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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영유권 등을 포함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검정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4일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 교과서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미화하고 강제동원과 위안부 기술을 은폐·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약을 통해 강제동원 배상이 완전히 해결됐다는 기술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총은 25일 해당 교과서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윤수 회장은 “그릇된 역사관‧영토관을 교육하는 것은 국가‧국민 간 갈등의 불씨를 학생들에게까지 떠넘기는 일이자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는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폐기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으로 국제사회 책임 있는 일원을 기르는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성명문을 통해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또다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독도 영토주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제동원 수탈과 일본군 위안부 기술을 의도적으로 왜곡‧축소하고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한‧일 양국은 강제동원과 관련한 청구권협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교과서 역사 왜곡을 반복하는 것은 경색된 관계를 심화시키고 갈등을 후세에까지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교총은 “학생들에게 왜곡된 영토관‧역사관을 주입하는 것은 한‧일 관계는 넘어 동북아의 미래에 화해·상생의 씨앗을 뿌리기는커녕 갈등‧대결의 불씨를 넘겨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미래세대가 주변국과 상생·번영의 시대를 살게 할지, 갈등‧대결의 시대를 살게 할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 잡아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영토관 교육에 나서야 하며, 그것이 학생들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키우는 일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교육에 더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교총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가장 실천적인 방법은 우리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관과 영토관을 갖도록 충실히 교육하는 것”이라며 “지난 2010년부터 교총이 민간단체와 함께 선포, 진행해 온 독도의 날(10월 25일) 기념식과 특별수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일선 현장에서 활용할 수업지도안과 학습자료 제공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북도울진교육지원청(교육장 남병훈)은 울진군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 위해 지금까지 함께 노력하였으며, 3월 16일 오전 11시 울진군청에서 손 소독제, 어린이용 마스크, 필터 교체용 학생 면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전달받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울진군청은 지난 2월 손소독제, 어린이용 마스크를 1차 전달하였고, 2차로 오늘 울진군에서 제작한 필터 교체용 학생용 면 마스크 6,500매이다. 또한 울진교육지원청에서는 울진군에서 지원한 손소독제를 포함한 방역물품을 울진군 관내 유,초,중,고등학교에 지난 2월 1차 배부하였으며, 마스크 등 추가 방역물품은 학교 개학일에 맞추어 배부할 계획이다. 남병훈 교육장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스크 품귀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현장에 울진군의 지원은 코로나19를 한마음 한 뜻으로 이겨내기 위한 따뜻한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사람의 일생은 평균 65만 시간(약 72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적당한 순간이 지나가거나 아니면 그에 가까운 순간에 당신의 원자들은 당신의 존재를 마감하고 조용히 떨어져나와서 다른 곳으로 달아나버릴 것이다. 그것으로 원자와 당신과의 관계도 끝나버린다. (12쪽) 이 책은 2003년에 번역된 책으로 그 무렵 과학 책 중의 베스트셀러였다. 그 당시 기준으로 세계인의 평균 수명을 72년으로 보았을 때지금 내게 남은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아득해졌다. 10년을 더 얹은다 해도 82년이니 길게 보면 20년이 기대수명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빼고 나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은 겨우 7년 정도다! 이 책을 처음 사서 읽을 때도 충격적인 대목이 많았지만 10년 뒤 다시 읽으니 서문부터 절박함을 안긴다.내 존재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실은 원자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렇다! 내 존재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약간의 칼슘, 소량의 황, 그리고 다른 평범한 원소들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내가 산다는 것은 내 안의 원자들이 사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그 원자들이 흩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사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것이 기적임을잊지 않도록 자극해주는 고마운 책이다.과학 책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 앞에 설 때, 일상이 그저그런 허무할때 마음을 다잡게 하기에 좋은책이다.폭염중에태양을 피해 한 밤중에 읽으면 더욱 서늘함을 안긴다.요즈음처럼 코로나19로 팍팍하고 무력해진 인간의 한계 앞에 큰 숨 몰아쉬며 다시 읽어도 좋다. 책은 마음을 비우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가두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독서가 아닌가 한다. 책마저 읽을 수 없다면 어디서 힘을 얻을까? 사람을 만나는 게 민폐가 되어버린 세상, 믿었던 종교의 배신, 생각 없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책임함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중에 독서만큼 위로를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이 책은 서문부터 소름이 끼치도록 직선적이고 명쾌하다. 과학 책이니 더욱 그러할 테지만.어느 곳을 펼쳐도 신기함과 놀라움을 안겨준다. 우주의 역사를 시작으로 지구, 생명체, 우리의 미래 등을 다루며 신비한 과학의 세계를 이끌고 다니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온 과학자와 수학자, 건축가, 모험가들의 노고가 가득하다. 몇 해 전 폭염으로 지치고 무료해졌을 때포만감을 안겨주었던 책이다. 내 존재의 신비함과 우주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채워주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넘치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애쓴 빌 브라이슨과 이덕환의 친절한 번역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도록 용기를 준다. 558쪽의 방대한 책이지만 과학적 호기심과 우주와 생명에 대한 탐구심이 강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오도록 오래 전부터 연구를 즐겨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존재의 시작을 숫자로 표현해놓은 다음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어서 소개해 올린다. 얼굴도 모르는 셀 수 없이 많은 나의 선조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세포가 둘로 분할되고, 둘이 넷이 되는 일이 계속된다. 그런 분할이 47회만 계속되면 1경 京,1016(1만조 개)의 세포가 생기게 되면서 인간으로 태어날 준비가 끝난다. 그리고 각각의 세포들은 모두 탄생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당신을 보존하고 키워주기 위해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390쪽) 인간의 세포들은 1경 명의 국민을 가진 국가를 구성하고 있으며, 각 세포들은 전체의 복지를 위해서 놀라울 정도로 전문적인 일을 수행해야 한다. 세포가 하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즐거움을 느끼고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세포의 일이다. (391쪽) 당신의 부모님이 초(秒)와 심지어 나노(10 -9) 초까지 정확한 바로 그 수간에 결합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부모님들이 정확하게 시각을 맞추어 결합하지 않았더라면, 역시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에 대한 빚은 빠르게 쌓여가게 된다. 8대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서 찰스 다윈과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난 시절로 돌아가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한 사람들의 결합에 참여한 선조의 수는 250명이 넘게 된다. 셰익스피어와 메이플라워호에 오른 청교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신의 몸속에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를 전해준 선조의 수는 16,384명에 이르게 된다. 20대를 올라가면, 당신의 출생에 기여한 사람의 수는 1,048, 576명이 된다. 그보다 5세대를 올라가면 무려 33,554, 432명의 남자와 여자가 헌신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당신이 존재하게 되었다. 30대 전으로 올라가면, 당신의 선조의 총 수는 10억 명을 넘는, 1,073,741, 824명이나 된다. 이들은 모두 사촌이나 삼촌이 아니라 별 수 없이 당신의 직계 선조들이다. 로마인이 살던 64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데에 참여했던 사람의 수는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의 수를 합친 것보다 몇 천 배가 넘는 1018명이나 된다. (417쪽) 생명이 어디서 왔는지, 존재의 시작이 언제인지, 무엇으로부터인지 아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의 시작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평생 동안 흔들리며 살아간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존재에 대한 의심이나 탐구심이 없이 타인에 의해, 아니면종교적 신념에 따라관습적으로 또는 맹목적으로 생각함을 박탈당한 채 피동적으로 사는 사람이 오히려 편안할 수도 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현상은 극단적으로 현재의 삶에만 충실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생활양식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삶인데 고민하지 말고 단순하게 현재를 즐기자는 심리 현상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삶,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삶에 인류의 미래가 있을까? 제자들의 밥상을 채우는 독서를 교육은 미래지향적이고 가치 지향적이며 긍정적인 행위이다. 그것은 매우 다의적이고 합목적적인 행위의 집합체이다. 단순히 현재에 만족하는 삶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도록 가르치는 행위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어울려 사는 지혜를 전수해줘야 한다. 그 길은 무지를 극복하도록 부단히 공부하고 학습해야 걸을 수 있다. 그러기에 교육은 인문학적 성찰을 중시한다. 교사는 바른 길을 안내하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전진하도록 돕는 위대한 조력자다. 그러니 제자들에게 먹일 인생의 지식 창고가 늘 풍부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식 창고를 채우기에 적합한 책이다. 교사의 배경지식은 자신 있게 배움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검색의 시대에는 지식의 수명도 매우 짧다. 그러니틈나는대로 부지런히 채우고 연수하지 않으면 초스피드로 달려오는 정보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으니 최소한 인문학적 배경지식의 지평을 넓혀줄 책은 꼭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주과학, 생명과학, 지리, 환경과 생존을 다루어서 교사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 특히 과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풍부하여 지루함을 이기게 한다. 내 존재의 시작, 생명의 기원을 파헤친 책을 만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정체성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내 존재가 창조의 산물인지, 진화의 결과인지 추론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오랜 신앙생활에도 불구하고 나는 창조론에 늘 회의적이었다. 인간의 정체성을 알고 싶어서 종교와 종교 서적에 기웃거린 시간이 길었다.이제는 확신에 가까운 단계에 이르렀다. 아인슈타인처럼 보편적 종교관으로 기울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존엄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으니. 이 행성에서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생명체는 공생과 상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책 덕분이다. 특히 과학 책은 명쾌하고 숫자로 증명하는 논리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서좋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양 날개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선생님의 지식 창고는 채울수록 좋다. 언제든 꺼내서 요리할 재료가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교사로서 자신감과 전문적 지식으로 제자들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줄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4월 개학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풍성한 밥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선생님의 지식 창고는 풍성할수록 좋으니! 한 달 넘게 배고픔과 설렘의 숟가락을 들고 달려올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골라 먹는 재미를 선물할 수 있도록!
요즘 학교는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3월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래저래 학교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3월이 되면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겨울방학에 이어 곧바로 봄 방학으로 들어간 학교는 꽤나 긴 동면(冬眠)이 끝나면서 교사동(校舍棟)과 운동장에는 학생들로 왁자지껄 활력이 넘치고 겨울 황소바람에 황량했던 학교 구석구석은 십대의 주인공으로 채워지면서 자연의 대지 못지않게 생명감으로 넘치는 시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개학이 1,2,3차로 연기되면서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학교의 변화한 최근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여름, 겨울방학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방학은 교사들의 순환 근무 없이 ‘제41조 연수’로 바뀌었다. 학교는 실질적으로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 교무실 실무원, 도서관 사서, 그리고 행정실 직원들만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오해하는 것처럼 교원들은 집에서 놀고먹는다는 말인가? 아니다. 방학 기간에도 상급 교육기관이나 각종 교육관련 기관으로부터 학교에 보내오는 공문은 크게 줄지 않는다. 여전히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어딘가에서 계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문은 분류되어 각 업무 담당자에게 전달이 되고 담당자는 원격근무로 인한 재택근무로 대응해 나간다. 대개는 학교 출근이 불가피하다. 겉모습과는 달리 업무는 중단 없이 실행되고 있다. 특히나 교감은 학교장 대리 결재자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가장 방학이 없는 대표적인 교원일 것이다. 물론 학교에 따라선 교감과 교장이 서로 연가를 바꾸어 쓰면서 학교 실정에 맞게 순환근무를 하지만 대개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이처럼 요즘에는 교감이 주로 학교 근무를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교감선생님은 언제 쉬세요?”라고 걱정 어린 인사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담임교사를 비롯한 일반 교원들이 근무를 하지 않고 놀면서 지낸다는 생각으로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왜냐면 앞의 언급처럼 방학이어도 업무는 공간을 달리하여 계속되고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가정에서의 생활지도나 학습지도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기 마련이다. 흔히들 학기 중에 교사가 미쳐갈 정도가 되면 방학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방학은 교사에게 충전의 기회이고 꼭 필요한 시간이다. 방학 중에도 그들은 결코 ‘일 안 하고 월급을 받는 그룹’이 아니다. 학생들의 동태를 늘 원격으로 관찰하면서 가정에서의 생활에 소위 안테나를 꽂고 주시하는 것이다. 실례로 학급별 카톡 방은 연일, 매시간 기계음으로 쉴 틈이 없다. 그뿐이랴. 교원들은 방학 중 실시하는 각종 전문연수나 교양연수에 참여하면서 다음 학기를 대비한 자질함양에 땀과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기에 몸은 학교를 비웠어도 마음과 정신은 여전히 근무를 하는 것이다. 하여 학교를 붙박이로 지키는 교감이라고 근무 공간을 달리하는 교원들에게 일 안하고 월급 받는다고 결코 막말을 하지 않는다. 오늘 서울시 교육감의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으로 교원을 비하하고 편 가르기를 한 막말은 교원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이는 현재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학교 현장과 교원들을 무시하고 왜곡된 평소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동료의 등에 비수를 꽂은 행위는 석고대죄해도 부족하다. 한 사람 교육감의 잘못된 언행으로 교원들이 국민 앞에 놀고먹는 집단,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는 점에서 허탈감과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필자는 오늘도 교원들과 유선과 인터넷을 통해 학생 건강 상태와 학습 상황을 체크·피드백하고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을 조정하는 등 수시로 내려오는 공문 처리와 방역물품 확보와 개학 후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숨 가쁘게 지났다. 하지만 오늘은 참으로 힘이 빠지고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큰 상처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법이라 했던가? 참으로 슬프고 외로운 하루였다.
경상북도청송교육지원청(교육장 김기한)은 관내 학교의 90%이상 산촌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 특성상, 맞춤형 온-오프라인 학습관리 및 학생 생활 지도로 코로나19 대응 휴업 기간 중 학습 공백 최소화를 위해 앞장섰다. 휴업 기간 중 관내 학교에서는 통합된 SNS(클래스팅, 단톡, 밴드, 학교 홈페이지, 화상통화 등)를 통한 학생과 학부모의 소통의 장을 마련다. 그리고 학년별로 클래스팅 러닝 활동을 실시하여 매일 학생들에게 공부할 내용을 제시하고 학생들의 학습 결과를 담임이 확인 후 댓글로 피드백하는 등 다양하고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담임 교사가 직접 학습 동영상을 제작하여 제공함으로써 매일 온라인으로 학생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학생을 고려한 개별 학습지를 제작하여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가 대문앞 인사 방법으로 학생 건강을 체크하고 가정학습 상황을 파악, 학습 교재, 마스크 등을 제공함으로써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관리를 철저히 했다. ○○초 학생 이**는 “빨리 학교에 가서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화상통화나 유튜브로 선생님께서 공부를 지도해 주시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도 참 색다르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초 교감 정**는 “집으로 찾아가 학생들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고 마음도 놓였으며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학습지원과 생활지도를 실천함으로써 교사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청송교육지원청 김기한 교육장은 “코로나 19확산 대응 휴업기간 중 산골에 위치한 학교의 학생들이 지역적 위치로 인한 학습 공백을 가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맞춤형 수업을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 교육감이 SNS에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며 “후자에 대해서 만일 개학이 추가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에 대한 표현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엄연히 재택근무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긴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학교에 출근하는 때도 많다. 출근하지 않는 교원들도 메신저를 통해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비록 집이지만 업무 강도는 학교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 공문을 기안하고, 결제 상신을 하며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새 학기 교육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성취기준 재구성 작업도 벅차다. 담임 교사는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전화 상담을 하며 학습 등 생활 코칭을 하기도 한다.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감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교사들이 학교에 나와서 일도 하고 있고 행정실 직원들도 고생하고 있는데, 오해를 생기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부 교육공무직원들이 봉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데 초점이 있었을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교육 현장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을 두자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짐작도 간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분노 댓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급기야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유가 뭘까.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인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사람들은 교사들의 방학을 언급하며, 41조 연수에 엉뚱한 비난을 했다. 아예 방학은 무노동의 상태니 무임금이 맞는다는 주장을 한다. 일반인들이 이런 생각을 해도 마음이 상하는데, 하물며 교육감이 이렇게 잘못된 생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방학 중 선생님들이 쉬는 것도 오해가 없어야 한다. 방학은 교사를 위해서 만든 제도가 아니다.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다. 학업을 잠시 쉬면서, 자신의 심신을 정비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때 교사들도 성찰을 하며, 교수 방법과 가르침의 원천인 자아확립에 매진한다. 따라서 방학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지도를 위한 휴식이다. 교사들이 방학에 쉬는 것은 학기 중 연가를 대체하는 성격이 있다. 연가는 공무원의 권리이지만, 교사는 학기 중에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 일반 공무원은 연가 외에도 장기 재직휴가가 있어서 길게는 20일까지 쉴 수 있다. 일반 공무원은 연가보상비도 받는다. 교사는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장기 휴가도 연가보상비도 없다. 게다가 일반직 공무원은 정년퇴직하는 해에 공로휴가를 받는다. 이때 쉬면서 1년 동안 월급을 받는다. 교사는 과거에 3개월의 공로휴가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특별한 이유가 없이 없어졌다. 이런저런 것으로 볼 때 교사는 수업 때문에 복지 면에서가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밖에서 볼 때 선생님들은 참 편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교사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화장실 갈 틈도 없다.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들과 상담하고 업무 처리도 한다. 과거와 달리 선생님들에 대해 사회적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아이들도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를 자주 보인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섰지만, 혹독한 현실의 들판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교사보다 대학교수는 방학이 더 길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학교수를 욕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교수는 전문가 집단이고, 교사는 그렇지 않다는 논리일까. 외국에서도 정년보장 교사들은 방학 때 나오지 않아도 월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는 국가다.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가 좌우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오늘날 뛰어난 인재들이 교단으로 유입되는 이유도 정부와 국민이 노력해 온 결과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생각은 대중을 향할 때 정제돼야 한다. 특히 지도층의 발언 하나하나는 영향력이 크다. 아울러 특별한 이유 없이 교사를 미워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교사들이 방학 중 국외 여행을 하는 것조차 탓 잡는 것을 봤다.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방학 중 견문을 넓히고 와서 교실에 선다면 이거야말로 꼭 필요한 자율연수다. 연수 경비를 보조해주는 못할망정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유 없이 교사에게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는 얻는 것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교실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된다.
경칩이 지났다. 와글와글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찼던 운동장엔 봄 햇살이 정적을 쓸고 소담스럽게 자라난 토끼풀과 쑥, 진홍빛 꽃을 피운 광대나물이 빈 화단을 차지하고 있다. 봄이 되었지만 교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인 출입 통제란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이란 시에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오랑캐 땅엔 풀과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란 뜻으로 동방규가 오랑캐 땅에 끌려간 등소군을 서러워하며 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이 실감 난다. 계절은 분명 봄이건만 우리의 마음엔 봄이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작년보다 더 어여쁜 모습의 봄꽃이 찾아왔건만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나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봄이 참으로 서럽다. 춘분을 앞두고 낮은 길어지고 햇살은 두꺼워진다. 낮 동안 데워진 공기는 오후가 되면 봄바람을 풀어 놓는다. 봄을 가까이하고 싶어 꽃집 문을 열고 후리지아꽃 한 묶음을 들고 나선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꽃집 주인의 한숨 같은 바람이 노란 꽃봉오리를 휘감아 내달아 간다. 이게 다 코로나19와 전쟁 때문이다. 전쟁은 총알이 날아다니고 미사일을 쏘고 건물이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죽는다. 지나간 자리는 폐허의 상처뿐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는 서로 갈등을 만들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쟁보다 더 참혹한 두려움으로 번지로 있다. 이웃 나라 간의 전쟁은 총칼을 거두고 전쟁을 중단하면 끝나게 되어있지만, 코로나19는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바이러스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는 바이러스 유입 차단과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뉴스를 달군다. 하지만 어려운 시국을 틈타 마스크 사재기, 피싱,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가짜뉴스 만들기, 일부 정치권에서 책임추궁을 통한 여론의 이익을 챙기려 분열되는 모습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사재기란 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 대표되는 이야기는 박지원의 허생전과 드라마 상도이다. 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유통 질서 문란으로 부를 쌓는다. 그리고 상도에서는 왜군이 쳐들어오면 피난 갈 때 짚신값이 오를 것을 알고 짚신을 모조리 사들이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결국 들통이나 치도곤을 당한다. 소설 속의 일이지만 코로나19로 소리 없는 전쟁인 지금 이런 모습을 현실에서 접한다. 부를 챙기기 위해 마스크를 사재기하여 웃돈을 받고 파는 악덕 상인과 국외로 반출하는 보따리상이 그 예이다. 목숨과 어려운 현실을 담보로 한 몫을 챙기려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 어디 그뿐인가? 유튜브 조회 건수를 올리기 위해 코로나19 가짜뉴스를 만들어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 언론방송의 자유가 주어진 민주국가에서 방송은 사실과 공정성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방송매체에서는 전파의 위력을 틈타 편을 가르고 정부나 사법부에서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럼 정치권은 어떠한가? 불이 나면 모두가 합심하여 불을 끄고 차후 원인과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게 순리다. 불을 끄기도 전에 일어난 현실을 당리당략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혼란만 부채질한다. 결국, 우리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처럼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모두 죽게 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여야가 서로 나뉘어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보다 화합과 상생을 위한 모습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국민의 탓이 아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소리 없는 전쟁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전쟁을 이겨내고 그 후에 잘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강한 나라, 지혜 있는 나라는 위기 때 하나 됨의 빛을 발하는 나라이다.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진도의 대구 봄동 선물과 대통령의 말 ‘늘 감동 받는다. 우리 사회에는 선한 사람이 많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선한 마음들이 늘 희망을 키워준다. 돈이나 물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으로 서로를 껴안아 주신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 이라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정직하고 올바르며 지혜가 넘치는 나라이다. 우리는 나라의 정책을 믿고 따라주며 어려운 상황에 질책과 책망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가 바이러스 치료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이 하나가 되면 머지않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종교란 무엇인가?’ ‘바람직한 종교는 어떤 모습인가?’ ‘주일 종교 활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진정한 목회자와 성직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신앙은 인간의 삶보다 우위에 있는 특별한 가치인가?’ 요즘처럼 힘겨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견뎌내며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사색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마음속의 질문은 꼬리를 물며 답을 구하고자 애를 쓸 것이다. 이미 보편화된 질문으로 이론화되었거나 도그마로 정착이 되었지만 특수한 현실에 부딪히며 다시금 재고해 볼 문제이다. 종교의 역할에 대하여 실생활과의 연계 속에서 깨달음(계시)을 얻는다면 이 또한 신의 의도일 것이다. 지금 전국의 사찰이나 성당, 교회는 집단 활동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기간 종교행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성경 말씀을 근거로 반드시 주일 종교행사를 지켜야 한다며 강행하는 종교 단체도 있다. 어느 목회자는 특정 종교모임에 참석하면 있던 병도 나을 수 있고 치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안타깝게도 그 기저에는 현 정부에 대한 배척을 주장하며 극우 보수 정권의 정치적 성향을 노골화하기에 순수한 종교행사로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연 종교인은 이런 위기의 시기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숙고의 여지를 남긴다. 지금은 인간 세상에서 인간이 유발한 감염병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 조치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실수는 인간이고 용서는 신이 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종교는 인간의 집단지성과는 달리 ‘주일을 거룩하게’, ‘안식일을 지켜라’는 계명을 예외 없이 고수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인간답게 살려는 사람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총체적인 인간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간 세상의 문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도 인간이 창조해 낸 대상이다. 현대는 중세의 종교적 도그마가 지배하는 삶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인간이 거룩한 신을 닮고자 하는 것은 피조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이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신을 닮을 수 없기에 종교는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하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종교가 인간의 삶을 초월하여 특별한 지위를 강제로 행사한다면 인간은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과거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나 ‘종교는 아편이다’는 국가적 주장이 난무했던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이 인간에게 전혀 무의미한 주장이었던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세속적인 명제도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 낸 나름의 교훈이 아니던가? 달라이라마가 말하는 '종교의 역할'을 살펴보자. 《보살핌의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제가 승려로서 몰두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서로 다른 종교 전통 간에 진정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대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에 이르기까지 주요 종교가 전하는 똑같은 메시지가 하나 있습니다. '사랑'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려면 인내, 용서, 섬김을 실천해야 합니다. 모든 종교가 이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토대입니다.” 그렇다. 달라이라마의 말처럼 모든 종교의 메시지는 하나, '사랑'이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전 인류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 전 우주적인 것이다. 그걸 놓치거나 잃으면 그 종교는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하물며 미움과 걱정과 사회적 재앙의 근원지가 된다면 자기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다. 종교는 일치와 화합을 추구하는 역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인간은 결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하고 죄를 범한다. 이를 성찰하여 보다 겸허하고 자기 내면을 충실히 하며 인류 공동체를 일치와 화합의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현시대의 진정한 종교의 역할이라 믿는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학생들의 코로나19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21대 총선에서 학교 투표소 활용과 교원의 투개표 동원을 제외해달라고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하 회장은 24일 “총선은 매우 중요한 국가 행사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총선 다음날 바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현실에서 학교‧학생의 감염 예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날 중앙선관위에 전달한‘제21대 총선 관련 학교 투표소 활용 제외 협조 요청 의견서’에서“학교는4월6일 개학에 맞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교원과 학부모는 학교가 또 다른 감염 확산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이런 가운데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많은 학교가 수 천 명의 유권자가 드나들 투표소로 활용되고,교원 다수가 투‧개표에 동원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자칫 학교,교원이 감염에 노출될 경우,학생‧학부모에 대한2, 3차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교총은 중앙선관위에△지역(사전)투표소에서 학교 제외△부득이 학교 투표소 활용 시,선거일 전·후 철저한 방역 및 선거 후1~2일 시설 폐쇄 등 적극적 조치△학교 투표소는 교실‧급식실이 아닌 학생들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간(강당,체육관 등)우선 활용△교원의 투‧개표 동원은 원칙적으로 제외 등을 요청했다. 중앙선관위의 투표소 정보에 따르면2018년6월13일에 치러진‘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의 경우, 2,245개 투표소 중에913개소(40.7%)가 유·초·중등학교에 설치됐다. 교총은“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하도록△선거일 전(사전)투표소 방역작업△선거 당일 선거인 수칙(마스크 착용,비접촉식 체온계 발열체크,위생장갑 착용 등)적용△유증상 선거인과 일반 선거인 별도 동선 마련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하지만 코로나19지역사회 감염이 여전하고 학교는 학생 간,교사 간 밀접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학교 투표소 활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은“평상시라면 접근성이 좋은 학교가 투표소로 고려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학교보다 지역별 유용시설(지역자치센터,도서관 등)을 먼저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지역별 유용시설은 재택근무제 활용,임시 휴관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학교는4월 개학까지 밀린 마당에 다시 감염이 발생했을 때,단·중기 폐쇄 등을 단행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부득이 학교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면 학생들의 사용을 제어할 수 있는 공간(강당,체육관 등)을 우선 포함하고,반드시 선거 전·후 방역과1~2일간 폐쇄 등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원의 투‧개표 업무 차출도 제외를 요청했다.교총은“4월6일 예정대로 개학했다면 교원은 선거 업무 후 바로 다음날 수업에서 학생들과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자칫 감염에 노출된 경우,학생‧학부모로2‧3차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원 차출은 원칙적으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총은“전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총선을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 국가적 과제지만 총선 전 개학이 예정된 학교가 감염병 확산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정상화 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와 중앙선관위가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교총의 건의 사항을 반드시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 인생을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전 교생 중 장애인은 유일하게 나 혼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 장애로 인한 나름대로의 고통의 기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장애의 과정을 겪어서인지는 몰라도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특수교육과를 지원, 졸업 후 지금까지 특수교사로 18년 넘게 생활해 오고 있다. 현재 양평에서는 8년째 특수학급을 담임하고 있다. 진경이를 만난 것은 2015년 3월 2일이었다. 어떤 학부모님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덩치가 큰 남자애를 데리고 전환교육실에 왔었다. 부모님께서는 이 녀석이 중학교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쳐서 잘 지켜봐달라고 하셨다. 상담이 어느 정도 이어졌고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부모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진경이에게 바라는 것이나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진경이가 중학교 때까지 기분이 나쁘면 학교를 자주 뛰쳐나가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담배도 피우니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세요. 그 외에는 진경이한테 기대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라고… 아버님 또한 ‘전혀 기대하는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기대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지요. 3년 동안 문제만 일으키지 않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시며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부모님이 나가자마자 진경이는 나에게 ‘저 여기 도움반에 계속 있어야 하나요? 그냥 원반에서 수업 들으면 안 되나요.’라고 하였다. 그래서 ‘진경아, 여긴 도움반이 아니라 전환교육실이다. ’라고 하니 ‘그게 그거죠. 똑같은 말이잖아요.’ 그래서 ‘알지 못하면 조용히 하고, 넌 예체능 과목을 제외하고는 밑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컴퓨터 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 과정을 준비해야 하니 학교에 10시까지 나오고 점심값도 들고나와.’라고 약간 목소리의 톤을 높이며 말하였다. 그러자, ‘왜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하세요. 짜증 나게…’라며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경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버지가 군인이고 엄격하셔서 주말에는 나오긴 나왔지만, 자리만 지킬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진경이에게 나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그러다 둘째 주 토요일에 전환교육실을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학교 커피 매장에서 바리스타 근무하고 있는 선배가 와서 전환교육실 학생들에게 바리스타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진경이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 수업은 참여하면서 선배가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4주가 지났을 무렵, 토요일 날 진경이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상담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컴퓨터 ITQ 워드와 파워포인트 문제를 다른 학생들에게 내주고 그 녀석과 마주하였다. 나를 보며 대뜸 ‘지현선배가 지적장애인이라고 들었어요. 저도 지적장애인데 열심히 하면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지현이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님 두 분 다 지적장애인이시다. 하지만 지현이는 부모님도 보살펴드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학교에서 정말이지 열심히 노력하여서 바리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네 모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너도 노력한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선택은 네가 해라.’라고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으며 말하였다. ‘저 도움반 학생, 아니면 돼지라는 소리를 정말 듣기 싫어요. 부모님도 사고 쳐서 학교 오는 모습도 보기 싫고요. 정말 목숨 걸고 해 볼게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2015년 4월 초 이렇게 진경이와 나는 의기투합을 하여 세상을 향한 걸음을 시작하였다. 먼저, 바리스타를 하기 전 전국장애 학생체육대회에 정식종목인 e-스포츠 종목 닌텐도와 디스크 골프를 시작하였다. 바리스타를 배우기 전 몸무게가 140kg정도 나가서 체중조절 및 컨디션 조절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워낙 거대해서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인지 잘 따라주었고 특히 e-스포츠 닌텐도 종목은 한 달 정도밖에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천부적인 소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체력운동을 바탕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가르쳤다. 평일에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 주말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e-스포츠, 디스크 골프, 바리스타(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캬라멜마끼아또, 카페라떼, 카페모카 ICE메뉴, HOT메뉴)를 가르쳤다. 처음 두각을 낸 것은 바로 디스크 골프였다. 4월 말경에 경기도 대표선발전에서 6위를 하여도 대표로 전국장애 학생체육대회에 나가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때 진경이가 제일 먼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이제부터 말썽 피우지 않는 착한 아들이 될게요’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후에 들었는데 진경이가 동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동네 친한 친구에게 가서 엄청나게 울었다고… 이것을 시작으로 진경이는 자신감을 회복하였고 정말이지 방학도 반납하고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 결과, 2015 전국 중고등부 관광 음식 기능경진대회 (바리스타 부문) 동상, 2016년 전국 중고등부 관광 음식 기능경진대회 (바리스타 부문) 금상, 2016년, 2017년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 (e-스포츠닌텐도부문) 연속 1위 등을 수상한 것은 물론 컴퓨터대회에까지 나가 제17회 경기도 장애인 IT 페스티벌 MS경진부문(파워포인트) 우수 수상, MS경진부문(인터넷검색) 우수 수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의 노력이 결과로 나오자 주위 비장애 학생들도 인정하기 시작하였고 더 이상의 ‘도움반’,‘돼지’라는 소리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도부터는 비장애학생과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레크레이션 및 바리스타, 재능기부를 통한 소통하는 마을공동체 활동, 장애ㆍ비장애 학생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미술상담 및 바리스타 체험, 장애학생이 지역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뉴스포츠 및 핸드드립 체험(장애인의 날, 지역평생학습 축제 지원), 지역장애인과 함께 하는 취업지원 IT페스티벌 등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리스타와 컴퓨터, 체육운동 등의 재능을 지역주민과 비장애 학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멘토를 해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지역에서 장애에 고정관념과 편견은 물론 장애인식 개선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적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발달장애인도 취업하여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변화를 가져왔고 학교에서도 바리스타 연습실에서 공사를 통해 카페로 전환해 전환교육실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바리스타를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체계화하였고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라이센스 과정도 운영하여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배우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장’으로 까지 성장하였다. 2018년 졸업 후, 진경이는 지금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바리스타로 근무를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주말에 본교 장애‧비장애 학생들, 지역의 독거노인분들과 후배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현재, 발달장애인의 경우, 다른 장애 영역 특히 사회에 진출한 감각 장애(지체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들을 상대로 차가운 시선과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진경이에게 발달장애인도 자신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 한다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주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감각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불식시키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진경이의 세상 도전기는 계속될 것이다. ‘진경아! 사랑한다. ’ ------------------------------------------------------------------------------------------------------------------ 2020 교단수기 공모 대상 수상자 수상 소감 '다양성'과 '차이'가 인정되는 세상을 바라며 2001년 처음 특수교육과 인연을 맺은 후 1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복지정책 및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등이 제정되어 장애 학생들에게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장애 학생들과 함께하며 느낀 것은 교실 시설 등의 양적인 지원만큼 비장애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며 친구로 성장하는 질적인 성장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0 교단 수기에 공모에 수상하신 초, 중, 고등학교 교사 및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똑 같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미묘한 생물학적 차이를 지니고 태어났고, 이러한 이유로 서로 다른 자연적,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인격과 개성 그리고 독창성을 지니게 된 겁니다. 서로 같은 사람이 없기에 한사람 한 사람의 영혼과 생명이 소중하고 존엄한 것이므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가진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면을 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적 학생들의 경우는 본인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며 살아갈 수가 없으므로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디딤돌이 되어준다면 충분히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여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몫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설적인 형식적 통합이 아니라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를 알아가는 많은 교육 활동과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실질적인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인격과 개성, 존중할 수 있는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며, 그 바탕 위에서 우리 학생들이 진로직업교육에 있어 아무런 심신의 제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진할 수 있게 되어 졸업 후,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눈높이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셔서 적용해 주십시오. 그러면 20년 후, 장애 인식 교육, 통합교육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같이’가 ‘가치’로, ‘획일성’이 ‘다양성으로 인정되며 사람이 중심인 대한민국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러면 제가 쓴 사례의 제자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날 겁니다. 끝으로, 2020 교단 수기 공모에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 말씀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중한 요즘 특정계층을 감싸는 뉘앙스가 담긴 교육부의 명령 하나가 학교 관리자와 보건교사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염병 관련 업무가 부쩍 늘어난 보건교사들은 더욱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각급 학교에 ‘전문상담(순회)교사 및 전문상담사 업무 수행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하달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가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상담 및 자문, 학교폭력 관련 학생의 관계회복, 상담관련 교육활동 등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일반 업무 부과 지양 △정서행동특성검사 및 학업중단숙려제 운영과 관련해 대상 학생의 상담·지원 연계 업무 이외의 일반(총괄) 업무 부과 지양 △학교폭력대심의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일반 행정업무(간사 역할 등) 부과 지양 등이다. 특히 정서행동특성검사와 관련된 내용이 보건교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정서행동특성검사는 학기 초 해야 하는 주요업무 중 하나다. 보건교사나 상담(교)사가 맡는 곳이 많지만, 아예 다른 교사들이 담당하는 곳도 있다. 즉, 각 학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번 공문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은 학교경영자율성에 따라 각 학교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사항이다. 더욱이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학교 측은 교육부가 지금 이 공문을 내려 보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굳이 ‘전문상담(교)사 제외’를 못 박아 다른 교사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제했기 때문이다. 서울 A중 교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 학교들이 보건교사를 중심으로 힘쓰고 있는 마당에 공문을 보내서 공무직(전문상담사) 보호를 자처해야 하는가 싶다”며 “지금 개학이 여러 차례 연장될 만큼 위중한 상황에서 업무가 대폭 늘어난 보건교사에게 개학 후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맡으라고 강제하는 식의 명령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경기 B초 교장도 “언제 개학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전염병 종식을 위해 학교별로 모든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풍토를 조성시켜주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건교사의 할 일은 대폭 늘어났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에 감염병 발생 시 학교 내 대응 주체는 ‘모든 구성원’으로 변경됐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 업무는 보건교사에게 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보건교사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며 “늦은 밤까지 전화 등의 업무처리는 예사”라고 호소한다. 전국보건교사회 차미향 회장은 “전국의 보건교사들은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이런 보건교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신중하지 못한 페이스북 댓글에 전국 교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교총·서울교총 등 각 교원단체에서는 조 교육감의 일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 항의 방문, 사과촉구서·요구서 접수 등으로 대응했다. 일선 교원의 분노와 성토도 심화·확산하고 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조 교육감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조 교육감 사퇴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교권침해와 명예훼손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원들의 거센 반발과 논란이 일자 조 교육감은 본의가 왜곡된 오해라며 사과했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계속 일고 있다.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최근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대란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과후 학교 강사, 조리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학교에는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고 월급 못 받는 그룹 등 두 그룹이 있다’고 게재했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함의는 방학 중 월급 못 받는 그룹은 공무직, 월급 받는 그룹은 교사로 유추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을 교원 대 비교원으로 편 가르기 하고, 전국의 교원을 방학 중 놀고먹는 공공의 적으로 비하한 부적절한 표현이다. 교육감은 교육·학예를 관장하는 지역 교육의 최고 책임자다. 당연히 교육감은 교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에 앞장서야 한다. 교단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언사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에둘러 교원을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으로 표현해 자부심과 긍지, 사기 저하를 넘어 큰 마음의 상처를 줬다. 일부 교원은 보통교육을 담당해 보지 않은 조 교육감의 평소 교육관·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힐난하고 있다. 서울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수도의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이런 수장이 교원의 자긍심을 저하시키고, 학교 구성원을 편 가르기 하는 등 그릇된 행정과 망발을 할수록 교육 불신·혐오를 가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교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3차에 걸친 개학 연기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한 교원들은 긴급 돌봄, 공문 수행, 방역 활동, 새 학기 교재연구, 자료 매체 제작, 학생 관리 등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신학기에 새로 담임을 맡았지만, 아직 대면도 못 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전화, 메일, 카톡 등으로 EBS 시청, 온라인 클래스 운영, 자율학습 지도, 과제 첨삭, 자체 동영상 제작 제공, 건강과 안전 상담, 자율연수 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매일 출근하는 교원도 많다. 코로나19 대란을 맞아 더 굳은 각오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헌신·희생하는 교원에게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폄훼해서는 안 된다. 또 교원이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수행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 외 연수를 매도해서도 안 된다. 자율연수는 노는 것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필요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란으로 정상적 시스템이 마비된 위중한 지경에 빠져 있다. 국내도 국민의 일상이 뒤엉켜 있으며 민생이 무너졌다. 총 5주가 연기된 개학으로 각급 학교는 추후 교육과정·학사 운영에 큰 애로가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교육과 교원을 폄훼하는 언행은 금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한편, 최근 페이스북, 카톡 등 SNS가 활발한 일상적 소통 도구로 자리 잡았다. 불특정 다수와 공유·소통하는 시스템은 사회 공기(公器)로서 영향력이 지대하다. 따라서 내용을 올릴 때 심사숙고해 정제된 표현을 써야 한다.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신중하게 기술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 교원,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바란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로 생활지도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학교 현장으로 보급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장 사례부터 수집해야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전방에서 헌신해왔다. 전문성은 물론 현장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주체이다. 그런데도 생활지도 매뉴얼의 제작 단계에서 교총의 자문조차 받지 않았다. 특히 시·도교육청의 경우 대부분 학생인권에 경도된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했던 인력이 투입됐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제작·배부된 ‘학교폭력 처리 가이드북’만 보더라도 현장에서의 고민보다는 법률적인 내용만 주로 담고 있다. 그러니 생활지도 매뉴얼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생활지도가 가능한지, 문제가 됐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매뉴얼의 핵심이어야 할 것이다.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특정 세력의 소리에만 반응하는 이들에게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힘겨운 투쟁의 결실인 교권 3법을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선전하기에만 급급한 교육감과 단체들을 보며 후안무치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를 위한 생활지도 매뉴얼은 우리 교사들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사례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매뉴얼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면 그저 또 다른 쓸모없는 문서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를 수집하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생활지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초기의 대응과 이후 조치에 대해 담고 있어야 한다. 예방과 재발에 대한 부분도 함께 다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 근거하는 법률적인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책자와 함께 신속하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과 직관적인 콘텐츠의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사안의 유형별 접근이 쉽게 이뤄지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텍스트화된 문서와 함께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 클립 동영상 형태의 매뉴얼은 플랫폼뿐 아니라 샘TV와 같은 영상 공유 채널을 통해 탑재해 스마트폰으로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확대와 공유 가능한 형태 필요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겪어본 교사들은 정말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사례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하나의 고정된 방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대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생활지도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광범위한 현장 사례 수집을 통해 선생님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 매뉴얼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쪼록 전국의 많은 선생님이 관심과 참여, 성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선돌. 영월로 넘어가는 소나기재 어디쯤에서 100m 정도 산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서강 전경이 드러난다.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둥글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안고 휘돌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기도 한 강이 벼랑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 벼랑 끝에 70m 높이로 날을 세워 서 있는 기암괴석의 바위가 선돌이다.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더욱 위험한 비밀과 전설을 안고 있는 듯 여겨지던. 선돌은 홍성모(58세) 화백을 다시 만난 곳이기도 하다. 신비롭다 못해 기이함으로 다가오는 곳. 단종이 유배지인 청령포로 가는 길에 잠시 쉬면서 바라본 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고 해 ‘선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였지만, 세월이 지나 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두 갈래 바위가 된 채로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설화 또한 안고 있다. 그곳에서 백빈(白鬢)을 휘날리며 붓끝에 힘을 실어내고 있는 노화백의 모습이 딱 선돌 그 자체로 비쳐들었던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그림 속 화백은 5년 전 홀연히 고향 부안에 내려와 높이 1m, 총 길이 56m나 되는 방대한 크기의 ‘해원부안사계도(海苑扶安四季圖)’를 완성했다. 그림에서는 큰 믿음의 뿌리와 크게 분발하려는 의지, 그리고 크게 의심하는 뜻에서 나오는 어떤 것이 느껴졌다. 정성과 믿음이 한결같은 이가 아니면 결코 찾아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 그것을 나는 기세(氣勢)라고 표현한 바 있다. “나의 고향은 부안입니다” 붓을 든 내내 화백은 말했다. 그렇게 혼신을 다해 완성한 ‘해원부안사계도’를 부안에 기증한 뒤, 기세를 몰아 그는 또다시 강원도 영월로 갔다. 그에게 영월은 1982년부터 40여 년 가까이 드나든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이제 강줄기와 산은 물론 영월 어느 곳이나 그의 화폭에 선(線)으로 담겨 실상보다 더 실상처럼 되살아날 터였다. 그렇게 제일 먼저 탄생한 그림으로 영월군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선돌의 사계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영월군에 기증한 상태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그림 속에는 단순히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작 열일곱 살에 왕에서 노산군으로, 최후에는 서인으로 강봉돼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 단종의 가슴 아픈 사연도, 역사를 굽어볼 줄 아는 궁극의 마음까지도 선 속에 품어 그의 그림은 하나의 울림 있는 이야기가 돼 가슴에 ‘쩡’하고 와 닿는다. “알다시피 나는 전라도 중에서도 논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평야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영월은 그 반대의 고장이지요. 산과 계곡밖에 없어요. 하지만 영월은 자연이 순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에요. 그래서 인간미가 있어요.” 화백이 영월과 인연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의 수많은 산이나 강처럼 사연을 하나 물고 있는 것이다. 많은 화가들이 그렇듯 화백이 먼저 접한 것은 서양화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동양화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선천성 심장병 질환으로 쓰러지고 난 후부터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가 무색했으나, 당시 원광대 전 동문이 1천 원씩 모아 무사히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두 번 사는 인생이기에 화백은 그 후로 ‘새 생명 찾아주기 운동’으로 전북도민일보와 함께 난치병 어린이 돕는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렇게 나무 그림도, 바위 그림도 안 배운 상태로 동양화를 시작한 것이 ‘청산계곡’이라 제목 붙인 그림으로 1986년 뜻하지 않게 미술대전 특선작으로 뽑히게 된다. 서양화의 면(面)과 동양화의 선(線)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던 때다. 다만 처음 가본 영월에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산 계곡에 물안개가 짙었더라는데, 보이는 대로 꾸미지 않아도 무릉도원 같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산과 계곡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단다. 강 따라 그린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 읍내 “동강은 길이가 66km나 돼요. 그중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 읍내까지 강 따라 그리고 있어요. 서강도 군데군데 그리고는 있지요. 특히 가수리(嘉水理)는 그 이름처럼 ‘물이 아름다운 마을’이라 그런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착 감겨요.”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 태양면 등 이름만 들어도 꼭 한 번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영월. 영월에는 두 개의 큰 강줄기가 있다. 태백의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 본류인 동강과 평창에서 발원한 서강. 두 강은 하나로 모여 다시 거대한 역사로 흐른다. 영월읍에서부터는 남한강으로 불리고, 남한강은 양평에 이르러 다시 북한강과 합류한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강으로부터 시작됐고, 우리나라 역사 역시 큰 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욕망으로 수많은 댐이 설치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의 이기와 욕망을 동강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1990년대 말 동강댐이 만들어질 계획 속에 놓여 있었던 것. 다행히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되긴 했지만 당시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의 가슴앓이가 동강에는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원래 흘러야 하고, 흐르면서 수많은 소리를 내는 여울들이 있어야 비로소 강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림이란 손으로 그리는 기록이자 역사 “임실에 가면 섬진강 댐이 있고, 부안에 가면 부안댐이 있잖아요. 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그곳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런데 그곳들을 화폭에 더는 담아낼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 세월 지나 그것이 그렇게 큰 한이 됩디다.” 이제 화백은 영월 동강의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되새기며 강이 온전해야 사람이 온전하다는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이미 1997년도에 폐교를 작업실로 정해놓고 동강을 따라 붓을 잡은 바가 있다. 어쩌면 지금의 작업은 당시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한 재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마음이 있기에 오전 동안 서른 군데가 넘는 마을을 둘러보고, 오후부터는 밤늦도록 밑그림 작업에 여념 없다. 마을 이장님들이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산에 드는 어둠이나 물 위로 드리우는 산 그림자, 영월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까지도 놓칠 수 없다. 그림이란 단순히 눈으로 그리고 보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기 때문이다. 구불한 나무 한 그루, 풀잎 하나, 돌멩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열정의 원천을 말하자면, 다시 화백의 고향인 전라도 부안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안댐이 만들어지기 전 내변산을 끼고 구불구불 흐르는 중계 계곡에는, 신선들이 발을 적시다 가는 ‘백천내’라는 내가 있었다. 백 길의 천이 흘러 내를 이룬다는 백천내는 흐르던 물이 갇혀 머물러 있기 전, 봉래구곡(蓬來九谷)의 하나로 절경을 자랑할 만해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댐 공사로 수몰돼 현재는 백천내는 물론 그 많던 천도 사라지고 구곡 중 5곡까지만 남아 있다. 무릉도원과 같은 상상의 산이라 일컫는 봉래곡의 신령한 운치를 이제는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화폭에나마 담아두지 못한 것이 한이 돼 화백은, 가슴에 품은 또 하나의 고향 영월의 동강을 지금이라도 손끝에 담아두고자 하는 것이다. 하여 그의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또 다른 기록이자 역사이며, 묵묵히 흐르는 강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에 당도했으니 3년 여 동안 동강은 그렇게 그의 붓끝에서 낱낱이 생하게 될 터였다. 영월의 골격 그리려면 잎 나오기 전에 “잎이 나면 산에 가려지니까 잎 나올 때까지는 계속 그려야 해요. 일주일에 4일 간은 영락없이 스케치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나무는 꽃 진 늦봄부터 잎이 무성진다. 그러기에 줄기나 가지를 보려면 꽃이 피기 전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꽃눈과 잎눈이 어디에 붙어 있고, 잔가지나 햇가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나무 전체 골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산의 골격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잎이 없는 한겨울을 택해야 산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닮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닮게 하다보면 다듬는 데 빠지기 때문이다. 또 꼼꼼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꼼꼼하게 하다보면 묘사하는 데 빠지고 만다. 닮지 않으면서도 닮아야 정신이 있고, 꼼꼼하지 않으면서도 꼼꼼해야 의취가 있는 법. 산을 그리는 자로서 능히 그 정신과 의취를 전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우거진 숲이 아니라 허한 데가 있는 것이 귀한 것임을 아는 이만이 그려낼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일 게다. 한 획을 발전시켜 남은 곳을 덜어내고 부족한 곳을 채워 넣는 대원칙이, 두루 영고성쇠의 원리까지 통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나아가는, 언제 어디서나 그러한 이치가 화백의 그림 속에는 있다. 작은 한반도라 불리는 영월의 한반도면이나 동강의 백미로 불리는 어라연이 또 그렇게 거대한 이치를 가지고 화백의 손끝을 타고 다가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화백의 그림은 조선 명종 때 격암 남사고가 남긴 한국의 역사서이자 예언서인, ‘격암유록’에 수없이 나오는 구원의 활방(活方)인지도 모르겠다. 큰 병이 큰 약이 되기도 하듯, 알게 모르게 곪아버린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약이 되는 자리. 어지러운 심신과 떠도는 혼백을 안정케 하는 안식의 자리 말이다. 김형미 시인·전주KBS방송총국 작가
저는 3년 전 학생들에게 성희롱 가해자로 억울하게 신고를 당해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행평가에서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 규칙대로 1점을 감점하려 했지만 아파서 그랬다며 울었고 또 다른 학생은 수행평가 중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며 역시 울기에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아이들은 제가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아마 제가 감점을 하려 했던 데에 불만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졌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었고 외롭게 극복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됐죠. 모든 것이 종료된 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 45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두렵고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것에 자신감을 잃어버려 심장이 두근거렸고 결국, 복직하지 못하고 휴직계를 제출했습니다. 언제 또 어떤 아이가 무슨 억지를 부릴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동료 교사들은 어떤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무서웠고 인간이 인간 속에서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선생님은 시험 보면 점수를 후하게 주신다면서요?’ 사실, 후하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응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후유증은 정신적 충격으로 생긴 대인기피증입니다. 이것은 평생 갈 것 같습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어느 때는 순수하지 않게 보일까 봐 두렵습니다. 수업 도중에 옷 소매라도 스칠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그 피해가 즐겁게 참여하고픈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돌아갈까 걱정입니다. 재판 결과 3년 이내로 상대를 고소할 수 있고 명백한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몹시 아팠던 기억을 또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59세·남) 피하기보다 다가가는 관계로 전환해보세요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 힘든 지난날을 기꺼이 대면하신 선생님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숨 쉬기 조차 힘들만큼의 고통이었겠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긴 시간 법정 사투를 벌였을 선생님의 모습이 무겁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고독한 싸움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진위 여부를 밝히겠다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선 선생님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지독한 상처 이후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당당하게 가르치고 편하게 대하는 것이 두려우시지요. 혹시나 동료 교사들이 오해의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도 선생님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더욱이 대인기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존에 자연스럽게 해왔던 일상들이 상당히 축소된 듯 여겨지실 것입니다. 두근거림 때문에 제약받는 일들도 많아졌을 테고요.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크게 받은 사람들은 흔히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오해하며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사람들에 대해 경계태세를 취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선택하게 되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래 순수한 아이도 있고 모난 아이도 있습니다. 상처받고 예민한 아이도 있으며, 둔감한 아이도 있고요. 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믿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노력을 해도 오해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죠. 결국 나를 믿고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삶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즉,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려는 경계적인 태도에서 내 사람이 될 수 있는 소수의 관계로 다가가는 적극적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인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살맛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의도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 있다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의 큰 고통의 시간에 내던져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요. 어떤 이는 너무 이른 영·유아기에, 어떤 이는 청소년기에, 어떤 이는 혈기왕성한 성인기에, 어떤 이는 여가를 만끽하기 원했던 은퇴기에, 어떤 이는 편안할 것만 같았던 노년기에 예기치 않게 닥칩니다. 그 누구도 스스로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그곳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도대체 이해되지 않고,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한 그런 상황 말입니다. 저는 그런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통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할 때,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리고, 삶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저와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삶의 고통에도 의미와 목적이 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플랭클(ViKtor E. Frankl) 박사는 도살장 같았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그곳에서의 깨달음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했습니다. 그는 저서에서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삶에 목적이 있다면, 시련과 고통에도 반드시 목적이 있다는 것이죠. 그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의 삶을 회고하며 그곳에서 누구는 개와 돼지처럼, 누구는 성자(聖者)처럼 살았다고 했습니다. 고통 속에 매몰되거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면 누구나 개와 돼지처럼 오로지 배불리 먹고 생을 유지하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똑같은 환경에서도 성자처럼 살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했을까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한 니체의 말처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이유를 찾고, 고통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시련과 고통도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인 드라마처럼 인생에 반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되지요. 그 순간 트라우마는 더 이상 나의 감정을 흔들지 않고 나를 성장시킨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게 돼 어느새 감정의 소용돌이 없이 말할 수 있게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더 나아가 고통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말이죠. 이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잠히 ‘이 일이 지금,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이 고통은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라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리고 고통과 시련으로 향해있던 자신의 시선을 살짝 옮겨보세요.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 머물러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기 마련이지요. 잔디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이 천천히, 촘촘히,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일이나 나를 미소 짓게 하던 소소한 일상들, 그리고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이나 꿈들을 발견해보세요. 어쩌면 고통과 좌절을 견디고 있는 지금 그 자리에 놓쳤던 일상의 행복들, 외면했던 나,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더 나은 관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련이 곧 희망과 승리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선생님의 고민을 나눠주세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선생님들께 힘이 될 것입니다. 상담에 선정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event@kfta.or.kr 분량: A4 반장 정도
②개정 학교폭력예방법 들여다보기/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이달 초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지난달에는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해당 법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 법률적인 체계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2020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판‘을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사실 교사들에게 학폭 문제는 ‘피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특히 학폭을 담당하는 교사는 업무 과중은 물론 각종 분쟁에 노출돼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수치가 이를 말해줍니다. 학폭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에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야 하는데요. 지난 2013년 학폭위 심의 건수는 1만 7749건으로 집계됐고, 2018년에는 3만 2632건으로 조사돼 5년 동안 약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폭 문제로 학교가 교육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는 교원들의 호소가 피부로 와닿는 이유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란?/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입니다.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과 ▲단위 학교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 이관이 핵심입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제는 이전까지 징계와 처벌을 중심으로 처리됐던 학폭 문제를 화해를 통한 관계회복과 교육적인 지도로 해결할 수 있게 합니다. 학교장이 자체해결할 수 있는 사건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입니다. 다만 심의 결과, 자체해결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 학교장은 반드시 요청해야 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로 종결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수 없지만, ▲해당 학폭 사건으로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받은 재산상 손해를 복구하기로 약속했지만 가해 학생과 그 보호자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학폭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 추가적으로 확인된 경우는 가능합니다. 알아두기/ 학폭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우선 학폭 사안이 발생한 것을 인지한 후에는 학폭 신고 접수 대장에 반드시 기록한 후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담임교사에게 통보한 후 교육(지원)청에 48시간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즉시 격리하고,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조치하세요. 관련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와 보복행위 방지 조치, 피해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려는 조치 등을 우선 해야 합니다. 면담, 객관적인 입증자료 수집 등을 통해 사안 조사를 끝낸 후에는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를 심의합니다. 자체해결 요건이 충족되면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녁 7시 40분. 문자가 와요. 지난 학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관련 학부모님이었어요. 장문의 문자, 4글자로 요약하면 ‘나 화났어!’ 작년 말, 학교폭력 사안이 종결되고 난 후에도 학교에 찾아와서 "교장 선생님하고 얘기할래요" 하는 통에 1시간 30분을 앉아서 이야기를 다 들어드렸어요. 그러고 나서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방학 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문자.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더니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 학부모님의 담임선생님께는 말씀도 드리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전해드려봤자 기분만 나쁘실 테니까요. 학교폭력을 담당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어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지요. 마치 새우처럼 교사는 아이들 싸움 때문에 양쪽에서 쏘아 올린 감정의 화살을 맞게 돼요. 감정싸움에 휘말리다가 궁금해져요. ‘내가 뭘 잘못했지? 왜 나한테 그렇게 막말을 하지?’ 요즘 교직 생활은 감정 소모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아도 단지 담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정 소모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친구들끼리 속상한 일에도 전화를 해서 선생님에게 상한 감정을 쏟아붓는 학부모님들. 저녁 시간에 좀 쉬려고 하면 전화를 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소연하는 학부모님들을 우리는 종종 만날 수 있어요. 심지어 가정통신문을 늦게 회신해서 기한이 정해진 방과후 교실을 신청하지 못한 날에는 왜 그걸 안 해주느냐고 따지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학부모님이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반에서 한두 분 정도의 어벤저스급 학부모님들만 계셔도 우리는 충분히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돼요. 그런 분들 때문에 교사가 하는 일이 감정의 쓰레기통을 치우는 일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마냥 당하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에요. 감정 소모를 하려고 마음먹은 분들을 위해서 몇 가지 무기를 준비해요. 일단, 최대한 전화번호를 감춰요. 어쩌다가 노출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님에게는 학교 전화번호만 알려드려요. 그래야 밤에 연락을 받고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과도한 불평은 살짝 거절해요. 한두 번은 공감해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화를 내시는 분들에게는 "화가 나시는 건 알겠는데, 제가 어떻게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문제네요"라고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끊어요. 교사가 상한 감정까지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마음이 무거울 때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을 떠올려요. 우리가 사는 건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니까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교실에서 따뜻하게 대해주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생각해요. 사실, 우리에게 감정 소모를 하는 분들은 소수에요. 나머지 대다수 아이와 학부모님들은 우리를 지지해주고 계신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기도 해요. 묵묵히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힘을 내야 해요. 아직은 학기 시작 전이에요. 지금은 충전하는 기간이지요. 때때로 학기 중에 감정 소모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우리를 향해 찡그리는 얼굴보다는 웃어주는 얼굴을 더 많이 떠올리셨으면 해요. 그러면 조금 더 힘이 나실 테니까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이태구(46·사진 왼쪽) 경기 일산 백신중 교사는 3년 전 몸담았던 고양국제고에서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출간한 ‘나를 점프해(청소년에게 던지는 열 개의 슛, 꿈앤비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태구 교사는 최근 제자 권다원(고려대, 왼쪽 세 번째) 군, 윤하린(한예종, 왼쪽 두 번째) 양과 함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찾아 책 판매 수익금 100만원을 공동 전달했다. 이태구 교사는 2017년 고양국제고 재직 당시 번역동아리 ‘랜더스(THE RANDERS, 번역하는 자들)’를 조직한 후 학생 10여명을 모집해 정식 번역서를 출간한 바 있다.(본지 2018년 3월 19일자 보도) 책 판매 수익금 기부는 번역작업 시작 때부터 서로 약속했다. 당시 이태구 교사가 수익금 기부에 대해 제안하자 제자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이다. 사제 간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소중한 기부의 꿈은 3년 만에 이뤄졌다. 이들은 앞으로 책 판매 수익금이 나오는 대로 ‘기부 사제동행’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태구 교사는 “책이 계속 팔린다면 2년마다 엠네스티에 기부하러 오자고 했다”며 “앞으로 만날 새로운 제자들과 보람 있고 교육적인 삶을 같이 살고자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부금 전달식에 동행한 제자들은 “처음에 과연 될까 싶었던 일이 일어나 꿈만 같고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이태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퇴임 후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지금이라도 교육지원청에서 상부에 건의할 것 있으면 하고, 관할 학교 선생님들에게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요.” 지난달 서울북부교육장 임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한 선종복(사진) 전 서울교총 부회장은 홀가분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놨다. 40여년의 교육인생을 마친 아쉬움에 최근 사태까지 무거운 짐을 남겨두고 온 기분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선 전 부회장은 퇴임식도 못한 채 현장을 뒤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단계에 이르자 퇴임식을 생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신 그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직원들에게 퇴임기념 영상이라는 작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오히려 그는 “더 큰 감동을 선사받았다”고 했다. 영상 구성은 선 전 부회장의 초년병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여정, 그리고 직원들의 축하 릴레이, 가족들의 한마디까지 채워졌다. 영상 길이는 14분 정도다. 이 영상은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강당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현재 그는 ‘글로컬리더십(Glocal Leadershi) 연구소(서울 여의도 소재)’를 설립했다. 글로컬리더십은 세계화(glovalism)와 함께 현지화(localism)를 공동추구하자는 개념으로, 세계와 지역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는 그가 지난해 출간한 동 제목의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선 전 부회장은 “국내외 다양한 교육활동을 해오면서 글로컬리더십이 대한민국 미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양성과정 등을 꾸준히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들이 개학을 대비해 신입생 환영 물품 준비와 환경 미화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