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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된 교권침해 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교권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다. 이철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치유지원센터’ 운영현황에 따르면 교권침해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상담을 받는 교사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만 접수된 관련 상담건수는 3548건으로 월 평균 591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접수된 전체 상담 4353건, 월평균 363건에 비해 63%나 늘어난 수치다.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하는 사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한 사건은 2013년 62건,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총 84건이 발생해 정도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교사들은 성희롱을 당했어도 주변의 시선 및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다. 지금처럼 교권과 교원의 사기가 지속적으로 추락한다면 우리 교육은 제대로 설 수 없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전 사회가 나서 교권확립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시점도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국감과 정기국회를 진행 중인 국회는 ‘교권확립’을 제1목표로 삼고 교권보호와 교원 자존감 회복을 위한 현안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우선 과제는 교원지위법 개정이다. 최소한의 교권보호 장치 마련을 위해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학급 교체 및 전학조치, 학부모에 대한 고발조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고작 15명뿐인 전문상담사, 3명뿐인 전담 변호사도 대폭 확충해 상처받은 교단을 보듬어야 한다.
"업무는 어려워지는데 처우는 그대로"라는 어느 보직교사의 하소연처럼 보직교사수당은 13년째 월 7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교직수당도 2000년 1월,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 이래 17년간 한 차례 인상도 없었다. 담임업무수당은 교총의 교섭합의 도출 등 노력으로 그나마 12년만인 지난해에 월 2만원 인상됐을 뿐이다. 지난 7월 서울 초등교감 5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는 ‘업무가 과중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단일호봉제 체제 하에서 담임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했을 때 보수인상 효과는 3만원에도 못 미친다. 또한 현재 일반직 4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관리업무수당으로 월봉급액의 9%를 지급하고 있으나, 유독 학교장에게만 7.8%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교육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 조항이 점차 사문화돼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러한 교직사회의 사기 저하와 불만은 교총이 지난해 10월 1일부터 11월 11일까지 전국 50만 교원을 대상으로 전개한 ‘교원처우개선 및 차등성과급 철폐 등 10대 교육현안 해결 촉구 50만 교원 청원운동’에거 고스란히 표출됐다.당시 현장에서는 짧은 기간 20만 1072명이 대거 참여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교총과의 교섭 합의 이후, 현장에서 요구하는 처우 개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예산을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그치지 말고 교육부는 수당 인상 등을 실현시키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각 부처에서 제안한 수당 등 처우개선안을 수합해 검토를 통해 12월경에 반영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윤수 교총 회장이 교육부와의 교섭합의 조인식 자리에서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합의내용을 결단력 있게 실행하라"고 요구한 대로 이번만큼은 교원처우예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최근 우리 교육계가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부분은 바로 교권 추락이다. 교사로서 오랫동안 교단을 지키고 있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힘든 때는 없었다. 바로 교사의 권위가 너무 추락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추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비교적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이 잘 정립됐다면 모르겠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시기상조라는 느낌이다. 현장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이 불러온 결과다. 탁상행정이 불러온 교권추락 갈수록 교사를 보고도 인사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교사에게 대들거나 욕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 술 더 떠서 오직 자기 자식만을 철저히 비호할 뿐 학교와 교사의 입장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올바른 교육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돼 함께 노력하고 서로 이해, 배려할 때 가능하다. 그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학기 초부터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며 욕하는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부모에게 전화도 드려보고 상담도 하고 Wee센터 상담원도 연결해주면서 멘토 상담도 진행해왔다. 게다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 상담까지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줬다. 연일 빗발치는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와 방문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럴 때면 혼자 어디론가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아이의 심한 문제행동에 학교에서는 별로 할 게 없다. 그야말로 교사들의 팔, 다리 다 잘라놓고 어디 한 번 일어서보란 식이다. 학부모들이 막무가내로 나올 때는 더 난처할 때가 많다. 미국에서는 담임교사의 벌점이 무섭고 심할 경우에는 학부모 소환을 하고 스쿨카운슬러에게 보내는 일련의 절차가 철저하게 잘 적용돼 학생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을 위한 교권 회복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온정주의로 일관해온 그동안의 학교 풍토와 학부모들의 떼쓰기 식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오늘날 교육현장은 무기력해지고 교권이 상실된 지 오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말이 있듯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형성돼야 하고 부모의 일관된 훈육과 자녀 앞에서의 모범적이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기본적인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고서는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렵다.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때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대부분은 저학년 때부터 이미 문제 행동을 많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문제가 된다면 조기에 엄격히 지도하고 예방 차원에서 생활지도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교권 확립은 결코 교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결국 아이 본인을 위해 꼭 필요하다. 교권이 상실되고 학생지도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입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단위학교에서 문제 학생에게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고 어정쩡하게 대응하는 방식은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권확립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교육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선진교육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원의 열정을 빼앗아 간다면 그 명성은 곧 사라질 것이다.
긴 연휴 1학년 아이들에게 태극기 구입하기, 국가기념일에 태극기 내걸고 사진 찍어 보내기 숙제를 내줬다. 추석을 비롯해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을 사전 지도하며 알아보니, 집에 국기가 없는 학생이 여럿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태극기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거나 기념일을 단순히 쉬거나 노는 날쯤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는 교과목으로 나라사랑을 배우고 애국가를 부르지만 가정교육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몇 몇 학부모는 그 취지를 이해하고 몇 장의 사진을 보내오셨다. 태극기를 내걸고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는 일이 귀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 1학년은 공교육의 출발선임을 생각할 때, 태극기 교육은 반드시 해야 되고 숙제로서도 매우 가치가 있다. 바쁜 일상에 묻혀 무심했을 지도 모르는 국가기념일에 아이가 숙제라고 하니 부모님도 태극기를 내걸며 한 번 더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했을 것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자녀에게 국가기념일의 의미를 부모의 언어로 가르쳤을 것이다. 교육은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비율이 95%나 된다고 한다.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거는 집은 갈수록 줄고 나라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태극기 사서 걸고 사진 찍어 보내기’ 숙제를 내야하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가르치는 학교, 어느 것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지 몸으로 보여주는 학부모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번에 사진을 찍어 보낸 아이는 앞으로도 국가기념일에 직접 태극기를 걸 것이 분명하다.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을 배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 것 같다.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애국심은 그저 지식일 뿐이다.
지난달 28일 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교단에서는 카네이션 수수 논란을 빚으며 갑론을박 속에 발효되고 수정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법 시행 1년을 지내며 학교 현장에서는 그 공과(功過)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게 현실이다. 우선 교직사회에 대한 청렴, 신뢰도를 제고했다는 의견이다. 각종 언론,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에서 긍정적 답변이 50~60%로 나타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반면 학교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과도한 입법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관계를 삭막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최근 교총이 전국 교원 1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원·학생·학부모 간에 삭막한 관계가 됐다’는 응답이 33%, ‘교내외 각종 행사 운영 시 불편함을 초래 했다’는 답변이 12%나 나왔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제자, 학부모 등으로부터 카네이션 한 송이, 음료 한 잔, 사탕 한 개도 받을 수 없다. 감사의 마음이 부정청탁이 되는 현실 유리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대면상담, 교직원 간 친목모임이 꺼려지고, 직업적 회의감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 공동체 간 교육적 협력이 소홀해지고 냉정하고 형식적인 관계로 굳어질까 우려된다. 물론 바르지 못한 문화와 풍토는 바꾸는 게 맞다. 하지만 교육과 학교에서의 일괄적인 청탁금지법 제약(제한) 규정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교육과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현장친화적 법 개정이 요구된다. 이미 사회 각계에서 현실에 적합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는 3(식사), 5(선물), 10(경조사)만원의 상한액 기준을 완화ㆍ조정하고 농축수산물을 적용 품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학교 현장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의 법 개정도 함께 논의되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교육’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삐걱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관련 자료의 열람 여부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밤 11시 감사중지를 선언한 뒤 날짜가 지나 자동 산회했다. 이로써 교문위 국정감사는 9년 연속 파행을 이어가면서 불량 상임위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학생부전형 개선을 포함한 수능개편, 교육예산 확대, 교원증원 등 산적한 교육현안에 대한 고민 없이 정쟁만 벌였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교문위는 국무총리 증인채택 여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해석의 인식차이의 정쟁으로 계획된 감사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순실, 정유라 증인채택과 미르재단 감사에 대해 여야가 대치하다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8개 시도교육청을 하루에 진행해 겉핥기 국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증인선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업무보고로 시작된 이날 국감의 출발은 좋았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대의원 질의 시 끼어들기 없기, 정부를 상대로만 감사하기, 고성·삿대질 금지 등 ‘3無 국감’을 제안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이 전날 교육부 역삭교과서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국정화 여론수렴 조작 의혹과 관련해 “학교정책실장이 주도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단독으로 이런 일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여야 간 설전에 불이 붙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진상조사위가 이런 발표를 한다는 것부터 의혹”이라며 “당시 국정화 반대여론을 만들기 위해 전교조에서 예시 샘플 24개 유형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것이 여론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문제는 오후와 저녁 질의 때까지 공방을 이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대 측 의견에 대한 오류도 검증해야 한다면서 문서 분량이 많아 자료제출보다는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료가 33만장에 이르는 만큼 이를 복사해 제출하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열람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원장이 막고 있다고 반발했고, 유성엽 위원장은 열람 건은 4당 간사간 협의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열람이나 제출이냐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결국 국감은 종료가 아닌 ‘자동산회’로 파행됐다. 여야 교문위원들은 첨예하게 맞서면서도 중간 중간 정책질의를 이어갔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종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 진실성이나 학교성적 부풀리기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서울대 수시합격자 교내상 수상현황에 따르면 평균 27개의 상을 수상하고 한 학생의 경우 120개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도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가 학종의 합격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이냐”며 “상위권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학종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1차적으로 올해 말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내년 8월까지는 개선할 계획”이라며“대통령 공약대로 교사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과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년간 학폭위 심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초등과 고교의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학생간 성추행이나 성폭행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고,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 전담기관이 전국적으로 28곳에 불과해 부족한 실정이라고 대책을 요구했다. 또 김세연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교육부가 국립대 LED등 교체에 1290억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급한 것은 학교 석면에 대한 대책이라고 지적했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의 측정방법이 비현실적이고 허용기준치가 높아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교장 자격 없이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16년 국정감사 후속조치로 내부형 교장 공모 중 전교조 편중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내부형 교장공모제 발령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용자 50명 중 40명(80%)이 전교조 출신이라고 밝혔다. 시·도별로는 충북이 3년간 임용한 4명 모두(100%) 전교조 출신이었으며, 경기는 18명 중 16명(88.9%), 인천은 9명 중 7명(77.8%) 등이었다. 제주의 경우는 이석문 교육감이 전교조제주지부장 시절 함께 활동한 인사 3명을 올해 3월까지 임용해 제주시의회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이 같은 편중화는 최근 한국교총이 분석한 무자격 교장공모제 운영 현황에서도 확인됐다. 교총은 “최근 5년간 임용된 무자격 공모교장 76명 중 68.4%인 52명이 전교조 출신이며 전교조 관련 이력자 4명을 포함할 경우 73.7%나 된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 2학기의 경우 11명 중 10명, 올 1학기 12명 중 9명, 2학기 7명 중 4명이 전교조 출신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시·도지부장 등 핵심간부 출신이라는 것이 교총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실은 “전국 내부형 공모 교장의 80%를 전체 교원의 약 10%에 불과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형 공모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전교조의 학교 현장 장악을 교육 당국이 나서서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격과 무관하게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교장의 경우 2012년 법제화 당시부터 교단갈등 조장, 공모과정의 공정성 시비 등의 문제로 반발이 컸다. 이 때문에 교총 등 교육계는 내부형 공모를 폐기하거나 법적 보완을 요구하며 대국회, 대교육부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교문위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내부형 교장 공모 자격을 최소 교감 자격 소지자로 한정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직사회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과정에서 ‘교원인사에 있어 공개전형원칙을 통한 공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확인했다”며 “학교장 임용에 있어 무자격 공모제는 승진임용의 근간을 흔들고, 인사정책에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특정 교원노조의 교장 승진창구와 코드인사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현실이 또 다시 확인된 만큼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는 중단하고, 자격 요건 강화와 공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2월 2016년 국정감사 시정처리요구 결과보고서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 중 전교조 편중화 방지를 위해 법규를 개선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이 법규 개선 경과를 묻자 지난 10일 “교장 공모제 성과 분석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실시하겠다”고만 간단히 답했다.
교육청들, 언쟁 지양·주의·상담 안내 그쳐 수업 방해 대처 불가 제재 수단 없앤 채 "개인 역량으로 해결하라" 미온적 대응 "학생인권조례 폐기하고 실실질적 방안 담은 법·제도 시급" 제재 수단이 배제된 채 상담만 강조하는 교육청들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은 학생 지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교원들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에 대해 즉각적·실질적 방안을 담은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5월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유형별 대응방안 등을 담은 ‘2017년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제작, 보급했다. 매뉴얼에는 학생의 폭언, 폭행, 수업 방해 등의 유형과 사례, 대응요령, 사건 처리절차가 나와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이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재구성해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수업 중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대응요령으로 ‘여러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언쟁 지양’, ‘주의를 주고 수업을 계속 진행’,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학생의 심각한 반응에 대해 동료교사의 도움 요청’, ‘습관적 욕설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욕설에 대한 생활교육 실시’ 등이 제시돼 있다. 사안의 정도가 심각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선도위원회 등을 개최해 징계하거나 형법상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 협박, 모욕 등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원들은 매뉴얼이 학교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입장이다. 구두 주의나 추후 상담지도 등에 그쳐 수업 중의 문제행동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A중 B교사는 "매뉴얼은 결국 학생들의 말대꾸나 대들기, 욕설 등에 대해 교사가 그냥 참고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사가 자신을 벌줄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이 잘 알게 돼 수업 중 문제행동이 더 흔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가벼운 벌로 막을 수 있었던 문제행동을 이제는 그대로 내버려두게 되니 문제만 더 커졌다. 제대로 처벌해서 다시는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전북C초 D교사는 "교사가 기껏 할 수 있는 게 벌점제인데 학생부에 신경쓰는 모범적인 학생들에게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학생 지도에 실효성이 없다"며 "공감과 설득으로 가는 게 방향은 맞겠지만 과밀학급, 학습진도 나가기에 바쁜 교실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E중 F교사는 "교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매뉴얼이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매뉴얼을 지켰는가에 대한 논란만 가중되면서 교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매뉴얼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하는 반성의 사과를 받을 것, 재발 방지 약속을 받을 것’ 등을 상담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행동의 정도가 지나치고 잦은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매뉴얼에는 교권 침해에 대한 법적 처리방안이 제시돼 있지만 교원이 학생을 징계, 처벌하는 절차를 밟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G중 H교사는 "매뉴얼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사안이 발생해도 선생님이 아이를 징계해서 뭐하나 참고 말지라는 심정,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기면 된다는 주위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학생의 문제행동이 교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선도위원회 등을 열 때 동료교사들에게 업무부담을 주거나 번거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다수 교사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청들도 이런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은 기본적으로 법에 의거한 절차를 알려주는 것이고 수업 방해에 대한 대응 방법은 상담기법이나 비폭력 대화 등 교사 개인의 역량을 키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도 "수업방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학습권 침해, 교실 뒤에 서있게 하기 등 신체적 제재를 하면 체벌이라고 항의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고 학교는 상담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들은 매뉴얼, 개인 역량에 맡기기보다는 법·제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서울A중 B교사는 "외국처럼 학부모소환제나 교실 배제, 상담교사로의 인계 시스템 등이 제대로 마련돼야 체벌이 없어져도 학생 교육지도에 혼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대안 없이 너무 급하게 이상향만 쫓고 있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서울E중 F교사도 "수업 중 방해는 교권뿐만 아니라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만큼 문제 행동에 대해 즉각 제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교권 강화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총은 "학생인권조례 발의 이후 학생지도 체계의 붕괴가 가속화됐다"며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원지위법, 아동복지법 등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 문경서중(교장 강석호) 전교생은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뮤지컬 ‘넌센스2’를 관람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이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고 2시간 40분을 달려 지하철 혜화역에 내려서 공연장으로 차례차례 입장했다. 뮤지컬‘넌센스2’는 개성만점인 5명의 수녀들이 감사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헤프닝을 선보이는 내용으로, 1편은 전세계에서 공연된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컨트리’에서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유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흥겨운 춤과 노래로 시작하여 점점 내용에 빠져든 학생들은, 배우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간 1학년 김민상 학생이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안경을 쓰고, 기타 연주를 흉내 내는 장면에서 즐거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우리학교 박영길 선생님도 잠시 출연하여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해주셨다. 김예영(1학년) 학생은 “1시간 2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신이 나고 재밌었어요.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손바닥이 아파요.”라고 했고, 김유정(1학년) 학생은 “배우들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과거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는 소감을 전해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출연 배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무대에 작품을 올리기까지 2개월 이상 연습을 해야한다는 얘기에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배우들과 함께 사진 촬영도 할 수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이화벽화마을로 이동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다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났지만,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추억도 쌓는, 일석이조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문경서중의 문화체험 행사는, 교실에서의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문화의 향기를 듬뿍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유익한 행사가 되었다.
12일 충남 서산 서령고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교직원을 대상으로 드론 연수를 실시했다. 창의적 체험 활동시간을 이용해 수련관 내에서 드론 십여 대를 가지고 연수를 실시했다. 제4차 혁명은 그 무엇보다도 현장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주제 아래 드론 연수를 실시한 것이다. 또한 요즘 드론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도구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도교사인 임재원 선생님으로부터 드론 조작법을 배운 선생님들은 각자 드론 하나씩을 들고 직접 하늘로 날려보았다. 선생님들은 드론을 날려보면서 새로운 체험으로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드론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다.
평소 TV를 즐겨보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추석특선영화 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말할 나위 없이 추석특선영화가 평소 즐겨보는 이런저런 프로들과 중복편성되어 있어서다. 같은 특선영화라도 다른 채널과 겹쳐있어 무엇을 봐야 할지 골라 보기가 꽤 어려워 때아닌 고민에 빠져들게 되어서다.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는 그런 어려움을 말끔히 가시게 한 안성맞춤의 추석특선 TV영화(SBS 10월 3일 10시 40분)였다. 1시간 빨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KBS 2TV)가 시작돼 사실상 겹친 셈이 됐지만, ‘장수상회’와 비교할 바 아니었다. 강우석과 함께 한국영화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한 강제규 감독의 작품이어서다. 2015년 4월 9일 개봉한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이 ‘마이웨이’ 참패 이후 4년 만에 연출한 영화다. 먼저 평론집 ‘영화, 사람을 홀리다’(201쪽)를 통해 ‘마이웨이’ 개봉 즈음으로 잠깐 돌아가보자. 2011년 12월 21일 아주 ‘센 놈’이 나타났다. 300억 원을 들였다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정식 인증을 못받아 ‘설’로 떠도는 것과 달리 순제작비만 280억 원을 투입한, 그러니까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마이웨이’가 뚜껑을 연 것. ‘마이웨이’ 이전까지 최대 제작비라는 180억 원의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 감독)보다 무려 100억 원을 더 투입한 ‘마이웨이’는, 그러나 214만 2670명 동원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인 1000만 명은커녕 그 5분의 1정도의 관객에 그쳐 흥행 참패한 것이다. 영화계의 충격은 컸다. 충격이 컸던 것은 1996년 ‘은행나무 침대’를 시작으로 1999년 ‘쉬리’를 거쳐 2004년 1174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강제규 감독의 명성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에도 흥행 3위(‘아바타’부터 치면 4위)에 올라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감독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강제규 감독이 순제작비 37억 원의 소박한 영화 ‘장수상회’로 돌아온 것이다. ‘장수상회’의 관객 수는 116만 6049명이다. 제작비 대비 ‘마이웨이’보다는 낫지만,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다. 180만 명쯤인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한 숫자이니까. 강우석처럼 정녕 강제규 감독의 시대도 가버리고만 것일까? 그러나 ‘장수상회’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미있는 영화이다. 70대 김성칠(박근형)과 임금님(윤여정)이 그들이다. 내 기억으론 70대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죽어도 좋아’(2002년)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 정도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명 남짓한, 믿기지 않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것들 공통점은 다큐영화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관심을 끌만한 영화인 셈인데, 116만 명은 조금 끌다가 만 모양새라 할 수 있다. 강감독의 흥행실패와 다르게 이후 두 배우는 영화의 주연으로 당당히 나서게 된다. 2016년 박근형의 ‘그랜드파더’와 윤여정의 ‘죽여주는 여자’가 그것이다. ‘죽여주는 여자’의 경우 12만 1452명 동원으로 성공한 독립영화가 되었으니 그 감회가 오죽할까. 알고 보면 ‘장수상회’는 ‘치매 아버지 구출작전’ 영화이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고약한 노인네가 앞집으로 이사 온 할머니와 연애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던 관객들이 깜박 속은, 반전이 허를 찌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일상적 디테일과 리얼한 현실의 촘촘한 묘사가 박진감을 한껏 안겨준다. 효도라든가 가족의 의미가 비교적 잘 그려져 있다. 성칠이 민정(한지민)을 향해 “니가 내 딸이지. 그런데 악착스럽게 기억하려는데 기억이 안나”하는 데서 뭔가 뭉클함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유쾌하게 볼 명절용 영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로코에서 갑자기 사회극으로 바뀐 모양새인데, 결국 치매며 췌장암 말기 등 죽음과 가까운 우울하고 심각한 이야기라서다. 그런 반전이 외롭고 쓸쓸한 노인의 여생(餘生)을 하필 사랑의 포로로 만드냐는 불만을 가시게 하지만, 다소 의아하게 느낀 점은 여전히 남는다. 가령 박양(황우슬혜)이 조폭소녀들로부터 장수(조진웅)의 딸 아영(문가영)을 구해내는 갑작스런 코믹모드가 그렇다. 70세 버스기사(백일섭) 에피소드가 주는 유머와 다르게 전체구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 느낌이다. 특별출연한 임하룡의 해병대 출신이면서 맛이 살짝 간 캐릭터는 상징성이 크지만,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에서 슬퍼하는 김성칠 모습 역시 좀 아니지 싶다. 아영 구하기 에피소드와 다르게 그의 갑작스런 죽음 장면이 분명 필요하긴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잘 챙긴 일상적 리얼리티에 균열이 좀 생기는 듯해서다.
‘칭찬하면 성공한다.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칭찬 전도사 이병호 씨의 칭찬의 기술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 큰 공감과 시사점을 안겨 준 책이다. 이 책은 칭찬 타이밍과 스티커 활용법,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스킬, 오감 활용법과 7가지 칭찬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칭찬과 꾸중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중요한 척도로서 청소년들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하는데 꾸지람을 한 번하면 꼭 7번 이상 칭찬을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칭찬을 많이 하면 자신의 표정도 밝아지기 때문에 칭찬은 자신을 위한 것일 수 도 있다. 따라서 타인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칭찬은 언어적 행동 뿐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칭찬받을 행동을 했을 때 즉시 하는 것이 좋고 자연스러운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랜 교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사실 칭찬의 기술과 효율적인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잘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때로는 화도 나고 아이들의 사고나 감정의 불일치되는 장면을 목격 했을 때, 학생답지 않은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친구를 심히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 솔직히 칭찬보다는 꾸지람을 먼저 할 때가 많이 있다. 어떨 때는 정말 교사로서 자질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교직 생활이 거듭될수록 칭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된다. 사소한 칭찬 한 마디에 아이들은 표정이 달라지고 힘이 나서 공부를 하거나 교우관계에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두 곳의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상담의 가장 핵심 요소도 칭찬이다. 물론 잘 경청하고 수용하고 지지하고 긍정의 피드백을 주는 등의 상담 기술도 있지만 그 중의 제일은 바로 칭찬이 아닐까 싶다. 최근우리 교육계가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부분은 교권이란 생각이 든다. 현장교사로서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생활하고 있지만 요즈음같이 하루하루가 힘든 때는 일찌기 없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교사의 본분은 아이를 올바르게 잘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기에 담임은 더욱 매력적인 보직이다. 담임교사의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은 변화되고 꿈을 가지게 된다. 교직 사회에 칭찬의 새로운 물결이 출렁이어 세계 제일의 교육 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 요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학교생활 충실히 하는 것이 핵심 학생: 선생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학의 인재상과 평가요소를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학교마다 다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돼요. 교사: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실제 한 대학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30개 대학을 조사했어요. 대학별 서류평가의 공통점을 도출했는데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학생: 그럼 평가요소의 명칭만 다를 뿐 평가 영역은 거의 비슷하다는 말인가요?교사: 네 맞아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이 4개 요소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이번 시간에는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소개할게요. 먼저 학업역량은 선생님이 예전에 설명했듯이 학업성취도, 학업태도와 학업 의지, 지적호기심,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탐구능력을 말해요. 학생: 기억나요. 탐구하는 학자적인 모습이 중요하다고 하셨죠?교사: 맞아요.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탐구하고 그 내용을 토의·토론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학업역량이라는 거죠. 물론 지원학과와 관련된 교과목의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함은 당연하고요. 학생: 그런데 학종도 내신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교사: 학종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교과영역이에요. 학종은 특이한 경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 전형이 아니에요. 고등학교 생활의 80% 이상이 교과영역이기 때문에 교과활동은 매우 중요해요. 해당전공을 이수할 학업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잣대가 내신 성적일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정량적인 평가가 아닌 정성적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학생: 전공적합성은 무엇인가요?교사: 전공적합성은 학생이 진로를 찾아가고 탐색하는 과정으로,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할 때 무조건 전공과 관련된 활동만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학생: 그래도 전공적합성과 관련된 교과외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요?교사: 물론 모집단위에 맞는 활동도 의미가 있겠죠. 그러나 무조건 그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세부적으로 습득하기보다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폭넓고 다양한 학습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에요. 학종은 과정위주의 평가다. 학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 발전했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에서 80%는 교과활동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교과 외 활동이기 때문에 교과활동이 상당히 중요함은 앞에서도 서술했다. 때문에 교과 외 활동은 교과활동을 보충하고 확산하는 정도로 전개하면 좋다.예를 들어 교과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교과나 교과 외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다. 국어시간에 정약용의 ‘보리타작’이라는 한시를 감상했다고 가정해보자. ‘보리타작’을 통해 실학사상을 배경으로 조선 후기 사회제도의 모순, 관리나 토호들의 횡포, 백성들의 고뇌 등을 배웠다면 조선 후기 사회와 경제, 정치와 행정의 실상을 더 살펴보기 위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추가적으로 읽어볼 수도 있다.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 조선의 역사에 관심이 생겨 K-MOOC에서 ‘다시 찾는 조선의 역사와 인물’이나 ‘한국철학사, 한국지성사의 거장들을 만나다’를 수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동아리원과 조선후기 시대상이나 정약용의 사상에 대한 논문을 읽고 토의·토론을 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 만약 자연계열 학생이라면 ‘보리타작’에서 민중을 ‘보리’로 이해한 점에 착안해 보리의 속성을 탐구하면서 한시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보리의 내력, 재배 적지, 재배 상황과 용도, 보리의 효능 등을 조사해 보면서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이처럼 교과활동과 교과 외 활동이 서로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진행된다면 자신의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심분야로 옮겨감으로써 전공적합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억지로 무엇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적호기심을 바탕으로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이다.
서울 A단설유치원장은 최근 계단에서 넘어져 입술과 치아를 다친 만4세 원아 때문에 진땀을 뺐다.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몰라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B단설유치원 C교사는 다리에 상처를 입고 등원한 아이를 데리고 현장학습을 나가며 걱정이 돼 밴드를 붙여줬다 곤혹을 치렀다. 뭘 안다고 누구 맘대로 붙였느냐는 학부모 항의에 얼굴을 붉혀야 했다. 이 교사는 “보건교사나 간호사가 붙였다면 그랬을까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 351개 공립 단설유치원에 배치된 보건 전문인력(보건교사, 간호사)이 4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나도 광주(보건교사 10명), 세종(간호사 31명)에만 있고 나머지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는 전무해 유아들이 건강·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단설유치원 보건인력 배치현황’(2017년 3월 1일 기준)에 따르면 보건 전문인력이 배치된 곳은 불과 11.6%에 그쳤다. 10곳 중 9곳은 원장·원감, 행정실무사 등이 돌볼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그것도 광주·세종에만 배치돼 있고 가장 많은 76개 단설유치원이 있는 경기를 비롯, 경남(24), 충북·강원·전남(각 23), 서울·충남(각 21) 등 15개 시도에는 보건교사, 간호사가 전무했다.특히 원아 수 200명 이상인 단설유치원 40개소 중에서는 단 2곳만 배치돼 있고, 학급 수 15개 이상인 대형 단설유치원 9곳에는 보건 전문인력이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현행 유아교육법 제20조에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을 둘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정원·비용 등의 문제를 이유로 배치에 소극적인 상태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무교육기관이 아니고 배치도 의무규정이 아니라 그런 측면이 있다”며 “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나 질병 예방 등에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 안전사고는 2015년 7722건, 2016년 761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유 위원장은 “유치원 안전사고의 90% 이상이 원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전문 보건인력 확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엄미선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다치고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응급처치 등 적절한 대응을 위해 보건교사, 간호사 같은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유아교육법도 개정해 보건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 얘, 저리가! 또 뭘 귀찮게 물으려고 그래?” “아저씨, 저게 무어예요?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은 어린이가 잘못한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런 것 물어 봐 가지고 가면 학급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구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그래, 또 뭘 알고 싶은데?” “저기 저거요. 지금 꼼지락거리는 거 그게 뭐예요?” “이거? 이건 우리 고장에서만 나는 조개인데, 이렇게 쏘옥 내미는 조개의 발이 마치 새의 부리 같이 생겼다고 ‘새조개’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와! 정말 그러고 보니까 꼭 새부리 같긴 하네요.” “그래, 이젠 알았으니까 비껴 주어야 나도 장사를 하지?” “네에, 감사합니다.” “아유 저 녀석들 도무지 어떻게 꼬치꼬치 묻고 따지는지 정신이 없다니까.” “어허허허, 자네도 당했구먼, 나도 아침에 한 아이를 만났다네. 저 아이들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무엇이든지 저렇게 그냥 보아 넘기는 법이 없는 아이들인데.......” “글쎄? 어쩜 그 선생님이 누군지는 몰라도 바르게 가르치는 것 같기는 해. 아이들이 무엇이든지 알고 싶어 하고 모르면 물어보아서 알려고 하면 그게 좋은 거 아니겠어?” “맞는 말이야. 아 글쎄 날마다 집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은 모르는 것들을 저 아이들은 기어이 알아야 한다고 물어서 알려 주어야만 가니 귀찮기는 한데....” 읍내 시장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두 아저씨는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간이 다 지났으니 또 물으러 오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하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나눈다. “자 오늘 5분 발표 시간에는 누가 무엇을 찾아가지고 왔을까?” “저요!” “저요!” 53명의 어린이들 중에서 3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자기 것을 발표 하겠다고 야단이 났다. 이 모습은 마치 어린 새끼 새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면서 덤벼드는 모습과 비슷하였다. 요즘에 Tweeter라는 SNS가 있는데, 이 Tweeter라는 말이 ‘짹짹거리다’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반의 아이들의 모습이 그런 것인가 보다. 더구나 아이들은 길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짧게 간단한 상식을 아니 눈에 띄는 것을 찾아서 학급의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시간인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이 ‘아침 5분 이야기’는 아이들이 늘 보는 것이지만 잘 모르고 지내던 것들을 찾아서 알아가지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시간이다. 다른 반은 아침 자습시간이지만, 이 5학년 2반은 이렇게 자기가 조사해온 것을 알려주므로 해서 모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자 그럼 상주부터 발표해 볼까?” “넷, 야, 너희들 이발관 앞에 빨강, 파랑, 하얀 줄이 있는 간판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았지? 그게 뭔 줄 알아? 그거 말이야. 아주 옛날은 이발사가 그 날카로운 면도칼을 가지고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도 겸했었단다. 그래서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더라.” “야! 그럼 하얀 색은 뭐라니?” “어어? 그건 안 물어 봤는데?” “와, 하하하하!”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하얀 색은 무엇인지 다시 물어 보아서 알려 주어야겠네?” “네, 내일 다시 알려 줄게.” “다음은.... 그래, 오늘 처음 손을 들었는 것 같은데 경식이!” “네. 저는 안 시켜 줄줄 알고 손을 들었는데......” “그럼 조사도 안하고 손들었단 말이야?” “아니요. 발표 할 거예요. 나는 아침에 시장에 오다가 이상하게 생긴 조개를 보았거든, 물으려고 하니까 귀찮다고 가라고 내쫓지 않아. 또 무얼 물으려고 그러냐고....” “얼른 이야기해 서론은 접어두고....” 반장인 영길이가 독촉을 한다. “응, 조개를 보니 이상하게 생긴 것이 삐죽하게 나와 있어서 물어 보았지. 새조개라고 알아? 삐죽하게 나온 것이 조개의 발이라는데 그것이 새부리 같이 생겼다고 새조개라고 한다고 그러시더라.” “에이, 새조개도 몰랐어?” “자, 그럼.....” 그 때 학교 방송을 통해서 “5학년 2반 강선생님, 빨리 오셔서 전화 좀 받아 보세요.” 하는 방송이 나왔다. “자 그럼 반장이 나와서 좀 진행을 하겠니?” 하고 선생님은 교무실로 달려 나갔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보성남교 교사. 강영준 입니다.” “5학년 2반 선생님이십니까? 여기 경찰서 인대요.” “네? 경찰서 라구요?” “네에, 놀라시지 마시고 들어 주세요. 선생님이 요즘 아이들에게 의심스러운 것은 물어서 알아오게 하신다면서요?” “네, 아이들이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지고 와서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시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에, 그거 좋은 일이신데요.” "네." “요즘 아이들이 경찰서에 와서 묻는 것은 좋은데, 너무 꼬치꼬치 물어서 정말 알려 주어서는 안 되는 비밀 사항이 있지 않습니까? 경찰은 몇 명이나 되고, 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데, 그건 알려주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기어이 알려달라고 졸라서 진땀을 뺐습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라서 몰라서 그런 것이니까 주의 시키겠습니다.” “잘 타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못 알려 주어서 미안하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귀찮게 해드려서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좋은 공부를 시키시는데요 뭐,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자 교감 선생님이 묻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경찰서라고 했잖았어? 누가 사고 친 거야?” “아니에요. 안심하십시오. 우리 반에서 운영하는 아침 활동 시간에 궁금한 것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경찰서에 가서 알려 줄 수 없는 것까지 꼬치꼬치 물었던 가 봅니다. 그래서 못 알려준 까닭을 이야기 해준 거예요.” “난 또 무슨 사고 쳤나 하고 조마조마 하였지.” 이 날 아침엔 아이들에게 그 경찰 아저씨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누가 그렇게 물었는지 알아보았다. 역시 똑똑한 반장과 단짝 친구 웅진이의 짓이었다. “그래? 알려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 하면 그렇게 알아야지 더 물으니까 경찰 아저씨가 몹시 난처하셨던가보구나. 군사비밀이라는 것이 있지 않니? 다른 기관에 가서라도 그런 것이 있는 법이거든 앞으로 그런 것은 조심을 하여야 하는 거야. 너무 자세한 것을 물으면 안 가르쳐 주시거든 그것은 말하기 어려운 사실이구나 하고 그쳐주어야 할 거야. 계속 물으니까 너희들이 오면 미리 가라고 그런다고 했었지?” “네, 우리가 가면 ‘또 무얼 물으려고?’ 그래요.” “그래 너무 귀찮게 하면 이제 너희들에게 안 가르쳐 줄 거야. 조심들 하자?” “네,” 선생님은 이제 아이들이 오늘 아침 일 때문에 이젠 조금은 조심스럽게 해 주리라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되었다. 이 아이들은 좀 색다른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쓰는 공책부터 달랐다. 공책을 반으로 접어서 반쪽에만 선생님이 적어준 것을 적었다. 나머지 반쪽은 그날 복습을 하는 노트이다. 날마다 그날 공부한 것을 잘 보고 다른 반쪽에 그것을 문제로 만들어 가지고 가야 선생님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1973. 4.25 * 우리나라에 들어 외래 식물 0 재래종이 못 살게 만든다. 0 외래 식물이 자라면서 땅이 변한다, 0 번식력이 강해 온통 퍼져간다. * 종류 0 돼지풀·도깨비바늘·개망초·실망초· 개쑥갓·큰방가지똥·서양민들레 1,외래 식물이 퍼지면 안 되는 이유는?( ) (1)재래종이 잘자란다. (2) 땅이 변한다. (3)번식력이 강해서 (4) 재래종이 사리진다. 2. 다음 중 외래 식물이 아닌 것은?( ) (1)개망초 (2) 노랑민들레 (3)흰민들레 (4) 실망초 노트 정리 1973. 4.25 * 우리나라에 들어 외래 식물 0 재래종이 못 살게 만든다. 0 외래 식물이 자라면서 땅이 변한다, 0 번식력이 강해 온통 퍼져간다. * 종류 0 돼지풀·도깨비바늘·개망초·실망초· 개쑥갓·큰방가지똥·서양민들레 복습 문제내기 1,외래 식물이 퍼지면 안 되는 이유는?( ) (1)재래종이 잘자란다. (2) 땅이 변한다. (3)번식력이 강해서 (4) 재래종이 사리진다. 2. 다음 중 외래 식물이 아닌 것은?( ) (1)개망초 (2) 노랑민들레 (3)흰민들레 (4) 실망초 이렇게 노트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복습을 안 하면 당장 노트의 반쪽이 비어 있으니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데는 또 한기지 이유가 있어서라고 하셨다. 그냥 읽는 것은 확인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시험문제를 만든다는 것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라 하셨다. 아침에 하는 5분 이야기와 이런 노트 정리 방법은 선생님이 일일이 가르치고 외우게 하는 방법이 아닌 자기가 스스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내가 알고 싶어서 알아보는 것과 가르쳐서 아는 것은 우리가 아는 정도가 달라진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 주고 부지런히 외웠더라도, 그것이 내가 꼭 알고 싶어서 조사하여 알아낸 것에 비하면 1/10도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지식이 되는 것이라는 게 선생님의 주장이시다. 그래서 뭐든지 스스로 알고 싶어서 기어이 알아보려고 해서 아는 것이 가장 좋은 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노트 정리를 한 것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 달 쯤 하고 나니까 이제는 노트 정리를 하면서 벌써 문제가 눈앞에 훤히 다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험을 볼 때 시험문제가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달에는 내가 만들었던 무제가 10개쯤이나 나왔으니 시험이 어려울 리가 없었다. 시험이 염려가 되고 걱정이 되던 것이 이제는 시험에 내가 만든 문제가 몇 개나 나올까 하는 생각에 기다려지기까지 하게 되었다. 이젠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가장 중요한 요점이구나.’ ‘이 거 문제를 만들면 이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아! 이거 문제를 만들면 이렇게 잘 틀리겠구나.’ 이런 정도로 훤히 내다보이는 것이었다. 이젠 내 힘으로도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이젠 너희들은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문리文理: 공부의 이치가 터졌다’고 한단다.” 하시면서 이젠 스스로 공부를 하는 힘이 생긴 거라고 하셨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이젠 공부하는 것이 재미나고, 시험이 겁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경북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 Wee센터는 문경새재 일원에서 돋움․디딤프로그램의 멘토와 멘티를 대상으로 ‘멘토링 체험 학습’행사를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문경Wee센터의 특색사업 중 하나인 ‘오미자(오늘도 자꾸만 미소가)’프로그램은 관내 위기 청소년 및 추수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학생을 ‘디딤이’로 선정하고 ‘돋움이(상담자원봉사자)’를 1:1로 결연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이다. 이번 체험 학습은 돋움이와 디딤이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고자 마련됐으며 참여 학생들이 함께 문경새재 유스호스텔에서 공용 썰매를 이용하고 문경새재 일원을 탐방하며 추억을 쌓았다. 문경Wee센터에서는 지난 5월 멘토 문화 체험의 날을 진행하는 등 특색사업 프로그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경Wee센터 남병훈 센터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담 및 관리가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색사업을 활성화 시켜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정서적 지지를 안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문경교육청(교육장 엄재엽)은 11일 문경보건소에서 관내 건강동아리 학생 30여명이 참여하는 보건소방문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학교와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견학을 통해, 올바른 건강정보 습득 기회를 제공, 보건 의료인의 꿈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됐다.문경보건소의 조직과 역할, 기능, 주요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생과 보건소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를 통해 학교와 지역공공의료기관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경교육지원청 2017 건강특색사업으로 추진되는 학생건강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참여로 자기 주도적 건강관리와 올바른 생활수칙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며, 동시에 또래 친구들이 건강정보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생건강 기틀마련이 기대되고 있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도 긴 연휴로 인해 안정이 되지 않고 있는데 비마저 내리면서 마음을 우울케 한다. 그럴수록 비 뒤에 공기는 맑고 아름다운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길 것이니 기대하면서 오늘을 이겨내어야 할 것 같다. 좋은 선생님이란? 건강한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실력도 있고 인품도 좋고 지도도 잘한다. 그러기에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건강이 좋지 못하면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의욕이 떨어진다. 그러니 무엇보다 건강을 잘 지니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가 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다고 하니 감기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규칙적인 생활로 활력을 되찾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한 분이 병결근하게 되면 수많은 학생들의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선생님의 건강만큼은 맡겨준 애들을 위해서라도 잘 지키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 중에는 목이 좋지 않은 선생님이 많다. 목은 교사의 생명이다. 목이 좋지 않으면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학생들 가르치는데 힘이 든다. 그러면 본인도 힘들고 애들도 힘들다. 좋은 목소리로 애들을 가르치면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애들도 좋아하게 된다. 선생님 중에는 체력이 딸리는 선생님이 많다. 아침에는 겨우 일어난다. 학교에서 애들과 씨름을 하면서 감당이 안 된다. 체력보강은 선생님들이 가져야 할 관심사 중의 하나다. 음식으로 체력을 보완해야 하고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요일 시작할 때부터 금요일이 그리워진다. 그러면 안 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을 먹지 않는 선생님도 있는데 그것보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게 어떨까 싶다. 좋은 선생님은 말을 적게 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만큼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은 잘 없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 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말도 하게 된다. 그러기에 될 수 있으면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 필요할 때만 해야지 시도때도 없이 말을 많이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말 때문에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좋은 선생님은 애들의 눈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이다. 애들은 모두가 미래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산이다. 이들의 미래를 발견하는 선생님은 애들의 미래와 장래를 위해 잘 지도하게 된다. 꿈을 키우게 만들고 목표를 가지게 만든다. 좋은 선생님은 애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이다.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 닮고 싶어한다. 선생님의 존재 가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좋은 영향력을 끼치려면 언제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내용보다. 가르치는 자세보다 선생님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선생님은 언제나 부담스럽고 힘든 것이다. 선생님의 영향력은 영원하다. 애들을 가르치면 선생님만큼 된다. 나아가 선생님보다 더 낳은 제자를 길러낼 수가 있다. ‘청출어람이청어람’이란 말이 있다. 청이 남에서 나왔지만 남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는 말이다. 선생님 때문에 제자가 탁월해진다. 선생님 때문에 애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가 있다.
며칠 전 고교 2학년인 막내아들의 진로진학 상담을 받으러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늘 교사의 입장에서 생활하다가 학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마음에 부담감이 들었다. 누구보다도 교사들의 고충을 잘 알고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마음고생 많이 하시는 담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여보, 어떡하지?” 눈치 빠른 아내는“이 사람아, 뭘 그런 것 가지고 고민해. 당신, 교사 맞아. 당연히 그냥 가야지.”라며 단호하게 내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나보다 20년이나 늦게 교직에 들어 온 아내가 교직경력이 많은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훌륭하다는 마음이 들어 부끄러웠다. 이런 저런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막내아들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서는 손수 커피를 타 주시고 상냥하게 우리 일행을 대해주셨다. 게다가 조목조목 아들의 장단점을 지적해주시고 모의고사 성적까지 철두철미하게 분석을 해서 맞춤형 진로진학 상담도 해주셨다. 얼마나 고맙던지 연신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청탁 금지법만 없었다면 나도 아들의 담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선물이 때로는 뇌물이 되고 괜한 오해의 씨앗을 키워 교직사회에 불신감이 팽배했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학교 문화를 창출하는데 청탁금지법은 농부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은 기쁜 소식이다. 청탁 금지법은 시행 후 교사들은 쓸데없는 오해를 받을 필요도 없고 당당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모든 공무원들이 직무를 청렴하고도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청탁금지법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공직사회에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 이 법이 잘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안타까운 영화들이 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이하 ‘고산자’)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관상’(2013)⋅‘사도’(2015) 등 사극의 천만관객을 비롯한 흥행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다. ‘동주’와 ‘박열’ 같은 역사적 인물의 시대극 성공을 봐도 그런 생각은 매한가지다. ‘고산자’는 2016년 추석특선영화로 9월 7일 개봉했다. 개봉 전만 해도 ‘밀정’과 경쟁이란 신문 리뷰가 주를 이뤘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밀정’이 750만 457명인데 비해, ‘고산자’는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산자’의 관객 수는 974,262명이다. 32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니 완전 쪽박 신세로 나가떨어진 셈이다. “아직 못가본 길이 갈 길”이라는 메시지라든가 “제 나라 백성을 못믿으면 되겠습니까” 같은 민중의식이 인상적인 ‘고산자’가 안타까운 것은, 먼저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그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2013년 4월 10일 개봉)에 대해 쓴 글(영화, 사람을 홀리다. 북매니저. 2013. 251쪽)부터 잠깐 들여다보자. 누가 뭐라해도 강우석 감독은 영화권력이다. 이렇게 말해도 아마 시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53세인 강우석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국영화가 맥 못추던 1990년대 ‘시네마 서비스’를 설립(1993년)했다. 시네마 서비스는 투자⋅배급⋅제작을 겸하는 회사이다. 한국영화를 산업화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2003)로 천만클럽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2년 뒤엔 그가 제작한 ‘왕의 남자’가 천만클럽 영화로 등극했다. 1988년 데뷔작 ‘달콤한 신부들’부터 2010년 ‘이끼’까지 강 감독의 18편 영화가 극장으로 불러 모은 관객은 3000만 명이다. ‘실미도’⋅‘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투갑스’⋅‘공공의 적’⋅‘한반도’‘⋅이끼’ 등이 얼른 생각나는 강우석 연출 영화들이다. 25년째 영화를 찍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제작과 배급까지 한 덕분이겠는데, 연출한 영화의 힘이 없고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이나 지난 2월 19일(2013년-인용자) 뜻아니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박철수 감독 등 강우석보다 윗 세대로 활동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그 강 감독이 3년 5개월 만에 20번째 영화로 돌아왔으니 바로 ‘고산자’다. 손익분기점이 320만 명인데 174만 남짓한 관객으로 그친 ‘전설의 주먹’에 이어 다시 참패했으니 그 상심이 크리라. 아니나다를까 차기작 연출 소식은 지금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위안은 개봉 1년 만에 추석특선 TV영화(K1TV 9월 30일 밤 9시 20분)로 방송된 점이라 할까. ‘고산자’는 박범신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고산자 김정호(차승원)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낸 위인이다. ‘이향견문록’(19세기 중엽 문인 유재건이 양반 아닌 신분으로 명성을 날린 예인들의 생애를 서술한 책)에 실려있어 중인 이하의 미천한 신분으로 추정될 뿐이라 그런지 고증할 사료가 거의 없다. 원작소설이 바탕이긴 하지만, 99%를 상상력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단 마라도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무려 10만 6249km 발품을 팔며 조국의 금수강산을 찍는 등 공들인 노력이 그만 무색해진 셈이라 할까. 그것은 잘못 맞춘 핀트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넘어 다소 경망스런 김정호 캐릭터가 그렇다. 3년 반 만에 돌아와 딸도 못 알아보는 장인(丈人)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도에 천착하는 예인(藝人)으로서의 모습도 좀 밋밋해 보인다. 처음엔 잘못된 지도 때문 죽은 아버지를 보며 ‘지도쟁이’가 되는데, 결말에선 그것은 온데간데없이 “가슴이 뛰어서”라고 말한다. 다소 촐삭대는 캐릭터에 더해 뭔가 쿵하고 깊은 울림이 가슴으로 스며들지 않는 밋밋함이다. “나중에라도 비슬(‘빚을’의 ‘비즐’이 잘못된 표현) 갚지” 따위는 지적거리가 못될 정도이다. 흥선대원군(유준상)과 안동김씨간 다툼의 정치적 희생양으로서의 이미지도 좀 그렇다. 그 시대 아버지상과는 거리가 먼 딸 순실(남지현) 사랑의 아버지란 인상도 너무 현대와의 접목에 매몰된 나머지 옛것 가치 버리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여주댁(신동미)과의 관계도 아내인지 애인인지 다소 애매하게 그려져 혼선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