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6,91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전남 광양시가 올해부터 지역교육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일부 고교생에 대한 해외 어학연수를 추진한다. 광양시는 6일 학교 자체영어능력 평가 또는 학교장 추천을 통해 선발된 고교 1∼3학년 학생 10명을 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4주간 美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위탁해 어학연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외연수 사업은 최근 급격히 줄고 있는 우수 학생을 우리 지역에 적극 유치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를 시작으로 광양시는 2006년까지 성적이나 생활태도가 우수한 50여명의 고교생을 미국 등 영어권 국가 우수 대학에 4주씩 어학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아울러 매년 20억 원씩 4년간 80억 원 이상을 학교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는 광양시교육환경개선조례를 제정해 광양시의 교육경쟁력을 크게 제고하기로 했다.
인천지역 각급 학교에 영어만 사용할 수 있는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이 설치된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영어회화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는 '잉글리시 존'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 1명을 고정 배치하고 교사-학생 영어캠프를 개설하는 등 듣고 말하는 회화 위주의 영어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와 중·고교생 영어듣기 능력평가 및 외국어 학력경시대회를 개최하고 모범 중·고교생과 외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문화체험 행사도 마련하기로 했다.
주삼환 /충남대 교수 1. 교육시장 개방의 전개과정 이제는 교육을 경제적 상품, 서비스, 시장, 산업, 무역의 대상으로 보아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스럽게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와 압력을 받고 있으며 또 그런 경제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국경의 장벽을 넘어 자유스럽게 교육서비스를 무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자의 논리가 교육에도 작동하게 된 것이다. 자유무역을 위한 교육시장의 개방 요구는 교육부문 중에서도 고등교육에 더 강력할 것으로 본다. 교육을 상품처럼 무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에 대하여 아직 이론이 있고 논란이 있지만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고등교육시장 개방에 대하여 준비하고 어떤 중요한 선택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있다. 교육서비스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1991년 UR협상부터라고 한다. 이때 우리 나라에서는 급한 금융·건설 등의 서비스에 가려져 교육시장 개방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1993년 12월 협상까지는 우리 나라의 교육시장 개방 문제는 일단 제외되었었다. 1995년 1월 WTO체제에서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 GATS)'으로 교육서비스가 무역자유화 품목에 포함됨으로써 우리 나라가 WTO에 가입한 이상 교육시장 개방은 기정사실화 되고 다만 그 시기와 방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1996년에 우리 나라가 OECD에 가입하면서 우리 나라도 다른 회원국과 똑같이 경상무역외 거래 자유화 규약과 자본이용 자유화 규약을 준수해야 할 입장이었다(이학춘, 2000). 2001년 11월 도하개발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WTO 제4차 각료회의(카타르 도하)에서는 2002년 6월 30일까지 각국이 양해 요구사항 목록을 제출하고 2003년 3월 30일까지 양허수용 사항 목록을 제출한 후 2005년 1월 1일까지 교육시장 개방계획을 완결한다는 일정에 합의하였다(이만희, 2002).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이미 학원시장은 개방을 하기 시작하여 1999년까지 5개의 어학학원이 진출해 있는 상태이고(이학춘, 2000) 고등교육 부문은 명확하게 협상 타결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등교육부문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1997년과 1999년에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1997년 2월 외국인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외국인 투자업무가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여 사실상 고등교육 시장을 완전 개방한다고 하였으나 2002년까지 외국으로부터 신청이나 문의조차 없게 되자 2002년 교육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세계수준의 외국 우수대학원 분교 유치나 석·박사학위과정 공동운영'을 위하여 '고등교육법및사립학교법중개정법률안'을 내놓아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추진계획'을 세워 이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교육서비스는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가 만만치 않게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첫째, 1991년 UR협상에서부터 교육서비스를 무역에 포함시켰으나 국가간 교육교류는 교육의 국제화 현상의 일환으로 보아야지 무역으로 보아 교육을 상품화시킬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둘째,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은 무역 자유화의 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등교육부문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하게 되어 있으므로 교육은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과 같은 경우 교육은 주정부의 권한에 속해 있는데 교육을 국가 간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 사립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비영리(non-profit) 법인이 운영하게 되어 있어 공적영역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교육은 무역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섯째, 교육은 각 나라마다 다른 독특한 역사, 전통, 문화의 산물이지 무역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섯째, 학생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교육을 상품으로 다룰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유럽학생연합(National Unions of Students in Europe) 대표도 "학생들의 권익, 즉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한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교육부, 2002). 교육을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1)국제화의 범주 (2)공공성과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 (3)비영리사업 (4)국가가 아닌 지방정부의 권한에 속한 경우 (5)역사와 문화의 산물 (6)학생의 권익 보호에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만만치 않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이고 시장개방의 개념이 아니라 교육의 국제화 추세에서라도 어차피 우리의 고등교육분야는 더 개방적이어야 하므로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PAGE BREAK]2. 교육시장 개방의 원칙과 형태 WTO의 시장개방에서 일곱 가지 원칙 또는 규칙을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내국민 대우의 원칙은 외국인과 내국인과의 차별대우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인데 거꾸로 내국인도 외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둘째, 최혜국 대우의 원칙은 가장 유리하게 대우한 수준을 모든 나라에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투명성의 원칙은 국내에 적용되는 모든 규율과 법적 조치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국가독점의 제한 원칙은 독점을 부여할 필요성에 대한 국가주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섯째, 정부보조금의 제한 원칙은 정부보조금을 제한하게 하여 외국 참여와 경쟁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여섯째, 인허가상의 무차별의 원칙은 인가와 허가에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국인 대우의 원칙을 더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본다. 일곱째, 점진적 자유화의 원칙은 위의 여섯 원칙을 점진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7원칙을 더 압축하면 (1)시장접근의 제한 제거(GATS 제 16조, 위 원칙6) (2)내국민 대우상의 제한 제거(GATS 제 17조, 위 원칙1) (3)국내규제 제거(GATS 제6조, 위 원칙3)의 셋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시장접근의 제한'인데 이것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①서비스 공급자수의 제한 ② 비스 거래액 또는 자산총액의 제한 ③서비스 총 영업량 또는 총 산출량의 제한 ④총 고용인력의 제한 ⑤서비스 공급기업의 형태 제한 ⑥외국 자본의 참여 제한으로 외국 시장에서의 접근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대학을 설립하고 교수나 직원이 되고자 할 때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내국민 대우'는 자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대우보다 외국인을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부득이 제한을 하려면 양허표에 미리 기재해야 한다. 내국민과 차별 대우를 하기 쉬운 예를 들면 (1)내국민만 보조금을 신청하게 하는 경우 (2)차별적 세금 징수 (3)차별적 재정 조치(수수료 등) (4)국적요구 (5)거주요건 (6)인가 및 자격 요건 상의 제한 (7)등록 요건상의 제한 (8)인가요건의 제한 (9)기술이전 및 훈련 요구 (10)내국 서비스의 우선 적용 (11)재산 및 토지소유 등을 제한하여 외국인이 교육시장 접근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사립학교 법인 이사나 교수가 되는데 제한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국내규제'로 인해서 시장 개방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국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 정부가 기본적인 규제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 국내규제가 객관적이고 공평하며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가조건 및 절차, 자격요건, 기술기준에 관한 국내규제를 조심스럽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교육에서 어떤 형태의 교육시장 개방이 가능할 것인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 개방에 의한 서비스제공의 형태를 네 가지로 분류하여 묶어 놓을 수 있다. 첫째, Mode 1 국경 간 공급(cross-border supply)은 각 나라 국민이 자국 내에서 외국 소재 방송통신교육기관 등을 자유스럽게 이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프로그램의 국가간 이동의 자유화를 의미한다. 원격교육, 사이버교육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교육시장 개방에 있어서 Mode 1의 형태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편, 컴퓨터, 위성방송, 각종 매체에 의한 통신교육으로 초기의 프로그램 개발비 이외에 교지나 교사, 교육시설 등에 대한 많은 투자 없이 사무실 정도만 있으면 국경을 넘어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제, 2년제 등 장기과정, 학위과정도 있을 수 있고 단기과정, 비학위과정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사적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 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문을 열기 위해 특별히 더 노력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본다. 공적으로 외국인이 국내에 사이버대학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국내 사이버대학 설치 기준과 동등하게 해주면 될 것이다. 문제는 학점인정과 학위인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에 있다. 예를 들면 사이버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가지고 국내 정규대학에 편입하고자 할 때 이를 인정해줘야 하느냐이다. 사이버에서 취득한 자격증이나 면허증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로서는 사적영역으로 돌려 각 개인, 각 대학의 판단과 사회적 공인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원격교육의 저질 프로그램의 범람에 대한 우려이다. 시장성에만 맡겨 놓을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따를 수 있다. 교육부장관의 허가를 안 받고 "학교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할 경우"는 처벌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우리 나라의 방송통신교육이나 사이버교육이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문제도 따져 봐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 프로그램이 국경을 넘어 중국이나 일본, 미국, 그리고 교포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없는 지 검토해볼 일이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을 영어로 만들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PAGE BREAK] 둘째, Mode 2 해외 소비(consumption abroad)는 소비자나 그 재산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른 회원국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유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 교육소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하는데 해외소비에 제한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는 미국, EU 국가,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중국, 태국 등이고 일본은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학천, 2000). 유학생에 의한 국가 수입은 호주의 경우 총 수출액의 12%에 이르며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은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호주나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예산삭감에 대한 대응으로 유학생 유치 정책을 써서 지금은 성공적으로 고등교육을 해외에 팔고 있다. 우리 나라 학생이 유학생으로 나가는 데는 문제될 것이 없으나 오히려 유학의 문이 너무 많이 열려 있어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까지 무차별적으로 나가고 또 정규유학이 아니라 어학연수의 명목으로 나가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우리 나라로 들어오는 유학생이 적어 무역역조가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시장성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집중노력을 하고 외국인이 유학해 오는 접근성에 제한이 있는 지에 대하여 세밀하게 검토하는 등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외국 유학생이 들어오는 데 있어서의 제한은 우선 언어의 제한, 비싼 생활비의 제한, 외국학생 수용의 제한, 학생정원의 제한 등 많은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의 대학생들이 유학생 유치로 대학재정난을 타개한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나라도 유학생 유치에 적극 노력할 때라고 본다. '해외소비'는 다음에 나오는 '상업적 주재'보다 고등교육 시장개방의 가능성이 높고 또 어느 나라나 승산이 있다고 본다. 잘만 하면 자본과 투자를 덜 드리고 유학생을 유치하여 교육수출을 할 수 있다. 셋째, Mode 3 상업적 주재(commercial presence)는 일국의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소유나 부동산 임차 등을 통해 타국의 영토에 주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의 본교, 분교의 설립 등과 같이 자본의 이동이 따르는 것인데 이 상업적 주재의 자유화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업적 주재의 형태도 여러 가지가 있다. (1)단기과정을 포함하여 외국인이 국내에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교육기관의 경영주가 되는 경우(신설, 분교) (2)외국 교육기관이 국내 교육기관 경영자와 합작 또는 계약으로 자국의 교수 및 직원을 파견하여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3)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 교육과정, 경영방식, 교육방법 등만을 제공하고 그 명칭만 사용하게 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방식 (4)외국 교육기관이 학생모집을 주된 업무로 하는 국내 사무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상업적 주재의 자유화를 위해서는 1997년과 1999년 사립하교법의 개정으로 많이 제한을 제거하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대학원대학의 유치를 위해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는 안을 내놓고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외국인이 본교나 분교를 설치하기에는 그 시장접근성에 있어서 많은 제한을 느낄 것으로 본다. 그러면 현 상태에서 우리 나라에 대학을 설치하려는 외국사람이 있을 것인가? 선진국에는 아예 사립학교법 같은 것 자체도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실정인데 그들이(예, 미국)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획일적인 통제를 받기 위해 우리 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 올 것인가? 학생을 뽑는데 수능시험을 치러야 한다든지 본고사 필기시험을 치르면 안 된다든지 등의 세밀한 간섭을 받기 위해서 우리 나라 안으로 들어와 대학을 설립하고자 할 것인가? 학생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안 들어주면 총장실을 점검해버리는 한국의 교육여건을 외국인들이 모르고 고등교육으로 돈 벌겠다고 한국에 들어 올 것인가? 또 우리 나라에 고등교육서비스를 가지고 들어와서 돈을 벌어갈 자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외국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만 받아 가지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진국의 유명한 대학들은 자국 내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비싼 돈을 내면서 유학(해외소비)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이 아쉬워 모험이 따르는 어려운 '상업적 주재'를 위해서 애쓰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 상업적 주재로 들어오고자 하는 대학이 있다면 이는 자국에서 발을 못 붙이는 저질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누가(어떤 학생이) 국내서 외국대학교육을 선택할 것인가? 능력 있는 학생들은 '해외 소비' 유학으로 현지에서 공부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유학을 가면 우선 24시간이 다 공부하는 시간으로 확보된다. 그리고 캠퍼스 안과 밖에서 책뿐만 아니라 생활을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웬만한 능력만 있으면 학문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장학금을 받거나 연구비를 받으며 유학하게 된다. 그래서 능력 있는 유학생은 100% 등록금만으로 공부하지는 않는다. 결국 외국대학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다 해도 부실 대학이 들어오고 부실 학생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모두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이것도 초기에만 속지 않으면 현명한 학생들이 저질 교육을 비싼 값에 사지는 않을 것이므로 저질교육은 결국 남의 나라에 들어가서 망하게 된다. 미국이 일본 고등교육 시장에 들어가서 실패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또 실패하고 싶겠는가? 넷째, Mode 4 자연인 주재(presence of natural persons)는 서비스 공급을 위해 자연인이 일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형태를 말한다. 교수, 직원 등의 인력이동이 자유스럽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이 Mode 4 자연인 주재에 '약속할 수 없다(unbound)'고 공표하고 있다(이학천, 2000). 미국도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프랑스도 시장접근을 제한하여 국적 요건과 역외교육기관의 설립 및 교육행위는 관할 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요구하며 이태리도 국가공인졸업장을 발급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교육서비스 제공자의 국적 요건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리스, 덴마크, 스위스도 국적 요건을 요구하고 중국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허가증을 받거나 교수의 자격 요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하여 거의 개방해 놓은 상태이다. 이제는 초빙공고 등 기타 관행들을 보다 더 면밀히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 인적교류는 시장개방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학문발전을 위한 국제화의 측면에서라도 세계 여러 나라들과 함께 더 문을 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적자원이 해외시장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길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PAGE BREAK] 이렇게 살펴볼 때 (1)Mode 1의 원격교육의 개방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고 (2)Mode 2의 해외유학에서는 유학생 유치에 더 힘써야하고 (3)Mode 3에서 본교나 분교 설치보다는 단기과정, 합작과 계약에 의한 경영참여, 프랜차이즈 방식, 학생유치 사무소의 가능성이 더 높은데 여기서 저질대학과 저질 프로그램의 유입을 경계하고, 또 우리 교육의 진출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4)Mode 4 교육 인적자원 교류는 국제화 측면에서라도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3. 우리의 선택 지금 까지 살펴 본 고등교육시장 개방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것이어서 교육시장개방을 다루는 초기에 출발점에서 검토했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는 중간에서라도 가끔은 출발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인 방향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를 위하여 개방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모든 학교를 철저히 통제로 묶어 놓았었는데 교육시장개방이라고 하여 외국대학만을 위하여 갑자기 풀어놓으면 기존의 사립학교는 어떻게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외국을 위한 개방보다 먼저 국내대학을 위한 개방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미래를 가정한 개방 보다 먼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많은 대학들을 위해서 개방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내국민을 불리하게 역차별을 하는 선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교육시장 개방을 준비한다고 온통 외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에 급급한데 외국인을 위한 특례, 특별법, 특구지정은 내국민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되어 우리 나라 내국민이 국내 헌법기관이나 WTO에 우리 나라 정부를 제소하는 웃지 못 할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그것이 실지로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GATS가 외국인에게 내국민 대우를 하라고 했지 특혜를 주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 우수대학원 유치 추진계획'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리고 이 법조문에서 외국'우수'대학원(고등교육법 안 60조⑤)이니 '세계적인 수준의'대학원(고등교육법 안60조④)이니 하여 애매하고 모호한 기준이나 용어를 법조문에서 사용하게 되면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적, 국내적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셋째, 고등교육사업을 영리사업으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비영리사업으로 놔둘 것이냐의 선택이다. 영리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육시장 개방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교육으로 자선을 하겠다고 국경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학교를 100% 영리로만 봐도 더 큰 문제이다. 교육과 학교가 그야말로 모두 시장판, 장사판이 되기 때문이다. 국립과 공립을 제외한 사립을 모두 영리목적으로 하든가, 아니면 사립의 일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게 하여 외국인 설립의 경우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게 한다 해도 '내국인 대우'에서 역차별이 되어 문제이다. 또 우리 나라 정부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고등교육으로 돈을 벌어 가지고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용납하거나 권장할 것인가? 그럴 때는 국내 사립학교가 교육 장사를 하겠다는 것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우리는 이런 딜레마에서 빠져 나가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교육수출과 진출을 위한 개방이냐 아니면 교육수입을 위한 개방이냐의 선택이다. 50여 년 동안 고생하면서 외국에 유학하여 배워 왔으면 이제는 웬만한 교육은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오히려 외국 유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국비로 그것도 우수하다는 대학원생을 엄청난 돈을 줘서 유학을 보내고 외국의 대학원까지 국비를 들여 끌어오려는 선택을 한다면 우리의 대학과 대학원은 언제 살아날 수 있겠는가? 국내 대학원생에게 국비장학금을 주고 국내대학원을 지원하는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발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한국 고등교육도 이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교육의 나라가 아닌가? 특수하고 급한 분야만 단기적인 임시 처방으로 외국교육을 수입하여 때우게 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세계수준의 외국우수대학원을 수입하면 파급효과로 우리 나라 대학원 교육이 발전 할 것으로 믿을 수 있는가? 지금 국내에 경쟁상대가 없어서 우리 나라 대학원교육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보는가? 외제 수입보다 국내 대학원을 지원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제화를 위한 개방이냐 시장개방을 위한 개방이냐의 선택이다. 우리 나라의 사교육에 해당하는 학원과 성인교육의 일부, 고등교육의 '상업적 주재'의 본교·분교의 설치 등 일부는 영리와 시장개방으로 돌려도 좋겠지만 '국경 간 공급'이나 '해외 소비' '자연인 주재' '공동·협동 프로그램' '학점·학위 상호인정' 등은 충분히 국제화의 측면에서 활발하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도 찬반논란이 있고 변화의 여지가 많은 교육시장 개방의 측면에서만 개방정책을 다루지 말고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국제화의 방향에서 장기적으로 고등교육개방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시장개방은 국제 규범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대응해 놓고 나머지는 가능하다면 '약속할 수 없음'으로 하여 우리 나라 역사 문화를 크게 해치지 않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위한 노력으로 우리 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병철 /서울고 교장·한국중등영어교육연구회 회장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빠른 속도로 하나의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며 개방화의 물결 속에 1일 생활권이 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거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어인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되고 있다. 영어가 국가 사회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교육적 목표가 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영어교육 활성화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 중 과학·기술의 각종 정보가 대부분 영어로 전달되고 있다. 카플란(Kaplan)에 의하면 1982년 기준으로 세계 정보의 85%가 영어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영어교육 활성화는 '국경 없는 하나의 사회' 속에서 영어권 외의 모든 국가가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영어수업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Teaching English Through English)'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영어로 영어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유창한 회화 능력,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이 조화를 이뤄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 나라는 제4차 교육과정부터 '살아있는 생활영어'를 강조했고 제5차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두었다. 제6차 교육과정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의 양성'이라는데 기초를 두었다. 수준별 교수-학습을 강조하는 제7차 교육과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7차 교육과정에 담긴 영어교육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여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서 기초적인 생활영어를 익히고 선택중심 수준별 교육과정에서는 수준 높은 언어 능력과 실무영어 구사능력이 균형 있게 신장 될 수 있도록 생활영어와 실용영어에 중점을 두었다. 둘째, 유창한 언어사용 능력을 배양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 동안 우리의 영어교육은 문법 중심에서 독해력 중심으로, 독해력 중심에서 듣기·말하기 중심으로 변천해왔다. 셋째, 체험학습 교육과정을 통하여 살아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초등학교에서는 노래·게임·놀이 등 활동중심의 수업을 통해 자신과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익히는데 중점을 두고 중·고교는 다양한 의사소통활동과 수준 있는 구사능력 배양에 중점을 두었다. 넷째,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단계별 수준에 따른 성취기준을 명료화하였다. 성취기준의 수는 330개로 의사소통 예시문과 기본어휘 수를 크게 늘려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여 다양한 표현을 익히게 하였다. 다섯째, 심화·보충형 교육과정, 단계형 교육과정, 선택형 교육과정 등 수준별 교육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영어라는 언어도구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하고 기초부터 높은 수준까지 다양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7차 교육과정은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영어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의 우리 영어교육 현실은 아직도 인적, 시설·재정적 측면에서 그 토대가 매우 빈약하다. 자격 있는 원어민 교사의 확보가 쉽지 않고 영어교사의 영어구사력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자는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처음 시작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쉬운 영역부터 점차 단계별로 높여 나간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과감히 줄여야 한다. 셋째, 학생 중심의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 경우 말하기 능력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넷째, 교과서 편제를 말하기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교과서 구성체제로서는 말하기·듣기 영역이 빈약할 뿐만 아니라 특히 말하기 영역은 극히 초보적인 단계이다. 다섯째, 영어교사의 해외연수는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해야 한다. 단기 연수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섯째, 국내 연수의 경우는 특별 프로그램 의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로써 'English Zone' 'English Town' 등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저렴한 경비로 해외연수와 같은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영어가 국제 경쟁력이다'라는 구호 속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있으며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해당)을 마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우리 나라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유치원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는 열 셋 사내아이다. 동물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다. 때로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것만 생각한다. 조금 전에 내가 동물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에소그램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동물 생태화(動物生態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동물 습성을 기록한 그림이니까. 하지만 나는 동물 생태화란 말을 쓰지 않는다. 영어나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들이 쓰도록 남겨 두었다. 그래서 내가 쓰는 말은 동물 그림이다. 나는 어린아이여서 쉬운 말이 좋다. 동물 그림 그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책상 위가 지저분한 지우개 가루로 뒤덮이곤 했었다. 그런데도 완성된 그림은 엉성했다. 들여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깨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은 손가락 사이로 입 바람이 새어 나갔다. 그러다 웃음이 잦아들면 눈가에 눈물 몇 방울이 맺히곤 했었다. 한다고 해보았지만 그림으로 동물의 습성을 다 그려낼 수가 없었다. 기세 형이 동물 그림 작업할 때 사진기를 이용하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사진기를 쓰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내가 만드는 동물 그림은 드러내 놓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집 안의 소리들이 모두 잠이 들면 그때서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은 신경질을 냈다. 엄마가 텔레비전 원격 조정기를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이 바쁜 아버지의 귀가는 들쭉날쭉했다. 엄마가 밤마다 텔레비전하고 놀도록 놔두시는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텔레비전도 지치게 된다. 텔레비전 소리가 죽고 나면 나는 발자국 소리가 안방으로 사라질 때를 기다려야 했다. 발자국 소리는 심통이 나 있을 때가 많았다. 안방으로 들어간 발자국 소리가 더 이상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그때서야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공책을 펼쳤다. 공책 종이 긁히는 소리가 생쥐 쏠아대는 소리처럼 들렸다. 내 귀가 긴장해 있는 까닭이다. 그림을 그린 후에 글을 써야 했다. 그러는 중에도 내 귀는 안방에 가 있었다. 안방은 거실 건너편에 있어서 웬만한 소리는 그곳까지 날아갈 수가 없었다. 더구나 글씨 쓰는 소리는 더 그랬다. 그런데도 나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동물 그림을 그릴 때마다 긴장했다. 그런데도 내가 왜 그 일을 그만두지 못했을까. 시험에 처한 내 혀를 지켜내고 싶다는 그 생각뿐이었을까. 나는 비밀스러운 무엇인가를 캐어내고 있다고 느꼈었다. 같은 일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다보면 원래 목적한 것 외에 다른 것을 얻기도 하는 법이다. 이런 날이 석 달 열흘이었다. 내가 동물 그림을 그리는 첫째 목적은 내 몸의 살 한 점 때문이었다. 혀 말이다. 그 살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일을 은밀하게 진행했었다. 운이 따랐는지 석 달 열흘 동안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었다. 같은 방을 쓰는 사촌 형에게 비밀로 하기는 어려웠다. 기세 형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기세 형의 혀가 조금이라도 가벼웠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아마 칼 맛을 보고 말았을 것이다. 소독 냄새나는 칼, 생각만 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내 작업을 엄마 아빠에게 비밀로 해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의 동물 그림 속에 두 사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은 주인공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 부모를 동물로 보고 관찰했던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짐승으로 본다면 그냥 웃어넘길 부모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내가 짐승이라고, 입히고 먹여서 공부시켰더니 이게 보답이냐, 네가 날 짐승 취급한다면 나도 널 짐승 취급 해주마, 이제부텀 네가 벌어서 공부하고 먹고살거라.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동물 그림을 그려왔으니 재수가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가 내 서랍을 뒤지기도 했었다. 내가 하는 일에 아주 깜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동물 그림 공책을 책가방 속에 넣어서 학교에 갔었다. 엄마 코를 따돌려야 했으니까. 그럴 때 나는 사냥개 코를 따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 마리의 여우였다. 내 공책은 그 동안에 재가 될 고비도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 동물 그림이다. 그 공책을 공개하려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여기에 있는 동물 그림은 공책 중의 일부이다. 그리고 어제 만든 것이니 가장 최근의 그림이다. 전량을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밝은 분들은 자료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 같아 일부만 내어놓는다. 동물 그림을 공개한다는 것은 우리 부모님 특히 엄마를 많은 사람들에게 고발하는 짓이다. 우리 엄마는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지극하다못해 지나치다. 이런 엄마를 세상 사람들의 입에 들이밀어야 하는 나 역시 가슴이 아프다. 우리 엄마가 짐승인지 아닌지는 이제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내 두 다리는 책상 위에 있었다. 다리가 책상 위로 올라가니까 엉덩이는 의자에 올려지고 윗몸은 등받이에 파묻히게 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다리가 책상에 올라가면 피로가 쉽게 풀린다. 하지만 어른들 중에 이런 나를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였다. 하이구, 잘 씻지도 않는 그 놈의 족발을 또 올려놨냐! 그런 정신 자세로 무슨 공부를 하니. 하지만 지금은 안심이다. 내 휴식을 훼방 놓을 사람은 집안에 없다. 다행이다. 노래에 맞춰 까딱까딱 발 박자를 맞췄다.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시 노래가 최고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댄스곡을 켜 놓고 머리통에 김이 나도록 춤을 춘다. 멍울이 맺힌 기분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2년 전에 이미 그런 시기를 보냈다. 지금 내 말상대는 대학 2학년 기세 형 정도다. 나는 친구들보다 최소한 십 년쯤은 앞서 가고 있는 셈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니까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나를 멀리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일찍 철 드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지오디(god)의 '투나잇(Tonight)'은 랩 부분으로 넘어가 있다. 영어 랩이다. 수십 번도 더 들었던 부분이다. 같은 곡인데도 영어로 들으면 노래 맛이 다르다. 우리말처럼 딱딱하지도 않았고 촌스럽지도 않다. 머리까지 끄덕거린다. 따라 부른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다. 혀가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입에 익은 노랫말들인데도 혀가 부드럽게 꼬부라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까. 잉글리시 온리 존(English only jone)에서 나에게 우리말을 내뱉도록 만든 아이가 있었다. 그 일 때문에 나는 감점을 받았다. 감점이 많으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불리해진다. 학교에서 그렇게 정해 놓았다. 그 찜찜한 기분이 혀를 뻣뻣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박자까지 놓친다. 3시 5분이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4시 26분에 학원 승합차를 타야 한다. 1 시간 21분 동안은 내 시간이다. 녹음기 볼륨을 높였다. 노래 소리가 시원하다. "너 뭘 하는 거니.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어?" 머리를 돌려 소리나는 쪽을 보았다.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아줌마는 우리 엄마였다. 길다란 동물을 물커덩 밟아버린 느낌이었다. 엄마 눈은 책상 위의 내 다리에 머뭇거린다. 그 눈이 나에게로 건너온다. 독기 품은 뱀 눈이다. "넌 엄마도 눈에 안 뵈냐? 다리 못 내려!" "헤헤헤. 나는 이렇게 하면 영어가 잘 들려요." 엄마의 입술이 씰룩거린다. 기가 차다는 표정이다. 녹음기에서는 영어 랩이 끝나고 이런 노랫말이 이어졌다. '넌 왜 나한테 짐승처럼 구는 거니, 우액우액… .' 뒷머리를 긁으며 정지단추를 눌렀다. 한 번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 꼬인다는 걸 뭐라고 하지, 그런 날이다. "이젠 잔꾀도 부리냐? 사내답지 않게 쪼잔하기는 …." 영어 학원을 가기 전에 가져보려던 내 시간이 비실비실 도망가고 있었다. "넌 엄마 때문에 공부하는 거니, 응?"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빈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다. 엄마는 내 영어 공부만은 사생결단으로 간섭하려든다. 하나에서 열까지. 그러다 내가 영어 공부를 좀 게을리 한다 싶으면 저렇게 땅이 꺼지게 한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오죽하면 내가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을까. 엄만 나에게 영어 공부시키려고 태어났어? 나는 그렇게 극성맞은 엄마가 싫었다. 이제는 엄마의 한숨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질 지 훤히 꿰고 있다. 영어듣기 못하는 사람이 걸리는 병이 있다. 무엇인지 아느냐. 귀머거리다. 아주 무서운 병이다. 그리고 영어 병신이 하나 더 있다. 영어 벙어리로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요즘은 이런 세상이다. 영어를 못하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 너 이 따위로 공부해서 누구처럼 그렇게 살고 싶냐. 이런 엄마의 애원과 협박을 들을 때 나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이럴 때에 엄마의 잔소리를 멈추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엄마에게 내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암, 암, 나 생각 있어요. 암, 열 세 살, 적은 나이 아니에요." 어깨를 으쓱한 연후에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서양인들의 몸짓이었다.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가 인터뷰할 때였다. 그가 갑자기 미국인으로 보였다. 그 까닭을 생각해보았다. 할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그는 '암'이라는 군소리를 쓰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엄마에게 그 방법을 종종 써먹었다. 그런데 이때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말 발음하듯이 '암, 암'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혀를 잔뜩 말아서 입안에서 두어 바퀴 굴린 뒤에 내뱉는 '암'이어야 한다. 그러면 영어권에서 살다온 동양인으로 보이게 된다. 그렇게 하면 엄마의 얼굴이 좀 펴지곤 했었다. 그러니까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려면 나는 혀짜래기가 되어야 했다. 멀쩡한 정상인이 혀짜래기가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혀를 꼬부리고 돌돌 말아서 '암, 암' 했었다. 엄마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내가 영어공부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의 영어 공부에 얼마나 집착이 심한지 한 가지만 더 흉을 보겠다. 지난해 봄이었다. 엄마가 나를 지하철역으로 데리고 갔었다. 나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였다. 그곳에서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라는 것이었다.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고. 나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쉽게 미치지 못했다. 머리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외쳤다. 여러분, 여기 용감한 어린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영어 연설을 들려드리겠답니다. 자, 박수를 주세요.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붙들린 한 마리 원숭이가 되고 말았다. 내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만큼이나 시뻘갰다. 죽을 맛이었다. 엄마는 나를 노려보았다. 썩 나서지 못해! 배고픈 암사자 아가리가 떠올랐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이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운 까닭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우연히 엄마의 수첩을 보게 되었다. 그 속에 신문 광고 쪼가리들이 끼워져 있었다. 형광 펜으로 그어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수치심만 털면 영어의 입이 열린다'. 그랬다. 엄마는 나에게 그 광고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번대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영어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처럼 엄마는 특히 신문 광고에 민감했다. 광고는 또 어찌그리 많은지, 자고 일어나면 영어관련 전면 광고였다. 무슨무슨 영어전문학습지, 영어동화학습, 영어전문학원, 연극으로 배우는 영어, 운동경기와 함께 배우는 영어회화, 벼라 별 것들이 많았다. 그에 따라 엄마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도 달라졌다. 지하철역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새로운 영어 터득 법을 나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 방법대로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그 때문에 나는 새 광고가 나올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내 생각에는 내 영어 공부보다 엄마부터 이성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영어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나도 나지만 엄마가 불쌍했다. "너, 아빠가 돈을 어떻게 벌어오는지 알기나 하니?" 엄마의 말에 나는 단번에 수컷 늑대를 떠올렸다. 나는 사람 행동에서 동물의 행동을 즉각 떠올린다. 동물 그림에 빠져있는 기간이 길었던 탓이다. 사냥한 먹이를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컷 늑대. 먹이 경쟁이 심해서 그런지 요즘에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집에 들른다.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면서. "너 나하고 약속한 거 잊은 건 아니겠지?"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 혀를 자른다는데 ….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다. "혀가 토막 날 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잊어요." 내 대답은 삐딱했다. 엄마가 나를 흘겨보았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노랑 버스를 기다리다 나는 장지 하나를 펴서 하늘로 날렸다. 퍼큐(Fuckyou)였다. 그건 서양 사람들의 욕이었다. 내가 한길 가에서 펴큐를 하다니 ….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영어를 배우려는 자세가 좋다고 흐뭇해 하실까. 가기는 가야 할 것 같다. 학교와 집에서 기분을 망쳤다고 영어 수업을 빼 먹을 수는 없었다. 9월 29일은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 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 실력으로 일 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한다. 멍하게 입만 벌리고 있다가 칼 맛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혀를 수술해보라고 권유한 사람은 매직이었다. 그는 내가 다니는 영어 전문 학원 원장이었다. 그곳에서는 청소 아줌마부터 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불렀다. "조지 어머님, 조지가 구강 구조 때문에 영어 발음에 장애를 받고 있다는 것 모르셨지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우랄 알타이계 인종의 혀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닌 이가 있어요. 우리 학원 전문 강사들이 진단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지가 그래요.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유학을 간다해도 완벽한 발음이 어렵다는 군요." 학원에서 나는 기치가 아니라 조지였다. 엄마는 조지 엄마가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했다고 떠버렸다. 수강료는 다른 학원의 두 배였다. 엄마는 내리 이 년 동안 나를 그 학원에 다니게 했다. 그런데 내 영어 회화 실력은 거기서 거기였다. 엄마는 꾐에 빠졌는지 모른다고 의심을 품었다. 그러던 차에 쏟아져 나오는 영어 광고들이 엄마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광고 내용들은 이랬다. 솜털 보송보송한 아이가 일 년 만에 미국인처럼 말하게 되었다. 우리 학습지로 공부를 한 뒤에 해외 여행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더니 외국인이 깜짝 놀라더라. 지금은 영어에 자신을 얻어 유학 준비중이다. 이런 식이었다. 엄마 역시 광고들이 허풍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피 같은 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것 때문에 속을 끓였다. 엄마는 학원 광고지를 움켜쥐고 학원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대형할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아들 공부를 감독하는 주부에게 호락호락 당할 그들이 아니었다. 혀가 너무 길어서 영어 발음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사실은 조지가 다닌 기간만 공부해도 미국인처럼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조지는 r과 l을 구별해서 발음할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해요. 제가 잘 아는 전문의가 있긴 한데 수술비가 만만치 않아서요." 매직은 자기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닭 쫓던 개가되어 체념할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매직은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매직의 말이 엄마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던 모양이다. 영어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제 물 건너갔네요. 이렇게 되니 물러설 엄마가 아니었다. 며칠 간 드러누워 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났다. 뜻밖의 방문객을 맞은 원장은 이렇게 말하더란다. 의사가 미국에 체류중이래요. 당분간 기다리셔야 하겠어요. "엄마, 원장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냉정하고 치밀한 머리로 사태를 파악해버린 내가 엄마에게 정색을 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의사가 귀국하는 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전, 영어 못 해도 상관없어요. 도마뱀처럼 긴 혀로 그냥 살래요. "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영어 못하면 사람 구실 못한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하든. 너 혹시 수술이 두려워서 그러니? 걱정 마. 매직 원장이 그러는데 혓바닥 아래 부분을 절개해서 혀를 살짝 구부러지게 할뿐이래. 배도 가르고 머리까지 짜개는 사람도 많은데 사내 녀석이 떨긴 뭘 떠니." 엄마의 의지는 확고부동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영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내가 그 대회에 참여해서 결과를 본 뒤에 결정을 하면 어떻겠냐고 졸랐다. 엄마가 말했다. "시시한 대회니까 그럼 일 등을 해라. 할 수 있겠냐?" 나는 피그르 웃고 말았다. 엄마의 말은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회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상이라고는 구경도 못했었다. 우리 학교에는 외국에 살다 귀국한 아이들이 꽤 있었다. 내가 일 등을 하려면 그 애들을 모두 물리쳐야 했다. "상만 받으면 되는 걸루 해줘요. 네에 엄마. " 그래서 삼 등 안에 들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 영어 말하기 대회가 이 주 앞으로 다가와 있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한길에 서서 세상을 향해 퍼큐를 날렸던 것이다. 이쯤에서 내가 동물 그림을 그린 이유를 좀 더 분명히 해야 하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소그램(ethogram)은 동물을 관찰할 때 동물의 행동 양태를 상세한 그림으로 조사한 기록이다. 동물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먹이 습성이나 짝짓기, 영역 다툼과 사냥 기술 그리고 무리와 개인간의 친밀도 같은 것까지 나타낸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만으로는 완전할 수가 없었다. 미진한 내용은 글로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그래서 에소그램이라고 하면 그것에 덧붙이는 설명까지 포함시키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동물들의 습성을 기록할 때 쓰는 도구를 왜 인간에게 적용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것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나 역시 엄마의 젖가슴에서 체온을 물려받은 인간이다. 고민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끙끙 앓는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나와 같은 방을 쓰던 기세 형이었다. 사촌 기세 형은 집이 시골이었다. 내 방에 빌붙는 형식으로 우리 집에 들었다. 올 봄의 일이었다. 나는 내킬 리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순식간에 달라지고 말았다. 형이 다롱이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 때문이었다.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다롱이에게 눈을 대어놓고 있었다. 돈 버는 일에만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았던 어른 남자가 애완용 개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기는 내가 형의 입주를 막고 싶어도 이미 결정되어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기세 형의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내 쪽에서 전전긍긍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구실일지 몰랐다. 이렇게 해서 형과 나는 한 이불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 서로의 사타구니에 손을 집어넣기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형이 다롱이에게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전공과목 과제를 해결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동물을 관찰하면서 동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로 저거구나 싶었다. 어쩌면 저것으로 내 혀를 구할 수도 있겠다. 나는 동물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난 당할 내 혀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하소연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엄마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내 나름의 방어법이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나는 그렇게 좀 엉뚱했다. 나의 동물 그림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싹이 자랐다. 그 당시 내 생각은 이러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의 몸에 칼을 들이대는 비인간적인 어미의 행실을 세상에 고발해야 한다. 엄마는 짐승이나 다름없다. 아니 짐승보다 더 모질었으면 모질었지 덜 하지 않다. "엄마, 나 수술 잘못돼서 아이스크림 못 핥으면 어떡해?" "엄마, 나 반벙어리 되는 거 아냐?" 혀에 칼을 대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애걸복걸했건만 엄마는 내 애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인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었다. 짐승이었다. 엄마의 짐승과 같은 행위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했다. 내 혀가 수술을 면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보였다.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그럴듯한 자료가 필요했다. 나는 자료를 확보하려고 이를 악물고 동물 그림을 그렸다. 내 동물 그림은 엄마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폭로하는데 필요한 증거 수집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동물 그림은 하나 둘 늘어났다. 그런데 신기했다. 그것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새로운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들은 자기 스스로 위대한 종족이라고 생각한다. 짐승들과 비교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짐승이다. 내가 사랑했던 우리 엄마를 보아라. 얼마나 잔인한 짐승인가. 엄마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동물 그림을 그렸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내 공책에는 제법 그럴듯한 그림들이 채곡채곡 쌓여갔다. 동물로서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세상 물정도 좀 알게 되었다. 혀짜래기가 존경받는 세상이었다. 나는 클래식보다 가요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수들이 좋다. 특히 나와 같은 세대인 십대 가수들은 신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런데 그들 중에 혀짜래기가 더러 있었다. 교포 2세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말이 서툴러도 너무 서툴렀다. 그런데 그들이 방송을 타면 인기가 더 치솟았다. 이상한 일이지 않는가.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았다. 우리말이 서툴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영어는 잘한다는 말이 된다.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영어 열등감에 젖어 있는 아이들이 우리말이 서툰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쟤들은 영어 잘하니까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 거야. 이렇게 뒤틀려진 세상도 내 동물 그림에 담고 싶었다. "형, 이거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거지?" 형에게 동물 그림 공책을 들킨 날 나는 그렇게 물었었다. "아니, 영국 동물학자 중에 너보다 한발 먼저 시작한 사람이 있어. 그렇다고 해도 기치 너는 대단한 놈이야. 인간이 숨겨두고 싶은 것들이 네 그림에서 언젠가는 옷을 벗을 것 같애. 넌 기질을 타고났어, 혁명가 기질. 네 작은 혁명이 성공하길 빌어." 영국 사람 중에 앞서 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은근히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힘이 되었다. 나는 용기를 얻어서 동물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영어 학원 숙제 때문에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12시, 졸리는 눈으로 영어 일기를 쓰고 있었다. 재미없고 어려우니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왔다. "기치야, 아빠 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버지의 커다란 목소리였다.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귀가 번쩍했다. 요즘 아버지는 이삼 일에 한 번쯤 집에 들르신다. 도둑 고양이였다. 밤에 들렀다가 날이 밝기 전에 집을 나갔다. 하는 일이 무척 바쁘다고 하시면서. 언젠가 물을 마시려 주방으로 들어서다 나는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식탁에 시커먼 등으로 앉아있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솔들을 호령하는 수사자의 포효를 들을 것 같다. 반갑다. 비록 술에 기댄 용기라 해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남자 대 남자로서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다. 나는 부리나케 거실로 달려나갔다. 아버지의 몸에서 단내가 확 풍겼다. 내가 인사를 하는 사이에 안방에서도 문이 열렸다. "저녁은 드셨겠지요?" 굴 바깥이 궁금해서 머리를 내미는 암컷 늑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 마디 내뱉고 굴속으로 되돌아 들어가 버렸다. 도둑고양이 정도는 얼마든지 코방귀로 잠재울 수 있다는 태도였다.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게 된 뒤부터 우리 집은 그렇게 변하고 말았다. 당당하게 소파에 앉아서 여보, 나 배고파,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볼 수가 없었다.나는 닫혀지는 안방 문을 바라보다 목소리를 낮춰 아버지에게 말했다. "인생 상담 좀 하고 싶은데요." 아버지의 눈이 잠시 일렁거리더니 껄껄 웃었다. "인생? 그 조오치. 네 방으로 가자." 아버지의 혀는 꼬부라져 있었다. 요즘에는 술을 입에 댔다하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과음하셨다. 그 때문에 엄마는 아버지를 더 미워했다. 그런데도 왜 술을 드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가 내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 큼지막한 손이었다. 따뜻했다. 아버지가 벽에 등을 대고 먼저 앉으셨다. 왠지 모르게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로 앉아, 임마. 오밤중에 니 애비 제사 지낼 참이냐?" 시간은 자정이 넘어 있었다. 바로 앉으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무언인가 서늘한 것이 가슴 한복판을 쓰윽 지나갔다. "아버지는 술 마시고 영어하면 잘 하시겠네요." 약주 많이 드셨네요, 이런 뜻의 농담이었다. 내 딴에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영어? 그래. 잘해야지. 그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재는 시대니까." 영어 얘기가 나오자 아버지의 말은 또렷했고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잔뜩 꼬부라졌던 혀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수술하고 우리말까지 버벅거리게 되면 어떡하지요?" 영어는 영어대로 망치고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혀짜래기가 되면 어쩌나 싶은 게 내 걱정이었다. 그것은 내 인생을 망치게 할 일이었다. 아버지는 엄마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으니까 나에게 도움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한 말이었다. "얘기 들었다. 그런다고 영어 발음이 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쩌자는 건지, 원." "그렇지요?" 이번에는 내가 아버지 앞으로 다가가 아버지 한 손을 덥석 잡았다. 원군을 만난 셈이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내 혀 수술에 더 적극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지어낸 말이지 않는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 아버지는 나머지 손으로 내 등을 토닥거렸다. "도와주신다는 말이지요? 그렇죠?" "못난 애비 탓이다. 너희 엄마가 네 혀를 어쩌겠다고 한 것도…. 너희 엄마,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모진 사람 아니다. 수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간여하지 않아도." "고맙습니다.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시네요. 감사 드려요." 나는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방문을 나서면서 물기 젖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런 게 아니라도 먹고살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될 텐데…." "무슨 말씀이세요?" "날 밝으면 엄마한테 물어보거라."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 영어 테이프를 켜 두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자면서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이 광고에 실린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것이야말로 효율적인 학습법이라고 하면서 매일 밤 내 머리맡에 영어 테이프를 켜놓았다. 인간의 의식에는 의식과 무의식이 있는데 그 무의식에 영어를 심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꿈자리는 언제나 뒤숭숭했다. 밤사이에 미국까지 날아갈 때도 있었다. "영어 회화 잘 하면 디즈니랜드 데려갈 게." 엄마는 그 말을 수도 없이 했었다. 회화만 된다면 미국 여행을 하자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졌다. 말로만 듣던 아메리카였다. 지하철역에 홈리스라 불리기도 하는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거지인데도 그들은 영어를 잘했다. 나는 그것이 억울했다. 미국 사람들은 거지들도 영어를 잘 하는데 왜 우리는 대학까지 마쳐도 입도 뻥긋 못하지 않는가. 영어 공부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미국 거지가 되고 싶었다. 꿈속에서 나는 머리가 노랗고 곱슬곱슬했다. 나는 조지였다. 머리가 띵했다. 내가 조지로 깨어난 것인지 기치로 깨어난 것인지 헷갈렸다. 오늘도 여전하다. 거실은 혀가 꼬부라진 말들이 점령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다. 영어가 둥둥 떠 있는 아침 공기를 마시고 영어 소리가 득실거리는 방에서 잠자야 했다. 그것이 열 세 살 내 삶이었다. 나는 영어 소리 정글을 헤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조지가 아니라 기치라는 생각에서. 간밤에 아버지에게 들은 말을 서둘러 확인하고 싶었다. "아버지 출근하셨어요?" 궁금한 걸 물어보기 위해 알면서 해보는 말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니 계시지 않더라." "엄마, 혀 수술 안 해도 되지요? 아버지가 엄마한테 물어보라던데요." "한잔 걸치고 와서 어린것한테 할 소리 안 할 다 했나 보네. 너희 아버지 영어 귀머거리에다 벙어리여서 회사에서 밀려났다는 말은 안 하디?" "네에?" 엄마가 씁쓸한 웃음을 웃었다. 혀 꼬부라진 말들이 우리 거실을 점령한 아침이었다. 처음 동물 그림을 시작할 무렵에는 나는 교육부 대신이나 황제를 떠올렸었다. 영어 때문에 생기는 문제니까 그들에게 내 동물 그림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임명받은 뒤 한 해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대신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황제는 영어를 공용어로 정했으면 하고 생각을 비쳤던 적이 있었다. 그들에게 내 귀중한 동물 그림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봐야 내 그림을 쓰레기로 취급할 테니까. 그렇다면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생들에게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기세 형은 반미 시위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기세 형도 영어 얘기로 접어들면 꼬리를 내리고 만다. 토익인지 토플인지 점수를 따야 한다고. 점수를 따지 못하면 대학 졸업도 못하게 해놨다고. 동물 그림을 내어놓을 곳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동물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었다. 동물 그림을 통해서 나는 새로운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된 그 일이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하면 인간을 동물로 생각하고 관찰해 보니까 한동안 가려져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존엄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많이 먹으려고 싸우고, 먹이를 먹었으니 똥 싸고, 위협을 느끼면 꽥꽥 소리 지르고, 새끼를 낳아 튼튼하게 길러내는 짐승의 모습, 그것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의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와 있었다. 내 동물 그림은 인간을 그 울타리 안으로 다시 밀어 넣는 작업이었다. 내가 처음 동물 그림을 그린 목적은 이루기 어려웠지만 나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뒷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동물 그림 작업을 그만두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변화 중의 변화는 내가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내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거는 듯한 행동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내 혀에 칼을 대려는 엄마는 분명히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비인간이니까 동물이었다는 말이다. 아버지의 실직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엄마의 몸부림은 어미로서 새끼를 사랑하는 동물적인 모성 그것이었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내 혀에 소독한 칼날이 들어오고 말 것 같다. 나는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 눈물이 내 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살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어금니를 깨물려 한다. 동물 그림들이 당당한 수컷으로 수술대 위에 누울 수 있도록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아직 열 세 살 짜리 어린 수컷인가 보다.
극심한 부족사태를 빚고있는 초등교원의 중-장기적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정책변수를 고려해 매년 1100여명 수준의 순수 증원이 필요하고, 교원 1인당 학생수를 매년 1명씩 감축해 10년 뒤인 2012년에는 1인당 18명(한나라당 공약은 급당 학생수 30명, 교사 1인당 학생수 15명)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 초등교원 부족현상은 2003년을 정점으로 한 뒤 2005년부터는 대체로 공급이 수요를 다소 초과하는 안정적 수급체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의도적 변수, 예를 들어 교원1인당 학생수를 매년 1명씩 감축시킬 경우 교원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내년도 부족분 6868명을 정점으로 2012년까지 매년 많게는 4700여명에서 작게는 9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 같은 예정치는 교육부가 의뢰한 '초등교원 중·장기 수급계획 및 안정적 충원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춘천교대 조동섭 교수)에서 밝힌 수치다. 20일 열린 5차 초등교육발전위원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초등교원의 중·장기적 수급계획이 교육여건 변수(교사 1인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 등), 교사부담 변수(주당 수업시수, 교사 잡무부담 등), 비담임 교사부담 변수(교과전담교사 정책, 교육전문직 정책, 관리직 정책 등), 소규모학교 정책, 교사복지 정책, 그리고 향후 도입예상 정책(주5일제, 수습·수석교사제, 초·중등 통합교사 자격증제 등)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나 매년 1100명 가량의 순수 증원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초등교원 부족현상이 무리한 정년단축과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학급당 학생수의 점진적 감축 ▲교대의 신입생보다 편입생의 탄력적 조정에 의한 공급 ▲교원정년 연장 ▲계약제 교원(기간제, 겸임교사나 시간강사 등) 활용 ▲명예퇴직 희망교사 감축 유도 ▲학급담임 보조교사의 활용 등을 건의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의 경우 감축효과가 큰 저학년 중심으로 하며, 실제적으로 15∼20명 선으로 감축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년 연장의 경우 1년만 연장해도 1000명 가량의 증원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교원양성대학을 재구조화하고 초등교원 양성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교원전문대학원 설치, 교대의 교육감 추천입학제의 확대, 도서벽지 근무교원의 유인가 확대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원양성대학 재구조화의 경우 교육대학간 통·폐합 뿐 아니라 중등교원 양성대학과의 통합을 통한 10년간의 국민공통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 등이 아울러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대 교육과정 역시 현재와 같은 모든 교과를 담당하는 교육과정 운영체제를 개편해 인문사회담당, 자연과학담당 교사를 분리해 양성하고 예체능이나 영어는 부전공 이수를 통해 교과 전담교사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중·고교생 학부모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교육 발전방향'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고교평준화와 인천교육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 날 세미나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인천대 대학원 장석우 석좌교수는 '기초학력 신장과 인천교육의 전망'을 통해서 "인천교육의 취약 요인은 서울 위성도시로서의 근본적 취약점과 구 선인학원의 교육비리"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서울 중심의 생활양식이 장기화됨에 따라 인천의 정체성 확보가 미흡했다"며 "중학교 무시험과 고교 평준화로 지역 내 명문 중·고교가 사라지자 대학입시를 위해 서울 전출이 증가했고 전체 인천 중·고생의 24%(1991년 기준)를 차지하던 구 선인학원의 만성적인 비리와 분규 등이 '탈인천' 현상을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장 교수는 "현재 인천국제공항 설립, 영종도 일대의 '경제 자유구역' 개발계획 확정은 물론 국제고교, 외국대학 분교 등으로 교육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인천 교육이 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또 "앞으로 초·중등교육의 특성화 전략과 제7차 교육과정 등 새로운 교육상황에 대응하는 종합적 대책이 절실하다"며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실용영어 및 제2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외국어고, 과학영재고, 자립형 사립고 등을 선도학교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005년 대입 전형은 이미 제7차 교육과정의 변화 양상에 맞춰 기본방향을 밝혔기 때문에 고교 진학 이후에 이를 준비하려면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최소한 중학교 수준에서의 꾸준한 기초학력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고교 연합고사나 정기적인 학력평가 등 학습분위기 쇄신 대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교육개발원 한유경 교육정책개발연구실장은 '고입평준화제도의 재검토'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고교평준화는 과열과외, 학력의 하향 평준화, 교육의 경쟁력 약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및 사학의 자율성 보장, 학교간 학력차이 인정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고교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고등학교의 다양화·자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한 "다양화되고 있는 사회 각 분야의 지속적인 교육수요를 흡수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 설립·운영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사립학교 본연의 역할을 회복시켜 다양하고 독특한 건학 이념을 추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 기반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실장은 평준화 정책의 개선방안으로 특수목적고의 내실화,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 확대, 자율학교 및 직업교육 특성화고 확대, 농·어촌 고교의 자율성 확대, 대안교육 특성화고의 확대 및 활성화, 국립대 부설학교의 연수·실험학교 운영, 국제고 설립 등을 제시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기초학력 부재 현상은 오늘날 교육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전제한 후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고 학력수준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고교 평준화제도에 대한 수정·보완과 함께 기초학력 부진 학생 구제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는 5일 제1회 '신나는 학교 상' 수상 대상 학교 11개교를 확정했다. 영예의 으뜸상은 포항 영일고, 버금상은 춘천 상천초, 우수상은 진천 덕산중과 양양 현성초가 각각 차지했다. 장려상은 수원 태장고, 정선 화동중, 제주 연평초·중, 횡성 춘당초, 안동 북후중, 포항제철서초, 예천 용궁상고에 돌아갔다. EBS는 지난 7월15일부터 11월9일까지 전국의 초·중·고 46개교로부터 접수를 받아 실사와 함께 창의성과 운영실태, 일반화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예심·본심을 거쳐 확정했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3시 한국교육방송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며, 선정된 학교는 연말연시 '미래로 가는 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다. 영일고는 반 대항 축구대회 등 생활체육을 일상화하고 관악부, 댄스부, 미술부 등 학교서클 활동 수준을 높여 학생들이 개인 레슨을 별도로 받지 않고도 명문대에 수시입학 할 수 있도록 운영한 것이 돋보였다. 상천초는 학생 모두가 자기학습 계획을 갖도록 하는 등 자기주도적 학습태도를 함양하고 전기배선, 조리 등 다양한 생활 기능을 익히는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산중은 교과관련, 문화답사, 직업, 예술창작, 견학, 생태환경, 봉사활동, 통일교육 등 활발한 현장체험학습을 5주 간격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성초는 벽지 학교임에도 컴퓨터와 영어말하기 교육에서 도시학교를 앞서는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태장고는 문광부 지정 시범학교로 16명의 전문 강사를 확보 골프, 탈춤, 판소리, 댄스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화동중은 1만여 권 이상의 장서를 확보하고 도서실 운영을 전산화했으며 DDR과 노래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평초·중학교는 신나는 풍물놀이와 해맞이 행사, 지역자료를 활용한 미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춘당초는 모형항공기 날리기 등 창의적인 특기적성교육과 함께 각종 대회에 참가해 전교생이 모두 몇 가지 수상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다. 북후중은 재미있는 과학수업과 통합교육, 포항제철서는 잉글리쉬 존과 인터넷 의사소통, 용궁상고는 눈높이 교육과 허수아비·장승 제작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도에 일선 초등학교의 교관전담교사가 태부족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교사 부족사태 '최악의 상황'이 예견되는 내년도에 교과전담교사 확보율이 30%대로 격감하리란 것이다. 2002년 현재 교과전담교사 확보율은 43%대다. 현행 교과전담교사 법정기준은 '초등 3학년 이상 3학급당 0.75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초등 현행 교과전담교사 법정정원은 1만9495명이다. 그러나 실제 배치된 교과전담교사는 8401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24일 실시된 2003년 임용예정 초등교원 공채 시험 결과, 모집인원 8881명중 실제 충원 가능인원은 6500명에 불과해 초등교사 담임 부족분 2400여명을 기존의 교과전담교사로 충원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8400여명 교과전담교사에서 2400여명을 빼면 교과전담교사는 6000명내로 떨어지고 확보율은 30%로 추락하는 셈이다. 초·중등교원의 법정 확보율이 89.6%인데 반해 교과전담교사 확보율을 43%선에서 또다시 30%선으로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초등 교과전담교사는 과중한 초등교원의 수업부담을 덜어주고 예체능·영어·과학 등 특정교과의 교육내용을 충실히 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교과전담교사 운영을 놓고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교과전담교사는 그들의 전문성이나 역할이 결코 담임교사에 못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심각한 초등교원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교과전담교사 부족도 담임교사 부족만큼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란 점을 교육정책 당국자는 재삼 인식하길 바란다. 시·도교육청은 부족한 교과전담교사 문제를 한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당 교과목의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기간제강사로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이 역시 응급대책에 불과하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병한 /전 성남서고 교장·문학박사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많이 받게 된다. 그 중에는 정말 반가운 것도 있지만 더러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선 형식적인 것은 반가움을 주지 못한다. 새해 인사하는 날을 '새해 아침' 또는 '신년 원단(新年元日)'이라고 하는데 연하장이나 각종 카드는 1월 1일 이전에, 빠른 것은 12월 20일경에 도착하니 형식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새해 아침 ○○○재배'라고 쓴 것을 볼 때면 너무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므로 연하장은 1월 1일 이후에 발송해야 맞는다. 시간을 어기고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비례(非禮)에 속한다. 비례(非禮)는 천(天)의 시(時)를 어기는 것(제사를 제 날짜에 지내지 않는 것)으로서 지(地)의 장소(場所)를 어기는(제사를 집에서 지내지 않고 설악산 호텔에서 지내는 것) 무례(無禮)·효도의 대상(人)을 어기는(남의 부모는 공경하나 자신의 부모한테는 불효하는 것) 패례(悖禮)·마음(心)이 빈(제사를 지나치게 호화롭게 지내는 것) 허례(虛禮)·물질(物質)에 인색한(제사를 허술하게 지내는 것) 실례(失禮)보다 더 큰 결례(缺禮)를 범하는 것이다. 올해 같은 경우 음력 1월 1일이 되기 전에 이미 '임오년(壬午年) 새해를 맞이하여 새해 아침 ○○○올림'이라고 쓴 연하장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양력 2002년 1월 1일은 임오년이 아니라 신사년(辛巳年)이다. 임오년은 2002년 2월 12일 설날(음력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신년 하례식이나 각종 행사에서도 유명 인사들 대부분이 '임오년 새해를 맞이하여…'라는 인사말을 사용한다. 2002년 1월 1일 모 일간지에 게재된 신년시 끝 부분에 다음과 같이 쓴 것도 보았다. "…새해 아침은 언제나 꿈의 산야이다 /천리마 /만리마 /발굽치며 달리는 /이 우렁찬 역사의 오케스트라이고 싶다" 이 때는 임오년이 아니라 신사년이었다. 누구든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는 지난 연하장을 꺼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말에 '철부지'라는 말은 철을 모른다는 뜻이다. 지금이 봄철인지, 여름철인지, 가을철인지, 겨울철인지 때를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때를 모르니 철부지임에 틀림없고 무식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유식(有識)한 철부지'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하루는 유식한 철부지에게 "지금이 임오년이지 신사년이냐?"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알기는 아는데 다른 사람이 임오년이라고 하니까 그냥 그렇게 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런 착각의 말은 선진국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영어에는 12시제(時制)가 있지만 국어에는 시제가 없다. 그래서 영국사람은 시간을 잘 지키고 우리 나라 사람은 시간 개념이 희박한 것이다. 또 우리말에 '철 났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24절기를 외운다는 뜻이다. 입춘(立春)부터 대한(大寒)까지의 24절기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철 났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24절기는 입춘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이다. 24절기를 외웠으면 육갑(六甲)을 알아야 한다. 즉 갑자(甲子)로부터 시작해서 계해(癸亥)까지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외워야 한다. 육십갑자를 알아야 '병신 육갑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혼인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농경시대에는 24절기를 몰라서 철이 안 난 철부지는 때를 모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육갑을 모르면 나이를 모르기 때문에 혼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육십갑자는 이렇다. 갑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 기사(己巳) 경오(庚午) 신미(辛未) 임신(壬申) 계유(癸酉) 갑술(甲戌) 을해(乙亥) 병자(丙子) 정축(丁丑) 무인(戊寅) 기묘(己卯) 경진(庚辰) 신사(辛巳) 임오(壬午) 계미(癸未) 갑신(甲申) 을유(乙酉) 병술(丙戌) 정해(丁亥) 무자(戊子) 기축(己丑) 경인(庚寅) 신묘(辛卯) 임진(壬辰) 계사(癸巳) 갑오(甲午) 을미(乙未) 병신(丙申) 정유(丁酉) 무술(戊戌) 기해(己亥) 경자(庚子) 신축(辛丑) 임인(壬寅) 계묘(癸卯) 갑진(甲辰) 을사(乙巳) 병오(丙午) 정미(丁未) 무신(戊申) 기유(己酉) 경술(庚戌) 신해(辛亥) 임자(壬子) 계축(癸丑) 갑인(甲寅) 을묘(乙卯) 병진(丙辰) 정사(丁巳) 무오(戊午) 기미(己未) 경신(庚申) 신유(申酉) 임술(壬戌) 계해. 그런데 요즘 유식하다고 하는 사람 가운데 철도 모르고 육갑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2003년 1월 1일 0시에 틀림없이 서울 종로의 보신각 종이 울릴텐데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습니다"라고 외치는 지도자 특히 유식한 철부지 아나운서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을까 걱정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국교총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보화 사업에 교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총은 지난 18일 교육종합사이트 '사제동행'(www.education.or.kr)을 오픈, 1차 서비스로 원격교육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제동행 사이트에는 매일 100여명이 회원이 신규로 가입하고 있으며, 사이트 오픈 8일 만에 회원수 1000명을 돌파했다. 현재 가입하고 있는 회원들은 주로 교원연수를 수강하기 위해 가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컨텐츠가 다양화될 경우 회원가입은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 신학기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사제동행 사이트는 12월부터 우선 '교과연구회' 서비스를 시작키로 했다. '교과연구회'는 그 동안 교총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됐던 e-School이 발전된 것으로 각 과목별로 선생님들의 의견과 자료가 교류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와 달리 학습자료에 대한 의견 교류가 있어야 하는 연구회의 특성상 도형, 수식, 그래프, 제2외국어 등 다양한 학습자료 표현이 자유로운 '웹보드'에 기반했다는 점이 교과연구회 서비스의 특징이다. 교과연구회는 각과목의 교과를 연구하는 '교과분야', 일반 교과목 이외의 관심분야를 연구하는 '범교과분야' 및 '교육정책분야' 등 세 가지 분야에 각각 5∼12개의 세부 커뮤니티가 구성된다. 교과분야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문, 음악, 미술, 체육, 도덕, 기술, 제2외국어 영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세부 과목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 범교과분야는 환경, 통일, 봉사활동, 인성, 교육정보화, 특수교육, 진로, 특별활동, 문학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고, 교육정책분야는 해외교육, 교육과정, 유아교육, 학교운영, 영재 교육 등 5개 분야로 나눠져 있다. 이들 역시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확장이 가능하다. 사제동행의 모든 회원은 교과연구회 가입 가능하며 가입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면 탈퇴 또한 자유롭다. 각 교과연구회에 가입하면 별도의 게시판과 자료실이 주어지는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해 일반 동호회처럼 회원들이 이들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내년 3월에는 스스로 운영진이 돼 새롭게 동호회를 구성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자료실의 경우 교수-학습자료실뿐 아니라 회원들이 다양한 문제들을 공유하는 문제은행 자료실도 추후 제공될 예정이다. 이 문제은행 자료실은 문제의 과정, 난이도, 해설, 유형, 출전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담고 있어 필요할 경우 문제를 손쉽게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학습물 자료를 올려놓을 수 있는 자료실의 웹보드 기능이 동일하게 구현돼 있기 때문에 별도로 사용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수식, 그래프, 외국어, 도형 등을 손쉽게 제작, 등록할 수 있다. 사제동행 운영진들은 "교과연구회의 이러한 서비스는 일반 상업용 웹사이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급 서비스"라며 "문제은행, 학습물 데이터베이스 등과의 연계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간의 자료 보급 및 지도에 이용되는 새로운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영진들은 또한 "현재 준비 중인 문제은행, 공동구매 등 발빠른 신규 서비스의 확충으로 회원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교육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서비스 기획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관, 학교관, 교육정책관 이 후보는 우리 교실이 붕괴되었다고 진단한다. 붕괴된 교실과 학교를 살려 학생들에게 인성과 창의성을 조화롭게 향상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학교를 살린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율과 책임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일선 학교, 지역 교육청, 그리고 대학 경영을 자율화하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학교 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하고 학교에 대한 사후 평가도 실시한다고 한다. 노 후보는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을 형평성과 자유의 확충, 그리고 연대와 협력의 가치 강조로 설정했다. 교육의 형평성은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을 강조한다. 자유는 개인의 성장 기회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자유를 보장하면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 이 후보는 연대와 협력을 세 번째 가치로 강조함으로써 자유와 형평성 원리간의 갈등을 절묘하게 봉합했다. #사교육비 두 후보 공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 후보는 사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고, 노 후보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모두 학교 교육의 내실화 혹은 정상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학교에서 대학입시와 관련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중등학생이 학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예체능, 컴퓨터 등 방과후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에 외부 전문가를 초빙, 이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학교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원어민 강사를 초빙하겠다고 한다. 결국 사설 학원에서 이루어졌던 입시 준비 교육과 각종 예체능 및 컴퓨터 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과외 교육과정, 정교 교사와 외부 강사간의 관계를 비롯 국가 재정을 입시준비 과외를 위해 지원하는 등의 명분 문제, 그리고 학교 경영 문제 등과 같이 대단히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것에 대한 해결 방안이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공교육을 살린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위험도 있다. 노 후보도 학교 교육을 내실화, 정상화함으로써 사교육비 수요를 줄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교 평준화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양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보완하며, 대입 제도를 개선하고, 초·중등 학생 기초 학력을 보장하고, 특기 적성 교육을 활성화하며, 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노 후보의 방안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사교육비 문제는 보다 좋은 대학에 자녀들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기인한다.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되면 다양한 교육과 특기 적성 교육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노 후보는 대학별 전형 방법 다양화를 장려한다. 그렇다면, 중등학교 교육 내용과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평준화를 유지하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학부모들은 다시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단위학교 경영 두 후보 모두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지역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이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학교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와 책임을 묻는 장치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다. 이 후보는 '학교장' 중심의 단위 학교 책임 경영제를 확립하겠다고 한다. 학교를 학교장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학교 운영 및 교육에 관한 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학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대신 사후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국민기초학력보장제 도입도 책무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학교경영에 대한 책임을 일선 학교에게 지운다면,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된다. 학교장 중심 책임경영제는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학교장 권한의 대폭 강화가 전제된다. 이는 현행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변화를 의미한다. 전교조가 교무회의 의결기구화와 학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교장중심 책임경영제는 대단히 의욕적인 공약임에 틀림없다. 이 후보는 자율적 학교 경영에 대한 책무성 보장 장치로 학교 정보 공개와 사후 학교 평가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국가 수준의 학력 평가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국민기초학력보장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주목을 끈다. 노 후보는 지난 11월 15일 한국교총 주최 전국교육자대회에서 '실력주의 사회,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단위학교 및 교사 중심 자율적 운영'의 세 가지 교육 원칙을 밝혔다. 노 후보는 또 "학교 교육을 살리는 길은 교원들에게 힘을 실어드리는 일"이라며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크게 신장시키겠다고 밝히고, "지금처럼 교육부, 시·도, 시·군·구 교육행정의 중층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 실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및 예산 전반에 걸쳐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교직원 인사, 학교 재정 등에 상당한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학운위는 구성원들의 결정에 따라 의결기구도 될 수 있고, 자문기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경우, 자율적 학교 경영에 대한 책무성을 묻는 장치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초·중등학생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그것이 기초 학력에 대한 국가 수준의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 두 후보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게 갈린다. 노무현 후보는 현행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쪽이다. 평준화를 해제하면 입시 지옥과 명문고, 연고주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대폭적인 보완을 주장하는 쪽이다. 이 후보는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운영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그리고 대안학교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특목고 확대는 한나라당 공약집에는 빠져있어철회한 것으로 보임) 노 후보도 특성화 고교와 특목고를 확대하되,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대폭적인 확대의 입장을 보이지만, 노 후보는 유보적이다. 이 후보는 건전한 사학의 경우, 원하는 학교는 자립형 학교로 개편하겠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학교간 경쟁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이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가 학교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그리고 수요자의 요구를 존중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교 평준화 틀 해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 후보의 평준화 기조 유지의 약속은 다양한 학교의 설치 확대의 속도에 따라 언제 깨질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고교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노 후보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평준화와 다양화는 같이 가기 어려운 방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 입시 제도를 대학 자율로 맡기게 되면, 학생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에 맞추어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 운영의 다양성 그리고 이를 위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변화와 학부모 및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면, 노 후보가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유아교육 영유아 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현안은 유아교육법 제정 문제다. 현재 3-5세 아동의 교육과 보육에 관한 법률적 기반이 다르고, 행정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유아교육기관과 유아교사 양성기관간 이해가 대립하고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두 후보 모두 법 제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노 후보는 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함으로써, 확답은 피했으며 이 후보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5세 아동의 교육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무상 교육을 약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5세 아동의 무상 교육 및 보육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노 후보는 5세아의 교육을 기간 학제에 포함시키고, 임기 3년 안에 만 5세 아동의 무상 교육을 80%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무 교육 형태로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유아 교육과 관련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약속을 더하고 있다. 부모의 교육기관 선택을 위한 '교육비지원쿠폰제' 실시, 유아교육기관 종일반 운영 지원체제 확립, 유아교육기관 교사의 인건비 및 연수비 지원, 그리고 교육 예산 중에서 유아교육 예산의 비율 7%로 상향 조정(현재 1.5% 수준) 등이 그것이다. 유아교육기관의 평가 인증제 실시도 중요한 공약 중의 하나다. #교원정책 교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처우 문제다. 이 후보는 교육공무원보수규정을 제정, 교원 처우를 '대기업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고, 우수교원확보법을 한시적으로나마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21일 한나라당이 펴낸 공약집에는 '대기업 평균 수준'이라는 기준도, '우수교원확보법'에 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노 후보는 교원을 일반 공무원과 구별해 보수 기준 등에서 우대하고, 담임수당 인상 등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처우를 어느 정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최근(11/15) '대학 교수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수교원확보법에 대해서는 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교원 정년 65세 환원 문제는 아직도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다. 이 후보는 최근 '단계적'으로 환원하겠다고 정리했다. 노 후보는 당분간 62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원 정년 문제는 교원과 학부모, 그리고 교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문제이다. 이 후보 단계적 환원, 노 후보 62세 유지의 공약은 각 후보의 성향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석교사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그동안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표시해 왔었으나, 한나라당 공약집에는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교사 안식년제에 대해서 이 후보는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는 노 후보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치 활동은 시민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피력했다.(EBS 토론회) 교원양성제도에 관해서는 이 후보가 중등교원 양성 기관으로서 교원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찬성했었으나, 공약집에는 언급이 없다. 노 후보는 10월 23일 교총토론회에서 교원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원정책에 있어서는 두 후보간 공약의 범위와 구체성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그간 교원 관련 공약에서 준비가 잘되어 있었고 적극성을 보인 후보는 이 후보였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약집에 의하면, 이 후보는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입장 철회, '대기업 평균 수준'으로 처우 개선에서 교사 보수 인상으로 후퇴했다. 노 후보는 교육 관련 정책과 공약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는 없는 것 같다.
19일 마감된 2003학년도 시·도교육청별 중등교사 임용시험 원서접수 결과 모집인원 7189명에 6만 3868명이 지원, 평균 8.88대 1의 지원율을 나타냈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422명 모집에 4548명이 지원해 10.78대 1이며, 모집인원이 2600명으로 가장 많은 경기도는 2만 1685명이 지원해 8.34대 1의 지원률을 보였다. 지원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으로 35명 모집에 495명이 지원, 14.1대 1이며 가장 낮은 곳은 제주도로 60명 모집에 323명이 지원, 5.4대 1을 나타냈다. 과목별로는 역사가 전국적으로 128명을 선발하는데 2728명이 지원, 21.3대 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국어 10.6대 1(830명 모집에 8797명 지원), 수학 7.3대 1(922명 모집 6742명 지원), 영어 7.6대 1(984명 모집에 7490명 지원) 등이다. 그러나 2중, 3중 지원자가 많아 12월 8일 16개 시-도별로 일제히 치러지는 1차 시험의 실제 경쟁률은 이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원자 중 2만여명이 2, 3중 지원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교총은 지난 10월 28일∼11월 1일에 걸쳐 동아일보 위크엔드팀과 함께 남녀공학이 중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은 서울시내 한 지역교육청의 중3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남학교 학생 200명, 여학교 학생 200명, 공학 2곳의 남·여학생 각 100명 등 총 800명의 답변을 집계했다. ◇학습시간 및 성적='공부에 대한 열의'를 5점 척도로 표시하게 한 결과 공학은 평균 3.10점, 단성학교는 2.90점으로 공학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까지 고려하면, 공학 남학생(3.12점), 공학 여학생(3.08점), 남학교 학생(2.98점), 여학교 학생(2.82점) 순이었다. 방과 후에 학원이나 과외수업 등을 포함한 공부시간을 묻는 질문에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공학 여학생이 65%, 여학교 학생은 40.9%였다.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은 공학 여학생이 6.1%에 그친 반면 여학교 학생은 26.8%나 됐다. 남학생의 경우도 3시간 이상을 공부하는 학생의 비율이 공학(58.2%)에서 남학교(47%)보다 높았다. 이러한 학습시간 차이는 시험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 9월 공통적으로 치른 학력평가(국어·영어·수학·과학)의 총점을 쓰게 한 결과, 공학 남학생이 330.3점으로 가장 높고 공학 여학생(329.7점), 남학교 학생(312.7점), 여학교 학생(290.9점) 순으로 나타나 공학이 단성학교보다 평균점수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단, 남학생의 점수가 여학생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 것은 대체로 여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수행평가가 제외된 채 필기 성적만을 비교한 탓으로 보인다. ◇자아평가 및 사회성='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5점 척도에서 여학교 학생은 2.82점을 나타내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다른 집단에 비해 큰 편이었다. 반면 공학 여학생은 2.66점으로 공학 남학생(2.76점)이나 남학교 학생(2.73점)보다도 불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여학교 학생이 2.34점으로 가장 낮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데 어려움을 가장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에 대한 공학 여학생은 2.50점, 공학 남학생은 2.59점, 남학교 학생은 2.68점이어서 여학생들보다 남학생이 자기 표현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내외 활동이나 행사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주도적 역할을 권유받는다'는 항목에서는 공학 남학생이 2.71점으로 가장 높았고 남학교 학생들도 2.63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학생들은 공학이 2.53점, 여학교가 2.40점으로 전체적으로 남학생보다 점수가 낮아 교사들이 여학생들의 적극성을 기르는 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 ◇학급편성에 대한 의견=남녀공학의 장점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있다'는 의견이 전체의 76.7%로 '없다'(23.3%)를 크게 앞섰다. 공학 여학생의 86.9%가 장점이 있다고 답해 가장 우호적이었으며, 공학 남학생이 79.3%, 여학교 학생은 74%, 남학교 학생은 66.5%만이 남녀공학에 장점이 있다고 답했다. 남녀공학일 경우 학급편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혼성반이 좋다는 의견이 80.8%, 분리반이 좋다는 쪽이 19.2%였다. 특히 공학 여학생은 90.5%가 혼성반을 지지한 반면, 여학교 학생은 70.6%만이 찬성해 혼성반 편성에 가장 부정적이었다. 남학생의 경우도 공학(86%)이 남학교(75.8%)보다 혼성반 지지율이 높아 공학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남녀공학과 혼성반 편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성반이 좋다고 응답한 학생들에게 이유를 묻자,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77.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서로 잘 보이기 위해 좋은 학습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답이 12.9%,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없애준다'는 의견도 9.2%를 차지했다. 남녀 분리반이 좋은 이유로는 '동성끼리가 생활하기 편하다'는 답이 49.5%를 차지했고 '공부가 잘 안된다'(20%), '이성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19.5%), '동성 친구간에 우정을 쌓을 수 있다'(11.1%)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조사를 맡은 교총 교육정책연구소 김미영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이 직접 써낸 점수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등의 문제는 있다"면서 "그러나 공부시간과 성적이 비례하는 것으로 미뤄 대체적인 경향은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벌문화 해결방안 제시 ◇서울대가 없어져야 나라가 산다=그동안 학벌 문제에 대해 꾸준히 천착해온 저자가 문제의식을 담은 책. 학벌문화의 3가지 역사적, 이념적 기반에 대해 탐구하고 학벌사회가 만들어내는 엽기적인 사회현상들을 풍자하고 있다. 또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는 교육관련 논쟁점들을 살펴보고 학벌문화의 타파를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실천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김동훈. 더북 대학생 학력 저하 문제 비판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학생들의 학력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가 여러 잡지에 대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와 현대적 교육의 문제에 대해 기고한 글과 대담을 담고 있다. 특히 일본 최고의 명문이라는 도쿄대학을 날카롭게 비판해 출간 당시 일본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적 의미도 크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어린이를 위한 서양 미술 통사 ◇만화 서양미술사=원시 미술에서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미술사의 전 시대와 전 분야를 만화와 해설로 구성한 서양 미술 통사. 어린이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즐겨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다. 중요 미술 작품의 컬러 도판 750여 컷과 미술사 연표를 수록했고 각 시대의 미술 양식이나 작품의 제작 기법도 설명하고 있다. 다카시나 수지 外. 다빈치 만화로 보는 미국과 영어이야기 ◇미국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영어 학습에 매달리면서도 미국에 대한 지식에는 등한시한 틈새를 메워주는 책. 50개 각 주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고 그 특징과 역사 등 미국이란 나라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시켜 영어학습을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해준다. 중간 중간에 만화로 구성한 영어 이야기, 콩글리쉬가 만든 단어들, 알아둬야 할 영어상표명 등 유용한 학습정보를 제공한다. 이원복. 김영사 동시에 자연의 소리 곁들인 음반 ◇백창우 동시에 붙인 노래들=아이들을 위한 음반이 만지고 있지만 영어나 컴필레이션 음만, 혹은 전자악기를 이용한 음반이 많다. 자연 악기의 연주와 꾸밈없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통해 요즘 아이들의 음악감각으로 담아낸 작품. 밥그릇, 숟가락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벌레소리나 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사용해 현장감을 더하고 있다. 백창우. 보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11일 헌법의 기본권조항과 유엔의 국제협약 등을 기준으로 제7차 교육과정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13개 항목이 인권의식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며 수정 권고했고, 교육부는 이를 수용키로 했다. 인권위는 이들 교과서 내용들이 ▲국가이익이나 질서존중을 이유로 인권침해를 정당화 할 가능성 ▲생명권 및 신체 자유권 침해의 소지 ▲학생들의 인격권 침해 정당화 ▲장애인, 여성, 인종 및 특정직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 조장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권고된 내용 요지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자기 집 가정부와 결혼할 경우 국내 총생산(GDP)은 줄어든다(고1 사회, 디딤돌)='가정부'라는 표현은 특정한 직업 비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조장. ▲자질이나 능력이 정상인과 대등하다면(고1 사회, 중앙교육)=장애인에 대비되는 '정상인'은 장애인이 '비정상인'임을 의미. ▲소음순은 꽤 민감한 부위이다. 음경은 배뇨를 위한 기관이다’(고1 체육, 교학사)= 남성은 기능중심, 여성성기는 성행위와 관련한 표현. 여성의 생식기도 기능 중심으로 서술해야. ▲서울의 상징마크는 녹색(산), 청색(한강), 살색(해)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1 미술, 대한교과서)='살색'은 인종 평등권 차별 소지 있다. '엷은 귤색'이나 '엵은 살구색'으로 대체. ▲실험 도구 제시하면서 특정회사제품임을 알 수 있게 사진 게재(중1 과학, 지학사, 금성출판사)=일반적인 사진으로 대체. ▲가족은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이루어진 집단이다(중 1학년 기술·가정, 지학사)='결혼한 부부와 혈연관계의 자녀'에 맞지 않는 가족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인식 심어줄 우려와 차별의 여지. ▲노동 생활 시간은 …주부가 가정에서 일하는 가사 노동시간 등을 말한다.(중2 기술·가정, 두산)=가사노동을 여성의 역할로 고정시키는 표현은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차별 인식 조장. ▲공공선이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나 사회 또는 온 인류를 위한 선이다(중2 도덕, 국정교과서)=마치 개인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존재인 것처럼 인식될 우려. ▲선생님은 우리 반 학생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짐작되어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기 시작했다.(중1 도덕 국정교과서)=교사가 마치 학생들 전체를 절도 행위의 피의자로 간주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내용임. ▲언론·출판의 자유를 "국가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에 해가 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개인의 의견이나 사상을 말이나 글로 발표할 수 있다"(초6 사회, 국정교과서)고 설명=국가목적과 인권보장에서 국가 목적을 우선 시하는 표현. ▲법을 지켜야 하는 까닭에서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초6 도덕, 국정교과서)=소크라테스의 법철학은 현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표방한 법철학과 맞지 않는다. ▲로마시대의 문화 관습을 묘사하는 내용 중(the roman time) 로마시대의 검투 장면을 소개하고, '노예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고 영어, 능률영어사)=지금도 로마에서는 검투사와 노예제도가 가능한 것으로 여길 우려 있다.
발음부터 낯선 외국어. 배우는 입장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더 알기 쉽게 가르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교사들에게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3년째 교단에서 불어를 가르치고 있는 충남 공주금성여고의 박용주 교사는 1년간의 시험적 수업을 거쳐 1권의 책과 노래 테이프로 구성된 '리듬테마로 배우는 프랑스어'(문예림)를 내놓았다. "외국의 유아들이 리듬을 통해 영어를 습득하는 것에 착안, 이것을 수업에 응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과서 내용에 맞춘 66가지 테마로 나눠 각 테마마다 악보와 가사 해설을 실었습니다. '꼬마인디언'이나 '코난'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각국의 동요와 만화 주제가에 직접 가사를 붙였죠. 응용 회화표현과 프랑스 유적지, 유명인물 등 관련 상식도 넣었습니다. 노래 녹음은 에뚜왈(TOILES·별)이라는 프랑스어 동아리 제자들이 직접 맡았고요." 박 교사는 "노래와 주제별 보충 자료를 실은 ICT 자료를 제작,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원하는 교사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충남지역 20여개의 학교에서 이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씩 잠을 줄여가며, 사비를 들여가며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원어민을 통해 가사나 발음 등을 교정하고 학습효과를 위해 원곡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가사를 붙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다보니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했던 적도 있었고요. 지금은 학생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며 절로 보람을 느낍니다. 좋은 수업을 위해선 교사가 끊임없는 실험정신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6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73개 시험지구, 878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올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6만3370명이 줄어든 67만5759명이 지원했으며 예년의 결시율 3∼4%를 감안할 때 실제 응시자수는 64만8000∼65만5000여명이 될 전망이다. 시험은 오전 8시10분까지 수험생들이 입실을 완료한뒤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언어-수리-사회.과학탐구-외국어(영어) 영역 등 4교시로 진행되며, 제2외국 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오후 5시30분부터 6시10분까지 40분간 5교시 시험을 본다. 수능시험 정답풀이는 교육방송(EBS) TV를 통해 6일 오후 7시50분부터 3시간 동안 방송되며 같은 날 오후 10시50분부터 위성방송(플러스1)으로 재방송된다. EBS라디오(FM)에서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20분간 수능 정답 해설이 방송된다. 수능 성적표는 다음달 2일 재학생은 재학학교, 재수생은 출신학교 등을 통해 수험생 개인에게 전달된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처음으로 수능 응시자의 답안지를 표본채취해 채점한 뒤 7일 오후 전체와 상위 50%의 영역별, 계열별 예상평균점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원은 서울·경기 11개 시험지구중 최근 몇년간 그 해 수능의 평균분포와 가장 유사한 점수분포를 보였던 1-2지구, 4만명 내외의 답안지를 매교시 시험이 끝나는 즉시 평가원으로 긴급수송, 채점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중호 /대전동부교육청 장학사·수필가 한 병사가 숨을 몰아쉬며 평원을 달린다. 누구에게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저리도 급하게 달리는가? 그는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달리는 그리스의 병사 필리피데스다. 약 40km의 마라톤 평원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겼노라"고 외친 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여기서부터 마라톤의 역사는 시작이 된다.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엔 손기정 선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곳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인가? 그 이름을 보고 싶었다. 마침 연수를 받기 위해 독일의 다름슈타트에서 3개월 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베를린으로 가 그 이름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초겨울 새벽 4시, 아직도 주위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그의 이름을 보겠다는 의욕 하나로 찬바람을 가르며 다름슈타트역으로 나가 프랑크프르트행 열차를 탔다. 6시에 프랑크프르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초특급 열차 이체(ICE)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최대시속 400km인 이체는 프랑크프르트에서 베를린을 쉬지 않고 달려 4시간만에 도착한다고 하였다. 이체의 1등실로 갔다. 산뜻하면서도 조용한 객실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넓은 좌석의 등받이 뒤엔 작은 TV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이 생겨 TV를 켜는데 승무원 아가씨가 식사를 가져온다. 하지만 요금이 얼마인지 몰라 선뜻 식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식사는 나만 주는 게 아니고 객실에 있는 사람들에도 다 주었다. 아침 일찍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을 위하여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인 것 같았다. 이젠 긴장도 풀렸고 객실 분위기도 웬만큼 익숙해져 후식으로 차를 한 잔 주문해 보았다. 열차는 쉬지 않고 어둠 속을 달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차츰 어둠이 걷히면서 들판에 쌓인 흰눈이 보이고 이따금 너른 들판에 외롭게 서있는 나무도 보인다. 미처 겨울 준비를 못한 나무의 단풍잎에서는 독일의 초겨울 풍경도 엿볼 수가 있었다. 달리고 달려도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뿐이다. 이 넓은 캔버스 위에 오밀조밀한 한국의 가을 풍경을 그려보는 사이에 어느 덧 열차는 베를린 초오역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선 지하철(U-Ban)을 이용해 올림픽 경기장역으로 갔다. 경기장 가는 길은 오른쪽에 작은 동산이 있고 왼쪽엔 국기 게양대가 경기장까지 길게 늘어 서 있다. 멀리 주경기장의 모습이 보인다. 그 앞엔 두 개의 사각기둥이 당간지주(幢竿支柱)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오륜 마크가 보였다. 저렇게 크고 웅장할 수가!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개최했다는 베를린 올림픽. 엄청난 비용과 인원을 투자하여 그가 직접 건립을 지휘했다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아닌가. 그 규모가 62년 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크고 웅장했다. 추운 날씨라 목도리를 하고 장갑까지 끼었으나 몸이 바싹 움츠러든다. 하지만 손기정 선수의 이름이 이 곳에 새겨져 있다는 기쁨과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가 추위를 잊게 하였다. 정문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샀으나 곧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크고 넓은 경기장에서 손 선수의 이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손 선수의 이름을 찾으려면 한나절도 더 걸릴 것 같았다. 매표원에게 그 위치를 묻고 싶었으나 짧은 영어 실력이 문제였다. 8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기본회화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한숨만 절로 나왔지만 어찌하랴. 무슨 말이라도 해서 찾아 볼 수밖에…. 올림픽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를 무어라 말할까? 문득 88서울 올림픽 때 아나운서가 소리를 높여 외치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올림픽 챔피언'이란 바로 그 말이다. 그 다음 선수들의 이름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려면 어떻게 할까? 용기를 내서 말도 되지 않는 영어를 해 보기로 하였다. "할로, 올림픽 챔피언 네임 롸이트?" 매표원이 웃으며 주경기장 전경이 찍혀있는 사진의 한 곳을 가리켜 준다. 그가 지적해 준 곳을 찾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때는 수십만 관중이 운집했을 경기장이지만 오늘은 텅 비어 있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 중앙엔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붉은 트랙 위엔 흰색 라인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관중석 중앙에 있는 본부석을 지나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출구 쪽으로 간다. 출구 쪽 벽면엔 세 개의 대리석 판으로 된 대형 기념비가 있었다. 중앙의 기념비에는 오륜기가 그려져 있고 그 양쪽에 있는 기념비에는 종목별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 선수의 이름을 찾아본다. 왼쪽 기념비에서 가까스로 손 선수의 이름을 찾는 순간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PAGE BREAK] 'MARATHONLAUF 42195m SON JAPAN'. 이게 웬 말인가?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수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새겨져 있었다. 여기 'JAPAN'이란 글자를 보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서둘러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62년 전에 손 선수가 겪었던 나라 없는 설움을 내가 다시 이 곳에서 느껴야 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경기장을 바라본다. 관중은 물론 열정을 다해 뛰던 선수들도 없다. 때 마침 겨울의 운치를 더해주려는 듯 함박눈이 내린다. 살며시 잔디 위에 앉는가 하면 바람 따라 관중석에 앉기도 했다. 어느새 하얀 눈들이 선수와 관중으로 변하여 비어 있던 경기장 안을 꽉 메우고 있는 게 아닌가. 1936년 8월 9일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 경기엔 세계 27개국에서 5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여기서 우리의 손기정과 남승룡은 32번과 49번째로 각각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손 선수가 약 6km지점에서부터 속력을 내서 4위로 선두그룹에 합류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우승자인, 아르헨티나의 자발라 선수를 강력한 우승자로 손꼽았다. 다시 손 선수는 21km 반환점을 앞두고 포르투갈의 디아스를 제치며 2위로 나섰지만 반환점을 통과할 때까지도 자발라는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 그 후 29km지점을 통과하면서부터 손 선수가 자발라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손 선수는 계속 선두를 유지하며 이 대회의 마지막 고비이자 승부처인 비스마르크 언덕을 힘겹게 달려 올랐다. 한편 주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고 곧 이어 들어 올 마라톤 우승자의 모습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드디어 팡파르와 함께 수 십만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382번을 단 손 선수가 주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관중들의 환호에 힘을 얻은 듯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점으로 질주했다. 그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2시간 29분 19초를 기록하였다. 그 뒤로 영국의 하퍼와 우리의 남승룡 선수도 들어왔다. 시상대에 오른 자랑스런 손 선수의 모습을 본다. 머리에 월계관이 씌워지고 일장기가 오르면서 일본의 국가인 '가미가요'가 울려 퍼진다. 그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한 번도 우승 깃발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을 본 일본인들은 '그가 너무 감격한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그랬다. 이제 쉴 새없이 내리던 함박눈이 그치고 경기장에 운집했던 관중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 경기에서 손 선수와 남 선수의 승리는 정말 대단한 쾌거였다. 그들의 승리는 희망을 잃었던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높여주었고 일장기 말소 사건과 같은 민족혼을 일깨워 주는 계기도 되었다. 자랑스런 손 선수의 이름을 다시 본다. 하지만 이상하다. 기념비에 새겨진 손 선수의 국적이 다른 선수들의 국적보다 색깔이 더 밝게 보인다. 1970년 8월 15일 밤, 올림픽 기념비 밑을 서성이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독일에 온 신민당 국회의원 박영록씨 부부와 부름을 받고 달려 온 유학생 이주성씨다. 세 사람은 준비해 온 시멘트와 물 그리고 미장용 공구를 이용해 기념비에 새겨진 'JAPAN'이란 글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KOREA'를 새겨 넣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기념비에 새겼던 'KOREA'는 다시 'JAPAN'으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마라톤 경기는 인간이 체력적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장거리 도루 경주다. 그리스의 병사 필리피데스가 승전소식을 알리기 위해 마라톤 평원을 달렸다면 우리의 손 선수는 조국의 아픔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베를린 가도를 달렸다. 아직도 기념비엔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가 남아 있지만 손 선수의 이름만은 '베를린의 영웅'으로 남아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3일간 재량휴업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서울 B초 K교감.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공문더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134통이니까 하루 당 45건 꼴. 공문을 뜯고 읽고 버리고 분류하는데 하루를 보냈다. "교육 당국은 물론 시교육위 국회 기타 유관기관에서 오는 공문이 줄잡아 일년에 6000건은 넘을 겁니다." 지난달 11일 서울 징계재심위 회의실에서는 시·도교육청 교원업무 담당자들이 모여 통합공문제 시행, 업무보조원 배치, 교장 결재권 분산, 장부 통폐합 등 잡무경감 추진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아직도 밀려드는 공문 처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업무경감 노력이 좀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경기 A외고 K교사는 도교육청이 통합공문제 등의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 도착하는 공문은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이 10월 22일인데 공문 접수는 현재 2302건이고 전언통신문 접수는 817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문서 통합이라고 연초에 초중고 보고공문을 한데 묶은 두꺼운 책 한 권이 왔는데 그거 뜯어보는 것도 일인데다 그게 공문량 줄이는 것과는 상관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K교사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안은 교무업무 보조요원 배치"라고 강조하면서도 "예산상 어렵다면 공익요원 배치를 해주던가 아니면 주당 24시간을 맡는 수업전담교사와 주당 8시간 수업 정도를 맡는 업무전담교사를 따로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직 일선학교에는 사무보조원이 없는 학교가 많은데다 배치된 사무보조원이나 공익 전산보조원조차 전문성이 부족해 오히려 일을 '만들거나' 잡역부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교원 업무보조 인력을 크게 늘였다는 서울이지만 20학급이 안 되는 E여중에는 교무실 사무보조원, 과학실습보조원이 없다. 다행히 공익전산보조원이 배치돼 일손을 덜겠구나 생각했지만 '전산보조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그는 컴퓨터 '문외한'이었다. 전산업무 담당 G교사는 "아래한글이나 문서 작성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하니 일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한다. 광주 C고에 배치된 공익 전산보조원은 아예 학교아저씨 보조원으로 전락했다. 이 학교 J교사는 "성적처리라든가 공문처리 등을 도와줘야 하는데 전산 능력이 전혀 없다보니 매일 화장실 청소나 잡초 제거 나무 가지치기나 하고 있다"며 "수치상으로야 전산보조원이 배치된 거지만 실질적으로 교사들의 업무는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이와 관련 경남 G초 교감도 "단순히 교원업무 보조인력의 수치를 늘리지만 말고 자질을 갖춘 인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며 "일용직인 보조인력의 한달 급여가 공제금액을 제하면 60만원에 불과한 실정에서는 인력 확보마저 어렵다"고 말한다. 초중고교에 비치된 120∼180개의 장부 중에 100∼155개를 없애거나 일반문서로 처리했다는 대구. 하지만 특별히 장부가 줄었다고 말하는 학교는 드물다. Y초 Y교사는 "대구시내 전체 초등교에서 쓰던 장부 종류가 120여 개라는 얘기지 모든 초등교마다 120여 개의 장부가 있던 것을 100개나 통폐합했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원래 각 초등교에는 삼 사십 개의 장부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Y교사는 "실제로 교육청은 법정장부 21개와 교육감 지정 2개 장부만 남겨두고 모두 통폐합했다고 보고했지만 각 학교에는 이외에도 보결수업배정대장, 과학실 일지 등 20여 개의 장부가 더 있다"고 말한다. 이 학교 교감은 "선도가 없어졌으므로 선도일지가 없어졌고 선도반장이 청소를 검사한 후 결재를 받는 봉사일지가 없어진 것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교사들은 갈수록 업무가 늘어난다며 울상이다. 수행평가 때문에 일만 늘었다는 충남 S고 J교사는 "영어의 경우 쓰기 말하기 읽기 듣기 등 수행평가로 인해 번거롭게 성적 입력을 해야 한다"며 "특히 CS전산프로그램이 교사의 일을 경감시킨다는 말은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입력할 내용만 많아져 부담이 는 데다 내년에는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하고 유물처럼 낡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니 잡무 처리에 하루의 반을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Y초 K교사는 "7차 교육과정 시행으로 인해 각종 교과연구회, 평가위원회, 교육과정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잡다한 위원회가 더 늘어나 교사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