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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던 지난 12월 28일 직원들과 친목여행을 다녀왔다. 연중행사라 날짜와 여행지를 결정하는 일이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직원들은 여행지로 따뜻한 남쪽나라에 있는 통도사와 자수정동굴나라를 택했다. 늘 그렇듯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은 여행 마니아인 내 몫이다. 마지막 직원여행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자는 머리말부터 썼다. 글을 읽으면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여행 일정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일정표도 만들었다. 여행할 때 자꾸 ‘몇 시에 도착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어느 휴게소에 서느냐,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리느냐는 운전기사님 마음이다. 일단 집 떠났으면 모든 걸 주최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하루가 즐겁다. 여행은 그 자체가 설렘이다. 이왕이면 조금 부지런 떨며 일찍 집을 나선다.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 없이 아침 8시 통도사를 향해 출발한다. 연말이라 괜히 더 춥고 쓸쓸하지만 그냥 기분이 좋다. 늘 그렇듯 여행의 즐거움은 가본 사람만 안다. → 청원상주, 중부내륙, 경부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칠곡휴게소에서 딱 한 번 볼일 보고 커피를 마신다. → 차안에서 종알종알 대화를 나누다보면 11시 20분경 통도사에 도착한다. → 꽤 춥겠지만 국내에서 불교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신라시대 고찰 통도사의 겨울 풍경을 1시간 정도 둘러본다. 만인이 원하면 파전에 동동주도 마신다. → 불고기로 유명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과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통도사가 이웃하고 있어 주변에 유명한 불고기집이 많다. 불고기로 점심을 먹는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했다. 이왕이면 맛있는 안주와 달콤한 술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다. → 점심을 먹고 2시경 자수정동굴나라에 도착한다. 통도사와 자수정동굴나라는 25분 거리다. → 자수정동굴나라에서 1시간 30여분 동굴탐험, 공연관람, 동굴수로탐험 등을 보고 즐긴다. → 자수정동굴나라를 출발한 관광버스가 칠곡휴게소에 들르며 6시간 30분경 문의IC를 빠져나온다. 적당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8시 전에 여행을 마무리한다. 늘 그렇듯 기대치만 높은 게 여행이다.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같이 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여행이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여행은 더 신경 써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을철 날씨를 닮았던 이날의 여행은 오전 8시 청주를 출발하여 오후 8시경 청주에 도착할 때까지 일정표에 있는 순서와 시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직원들도 여행하는 내내 마음껏 웃고 즐거워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렸다. 시간과 거리상 청주를 출발한 관광버스가 딱 한 번 들른 곳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부산 방향)이다. 이곳에 이상철 화가의 갤러리 ‘화가와 그림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보던 물건들에 꽃과 과일을 조화롭게 그린 그림들이 그림은 종이에만 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갤러리다. 옛 문짝, 나무 주걱, 베틀 북, 함지박 등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옛 물품에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옛 정취에 빠져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첫 번째 들른 통도사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영축산 아래에 있다. 합천의 해인사, 순천의 송광사와 함께 한국 3대사찰의 하나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이다.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돌아와 신라의 대국통이 된 자장율사가 선덕여왕의 명에 따라 646년에 창건하였다. 통도사(通度寺)라는 이름에 사찰이 위치한 산의 모습이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의 영취산을 닮았고,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이곳의 금강계단에서 득도해야 한다거나 모든 진리를 통달하여 일체중생을 깨닫게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통도사의 가람은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되었고, 탑은 자유로운 형태를 갖췄다. 그리고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는 상노전, 대광명전이 중심이 되는 중노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하노전으로 구분한다. 금강계단에 진신사리를 안치하고 있어 부처의 불상을 모시지 않은 대웅전(국보 제290호), 은입사동제향로(보물 제334호), 봉발탑(보물 제471호) 등의 중요문화재가 있다. 영산전, 극락보전, 보광전, 감로당 등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중수하여 근세의 건물이나 단청을 하지 않아 오래된 건물처럼 보인다. 통도사가 가까워지면 계곡을 겹겹이 둘러싼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주차장에서 관광안내소 옆 다리를 건너면 당간 중앙에 ‘나무아미타불’이 음각되어 있는 석당간(경남유형문화재 제403호)과 통도사의 역대 고승들의 사리탑과 탑비를 봉안한 부도전을 만난다. 부도원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산문(山門)이 있다. 사찰의 시작을 알리는 총림문이다. 통도사를 영축총림이라 하고, 사찰을 영축산이 둘러싸고 있지만 ‘영취총림(靈鷲叢林)’이란 편액이 걸려있다. 성보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불교전문박물관으로 길 오른쪽에 있다. '영취산통도사' 편액이 걸린 일주문과 나무로 조각한 사천왕상이 두 눈을 부라리며 서있는 천왕문을 들어서면 하노전 구역이 시작된다. 이곳에 영산전, 극락보전, 약사전, 삼층석탑, 화엄전, 만세루, 범종각 등이 있다. 불이문을 들어서면 석탑을 지나 멀리 대웅전 건물과 중노전 구역의 일부인 관음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대광명전, 용화전, 봉발탑, 관음전, 석등, 개산조당, 해장보각, 장경각, 세존비각, 황화각, 감로당 등이 있다. 뒤편에 있는 대광명전(경남유형문화재 제94호)은 중노전의 중심건물로 삼신불탱화(보물 제1042호)가 있다. 상노전에는 대웅전(국보 제290호)을 비롯해 금강계단, 구룡지, 설법전, 응진전, 명부전, 삼성각, 보광선원 등이 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5칸 규모로 두 개의 건물을 복합시킨 평면형이라 내부의 기둥배치가 특이하다. 또한 다른 사찰과 달리 동서남북 사면에 모두 편액이 걸려있고, 각각 주련이 달려있으며, 불당 앞에 진신사리를 모셔 내부에 불상을 모시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통도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가람으로서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 통도사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연못을 메운 후 그곳에 금강계단을 쌓고 통도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계단(戒壇)이란 계(戒)를 수여하는 의식이 행해지는 장소다. 대웅전 뒤편의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는 것이 곧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 안에 안치된 사리를 친견하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의 참배가 이어진다. 언양에서 불고기로 회포를 풀고 두 번째 여행지인 자수정동굴나라로 갔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에 위치한 동굴나라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동굴 테마공원으로 세계적인 자수정 산지인 울주군과 언양읍 일대에 있는 100여 개의 자수정 광산 중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하였다. 동굴의 내부는 평균온도가 12℃∼16℃로 겨울에는 난방동굴, 여름에는 얼음동굴로 불릴 만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동굴의 특성을 이용해 2.5km 길이의 동굴 내부에 자수정 전시관, 독도관, 인류변천사관 등의 전시관과 인도네시아 원시부족 풍물전 등을 운영한다. 동굴 내부의 공연장에서 세계 유명 기예단의 묘기와 한국 전통 오북춤 공연을 관람하고, 내부의 호수가 만든 물길을 보트를 타고 탐험하며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굴 밖에 사계절 썰매장과 폭포 등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행지이다.
대화·명상 등으로 상처받은 마음 치유 학생·학부모 심리 이해상담 기법 전수 여유 갖고 ‘포기’와 ‘기다림’ 구분해야 “3개월 동안이나 철수가 선생님 지갑에서 돈을 빼갔구나. 그래, 너도 사고 싶은 게 있었겠지. 그래도 다른 사람 돈을 훔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민수 잘못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고 민수가 소리를 지르고 교실 바닥에 의자를 집어던지는구나. 그래, 부모님이 알게 되셨으니 화가 나겠지. 그래도 의자를 나에게 던지지 않아서 감사한 일이다.” 9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 종합교육연수원. ‘선생님도 모르는 선생님 마음’ 직무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내 감정을 조절하는 ‘~구나, ~겠지, 감사’ 명상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교직 생활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 치유, 심리검사와 객관적 자료를 통한 학교·학생·학부모 이해를 위해 마련된 이번 연수는 6일부터 5일 간 진행됐으며 총 21명의 선생님이 참여했다. 연수를 이끈 이주영 강사는 1991년부터 초등교사로 재직하다가 1995년 대학원에서 상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상담교사로 전직해 현재 경기 안산 위센터에서 전문상담교사로 근무 중이다. “교사 경험이 있어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그는 “한편, 급증하는 상담 건수와 아파져만 가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교육여건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선생님을 아프게 하는 걸까? 이 강사는 △학생·학부모와의 갈등이 교사 자신의 무능·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 △사회환경 변화와 급변한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면역력 부족 △지향했던 교사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내적 갈등 △모범생으로 자라온 교사 자신의 성장 과정과 동떨어진 학생들의 생활·심리에 대한 이해 부족 △전자결재, 메신저 등으로 인한 동료교사와의 대화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신임교사일수록, 학창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왔을수록, 교사에 대한 이상이 클수록 상실감도 크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선생님 스스로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갈등에 대해 정답만 찾지도 말고 자신의 탓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 뿐, ‘포기’와 ‘기다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수 시간 대부분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할애하고 자아존중감 검사, 그림검사 등을 통한 아이들의 심리 파악·상담 방법, 나의 장·단점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자기 긍정 치유, 의사소통 스타일 분석, 스트레스 관리법 등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연유다. 참여 교사들은 연수 시간동안 어떤 내면의 변화를 느꼈을까. 이보람 서울 중마초 교사는 “순조롭고 만족스러운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내면의 스트레스를 알게 됐다”며 “혼자만 앓고 힘들어했던 일도 털어놓고 함께 공감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인식돼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헌진 경기 대화초 교사 역시 “학생과 학부모와의 갈등에 있어 문제가 나에게 있는지, 그렇다면 고치고 싶어 연수를 신청했다”며 “연수를 받고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학대해왔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또 김진성 경기 성보경영고 교사는 “담임을 기피할 정도로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상담이 두려웠는데 구체적 사례, 기법, 예시 등을 통해서 다양한 상담 기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고 밝혔다. 교직경력 27년 차인 황태룡 경기 율곡중 교사는 “힐링(healing) 이전에 필요한 것이 '필링(peelingfeeling)'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자신의 마음, 학생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주영 강사는 “교사 상담에 대한 필요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인적·물적 자원 모두가 열악한 상황”이라며 “전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사상담센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용하다. 바람 소리뿐이다. 골목을 걷는 발소리가 담벼락에 부딪혀 울린다. 텅 빈 외양간, 몇 달간의 빈집 마당엔 지푸라기와 낙엽, 나동그라진 빈 병들이 지키고 있다. 시골집 대청마루를 두른 샷시문은 자물통을 매단 채 침묵이 흘러내리고 있다. 빈집이라 하여 문이란 문은 죄다 자물통으로 채워져 낯선 이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다. 혼자 계신 장모님께서 지난 추석 때 뇌졸중으로 쓰러져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몇 주 전 병원을 찾았었다. 언어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의사 표현이 안 되는 장모님을 대신하여 옆을 지키는 처남이 시간 되면 집에 들러 방아 찧은 쌀과 왕겨 속에 파묻은 무며 된장, 양념 등속을 챙겨가라 하였다. 한해 농사가 마무리될 쯤 쓰러지셔서 거의 다 지은 농사를 내버려둘 수 없어 도회에 사는 처남이 주말을 이용하여 갈무리한 모양이었다. 정적이 흐르는 대문 앞. 성하실 때 같으면 차 소리만 듣고도 굽은 허리를 반쯤 펴며 자네오나 하며 몇 개 남지 않은 숭숭 빠진 잇몸을 드러내며 달려 나오셨을 것이다. 눈앞이 흐려진다. 덩달아 아내의 얼굴도 어둠이 가득하다. 주인 없는 집의 형세를 아는지 대문간에서 집을 지키던 절굿공이 두께만 한 엄나무도 밑동이 썩어져 널브러져 있다. 아마도 사람의 기운을 느끼지 못해서인가 본다. 그 한쪽에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늙은 감나무가 앙상한 모습으로 잔가지를 파란 겨울 하늘에 드리운 채 나목으로 서 있다. 맡겨 놓은 열쇠를 찾으러 골목을 돌아 아내의 큰 어머니 댁을 찾아간다. 중간중간 빈집을 허물고 만든 텃밭의 이랑에 듬성듬성 남은 배추 몇 포기들이 고적함을 씹고 있다. 그리고 시금치, 봄동, 겨울초가 창호지만 한 겨울 햇살을 쫓으며 햇빛 바라기를 하고 집 뒤 바람만 내 닫는 산골에 까막, 까치들만 밤나무 가지에서 날개를 쉬고 있다. 큰집에도 역시 인기척이 없다. 아흔을 바라보는 분이 가실만한 곳은 동네 경로당 뿐일 것이다. 걸음을 돌려 경로당으로 향한다. 그곳 바깥에는 걷기 보조용 손수레가 서너 대 서있다. 쿨럭이는 기침 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가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문을 열자 금세 알아보시고 반쯤 편 허리로 넘어질 듯 일어서서 손수레를 잡으신다. 몸을 부축하며 집에 계시지 않고 왜 경로당에 계시냐고 묻자 혼자 사는데 춥고 기름값도 비싸 낮에는 경로당에서 밥해 먹고 따뜻하게 있다가 밤에만 집에 오셔서 주무신다신다. 이런 모습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 농촌의 대표적인 모습일 것이다. 열쇠를 받아들고 고방 문을 연다. 그 속에는 장모님의 손길이 그대로 스며있다. 무를 챙기려 커다란 고무통을 열고 비닐을 덮어 동여맨 끈을 풀자 왕겨 속에 지난가을의 푸름과 싱싱함을 간직한 무가 만져진다. 문득 이년 전 겨울을 떠올린다. 김장철 택배로 보내온 무를 설 지나 바람들기 전 간식 거리로 겨우내 두고두고 깎아 먹었었다. 달짝지근함과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전해졌던 무였다. 그때 작은 녀석은 생무가 뭐가 맛있느냐고 물었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 아이들에겐 환영받지 못할 일이었다. 연세가 드시면 마음도 어려지는 모양이다. 빈 마당 한 귀퉁이 얇은 겨울 햇살이 비치는 곳에 앉아 큰어머니는 담배를 피워 물고 푸념을 하신다. 자네 장모는 여유가 있어 병원 신세를 질 수 있지만 내가 큰일이네. 죽을 때가 다 돼 가는데 쓰러지면 이 몸뚱어릴 어느 자식이 좋아할까? 긴 한숨을 타고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건강에도 좋지 않은 담배를 왜 피우세요 하며 그만 피우라고 하자 이제 얼마나 더 살기라고 하며 오히려 핀잔을 준다. 짧은 겨울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챙긴 무와 쌀 등속을 차에 싣는다. 다시 문을 닫고 자물통을 채우자 비 내리는 화면의 삼류극장의 끊어진 필름처럼 시간은 정지된다. 다시 시간의 수레를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깨 회전근이 닳아서 없어져도 아프다는 말씀 한마디 안 하시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제 한 몸 돌볼 줄 몰랐던 장모님이셨다. 이제 쌀과 간장, 된장 가져오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뒤따라오던 아내의 눈자위가 붉어지고 덜거덕거리던 손수레에 의지하며 나오던 큰어머니는 해 떨어진다고 빨리 가라 재촉한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꼬깃꼬깃 지전 몇 장을 손에 쥐여 드리고 골목을 빠져나온다. 이제 설이고 추석이고 찾아가면 버선발로 뛰어 나와 내 강아지 하며 반겨줄 장모님은 계시지 않는다. 아이들의 마음에 외가, 외할머니에 대한 큰 감동의 흔적은 나이테로만 남겨질 것이다. 반복이 되풀이되는 삶의 풍경. 그중 무채색의 계절인 겨울 속에 언제나 유채색의 기억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1985학년도 4학년 2반 어린이들과 학부모님께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학년초 담임을 했으면 그 학년을 마쳤어야 하는데 중학교로 전직 발령을 받아 죄송스럽게도 1학기만 가르치고 말았습니다.” 늦었지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그 어린이들, 29년 전 일이니 지금 나이는 39세 정도 되었을 것이다. 전직 발령이라는 핑계로 담임으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후임으로 발령을 받은 교사가 담임을 맡았지만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다.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감동 하나가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 아니던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모교를 자원하여 발령을 받았다. 1984년 4학년 2반 담임, 1985년 4학년 2반 담임. 젊은 총각교사로서 6학년을 희망했지만 기존 교사들이 우선권을 부여 받았나 보다. 그 당시 모교는 얼마나 학급수가 컸던지 1984년에는 4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하였다.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었다. 교실이 모자라 한 교실을 두 개 반이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사용하였던 것. 교사들 상호간에도 관심이 부족하면 동료교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984년 우리반 교실이 오래된 느티나무 옆 2층이었다. 이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감동이었다. 왜? 유년시절 이 나무는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나무에 올라 타잔놀이를 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아니던가! 모교 근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레크리에이션 특기를 발휘한 사실. 4, 5, 6학년 야영이 있었다. 워낙 학생수가 많아 운동장에서 자지 못하고 교실에서 숙박을 하였는데 프로그램 중 내가 학년 오락지도를 담당한 것. 노래와 게임, 춤 등을 지도하였는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도 몰랐었다. 가을 운동회 때의 일이었다. 우리 학년이 업무분장으로 만국기 달기를 맡았다. “제가 걸겠습니다” 학년주임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본관 견물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스텐드 개가죽나무에 매는 것. 학년주임은 걱정이 되고 미덥지 못한지 “이 많은 걸 혼자 어떻게 합니까?”다.운동회 전날 혼자서 만국기 20여개를모두 매달았다. 스카우트 지도자 기능을 활용한 덕분이었다. 학년주임 왈, “정말 이 선생님 혼자서 다 매달았네요!” 1985년도에는 모교가 인천교대 실습학교가 되었다. 교대 재학생들이 나와 참관실습, 수업실습을 하는 것이다. 대학 후배들을 맞이해 수업을 보여주고 그들을 지도하는 것이보람된 일이었다. 그 당시 교생들, 지금쯤 중견교사들이 되었을 것이다. 전임지 매원초교처럼 이 곳에서도 스카우트 대장을 하였다. 대원들이 많아 동료교사의 협조를 받았다. 1대 대장, 2대 대장을 부탁하고 필자는 단대장을 하였다. 걸스카우트도 행사에 동참하였는데 대학스카우트 지도자의 협조를 받아 행사를 진행하였다. 도대체지도자가 무엇인가? 출근하는 필자를 보고 막 달려와 삼지경례를 하는 대원들을 보면 어깨가 으쓱거리곤 했다. 주경야독으로 인하대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주말과 방학 땐 스카우트 활동에 푹 빠지고. 1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유년대 숲속생활학교 가장행렬 부문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원들의 적극성과 학부모의 협조, 그리고 동료교사들의 헌신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근무기간이 짧으면 그 만큼 아쉬운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에서는 1985년 중등교사가 모자라 초등교사 중 중등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직 희망을 받았다. 서류는 냈지만 그렇게 빨리 발령이 날 줄은 몰랐다. 어린이들에게 차마 입에 떨어지지 않는 이별을 통보하니 교실은 울음바다가 된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초등교육을 저버린 것 같아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지난해 11월, ○○교육청은 학교 내 위클래스 근무 전문상담사 116명 모두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혀 전문상담사들이 전면파업과 농성에 돌입했다. 교육청은 국가주도 사업의 재원을 자치단체에 부담하도록 해 가용재원이 적어 재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이런 갈등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전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영어회화전문강사, 특수교육지원강사, 스포츠 강사 등이 현 정부에 들어와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퇴출 절차를 밟으며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인력집합소로 변한 학교는 갈등 그럼에도 현 정부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이란 명목으로 과거 정부의 오류를 답습하려 한다. 교육부가 반일제, 격일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 법정 근로시간의 절반인 하루 4시간을 근무하는 정규직 시간제교사 채용근거를 마련해 내년 2학기부터 2017년까지 36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근무시간을 나눠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다. 학교는 이미 다양한 역할과 신분을 가진 인력집합소가 돼 모호한 업무 경계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 정부가 ‘시간제교사’라는 또 하나의 직업군을 추가한다고 나섰다. ‘시간제 공무원 도입’ 취지로 다양한 가족제도의 특징을 고려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본전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정책을 학교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사람들은 교사에게 엄격한 윤리 잣대를 들이대며, 교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로만 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교직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위한 노동직도 아니고,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직도 아닌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책임지는 스승으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런데 시간제교사에게 단순히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일만이 아닌 학생 생활지도나 학급담임 배정 등을 통해 학생과의 관계 형성과 이를 통한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학생·학부모는 고려하지 않은 나쁜 일자리가 학교에 생겨나는 것이다. 또 교사의 행정업무 면에서 시간제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지도 의문이다. 일일 4시간 또는 격일로 근무하는 교사에게 학생평가, 다양한 학교 행사, 교육과정 운영 등 지속성이 요구되는 행정업무를 맡기지 못한다면 결국 이는 정규직 교사의 몫이 될 것이고 학교현장에 또 하나의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교육주체 간의 갈등 확산, 위화감 조성으로 교사 간 협력시스템은 무너져 결국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제공될 리 만무하다. 교육당사자 모두에게 마이너스 시간제교사의 입장에서도 역시 나쁜 일자리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제교사의 근무시간이 정규직 교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경력이 쌓일수록 시간제교사와 정규교사의 호봉은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간제교사는 승진과 호봉에서 불리하고 결국 영원히 시간제로 머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며칠 전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주먹다짐한 끝에 교사가 병원에 입원하고 학생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의 지속적인 학교폭력 문제도 매스컴에 올랐다. 아무리 학교에서 강조하고 교사들이 지도해도 부족한 학교폭력문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교권이 보호받기 힘든 교육현장에 시간제교사가 과연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교육의 주체로써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그 환경 자체가 각종 범죄,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부실한 담장, 외부인 출입통제의 어려움, 감시 사각지대에 위치한 실내외 공간, CCTV의 부족, 폐쇄적이고 낡은 실내 공간 등이 그렇다. 그럼 학교 안팎 범죄를 예방하고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제시된 대책은 방범용 CCTV 증설과 학교 보안관 등 경비인력의 순찰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해마다 추진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해 근본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증·개축 시 사고·범죄 요소 제거 2000년대 이후 국내외에서 범죄예방 대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범죄예방 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다. 이는 학문 간 연계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기회를 사전에 제거 혹은 최소화함으로써 불안감을 줄이고 나아가 지역사회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일련의 활동을 지칭한다. 이와 같은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학교안전 대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들이 필요하다. 첫째, 신축학교는 의무적으로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적용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국토교통부는 도시개발사업이나 특정 건축물 계획 시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물론 교육부도 작년 연말 전국의 50개 초․중․고를 시범대상으로 선정해 범죄예방 환경설계 컨설팅을 진행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 둘째, 증․개축이나 학교환경개선 사업을 위한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범죄 취약 공간이나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디자인에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2010년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12년에 교육개발원에서 연구됐기 때문에 현장 적용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셋째, 아동안전지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2011년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아동안전지도 작성 표준매뉴얼이 개발됐다. 아동안전지도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통학로 주변 공간의 위험성 혹은 안전성을 범죄예방 환경설계 관점에서 이해하고 판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범죄예방 교육으로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교육부와의 협조를 통해 전국 초등학교에서 아동안전지도가 제작되고 있지만 참여도와 활용도가 높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사회 안전, 부처 간 협조체계 구축을 통한 창조적인 아이디어 개발 등은 시대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범죄예방 환경설계의 원리는 이러한 정책 기조와도 맞으며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본 대책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정기적 안전교육 뒷받침 돼야 학교안전 및 범죄예방을 단순히 환경 결정론적인 사고로 접근해 물리적 환경만을 개선하면 된다는 맹신은 금물이며 환경정비와 함께 학생․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리, 정기적인 안전교육, 정책당국의 지원, 범죄자 처벌 및 관리방안 등이 뒷받침돼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경(書經) 열명편(說明篇) 고사성어인 ‘유비무환(有備無患)’과 한자와 한글을 조합한 ‘만불여(萬事不如) 튼튼’이란 말이 떠오른다. 안전한 학교환경을 조성하는데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다. 조두순 사건처럼 사건 발생 후 뒤늦게 대책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학교안전 및 예방대책에 대한 냉철한 고찰을 통해 사전에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으로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셉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기교총(회장 장병문)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은 지난달 31일 도교육청 제1회의실에서 ‘2013년도 교섭·협의 합의서’ 조인식 갖고 교원인사 및 임용제도, 교원복지 및 근무여건 개선 등에 대한 30개항에 합의했다. 교섭에 따라 도교육청은 교원의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위해 △교원 맞춤형 복지포인트 50포인트 인상 △휴대전화 보관·분실사고에 대한 보상대책 수립 △교원 교육공무원증 전자공무원증으로 변경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교권침해사건 처리에 대해 경기교총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교권보호지원센터장이 교권침해 여부에 대해 재조사하도록 해 실질적인 교권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학교성과급과 교원성과급 지급시기 차이 최소화 △학교장 전보 시 전보내신 희망서를 받아 반영 △교장 수급상황을 고려한 교장공모비율 결정 △유치원 교원과 초등 전보년수 동일하게 적용 △영양교육 및 인사담당을 위한 교육전문직 배치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장병문 경기교총 회장은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교섭합의안이 실무교섭에서 의도된 취지대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실질적인 교육여건 개선이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교총은 지난해 9월 도교육청에 교원인사 및 임용제도 개선, 교원복지 및 근무여건 개선, 교권 및 교원전문성 신장, 교육환경개선, 교원단체지원 등 5개 영역 34개항의 교섭 요구를 했고, 이후 총 4차에 걸친 실무교섭을 진행해 왔다.
2014년도 나라 살림에 대한 예산안이 해를 넘겨 통과됐다. 심의과정도 문제가 많았지만 최종 통과된 교육예산을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총 예산은 불과 1%만 증액된 54조 2481억 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5.6%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가가 공교육 발전의 책임을 면피하는 수준이다. 총 예산 중 교육 분야는전년대비 1.8%만 증액됐고, 특히 의무교육단계인 유아 및 초․중등 예산은 0.6%만 증액돼 물가상승률(최근 3년 평균 3.1%)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 감액이다. 새 정부는 출범 당시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 교육’을 강조하며 인성 중심의 교육, 학교폭력 예방, 모든 희망학생에게 초등 돌봄교실 무상 제공, 진로직업교육 확대, 교육복지 혜택의 강화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교육정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교육예산을 보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정부는 평생·직업교육 예산 중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 예산을 특별교부금 사업으로 돌리며 38.5%나 감액했다. 직업교육강화를 주요 교육공약으로 제시한 박근혜 정부가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또 초·중등교육 중 ‘학교 교육 내실화’ 예산이 21.5%가 줄었다. 자유학기제 도입, 핵심역량으로의 교육내용 개편, 집중이수제 폐해의 해소 등을 위한 교육과정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재원투자는커녕 1/3 이상을 감액한 것 또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반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기반조성’에 5561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고등교육 예산, 특히 대학생 복지 예산의 확대는 긍정적이나 누리 과정 및 초등 방과후 돌봄교실 운영 확대 등으로만 1조 1천억 원 가량을 추가 투입해 여타 필수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선심성 복지 예산만 늘리는 것은 문제다. 더욱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이 불과 0.6%(2313억 원)만 증액된 상황에 이런 예산편성은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다. 우리 교육은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한 단계 끌어 올려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말 학교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겉으로만 빛나는 정책이 아닌 교육본질에 기초한 정책 구상과 예산편성이 절실하다.
2014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의 첫마디는 무엇일까? 아마도 해돋이, 해맞이, 일출 아닐까? 동해안 일출 관광객이 100만 이라는 뉴스도 들었다. 일출을 보면서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서일 거다. 필자가 새벽 이부자리에서 아내에게 한 말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 해 보러 갈까?” 인근 지자체에서는 일출행사가 열리는데 시민들이 초등학교에 모여 등산을 하고 정상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 것이다. 거기까지 갈 수는 없고 인근의 저수지를 생각한다. 서호저수지나 일월저수지다. 서호는 역사적 의미가 깊고, 늘 가는 곳이 일월저수지다. 가까운 곳에서 해맞이를 해야 할 것 같다. 방송을 들으니 8분 후에 해가 뜬다고 한다. 아파트 바로 옆 일월저수지로 간다. 우리부부를 첫 번째로 맞이하는 것은 바로 직박구리 가족. 아파트 감나무에 매달린 감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다. 얼마나 즐겁게 식사를 하는지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저수지 전체가 얼었다. 그 많던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상류쪽으로 가니 오리들이 떼로 모여 헤엄을 치고 있다. 이제 좀 있으면 일출이다. 촬영 위치를 정해야 한다. 카메라 각도를 잡아본다. 도심 속이니 자연히 아파트가 배경이 된다. ‘자연과 함께 하면 좋은데….’ 그렇다. 저수지 바닥에 남아 있는 하얀 눈 위의 오리 발자국과오리,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넣자. 카메라로 수 십 장 기록에 남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진 모습이 다 다르다. 그 중 좋은 것을 골라내야 한다. 아직 전문가 수준이 못 되어 여러 장 중에서 최상의 것을 고르는 것이다. 위치와 각도를 바꾸어 여러 장 찍다보면 한 두 장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오리들이 비행을 한다. 몇 마리가 나는가 싶더니 오리 전체가 나른다. 군무의 장관이다. 오리들이 아침 운동을 하는 것, 이제야 알았다. ‘저 많은 오리들, 우리가 보기엔 모습이 비슷비슷하게 생겨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데 쟤들도 다 짝이 있겠지?’ 저수지를 돌다보니 이곳에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고 저수지 가까이 들어가 디카로 기록을 남기는 어르신도 보인다. 아침 운동이 일상화한 사람들도 보인다.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는 분을 보면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분’이라고. 저수지 한 바퀴 다 돌다보니 배수구다. 배수로의 보수공사가 다 완성되었다. 몇 달 전 공사 레미콘 차량을 보았는데 그만치 저수지 산책을 게을리 한 것이다. 아내는 말한다. “당신 공사 끝난 것, 이제 알았나 봐!” 아침 산책을 해서 그런지 시장기가 돈다. 아침 식사로 떡만두국을 먹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것이다. 필자는 50대 후반, 아내는 50대 초반이다.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더니 우리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문득 박두진 시인의 ‘해’가 생각난다. 국어교사 시절 학생들과 외었던 시다. 비교적 긴 시인데 학생들은 잘도 외운다. 그렇게 긴 시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외운 학생은 자신감이 넘친다. 운율이 살아 있어 낭송하기에도 좋은 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2014년 새해,한국교육신문 독자들과 e리포터들 그리고전국의 교육가족들! 모두 함께 ‘앳되고 고운 날’ 누렸으면 한다.
사교육 받고 있는 사람 중 72.8%가 선행학습!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가 범정부 온라인 소통포털인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교육 경감방안 모색을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 총 9086명의 응답자 중 70.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72.8%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선행학습은 학교진도보다 1~3개월 정도 빠른 경우가 54.6%, 2학년 또는 2학년 이상 앞서서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 만연한 선행학습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해롭고 가정경제에는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법으로라도 규제해 멍들어가는 우리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현행 입시제도나 경쟁사회에서 선행학습은 불가피하다. 학습의 기본이라 하는 예습마저 못하게 강제한다는 것은 앞서 가는 자를 끌어내리려는 의도다. 명백히 수요가 있는 마당에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선행학습 금지에 대한 교육계 내부의 입장 차가 확연하다.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해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선행학습이 생겨난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신중파로 대별된다. 선행학습 규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데 현재의 선행학습 금지 찬반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4월 발의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안(새누리당 강은희 의원)’과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민주당 이상민 의원)’이다. 여야 법안 모두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것이지만 전자가 학교교육 편성과 운영, 즉 공교육에서 선행교육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선행학습 사교육 시장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사교육 시장까지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비교육·비효율적! 법으로 규제해야 먼저 법 제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사교육 시장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사걱세에 따르면 애초 학교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따라가게 하기 위해 예습과 수월성 교육 차원에서 제공한다고 개발된 선행학습이 현재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학생들에게 해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또 사교육 시장에서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한 ‘보충 사교육’이 아닌 ‘선행학습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충 사교육의 경우 학생별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생들이 어느 정도 학업수준을 성취하게 되면 보충 사교육의 의미가 상실된다. 학원에 더는 다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행학습 사교육의 경우 진도 경쟁이다 보니 학생의 성적 성취에 관계없이 무차별적 제공이 가능하다. 학원 입장에서는 ‘효자 상품’인 셈이다. 때문에 마케팅 논리에 따라 학원에서는 선행학습 위주의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해 선행학습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사걱세가 지난해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전체의 69.6%가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고, 54.8%가 ‘학원 등의 선행교육 상품판매와 홍보금지 규제가 빠지면 특별법의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27.1%가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학원의 홍보와 선전’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분도 없고 비교육·비효과적이며 부도덕한 관행이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상, 국가가 나서서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사교육 시장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법 규제를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법적 규제 앞서 원인 제거에 초점을 반면 한국교총을 비롯해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에는 공감하나 법으로 규제 가능할 것인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다수다. 예습과 선행학습의 기준설정이 어렵고, 이를 구분함에 있어 교과진도에 따라 합법과 불법으로 설정하기는 모호하거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목 특성이나 개개인의 학습방법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법률로 일반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 특히 한국교총은 1980년 시행된 과외금지법이 2000년 헌법재판소에서 ‘자녀교육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음을 주지하고 공교육 영역에서 합리적 기준을 통한 제약은 가능하겠지만 사적 영역에 대한 일률적 법률제한은 과잉규제에 따른 위헌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입장이다. 때문에 법으로 선행학습을 규제하기보다는 선행학습이 요청되는 사회적 병폐의 근원을 분석·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지난해 법제처는 ‘사교육 분야에서의 선행교육 금지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위헌소지를 지적한 바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도 선행학습 금지법은 음성적인 고액과외를 양산할 수 있으며 인간의 지적 욕구에 대한 침해라며 규제보다는 선행학습이 생겨난 원인을 제어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일반화한 선행학습, 공교육 멍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행학습, 언제부터 예습이란 ‘아름다운 의무’를 밀어내고 공교육을 멍들게 하는 선행학습이 자리하게 된 것일까? 지난해 4월 열린 ‘선행학습 실태와 바람직한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선행학습이 생겨난 시점을 특목고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특목고 입시에서 정상적인 학교 공부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는 수준의 시험과 전형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특목고 입시 정책이 개선되면서 고교 입시 자체에서 선행학습 유발 요소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지금처럼 선행학습이 성행하게 된 원인에서 특목고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학교시험도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2011년 서울·경기지역 사교육 과열 지구 18개 중학교의 1학기 수학 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14개 학교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고교 1~2학년 교육과정 문제가 출제됐다. 중학교 1학년 시험에 고교 교육과정 문제를 출제한 학교도 9곳이나 됐다. 개별 학교들의 속진(速進)형 교육과정 편성이나 운영도 그렇다. 선행학습이 만연한 상황에서 공교육이 사교육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히려 학교 밖 선행학습 경향을 무분별하게 좇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와 수학교과에서 두드러진다. 조기교육 경향이 강한 영어의 경우 지난 정부 들어 추진된 영어몰입교육으로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속진형 교육과정이 심화됐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 선행학습이 이뤄져야 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수학의 경우는 중·고교로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3년의 교육과정을 2년 안에 마치고 3학년 때는 이를 복습하거나 문제풀이에 몰두하는 등의 파행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파행 운행은 정상적 교육과정 수준을 뛰어넘는 대학별고사와 대입전형이 존재하는 한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이 밖에도 양과 난이도가 높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등 정책·제도적 문제와 함께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효과, 불안과 경쟁 심리에 따른 수요자의 의식이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다양한 선행학습 유발 요인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교육계는 지금 공교육을 해치는 수준의 선행학습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사교육 시장까지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교육은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이뤄져야 교육은 마라톤 경기에 비유할 수 있다. 교육은 초반에 성적을 높이고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학부모들이 초반에 다른 자녀보다 앞서가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 공부만으로는 다른 자녀를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천천히!”가 아니라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빨리! 빨리!”는 단거리 경기 또는 장거리 경기라도 결승선에 가까울 때의 응원이지 기나긴 인생에서 마라톤 경기 초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할 응원은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교육이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지는 데 있다. 선행학습이란 학교 진도보다 1개월 이상 또는 학기와 학년을 뛰어넘어서 교육과정을 미리 배우는 것으로 보통 6개월∼1년 정도를 앞당겨 학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시작하거나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먼저 배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개인적인 관심이나 호기심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예습과는 다르다. 학부모들은 교과과정을 미리 배우는 선행학습이 아이의 성적 향상이나 상급학교 진학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고, 그 결과 70%가 넘는 초·중·고등학생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선행학습 효과에 관한 연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배우고 익혀 보다 수월하게 교육과정에 적응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지만 교육은 인지발달 단계에 맞게 적합한 시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예습 수준을 넘어 학원이나 교습소 등 각종 사교육 기관이 제공하는 선행학습은 정서적, 교육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스트레스 가중, 오히려 학력증진에 역효과 [PART VIEW] 첫째,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이미 배웠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상실한다. 선행학습은 미리 배우고 학교에서 다시 반복해 공부하면 시험에 더 유리할 거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행학습이 수업에 대한 지루함으로 아이들의 학습의욕과 집중력을 저하시켜 잠자는 교실을 만들고 있다. 선행학습은 배우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감퇴시켜 학력증진에도 역효과를 가져온다. 마치 사람들이 생방송 아닌 재방송 TV시청에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선행학습은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다른 애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상위 학년에서 학습해야 할 어려운 내용을 미리 공부하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학습할 때 기초가 없다면 관련 있는 전 단원을 복습해야 한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의 선행학습은 오히려 소화하기 힘든 내용 때문에 공부에 대해 어려운 것, 지겨운 것, 혼자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 생기게 한다. 학습 진도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선행학습형 사교육에서 접했을 때 아이들은 흥미보다는 모르는 문제에 두려움을 느끼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셋째, 선행학습은 창의력과 자기주도학습력의 습득을 저해한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르도록 기다려주고, 원래의 용도와는 다르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바로 사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계속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기다려주며, 장난감 놀이에 푹 빠져 있을 때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기보다는 충분한 몰입의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 줘야 한다. 자기주도학습력 또한 스스로 공부하는 기쁨을 느끼면서, 학습 결과보다 과정에서 순간순간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기다려야 얻어질 수 있다. 이러한 학습경험은 평생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학교에서 즐겁게 배우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사교육에서 행해지는 암기식·주입식 선행학습은 창의력과 자기주도학습력 향상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 넷째, 선행학습은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다인수 학급에서 학생들의 개인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여기에 선행학습을 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가 더해지면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갈 때 혼란을 겪게 돼 학교교육의 정상적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 선진국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도 공정한 경쟁의 원칙에 어긋나고 학교 수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이 의미 있으려면 선행학습이 아니라 보충·심화학습으로 개인차를 좁혀 공교육을 도와주어야 한다. 선행학습을 심화학습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심화학습은 이미 공부한 내용을 보다 깊은 수준으로 다진다는 점에서 진도를 경쟁하듯 앞서서 공부하는 선행학습과는 다르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의 보조기능에 그쳐야 하는데 선행학습형 사교육 기관들은 이처럼 학교의 역할까지 침범하고, 공교육을 파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선행학습은 관심, 호기심 키워주는 것 학습(學習)이란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기만 하고 익히는 과정이 없으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복습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헤르만 에빙하우스(H. Ebbinghous)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시간 흐름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에 입각해, 감소하는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망각곡선의 주기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반복이 중요하다고 한다. 즉 아이가 공부를 하고 망각하니,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망각곡선의 주기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복습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시간의 진도를 나갔다면 적어도 한 시간 동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복습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주도학습 또한 공부한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반복학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자기 공부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6개월∼1년 앞서 진도를 나가는 선행학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배우는 단원에 대해 보충하거나 깊은 수준으로 이해를 넓히는 보충·심화학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진정한 선행학습은 미리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를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살피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방학 중에 교과 내용과 관련된 자료를 다양하게 찾아서 살펴보기,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찾아 전체를 읽어보기,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한 다큐멘터리 찾아보기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취미활동과 여가생활 그리고 독서를 통해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습에서 가치 있는 성취는 속성의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력에 의해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은 69.4%로 총 사교육비 지출규모가 19조 원에 달하고 있다. 또 초등학생의 60.2%, 중학생 55.9%, 고등학생 47.4% 이상이 1개월 이상의 선행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실이기에 사교육은 학부모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그중에서도 미리 앞서서 배우는 선행학습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공교육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의한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며, 교육 본래의 가치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나아가 공교육 붕괴를 촉진하는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사교육 유발요인은 선행학습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어려운 국가수준 교육과정,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특히 국어, 영어, 수학), 개인의 학습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학교체제 등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학생이 지닌 학습능력의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학교체제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의 동학년 60여만 명이 동일한 수준과 내용의 교과학습을 일률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는 너무 어려워서, 누구는 쉬워서, 누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행학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학생 수준에 맞지 않은 교육을 강제하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족도 사교육을 찾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 자체에 대한 우려 그러므로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해 억제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법률을 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우려가 크다. 첫째는 과연 그런 요인들이 법으로 규제가 가능한 일인지가 의문이다. 둘째는 법에 의해 규제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법에 의한 규제가 가능한 일이고 당위성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실제적인 규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수준으로 제시된 교육과정 중심으로 그 내용과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선행학습 규제가 만약 학교현장에서 현실화된다면 오히려 학습자의 다양성과 학습능력의 차이를 부정하거나 교육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학생이면 누구나 각자의 수준과 관심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자는 주어진 권한과 재량 범위 안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교육권이 있다. 그리고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교육시스템을 전환하는 제도적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지하다시피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은 교육과정과 교육지침에 따라야만 된다. 그러므로 교육활동 규제를 통해 교육과정과 교육지침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교육과정과 교육지침을 개선해서 교육활동의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절차와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선행학습 규제가 법률로 성안되었다고 할지라도 구체적 실행단계에서는 형평성, 실현가능성, 경제성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선행학습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선행학습 판단 기준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의 구분이 어렵고, 예습과 선행학습도 관계도 다시 정립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교육과정의 단계성을 감안하면 개인의 수준과 학습역량에 따라 선행학습도 심화과정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중 3학년 수학을 예로 들면 어떤 학생은 중1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고 어떤 학생은 고1 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고1 수준의 학습이 선행학습이어서 금해야 한다면 학습의 개별화는 물론 맞춤형 학습을 추구하는 현대교육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복습은 교육적이고 예습은 비교육적이며 교사의 교육권과 다른 학습자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금지하거나 교육과정 이외의 내용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학교나 교사들을 처벌하겠다고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현상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한 처방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학교 현장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선행학습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바람직한 일이다.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 문제해결에 대한 합의를 모색해 간다면 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습자 능력에 따른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 필요 [PART VIEW] 이런 입장에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적 측면의 보완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교육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적극 모색함으로써 학생의 관심과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교육)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학교 유형을 통해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흔히 초·중·고 교육은 국민보통교육이므로 누구나 보편적 일률적 학습을 함으로써 평등한 시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다양한 학교 유형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하지만 평등한 교육이란 일률적·획일적 교육을 의미하기보다는 학습자의 소질과 능력에 따른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공교육에서 다양한 학교 유형을 제시하는 일은 학생의 평등한 학습권 보장에 더욱 부합된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학생의 수준에 따른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의 수준별 편성·운영과 선택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동일한 교과라고 할지라도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이수를 달리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이수 수준에 대한 준거를 제시함으로써 절대평가가 가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누구랑 함께 학습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성취수준이 아니라 학습자 자신의 절대적 수준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가 가능해야 더욱 공평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입시가 공교육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해 입학에 필요한 이수과목과 성취 수준을 최소한으로 규정한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의 불필요한 학습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입시제도는 3년간의 지속적인 내신관리와 한 번에 끝내는 수능시험 부담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한 유혹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학교 또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필수 이수과목에 대한 성취수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학습자가 필요할 때 선택해서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이런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부에 자신감 잃고 기피하기까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딸은 당시엔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방과후수업을 통해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바둑 등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즐겼다. 그러나 대도시 창원으로 이사한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 창원 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을 받으려 하니 고학년 아이들이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영어학원을 알아봤는데 실력 차이가 커 결국 어린 동생들과 한 반이 돼 학원을 다녀야 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남들처럼 수학학원에 보냈다. 그런데 겨울방학 그 짧은 기간 동안 한 학기 수학 범위를 한꺼번에 다 가르치고 엄청난 양의 숙제를 내주는 것이었다. 단지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시키고 싶어서 학원을 찾았던 것인데 그런 학원은 어디에도 없었고 모두가 선행학습에 열중이었다. 딸아이는 학원에서 내주는 엄청난 숙제 때문에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 등 다른 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또 선행학습으로 학교공부에 더 흥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공부를 숙제나 과제로만 인식해 재미도 못 느끼고 싫어하게 돼 버렸다. 그러나 이것이 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결심한 첫 번째 원인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학원을 끊게 된 이유는 선행학습으로 아이가 자신감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깊이 없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도를 뺀 뒤 문제만 풀게 하니 아이가 문제를 풀 때마다 맞히는 것보다 틀리는 문제가 더 많았다. 결국 자신은 수학을 못하는 아이라며 속상해했고 수학을 점점 더 싫어하기 시작했다. 결국 학원을 모두 끊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자기주도학습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수기나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딸아이가 실천할 수 있는 우리만의 학습방법을 찾아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선행학습 없이도 딸을 충분히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방법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딸과 함께 찾아낸 자기주도학습법 첫째, 구체적 목표 설정과 플래닝을 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공부하거나 열심히만 하면 높은 점수가 나올 거라는 기대만으로는 많은 학습량을 체계적으로 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먼저 목표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수치화하고 목표에 따른 전략을 구상해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가령 수학이라면 ‘수학 100점’을 목표로, 전략은 ‘EBS 강의, 문제집 3권’ 이런 식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한 달, 한 주, 하루의 구체적인 목표까지도 세울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딸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이나 스케줄을 짰지만 시간이 지나자 딸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일 저녁에 지키지 못한 목표에 대한 분석을 하고 대안을 마련해 수정하거나 반드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래닝이 엄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어서 아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수학 끝나면 영어해야지’ 했던 딸아이는 언젠가부터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생각하면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과목의 공부를 꼼꼼히 놓치지 않고 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수업 전·후 예습과 복습을 했다. 수업 전에 3분 정도 지금 배울 교과 단원의 제목을 보고 학습목표와 용어 개념을 읽어 보도록 했다. 국어나 영어는 교과서 지문이 많기 때문에 지문에 따른 질문을 읽었다. 그러면 오늘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울 것인지 예측하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수업을 마치면 오늘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읽어서 머릿속에 정리하는 복습시간을 반드시 가졌다. 세 번째는 EBS와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것이다. 수학은 EBS 인터넷 강의와 그에 따른 기본서 문제집, 유형별 문제집, 그리고 보다 난이도가 있는 문제집을 선택해 3권 정도 풀었다. 시험기간에는 수학 교과서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가 나와 있는 C step 문제와 수학 익힘책의 각 단원 마무리 문제를 3번 정도 반복해서 풀기로 했다. 영어는 EBS 강의를 통해 문법을 수준별로 찾아서 들었고 매일매일 일정량의 단어를 암기하고 TIME지나 영자 신문을 읽도록 했다. 국어나 다른 모든 과목들은 먼저 교과서를 꼼꼼히 정독한 후에 수업 중 선생님이 나눠 준 프린트 학습지를 모아 놓았다가 다시 한 번 보게 하고 마지막으로 문제집으로 공부했다. 네 번째는 방학 중에는 부족한 공부와 책 읽기에 집중했다. 수학은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해 공부하고 영어는 IBT(Internet-based TOEFL)를 목표로 그에 관련된 교재를 매일 일정량 하도록 해 수학과 영어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국어는 서양 고전문학과 우리나라 근대문학 등 책을 다양하게 읽었다. 묵묵히 기다려줬더니 ‘스스로 잘하는 아이’ [PART VIEW] 모든 일들이 처음부터 잘 되고 효과가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렇지마는 않아 처음에는 딸과 서로 다투고 화도 많이 냈다. 특히 성적이 오르지 않아 이 방법이 맞는 것인지 갈등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중간고사 수학시험에서 딸이 처음으로 100점을 맞았다. 수학 수행에서도, 그 다음 시험에서도 수학은 100점이었다. 또 학원 다니면서 선행학습 하던 때는 전교 50등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등 안에 들고 있다. 혼자서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넘게 걸려 드디어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점수가 오른 것도 기쁜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딸아이가 자신의 실력을 점점 믿게 됐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혼자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결과를 내면서 이제 딸은 공부가 아닌 다른 문제들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선행학습에 대해서 우리 부모들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가 우리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분명히 해낼 수 있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척해진 아이 크리스마스 무렵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올리버 트위스트’다. 하지만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었던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동화책에서 얻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조금 다른 기억이 있다. 어느 시골에서 하급관리로 일하는 가장이 집으로 돌아와서도 밤늦게까지 종이를 접고 풀을 붙여서 만든 봉투를 팔아서 생계를 보탰다. 생활이 궁핍하고 고달팠지만, 어머니도 없이 혼자 키우는 아이가 튼튼하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버지의 자랑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희망이었다. 어느 날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하던 아이는 봉투를 만들던 아버지가 책상에 머리를 대고 깜박 잠이 든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는 아버지 등에 담요를 덮어주고, 책상에 쌓인 종이를 서툰 솜씨로 접어서 풀을 붙이고 봉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봉투를 본 아버지는 자신이 아직 한참 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렇게 매일 밤 새벽까지 봉투를 만드는 아이는 점점 수척해졌다. 가정 방문을 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예전과 달리 학교에서 자주 졸고 성적도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아이의 장래에 걸었던 희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노한 아버지의 회초리에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아이는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우연히 눈을 떴을 때 책상에 앉아서 봉투에 풀을 바르고 있는 아이를 본 아버지는 아이를 가슴에 꼬옥 안고 울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창밖에서는 눈이 소록소록 내려 쌓이고 있었다. 제목도 작가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 읽었던 동화의 내용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조건 없는 사랑 천사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모두 천사이기 때문이다. 부화해서 처음으로 만나는 대상을 어미로 여기고 따르는 오리 새끼처럼, 모든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서 무조건적이고 전적인 사랑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 아직 생존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생물학적인 관점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단순한 본능적인 생명유지의 방법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성장해나가기 위해 가꿔나가야 할 가장 소중한 덕목인 것이다.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얼굴에 웃음을 띤다. 싱크대에 빈 그릇을 수북이 쌓아놓고 TV 드라마만 보는 게으른 엄마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 주정뱅이 아빠도 아이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한다.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면 엄마를 더 좋아할게’, 또는 ‘돈을 더 많이 벌어오면 아빠를 사랑할게’ 그렇게 조건을 붙이는 아이도, 요구하는 아이도 없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에 대한 부모나 어른들의 사랑은 다르다. 아기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아이를 언제부터인가 ‘공부를 더 잘한다면, 말을 잘 듣는다면, 피아노를 지금보다 잘 치게 된다면, 영어를 좀 더 잘하게 된다면……’하고 조건을 붙이게 된다. 그런 사랑이 참사랑일 수 없다. 무조건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그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아이가 무엇을 잘하거나 잘못하거나에 상관없이 언제나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친구를 짓궂게 놀리는 아이도 놀림을 당하는 아이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어느 시기까지는 ‘얘야, 나는 네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네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 아이이기 때문에 세상의 어떤 것보다 소중한 거란다’라는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끊임없이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고 부모나 교사들의 조건 없는 사랑을 아이들이 믿게 된다면 비록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도 아이의 성격이 비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자의 개성과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계량적인 기준에 따라서 변별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칭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성적이 좋은 아이보다는 지난번보다 1점이라도 더 잘 받으려고 노력한 아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100점을 받아오다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너는 정말 머리가 좋은 아이구나”라는 칭찬을 들은 아이는 점수가 떨어질 경우, 엄마를 기쁘게 만들어줄 수가 없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그들의 행동이나 행동의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직 심리적으로 자립하기 전의 아이들은 오직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다. 영어회화도 피아노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에 괴로움을 참으며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사춘기를 맞고 자기를 주장하게 될 즈음이면 자신을 ‘지배’해 온 어른들에게 반발하게 되고, 그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불안과 분노에서 자포자기 행동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체벌은 좋은가? 교육 과정에서의 체벌 효용성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나는 학교에서 경험으로 폭력적인 방법의 가르침에는 웬만큼 단련된 편이다. 그때의 체벌은 보통 손바닥을 자로 때리거나 구부린 검지로 관자놀이를 찍어서 빙글빙글 돌리거나 양쪽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뺨을 맞거나 머리를 주먹으로 맞았던 중학교 때의 체벌은 트라우마로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당시에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후회보다도 강한 모멸감이 되살아나곤 한다. 애정이 애정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은 폭력을 낳고 증오는 증오하는 마음을 키우게 된다. 두려움과 고통을 수반한 교육은 역효과다. 체벌로 아이를 가르친다면 아이는 우선은 체벌을 가하는 사람의 뜻대로 만들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체벌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는 것일 뿐, 결국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거나 요령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수동적인 성격으로 굳어져 버리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감정에 쉽게 치우치지 않고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분별력과 독립심을 가지게 만드는 데 체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른들의 몫 [PART VIEW]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체벌이라고 하면 중학교 때 교실에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내 볼을 잡아서 비튼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렇게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이었지만,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걸핏하면 교실 수업 대신, 가까운 전주천으로, 한벽루로 우리를 데리고 ‘야외 수업’을 나갔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눈이 쌓인 산으로 토끼몰이를 나간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고 자연 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정작 그 선생님이 극성스러운 학부형의 불만이나 교장선생님의 꾸지람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궁금하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지금 다시 한 번 볼을 힘껏 꼬집힌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성선설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보면 인간은 누구나 처음부터 착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인가는 어른들의 몫이다. 모두 알고 있는 얘기지만, 아이들의 심성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 자신이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본능과 직감에 따라서 행동한다. 낙천적인 그들은 바꿀 수 없는 지난 일에 연연하지도 않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팅커벨이나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모든 것을 ‘놀이=배움’의 대상으로 만드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으며, 그 놀이에 열중한다. 기쁨이나 슬픔, 두려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처받기 쉬우며 칭찬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런 아이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의 변화 나라 전체가 인성교육 힘 모아야 행사 첫날 진행된 ‘인성교육 활성화와 방향정립을 위한 토론회’는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백 원장은 학교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최근 인성교육의 동향, 외국의 인성교육 사례 등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산·학·관·연 상호 긴밀한 연계 필요 그는 먼저 현재 우리나라 인성교육 상태는 열의는 높으나 그와 관련한 인프라와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교사들의 인성교육 시간 확보 △교사-학생 간 대화채널 및 상담지원 강화 △우수 프로그램 개발 △인성교육 관련 교원연수 내실화 및 연수기회 확대 △인성교육을 위한 사회분위기 형성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으로는 첫째, 학교교육 전반을 통한 인성교육 실현과 인성교육을 위한 단위학교의 행·재정적 지원체제 구축을 통한 학교 여건 조성 및 문화 형성을 제시했다. 둘째는 교육과정 및 수업운영의 개선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타인배려, 학교폭력예방, 기본생활습관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중·고등학교의 경우 기본 생활습관, 타인배려, 긍정적 자아개념, 학습동기 등을 강조하는 인성교육 등 학교급별 차별화된 인성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과 관련성이 높은 교과 및 시간의 효율적 활용, 학생 주도적인 학교활동 지원 및 창의적 체험활동 간 연계 운영 또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질 제고다. 먼저 담임교사의 인성교육 시간을 확보하고 교사-학생 대화채널 및 상담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행·재정적 지원 확대, 교원 연수 및 자료 개발 보급·지원, 연수의 내실·구체화 등 교육청 지원 강화를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꼽았다. 백 원장은 끝으로 “지금은 상호존중과 열린 대화, 상호협력과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며 “산·학·관·연 상호 긴밀한 연계를 통한 인성교육 활성화 지원으로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학교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은 가르치는 것 아니라 길러내는 것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이경희 서울개명초 교장은 “교사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교사들에 대한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학교 교사들에 대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인 한국행복가정상담아카데미 대표는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해선 인성교육 의식화 운동과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복 인실련 충남·세종지회 공동대표는 “인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러내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인성교육은 가족, 어머니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임정희 사단법인 밝은청소년 이사장은 3살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전문기관,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사회 협력은 물론 범부처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다 상위 부서에서 통합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종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학교교육 전반에서 체험과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이 강조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학교에만 맡겨둬선 안 되는 시점에 와 있어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 지역사회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인성교육을 이야기할 때 유아기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중차대한 점을 잊고 있다는 것에 개탄한다”는 한 청중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유 과장은 교육부 차원에서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HoE(Hope is Education)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북부 코어는 가뭄과 기근이 일상적인 곳으로 케냐 사람들조차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척박한 지역입니다. 이곳에 학교가 세워졌는데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운영예산이 절대 부족한 상태였죠. 저는 2007년 NGO 해외 봉사단원으로 한국의 후원자와 아프리카 어린이의 1대1 결연 사업을 오픈하러 들어가게 됐고요. 아시안은 제가 유일해서 현지 렌딜렌 부족과 캐나다, 남아공 국적의 백인들 사이를 오가며 글로벌하게 지내야 했어요. 그 중 코어에서 30년을 산 백인 할머니가 계셨는데 일주일 동안 속성으로 제게 아프리카를 가르쳐주면서 특히 이 지역 사람들에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셨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트레이닝도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선생님들은 KCSE(우리나라 수능시험에 해당) 성적도 충족하지 못 했을뿐더러 술을 마시고 수업에 빠지거나 교실 비품을 마음대로 집에 가져가는 등 제대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이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마지막 희망은 ‘교육’에 있는데, 학교에 교사다운 교사가 없으니 누군가 교육자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호이 프로젝트의 주된 사업은 사범대학을 정식으로 졸업하지 않은 아프리카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진행하는 단기집중교사연수 ‘스틱(STIC·Short Term Intensive Course for school teachers)’과 현지 학생들에게 사범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하트(HEART·Higher Education for African Teachers)’다. 현지에서 한국 교사들과 코어 교사들의 소통은 잘 이루어졌나요? 처음 코어에 도착해 양국의 선생님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코어에선 교장, 교감 선생님들만 의견을 내시고 여자 선생님들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러다 2회, 3회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적극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여선생님들이 많이 가니까 동기 부여가 된 거 같습니다. 한국 선생님의 역할은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의 환경이 열악하고 선생님들도 고등학교만 졸업했다고 하니 우리가 그들을 채우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현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서 교과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보다 철학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과연 교육의 기본일까?’, ‘교육이란, 교사란 무엇인가?’, ‘교실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서 있을 것인가?’, ‘나는 미래를 바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추상적인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양국 선생님 모두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케냐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어느 정도 인가요? 렌딜렌 부족은 뭐든 빨리빨리 배우는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살려고 하고 그 지역을 벗어나는 걸 상당히 두려워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면 어마어마한 문화쇼크를 경험하면서 삶의 격차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빨리 배워서 그들을 쫓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매년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코어에 갔을 땐 초등학교 아이들이 졸업시험을 준비한다고 한 달 전부터 교실에서 합숙을 하고 있더라고요. 선생님들도 아침 7시에 출근해 11시까지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요. 그 모습이 매우 대견스러워 고기 사주면서 기운을 북돋아 줬습니다. 2009년 8월 처음 실시한 스틱은 한국 현직 교사들이 직접 연구해서 준비한 주제와 교재로 매년 8월 케냐 코어에 열흘 정도 머물면서 직접 세미나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30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하트를 통해서는 케냐 교사 3명이 사범대학을 졸업했고 3명이 대학 재학 중이다.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구호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법대랑 안 맞는 정도가 좀 심했어요. 학점은 좋았지만 늘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허한 상태였죠. 그러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를 즐겨 보자는 생각에 음악, 그림, 사진 등 고시생 신분에 맞지 않는 취미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흥미로운 것들이 많은 세상에 나에게도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어 고시공부를 그만뒀습니다. 내 시나리오대로라면 새로운 길이 ‘짠!’하고 펼쳐져야 맞는데 3년 동안 취직이 안 되더라고요. 대학 간판과 영어 성적 빼고는 이력서에 적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왜 나는 공부만 하고 살았을까? 왜 사람들과 관계가 안 되지? 고민을 거듭하면서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지금 당장 취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을 바르게 살아야 5년 후, 또 10년 후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에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게 되었고 국제 구호활동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다 인도네시아로 단기 해외봉사를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거죠. 책과 현실 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있었을 텐데요. 저도 실제 현장에서 겪어보면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우였어요. 그 자리가 원래 내 자리인양 편했거든요. 더 고민할 것 없이 한국에 돌아와 기아대책 국제부에 지원했죠. 그 당시 스물아홉 살이라 신입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나이였지만 기꺼이 뽑아주신 팀장님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라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했더니 또 다른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고 나를 원하는 데라면 어디든 밑바닥부터 시작해 쭉쭉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이 명확해지고 거기에 경험이 쌓이면 다음 단계 가는 게 어렵지 않아요. 평범한 스펙으로 일관성 없는 지원을 계속하니 3년 동안 취업이 안 됐던 거였죠. 아프리카는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그렇게 원하던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많이 지쳐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한국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보고 싶었죠. 당시엔 아프리카 관련 자료들도 거의 없어서 정말 TV 속 단편적인 이미지만 보고 간 겁니다.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 나를 버리고 내 삶을 헌신한다는 의미겠지만 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니 그곳에서 가득 채워오자는 마음가짐이었죠. 도착해보니 기후, 사람, 음식 모든 것이 잘 맞았어요. 마치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사람처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로 힘든 줄 몰랐습니다. 정해진 체계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새로운 걸 찾고 경험하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고마운 땅입니다. 이 인터뷰로 스틱과 하트에 관심이 생긴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선생님들이 자신의 교실을 한국만으로 국한하지 말고 내 마음이 가는 제3세계의 다른 곳도 내 교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 교실이 딱 한 번의 방문으로 많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처음 케냐에 가면 자신을 그 지역에 적응시키기 바쁘고 두 번째 가야 그곳 선생님들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세 번째는 돼야 비로소 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개발협력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고요. 한국 교육이 훌륭하니 무작정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잠재력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 풀(pool)이 지금보다 커져서 고경력·저경력, 초·중·고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선생님들이 섞여들면 새로운 것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또 현지 선생님들은 사범대학에 가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큽니다. 하트를 통해 한 명의 선생님을 지원하면 향후 1500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단맛을 내는 ‘당’ 알기 수업 시작 종이 치고 오늘은 식품 속에서 단맛을 내는 ‘당’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과 당의 일종인 설탕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체험활동으로 학생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 속에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를 모둠별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당은 우리 몸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힘을 내게 만드는 물질이며, 음식에 단맛과 향미를 주는 물질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들어 “공부할 수 있도록 뇌에 도움을 줘요”라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 그래서 단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나요?” “네. 단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가 있어요. 단 음식은 우리 몸을 뚱뚱하게 만들며 자주 먹으면 충치가 생길 수도 있어요.” 음료 속 설탕 함량은 얼마나 될까? 학생들이 좋아하고 흔히 마시는 청량음료와 가공 과일음료 속에 얼마나 많은 당이 들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렌지 주스와 콜라를 사용해 음료 속에 들어 있는 당 함유량을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각 모둠별 실험을 위해 콜라(250㎖), 오렌지 주스(250㎖), 물 (250㎖) 2컵, 계량스푼, 설탕, 전자저울, 무게와 크기가 비슷한 방울토마토 4알을 준비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투명한 컵에 담긴 같은 양의 콜라와 물속에 방울토마토를 넣어 보라고 했다. “콜라 속의 토마토와 물속의 토마토는 어떻게 되었나요?” “콜라 속의 토마토는 뜨고 물속 토마토는 바닥에 가라앉아요.” “맞아요. 이제 물속 토마토를 콜라 속 토마토 높이만큼 띄우기 위해 계량스푼을 사용해 물에 설탕을 한 스푼씩 넣어 녹여주세요. 콜라 속 토마토 높이만큼 뜨려면 설탕을 몇 스푼 넣어야 하는지 확인하고, 똑같은 양을 저울에 달아 물에 녹인 설탕의 양을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오렌지 주스도 같은 방법으로 설탕의 양을 측정해 주세요.” 설명이 끝나자 모둠별로 물에 담긴 토마토를 띄우기 위해 설탕을 계량하고 물에 녹이느라 시끌벅적하다. 물에 설탕을 녹일수록 토마토가 서서히 뜨기 시작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신기하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장난기 많은 학생은 실험보다는 실험재료인 “방울토마토를 먹어도 되나요?”, “컵에 담긴 콜라를 좀 마셔도 돼요?, 오렌지 주스에서 좋은 냄새가 나요”라며 수업과 관련 없는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얼마나 많은 양의 설탕을 넣어야 콜라나 오렌지 주스 속의 토마토 높이만큼 물속 토마토가 뜰 수 있는지에 대해 더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제 모둠별로 자신들이 측정한 설탕의 양을 발표하는 시간, 모둠별로 결과의 차이는 있지만 콜라 속 토마토 높이만큼 띄우기 위해서는 설탕의 양이 24~27g, 오렌지 주스와 비교해서는 20~25g 정도의 설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모둠별로 그에 해당하는 설탕의 양을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눈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겨 먹는 청량음료나 오렌지 주스 속에 이렇게 많은 설탕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올바른 식습관을 키우는 경험[PART VIEW] 영양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좋은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에게 당이 많이 든 청량음료와 유색우유 및 기타 가공 과즙음료의 해로운 점을 설명해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한 번쯤 본인들 스스로 음료 속에 들어 있는 당의 양을 측정하고 눈으로 확인해 봄으로써 간식을 선택할 때 보다 건강하고 좋은 식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두 번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식사습관이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날 수업에 참여한 24명의 학생 중 몇몇은 이후 청량음료를 마시면서 음료 속에 함유된 설탕의 양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초등학교] 케이크 도둑 데청 킹 지음 | 거인 몇 가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 글자가 전혀 없이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책이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케이크만 따라가며 책을 보았다. 강아지 부부가 케이크를 훔쳐 가는 쥐를 쫓아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나에게 말한다. “뱀이 아기돼지를 잡아먹으려고 해요.” 무슨 엉뚱한 이야기인가? 다시 자세히 그림책을 보니 그림책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소풍을 나온 아기돼지를 잡아먹으려는 뱀의 이야기, 모자를 훔쳐서 장난치는 원숭이 이야기 등. 모두 몇 가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림책 속에 몇 가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라. 당신에게 놀라움을 줄 것이다. 세 가지 질문 레프 톨스토이 지음 | 김연수 옮김 | 달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는 법!’ 톨스토이의 글은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번역자가 소설가 김연수라는 사실이다. 그는 편안한 글로 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아이와 함께 천천히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으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른들은 모두 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에게서 답을 찾아보자. [중학교]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지음 | 김민지 일러스트 | 인디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읽은 어린왕자는 환상소설이었다. 대학교 때 다시 읽은 어린왕자는 좋은 내용을 담은 쉬운 소설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40살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가르침과 부끄러움을 준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부분이 다르다. 어떤 아이는 ‘길들임’을, 또 다른 아이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말한다. 나는 갈증을 없애주는 물약의 ‘53분’을 좋아한다. 모두 바쁘게 살아간다. 무엇을 위한 효율이고, 무엇을 위한 노력인가? 천천히 샘으로 걸어가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학생들의 눈높이 맞춘 건축학개론 학생들과 함께 현장학습, 수학여행을 간다. 그리고 많은 건축물을 만난다. 그러나 나도, 학생들도 아는 것이 없다. 건축물들은 저마다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저자는 건축에 대한 전문성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건축학을 전공했고 건축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했지만, 현재 직업은 택시 운전이라고 한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글솜씨가 책에 잘 나타난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등학교] 이중나선 제임스 D. 왓슨 지음 | 최돈찬 옮김 | 궁리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라! 노벨상 수상자인 저자가 자신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과학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생명의 신비를 밝힌 DNA의 이중나선을 밝힌 논문이 겨우 1페이지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본인이 직접 실험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연구자들의 실험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나온 것이라면? 미국과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자와 연구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과학자의 삶을 꿈꾸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알츠하이머’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살인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장편소설. 책을 읽고 나서 결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책을 잘못 읽은 것이다. 저자의 의도와 숨겨 놓은 장치를 놓쳐 버린 것이다. 다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훌륭한 독자라면 충분히 수고를 감당할 것이다. ‘살인자’는 사실이다. ‘기억’은 사실일까? 내가 살아온 시간의 기억이 나를 존재하게 한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온전한 사실일까? 좋은 글은 사람에게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남긴다.
동영상 광고 만들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UCC는 ‘User Created Contents’의 약자로 이용자들이 글, 사진,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놓은 콘텐츠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 확산과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엄청난 양과 수준 높은 UCC들이 제작되고 주목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카메라, MP3,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우리는 쉽게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됐고, 무비메이커나 포토스케이프 같이 무료로 보급된 간단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쉽고 간단하게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1) 주제 정하기 : 교과에서 주제를 선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주제를 자유롭게 설정해 줘도 좋지만 한정된 주제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학생들이 결과물에 대해 서로 평가하는데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형식 정하기 : 동영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영화 만들기, 뉴스 만들기, 자기소개하기, 영상편지 쓰기, 학급동영상 만들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 중에서 어떤 주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또한 동영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다. 동영상 구성은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전개하는 시간의 순방향 방식이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시간의 진행을 섞어 놓는 시간의 역방향 방식,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서로 연관해 구성하는 방식, 인물이나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장면들에서 일부러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배제했다가 마지막에 드러내는 의도적 소외 방식이 있다. 이중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엮는 방식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높여주고 입체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며, 의도적 소외 방식은 교훈적 내용을 다루거나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내용에 효과적이다. 3) 스토리 정하기 : UCC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영상효과도 웅장한 음악도 아닌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법으로 정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디지털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면 그것은 좋은 UCC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메시지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좋은 UCC를 만드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좋은 UCC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스토리보드를 활용해 보자. 스토리보드는 메시지를 스토리로 만들 때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보드는 제작자가 의도하는 전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상 오류도 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4) 미디어 정하기 : UCC를 제작할 때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것들은 사용법이 매우 복잡하고 우리가 쉽게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우리 손에 익숙한 장비를 활용하는 편이 좋다. 어두워서 촬영이 어려우면 밝은 곳으로 배경을 바꾸면 되고 멀리 있어서 뭔지 모를 때는 좀 더 가까이 가서 촬영하면 된다. 환경과 장비를 탓하기보단 조금 더 발품을 팔아 좋은 화면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더 필요하다. 5) 촬영하기 : 자신의 손에 익숙한 다양한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UCC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해야 한다. 사진과 음악, 효과음, 동영상 등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생각하고 고민해 촬영해야 한다. 촬영은 실제 카메라를 들고 찍는 행동으로 카메라 각도나 방향에 따라 내용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촬영의 기본적 내용을 살펴보자. 줌인과 달리(배경이 바뀌지 않음) - 줌인/줌아웃(당겨 찍기/밀어 찍기)은 카메라 자체에 있는 기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인물의 감정이나 클로즈업 활용 시 사용한다. - 달리(가면서 찍기)는 카메라가 직접 다가가는 것으로 배경이 잘리지 않고 안정적인 화면이 진행(레일사용)된다. 6) 편집하기 : 완성된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아이무비, 비디오메이커, 비디오 에디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한다.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기-승-전-결 순으로, 영상은 일반적으로 전체 그림-중간그림-큰 그림-중간그림-전체그림 순으로 진행하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된다. 7) 평가하기 : 동영상을 제작하고 난 후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갖는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메시지의 전달은 명확한지,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지 등과 같은 평가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광고 업그레이드 하기 [PART VIEW] 광고 카피를 통한 다양한 수사기법을 익혀서 표현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알고 있는 시와 광고를 비교하면서 보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학생들의 언어 표현 수준을 높일 수 있다. 1) 비유해 나타내기 : 원관념을 보조관념으로 전이시키는 과정으로 말의 직관적 의미에 더불어 생각을 더할 때 이용한다. ‘초코파이는 정(情)입니다’란 광고 문구에서도 은유가 사용됐다. ‘초코파이→둥근 모양→보름달→정월대보름→가족의 모임→따스함→情’의 의미로 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비유들이 처음에는 생소할 수 있으나 익숙해지면 보다 쉽게 기억되고 깊은 인상을 주며, 밋밋한 내용을 한결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같은 은유는 원관념을 보조관념으로 전이시키는 과정으로 말의 직관적 의미와 더불어 생각을 더할 때 이용한다. 2) 반대로 나타내기 : 반어와 역설과 같이 모순된 내용을 활용한 표현은 말을 듣거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더욱 강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래서 많은 내용이 포함된 설명조의 이야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진실을 함축해 표현하면 자신의 의도를 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3) 재미있게 나타내기 :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나타내기는 일반적인 언어 규범에서 벗어나 익살스러움과 재치를 통해서 독자들의 주의를 끄는 표현의 한 방법이다. ‘2009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수상한 한 에어컨 광고를 보면 ‘에어컨 新바람’이란 카피를 사용했다. 흔히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신바람이 난다’라고 이야기하는데 해당 광고에서는 ‘新+바람’을 연결해 ‘에어컨의 새로운 바람’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우리말에 있는 동음이의적인 현상을 이용해 재미있게 표현한 문구는 우리 기억에 좀 더 오랫동안 남게 되는 특징이 있다. 언어유희와 재치는 다른 의미를 간접적으로 암시하기 위해 소리나 단어구조의 변화를 이용해 동음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으로,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한 말장난을 의미한다. 보쌈집 전화번호 광고를 ‘5300=보쌈빵빵’으로 광고한 것이나, 서울도시철도를 주제로 사랑이 담긴 에세이를 공모하면서 ‘愛Say’란 문구를 활용한 것도 동음이의어, 유사 음운, 도치, 발음의 유사성을 통한 언어유희의 한 방법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이용하면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남는 언어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창작자 권리를 지키는 저작권 교육 대부분의 학교에서 UCC 제작교육이나 광고 만들기 수업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동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했느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한다. 물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창작자에 대한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교육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창작품을 함부로 가져와서 사용하고 인터넷에 게시하기까지 한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켜주는 저작권과 같은 리터러시(literacy) 교육도 언제나 함께 진행돼야 한다. 특히 CCL의 개념은 교사들이 알고 있으면 더욱 유용하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은 쉽게 말해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공표할 때 ‘비영리’ 혹은 ‘저작권 명시’ 등 이용 허락에 관한 일정 조건을 밝혀 해당 조건 내에서 이용자가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을 장려하자는 것이 CCL의 근본 목적이다. 전통적인 저작권이 저작권자의 절대적인 허락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개념인데 반해 CCL은 저작권자가 부여한 일정 조건만 따르면 누구나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를 표방한 UCC 시대에 가장 적절한 저작권 해결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은 정체성 높여 ‘역사가 중요하다’는 말은 재론이 필요 없는 명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역사가 존재한다. 그 어떤 것도 통시적인 역사의 과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으며 우리는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에드워드 카(E.H. Carr)가 말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의 정의는 역사의 생명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역사는 단순히 우리 과거에 대해 알고 배우는 문제를 넘어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등만 보더라도 역사는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문제로 대두된다. 국가 간 이익이 상충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더욱 중요하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경제력, 군사력 등 다양한 척도로 평가될 수 있지만 문화와 역사적 인식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 그러나 국경이 무너지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간과될 우려가 있다. 또 자신만의 역사를 고수하고 다른 이에게 관철하려는 태도는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말도 되지 않는 역사 왜곡과 극우적인 역사 인식 행태는 국가 간 위기를 조성할 뿐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킴을 우리는 이웃 일본을 통해 매일 확인하고 있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가 아닌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없으면 그 민족의 미래는 없다’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역사 교육, 범교과적 접근 필요 이처럼 중요한 역사는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역사교과에 국한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 비교과 영역에서 범교과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해 8월 본지에서 다루었던 한국사 교육의 해법에 관한 특집 내용과 교육부의 한국사 교육 강화 방안을 되짚어 보며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교 이수단위의 확대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한국사 이수단위를 5단위에서 6단위로 늘려 2학기에 걸쳐 운영하기로 했다. 이수단위를 늘린 것은 타당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먼저,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확보가 필요하다. 당연히 역사 교사의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등교사와 타 교과 교사들도 연수과정을 거쳐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중등 교사 임용 시 한국사자격 획득을 의무화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생각된다. 하지만 높은 임용 경쟁률과 현재로도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을 감안한다면 교대·사대생들에게 한국사 자격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자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체계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교과 간 융합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에 한국사에 대한 강좌 편성과 이수의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수능 필수 교과목 편성 2017학년도 대입에서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로 지정됐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수능이 가진 절대성 때문에 한국사 교육의 강화 방안으로 수능 필수 교과목 지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간 다른 사회 교과목에 비해 많은 학습 범위와 학습 부담으로 인해 선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 현실인데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됨으로써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한 대증적인 처방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사실 한국사가 수능에서 선택이 적었던 가장 큰 이유는 특정 대학에서만 필수 선택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상위 대학이 한국사를 필수 요건으로 설정하다 보니 상위권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게 됐다. 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선택을 피하는 데서 선택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시험에 나오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 교육 자체가 갖고 있는 본질적 의미에 비해 수단만을 강조한 것이다. 수능에 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다른 교과목과의 난이도, 학습자가 체감하는 학습량의 부담, 내용 정제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에 관한 문제 모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 교육의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인식 문제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일어난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떤 관점에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어 기술하는지에 따라 내용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사관의 차이는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전제다. 다양한 사관에 따라 기술된 역사를 폭넓게 수용하고 수용자 자신의 관점에서 재개념화하는 노력은 분명 큰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자신의 주관을 갖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사관의 교과서 기술은 가급적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 위주로 다른 교과와 융합해, 흥미를 갖고 탐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교과서의 내용이 개발되고 제시되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념적 문제로 혹은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어디까지나 학생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왜 매체와 토론, 논술인가? [PART VIEW] 앞서 밝혔듯이 역사교육은 역사 전공 교사에 의해 역사 시간에만 이루어질 수 없는 범교과적 차원의 대상이다. 전문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개별 교과에서 갖고 있는 교수-학습적 장점을 적절히 적용한다면 학생들의 역사적 인식을 높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매체와 토론, 논술인가? 매체 : 최신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고, 공유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역사적 지식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2013년 11월 인천 소재 중·고등학교 3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의 학생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익숙한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사극이나 영화에 나온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으니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체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활용의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매체를 활용한 논술 지도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영상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역사 콘텐츠의 경우 흥미 중심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야 하지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이러한 점을 간과하기 쉽다.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흥미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왜곡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증 절차 없이 방영되는 경우 무비판적으로, 배경지식 없이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매체를 역사 교육에 활용할 경우 그 자체만 텍스트로 삼는 것이 아니라 동기 유발의 차원에서 활용해 이와 관련된 객관적인 내용을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토론 : 역사적 사건은 당대에 치열한 쟁점 속에서 선택된 것이다. 쟁점이 없었다면 역사는 변화 없이 같은 모습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어떤 발전도 없이 정체된 모습으로 남게 됐을 것이다. 쟁점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히고 상대 의견의 문제점을 타당하게 지적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폭을 확대하고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토론은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만일’이라는 가정을 설정하고 토론하는 활동이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역사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목적은 내용을 더욱 폭넓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다. 토론하기 위해서는 쟁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자신의 입장뿐 아니라 상대 입장을 경청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안에 대해 입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공감하면서도 실제 적용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다인수 학급과 학습 진도에 대한 부담,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에 대한 연습과 학습 내용에 대한 구성을 체계화한다면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교사는 쟁점에 따라 각각의 입장을 정확히 나눠주고 학습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은 배심원(토론을 통해 어느 측이 우수한지 판결)과 기자(진행되는 내용을 정리)의 역할을 나누어 수업에서 소외되는 인원이 없도록 한다. 전체 학습 내용을 토론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 사실 중에서 쟁점이 도출될 수 있으며, 학생들이 깊이 있게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토론 형태의 수업을 준비한다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논술 : ‘논술’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교사나 학생들 모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항 출제에서부터 채점, 지도, 첨삭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며 특히 대학 입시에서 활용되는 전형이다 보니 학생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논술을 표현의 한 방법, 논리를 강조한 쓰기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면 부담도 줄어들고 활용 영역도 넓힐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형태로 문항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알아야 할 핵심적인 역사 내용을 제시하고, 그것을 요약함으로써 1차적인 이해를 스스로 할 수 있게 한다. 쟁점이 될 수 있는 다른 자료를 제시문으로 함께 제시해 둘을 비교·대조하게 하는 과정들을 거치면 학생들은 내용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문제 상황을 가정해 나름의 대안을 밝히는 형태의 문항을 제시하면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논술문 첨삭을 할 때 문법적인 오류나 구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잘 표현된 부분에 대한 칭찬 위주로 첨삭해야 한다. 문항 출제에 대한 부담이 어렵다면 교사 간 협력을 통해 함께 출제하고 예시답안을 만들어보는 동아리 형태로 운영해 보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은 표현인 동시에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해와 표현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질 때 이해가 심화될 수 있고, 표현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대상에 접근해야 하는 역사 문제에 논술은 적합한 지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