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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충북도교육청은 1일 2007년도 2월 말에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원의 신청을 18-20일 사이에 받는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신청 대상자는 2007년 2월 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근속한 교육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원 중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자로 자진 퇴직하고자 하는 교원이다. 그러나 ▲국립학교 교원 및 지역 교육장 ▲징계의결 요구 중인 사람이나 징계처분으로 승진임용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사람 ▲감사원 등 감사기관과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조사나 수사 중인 사람 등은 제외된다. 퇴직을 희망하는 교원은 초등은 초등교육과, 중등은 중등교육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며 대상자는 예산 및 교원수급 등을 감안하여 충북도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충북도교육청에서는 올해 2월 말과 8월 말 초등교원 24명과 중등교원 31명 등 모두 55명이 명예퇴직했다.
부산지역 실업계 고교의 2007학년도 신입생 모집결과 절반이 넘는 학교에서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실업계 고교 원서접수를 한 결과 전체 40개 실업계 고교 가운데 23개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체 경쟁률은 1만3천78명 모집에 1만2천574명이 지원, 평균 0.96대 1로 나타났다. 14개 특성화 고교 가운데 동래원예고(1.08대 1), 대진정보통신고(1.11대 1), 부산디자인고(1.32대 1), 부산산업과학고(1.2대 1)와 내년에 새롭게 특성화고로 출발하는 부산관광고(1.03대 1) 등은 정원을 초과했고 일반 실업계 고교인 경남공고(1.12대 1), 부산전자공고(1.19대 1), 동호정보고(1.31대 1) 등도 정원을 넘겼다. 시교육청은 정원 미달 실업계고교에 대해 내년 1월10일부터 12일까지 추가 모집을 하고 그래도 미달되는 학교는 내년 3월30일까지 학교별로 보충모집을 하도록 했다.
12월 첫날 아침입니다. 아침 7시인데도 밖은 어둑합니다. 조용합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날씨는 겨울을 선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어제 한 선생님께서는 ‘12월+추위=자연스러움’이라고 하시더군요. 12월에 추위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12월+따뜻함=자연스러움’으로 바꾸고 싶은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추위가 싫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추위를 겁내고 추위에 움츠리고 하는 저로서는 ‘12월+따뜻함=부자연스러움’이 아니라 ‘12월+따뜻함=자연스러움’입니다. 하지만 ‘12월+추위=자연스러움’의 등식을 생각하면서 추위에 주눅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추위를 잘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러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5일까지 우리학교는 교육청 정기감사를 받게 됩니다. 안 그래도 추위로 인해 주눅이 들려고 하는데 감사까지 받게 되니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도 주눅들지 마시고 조금도 부담 가지시지 마시고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마지막 보충수업시간에 솔개가 장수하는 비결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솔개는 최고 약 70세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는 약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게 된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저는 이 글을 읽고서 솔개에게서 배울 점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무딘 생각, 자신의 무딘 습관, 자신의 무딘 행동을 과감하게 고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무딜 대로 무디고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자신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무딘 자신을 다시 갈고, 망가진 자신을 새롭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리가 깨어지고, 발톱과 깃털이 뽑히는 아픔을 감수해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듯이 자신을 갈고 닦는 고통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집하는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솔개처럼 갱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자습시간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무딘 귀를 고쳐야 합니다. 무딘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기말고사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자습시간에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얼마나 한심합니까? 어디 그렇게 공부하면 집중이 됩니까? 어디 그렇게 공부하면 능률이 오릅니까? 공부 잘하는 친구가 귀에 이어폰 끼고 공부하는 것 보았습니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아직도 입닦고 버린 휴지를 창틀에 꼭 끼어 버리는 못된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있습니다. 왜 창틀에 버립니까? 무딘 손을 고쳐야 합니다. 왜 먹고 난 캔을 창틀 위에 얹어놓습니까?무엇 때문에 귤껍질을 골마루에 마구 버립니까? 그건 무슨 심보입니까? 무딘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왜 아직도 지각을 합니까? 어머니가 집에서 밥을 늦게 해 줍니까? 늦게 일어납니까? 아니면 건강이 좋지 않습니까? 날씨가 추워서입니까? 그것도 취미입니까? 무딘 발을 고쳐야 합니다. 늦다 싶으면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야죠. 무딘 채로 그냥 두면 결국 어찌 됩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왜 벌써부터 공부를 포기합니까? 뛰어보지도 않고 날아보지도 않고 날개를 접습니까? 무딘 깃털 뽑아내야 합니다. 무딘 날개 갈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상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정상으로 날 것 아닙니까? 처음부터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계속 그렇게 하면 결국 어찌 됩니까? 결국 무딘 생각, 무딘 습관, 무딘 행동을 그대로 안고 죽어 갈 것 아닙니까?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왜 그냥 죽어가야 합니까? 새로 살아나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는 학생들에게 새롭게 살아나도록 깨우쳐야 할 것입니다. 솔개라고 다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고통을 참는 것이 힘들어서, 아픔을 견디기가 부담스러워서 포기하고 생을 마치는 솔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솔개가 되기보다 부리가 깨어지고, 발톱과 깃털이 뽑히는 아픔을 감수하고 고통을 감수해서라도 다시 살아나는 솔개처럼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옷깃을 여미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작은 것부터 무딘 생각, 무딘 습관, 무딘 행동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변화가 있게 됩니다. 그래야 새롭게 됩니다. 그래야 새로운 삶이 전개됩니다. 그래야 새 힘을 얻게 됩니다. 그래야 새롭게 출발하게 됩니다. 그래야 다시 살게 됩니다.
일본은 학교 급식에서 현지 농산물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여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급식으로 치산지소를 추진하려고, 마에바시시 교육위원회는 19일, 카스카와 공동 조리장으로부터 급식을 배송하고 있는 카스카와소, 쓰키다소, 카스카와중학교 포함 3개교로, 모든 메뉴를 현내산의 식재로 조달하는 메뉴를 만드는 실험을 실시한다. 식재의 공급 체제 등을 검토한 다음 차례차례로 다른 조리장에도 넓혀갈 계획이다. 실험은 3교계 1,200식이 대상으로 카스카와 지구에서 얻은 유채나 양파, 감자등을 사용해, 유채 사라다나 고기 쟈가를 내는 것 외에 쌀이나 우유도 각각 마에바시시산, 현내산을 사용한다. 또, 급식의 시간에는 품목마다 산지 등을 교내 방송이나 자료로 소개한다. 동시의 2005 년도 학교급식은, 현내산 야채의 사용 비율은 약 27%, 시내산은 약 8%이었다. 잎을 먹는 채소 야채는 연중 안정공급 할 수 있지만, 감자나 당근 등은 현내에 산지가 적고, 계절에 의해서 품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치산지소책은 납입 업자에게 현지 야채의 사용을 호소하는 정도였다. 이번 실험에서는 조리장의 영양사 등이, 계절적으로 확보하기 쉬운 식재를 염두에 두고, 독자적으로 메뉴를 입안한다. 납입 업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치산지소를 밝혀 현재까지 이상의 협력을 요구한다. 또, 조리장 단위로 소규모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생산량이 적은 현지 식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동 시내에는 공동 조리장이 7곳이나 있어, 1일 2만 8,000식을 제공한다. 모든 시 통일의 메뉴가 기본이지만, 한달에 한번은 조리장 마다 특색있는 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향후 카스카와 공동 조리장 이외에도, 오리지날 메뉴의 날 등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노력을 통하여 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치산지소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아이들이 현지의 농산물을 알 기회로 하며, 농업 진흥에도 연결시키고 싶다」라고 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학교 급식에서 치산치소를 추진하는데 비하여, 우리의 경우는 현지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더 깊이 연구하여야 할 것 같다.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어렵게 찾아가는 것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목표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일단 공부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학교 다니는 중엔 입시 위주의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에서는 학교 성적이나 부모·주위 사람의 권고에 따른다. 인생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직업생활에 대해선 너무 모르고, 체험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15~29세 4891명)나 한국청소년재단의 조사(중·고생 1719명)에서도 진로지도나 직업체험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답이 전체 응답자의 7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학교에서 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로교육이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있어 행정·재정적 지원이 미흡한 상태다. 교과학습 이외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의 30%도 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학교교육에서 진로교육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상담 교사 확보나 다양한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진로교육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진로교육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인식, 탐색, 계획, 준비 과정을 체계적으로 거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계획을 장단기적으로 수립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진로 설계의 주도성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진로는 결국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등 9개 부처가 평생진로개발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국가와 시·도 단위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각급 학교의 진로교육과 직업체험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젠 실천만 남았다. 정부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 진로교육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조동헌 | 충남기계공업고 교사 현실과 동떨어진 엇박자 대책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 경제가 급속한 발전을 하게 된 것은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던 실업 교육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 교육은 산업 기술 인력을 배출하여 산업 현장에 공급함으로써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 경제를 고도로 성장하게 하는 주역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로 대학에 진학하는 교육 수요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실업계 고등학교(이하 실업계고) 교육의 위상에 대한 정체성 논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교사가 처한 현실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교사의 인적 구성 변화와 실업 교육의 정책을 조사해보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실업계 교원 수는 2006년 3만 6750명으로 1998년 4만 4265명에 비해 17% 감소하였다. 이는 실업계고가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되거나 실업계고 학생 수의 감소에 따른 교원의 자연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여교사의 수는 1998년 28.1%, 2002년 33.3%, 2006년 36.6%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의 비율을 살펴보면, 1998년과 2002년에는 3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006년에는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 이것은 교원의 주를 이루고 있는 연령대가 30대에서 40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실업계고 정책 변화 2006년도 직업교육 관련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교육부 김종관 과장은 주요과제 및 시행 방안 네 가지와 타 부처 협력 사업 두 가지를 언급하였다. 주요과제 및 시행 방안은 ① 산업수요와 직결되는 ‘명문 특성화고’를 2010년까지 200개로 확대하고, ② 실업고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낙인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현행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칭 ‘특성화계 고등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며, ③ 실업계고 졸업생의 취업과 진학을 병행하는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산업체에 의한 실업고전문대·대학 협약학과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④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 비율을 3%에서 5%로 확대하여 실업계고 졸업생에 대한 계속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타 부처와의 협력 사업으로는 ① 산업현장 적응성 제고에 의한 실업 교육의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해 산학협력 우수 실업고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②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기능 인력 양성을 위하여 기업·공고 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사업을 협력하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과 사업에 대한 내용은 실업계고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직업 교육 = 이류 교육’이라는 낙인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직업 교육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지식정보기반사회에 적합한 기능 인력 양성이 어려우며, 직업 교육보다는 대학 이상의 학력 취득을 선호하는 사회 풍조로 실업 교육이 유명무실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사, 업무 집중에 시달려 다음은 어느 대도시 공립 실업계 A고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학교는 직원 수가 100여 명으로 큰 규모에 해당하는 학교이다. 최근에 신규 교사로 5명이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지만 신규 교사 가운데 실업계열 교과(이하 전문 교과) 교사는 없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과거 십 수년간 계속되면서 전문 교과 교사의 연령층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편 여교사와 원로 교사(30년 이상 교육경력과 55세 이상의 교사)의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교사를 수평적 인간관계의 조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결정 구조나 업무 수행은 연공서열식으로 되어 있으며, 경력과 연령에 대한 고려가 존재하고 있다. 원로 교사는 풍부한 학교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인성 교육 등의 전문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면으로 볼 때, 학교 단위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원로 교사에 대한 규정과 복무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아무런 혜택이 없어 결국 수업과 업무의 배려는 학내 구성원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실업계고의 여교사 비율이 전체 교사의 36.6%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교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교사의 증가는 산업체에서 여성의 비율이 증가되는 시점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양성 평등을 반영해야 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 실업계고는 인문계고와 비교해서 여교사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하기에는 다소 열악한 상황에 있다. 실업계고에서는 산업체 동향 파악과 현장 실습 지도를 위해 산업 현장을 방문하거나, 학교 수업 이후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화 훈련을 시켜야 하고, 동아리 활동을 지도해야하며, 실험 실습 기자재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여교사에게는 다소 무리한 업무에 해당한다. 이를 진행하기 위한 보조 인력의 충원과 행정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그 업무는 일부 교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편 1990년대 정부는 직업기술교육 강화를 위해 실업계고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였고 98년까지 인문계 대 실업계 학생 비율을 50:50으로 조정하고자 전문 교과 교사를 증원하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되고, 2007학년도 대입에서는 실업계고 출신 학생을 정원 외로 3% 정도 선발하는 등 대학 진학을 독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현재는 전문 교과 교사의 신규 임용조차 극소수인 시·도교육청도 있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은 전문 교과 교사가 연령이 높은 층, 보통 교과 교사가 연령이 낮은 층에 속하기 때문에 부장 교사와 같은 주요 업무는 연령과 경력이 높은 전문 교과 교사가 담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전문 교과 교사가 실업계 학교의 의사결정과 업무 수행을 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교과 교사는 소외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업무 추진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부장 교사 임명과 업무 분장에서 연공서열식보다는 업무의 성격과 교과 안배를 고려하여 배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며 교사 간의 이해와 협조를 할 수 있는 공동체적 의식이 필요하다. 학교 업무나 교육은 성별, 연령별, 교과별로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나 교육 공백을 채워 줄 수 있는 행정 지원과 인력 보충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과 이기주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현재 실업계고는 인적 구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일부 교사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성화와 맞지 않는 교육과정 교육부는 산업 수요와 직결되는 ‘명문 특성화고’의 대폭 확대 방안에 따라 2010년까지 200개교로 확대한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실업계 학교는 특성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으며 특성화고의 전환에 따라 학과의 명칭이 재조정되고 교육과정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나 교육내용이 변화하지 않고 학과 명칭과 같은 무늬만 변형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와 실제로 수업하는 교과 내용이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학과별 중장기 발전에 따라 치밀하게 교육과정이 개발되지 못하고 급격하게 개발되어 오류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그 원인은 교사가 단기간의 연수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들이 짧은 연수를 통해서 급변하는 산업 동향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안식년과 같은 일정한 시간을 확보하여 집중적인 연수와 연찬을 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특히, 공립학교는 교사 이동에 따라 특성화 목적에 맞는 업무수행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특성화를 하기 위한 기간은 계획안과 타당성 검토 등 특성화 준비가 최소 1~2년, 교육과정과 실습기자재 구축이 1~2년, 교사 연수가 1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3~5년 이상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한 학교에 5년 이상 근무를 하면 다른 학교로 이동(시·도교육청마다 차이는 있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성화를 주도한 교사들은 특성화 구축 단계나 완성 단계에서 학교를 이동하게 된다. 실업계고 특성화의 필요성과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특성화의 취지가 무색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가 체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하고, 현장 적용을 위해 6개월에서 1년가량 산업체 현장 연수나 교환 교사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특성화를 위한 충분한 준비와 교사의 순환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청 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종 사업과 현장의 괴리 실업 교육 정책은 주요 과제 및 시행 방안과 타 부처 협력 사업 등으로 다양하다. 교육 정책에 따라 학교 단위의 사업도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현장은 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많이 축적된 경우 다른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여러 사업을 동시에 시행하는 학교는 정상적으로 사업 운영이 되고 있으며, 최종 소비자인 학생들이 만족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자문하고 싶다. ‘아니다’라는 답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 집단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업 기저에 깔려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근래에 시행하고 있는 기업·공고 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경우가 그러하다. 작년 17개 단위 학교에 시행된 기업·공고 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냈다고 판단되어 올해 41개 학교로 확대된다고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취지가 기업의 요구에 대한 인력을 학교에서 맞춤 훈련을 통해서 공급한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취지에 맞지 않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고 학교 단위에서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상당 부분 내포되어 있다. 현재 교사들은 기업체에서 요구되는 직무를 분석해서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별도로 직무분석을 배워야 한다. 직무분석은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전문가들도 오랜 경험과 연구를 통해서 시행되는 과정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동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선 교사들을 직무분석을 위한 연수에 내몰고, 10여 시간 연수를 받은 후 직무분석 실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산업체를 방문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교사들은 짧은 시간 동안 연수를 통해서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직무분석 지식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급급하고, 직무분석은 산업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산업 현장의 요구와, 교육 현장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이 별도로 움직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교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내몰리며 특허 연구, 직무분석 연구, 기업 회계 연구 등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면서 교실과 실습장은 무너지고 교육은 뒷전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교사들이 처음 접하는 직무분석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자괴감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직무분석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뒷받침되는 전문가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을 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교사들을 무능하다고 내몰 수는 없을 것이다. 사업 시행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현장에서 쉽게 접근하고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도구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업 완료 시점에서 보고되는 각종 자료들은 수행과정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자료 수집의 결과물일 뿐이다. 각종 사업과 현장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은 실업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적인 효과에 대한 도달치를 충분히 예측해야 하며, 보여주기 위한 성과 위주의 전시 행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지 않도록 많은 연구와 공청회를 거친 이후 시행되어야 한다. 학교라고 하는 조직은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의도된 협동 체제라 할 수 있다. 이 협동 체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자율적이고 헌신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교원 승진제도가 실업계고에 국한된 것이 아님에도 언급한 이유는 실업계고의 인적구성이 40대가 주축이어서 승진제도에 민감하여 학교 내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승진제도에 반영되는 평가 준거는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평정, 기타 가산점으로 구분되고 다른 항목에 비해 근무성적은 주관적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현실 반영 안 한 승진제도 교사는 학교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학교 문화를 좌우하는 주체이다. 교사 평가의 결과는 교사의 행동과 역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학교의 발전에 중요한 변화를 줄 수 있다. 따라서 교원 평가는 공정·객관·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 평가가 교사들로부터 논란의 소지가 되는 주요인은 평가 자체가 주관성이 매우 강하고 일방적일 뿐만 아니라 승진을 위해 활용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승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자가 특정 신분의 교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가는 교장과 교감이 50%씩을 점수화하고 있기 때문에 승진을 목표로 하는 교사는 자질, 태도, 직무수행 능력 등이 우수한 교사로서 동료들에게 인정받기보다는 평가자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상향식 눈치 보기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둘째, 평가대상에 대한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교급 간, 실업계·인문계·특목고 계열 간, 보통교과·전문 교과 간 차이가 있음에도 같은 척도로 평가를 하게 됨으로써 불평등한 평가가 이루어질 소지가 있다. 따라서 평가에서 과목 간 특성차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승진에서도 과목 간 특성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원 직급 간 순환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승진 시스템이다. 현재 교사는 승진을 통해서 교감, 교장이 될 수 있지만, 교장 후 교사로 순환하지 않음으로써 교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현직 교사들에게 주는 파급 효과가 작다. 교장을 경험한 교사가 현직으로 순환하여 현임 교장을 지원해주거나 교사들에게 교장의 어려운 점이나 일정 부분을 공유한다면 좀 더 바람직한 학교 문화가 될 수 있다. 넷째, 다양한 전문 교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다양한 특성이 있으며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학습지도의 전문가, 생활지도의 전문가, 상담의 전문가, 연구의 전문가 등을 양산하고 학습 현장을 중심으로 보람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문화는 승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제한함으로 인해서 획일화되고 있다.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에 논의되었던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수석 교사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승진 제도는 교육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중심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교장·교감과 같은 관리자는 수업을 하지 않고, 교사를 장학·관리한다는 측면이 평교사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교감 또는 교장으로서 임기 중에 매우 적은 양이나마 수업(정규 수업이 아니라도 인성 교육과 같은 특강 형태의 수업을 포함)을 하고, 임기를 마친 후 다시 평교사로 순환될 수 있다면 신분적 괴리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교사의 인적 구성 변화와 실업 정책을 조사해 보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직면한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교사의 연령이 높아지고 여교사가 증가하는 반면, 교사 수는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몇몇 교사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인적 구성의 불균형에 의한 갈등 요소가 잠복해 있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업 정책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산업체와 학교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전근을 가야 되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점과 각종 사업들이 지속적이지 못하고 단기적이며 교육 효과 보다는 전시 행정에 가까운 안타까운 점도 지적하였다. 특히, 현행 교원 승진 제도는 교육을 왜곡하고 있는 면이 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실업계고 교사가 학교 내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교무행정, 연구, 교수·학습, 학생 상담, 진로지도, 실업 교육 등 다양하다. 실업계고 교사의 전문성 논의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시도될 수 있지만, 교사가 다른 직종의 직업과 분리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수·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의 교수·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와 사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사가 실업계고 발전에서 걸림돌이 아닌 발전의 주체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명훈 | 서울 성동공업고 교사 실업계 고등학교(이하 실업계고)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 인력 양성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핵가족화와 소득 증대로 인한 고등교육 욕구 증대, 실업계고 입학자원수의 감소, 직업세계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실업계고가 학생과 산업체로부터 외면당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실업계고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다. 또한 실업계고 교사들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편과 이에 따른 교사의 주전공 변경, 수업 내실화와 신기술 습득을 위한 자기 연찬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워낙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학교 안팎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실업계고 교사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중도 탈락률 인문계고의 4배 실업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어려움으로는 첫째, 과거에 비해 기초학력과 학습능력이 낮고, 성취동기 및 학업에 대한 열의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교과지도를 하는 것이다. 둘째,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고, 당장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려는 학생들에게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다. 셋째, 직장으로의 취업지도뿐 아니라 상급학교로의 진학지도도 겸하는 진로지도를 하는 것이다. 넷째, 실습실 관리, 실습 기자재 관리와 같은 실업계고만의 행정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다섯째, 담당 교과목 수가 많으며,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실업계고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교과지도와 생활지도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실업계고 교사의 교과지도와 생활지도에 관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약간의 노하우를 제시하고자 한다. 실업계고의 교육목표는 학생으로 하여금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고, 실업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기능을 연마하게 하여, 산업에서 필요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산업에서 필요한 기능인을 실업계고에서 제대로 양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실업계고 중에도 큰 문제없이 교육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곳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의 실업계고 교실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학습하려는 의욕을 잃고 장난을 치거나 엎드려 자는 일이 예사로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잦은 무단 지각, 결석 등으로 인해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중도탈락비율(2006년 교육부 자료)이 인문계 고등학교(0.7%)에 비해 실업계 고등학교(2.9%)가 4배 이상 높은 것을 봐도 실업계고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지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 실업계고라고 하여 단지 취업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삶에 대한 뜻을 세우고 세상을 보람 있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에는 문제가 많은 학교에 의욕이 넘치는 교사가 새로 나타나서 열정과 사랑으로 지도하여,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을 바른길로 인도한다는 식의 영화들이 많은데,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많은 초임교사가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품고 교직생활을 시작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회의와 상처를 받기 쉽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정이나 열정만으로 지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업계고 학생 지도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자신감과 비전 을 주자” 중학교에서 적성보다는 학업에 대한 열의나 성적에 비중을 두고 진학지도를 하고 있어, 뚜렷한 목표 없이 실업계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비전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성공한 졸업생들의 사례나 신문 기사 등을 제시하면서, 학생들에게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을지라도, 이것이 끝이 아니며 10년 후, 20년 후에는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 자신도 학업에 관심이 없어 떠들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매일 같이 대하게 된다면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100명의 학생을 지도하는 것보다 의욕이 없는 10명의 학생을 지도하기가 훨씬 어렵고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극히 일부의 교사 중에는 “역시 이 녀석들은 안 돼”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사의 인식이 학생들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란 젊은이로 하여금 그의 가능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실업계고 학생들의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교사부터 믿고, 그 가능성을 비전으로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못하고 부족한 학생들은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의 힘, 칭찬 일부 실업계고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생활태도가 바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자주 부모나 교사들로부터 야단을 맞아 왔으며, 한 사람의 당당한 인격체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패배주의와 부정적 자아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상급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업계고에서도 여전히 지적을 받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학생들일수록 지적보다는 격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잘못한 일까지도 무조건 격려를 해주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 교육학자의 말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비타민보다도 칭찬이 더 필요하다. 특히 기초학력이 낮고, 학습능력이 부족하고, 학습에 대한 열의가 낮은 학생들에게 칭찬은 강한 자신감과 학습의욕을 불러올 수 있다. 학생에게 맞는 학습내용과 교육방법 찾기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학습의욕이 낮다 보니 간혹 선생님들 중에는 아무리 설명해도 수업내용을 알아듣는 학생이 극소수라고 한탄하는 분도 계시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자신의 수업에 문제가 있으며,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학습내용을 적절하게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교과서 내용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하고, 이에 맞게 교과내용을 재구성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화하고 있는 산업현장에서 졸업생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분석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업무가 많은 실업계고 교사가 직무분석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은 노력, 예를 들어 현장실습을 의뢰해 오는 업체들의 인사담당자들과의 전화통화만으로도 어느 정도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어떤 것들이며,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습내용의 수준을 학습자에게 맞출 필요가 있다. 실업계고의 경우 학교에 따라 학습자 수준이 다양하며, 심지어는 같은 학교라 할지라도 입학년도에 따라 학습자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수업을 받을 학생들의 수준을 사전에 확인하고, 그 수준에 맞게 지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년 초에 쪽지 시험 등을 통한 진단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습의욕이 낮고, 취업보다는 진학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실업계고 졸업생 중 취업자보다 진학자가 더 많음,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서 학생들에게 기능에 대한 흥미나 학습동기를 유발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는 교육정보화가 이루어지면서 실업계고에서도 ICT를 활용한 수업방법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2005년에 이루어진 제5회 전국 실업계 고등학교 교수학습 방법 우수 사례에 적용된 교수·학습방법의 유형을 살펴보면 60% 이상이 수업에 ICT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ICT를 활용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업방식에 비해 3~4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평균 3~4과목 이상의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실업계 교사에게 ICT 수업자료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웹상의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으나 적절한 ICT 수업자료를 찾기란 ICT 수업자료를 직접 만드는 만큼이나 어렵다. 또한 ICT를 활용한 수업이라고 하여 반드시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이나 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비해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교과내용과 관련이 있는 졸업생을 수업시간에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사회인이 된 졸업생으로부터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지금 배우고 있는 지식과 기능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든지, 대학에서 이 부분을 배우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 등 10~20분정도만 시간을 마련해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유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졸업생은 학창시절에 좀 더 열심히 생활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하며, 다시 다닐 수만 있다면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선배들의 이러한 이야기들은 학생들의 학업뿐 아니라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상호 교류를 통한 신뢰 쌓기 가정에서의 예절교육은 예전 같지 않으며,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되는 사회 질서의 붕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학생들의 가치관 등으로 인하여 실업계고 현장에서는 교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소위 ‘버릇없는 학생’을 가끔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학생들과의 교류를 기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있다. 그러나 올바른 생활지도를 위해서는 학생과의 교류를 통하여 신뢰를 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자신의 발전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교사의 지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학생들과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학생들과 각종대회를 함께 하는 것이다. 특히, 담임교사의 경우 학급 학생들이 가능한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담임배 OO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학생들과 정을 나누다 보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OO대회는 축구, 농구, 탁구와 같은 운동경기가 될 수도 있으며, 오목, 장기, 알까기와 같은 놀이가 될 수도 있다. 담임교사는 사전에 많은 학생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이끌고, 우승자에게 줄 약간의 상품(약간의 과자나 라면 식권 등)을 준비하고, 담임교사는 물론, 학급에 들어오시는 교과 담당 선생님도 함께 참여하도록 한다면 사제 간의 신뢰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대진표를 그릴 기회를 주고, 그것을 학급에 게시하면 그 자체가 좋은 환경미화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은 이벤트는 학생들과의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평생 기억에 남을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교류 생활지도를 위해서는 학생들과의 신뢰뿐 아니라 학부모와의 교류도 중요한데, 생활지도는 가정에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에게 학생에 대한 무관심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인식시키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자주 전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전화나 면담보다는 간략한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핸드폰을 이용하여 일일이 문자를 전송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으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문자를 전송한다면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게 되는 경우에도 사전에 학부모와의 교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하여 불만을 갖거나 항의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길게 보자 교사의 열정이나 노력에 비해 당장의 교육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절대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생활지도에서 눈에 보이는 교육효과가 없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교육에는 교육효과가 단번에 나타나는 것이 있고, 먼 훗날 나타나는 것이 있다. 또 교육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학생이 있고, 먼 훗날 나타나는 학생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지도해도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내용은 쉽게 바로 지도될 수 있는 것도 있겠으나 15년 이상 형성된 학생들의 태도나 습관, 가치관 등은 단기간에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비록 지금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을지라도 교육의 결과가 졸업 후 성인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오늘날의 실업 교육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실업계고 상황에서 교과지도도 생활지도도 제대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힘들다고, 문제가 많다고 실업교육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며,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실업계고 교사들은 앞에서도 언급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앞으로도 실업계고 교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아울러 실업계고 교사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지원을 한다면 실업 교육은 오늘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병욱 | 충남대 공업교육학부 교수 교원 양성, 대학원 체제 전환 필요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2005년 5월 12일 제61차 국정과제회의에 보고하여 의결과정을 거친 후 국민들에게 발표한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에는 사회적 수요변화에 부응하는 교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단위학교 중심의 변화와 혁신 지원을 위하여 직업교육 최고경영자 과정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 및 직업세계의 변화에 따른 교원수급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실업계 고교의 특성화 또는 통합형 고교로의 전환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과원교원을 수요가 있는 교과목의 교원으로 전환할 때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연수와 재교육의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체 경력이 있는 산·학 겸임교사의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교원 양성기관에서 양성하지 못하는 신규분야에 대한 교원 자격증 신설 권한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방안도 검토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을 연계하여 실업계 고교 교원들이 산업 현장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직무를 적시에 수행하고 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데 있다. 실업계 고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 중의 하나로 일선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의 역량을 한층 더 높여야 하고, 높은 수준의 교원만이 급변하는 지식·기술 발전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계고 교사들 학습부진아 지도에 관심 높아 실업계 고교 교원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산업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학습자들의 직업적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하여 교직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할 능력이다. 또한 교원 자신이 교직 전 생애 걸쳐 자신의 진로를 유지하고 개선·발전시켜야 할 자아실현의 수단이자 목적이다. 기존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실업계 고교 교원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교수·학습 방법 관련 직무수행 영역, 전문교과 내용 관련 직무수행 영역, 산·학 연계및 운영과 관련된 직무수행 영역, 그리고 학급운영 및 진로·생활지도와 관련된 직무수행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영역별 역량과 교육 요구 정도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수·학습 방법 관련 직무수행 영역은 에 제시된 바와 같이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된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된 능력’, ‘학습 부진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 ‘수업결과를 학업성취도와 현장 직무능력과 관련하여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적 요소이다. 특히 이 중에서 ‘학습 부진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매우 높다. 이는 실업계 고교 학습자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의 수준에 맞게 학습 내용을 선정·재조직 할 수 있는 역량이 실업계 고교 교원들에게 매우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전공, 부전공에 대한 교육적 요구 커 둘째, 전문교과 내용 관련 직무수행 영역은 ‘전공학과 교육과정 개발능력’ 등으로 구성되며 교육적 요구 또한 높다. 이 중에서 ‘전공학과 교육과정 개발능력’과 ‘필요에 따라 부전공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매우 높다. 셋째, 산·학 연계 및 운영과 관련된 직무수행 영역은 ‘현장실습을 계획, 지도,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학생의 기술 자격 취득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제외한 다른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가 있으며, 특히 ‘산·학협동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산업 현장의 최신 지식과 기술을 수집·분석하여 담당교과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매우 높다. 넷째, 학급운영 및 진로·생활 지도와 관련된 직무수행 영역은 ‘생활지도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이들 능력에 대한 역량은 매우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교육적 요구 또한 높다. 특히 이 중에서 ‘학교 공무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진로지도 능력’, ‘자기개발 능력’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매우 높다. 에 제시된 바와 같이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영역별로 제시된 20개의 역량이 모두 포함되고, 이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컴퓨터 및 새로운 매체의 활용 능력 등을 제외한 15개 능력 함양에 있다. 특히,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학습 부진아를 대상으로 수업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 전공학과 교육과정 개발 능력, 필요에 따라 부전공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 산·학협동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산업 현장의 최신 지식과 기술을 수집·분석하여 담당교과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대한 교육적 요소는 매우 높으므로 이를 현직 연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실업계고 교원 역량 강화 방안 실업계 고교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직교육만을 개선해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의 연계를 토대로 교사 양성·임용·자격·현직교육 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업계 고교 교원의 역량 강화방안을 6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가. 교원 양성과정의 개선 첫째, 산업 현장 변화를 고려한 탄력성 있는 교원 양성을 위하여 교원 양성과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실업계 고교 교원은 양성교육 단계에 산업체 현장실습 기회와 실험·실습 교육이 부족하여 산업 현장의 조직 문화와 여기서 활용되어지는 지식과 기술에 대한 경험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학교 현장 교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인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된 능력과 학업에 대한 의욕이 일반계 고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교과 교원 양성 체계에서도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교과 교육 프로그램이 미흡하거나 순수 교육학에 근거한 교육과정이 편성·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현행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 양성 체계는 산업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이를 학습자들에게 전달·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양시킬 수 있는 과정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계열 및 학과의 경직성으로 산업 기술 및 사회적 변화를 수용한 다양한 전공의 교원을 양성 공급할 수 없는 체제이다. 그러므로 산업 현장 변화를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분야의 교원을 적시에 양성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현행처럼 농업계, 공업계, 상업계, 가사·실업계, 수산·해운계 등 계열 또는 학과로 구분되어지고 있는 교원 양성과정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착화된 체제는 산업 기술과 노동 시장 변화 등 시대 변화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양성·공급하여야 할 임무가 부여된 실업계 고교 교원 양성기관의 역할 정립과 역량 있는 교원을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전문교과 교사를 양성하는 학부체제는 ‘전문교과 교원 양성 전문 대학원(가칭)’ 과정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과정으로 편성됨에 따라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임용과 승진·보수 체계 등은 보통 교과 교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후속 대책으로 마련하여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 과정은 각 분야의 산업 현장과 학부과정에서 습득한 관련 지식과 기술을 학습자들의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어떻게 학습자들에게 전달·평가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둔 석사과정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또한, 이 대학원의 입학자격 조건은 다양한 전공의 학사 학위자가 해당 분야 5년 이상의 산업체 현장을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여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원을 적시에 양성·공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즉, 산업체 현장 경력을 통하여 산업 현장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된 인력에 한해서만 교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다. 둘째, 양성 교육 과정에서 산업체 현장실습과 학교 현장실습을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 양성 교육에서의 산업체 현장실습과 학교 현장실습 내용은 산업체 현장 전문성, 산학협력, 관련 내용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교수·학습 방법, 학생 생활지도, 학급 운영 및 진로지도 등과 관련된 역량들을 체화하고 이를 부단히 성숙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들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교원 양성 단계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체 현장실습과 학교 현장실습은 일시적인 체험기간이 아닌 학기 또는 학년을 기본 단위로 학습자의 발달 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습 시간의 확대, 시기의 적정화, 그리고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나. 현행 교원 연수과정 개선 첫째, 산업체 현장 연수에 대한 의무와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연수 실적과 평가 결과를 교원 평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향상 교육에 대한 여러 번의 개혁 작업이 있었다. 그러나 향상 교육을 대하는 교원들의 일반적인 정서 및 성향은 자기 역량 개발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승진에 필요한 교량 역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교원의 역량에 대한 질 관리 및 질 제고 차원에서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오직 승진체계와 연결되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역량 강화와 자기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은 2~4년을 주기로 의무적으로 산업체 현장 연수를 비롯한 각종 연수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 직무 향상 교육 시스템은 이를 지속적으로 환류(feed-back)시켜줄 수 있는 교원평가제도와 연계하여 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혁을 시도하여야 한다. 둘째,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교원 양성 교육 과정과 향상 교육 과정의 연계가 필요하며, 기관 중심의 연수에서 자율적인 개인 중심의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실업계 고교 교원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의 교원 양성 교육 과정과 해당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부설 중등 교육연수원의 프로그램 및 교육 내용이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전문교과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이 계열별로 특정 대학에서만 양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교원들의 직무를 향상시켜 주는 교육대학원을 비롯한 1정 자격 연수, 자격 통합 연수, 직무 연수 프로그램 등도 이들 대학의 동일한 교수진과 시설 그리고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반복·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전문교과 교원들의 역량 강화 차원은 물론 향상 교육으로의 참여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연수는 정부와 시·도교육청 중심의 기관 차원의 연수 운영에서 점차 교사 개개인의 자율적인 교육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즉, 초기에는 기관 중심의 연수체제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점차 학교 중심의 연수체제나 개인 중심의 연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다. 자격 및 임용제도의 개선 첫째, 일정한 산업 현장 경험과 해당 분야의 국가기술 자격을 중심으로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의 임용 자격 기준을 재설정하여야 한다. 산업 현장의 전문성과 실험·실기 지도 능력, 산·학협동 능력, 그리고 학생에 대한 직업·진로 지도 능력을 갖춘 전문교과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입직 단계 이전의 산업체 현장 경력을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의 기본 임용 자격 기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체 현장 경력 기간과 관련하여서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외국의 사례를 기준으로 볼 때 학위취득 여부, 기간, 전공,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직급 및 기술 숙련도 등을 고려하여 3~5년 정도의 산업체 현장 경력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실기능력을 갖춘 교원 채용을 위하여 실업계 고교 교사 자격과 임용제도의 개선 및 유연화를 이뤄야 한다. 현행 교원 임용 제도가 갖고 있는 단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의 실기 지도 능력을 검증하거나 우대하는 방안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용시험에 실기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산업체 현장에서 일정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 임용후보자로 선발하여 교직과정에 해당하는 연수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 다음 교육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자격 검정 관련 법령에 대한 대폭적인 개정이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업체 경력자가 교직에 입문하는 경우에 관련 경력을 100% 교원 경력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라. 다양한 지원 체계 구축과 활용 첫째, 학교기업, 특성화 고교 지원, 주문식 교육과정, 기업공고 맞춤형 인력 양성 방안 등 현재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사업 수행과정에 산업 현장에 대한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부처들은 학생의 현장실습과 교원의 연구능력을 발전시키고,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학교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국책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을 연계하기 위한 각종 교원 역량 강화 방안으로 산업체 현장 연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산업체와의 맞춤형 교육 과정 또는 주문식 교육 과정을 개발·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역량들이 증대될 수 있으므로 국책사업과의 연계선상에서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학 겸임교사로의 임용 활성화와 보수의 현실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산·학 겸임교사 제도의 장점은 산업 현장의 변화를 학교 교육과정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학생들의 산업체 적응력과 실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산·학 겸임교사는 수당 부족으로 인한 우수자원 미확보와 생활지도 능력과 교수·학습 능력이 미흡하고 교원으로서의 책임감도 기존의 교원보다 미흡한 경향이 있다.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교원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산업체 경력자는 실업계 고교에서의 실기 지도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실업계 고교 관계자들의 주된 인식이다. 즉, 산업체 경력자가 산·학 겸임교사로 임용된 전후로 교직 문화에 적응하고 학생들의 교육역량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수 산업체 경력자를 산·학 겸임교사로 임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03년에 마련된 ‘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을 개정하여 산·학 겸임교사의 시간당 수당을 상향 조정하거나 월정액 또는 연봉제로의 계약을 권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1) 셋째, 기자재 및 시설 등과 관련된 물적 자원 연계와 교원 교류 등의 인적자원 연계를 포함하여 교육과정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연계가 가능하도록 관련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 현장의 기술과 정보 그리고 관련 지식을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및 실습 시간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역량들을 배양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교사 교육의 기회도 함께 지원되어야 한다. 넷째,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과 산업체 현장 전문가 간의 학습공동체가 조직되어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체제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집단 전체의 최우선 가치를 학습에 두고 그 촉진을 도모하는 집단을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 혹은 학습공동체(learning community)라고 한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내의 인트라넷 또는 인터넷을 활용한 CoP(community of practice:실행 공동체)를 중심으로 재직근로자 간에 지식과 업무상에 발생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확산시키고 있다. 실업계 고교 전문교과 교원과 산업체 현장 근로자 또는 전문가도 e-Learning을 통한 on-Line 또는 off-Line을 활용하여 동종 계열, 교과, 분야, 업계, 업무, 그리고 동일한 교육훈련 과정에 참여한 교원 상호 간에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 혹은 학습공동체(learning community)를 구축·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지원 체제 구축도 요구된다.
장명희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생애에 걸친 연수체제 구축해야 실업계고 교육은 최근 사회 제반 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업계고의 체제 및 운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에 발표된 직업교육 체제 혁신 방안을 비롯하여 현재 추진 중인 실업계고의 성공적인 체제개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 인력구조의 탄력성 부족으로 인한 전문교과 교원의 수급문제는 정책적 관심사항으로 계속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추진된 실업계고 육성 대책, 실업계고 체제 개편 및 제7차 교육과정 적용 등에 따라 전문교과 교사의 수급 문제가 대두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교과 교원 수급의 유연성 및 전문성 확보 방안의 모색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실업계고와 관련한 새로운 혁신 방안이 수립될 때마다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요인으로 교원의 유연한 수급과 질, 즉 전문성이 강조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체제 개편의 방향이 산업 및 직업세계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충분하게 공감하는 정책이라도 교사 개인이 유지해 온 진로 유지에 변화를 초래하고 이동(mobility)이 요구되면 진로 유지와 관련된 불안감 등으로 혁신 방향에 역행하는 주장을 하게 된다. 실업계고 혁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교사들이다.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실업계고 체제 개편을 계획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교사 문제를 지적한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업계고 체제 개편 등에 따른 교사 문제를 단순하게 수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오히려 교사 개개인이 안정적으로 체제 개편에 적응하면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취함이 적절할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이 글에서는 2003년에 수행된 실업계 고교 체제 개편에 따른 전문교과 교사 연수 운영 방안 연구(장명희 외, 2003) 결과를 기초로 현재 추진 중인 실업계고 체제 개편 방향과 교원 인력 구조, 전문교과 교사의 자격 연수에 대한 요구, 교원의 유연한 수급과 전문성 지원을 위한 연수 운영 방안 등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실업계고 개편과 교원의 인력구조의 관계 2003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각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업계고 체제 개편의 전체적인 방향과 전문교과 교사의 인력구조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업계고의 수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특성화 고등학교로의 체제 개편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지역적 여건에 따라 상업고와 종합고를 중심으로 한 일반계고로의 전환도 예측되며, 2005년에 발표된 직업교육 체제 혁신 방안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경향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문교과 교사의 인력구조에서는 ① 실업계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한 경우와 특성화고로 전환한 경우의 교사 인력구조 및 관리대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 ② 특성화고의 계속적인 확대가 새로운 분야의 교사 자격의 출현을 의미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실업계고의 학과 개편 경향은 전통적인 주류 학과들이 소위 ‘첨단학과’로 개편되어 왔고, 특히 IT 관련 학과 및 가사계열 학과로의 개편이 두드러졌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과개편이 외형적인 변화에만 국한될지, 아니면 교육과정의 변화까지 동반된 것인지는 경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학과개편의 경향성을 곧바로 전문교과 교사의 인력구조와 연계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실업계고 학급당 학생 수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4~35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3년 동안 대략 3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많은 시·도교육청에서 과원교사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실업계고의 학급당 학생 수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성에도 향후 실업계고의 학급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현행 교사배치기준에서는 교사 정원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넷째, 각 시·도교육청에서 2003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향후 3년간의 전문교과 교사 수급예측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상업정보, 기계·금속, 전기·전자·통신, 식물자원·조경, 화공·섬유 등 대부분의 자격분야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정보·컴퓨터, 조리, 관광, 미용, 디자인·공예, 의상, 식품가공 등의 일부 자격분야에서는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 결과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보여줄 뿐, 구체적인 규모와 방향성은 실업계고의 내적·외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실업계고 교원의 자격 연수에 대한 요구 실업계고의 직업교육 혁신은 체제 개편을 주요 추진 정책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 개편, 학과 개편 등으로 이어진다. 앞서 제시한 바처럼 학교 및 학과 개편은 바로 교육과정의 변화와 연계되며 이는 교사의 수급 문제로 이어지고 과원교원과 부족교원에 대한 문제 해결이 우선 과제로 제기되곤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해결해 온 주요 방법이 바로 부전공 자격연수이며 양성과정에서는 복수 전공 등이 있다. 다음에 제시한 내용은 학교 체제 개편에 따라 부전공 연수를 통하여 담당 교과를 이동한 교원 대상의 심층 면담 등을 토대로 전문교과 교사의 자격연수에 대한 주요 요구를 몇 가지로 정리·제시한 것이다. 첫째, 면담에 참여한 많은 교사들은 ‘즉각적인 활용’을 전제로 한 부전공 자격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둘째, 현재와 같은 희망자 중심의 연수 대상자 선발이 부적격자 선발로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나타나고 있었다. 따라서 부전공 자격연수의 대상자를 선발함에 있어서 희망자를 우선으로 하여 선발하되, 체제 개편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교과를 담당하게 될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강하였다. 이를 위해 부전공 연수의 지원자를 선정할 때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 개편 계획 등을 함께 제출·검토하는 방안도 제기되었다. 셋째, 부전공 자격연수의 운영과 관련하여 ① 방학 중에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현행 운영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② 연수 프로그램의 내용이 현장 중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요구, ③ 교수진 구성도 현장 중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였다. 넷째, 교육대학원을 활용한 부전공 자격연수의 방안에 대해서는 5학기 동안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고등학교 교육에 적용하기에는 수업 내용의 수준이 너무 높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 대안으로 교육대학원에서 일종의 주문식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나, 교육대학원 이수 이후에 석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요청되었다. 다섯째, 자격연수 이후에 교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추후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매우 높았으며, 특히 해당 교과에 대한 추가적인 학습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강하였다. 하지만 체제 개편에 따라 전문교과를 담당하는지, 아니면 보통교과를 담당하는지에 따라 추수 활동의 방법에 대한 의견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섯째, 행·재정적인 지원과 관련하여 학교가 희망하고 교사가 희망하면 해당 학교에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 발령 제도의 보완, 신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교사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요구가 있었다. 실고 교원의 유연한 수급과 연수 운영 방안 가. 효과적인 연수의 기본 방향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에게는 매우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반적인 연수의 방향은 정부에서 추구하는 교원연수 운영 방향의 틀 내에서 언급될 수 있다. 즉,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의 효과적인 연수 운영을 위해서는 교직 전 생애에 걸친 교원연수체제를 구축하고, 연수 운영 내실화 및 연수의 질 제고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한 교육력 향상을 추구(교육부, 2003)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는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 이외에 몇 가지 추가해야 할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실업계고의 내적·외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개편의 흐름에서 교직 전 생애에 걸쳐 교사로의 진로를 유지하고 개선할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체제 개편으로 인하여 담당하는 과목을 변경하는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실업계고의 역할, 교육과정의 정상화, 학생들의 직업능력 개발 등을 위하여 교사로서의 능력을 꾸준히 개발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근거를 제공한 연구에서는 실업계고의 체제 개편에 따른 전문교과 교사의 효과적인 연수 운영을 위하여 과 같은 교사 연수 모형을 수립·제시하였다. 의 모형에서는 실업계고의 체제 개편에 따른 전문교과 교사의 효과적인 연수 운영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① 교사 개개인의 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 측면에서의 접근, ② 교사 개개인의 주도성(initiative)과 자율성(autonomy)의 강화, ③ 연수 이수 방법의 수월성(excellence) 및 전환 과목에 대한 전문성 숙성 기간의 충분한 확보, ④ 전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함양할 기회가 지속적으로 부여될 수 있도록 세밀한 추수 활동(follow-up)의 전개, ⑤ 철저한 질 보장을 위한 연수비용의 경제적인 규모 확보, ⑥ 연수 이수 유형의 다양화, ⑦ 연수 기관에 대한 질 관리 체제의 확립, ⑧ 법적·제도적 정비 등의 방향성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한다. 나. 연수 운영 방안 이와 같은 기본 방향을 토대로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의 연수 운영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간의 학습이 가능한 연수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교사의 경력개발을 촉진한다. 둘째, 연수 운영의 내실화를 추구하고 질을 제고하도록 한다. 이를 위하여 즉각적인 활용을 위한 자격연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상자를 엄격하게 선발하며, 희망자를 선발하되, 학교의 체제 및 교육과정 개편 계획, 교사 활용 계획 등을 학교장 추천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희망자가 희망하는 분야에 적격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장치를 마련한다. 그리고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교수진을 구성하되, 분야에 따라서는 기술계 학원의 강사, 직업훈련기관의 직업훈련교사 등도 활용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실업계 전문교과 교사의 부전공 연수기관 평가인증제를 도입하여 연수기관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셋째,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 따라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연수 운영이 되도록 한다. 또한 체제 개편의 방향을 반영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도록 한다. 특히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정부나 교육청에서 부전공·복수전공 자격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교육대학원 진학, 대학 및 전문대학으로의 재입학 등과 같이 교사가 자율적으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을 제공한다. 넷째, 담당 교과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추수활동을 강화한다. 보통교과로 전환한 교원의 경우에는 교과교육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학교 주변에 위치한 대학과의 협약을 통한 특별과정 등을 개설하여 대학의 일부 교과를 청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추가로 지속적인 학습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전문교과로 전환한 교원의 경우에는 산업체 현장연수를 강화하거나 직업훈련기관 등과 같은 사회교육기관을 활용하도록 한다. 다섯째, 효율적인 연수 운영을 위하여 부전공·복수전공 자격연수를 위한 연수비용을 현실화 한다. 여섯째,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들이 체제 개편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포함한 행·재정적인 지원체제를 정비한다. 일곱째,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의 연수 운영을 포함하여 직업교육 전반에 관한 협의를 위하여 전국 시·도교육청 직업교육 관계자 협의체(가칭)를 구성하여 이를 상시화 한다. 정책적 제언 이 글에서 제시한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원의 유연한 수급과 경력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연수 운영 방안을 토대로 정책적 제언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글에서 다룬 주제는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원 개개인이 안정적으로 체제 개편이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단위 학교별로 체제 개편의 방향을 분명하고 체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실업계고 교육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체제 개편의 방향과 정체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 학교 현장 차원, 그리고 관련 연구자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논의와 공유가 꾸준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앞에서 제시한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부전공·복수전공 자격연수가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사 개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제도적으로 교사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표시과목이나 부전공·복수전공 자격연수 제도는 특정한 교과를 담당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교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교수·학습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개인의 나름의 학습활동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전문교과 교사가 보통교과 교사로 과목을 전환한 경우에는 교사가 해당 교과에 완전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 5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제시된 연수 운영 방안에서 초기에는 기관 중심의 연수체제로 운영하되 점차 개인 중심의 연수를 강화해야 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상 유지가 아닌 실업계고의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자신의 장기적인 경력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현재 교직 문화가 보다 적극적이며 유연한 성격을 지닐 수 있도록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전문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특히 부전공·복수전공 자격연수는 교직 사회 내부에서의 이동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교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수제도 하나만으로 교직 사회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즉, 교사 양성, 자격, 임용의 모든 교사관리체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현행과 같이 경직된 자격체제나 임용체제로는 교직 사회 내부에서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보다 유연한 자격체제와 임용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선행 연구들(정철영 외, 2000)에서 제안한 부분적으로 교사 표시과목을 시·도 교육감의 재량 하에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 시·도 교류나 공·사립 교류의 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를 위한 새로운 수요(예 : 산·학 전담교사, 진로상담교사, 실업계고 내의 행정전담교사, 평생교육사 등)를 창출하는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실업계고 전문교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업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상당수의 전문교과 교사는 자신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실업계고 교육을 정상화하여 한국 사회에서 실업교육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단순한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전문교과 교사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철수 | 경남 거제중앙고 교사, 사진작가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산지습지 우리나라 최서단에 위치한 흑산도는 일명 서초도라고도 부르며, 목포에서 93㎞ 떨어져 있다. 신라 흥덕왕 2년(828)에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면서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흑산도는 대둔도, 영산도, 다물도, 장도, 호잠도 등 여러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장도(長島)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비리 일원으로 사람이 사는 대장도와 사람이 살지 않는 소장도, 쥐머리섬, 내망덕도, 외망덕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흑산도의 예리항에서 홍도로 가는 뱃길은 여객선으로 30분 정도 걸리고, 그 뱃길의 시작에 위치한 장도까지는 일반 어선으로 15분이 걸린다. 장도는 섬의 대부분이 험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을이 위치한 곳과 일부 지역만 약간 완만하다. 대장도와 소장도는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섬으로 다시 떨어져 하루에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아침을 여는 태양은 흑산도의 상라산(226m, 전망대가 있음)에서 솟아오르고, 어둠의 여신을 부르는 일몰은 홍도로 떨어진다. 저녁 무렵 대장도에서 바라본 홍도의 모습은 노을에 쌓인 '붉은 섬'이다. 이 아름다운 섬은 남쪽(234m)과 북쪽(260m)에 높은 봉우리를 만들고, 그 사이에 여인의 가슴처럼 큰 분지를 품었으니 이곳이 우리나라 소규모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산지습지인 장도습지이다. 장도습지의 면적은 약 3만평으로 2003년 7월에 한국조류보호협회 목포지회에서 처음 발견하였고, 2004년 8월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05년 3월에 우리나라에서는 대암산용늪, 우포늪에 이어 3번째, 세계적으로는 1423번째 람사협약습지로 등록되었다. 1등급 자연환경 속 다양한 생물들 람사협약습지는 특별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가졌거나, 희귀동식물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장도습지는 소규모 도서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이탄층이 약 1m 두께로 발달되어 있어 수자원 보호 및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나 이곳에서 솟아올라 흘려 내린 지하수는 장도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또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는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Ⅰ급인 수달과 매, 멸종위기종 Ⅱ급인 솔개, 조롱이 등이 살고 있다. 동물에는 제주도롱뇽, 실뱀, 도마뱀, 가재, 플라나리아, 옆새우 등을 포함하여 포유류 7종, 조류 44종, 양서·파충류 8종, 육상곤충류 126종류가 조사되었다. 습지식물은 금새우난, 곰취, 춘란 등을 비롯하여 294종이 조사되었는데, 예전에 농경지로 이용하였던 부분은 선버들이 넓게 자라고, 하층식생에는 방울새풀, 쇠뜨기 및 흰꽃여뀌가 넓게 자라고 있다. 육지의 산지습지에서 주로 나타나는 오리나무, 진퍼리새, 도깨비사초, 끈끈이주걱 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습지의 일부에서 사초과(莎草科) 식물에 의한 사초기둥이 약간 나타났다. 습지를 이루는 식생을 나눈 결과 후박나무군락, 구실잣밤나무군락 등 26개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를 통해 장도습지의 자연성은 수질등급 1급수, 생태자연도 1등급의 판정을 받았다.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 찾는 탐사 대장도의 비리마을에는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전복과 우럭 양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장도습지는 이들의 사유지로서 김창식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모두의 노력으로 람사습지가 된 것이다. 마을에서 습지로 가는 길은 마을 뒷산(243m)을 넘어야 하는데, 가는 길은 2갈래이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다락밭 사이를 지나야 하는데, 장도의 명물인 흑염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흑산도를 바라보면서 갈 수 있다. 이 길을 이용하여 고개를 넘으면 습지의 물이 모이는 하부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물을 모으는 시설이 있고, 여기에 모인 청정수는 마을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다. 또 하나는 흑산초등학교 장도분교 옆의 길로 경사가 급하고 봉우리를 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다. 길 주변의 동백나무 꽃 사이로 바라보이는 흑산도와 장도의 모습은 절경이고, 마을과 양식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특히 이 길의 아름다움은 넓은 곰취밭과 큰천남성군락과의 만남이다. 습지는 동저서고 형태를 이루는데, 천길 절벽이 펼쳐진 높은 서쪽 부위에는 조릿대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살모사와 도마뱀은 느릿느릿 돌아다니고, 홍도가 손에 잡힐 듯 눈에 아른거린다. 낮은 동쪽 부위는 상록수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주로 나타나는 식물은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다. 습지의 물이 상록수림의 짝지골을 흘려 몽돌해변으로 통해 바다로 연결된다. 수량이 많을 때에는 짝지골의 입구에 폭포가 만들어지고 족탁을 즐길 수 있어 장도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곳이다. 습지에서 짝지골로 내려가는 등산로에는 참식나무, 백량금, 석위, 홍도원추리, 흑산비비추, 좀딱취, 금새우난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장도를 권한다. 자연 속에 묻혀 습지를 거닐고 휘파람새와 칼새 및 되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고, 일출과 일몰을 보면서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생각할 수 있다. ▶ 美와 孤 간직한 흑산도 일주 신라 흥덕왕 2년(828)에 해상왕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면서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흑산도! 파도와 바람의 영향으로 아름다운 절경이 만들어져 있는 흑산도에는 여러 종류의 기암괴석과 해안동굴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약전이 유배 도중 흑산도의 어류 155종을 조사하여 〈자산어보〉를 저술한 곳이고, 구한말에는 최익현도 유배를 왔다. 이처럼 흑산도는 유배와 절망의 땅이라 바닷물도 푸르다 못해 검게 변한 곳이다. 전광용의 '흑산도'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는 외롭고 서러운 섬 흑산도를 가슴으로 그리고 있다. 흑산도 여행은 섬 일주도로를 지프형 택시로 드라이브하거나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방법이 있다. 예리항을 출발한 택시는 진리에 도착하는데, 이곳에는 초령목(귀신을 부르는 나무)과 처녀신당 및 배낭기미 해수욕장이 있다. 상라산 전망대 오르는 길은 흑산도의 명소로서 동백나무가 심어진 꼬불꼬불한 길이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은 장관이고,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며,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를 새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또 이곳에서는 장도의 모습도 훤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마리와 비리마을 사이에는 교각이 없는 다리 형태의 도로가 개설되어 있고, 이곳에 신안군의 명소와 흑산도를 그린 벽화가 새겨져 있다. 비리마을에는 당산 옆 작은 바위섬에 한반도 지도 모양의 구멍이 있고, 심리마을을 지나면 정약전이 유배되었던 사리마을이 나온다. 청촌리의 최익현 유배지를 지나 예리항에 도착하면 2시간 동안의 일주 여행은 끝난다.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 전복과 홍어를 파는 아주머니들의 머리 위로 오늘도 흑산도 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관광안내 홈페이지 : tour.sinan.go.kr) 습지의 중요성 삶의 터전인 지구는 크게 바다와 육지로 나누고, 이 중에서 육지는 땅 위와 습지로 나눈다. 습지는 물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땅이란 뜻인데, 지구 표면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습지는 땅 위와 물 속 생태계 사이에 접하는 지역으로 일 년 중 일정기간 동안 얕은 물에 의해 잠겨 흙이 물에 젖어 있는 땅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물이 들어오는 상수도와 집에서 사용한 물이 흘러나가는 하수도는 모두 습지로 연결되어 있다. 늪은 오염된 하수도 물을 깨끗한 상수도 물로 바꾸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런 습지는 육지로 싸여 있는 내륙성 습지와 바다에 접하고 있는 해안성 습지로 나눈다. 내륙성 습지는 홍수 때 범람하는 흙이 쌓여서 강 유역에 형성되는 것들이나, 화산 폭발이나 빙하 이동 같은 지각 운동의 결과로 높은 산 지역에 형성되는 것들도 있다. 해안성 습지는 세계 대부분의 습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강물에 의해 실려 온 흙이 강 하구에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삼각주나 해안 갯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습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자원이다. 첫째, 습지의 풍부한 플랑크톤이나 영양분은 물속에 사는 곤충이나 조개류 및 물고기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또 이들은 새나 양서류 및 작은 포유동물의 먹이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있는 생물의 대부분이 습지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므로, 늪이 사라지면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게 된다. 둘째, 습지는 물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비가 많이 오는 시기나 건조한 시기에 자연 댐의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에게 식량을 주는 논은 사람이 만든 습지의 하나로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셋째, 습지를 이루는 흙은 주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각종 오염 물질을 받아들여 깨끗한 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습지 1㏊가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경제적 가치는 미국 돈으로 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돈을 들여 처리해야 할 오염 물질을 늪이 포함되는 습지가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넷째, 습지는 풍부한 물 자원의 확보, 수질 정화를 위한 비용 절약, 고기잡이와 식물자원의 확보, 교통수단, 휴양 및 생태관광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섯째, 습지는 물과 함께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함께 생명의 힘이 넘치는 공간으로서 자연 체험 교육의 장소로 활용된다. 습지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철새의 몸짓이나 물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식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음악가는 아름다운 선율이, 미술가는 아름다운 그림이, 문학가는 아름다운 글들이,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인류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그래서 습지는 중요한 것이다.
*뒤편으로 포탈라 궁이 보이는 언덕에 놓여있는 야크의 머리뼈에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박하선 | 사진작가, 여행칼럼니스트 '청장철도'로 한층 가까워진 티베트 세계의 지붕이요, 대륙의 심장격인 티베트 고원은 세계 최고의 오지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첩첩이 산들로 둘러싸여 보이는 건 온통 하늘을 찌를 듯한 산봉우리. 그 산길을 구불구불 기어가는 트럭을 타고 한나절을 하늘로만 올라가다 보면 만년설의 고독이 반기우고, 저 멀리 히말라야를 뚫고 흐르는 부라마푸트라 강의 넓고 조용한 흐름이 대자연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이따금씩 펼쳐지는 초원의 평지라고 해도 해발 3000m가 넘는 이 고원에서 살아가는 티베트 족들은 흔히 우리가 '밀교'라고 말하고 있는 '라마교' 즉, '티베트 불교'를 신봉하며 현실보다는 내세의 안녕을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신앙 그 자체가 곧 생활인 것이다. 이렇듯 살아있음에 위대한 땅 티베트는 그 어느 곳을 가도 지구가 아닌 어는 혹성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고 신들이 사는 불가침의 성역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 신비의 땅 티베트 고원의 중심인 '라사'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그만큼 가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물론 항공편을 이용하면 그 불가침의 벽을 단숨에 허물어버릴 수는 있다. 하지만 해발 3700m나 되는 고지대에 단숨에 불시착하게 됨에 따라 호흡장애와 두통 등을 일으키는 고소증세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만만치만은 않다. 그렇다고 일찍부터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 연결된 '청장철도'가 있어 급변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있다. 부라마푸트라 강의 한 지류인 라사 강변에 자리한 인구 15만 정도의 아담한 도시 라사. 지금은 비록 이곳까지도 현대문명의 손길이 미쳐 원초적 모습을 차츰 잃어가고는 있다지만 아직껏 그 독특한 건축양식과 오가는 사람들의 전통적 옷차림 등에서 티베트 고유의 멋과 분위기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또 그 유명한 '포탈라 궁'과 '조캉 사원'을 비롯한 큰 사원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모든 티베트족들이 성지 순례 차 이곳으로 몰려들어 연중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몽환의 세계 안내하는 조캉 사원 라사 시내에 들어오게 되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언덕 위에 고고하게 버티고 서있는 포탈라 궁이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그곳부터 들러보고 싶지만 참아야 했다. 왜냐하면 그 포탈라 궁의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900m나 되기 때문에 먼저 고소에 대한 충분한 적응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날은 먼발치에서 쳐다만 봐야하는 이 포탈라 궁이 더욱 신비스럽다고 느끼면서 발길을 일단 조캉 사원 쪽으로 돌린다. 시내 한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이 사원 일대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것은 이 조캉 사원에 불공을 드리기 위해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례자들은 '바코르'라고 말하는 조캉 사원의 담장을 따라 도는 순례코스를 몇 바퀴인가 돌고나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원 앞 돌바닥에 전신을 미끄러지듯 쭉 깔고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하는 큰 절을 행하고 있었다. 이것을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하는데 라마교도들의 특이한 행동과 토속적인 미가 물씬 풍기는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별천지에 자신이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헌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순례자들이 중노동이나 다름없는 이 오체투지를 하루에 500번을 행하고 나서야 자리를 뜬다는 것이다. 또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변방에서 평생의 소원인 이 조캉 사원의 참배를 위해 한 손에 법륜을 돌리면서 걸어서 온 자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불심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불심을 반영한 이 특이한 행동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몽환의 세계에 빠져든 듯 그 자리를 쉽게 뜰 수가 없게 되고, 이 전신투척이라는 게 우리나라의 큰절과 흡사해서 이게 바로 우리 큰절의 원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순례자들 사이를 비집고 사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가운데 수많은 버터 등불이 분위기를 잡고 있다. 이 조캉 사원은 7세기경에 지은 것으로 당태종의 딸 문성공주가 이곳으로 시집올 때 가져왔다는 불상이 대단히 화려하게 장식되어 보관되고 있으며 나무기둥들은 1300년이라는 긴 세월에 손때가 묻고 야크 기름이 묻어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가는 곳마다 사방 벽면에 석가모니의 생애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그려 놓은 탱화가 걸려 있고, 부처 또한 과거, 현재, 미래부처들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신들을 보호하는 신이 따로 무서운 괴물 모양으로 버티고 있다. 또 그 불상들 밑에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놓여 있어 지금은 비록 티베트 땅을 떠나 있을지언정 이들 마음속에는 아직껏 생불로 남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중들이 공부하기도 조캉 사원이 오랜 전통과 화려함을 말해주고 있다면, 시내 서쪽 변두리에 위치한 '뜨레풍 사원'은 규모의 엄청남을 말해주는 곳이다. 15세기경에 세워진 이 사원은 일종의 승가대학으로 전성시대에 중들의 수가 1만 명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동으로 나뉘어 지어진 건물들의 수가 한 부락을 이루고 있는 듯 했다. 현재는 450명 정도의 중들이 있고 건물 일부는 민간인들에게 임대하여 사용케 하고 있다는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중들 수만큼이나 개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발에 채는 것이 개들이기 때문에 달려들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또 뜨레풍 사원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사원이 바로 반대편에 있는 '쎄라 사원'이다. 거대한 바윗덩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산기슭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사원은 뜨레풍 사원과 거의 같은 시기에 설립된 승가대학으로 비록 미비하지만 오늘날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쎄라 사원을 유명케 한 역사적 사실을 한 가지 들자면, 1959년 이곳 티베트가 중국에 강제 합병될 때 뜨레풍 사원 쪽에서는 일찌감치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대한 쎄라 사원의 중들이 뛰어난 전술로 중국군을 괴롭히면서 끝까지 항전했던 사건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이따금씩 있게 되는 반(反) 중국에 대한 집회는 꼭 쎄라 사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주인 기다리는 천상의 궁전 티베트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포탈라 궁은 건물 높이 13층에 폭이 300m가 넘는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궁전으로 천상의 궁전처럼 떠올라 있다. 7세기경부터 짓기 시작해 15세기경에 거의 완성을 보았으며 5대 달라이 라마의 공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있는 이 궁전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큰 건물에 못 하나 사용치 않고 흙, 돌, 나무만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적궁과 백궁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적궁은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기념관 및 사원이고, 백궁은 거실 및 침실이다. 정면의 돌계단을 따라 천상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화려한 채색으로 어둑어둑한 가운데에서도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수많은 계단들을 오르내리게 되어 있는 길이 미로와 같았으며, 버터 등불 아래서 한나절을 두리번거려도 미련이 남게 한다. 특히 적궁에 있는 5대 달라이라마의 무덤탑이 1700㎏이나 되는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덕 저 밑의 호숫가에서 바라다보는 포탈라 궁의 모습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동화 속의 신들이 살고 있는 듯한 환상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지금은 주인 잃고 쓸쓸하기만 한 포탈라 궁은 마치 집나간 자식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처럼 슬프기만 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머지않아 인도에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포탈라 궁 주변을 새롭게 단장하는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 어머니의 슬픔도 머지않아 끝나게 될 것인가.
국립 사대 윤리교육과 85학번인 선배 K씨의 꿈은 당연히 선생님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키워온 선생님의 꿈을 아직까지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임용대기 상태로 발령을 기다리던 그는, 1990년 ‘국립 사범대 졸업자 우선임용 위헌(違憲)’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몇 명 뽑지도 않는 임용시험에 매달릴 형편이 못된 그에게 그야말로 험난한 인생살이가 시작됐다. 가족들 볼 면목은 둘째 치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학원 강사, 학습지 선생님 등을 전전했다. 작은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같은 처지의 남편과 결혼해 아이 낳고, 이럭저럭 살다보니 어릴 적 꿈은 그야말로 박제된 꿈이 돼 버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희망 란에 ‘선생님’을 적으며 좋은 선생님을 다짐했지만 이제는 정말 그 꿈을 접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정부가 국립 사범대 미임용자에게 교대 특별편입을 허용한 것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3학년에 편입한 그는 대학 새내기가 된 기분으로, 그토록 꿈꾸던 선생님에 한 발 다가선 기쁨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교대의 수업 분위기는 일반 대학과 달라, 대충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다. 자연 생활은 남편의 몫이 됐다. 틈틈이 돕던 학원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은 시부모님이 맡았다. 그러기를 1년, 그의 꿈에 다시 암운이 드리웠다. 임용시험에서 교대 특별편입생만 별도의 정원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교대생과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선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K씨를 비롯한 전국의 특별편입생 500여명은 수업을 거부한 채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교육부가 2004년 1월 국립 사범대 졸업자 중 교원미임용자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06, 2007년에 각각 500명의 미발령 중등교원 특별정원을 확보했는데 교대 특별편입생만 별도 정원 없이 공개 경쟁하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개경쟁인 것을 알고 편입했는데 지금 와서 특별정원과 별도 시험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수업거부는 장기화되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대 측은 특별편입생에게 특혜가 될 수 있는 어떤 계획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정부종합청사 후문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위를 하는 K씨는 많이 지쳐보였다. 중견교사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K씨의 힘겨운 삶은 우리 교육계의 쓸쓸한 단면이다. 그는 “잘못된 교원정책이 나의 꿈을 앗아갔다”고 원망했다. 어느덧 2006년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한 K씨를 보며 꿈을 이룬 선생님들을 생각한다. 선생님들이여~. 이미 이룬 꿈에는 꿈이 없는가, 이미 이룬 꿈에 더 큰 꿈을 보태고 싶지는 않은가. / 이낙진 leenj@kfta.or.kr
우리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도대체 대학입시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고, 대학을 나온다고 해도 직장을 찾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은 소위 교육 엑소더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년 들어 매일 2000여명이 외국 유학을 떠났으며, 지난 여름방학 때는 한 학급 35명 중 10여명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교도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 교육에 희망은 있는 것인가. 우리 국민들을 이토록 불안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총리의 잦은 경질이 그 불안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김진표, 김병준, 김신일 부총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아무리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교육의 수장이 바뀌는 현상 그 자체가 교육정책의 변화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교육문제도 국민들을 불만스럽게 한다. 국민들은 학교교육만으로 대학입시 준비를 끝내려고 하지만 대학은 고교성적을 믿을 수 없다하고, 고교는 대학이 평어만 반영하니 쉽게 출제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교사들을 엄정히 평가하여 실력 없고 불성실한 부적격 교원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나, 전교조는 교원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다. 일반 공무원에게는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는 성과급제도도 교원에게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반납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으로 논의되는 사학법 개정이나 고교평준화제도, 개방형 혁신학교와 자립형 사립학교, 외국어고 지역제한, 사교육에 의존하는 대입논술, 점점 커지는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 열풍, 전교조의 편향교육, 성인 사회를 닮아가는 학교폭력, 부실한 대학교육과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 등은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가의 존망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성패가 교육을 통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투명하고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원들이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교원들이 신명나게 동참할 때 그 정책은 성공한다. 그리고 일단 확정된 정책은 끈기를 가지고 빈틈없이 추진되고 환류 되어야 한다. 추진과정에서 다소의 문제점이 드러나도 보완해 가면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에 있어서 선의의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교원의 경쟁력, 교육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고교평준화 정책도 이제 대폭 손보아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나라밖에선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국내 교육에 있어서는 경쟁을 타부시하는 모순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지역특성을 살린 교육을 위해 주민직선에 의한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단위학교에 자율재량권을 최대한 부여하여 학교 간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원평가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느슨해진 교직사회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유․초․중․고․대학 간 긴밀히 연계된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이 시작되었는데 초등학교 1, 2학년에서는 교육과정에도 없다. 초․중등교육이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상급학교 입시는 교과성적이 좌우한다. 의사소통중심 영어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대입수능시험은 독해중심이다. 학교 간 학력차가 큰데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부추길 국가수준의 평가도 없다. 이런 문제점은 학교급간 연계체제가 미흡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넷째, 우리 사회를 이끌만한 건전한 가치관이 확립되고, 그러한 가치관은 학생들에게 항상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불법적인 찬조금이 존재하는 한 학교에 대한 믿음은 없다. 학교현장이 특정 교원단체의 편향교육으로 점철되어서는 더더욱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것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바람직한 교육경쟁으로 유도하고 국가경쟁력으로 승화시켜 국가를 살리는 희망의 길이다.
좀처럼 베스트셀러가 나오기 힘든 인문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책이 있다. ‘국어에 관련된 책은 재미없다’는 상식을 깬 (유토피아·이하 국밥)가 바로 그것.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오랫동안 편집과 번역 일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어의 ‘뉘앙스 차이’를 분석한 것이다. 다음 글을 읽기 전에 우선 당신의 국어 실력도 테스트 해보자. ‘엉덩이’와 ‘궁둥이’의 차이를 아는가? ‘가족’과 ‘식구’, ‘뜰’과 ‘마당’,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같은 의미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각각 달리 써야하는 말, 그것이 뉘앙스 차이다. 내달부터 본지에도 이 뉘앙스 차이에 관한 연재를 시작할 두 명의 저자를 만나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출간되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인기비결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철호 “‘한국어 뉘앙스’라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방적으로 서술하고 가르치기 보다는 문제-풀이-답을 통한 구성으로 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다른 국어 관련 책들과 차별화 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독자평을 보니 ‘국밥이라 그런지 술술 잘도 넘어 간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국밥 한 그릇’, ‘한 끼만 먹어도 든든한 국밥’ 등 제목과 관련해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제목은 누구의 아이디어입니까? 김철호 “도서출판 느린 걸음에 있는 선배가 사석에서 제안해준 제목입니다. 제목을 듣는 순간 첫 느낌이 좋았고, 이름에서 뾰족한 주장, 혹은 상식을 뒤집는 효과가 느껴져서 주변의 반대도 불구하고 선택했습니다. 또 영어 실력이 밥 먹여 준다는 요즘 세상에서 국어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한국어의 뉘앙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김철호 “오랫동안 편집자, 번역자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는 한국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어느 경우에 이 표현이 맞을까?’, ‘이런 경우에는 저런 표현이 적용되는데 그 이유는 뭐지?’ 등 그동안 늘 품어왔던 의문들을 직감이 아니라 원리로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한국어 낱말들의 뉘앙스 해설을 시도한 것을 보게 됐어요. 외국인을 위한 사전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뉘앙스 차이’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죠.” 김경원 “뉘앙스 차이에 대한 관심보다 평소에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번역가로서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언어에 대한 엄격함이 베인 것이었어요. 그런 노하우를 출판을 하거나 대중들에게 알린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습니다. 김철호 씨한테 한국어의 뉘앙스 차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금방 이 떠올랐어요. 홋카이도 대학에서 객원연구원 생활을 할 때 지인께 선물 받았는데 일어를 공부하면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느낀 한계를 말끔히 해소해줬어요. 책의 첫 장부터 제가 너무 알고 싶었던 낱말의 차이를 서술해주고 있어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죠. 또 그 책이 2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고 일본인들의 자국 언어에 대한 큰 관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쓸 때 항상 궁금해 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뉘앙스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모르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도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김경원 “궁금했는데 설명을 찾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사전 문화가 다양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또 막상 사전을 찾아도 이 낱말은 저 낱말로, 저 낱말은 이 낱말로 풀이하는 식이 많아서 아쉬운 게 현실이죠. 우리나라는 국어대사전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을 뿐 아니라, 문화수준에 비해 사전문화가 발달해 있지 않아요. 같은 ‘뉘앙스 사전’을 비롯해서 ‘거꾸로 찾는 사전’, ‘어미 조사 사전’, ‘어원사전’ 같은 여러 종류의 사전이 나와서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다양하게 발달할수록 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지고, 그러다보면 말을 기초로 한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들이 더욱 발전하게 되거든요.” -책에서 ‘국어’나 ‘우리말’보다는 ‘한국어’라는 표현을 쓰자고 주장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경원 “‘국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한국, 일본 정도뿐입니다. ‘국어’는 식민지시대에 널리 쓰였던 말이에요. ‘나라의 말(國語)’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국 중심적이고 배타성을 지닌 단어입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죠. 모국어 사랑은 좋지만 지구촌시대가 된 지금, 외국인이나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쓰지 않는 여러 타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는 ‘국어’보다 우리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단어죠.” -정말 국어가 밥 먹여주는 시대가 왔다고 보십니까? 김철호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가장 부족한 능력으로 ‘영어’보다 ‘국어’를 더 많이 꼽습니다. 영어 업무를 잘 하는 사람도 정작 국어로 보고서를 쓸 때는 표현력과 창의적 언어구사력, 논리력 부족을 드러낸다고 해요. 이런 현실 때문인지 최근 들어 인재 선발 기준으로 한국어 구사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국어 실력이 진학과 취업에서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죠. 국어를 올바로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능력은 어느 분야에서든 업무 능력의 기본이 되고 논리적 사고력의 기초가 됩니다.” -한국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철호 “우리가 항상 쓰고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은 ‘말’ 자체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가지고 생각해보세요. 물고기는 자신이 물속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숨을 쉬며 살지만 물을 의식하는 순간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되겠죠. 그리고 나면 시야가 확 넓어질 거에요. ‘말’에 대해 거리를 두면서 객관화 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경원 “무엇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그 중에서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죠. 요즘 맞벌이 부부들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데 아이들에게 그냥 읽는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책을 손에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 몸 가까이에 항상 책장을 두고, 서점에 많이 데려가고, 책과 친근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책에 대해 대화를 하십시오. 책을 읽는 것과 그것을 생각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니까요.” -한국어를 잘 알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는 일이 있다면. 김철원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동음이의어를 통한 말장난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너는 무슨 띠니?’라는 질문에 ‘나는 토끼띠’, ‘나는 파란 띠’라고 대답하는 말장난입니다. 이런 것은 말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게 돼서 언어감각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김경원 “모르는 말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안 찾아보면 잠도 못잘 정도죠.” -논술은 중요해지고 있는데 학생들이 아주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도 안 돼 있어 고민이라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김경원 “아이들의 글쓰기 문제에서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어요.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영상 문화 문제가 심각해요. 이미지로 한 번에 보니까 읽지도, 쓰지도, 생각하지도 않거든요. 그러니 출판문화는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시각매체와 문자 매체를 어떻게 조화롭게 받아 들여야 하느냐에 대해 선생님들께서 평소에 문제의식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김철호 “맞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접할 수 있는 시각매체는 무의식중에 빠져버리는 속성 때문에 상상력을 제한합니다. 또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무분별하고 엄청난 양의 정보들은, 좋은 정보를 조직화해서 쓸모 있게 만드는 사고력을 저해하죠. 문자, 글은 고도의 추상적이고 상징화된 기호라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데 말이죠.” 김경원 “인터넷에 떠도는 글 자체가 제한적인 어휘만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차단하기도 해요” 김철호 “인터넷에서 깊이 있는 글을 찾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에요. 심도 있고 밀도 있는 활자 매체에 비해서 가볍고 짧고 단순하며 대중적이죠. 인터넷 폐해 중에서 게임이 가장 심각합니다. 게임 개발자들이 상상해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든요. 아이들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어렵게 만들어요. 사고력을 통해서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정밀해 지는데 바로 이 생각하는 힘을 떨어지게 하죠.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경원 “사고의 최종 목적지는 글이에요. 선진국에서 학생들의 에세이를 중요시하는 것을 봐도 글쓰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인식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의 글쓰기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김철호 “글쓰기 훈련을 위해서는 이태준 선생님의 책 에 나와 있는 것처럼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다상량, 많이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죠. 언어자체가 사고의 도구이고, 사람들의 생각은 글을 통해 집적되고 전수되며 전파되거든요.” -일선의 교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철원 “학교 다닐 때부터 아쉬웠는데 국어를 비롯한 모든 과목을 지도할 때 단어,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셨으면 해요. 전치사에 대해 배운다면 ‘전치사’는 앞 전(前)자에 놓을 치(置)자를 써서 어떤 단어 앞에 놓인다는 말이고, 그래서 명사나 대명사 앞에 놓인다고 단어부터 개념을 명확히 해주는 것이죠. 개념 명확히 알려주면 학생들의 언어 감각도 키워지거든요.” | 이상미 smlee24@kfta.or.kr --------------------------------------------------------------------------------------- 김경원, 김철호 저자는 서울대 국어국문과 동기로 학생시절 ‘인문대 문학회’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다. 김경원 전임연구원은 여러 문예지에 문학평론가로 활동했고 일어 및 영어 번역가로서 , , 등을 한국어로 옮겼으며 현재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김철호 교수는 민음사에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 정신세계사, 월간 작은이야기 편집장, 나무 심는 사람 주간 등을 거쳐 현재 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와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sbi 교정교열과정 교수를 맡고 있다.
또래 리더로 구성된 약물예방단 올 2월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2년간 약물예방교육 시험학교로 지정된 전의중의 약물예방활동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학생들에게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흡연, 음주를 하던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으로 예방교육을 하기 전에 비해 흡연율이 80% 감소했다. 전의중 약물예방활동의 특징은 또래 리더를 활용한 '여중생 약물예방단'을 구성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또래 집단(peer group)은 비슷한 나이의 어린이들이 주로 놀이를 중심으로 형성한 집단을 말한다. 이 집단의 특징은 같은 집단의 구성원 간에 서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음주, 흡연을 하게 되는 동기는 대부분 호기심이나 친구의 유혹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 리더를 통해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어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는 데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의중에서는 지난 4월 학급별로 여학생 2명씩을 선발하여 안승미(3학년) 양을 단장으로 '또래 리더 여중생 약물예방단'을 구성하여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또래 리더 양성에 나섰다. 학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기군 청소년지원 센터의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총 14시간 동안 상담기법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또 6월에는 2박 3일간 '또래 리더 여름 캠프'를 실시했고, 개인별 자료집 제작, 약물의 해독성 실험 등의 시간을 통해 약물예방 리더로서의 자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장미지(3학년) 양은 "리더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며 "약물에 대한 피해를 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말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서도 약물예방에 대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약물예방단의 상담기법 교육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연기군 청소년지원 센터 안철현 상담원은 "아이들이 대표성을 갖고 있어서인지 수업에 참여하는 열의가 대단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참여 위한 다양한 행사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정기적으로 여는 '약물예방의 날 행사'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에는 총 5회에 걸쳐 실시되었다. 교과와 연계한 활동인 '약물예방 글짓기 백일장(산문, 시, 논술)', '약물예방 표어 만들기', '약물예방 4행시가 있는 예쁜 엽서 만들기'(국어교과), '약물예방 만화 및 이미지 공모전', '약물예방 포스터 공모전'(미술교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음악교과) 등과 '약물예방 정보사냥 대회', '약물예방 골든 벨' 등의 행사를 가졌다. 전학생이 직접 참여하고 수업 위주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 특히 음주, 흡연 경험이 있는 학생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 글짓기 백일장에서 금상을 받아 학교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금상을 받은 학생은 글을 통해 "흡연자가 금연을 한다고 할 때는 그 사람의 태도와 눈빛을 보고 도와줘야 한다"며 "체벌이 아닌 대화와 상담이 금연의 비결이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행사가 1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토요일의 독서방송 '운주골 메아리'를 통해 백일장에서 발표된 글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 갖추는 것이 목표 불과 9학급에 불과한 면소재지의 작은 학교에서 이 같은 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 특히 행·재정적인 뒷받침이 적기 때문에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전의중의 교사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표 교장은 "업무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담당 교과에 상관없이 학교일에 열심히 참가해주는 선생님들 덕분에 약물예방 교육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250여명 학생들의 모든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학생들에 대한 헌신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의 금연을 위해 가정방문으로 학부모를 설득하여 직접 금연침을 맞도록 하고, 담배 판매점을 찾아다니며 업주들을 설득하는 강호구 학생부장은 시범학교 운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며 "지난 1년간 약물예방교육을 한 후 이젠 아이들이 약물이라면 지겹다고 하소연을 하니 이것도 교육 효과 중 하나일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전의중에서는 2007년에는 좀 더 심화된 예방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또래 리더가 준(準) 상담원으로서 역할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새로운 또래 리더에 대한 선발 및 교육에도 충실할 예정이다. 또 학교교육과정의 탄력적인 운영으로 다양한 약물예방 연수 및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도록 준비 중이다. | 엄성용 esy@kfta.or.kr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가짜 줄기세포 파동'으로 우리 사회는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육계도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 강행, 여당의 날치기로 개정된 사학법 등으로 먹구름이 낀 채 새해를 맞이했다. 사학법 개정 논란 해결 어려울 듯 지난해 12월 9일 열린우리당은 몸싸움과 욕설을 감수하면서 사립학교 이사와 감사 일부를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을 막지 못한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장외집회에 나섰고, 사립학교에서는 신입생 거부라는 초강경 대책을 마련했다. 올 1월초 제주도의 사립학교들이 실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였으며, 2월 23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추기경으로 임명된 정진석 대주교도 사학법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표적감사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학비리를 척결한다며 전국의 모든 사립학교를 감사하겠다고 발표했고 신입생 배정 거부는 철회됐다. 또한 장외투쟁에 나섰던 한나라당도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전제조건으로 장외 투쟁을 풀고 2월 1일 국회 운영에 참가했다. 그러나 재개정 논의는 소위 '등(等)' 논란 등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로 끊임없이 공전만 거듭하다 7월 1일 개정 사학법이 시행됐다. 개정 사학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재개정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것과 사학 비리를 감시하는 데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는 이 논란은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새해에도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교육혁신위의 무리한 혁신 2003년 7월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발, 현재 2기가 활동 중인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설동근, 이하 혁신위). 혁신위는 교육혁신에 관한 방향정립과 개혁방안을 마련해 우리나라가 지식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하기 위한 목표로 설치됐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는 반대로 혁신위에서 내놓는 방안들은 언제나 큰 논란을 가져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지난 8월 11일 혁신위는 교원양성-연수-교장임용제도 개선안을 골자로 한 교원정책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력 제고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방안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교원 및 교육공무원은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에 상관없이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교장공모제의 도입은 교육계의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총은 교장 자격증 없는 교장은 학교 경영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며, 반면 전교조는 무리한 승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찬성하고 있다. 또 동료 교사에 의한 다면평가 방안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반발을 사고 있다. 혁식위의 이와 같은 행보는 혁신위의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이미 6월 9일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교원특위)에서 '보직형 교장공모제'가 위원들의 투표 결과 반대로 인해 폐지된 상황에서 두 달 만에 다시 교장공모제를 발표함으로써 신뢰를 잃고 있다.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닌 '목적에 맞는 혁신'을 이루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잇따르는 교육관련 단체 창립 올해는 교육관련 단체의 창립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1월 23일 전국 초·중·고 교사 6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뉴라이트교사연합(상임대표 두영택 전국중등교사회 회장)이 창립대회를 가졌다. 뉴라이트교사연합은 '자유경쟁 교육'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는 순수 교사연합회이다. 사학법 개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던 당시 상황에 맞춰 많은 정치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뉴라이트교사연합 창립에 앞서 1월 9일에는 '자유교원조합(자유교조)'이 창립위원회를 조직했다. 자유교조(위원장 이평기 경기 한광여고 교사)는 준비과정을 거쳐 4월 22일 대전에서 전국조직 창립기념대회를 열어 전교조, 한교조에 이어 세 번째 교원노조단체로 탄생했다. 자유교조는 창립위원회 조직 당시부터 "전교조의 사상과 이념에 반대한다"고 밝혀 전교조로부터 "건강한 교원조합이 아니고 배후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들었고, 이에 대해 전교조와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 좌파적 역사인식이 반영된 역사서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달리 우파적 역사인식이 담겨 있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 2월 출간되자 이 책을 현대사 교재로 삼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교원단체 뿐만 아니라 학부모 단체도 만들어졌다. 지난 9월 22일 창립대회를 연 '뉴라이트학부모연합(상임대표 김종일)'은 통제 위주의 교육정책과 전교조의 편향성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주도하고 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은 서울, 부산 등 전국 16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1만 5000여 명으로 각 지역 대표의 대다수는 학교운영위원장협의 회장이다. 또한 7월 26일에는 '교육선진화운동본부'가 발기인 대회를 갖고 "교육정책의 역주행을 막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지난 7월(울산, 제주 제외)과 8월(울산)에는 제5대 교육위원 선거를 통해 139명의 교육위원이 선출됐다. 9월 1일 개원을 통해 새롭게 출발한 교육위원들은 앞으로 4년간 활동을 하게 된다. 쓸쓸한 생일 올해로 25회를 맞이한 스승의 날. 이번 스승의 날 기념식은 8년 만에 정부와 교원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5월만 되면 되풀이되는 촌지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전국 초·중·고 학교의 약 70%가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 교육이라고 하고, 그 중심에 교원들이 있다는 말로 한껏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5월은 오히려 힘이 빠지는 시기가 되고 있다. 특히 스승의 날이 지나고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북 청주 시내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교육계는 큰 시름에 빠졌다. 비록 학부모가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교권이 무릎을 꿇었다는 한탄이 나오면서 교원들은 여러 가지로 힘든 5월을 보내야 했다. 점심 도시락의 추억(?) 지난 5월 발생한 '무릎 꿇은 여교사' 사건의 발단은 학교 내 부족한 급식시설이 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점심을 먹도록 하기 위해 급식지도를 하던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대다수의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되면서 급식은 종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발생한 급식사고는 학교급식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CJ 푸드시스템이 급식을 납품하는 학교 중 서울과 수도권 지역 23개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대전 지역의 초·중·고 68개교에서 학생 7만여 명에 대한 학교급식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해당 학교 학생들은 도시락이나 빵, 우유 등을 준비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이후 국회에서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해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직영화 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 규명은 끝내 실패했고, 무리한 법 개정으로 시설을 갖추지 못한 학교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끝나서도 도시락을 갖고 다녀야 했다. 도시락을 갖고 등교하는 것이 낯선 아이들에게 이번 사고가 어떻게 기억될까? 교원평가도 현재 진행형 2005년 11월 48개의 시범학교에서 시작한 교원평가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3월과 9월에 교육부는 교원평가 시행 결과를 발표했지만 결과 발표가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67개 학교에서 시행한 교원평가 대상학교를 내년부터는 500개로 늘리고 2008년도부터는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총,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의 반대와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학부모 단체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교원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불과 두 번의 시범 실시 이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교육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9월에 교원자격이 박탈된 무자격 교사가 6년여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해임된 사건도 대책없이 정년 감축을 시행하여 나온 결과이다. 충분한 논의가 없으면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 엄성용 esy@kfta.or.kr
*류복기가 1615년 자손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기양서당* 최효찬 | 저자, 비교문학 박사 지식시대를 맞은 요즘 기업경영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적 리더십이 퇴조하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여성적 리더십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더십의 권위자인 진 리프먼 블루먼은 인재를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들고 있다. 관계 지향적 리더십은 다른 사람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돕는 데 보람을 찾는다. 특히 이 리더십은 사회가 경쟁 지향적으로 되면서 실종되다시피한 덕목인 상호의존성과 사회적 관계성을 중시한다. '엄마형 리더십' 실천한 선조들 관계 지향적 리더십에는 협력형, 헌신형 그리고 성원형 스타일이 있다. 협력형 스타일의 사람은 팀을 구성해 협력하며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헌신형 스타일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데서 만족을 얻는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데서 진정한 만족을 찾는 것이다. 성원형 스타일은 사실 다른 사람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들은 성취감을 북돋워 주거나 고무한다. 그들은 스승처럼 조언을 하거나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자신이 동일시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업적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고도의 조직 통합력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은 특히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성장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하겠다. 명문가의 초석을 닦고 자녀교육에 앞장선 가문의 기획자들은 바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소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성 김씨의 청계 김진이 바로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요즘 글로벌시대에 국가나 기업에서 기획형 인재가 필수인 것과 마찬가지로 가문 또한 청계와 같은 헌신적 리더의 존재여부에 따라 명문가로의 도약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글로벌 인재를 만들어내는데 보람과 진정한 만족을 찾는 교육자들 또한 관계 지향적 리더십의 소유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교육현장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다른 요인들이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명문가의 초석을 닦은 가문의 기획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남성적 리더십이라기보다 여성적 리더십에 가깝다. 퇴계 이황의 경우 자녀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면 고기를 보내는 등 조언과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섬세하게 보살폈다. 일찍 아내를 잃은 청계 또한 아내 역할을 손수 하면서 자녀들을 교육하며 뒷바라지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선조들은 가부장적 권위와 질서가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던 500년 전 신분사회에서 이미 여성적인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요즘 지식위주의 감성시대에 요구되는 '엄마형 리더십'을 이미 500년 전에 도입했던 것이다. 핵분열 하듯 폭넓은 인재 배출 진성 이씨의 퇴계 이황과 의성 김씨의 청계 김진에 이어 관계 지향적 리더십을 지닌 가문의 기획자에 의해 명문가문으로 부상한 경우로는 안동일대의 전주 류씨 수곡파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안동 일대 전주 류씨의 경우에는 좀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수곡파와 그 지파인 삼가정파 후손들은 퇴계와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지는 않았지만 조선시대 여느 명문가들에 못지않게 수많은 인재들을 낳았고 문집 또한 많기로 유명하다. 전주 류씨는 조선시대에 의성 김씨, 안동 김씨, 진성 이씨, 반남 박씨와 함께 문집이 가장 많은 '빅5 가문'으로 꼽힌다. 전주 류씨 수곡파는 16세기 초 안동시 임곡면 수곡리 무실에서 시작돼 박실, 삼산 등으로 분가하면서 지손(支孫)들이 퍼져나갔다. 전주 류씨 가문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다름 아닌 청계이다. 전주 류씨가 안동에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강릉판관을 지낸 류식의 손자인 류성(1533~1560)이 청계의 사위가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청계는 8남매를 키워 5형제를 과거에 합격시키는 등 의성 김씨를 조선 최고의 명문가로 만든 자녀교육의 '원조 CEO'라고 할 수 있다. 대대로 서울에서 살던 전주 류씨 수곡파는 안동 무실에 살기 시작하면서 청계의 사위가 된 류성이 처가의 가풍을 흡수했다. 전주 류씨는 무실마을에 살면서 고개 너머 '내앞마을'의 의성 김씨와 수백 년간 혈연과 학연을 이루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청계의 관계 지향적 리더십이 전주 류씨 가문에 접목된 것으로 청계의 영향력이 자신의 가문을 넘어 전주 류씨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계의 딸을 부인으로 맞은 류성이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28세에 요절하자 부인은 친가의 예법에 따라 어린 아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남편의 3년 상을 마치고 자결했고 두 아들(류복기, 류복립 형제)은 외할아버지 청계가 데려가서 양육하였다. 또 외숙부 학봉 김성일은 외조카를 자기자식처럼 대하며 지극 정성으로 가르쳐 이들 형제는 문장과 덕행으로 존경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류복기는 학봉 김성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1615년에 자손들을 가르치기 위해 '기양서당'을 건립하였다. 기양서당은 한양에서 안동에 내려와 정착한 전주 류씨(수곡파)가 의성 김씨의 학문적 영향을 받고 학문토론과 교육을 담당하는 정신적 전당의 역할을 했다. 전주 류씨는 벼슬에 크게 나아가지 못했고 농사를 지으면서 가난하지만 학문에 힘쓰며 가학의 전통을 이어갔다. 또 집안마다 서당이나 초당을 지어 앞다퉈 후손들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전주 류씨는 다른 가문과 달리 인재가 마치 '다핵분열'하듯이 폭넓게 배출되었다. 수곡파는 다시 삼가정파로 분가를 거치면서 번성하게 된다. 삼가정파의 기획자로는 류봉시가 꼽힌다. 1674년에 류봉시는 승현과 관현 두 아들을 데리고 자신이 살던 무실 종가에서 분가해 인근의 위동이라는 한적한 곳에 터를 잡았다. 류봉시는 당장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서재를 지어 이를 '삼가정'이라 하고 세 그루의 가죽나무를 심었다. 자녀교육에 필요한 회초리로 삼기 위해서였다. 두 아들은 부친의 바람대로 과거에 합격했는데, 그때 류봉시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장남 류승현(1680∼1746)은 숙종 때 문과 급제해 종성부사 등에 올랐다. 동생 류관현(1692∼1764)도 문과에 급제해 형조참의에 올랐다. 그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그의 치적이 기록될 정도로 목민관 재임 때 선정을 베풀었다. 두 형제는 위동에서 다시 분가를 해 각각 지금의 박실과 한들에 자리를 잡아 삼가정파라는 새로운 지파를 이루었다. 특히 류승현의 가학은 류도원-류범휴-류정문 등으로 이어지면서 학문이 깊어져 '3대 도천(道薦)' 가문에 오를 수 있었다. 또 류관현은 4대만에 퇴계학통을 이은 정재 류치명(1777~1861)을 배출하게 된다. 도천이란 그 지방의 감사가 도내의 유능한 인물을 천거하는 것으로 그 지역에서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이들이 주로 천거돼 자연히 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다. 조선시대에 벼슬길에 나가는 길은 크게 과거에 합격하거나 벼슬을 지낸 조상 덕에 관직에 나가거나(음직) 도천(道薦) 받는 3가지 방법이 있었다. 부모의 솔선수범 교육법 실천 현재 전주 류씨를 대표하는 재계인사인 류목기 (주)풍산 부회장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 형수 등에 대한 각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류 회장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형수(정봉순)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인자하고 특히 이웃과 나눔의 정이 대단했다. 공부를 위해 안동읍(현재 안동시)에 살았는데 때마침 형님이 막 결혼을 한 신혼 때였다. 안동 단칸방에서 신혼 살이를 했는데, 그때 류목기는 형님의 단칸 신혼 방에서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정봉순 씨는 "풀을 뜯어먹더라도 시동생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자신의 신혼 단칸방에 시동생을 기거하게 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형수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시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요즘에는 단칸방에서 신접살이를 하려는 여성들도 별로 없겠지만 더욱이 한방에서 시동생과 함께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형수의 이런 배려 덕분에 류목기는 안동사범학교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솔저축은행 대표이사를 거쳐 (주)풍산 부회장으로 6년째 재직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류목기를 있게 한 것은 자식도 아닌 시동생을 함께 재우며 등록금을 대주며 공부시켜준 형수님 덕분"이라고 말한다. 류 부회장의 친형은 김천교육장을 지낸 류직기로, 자녀교육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집안으로 꼽힌다. 4형제 가운데 3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남 류영석은 종양내과 전문의로 현재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교수이다. 류영석은 경북대 의대를 나와 미국 앰디앤더슨 캔서 센터 등에서 오랫동안 암 연구를 해온 이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2남 류광석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7회)에 합격해 현재 싱가포르 대사로 재임하고 있다. 3남 류화석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정보학박사를 받았고 한솔텔레콤 대표이사로 있다. 또 4남은 프랑스에 유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4형제를 키운 자녀교육 방식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솔선수범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쁜 와중에도 항상 책을 읽었는데, 늦은 밤 자녀들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함께 책을 읽었다고 한다. 특히 류광석이 외무고시를 공부할 때에는 직접 일본어 책을 번역하며 아들의 고시를 뒷바라지 했다고 한다. 70년대 초에는 외무고시 시험과목인 외교사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고 일본어로 된 책이 필독서로 꼽혔는데, 일본어에 능통한 어머니가 직접 번역해주었다는 것이다. 류 부회장은 "옛말에 '아이들은 어른 등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자녀교육은 없다"고 말한다. "옛말에 '매끝에 효자난다'는 말이 있어요. 부모가 솔선수범을 보이는데도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행동이 바르지 않으면 회초리로 따끔하게 해야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됩니다. 요즘에는 너무 자식을 위한답시고 매를 안드는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선 필요하다면 체벌을 해야 합니다." 류 부회장은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너무 '방목'하는 교육을 해 자립심도 없고 책임감도 부족한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잘못을 반복하는 아이에게는 때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자녀교육을 잘 한다는 유대인도 성경에 근거해 '채찍에서 지혜가 나온다'며 체벌을 용인하고 있다. 류 부회장은 "유대인들은 13세 이후에는 아이가 이미 성장한 상태여서 회초리를 들지 안는다"면서 우리도 유대인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일부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면서 "자녀교육에 앞서 '어머니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못지않게 가정에서의 생활교육이 중요한데, 요즘에는 아예 부모들이 생활교육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계모임에 나가 아이에게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돈을 두고 왔으니 자장면을 시켜 먹으라는 어머니들이 있어요. 또 자신은 TV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에게는 공부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대학교육을 받아 지식이 풍부해 직접 자녀를 지도할 능력이 있는데도 아이들을 학원이나 과외로 내몰고 있어요. 귀찮으니까 과외를 시키고 학원에 보내는 거죠. 어머니가 본보기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아이도 제대로 바로 설 수 없고 자녀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비결은 조상의 정신을 배우는 것 안동 일대의 전주 류씨들은 이 지역에서 손꼽히는 '수재집안'으로 통한다. '주실에 한양 조씨가 있다면 무실에는 전주 류씨가 있다'는 말이 안동 일대에 회자될 정도로 인물이 많이 나는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조선 후기에는 퇴계학의 정통 계보를 잇는 류치명(1777~1861)을 배출했으며 해방 후에는 약 20명의 대학교수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공보처장관을 지낸 류혁인을 비롯해 시인 류안진 서울대 교수 등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인 이인화(본명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도 이곳 출신이다. 요즘 뉴라이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류석춘(연세대 교수)과 류석진(서강대 교수) 형제는 류혁인의 아들이다. 시인인 류안진(서울대 교수)은 3자매가 대학교수로 동생인 류혜령과 류현숙은 각기 영남대, 미국 아이오아주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보듯이 오늘날 안동의 전주 류씨 후손들은 학자와 시인, 소설가 등을 많이 배출해 학계와 문화예술계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권오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어려서부터 경학과 예학을 숭상했던 조상들의 문(文)과 행(行)을 직접 보고 들으며 조상들의 정신이 담긴 문헌을 통해 학습해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수곡파(삼가정파) 후손들은 문과 행, 충(忠)과 신(信)을 수백 년 동안 실천해 수많은 학자와 독립투사 등을 배출해왔고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는 다른 사람을 돕고 인재로 만드는데 진정한 만족을 추구하는 관계 지향적 리더십의 정신이 수곡파 후손들에게 아직도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가풍과 그 구성원들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사람들의 생애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도 숭고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며, 떠날 제엔 시간의 모래위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음을. 아마 먼 훗날 다른 누군가가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다 외로이 부서질 때를 만나면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 그 발자국을. 전주 류씨 가문의 내력을 보면 롱펠로의 시 '인생찬가'가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