레시피를 찾았다. 한국이라면 다양한 소스와 면을 살 수 있겠지만, 여기는 조지아 시골이고, 슈퍼마켓은 차로 10㎞를 나가야 했다. 그나마 스파게티 면은 다양하게 있었는데 한국처럼 양념된 스파게티 소스가 없었다. 대신 케첩과 처음 보는 토마토 페이스트라는 게 있었는데 요리에 문외한인 나는 두 양념 사이에서 고심을 해야 했다. 점원에게 물었는데 시큰둥한 반응이었고 인터넷에 검색하니 토마토 페이스트에 양파, 파프리카 등을 넣으면 맛 좋은 스파게티가 완성된다는 정보를 얻었다. 시장에는 양파, 파프리카, 마늘 등 구할 수 있는 야채가 많았는데 하필이면 스파게티 맛에 화룡정점을 찍어주는 바질이 없었다. 엉뚱했지만 맛이 정말 이상하면 라면 스프라도 넣을 생각이었다. 라면 스프를 넣어야 했을 정도로 맛이 없지는 않았다. 어제 같은 실수를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식구들 접시가 깨끗해진 걸 보고 나는 배가 불러왔다. 어릴 적 우리 엄마도 이 심정이셨을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안 먹어도 엄마는 배불러”라고 했던 그 말…. 나는 잠시 그런 포만감이 느껴졌지만 금새 배가 고파왔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건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더 많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 음식도 자주 만들어봐야겠다.
일자리 대란입니다. 지난 2월에 비해, 5월 취업자 수가 87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줄잡아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 155만 개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미국도 주가가 급등세입니다. 서울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입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다시 많아졌습니다. 누가 봐도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경제 위기. 정부는 30조 원이 넘는 역대급 추경을 준비 중인데, 더 비싼 돈을 주고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치다 보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러 규제로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집값이 들썩일까? 혹시 ‘다들 사려고 하니까’ 사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사실 대중들이 참여하면 너도 나도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과열됩니다. 이를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합니다. 거듭된 주가 폭락의 결과가 부동산 투기 열풍이라고? 1988년. 그 유명한 일본의 자산버블. 니케이주가는 매일 올랐고 일본인들은 매일 주식을 샀습니다. 시가총액 세계 50대 기업 중 무려 33개가 일본 기업이 됐습니다. 시가총액 1위 NTT의 시가총액 매출이 10배 이상 많은 IBM의 3배가 넘었습니다(당시 NTT의 시가총액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9년 거품은 한 번에 꺼졌고, 집값은 1/10로 폭락했습니다. 1,500조 원의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급등한 니케이지수는 여전히 30여 년 전의 고점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 미국. IT 버블이 꺼지고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11테러가 발생했습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당한 미국은 당황했고, 주가는 폭락에 폭락을 이어갔습니다.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서둘러 기준금리를 크게 내립니다. 6.5%였던 미국이 기준금리가 금세 1%까지 내려갑니다. 시중에 돈이 풀리고 다시 주가가 올라갑니다. 사상 유례없는 1% 금리 시대가 열린 겁니다. 사실상 돈을 공짜로 빌려주는 시대의 개막입니다. 대중들은 앞 다퉈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유행 같은 것이었고,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산시장이 불타올랐습니다. 연준(Fed)의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은 세계 경제의 구원자, 지휘자가 됐습니다. 미 타임지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린스펀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습니다. 신용 쓰나미로 이어진 유례없는 1% 금리 시대 하지만 유례없이 풀린 돈은 거품으로 이어졌고 5년여 동안 폭등하던 미국의 집값은 2006년부터 폭락을 거듭합니다. 수많은 언론이 그린스펀을 ‘버블의 창시자’라고 조롱하기 시작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미국 경제는 결국 또 무너집니다. 다음은 당시 미 하원의 청문회장의 한 장면입니다. “당신은 무책임한 대출 관행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조언을 들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당신의 행동 때문에 우리 모두가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는가?” - 헨리 왁스맨(당시 미 정부개혁위원장) “40년 동안 내 이론은 잘 맞아 들었지만, 그래요. 이론에서 허점을 발견했어요. 이것은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신용 쓰나미입니다” - 앨런(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 돌이킬 수 없이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자 연준(Fed)은 서둘러 다시 기준금리를 올립니다. 하지만 시중 채권금리가 따라 올라주지 않습니다. 돈이 좀처럼 회수되지 않습니다. 집값이 폭락합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들이 대출금의 연체를 시작합니다. 집을 압류당합니다. 그린스펀은 당시 미 상원에 올린 통화 보고서에 채권 금리가 올라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입니다. 투기적 상황이 오면 대중들은 무조건 이를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어릴 적 연막 소독차 차를 이유 없이 따라 달렸던 것과 비슷합니다. 친구들이 달리면 나도 따라 달렸습니다(연주대가 앞장서는 마차를 대중들이 따라간다고 해서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라고 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집을 사고, 주식을 판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남들이 사면 사고, 남들이 팔면 파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뉴욕의 증시도, 서울의 주택시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나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치를 개인이 면밀히 알고 투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연 시장에 합리적으로 참여할까? 우리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1989년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이 참여해 “싸랑해요 밀키스!”라는 CF를 찍습니다. 이후 밀키스의 매출은 10배 이상 급등합니다. 주윤발이 밀키스를 사랑하는 것과 밀키스라는 음료(소비재)의 효용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사실 우리는 많은 순간 그저 남들이 하는 시장 참여적 판단을 흉내 내고 따라 합니다. 그러니 밀키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주윤발의 CF로 밀키스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났고, 나도 그냥 그것을 따라 한 것입니다. 남들이 사면 나도 사고, 남들이 팔면 나도 파는 ‘비이성적 과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어떤 투기적 상황이 오면 습관처럼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투기의 열차에 올라탑니다. 노벨경제학상을 탄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는 당시 미국인들이 어떻게 불나방처럼 투기 대열에 뛰어들었는지 분석하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의 이름도 ‘비이성적 과열’입니다. 투기는 늘 기대 심리를 먹고 삽니다. 꼭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우리 부동산 시장에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이어집니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시장과 합리적 분석을 동일시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10가지 이유를 들어 자신의 시장 참여를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자산시장이 급락하면 그때도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가 등장합니다. 그 이유 역시 ‘합리적’입니다. 이달 들어 갑자기 큰 이유도 없이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주식) 열풍이 불었습니다. 너도나도 우선주를 사들이고 우선주 가격이 급등합니다. 3만 원 정도였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10일 연속 상한가를 치더니 40만 원 정도에 거래됩니다. 이유는 뭘까? 솔직히 말하면 ‘남들이 사니까’입니다. 다들 위험하다고 하면서, 불나방처럼 투기에 뛰어듭니다. 성장성이나 내재가치를 이야기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입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하지 못한 개미들의 아쉬움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투기 열풍은 300년 전 영국의 남해 주식회사(The south sea company)의 신주 발행일에 런던의 도로가 마차로 가득 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도 사람들은 그 투자가 합리적이라 믿고 신주 인수행렬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지’입니다. 이 인간의 근본 마음을 이겨내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 시장경제에서 또 투기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또 돈을 잃습니다. 당신은 그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이길 수 있습니까?
여름에 가장 인상적인 꽃을 꼽는다면 무엇일까? 서울로 한정해 보면 능소화가 강력한 후보 중 하나일 것 같다. 한여름 서울 시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주황색 색감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주택가, 공원에서 벽이나 고목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것이 바로 능소화다. 경부고속도로, 올림픽대로의 방음벽이나 방벽, 남부터미널 외벽에도 능소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흔히 볼 수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꽃 이름을 알면 “아, 이게 능소화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능소화를 알았을 때, 그 색감과 자태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가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갖는 꽃으로 나오는 것을 알고 정말 반가웠다. 이 소설에서 능소화는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박완서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꽃을 고르라면 단연 아주 오래된 농담에 나오는 능소화다. 그 다음이 친절한 복희씨에 나오는 박태기나무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대담하고, 눈부시게 요염한 꽃, 능소화 아주 오래된 농담의 주인공 심영빈은 40대 중반의 성공한 의사다. 영빈이 30여 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 유현금을 만나는 것이 이 소설의 기본 뼈대이고, 여기에 여동생 영묘가 재벌가 맏며느리로 시집간 후 남편과 사별하는 과정, 아내가 남편 몰래 태아를 지워가면서 마침내 아들을 얻는 이야기 등이 교차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하굣길에 현금은 느닷없이 공부 잘하는 영빈과 친구 한광을 가로막고 이렇게 말한다. 느네들 둘 다 의사 될 거라면서? 잘났어. 난 훌륭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하고 결혼할 건데. 약 오르지롱. 메롱, 하고는 분홍색 혀를 날름 드러내 보이곤 나풀나풀 멀어져 갔다. 영빈은 그녀의 분홍색 혀가 그의 맨몸 곳곳에 도장을 찍고 스쳐 간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스럽고도 감미로운 떨림이었다. 여기서 분홍색 혀는 능소화꽃과 같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이후 현금을 잊지 못한다. 현금은 이층집에 살았는데, 여름이면 이층 베란다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타고 능소화가 극성맞게 기어 올라가 난간을 온통 노을 빛깔로 뒤덮었다. ‘그 꽃은 지나치게 대담하고, 눈부시게 요염하여 쨍쨍한 여름날에 그 집 앞을 지날 때는 괜히 슬퍼지려고 했다.’ 그 무렵 그(영빈)는 곧잘 능소화를 타고 이층집 베란다로 기어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창문은 검고 깊은 심연이었다. 꿈속에서도 그는 심연에 다다르지 못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사정없이 끈끈한 도장을 찍으면 그는 그만 전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야릇한 쾌감으로 줄기를 놓치고 밑으로 추락하면서 깨어났다. 현금도 해마다 여름이면 자기 집에서 피어나던 능소화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현금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능소화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하는 대목이 있다. “능소화가 만발했을 때 베란다에 서면 마치 내가 마녀가 된 것 같았어. 발밑에서 장작더미가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이 온몸을 핥는 것 같아서 황홀해지곤 했지.” ‘뚝’하고 송이째 떨어지는, 질 때조차도 아름다운 능소화 능소화는 중국 원산인 덩굴성 나무지만 오래전부터 키워와 우리 것이나 다름없는 식물이다. 흡착근을 갖고 있어서 고목, 담장이나 벽을 잘 타고 10m까지 올라간다. 꽃은 7∼8월 피는데, 질 때는 동백꽃처럼, 시들지 않고 싱싱한 상태에서 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동네의 한 집도 능소화를 키우는데, 한여름 그 집 담장 밑에는 핀 꽃보다 많은 능소화 꽃잎들이 주황색 바다를 이룬다. 담장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도 괜찮지만,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가 가장 능소화다운 것 같다. 능소화(凌霄花)의 한자는 능가할 능(凌)에 하늘 소(霄), 꽃 화(花)여서 해석이 만만치 않은 글자 조합이다. ‘하늘 높이 오르며 피는 꽃’이란 뜻이다. 덩굴이 10여m 이상 감고 올라가 하늘을 온통 덮은 것처럼 핀다고 이 같은 이름이 생긴 것 같다. 능소화에는 옛날 임금을 그리워하다 죽은 궁녀에 대한 슬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승은을 입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이후로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궁녀는 담장을 서성이며 안타깝게 기다렸지만, 임금은 오지 않았다. 궁녀는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담장 가에 묻혀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는 유언을 남겼다. 궁녀를 묻은 다음, 담장 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소화’라는 이름을 따서 능소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능소화는 흔히 양반집에서 심었기 때문에 ‘양반화’라고도 불렀다. 지금도 여름에 전통적인 양반 동네였던 서울 북촌에 가면 이집 저집에 능소화가 만발한 것을 볼 수 있다. 평민 집에서 능소화를 심으면 관아에 불려가 곤장을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박경리의 토지에서도 능소화가 최 참판 댁의 상징으로 나온다. ‘환이 눈앞에 별안간 능소화꽃이 떠오른다. 능소화가 피어 있는 최 참판 댁 담장이 떠오른다’는 대목이 있다. ‘능소화를 집안에서 키우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었다.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 같은 구조여서 눈에 들어가면 실명(失明)에 이를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능소화 꽃가루 때문에 시력을 잃을 위험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수백 년 동안 별문제없이 집 안팎에서 자라고 꽃을 피운 것이 가장 강력한 증거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연구 결과, 능소화의 꽃가루는 표면이 가시 또는 갈고리 형태가 아닌 매끈한 그물망 모양”이라며 “오해와 소문에 묶여 이 아름다운 여름꽃 능소화가 우리 곁에 가까이 오기까지 기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새로 심은 것 중 미국능소화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단지 방음벽에도 능소화를 심었는데, 꽃이 핀 것을 보니 미국능소화였다. 미국능소화는 꽃이 더 빨갛고 꽃통도 훨씬 길쭉하다. 마치 값싼 붉은 립스틱을 잔뜩 바른 것 같다. 그에 비해 능소화는 색깔도 연하면서 더 곱고 꽃모양도 균형이 잘 맞는다. 기왕 심을 거면 미국능소화가 아닌 능소화를 심으면 좋겠다.
하늘색, 연두색, 노란색, 분홍색. 예쁜 칠이 되어 있는 학교 건물이 산뜻하다. 학생들이 돌아와 생기가 돌기 시작한 교정이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학교 건물을 도색할 페인트 색까지도 학생들이 직접 선택했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 참삶의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도형록 교장은 교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학교 모습부터 그렇게 학생들의 손에 맡겼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것은 학교 건물색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급식메뉴협의에도 직접 참여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의견과 영양을 중시하는 어른들(교사·학부모·영양교사)의 의견을 종합하여 학교급식메뉴가 정해진다. 학생들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학교장의 철학은 학생들의 생활 구석구석에서 피어난다. 학생들이 직접 뽑은 전교어린이회 임원들도 ‘학교장이 수여하는 임명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선증’을 받는다. 겨우 종이 한 장에 적히는 세 글자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받아드는 ‘당선인’은 친구들이 행사한 자치권 하나하나의 무게를 실감한다. 당서초의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란 그렇게 작고 섬세한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비결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서초는 인근 초등학교 중에서도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학교로 꼽힌다. 행복한 학교교육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를 환영하는 당서초의 열린교육이 통했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나 학부모의 참여를 독려하며 문을 연다고 하지만, 당서초는 문을 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서 망설이는 학부모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는 수준이다. 학부모 간담회, 설명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시로 다양한 안건에 대해 학부모의 의견을 묻고 수합한다. 학생 수만 해도 1,200명이 넘으니(2020 학교알리미 공시정보 1,247명), 크고 작은 안건마다 그 많은 학부모 의견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도형록 교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역과 연계하여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경험 기회도 많다. 2019년에는 아빠와 함께하는 국토탐방을 진행하여 학생·학부모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어머니들을 위한 평생교육 동아리도 운영됐는데 2019년에는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학생들, 지도교사와 함께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사제동행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에 부임한 한규원 교감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스스로 기획하여 학교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특히 많습니다. 진정으로 모든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교사들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학교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안현주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사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바탕이 된 요청이라면 교사가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는 학교문화가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형록 교장이 교사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뭐가 필요해?”라고. 그런데 정말 필요한 걸 말하면 대부분 일주일 안에 해결된다는 증언이 놀라웠다. 전문적학습공동체로 책임교육 실현 스마트교육을 위한 기자재 등 물리적 환경개선으로 교사 업무효율화를 적극 지원하는 만큼,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지원을 받으며 당서초 교사들은 모든 원격수업자료를 직접 제작하면서 코로나시대의 온·오프라인 통합교육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자료를 만들어 수업하며 ‘맞춤형 책임교육’이라는 학교의 약속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학생 간 기초학력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의 질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도 책임교육의 일등공신이다. 당서초에는 교사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가 8개나 있다. ‘창의예술’, ‘예술감성’ 등 주제중심 수업나눔공동체가 있어 학년구분에 상관없이 관심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수업자료를 개발·공유하고 수업공개를 한다. 교사들의 연구역량은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수준도 높은 문화예술사업과 진로교육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코로나로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당서초에는 육상부, 오케스트라, 가야금병창 동아리가 있으며 가야금병창 동아리는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수준이 높다. 당서초에는 모든 교육공동체가 합심하여 기다리는 숙원사업도 있다. 바로 학교교육환경개선사업이다. 1984년에 개교한 당서초는 2019년에도 수차례의 공사를 해야 했던 만큼 시설이 노후하고 특별교실이 부족하다. 그래서 교직원들이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도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이었다고 한다. 체육관·특별교실·급식실 증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2019년 교육부와 영등포구청으로부터 25억 원의 예산을 편성 받았다. 그럼에도 도형록 교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번 지어지면 쉽게 바꾸거나 개선되기 어려운 학교시설이라는 특성상, 신중하되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편성 받은 예산을 급히 집행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받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찾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사업투자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이해와 교직원의 합심이 필요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도 50억 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당서초는 체육관·특별교실·조리실 및 학생식당을 5층 규모로 증축할 예정이다. 참삶의 당당한 주체로 서는 어린이 아름다운 학교교육의 사례로 모든 교육공동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협력하는 모델보다 더 좋은 사례가 있을까? 교감·교사·행정실장까지 인터뷰를 위해 여러 교직원이 모여 우리 학교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서로 존중받으며 학교교육을 해나가는 구성원들의 만족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 ‘학생이 원하는 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바탕에는 학교장의 세심한 배려와 추진력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화장실에서 뒤처리가 아직 어려운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양변기 자동세척기를 설치하는 등, 학생들의 발달단계와 생활습관까지 고려해서 교육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교장의 모습이 감동적이라고도 했다. “교장선생님은 직접 쓰신 학교교육 비전인 ‘참삶의 당당한 주체로 서는 어린이’라는 모토를 본인부터 직접 실천하시는 분”이라고 말하는 교사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어느 학부모든 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과 교사의 입장에서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섬세하게 고민하고 배려하면서도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는 학교장의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는지, 도형록 교장에게 직접 물었다. “다양한 학교에서 근무하며 많은 사례를 본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수학교·혁신학교·교육복지우선투자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면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도 잘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소외되는 곳이 없는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지고 신경쓰게 된 것 같네요.” 가려지고 어두운 구석에서 학교구성원들의 필요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만약 교총이 없었더라면 남편의 결백은 영원히 밝혀내지 못했을 겁니다. 절망적인 순간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교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추행 누명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송경진 교사(전북 부안상서중) 부인 강하정 씨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그때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교총은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딸아이 장학금부터 전담 변호사 선임에 생활비까지 보탰다. 그로부터 3년, 지난 6월 30일 강 씨는 인사혁신처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 송 교사의 순직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이제 결백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내건 인권의 이중성과 싸워 실체를 벗기겠다”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송 교사는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두려움에 떨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무심코 한 행동이 성추행으로 둔갑한데다 교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그리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그를 궁지로 몰았다. 실제 송 교사는 교육청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기다리던 부인 강 씨에게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송 교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강 씨는 인터뷰 내내 오열했다. 대화가 중단된 게 여러 차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간신히 이어갔다. “하루에 담배를 네 갑씩 피우더라고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말 그대로 식음을 전폐했어요. 이러다 뭔 일 나겠다 싶었죠.” 2017년 8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소청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송 교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도교육청에서 특정감사를 나온다는 소식이다. 순간 송 교사의 얼굴이 굳었다. 핸드폰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학생들은 조사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크게 낙담했다. 그길로 집을 나섰다. 날이 어둑해지고서야 들어왔다. 심상찮은 느낌에 부인 강 씨는 그를 달래고 또 달랬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했다. 남편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러기를 몇 시간, 어느새 날이 밝았고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송 교사가 툭 한마디를 한다. “당신 힘들겠다. 가서 좀 자.” 그리고 둘의 대화는 여기가 끝이었다. 아내가 잠들자 송 교사는 집을 나서 학교 근처 어머니 집으로 갔다. 고기와 과일을 사 부엌 냉장고에 가득 채운 뒤 모친과 식사를 같이했다. 여기까지,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후 2시 30분 자택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2017년 4월 19일, 사건종료 8월 5일, 107일간 그는 생애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로부터 3년, 서울행정법원은 송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강 씨는 “김승환 교육감이 무릎 꿇고 빌어도 용서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편의 죽음에 국가가 최소한의 보상을 한 거 같다. 지금 심경은? “순직 인정됐다고 뭐가 달라지나. 선생님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지금부터 시작이다.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싸우겠다.” 무엇이 가장 억울한가? “남편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 그냥 시골학교 순진한 수학선생일 뿐이다. 그런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몰아 그토록 다그치고 몰아붙였으니….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직권조사를 강행했다. 그것이 30년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다. 그런데도 반성 한마디,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그들이 사람인가.” 송 교사가 교육청 조사를 받는 동안 많이 힘들어했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교사를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몹시 두려워했다. 또 아무리 ‘아니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교육청을 원망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남편을 괴롭혔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그날이 5월 2일, 전북교육청학생인권교육센터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잘 보여야 한다며 새로 산 슈트를 입었다. 조사실로 들어서는데 에어컨을 어찌나 세게 틀었던지 추울 지경이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난 후, 남편은 하얗게 질려 돌아왔다. 윗도리는 땀범벅이었다. 남편은 자동차 핸들에 얼굴을 묻고 아무 말 없이 흐느꼈다. 그리고 ‘무죄를 끝까지 주장하면 나 선생 못 할 거 같아’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를 받았기에.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당신이 계속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면 아이들이 무고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남편은 그때 멘붕이 왔다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잘 생각해서 대답하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제가 오해했습니다’라고 답한 뒤 조사실을 나왔다고 했다.” 이 대목은 강씨의 기억에 의한 것이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사실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무슨 오해를 했다는 말인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마음에 스스럼없이 한 행동이 성희롱이 될 줄 몰랐다는 의미다.” 아무리 그래도 사실이 아니면 부인해야 하지 않나? “나도 남편에게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막 화를 냈다. 그랬더니 너무 몰아쳐서 힘들었다고. 그만 끝내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고 하더라.” 송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수업 중 졸고 있는 아이 어깨 두드리고, 다리 떠는 아이에게 복 달아 난다며 무릎을 툭툭치고, 손가락 반지 사이즈 재 달래서 손 만진 게 전부다. 한 반이 10명도 안 돼 빙 둘러앉아 수업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게 성추행이고 성희롱인가.” 학생들과 사이가 안 좋았나? “이 학교에서만 5년이다. 어렸을 적엔 선생님 대신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이도 있었다. 학부모들과 관계 역시 좋았다.” 그런데도 선생님을 성추행으로 고발했다? 납득이 잘 안 되는데. “판결문에 보면 선생님이 혼내지 못하게 골려주려고 했다는 진술이 나온다. 학생들은 남편이 직위해제 되자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선생님 돌려달라는 탄원서까지 썼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도교육청 조사를 받은 뒤 달라진 건 없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더라. 직위해제를 당했으니 학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마당을 서성였다. 담배를 하루 4갑씩 피우더라.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어 (남편한테) 교육감 만나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교육감은 만났나? “전주로 갔지만 그는 우릴 만날 생각이 없었다. 7번이나 면담을 신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국민권익위원회, 교육청 인사과. 감사과 등 모든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성비위 사건은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 적당히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어떠냐는 ‘충고’도 들었다.” 누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어쩌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을까? “8월 4일이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남편한테 걸려 왔다. 그리곤 학생들 탄원서를 문제 삼았다. 탄원서 쓰게 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동료 교사한테서 교육청 특정감사가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학생들은 조사 안 한다고 했다. 그 말에 남편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가장 핵심적인 증인이었기 때문이다.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출근정지 당하고 이어 3개월 직위해제 됐다. 그리고 40일 강제휴가와 특별감사 등이 계속되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 남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했다.” 낌새가 이상해 부인께서 밤새 위로했다고 들었는데. “직감이란 게 있지 않나. 그래서 등도 쓸어 주고, 얼굴도 안아주고, 밤새 달래고, 함께 싸우자고 힘을 북돋웠다. 남편은 듣기만 했고, 주로 내가 말을 많이 했다. 아침 6시쯤 됐을까. 너무 졸렸다. 남편이 빙긋 웃더니 ‘눈 좀 붙여’ 그러더라.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게 남편을 본 마지막이다.” 뭐라 드릴 말이 없다. 얼마나 힘들었나. “‘그때 잠을 자지 않았더라면’하는 고통은 단 한시도 날 떠난 적 없다. 내가 잠들자 남편은 학교 근처에 사는 어머니를 찾아 냉장고에 고기와 과일을 가득 채운 뒤 모친과 식사를 함께 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사건 이후 부인은 육체적·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원래부터 희귀병을 앓고 있었는데 더 악화됐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왔다. 라면 한 끼로 하루를 때운 적도 많았다. 지역사회 특성상 변호사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다.” 교총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이 그즈음인가. “절체절명의 순간 교총을 만났다. 딱한 처지를 들었는지 어느 날 교총에서 연락이 왔다. 며칠 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집으로 찾아왔다. ‘우째 이런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라며 명복을 빌고 위로해 줬다.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변호사도 없이 혼자 고소장을 쓰고 있는 것을 보더니, 즉석에서 고문변호사를 지원해줬다. 남편의 누명이 벗겨지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결국 3년여의 싸움 끝에 순직 인정을 받았다. “교총의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 하윤수 회장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 가족을 구해준 은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평범했던 가정을 파탄 낸 그들은 지금 모두 승진해서 잘산다. 그들이 웃을 때 난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끝까지 갈 것이다.”
2020년, 올해 초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새 학기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휴업이 지속되고, 곧이어 온라인개학이라는 이전에 경험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교육틀을 접하면서 교육주체는 물론이고 사회·경제 전 분야에 새로운 기준의 도입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그리하여 2020년 4월 9일은 우리나라 교육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최초의 근대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교사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교육도구인 ‘분필과 칠판’을 벗어난 수업의 시작, 바로 온라인 원격수업의 시작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었던 교육도구의 강제적 전환은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과제였습니다. 이후 지속되는 진통 속에서 교사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K-에듀’라고 칭할 만큼 타국에 모범이 될만한 교육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그 도전과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원격수업이 시행되고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원격수업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과거를 뒤돌아보며 지난 4개월간 교육계의 노력과 고군분투의 과정을 뒤돌아볼까요? 안정적인 원격수업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여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초기 혼란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모두가 합심하여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모든 교육 주체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교사를 가장 큰 공로자로 손꼽고 싶습니다. 교사는 교육 최전선에서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교육틀을 구축해야 했으며, 일관되지 못한 정책과 지침에 분노하면서도 지침 내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꾸려나갔고, 인프라와 장비가 부족한 가운데에서 각자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여 장애물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습니다. 시행 초기, 교육부는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일관되지 못한 정책과 지침 전달로 교사들의 질타를 견뎌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각 학습플랫폼의 서버 확충과 시스템 안정화를 도모하며 꾸준히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원격수업을 정상화,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최소화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의 협조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학부모의 경우 아이들의 과제수행과 학습활동을 바로 옆에서 돌보고 가정학습을 이끌어 가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분담받았지만, 교사와의 협력과 학교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 학습 환경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합니다. 비록 순탄치는 않았지만, 초기 원격교육이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생성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 노력한 각 교육주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학교·학생·학부모 모두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원격교육의 현재를 바라보며 이제 원격교육은 비교적 안정적인 진행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일정한 루틴에 익숙해진 교육현장은 차분하게 온라인교육과 오프라인교육을 번갈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안정화되었다고 단정 지을 근거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계의 패러다임 전환과 지각변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코로나와 함께 하는 생활은 당연시될 것이며, 디지털교육은 전통적 교육방식과는 다른 보편적 교육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특히 교육은 국가중추사업이기에 교육의 틀이 변화하면 이를 중심으로 마치 소용돌이처럼 산업계와 그 하위구조들이 변화를 이어가게 됩니다. 학교·교육산업·교육부가 주요소로 자리 잡는 에듀테크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성장을 이어나가면서 디지털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입니다. 디지털교육의 확산을 소망하며 최근 정책회의 중 한 교수님께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하셨습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업 명칭을 원격수업이 아닌 디지털수업이라 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수업을 원격수업이라 칭한다면 이는 마치 코로나사태가 진정되고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순간 끝나게 될 보완재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온라인수업의 경험을 미래교육에 대입시킬 준비를 하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원격이 아닌 디지털교육을 준비할 시기이지요.” 이전부터 우리는 공교육 위기라는 지적을 받을 때 마다 수능입시체제와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원망하며 그 탓을 외부로 돌려 왔습니다. 만약 디지털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공교육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정 공교육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사교육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디지털교육은 그 차별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디지털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와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현직교사가 앞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야 할 때 내가 과연 알맞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실력과 지식을 겸비할 수 있을 것인가란 두려움 혹은 걱정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교육의 보조수단일 뿐입니다. 교육내용과 목표 그리고 방법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도구의 틀을 빌려 실체화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술에 방점을 두지 않고 그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배움이 이뤄질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미래교육 그리고 디지털교육에 대처할 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와 학교의 혁신 ‘선생.’ 과거엔 먼저 태어났으니 그만큼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기회를 더 많이 가졌을 것이며, 후세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이기에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이를 이렇게 칭하였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선생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으로부터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제때 받아들이지 못하면 후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는 사회에 살아남고 리더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사가 먼저 디지털시대에 적응해야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에는 학교도, 교사도 사라질 것이다. 네 맞습니다. 학교도, 교사도 사라질 테지요. 만약 변화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사실 저는 학교와 교사 모두 형태와 정의가 달라지더라도 교육은 역시 미래의 중심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단, 교사 역시 변화에 적응하고 도태되지 않으려면 그동안의 습관과 루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식전달 교육방식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빅데이터와 에듀테크를 활용한다면 학생의 학습 결과와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화된 피드백이 가능할 것이며,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사는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정보의 순환과 공급 형태가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삶의 지혜와 기준은 바뀌지 않으며 교사는 지식전달뿐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식 외의 가르침도 행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역시 교수·학습이 이뤄지는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협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탈바꿈해야 합니다. 학습활동 장소는 더는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근대학교는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의 유효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곳이었으며, 일괄적인 기준에 의해 분리되고 정형화된 공간이었지만, 미래사회는 더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소모재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고와 창의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교도 기능적 수정을 가해야 합니다. 물론 여전히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교사와 교육부가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듯이 교육체제의 개편과 교육현장의 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계 각 분야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교육체제를 맞이하면서 한국의 미래 인적자원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K-에듀라 칭할만한 미래교육의 표본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항상 비슷한 논의의 자리에서, 그리고 같은 방향성을 가진 교육자들과 늘 공유하는 이야기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는 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구와 기술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지식전달이 교육목표 중 하나이긴 하지만 지식전달 외에도 더 넓고 가치 있는 교육의 지향점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될 것입니다. 미래교육도, 디지털도구도 모두 교사의 머리와 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미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면 여전히 선생으로서, 그리고 선지식인으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경력이 6년 이상이면 응모가 가능한 교감공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감공모제는 현재의 교감 승진제도에 따른 자격을 갖추지 않더라도 역량이 있는 교사라면 누구든 교감이 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며 ‘응모 가능한 교육경력은 몇 년 이상이 적합할지’를 묻는 교원승진제도 개선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쯤 교감공모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 안이 통과되면 교육부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며, 찬반 의견도 분분하다. 필자는 현직 교감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교감공모제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첫째, 교감은 단지 몇 해의 교육경력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교육법에서는 교감에 대해 ‘교장을 보좌하고, 교무를 관리하며, 교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교감의 직무와 역할에 대해 교무통할의 보좌 역할, 장학지도자의 역할, 교내외 갈등조정자의 역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학교경영을 보좌하는, 책임 있는 직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감으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학생교육의 오랜 경험뿐만 아니라, 복잡 다양한 학교업무의 수행 역량과 축적된 부장경력으로 단련된 교육활동 역량이 필요하며, 이러한 역량은 공정한 제도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감공모제에서 바라보는 교감상은 이와는 다른 듯하다. 다수 교사들로부터 유능하다고 지지를 받는 교사라면, 직무 전문성과 오랜 경륜을 필요로 하는 교감자격증을 갖추지 않더라도 단 몇 해의 교육경력만으로도 교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능한 교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교감공모제 응모자격 기준이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다. 또한 교감공모제는 교감의 직무를 부장업무의 연장으로만 여길 뿐 교감자격증에 담겨있는 노력과 연구의 가치를 한낱 승진의 수단으로만 치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마치 교사자격증이 없는 방과후학교 강사라도 학생지도 기술이 우수하고, 학부모와 잘 소통하고, 업무처리 잘하면 국가에서 공인하는 교사자격증 없이 교사로 전환해도 된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교원승진제도는 ‘공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아야 한다. 그동안 교원승진제도는 다양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통하여 수정·보완·검증과정을 거쳐 유지되어 왔다. 공평과 공정의 절차를 통하여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학교공동체에 기여하는 교사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승진 대상자로 반영하고자 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교사승진제도가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P/F제로 전환한 점, 교감의 개인연구 점수제를 축소한 점, 학교에서 기피하는 부장경력 점수를 확대하여 승진제도에 반영한 점 등은 모두 공정의 절차와 교원의 요구에 따라 승진제도가 개선되어 온 좋은 예이다. 비록 지금의 승진제도가 인성과 역량을 모두 겸비한 교감을 완벽하게 선발할 수는 없지만, 이는 교직사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집단의 모든 승진제도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교원승진제도는 70년 동안 수정·보완되어 왔으며, 그 기저에는 ‘공정’이라는 대원칙이 있었다. 현행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공정의 절차에 따라 보완하여, 역량과 인성을 겸비한 교감을 선발할 수 있는 거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교감공모제는 20년 가까이 학교의 기피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각종 부장업무를 수행하면서, 학급담임과 학교업무라는 이중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현행 승진제도의 틀 안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는 수많은 교사의 노력과 수고를 폄훼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명시된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채 무임승차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교감공모제가, 절차를 준수하며 규정 안에서 이뤄 온 노력보다 더 나은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셋째, 교감공모제는 교육공동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교장공모제의 답습이다. 현재 대부분 학교에서는 부장교사 지원자가 없어 학교교육활동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학교현장에 몸담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무부담이 과중한 부장교사 지원자가 없어 학교인사자문회를 통하여 부장순환제를 마련하는 등 학교마다 대안을 찾고 있지만, 해마다 부장 기피 현상은 반복되고, 부장 선임 갈등은 되풀이되고 있다. 교사의 행정업무지원을 위해 시행한 교육지원팀(업무전담팀) 제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이를 개선·보완하여 교사들의 고충을 덜어줄 대책이나 유인책은 내놓지 못한 채,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교감공모제까지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보다 일선교사의 고충과 애환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교육감협의회는 4년의 공모 교감 임기를 끝내면 교감임용 직전의 직위인 교사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시행 중인 교장공모제의 모순을 알고 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공모교장 임기 만료 시, 임용 직전 직위로 복귀하도록 되어 있으나,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서는 무자격증 교장이 1년 이내에 교장자격연수를 이수하면 교장자격증을 부여받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 때문에 공모교장이 교사로 돌아가는 것보다 다른 직위로 전직하는 사례가 훨씬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폐단이 교감공모제에서도 똑같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교감공모제는 현직 교원들의 고충 해결과 사기 진작을 위해 시급한 정책이 아니며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 또한 이 제도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채 도입하고자 하여 현장의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다시 되돌아 물어보아야 한다. 교장공모제가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었는지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많은 교원이 동의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고, 학교의 인력과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급히 추진했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필자는 4년째 교감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승진제도에 따라 교감이 되었으니 1정 연수, 부장경력, 교육연구, 연수 이수 등 현행제도에 따른 요건을 모두 갖추고 교감이 된 것이다. 각종 연구활동 참여는 교감으로서 수업장학 등 교사역량강화 지원 및 교육활동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여러 분야를 거친 다년간의 부장 경력을 통해 학교업무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 중에 교사·학부모·교육공무직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학교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었으며, 그 안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는 교감자격증을 따는데 몰두하느라 교직생활을 등한시한다는 식으로 전체를 폄훼하는 시각은, 교감자격을 갖추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다수의 교사와 현재 교감직을 수행하고 있는 많은 교감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사기를 꺾는 것이다.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판단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현행 교감자격제도, 교사승진제도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더불어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01 빈자(貧者)들을 위한 헌신과 사랑으로, ‘성녀(聖女)’라는 칭호를 들으며, 세계인 모두를 경건하게 감복시켰던 마더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 1910~1997)를 우리는 기억한다. 세상은 그녀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 했지만, 그녀가 노벨상 때문에 우리에게 감명을 준 것은 아니었다. 인류 전체를 ‘사랑의 공동체’로 여기고 섬긴 그녀의 실천에 대한 외경을 갖기 때문이리라. 마더 테레사가 1992년에 쓴 책, The Joy of Living에는 다음과 같은 그녀의 체험담이 나온다. 인도 콜카타(Kolkata), 극빈의 사람들을 위해서 사랑으로 헌신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늙은 촌장이 나에게 찾아와, 자기가 사는 마을에 여덟 아이가 딸린 집이 있는데, 그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뭔가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그날 밤 내가 겪었던 일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쌀을 좀 챙겨 그 집으로 갔다. 그 집 엄마는 내 손에서 쌀을 받아, 그것을 둘로 나눈 다음,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배고픈 기색이 역력한 어린 자녀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엄마가 돌아오자, 나는 어디 갔다 왔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 엄마는 아주 짧게 대답했다. “그들도 배가 고파요.” 아이들 엄마가 말하는 ‘그들’은 이웃집 식구였으며, 엄마는 이웃집 식구들도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이웃에게 쌀을 주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 이웃도 배가 고픔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차마 이 가족이 얼마나 오랫동안 굶주렸는지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필시 오래 굶주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엄마는 자신이 고통을 겪는 중에도, 극심한 굶주림으로 고통을 겪는 중에도 이웃집 역시 굶주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더 테레사 체험담을 소개한 신학자 케네스 베일리(Kenneth E. Bailey)는 이 대목에서 예수가 가르쳐 준 기도 즉, 기독교인들이 예배 때마다 암송하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을 사람들에게 제시한다. 바로 이 구절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나 또한 이 주기도문 구절을 얼마나 많이 외우며 기도드렸던가. 그랬던 만큼이나 일종의 상투적 표현으로 자동화되어 외우기만 할 뿐, 내 안에서 아무런 각성이 없었다. 그냥 매일의 양식(Daily Bread)을 주기를 바라는 기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케네스 베일리는 이 기도문의 구절이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가 아니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점을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인도 콜카타 빈민촌에서 여덟 명의 자녀와 함께 오랜 굶주림에 지쳐 있던 엄마는 알고 있었다. 그 엄마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에 들어 있는 나눔의 의미를 참으로 정확하고도 경건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마더 테레사도 이 엄마의 행동을 보고서 무어라고 말했는가. “나는 그날 밤 내가 겪었던 일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굶주림과 절대 궁핍의 한가운데서도 나에게 전해진 ‘나의 양식’을 ‘우리의 양식’으로 나누어 실천하는 그 엄마의 행동은 마더 테레사에게도 너무도 귀하고 신실한 사랑의 감화로 다가갔음이 틀림없다. 02 도덕교육의 원로 학자인 문용린 교수는 일찍이 ‘정·약·용·책·배·소’라는 명칭으로 여섯 가지 도덕적 지혜를 강조하였다. 정직·약속·용서·책임·배려·소유 등 이 여섯 가지 덕목을 잘 익혀서 기르면, 삶을 도덕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뜻 있게 영위할 수 있음을 말한다. 문용린 교수는 어떤 특강에서 이 중 ‘배려’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매우 의미 있는 성찰을 청중에게 요청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한국 사람들은 배려의 마음이 강한 편인가, 그렇지 못한 편인가를 그가 청중에게 질문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를 포함한 청중들은 이 질문이 약간은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배려심이 강하다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근거가 약한 것 같고, 없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청중들이 그런 미묘한 심리를 겪는 중에 문 교수는 답을 제시한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 생각으로는 우리 한국 사람들만큼 배려심이 강한 민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국민 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하면서도, 아직도 국내 고아들을 배려심 가지고 돌보지 못해서, 해외 입양시키는 사례가 유독 많은 나라, 사회적 기부가 선진국에 비해서 적다는 지적을 받는 나라 아닌가. 문 교수는 무엇을 근거로 한국인이 배려심이 강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일까. 그는 곧바로 이유를 밝혔다. 나를 비롯한 청중들은 그의 이어지는 말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한국 사람의 배려심은 강합니다. 다만 언제나 누구에게나 배려심이 강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대상에게만 강합니다. 자신의 문중(門中) 사람에 대해서, 자신의 고향 사람에 대해서, 자신의 동문에 대해서, 자신과 같은 정파에 속하는 사람에 대해서, 유독 배려심이 강합니다.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강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배려심 자체가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한국인은 배려심이 강하다고 한 것입니다” 그가 한국 사람은 배려심이 강하다고 말한 것은 하나의 역설(逆說)이었다. 청중들에게 전달 효과를 얻기 위해서 일종의 아이러니(irony)를 구사한 것이었다. 아이러니란 그 안에 묘한 풍자를 담고 있어서, 은연중에 비판이 작동하는 표현법이다. 나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간 내가 내었던 기부금들은(얼마 되지 않지만) 대개는 내 울타리 안쪽 즉, 고향·모교·직장 등에 대한 배려에 속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향과 모교와 문중 등을 배려하는 것 자체를, 흠잡을 일은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배려도 있다는 데에 눈을 뜨라는 것 아니겠는가. 자선과 기부도 다 ‘이기적 유전자’의 작동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의 모든 이타적 행위의 기저에는 이기적 동인, 예컨대 자존감이나 인정 등의 만족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무의식 기제라 할 수 있다. 이것으로써 ‘나 중심의 울타리 안쪽’을 먼저 배려하는 것을 옹호하는 논리로 삼기에는 무언가 모자라다. 나는 나를 돌이켜 본다. 나의 배려는 ‘나 중심의 울타리’를 먼저 살피는 것과는 상관없는, 인류애 차원의 것인가.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어렵다. 인류애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나를 비추어 보았다. 나의 배려 행위는 세계 시민성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가. 역시 자신이 없다. 나의 ‘우리’는 어디까지인가. 03 ‘우리’라는 말의 어원은 ‘울타리’의 ‘울’에서 온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유창돈, 親族稱語의 어원적 고찰, 1954). 짐승을 가두어 두는 울타리를 ‘짐승 우리’라고 부르는 것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돼지우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니까, 울타리를 친 안쪽 범주를 뜻하는 말에서 ‘우리’가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원은 그렇다 하고, ‘국어사전에 등재된 우리’의 뜻은 이러하다. ‘자기와 함께, 자기와 관련되는 여러 사람을 다 가리킬 때 쓰는 말’이라 되어 있다. 더 간편하게 정리된 ‘우리’라는 말의 뜻으로는 ‘자기편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자기편임을 극명하게 확인하는 말로, “우리가 남이가!”를 들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유별나게 많이 쓰고 애용하는 대명사가 바로 ‘우리’이다. ‘나의 어머니’ 대신에 ‘우리 어머니’, ‘나의 모교’ 대신에 ‘우리 모교’라 한다. 이런 부분을 서양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집안의 어른이나 직장의 상사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구성원 ‘아무개’가 있을 때, “우리 아무개”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우리말에서나 있을 법한 용법이다.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쓸수록 인식의 객관성과 판단의 공정성을 지키기 어렵다. 내 울타리 안쪽에 있는 ‘우리’만을 감싸려는 마음의 경향(Tendency of Mind)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깨닫는다. 아무리 내 울타리 안쪽의 내 편만 보살피려 해도 내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 내 울타리 안의 사람들도 안전하지 않다. 내 울타리 밖의 사람들도 내 울타리 안의 사람들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 너머의 우리’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특별히 고상한 도덕이라 할 것도 없다. 생태 자체가 그렇게 변했다. 정치도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너머의 우리’도 이제는 ‘우리’인 것이다. 그래서 ‘We are the world’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는 교육분야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교육분야에 혁신을 요구하여 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한 지난 몇 달간 요구를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학교도서관 역시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운영과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노력해 왔지만,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다. 우리학교는 지난 수년 동안 약 100여 개의 학생 자율독서동아리가 운영되었고, 독서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게 진행하는 전국의 독서교육 우수학교 중 하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동안 진행되었던 우수한 독서프로그램들의 운영은 중단되었고, 학교도서관을 이용한 다양한 수업 또한 진행할 수 없었다. 학교도서관을 개관하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현 상황에서 대출/반납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학교도서관 운영목적에 따라 학교의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였고, 가장 먼저 교과의 평가운영계획을 살펴보았다. 국어교과와 사서교사와 협력이 가능한 부분을 찾게 되었고, 국어과 교사들과 함께 구글 G-suite를 이용하여 협력수업과 온라인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국어과의 협력수업 운영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를 재구성하여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 내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진행하는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해 왔다. 1학년 1학기에 4단위로 편성된 국어수업 중 1시간은 학교도서관에서 모둠별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을 수업으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등교가 늦어지고 등교 후에도 대면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기존의 수업방법을 그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서교사와 함께 Google Meet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하게 되었다.[PART VIEW] 사서교사와 협력수업은 도서목록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표 1 참조). 1학년을 지도하는 국어교사와 협의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각 주제와 학생 수준에 적합한 도서를 선정하였다. 3월 개학이 미뤄짐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시간 내에 독서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최대한 책을 빠르게 구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선정된 도서목록을 사서교사에게 전달하였다. 다행히 사서교사는 수업에 활용할 도서를 학교도서관에 구비해주었고 수업이 진행될 준비를 마쳤다. 학생들은 정해진 도서목록 중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였고, 같은 책을 읽는 학생들은 모둠을 구성하였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한다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될 단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한번 등교가 늦춰짐에 따라 학생들이 도서관에 구비된 책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다. 사서교사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통해 전자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자도서관에 구비되어 있는 도서 중 교사와 학생이 함께 도서목록을 구성하였고, 온라인 설문지를 이용하여 최종 선정하였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는 동안 기존의 오프라인 수업에서 하던 것과 동일하게 일주일에 한 시간씩 책을 읽었고, 자신이 읽은 분량과 그에 대한 내용과 느낀 점 등을 적는 활동지를 작성하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업운영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만 하게 되면 수업운영에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수업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가장 중점으로 고려해야 했던 점은 학생들의 모둠활동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4명에서 5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모둠이 한 책상에 앉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활동을 진행하는 것에는 부담이 있었다. 또한 학생들의 격주 등교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모둠활동이 진행되는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학교에 등교하는 동안에는 독서 후 자기생각을 내면화하는 서평쓰기를 개별활동으로 진행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에 구글 meet를 이용한 모둠활동을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먼저 사서교사는 구글 G-suite에 학생들을 등록하였고, 국어교사는 구글 G-suite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하여 오프라인 수업의 진행과정에 구글 meet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추가하였다. 사서교사는 이를 전담하여 국어수업시간을 통해 구글 Meet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와이파이가 구축된 도서관 환경에서 구글 meet를 실제로 실행해 보며 그 사용법을 익혔다. 후에 학급별로 온라인 대화를 진행할 시간을 정하여 같은 반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책 대화를 시작하게 하였으며 학급별로 모둠의 대표 학생들로 구성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각 모둠의 구글 Meet 회의 참여링크를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책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에 교사는 모둠장들이 공유해 준 회의 참여링크로 각각의 회의에 참여하여 학생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였다. 또한 대화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토론을 지켜보며, 학생의 질문을 받고 다음 차시 활동을 안내하며 온라인 순회 지도를 하였다. 모둠의 장들은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토론의 시작과 끝을 모두 녹화하였고, 교사에게 영상을 제출하는 것으로 1시간의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책을 읽은 후 느낀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고 토론 주제를 정하는 활동, 실제 토론 실시, 토론 후 느낀 점 나누기의 단계로 진행된 온라인 토론활동을 마무리하고 학생들은 토론내용을 정리하여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학생들은 녹화된 본인들의 토론 영상을 돌려 보며 최종보고서 작성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수업을 효과적으로 병행하여 새로운 수업운영에 도전해야 했다. 사서교사와 협력으로 인하여 구글 클래스룸, 구글 드라이브 등의 온라인 매체와 토론을 위한 관련 도서를 제때,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협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뛰어넘어 올바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북토크 프로그램 홍천여고에서 진행되는 ‘OOO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은 학생들끼리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학교도서관을 친숙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꾸준히 독서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본 프로그램은 경제·교육·사회문화 등 특정 주제를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학생(주최자)들이 관련 도서를 읽고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수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최자 학생들은 미리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곳곳에 포스터를 배치하여 학생들을 모집하여 워크숍을 진행한다. 작년까지는 학교가 떠들썩하게 운영되었지만,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하여 홍보·모집·교육·프로그램 진행 등의 진행이 어려웠다. Google Meet 프로그램과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여 위의 활동들이 가능했다고 판단했고, 기존의 모든 과정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먼저 워크숍을 주최하고 싶은 학생들은 신청 도서, 신청 이유, 워크숍 진행 방법 등의 신청서를 적어 제출한다(표 2 참조). 신청한 학생 중,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기회를 제공하며, 해당 학생들에게 G-suite 아이디를 발급한다. G-suite 아이디를 발급하는 이유는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녹화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함이다. 주최자 학생들은 참가자 모집을 위하여 파워포인트, 미리 캔버스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웹용 포스터와 워크숍 때 사용할 워크숍 자료를 만든다. 주최자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를 보고 학생들은 학년별 네이버 밴드에 제시된 온라인 설문지에 참가 신청을 한다. 참가 신청한 학생들을 정리하고 네이버 밴드 라이브를 통해 참가자가 지켜야 할 예절, 회의 참가 방법 등을 교육한다. 주최자 학생들은 참가자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3~4가지 선정한다. 주최자는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공지되지 않는다. 미리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책에 관한 자기생각을 즉흥적이며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참가자와 주최자는 Google MEET 프로그램을 통해 자율적인 분위기와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하면서 주최자는 참여자 학생들이 더 궁금해하는 질문을 토대로 꼬리 질문을 만들고, 이 꼬리 질문들을 해결해 나가며 내용에 대한 깊이를 더 한다. 이러한 확산-수렴-확산-수렴의 과정은 선정한 대상 도서와 이야기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킨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이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다수의 학생은 토론을 진행하며 메모장, 구글 Docs, 네이버 오피스 등의 온라인 문서 도구를 이용하였고, 토론내용을 바로바로 정리하면서 대화를 진행하였다. 모든 학생이 웹캠이나 마이크를 구비하고 있지 않아서 의사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새로운 운영 방식에 대한 설렘과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 독서토론활동이 학교에 정착되어 있었기에 다양한 변형적인 활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7월 초에 2회 행사가 진행되었고,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학생이 즐겁게 참여하였다. 100여 개의 자율독서모임 운영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본교에는 자율독서모임이 약 1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자율독서모임은 4~6명의 학생이 1팀을 이루어 희망하는 도서를 읽고, 책 내용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이를 대화체 형식으로 남기는 홍천여고의 대표 활동 중 하나이다. 학교도서관을 통해서 진행되는 자율독서모임은 단순한 학생들의 친목활동, 자유로운 독서활동을 넘어서 국어·통합 사회·진로·지리 등 다양한 교과의 수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개학의 연기, 온라인 개학의 실시로 학생들의 독서모임을 전처럼 운영하기 어려웠다. 때마침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 전자책을 무료로 지원해주었고, Google G-suite에 학교 계정을 등록하게 되어 Google Classroom을 이용하여 자율독서모임을 기획·운영하였다. 먼저 네이버 오피스를 이용하여 자율독서모임 운영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하였고 1학년 37개, 2학년 34개, 3학년 21개, 총 92개의 독서모임이 구성되었다. 사서교사와 국어교사는 학년별로 클래스를 함께 개설하였고, 학생들이 독서모임 소개지, 독서모임 1년 계획서 등을 작성하게 하였다. 운영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LMS(Learning Managemet System) 사용에 대한 어려움 등을 느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주로 사용하면서 담당교사와 협의를 통해 드라이브, 화상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였다. 비록 학생들이 서로 손을 맞대고 웃으며 진행했던 기존의 동아리 활동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홍천여고의 특색 활동인 독서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대비하기 위한 학교도서관의 노력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교를 병행하면서 학생들은 기존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학교도서관에 오기를 꺼리고, 재미있다고, 읽고 싶다고 남이 봤던 책을 덥석 가져가서 책을 읽는 일은 없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활동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수업과 운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언젠가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과 다시 ‘하하 호호’ 웃으며 즐겁게 수업하고 책을 읽는, 행복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