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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겨울철, 얼음낚시의 별미 빙어낚시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조선말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자를 따서 ‘빙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역에 따른 방언으로 동어(凍魚), 겨울에 굶어서 내장이 비어 몸통이 투명하다고 공어(公魚) 등으로도 불린다. 물 위라는 것이 상상이 안될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 위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무리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다. 자녀들에게 낚시 채비를 꾸려주는 부모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빙어낚시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기에 얼음구멍 앞에 낚싯대를 잡고 앉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빙어낚시를 위해서는 우선 얼음을 뚫어야 한다. 얼음끌을 이용해서 7㎝정도 되는 얼음 바닥을 뚫으면 구멍 아래로 맑은 저수지 물이 드러난다. 구더기를 미끼로 낚싯줄을 드리우면 빙어낚시 준비 완료. 오전 7~10시 사이나 오후 4~6시 사이, 호수의 가장자리보다는 중앙부분에서 빙어가 잘 잡힌다고 하며, 미끼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상하로 20~30㎝를 천천히 움직이며 고기를 유인하면 된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자니 물이 맑아 얼음구멍 아래로 낚싯줄의 늘어진 모습이 아득히 보이는가 하면, 추운 날씨 때문에 애써 뚫어놓은 구멍에 살얼음이 다시 끼기도 한다. 문득 찌가 물속으로 가득 잠겼다 다시 올라온다. 놓치지 않고 잡아 올리니 하얀 눈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빙어의 모습이 드러난다. 낚시터 한 구석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어린 학생들이 빈 통을 들고 뛰어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빙어 뜰채체험이 준비 중이다. 커다란 욕조에 빙어를 풀어놓고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눠 뜰채를 들면 빙어를 건져 올릴 채비 끝이다. [PART VIEW] 낚시터에서는 손맛을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도 손쉽게 빙어를 들어 올리며 색다른 묘미와 함께 가까이서 빙어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진다. 뜰채로 휘저을 때마다 걸려 올라오는 빙어는 낚시에 비해 심심할지도 모르지만, 참가 어린이들의 기대에 찬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만연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절로 신이 나는 건 마찬가지다. 동장군도 잊게 하는 겨울레포츠 “잠시 후 얼음미끄럼틀이 진행될 예정이니,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이들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요원의 확성기 소리에 낚시터가 또 다시 분주해졌다. 모자와 마스크, 장갑까지 온 몸을 꽁꽁 싸맨 어린이들이 낚시터 입구 너머에 마련된 얼음미끄럼틀 앞으로 모였다. 진행요원이 나눠주는 썰매를 들고 둔턱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얼굴에 쏟아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 위를 씽씽 내려오는 순간 한겨울 추위는 이미 멀어져 있다. 한쪽에서는 옛날 방식의 나무 썰매와 얼음자전거가 대여 중이다. 낚시터에서 가만히 앉아 입질을 기다리느라 굳어버린 몸을 풀어주고 싶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1인용 얼음자전거를 즐기는 어른들, 나무 썰매에 앉아 얼음판 위를 달리는 부자, 다인용 얼음마차를 타고 설경을 누비는 삼촌과 조카의 모습이 강화빙어축제의 풍경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얼음판에서 즐기는 겨울나기 뱃속이 출출해짐을 느끼면 별도로 마련된 취사장에서 잠시 추위를 피해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와 먹는 도시락도 물론 꿀맛이지만, 저수지 입구 쪽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도 요깃거리가 마련돼 있다. 따끈한 오뎅과 떡볶이, 닭꼬치 등의 분식이 준비되어 있거니와, 빙어낚시터의 별미인 빙어튀김은 그냥 지나치기 서운하다. 물론 초장만 구매해서 직접 잡은 빙어를 즉석에서 맛볼 수도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강화빙어축제가 제공하는 빙어낚시와 다양한 겨울철 체험거리는 색다른 재미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주말 평균 1500명, 평일에도 200여 명 가량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황청낚시터와 인근의 용두레마을 공동주관으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개인 입장과 함께 가족체험 프로그램 방식도 진행하고 있다. 가족체험 프로그램은 ‘황청낚시터 체험’과 ‘황청낚시터·용두레마을 체험’으로 나뉘어 있는데, 용두레마을 체험은 신청자 30명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황청낚시터에서는 앞서 살펴봤던 빙어낚시와 각종 얼음레포츠를, 용두레 마을에서는 연날리기와 떡 만들기, 철새구경하기를 추가로 즐길 수 있다. 낚시터에는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얼음 위에 위치하고 있는 수상좌대, 연안방갈로, 미니펜션 등 최소 2명에서 최대 9명까지 숙박 가능한 이 시설은 1박은 물론 당일 이용도 가능하다. 숙박을 하는 경우에 한해 밤낚시도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강화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37, 38번 버스 이용 후 용두레 마을 하차 •강화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30, 31, 36번 버스 이용 후 외포리 선착장 하차, 택시 이용 자가용 •서울방면 : 강남역 기준 약 75㎞ 88대로 이용 후 직진 → 한강신도시방면 → 48번국도 → 강화방면 •인천방면 : 인천구월역(약 55㎞) → 부평역 경유 → 김포방향 → 48번국도 → 강화방면 축제일자 | 2012년 12월 22일 ~ 2013년 2월 24일 (얼음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이용시간 | 오전 7시 ~ 오후 5시 입 장 료 | 1인 5000원 (초등학생 미만 무료, 낚시준비물 별도 구매) 홈페이지 | www.hcfestival.co.kr 문의전화 | 010-3459-2266
18대 정부 교육공약을 보니…… 교육복지,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l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기존 정책을 이어가면서 다소 보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대학입시 간소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선행학습 규제,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에 대한 총평을 부탁합니다. 임연기 공주대 교수l 대통령 선거공약인 만큼 종합적이고 중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발전과제의 성격을 갖기보다는 교육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긴급처방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선거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책과제들을 더욱 큰 그림 속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책기조가 큰 변화 없이 대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 가운데, 선행학습 규제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과 같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그리고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교 무상교육화 등의 교육복지 강화에 그 특징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배남환 서울을지중교감l 공감합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교육정책을 흩트리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를 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 문제점 개선 등의 대학입시 간소화 정책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또 반값등록금 재원 마련을 위한 철저한 검토와 소득과 지역 격차에 따른 세부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초·중등 교육의 사교육비 유발 요인인 선행학습 규제를 위한 입법을 예고했는데, 입법에 앞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학원 단속 방안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장래 희망을 생각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탐색 기간을 갖자는 취지인데 일부 학부모 단체나 한국교총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윤경동 서울 화계초 교감l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위한 교육개혁의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고 봅니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무조건적인 반값등록금이 아닌 소득에 따른 선별적 복지혜택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학교 자유학기제 신설에는 의문이 듭니다. 이는 이미 진로가 결정되는 초등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에 운동, 예술, 과학, 수학 영재들이 발견되고 5·6학년에는 벌써 전국적인 성과를 보이는 어린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진로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매우 필요함을 정부 및 교육당국에서도 바르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충일 인천부광고 교사 l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는 행복 교육’이라는 비전과 4대 실천과제, 8대 약속은 현 단계 우리의 교육 과제와 미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시대적 적합성을 지닌 진단과 처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이의 실현을 둘러싼 많은 진통들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 것이며, 구체적 실현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PART VIEW] 자유학기제, 고교 다양화 유지에 대해 벌써 곳곳에서 우려, 실효성 뒷받침돼야 안양옥 l 이제는 몇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학교 1학기 자유학기제 시행을 보면 진로탐색이 가능해진다는 찬성 의견과 학력저하, 사교육 시장 확대라는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또 고교 다양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시행 이후 해당 정책은 고교 서열화를 고착화시킨다는 문제가 많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진정한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감소 방안, 정책 보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배남환 l 자유학기제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고교 다양화 정책 역시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힘은 교사에게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사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여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이 학교에서의 보충수업 등 복습위주의 형태로 돌아올 것입니다. 임연기 l 공약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벌써부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염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정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계열의 다양화보다는 단위학교들의 학생 수준별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이에 따른 학력 경쟁의 조기화·과열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대학입학전형제도 또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을 완화 또는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윤경동 l 저 역시 중학교 한 학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진로탐색이 가능해진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한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이 진로탐색에 더욱 효과적인 시기이며 초등학교 교사들이 진로교육에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것보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고교 다양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3%로 세계 1위이지만 대학 졸업 후 미취업자 수는 30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를 보면 대학이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교 서열화를 걱정하지 말고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특성화 고교를 스스로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도록 진학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능력중심 사회 구현에 대해 사회적 인식 변화, 시스템 구축 우선 안양옥 l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입시경쟁의 과열양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에 박 당선인은 국가적 직무능력표준을 구축하고 직무능력평가제 도입을 통해 스펙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진정한 능력중심 사회구현을 위한 정책의 보완점이나 개선사항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황충일 l 먼저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실효성이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시행 중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 간과한 부분은 무엇인지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수요자인 기업의 문화적 풍토에서부터 전문계고-전문대-대학 간 교육내용의 위계적 구성은 물론 학과 연계성, 생애 단계별 교육 접근성 제고와 교육기회 보장 등 다방면에 걸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남환 l 네, 맞습니다. 진정한 능력중심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스펙 위주의 선발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능력을 내다보고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며 국가기관에서는 다양한 전형 방법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력보다는 국가에서 기준을 정하는 직무능력표준을 취득하면 기본적인 스펙으로 인정해 주고 그 외에는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측정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진정한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종에 한해서는 고졸로 채용자격을 제한할 필요도 있습니다. 임연기 l 이에 더불어 직무능력에 연계한 인력개발, 직무능력에 기초한 열린 고용체제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자격 취득이나 취업 요건으로서 학력 제한을 점차 철폐해나가야 합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학벌중심사회 탈피를 위한 학력 간 임금격차 완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지역별로 고른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인재할당제 확대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추진되어야 합니다. 무상·선별적 교육복지에 대해 꼭 필요한 곳 우선, 단계적 확대 시행을 안양옥 l 201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반값등록금 소득별 순차 적용,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 등 복지 공약도 눈에 띕니다. 무상급식도 예산과 관련한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실효성 있는 교육복지를 위해 보다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며 이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황충일 l 공약으로 제시한 고교 무상교육이나 반값등록금 소득별 순차 지원만 하더라도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2017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에 맞추고, 대학재정지원 또한 GDP 대비 1%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공약은 어쩌면 차기 정권에서 가장 큰 고민의 하나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물론,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는 곧바로 시행할 필요가 있고 재정부담 또한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항목들은 2011년 기준 교육재정 GDP 대비 4.55%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정책 수립과 수행에서 가시적인 효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양질의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 흡수할 수 있도록 교사 충원이 우선 시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임연기 l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금년도 기준 대학등록금 총액이 14조 원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7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합니다.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 할지라도 대학 자구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기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연간 약 4조 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에 앞서 입학자원 감소에 대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중·장기적인 교육복지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안별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경동 l 네, 일정부분 복지정책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경제규모와 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지로 거덜 나는 유럽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으로 학교에 여러 분야로 지원되던 교육예산을 모두 다 쓰니까 노후 컴퓨터 교체나 학교 안전시설 설치 등 학교에 꼭 필요한 재정 고갈을 경험했던 것이 바로 작년의 일 아니던가요? 따라서 교육복지도 좋지만 정책이 집행될 때는 공약 중에서 나라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선별하고 또 우선순위를 정하여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공약 중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은 반값등록금과 초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정도가 될 것입니다. 배남환 l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고교 무상교육은 재원 마련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은 시기상조인 정책으로 생각되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현행대로 학비지원 등을 통해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반값등록금 역시 대학 운영과 등록금의 효용성에 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대학자율로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경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무상화는 적극 검토할만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초당적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구성에 대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실현해야 안양옥 l 교육감 직선제 이후로 우리 교육계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만은 당파를 초월해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 역시 범정권, 초당적 교육정책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국가미래교육위원회 신설을 약속했습니다. 교육대계를 위한 이 같은 초당적 기구의 역할과 운영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임연기 l 범정권, 초당적 국가미래교육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동 위원회는 국가 수준의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제안하고, 사안별 정책방안을 심의·자문하며, 심각한 교육분쟁을 조정하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정착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범정권적이고 초당적 위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상설국가기구로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윤경동 l 그렇습니다. 교육만은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자치제의 근본정신이라고 봅니다. 국가미래교육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우리나라 인적교육자원의 수급을 감안한 초·중·고·대학교 교육제도를 위한 기준 설정, 교육예산 확보, 특화된 직업교육, 교원의 자격증 세분화를 통한 교원능력개발 촉진에 관한 연구 등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투자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배남환 l 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교입시, 대학입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초당적인 기구로 운영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위촉하여 구성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도 요구됩니다. 황충일 l 맞습니다. 과거 여러 정권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정작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만족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자문기구로서 그 역할에 일정한 제한 요소를 지니겠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정책 실행은 정부 기관에서 담당하되 정책 평가 및 조정 등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며, 학교급별 소위원회나 직능별 분과위원회, 사안별 특별위원회 등을 상설 또는 임시위원회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학생의 ‘강점지능’ 찾아주는 교사모임 미국 하버드대학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지능을 IQ와 같은 한 가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1983년 다중지능이론(The Multiple Intelligence Hypotheses)을 제시했다. 다중지능이론은 인간의 지적 역량을 언어·논리수학·음악·공간·신체운동·대인관계·자기이해·자연탐구라는 8개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지능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8개 지능 모두가 완벽하게 높은 천재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 이상은 있다는 말이다. 종래의 획일적인 지능관에 맞서며 등장한 이 이론에 공감하면서 시작된 교사모임이 바로 ‘다중지능연구회’이다. 다중지능연구회는 2006년 김종순(고성 거성초) 교사를 주축으로 출범했는데 현재 속초, 양양, 고성지역 초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방과후 강사 10여 명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이라고 하면 매우 낯설게 느껴지죠? 그런데 쉽게 말하면 다중지능은 교육방법이자 철학이라고 보면 돼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 각각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철학 말이에요.” 현재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임순(속초영랑초) 교사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면서 교사 자신이 먼저 변화된다고 말한다. “모든 교사들이 교실에 있는 아이들 개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주 그것을 잊고 살아가죠. 모임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일깨우게 돼요. 아, 맞다! 용수는 수학은 잘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아영이는 체육활동은 어려워하지만 친구들을 잘 도와주지! 이렇게 교실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나가게 되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저 자신이 변화되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고, 보는 시각이 달라지니까 칭찬과 격려, 지도방법도 달라지더라고요.” 다중지능연구회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는 교사 자신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니까 학습능력이 조금 부족한 학생을 대할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이 먼저 교사의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초창기에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동료 교사와 학교, 생활지도 등에 적용하는 사례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어요.” 백종현(양양조산초) 교사는 모임의 활동이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계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중지능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이 모임은 크게 다섯 가지의 주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연구, 교실에 적용하는 방법, 독서교육과 접목한 사례연구, 교사연수, 학부모연수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총 2팀으로 나눠 매월 두 차례의 모임을 가지면서 교육적 연계를 위한 연구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가능성 여는 진로교육과 학부모교육 교육적 연계 부분에서 이 모임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은 진로교육이다. 이 모임의 진로교육은 현재 학교현장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 진로교육의 최종 목표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진로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는 다르듯, 끊임없이 변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2011년에는 강원도교육지원청 주최로 실시된 진로교육에 초청받아 컨설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중지능이론을 바탕으로 한 진로교육 컨설팅은, 컨설팅을 의뢰한 학교와 학생을 직접 찾아가 진로교육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과 진로적성검사, 강점지능과 관련된 직업의 종류, 직업별로 요구되는 강점지능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매년 진행할 예정이다. 진로교육 컨설팅 외에도 이 모임은 교과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지, 활동과정안 등 다중지능이론 프로그램 컨설팅에 대한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을 교과 과정에 어떻게 녹이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일단 교실에 20~30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생김새나 좋아하는 것이 모두 다른 아이들이죠.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도 있고 대인관계지능이 높아서 선생님을 따르는 아이도 있고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학생도 있어요. 먼저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과 약점지능을 파악하여 강점지능을 프로젝트화 하는 방법이 있어요. 하루 동안 8가지 지능을 모두 활동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하루 동안 국어, 미술, 수학, 실과 등의 과목을 공부한다면 교과목 특성에 따라 지능을 파악할 수 있어요. 하루의 교과활동을 통해 경험하지 못하는 지능이 있다면 교과목 중에 의도적으로 그 지능과 관련된 활동을 넣는 방법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을 파악해 강점지능이 비슷한 아이들을 모둠으로 묶어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져요. 이렇게 수업하면 수업의 효과는 물론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나와요.” 컨설팅을 할 때 김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 하지만 8가지 지능에 대한 개인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명의 교사들이 다중지능연구회를 찾아 교사연수를 받았다. 김 회장은 “교사연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장점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인데 교사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각기 다른 아이들의 장점을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연수에서 강조한 것이 교사의 마음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중지능연구회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교육 못지않게 가정교육도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중지능과 자녀교육’이라는 주제로 2시간씩 총 5회에 걸친 학부모연수도 실시했다. 학부모들에게 다중지능이론을 소개하고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진로지도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시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시한 학부모연수는,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아리 부모 되기, 올챙이 부모 되기, 벼농사 짓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상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느끼고, 또 그 마음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알려주었다. 다중지능, 인식 전환으로 돌파구 찾길 이 모임은 2012년 교과연구회로 등록되면서 운영에 따른 지원금을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교수다중지능과정이 도입되면서 다중지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컨설팅을 가면 많은 교사들이 물어봅니다. 언제 다중지능검사를 하는 것이 좋으냐고요. 다중지능검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진로적성검사는 6학년이 적기입니다. 그런데 다중지능검사비용이 1인당 1만5000원으로 모든 학교급별로 실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김종헌(속초영랑초) 교감은 다중지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김 교감은 추후 그가 교장이 됐을 때 공교육과 독서·진로교육을 접목한 특화된 교과과정을 추진하는 미래학교를 계획·준비하고 있다. 다중지능의 가능성과 효과를 실제 그의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모임은 2월 워크숍을 시작으로 진로교육, 교사연수, 학부모연수, 컨설팅장학까지 2013년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다지면서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법을 모색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역지사지로 소통하기 지난 연말 한 초등학생이 담임교사와 생활지도 상담을 한 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욕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사유로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학생이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작지 않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필자의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또 한 가지 이야기는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봤던 풍경이다. 20대 청년과 80대 노인이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고 있었다. 20대 청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르신들의 시선에 대해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펴고 있었고, 어르신은 세상 말세를 언급하며 당신 주장만 이야기하셨다. 그 결과 언성은 점점 높아지고 서로 간의 감정만 더 격해졌다. 다행히 주변 승객들의 만류로 더 큰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마주하면서 이 사회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항상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인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상호간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나 교육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며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상황이 다반사임을 본다. 상대보다 강해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보다 약해지지 않기 위해 규칙을 어기고, 상대보다 약해지지 않기 위해 괴롭힘을 반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어른으로서, 상담자로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 매우 다양하게 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늘 깨어있기 위해 노력한다. 정적 강화와 처벌에 대한 견해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만날 때는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가해 학생이 그런 일들을 시작할 때 정말 가해 자체가 목적이었을까. 나쁜 마음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자체가 그들의 동기였을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한 규정이 학교에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한 규정이기만 할까?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생활지도부에서 사안 조사를 하고, 일정한 규칙에 의해 학교폭력 전담기구 회의를 거친 후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린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우리들에게 존재하기는 할까? 전통적인 입장에서 보면 학교 현장에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심리학적 접근법이 행동주의적인 방법이다. 조작적 조건화의 한 방법인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에 의해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요한 행동들을 하나씩 습득해 가도록 할 수 있고, 처벌(punishment)에 의해 목표한 행동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를 처음 연구하였던 학자 스키너(Skinner)조차도 “처벌은 행동 변화에 매우 제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행동을 수정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스키너는 “문제행동의 원인과 수정을 위해 환경적인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하였으며 “행동 통제의 방법으로 체계적 정적 강화를 사용하는 것이 사회나 개인에게 있어 매우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하였다. 이 같은 내용은 교육심리학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 다수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하루하루 매우 분주한 일상이 거듭되는 학교 현장에선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처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PART VIEW] 최근 한 범죄심리학 교수의 강연에서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의 재범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소년보호법이 생겨나면서 청소년 범죄의 경우 감금형보다는 사회 속에서 가정과 연계하여 생활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호관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정이 탄탄한 뒷받침을 해줄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많은 경우가 가정에서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를 볼 때 그 아이들이 정기적인 출석교육만으로 행동에 대한 반성과 행동수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강의자는 “이젠 더 이상 가정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고 학교에서라도 그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하였다.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다시 범죄의 장면에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긍정의 힘 최근 심리학의 한 분야로 ‘긍정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 심리학의 관점이 인간의 약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적인 강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습된 무기력을 연구하였던 마틴 셀리그만의 이론으로 한 개인의 강점과 미덕을 찾아내어 그 개인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행복한 삶을 이루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청소년 범죄의 재범율이 높아지고 있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내기 위한 선택으로 누군가를 괴롭히고, 그 결과로 사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이 가진 강점과 미덕을 찾아내줘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한다. 획일화된 교육의 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더 이상 ‘안 되는 놈’으로 밀어두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그 아이만의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심의 과정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따뜻한 한 마디가 그동안 자기 옆의 친구들을 괴롭히며 살아왔던 ‘가해학생’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하고 각급학교에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사 등 상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움직임이 매우 반갑다. 그 운영 면에 있어서 목적한 바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피고 현실적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더 이상 피해의 장면으로, 가해의 장면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 필요한 때이다. 학교가 행복하려면 우리 학생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도,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함께 머리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학교를 그려본다. 우리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강점을 발견해주고,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하여 자기 인생을 창의적으로 선택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아마도 ‘학교’라는 단어 뒤에 ‘폭력’, ‘가해’, ‘피해’ 등의 단어가 붙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의 글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인생은 어떤 식으로 살라고 누가 정해놓은 규칙이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ㅣ끝
수업디자인에서 교재의 특성과 역할 가. 수업디자인에 필요한 교재들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와 29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볼 수 있다. 교과서 :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2143호, 2010.05.04)’에 의하면 교과서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 음반, 영상 및 전자저작물을 말한다. 교과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간한 ‘국정도서’, 민간에서 제작하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검정도서’, 인정을 받은 ‘인정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교사용 지도서 :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교사용 서책, 음반, 영상 및 전자저작물을 말한다. 즉 교사들이 교과서를 활용하여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서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 : 초·중등학교의 교육 목적과 목표 달성을 위해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입각하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결정, 고시하는 교육내용에 관한 전국 공통의 일반적 기준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는 학교에서 편성·운영하여야 할 학교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와 내용, 방법과 운영, 평가 등에 관한 국가 수준의 기준 및 기본 지침이 제시되어 있다. 나. 수업디자인에서 교재가 갖는 의미 수업디자인에서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수업을 디자인할 때 교육과정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초·중등교육법」 23조에서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듯이 모든 현장의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원론서이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29조에 의하면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교재를 선정하거나 제작하여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사용 지도서는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하여 교육해야 할지 실질적인 안내를 해주는 책이다. 교육과정에는 각 단원별 차시별 목표나 지도 계획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사용 지도서를 통하여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결국 교사용 지도서는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연결해 주는 지침서이다. 수업디자인과 교재의 활용[PART VIEW] 가. 수업디자인에서 교육과정의 역할 교육과정은 교사들이 교육을 할 때 알아야 할 각 교과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를 담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국가가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과 각 교과가 어떤 목표로 어떻게 편성되고 있는지를 이해한 후 각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그에 맞도록 수업을 디자인해야 한다. 각 교과의 수업을 디자인할 때에는 먼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과의 성격과 목표를 알고 왜 초·중등교육에서 이 교과를 다루고 있으며 교과를 통하여 학생들이 길러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래 예시로 제시한 초등 수학교육과정을 찬찬히 읽어보면 수업디자인이 달라질 것이다. 1) 수학과의 성격 : 수학적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여러 가지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고,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교과이다. 2) 수학과 학습의 필요성 : 수학교과를 통해 길러진 수학적 개념의 깊이 있는 이해와 활용, 합리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태도는 모든 교과를 성공적으로 학습하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전문적인 능력을 향상시키고 민주시민으로서 합리적 의사 결정 방법을 습득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또한 수학적 지식과 사고방법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인간 문명 발전의 지적인 동력의 역할을 해왔으며, 미래의 지식 기반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3) 초등학교 수학과 목표 :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및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기른다. 4) 수학과 교수-학습 방법 : 교육과정에 나타난 수학과의 목표는 우리가 현장에서 보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습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결국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수-학습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5) 수학교육과 교재 그리고 교사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학과 내용 교수 지식 연구’에 따르면 수학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교과서는 하나의 자료일 뿐이고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중략) 수학교사는 수학과 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교과 자체의 안목과 식견은 물론 재구성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 나. 수업디자인에서 교과서의 역할 현장의 교사들이 수업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과서이다. 비단 교사만이 아니라 학부모들 중에도 학업 성취는 ‘교과서의 내용을 완벽하게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들의 사고 속에 수업은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는 법적으로 공교육의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증된 하나의 자료일 뿐이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자료이지만, 그 내용을 다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알아야 할 것은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어떤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제시된 자료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로서 교과서는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내용, 각 교과에서 익혀야 할 개념이나 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른 학생들의 성취수준은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다. 초등 3학년 1학기 과학을 예로 들어보자. 교육과정에 제시된 과학의 교과목표는 ‘자연 현상과 사물에 대하여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여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길러 일상생활의 문제를 창의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른다’ 이다. 단원1 ‘물체와 물질’의 내용을 교육과정에서는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3학년 1학기 1단원 과학과 내용을 교육과정에서 이해했다면,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선정할지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한 내용은 교과서에 있다. 교과서에는 과학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장난감이나 교실에 있는 물건들을 통해 물질과 물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입하고, 탐구방법으로는 관찰과 분류를 활용하도록 안내되어 있다. 교사는 교과서를 보며 학생들이 관찰과 분류를 통한 탐구로 물질과 물체의 성질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면 된다. 이와 같이 교과서는 교육과정에서 지도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자료를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게 제시한다. 만일 교사들이 교과서보다 더 좋은 자료를 찾았다면 학교장 승인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그것을 사용해도 된다. 자료는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하며, 교과서처럼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아야 한다. 다. 수업디자인에서 교사용 지도서의 역할 교사용 지도서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사이를 이어주는 지침이며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초등 3학년 1학기 국어를 예를 들어보면 쓰기 영역의 성취기준은 ‘(3) 알맞은 낱말을 사용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쓴다’라고 되어 있다. 이에 도달하기 위해 3학년 1학기 교과서 쓰기 단원4에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라는 공부할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는 ‘우리 주변에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을 살펴봅시다’라는 안내문과 4가지 고마운 마음을 전한 사례를 제시한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친구로 나누어 편지, 메일, 엽서, 문자 등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이 사례에 대하여 교사는 교과서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제시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이 때 교사용 지도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이 제재의 목표를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학습의 절차와 방법은 학생들이 실제로 고마웠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고마움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용 지도서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 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을 보며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용 지도서도 다양한 지도 방법 중 한 가지를 제시한 것이므로 이에 얽매이지 말고 지도하는 학급의 학생들에게 맞는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재 사용과 현장 교육의 문제 교육과정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다. 그럼에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교육과정 본연의 목표에 맞게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지침에 따라 교육 목표를 정하고 교육하기보다 교과서의 내용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수업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선행학습의 예를 들어보자. ‘수학적인 사고력을 길러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교육의 목표를 찬찬히 이해하면 수학을 통해 학생들이 길러야 할 수학적 사고력은 모든 교과학습, 나아가 일상생활에까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명확한 교과 목표를 이해한 사람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중학교 과정을 미리 교육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초등학생이 중등 과정의 문제를 배워 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학생처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논리적 사고력은 더 높은 수준의 수학 문제 풀이만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교육 현장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교사들에게 필요한 교육 중의 하나가 ‘교육과정 제대로 이해하기’와 ‘수업과 교육과정, 수업과 교과서, 수업과 교사용 지도서의 활용 방법’이다. 이 글을 통하여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언제 어떤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여 수업을 디자인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과학과 방송 프로그램의 특징 가. 자연현상의 규칙성을 탐구하는 활동 : 규칙성이란 과거에도 일어났고 앞으로도 다시 일어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일반화된 것을 말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자연 현상의 규칙성을 찾아내고 그 원인을 규명하려고 해왔다. 그런 시도를 영상화한 것이다. 나.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내용 : 어떤 활동이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반화된 규칙성을 찾기 위한 탐구활동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 활동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한 결과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TV 과학 프로그램들은 그러한 사례의 하나이다. 다. 정보처리 과정을 중요시 : 자연 세계로부터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 종합, 분석하고 규칙성을 찾아 일반화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과정이 곧 영상 프로그램이다. 2. 방송 프로그램의 효과 가. 음향과 영상을 모두 전달할 수 있어 구체적이며, 다양한 영상매체를 통하여 자연 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 나. 모범 수업(Modeling Teaching)을 보여주고, 보통 교실에서 일선 교사가 보여줄 수 없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다. 각종 과학 정보를 제공해 준다. 즉 인공위성, 동물의 세계, 식물의 세계, 신비의 세계, 과학적 사실 등의 과학 정보를 제공해 준다. 라. 자연탐구(과학성, 논리성), 실험 기구의 기본 조작, 학습의 동기 유발 등에 효과적이다. 마. 미세한 세포의 세계나 정밀한 실험 관찰 등을 클로즈 업(Close-up)하여 명확하고 자세하게 관찰을 도울 수 있다. 3. 활용 목적에 따른 투입시기 결정 아무리 좋은 자료라 할지라도 적절한 투입 시기를 놓치면 그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프로그램의 활용 목적에 따라 아래와 같이 투입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PART VIEW] 가. 도입부에 활용할 경우 : 첫째, 사전 경험이나 간접경험을 사전에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을 때 둘째, 본시 학습의 성취를 위하여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때 셋째, 본시 학습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학습문제를 도출할 때 나. 중반부에 활용할 경우 : 첫째, 본시 학습의 해결을 위한 실험 계획을 세우거나 실험순서를 알아볼 때 둘째, 본시 학습의 문제 해결을 위한 증거 자료가 필요할 때 다. 종반부에 활용할 경우 : 첫째, 보충 또는 심화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 둘째, 개념이나 원리를 피드백(Feed Back)시킬 필요가 있을 때 셋째, 본시 학습의 정리 내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 넷째, 차시 예고를 위해 차시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보여 줄 때 라. 분절 투입에 활용할 경우 : 화면과 음성을 같이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필요한 부분만을 선별하여 무성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사고나 탐구력을 훨씬 더 자극할 수 있다. 4. 과학과 TV 영상학습 모형 기초 탐구과정(관찰-분류-측정-예상-추리)과 통합 탐구과정(문제인식-가설설정-변인통제-자료해석-결론도출-일반화)을 중심으로 과학과 TV 방송프로그램을 활용한 영상학습 모형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경험중심 영상학습 : 자유탐색 단계(동기유발용 TV시청, 선수학습 경험) - 탐색결과 발표 및 토의 - 교사 인도 따른 탐색단계(비교관찰용 TV시청) - 정리단계(개념정리용 TV시청) 나. 발견중심 영상학습 : 탐색 및 문제파악(동기유발용 TV시청) - 자료제시 및 관찰 탐색(비교관찰용 TV시청) - 자료추가 제시 및 관찰탐색 - 규칙성 발견 및 개념정리(정리용 TV시청) - 적용 및 응용(발전학습 과제 제시) 다. 탐구중심 영상학습 : 탐색 및 문제파악(동기유발용 TV시청) - 가설설정 - 실험설계(비교학습용 TV시청) - 실험 - 가설검증 - 적용(일반화 TV시청) 라. 5E중심 영상학습 : 참여(Engagement_탐색, 용어도입용 TV시청) - 탐색(Exploration) - 설명(Explanation) - 정교화(Elaboration_개념정리용 TV시청) - 평가(Evaluation) 마. 개념변화중심 영상학습 : 생각의 표현(동기유발용 TV시청) - 생각의 재구성(명료화의 교환, 상충된 상황에 노출, 새로운 생각의 구성, 새로운 생각의 평가) - 생각의 응용(비교 검토용 TV시청) - 생각의 변화 검토 바. STS(Science Technology in Society) 구성중심 영상학습 : 문제로의 초대(동기유발용 TV시청) - 탐색 - 설명, 해결방안 제시(비교학습용 TV시청) - 실행(앞 단계 의견 중 가장 좋은 대안 실천) 사. 창의적 문제해결 중심 CPS(Creative Problem Solving) 영상학습 : 문제이해(관심, 자료, 문제발견용 TV시청) - 아이디어 생성(아이디어 발견용 TV시청) - 실행계획(해결방안, 수용방안 발견) 위 영상학습 모형의 일부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5. 과학과 EBS-TV 프로그램 가. EBS 내공 냠냠 : 첫째, 어려운 과학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나가며 과학에 자신감을 갖게 하며 과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높인다. 둘째, 교과서의 내용을 기본으로 구성 학교 공부의 예습과 복습하는데 도움을 주며 셋째, 과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학습을 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설명이 곁드는 초등학교 프로그램이다. 나. 초등과학 개념잡기 : 과학이 싫거나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을 재미난 과학의 세계로 초대하여 한걸음씩 탐구방법을 익혀가는 프로그램이다. 다. 과학 자유탐구 : 제대로 된 실험을 원하는 학생에게 자세한 실험 과정으로 실험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실험·관찰 비법 노트 제공하는 통합 프로그램이다. 라. 창의학습 클립 : 배움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의 개념학습을 할 수 있는 초·중등 공통 프로그램이다. 마. 방학생활 : 과학의 생활화를 위해 방학 중에 활용하는 주제중심의 개념학습 프로그램이다. 6.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과학과 TV 영상활용 수업과정 가. 교육방송 프로그램 분석
들어가며 필자는 지난 열두 달 동안 ‘토론’이라는 주제로 선생님들과 만났다. 토론의 중요성을 알고 계속 공부하고, 선생님들에게 소개하면서도 정작 내 수업에서는 수능 대비를 위해 문제풀이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미안함과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하지만 필자 역시 아이들이 토론의 재미에 빠지고 삶에 있어 정말 필요한 토론 능력을 갖게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이런 고민의 결과를 글을 통해 선생님들에게 소개한 지난 1년의 시간이었다. 선생님들과 똑같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입시라고 하는 커다란 벽을 아이들과 넘는 입장에서 감히 글을 써서 토론에 대한 안내를 해드린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무리였다. 그러나 늦은 시간 토론과 관련된 이론을 다시 찾아보고,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수업에 활용하는 활기를 가질 수 있었다. 참 고되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외람된 말일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새교육의 독자 입장에서 간간히 투고 형식으로 글을 올리다 3년 전 처음 고정 필자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어제의 일 같다. 처음 1년 간 ‘독서’와 관련된 글로, 다음 해에는 ‘논술’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뵈었다. 테마를 나누어 쓰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 세 영역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바로 ‘토론’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할까? 지난 3년간 부족한 깜냥으로 고민했던 부분들을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어가 갖고 있는 한계와 알량한 지식이 선생님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드린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난 1년간의 자취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토론에 관한 이야기들 토론은 결국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주제별로 나누어 접근해보았다. 각 주제에 대해 전공이 아닌 경우가 많아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고 원고의 내용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주제와 관련된 이슈를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쟁점을 추출해 보았다. 토론거리를 찾는 과정으로 찬반에 국한되지 않고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학교급에 따라 적용 가능한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참고하기는 하였지만 아이들의 정확한 발달단계를 파악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제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선생님들이 전문성을 더한다면 각각의 주제에 대한 쟁점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옆의 주제 설정 근거는 각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난 10년간의 논술문항과 토론대회 항목을 정리하여 추출한 것이다. [PART VIEW] 역사 인식의 문제에서는 객관과 주관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현재도 중국, 일본과 역사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더욱 중요하다. 다음으로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해 기술했다. 우리 사회 유지의 근간인 민주주의의 주요 원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 관련된 쟁점들을 찾아보았다. 원리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이지만 꼭 필요한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았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쟁점을 도출하여 아이들이 경제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문화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다양한 문화의 양상이 있으며, 인류의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적 시각을 갖추고 이해와 포용의 자세로 접근해야 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사회 현상을 중심으로 토론거리를 마련해 보았다. 또 우리 사회의 문제 현안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양극화, 다문화 등에 대한 문제를 토론의 쟁점으로 학교급에 맞춰 도출해보았다. 아이들에게 현실 문제에 대한 인식을 키워주는 것은 토론이 현실 문제의 해결과정임을 알 수 있게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교육 현안은 아이들과 가장 밀접한 문제로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아이들 개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환경 문제를 주제로 쟁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 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한다. 이어 요즘 청소년들의 잘못된 언어생활에 대한 문제를 토론 영역으로 끌어왔다. 언어의 기본적인 원리와 바른 표현을 위한 문제 인식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함께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토론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주제별 쟁점 제시와 함께 토론과 관련된 내용을 선생님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제시했다. 우선, 토론이 오늘날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에 적합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고 교섭함으로써 공감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오늘날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토론이 원활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토론을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토론의 다양한 유형들에 대해 자세히 제시해보았다. 실제 토론의 내용을 예시로 토론의 담화 양상을 살펴보려 했으나 지나치게 편중된 입장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 구조를 설명하는 것으로 한계를 두었다. 표로 정리하여 선생님들이 수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제시하였다. 토론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오류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는 연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시도 함께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독서 활동을 토론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선생님들이 평상시 경험하는 모든 영역에서 토론거리를 찾아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토론은 따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실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픈 마음이었다. 원고의 마지막 부분에는 각 주제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어떻게 토론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제시했다. 이 부분을 작성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이 들었지만,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공이 아닌 영역에 대한 접근과 교육과정에 대한 피상적 접근이 갖고 있는 한계 탓에 부족함이 많았다. 어디까지나 예시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각각의 교실 현장 특성을 고려하여 살아 숨 쉬는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재구성이 이루어진다면 지금까지의 내용들이 조금이나마 빛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시리즈를 끝내며 어쭙잖은 지식과 경험으로 일 년이 넘게 글을 이어왔다. 토론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구조화되어 있고, 일정한 규칙이 있으며 쟁점에 대해 주고받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좀 더 구체화 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은 삼라만상이 모두 토론거리다. 선생님들의 노력과 관심을 통해 수업의 장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엄격한 토론의 형식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사고의 흐름과 교류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할수록 말수가 적어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말을 그저 수용하는 데 급급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처럼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것일까? 스마트한 기계가 넘쳐나고 있지만 우리의 사상과 철학은 어떤가? 낯설고 준비에 많은 노고가 들지만 아이들의 오롯한 성장을 위해 진정한 토론 수업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ㅣ끝
언어능력 검사지는 왜 있어야 하나?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언어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중시되고 있다. 언어능력은 사람이 언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써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조직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사고를 전제로 한 인지 과정으로 다양한 사고 활동과 창의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무한성, 창조성, 개방성을 가진다. 언어활동은 본질적으로 창의 사고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통해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핵심 역량을 가진 글로벌 인재양성 계발 전략도 언어·이해 표현 능력 향상이 선결요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언어능력을 검사할 수 있는 도구가 개발되어 있지 않고 설령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부분적인 언어 영역이나 학년별로 극소화해서 산재해 있는 실정이다. 한 학생의 총체적 언어 능력이나 영역별 능력을 검사할 수 있는 도구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초·중학교별, 학년별, 발달단계에 따른 언어능력을 판별하고 언어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검사 도구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언어능력 검사 도구 개발과정 언어능력 검사는 ▲수용언어로서 이해능력을 볼 수 있는 듣기, 말하기 능력 검사 ▲표현 언어로서 표현 능력을 볼 수 있는 말하기, 쓰기 능력 검사 ▲고등정신 능력으로서의 창의적 사고를 볼 수 있는 창의성, 사고력 검사 ▲여섯 가지 능력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언어종합능력 검사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개발과정은 다음과 같다. [PART VIEW] 첫째, 언어능력 검사 개발 도구를 초등학교 저학년용 2도구(‘듣기·말하기·읽기·쓰기 검사’, ‘창의력·사고력 검사’), 초등학교 고학년용, 초등학교 전 학년용, 중학생용의 4단계 8종의 언어능력검사를 개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둘째, 가장 난제로 고심하였던 문제의 하나는 한국 언어능력 검사 도구로서 초·중학교 전 학년의 언어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우선 언어, 국어교육, 창의적사고력교육 전문가와 협의를 가졌다. 그 방법은 2009개정, 2007개정, 국어교육과정과 제7차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학년수준에 따른 위계를 선정하고 언어능력 영역별로 가장 대표성 있는 구인선정(구성개념)을 하여 문항을 개발하되 3배수 문항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배수 좋은 문항을 찾아내기 위해 개발자와 전문가가 우선순위부에 의거 변별도와 적절성이 있는 문항을 선별하고 이의 양호도를 분석해 내는 것이었다. 셋째, 언어능력 검사 개발의 시초로 언어능력, 언어능력 영역별, 언어능력 검사의 구인 선정 탐색을 위한 문헌 분석과 선행연구를 분석하였다. 언어능력에서는 언어의 정의 및 형태, 언어 창의성과 사고를 고찰하였고, 언어능력 검사의 영역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창의력, 사고력에 대한 중요성과 지도의 필요성, 의미, 교육의 원리, 방법, 과정, 2009개정·2007개정·제7차 교육과정의 지도내용체계, 평가목표, 평가내용, 평가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선행 연구를 분석하여 언어능력 검사의 경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문항 개발의 기초로 삼았다. 넷째, 언어능력 영역별 검사문항들은 영역별로 구인선정 중심으로 개발하였다. 3명의 문항개발자가 듣기(담화특성, 매체특성, 내용확인, 추론, 평가와 감상)·말하기(지식, 기능, 맥락, 실제)·읽기(읽기지식, 글의 특성, 매체 특성, 읽기 내용 확인, 추론, 평가와 감상, 문학의 본질과 속성, 문학의 양식과 갈래, 문학 내용 이해, 문학 감상과 비평, 창조적 재구성)·쓰기(소통의 본질, 글의 특성, 매체 특성, 내용 조직, 표현과 고쳐 쓰기, 국어의 본질, 국어의 특질, 관찰과 분석)·언어적 창의성(독창성, 융통성, 유창성, 정교성, 상상력)·언어적 사고력(분석적사고, 비판적사고, 평가적 사고, 감상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 6영역, 총 24명의 개발자를 선정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용 33문항, 초등학교 고학년용 36문항, 초등학교 전체학년용 36문항, 중학교용 38문항 총143문항의 3배수인 425문항을 개발하였다. 개발팀 협의 우선순위, 개발자의 우선순위, 언어, 국어, 창의적 사고력 전문가의 우선순위에 의해 1순위 문항을 선정하여 1차 예비검사 문항으로 활용하였다. 다섯째, 제1차 예비검사 문항의 검사는 전라북도 지역의 전주, 군산, 이리, 익산, 정읍, 남원, 김제 등 6개 도시에서 무선적으로 선별된 18개 초등학교와 6개 중학교에 실시하여 전체 2242명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제1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각 적용학년별 언어능력 검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분석하였다. 언어능력 검사의 각 적용학년별 수정 및 보완 문항을 주축 요인법을 사용한 탐색적 요인 분석과 문항 간 상관을 토대로 하는 신뢰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문항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을 하였다. 여섯째, 제1차 검사를 통해 수정이 권고된 문항에 대해 전체 문항을 고려하여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문항들과 이들을 대체할 문항들을 포함하여 4000여 명을 전국 단위로 표집하여 2차 언어능력 검사를 실시하였다. 각 검사에 적용 단위별로 초등학교 저학년 검사는 모두 573명의 자료가, 초등학교 고학년용은 820명, 초등학교 전체학년용은 1402명 그리고 중학생용은 858명의 자료가 수집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415명, 제주 393명, 경기지역 422명, 강원지역 407명, 대전을 포함한 충청남북도지역에서는 399명, 전남지역에서 343명, 경북지역에서 312명, 경남지역에서는 498명, 부산지역에서는 465명 모두 9개 권역 12개 도시에서 자료를 수집하였다. 검사 도구의 양호도를 살펴보기 위해서 신뢰도, 기술 통계치 및 학년별 성별 평균 비교와 타당도를 분석하였다. 학교급별 언어능력 검사 도구의 문항 내적 합치도는 신뢰도가 0.51~0.8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개별 문항들의 양호도를 검증하고자 문항-총점 간의 상관과 문항 제거 시 내적 합치도 계수를 산출하여 낮은 문항은 수정 보완할 문항으로 선정, 보완 후 검사 도구의 문항에 포함하였다. 언어능력 검사의 타당도는 하위 영역의 점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용은 0.65~0.84, 초등학교 고학년용은 0.65~0.73, 초등학교 전체학년용은 0.49~0.65, 중학생용은 0.58~0.72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언어능력 검사 도구의 예측 타당도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 문항과 국어 성적과 상관 분석을 표집된 학교별로 분석해보니 언어능력영역 검사와 국어성적과의 상관이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모든 영역에서 타당도가 양호하게 나타났다. 일곱째, 검사 결과 해석에서는 제2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검사 유형별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규준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용, 초등학교 전체용, 중학생용으로 규준을 학년별로 산출하였다. 종류는 듣기·말하기·읽기·쓰기·언어적 창의성·언어적 사고력 영역이고 앞의 6가지 영역을 합한 총점이다. 이 규준은 한 학생의 언어능력을 다른 학생과 비교해 보고 전국 어느 수준에 있는지 알 수 있으며 한 학생의 언어 능력(언어능력 지수)을 가름할 수 있다. 언어능력 검사의 구성과 소요 시간은? 언어능력 검사의 종류는 학교급별 발달단계별 4단계 8종으로 6영역으로 개발되었다. 1~3단계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전학년용 각각 2종, 4단계 중학교 전학년용 2종이며 각각 듣기·말하기·읽기·쓰기와 언어적 창의력·사고력영역으로 구성되었다. 검사 시간은 학교급별 발달단계별 같게 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전학년, 중학교 공히 듣기·말하기·읽기·쓰기가 50분이며, 언어 창의력·언어 사고력이 40분이다. 총 90분으로 정규 수업 2교시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게 개발되었다. 첫 시간에 50분 소요되는 검사영역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이며 10분 쉬는 시간을 갖고 둘째 시간에는 언어 창의력·언어 사고력 검사가 40분간 소요된다. 언어능력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피검사의 언어지수 알아보기 언어능력 점수로 피검사자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백분위 점수(규준)와 언어지수 수준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예) 초등학교 3학년 백분위 : 초등학교 저학년용 (길동이가 얻은 점수) 위에서 길동이의 듣기 점수 20점은 해당 학년 규준에서의 백분위는 83.0인데 이는 전국 3학년 규준에서 볼 때 길동이의 듣기 능력은 상위 17%에 속하고, 그 아래에 83%의 학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읽기 점수 35점은 상위 22%에 속하고 그 아래에 78%의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쓰기 22점은 상위 18%에 속하고 그 아래에 82%의 학생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모든 하위 영역의 점수를 합한 총점 145점은 상위 3%에 속하며, 그 아래에 97%의 학생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위 표에서 언어능력은 말하기, 언어창의성, 총점 능력이 120 이상이어서 언어능력이 극히 우수하며, 듣기·읽기·쓰기·언어사고력이 110~119사이에 있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학교·학년·학급 전체의 언어능력 수준 점수 알기 학교전체의 언어능력, 해당 학년 전체의 언어능력, 학급전체의 언어능력을 판별함으로써 전국수준에서 비교할 수 있고 개개 학생의 언어능력 수준과 하위 개념의 수준도 알 수 있다. 언어능력 검사 도구 활용과 그 효과는? 언어능력 검사 도구는 일반 학생의 언어능력, 언어영재 판별, 언어영역의 조기 졸업 및 조기진학대상자 판별, 학위논문(학사, 석사, 박사), 연구학교(연구, 시범, 실험학교), 국어연구회, 교과연구회, 창의사고력연구회 언어능력 측정, 학교의 언어능력, 언어창의성, 언어사고력 특화사업을 위한 언어능력 측정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언어는 모든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기초(뿌리)이자 기본(기둥)이 되므로 국어교과와 공통교과(수학, 사회, 과학)의 이해 능력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언어능력을 측정해 학습부진학생의 언어능력 판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언어능력 수준 판별에 따라 개별 처방 지도 방법을 강구하여 대처하고, 언어능력을 학교, 학년, 학급 수준에서 집단적으로 판별하여 비교할 수도 있다. 또 개개 학생의 능력을 백분위 점수, 언어지능지수를 통해 알 수 있으며 영역별 수준과 하위 개념의 수준 역시 알 수 있다. 언어능력을 총체적인 관점과 아울러 하위 개념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 언어능력 가운데 미흡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지향점을 찾아 처방 지도가 가능하다 하겠다. 전국국어과창의적사고력연구소 홈페이지(www.rctpl.co.kr)에서는 온라인 언어능력검사 프로그램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어 자녀의 언어능력을 파악하고자 하는 학부모도 전문적인 검사 도구를 활용해 볼 수 있다.
한국교총이 광주시교육청의 학습연구년제 대상자 선발 잡음과 관련, 교과부와 광주시교육청에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 교육감이 수장인 광주시교육청의 학습연구년제 교원 대상자 중 60%가 전교조 소속 교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선발과정의 공정성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30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의 2013학년도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대상자 20명 중 60%에 해당하는 12명(교총 복수가입 1명 포함)이 전교조 가입교사인 반면 교총 가입교사는 1명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이 31일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지원자 중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높았던 것”이라며 “3차에 걸친 전형 기준에 따라 선발했다”는 해명자료를 내면서 오히려 불길은 확산됐다. 지원자 중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은 57.6%로 2012년도 기준 전교조 가입교사 비율인 27.4%의 두 배를 훌쩍 넘어 단순히 ‘지원자 중 전교조 교사의 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옹색한 변명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주시교육청이 예시로 제시한 연구주제 다수의 내용이 ‘혁신학교 일반화 방안’ 등 전교조의 역점 정책과 맞물려 있는 점, 2차 서류 심사에서 1.2배수를 선정하고 3차 심층면접에서 고득점자 순으로 당락을 결정한 점 등까지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교총은 “광주시교육청은 대부분의 시·도가 서류심사와 면접을 합산해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다른 전형을 진행해 스스로 오해를 불러왔다”며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학교장 등에게 단수 추천을 강권했는지 여부 선발과정의 공정·투명성에 대한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총은 “학습연구년제에 대한 교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시도별 선발편차를 최소화해 심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선발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교과부는 올해 1500명의 학습연구년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각 시·도에서 선발한 인원은 800여명에 불과했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학습연구년제 운영 예산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학기에만 30명을 뽑았던 서울이 대표적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연구년제 확대를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올해 목표 1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30명(초등 15, 중등 15)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3월 개학을 앞두고 9만7000여명에 달하는 중학교 교원의 교원연구비와 제수당이 폐지돼 보수삭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그간 학교운영지원비를 학부모에게 징수하는 것이 의무교육을 명시한 헌법을 위배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결과다. 올해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운영지원비에서 지급하던 수당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예산을 편성했을지라도 ‘규정에 없는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로 해석해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는 중학교 교원에게만 해당하지만 곧 무상교육이 예고돼 있는 고등학교 교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교과부가 수당 폐지의 근거로 삼고 있는 헌재의 결정은 학교운영지원비를 학부모로부터 징수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일 뿐 중학교 교원에게 수당 형태로 지급해 오던 것까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중등교원에게 지급되던 학교운영지원비는 육성회비가 폐지되면서 교원연구비, 학생지도비, 직책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존속시킨 명백한 보수다. 유·초등 교원의 경우 육성회비 폐지와 함께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보전수당을 명시해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학교현장은 학교폭력 등으로 담임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명예퇴직 교원이 늘어만 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교원들이 받는 대다수의 수당이 10년 넘게 동결되고 있는 등 교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앙양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작년 초 우리사회에 심각하게 대두된 학교폭력만 보더라도 국무총리실까지 나서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담임교사 처우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제시한 바 있으나 정부 스스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전히 받고 있는 수당마저 폐지하는 것은 또 한 번 학교현장을 실망에 빠뜨리는 처사다. 지금은 중등교원의 학교운영지원비에서 지급하던 수당을 급히 폐지할 때가 아니라 유·초등과 같은 수당지급의 법적근거를 먼저 마련할 때다.
폭력유형별 행동요령 정리·교육해야 ‘1교 1고문 변호사제’ 정착 힘쓸 것 그는 선생님이었다. 1981년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교단에 섰을 때도 선생님이었고, 학교폭력, 교권보호 등에 대한 질문에 하나하나 설명하듯 답변하며 교직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지금도 여전히 선생님이었다. 21일 전국 변호사 수장에 선출된 위철환(55․사법시험 28회)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새벽 신문배달을 하며 야간 고교를 다니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고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초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가 꿈을 이룬 후 갑자기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르치던 학생 하나가 갑자기 장기 결석을 했어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소송을 당했는데, 돈이 없어 법적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패소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죠.” 위 회장은 “그 학생을 보면서 당연히 승소할 사건인데 법률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패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낮에는 교사로, 저녁에는 야간대학생으로 공부해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 혹은 학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며 자괴감에 빠지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권침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행동요령에 대한 팁을 제공해준 위 회장은 “빈번히 일어나는 폭력유형, 교권침해 사례 및 행동 요령을 정리해 학교별로 교육 시키고 교사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학교에 배당된 변호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대처방안을 물어본 후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교총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1학교 1고문 변호사제 정착을 위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아직 학교가 이 제도를 소극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1교 1고문 변호사제를 활용․정착될 수 있도록 변협차원에서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대학생 보모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식모라고 불렀고, 요즘에는 가정부라고 부르는 보모 자리에 중국의 대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석사과정 학생들도 보모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 다음은 대학생 보모를 구하는 광고다. “여성, 대학 4학년, 초등교육전공, 농촌출신이며 가사 일을 모두 할 수 있음. 방학기간동안 보모를 찾음. 숙식제공, 월급은 별도논의.” 중국에서 고학력 보모가 나타난 이유는 좋은 보모를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특히 방학 때일수록 좋은 보모 구하기가 어렵다. 이러다보니 보모를 소개하는 업체에서는 대학을 찾아 보모 모시기 경쟁을 한다. 중국의 경우 나라가 크다보니 적지 않은 학생들이 방학 때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방학 중에 보모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학생들은 졸업 후 아예 전업보모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학생 보모를 양성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양성프로그램에서는 가정서비스 이론, 요리강습, 청소, 육아, 예의 등의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20여일의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대부분 가사 일을 숙련되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인기가 좋아 훈련이 끝나자마자 취업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베이징에서도 한 업체가 대학생 보모과정을 개설하고 후보생들을 모집했는데 총 200여명이 응모했다. 이 회사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 108명을 선발했는데, 그 중에는 석사과정 학생도 28명이나 있었다. 이들 중에는 영어에 능통한 학생들도 많았고,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 왜 많은 가정에서 대학생 보모를 선호하는가? 이들은 일반적인 보모들보다 교양수준이 높고, 업무에 대한 이해력이 빠르다고 한다. 책임감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대학생 보모들은 학력수준이 높아 아이들의 가정교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어린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이 대학생 보모를 선호한다. 대학원생 보모를 두는 가정은 일반적으로 연수입이 10만 위안 이상이다. 이들 가정에서는 보모를 가정교사로도 활용하고, 또 상업적 활동이나 사교모임 조직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고학력 보모의 월급은 일반보모보다 30%이상 높다. 일반적으로 2000위안정도의 월급이 지급된다. 대학원생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높다. 그렇다면 고학력자들이 왜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보모로 나설까.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직업에 대한 의식변화와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실용주의 사고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밑바닥 체험을 통해 자기를 단련하고, 새로운 일을 창출하고자 하는 의식도 있다. 이런 대학생 보모 현상에 대해 중국사회의 여론은 분분하다. 인재낭비라는 입장과 아니라는 입장이 팽팽하다. 인재낭비라는 입장은 대학생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자원들을 단순 노동에 투입하는 일은 낭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느 곳이든 높은 소양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재낭비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중국에서 이런 대학생 보모 현상이 한동안 유행하다 끝날지, 아니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의 특성상 이런 고학력 보모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국토가 넓어, 자녀나 부모를 부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경제능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돈을 들여서라도 소양이 높은 보모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왕이면 학력수준이 높고,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거친 보모를 구하는 것이 고용인의 입장에서는 안심이 된다. 대학생 보모현상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거치며 나타난 중국만의 특수한 현상 중 하나다.
예전에는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고 생활수준이 낮아서인지 겨울엔 여행을 하지 않는 계절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사계절 모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하면 봄철에 꽃구경을 하거나 가을철에 울긋불긋 단풍구경을 다니는 여행 철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요즘도 봄과 가을은 관광 철이라 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찾는 인파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학생들도 봄과 가을에 소풍을 실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눈꽃이 온산을 뒤 덮고 나뭇가지에 상고대(霧氷, 樹氷)를 보며 감탄을 한다. 등산 인구가 늘면서 겨울산행을 하는 등산객도 많이 늘어났다. 설경을 감상하면서 눈길을 걷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에 충분해서 인 것 같다. 올해 초 친구들과 충주산성으로 올라가는 임도(林道)를 따라 눈길 산행을 한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명의 등산객이 밟고 올라간 눈길을 따라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등산화로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나뭇가지에 하얗게 덮인 설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얼마나 살짝 내려왔으면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눈이 고스란히 쌓였을까? 자연이 빚어낸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아 어느새 내 마음도 깨끗한 눈처럼 맑아지고 소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여행을 선 듯 나서지 못하는 것은 눈길 안전사고가 걱정이 되어 기차여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을 내다보며 스쳐지나가는 강산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는 또 다른 추억여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수년 전 둘째 딸이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함께 세 명이 태백산으로 밤기차를 타고 겨울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린 시절 경주 선산으로 성묘를 다닐 적에 중앙선 기차를 타고 가면서 삶은 계란을 먹던 추억이 새로워져 사먹었으나 그 시절의 맛을 느끼지 못하였다. 밤 이라 산천의 풍경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야간열차를 타고 어둠속에 태백역에 내렸다. 태백산 등산로 입구 찜질방에 들어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등산객이 너무 많아서 찜질도 제대로 못하고 잠을 설치며 새벽을 맞이하였다. 눈길을 따라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다보니 주목군락지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설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딸과 아내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단(天祭壇) 부근에서 겨울 산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눈꽃축제가 열리는 축제장으로 내려오니 인산인해를 이뤘다. 눈 조각과 얼음으로 지은 축제장을 둘러보는 여행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올겨울도 겨울축제장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추운 겨울을 이기는 모습에서 삶에 활기를 찾는 것 같다. 산천어, 송어 등 얼음구멍에서 낚시를 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겨울스포츠 인 스키장도 젊은 인파가 넘쳐나는 계절이다. 스키어들은 눈 덮인 슬로프(Slope)를 질주하는 모습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패턴이 눈(目)으로 경치를 보며 즐기는 여행에서 요즘은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관광 형 여행에서 레저,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체험 형 관광이 많은 사람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농한기에 자치단체의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는 곳이 많아 졌다. 겨울철 맛 집도 관광객을 유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느 음식점이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불원천리(不遠千里) 불구하고 찾아간다. 여행은 같은 장소라도 언제,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많은 인원이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가는 여행도 즐겁지만 가족단위, 또는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다. 일상을 벗어나 부부가 여행을 떠나면 또 색다른 정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의 겨울 여행지로는 온천이나, 찜질방, 숯가마 찜질, 맛 기행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역시 내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 속에 묻혀 사는 내 집은 삶의 안식처이고, 새롭고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옹달샘처럼 새로움을 채워준다.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충전소를 찾아 추운날씨에도 여행을 즐기기 위해 떠나는 겨울여행의 방랑자(放浪者)가 늘어나고 있는 계절이다.
漢字속에 숨은 이야기 (26)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회의(會意)문자이다. 나무 木과 삼수변(氵)部와 아홉 구(九)의 합자(合字)로 되어있다. 옷감을 물들이기 위해 나무에서 취한 물(즙)에 홑 단위로 가장 큰 수인 九를 썼다. 여기서 구(九)는 아홉 번이 아니라 몇 번씩이나 여러 번 되풀이 하여 넣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염색(染色)하다. ‘적시다, 담그다.’ 로 쓰며 ‘병균 같은 것이 옮다, 또는 더러워지다. 전염(傳染)되다.’ 로도 쓰고 있다. 염(染)자가 들어가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는『染指之物』이 있다. ‘染指’의 뜻은 손가락을 솥 속에 넣어 국물의 맛을 본다.’ 는 뜻으로 ‘분에 넘치게 가지는 남의 물건(物件)’을 비유(比喩)하여 과욕을 버리라는 교훈이 숨어있다. 염(染)자를 쓸 때 구(九)를 써야 맞는데 괜히 허전하다고 점을 찍어 환(丸)으로 잘 못 쓰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나는 1951년9월 1일에 전남 보성군 율어국민학교에 1학년에 입학을 하였다. 왜 9월 입학이었느냐고 묻겠지만, 1951년에 우리나라에는 9월 학기제가 시행되었던 같다. 그것도 1951년만이고 1962년에는 4월 학기제로 바뀌었다는 것을 내가 다니던 모교의 연혁을 보면 알 수 있다. 1951년 7월 18일에 모교의 제4회 졸업식이 있었고, 1952년3월 22일에는 제6회 졸업식이 있었으니 이 사이에 학기가 4월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어서 9월에 입학을 한 나는 교실도 없는 학교에 가서 운동장에서 모래밭에다가 막대기로 ㄱ, ㄴ, ㄷ...을 쓰고, 1,2,3...을 쓰고 다니다가 공비토벌이 시작되어서 온통 전쟁터가 되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 지리산의 공비를 토벌하기 위해 국군과 경찰력이 동원되어서 지리산의 자락인 벌교의 존재산태백산맥의 초기 무대가 되었던 산으로 부터 조계산으로 몰아서 지리산으로 작전 구역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내가 살던 율어면은 존재산의 전투 현장이 되었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다. 집에서 쉬고 있던 동안에 우리 집은 동네의 가장 뒤편에 위치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가장 큰 5칸 접집10칸짜리 집이라는 이유로 낮에는 경찰들이 주둔하는 경찰 본부가 되었다가, 저녁이 되면 경찰은 철수하고 공산당의 공비들이 들이 닥쳐서 공비들의 주둔지가 되고는 하는 낮과 밤에 국기가 바뀌어 달리는 집이 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보는 군인이나 경찰들과 공비들의 전쟁놀이나 무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시달리는 지긋지긋한 전쟁을 피하여 12월 하순쯤에 우리는 이웃면인 득량면 마천리 섬동마을로 이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아마도 12월 말인지 아니면 1월초인지에 전학을 하였다. 어찌 되었든 몹시도 추운 날에 학교에 전학 신고를 하고 나서 교실로 가니, 교실로 들어가는 현관을 막아서 교실로 쓰고 있는데, 처음 들어서니 어찌나 깜깜한지 아이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차차 눈에 익숙해져서 보니 책상으로 가득 찬 교실에는 6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빼곡하게 들어 앉아 있었다. “떴다, 떴다, 비행기......” 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따라 읽고 있었는데, 나는 겨우 ㄱ, ㄴ, ㄷ을 읽고 쓰는 것 밖에 모르는데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3월까지 석 달 동안 날마다 공부가 끝난 교실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1월 달에 17일 2월 달에 25일 중에 23일2일 결석, 그리고 3월 달에 25일 이렇게 출석일수 67일 중에 65일 동안 출석을 하였다고 2학년이 되었다. 그래도 2학년에 되어서는 꽤나 열심히 공부를 하였든지, 2학년 말에는 우등상을 받았으니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고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못 배운 탓이었던가 보다. 이렇게 9월에 입학을 한 우리는 이듬해 3월 31일에 1학년을 수료하고 2학년으로 진급을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짧은 1학년을 보낸 셈이다. 이렇게 1952년에 4월 학기제가 되었다가 10년이 지난 1962년에 다시 지금까지 시행해온 3월로 학기가 바뀌었으니, 나는 초중고 12년 동안에 학기 변동으로 인하여 총 7개월을 공부하지 않고 그냥 공짜로 진급을 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어렵게 살아온 나의 일생을 우리 부모님께서 얼마나 열심히 챙겨 주셨던지, 만 70이 되는 지금도 나의 성장 기록철에는 국민학교 1,3,4학년 [통신표]와 5,6학년 [아동발달상황표]가 잘 보존 되어 있고, 2학년에 받았던 우등상장도 보존이 되어 있을 정도이니 어쩜 무화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마다 목욕하는 습관이 생겼다. ‘목욕이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 목욕을 하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더군다나 동네 가까이에 목욕탕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가 있다. 금요일 오후, 며칠째 계속되는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아 목욕하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생각으로 목욕탕으로 갔다. 평일이기에 부담 없이 목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목욕탕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호자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친구들과 함께 온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맹추위로 밖에 나가 놀지 못한 아이들이 추위를 피하려는 곳 중의 하나로 목욕탕을 선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방학 중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목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조용히 앉아 목욕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함께 온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목욕탕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목욕탕은 아이들의 무법천지였다. 수영금지라는 경고문에도 일부 아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냉탕에서 물장구를 치며 수영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샤워기로 물싸움을 하여 주위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온탕은 많은 아이의 왕래가 잦은 탓인지 물이 식어 있었으며 온갖 부유물이 떠다녀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순간,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자신이 목욕탕이 아니라 동네 놀이터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 누구 하나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물론 목욕탕에는 아이들을 나무랄 연령의 어른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참다못해 장난이 심한 몇 명의 아이들에게 잠깐 주의를 주었으나 그때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람이 없는 데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샤워기에서 물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으며, 목욕 중에도 물을 잠그지 않아 뜨거운 물이 대야 위로 넘쳐 하수구로 흘러갔다. 아까운 물이 하수구로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물 씀씀이가 전국에 있는 모든 목욕탕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물을 물 쓰듯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왠지 모르게 조금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그나마 잘 실천하고 있는 물 절약 운동이 물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목욕탕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이 계속해서 나오는 샤워기를 찾아다니며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의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주위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용하지 않는 샤워기의 수도꼭지 모두를 잠그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세신을 하고 있던 또래 아이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었다. 내심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여 그 아이의 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해 졌다. 그래서 목욕탕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아이의 선행이 궁금하여 다가가 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그 아이는 수업시간 물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대답을 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아간 목욕탕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하마터면 기분을 망칠 뻔했으나 한 아이의 행동으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하루였다. 비록 목욕은 못했지만 말이다.
억대의 국고보조금과 교비를 횡령한 전문대학 총장 등이 구속되고 학생들을 입학시킨 대가로 이 대학으로부터 돈을 받은 고교 교사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는 소식이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보면, 정말 놀랄 정도다. 이 대학에서 학생 모집 대가로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고등학교 교사 7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 1000만원 미만을 받은 교사 41명에 대해서는 도교육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가히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제자들의 대학 입학을 위해 대학에 찾아가서 좋은 정보를 수집하여 제공하던 것과는 달리, 대학에 사례금을 받고 제자를 특정 대학에 지원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 모집 대가로 대학으로부터 사례금을 받아 사법처리되는 초유의사건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이 지역만의 사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워낙 대학 숫자가 많고 대학진학률도 과거보다는 차츰 줄어들고 있는 이유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일거다. 특히 MB 정부 들어 공기업을 중심으로 고졸 취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일을 시작에 불과하다는 두려운 생각도 없지 않다. 그 이유야 어떻든 교사들이 저지른 교육자적 품위와 양심에 대해서는 관용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대학의 선택은 우리 사회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그래서 모든 학생이나 부모들이 대학입시에 목을 메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복한 삶을 생각치 못하고 단순히 몇 푼의 돈을 받고 거래를 했다는 변명은 어떤 이유에서든 요서가 안 된다. 교사의 사명은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을 통해 희망과 꿈을 주고 미래에행복한 삶을도와주는 일이다. 자신보다는 제자의 행복에 더 기뻐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 교사의 바른 자세와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되는 금전에 잠사 눈이 멀어 제자의 삶을 파는 이번 일은 우리 모두가 깊이 사죄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이다. 정말 부끄러운 사건이다. 또한 이런 일을 일으킨 대학이나 교수들도 문제다. 교수는 우리사회의 최고의 지성인이며 존경받는 사람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들이 최고의 지성인이라는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다. 물론 대학의 최고 책임자인 총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만 같은 교육자로서부끄럽기 그지 없다. 아무리 학교가 위기에 처하고 당장 존립의 문제라하더라도 학생들을속이는 거짓행위는 더 이상 대학의 진리탐구가 될 수 없다.새로운 대안이나 혁신으로 당당히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돈을 주고 학생을 사오는 대학은 분명히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마땅하다. 더 이상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한다.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일이 재발 마지막이 되길 바랄뿐이다.
지란지교(芝蘭之交)란 한자 성어가 있다. 이 말은 명심보감의 교우 편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또한 그 냄새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붉은 주사를 가지고 있으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가지고 있으면 검어지게 되니, 군자는 반드시 함께 있는 자를 삼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지란지교는 벗을 사귈 때는 지초와 난초처럼 향기롭고 맑은 사귐을 가지라는 뜻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벗 사이의 변치 않는 사귐을 일컫는 한자 성어로는 관포지교(管鮑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수어지교(水魚之交), 죽마지우(竹馬之友) 등이 있는데 모두 벗 사이의 두터운 우정을 가리키는 성어들이다. 벗, 친구! 참 좋은 말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귐이다. 드라마 상도에서 ‘장사는 부를 남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장사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말은 신뢰를 동반한 사귐이 사람에게서 제일 중요 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새해가 시작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월이었다. 둘째 녀석이 갑자기 5학년 말에 전학 간 친구 집에 가서 놀다가 우리 집에 와서 며칠 지내고 가게 해달라고 한다. 내심 방학 동안 외출도 한 번 제대로 못했으니 오죽 갑갑했을까 싶어 허락을 하였지만 남의 집에 보내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둘째 녀석이 보고 싶어 하는 친구사이에는 거리라는 장애물이 있다. 그 거리가 둘 사이를 더 아쉬움으로 만들게 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평상시에는 서로 만나지 못한 채 문명의 이기인 전화로만 긴 사연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방학이라는 기회로 서로의 얼굴을 대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틀을 친구네 집에 지내고서 그 친구와 같이 왔다. 대개 아이들은 자기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아이들만의 세계에 있는 행복지수이다. 가만히 지켜본다. 두 아이는 새벽녘까지 도란거리며 이야기하다 늦게 잠을 이룬다.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다음날이 밝았다. 모처럼 단짝 친구가 사는 남해를 구경시켜 준다며 길을 나선다. 차가운 공기, 눈 덮인 논과 밭에 자라는 마늘,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은 남해만이 주는 또 다른 겨울 풍경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재잘거리던 녀석들이 말이 없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토라진 것일까? 왜 표정이 어둡지? 상황을 주시하며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앵강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들린다.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는지 문을 열고 뛰어나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바닷가에 서서 숨을 들이마신다. “음, 바다 냄새 너무 신선해.” 길이 좋지 않아 멀미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누가 약속이나 한 듯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돌팔매질을 한다.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남해 구경시켜 준답시고 나선 길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큰 짐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른의 시각하고 아이의 시각은 큰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무시하고 지내지 않았나 하는 어른의 자화상도 보게 되었다. 티 묻지 않는 고소한 웃음소리가 겨울 바다 공기를 가르며 퍼져 나간다. 친구! 참 좋은 말이다. 형제는 서로 피를 나누었지만, 친구는 타인과 타인이 서로의 교감을 통하여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자기입장만 내세워도 안 되고 그냥 있어도 안 된다. 아무리 단짝이라도 때로는 토라지고 서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릴 때의 다툼은 그 순수로 다시 원상태를 회복하기 쉽지만, 성인이 된 이후 서로의 오해로 인한 서먹함을 회복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순수성 보다는 생활의 만남으로 목적이 앞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녀석의 친구와의 만남이 끝난 늦은 저녁이었다. 나흘 동안의 친구와의 만남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행복한 미소 반 석연치 않은 표정 반이었다. 행복한 것은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심심하지 않아서이고 석연치 않은 것은 친구를 잘 안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 좋은 기억은 영원히 남도록 하고 석연치 않은 것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며 그것 또한 친구의 장점임을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마음이 좋은 친구로서 오래 남는 것이라고 다독였다. 친구가 떠난 늦은 밤 둘째 녀석이 일기장을 앞에 놓고 멍하게 앉아 있다. 다시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럼 이번 만남을 글로서 남겨보렴. 네 마음이 그대로 살아 움직일 것이야. 그러면 그 속에서 친구의 모습을 다시 그릴 수 있다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다. 친구 참 좋은 말이다. 살아가면서 정말 나를 대신하고 서로의 분신처럼 여길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소중한 사귐의 연속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친구와의 사귐을 통하여 배려와 존중을 알게 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도 배우게 된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해풍이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하는 가운데 앵강만을 향해 힘차게 돌팔매질을 하는 두 아이의 모습이! “얘들아! 언제나 지란지교를 꿈꾸며 살아라.”
노도에서 외쳐 부른 그리움의 노래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를 읽고- 그리움이 사무치면 바람이 되고 별이 되리라. 금산 아래 한 점 섬 노도는 자개처럼 반짝이는 앵강만을 뒤로 붙박이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열세가구 노도의 집들은 한양을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호구산과 망운산을 바라보는 섬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섬의 동쪽 응달진 곳엔 파도소리에 애환을 싣고 보리암을 바라보는 세월을 간직한 김만중의 초옥이 있다. 그 초옥 주변엔 해마다 봄소식이 북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그리움을 물들인 동백꽃은 나무에서 땅에서 붉은 빛을 바래며 두 번씩 눈물을 흘린다. 남해에 살면서도 김만중의 일대기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단순히 한글소설인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조선 시대 유배객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사람됨과 남해에 유배 온 삼 년 동안의 행적에 대하여서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는 임종욱 작가의 소설은 이런 무관심에 불을 댕겨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책의 표지에 실린 바닷바람에 몸을 갉혀 먹히며 서안 앞에 대추처럼 마른 모습으로 붓을 든 사람이 바로 김만중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꾼다. 하지만 표현력에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은 제 삶의 행간에 소설가이며 주인공이다. 이 소설을 쓴 임종욱 작가는 한문학자이다. 남해와 전혀 인연이 없는 경북 예천 태생의 사람이 어떻게 김만중의 일생을 연구하고 그 중 3년간 남해의 유배생활을 실감 나는 이야기로 엮었는지 등장인물과 사건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의 뒷부분을 보면 작가는 남해와 인연이 있었다. 촌은집, 자암집, 서포집 등 한문으로 된 서적을 번역하는 일을 하면서 남해에 온 유배객들의 생을 알게 되었고 그 중 유독 김만중이 말년에 이곳 남해에서 한 일과 왜 한글로 소설을 썼는지에 의문을 갖고 이 소설을 엮어낸 것이었다. 이 소설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남해이지만 작가의 고향이 경북이라서 그런지 장 선달댁 며느리의 친정인 경북과 인근의 하동, 진주도 언급되고 있다. 소설가들은 앉아서 시공간을 자주 넘나든다. 고(故) 박경리 선생도 하동 평사리를 지나치며 들은 이야기를 주축으로 구한말부터 해방 이후를 배경으로 대하소설 ‘토지’를 강원도 원주에서 완간하였으며 조정래는 벌교를 무대로 삼 년 가까이 해방 후 혼란스런 한국의 근 현대사를 들은 이야기와 현지답사를 근거로 ‘태백산맥’을 완성했다고 한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는 어떤 내용인가? 이 소설은 모두 열다섯 신으로 한양에 있는 김만중의 아내와 유배객 김만중 간의 주고받는 편지를 중심으로 각 신의 서두에 편지를 통하여 펼쳐질 이야기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여 읽는 이의 흥미를 불러일으켜 본문으로 흡입을 시키고, 신의 끝에 다시 아내의 편지를 통하여 갈무리한 후, 다음 신에 대한 예고와 궁금증을 파도처럼 일으키게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관심을 두고 살펴본 것은 남해 토박이가 아닌 작가가 엮어내는 남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한문학자인 김만중이 왜 한글소설을 썼을까? 에 대한 해석이었다. 남해는 보물섬이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시점에 남해는 바다와 산, 들이 어우러진 유자향과 마늘냄새, 시금치의 푸름이 넘실대는 곳이다. 작가는 ‘제2신 남해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바람을 맞으며 흙을 밟고 풀밭에 누워 자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함을 지니고 살고 있는 섬이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흔히 남해 하면 억세고 거칠다는 말을 하지만 김만중의 입을 빌려 남해는 ‘인정 있고, 사람이 살만하며, 신선의 고장으로, 의자 모양으로 편안히 앉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죽방렴과 금산, 대국산성, 각종 특산물도 글의 소재로 이입시키고 있다. 어쩌면 남해에 묻혀 무감각해진 남해사람보다 한층 더 남해의 독특한 풍광과 인심을 소설 속 인물들의 생활상을 통하여 그려내고 있다. 김만중은 왜 말년에 유배지에서 한글소설을 썼을까? 김만중의 어머니에 대한 효성은 지극했다. 김만중은 어머니의 삶을 ‘시간이 지나도 먹물을 빨아들이지도 증발시키지도 않는 계혈석으로 만든 벼루와 같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김만중이 쓴 몽환을 읽고서 ‘하룻밤을 새기기에는 글이 너무 짧으며 이웃집 아녀자들은 진서를 읽지 못하니 어찌하리오.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진중하게 엮어보아라.’ 하신다. 또한 ‘주제는 생생하게 살리면서 내용은 알차게 다듬어야 하며 글은 만인의 것이니 누가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언문 글씨의 숨은 진가를 깨우쳐 주고 있다. 그리고 ‘글은 화려한 꾸밈보다는 마음을 바로 담아내도록 깎아내야 하며, 내 마음을 글로 남기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내 마음을 반추하겠는가?’로 글쓰기의 진솔성을 당부하고 있다. 지극히 효성이 강한 김만중이 이런 어머니의 소원을 간과할 리 없었으며, 어머니의 임종도 못한 그의 한이 한글소설로 불타올랐던 것이라 생각한다. 어머니와 더불어 김만중의 집필 관을 바꾸어 준 사람은 유배 가서 죽은 그의 형 김만기이다. 김만기는 김만중에게 글을 너무 남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었으며, ‘재주를 앞세운 글은 물과 같아 속히 훤히 들여다보여 저작할 맛이 사라진다.’고 글쓰기의 신중함을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 말은 작가의 집필 관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작가가 내세우는 김만중의 사람됨은 어떤 것일까? 그의 사람됨은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박태수와 옥진의 도피를 돕는 장면, 정처 없이 떠도는 장 선달 댁 며느리의 누명을 벗기는 지혜, 유배 와서도 호사를 누리는 벼슬아치들의 비판을 통하여 옳다고 생각하면 꼭 행동하는 모습이다. 이는 유배의 섬 남해사람의 성향과 같다고 하겠다. 이 소설의 근간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유배지 남해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옥가락지를 둘러싼 장 선달댁 이야기는 사씨남정기에서, 여성편력증과 낭만에 물든 양설규의 삶은 구운몽을 통해 창조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내용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고 있다. 문득 김만중이 쓴 어머니의 행장을 생각하며 십여 년 전에 여읜 나의 어머니를 떠올려 본다. 나의 어머니는 열여덟에 시집와서 평생을 길쌈과 농사일로 고된 몸을 건사하다 한 세상 못 보고 풍년초 연기에 한을 싣고 푸른 하늘 저편에 계신다. 어릴 적 길쌈을 하면서 내가 글을 알아 삶을 쓴다면 수십 권이 넘을 것이란 하소연이 귀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김만중은 어머니의 행장을 쓰고 구운몽도 지었지만, 정작 나는 어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음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모든 이야기는 클라이맥스가 있다. 박태수와 옥진의 탈출, 여성편력과 낭만에 물든 양설규의 죽음, 장 선달댁 며느리 바로 세우기의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더하여 읽은 이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김만중의 초옥이 있는 노도! 해풍이 살을 갉아 먹고 그리움의 사무침은 동백으로 피어 늦겨울과 봄을 붉게 물들이는 섬. 파도소리 바람 소리가 휘파람을 불고 동박새 지저귐에 그리움이 가슴을 난도질하는 곳. 바다 건너 삼남 제일인 금산과 보리암 전의 해수 관음상은 김만중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2012년 가을! 노도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읽어본 이 책은 김만중의 삶과 아픔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가을 노도는 그리움의 흔적이 남아있다. 겨울을 지나 봄을 예견하는 흔적은 한 점 섬 눈물에 아롱져 선홍빛 같은 그리움이 몽우리를 맺어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유배객 김만중! ‘오늘도 초옥 아래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파도는 대궐도 초막도 그리운 사람일 얼굴일 때가 많았다.’ 그가 불러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짧은 가을 낮 초옥 옆 샘가엔 세월의 흐느낌이 낙엽으로 앉아 물길만 가로막고, 잠시 몸을 뉘었던 유허엔 해풍만 빛바랜 풀잎을 흔들며 정지된 시간을 응시하게 한다. 남해는 항상 깨어 있다.
- 존댓말쓰기로 학교폭력예방, 고품격 우리말 모두 해결하자 -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표현한다. 요즘 학생,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도무지 이들이 지금 어느 나라 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언어오염을 느끼게 된다. 거친 말, 욕설은 기본이고 아주 듣기 민망한 말들은 언제, 어디서 생긴 말들인지 도무지 그 말의 뜻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말의 본래의 뜻을 알고 저런 말들을 입에 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저렇게 거친 말을 듣고서도 성을 내지 않고 참는 그들이 용타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저렇게 거칠고, 험한 말들을 쓰는 저 젊은이의 마음이나 행동은 어떨까 걱정이 되고 그런 식의 말을 쓰는 그 사람의 인격이 의심스러워지는 경우도 많았었다. 한창 예쁘고 곱게 차린 여학생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거친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이 여학생이 지금 학생인가 아니면 조폭인가 싶을 만큼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 들곤 한다. “아이 ‘씨바ㄹ’ ‘조ㄴ나’기분 나빠” “담태ㅇ이 우리꼰대에게 핸 때렸잖아, 조ㄴ나 혼났다.” 차마 그대로 적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흐트러놓았다. 이게 여학생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었다. 아예 그 말을 들은 학생의 입에서는 더 이상하고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오고 말았으니 어이없을 뿐이었다. 이런 험한 말을 쓰는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우선 존댓말을 쓰게 하자.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온 나라에서 온 국민이 언제 어디에서나 존댓말을 쓰면 우리말은 품격이 높아지고 더 아름다워지게 될 것이다. 우리말의 가장 장점은 존댓말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긴 그것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우리말을 배우기가 제일 힘들다는 말을 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렵게 여긴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그런 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말은 이렇게 존댓말이라는 상대를 높여주고 존경 해주는 말이 따로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나누어서 따로 쓰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말은 상대에 따라 쓰는 다섯 단계의 말이 있다. 아주 낮춤말, 조금 낮춤말, 보통 말, 약간 높임말, 아주 높임말 식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이 아주 낮춤말에서 조금 낮춤말 정도를 평상시 하는 말로 쓰므로 해서 우리 국민의 격을 낮은 국민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의 격을 높이려면 높임말을 써서 스스로 격을 높이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격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상대방에게 존경하고 높여주는 말을 쓰는데, 덤벼들고 서로 싸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아마도 존댓말을 쓴다면 상대의 말 때문에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져서 서로 싸우고 다투는 일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의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바로 존댓말 쓰기 교육이다. “야! 이 자식아!” 하면 싸움이 되겠지만, “00님, 그러면 안 되지요?” 하는데 싸움을 걸고 폭력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확실하고 뚜렷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모범 사례가 바로 서울미동초등학교 4학년들이었다. 프랑스 말이 아름다운 말이고, 점잖은 사교계의 말이 된 것은 이렇게 상대를 깎듯이 존대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면, 이제 우리 모두가 존댓말을 살려 써서 우리말이 프랑스말보다 더 품위와 격이 있고, 아름다운 말이라는 것은 온 세계에 알려야 한다. 더구나 세계 어느 나라의 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대의 격에 따라 존댓말이 달라지기까지 하는 우리말의 우수성을 좀 더 널리 알리려면, 우선 우리 국민들이 쓰는 말부터 존댓말을 써야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부터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해주고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말로 대화를 할 때 우리말의 품위는 높아지고, 말하는 사람들의 인격도 돋보이게 되며, 상대와의 다툼의 원인이 되는 막말 같은 말들의 사용이 줄어 다툼도 줄고, 폭력도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므로 한글단체에서 앞장을 서고, 교육부에서부터 모든 학교생활에서 존댓말을 쓰는 것을 교육과정화하여서, 학교생활을 명랑하고 상호존중하며 폭력 없는 학교, 아름다운 학교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