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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학교폭력 사안 인지 초등학교 2학년 담임 A 교사는 5교시를 마친 뒤 학생의 귀가 전 알림장을 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봐요~.” 학생들이 가방을 싼 뒤 선생님에게 인사하며 뒷문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B 학생은 머뭇거립니다. 평소였으면 1등으로 뛰쳐나갔을 텐데 말이죠. A 교사는 B 학생에게 다가갑니다. “B야 무슨 일이 있니?” B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애들이 괴롭힌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A 교사는 B 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습니다. 같은 반 C·D·E·F·G 그리고 다른 반 H 학생이랑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요새 무슨 이유인지 학교에서 C·D·E·F·G·H 학생 모두 자기랑 안 놀아주고, 가끔씩 쉬는 시간에 자신을 향해 험한 말을 한다고 합니다. A 교사는 언제부터 그랬냐고 묻습니다. B 학생은 손가락을 세어 보더니 몇 달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조항_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피해학생의 보호) ① …(중략) 다만,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교사를 포함한다)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하며, 피해학생이 긴급보호요청을 하는 경우에는 제1호·제2호 및 제6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략) 해당 사례의 경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예방법」)」 제16조 제1항에는 ‘즉시 분리’ 및 ‘피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보면, 2021년 6월 23일 이후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학교의 장은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가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최초 발생은 몇 달 전이지만, A 교사가 이 사안을 알게 된 것을 기준으로 하므로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입니다. A 교사가 즉시 조치하였어야 할 관련 조항_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7조의2(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 조치의 예외) 법 제16조 제1항 각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다음 각호의 경우를 말한다. 1. 피해학생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2. 가해자 또는 피해학생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 따른 교육활동 중이 아닌 경우 3. 법 제17조 제4항 전단에 따른 조치로 이미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된 경우 해당 사안의 경우 위 사안의 경우, ‘쉬는 시간에 험한 말을 하는 언어폭력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한 사안입니다. 이는 교육활동 중인 사안이기에 즉시 피해학생에게 ‘가해관련학생’과의 분리를 희망하는지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만일 분리를 희망할 경우, 그리고 명시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 등 ‘분리를 반대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물리적으로 최대 3일간분리하여야 합니다. 그 분리의 방법은 학교 내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가해학생을 해당 공간에 일정시간동안 상주하게 하여, 피해학생과 대면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공간에는 별도의 관리자가 해당 학생들을 관리·감독하여야 하며, 학습권 보장을 위하여 원격수업 혹은 수업자료를 별도로 마련하여야 합니다. 즉시 분리 공간을 어디로 하지? A 교사는 B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곧장 교감을 찾아갑니다. 이러이러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였고 보고합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인 K 교사를 인터폰으로 호출한 교감선생님. “K 부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A 교사에게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은 K 교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교감을 향해 이야기 합니다. “법률이 바뀌어서요. 즉시 분리를 해야 해요.” “즉시 분리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별도 공간에 가해학생을 두는 거예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같이 두지 말라는 취지죠.” 이야기를 듣는 교감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니 그런데 K 부장. 다른 애들은 분리하는 게 맞다 하더라도, H는 다른 반이잖아. H도 분리해야 해? 평소엔 마주치지도 않는데?” 교감 말에, K 교사는 교육부 지침프린트를 이리저리 찾아봅니다. “어…, 피해학생 의사를 물으라고 하는데…. 누구는 분리하고, 누구는 분리 안 하고 이렇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러므로 원칙상 피해학생이 ‘분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상’ 다른 학급 학생도 분리해야 해요.” K 교사의 말에 교감은 다시 A 교사를 쳐다봅니다. “아니 그럼 가해학생이 도대체 몇 명이야?” “6명이예요.”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Y 교무부장이 한마디 거듭니다. “그런데 지금 가해학생이 다수잖아요. 학교에 유휴공간이 모자란데…. 한 장소에 넣어도 되는 건가요? 거기다가 지금 코로나인데 한 곳에 애들 여럿 넣어두면 문제되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교감은 K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묻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없어?” K 교사는 프린트를 뒤적이며 이야기합니다. “어, 일대 다수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분리조치하는 걸 우선으로 하고…, 공간은 학교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고만 나와 있는데요.” “그게 말이 되나. 피해학생보고 별도 공간에 가라고 하고, 가해학생보고 학교 교실로 오라고 하면(피해학생 측에서)받아 들일 리가 없잖아.” Y 교무부장도 혀를 찹니다. “유휴교실 없는 학교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 학교도 (유휴교실이)없잖아요.” “그럼 교내에 유휴교실이 없으면 뭐라고 해?” “그건 말이 없네요. 그냥 학교현장에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라고 합니다.” “코로나 의심환자 일시관찰공간이 있는데 거기 쓰면 어떨까?” “만약 코로나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어디에 일시 관찰하죠?” “그렇지? 그럼 보건실에 가해학생을 두는 것은 어때 보여요?” “아휴, 거긴 아픈 아이들 가는 곳인데 하루 종일 누군가가 있기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정 안되면 (가해학생들) 교장실로 보내죠?” “K 부장. 그거 좋은 생각이다. 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해당 사례의 경우 현재 해당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다른 학급 학생도 의무적으로 분리를 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현재 교육부 지침에 의하면 피해학생의 의사에 의하여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학급이 다를 경우라도 피해학생이 명시적인 ‘분리 반대’를 하지 않는 이상 분리를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안처럼 같은 학급, 다른 학급 학생이 섞여 있는 사안의 경우에는 즉시 분리 여부를 학생별로 따로 할 수는 없기에, 피해학생의 반대가 없는 이상 가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해당 사례처럼 일대 다수의 사건인 경우의 처리방안입니다. 교육부 지침에 의하면 피해학생 보호를 위하여 피해학생을 분리보호조치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 사례 ❶ _ 1명의 피해학생이 학교급 내 다수 학생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경우 ⇒ 동 제도가 피해학생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학생 의사를 확인한 후에 피해학생 분리보호를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 사례 ❷ _ 학급이 다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분리여부 판단 ⇒ 피해학생의 의사에 따라 판단해야 함. 즉, 피해학생이 ‘즉시 분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즉시 분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되나, 그 외에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는 검토해야 함. 선생님. 우리 애도 피해자예요. 이후 A 교사는 B 학생 부모에게 학교폭력신고 접수상황에 대해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서 B 학생을 우선 분리하는 것에 대해 정중히 말씀을 드려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B 학생 학부모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왜 우리 애가 학교에서 따로 나가야 하냐”며, 나머지 가해학생을 분리해 달라 적극적으로 말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A 교사는 가해학생 부모에게 학교폭력 사안 발생에 대해 전화를 하면서 가해학생인 C·D·E·F 학생은 오늘부터 최대 3일간 등교 시 별도 공간에서 분리조치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예상대로 가해학생 부모들도 반발합니다. B 학생이 얼마 전에 우리 애를 체육시간에 밀었다. 우리 애도 B에게 욕을 들었다. B가 우리 애 뒷담화를 하고 다녀서 정말 마음속으로 삭히고 있었다…. 특히 C·D 학생 학부모는 B 학생이 자기 아이를 민 것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신고를 할 테니 사안처리를 해 달라고 합니다. “사람이 좋게좋게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냐”며 B 학생에 대한 원망을 어마어마하게 쏟아 냅니다. 그 와중에 H네 반 담임에게서 소통메신저가 날아옵니다. “B가 H한테 등교시간에 BB탄 총을 쏜 적이 있나 봐. 이거 (학교폭력) 신고하실 거래.” A 교사는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당 사례의 경우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14p를 보면, 심의위원회가 마치기 전에는 ‘가·피해 여부를 임의로 나누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이 취지는 대부분의 학교폭력사건은 쌍방사안일 가능성이 크고, 또한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함으로써 학교폭력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자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해당 법률 개정에서는 사안 발생과 사안 인지 즉시 가·피해 여부를 학교에서 규정하여 가해학생을 분리조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일 가해학생으로 규정되어 일방 분리조치가 되었다가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가·피해가 뒤바뀐다든지 혹은 ‘학폭 아님으로 조치 없음’으로 결론이 나면 가해학생 측에서 학교와 업무담당교사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또 다른 분쟁으로 발전할 소지가 큽니다. 또한 위 사안과 같이 학급 내 다수의 학생과 연관된 사안에서 가해학생 여러 명을 분리조치하면, 그것은 피해관련학생인 B에게 다른 낙인이 찍힐 우려가 큽니다. 그리고 가해학생을 하나의 별도 공간에서 분리조치한다면 학교 내 감옥 혹은 영창과 같은 이상한 격리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A 교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유합니다. A 교사와 학교는 피해관련학생 혹은 가해관련학생 ‘모두’에게 「학교폭력예방법」 제 16조 제1항 혹은 동법 제17조 제4항에 따른 학교장 긴급조치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B 학생에게는 1·2호, C·D·E·F·G에게는 5·6호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취지는 피해관련학생과 가해관련학생의 분리조치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출석을 정지하는 것 혹은 기타 특별교육을 Wee클래스 혹은 관내 Wee센터에서 받게 하는 방법으로 물리적인 분리조치를시행하는 것이 학교에 분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안 관련 학생 ‘전원’이 학교가 아닌 가정이나 그 외 기타 특별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추후 ‘가해학생’에 대한 일방적인 분리에 따른 ‘가해학생 측’의 민원, 그리고 ‘피해학생 측’에서 다른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치며 이상에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한 내용을 각색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외면되기 쉬운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통하여,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사안처리에 좀 더 도움을 추구한다는 법률 개정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가해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의 분리를 시행하였을 때 가해학생에 대한 학습권 침해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분주한 학교에서 분리를 위한 별도 공간을 구비하고 관리교사를 지정하여야 하는 행정적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가·피해 여부가 심의과정에서 뒤집힐 경우 가해학생 측의 학교폭력 담당교사 및 학교장을 향한 민원의 가능성, 그리고 가·피해학생 측의 극단적인 감정적 법률 대응 등의 우려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제고 및 지침의 확립이 요구된다 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교육부에서는 ‘7월 말까지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수합하여 교총 등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어,이에 대한 긍정적 개선을 기대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몸과 마음과 머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몸과 마음과 머리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면,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몸과 마음과 머리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몸 우리말에서 ‘몸’은 ‘모, 모두, 모이다, 모으다’에 바탕을 둔 말이다. ‘몸’은 낱낱의 ‘모’이면서, 하나인 ‘모두인 것’이고, 하나로 ‘모인 것’이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는 낱낱인 하나하나의 것을 가리키고, ‘모두’는 여럿이 모여서 하나의 ‘모’가 된 것을 가리키고, ‘모이다’는 갖가지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모’를 이루는 것을 가리키고, ‘모으다’는 임자가 갖가지 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모’가 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나’를 ‘이 몸’으로 일컬어왔다. 예컨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라고 말할 때, ‘이 몸’은 ‘나’를 일컫는다. 이두(吏讀)에서는 ‘이 몸’을 ‘의신(矣身)’이라고 쓰고, ‘이 몸’으로 읽었다. ‘이 몸’은 ‘나의 몸’으로서, 내가 ‘나’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몸’은 아버지 쪽의 몸과 어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은 다시 할아버지 쪽의 몸과 할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나의 몸은 모든 할아버지 쪽과 모든 할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몸’에는 팔·다리·배·가슴·목·머리·마음과 같은 것들이 모여 있다. 이런 것은 다시 손·발·창자·위·허파·눈·코·귀·입·혀·이빨·느낌·알음·기억과 같은 것들이 모여 있다. ‘나’는 이러한 ‘몸’으로써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나고, 살고, 죽는 일은 나의 몸에 달려 있다. 나는 몸으로 숨을 쉼으로써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으로 쉬고, 먹고, 놀고, 자는 일을 해야 한다. 마음 우리말에서 마음의 옛말은 ‘’이다. ‘’이 ‘’으로 바뀌고, ‘’이 다시 ‘마음’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 ‘’을 거쳐서 ‘마음’으로 바뀌어온 과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어떠한 바탕을 갖고 있는 말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마음의 옛말인 ‘’은 ‘’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는 사람이 어떤 것을 잘게 부수어서, 낱낱의 알갱이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는 ‘다’와 같은 뜻으로 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는 쓰이지 않게 되었고, ‘다’는 ‘부수다’로 바뀌어서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 한국 사람이 ‘마음’을 ‘잘게 부수어서 낱낱의 알갱이로 만드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은 눈, 코, 귀, 혀, 살과 같은 것을 가진 임자가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에서 그러한 까닭을 찾아볼 수 있다. 세상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은 함께 어울려서, 온통 하나를 이루고 있다.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모두가 함께 어울려 있다. 그런데 눈·코·귀·혀·살과 같은 것을 가진 임자는 온통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낱낱으로 잘게 부수어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임자가 느껴서 알게 된 온갖 것을 낱낱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곳을 ‘마음’이라고 불러왔다. 임자가 느껴서 알게 된 온갖 것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마음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마음은 임자가 저마다 나름으로 만들어가는 ‘알음알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생겨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 사람은 ‘마음을 쓴다’ ‘마음을 준다’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 넓다’ ‘마음이 따뜻하다’ ‘마음이 좋다’ ‘마음에 든다’ 따위로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것을 ‘마음대로’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잘 쓰고, 마음을 잘 주고, 마음을 잘 움직이고, 마음이 넓고, 마음이 따뜻하고, 마음이 좋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머리 우리말에서 머리의 옛말은 ‘마리’와 ‘머리’이다. ‘마리’와 ‘머리’가 함께 쓰다가, 때가 흐르면서 ‘머리’만 쓰게 되었다. ‘머리’의 뜻을 알아보려면, ‘마리’와 ‘머리’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마리’와 ‘머리’에서 ‘마리’는 오늘날 한 마리, 두 마리, 실마리와 같은 말에서 볼 수 있는 ‘마리’이다. 옛사람들은 ‘마리’를 ‘마리 두(頭)’, ‘마리 수(首)’로 새겼다. 이러한 ‘마리’는 ‘말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말다’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무엇이 하나의 어떤 것으로서 자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너는 밥을 먹지 말아라”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에서 ‘말다’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네가 ‘밥을 먹지 않은 것’이나 ‘밥을 먹은 것’으로서 자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너는 밥을 먹지 말아라”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와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마리’와 ‘머리’에서 ‘머리’는 ‘멀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멀다’는 어떤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임자는 머리에 있는 눈·귀·코·입과 같은 것을 가지고서,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무엇을 하나의 어떠한 것으로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한다. 임자는 이렇게 함으로써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갖가지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머리’는 멀리 있는 것을 어떤 것으로서 느껴서 알아보도록 한다. 예컨대 ‘머리’에 있는 눈은 빛을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귀는 소리를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코는 냄새를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입은 소리를 밖으로 내어서 멀리 있는 것이 알아보도록 한다. 한국 사람은 “머리가 돌아간다” “머리를 굴린다” “머리를 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고, 머리를 잘 굴리고,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온갖 것을 잘 느끼고, 잘 알고, 잘 바라고, 잘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한국 사람은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다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열망을 바탕으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몸을 튼튼하게, 마음을 어질게,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를 나답게 만드는데 필요한 갖가지 일을 야무지게 해낼 수 있다.
호박벌 봄멜, 환경 지킴이가 되다 (브리타 사박, 마이테 켈리 지음, 시금치 펴냄, 48쪽, 1만 4000원) 어린 호박벌 봄멜이 친구들에게 힘을 합쳐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좋은 행동 20가지를 주제별로 싣고 있다. 멸종 위기 생선을 자주 먹지 않기, 자연보호단체나 사람들을 후원하기, 제철 음식 먹기 등 어린이들도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친구 주문완료 (신은영 지음, 한솔수북 펴냄, 136쪽, 1만 원) 2070년 미래 세상, 바이러스 위험으로 학교는 사라지고, 아이들은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 놀거나 또래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어느 날, 열 살 해솔이는 TV에서 로봇 친구를 빌려주는 홈쇼핑을 보고 친구들을 빌리게 된다. 그런데 로봇 친구들 가운데 진짜 아이가 섞여 오고, 그 아이는 로봇인 척 연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십대를 위한 미래사회 이야기 (박경수 지음, 메이트북스 펴냄, 228쪽, 1만 4000원)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15년 전에 올린 트윗 한 줄이 33억 원에 이르는 가상화폐로 팔리는 세상, 가상세계에서 연예인의 팬 사인회가 열리는 세상. 이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철학연습 (권현숙 외 3인 지음, 맘에 드림 펴냄, 228쪽, 1만 4000원) 현직 교사 네 명이 함께 쓴 책으로,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림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나·너·이웃·미래사회를 다룬 주제에 따라 54권의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안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1980년대생, 학부모가 되다 (김기수 외 2인 지음, 학이시습 펴냄, 136쪽, 1만2800원) 밀레니얼세대인 1980년대생들이 초등학교 학부모로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구시대적 관행들이 잔존해 있는 학교문화와 충돌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이들 세대의 특성과 학교에 기대하는 사항, 학교 참여형태 등을 살펴보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방식을 학부모 주도형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연구, 발표한 ‘1980년대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에 기반하고 있다.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진동섭 지음, 포르체 펴냄, 184쪽, 1만5000원) 똑같이 배워도 더 빨리 습득하는 공부머리는 문해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요즘 화두다.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의 기초역량이 되고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할 때도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한 독서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문해력의 목표를 제시하고 초·중·고 학년별로 책을 고르는 방법, 독서습관을 들이는 방법, 올바른 독서방법 등을 알려준다.
학부모상담 119 (송형호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216쪽, 1만4000원) 최근 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느끼는 교직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꼽히고 있다. 35년 경력의 전직 중등교사인 송형호 선생님이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을 위해 가정통신문·전화연락 등 일상적 소통부터 학교폭력과 민원 발생 등 위기 시의 소통까지 직접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세심한 전략을 제공한다. 교사와 부모가 한편이 되어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60세 이상 74세 미만의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200만 명이나 신청을 안 했습니다. 부작용이 걱정되나 봅니다. 여전히 코로나 사망자의 95.1%가 60세 이상에 몰려있습니다. 집단면역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백신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뿐 아니라 주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 맞게 하면 어떨까요? 국가는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요? 그 기준은 어디일까요? 정부는 소득과 재산을 계산해 상위 20%는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20%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을까요?(이 질문에 대한 기획재정부장관의 답변은 “면밀히 분석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어디까지 국민의 삶에 개입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0년은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다” - 다니엘 예르긴, 시장 대 국가(The Commanding Heights)에서 시장에는 정부가 만든 원칙이 넘쳐납니다. 바로 ‘규제(regulation)’입니다. 3세기 말 로마의 왕들은 하나같이 화폐를 남발했습니다. 당연히 그때마다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디오클레시아누스는 1,387개 제품의 가격상한선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상 가격을 받는 상인은 엄벌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실패했습니다. 가격상한이 발표된 제품의 생산이 줄었고, 암시장에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래도 국가가 규제하는 항목은 수천, 수만 가지가 넘습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는 보행자가 건너지 말 것’부터 ‘수도권에는 더 이상 굴뚝이 있는 공장을 짓지 말 것’까지 정부가 다 결정을 해줍니다. ‘12개월 일한 근로자에게 한 달 치의 퇴직금을 줄 것’ ‘동일한 일을 하는 파견직노동자는 정규직 직원과 동일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것’도 모두 정부가 정한 원칙입니다. 정부의 규제 중 가장 중요하고 무서운 게 있죠. 바로 세금을 매기는 것, ‘과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연소득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45%의 소득세를 물립니다(2020년 개정).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국민은 억울할 법도 한데, 현실은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의 소득증가세는 매우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규제 … 정부와 시장의 투쟁의 역사 내가 번 돈을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정부가 못할 게 뭐가 있을까요? 젊은이들이 워낙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의무화시키면 어떨까요?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면 벌금을 매기거나, 과세를 하는 건 어떨까요?(실제 군인 한 명이 절실했던 로마는 독신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중국은 2명 이상 아이를 낳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려왔는데, 가족의 구성원 수까지 정부가 규제한 셈이다.) 잘못하면 지나친 정부 만능주의로 이어집니다. 이러다가 ‘가족끼리는 하루 5번씩 웃으며 인사한다’는 규제까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는 특히 1929년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며 본격화됐습니다. 1929년 가을, 치솟던 증시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붕괴되자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하지 않을 공사’까지 마구 벌였습니다. 파산위기의 개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해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뉴딜정책(New Deal)’은 마법처럼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가 살아났습니다.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비법이 통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그 유명한 “우리는 모두 케인지언이다”라는 말을 남긴 때도 이 무렵입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정부 기능이 너무 커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은… 정부가 쥔 칼이 계속 커집니다. 마구잡이로 생겨난 여객노선으로 항공사들이 일시에 망하자, 미국 정부는 1930년대부터 항공사와 항공노선을 정부가 허가해 주기로 합니다. 그러다 항공권의 가격까지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경쟁도 할 수 없는 항공사들은, 결국 예쁜 승무원과 맛있는 기내식 경쟁으로 겨뤄야 했습니다(이렇게 큰 정부를 주장했던 케인즈가 태어난 해는 1883년이다. 공교롭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자고 주장했던 마르크스는 1883년에 죽었다.) 커져만 가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레이건과 대처정부였습니다. 1981년, 레이건대통령은 유세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있죠?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을 도와주려고요!” 그는 다시 시장을 살리고 정부 권한을 줄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시작입니다. 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에 의해 완성됩니다. 시카고학파(1970년대 이후 노벨경제학상은 대부분 시카고대학의 시장주의 교수들에게 돌아갔다)의 대부인 그는 케네디의 유명한 취임사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으십시오”를 인용해,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 당신도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그의 책 자본주의와 자유 중에서)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무렵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대처수상(Margaret Hilda Thatcher)이 총대를 메고 시장의 권한을 강화합니다. 1979년 노동당을 제치고 수상이 된 이 ‘철의 여인’은 지긋지긋한 공공부분의 파업이 싫었습니다. “나는 합의가 아닌 대결을 원한다”고 선언하고 상당수 공기업을 시장에 팔아버립니다. 정부보다 시장을 너무 믿었던 이 결정으로 영국은 이제 멀쩡한 제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복지도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시장은 망가지기 쉽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시장은 멈춰버립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니 시장경제는 시장과 정부 역할의 가운데 지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추경의 규모와 재난지원금의 분배를 놓고 갈등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을 때 기업 총수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도 논란입니다. 정부는 어디까지 나서야 할까요? 그 정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고민 자체가 시장이고 경제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수만 년 동안 그나마 가장 나은 제도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24쪽, 2만 원)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이자 교육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토드 로즈는 성적 미달과 ADHD 장애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했고, 스스로 공부해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저자는 ‘평균’이라는 기준 자체가 잘못된 허상에서 비롯됐음을 과학적 이론을 통해 지적한다. 평균주의가 망친 교육을 다시 설계해 아이의 개개인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라틴아메리카를 한 달 정도 일정으로 다녀왔다. 인아웃 티켓만 끊어 놓고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이었다. 페루 리마로 들어가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웃하는 일정이었다. 현지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추천해주는 곳을 찾아 다음 교통편과 여행지를 결정했다. 그래도 꼭 가고 싶은 여행지는 몇 곳 있었다.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꼭 다녀오고 싶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벌써 8년이 지났다. 지금 기억에 남는 곳은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사막이 아니라 파타고니아 고원 일대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너무나도 황홀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남위 40도 부근의 네그로강 이남 지역의 라틴아메리카 최남단을 가리키는 지리적 영역이다. 파타고니아는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남부에 걸쳐 있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안데스산맥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고원과 낮은 평원이 자리한다. 파타고니아는 지금보다 추웠던 시기 대부분 빙하로 덮여있었다. 그래서 이곳의 지형 형성에는 빙하의 전진과 후퇴가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남극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라 해발 고도에 비해 빙하가 넓게 분포해 빙하 관련 지형과 이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파타고니아라는 지역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여행을 마치고 곧장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향했다. 산티아고에서 근교 도시인 발파라이소를 먼저 다녀왔다. 항구도시에서 해산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비행기를 타고 푼타아레나스로 향했다. 푼타아레나스는 배를 타고 남극 근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잠시 남극행 배를 타볼까 고민했지만,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어느 여행자에게 들은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로 향하기 위해 푼타아레나스는 잠시 스쳐 지나갔다. 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의 관문 도시쯤 되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 토레스 델 파이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적막감이 감도는 평온한 도시였다. 한적한 동네에 마을 주민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여행객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이곳의 특징은 곳곳에서 트래킹 용품을 빌려주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게들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특성을 나타낸다. 파타고니아를 들르면 토레스 델 파이네를 꼭 가봐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세 자매 봉이 유명하다. 빙하가 깎아내린 아찔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는 그곳은 잠시지만 넋을 잃고 지켜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짧은 코스로 가도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트래킹을 준비한다. 그런데 토레스 델 파이네를 세 자매 봉만 보고 떠나기엔 아쉽다. 이곳은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어떻게 코스를 짜느냐에 따라 3박 4일에서 9박 10일까지도 가능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떠나는 비행기 편이 예약되어 있기에, 3박 4일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흔히 W트랙으로 불린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진수를 짧고 굵게 경험할 수 있는 일정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낭에 텐트와 먹을 것을 챙겨 백패킹을 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배낭에 옷가지만 챙기고 식사와 숙소는 중간중간 있는 산장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백패킹은 고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기에 백패킹과 산장 숙박을 적절히 섞어서 3박 4일 일정을 짰다. 여행을 다녀와서 드는 생각인데 전체 일정을 산장에서 묵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워낙 압도적인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라 몸이 조금만 더 편했다면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도 힘들었던 것도 그 나름대로 추억이 되었다. 압도적 경치가 펼쳐지는 곳, 페리토모레노 빙하 트래킹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돌면 한쪽으로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선 빙하가 깎아낸 험준한 산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감탄의 연속이다. 3박 4일쯤 걸으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시간 다채로운 경관이 슬라이드 쇼처럼 들어와서 따분해질 겨를이 없었다. 백패킹으로 가든, 산장 예약으로 가든 내가 머무를 자리는 사전에 예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최소 6개월 전에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러 산장을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계획하길 추천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여행을 마치고 파타고니아 빙하의 정수를 느끼기 위해서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로 향했다. 엘 칼라파테는 페리토모레노 빙하를 체험하기 위해서 꼭 들러야 하는 전초기지이다. 빙하는 위험해서 반드시 현지 업체의 가이드를 받아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산장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또한 예약이 치열하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약해두길 추천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파타고니아 여행은 사전에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다. 정말 운이 좋아서 두 곳 모두를 다녀올 수 있었다. 현지 업체에 빙하 트래킹을 예약하면 숙소 앞까지 새벽 일찍 버스가 픽업을 온다. 버스를 타고 새벽 공기를 뚫고 페리토모레노 입구에 도착한다. 눈에 보이는 광경이 정말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빙하를 보았지만, 이렇게 커다랗고 역동적인 빙하는 처음 보았다. 전망 데크에서 빙하를 관찰하고 있으면 집채만 한 빙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며 일으키는 소리는 천둥소리와 비슷했다. 빙하 위를 걷는 것은 위험하다. 빙하의 ‘하’는 한자어로 강을 의미한다. 빙하는 얼음이 흐르는 지형이다. 그래서 유동적이고 고체지만 천천히 깨어지고 있다. 빙하에는 곳곳에 틈이 있다. 이를 크레바스라 부른다. 크레바스에 빠지면 아무리 안전장비를 튼튼히 갖추고 있어도 몸이 성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의 인도 아래 서로가 서로의 몸을 줄로 연결하고 조심스럽게 탐험을 한다. 정말로 이곳은 탐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빙하 위를 한참 걸으니 남극대륙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극보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훨씬 덜 추웠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경관은 남극이라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가이드를 따라 걸으면 다양한 빙하 미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빙하 투어가 끝나면 위스키에 빙하 얼음을 띄워서 한 잔씩 나눠준다. 추웠던 몸이 알코올에 사르르 녹으며 오감을 만족하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와 페리토모레노만 다녀온 짧은 여행이었다. 전체 여행 일정을 이곳에 투자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파타고니아 상표가 달린 옷을 입은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파타고니아에 직접 다녀와 봤어요”라고 자랑을 하곤 한다. 멀리서 파타고니아가 그려진 옷을 볼 때면 그때의 여행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곤 한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다면 파타고니아로 떠나고 싶다. 지난 여행에서 다녀오지 못한 파타고니아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벌개미취는 이르면 7월부터 연보라색 꽃을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해 8월에 가장 볼만한 꽃이다. 원래 벌개미취는 심산유곡에 사는 야생화였다. 햇빛이 잘 들고 습기가 충분한 계곡이나 산 가장자리가 벌개미취가 좋아하는 서식지다. 그러나 요즘은 산보다 서울 등 도심 화단이나 도로가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연보랏빛 꽃잎과 노란 중앙부의 꽃망울이 크고 풍성한 데다 자생력도 강하고, 이 나라 특산종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한 번 심으면 뿌리가 퍼지면서 군락을 이루어 따로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촘촘한 뿌리가 경사진 곳 흙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 주기 때문에 금상첨화다. 벌개미취는 다 자라면 키가 50~80㎝ 정도다. 진한 녹색 잎 사이에서 줄기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는 꽃이 시원하다. 벌개미취는 한두 포기가 아닌 군락으로 피어야 더 아름답다. 개화 기간도 길어 7월부터 10월쯤까지다. 벌개미취가 피기 시작하면 곧 가을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벌개미취를 ‘가을의 전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가을의 전령, 벌개미취 벌개미취가 전국으로 퍼진 계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당시 두 가지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국토 가꾸기 사업이 벌어졌다. 도로변에 루드베키아·페튜니아·메리골드·샐비어 등 외래종들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은 기왕이면 우리 고유의 꽃으로 도로를 장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떠올린 꽃이 벌개미취였다. 두 행사가 모두 가을에 열렸는데, 벌개미취가 대표적인 가을꽃인 점도 감안했다. 김 원장은 경남 지리산 자락에서 벌개미취 씨앗을 얻어 증식했다. 김 원장은 1985년 대관령 싸리재에 벌개미취 무리 5만 본을 처음 대규모로 심었다. 가을이 오자 이 일대는 연보라색 장관을 연출했다. 한 야생화 전문가가 싸리재에서 이 벌개미취 무리를 보고 “야, 우리 꽃 중에도 이런 꽃이 있구나!”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그 길은 많은 사람이 일부러 찾는 꽃길로 유명해졌다. 이어 강원도 태백시가 1987년부터 벌개미취를 시 외곽 길가 60㎞에 조경화로 심어 적응시키는 데 성공했다. 벌개미취는 해마다 새로 심지 않아도 자연 번식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어서 가로(街路) 조경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태백시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벌개미취 무리는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전국에 피어 있는 벌개미취 무리 중 상당수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분양받은 것이다. 자생식물원이 벌개미취의 친정 또는 종가인 셈이다. 벌개미취가 서울시에 대규모 진출한 것은 2013년 봄 355만 가구에 꽃과 나무를 심자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이 계기였다. 이때 서울 7개 한강시민공원과 안양천·양재천·중랑천 등에 벌개미취 무리 200만 본을 심었다. 이제는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등 벌개미취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도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다. 벌개미취는 햇빛이 잘 드는 벌판에서 자란다고 벌개미취라는 이름을 얻었다. 취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개미’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땅에 사는 개미와는 관련 없는 것이 확실하다. 벌개미취의 학명 ‘Aster koraiensis Nakai’ 중에서 속명 ‘Aster’는 희랍어 ‘별’에서 유래했다. 꽃 모양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이런 속명이 붙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벌개미취를 별개미취라고 부른다. 벌개미취를 고려쑥부쟁이라 부르는 지방도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 영어 이름이 자랑스럽게도 코리안 데이지(Korean Daisy)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벌개미취가 제주도와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남과 경남 지리산 지역에서 경기·강원 지역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산림이 안정된 지역에 자생한다. 강원도 지역에서 왕성한 생육상을 보이는 것을 보아 중부지방 이하로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랄 것으로 보아진다’고 써 놓고 있다. 자생지에서 보면 도심 화단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필자는 자생지에서 벌개미취를 보지 못했다. 야생화 고수들에게 물어보아도 벌개미취를 자생지에서 본 적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개나리처럼 한국 특산이면서도 자생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는… 사람들은 흔히 벌개미취를 들국화라 부른다. 들국화라 불러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다. 참나무라는 나무가 없듯이 들국화도 야생의 국화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산이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라색 계통의 들국화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구절초가 대표적이다. 이 셋만 잘 구분해도 가을 산행이나 나들이할 때 눈이 밝아질 것이다. 셋 중 구절초는 대부분 흰색인 데다 잎이 쑥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는 둘 다 연보라색인 데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벌개미취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잎이 작은 대신 ‘굵은’ 톱니가 있다. 가을 야생화의 보라색은 진하면 진한 대로, 연하면 연한 대로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 중에는 노란색 무리도 있다. 산과 들에서 피어나는 노란 들국화 중에서 꽃송이가 1~2㎝로 작으면 산국(山菊), 3㎝ 안팎으로 크면 감국(甘菊)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가 대표적인 들국화다. 출퇴근길이나 공원을 걷다가 반가움과 함께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땀 흘려 찾아간 심산유곡에서 본 꽃인데 공원 화단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볼 때다. 돌단풍·매발톱·할미꽃·금낭화·자란 등도 이제 도심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벌개미취처럼 야생화에서 관상용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꽃들이다. 어떻든 벌개미취는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장 사랑받는 꽃이다. 이제 7~8월 공원이나 화단에서 벌개미취를 찾은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벌개미취가 30년 만에 야생화에서 관상용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한 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 땅에는 역시 우리 꽃이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벌개미취가 증명하기도 했다. 어느새 외래종 코스모스 대신 자생종 벌개미취가 가을꽃을 대표하고 있다.
한때 야구만 잘하는 학교였다. 일찌감치 낡아 버린 건물, 교육여건은 열악했다. 그만큼 힘든 학교였다. 2021년 7월, 다시 찾은 서울 양천구 신월중학교. 잘 정돈된 교정, 산뜻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로 개교 40년을 맞는 학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관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그린 재기발랄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꿈과 끼가 씨줄과 날줄이 돼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빛바랜 사진첩 속 학교는 없었다. 외형만 달라진 게 아니다. 학생은 활기차고 교사는 열정이 넘친다. 냉담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학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신월중은 학생을 위한 학교다. 학생이 만들어 가는 학교다. 학생회가 중심이 된 자치활동은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학생을 위한 학교, 학생이 만들어 가는 학교 올해 초 신월중은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학교구성원 전체가 충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방역체계를 단단하게 조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았다. 특히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약이 돋보였다. 코로나19 예방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표어를 공모하고, 영상반 동아리 학생들은 예방수칙 등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여 급식실 등에서 방영했다. 동영상엔 학생들이 콘티를 짜고 직접 출연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였다. 학생들이 공모한 표어에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우정보다는 모두를 위한 안전을’ 등등 빼어난 수작들이 등장, 경각심을 일깨웠다. 교장을 중심으로 한 교직원들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학교 출입구를 이원화하고 등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온측정과 손소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점심시간에도 체온체크와 손소독은 물론 지도교사와 보조인력을 배치, 예방에 온 힘을 쏟았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교실 안팎과 다중이용시설 소독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신월중은 이제 코로나 청정학교로 손꼽히고 있다. 활발한 토론문화에 기초한 민주적 학생회 운영도 신월중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학생회가 주축이 된 자율적 학교생활문화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학급 단위로 실시되는 ‘우리 학교 토론회’를 통해 교복개선 공론화, 학생 생활규정 개정 등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직접 엽서를 만들어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직접 연주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 스승의 은혜를 기렸다. 문현숙 교장은 당시 학생들이 보낸 손편지 엽서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편지글에는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일일이 살펴주는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여 준 학생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관심 갖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는 문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자율동아리와 상설동아리를 포함 무려 41개 이르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만화그리기반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그림으로 표현, 학교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고 상설 댄스반은 학생 축제 등에서 분위기를 이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메이커반은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메이커 교육에 앞장선다. 전통의 강호 야구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1983년 창단 이래 중학 야구계의 최강자로 꼽힌다. 지난 2013~14년과 2016~17년, 2020년에 각각 서울 중학야구 추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수업 시작 종 울리기 전 교실로 가는 선생님들 자발적인 동아리활동도 신월중의 자랑이다. 배드민턴반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동아리이다. 올해 이 학교로 전보된 김순태 교사는 어느 날 학생들로부터 배드민턴을 가르쳐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지도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학생들 몇몇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서 배드민턴 훈련을 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학년 학생들까지 가세해 지금은 가장 활발한 학생 자율활동 중 하나가 됐다. 학생 자치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이현경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알아서 활동하는 뛰어난 자기주도성을 갖고 있다는 게 신월중 자치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자치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이 말하기 전에 학생들이 알아서 척척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를 변화시켜나간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민주시민역량을 기르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 시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직원들도 마찬가지. 교사들은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에 들어가 수업준비를 한다. 학생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수업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수·학습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교원학습공동체도 10여 개 이상 운영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교사들 스스로 연구하고 학습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곳보다 잘 조성돼 있다. 문 교장은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병행은 물론 방역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전문성 향상에 최선을 다해준 교사들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노력 못지않게 혼신의 노력으로 교육활동을 뒷받침해 준 행정실과 시설주무관들 역시 너무 고마운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정확하고 선제적으로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해 준 행정실과 잔디 깎기, 수목 전지 등 화단 가꾸기, 장마 대비 배수구 청소, 재활용품 정리 등 궂은일도 마다않고 솔선수범해 준 시설 직원들이 있었기에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학교가 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직·성실·협동 신월중 교훈, 볼수록 멋져요” 문 교장은 올해로 교직 37년째를 맞는다. 교육현장에서 그리고 장학사와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을 두루 거친 그는 학교는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편안하게 수업과 삶을 나눌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학교 어느 곳에서든 학생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교사들이 편안하게 수업에 전념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바람이다. 문 교장이 교사들을 위한 수업나눔카페를 만들고 특별교실을 리모델링하는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문 교장이 특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교훈의 재구조화이다. 신월중 교훈은 정직·성실·협동 등 세 가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엔 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새마을운동 시대에 들어봤음직한 단어들이잖아요.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미래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만큼 필요하고 좋은 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교훈의 정신을 현재의 삶과 연계시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인간관계의 기본은 정직이고 성실하게 인내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원하는 만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교훈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협동은 협업과 융합의 정신을 담고 있어 창조적 삶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4년 처음 교직에 들어선 문 교장은 학교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신월중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했다. 학생들과 교감하고 교사들의 사소한 고민에도 관심 갖고 배려하는 교장, 그들과 언제 어디서든 동행하는 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학교는 학생이 주인인 배움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교복입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를 적극 지원하는데 목표를 두고있습니다.” 학생자치를 꽃피우고 있는 서울등원중학교 양관승 교감은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자치 과정을 통해 미래사회를 이끌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면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등원중은 일반학급 15개, 특수학급 2개로 구성된 소규모 학교이다. 강서양천학생참여위원회 컨설팅 단장을 맡고있는 양 교감은 “학생들이 자기의 삶과 공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실천과정을 통해 교육적 의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영역에서 보다 많은 권한과 기회를 학생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참여를 통해 변화를 경험하는 것만큼 강한 참여의 촉매제는 없다”고 했다. 당장 학교의 모든 영역에서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적어도 학생회나 동아리와 같은 학생중심활동에서만큼은 학생들의 주도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학교교육의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등원중 학생들은 편안한 교복부터 화장실 거품 비누 설치, 학생용 급식 식판 교체, 여학생을 위한 전신거울 및 공용탈의실 설치, 학생회 자치실 및 휴게실 설치 등을 이뤄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생회가 건의하는 방식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줄어들자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학교 곳곳에 만든 포토존도 학생회 작품이다. SNS 등을 이용, 학생회 알기 퀴즈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식목일을 맞아서는 홍보 동영상 ‘무야호’를 만들었다. ‘무야호’는 무성하고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는 가족·부모님·사랑·유교걸 등 몇 가지 연관단어로 n행시를 작성해, 부모님과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올 2학기에는 e스포츠대회도 계획 중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 체육대회 대신 e스포츠 대회를 학생들이 기획한 것이다. 학생 자치를 담당하고 있는 김형주 교사는 “가장 열정 넘치는 학생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사는 “등원중 학생회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내 의사결정과 행동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동료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학생회의 다양한 노력과 학교관리자를 비롯 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 측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서실 사용에 제한이 따르자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복도 및 학생 휴게공간에 책을 배치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지금껏 단 한 권의 분실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등원중은 또 학생자치만 잘하는 학교가 아니다.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로 선정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혜택이 많이 주어진다.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운영, 수학과 영어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등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교실수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예체능 분야에서는 배드민턴·뉴스포츠·방송댄스 등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체력 향상에 힘을 기울인다. 아울러 학생오케스트라 관현악단 운영을 통해 악기를 다루는 기능뿐 아니라 감성을 배우는 문예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 다채로운 독서활동이 돋보이는 도서관 활용교육과 서울교육 희망교실 등 다양한 진로교육으로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나가고 있다. 우리학교 이야기 교장 인터뷰 양칠범 등원중 교장, “제가 인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IMF가 막 끝나갈 무렵, 교육현장에 교육정보화 바람이 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교육정보화. 학교에 인터넷망이 깔렸다. 정말 밤낮으로 일했다. 주말도 없었다. 교육용 프로그램을 깔고 교사 연수를 하는 것은 기본. 컴퓨터가 고장 나면 직접 부품을 구해 고쳤다. 교직 인생 34년, 가장 열심히 생활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보람도 컸다. 서울 등원중학교 양칠범 교장(사진). 충남대 공대를 나와 면(面) 서기보로 출발, 교사로 임용된 후 교장에 오른 베이비부머의 전형적인 삶을 산 인물이다. 교직에 들어온 이래 힘든 고비가 없지는 않았지만 굴하지 않고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걸었다. 조용 조용한 성품, 한없이 온화하지만 자신에겐 엄격하다. 그는 ‘열린 귀’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지시하기 보다 듣는다. 질책하고 따지기 보다 이해하고 다독이는 교장이다. 처음 교장에 임용되던 날 ‘나를 따르라식 교장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죠. 그때마다 나무라고 추궁하면 누가 자신있게 일할 수 있겠어요. 상처를 주기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죠.” 양 교장은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은 선생님들이 제일 잘한다고 믿는다. 학교 구석구석 돌아가는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살림살이는 행정실만큼 잘하는 곳이 없다. 교장은 그들 모두를 지원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 “뭐 필요한 거 없어?” 복도에서든, 운동장에서든 학생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건네는 말이다. “화장실에서 냄새나요”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아요” “학생 자치회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등 스스럼없는 주문들이 그에게 쏟아진다. 민원(?) 해결은 빠를수록 좋은 법. 최우선으로 처리해 준다. 그래서일까? 최근엔 학생들 말이 달라졌다. 그를 만날 때마다 “뭐 필요한 거 없어요”라고 선수를 친다. 등원중은 교육복지우선지원거점학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학교 공간 곳곳은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학생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했다. 자연친화적 학교답게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예쁜 쉼터도 마련했다. 교사들이 마음 놓고 교육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업나눔카페는 등원중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양 교장 부임 이후 달라진 환경은 이뿐 아니다. 햇빛 발전소가 설치되고 교사와 학생용 컴퓨터들이 업그레이드됐다. 여름 겨울 가릴것 없이 쾌적한, 냉난방 시설도 새롭게 교체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인복(人福)이 많습니다. 교감선생님부터 시설 주무관님들까지 모든 분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그분들 아니었으면 학교가 이 정도까지 달라지진 못했을 겁니다.” 올 8월이면 정년으로 교단을 떠나는 양 교장은 학교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즐거워야 하지요. 그래야 참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동안 그가 가장 강조한 말이다.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보다 두 배 이상 감염력이 높습니다.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발열체크도 사실상 무의미하고요. 종전의 방역시스템으론 한계가 있어요.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와 가정에 비치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1,212명을 기록한 지난 7월 6일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사진)는 “지금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등교를 자신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델타 변이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백신 접종률이 50%는 넘어야 하는데 지금 확보된 물량으로는 9월까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백신 접종과 확진자 추이를 봐가며 1/2, 2/3, 3/4 등교, 전면 등교 등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연말쯤 마음 놓고 전면 등교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또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서두르고 있지만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천 교수는 이날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추진할 때에는 델타 변이 확산 이전 상황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방식으로 방역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마다 설치된 발열체크기가 델타 변이에서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했다. 기존 코로나는 기침과 발열 증상이 먼저 왔다면 델타 변이는 두통이 제일 많고 이어 인후통, 콧물, 재채기 순으로 온다. 발열 증상은 8번째쯤에 나타나는 등 이미 감염이 깊숙이 전개된 후에 보이는 이상 반응이어서 오히려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는 코를 통해 주로 감염돼 상기도 쪽에서 바이러스 복제량이 굉장히 많고, 호흡기로 배출돼 전파력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 천 교수는 실내 에어컨도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2~3일에 한 번꼴로 반드시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연령을 고1·2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외국에서도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백신 물량을 춘분히 확보한 뒤 안전한 상태에서 접종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고교생보다는 20대 청년 층의 백신 접종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도 했다. 천 교수는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백신 접종을 검토하는 것은 성인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바람에 물량이 남아 추진되는 것”이라며 “여건이 다른데도 정부가 무작정 외국을 따라 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는 11월 18일 치러지는 수능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수험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치르는 데다 대부분 백신을 접종한 상태여서 코로나로 수능을 연기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능 이후 해방감에 들뜬 학생들이 뒤풀이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교육당국의 각별한 지도를 주문했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천 교수는 우선 백신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패착으로 꼽았다. 백신만 제대로 확보됐다면 아마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쇼 백신을 맞기 위해 노력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위험성을 무릅쓰고 백신을 맞는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정부가 좀 더 서둘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방역단계를 올릴 때는 빨리, 내릴 때는 가능한 천천히 해야 하는데 정부는 정반대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백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맞는 방법도 제시했다. 우선 접종을 앞두고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올 경우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심장이나 몸의 세포가 튼튼해야 이길 수 있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오히려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천 교수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학교방역에 애써온 교사들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학교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델타 변이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2학기를 대비해 올 여름방학만이라도 교사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가? “첫 번째는 전파력이다. 작년 여름 서울 이태원을 강타했던 알파변이보다 60% 이상 빠르다. 알파변이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60% 정도 전파력이 높으니까 두 배 이상 되는 셈이다. 전파력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폐세포에 결합하는 수용체가 훨씬 강해지기 때문이다. 결합력이 강하니까 바이러스가 몸속에 바로 침투하고 복제량도 많다. 그리고 많아진 바이러스가 호흡으로 배출되다 보니 주변에 감염이 빠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초기 증상이 다르다. 기존 코로나는 발열, 기침 등의 순서였다면 델타 변이는 두통이 제일 많고 인후통, 콧물, 재채기 등이 4대 증상으로 꼽힌다. 초기 증세는 코감기나 비염과 흡사하다. 그래서 처음엔 ‘비염이 악화됐구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발열증세는 여덟 번째 쯤 나타난다. 그래서 감염이 됐는지 전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비염인지 델타 변이에 감염됐는지 잘 모른다면 방역도 그만큼 어렵다는 말인가? “그렇다. 본인이 비염이 있다면 일시적 무기력감이나 두통이 좀 심해진 것으로 여겨 검사받을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생긴다. 발열이나 기침이 워낙 강하게 각인돼 있다 보니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집이나 학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상비약처럼 비치하고 수시로 검사해야 한다. 초기라면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학교엔 자가진단키트가 비치돼 있지 않은데. “정부가 권장하지 않으니 학교에서 이를 보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예방에 훨씬 효과적인데 이를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영국은 집에서 일주일에 2회씩 반드시 검사토록 하고, 음성일 경우에만 등교시킨다.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 코로나 확산에 큰 효과를 거뒀다.” 지금은 델타 변이지만 앞으로 계속 변종이 나오게 되나? “코로나 변이는 대체로 우려변이와 관심변이로 구분한다. 전파력이 높고 치료제나 백신에 회피가 있는 것을 우려변이라고 하는데 알파·베타·감마·델타·입실론 등 5가지다. 관심변이로는 제타·카파 등이 있다. 이런 변이는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코로나와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백신과 치료제가 계속 나온다면 독감 정도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다. 여기에 경구치료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 복제가 중단되기 때문에 치명률도 많이 떨어진다. 경구치료제는 올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2학기 전면 등교를 추진하는데 어떻게 보나? “현재로서는 9월 전면 등교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의 백신 접종이 마무리돼야 학생들의 감염을 줄일 수 있을 텐데 백신 물량이 부족하다. 8월 말까지는 젊은 층 접종을 완료할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교육부도 확진자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등교 인원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마 연말쯤 가야 전면 등교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자신하기 이르다.” 교육부는 전면 등교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는데. “확진자가 2~300명대로 떨어지고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서면 전면 등교가 가능하겠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된다면 방역학적으로 위험하다. 교육부가 제시한 등교 기준은 기존 코로나 상황에 기초한 것이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한번 시동이 걸리면 급속도로 확산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가 위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전면 등교를 시작했다가 학교서 감염이 많이 됐다.” 그동안 정부는 학교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했는데.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집단감염 사례처럼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빨라 학교도 위험하다. 밀집도가 높아 집단감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학교가 안전하다는 믿음은 교사들이 방역을 철저히 한데다 원격수업 등으로 실제 학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학원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잘하는 일이다. 학원은 학교보다 더 위험하다. 학교처럼 방역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학원관계자들이 특히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원을 많이 이용할 텐데 걱정이다.” 학원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에어컨이다.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청소를 해줘야 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에어컨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이다. 에어컨 청소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지침을 교육당국이 왜 학교에 전달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아울러 델타 변이는 코로 감염되는 만큼 입만 가리는 ‘코스크’는 정말 위험하다. 이 부분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고 1·2학년 백신 접종은 가능할까? “접종할 백신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20대 젊은 층을 접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감염확산을 막을 수 있다. 적어도 9월은 지나야 고교생 접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성인들이 접종을 기피하기 때문에 접종 연령을 낮추고 있지만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나. 여건이 다른데도 정부는 선진국만 따라 하려 든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뭔가. “유전자변형이나 장기 훼손 우려로 백신에 대한 거부 정서가 높은 데다 1년여 만에 개발한 백신이란 점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백신이 남아도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노쇼 물량이라도 찾아 백신을 맞으려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백신만 제대로 공급됐으면 접종률에서는 세계 최고였을 것이다.” 왜 우리는 그들과 달리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것일까?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먹고 살려면 사회생활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위험성을 알면서도 서둘러 백신을 맞으려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올 수능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나? “코로나로 인해 수능을 연기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선 고3 학생들의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데다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치르는 등 방역에도 철저할 것으로 보여 안심해도 된다. 다만 수능 이후가 문제다. 해방감에 들뜬 아이들이 뒤풀이한다며 돌아다닐 경우 코로나 확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철저한 지도가 필요하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교사들이 고생이 많았다. 의료 전문가로서 학교방역을 어떻게 보나. “정말 선생님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만큼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방역과 교육 모두를 신경 쓰느라 우울증에 걸린 선생님도 계실 테고 번아웃 상태에 놓인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분들 모두 올 여름방학만이라도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학기엔 전면 등교를 추진한다고 하니 더 많은 일이 기다릴 것이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희생하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최근 일부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내용을 가르치고, 심지어 그러한 경향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후 결국 민원을 받아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을 빚었다. 이는 학생들이 참다못해 민원을 제기하여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 서울 인헌고·휘문고·보성고·경기고 등에서 학생들이 학생부 기록이나 내신 기록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익 제보한 사례가 여럿이다. 그나마 고교생의 경우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지만, 유치원이나 아직은 교사가 두려운 초·중학교 교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일찍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내용과 활동을 결정하는 교육과정 분야를 학문적으로 정립시킨 시카고대학의 보빗(F.Bobbitt) 교수는 학교에서는 어른이 되어 제 구실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만 가르쳐야 한다고 하였다. 즉, 일상적으로 사소한 것, 나이 들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다른 기관이 하면 더 잘하는 것, 해당 국가의 전통·문화·이념·체제에 어긋나는 반사회적인 것은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학교에서 예술교육의 비중 확대를 강조해온 스탠퍼드대학의 아이즈너(E. W. Eisner) 교수는 학교가 너무 언어·논리·수리적인 것만 강조하고 예술적인 것은 소홀히 한다고 보아, 이를 일부러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영(null, 零) 교육과정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에는 그 어의가 확장되어 영 교육과정은 금기시된 교육내용을 지칭하게 되었다. 영 교육과정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지하에 묻혀서 빛을 못 보는 교육과정이다. 금기시된 내용은 어떤 사회에서는 애써 덮어서 가리고, 어떤 사회에서는 애써 열어서 가르친다. 가령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성취와 성공은 세계적인 기적으로 우리는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금기시한다. 이슬람국가에서는 금기시하는 성교육을 자유민주국가의 일부 교사들은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가르친다. 마르크스 등의 공산당선언과 볼셰비키혁명 이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자유민주공화국에서는 기업가정신 대신 노동자교육, 자제력과 책임감을 기르는 성교육 대신 LGBTQAI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내세워 노골적인 성교육을 하려고 들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교정(political correctness : PC)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인권감수성교육·생태교육·정체성교육·풀뿌리민주교육·자치교육 등을 열심히 가르친다. 이들 국가는 이렇게 왜곡된 공교육으로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정작 공산권 국가에서는 엄격히 금기시된 것들이다. 자유민주공화국에서 정치·경제적 마르크스주의가 패배한 이후 문화마르크스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정치적 신념을 교단에서 설파한다 국가 수준 공교육은 보편적이고 공통적이며 합헌적인 가치·지식·기능을 가르칠 것을 요구하지만, 일부 정치편향 교사들을 자신의 평소 정치적 신념을 교단에서 설파한다. 때로는 시사적인 만평을 한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아직 가치관과 세계관이 미성숙한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 내용을 사실·진실·진리라고 생각하여 이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것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정치편향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의 세계관을 자기 멋대로 조형하여 그들의 정신과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빨치산 공비의 묘소를 참배시킨다거나, 남북한의 초대 내각을 살피지도 않고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라고 거짓을 퍼뜨리기도 한다. 또 정작 자신은 가서 살라면 거부하면서 북한도 사람 살만한 곳이라는 환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치세를 사초하였다가 그가 죽은 뒤 실록청을 설치해 역사를 썼다. 오늘날에는 당대의 문재인정부가 역사교과서에 등장한다.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정치 선전·선동물이 되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역사교육표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판·쇄를 거듭해가면서 역사교과서를 수정·개선해나가야 한다. 10년 정도 지나 10판 정도 교과서를 고쳐나가면 우리도 저급한 정치 선전·선동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역사교과서를 가지고 역사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 이후 사상·문화계에서는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모든 차이는 차별이며, 모든 금지함을 금하라’는 구호 아래, 일부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될 것들을 터놓고 가르친다. 교실에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온갖 설들이 난무한다. 이에 따라 일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하거나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 심지어 사교육을 통해 검정고시로 상급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즉,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초래된 것을 볼 수 있다. 동성친구에게 사귀자는 연애편지 써보기를 시킨다면 젠더이즘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은 학교의 성교육이 좀 노골적이겠거니 하고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동성친구에게 사귀자는 연애편지 써보기를 시킨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그러한 교육이 전개된 영국의 경우 10대 청소년의 성전환시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성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도리어 무분별한 교사들에 의해 성 정체성의 혼란을 빚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다운 남자, 여자다운 여자의 전통을 잃어버렸다. 성인지감수성교육의 결과 상대방 성에 대한 혐오나 비하가 난무한다. 체육수업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신체적 차이에 따른 수행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여성으로 성전환한 이가 권투선수로 링에 올라 상대 여성의 두개골을 파손시킨다거나, 100m 단거리 선수가 되어 다른 여성선수보다 10m나 앞서 골인하여 금메달을 가져가는 일도 발생하였다. 이것이 성인지감수성교육의 공정한 결과인가? 더구나 이러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사회적·심리적 성으로서 젠더는 자신이 결정한 것에 달려 있음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러면서 남과 여 사이에 적게는 30개 많게는 70개가 넘는 간성과 혼성이 있다고 말한다. 만약 돈이 없어 성전환수술을 못 한 남성이 젠더로서 여성이라고 하면서 여탕과 여자 숙소에 나타난다면 여성들은 허용할 것인가? 인간차별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는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움을 지적하고자 한다. 소위 교육자치, 교육분권화, 학교자치, 교사의 자율성, 교과서 자유발행제, 자유학기제, 계기교육 등은 학교 공교육의 제 기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나 민노총의 지지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이들의 불법적인 교육을 외면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결국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부나 교육청 등의 기관에서 학생·학부모의 민원 대상이 된 교사와 강사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타락시킬 권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정치편향을 심화시키는 현재의 교육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교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과 법률을 지키면서 교육해야 한다. 둘째, 공식적 교육과정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수업시간에 사소한 혹은 개인적·정치적 선호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 셋째, 공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공익적·공공적 목적 외에는 최소 침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넷째, 과학적 근거를 가진 교육내용과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성교육에서 간성과 혼성 등 과학적 근거가 취약한 소수설을 과학이라고 해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 다섯째, 차별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체성과 가치관 형성이 미약한 학생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나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들을 왕따시켜 특정 이념이나 사상에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교사에게는 학생을 타락시킬 권리가 없다.
들어가며 교사양성체제 개선은 오랜 과제이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2021년 7월 ‘현장성과 미래 대응력 제고를 위한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시안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번 시안은 기존 방안보다 문제해결, 미래 대응력 등에서 타당성 및 실현가능성이 진일보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 시안을 바탕으로 향후 논의가 진행될 것이기에 교원양성체제를 연구해온 연구자의 관점에서 몇 가지 생각을 더 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용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교원’은 교장·교감·수석교사·교사를 통칭하는 용어이다(「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 이번 시안은 그중에서 ‘교사’양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교사양성체제’ 발전방안으로 용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논의에서 기억할 것은 교사양성은 적은 투자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투자라는 점이다. 가령 교사들이 AI 융합교육역량을 갖게 하고자 한다면 현직교사에게 투입하는 1/5의 예산만으로도 미래 교사들이 그 역량을 갖추게 할 수 있다. 또한 안을 제시할 때 양성에 있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3대 전문직종인 의사·변호사 그리고 신부를 양성하는 의대·법학전문대학원·신학대학 양성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이번 시안에는 발전방안을 만든 과정과 분석 내용이 들어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추진 방향 및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정책방향은 거버넌스, 교육과정, 초등교사 양성체제, 중등교사 양성체제 등 네 가지로 나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추진 방향에 대한 추가 의견, 그리고 제시된 안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피력하고자 한다. 추진 배경 이번 시안은 ‘미래 교육환경 변화’와 ‘현행체제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현행체제를 분석할 때 주로 양성기관의 문제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와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과 지배구조(거버넌스) 등에 대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양성기관은 다른 특수목적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교육여건(교육비,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등)에 놓여 있음을 집권당도 잘 알고 있다. 현행체제의 강점을 파악하여 지키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편 후 기존의 강점을 놓치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가령 특수목적형 초등교사 양성시스템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예비교사 자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제도 개편 결과 이 강점이 흔들린다면 아무리 교육을 잘 시키더라도 교사의 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양성체제의 효과는 이 과정을 통해 배출된 현직교사들이 보이는 전반적인 특성을 통해 평가될 것이다. 초등과 중등교사들이 보이는 강점과 문제점을 분석하여 발전방안의 방향 설정에 포함시키길 기대한다. 추진 방향 보완 의견 지배구조 거버넌스(협치)는 협력적 혹은 참여형 통치(지배·정책결정) 구조를 뜻한다. 이번 안은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협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면 일회적인 개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안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전체 교원의 양성 및 현직교원교육, 양성기관 평가 등 관련 연구와 업무를 총괄하는 가칭 ‘교원교육연구원’ 신설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의 관련 업무 및 연구 담당자가 자주 바뀜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를 극복하게 할 것이다. 협치 구조는 국가 차원의 것과 대학 차원의 것이 있다. 대학 차원의 협치 구조에 대한 것도 함께 제시되어야 양성체제 개편안은 그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양성 교육과정 교육과정 개선안을 마련할 때 선행되어야 할 것이 중등교사도 초등교사처럼 양성임용 연계형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분석이다. 이때 고려되어야 할 것은 기존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임용시험 응시에 관한 것이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가 있어 아무리 배출 인원을 줄여도 한동안 높은 경쟁률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면 경쟁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되고 있는 실습학기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실습학기제가 도입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시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초등교사 양성교육과정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교대만이라도 4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단기간 실습과 함께 실습학기제 혹은 학년제를 도입하는 전문대학원(5년제)체제로 이행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가르칠 교수자원에 대한 부분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교직은 수입이 많은 의사나 변호사 등과 달리 높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직업이다. 이러한 교사를 길러내기 위한 양성기관의 교수요원이 갖춰야 할 역량 및 역량강화 지원체제와 관련 시스템 구축과 신임교수 임용체제 등에 대한 것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중등교사 양성체제 현행 사대의 중등교사 양성교육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해당 학문분야 학자를 기르는 것처럼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교수진용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현행 사대 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고등학교 수준의 교사는 사대의 대학원에서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직교사연수 등을 통해 수준 높은 고등학교 교사를 길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초등교사 양성체제 의대든 법대든 특수목적대학은 특성상 교육과정이 다양하기 어렵다.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사관학교나 과기원 등의 특수목적대학에도 적용되지만 그러한 곳은 충분한 투자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번에 제시된 안과 함께 교육여건 개선방안도 함께 논의되길 기대한다. 나오며 개혁은 체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완성된다. 양성체제 개편과 함께 양성기관 문화개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에는 교사양성기관 재정지원 요건에 교수들 간의 활발한 정보교환 및 협력을 포함시켜 교수문화를 협력적 문화로 바꾼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이번에 가능하면 유치원교사 양성체제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교사, 학습과 태도 출발점을 형성시켜주는 교사는 유치원교사이다. 이와 함께 상담교사·보건교사·영양교사 등의 양성체제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양성과 임용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떼어놓고 체제개편을 논하기 어렵다. 양성은 임용체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함께 고려하며 논의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 많다. 차기 정부에서 구성될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때 이번에 만들어질 초안은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논의의 기반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길 기대한다.
해 기울 무렵, 사당동 호프집에서 소설가 송하춘 교수님과 만난다. 소설가 H 교수도 함께한다. 연배가 위라는 걸 잊게 할 정도로 송 교수님은 참 편하게 나를 대해준다. 자리에 앉자, 송 교수는 산문집(왜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느냐)을 출간했다며, 책을 내게 건넨다. 독특한 기획으로 공을 들인 저술이다. 수록한 수필마다 자작시 한 편씩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책 속표지에 저자 서명이 있다. “박인기 교수께, 2021.3.11. 宋河春” 모두 석 줄로 된 저자 서명이다. 송 교수의 글씨는 그윽한 기운 머금고 엄전한 듯 활달하다. 그런데 무엇으로 쓴 글씨인가. 묽은 먹으로 쓴 글씨인 줄 알고,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다. 여쭈니, 연필로 쓴 것이라 한다. 미술 데생(dessin)할 때 쓰는 연필, 굵고 짙게 그릴 때 사용하는 4B 연필로 썼다고 한다. 서명은 대개 만년필로 하거나, 볼펜으로 한다. 거기다가 낙관까지 찍어서 보내는 것을 모범 격식으로 치는데, 송 교수님은 그런 거 저런 거 없이 연필로만 담백하게 썼다. 나는 연필로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지워지지 않아야 하므로 연필은 피하는 것이다. 왜 저자 서명을 연필로 했을까. 그 까닭을 송 교수님이 말해 준다. 지금은 소중한 그 누구에게 책을 전하며, 책을 드리는 말씀과 함께 나의 자필 서명을 해 놓지만, 이 책이 영원히 보관되고 간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이 전해질 때의 그 소중함이란 것도 영원무궁한 것이 아니다. 형편 따라 세월 따라 소중함도 변한다. 책을 받은 분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그러면 그가 지녔던 책의 운명도 이승에서 저승으로의 변전만큼이나 달라질 것이다. 또 살다 보면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 책을 간직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할 수도 있다. 언젠가는 버려질 책의 운명을 헤아려볼진대는, 속표지에 주고받는 이의 이름을 적어놓는 것이 언제까지나 의미 있기만 할 것인가 하는 데에 생각이 가닿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받은 책을 버려야 할 때, 저자 서명을 지우기 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나는 수긍하였다. 지혜의 일단이 있음을 느꼈다. 언젠가 허름한 중고서적 판매장에서 어떤 유명 인사의 서명이 적혀 있는 책이 나돌아 다니는 걸 보았다. 이제는 속절없이 떠도는 운명에 들어선, ‘버려진 책’이 된 것이다. 저자 서명을 해서 책을 보낸 사람이나 그 책을 받은 사람의 이름을 보면서, 나는 민망함과 쓸쓸함에 젖었다. 책에 대한 연민도 일었다. 만약 서명도 선명한 나의 책을 그런 곳에서 발견했다면 어떠했을까. 모진 배반을 겪고 황량한 변방으로 추방된 느낌일까. 요즘 널리 알려진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노래가 무색할 망연함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중고서적 판매장은 그나마 괜찮다. 폐지 수집장을 떠돌아다니는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내가 서명하여 누군가에게 보낸 책이 없으란 법이 없다. 내 책을 버린 사람에게 항의할 것인가. 그럴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저 내 마음일 뿐이다. 오히려, 그런 영양가 없는 책을 쓴 나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 또한 그렇게 버린 책이 없지 아니하다. 연구실을 떠나올 때는 정말 어찌할 수 없었다. 버릴 책을 정리하며,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나에게 서명을 하여 보내온 책은, 서명이 있는 속표지 한 장을 찢어버린 후, 그 책을 버렸다. 책으로 맺은 인연을 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송구했다. 그저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책을 보내 주었던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보관하고 간직하는 일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저장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람이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겨, 그것을 지키려 할 때, 하는 행위가 저장과 보관이다. 식량은 생존의 가치를 가지므로 저장 보관의 1순위를 차지한다. 책은 지식과 기술을 익히려 하는 사람에게는 저장의 의미가 중요하다. 전쟁터에 나간 젊은 병사가 어머니 사진을 군복 주머니 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은 어머니의 가치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진은 어머니의 가치가 표상된 ‘그 무엇’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재화의 가치, 인연의 가치, 여행의 가치, 배움의 가치 등등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 소중함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저장하여 보관하고 간직한다. 저장과 보관이 있음으로써, 나의 존재다움 즉, 내가 존재하는 가치가 생겨나고 지속한다. 저장과 보관이 없는 삶은 소망과 미래가 없는 삶이다. 퇴폐의 생각(mentality)에 지배되는 사람은 보관과 저장이 없다. 오늘만 살고 죽을 듯이 사는 것이 퇴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것도 지식과 정서 등을 ‘저장하는 기술’과 ‘저장하는 태도’를 익히는 것의 일종일 수 있다. 저장하기를 내가 몸으로 학습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겨울에 채소를 저장하는 작업을 해 본 것이 지금도 인상적이다. 물론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다. 겨울에 김장독을 밖에 두면 얼어서 못 먹는다. 방이나 부엌에 두면 금방 너무 익어서 김치 맛을 버린다. 그래서 김장독 채로 마당 밭에 묻어서 저장하고 수시로 꺼내 먹었다. 배추나 무는 마당 밭에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였다. 배추나 무를 구덩이에 묻고, 짚으로 살짝 덮고, 그 위를 흙으로 두둑하게 덮어서, 마치 무덤 봉우리처럼 해 준다. 얼지도 않고 썩지도 않도록 땅속 온도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구덩이 입구에 어른 팔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내고, 바람이 들지 않게 두툼한 짚단으로 그 구멍을 든든하게 막아 둔다. 나중에 무 배추를 끄집어내기 위한 구멍이다. 이런 작업은 아버지를 도와 함께 했었다. 밤도 그런 방식으로 저장을 했다. 그래서 긴긴 겨울밤, 묻은 밤을 꺼내와 화로에 밤 구워 먹는 추억을 만들었다. 밤을 이렇게 저장하지 않고 그냥 방에 두면, 밤 속에 온통 벌레가 생겨난다. 상식에 속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저장은 왜 하는가. 언젠가 끄집어내어서 쓰기 위해서 저장하는 것이다. ‘저장’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물건이나 재화 따위를 모아서 쌓아두거나 잘 간수함’으로 풀이되어 있다. 이는 ‘저장한 것’이 쓸모 있는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 쓸모 있음은, 뒤에 끄집어내어서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입증된다. 저장과 비슷하지만, 사실은 반대어에 해당하는 말로 ‘사장(死藏)’이 있다. ‘사장’의 뜻을 살펴보면 ‘저장’의 참뜻이 살아난다. 사장은 ‘활용하지 않고 쓸모없이 묵혀 둠’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래서 ‘저장하기’는 ‘사장하기’와 더더욱 대척의 자리에 놓인다. 나는 일상에서 저장하기를 쉼 없이 한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일상에 그림자처럼 두면서 끝없이 저장하기(단축키 Alt+S)를 누른다. 그러면서도 그걸 끄집어내어 쓸모 있게 활용하는 걸 잊어버린다. 열심히 저장은 하면서도 한 번도 끄집어내어 보지 않는 경우가 오죽 많은가. 기를 쓰고 저장하지만 마치 사장하기 위해서 저장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는가. 그래서 저장하기가 욕심의 일종으로 비치기도 한다. 속언에 있는 “아끼다가 똥 된다”라는 말이 실감 나게 살아온다. 우리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저장하기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내 개인 컴퓨터에 내려 받은 까마득히 많이 저장된 파일들, 휴대전화 갤러리에 찍거나 받아서 저장해 둔 수만 장의 사진들, SNS에 주고받으며 저장된 수많은 전언과 콘텐츠, 누군가 보내 주어 저장해 놓은 허다한 정치적 주장, 경제 정보, 건강 조언, 엔터테인먼트 이야기 등등, 이 모두는 나의 저장 영토에 머물지만 나는 이를 통제하거나 다스릴 능력을 이미 잃지는 않았는지. 그걸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끄집어내는 것조차 힘들게 되어 버린다. 사람이 죽은 뒤 그의 스마트폰에서 그가 저장하여 남긴 디지털 정보들을 깔끔히 처리해 주고 돈을 받는 직업이 생겨났다고 하지 않는가. 무릇 진정한 저장하기의 대상은 생명 가치를 지닌다. 저장하는 것이 생명 그 자체가 아니라 해도,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재생의 유용함을 드높이는 것이면, 생명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장 내용의 ‘쓸모 있음’을 부단히 증폭시켜 가는 데에 저장하기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저장의 기술에는 저장해 왔던 것을 버리는 기술도 기꺼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마땅히 필요한 지혜이다. “망각 없이 행복(幸福)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한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모루아(Andrė Maurois)의 말도 함께 떠오른다.
문학교육이란 문학에 대한 지식, 이해와 표현기능, 태도로 구성되는 문학능력(Literary competence)을 키우고 그것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학능력으로 한 인격의 성장을 돕는다. 따라서 체계적인 문학교육을 처음 접하게 되는 초등교육과정에서의 문학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처음으로 문학작품을 접하게 되기 쉽고, 문학의 핵심에 있는 시를 인식하게 된다. 초등교육과정에서 시를 가르치는 까닭은 언어능력을 길러 주고 문학작품에 대한 안목을 기르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가꾸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의 시 교육은 학습자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좋은 시를 읽고 이해하고 감상하며 써보는 일련의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학능력 향상을 위한 아동문학작품을 학교 내에서 가장 가까이 활용할 수 있는 학습공간은 학교도서관이다. 교실에서 교과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배우는 문학교육의 현실적 부족함을 도서관 활용을 통해 그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학교 대면수업으로 공백이 생기면서 학교도서관의 활용과 도서관을 이용하고 체험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도서관 활용교육 또한 다른 양상을 가져왔다. 공간을 활용하는 도서관 수업의 형태를 가져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북큐레이션과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의 활용은 자료의 공급차원에서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급독자로 나아가기 위한 정밀한 독서활동과 도서관 이용의 경험은 체득하지 못했다. 학교도서관을 활용하고 직접 이용해보는 본래의 도서관 활용교육은 학생들이 커서 고급의 독자로 도서관과 정보를 활용하는데 큰 초석이 된다. 그래서 2021년에는 부분적으로 학년의 도서관 대면 활용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본 수업은 기존에 도서관 이용을 경험하고 도서관 관심도가 가장 높은 4학년의 수업이다. 코로나로 3학년 때 도서관 활용을 경험하지 못해 정밀하고 세심한 도서관 활용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책과 교과목의 범위가 넓어지는 학년으로 문학과 비문학의 읽기형태를 구분해 가며 읽어가기 시작해야 하는 학년이라 판단되어 본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수업과정 ● 1차시 : 동시로 시작하는 도서관 이용 시작하기 본교는 올해 한 학년 한 권 책 읽기의 책으로 동시집을 선정했다. 책읽기의 방법과 종류는 다양하지만, 읽기의 제재로 동시집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부터 3학년 과정에서 동시를 소개해서 동시를 조금씩 읽어봤던 학생들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동시집의 위치부터 파악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도서관의 책을 검색하고 청구기호를 통해 도서관의 책 위치를 알아내는 도서관 이용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동시집과 동시인 그리고 동시의 읽는 방법과 낭독의 호흡 등을 학생들과 공유해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는 학생의 문학작품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문학작품 중 주요 재제로 선택되는 동화와 달리 동시는 교과서 텍스트 안에서 주로 접하게 된다. [PART VIEW] 도서관의 문학제재로서의 동시의 비율 또한 동화에 비해 그 양이나 이용률은 차이가 난다. 도서관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널리 알리고, 장편을 오래도록 읽히기 어려운 수업시간의 문제를 동시를 통해 해결해보고자 했다. 동시는 우선 분량이 짧고 순간의 미학을 추구하는 아동문학이다. 최근 동시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늘어나면서 동시집을 도서관에 다량으로 비치하게 되었다. 문학의 다양성을 제시하고자 동시의 위치와 동시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 2차시 : 도서관을 활용하여 삶과 밀접한 동시 알아보기 한 동시인의 작품을 북큐레이션하는 일은 사서교사의 몫이다. 사전에 미리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동시작품들을 모두 훑어본다. 크게 청소년으로 묶여 있는 시집과 동시집의 시리즈 책들, 동시를 필사해 볼 수 있거나 말놀이를 할 수 있는 재미난 시집들도 다루어 본다. 그중 아이들의 삶과 밀접한 시들을 주로 선정했다. 학교와 친구들이 초등학생의 주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동떨어진 풍경과 동물을 주제로 한 시들보다 아이들이 주로 겪고 있는 일상의 작품들을 다룬 시집들을 제재로 삼았다. 선택했던 작품들을 모아 보니 주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며 아이들의 일상을 시로 쓰고 계시는 시인들의 시가 정해졌다. 그 후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한다. 현재 연극 단원이 교과내로 들어오면서 낭독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는데, 동시도 눈으로 읽는 것과 낭독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낭독은 타인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소리로 듣는 효과가 있어 여러 감각들을 살릴 수 있다. ● 3차시 : 도서관에서 문학과 비문학 이해하기 동시의 위치를 알았다면 청구기호의 정밀한 설명을 더 한다. 도서관의 책 구성에 대한 부분은 3학년 과정에서 배우고, 4학년이 되면 도서관 책을 검색하는 방법과 ‘청구기호’의 구성과 이해 그 의미를 정밀하게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본 수업에서 동시인 한 명을 선정하고 시인의 이름과 출판사 등을 알려준다. 기본적인 판권사항들도 따져보고, 출판의 쇄도 확인한다. 그중 선정된 작품들을 미리 안내하고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낭독해 본다. 이 동시와 동화는 문학이라는 큰 장르에 속해 있음을 알려준다. 그 외의 주제들은 비문학작품으로 직접 도서관에서 주제의 책들을 찾아보고 책의 주제를 익힌다. 이 수업을 통해 4학년 학생들은 다양한 문학작품의 장르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문학의 장르에서 동화와 동시의 존재를 알게 된다. 또한 한국문학작품과 외국문학작품의 구분을 청구기호를 배우면서 저절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체계성을 구분해 내는 능력을 길러내기에 유용하다. ● 4차시 : 나에게 맞는 도서를 알아보고 이해해 보기 마지막 차시에는 다양한 텍스트 중 동시집 한 권과 다른 좋아하는 책을 선정하여 대출하는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중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를 설명하고, 800번의 문학과 나머지 주제의 분류도에 따른 주제 책들을 미리 선정하여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소개할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아이들의 읽기능력뿐만 아니라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로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작품 또한 하나의 자료일 뿐, 그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책을 골라내는 일은 학생들의 몫이다. 필자는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동시집을 꽤 친근하고 편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시가 시로서 막연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이렇게 많은 시들이 동시집에 묶여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재미없다고만 생각했던 동시가 오히려 동화보다 더 쉽고 읽히기 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도서관에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책 제목만 보아도 주제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해 주기도 했다. 이는 다양한 주제별 콘텐츠를 도서관 안에서 수업하며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이후를 넘어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는 고급독자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며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그 길의 시작은 도서관 활용교육을 꾸준히 하는 것과 나에게 맞는 텍스트를 잘 선별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우선 내가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많은 텍스트들의 홍수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에 현실적으로 책읽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시각화(visualization)에 익숙하고, 활자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이다. 현장에 있는 우리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학생들에게 텍스트의 활자성을 우리 세대가 좋았다는 이유로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지 않을까.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부분에 자각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많으신 것 같다. 우리에게는 도서관과 독서교육을 함에 있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필자는 고전적인 책읽기와 새롭고 재미난 책읽기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말하는 고전적인 책읽기는 글자 그대로의 고전책을 읽자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꼭 다뤄서 읽어야 할 텍스트를 의미한다. 아동문학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몽실언니 같은 작품이 그에 속한다(이건 필자만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새롭고 재미난 책 읽기의 텍스트는 무엇일까? 필자는 ‘동시’라고 생각한다. 동시는 찰나의 순간을 잘 포착하고, 우선 짧다. 읽기에 적절도가 좋다. 외부 도서관에 또는 서점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동시작품들이 출간되어 있다. 평상시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아이들 삶에 밀착되어 있거나, 상상 그 이상을 넘어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작품들이 많다. 요즘 학교현장에서는 그림책수업으로 여러 국어나 문학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다. 필자는 읽기로 가기 위한 방향성으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문학작품으로 ‘동시’를 선택하고 싶다. ‘동시’는 다양한 시적언어의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같이 ‘동시’를 통한 낭독과 도서관을 활용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빨리 다가오길 바란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짧지만 삶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문학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의 삶이 한층 더 두터워지길 희망한다. 동시 수업 활동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