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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8일부터 11일까지 충남 소재 '스플라스 리솜'에서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융합캠프’를 개최한다. 휴스(HUSS : Humanities - Utmost - Sharing System)는 대학 안팎의 공유·협력 체제를 구축해 인문사회 분야 최고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의 사업이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휴스(HUSS) 융합캠프’는 휴스 참여 대학 소속 인문사회 계열 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토론과 다양한 강의 등 인문사회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캠프다. 학생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끝장 토론(해커톤)에 참여하거나 8개 연합체의 우수강좌(25개)를 칸막이 없이 수강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캠프 운영 기간을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연장하고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개회식은 신규 연합체의 출범식과 사업 참여 연합체 간 성과 창출을 위한 협약식을 연계해 진행된다. 행사에서는 신규 연합체(총 3개, 15개교)에 동판을 수여한 후 전체 연합체(총 8개, 40개교) 주관 대학 총장이 함께 참해여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공동의 성과 창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2023년부터 추진 중인 휴스는 대학 내 학과(전공) 간, 대학 간 경계를 허물어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분야별로 5개 대학으로 구성됐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 3개 연합체를 추가로 선정해 총 8개 연합체(총 40개교)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여름방학을 맞아 ‘디지털새싹’ 운영기관 43곳과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디지털새싹은 전국 초·중·고교생이 SW·AI 교육에 관심을 갖고 미래 핵심역량을 갖춘 디지털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업을 말한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함께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제의 경험, 오늘의 배움! 디지털새싹과 함께 성장하는 신나는 여름방학’을 슬로건을 내세워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관심사와 흥미에 따라 신청할 수 있도록 권역별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인천은 ‘메타버스로 상상하는 새로운 세상’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경기는 ‘메타버스로 그리는 즐거운 세상’, 강원·충청은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 경상은 ‘인공지능이 만드는 깨끗한 세상’, 호남·제주는 ‘데이터로 알아보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테마로 삼았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전국 단위 캠프형 프로그램 ‘2024 CODE 챌린지 데이’도 개최한다. 생성형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 기반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새싹 맞춤형 AI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을 찾아보는 ‘해커톤 형식’으로 진행된다. 디지털새싹 관련 프로그램과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디지털새싹.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디지털새싹을 검색, 공식 채널을 추가하면 관련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유보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대해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서책형 교과서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은 5만6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자는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 심사를 거쳐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청원자는 “이미 수년 동안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거의 매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안 그래도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과도해서 걱정인데, 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며 “먼저 일부 과목만 선도입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준비도 미흡하고 그 효과 역시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이어 “교육부는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해 전면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도입 유보를 발표하고,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 분석을 해 전면적인 디지털교과서 사용이 서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객관적, 과학적으로 더 효과적인 교육방식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후 이 정책에 관해 다시 논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도입 유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서책형 교과서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AI 디지털교과서는 수업 혁신을 위한 도구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깊이 있는 학습’, ‘핵심역량 함양’, ‘학습자 주도성’, ‘디지털 소양’ 등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을 슬로건으로, 학생 스스로 질문·토론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개념 기반 탐구수업’을 지향하며, 교사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생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디지털 기기는 수업 혁신을 위한 보조적 도구로서 학생들이 학습 속도에 맞게 지식의 개념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도록 돕는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활용 방법 등은 학교 교육과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적재적소에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원인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디지털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단순히 소비용 도구가 아닌 생산적 도구로 인식·활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총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교육청은 누가 얼마나 악성 민원을 제기했는지 모든 관련자를 낱낱이 조사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악성 민원인은 모두 형사 고발하는 등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부산교총(회장 강재철)도 성명 발표, 시교육청 앞 릴레이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을 열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한 교원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안타깝다”고 애도하고,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시교육청의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하며, 명확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무자격 교장 공모학교로 미지정된 A중 학운위원장 등의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달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국민신문고, 부산시교육청 게시판, 내부 개인망, 사무실 내선전화, 항의 방문 등의 방식으로 민원을 받았으며, 한 달 새 교육청에 접수된 민원만 40여 건에 달해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언론을 통해 공개된 고인과 A중 학운위원장과의 녹취록에 민원 압박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나자 교육계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교총은 “서울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앞두고 또다시 들려온 비보에 모든 교육자의 마음은 무너진다”며 “지난 1년간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가 구축되고 민원 응대 매뉴얼이 마련됐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실효성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무자격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폐해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지정을 위해 특정 교원노조 소속 교사가 학부모 찬반 투표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고, 2021년에는 인천교육청 내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면접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일까지 있었다. 교총은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이미 공모학교 지정과 공모 과정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갈등을 빚은 지 오래”라며 “어떻게든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가 되고, 무자격 교장이 되려는 과정이 술수와 범법행위를 넘어 이제는 한 사람을 사지로 내몬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하고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3일 오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사망애도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한 강재철 부산교총 회장은 “자신들의 요구만을 위해 절차도 시스템도 무시한 행태는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요한 민원이 빚은 참사 앞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교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2일 부산교육청에 해당 중학교 교장공모제 신청 및 선정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서울행 전세버스 안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수다로 가득합니다. 출발 전날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설렘은 새벽같이 학교로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에서도, 한껏 차려입은 빳빳한 새 옷에서도 느껴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제일 고학년인 6학년 정도 되면 학교를 따라오는 학부모들이 거의 없지만, 이날만큼은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녀를 배웅하러 삼삼오오 모인 부모들이 떠나는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는 동안 담임교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교통사고, 전세버스 주차사고로 학생을 잃고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원도의 선생님들. 불행한 여러 가지 사고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혹시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풀지나 않았을지, 전세버스가 무리하게 앞지르기하는 다른 차와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에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지만,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01 _ 엉망진창, 좌충우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긴 일 “내릴 때 좌우를 살피고, 우측으로 밀착하세요.” 한참을 달려 도착한 휴게소. 내리기 한참 전부터 반복된 잔소리를 다시 시작합니다. 교사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학생들은 주위를 둘러보기 바쁩니다. 열기를 뿜는 고속버스 사이에서 한 명이라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알 리 없겠지요. 스물다섯 명의 학생이 비좁은 전세버스들 사이로 빼곡히 줄지어 가는데, 하필 떨어뜨린 기념품 장난감은 왜 버스 밑으로 굴러 들어가는지…. “김수영(가명)! 조심해!” 작은 공을 줍는다고 기습적으로 버스 아래로 몸을 비집어 넣는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갑니다. 겨우 공을 주워주고 나니 한 여학생이 울먹이며 다가옵니다. “선생님, 핸드폰이 안 보여요.” 예정되었던 출발 시각이 다 되어갔기에 버스기사님께 늦을 수도 있지만, 잠시 기다려 달라는 양해를 구하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신신당부한 뒤 분실물 센터를 향해 뛰어갑니다. 맞은편에서 버스 탑승 시각에 늦었다고 먹다 만 떡볶이를 들고 두 학생이 달려옵니다. 흔들리던 떡볶이 국물은 원심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옆 친구에게 날아갔고, 멈춰 서서 떡볶이 국물을 닦는 두 학생 앞에 쌩쌩 달리던 차가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며 급정거를 합니다. 핸드폰을 찾으러 가는 길이 급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두 학생에게 달려가 괜찮은지 살펴보고, 버스 정차 위치를 알려주면서 조심해서 가라고 주의를 줍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학생들을 챙기는 게 저뿐만은 아니었겠지요. 휴게소 이용 안전수칙을 수십 번 알려 줬지만, 학교 밖을 나와 신난 학생들에게 안전수칙이 생각날 리가 없습니다. 휴게소 이용 안전수칙뿐인가요.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시설의 예절과 안전, 교통안전, 다양하게 예상되는 각종 문제상황에 대한 안전교육을 수학여행 출발 전부터 수도 없이 교육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체험학습을 나오면 새로운 환경에 시선을 뺏겨 버리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럴 때 머리카락이라도 뽑아 쓸 수 있는 분신술을 배워놓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교육대학교에서는 왜 그런 걸 가르쳐 주지 않은 걸까요. #02 _ 아이들에겐 놀이동산, 교사들에겐 걱정동산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체험학습은 놀이동산이지만, 교사에게 가장 걱정되는 장소 또한 놀이동산입니다. 놀이기구 취향이 맞거나, 원래 친했던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주고 자유체험을 하게 됩니다. 반마다 대여섯 개씩의 소그룹이 생기는데, 교사가 다 보살필 수가 없으니 시간마다 인증샷을 찍어서 전송하라고 말해둡니다. 시간마다 날아오는 아이들의 사진에는 웃음과 장난기가 묻어납니다. 흐뭇하게 감상만 하기도 잠시, 사진이 오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곧장 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넓은 놀이동산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을 어찌 감당해야 하는 걸까요?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담임교사인 저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요? 부디 안전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놀이동산을 종으로 횡으로 다니며 만나는 학생들의 표정과 안전을 확인합니다. 놀이기구를 하나도 타지 않았지만, 마치는 시간쯤 되면 몸이 녹초가 될 수밖에요. 이런 과정을 2박 3일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부산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보며 겨우 마음을 놓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요. 저녁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임에도 전세버스가 내리는 곳에서는 자녀의 귀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마지막 한 명의 학생까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에게는 여행이 아닌 2박 3일의 업무가 끝난 셈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밤새 불침번을 선 탓에 피로가 몰려들어 쓰러지듯 잠을 청합니다. 불안과 걱정을 떨치고 누워있으니 지난 3일간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가 새삼 느껴졌습니다. #03 _ 기진맥진 체험활동 후 날아오는 ‘민원’ 문자 “선생님 수학여행 때 우리 아이가 휴게소에서 차에 치일 뻔했다던데, 그때 뭐하고 계셨나요?” 다음날, 수학여행 기행문 쓰기 수업을 준비하던 중 학부모님의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 너머 날 선 학부모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아찔했던 순간 아이를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담임교사인 저였는데, 제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떡볶이 맛을 음미하느라 안전수칙을 잊어버린 학생의 탓일까요? 휴게소에서 화장실만 다녀오고 다른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두 번, 세 번 더 말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오기를 바라며 열심히 가르치고 가르쳤는데 비난하는 듯한 문자 한 통에 의욕을 잃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의 최선이, 최선이 아니었다면, 과연 무엇이 최선이었을까요? 수많은 생각 끝에 자책하는 마음으로 학부모께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합니다. 저의 변명 아닌 변명 끝에 결국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이 나오고서야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한테 더 신경 써 주세요”라며 마뜩잖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습니다. 띠링, 문자 소리에 또 다른 민원일까 싶어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2박 3일간의 일정 속에서 학생 이름을 크게 부르고 주의를 준 것, 위험해 보여서 학생 손목을 잡았던 것 등, 혹시나 트집 잡힐만한 행동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수학여행에서 버스 밑으로 들어간 인형을 주우려 했다는데 왜 혼을 내셨나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 가기 싫다고 하네요.”, “다른 반 아이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치셔서 아이가 상처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민원이 들어온다면 자존심이 상하지만 우선 학부모께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실제로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게 되면 아동학대를 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어왔습니다. 경찰서·법원 등에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는 것을 증명하며,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백분율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 우리나라의 경제체제의 특징, 논설문 쓰는 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사과만 하면 되는데, 왜 이리 슬픈 마음이 드는 건지. 소진된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내일 있을 국어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만듭니다. 그저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기도하는 수밖에 세상에는 위험천만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좁은 횡단보도에 일반 시민과 엉켜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짧은 시간 안에 건너편 도로로 이동하는 것, 에스컬레이터에서 뒤를 돌아보다 발을 헛디디는 것, 주차하는 버스 뒤로 지나가는 것, 공사 중인 인도를 피해 아슬아슬 도로 옆을 지나가는 것. 그러한 위험들을 모두 피할 수 있는 적당한 체험학습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교사가 모든 사고를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학생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며 가르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안전교육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꾸중을 할 수도, 친구와 심한 몸 장난을 치며 산만하게 행동하는 학생에게 따끔하게 주의를 줄 수도, 친구를 때린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할 수도 없습니다. 이 모든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고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임교사 한 명이 인솔하기에 버거운 많은 수의 학생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떠나며 그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할 수밖에요. 교사도 바라지 않던 불의의 사고가 생기면,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정에도 서게 됩니다. 긴 생각의 끝에 목에 맨 공무원증을 매만지며, 내년도의 체험학습은 학교 앞 작은 공원에서 하자고 계획서를 작성합니다. 사랑하는 학생들을 계속 만나며 교단에 서기 위해 저는 다음 체험학습을 학교 앞 공원으로 가겠습니다.
좋은 기획안의 리듬감 기획안의 리듬감은 논리성에 기초한다. 기획안의 논리성을 확인하려면 항목별로 내용을 짧게 요약해 본다. 요약한 내용을 종이 한 장에 정리한 뒤, 꼼꼼히 대조해 가면서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기획안 전체의 흐름을 점검할 수 있다. 특히 제일 처음에 거론한 내용이 후반부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지 철저하게 확인한다. 논리적 흐름은 차트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트를 사용하면 문장보다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다. 기획 내용의 실행 순서를 설명할 때는 항목을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차트에 화살표를 붙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직관적인 그림도 논리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 조직도, 상위개념과 하위개념, 시간 경과, 사고방식(생각)의 변화 등을 보여 줄 때 차트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사고방식(생각)의 변화를 차트로 만들면 저절로 논리적인 흐름으로 정리된다. 이렇게 하면 차트에 논리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차트는 되도록 단순하게 작성하고, 전후관계가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철저하게 퇴고(推敲)한다. 기획안을 읽기 쉽게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조하는 싶은 곳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서체를 바꿔 보고, 글자에 색을 입히거나 위치를 정돈하고, 그래프에 색을 입히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또한 최종 확인과정에서 ‘문장을 더 간결하게 줄일 수 없을까?’ 고민해 본다. 문장 길이를 줄이려면 항목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고치고, 쓸데없는 접속사나 부사·수식어는 되도록 삭제하는 등 항상 깔끔한 문장을 염두에 둔다. 기획안에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첫째, 강조하고자 한 부분이 눈에 띄도록 크기·색·서체 등을 변경한다. 둘째, 글자·그래프·숫자표의 위치를 적당하게 조정한다. 셋째, 글이나 그래프가 보기에 편하도록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도표로 정리하면 좋은 것은 도표를 최대한 활용한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안이라도 오자나 탈자가 있거나, 마침표나 쉼표를 잘못 찍으면 기획안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김이 샌다. 오·탈자 등 기획안의 사소한 실수는 ‘날림으로 대충 작성한 것 아닌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을 이런 무책임한 기획안을 믿고 진행해도 되는가?’ 등의 의구심을 품게 만들 수 있다. 기획안 작성 후 검토과정을 통해 오·탈자는 없는지, 한자나 단어가 잘못되어 인용되고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표제·출처·예산·추진 일시 등의 숫자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기획안은 심플할수록 좋다. 보충설명자료는 되도록 본문에 넣지 않도록 한다.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보통 설명자료는 별첨자료로 만드는 것이 좋다. 별첨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본편 기획안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 자료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편의 어느 항목과 별첨자료가 대응하는지 동일한 번호를 부여하여 표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ART VIEW] TIP _ 기획안 체크 포인트 알찬 기획과 관점 관점을 전환해주는 질문은 기획 초반에 매우 중요하다. 바바라 민토(Babara Minto)는 논리의 기술에서 ‘글의 도입부 구성의 핵심은 스토리 형식 취하기다. 스토리 구조는 상황·문제·질문·해답으로 구성된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질문이 스토리의 핵심이며, 상황과 문제를 바탕으로 하여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해답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질문은 등대와 같다. 막연히 알고 있던 것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하게 해주고, 더 높은 이상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올바른 해결책은 올바른 질문에서 나온다. 문제에만 집중하면 다양한 대안이 도출되고, 문제의 근본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올바른 질문이란 본질에 집중하여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관점을 전환하게 하는 질문이다. 문제를 보는 관점은 새로운 기획의 기반이 된다. 문제 분석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가가 더 중요하다. 문제 인식은 기획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애초에 방향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상황에 너무 익숙해지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현재 상태와 자신이 원하는 바람직한 이상 상태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차이가 작으면 사소한 문제로 치부된다. 이러한 문제는 ‘잠재형’, ‘원상 회복형’, ‘이상 추구형’ 문제로 구분된다. 잠재형 문제는 현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제기된다. 원상 회복형 문제는 현재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한다. 이상 추구형 문제는 문제라기보다 하나의 목표에 가깝다. 하지만 목표가 자신이 원하는 바람직한 상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획은 방향이 중요하고, 방향은 기획자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질문 안에는 문제나 이슈에 대한 기획자의 관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기획을 할 때 논리에 집중하지만, 주장과 근거라는 논리만 있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논리는 수많은 문장을 나열만 해도 완성된다. 논리만으로는 기획의 의도와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기획의 재료들만 흩뿌려져 있을 뿐이다. 수많은 논리를 어떤 관점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스토리가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은 논리를 위한 틀을 제공하여 놓치거나 간과했던, 중복된 논리가 무엇인지 볼 수 있게 해준다. 관점은 기획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기획의 의도와 목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학교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기획을 구상한다고 해보자. 수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그것 때문에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근거만 제시하면 될까? 그보다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업무효율성, 학교 인지도, 구성원의 조직 몰입도 같은 관점을 내세워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모든 관점을 다 고려할 수는 없다. 의도한 바를 나타내는 명확한 관점을 제시하면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해 놓친 점은 없는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일한 관점에서 제시된 논리가 무엇인지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기획의 올바른 관점은 사실(fact)에서 나온다. 혹시 자신이 구성한 기획안에 대하여 ‘그건 네 생각 아니야? 너무 주관적인 것 같은데,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데,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닌가?’ 등의 비판을 받은 적은 없는가? 이는 모두 기획이 팩트에 토대하여 구성되어 있는지를 되묻게 해주는 피드백(feedback)이 될 수 있다.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기획은 기획자가 자신만의 근거로 만든 시나리오이며 의견일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교육정책의 이해는 교육기획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점 내용을 정리하고, 기획안 작성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핵심개념이나 단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번 호에는 서울시교육청의 2024년 주요업무계획 중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AI·디지털교육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AI·디지털교육과 관련한 구체적인 추진방안의 검토·분석을 통하여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시사 받을 수 있는 핵심개념 및 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업무 계획 주제: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AI·디지털교육 활성화 █ 추진 방향 •모든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잠재력을 키우는 ‘디지털·AI 페다고지’로의 전환 추진 •학생 미래역량 함양 및 개별 맞춤형교육을 위한 교원의 AI·디지털역량 강화 •모든 교육구성원의 AI 윤리·디지털 리터러시 제고를 통한 디지털 시민교육 활성화 █ 추진 개요 █ 주요 추진 과제 •AI·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교육 구현을 위한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 •대상·수준·방식을 다양화한 AI·디지털교육 맞춤형 교원연수 확대 •안전한 디지털 교수·학습 지원을 위한 ‘스마트기기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 추진 내용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AI·디지털교육 활성화 - AI·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교육 구현을 위한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 - 2022 개정 교육과정 대비 정보교과수업 확대,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의 선제적 적용을 위한 AI·정보교육 중심학교 운영 - 서울형 인공지능 윤리(초·중·고) 및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자료 개발·보급 -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자료 개발·보급(디벗 첫 수업을 위한 친절한 도움 자료, 디지털 역량 강화 도움 자료, 디벗과 함께 학교 자치 2.0, 학부모 디지털 역량 강화 등) •AI·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 맞춤형 연수 확대 지원 - 대상·수준·방식을 다양화한 AI·디지털교육 맞춤형 연수 확대 - 교육부 사업(AIEDAP, T.O.U.C.H) 연계 우수 강사 요원 양성 및 단위학교 맞춤형 연수 지원 - 교원역량 수준에 따른 연수 체계화(탐색·적용·심화) 및 디지털 배지*(학습·실천·자격) 적용 과정 확대 *디지털 배지: 학습이력이나 경력을 디지털로 증명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기존 교육 인증 방식이 종이로 된 규격으로 인해 공개·공유가 제한적이었던 것에 반해 디지털 배지는 기술·지식·경험·역량을 시각 데이터화하여 링크를 통해 공유 가능함. - AI 기술의 안전한 공교육 도입을 위한 민관협력 에듀테크 소프트랩* 운영 및 에듀테크 실증 전문가 과정 연수 지원 *에듀테크 소프트랩: 교육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교사와 기업이 서로 만나 협력하고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에듀테크 발굴·개선을 지원하는 사업 •안전한 디지털 교수·학습 지원을 위한 ‘스마트기기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 다양한 운영체제(OS)의 스마트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 - 교육용 앱·콘텐츠 배포, 유해 앱 차단, 기기 사용시간 제어 등 기기 통합 관리 지원 - 학교·학부모 등 사용자 요구 접수 및 해결 방안 마련 █ 주요 일정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 전문가 과정 연수 운영 •서울형 인공지능 윤리 교육자료(고등학교용) 개발·보급 •디지털 선도학교 수업 나눔 운영 •스마트기기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교육과정의 의미와 유형 교육과정(Curriculum)은 라틴어 ‘쿠레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말이 뛰는 경주로를 의미한다. 즉 학생이 일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으로 광의적으로는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정의할 수 있고, 협의적으로는 교육목표 설정과 내용조직을 의미한다. 즉 교육과정이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간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평가치를 달성했는지까지를 포함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전체 계획을 말하며, 학교의 지도하에 학습자가 학습해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는 지식과 경험의 조직·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교과내용의 체계를 일컫는 교육과정은 도달해야 하는 ‘교육목표’가 있고 배워야 하는 ‘교육내용’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육내용과 교육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경험을 갖도록 방법·평가·기관·운영 등에 대한 ‘의도적’ 계획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의 유형은 크게 공식적 교육과정과 표면적 교육과정, 잠재적 교육과정, 영 교육과정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식적 교육과정이다. 국가교육과정의 기준을 담은 문서,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과 지침, 교과서를 비롯한 수업용 교재 등이 있다. 영 교육과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교육적 목적과 목표에 따라 분명하고 확실하게 의도되고 계획된 것이다. 둘째, 표면적 교육과정이다. 이는 표면에 드러나 있는 교육과정으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의도된 교육을 말한다. 학교가 본래 가르치려고 계획한 교육과정이며, 공식적·형식적·외현적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셋째,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드러나거나 의도하지 않았으나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교육과정으로, 학교에서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말한다. 즉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았고, 경험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경험하거나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비의도성’의 특성이 있으며, 표면적 교육과정과 반대되는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 교육과정이다. 존재하지 않는 교육과정, 학교가 가르치지 않는 부분의 교육과정이 있으며, 이를 영 교육과정이라고 하였다. 학교의 공식적인 틀 안에 들어와 있지 않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교육내용이며, 공식적 교과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학습할 기회가 없다면 영 교육과정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의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PART VIEW] 첫째, 교육목표의 설정이다. 교육목표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위해 교육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자원을 토대로 행동적 방향성을 확실하게 진술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학습내용·경험의 선정과 조직이다. 학습내용·경험을 선정한다는 것은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내용과 활동 경험을 정하여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학습내용과 경험이 선정되고 조직될 때는 선정기준과 조직 원리를 따른다. 세 번째는 교수·학습의 지도이다. 실제로 교수자와 학습자가 경험하게 되는 교수·학습의 행동 과정을 의미하며, 단원 구성과 전개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요소는 평가의 요소이다. 학습과정과 결과로서 교육목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바람직한 양상인지를 파악하는 단계로 전체의 시각에서 점검하고 검증하는 시간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살펴보기 추진 배경 및 주요 개정 방향 2022 개정 교육과정은 7차 교육과정 이래 4번째 수시 개정된 교육과정으로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창의력과 학습자 주도성 등과 같은 역량의 체계화, 학교 및 지역에서의 교육과정의 유연한 운영, 디지털·인공지능 기반의 교실수업 개선, 학생 맞춤형교육 등을 주요 방향으로 한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혁신에 대한 필요, 학령인구의 감소 그리고 학습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교육의 필요로 개정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동성·불확실성과 같은 미래사회 대응능력이 요구되어지며, 이는 새로운 인간상과 교육체제를 모색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저출생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는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학습자의 삶과 연계한 학교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였다(손지영·조영희, 2023).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 지원’을 비전으로 ‘자기주도성’에서는 주도성·책임감·적극적 태도를 제시했으며, ‘창의와 혁신’ 분야에서는 문제해결·도전·융합적 사고를 제시했다. 또한 ‘포용성과 시민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려·소통·협력·공감·공동체의식을 제시하며, ‘자기주도적인 사람’, ‘협력적 소통역량’을 강조하여 제시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개정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소양 및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학습과 삶에 대한 주도성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수리·언어·디지털 소양 등을 기초소양으로 하였다. 또한 논리력 및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절차적 문제해결력 등의 함양을 위한 교과 특성에 맞게끔 디지털 기초소양을 반영하고, 선택과목을 신설하였다. 둘째, 학생 개개인의 인격적 성장 지원과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공동체의식을 강화한다. 지속가능성과 생태환경·기후변화 등에 대한 대응능력 등 공동체적 가치를 함양하는 교육을 강조하였다. 또한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마련하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고자 하였다. 셋째,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시하였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과 진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진로설계 및 탐색 기회 제공, 학교급 간 교과교육과정 연계 및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진로연계교육의 근거를 마련, 선택과목을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자율시간을 도입하였다. 넷째, 학생이 주도성을 기초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과교육과정을 마련한다. 학생들이 경험해야 할 사고·탐구·문제해결 등의 과정을 학습내용으로 명료화 및 교과별로 배워야 할 핵심 아이디어 중심으로 학습량을 적정화하여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을 개선하였다(김현미, 2023). 2022 개정 교육과정 학교급별(초·중·고) 및 특수교육 주요 개정 사항 먼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급별 주요 개정 사항(교육부, 2022)을 살펴보도록 한다. 초등학교급은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1~2학년(군)에 입학 초기 적응활동을 개선하고, 한글 해득 교육과 신체활동 및 실외놀이 내용을 강화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초기 적응활동을 통합교과(바른생활·슬기로운생활·즐거운생활)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으로 내용을 체계화하고, 기초 문해력 강화 및 한글 해득 교육을 위한 국어 34시간을 증배하였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안전교육은 64시간을 유지하되, 통합교과와 연계하여 재구조화하고,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을 통해 학생 발달 수준에 맞는 체험·실습형 안전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하였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는 안전 관련 교과에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 내용 포함 및 위기상황 대처능력 함양 사항을 포함하여 체험 위주의 안전교육이 활성화되도록 개선하였다. 또한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에 적합한 실질적 움직임 기회 제공을 위해 ‘즐거운생활’ 교과에 실내·외 놀이 및 신체활동을 강화하였다. 이를 위해 표현, 놀이 및 활동 중심으로 즐거운생활 교과를 재구조화하되, 충분한 신체활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성취기준 및 성취기준 해설에 반영하였다. 중학교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의무 편성 시간을 적정화3하고, 자유학기(1학년) 운영 시간 및 편성 영역을 적정화4하여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였다.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중심으로, 고등학교에서 교과별로 배울 학습내용과 진로 및 이수 경로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진로연계교육을 도입하고 자유학기와 연계하여 운영한다. 고등학교는 학점 기반 선택 교육과정으로 명시하고, 한 학기에 과목 이수와 학점 취득을 완결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였다. 학기 단위 과목 운영에 따라 과목의 기본 학점을 4학점(체육·예술·교양은 3학점)으로 조정하고, 증감 범위도 ±1로 개선하여 학생이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교육부, 2022). 학습자의 진로와 적성을 중심으로 실생활 문제해결, 비판적 질문, 주요 문제탐구 등을 위한 주제융합 수업, 글쓰기 등 실제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융합선택과목을 신설 및 재구조화하였다. 즉 자율적 과목 선택·이수와 자기주도적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학습자의 주도성과 학습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특수목적고에서 개설되었던 전문교과Ⅰ은 일반고 학생들도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보통교과로 통합하였다. 특성화고 교육과정은 미래 직업세계 변화에 요구되는 기초소양 및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공통과목을 현행 성공적인 직업생활에서 성공적인 직업생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디지털과 직업생활로 확대하였다. 또한 전공 일반과 전공 실무과목으로 재구조화하였으며, 이는 향후 고교체제 개편에 따라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선택과목은 변경될 수 있다. 다음으로 2022 개정 특수교육과정을 살펴보자. 교육과정의 성격 확립, 통합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지원 확대,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을 위한 ‘일상생활 활동’ 신설 등을 제시, 학생의 교육적 요구 및 장애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마련하였다. 총론의 주요 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장애 특성 및 교육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기본 교육과정의 성격을 대안형 교육과정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확립하였다. 현행 교과(군)별 30% 범위 시수 증감 가능 범위를 교과(군)별, 일상생활 활동, 창의적체험활동 간 50% 범위에서 시수 증감이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실생활 중심의 내용인 의사소통·신체활동·자립생활·여가활동·생활적응 등으로 구성된 일상생활 활동을 신설하여, 장애가 심한 학생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였다. 둘째, 배치환경에 따른 교육적 지원을 강화하여, 일반 학교에서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재구성,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를 활용할 수 있는 지침 마련 등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공통 교육과정 접근을 확대하였다. 특수학교의 공통 및 선택 중심 교육과정과 기본 교육과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여 감각장애 또는 장애가 심한 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반영했다. 시·도교육청 차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마련 시 순회교육 대상 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학생의 교육적 요구 및 장애 특성, 고등학교 졸업 후 가정생활 및 지역사회 적응 준비 등을 위한 과목으로 ‘사회적응’ 과목을 신설하고, 고등학교의 ‘시각장애인 자립생활’ 및 ‘농인의 생활과 문화’ 과목을 창의적체험활동에서 직업·생활 교과(군) 선택과목으로 전환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 비교하기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인간상 및 교육목표, 창의적체험활동, 고교학점제 등의 주요 내용을 비교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맺으며 지금까지 교육과정의 의미와 유형을 살피고,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국가 또는 지역 교육정책의 변화와 연관된다. 구들레드(Goodlad, 1979)는 교육정책이 교육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교사는 교육정책의 변화가 교육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교육과정이 단지 교실 내에서의 교육활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교육시스템의 일부로 이해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듀이(Dewey, 1938)는 교육이 사회적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 역시 계속 변화하는 사회와 그에 따른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꾸준히 개정되고 발전되어 왔다. 사회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함이 제기되었다. 교사는 사회적 변화와 교육과정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의 교사가 교육과정의 변화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의 학습경험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교육과정 이론, 교육정책, 교육과정 평가, 사회적 변화, 학생중심 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를 통해 현장에서 보다 유익한 수업과 학생과의 만남이 되어지기를 기대한다.
빨대와 바다거북이 “선생님! 왜 빨대는 종이로 만드는 거예요? 천천히 먹으면 흐물거리잖아요.” 급식에 나온 음료팩에 종이빨대가 나온 것을 보고 아이들이 궁금했는지 먹다 말고 질문을 한다. “얘들아, 바다거북이 아픈 거 못 봤어?”라고 물으니, 아이들이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빨대랑 바다거북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이었다. 교실에 와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바다거북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바다거북이의 마음에 공감하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순수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근데 바다거북이랑 우리랑 무슨 상관이에요?” 올해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1·2학년 교과서가 배부되었다. 2022 개정 교과서 ‘자연’에는 생태계와 관련된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동물 보호 캠페인, 땅속 동물 친구들, 멸종위기 동물 살펴보기 등의 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많은 ‘자연’ 관련 공부를 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다거북이랑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실제적으로 와 닿는 생태계 수업 설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초등 해양 환경교육의 필요성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전국 해안에서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한 해 평균 14만t이다.1 이처럼 해양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래사회를 책임지게 될 초등학생의 환경인식 및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학교에서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교과서에서 해양 환경 관련 교육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해양 환경교육은 해양 환경을 이용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해양 환경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환경인식 및 태도와 관련하여 김인호 외(2000)3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환경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나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까지 확산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초등학생 시기의 환경에 대한 기본 개념과 태도 및 가치관 형성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초등학생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환경 태도를 길러주기 위한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새로운 방향 설정과 이에 기초한 환경 교수·학습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PART VIEW] ‘해양 생태계 지킴이’ 프로젝트 수업 디자인 해양 환경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인식과 지속가능한 해양 친환경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해양 생태계 지킴이’ 프로젝트 수업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본 수업은 2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학생 맞춤형 프로젝트 수업으로써 다음과 같이 3가지 핵심 포인트에 집중하여 수업을 설계 및 디자인하였다. ① 저학년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을 활용한 해양 오염 문제 인식 ②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해결방안 찾기 ③ 지속가능한 친환경 행동 실천하기 또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방식을 사전에 조사하여 교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의 형태로 수업을 디자인하였다. ‘그림책’, ‘단어’, ‘그림’과 같은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수업의 구체적인 흐름을 설계하였다. •학년: 초등학교 2학년 •관련 교과: 통합, 국어 •성취기준 [2국05-02] 작품을 듣거나 읽으면서 느끼거나 생각한 점을 말한다. [2바01-04] 생태환경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한다. [2바02-01] 공동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실천한다. [환경] [문해력] •학습주제: 해양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탐구하고 실천하기 •수업단계 및 내용(6차시 구성) [활동 ❶] 해양 생태계 관련 그림책 읽기 [활동 ❷] 여섯 가지 그림책 읽고, 그림책별 핵심 낱말 찾아 쓰기 [활동 ❸] 불가사리가 사라진 이유 찾기 [활동 ❹] 플라스틱과 해양 동물 친구들의 관계 탐구하기 [활동 ❺] 분리배출의 필요성을 알고 쓰레기 분류하기 [활동 ❻] 분리배출 실천하기(가정 연계) [활동 ❼] 활동 소감쓰기 및 PMI(Plus, Minus, Interesting) ● 활동 ❶ _ 해양 생태계 관련 그림책 읽기 해양 생태계와 관련된 그림책을 선정하여 학생들에게 그림책 여섯 가지를 보여주고 어떤 내용일지 유추하게 하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교사가 왜 이 책을 선정하였는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모둠별로 그림책을 선택하게 하였고, 모둠별로 선택한 그림책을 읽고 설명하도록 하였다. ● 활동 ❷ _ 여섯 가지 그림책 읽고, 그림책별 핵심 낱말 찾아 쓰기 해양 생태계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주요 낱말 3가지를 적어 보며, 해양 생태계와 관련된 단어를 익히도록 하였다. 또한 핵심 키워드를 찾아서 핵심 키워드로 문장 만드는 연습을 하면서 문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 활동 ❸ _ 불가사리가 사라진 이유 찾기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업방식 중 하나인 놀이와 관련하여 ‘바닷속 숨은 불가사리 찾기’ 활동을 통해 불가사리가 숨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숨은 해양 동물 친구들이 다시 바다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불가사리가 숨은 이유 찾기’ 수업내용 • 불가사리·해파리·흰동가리 찾기 • 해양 동물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는지 생각해 보기 • 해양 동물 친구들이 바다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 이야기하기 ● 활동 ❹ _ 플라스틱과 해양 동물 친구들의 관계 탐구하기 “바다거북이가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수업으로서, 나와는 거리가 먼 해양 환경 문제가 아닌 학생들이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문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하며, 해양 환경 문제를 다각도로 파악해 보았다. ‘활동 ❹’를 통해 학생들은 플라스틱빨대를 쓰는 우리 때문에 바다 동물 친구들이 고통받는다는 연관성을 찾아내었고, 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실천방안들을 논의해 보았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배출하기였는데, 분리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아이들의 대답에 분리배출에 대해 자세히 배워보는 수업을 계획하였다. ● 활동 ❺ _ 분리배출 필요성 알고 쓰레기 분류하기 학생들의 대부분이 분리배출을 잘 모르고 있었다. 집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서, 아이마다 분리배출하는 방법이 달랐다. 분리수거와 분리배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후, 모둠별로 상의하여 왜 일반쓰레기인지 아닌지 구분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였다. 학급에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 활동 ❻ _ 분리배출 실천하기(가정 연계) 학생들이 배운 것을 가족에게 설명하고, 온 가족이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행동을 계속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가정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올바른 쓰레기 버리기 방법에 대해 같이 성찰해 보며, 학생들이 점진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분리배출을 실천하며, 우리 가족 모두 환경 지킴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도 뿌듯함을 느꼈다. ● 활동 ❼ _ 활동 소감쓰기 및 PMI(Plus, Minus, Interesting) 급식에 나온 주스빨대로부터 분리배출까지 배우고 실천해 보며, 생태계 지킴이 프로젝트 마무리 활동으로 PMI 기법을 통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흥미로웠던 점을 써보았다. 아이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공감가는 소감문에는 스티커를 붙이며 상호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느낀 바가 다양하였으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양 생태계 문제를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태도와 친환경적 가치관을 기를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 ‘나는 해양 생태계 지킴이!’ 프로젝트는 분리배출과 쓰레기에 집중하여 지도하였다면, 다음에는 다양한 친환경적 실천방법에 관한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 보호하기, 친환경적 먹거리 알기 등과 같이 학생들 주변 이야기를 다룬 환경수업을 한다면 “환경이랑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라는 질문 대신 “우리가 지구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를 묻고, 서로 방법을 찾아가는 실천가로서의 학생들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교육환경에서의 새로운 수업의 필요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학교환경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2022.3.25. 시행)이 제정되면서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교육이 강조되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전 교실 무선 AP 구축,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Digital 벗), 전자칠판 설치사업 등을 통해 미래교육환경을 조성했다. 원격교육 인프라를 이용하여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과의 디지털 기반 수업이 자유로워졌고,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디지털 기반 교육기술(에듀테크)은 교육활동에 있어서 핵심 소양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행정 예고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미래지향적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의 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미래교육에서 요구하는 소양을 함양할 수 있게 하려면, 수업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미래교육에서는 기존의 지필 환경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기존 수업과 차별화된 수업이 가능할 것이다.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데이터를 경험하고 조작하게 한다면 학생들에게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실생활 맥락 속에서 정보를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수학 개념을 활용하는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수학교과역량을 함께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다음은 중학교 3학년 통계 단원의 수업에서 학생의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설계한 수업사례이다. 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수업의 목적은 학생이 기상청 데이터를 직접 다루면서 산점도로 나타내어 상관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계적 확률을 계산해 봄으로써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공공데이터들이 개방되어 있으며, 데이터는 국가에서 정책을 추진하거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근거를 제공한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통계 개념이 필수적이다. 통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통계를 활용하면 데이터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교과서의 통계 단원에서는 평균·분산·표준편차 등의 통계값을 계산하고 문제 푸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적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PART VIEW] 산점도와 상관관계 부분에서도 학생에게 산점도를 찍어보게 하거나, 상관관계의 뜻을 설명하는 정도의 개념만 다루고 있다. 이는 실제적인 맥락에서의 통계와 간극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기존의 지필 환경과 달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실생활 맥락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을 통해 데이터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며 산점도와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확률을 경험해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중학교 2학년 확률 단원에서는 통계적 확률인 상대도수의 개념을 사용하여 확률을 도입하고 있다. 이후에는 등확률성을 기반으로 수학적 확률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며, 통계적 확률은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 통계적 확률을 계산하려면 동일 반복의 실험과 관찰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쌓여야 가능하므로 기존 지필 환경에서 통계적 확률을 구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을 활용한다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구하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계적 확률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이에 학생에게 강수확률을 계산하게 함으로써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적 확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수업의 실제 _ 강수확률 구하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관련 성취기준 ● 교수·학습 흐름도와 실제 진행 본 수업은 ‘1차시: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은?’, ‘2차시: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3차시: 통계적 확률로 강수확률 구하기’의 총 3차시 수업으로 진행된다. 매차시마다 학생들은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교사의 발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여 패들렛(padlet)에 적는다. 학생의 답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의 응답에 따라 추가 발문을 하며 토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은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보며 자기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 1차시 _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은? 1차시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데이터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내 생일에는 비가 올까? 우리학교 체육대회 날에 비가 올까?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일까? 등의 질문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고 기상자료개방포털에 접속하여 최근 몇 년 간의 강수량 데이터를 탐색하며, 이를 통해 올해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 보게 한다. 이때, 강수량뿐 아니라 평균습도와 평균풍속 등의 기상데이터를 함께 살펴보게 함으로써 기상 요소들이 강수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학생들은 패들렛에 통계자료와 함께 자신이 예측한 확률과 논리적 이유를 정리하여 적는다. 실제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학생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답했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리가 부족했으며, 강수량 외에 다른 기상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일수 중 비가 온 날로 강수확률을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다양한 응답을 통해 학생들의 확률에 대한 오개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니 비가 올 확률은 50%이다’라고 답한 학생의 응답을 통해 학생의 등확률성에 대한 오개념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강수량뿐 아니라 평균기온, 평균습도, 평균풍속을 함께 고려한 후 습도와 강수량의 관계로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한 응답도 있었다. ● 2차시 _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2차시 수업에서 학생들은 최근 5개년의 기상청 데이터(기온·강수량·바람·습도)를 살펴보고, 요소들에 따라 산점도를 그려보며,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한다.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조건별 검색을 통해 기상데이터를 엑셀파일로 다운받고, 필요 없는 행과 열을 삭제하고 데이터를 통합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후 통그라미 사이트에 데이터 파일을 업로드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산점도를 그려보며 상관관계를 탐색한다. 패들렛에 자신이 선택한 요소와 산점도 사진을 올린 후 강수확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 정리한다. 학생들은 통계수업을 통해 이미 산점도와 상관관계에 대한 개념을 학습한 바 있고, 실제로 산점도를 어렵지 않게 그려냈다. 불필요한 행과 열을 삭제해야 한다는 교사의 설명에 따라 자체적으로 데이터 전처리도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점도의 그림에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답한 학생에게 교사가 상관계수라는 개념을 알려주고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자 상관계수를 기반으로 다시 답을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산점도와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학생들은 강수확률에 습도와 기온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정리하였다. ● 3차시 _ 통계적 확률로 강수 확률 구하기 3차시 수업 시작에서 ‘비 올 확률이 60%라면?’이라는 발문에 대해 학생의 답을 적어보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강수확률 인식을 확인한다. 강수확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강수확률이 통계적 확률(온도와 습도가 비슷한 날 중 실제 비가 온 날의 비율)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야구 선수의 타율, 벼락 맞은 사람이 살아날 확률 등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상황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통계적 확률로 계산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이후 온도·습도·오차범위를 입력하였을 때 통계적 확률을 계산해 주는 웹앱(streamlit을 이용하여 교사가 코딩으로 제작, 학생들에게 배포)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직접 강수확률을 계산해 보며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하게 한다. 오늘의 온도와 습도를 입력하여 강수확률을 계산하고, 실제 강수확률과 비교해 본다. 데이터를 통해 계산한 통계적 확률의 강수확률과 실제 예보된 강수확률이 차이 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수업상황에서는 단순화된 몇 가지의 요소만 고려하였지만, 실제 강수확률을 계산할 때에는 더욱 복합적인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실제 수업을 진행한 결과, 수업의 정리 부분에서 학생들은 강수확률의 의미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으며, 데이터로 계산해 본 강수확률과 실제 예보된 강수확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로 기상청에서 구름의 이동 경로, 구름의 양 등 추가적인 기상 요소들을 고려했을 것이며, 더욱 방대한 통계자료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수업의 의의 및 제언 본 수업은 교과서의 도입과 읽기자료에서만 제공되었던 통계적 확률을 직접 다루어보며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하고, 수학적 확률과의 차이점을 이해하게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실생활 문제상황(강수확률 계산하기)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기상 데이터)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산점도와 상관관계 등의 개념을 통해 실생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통계의 유용성을 경험하고, 수학 학습의 유의미성을 높이며,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학생에게 답을 제시하지 않고, 열린 형태의 질문을 통해 학생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정당화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통계적 소양을 함양하게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응답을 보며 단순 문제 풀이과정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사고과정과 오개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본 수업은 확률·기후환경·코딩 등의 여러 가지 맥락 속에서 수학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배경이 되는 과학적 지식과 강수확률을 구하기 위해 사용했던 코딩을 함께 다룬다면 다양한 교과를 연결한 STEAM 수업으로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분야의 연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과정에서 수학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과 간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직행할 수 있고, 경유지를 거쳐 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이동수단부터 선택하려니 막막했던 것입니다. 즉 훗날에 대한 비전 없이 진로를 정하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목적지와 수단을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진학과 직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진로 지도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각 선택의 미래를 예상해 보는 게 아닙니다. 만일 내가 유학 간다면, 만약에 공대 입학한 후에 의대로 편입한다면, 혹시 생물학이 더 나을까? 진로 지도는 점치는 일도 아니고 확률을 분석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로 지도의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합니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원하는 미래에서 현시점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답이 나옵니다. 진로는 내다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합니다. 성공하고 행복한 ‘미래의 내’가 ‘오늘날의 나’에게 “이리 와. 여기가 바로 네가 가장 원하는 곳이야”라고 손짓하면서 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 행복한 나의 미래 모습에 이끌려야 합니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vocation’과 ‘calling’의 어원이 ‘부른다’라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진로는 밀려서 앞으로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모양새가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밀면 엎어지기 쉽고, 땅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수월합니다. 날 부르는 사람이 ‘미래의 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듬직합니다. 행복한 나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설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비전과 꿈을 먼저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한 50년 후의 미래를 그려봐야 하지만 그 먼 미래를 그려본 학생을 아직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아이들에게, 기껏해야 코앞에 놓인 수능시험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학생들에게 50년 후는 까마득한 미래니까요. 그러나 50년 후라고 해봤자 겨우 학생이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가 아니겠습니까. 그 후에도 한 50년은 더 살아가게 될 백세시대가 아닌가요. 우리는 자주 봅니다. 성공 가도를 달렸던 사람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요.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눈 깜빡할 새 은퇴할 나이가 되었고, 남은 인생에 대해서 전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인생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에게 50년 후가 어려우면 30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게 합니다. 셋 다 그려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시간차 그림에 일관성이 조금이라도 보여야 제대로 된 비전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이제 수단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또다시 갈등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나,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하나. 좋아하는 것을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잘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것 같습니다. 운 좋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문제가 없지만 아쉽게도 흔히 서로 다르기에 갈등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까, 해야 할 것을 할까. 이 역시 갈등의 소재입니다. 엄마나 선생님은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을 강조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지요. 그래서 한숨 쉬게 됩니다. 저는 둘 다 만족시키라고 말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 다 만족시켜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에게 산 오르는 비유로 설명해 줍니다. 제가 운영하는 행복연구소를 둘러싼 북악산·인왕산·북한산을 가리키면서 그중에 하나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어떤 산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봅니다. 학생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산이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맞아요. 크고 작고,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산에 올라가야지 행복하겠지요. 목적지를 선택했다면 이젠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여러 갈래 중에 가파른 암벽을 타는 지름길이 있고, 완만하지만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등산길도 있고, 경치 좋은 등선길도 있습니다. 쉬엄쉬엄 돌아가는 둘레길은 긴 여정이어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암벽 타는 지름길은 기술이나 밧줄이 없으면 실패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잘하거나 잘 해낼 수 있는 길을 택해야 성공합니다. 어느 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문대 출신으로 수학계 스타가 된 허준이 교수가 있는 반면 사이버대학을 졸업해도 세계 정상에 도달한 BTS가 있고, 아예 대학 문턱을 밟지 못해도 실력과 인성이 둘 다 월드클래스인 손흥민이 있듯이,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는 행위 자체의 이유가 단지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서가 되면 안 됩니다. 인생 목표가 지극히 이기주의적이면 훗날 산에 혼자만 덜렁 남아서 고독하게 됩니다. 이유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 쓸모 있고 이롭게 살아갈 때 돈도 벌고 곁에 사람도 얻습니다.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성공하고 행복하게 됩니다. 진로 지도는 현재 존재하는 여럿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꿈과 비전을 지니는 게 시련 앞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게 마음을 먹는 최고의 마음가짐 방법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꿈을 박탈하면 안 됩니다. 꿈을 빼앗기거나 주입된 꿈인 악몽을 꾸는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니 결국 운에 맡기고 점쟁이를 찾게 됩니다. 유튜브에 한국어로 ‘운세’를 검색하는 횟수가 최근에 두 배로 늘었다는 구글 트렌드 뉴스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꿈을 꾸는 아이는 훗날 비전으로 갈아탑니다.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바로 인재이며 리더입니다. 꿈과 비전은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꿈 깨”라고 하지 말고 달콤한 꿈을 맘껏 가슴에 품도록 허락합시다.
너무나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 2023년 7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수십 대를 맞았다는 소식은 교육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 곧바로 7월 18일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이 전해지며, 충격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이후 한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 방학 중 근무를 위해 이동하던 선생님이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 군에 입대한 선생님에게까지 연락하고 민원을 넣은 일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부당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친 교권침해,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던 선생님들은 더는 참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부당한 교육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생에게 맞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의 경험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졌다. ‘안전하게 학생을 지도할 권리’를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교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모여 뜻을 모았다. 자리를 함께한 선생님들은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교육당국에 엄중하게 제도 마련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교권보호 4법의 통과 +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2023년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1호 안건으로 의결되었다.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기본법」 등 교권보호 4법 개정안에는 ①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 ②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③ 보호자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한 의무 부여, ④ 피해교원의 확실한 보호 및 가해학생 조치 강화, ⑤ 정부 책무성 및 행정지원체제 강화, ⑥ 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등이 포함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여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검사가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거나 결정하는 데 교육감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렇게 법률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기준도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가 일명 ‘기분 상해죄’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학교는 달라졌을까? 교육부와 교육청의 다양한 교권보호 대책들의 시행 속에서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단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권보호 대책 중 민원대응팀과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응답 교사 중 불과 38.8%만 학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학교장을 책임자로 하는 민원대응팀 구성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 22.1%, ‘모르겠다’ 39.0%로 나왔다. 학생 분리 조치를 요구했거나 들어본 사례는 23.1%이며, 필요하지만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민원에 대한 염려’(62.9%)라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의 설문에서는 ‘민원 응대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설문에 긍정응답 13.6%(1,545명), ‘수업방해 학생 분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부정응답 60.4%(6,869명)로 답했다. 교총의 경우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경험’ 18.6%(2,105명)이며, ‘분리 학생 담당은 교장이나 교감’이 38.5%(4,362명)로 나타났다. 1년이 지나가지만, 학교현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한 교사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 결국 사고가 생기면 민원대응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냐는 현장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학교는 민원대응팀 구성을 위해 지원받은 인력도 예산도 없었다. 학교(學校)의 본업은 교육(敎育)이다. 가장 좋은 학교는 실력 있는 교사, 양질의 커리큘럼, 교육에 최적화된 물리적 환경이 있는 곳일 것이다. 실력 있는 교사를 선발 육성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성장을 가져오는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학교의 시설과 교육자료 개발에 힘쓰면 학교 교육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역할을 국가는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예산이 교사의 성장, 교육과정 연구, 교육환경 개선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교과별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의 투입이나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학급에 30명씩 있는 학교 인근에 새로 건물을 지어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지난 6월 복도를 지나다가 어두워 고개를 드니 복도와 교실은 아직도 형광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질 높은 방과후교육, 돌봄프로그램 확대 같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학생 교육을 잘하라고 학교를 만들고 실력 있는 선생님을 선발해 놓은 것인데 정작 학교는 학생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역할이 교육에서 돌봄으로 변하는 사이 선생님도 학생에게 지식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스승에서 국어·수학을 가르치면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사이 학부모는 학생의 성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점수와 등수로 알려 주는 학원에 교과수업을 맡겨버리고, 남아있던 선생님의 권위 없는 생활지도는 민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지식교육과 생활지도는 학교에서, 돌봄과 보육은 전문기관에서 학교는 ‘교육 맛집’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은 ‘돌봄 맛집’을 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 공간에서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다 보니 둘 다 아쉽다. 교육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 보게 하는 것,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도 달려 보게 하는 것,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 자신이 실수한 일은 스스로 책임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아이 돌보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교사의 교육이 못 먹는 음식을 억지로 먹인 것,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를 뛰게 시킨 것, 왜 억지로 사과를 시키는지, 실수는 누구나 하는데 보상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학교에 교과수업부터 방과후수업·돌봄교실·늘봄학교까지 들어오면 또다시 민원은 증가할 것이다. 이제 학교 안에서 돌봄과 방과후수업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교육 전문가는 학교교육과 돌봄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돌봄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편의주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선생님이 계신다 학교 안을 지나다가 인사를 드리면 내일 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만들고 있다며 수줍은 모습을 보이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부장교실에 모여 그날 있었던 수업의 경험을 나누고 생활지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학부모를 통해 아이가 학교생활을 너무 즐거워한다며 감사의 인사도 종종 듣게 된다. 출근 이후 긴장이 풀어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선생님은 교육자다. 학생의 인격과 인권은 존중하되 때론 잘못을 알려주고 참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조언하거나,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조심스럽다. 그래서 해야 할 이야기도 삼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 아이를 걱정해서 조언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행복으로 사는 선생님들이 아직 많이 계신다. 학생지도에 어려운 환경과 부당한 민원 때문에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꿈꾸는 디지털교육·미래교육의 성패도 선생님께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5월 24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방안은 ‘학교 내 업무 경감’,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 ‘학교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를 큰 축으로 한다. 먼저, ‘학교 내 업무 경감 방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학생 출결 및 공문관리 등 업무를 간소화하고, 디지털 인력 지원과 에듀테크 개발을 통하여 교사의 수업 준비 및 행정업무를 경감하며, 학교 내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여 관련 업무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은 교육청에서 학교 밖 시설 및 미취학 학생을 관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업무체제를 개선하며, 교육지원청 학교 지원 전담 기구 법제화 및 예산·인력 지원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과제 상시 발굴·개선·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정책별 업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의무화 등 사전 점검 체계를 신설하며,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협업 네트워크 강화 및 우수사례를 확산한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이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은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주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담임교사가 매일 처리해야 하는 단순·반복업무인 출결관리를 학부모가 결석신고서와 증빙자료를 스캔해 나이스에 올리면 담임교사가 이를 승인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받는 온라인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교사의 부담을 덜어 준다. 이는 기존에 수기로 행해지던 행정업무의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작점이란 상징적인 의미에서 학교 행정업무 경감의 본질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모든 학교 관계자가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기기와 디지털튜터 등을 지원하고,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도 반가운 내용 중 하나이다. 당장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시행에 들어가지만,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디지털 관련 수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기기를 보급하고 디지털튜터 등 기술 전문가 및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학교의 디지털 혁명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교육청이 미취학 아동에 대한 후속 관리 및 취학 관리 전담기구 운영의 정상화를 통하여 미취학 아동에 대한 소재·안전을 확인하고 취학 관리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진즉 교육청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재정난 등의 이유로 이제야 시행하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큰 짐을 덜어 준 고마운 일이다. 이 외에 교육청의 학교회계 예·결산서 온라인 일괄 공개 및 교육환경에 대한 현황 조사 및 순회 점검·실적 보고 업무 수행, ‘함께학교 플랫폼’ 내에 학교 행정업무 경감 소통 채널 별도 구축, 교육정책 발표 전 행정업무 영향평가를 통해 학교 행정업무 증가 여부 의무적 확인,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행정업무 경감 네트워크 강화 및 교육부와 학교 현장 간 상설 협의체 구축 등의 정책도 함께 발표되었다. 이러한 정책 수립의 의도와 교육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 ‘앞서 언급한 정책들만으로 교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학교 행정업무는 어떻게 경감되어야 하는가? 거창한 내용보다 소소하고 일상에서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변화, 이것이 진정 학교에서 바라는 학교업무 경감의 요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 그 중요성이 부각된 기초학력업무의 담당자는 새 학년 시작 전,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위해 학습지원튜터 및 각종 강사를 섭외하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채용 공고 등 각종 절차를 통해 인력을 채용한다. 이러한 업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2월에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교육청에서 시기와 업무 특성에 맞게 선제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감은 또 어떠한가? 관리자로서 수행해야 할 수많은 업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수시로 필요한 기간제교사·시간강사 등의 채용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올 2학기 늘봄학교 전면 도입과 관련하여 교육지원청에서 늘봄실무사를 일괄 채용하여 배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및 각 부문의 강사 채용을 교육지원청에서 일괄 신청받아 채용 후 학교에 배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이는 교원들의 업무를 경감해 줄 뿐만 아니라 강사들이 여러 학교에 동시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한 후 계약하지 않아 학교에 혼란을 주는 사례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교업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학교가 바라는 진정한 행정업무 경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업무 경감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RPA 시스템(사람이 수행하던 규칙적이고 반복적 업무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로 자동화) 구축, 학교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엑셀 프로그램 개발·배포, 서울교육일자리포털 구축, 입학준비금 온라인 신청 시스템 개선, 교육지원팀 및 학교폭력업무 담당자 수업시수 경감 강사비 지원, 공통 안내 가능한 가정통신문을 교육청에서 학부모에게 일괄 발송, 전입생용 교과서 보관·배송시스템 도입 등은 교육청의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다양하고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대학생 보조교사 교당 2~6명 배치로 도서관 장서 정리 및 행사 등 보조, ‘교육지원청의 기간제교사 채용’, ‘불필요한 공모사업 과감히 폐지’, ‘어린이 놀이시설 정기시설검사 및 수질검사 등 기존 학교에서 부담하던 업무를 시교육청이 직접 관리·감독’ 하기로 했다. 또한 울산광역시교육청의 ‘학교 공문 연동제’, ‘가정통신문 업무처리 절차 간소화’, ‘공모사업 총량제’ 등도 타 시·도교육청에서 참고할 만한 방안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단말기 134만 대와 충전보관함 5만 대에 대한 통합 유지·서비스를 교육청이 직접 맡아서 한다. 스마트단말기와 충전보관함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카카오채널 등을 통해 상담받고, 모바일 A/S 접수를 하는 것도 학교 업무 경감의 훌륭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각종 서류 최소화 및 종이문서 폐지’, ‘각종 교육주간 결과의 의무보고 폐지’, ‘체험학습 신청과 보고 방법 간소화’, ‘학교 여건이나 구성원 협의에 따라 학부모 상담주간 자율 운영’ 등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담주간 운영’은 그 시행과 관련하여 법령에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당연한 것처럼 학교정보공시와 맞물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년 초인 3월과 2학기에 일률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는 학교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3월은 학생과 교사가 새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아직 학생과 교사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잘 알지 못하는 때여서 상담의 효과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이를 지침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되는 일이 흔한데, 이를 학교 자율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비록 소소하지만 학교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행하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 시·도교육청의 훌륭한 사례들을 협의기구 등을 통하여 서로 벤치마킹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학교현장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 업무 경감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교 교직원들에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문성을 키워 나가며 학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학교 업무 경감 방안이 보여주기식 업무 경감, 인기몰이식 업무 경감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교육청과 행정구청 등 여러 관련 기관이 학교가 교육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를 위해 다양한 위치에 있는 교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학교는 보다 빨리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주목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규모 변화 한국 사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명백한 현실이다. 1982년에 약 1,000만 명에 달했던 초·중등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반면 학교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소규모학교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대도시에서는 과대·과밀학교 문제와 함께 도심 외곽과 구(원)도심에서 발생하는 소규모학교로 인한 ‘학교 규모의 양극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과대·과밀학교가 부각되고, 외곽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 결과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의 양극화 대도시에서는 학교 규모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는 학부모(학생)의 선택(인구 이동)에 따라 인접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 간 규모의 편차가 증폭(학교 규모 양극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초등학교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 부산, 경기 고양·파주·김포·부천, 충남 천안·아산, 경남 김해, 전남 순천·광양·나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지자체에서뿐만 아니라 통학구역 내에서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가 공존하면서,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학습결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과대·과밀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아서 교사들이 학생을 개별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규모학교에서는 학생수가 적다보니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기회가 제한된다. 따라서 학교 규모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학습결손과 학교 규모의 관계 학습결손은 학교교육 내·외부 여건의 흠결로 말미암아 학습자의 학습결과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사회적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습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과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 학습결손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과도한 학생수는 교사의 개별지도 시간을 줄이고, 학습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적은 학생수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져 학습동기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급 규모는 단순히 교실 내에서의 학습환경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져 개별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팀워크와 협력학습의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 학급편성 기준 탐색을 위한 4가지 모형 제안 국내의 학교 규모와 적정 학급수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학교운영의 효율화 측면 및 교육재정 측면에서 적정한 규모를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즉 학교 규모가 어느 정도일 때 학생의 교육적 성장이나 학업성취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 또는 경영 관점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재정적 효율화 관점이 아닌 학습결손 방지를 위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탐색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학급편성 기준의 편향성을 보완하고, 학교의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력 제고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학급편성 기준을 제안한다. 첫 번째, 전문가 판단 모형은 교육 전문가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효과, 교사의 교육여건, 학교의 물리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전문가 판단 모형은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지만, 교육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우수학교 모형은 우수학교의 학급편성 사례를 기반으로 학급 규모를 설정하는 모형이다. 우수학교의 성공적인 학급편성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학급편성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모형은 검증된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세 번째, 데이터 분석 모형은 학급 규모와 학습성취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성취도, 학급당 학생수, 교사의 교육여건 등을 분석하고, 최적의 학급 규모를 도출한다. 데이터 분석 모형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신뢰성이 높고,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3가지 모형은 관내 교원으로부터 수집된 자료 및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DSS 데이터와 같은 숫자로 양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 운영 맥락 모형은 질적 분석으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을 반영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맥락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숫자로 양화된 자료보다 실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편성하고 운영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여러 맥락(학교의 교육과정, 교사의 교육 스타일, 학생들의 학습 특성 등)에 대한 고려 아래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학교급별로 맥락적 기준은 A 기준(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B 기준(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필요 최소한 기준)으로 구분한다. 학급편성 기준은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의미한다. 학교 규모는 정적인(static) 속성보다 지역 및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라 학교 규모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특징은 초등학교에서 더욱강하게 나타나며,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지역과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이상 4가지 모형을 통해 다음 표와 같이 학교급별 규모의 기준(예시)을 도출해 볼 수 있다. 학급 규모에 대한 검토에 앞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학급 규모에 대한 ‘기준’ 설정이라 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급 규모는 교육과정 및 수업과의 관련성으로 인하여 절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준(안)은 어디까지나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예시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향후 각 지역교육청이 학교 규모 및 학생배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참고가 될 수 있는 상대적인 기준이라는 점이다. 정책 대응방안 3가지 지역별로 학교 규모와 학급편성에 관한 기준 도출 이후 지역청 수준의 정책적인 대응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및 학급 규모에 관한 진단 및 모니터링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 이동으로 인한 학교 및 학급 규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교육행정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군·주의군으로 분류된 학교들을 선별하고, 맞춤형 정책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개발이 필요하다.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영역과 분석에 활용할 지표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학교 및 학급 규모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모니터링하고 현황을 진단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학생수·학교수, 학교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의 현황이나 변화 추이만을 살펴보는 것으로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기 어렵다. 실효성이 있는 원인 진단과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해서는 투입·과정·결과 측면에서 교육여건, 인적자원, 시설환경, 교육재정투자, 교수·학습과정, 구성원 간 관계, 학교운영참여, 교육 이수, 교육만족도, 교육성과, 사회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학교 규모의 변화와 규모 감소의 원인을 고려한 단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맥락적 기준을 반영한 학교 규모와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적 기준을 반영해서 학교 규모를 각각 제시하였다. 해당 값들을 놓고 볼 때, 학교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은 1) 학급수가 적정 규모 이내에 있지만 적정 규모의 하한값으로 줄어드는 경우 → 2) 학급수가 적정 규모의 하한값에서 최저 규모로 변화하는 경우 → 3) 학급수가 최저 규모에 해당하는 경우 → 4) 학급수가 최저 규모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학교가 처한 상황과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정책방안을 구분하여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첨언하건대 적정규모를 위한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은 재정을 단위학교에 지원해 주기만 할 뿐, 단위학교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인적자원과 교육환경까지 아울러 개선 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직원 정원은 학급수를 기반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수가 일부 증가하더라도 교직원 정원은 눈에 띌 정도로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규모화 되어가는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재정’인지, ‘교원’인지, ‘행정업무감축’인지, ‘행정전담인력의 충원’인지 등 학교가 요구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소규모학교에 ‘재정만 지원’하는 것은 자칫 ‘소규모학교 살리기의 역설2’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학교에 보육업무를 맡기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위반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양성되고 임용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도 보육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찍어 누르듯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적대적 감정만 키웠다. 늘봄학교 갈등은 디테일 부족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롭게 만든 ‘저출생 대응 교육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저출생 교육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김태일 전 국가교육위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나 순응을 강요하기보다 타협점을 찾고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인 양 타박하고 눈치 주기보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9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한국외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저출생 교육특위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교육이 저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 또 저출생에 맞춘 교육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최전선에 선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경쟁교육이 저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지금 2030세대는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도 스펙인 삶을 살아온 세대다. 이들은 교육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 몇 등을 했느냐가 어른이 돼서까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콕 짚어 말하기 어렵다.” 치열한 대학입시가 저출생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는 줄어 대학의 문은 그만큼 넓어졌다. 대학 진학 경쟁은 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아니라 대학을 나와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답을 내놓는 것이 국교위의 역할이라고 본다. 솔직히 요즘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에 나왔지만, 손에 쥐는 게 없다고 여긴다. 그저 살아온 삶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뿐이다. 때문에 아이를 낳아서 이런 과정을 또 살게 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 그러니 대학입시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당장 결혼 비용부터 의식주 문제까지 먹고사는 게 발등의 불인데 누가 20년 뒤를 생각하겠는가.” 그럼에도 국교위에서 입시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데. “뭔가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그래도 우리 사회가 미래에는 조금 달라지겠구나’라는 기대를 젊은 세대에게 심어주고 그들의 세계관 또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세계관을 말하는가.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피라미드 세계관이 아닌 퍼즐 같은 세계관을 가졌으면 한다. 얼마나 높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자기만의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지만, 경쟁이 전부여선 안 된다. 개인의 역량을 넘어 집단 속 협응력, 즉 사회를 움직일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각각 다른 삶을 살아도 자신만의 존엄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국교위에서는 저출생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려 하나. “속단하기 힘들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교와 교육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찾으려 한다. 학교라는 공간을 지금처럼 유지해도 되는 것인지,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학교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은지, 심각한 괴리현상을 빚는 교원양성체계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이다.” 교원양성체계가 왜 괴리를 빚고 있다고 여기나. “지금 교사들은 교육을 위해 양성됐다. 하지만 저출생 시대 학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보육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보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학교의 중요한 기능이 됐다. 또 초등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도 보육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교사들은 ‘보육은 가정에서 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학교는 애 키우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분들이 거친 양성과정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보육의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맞벌이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시대 아닌가. 학교의 보육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조건 애 낳으라고 하면 누가 낳겠는가. 한 자녀라도 잘 키워낼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교사에게 보육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맞다. 학교의 돌봄기능, 즉 보육이 강조되면서 사명감에 충만해 교단에 섰던 선생님들과 학부모의 관계가 어느 순간 ‘교육공무원’과 ‘민원인’으로 달라져 버렸다. 그러니 교사들 입에서 계약조건 위반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앞서 말했지만, 그들은 교대 입학할 때부터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양성과정을 거쳐 임용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대가 달라졌으니, 보육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면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정부도 (교사들의) 희생을 무조건 강요하지 말고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국교위가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보인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게 뭐 있냐’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국교위는 우리 교육의 10년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기구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만약 교육부만 존재했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교위는 한계보다 가능성이 더 큰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국교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육부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뭔가 파격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거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큰 반발이 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강행하는 경우가 많더라. 일단 방향이 좋다고 생각되면 던져놓고 찍어 누르듯이 밀어붙인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현장과 소통을 통해 설득하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정상인데 무작정 톱다운으로 밀어붙이더라.”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면 집행도 해 보기 전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는 것 같다.” 이주호 장관 이후 많은 정책이 나왔다. 대체로 이런 패턴을 보이는데. “정책 의도는 좋다. 예컨대 늘봄학교는 보육을 위해 필요하다. 무전공 입학도 학생들의 전공선택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결국은 디테일의 문제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실정에 안 맞아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면서 ‘우리(교육부)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겠다’는 유연한 자세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반발만 키운다. 좋은 일 하면서 오히려 적을 늘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교육부가 너무 성과에 집착하는 거 아닌가. “그만큼 그동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게 많았고, 또 해야 할 일들이 미뤄진 게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일이 너무 많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영화의 새로운 세계 만나볼까?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BIFAN)가 7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로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부천아트센터,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아트벙커B39, 웹툰융합센터, CGV소풍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즐길거리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동안 야외무대 등에서 우천 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기에, 안정적인 행사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5월 개관한 부천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부천아트센터 무대에서 개막식을 개최한다. 1997년 첫발을 내디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축제다. 첫해 킹덤 심야상영 열풍을 주도했으며, ‘블루무비 특별전’을 비롯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특별전으로 검열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와 ‘볼리우드 특별전’으로 두터운 국내외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미국 영화매체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호러 영화제’(드레드센트럴), ‘세계 최고 15대 장르영화제’(무비메이커)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 풍부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84개국에서 전 부문 총 3,418편이 접수되며, 전년 대비 20.27% 증가하며 역대 최다 출품작 수를 기록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 27년간 독특하고 차별화된 장르 영화를 선별하여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놀이터를 제공해 온 BIFAN은, 올해 AI 사업부문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폐막작과 AI로 만든 영화들 그리고 특별전을 소개한다.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Love Lies Bleeding), ‘마성의 커플’이 궁금하다면? 사랑은 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구원일까, 한낱 욕망의 찌꺼기일 뿐일까?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인 ‘아버지’(에드 해리스)의 그늘 아래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체육관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0.0001초 만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예기치 않는 사건 이후 루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잭키와, 그런 잭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루. 두 사람은 깊은 곳 은밀히 숨겨온 어두운 가족사와 절망적인 현실의 끝, 그 어딘가를 향해 질주해 간다.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영국의 여성 감독 로즈 글래스가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다시 발휘했다. 그녀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폭력적이고 거친 에너지와 화려하지만 특유의 퇴색한 이미지, 팝 음악이 어우러져 80년대 범죄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했다. 영화는 사랑과 욕망, 뒤틀린 유머, 통제할 수 없는 관계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벗어나기 위해 질주하는 인간에 대한 한편의 희비극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 중 범죄에 연루된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육관 매니저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는 루 역을 맡아 가장 자신을 잘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친다. 특히 운명적으로 만난 잭키와의 사랑을 계기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도 끝없는 사랑으로 연인을 지키며 가족에게 벗어나려고 변화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슈퍼 범죄 로맨스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이외에도 에드 해리스, 안나 바리시니코프 등 화면을 뚫고 나오는 징글징글한 에너지와 매력으로 충만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통렬한 풍자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로즈 글래스 감독은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4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 초이스: 장편’ 작품상을 수상한 능력 있는 감독이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도발적인 시선 그리고 특히 여성의 액션이 돋보이는 특별한 영화다. 장르의 감각적인 변주를 끌어내는 배우들의 파워풀한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개막작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 … 범죄도시 시리즈보다 더 액션감 넘친다!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가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와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홍콩 액션 영화계의 거장 두기봉 사단의 정 바오루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전드 액션 스타 홍금보와 고천락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액션 스릴러 영화다. 지난 5월 1일 홍콩에서 개봉해서 1억 홍콩달러(HK$)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해 역대 홍콩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작이다. 특히 정교하게 재현된 ‘구룡성채’의 디테일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홍금보 등의 배우들이 펼친 명연기는 1980년대 홍콩 액션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은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라고 밝혔다. AI 영화제작이 가져올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심지어 제작비가 ‘0’원인 작품도 있다고?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AI를 영화 제작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올해 론칭하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는 총 114편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출품됐다. 영화제 선정위원회는 AI 기술이 텍스트(각본)·오디오·비디오 부문에서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 활용을 필수로 한 작품 중 작품성·예술성·독창성 등의 서사와 AI 기술 활용도 등의 요소를 종합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한국영화로는 4편이 선정돼 눈길을 끈다. 먼저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이 있다. 권 감독은 “제작비가 ‘0’원”이라는 말로 놀라움을 더해, AI가 구현해 낸 영화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박성원 감독의 언더 더 사인 오브 문, 배준원 감독의 폭설, 차세환 감독의 파이널 씬은 현대 AI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영상 이미지와 사운드의 완성도와 함께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한 각본, 캐릭터 구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국내외 뉴미디어 전문가와 영화 전문가로 구성된 본선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작품상·기술상 그리고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관객상이 발표될 예정이며, 수상작에는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AI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화두로 던지는 올해 BIFAN은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신설 외에도 세계적으로 AI 영상제작을 선도하는 중량감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영화제 기간에 ‘BIFAN+ AI 콘퍼런스’(7월 5일~7일)를 개최한다. 본선 진출작 중 어나더를 연출한 데이브 클라크 감독 역시 연사로 참가할 예정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거대 제작 자본에 접근이 어려운 창작자들이 AI를 통해 제작비로부터 창작의 자유를 얻길 바란다. BIFAN은 올해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최소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정보와 체험의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AI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놓치지 말자!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데뷔 23년 차 ‘독보적’ 배우 손예진 “존경하는 선배님들 뒤를 이어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배우 인생에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손예진 배우를 선정한 후, 그가 한 말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7년부터 한국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도연·정우성·김혜수·설경구·최민식에 이어 손예진 배우가 올해의 배우로 선정됐고, 그의 빛나는 행보를 한마디로 축약한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 특별전을 진행한다. 손예진 배우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빛낸 후 영화제 동안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손예진은 국내외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을 비롯해 대종상 3회, 백상예술대상 6회, 청룡영화상 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회 등 50여 회 수상했다. 특히 외출로 제5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제15회 중국 금계백화장(金鷄百花奬)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배우 특별전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출연한 영화 6편을 다시 볼 수 있다.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두 주인공 ‘지혜·주희’를 연기한 클래식(2003), 기억을 잃어가며 슬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의 ‘수진’, 두 남편과 결혼한 발칙한 아내 역을 맡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주인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호러 로맨스를 보여준 오싹한 연애(2011)의 ‘여리’,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히스테릭한 ‘연홍’을 연기한 비밀은 없다(2016),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의 애환과 비통함을 기품 있게 그려낸 덕혜옹주(2016) 등이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손예진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정형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독보적인 매력의 21세기 대표 배우다. 작품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연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온 그의 깊이 있는 연기 세계를 함께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손예진 배우의 대표작들을 부천에서 다시 만나보자.
생태 환경 수업 대백과 100 (전상현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432쪽, 2만5,000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탄소중립 선도학교를 담당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엮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생태전환교육 및 ESD 환경교육 중심의 수업과 활동으로 구성했다. 여러 교과나 행사에 맞는 수업 준비물과 지도방법, 팁을 담고 있어 현장에서 필요한 수업 아이디어를 바로 찾아 응용할 수 있다. 상상하는 공학 진화하는 인간 (KAIST 기계공학과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16쪽, 1만9,800원) ‘기술 혁명 시대’에 나날이 고도화되는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비전공자들을 위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27명의 지식을 한데 모았다. 첨단 기술의 원리와 적용 사례, 그리고 발전 가능성까지 깊이 있는 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람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계와 융합해 진화할 가능성까지도 살펴본다. 미래형 교육혁신, 국제바칼로레아 IB (김은미 지음, 리케이온 펴냄, 205쪽, 1만5,000원) IB 교육이 생소한 교사·학생·학부모를 위해 IB 교육 전반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IB 교육이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실수업 개선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핵심 가치와 주요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한다. 독자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해 스위스 IBO 홈페이지의 내용을 개조식 서술과 표로 담아냈다. 챗GPT 사용설명서 버전업 2024 (송준용 등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484쪽, 2만5,000원) 점점 사회인의 필수 소양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챗GPT 사용법을 한 권에 담았다. 플랜별 성능 차이와 요금 같은 기초 정보부터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고급 프롬프트 입력까지 단계별 스킬을 알려준다. 오픈 AI에서 제공한 가이드와 검증된 사용자들의 팁,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검증해 바로 쓸 수 있는 분야별 프롬프트 템플릿을 제공한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하루 문학 여행 (국어 선생님 97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320쪽, 2만2,000원) 현직 국어교사들이 문학작품 속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97명의 교사가 주요 작가의 활동 공간과 문학작품 속 배경이 되는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방문지에서 주목할 점, 작품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답사 전후에 필요한 활동을 소개해 의미 있는 체험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바빌론의 부자 멘토와 꼬마 제자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김용준 번역, 퍼스트펭귄 펴냄, 308쪽, 1만8,500원)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절대 변하지 않는 부의 원리를 담아낸 위대한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바빌론 최고의 부자’를 새롭게 펴냈다. 고대 바빌론의 점토판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 책은 어려운 경제 용어 대신 흥미진진 이야기 속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부의 원리를 알려준다. 페트병 속 물고기, 루비 (윤제훈 지음, 2H 그림, 하움출판사 펴냄, 168쪽, 1만4,000원) 현직교사가 쓴 환경동화. 물고기 루비가 지구온난화로 위험한 병에 걸린 친구를 구하기 위해 겁 많은 소년 현성과 함께 한라산으로 떠나는 모험담이다. 어린이들이 환경문제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즐거운 소음 (폴 플라시시먼 글, 에릭 베도스 그림, 정지인 번역, 다산어린이 펴냄, 172쪽, 1만7,000원) ‘두 사람을 위한 시’라는 부제를 가진 독특한 시집.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두 개의 단으로 구성돼 있어 함께 낭독할 사람이 필요하다. 친구나 교사, 학부모와 짝을 지어 일정 부분까지는 함께 읽다가 일정 구간은 번갈아 가면서 읽도록 돼 있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개성을 인정받아 1989년 뉴베리 대상 수상을 비롯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인간관계는 고슴도치의 사랑과 같다” 고슴도치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를 입는다. 상대의 가시에 찔리는 탓이다. 다치지 않으려 상대방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외로워진다. 그래서 또 다른 고슴도치에게 다가가고, 아픔을 겪기를 거듭한다.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별다르지 않다. 사이가 가까워지면 상대 때문에 힘들어지고, 멀어지면 쓸쓸해진다. 이렇게 사람들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를 끝없이 오가며 고통받는다.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r, 1788~1860)의 말이다. 학교에서의 사람 사이도 비슷하다. 7월은 1학기 끝물에 접어드는 시기다. 첫 만남의 서걱거리고 어색한 분위기는 진즉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끼리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도, 선생님들끼리도 살갑고 친근한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가까워진 만큼 사이가 삐걱대는 상황도 점점 많아질 테다. 선 넘는 학생, 경우 없는 동료 탓에 마음고생하는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거리 두기’를 강조한다. 적절히 떨어져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로 ‘예의’를 강조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를 갖추어야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적겠다. 안타깝게도, 교사는 좋은 관계에 필요한 적당한 선을 계속 넘나드는 직업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싫은 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이를 간섭으로 느끼며 맞서는 아이들도 적잖다. 그때마다 우리는 감정노동에 휩싸인다. 안 좋은 말을 하고,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동료 선생님과의 관계도 그렇다. 일이 존중과 배려만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기 마련, 불편한 소리가 오가고 마음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사이는 고슴도치끼리의 사랑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픔을 겪지 않으면서도 정겹게 학교생활을 꾸릴 방법은 없을까? 이 물음에 쇼펜하우어는 돌직구를 날릴 듯싶다. “희망을 버리세요. 우리의 삶은 고통일 뿐이니까요.” 절망을 느껴야 마땅하겠지만, 오히려 그의 말은 선생님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간다. 왜 그럴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희망을 버려라”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라고 불린다. 그는 희망을 품지 말라고 대놓고 주장한다. 세상은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며, 여기서 벗어날 길이 없는 탓이다. 상대방을 더 좋고 낫게 바꾸겠다고? 절대 성공하지 못할 노력이다. 사람이 어디 바뀌던가. 인간 개조를 외치는 그대는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는가. 자기도 자신을 못 바꾸는 주제에, 어떻게 자기가 남들은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단 말인가? 쇼펜하우어는 성격은 타고난다고 잘라 말한다. 이를 그는 ‘예지(叡智)적 성격’이라 부른다. 이는 경험 너머에 있는 마음의 본바탕을 일컫는다. 현대 과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DNA에 새겨진 성품’이라고 이해해도 될 듯싶다. 예컨대 소심한 마음이나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은 타고난다. 이를 억지로 고치려 해 봤자 상처받는 경험만 늘어날 터다.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본래 성격을 알지 못한다. 여러 사건과 경험을 겪으며 알아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쇼펜하우어는 ‘경험적 성격’이라 한다. 7월쯤 되면, 서서히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경험적 성격이 쌓여간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라면 학교에서 부딪히는 여러 갈등선 앞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할 듯싶다. 어차피 사람은 안 바뀐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조금씩 ‘획득 성격’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시행착오와 체험을 통해 깨달은 한 사람의 본바탕이다. 나와 상대의 획득 성격을 제대로 헤아렸다면 관계는 부드러워진다. 예컨대 소심한 아이에게 활발하게 나서라고 다그치지 않으며, 밝고 활기찬 아이에게 과묵해지라고 내리누르지 않게 된다.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고 있다. 그러니 자신들만의 결을 잘 읽어서 성품대로 지내도록 하라. 어찌 보면 상식적인 소리다. 주변 사람은 고통의 동반자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은 보다 깊숙이 들어간다.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그의 외침에는 숱한 위로가 담겨 있다. 우리 삶은 ‘맹목적인 의지’가 지배한다. 의지는 헛헛한 욕망을 채우려 발버둥 친다. 그래서 우리에게 행복의 순간은 짧고 결핍과 불행이 일상을 짓누른다. 스트레스와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도 생활이 신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지루함과 헛헛함이 찾아드는 탓이다. 쇼펜하우어는 늘 이렇게 세상을 어둡게 바라본다. 그렇기에 되레 그의 철학은 일상을 견딜만하게 만들어 준다. 세상은 밝고 행복한 곳이라고, 내 학교생활도 장밋빛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믿을 때, 일상은 오히려 더 괴로워진다. 높은 기대치 탓에 소소한 답답함과 괴로움도 버겁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반면 세상은 어둡고 슬픈 곳이며, 내 학교생활에도 볕 들 날이 없다고 여길 때는 어떤가? 낮은 기대치 덕분에 적은 즐거움과 작은 성과도 큰 기쁨으로 다가오곤 한다. 일상을 대하는 마음의 각오 역시 훨씬 단단해질 테다. 나아가, 그의 주장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 상태에 있는지를 새삼 깨닫곤 한다. 우리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일 뿐, 행복은 당연하게 넘겨버리지 않던가. 예를 들어 맛있는 급식과 쾌적한 에어컨에 우리는 좀처럼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 점심이 나오지 않을 때, 고장 후 수리했을 때만 잠깐 그런 마음을 품을 뿐이다. 반면 아이가 안 가져온 결석계,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몇몇 아이의 표정은 온종일 정신을 뒤흔든다. 우리는 은연중에 일상은 어떤 고민도, 문제도 없이 해맑아야 한다고 믿기에, 이런 ‘소소한(!)’ 사안들 탓에 괴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상태에 있는 셈이다. 큰 고통에 휘둘리고 있다면 이런 자잘한 문제에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리라. 그러니 충분히 행복한 우리는 눈높이를 낮추어 마음을 내려놓고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주변 사람은 ‘고통의 동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꼴사납고 이해 못 할 학생이나 동료 탓에 힘든가? 인생은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고통이다. 나를 괴롭게 하는 상대방도 나름의 아픔과 힘듦을 겪느라 삐딱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사람도 나만큼 힘들고 괴로운 상태에 있다. 그러니 연민의 마음을 품고 상대를 바라보라.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면 괴롭지 않다” 물론 이렇게 상대를 대하기란 도사가 되어야 가능할 듯싶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시선을 또 한 번 바꾸어 준다. ‘관조(觀照)하는 눈으로 보라. 그러면 괴롭지 않다.’ 사는 곳 근처에서 폭발하는 화산은 엄청난 재앙이다. 그러나 내 삶과 관련 없을 때는 대자연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일 따름이다. 쇼펜하우어는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인생은 고통이다. 고통은 욕망 탓에 생긴다. 비극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발 물러서,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인 듯 바라보라. 고통을 내가 마땅히 치러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은 더 높은 수준으로 거듭나게 될 터다. “파테이 마토스, 고통에서 배워라” 쇼펜하우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도, 여전히 학교에서의 문제와 마음고생은 사라지지 않는다. 매일 같이 거듭되는 감정노동은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쇼펜하우어는 여전히 위안을 준다. 인생은 고통이다. 그렇지만 고통은 우리를 더 고귀하고 수준 높은 깨달음으로 이끈다. 멀리, 빠르게 화살을 날리기 위해서는 활대를 힘주어 당겨야 한다. 고통으로 가득한 일상도 그렇다. 깨달음과 성장은 고통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존경받는 원로 선생님의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떠올려 보라. 그 분에게서 뿜어 나오는 담담한 지혜에는 긴 세월 동안 겪은 분노와 좌절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파테이 마토스(pathei mathos)’는 ‘고통을 통해 배우다’라는 뜻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마음 내려놓음’도 그렇다. 인생은 고통이다. 아픔과 어려움은 인생이 마땅히 치러야 할 숙제와도 같다. 깨달음과 편안함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열린다. 지혜는 겪어야 할 것을 다 겪고, 느껴야 할 것을 다 겪으며 영근다. 7월은 학년도의 절반을 마무리할 때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격한 교직생활에서 한 발 떨어져 숨을 고르게 하는 ‘작전 타임’과도 같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며 학년도의 나머지를 성장으로 가득 채우셨으면 좋겠다.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재이해 서이초 사태 이후 만들어진 ‘교권보호 5법’과 후속 조치로 인해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크게 줄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돼서 수사를 받는 교사의 경우에도 시·도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내면 86%가 불입건·불기소 등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홍다영, 2024).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 건으로 형사처벌 받는 교사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2024년 1월, ‘뺨 때리고 음식 고문까지’ 한 것으로 의혹받는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을 들 수 있다(박아름·진선우, 2024).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으로 인해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사회의 범죄나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CCTV도 설치되어 있어서 ‘분노폭발에 따른 아동학대’가 교사 자신에게도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올 것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자제력 고갈’과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자제력은 소모성의 유한 자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이 제시한 ‘자기조절 강도 모델’에 따르면 의지력(자제력)이란 한정된 양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내면적 역량이다(Muraven, Tice, and Baumeister, 1998. Mischel, 2015: 259에서 재인용). 이들에 따르면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의지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심리적 근육이 피로해지고, 그 결과 충동억제 의지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히쓰와 히쓰(Heath Heath, 2010: 25-27)도 인간이 가진 자제력은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의 하나로 ‘음식 지각력 연구’를 들고 있다. 이 실험의 1단계에서는 배고픈 상태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팀(쿠키 팀)은 초콜릿칩 쿠키를 먹도록 허용하였고, 다른 한 팀(무 팀)은 바라보고 냄새는 맡지만, 먹지는 못하게 하고 대신 무를 먹도록 하였다. 2단계에서는 ‘푸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퍼즐’을 제공하여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수행하다가 포기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쿠키 팀은 평균 19분 동안 퍼즐 풀기에 임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4번의 성의 있는 시도를 수행했다. 반면 무 팀은 쿠키 팀이 소비한 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분 후에 포기했고, 가까스로 19번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히쓰와 히쓰는 무 팀이 그렇게 쉽게 포기한 이유를 근육 피로도의 원리로 설명한다. “헬스클럽에서 벤치프레스(벤치에 누워 역기나 아령을 올리는 운동)를 할 때와 같은 원리이다. 첫 번째는 들어올리기가 쉽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근육은 지치게 되고, 마침내 더 이상 역기를 들어 올릴 수 없게 된다.” 무 팀은 먹고 싶은 쿠키의 유혹에 저항하느라 이미 자제력을 다 써버린 상태였기에 난해한 문제 앞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다수의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자제력이 소모성 자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Heath Heath, 2010: 27).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인 상황과 다를수록 사람들의 자제력은 빨리 소모된다. 평소에 느리게 걷던 사람이 빨리 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속도가 높아질수록 포기 시간이 짧아지는 것과 같다. 결국 자제력이란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잃지 않는 데 필요한 정신근육’이다. 언론에 보도된 보육교사들이 CCTV 앞에서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미 자제력이 고갈되어 충동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이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임을 깨달으면, 보육교사가 아니라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정부의 지침이 아동학대의 주범’임을 알게 될 것이다(손가영, 2016.10.23.). 학생의 자제력만이 아니라 교사의 자제력 또한 소모성의 유한 자원이다. 교사·경영자·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정책 당국자가 이 점을 깨달을 때 자제력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우발적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자제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 자제력(의지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가 자제력 발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캐럴 드웩 연구팀에 따르면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보다 스트레스가 높은 시험기간에 훨씬 더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힘든 정신활동 후에 기력이 저절로 다시 채워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피로한 경험 후에도 의지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힘든 경험을 하면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의지력 저하를 나타냈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했다(Job, Dewck, and Walton, 2010. Mischel, 2015: 262-263에서 재인용).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통제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하지만 이 결론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을 내리려면 한 그룹에게는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도록 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비교 실험을 해야 했다. 더 밝혀야 할 것은 왜 어떤 사람들은 자제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가의 문제이다. 유전적 차이는 그러한 신념의 차이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지력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경험 기회 제공을 통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개인 신념의 차이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자칫 의지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게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그렇게 교육시킨 부모와 학교의 탓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론은 현실의 문제해결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유전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과 환경과 교육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 문제해결이나 개인 이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드웩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의지력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자신의 의지력 수준이 낮다면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지력이 낮은 사람을 개인의 탓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조직과 개인이 도울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재구성하여 감정조절력을 높이고, 자신에 적합한 대처방법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심호흡 운동, 순차적 근육 이완 등과 같은 이완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분노폭발을 예방하는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개인의 자제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앞서 이야기한 교사들의 노동 수준과 강도, 특정 행동이 가져올 보상과 벌의 수준 외에도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 특정 상황 친화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같은 여건 속에서도 자제력을 상실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있는 이유는 자제력 절대 수준의 차이에 기인한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제력 정도에서도 개인차가 크다. 이러한 개인차는 타고난 성품과 학습의 결과로 생긴다. 개인의 자제력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인 ‘특정 상황 친화 수준’, 즉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가령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보육교사를 하고 있을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근무하기 싫지만 상황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성향과 불일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자제력이 빨리 고갈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는 자제력 고갈을 쉽게 경험하더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에서는 더 오랫동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교직 적·인성검사를 강화하고, 교사 스스로 교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되돌아볼 기회를 주며, 나아가 적성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직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녹음과 관련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다만 작년 유명 웹툰 작가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 사건에서 학부모가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녹음한 내용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하면서 다시금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단 이런 학부모의 녹음뿐만 아니라 교원들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상담과정을 녹음해도 되는지를 궁금해하거나, 학생 본인이 학교생활을 직접 녹음하는 일로 벌어지는 문제 등 학교현장에서 녹음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녹음에 대해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주의할 점과 대응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녹음과 관련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과 해석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한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별도로 벌금형이 정해지지 않아 중한 범죄로 취급되며(「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 이처럼 「통신비밀보호법」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하므로,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또 대화하는 사이에서 녹음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를 얻거나 녹음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관련하여 학교에서 자주 묻는 예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 예 ① 학부모와의 전화 통화 과정에서 선생님이 학부모 몰래 녹음함.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선생님 몰래 녹음함. ② 대면 상담과정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학부모 몰래 녹음함.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선생님 몰래 녹음함. ③ 위협을 당하는 학생이 위협하는 학생 몰래 녹음함. ④ 수업 중 소란을 부리는 학생의 말을 선생님이 몰래 녹음함. ⑤ 학생이 선생님의 수업을 몰래 녹음함. 그렇다면 다수에게 말하고 있거나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이를 듣고 녹음할 수 있을 때는 어떨까?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이라고 하였는데, 다수에게 말한다거나 큰 소리로 말한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대화이니까 대화 중이 아닌 사람도 녹음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이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고, 따라서 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행동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4.1.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참조). 또한 ‘공개되지 아니한’이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들리는 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 역시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대화가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닐 가능성도 열어두고는 있다(대법원 2022.8.1. 선고 2020도1007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를 바탕으로 하였을 때, 학교에서 자주 묻는 예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는 예 ①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로 교실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녹음함. ② 선생님과 학부모가 교무실에서 상담하던 중 큰 소리가 들리자, 교무실에 있던 다른 사람이 녹음함. ③ 몇몇 학생들이 누군가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듣게 되자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이 녹음함. 유명 웹툰 작가 사건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했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은 재판이나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위법수집 증거’의 문제도 있겠지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애초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가 수업 중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저쪽에서 학교 다닌 거 맞아, 1·2학년 다녔어,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사례에서 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것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가 문제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담임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이며, 부모가 몰래 녹음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의 연령과 부모가 학생의 친권자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제삼자의 녹음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24.1.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참조). 사실 위와 같은 2024년 1월 대법원의 판례가 있기 전까지 하급심(제1심·제2심) 법원들의 판단은 다른 경우가 다수 있었다. 위 사례도 하급심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보았다가 대법원에서 판단이 바뀐 것이고, 그렇기에 굉장히 주목된 판례였다. 해당 판결에 따라 일반적인 초·중·고 학생들에게 부모들이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행동은 불법한 것이고, 증거로도 쓸 수 없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있던 유명 웹툰 작가의 판결에서는 여전히 문제 된 녹음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중적인 관심이 쏠린 이 사건의 판결로 학부모들은 법원에서 문제없음을 인정해 주었다며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경우가 빈발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학생이 장애학생이어서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주요한 근거로 삼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고, 이후 제2심과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구체적인 검토 없이 자녀에게 녹음기를 부착시켜 보내는 학부모들의 행동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큰 위험한 행동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만 아니면 될까? 이렇게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 대화자 간 몰래 녹음의 경우 범죄가 되지 않으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데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법원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를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며 음성권을 인정하였다. 다만 녹음에 대한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비밀녹음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음성권이 문제 된 사안에서 녹음된 내용에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없고, 증거 확보의 긴급성이 있으며,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이 법원이나 수사를 위한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에만 사용하였다고 하여 몰래 녹음한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7.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음성권 침해 여부는 녹음된 내용과 몰래 녹음하게 된 경위, 그리고 녹음된 내용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가 핵심이다. 만일 학부모가 교사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음성권 침해로 손해를 배상하게 될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학부모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고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녹음된 내용은 방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함부로 유포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가 아닌 학생 스스로가 녹음한다면 어떨까? 학부모는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 명확하므로,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내 녹음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판단이 어려운 것은 학교에서 학생이 직접 녹음하는 경우이다.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학생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복습을 위해 녹음을 하게 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교원으로서는 부담이 상당하다.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동의 없이 이를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음성이 녹음될 것이므로 음성권 침해가 문제 될 소지는 있다. 이에 교육부 학교교수학습혁신과에서는 ‘수업 중 학부모·학생의 녹음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생이 수업 전에 교사에게 녹음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교사의 허가를 얻더라도 허가된 목적 외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면 녹음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수업 중 녹음된 음성을 무단 배포하는 것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된다. 학생에게 이러한 기준이 존재함을 설명하고, 향후 수업 녹음에 대해 주의하라고 당부하여 한정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함이 타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 상주하는 모든 시간을 녹음하는 학생이다. 수업 중이거나 학생 본인이 다른 학생과 직접 대화하는 과정에서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설령 들리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더라도 다른 학생들 사이의 대화까지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말이 전부 녹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을 교사가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학생은 녹음의 이유가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증거를 잡겠다는 등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막상 교사로서 학생이 불법한 행위를 한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학생이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사가 알았다면, 이미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해당 학생의 녹음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에게 비밀을 말해준다며 녹음 사실을 말했을 수 있고, 몰래 녹음한 음성을 다른 학생에게 들려주면서 “누가 뒤에서 너 욕하고 다닌다”라는 등으로 말하여 학교폭력 사안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사실이 퍼져나가면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이 다가가기를 피하게 되며,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해당 학생과 어울리지 말라고 해 외톨이로 전락한다. 이런 당연한 결론을 당사자는 모른다. 따라서 몰래 녹음을 계속하는 학생을 알게 되었다면 학생과 보호자에게 이런 사례들을 알려야 한다. 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알리고 학생 본인과 자녀를 위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방식으로 교육적 지도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EBS(사장 김유열)가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의 ‘안전교과’ 신규 콘텐츠 체험이벤트를 연다. 올 1월 학교안전공제중앙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개발된 3D ‘안전교과’ 콘텐츠는 현직 교사의 교수 설계와 외부 감수를 거쳐 개발됐다.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와 상황을메타버스 공간에 재현해, 교육 효과를 이끌도록 설계했다. 또 3D 가상공간 속 전시관, 런게임 등의 각종 교사저작도구(UGC)를 이용할 수 있어, 공간적 제약 없이 다양한 안전교육 활동이 가능하다.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이벤트는 전국 초·중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32명의 교사와 해당 교사의 학급에는 푸짐한 상품이 전달된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교사에게는 음료 기프트콘을 증정한다. EBS 관계자는 “‘안전교과’ 콘텐츠를 통해 전국 교사가 공간적 제약 없이 안전사고 사례 체험 및 문제해결학습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교육활동을 계획하길 바란다”며 “나아가 안전교육의 사각지대가 해소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캔버스’는 EBS와 한화시스템이 함께 개발한 국내 최초 3D 기반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교과과정과 연계한 체험형 학습 콘텐츠를 비롯해 학급 운영에 필요한 출결 및 과제 관리 등 학습관리시스템(LMS)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개인용 PC,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환경에서 접속할 수 있으며, 사이트(https://wecanverse.co.kr) 또는 앱스토어에서 설치 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