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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유네스코(UNESCO,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91.3%의 학생들이 학교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교육격차와 불평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에는 물리적·환경적 조건도 포함되지만, 온라인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격차, 가정격차에 따른 온라인학습에 있어서의 격차, 문화의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배울 수 있는 힘(능력)의 격차 즉, 학력(學力)의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지금 당장 실효적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격차에 대비한 전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 공교육이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을 주문한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라는 강요된 변화 속에서 초래되는 격차와 불평등 문제, 그에 대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며, 교육에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특히 그 안에서 교육의 핵심 의제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현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재난이나 경제 위기를 만나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였던 ‘불평등’과 ‘격차’ 문제가 그간의 민낯을 드러내며 부추겨진다. 코로나19로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교육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격차’로 인하여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소외되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불어 닥치고 있다. ‘소외계층이 뒤처지지 않도록 돌보고, 교육의 균등기회를 제공하느냐’는 복지국가 교육의 근본정신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온라인시대의 학교 역할과 기능은 물론 공교육의 역할을 성찰하고 재정립하여 불평등 양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공평한 배움을 실현해낼 것인지 그 방식을 본질적으로 고민할 때다. 무엇보다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지를 모으고, 현장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보다 실질적인 접근방식으로 이 격차문제를 해소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기초학력 부진, 사회·정서적 요인 고려해야 첫째, 학력의 의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격차문제를 좀 더 세분화시켰을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학력격차문제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력의 의미를 낡은 학력관에 두고 있다. 낡은 학력관의 범주에서는 학력과 기초학력을 구분 짓고, 최소한의 성취기준 도달 여부로 측정하고 계량화하는 능력이었다.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른 정의도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성취수준을 충족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런데 이렇게 최소한의 기준을 통과하는 것으로 학력의 의미를 소극적으로 규정해버리면 결국 학력격차의 해소는 ‘판별 후 진단과 보정’이라는 기계적인 방식의 해결로 가게 된다. 따라서 학력의 의미를 더욱 넓은 범주로 바라볼 시각이 우선 있어야 한다. 모든 학생은 각자의 지점에서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믿고 인지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역량 모두를 고려한 총체적인 접근법으로서의 개별적 성취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외계층 학생들은 가정에서부터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환경, 물리적 환경격차를 가지고 학교로 온다.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경에서 출발했는데 어떻게 자신만의 배움을 만들어나갈 수 있겠는가? 배울 수 있는 힘은 사회성·감정적인 유대감·주의집중력·적응력·지적 호기심 등의 내적동기가 형성되어 있어야 발휘될 수 있고, 이는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정문화 속에서 차곡차곡 만들어진다. 우리 사회가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그토록 걱정하며 지금까지 기초학력평가를 숱하게 실시해왔음에도 생활습관, 학습의욕·흥미·호기심 등 학생들의 정서나 심리상태를 평가할 때 얼마나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그저 인지기능의 평균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 미도달한 학생을 걸러내어 분류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았던 방편 아니었는가. 학교가 공동체문화 구심점 되려면 둘째, 위에서 제시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면 시스템의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의 변화도 필연적으로 일어나리라 생각한다. 학력을 개별적·총체적 성장으로서 접근하면서 격차문제를 바라본다면, 학교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히 소외계층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동체의 건재는 삶의 안전망이요, 그 자체로서도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이 될 수 있다. 교육은 공동체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이다. 학교가 공동체문화의 구심점이 되려면 무엇보다 우수한 교사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높은 사명감과 전문가 정신으로 고양된 우수한 교사들은 학생 인생 전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깊은 시선과 학생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떤 물적 인프라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소외 지역학교에 물질적인 지원과 교사 승진점수 가산이라는 보상으로 격차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예산을 좀 더 주었다고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소외지역에는 높은 신뢰를 형성하여 가정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학교 리더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가정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학교가 그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이는 숙련되고 효능감이 높은 교사들을 유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들이 오로지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마련해주고 그에 응당한 보상과 대우를 해줌으로써 역량이 우수한 교사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가르치는 일로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유아교육 단계부터 교육격차 해소 관심을 셋째, 격차해결의 문제는 생애 전반기 즉, 조기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격차가 이미 벌어진 후에 지원하는 것보다 생애 초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유아교육에 집중투자가 사람을 길러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에서 빈곤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성인이 됐을 때 일정 이상의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성인이 받는 재교육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욕과 인내심·학습 습관·책임감·성취능력 등 사회·정서적인 부분까지 배울 수 있도록 초기부터 지원하는 것이 격차를 막고 나아가 행복한 삶의 기회를 증진하는 복지사회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조기개입과 지원은 어느 특정 부서나 수시로 바뀌는 담당자 중심의 분할된 업무가 아닌 숙련된 전문성을 가진 팀이 장기간 협력해서 총체적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칠 때 여러 과의 협진을 거치는 것처럼 한 학생의 개별적 지원도 마찬가지로 복지차원에서 통합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코로나 상황에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격차 부분도 위와 같은 개별적 상황에 맞춘 통합적 지원으로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가 문을 닫고, 원격수업 전면화에 따라 학습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학생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큰 타격이 되었다.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자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험한 바로도 코로나 이전에도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학습향상을 멈추거나 결손을 초래한 시기가 바로 방학이었다. 정부와 교육청·학교는 미래교육 담론에 대한 논의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잘 살펴보고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지원인력을 시스템화해서 실질적인 정책을 구현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네스코(UNESCO,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91.3%의 학생들이 학교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교육격차와 불평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에는 물리적·환경적 조건도 포함되지만, 온라인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격차, 가정격차에 따른 온라인학습에 있어서의 격차, 문화의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배울 수 있는 힘(능력)의 격차 즉, 학력(學力)의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지금 당장 실효적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격차에 대비한 전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 공교육이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을 주문한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라는 강요된 변화 속에서 초래되는 격차와 불평등 문제, 그에 대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며, 교육에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특히 그 안에서 교육의 핵심 의제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현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교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가난과 기초학력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교사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표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속담에 덧붙여진 ‘기초학력’이라는 표현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본 선생님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는 사회의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 누구에게나 동등한 출발점을 지원해주는 데 있다. 그렇기에 현재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기초학력보장과 교육격차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과 교육격차 문제는 왜 발생할까? 그렇다면 기초학력 미달과 교육격차의 문제는 왜 발생할까? 모든 일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기초학력격차도 그러하다. 배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3Rs)’이나 해당 학년 교육과정 내용에 대한 학습결핍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또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 부족이나 학습속도의 차이, 환경적 요인에 따른 기회 부족 등으로 원인을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분하여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원인 규명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진단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생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필자는 기초학력보장과 교육격차해소를 위한 키워드로 ‘접점’을 떠올렸다. 기초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사가 더 많은 접점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교사와 학생 간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던 보편과 당연함이 무너진 지금의 교육현실에서는 기초학력보장을 위해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짐이 자명하다. 블렌디드러닝이 일상화된 지금은 매일 교실에서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하던 이전보다 더 학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모두가 처음 겪는 낯선 시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오던 교육방법을 관습적으로 반복할 수 없음을 느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던 설명과 확인, 다양한 협력학습과 평가를 온라인수업에서 100%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방식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화면 속 일지라도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이 자주 만나고 친구들과도 만나야 교육은 완성된다. 수업방법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이든, 아니면 추가로 시간을 내어 개인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든.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획일화된 교육과 동일한 방법이 아닌 시대와 지역, 학생 개인의 요구와 필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과 피드백을 통해 교사는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과 학습지원대상,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게는 교사의 손길과 노력이 더욱 더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가장 근본에는 교사가 학생들의 필요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환경의 뒷받침이 반드시 요구된다. 학생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결핍요소를 분석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개별화 과정에 담임교사가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기초학력보장과 교육격차해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실상황은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 학급당 학생수는 교사 한 명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노력을 쏟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따라서 매 시간마다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도움을 주기 힘든 탓에 교사의 개별화 노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수업시간 이외에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는 수업연구와 학생들에게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없는 치명적 환경을 만든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경감한다던 교사업무는 교육부 발표에만 있을 뿐, 학교현장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업무만 실감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기초학력 지원사업 중 교실수업에 기초학력 협력교사를 배치, 학생들의 학습부진을 예방하고 기초학력향상을 이끌어 낸다고 하지만 교육청은 예산지원만 할 뿐 인력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학교별로 교사의 업무로 규정짓고 있다. 고스란히 교사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이처럼 기초학력향상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은 학생들에게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빼앗는 꼴이된다. 따라서 수업에 전념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학교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교육격차는 원점에서 맴돌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보여주기식 기초학력사업 대신 교사를 더 채용하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진정 도움이 되는 방법임을 모든 교사가 느끼며 바라고 있다. 두 번째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접점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존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다 교사가 바라보는 학부모의 존재는 더욱더 어렵다. 교육의 두 주체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학생들의 성장에 전력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라고 배운다.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가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 터놓고 서로를 존중한다면, 학생에게 필요한 가장 빠른 길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낙인효과 우려 사교육 의존은 역기능 커 세 번째로는 학습지원대상 학생과 교육기회의 접점을 늘려주는 것이다. 기초학력진단을 통해 학습지원대상을 선발하고 학력향상 프로그램에 투입하여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애원하고 당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각도에서 검토된 정밀한 측정도구와 커리큘럼에 의해 학생의 결핍과 부족에 대한 해결방법은 존재하는데 학부모와 학생이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른바 ‘낙인효과’ 때문이다. 보조인력이 수업시간에 학습을 도와준다거나, 기초학력 보완을 위해 학교에 남아 추가적인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되면 부끄럽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여 이런 일들이 생긴다. 대신 사교육을 통해 보충한다고 하지만 사교육에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부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결핍을 누적시키는 경우가 많다. 더한 경우는 애초에 진단검사 보는 날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몇 년간 반복되다 보면 학생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독방에 스스로 들어가 갇혀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남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찍은 낙인은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의 학력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교사의 노력과 권한이 더 요구된다. 이러한 바탕에는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당연하게 도움 받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발달의 어려움을 겪거나 학습격차가 교실에서 해결될 수 없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처방 또한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이 필요로 할 때 전문인력과 학습클리닉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중지원시스템이 완벽히 갖추어져 교사와 학교를 뒷받침 한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도달과 교육격차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네 번째는 교사와 교사 간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다. 학교에서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따로 또 같이 일한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모두 학생들을 가르치는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각자의 교실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서로의 교육방법과 생각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는 서로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처음 맞이하는 원격수업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동료교사와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지도에 대한 내용을 옆에 있는 선생님과 함께 나누고 연구한다면 교사 스스로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 특히 기초학력보장 관련해서 학생들의 개별사례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과정과 학생 이해·지도방법을 집단지성을 통해 찾는다면 교사 개인의 노력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학습지도에 대해 동 학년, 동 교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혼자 노를 저으면 금방 지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저으면 힘도 덜 들고 보다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로 맞춤형 피드백 노력해야 마지막으로 교사와 수업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을 적용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으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방법을 고민해야겠다. 이어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일체화하고 개별 맞춤 피드백을 주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과정중심평가와 피드백 방법을 더 고민하여 학생들이 성취수준 도달 정도를 확인하고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정확한 관찰로부터 학생들의 교육격차 해결을 위한 노력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능동적으로 블렌디드수업을 위한 온라인 수업도구 활용 방법을 충분히 익혀 도구 조작 어려움 때문에 수업에서 애를 먹는 대신, 마치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처럼 매끄러운 수업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개별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피드백해 줄 수 있어야겠다. 온라인수업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학생들의 학력향상을 위해 원격교육 방법을 병행하여 상시학습체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효과 높은 수업자료 제작과 검색·활용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꼭 높은 수준의 기기활용 능력이 요구되거나 전문성 있고 화려한 자료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 또한 교사의 능력이고 학생들의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학습자의 삶을 중시하고 역량을 강화해가는 학습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따라 모든 학생에게 상황에 맞는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본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는 인간으로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생존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학생이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학부모·교사·사회가 힘을 모아 기초학력보장과 교육격차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유네스코(UNESCO,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91.3%의 학생들이 학교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교육격차와 불평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에는 물리적·환경적 조건도 포함되지만, 온라인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격차, 가정격차에 따른 온라인학습에 있어서의 격차, 문화의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배울 수 있는 힘(능력)의 격차 즉, 학력(學力)의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지금 당장 실효적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격차에 대비한 전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 공교육이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을 주문한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라는 강요된 변화 속에서 초래되는 격차와 불평등 문제, 그에 대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며, 교육에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특히 그 안에서 교육의 핵심 의제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현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공교육기관인 학교는 학생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평등한 배움’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교사의 가르침과 생활지도, 책걸상과 학교의 공용시설은 학생들의 가정배경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주어지며, 이를 통해 공교육은 지식의 전수뿐 아니라 사회화와 민주적 시민성 함양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기회·교육과정·교육결과가 양과 질에서 체계적인 차이를 보인다면, 이러한 차이 즉, 교육격차의 존재는 그 사회의 교육적 자원배분을 불평등하게 만든다. 일자리 창출 정체가 가져온 사교육 열풍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한국의 교육격차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첫째는 학업성취도와 대입 등 교육성과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정체되면서 대입 사교육 경쟁이 격화된 것과 특목고를 정점으로 한 학교 간 격차, 지역 간 격차의 심화 등에 기인한다. 둘째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증가하는 등 공교육의 기초학력보장에 대한 책무성 이행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태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 평균점수 외에 교육형평성 지표에서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던 한국에서 기초학력(2수준) 이하 학생 비율과 역경극복학생(부모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지표가 자국 학생 중 하위 25%에 속했지만, 성적은 전체 평가국 학생 중 상위 25%를 기록한 학생) 비율이 하락한 데서도 확인된다(김희삼, 2020a). 이런 가운데 2020년 4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온라인개학과 원격수업의 전국적 실시는 당시 방역 모범국이자 인터넷 강국에 속했던 우리나라가 공교육 중단 사태를 막아낸 성과로 볼 수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온라인클래스 등 원격수업의 공공 플랫폼을 급속히 확충하고, 온라인강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학기 또는 온·오프라인 병행학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공 플랫폼은 교과별 핵심 콘텐츠 정도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어, 비대면수업의 양과 질은 개별 학교와 개별 교사의 장비, 역량과 노력에 따라 차이가 났다(김희삼, 2020b). 자유학기제가 교육격차에 미치는 영향은? 비대면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육격차가 커질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평등한 공교육의 기본조건인 등교와 교실수업 및 단체활동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정환경의 차이에 따른 교육격차는 커지게 된다. 일례로 일본에서 학생들에게 여유를 주는 ‘유도리’ 교육이 2002년에 본격 도입되면서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고 수업일수가 줄자 계층 간 교육격차가 커졌다. 수업일수 감소 이후 9학년의 학습시간과 10학년 학생의 읽기성적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이다(Kawaguchi, 2016). 한국에서도 중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교과수업을 단축하고 시험을 없앤 자유학기제 시행 과정에서 해당 학기 중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이 확대되어 계층 간 교육투자의 격차가 커진 것이 발견되었다. 중산층 이하 가구의 학생은 교과 공부가 느슨해진 데 반해, 고소득 가구의 학생은 특목고, 결국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선행학습 사교육이 늘어났다는 것이다(박윤수, 2018). 둘째, 비대면 온라인수업이 갖는 특성에 의해 교육격차가 생길 수 있다. 우선 온라인수업을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적 인프라 즉, PC나 태블릿 장비·(무선)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도 있다. 또한 자녀의 온라인수업 참여 태도와 가정 내 학습을 관리하고 지도할 부모의 존재 여부와 여력도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성취동기가 강하고 공부습관이 잡혀있으며 맞춤형 사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상위권 학생은 온라인학기 중 통학 및 수업시간의 절약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은 주지하듯이, 성적이 높을수록 고액 사교육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학교에서 동료들을 보면서 학습의욕을 느끼고, 학교 수업에 의지하여 학습을 해오던 중위권 학생은 온라인학기 동안 타격을 받기 쉽다(이왕구, 2020). 교실에서 교사의 통제와 지도를 받으며 자리를 지켰던 하위권 학생은 교사의 대면 관리가 사라진 온라인수업에서는 실질적으로 배제되고 집에서 게임이나 수면 등에 빠져 생활리듬조차 잃기 십상이다. 그나마 담당 교사에 의한 실시간 온라인수업이 학생들의 수업참여와 주의집중을 끌어내기 쉽다고 하지만, 이 역시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실시간 온라인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마련되고 교사에게 이를 독려하는 학교가 아닐 경우, EBS 온라인클래스에 올라온 동영상강의나 과제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비대면수업으로 인한 교육격차의 확대 여부와 그 양상은 현 시점에서도 정황적 증거는 존재하며, 지금도 계속 자료가 축적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2020년 6월 수능 모의평가 결과, 상위권 비율이 늘어난 반면 중위권이 줄어들면서 하위권 비율도 늘어나 양극화 조짐을 보인 것도 비대면 교육의 영향으로 짐작되고 있다. 또한 2020년 7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교사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원격교육 실시에 따라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한 응답자가 10명 중 8명꼴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어과목은 전반적 학력저하가 발견되었고, 수학은 중위권 이하의 학력저하와 상위권 향상의 양극화 조짐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교육격차에 대해 남긴 흔적은 비대면 교육상황이 종결되고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력과 그 장기적인 영향이 드러난 후에 정확히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업성취도가 측정되거나 그 자료가 공개되지 않지만, 환경이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생애 초기 즉, 유아 및 초등단계에 코로나19가 미친 효과는 아마도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등에서의 대면활동과 상호작용이 아이들의 사회적 역량과 인격 형성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생애에서 그 과정이 생략된 경우에 발생하게 될 장기적인 효과는 학문적으로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비대면 교육 장점 살리는 방안 찾아야 그렇다면 비대면 교육격차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현재진행형인만큼 즉각적 대응방안과 중기적 과제로 나누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즉각적인 대응방안을 언급하자면 첫째, 비대면 온라인교육에 필요한 인프라 격차는 그것이 가정의 환경이든 학교의 환경이든 조속한 지원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둘째, 이미 2020년 두 개 학기 동안 누적된 비대면 교육격차의 완화를 위한 보정교육을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유급이나 낙제 없이 운영되고 있어 심각한 학력 결손이 있어도 다음 학년, 다음 학교급으로 밀려 올라가게 되어있기에 더욱 문제가 클 수 있다. 현직 교사가 배가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되, 교원자격증을 가진 보조교사 활용, 대학생 멘토 모집 등 단기적 인력 충원도 시급히 필요하다. 학생들의 호응과 집중도가 높은 실시간수업의 비중을 늘리면서, 온라인 방과후학교와 방학 중 온라인교실 등 학습 보완 기회도 늘려야 한다. 다음으로 중기적 과제를 제시해보면 첫째, 비대면 교육의 장점을 살려 교육격차를 도리어 완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영상 녹화강의의 경우 반복학습이 용이하여 일회성 교실수업으로는 이해나 기억이 어려운 학생에게 좋은 학습자료가 될 수 있으며, 복습을 통해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한 필요조건은 학생 본인의 학습동기이기에, 이를 위한 부모의 관심과 교사의 피드백이 뒷받침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실시간 온라인수업의 경우, 화상회의 플랫폼과 온라인 환경에서 제공하는 편리한 소통도구(채팅·실시간 설문조사·스탬프 찍기·소회의실 기능 등)를 활용하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질문·의견 발표 및 토론 참여를 유도하여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비대면 공교육에 인공지능기반의 적응학습을 도입하여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노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나선형의 반복상향식 교과과정을 가진 도구과목의 경우, 기초가 부족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던 학생에게 인공지능기반의 학습프로그램은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개인 교수자가 되어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공동지원을 통해 개발하거나 공적으로 구매하여 학교와 교육 수요자에게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 EBS의 인공지능기반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인 AI 펭톡의 개발 및 보급(예정) 사례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교육이 그 자체로 교육격차를 확대시키는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과거 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던 통신학교 및 방송통신대학, 그리고 세계 유수대학의 강의를 어느 누구나 수강할 수 있도록 만든 오픈코스웨어 등은 오히려 계층 간, 지역 간의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갑자기 단행된 비대면 수업이 교실수업의 불완전한 대체재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교육격차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 비대면 교육의 한계와 가능성에 모든 교원과 학생이 눈을 뜨게 된 현실을 교육격차 완화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학습결손부터 보충하는 노력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미국 SF 작가 윌리엄 깁슨은 2003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는 말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K자형의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교육격차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그런데 비대면 교육은 교육격차 확대와 함께 이를 완화할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어떤 쪽을 널리 퍼뜨려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육부가 사교육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와 손잡고 ICT연계 교육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히자 교사들의 반대가 잇따르고 있다. 자신들의 활동이 사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 이러닝과가 총괄하고 한국학술정보원이 발주한 ICT 연계 교육서비스 사업자로 사교육업체를 운영하는 ‘아이스크림미디어’와 ‘한글과컴퓨터’, ‘데이터이음’ 등의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 컨소시엄의 주축은 ‘아이스크림미디어’다. 이에 교사들은 “사교육업체와 연결된 컨소시엄 선정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는 심판에게 선수로 뛸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교사들이 활용하는 ICT 연계 교육서비스를 사교육업체가 운영·유지·관리·감리하도록 한다면 특정업체에의 주요한 사업정보가 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사교육 상품 제작 판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회사 자체 사이트에 교사의 접속 및 활동에 대한 소비정보를 수집해 사업에 활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부 공공 사이트가 특정업체에 사업 정보를 몰아주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처사라는 게 교사들의 목소리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ICT 연계 교육서비스는 사교육과 무관한 기관에 의해 중립적으로 운영되는 오픈마켓이 돼야 한다”며 “사교육업체가 참여한 이번 ICT 연계 교육서비스 사업자 선정을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등은 2일 공동성명을 내고 “컨소시엄의 주축인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아이스크림 홈런(i-scream home-learn)’이라는 유료 학습사이트를 운영하는 사교육업체”라면서 “교육콘텐츠 제작 및 활용 관련 교사들의 경향성이 구축되는 빅데이터를 한 회사가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큰 특혜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사기업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불안과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교사 역시 플랫폼 이용에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어렵게 제작되는 교육콘텐츠 플랫폼이 현장 교사에게 외면당할 우려가 따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담당자는 “사업자 선정은 조달청에서 하는 것이고 빅데이터 이용 등은 사업수행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만큼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요즘 공공기관 빅데이터 관련 내용의 경우 민간에서 요구하면 공개할 의무가 있긴 하나 데이터를 통째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업체가 독점할 가능성도 개연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얼룩졌던 ‘학교공간혁신사업’이 이름만 바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으로 시행된다. 교육부는 3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디지털·친환경에 교수학습 혁신을 더한 ‘교육 대전환’”이라고 자평했지만, 공간혁신, 스마트교실, 그린학교, 학교 복합화등의 요소를 갖춘미래학교라는 사업 내용은 이전까지 추진하던 ‘학교공간혁신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지난해 담당 파견교사의 장관 정책보좌관 사칭, 연구사 직함 사용, 장관 관사에서 이뤄진 업체 접대, 교육부 팀장의 업체 법인카드 사용, 사업자선정 특혜, 대행 전문기관의 셀프 심사 등 논란 끝에 사안 감사를 받고 제도 개선과 관련자 징계를 요구받았던 사업이다. 지난해 특헤 논란의 중심에 있던 당시 전문지원기관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이 운영했던학교공간혁신 사이트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소개하는 이미지가 게시돼 있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계획 정책브리핑 홍보자료가 홍보영상으로 게시돼 있다. 교육부는 자체 사안 감사 결과 담당부서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으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계획에는 구체적인 사업자 선정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규모 예산의 불투명한 특혜 집행 문제 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수조 원 삭감된 상황에서 우선순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배포하고“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수조 원 삭감되고 학교 재정도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업의 시급성을 철저히 검토해 교수·학습활동 등 여타 교육 본질 예산이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 학교라는 애드벌룬을 띄우기에 앞서 그간 추진했던 친환경 정책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라며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학교 공기순환 장치 설치 사업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태양광 사업은 학교가 시설 안전‧관리 부담이 있는 만큼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되,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교시설복합화에 대해서는 “주민 개방에 따른 학생 안전, 학습환경 침해 문제와 관리‧운영‧책임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학교와 교원이 아닌 지자체 중심 운영체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윤수 회장은 특히 “학생 선택형 학습, 주제 중심 수업을 위한 미래학교 구축은 공간 혁신, 스마트교실 구축보다 그런 학습과 수업을 가능케 하는 정규 교원의 충분한 확충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 346명 ‘전원 무시험 면접’으로 정규직 전환에서 270여명을 별도 시험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 중 163명은 면접 채용이다. 이에 대해 경남교총 등 교육계는 “여전히 불공정한 채용”이라며 “전원 공개채용”을 주장하고 있다. 2일 박종훈 도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공정성 우려 해소 차원에서 마련된 전환심의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전환심의대상자가 되는 방과후학교 업무종사자 334명(총 346명) 중 전환 대상자 구분 시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종사자 163명을 면접시험을 거쳐 ‘방과후학교 전담인력’으로 전환한다. 그 근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 20일이다. 미전환자 171명 중 60%는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통해 ‘방과후학교 전담인력’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전환 및 채용에서의 탈락으로 발생하는 수요인원은 일반공개경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박 교육감은 “공개채용은 당초 예정된 9월 1일자 채용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서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총 선발 규모는 전환 및 채용에서의 탈락으로 발생하는 수요인원, 교무행정원 신규채용인원 등을 합해 약 130여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주 15시간미만 근무자인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면접만으로 주 40시간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안내했다가 경남교총 등 교육계 반발을 산 바 있다. 지역에서 시작된 비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박 교육감은 지난달 14일 면접시험을 잠정 연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전환심의위를 설치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남교총은 3일 반대성명을 내고 “상식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전환 대상자 중 163명 면접 채용 전환의 근거가 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는 ‘충분한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 추진’으로 돼있지, 무조건 면접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나머지 171명에 대해 ‘60% 별도시험 채용’이라는 방식보다 모두 공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경남교총은 전환심의위에 위촉됐지만, 편파적인 친 교육청 구성원들로 구성돼 참석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인이 일상을 잃고 숨 막히는 고립을 견뎌온 지 1년이 지났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는 3월 2일 전국 유·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하고, 대입 수능도 계획대로 11월 18일에 치를 예정이다.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돼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다. 최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방침’을 공동 발표했다.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의 등교 확대는 돌봄 공백 해소, 대면 수업 효과, 신체 능력·사회성 발달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학교 내부보다 학교 밖과 가정에서 더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등교수업도 ‘안전’이 우선 신학기부터 학생들의 등교·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안전한 학교다. 안전한 학교의 열쇠는 교원들을 비롯한 학교 근무자(교육종사자)들의 백신 우선 접종이다. 교원들은 학생 등교와 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직군이다. 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행정실 직원 등 학교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방침 발표 당일에 별도로 발표한 질병관리청의 올해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계획에는 교원 우선 접종 계획이 빠져있다. 즉 의료진, 고위험군, 의료·방역 필수인력, 65세 이상자 등을 우선 접종하고, 하반기에 나머지 성인들을 접종해 11월경 국민 70%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것이 접종 로드맵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학생들과 매일 밀접하게 접촉하는 교원들은 올해 7월 이후에나 접종이 가능하다. 당장 3월부터 학생들의 등교를 확대하는데, 학생들과 종일 밀접 접촉하는 교원들의 백신 접종은 7월 이후에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 부처 간 소통·협업 중요해 팬데믹 극복에는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 특히 감염병 대처는 교육·의료·방역 등이 원활하게 연계돼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방침과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계획에 교원 등 학교 근무자들의 우선 접종이 빠진 것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소통과 조율이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새 학기 등교 확대를 천명한 교육부는 책임을 지고 학교 근무자들이 백신 우선 접종자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특단의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학생 등교 확대에 따른 교원들의 백신 우선 접종으로 건강과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이미 세계 60여 개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대부분의 주(州) 정부, 영국의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TI), 유엔아동기금 등에서는 학교 근무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신학기 등교 확대에 따라 방역 인력 5만 명, 기간제 교사 2000명 등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등교수업 확대에서 인력 증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학생들과 교원들의 건강과 안전 담보다. 교육부는 교원들을 비롯한 학교 근무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되도록 부처 간 정책 협의를 통해 반드시 관철하기 바란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코로나 블루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겪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어느 때보다 심리방역이 중요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본지는 ‘교사의 회복력 키우기’ 칼럼을 연재한다. 우리나라에 긍정심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이 교원들의 심리방역을 돕는다. 지금 세계는 1년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에겐 두 가지 심리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역경(Adversity)을 겪으면서 불안, 분노, 무기력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역경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며 더 강해지는 것이다. 똑같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더 강해진다. 교육 현장에서 교육과 방역,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회복력(Resilience)의 차이이다. 회복력이란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고 심리적 근육을 키워서 더 성장시켜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조앤 보리센코는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새로운 종류의 환경 선택이 인류에게 시작될 때 세상을 주도하는 사람은 우울, 불안, 분노, 죄책감, 당혹감 등의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과 어떠한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는 회복력이 강한 사람을 말한다. 필자는 2003년 긍정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긍정심리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얻은 결과 중 하나는 행복이든, 성공이든, 건강이든 가장 중요한 기본 체력은 회복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복력을 어떻게 키울까? 다행히 지난 20년 이상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인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회복력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역경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선 회복력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회복력 사고, 회복력 능력, 회복력 기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회복력 사고 중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히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당신은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나만 겪는 것이 아니야, 다른 사람도 힘들어”라고 합리화하는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아, 곧 좋아질 거야”라고 위기를 부정하는가? 저택에서의 아름다운 삶과 긍정과 낙관의 말만 되뇌고 있진 않은가? 2001년 9·11 사태 당시 글로벌 금융기업인 모건 스탠리 사례를 보자. 9·11 사태가 발생하기 8년 전 모건 스탠리가 입주 해 있던 세계 무역 센터(WTC)에서 폭탄이 폭발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모건 스탠리는 자신들이 입주한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의 상징적 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그때부터 모건 스탠리는 직원들을 훈련시켰고 사고가 발생할 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장소를 외부에 3곳을 만들어 놓았다. 그로부터 8년 후 9·11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모건 스탠리 임직원 2700명은 무역센터 남쪽 건물에서 근무했다. 다행히 먼저 테러 공격을 당한 곳은 북쪽 건물이었다. 공격이 시작되자 모건 스탠리 직원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비상구로 탈출을 시도했다. 15분 후 남쪽 건물에 테러를 시도해 붕괴됐지만 이미 모건 스탠리 직원들은 보완 책임자 등 7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피한 후였다. 이 사건은 역경을 겪었을 때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하게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해 준다. 지금 자신과 주변, 당신이 맡은 학급을 돌아보라. 당신은 상황을 사실 그대로 직시하고 수용하는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막연하게 희망적인 생각만 하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일시적으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심각한 심리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역경을 겪으면 가장 먼저 미래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그다음 자신의 권리 침해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상실에 대한 슬픔을 느낀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으로 연결되며 개인과 세상, 미래를 모두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 또한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하게 수용해라. 단기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르나 궁극적으론 당신의 삶과 행복을 지켜 줄 것이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곽상도 의원 등 11인|1.26)=최근 일부 혁신학교 지정 과정에서 해당 학교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아 결국 지정이 철회된 사례가 있었다. 또 혁신학교로 지정될 경우 수업에서 자율성을 갖게 돼 많은 학부모들이 학력저하를 우려하고 있어 혁신학교 지정 및 운영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 지정에 관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지정하거나 지정을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 학교장이 계획을 20일 이상 공고하고 해당 학교의 교사 및 학생 총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또 혁신학교의 장은 연 1회 이상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도록 의무화 한다.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김미애 의원 등 11인|1.26)=초등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돌봄 위주로 운영돼 교육적 측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휴업일 중에 교과·특기·적성·돌봄을 포함해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초등 2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교육 불평등 해소법안(강득구 의원 등 12인|1.22)=코로나19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 불평등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입시가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경제적 소득 등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에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 및 지수를 개발하고 매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하는 등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큰 키와 긴 다리… 길고 아름다운 선이 장점 각종 무용대회, 실기·교과 모두 상위권 차지 올해 숙명여대 무용과 진학 예정…설렘 가득 슬럼프 때 묵묵히 보듬어준 선생님께 감사 훌륭한 발레 선생님 돼서 감사함 보답하고파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1일 숙명여대 프라임관 무용실. 가장 자신 있는 동작이 ‘데벨로뻬’(développé)라며 김민경(20세) 양이 한쪽 다리를 천천히 올려 균형을 잡았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을 세우자 170cm의 큰 키와 긴 팔과 다리가 한층 돋보였다. 그가 동작을 해 보일 때마다 기다란 몸의 선을 따라 발레리나의 특유의 우아한 몸짓이 극대화돼 살아났다. 김 양은 현재 충남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무용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목표했던 학교에 합격을 한 후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 그런지 눈빛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코로나19로 입시일정이 수시로 변동되는 와중에도 지난해 김 양은 제13회 전국무용예술전국대회 1위, 제4회 탄츠올림프아시아 본선진출, 제15회 전국무용경연대회 1위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 무용 실력뿐만 아니다. 그는 학교생활에서도 임원과 과대표 활동을 하며 고교 3년 동안 실기성적과 교과 성적 모두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를 내기까지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김 양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원했던 예술고교에 합격하고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한 달에 5~7켤레에서 많게는 10켤레까지도 교체해야 하는 토슈즈는 한 켤레에 6만 원에 달했고 주 3회 받는 레슨비와 대회참가비, 발레복과 등록금 등 발레를 하기 위한 모든 것이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무엇이든 하려면 일단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과 막막함에 ‘포기’라는 단어를 수없이 되새기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김 양이 부모님에게 했던 말은 그저 “엄마, 내가 발레 해서 미안해…”일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김 양은 고교 1학년인 2018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재양성 지원사업 ‘아이리더’로 선발돼 경제적인 걱정 없이 목표만 바라보며 발레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초 발목 부상으로 고생할 때도 후원의 도움이 컸다.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긴 재활을 하게 되면 입시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김 양은 장학금 덕분에 수술을 받지 않고 각종 물리치료와 전기치료, 근육 마사지 등을 받으며 치료와 입시 준비를 병행할 수 있었다. 김 양의 꿈은 학교를 졸업하고 발레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특히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했던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보듬어준 김소라, 김송주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은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었는데 김소라 선생님께서는 저를 관찰하고 연구해주시면서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김송주 선생님은 코로나19로 체력이 너무 떨어져 낙담해 있는 저를 항상 보듬어주시고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에 고민이 많았는데 발레를 하면서 표현력이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올라가며 도전하는 성격이 됐다고 했다. 또 무용을 하면서 보여주는 것보다 타인에게 가르쳐줄 때 더 기쁨을 느낀다는 것도 알았다. 자신도 스승님들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돼 제자들마다 개성과 장점을 살려주는 무용을 가르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고교 1학년 때는 넉넉지 못한 사정으로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을 하나씩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도전의 해였습니다. 2학년 때는 도전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 직접 부딪혀보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터득하는 극복의 해였습니다. 3학년 한 해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성공하고 여유가 생기면 저도 후배들을 위해 후원하면서 그동안 받은 감사함을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받았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요.”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전용 후원 계좌 국민은행 102790-71-212627 / 예금주: 어린이재단 기부금영수증 신청 1588-1940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의회가 관내 모든 학교도서관의 상시개방,발전위원회 설치등을 골자로 조례안을 추진해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역행하고 학교자율성도 침해하는 학교도서관 상시개방 강제, 발전위 구성에 학교도서관 운영의주체인 사서교사를 넣지 않았다는 점 등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교총(회장 김성일)과 한국사서교사협의회(회장 박주현)는 ‘서울시교육청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안’에 대한 의견서를 3일 시의회에 전달하고 “조례의 전면 수정 및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서울교총은 “방학기간 포함 상시개방을 강제하는것은 법으로 보장된 학교장의 자율권과 학교구성원의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발전위 구성에 사서교사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례에서 ‘전담부서’에 ‘전문지식이 있는 직원’ 배치는 ‘사서교사 자격증을 소유한 교육전문직원’ 배치로, 다른 조항의 ‘전문인력’이라는 표현도 ‘전문가인 사서교사’ 배치로 그 근거와 내용,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서교사협은 “학교의 사정에 따라 도서관 개방은 달라야 한다”면서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명시된 ‘사서교사 등’의 자격요건에 따른 정원, 배치기준, 업무 범위를 축소 왜곡하고 있는 조례는 오히려 학교도서관 운영과 독서교육 진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14일 시의회 이동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입법예고 마감기한인 2일까지 웹사이트에 게재된 반대의견은 580여 건에 달한다.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서 소송과 씨름한 지도 거의 1년째. 1심에서 승소하고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곧바로 2심. 어찌어찌 소송을 이어왔지요.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변론에 하나하나 반박을 해주고, 3년 전 일이라 있는 공문 없는 공문을 다 찾아가며 증빙을 했지요. 드디어 선고기일. 얼른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고기일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웬걸. 법원에서 통보가 와요. 변론 재개! 선고를 받아야 하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통보. 끝나나 싶던 소송 준비는 다시 시작돼요. 나름대로 관리했던 멘탈은 다시 심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해요. 다른 업무를 맡은 분들은 방학이라 여유로울 때, 학폭이 터져서 정신력이 소진되고, 그나마 조금 추스르려고 하니 소송은 변론부터 다시 시작. 이럴 때는 아무리 강철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도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교직에 있다 보면 꼭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아도 정신력이 바닥을 칠 때가 종종(이라고 쓰고 많이, 라고 읽는 것은 비밀이지만) 있어요. 교실로 걸려 온 말도 안 되는 민원 전화에 짜증이 올라올 때, 보통 2월에 있는 업무분장, 남들은 쉬운 업무도 잘만 받는데 어렵고 무거운 업무를 받아서 마음이 쳐질 때,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답답하고 우울해질 수도 있어요. 바닥을 치기 딱 좋은 순간이지요. 그럴 때는 아주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지게 돼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자기 연민은 아주 힘이 세요. 한 번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허우적허우적 숨이 막히기도 해요. 그런 순간에는 마음 한 자락을 제대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불현듯 자기 연민에 휩싸이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모든 건 필연이었을 거야. 이 모든 것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을 거야. 스스로에게 측은지심을 느껴선 안 돼. 이런, 가브리엘, 약해져선 안 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의 소설 죽음의 한 구절이에요. 영문도 모르게 죽어 버린 주인공 가브리엘. 유령이 되어서도 감정이 있는지 갑자기 우울감에 빠져버렸지요. 가브리엘은 자신에게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겠다고도 다짐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아요.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은 축 처지는 감정에 지배당하기도 하니까요. 일단 ‘내가 불쌍하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감정에 지배당하기 시작할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중요해요. 일단, 업무는 업무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첫걸음! 어떤 업무이든 업무 그 자체로서 처리할 부분을 처리하면 그뿐이에요. 때로는 AI인 것처럼 ‘업무 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은 무엇일까?’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더군요. 물론, 중간중간 감정이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은 함정이지만요. 짜증 나는 업무 때문에, 혹은 답 없는 업무 분장표 때문에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다면 저 같은 사람을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위로 삼으세요. ‘행정소송’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초빙으로 와서 학폭을 담당하는 어떤 사람. 1심만 하고 끝날 줄 알았던 소송이 항고심까지 가고 자칫하면 대법원까지 갈 것 같아서 노심초사하는 사람. 그런 최악의 경우도 교직 생활을 하다 보면 있으니까요. 최악의 업무를 맡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낫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마음을 지키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될 거예요. 저도 사실 다른 분들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해요. 저는 그래도 행정소송만 하는데, 어떤 학폭 담당 선생님은 행정소송에, 민사에 형사에 3종 세트를 다 하시더라고요. 그분을 만나고 나서는 최악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그렇죠? 지금은 방학이라 마음이 편하실 테지만, 앞으로 업무분장을 받고 나면 싱숭생숭해질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내가 쟤보다는 낫네’하는 마음을 가지시면서 살짝 위안으로 삼길 바랄게요. 새 학기를 준비하는 1·2월 잘 보내시고, 마음에 안 드는 업무분장 표를 보더라도 마음을 잘 지키길 응원합니다.
일주일 뒤면 음력 섣달그믐날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날 ‘덜리는 밤’으로 제석(除夕), 제야(除夜)라 했다. 또 옛사람들은 ‘나갔던 빗자루도 집을 찾아온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설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추석처럼 ‘며느라, 올 설에는 오지 마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과 가족의 정이 더 그리워진다. 음력 섣달그믐날 풍습을 돌아본다. 지방마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많다. 섣달그믐은 속칭 '작은 설'이라 하여 묵은세배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민가에서는 사당과 가묘, 어른들께 묵은세배를 드렸다. 이는 한 해가 무사히 간다는 뜻으로 드리는 인사이다. 또한 이날을 까치설이라고 하는데 그 연유는 신라 소지왕 때 궁주(宮主)와 중이 공모하여 왕을 해치려 하였는데, 까치와 쥐, 돼지의 인도로 이를 모면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쥐와 돼지는 설날부터 열이튿날까지의 날로 열두 동물의 간지가 새해 처음 오는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에 들어가는 동물이라 설날 이후 쥐날, 돼지날이라 기념하지만 불행히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란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다. 설을 앞둔 세밑은 참 분주하다. 집마다 부뚜막 헌 곳이 있으면 새로 바르고 외양간도 치우고 고치며, 거름도 퍼내어 설 맞을 준비를 한다. 그믐날 마당을 깨끗이 쓸어 그 쓰레기를 이용하여 마당 한구석에 모닥불을 피우는데, 이는 모든 잡귀를 불사른다는 신앙적 속신도 있다. 그리고 섣달그믐날은 한 해 동안의 거래 관계를 이날 모두 청산하는 관행이 있었다. 설날 준비도 하랴 여러모로 바쁜 총중(悤中)에도 밤중까지 빚을 갚고 받으러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가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을 독촉하지 않는 것이 상례 였다. 이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섣달그믐날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아마 어릴 적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되고 굼벵이가 된다고 하여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풍습은 사람의 몸에는 생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상시(上尸)·중시(中尸)·하시(下尸)의 삼시(三尸)가 있는데, 사람의 잘잘못을 기록해두었다가 연말 경신(庚申)과 갑자(甲子)의 날 밤중, 사람이 잠들면 신체로부터 빠져나와 승천하여 생명을 맡은 사명도인(司命道人)에게 그 사람의 과실을 보고하여 벌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병에 걸려 죽게 되므로 삼시가 몸에서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 하게 하려고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잠을 자는 것은 영원히 자는 것 처럼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밤을 새우며 새롭게 시작하는 날과 그 전 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함을 암시한다. 불을 밝히고 잠을 주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방, 마당, 부엌, 외양간, 변소 등 집 안 구석구석에 밤새도록 불을 밝혀 놓으니 환해서 좋았다. 이는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의 영향으로 수세(守歲)라고 한다. 유년 시절 시골집 부엌에는 복판 벽에 조왕단이라는 돌출 부분에 조왕수를 놓아 조왕신(竈王神)을 섬기는 풍습이 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신인 조왕님을 연중 정성스레 모셨다. 그 이유는 일 년 내내 그 집안사람들의 소행을 낱낱이 지켜보았던 조왕님이 섣달 스무나흗날 승천하여 옥황상제에게 낱낱이 고해바친다. 그 승천 보고에 따라 선행이 많으면 응분의 복을, 악행이 많으면 응분의 화를 내린다. 곧 새해의 길흉화복이 조왕님의 보고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조왕신은 지난해를 심판받고 새해의 길흉을 받아들고서 섣달그믐날 밤 부엌을 통해 들어온다. 조왕님이 돌아오시는 날 밤, 부엌을 비롯하여 집안 곳곳에 등불을 켜 잡귀를 쫓은 다음 경건하게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며 밤샘을 했다. 이는 우리 민족이 신(神)과 직결된 자신의 양심에 되돌아오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섣달그믐날 밤 제일 무서운 귀신은 야광기다. 유년에 어머니는 섣달그믐날 밤 대문 밖을 나가면 걸리는 것이 귀신이라고 했다. 집에 있지 않고 싸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겁을 준 말이 아닐까 한다. 야광귀는 양괭이라고 부르는데 신발을 훔치러 오는 귀신이다. 야광귀는 맨발 귀신으로 섣달그믐밤에 나타나 신발을 신어 보고, 제 발에 맞는 신발 특히, 발이 작은 아이들의 신발을 신고 달아난다. 이때 잃어버린 신발 주인은 병을 앓거나 재수가 없다. 그래서 신발을 방에 감추거나 엎어 놓기도 하고 야광기가 못 들어 오도록 마루 벽 대문에 체를 걸어 놓거나 문지방 위에 엄나무 가지를 걸어놓았다. 그런데 이 야광귀에도 약점이 있다. 세는 것을 좋아하는데 세다가 잊어버리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구멍이 촘촘한 체를 세다가 새벽닭이 울면 다 못 세고 도망간다. 사람들은 이 새벽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기 위해 화롯가에 둘러앉아 옛날이야기며 윷놀이, 망년주를 마신다. 설은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유년시절 파랑새 되어 날던 섣달 그믐밤, 환희의 밤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의 먼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고향의 산하에 설을 알리는 뒷산의 산새 소리, 앞 냇가 고드름은 추위에 떨고 마굿간 황소는 하품을 한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어른들, 정답던 이웃들이 보고 싶어지고 되돌릴 수 없는 수많은 날들이 섣달그믐날 생각 속으로 달려간다.
최근 교육부가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피해 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2019.4.1∼2019.4.30) 대비 0.7%p 감소했고, 학생 천 명당 피해 응답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유형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 일수가 대폭 감소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차 조사 결과와 비교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이버폭력(3.4%p), 집단따돌림(2.8%p)의 비중이 증가한 점에 주목해 예방교육 방향을 정해야 한다. 시대상 반영된 학폭 양상 첫째, 직접적 물리적 폭력 행위보다 집단따돌림 양상이 고착화, 일상화하고 있다. 지속적 괴롭힘과 따돌림, 익명 앱에서 뒷담화, 혐오 표현을 포함한 언어폭력 및 따돌림, 조롱, 욕설, 째려봄, 그룹으로 때리고 욕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집단따돌림은 집단으로부터 배제, 조롱과 뒷담화 등을 수반하며, 은밀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증거가 부족하므로 정황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현재일선 학교, 교육청 등에서 교육과정 속에 어울림 프로그램,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 등을 녹여내 개발·보급하고 있지만, 온·오프라인 상에서 만연하고 있는 집단따돌림에 대해서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사이버폭력 증가에 따른 관련 교육이 절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따라 온라인은 급속도로 청소년들의 생활을 파고들었다. 온라인상에서의 익명성과 장난 등을 가장한 각종 사이버폭력과 채팅방 등에서의 따돌림(일명, 블링) 등은 온라인의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사이버폭력은 그나마 증거가 확보되기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된다. 청소년들은 사이버상의 예비 가해자로 둔감할 수 있기에 인터넷·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네티켓 교육이 절실한 실정이다. 학교폭력 정의부터 바꿔야 예방교육 못지않게 학교폭력의 정의를 다시 살펴야 한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의하는 학교폭력의 정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업무 과중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기피 업무로 전락했는데, 학교 외부에서 발생한 사안을 학교로 가져와서 처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상해, 감금, 폭행 등 여러 행위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전담 기구에서 사안 조사 시 양쪽의 입장과 목격자의 진술에 의존해 학교장 자체 해결이나 교육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하지만, 근거 부족, 상반된 진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학교폭력의 정의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자녀를 둔 가족 간 함께 놀러 간 뒤 벌어진 자녀들 간의 싸움도 학교폭력인가. 아니면 자녀 간의 싸움일 뿐인가. 현행법의 정의로는 학교폭력으로 간주된다. 실제 이런 사건이 학폭으로 신고돼접수·처리되고 있다.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정하고 있는 학교폭력 정의를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2018년 11월 수학 수업 시간, 수행평가를 진행하던 중 한 학생이 그림을 그리면서 떠들었다. A교사는 ‘수업 중에 딴짓’했다고 판단해 해당 학생에게 꿀밤을 6~7회 때렸다. 지난해 11월 4일 대법원 1부는 A교사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벌금 150만 원을 확정 판결했다. 한국교총은 최근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사건·사고의 판례를 통해 시사점과 주의점을 안내했다. 흔히 수업 중 한눈을 파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꿀밤 한 대쯤 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꿀밤도 학생 체벌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교총은 “학생 체벌은 형사 처벌과 징계 처분이 뒤따른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중학생 아들을 체벌한 아버지가 입건된 사건도 소개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훈육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아들을 심하게 때린 혐의(아동학대)로 아버지를 입건해 조사했다. 이후 경찰은 아버지와 다른 가족을 분리 조치했다.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를 체벌하는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교총은 “체벌 및 정서적 학대 행위,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인한 징계와 처벌이 강화된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성희롱 사건에 대한 판례도 안내했다. 쭈그려 앉은 여학생 치마 밑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댄 교사에 대해 교육청은 품위유지 위반으로 정직 3월 징계처분했다. 당시 해당 학생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 진술도 거부해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교육청이 징계했고 법원(1심, 2심)에서도 “정직은 정당하다”도 판결했다. 중학생에게 야동 시청을 권유한 교사에게도 1심 법원은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수업 중 고등학생 제자에게 “너는 아이를 잘 낳게 생겨서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로 성적 수치심을 준 교사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교총은 “경찰과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에도 교육청이 징계할 수 있고, 교육청의 해임 처분을 법원에서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면서 “성희롱은 절대 안 된다는 높은 성 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직원들과의 회식 중 여직원의 머리를 감싸 당기는 일명 ‘헤드록’을 한 회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부하 여직원의 손등을 엄지로 10초간 문지른 상사에 대해서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성적인 의도가 있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교총은 “회의, 회식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주의한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된다”면서 “깨끗한 교직 윤리를 실천하는 것이 스스로 교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과 금품수수, 성적조작, 폭력 등 4대 비위는 교권침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교단 수기 공모전 대상의 영예는 ‘우리 교실에 동물이 산다!’를 출품한 김승일 전남 묘량중앙초 교사에게 돌아갔다. 본지가 주최한 2021 교단 수기 공모전 시상식이 3일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공모전에는 총 240편이 출품했고, 그중 2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코로나19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해 대상을 수상한 김승일 교사와 금상 수상자인 오성목 경기 운유초 교사, 은상 수상자 서기성 강원 사내초 교사, 동상 홍정희 서울 영락중 교사 등 네 명이 대표자로 참석해 간소하게 진행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가 많다는 사실에 ‘만남’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면서 “교단 수기 수상작을 읽으면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방황하던 저를 잡아줬던 선생님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심사를 맡은 윤연모 시인은 “작품에 담긴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새 희망의 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면서 “교육자라는 소명 의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사 또한 동반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바람직한 교사상(像)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교실에 동물이 산다!’는 교실에서 햄스터와 소라게, 사슴벌레를 기르면서 ‘반려동물 관리사’, ‘유튜버’라는 직업을 체험하고 생명, 존중, 배려 등 도덕적인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을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낸다. 아이들이 더 나은 선택을 결정하는 과정과 가치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훈수나 조언 대신 판을 깔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최선의 결정을 내린 아이들을 칭찬으로 격려한 김 교사의 배려가 인상 깊다. 김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블로그에 기록했던 내용을 모아 글을 썼다”면서 “앞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금상을 받은 오성목 교사의 ‘커피는 향기를 남기고’는 신규 교사 시절 만났던 제자 이야기다. 무단결석이 잦았던 제자. 집을 방문한 후에야 어린 나이에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단 걸 알게 된다. 틈틈이 제자를 챙기면서 가정방문도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을 대접한다고 내왔던 게 ‘커피 믹스’였다. 졸업식 날, 편지와 함께 내밀었던 것도 다름 아닌 커피 믹스였다. 오 교사는 “지금도 커피를 마실 때면 앳된 손으로 끓여주던 커피의 맛과 향을 잊을 수 없다”면서 “제자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고 보고싶다”라고 했다. 교단 수기 수상작은 지면에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한편, 2011년부터 진행한 교단 수기 공모전은 교단에서 경험한 희로애락과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깨우침, 보람 등 교사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존사애제(尊師愛弟)’ 문화를 되살리고 교원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매년 열린다.
“선생님, 참고 참고 또 참으려고 했는데,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민호는 한바탕의 광풍이 지나간 평온한 눈을 들어 교사인 나를 쳐다보았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연신 가슴을 움켜쥔 승찬이의 셔츠를 살짝 들쳐 보니 줄넘기 자국이 빨랫줄 마냥 선명히 박혀 있다. ‘아이고, 얼마나 아플까?’ 상처를 본 순간 애처로운 마음과 함께 승찬이 어머니의 얼굴이 날카로운 바람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다. “승찬이가 얼마나 아프겠니? 좀 더 참지 그랬어?” 상처를 보더니, 미안한 듯 눈물이 살짝 고인 민호의 눈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막무가내였던 이전과 다르게 공동체 생활방식에 다가서는 성장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누가 저 맑은 눈에 그토록 사나운 포효가 숨어 있으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잠깐 사이 양과 사자의 상반된 두 이미지가 뇌리를 스쳐 갔다. 3월 입학식 다음 날부터 한 시간이 멀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의 울음 섞인 하소연 뒤엔 늘 민호의 이름이 처분을 기다리는 옷가지의 상표처럼 붙어 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올라와 적응해야 할 1학년 아이들에게는 화장실 사용법, 학용품 사용법, 자리에 앉는 방법, 복도와 계단을 이동하는 방법 등 익혀주어야 할 기본 생활수칙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심한 민호는 속수무책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교사의 설득이나 훈계도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참다못한 교사가 강하게 말하면 오히려 화를 내며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난폭한 데다가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이 아이와 1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29명이나 되는 다인수 학급에서 한 아이가 눌러대는 무게는 커다란 바윗덩이와 같았다. 매일 피가 거꾸로 솟구칠 것만 같은 스트레스가 찾아들었다. 민호의 지도를 위해 3월 2주 첫날 일차적으로 민호 아버지에게 학교 방문을 요청했다. 면담을 통해 엄마와 이혼 후, 아버지 혼자서 3살 때부터 누나와 함께 민호를 양육해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민호 아버지와 민호의 심각한 학교 부적응 상황을 공유하면서 가정에서도 관심과 칭찬을 통한 지도를 당부했다. 아버지의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아버지와 상담 후 민호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다소 안도하였다. 그러나 상담 약효는 단 이틀이 못 갔다. 방법을 더 고민해야 했다. 그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 아동센터, 복지관 선생님들과 상담을 통해 민호의 폭력성, 과잉 행동성, 분노 조절의 어려움 등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어 오랜 친분이 있는 선배 선생님께 조언을 요청했다. 선배 선생님의 조언대로 민호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을 다짐을 말하게 하고 교사가 받아 적어 매일 반복하여 말하게 하였으나 그것도 별 효과가 없었다. 더 난감한 것은 아버지의 태도였다. 자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애써보겠다던 아버지의 태도는 되풀이되는 아이의 폭력성에 대한 담임교사의 상담 전화에 금 새 바닥을 드러냈다. “선생님, 제대로 알아보고 전화하신 겁니까? 저는 제 아들만 믿습니다.” 민호를 두둔하며 점점 억지를 부리는 민호 아버지의 태도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제멋대로 굳어버린 구도심의 오래된 콘크리트 벽 같았다. ‘어떻게 자신의 아이가 돈을 내놓으라고 친구를 협박한 일을 두고 아버지라는 사람이 저런 뻔뻔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상담 전화를 걸 때마다 민호 아버지의 고지식한 태도에 대한 실망감만 커져갔다. 무조건 윽박지르면 상대가 겁먹어서 더 이상 잘못을 추궁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태도였다. 아버지의 이러한 약육강식의 잘못된 논리가 아이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민호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아들러 심리학을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적용한‘긍정 훈육법’ 관련된 책들에서 희망을 찾아보기로 했다. 단호함과 부드러움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침착하고 담대한 태도가 중요했다. 민호가 화를 내며 교실을 박차고 나갈 때도 허둥대며 쫓아가지 않고, 침착하고 단호하게‘민호야 나가지 말고 들어와 앉으렴.’ 한마디만 하고 기다렸다. 화를 내며 씩씩대고 나간 민호가 한참 후 교실 근처에 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나가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혹시나 다시 뛰쳐나가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도 찾아들지만 좀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다.’ 교사는 이러한 심리적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이런 인고의 시간이 째깍째깍 분침을 돌리는 사이, 어느새 교실 출입문 근처까지 와 있는 민호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다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민호, 저 자리로 가서 앉아.”라고 말한다. 민호는 멋쩍은 듯 “선생님이 아까 화냈잖아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지만, 대답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민호는 조금씩 교사의 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민호가 친구를 때려 울린 일들이 발생했을 때도 상대 친구를 진정시키고 먼저 민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선생님은 네 편이야, 이해할 수 있어.’ 어머니와 같은 전폭적인 신뢰를 실어주는 교사의 태도에 민호는 안도를 하면서 이성을 찾아간다. 민호의 격한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상태에서‘그 순간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었겠다’라는 이해의 관점으로 마음을 받아주고 나서 그 상황에서 ‘네가 상대 친구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민호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를 학습해 나가기 시작했다. 색종이로 ‘팽이 접기, 꽃 접기’ 등을 접어 선물로 주기도 하고, 곁에 와서 어릴 적 이야기며 주말에 있었던 일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민호의 예쁜 손을 친구들에게 예쁘게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가 부정적 행동을 했을 때, ‘선생님은 여전히 너를 신뢰하고 있다’는 교사의 이해 어린 말 한마디가 안심 장치가 되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느 날, 민호가 교직원 차에 흠집을 내는 일이 발생하였다. 담임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호 아버지는 ‘아이의 실수를 가지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 아니냐, 작은 것을 가지고 크게 확대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학교로 찾아온 민호 아버지는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차량 주에게 변상해주는 대신 수리는 자신의 직장에서(카센터 근무하시므로) 편의대로 하겠다는 식의 거친 태도를 보였다. 그 자리를 지켜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나지막이 설득을 했다. “민호 아버님, 민호는 아빠를 너무나 좋아해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다고 생각해요. 실수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민호에게 자신의 실수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르쳐 준다면 민호는 더 멋진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을 들은 민호 아빠는 거친 자세를 거두었다. 역시 아버지에게도 다른 사람의 이해와 격려가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그 후 가끔씩 민호의 긍정적인 변화를 칭찬하고 아버지의 노고를 위로해 주는 통화를 하면서 민호 아버지의 태도도 점점 우호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을 운동회에서 민호 아버지는 우리 반 대표로서 여러 경기에서 활약을 해주었고, 반 친구들이 민호에게 ‘민호 아빠는 운동을 잘하니까 짱 부럽다’는 칭찬의 말을 해줌으로써 민호는 아빠에 대한 자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지금도 가끔은‘민호가 내 줄넘기를 함부로 쓰고 아무 대나 던져놔요’라는 말이 들리곤 하지만, 민호에게서 ‘다음부터는 허락받고 쓸게요’, ‘미안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폭력성이나 분조조절의 어려움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없는 오랜 세월과 경험 속에 굳어진 성품과 같은 것이기에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야생마들에게 긍정의 마약을 써보자, 긍정의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사랑의 마법을 이 세상에 선물할 것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동상 수상 소감 적잖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 코로나19는 2020년 한 해의 3분의 2를 넘어서는 현시점에까지 온 사회를 멈춰 세웠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개학을 몇 달간 미루다가 겨우 온라인 개학으로 시작해서 온라인 수업과 등교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학교는 겨우겨우 명맥만 유지해가고 있다. 이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성과 분노 조절로 인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과 교사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좀 줄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인성 지도와 사회성 신장에 어려움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학력 저하라는 목전의 부정적 현상에 대해 교사로서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누구를 탓할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1, 2학년이 한 건물을 쓰고 있기에 민호와 서너 번 마주 추기는 했지만,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기에 표정을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민호는 정다움이 느껴지게 큰 소리로 반갑게 인사하곤 한다. 수상소감을 정리하면서 민호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함께 씨름했던 지난 1년의 시간들이 신기루처럼 피어올라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분노 조절이 안 되어 학급 친구들을 당황케 했던 민호를 이해하기까지 우리 반 28명의 친구들에게도 적잖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협조를 잘해주었고, 그러한 따뜻한 배려 속에서 민호는 나름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교단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흘리는 교사들의 땀방울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자양분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세워 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교육 현장에 숨겨진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발굴되어 코로나 이후 시대에도 교단에 등불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수상소감을 마무리한다.
“슝~ 슝~ 슝~ 슝~”교실 한 켠에서 들리는 쳇바퀴 소리에 모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띄워진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부모가 된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젤리며 견과류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새로운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으며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그야말로 딸을 키우는 내 모습이다. 2020년 5월, 우리 반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귀여운 햄스터 밤이, 부끄러움이 많은 소라게 고마와 구마, 젤리를 좋아하는 사슴벌레 사슴이까지…. 올해 실과시간에는 동물기르기 단원을 재구성해서 직접 동물을 길러보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개 관심있는 동물들을 조사하고 정리해서 발표하게 했지만 이번엔 조금 색다른 도전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교실에서 동물을 기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무래도 관리가 어렵고, 동물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는데 이렇게 좋은 공부가 있을까? 세상에는 글로 배울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단순히 동물을 기르기만 한다면 교육과정과 큰 교차점이 없는 것 같아 국어, 실과, 미술교과를 묶기로 했다. "반려동물관리사, 유튜버"라는 두 가지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고 거기에서 생기는 문제와 보람에 대해서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다. 드디어 맞은 실과시간, 모둠별로 정해진 예산(학급 운영비) 안에서 키우고 싶은 동물과 준비물들을 정하고 직접 주문을 했다. 다만 동물을 고를 때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이 필요했다. 1. 실내에서 키우더라도 냄새와 소음이 심하지 않는 동물 2. 쉽게 죽지 않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동물 3. 관찰을 하거나 촬영이 쉬운 동물 4. 방학 때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동물 한참을 고심한 끝에 아이들이 선택한 동물은 햄스터, 소라게, 사슴벌레였다. 처음에 닥터피쉬를 이야기 한 모둠도 있었는데 저녁이 되면 교실 전기가 차단된다는 점과 방학 때 한 아이가 집까지 가져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물이 하나씩 도착하자 집을 꾸미는데 한참 열을 올리는 아이들이었다. 동물을 키우는 모습을 올리는‘유튜버’가 되어 보기로 했기에 ‘언박싱’영상이 아이들의 첫 영상이 되었다. 동물들을 맞을 준비가 끝나고 햄스터는 직접 대형마트에서, 소라게와 사슴벌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분양을 받았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우리 교실로 찾아왔다. 유난히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진짜 소라 안에 게가 들어있어.” “햄스터가 톱밥을 파고 들어갔는데 무서워서 그런가?” 여기저기서 조잘조잘 수다가 끝이 없었다. 아이들은 한참을 모여 고민하다 햄스터에게는 ‘밤이’, 소라게에게는 ‘고마’와 ‘구마’, 사슴벌레는 ‘사슴이’로 이름을 지었다. 그날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쉬는 시간이 되면 녀석들의 집을 둘러싸고 앉아 마치 부모나 된 것처럼 훈수가 계속 되었다. “만지면 스트레스 받아.” “소라게는 촉촉한 환경이 좋으니까 분무기로 물을 자주 뿌려줘야 해.” 스마트폰을 고정 해놓고 하루 종일 타임랩스를 찍기도 하고, 야행성인 녀석들이 밤에는 어떻게 활동하는지 궁금해서 촬영을 누르고 집에 가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모은 영상을 편집해서 다시 새로운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렸다. 어설프지만 의미있는 도전, 그렇게 우리 반 아이들은 유튜버가 되었다. 그 후로 녀석들과 우리의 동거는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꽤나 적극적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관심과 책임감의 차이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책임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리라. 그 사이 햄스터는 무럭무럭 자라 꽤 덩치가 커졌고, 소라게는 여기저기 쉘을 바꿔 다녔다. 애벌레는 어느덧 귀여운 아기 사슴벌레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11월...... 그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기른 동물들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계절이 되었다. 국어 토의 단원에서 그 고민을 해결해보기로 했다. 원래 처음부터 생각했던 프로젝트였지만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아이들에게 툭! 화제를 던졌다. “토의 주제는 밤이(햄스터), 고구마(소라게), 사슴이(사슴벌레)를 어떻게 할까? ” 간단하게 각자의 의견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고 비슷한 것끼리 분류한 후 모둠으로 만들어 토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결과 대안은 세 가지, 1. 학교에 미니 동물원을 만든다. 2. 6학년 교실로 데려간다. 3. 모둠원 중 한 명이 집으로 데려간다. 방안을 정한 후에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영화로 만든 'P짱은 내친구'를 보여주었다. 일본 오사카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음식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돼지를 길러 졸업할 때 잡아먹자는 제의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영화다. 아이들의 관심은 폭발했다. 그동안 수많은 영상자료를 봤지만 이렇게 열심히 집중해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진짜 우리 상황이랑 똑같아” “저러다 진짜 잡아먹는 거 아냐?” “그렇다고 졸업하는데 계속 키울 수도 없잖아.” 영화는 동물을 안고 오신 선생님에서부터 시작해 이름을 지어주고 집을 만들어주며 열심히 돼지를 키우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드디어 한 해가 끝나가는 마지막 쯤 P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토의가 시작된다. 영화 중간부터 P짱을 먹느냐, 아니면 먹지 않느냐를 두고 셀 수 없이 많은 토의를 나눈다. 돼지고기 자체를 먹지 않겠다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토의를 하다가 감정이 상해 싸우기도 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그 과정이 우리 반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모든 회의가 다 깔끔하고 아름답게만 끝날 수는 없지. 어려서부터 많이 연습해야 어른이 되었을 때 진짜 토의를 할 수 있어.’ 비슷한 대안별로 모둠을 구성하고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으로 발표 준비를 했다. 근거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기특했다. 발표를 들으며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근거들을 칠판에 정리해 주었다. 그런 다음 대안이 실행되었을 때 일어나는 문제나 결과 등을 예측해보고 궁금하거나 반박하고 싶은 내용을 포스트잇에 썼다. 정리한 포스트잇은 칠판에 붙이고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꽤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우리 학급은 바로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이렇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고 써서 정리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각 대안별로 쪽지들을 정리를 해봤는데 따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모두들 문제점들이나 결과를 잘 예측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경제적인 면이나 책임감, 6학년 선생님의 수용 여부 등등 본인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일 것이다. 친구들의 의견을 가져와 모둠별로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쳤는데 생각보다 열심히 해서 깜짝 놀랐다. '이래서 토의 주제가 중요하구나’ 어느 정도 모둠별 의견이 종합되고 드디어 자유토의를 시작했다.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나 결과, 해결방안들을 나눴다.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니까...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다보면 목소리가 커지고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차분하고 여유롭게 말할 때 더 설득력이 있고, 그 사람의 인품이 느껴진다는 것을 이런 기회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한다. 결국 토의의 결론은 '6학년 교실로 데려간다'로 결정되었다. 만약 6학년 선생님이 반대할 경우에는 최대한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안 될 경우에는 모둠별로 정해진 사람이 데려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방안 중 2안과 3안이 절충된 결론이 나온 것이다. 문제점, 실현 가능성, 결과 예측까지 수많은 의견 조정 과정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결론이라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프로젝트는 지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수업이자 경험이었기를 바란다. ------------------------------------------------------------------------------------------------------------------ 2021 교단수기 공모 - 대상 수상 소감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배울 기회로… 처음 이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가 떠오른다. 주제를 정해놓고, 어떻게 재구성을 하면 좋을지 참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또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생명, 존중, 배려, 공동체 등등.. 세상은 참 빨리 변해가고, 그 속에서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와 가치가 교차하고 역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험과 시간을 걸어온 우리도 가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도덕교과에서 말하는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과 가치들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교사로서 꽤 행복할 것 같다. 물론 같은 활동을 진행했다 하더라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1년 동안 함께 키운 ‘밤이, 고구마, 사슴이’의 미래에 대한 토의를 할 때 아이들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 그 판이 적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깨달음을 주었다면 나는 행복한 교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난 이 맛에 교사한다!
하윤수(오른쪽) 한국교총 회장이 3일 서울시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2021년 교단수기 공모 시상식 후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교육부에 2월 내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입학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임 회장은 2일 교육부를 직접 방문해 이런 내용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임 회장은 이에 앞서 동일한 내용을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접수했다. 임 회장은 요구서를 통해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은 입학전형에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 허위서류 등을 근거로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부산대를 지도·감독하는 교육부장관의 사무처리는 위법하며 부당하다”면서 “언제까지 이 위법사항을 해결할 것인지 분명히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위법 상황이 방치돼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행한 것이 되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교육부장관을 포함한 공무원 개개인에 대해 조민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위임을 받아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2월 안에 위법 사항을 해소하지 않으면 3월에는 교육부 공무원 개개인을 상대로 소송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여 국민 건강권이라는 중대한 공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에 앞선 1일에는 차정인 부산대 총장, 신상옥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원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을 직무유기와 고등교육법 위반죄로 형사고발했다. 이에 앞서 교육계에서도 입학 취소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조민의 입시 부정행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절차를 주도적으로 밟기는커녕 정경심의 판결 확정 뒤로 숨는 것은 부산대 스스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존립 당위성을 부정하는 짓”이라며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뿌리째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1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딸 의사 국시 합격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