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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3] ‘초보 플랫폼’ 딜레마, 온라인수업 어쩌나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구성원 모두가 예측하고 대응하기조차 버거운 한해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학교는 100년 남짓한 짧은 공교육 역사에서 비대면 온라인수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학교교육의 또 다른 영역으로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EBS와 KERIS는 온라인클래스 서비스 구축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했고, 학교 선생님들은 교직 생애 처음 맞이하는 온라인학습에 적응하기 위해 자발적인 연구를 통해 학교를 움직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재난상황에서 학교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교육 주체들의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교육부도 지난해 9월부터 GS ITM을 온라인수업 플랫폼(LMS) 개발자로 선정하고 5개월의 개발 기간 3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EBS 온라인클래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초 개발 목표와 달리 3월부터 접속 불안과 보안성 문제가 발생하며 졸속 개발로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을 맡은 GS ITM은 지주회사인 GS그룹 내 기업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시스템 개발 업체로 대규모 공공 서비스 구축 경험은 물론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LMS) 구축 경험도 거의 없어 개발 초기단계부터 서비스 장애는 예견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완성도 떨어지는 학교현장의 플랫폼들

일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온라인수업 플랫폼의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자체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시스템과 플랫폼의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라면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나이스 시스템은 왜 보안패치 종료를 앞둔 익스플로러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있을까?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우선인지, 에듀테크 플랫폼 시장 주도권이 우선인지 질문을 한다면 설익은 플랫폼이라도 빨리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학교현장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플랫폼을 적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나이스 시스템부터 2020년 K-에듀파인 서비스를 거쳐 2021년 EBS 온라인클래스에 이르기까지 학교현장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서비스로 인한 학교행정과 교육과정의 마비를 거듭해서 경험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부터 상용클라우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온라인수업도 이미 제공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확장과 현장지원만으로 충분했다. 이렇듯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단기 개발 기간과 최저가 개발 예산으로 만들어진 온라인수업 플랫폼은 계획 단계부터 실패가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온라인 협업 플랫폼 개발 경험이 부족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기업들이 진입하며 학교현장은 거대한 온라인수업 관련 사업의 박람회장이 되었다. 게다가 정부의 디지털뉴딜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학교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학교 무선인터넷 사업과 중복되며 이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등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교실에 무선 AP를 설치해서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난감해 했다.

 

꼭 필요한 기자재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지원은 인색하고, 학교현장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 무엇인지 의견을 제대로 수렵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EBS, 각 시·도교육청, IT 관련 교과연구회, 단위학교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온라인수업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홍보하며 플랫폼을 분산시켰고, 이러한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갔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온라인수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에 지역교육청을 통해 제공되는 상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했다.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연수를 진행했으며, 전역관리자는 학생의 아이디를 개인정보가 아닌 학번으로 일괄 생성했다. 각 교실에 학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용·학습콘텐츠를 공유하는 용도로 듀얼 모니터를 설치했으며 4,000필압 이상을 지원하는 필기용 태블렛과 강의용 마이크를 지급했다.

 

에듀테크 기업 이익에 휘둘려선 안 돼

온라인수업 초기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저학년부터 고학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큰 시행착오 없이 온라인수업에 적응했으며, 학년말 교육과정 운영 설문결과 학생과 학부모 모두 80%에 이르는 만족도를 보였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배움이 멈추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믿음을 심어준 원동력은 가장 검증되고 완성도가 높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자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수업 플랫폼에 있다.

 

그 선택 기준은 현재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어서도 아니고, 특정 교과연구회가 추천해서도 아니며, 철저하게 학생과 교사 중심에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UI)을 비롯한 사용자 경험성(User eXperience: UX)를 분석하고 안정성·확장성·보안성·제조사의 현장 지원성을 비교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2년 차를 맞는 온라인수업 상황에서 전역관리자의 별다른 유지보수 지원 없이 순항하고 있으며 일대 혼란을 겪은 인근 학교를 지원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주력 온라인 플랫폼들은 개발자 몇 명을 독촉하며 야근시키면 뚝딱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제품들이 아니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떠한 사용환경(User Interface:UI)과 경험(User eXprience:UX)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하게 설계하고 확장성·유지보수·보안성 검증 등의 수정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여 만들어 낸 인문학적·공학적 산물이다. 세계 최고의 협업 플랫폼이 부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와 구글의 워크스페이스(Workspace)가 단순히 실시간 수업과 수업 동영상 탑재 기능을 갖추고 전 세계 협업 플랫폼 시장을 선점했을까?

 

안정성과 확장성이 낮은 플랫폼의 섣부른 도입은 오히려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파행과 불신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교사의 몫이 된다. 학교는 더 이상 스타트업 기업의 시행착오를 받아주거나 비전문가 또는 어설픈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의 결정을 검증 없이 적용하는 베타 테스트의 장이 아니다. 또한 낮은 품질의 기자재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하며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곳도 더더욱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에 학교가 감수해야 했던 불편과 불이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완성도와 확장성이 높은 학습플랫폼과 최고 성능의 학습기자재를 지원해도 버거운 상황에서 학생보다 보여주기식 실적과 에듀테크 기업의 이익 중심의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의 디지털 교과서 사업 역시 미래교육의 혁명이라는 성급한 기술 낙관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의 신체적·인지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 관점의 연구도 필요하다.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과 기자재 도입에 앞서 관계 기관은 소수의 전문가 또는 전문가를 자칭하는 비전문가 그룹의 의견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학교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철저한 분석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지원해야 한다. 또 시간이 걸리고 예산이 소요되더라도 안정성과 확장성이 담보된 장기적 관점의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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