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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도연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은 7일 오후 2시 30분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을 긴급 소집,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에 따른 `학교 혼란' 대책 회의를 갖는다. 교과부 장관이 일선 학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시도교육감을 직접 소집하는 일은 이례적인 것으로 김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6일 교과부에 따르면 이번 긴급 회의에서는 최근 일부 중고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또는 집회에 참여하면서 각종 유언비어 `인터넷 괴담'이 떠돌고 학교 전반에 혼란상이 야기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터무니없는 `휴교설'이 나도는가 하면 사회 현상을 둘러싼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정부로선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관이 직접 교육감들을 소집해 실효성있는 대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美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나 시위 등에 중고생들이 집단 참가하는 행위에 대해선 일선 교육감이나 학교장이 현장에 적극 개입해 막을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파문을 일으킨 대구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 시군구 지역교육청의 교육지원센터 전환 문제, 4.15 학교 자율화 조치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이 회의 의제로 제시돼 일선 학교가 좀더 내실있는 대책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논의할 예정이다. ksy@yna.co.kr
전남지역의 초.중.고교 '방과후학교'에 학원강사들의 강의가 허용되고 고등학교의 사설 모의고사 참여도 학교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0교시와 성적에 의한 우열반 편성은 교육획일화 등을 이유로 타 시도와 마찬가지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기존 교육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수정하고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학교자율화 지침' 세부 추진계획을 6일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복수교과 총점에 의한 '우열반 편성'은 교육획일화를 조장하고 교육평등권 침해우려가 있어 이를 금지하기로 했다. 대신 수준별 이동수업의 대상과목과 강의수준의 세분화는 학생.학부모의 희망과 학교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학교에서 수업내용 등을 결정하도록 했으며 학원강사들이 국.영.수를 포함한 교과 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학원 등 영리단체에 일괄적으로 맡기거나 정규수업 행태의 강제적이거나 획일적인 수업형태는 불허하기로 했다. 특히 정규수업 시간을 전후해 이뤄지는 '0교시' 형태의 편법 수업사례도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지돼 왔던 고등학교의 사설 모의고사 참여 여부는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고 사회적,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계기교육'도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가능하도록 했다. '학습부교재' 선정의 경우 정규 수업시간에 부교재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지만 숙제 등을 위해 부교재를 선정할 때에는 교과별 협의회를 거쳐 학운위의 심의 절차를 준수하도록 했다. 김장환 교육감은 "일선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해주는 방향으로 세부계획이 마련된 만큼 학교장의 자율경영능력을 높여주고 중장기 학교발전 계획을 수립해 자체 교육기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도 자체 지침 중 불필요한 간섭이나 규제는 전담팀을 구성,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폐지하거나 수정할 방침이다. betty@yna.co.kr
광주 지역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교 밖 생활지도를 위해 직접 순찰에 나섰다. 6일 광주시 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최근 교외생활지도협의회를 발족해 청소년 탈선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협의회는 경찰 지구대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 18개 권역별로 대표교사를 위촉해 정기적으로 순찰활동을 벌이도록 했다. 대표교사 20명은 매주 둘째와 넷째 금요일 방과 후에 우범지대를 순찰하고 찜질방, 술.담배 판매 업소 등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불법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또 대표교사 외에도 256개 학교 생활부장 교사 등이 수시로 학교 주변 지역을 순찰한 뒤 활동내용을 경찰에 알리는가 하면 아파트 경비원에게 연락처를 알려줘 청소년 범죄나 탈선행위에 대한 신고를 당부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금품갈취는 물론 유괴, 납치 등을 예방하고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교사들이 단속권도 없이 돌아다니는 데 대해 일부 영업자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학부모들로부터는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교과연구회의 연수·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교총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교과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후원하고 있는 ‘선생님이 희망이다’ 캠페인에 지원신청을 한 교사모임이 지난달 30일 200개를 넘어섰다. 연수프로그램을 잘 운영해 학교 수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공부하는 선생님을 돕기 위한 취지로 지난 3월 시작한 캠페인은 맞춤형 연수에 목말라하는 교원들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들의 참여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교총은 이번 캠페인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교총 교과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정기준을 마련했다. 선정위원회는 5월 중 1차로 100여개의 단체를 선정해 200~50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선정위원으로 참가했던 한 교사는 “교수·학습 개선을 통해 교육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인 만큼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과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많은 모임이 참여하길 바란다”면서 “연수프로그램 중심으로 심사를 할 예정이며 활동결과가 학교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인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은 1차 선정 이후에도 연말까지 계속된다. ●지원 방법은=홈페이지(teacherup.chosun.com)에 접속해 온라인상에서 신청할 수 있다. 연구회명, 관련교과, 주요사업계획, 지원금 사용(예정) 내역서, 임원 및 회원명단을 작성하면 된다. 지원기업이나 단체에서 어떤 모임이 있는지 알도록 하기 위해 신청서 내용 중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기부를 원하는 단체는 전화(02-724-5461~4,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나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모임과 지원가능 금액을 지정할 수도 있다. 금액·물품 이외에 연수프로그램, 견학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선정 기준은=평가내용은 교과연구 및 교원연수 프로그램 내용을 검토해 ▲교사 전문성 향상 취지 부합 여부 ▲학교현장 기여도 ▲ 프로그램의 학교수업 적용 적합도 및 타당도 ▲교사모임 회원 수 등이다. 각 항목별 점수 배점에 따라 상위 순위부터 단계별로 차등 지원한다. 10명 미만의 회원이거나, 학생·교사 모임이라도 캠페인 취지와 부합하고, 지원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지원할 수 있다. 단 교사 개인의 학위·자격증 취득, 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캠프 참가비와 경비, 단순 동호회 운영비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어떤 지원 받나=기업체 후원 규모에 따라 지원대상 및 금액이 결정되며, 연 1차례 지원금을 지원한다. 또 지원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특정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원하는 모임이 있으면 직접 연결해준다. 지원을 받은 모임은 행사 시 교총 및 조선일보 후원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교총 회의실 사용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후원 기업=대웅제약, 롯데백화점은 ‘청소년 금연운동’ 캠페인을 담당할 생활지도 교사들의 연수를 지원한다. 하이닉스도 서울·경기권 교사들을 대상으로 상담연수를 실시한다. 디지털대성은 중등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영작문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한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이 보이냐?’ 수익금 일부도 캠페인에 기부된다. 이외에도 포스코, 삼성이나 익명을 요구한 단체까지 많은 기업이 참여를 하고 있다. 한편 CJ나눔재단은 전국 분교장 교사들을 위해 2억5000만원의 교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하고, 직접 50명의 교사를 모집한다. 전국 분교장이나 재학생 50명 미만의 분교 규모에 준하는 농산어촌 지역 교사가 대상이다. 선정되면 7월말과 8월초에 일본 NIE연수와 중국 영상연수에 각각 25명씩 참가하게 된다. 신청은 20일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나눔터 도너스캠프(www.donorscamp.org)에서 할 수 있다. 연수 수료 후에는 각 분교 재학생들에게 연수프로그램을 이용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와 후속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경기도 교육청이 앞으로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6개를 추가 설립하고 중앙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올해 기숙형 공립고 4개와 마이스터고(미래형 직업분야 전문계고) 2개를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과 과학영재학교 설립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김진춘 교육감은 취임 3주년을 맞아 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교육의 다양화.특성화.자율화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우선 현재 외국어고 9개와 국제고 1개 등 모두 18개인 특목고를 6개 추가 설립, 모두 24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도 교육청이 검토하고 있는 특목고는 해당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화성 국제고(동탄택지지구내), 구리 외국어고(사노동), 시흥 외국어고(장현택지개발지구) 등이다. 도 교육청은 이와 함께 올해 기숙형 공립고 4개와 마이스터교 2개를 지정하고 지자체나 기업에서 설립인가를 요청할 경우 자율형 사립고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으며 이밖에 자율학교와 교과특성화학교, 교과특기자육성학교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숙형 공립고는 군(郡) 지역 고교만을 대상으로 지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여주와 양평, 가평, 연천 등 도내 4개 군 지역에 설치될 전망이며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되는 고교에는 학교당 50억원씩이 지원된다. 자율형 사립고는 2010년까지 2-3개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도 교육청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경기과학고의 과학영재학교 전환을 신청했다 무산됨에 따라 앞으로 과학영재학교를 기존 학교의 전환이 아닌 신설하는 방향으로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과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저소득층 방과후학교 지원 등 교육복지 사업에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2천4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 화장실 개선 및 냉난방 시설 확충 등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모두 3천2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다양화.특성화.자율화 등 경기교육 방향은 바르게 설정됐다"며 "앞으로도 전국에서 가장 다양하고 특성화된 학교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wang@yna.co.kr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구례로 향했다. 여름 날씨마냥 햇볕은 뜨겁다. 남원은 춘향제로 흥청거리지만 우리는 곧바로 구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북적거림을 벗어나 한가로움을 맛 보기 위해서였다. 구례에 들어섰다. 노란 산수유 꽃으로 수놓아졌던 길가엔 꽃의 흔적은 사라지고 녹음을 드러낸 이파리만 길손을 맞이한다. 구례에서 연곡사, 쌍계사, 하동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토지면 들녘이 보인다. 들판 여기저기에 고추모종과 양파가 심어져있다. 들녘 곳곳에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농부들이 눈에 띈다. 지금 농촌은 농사준비에 바쁘다. 이 바쁜 기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하동 방면으로 길을 잡다 보면 운조루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를 따라 가면 운조루가 나온다. 운조루가 있는 오미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고샅길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운조루 앞에 한 할아버지가 구기자와 땅콩 쥐포와 약초 몇 가지를 놓고 팔고 있다. 동네분이다. 차에서 내리자 할머니 한 분이 소쿠리에 미나리를 가득 담은 것을 가지고 다가오더니 옆에 있는 분에게 사라한다. 그 많은 것이 삼천 원이라 한다. 직접 농사지은 것인데 커다란 비닐 봉지 두 개가 가득 담긴다. 운조루에 도착하면 길손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연못이다. 연못엔 수련 잎들이 구름 속에 비치듯 떠있다. 대문 앞에 이 집의 주인인 곽영숙(35)씨가 연못의 수련을 캐어 팔고 있다. 그녀는 큰 집(중요민속 자료8호)을 지키고 보살피며 가이드 역할까지 하지만 전형적인 촌부(村婦)의 모습이다.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집, 운조루(雲鳥樓) 마당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안채에 들어가면 운조루란 현판을 볼 수 있다. 230여 년 세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집을 지켜왔을 현판 운조루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희미해져 있지만 그 고풍스런 느낌만은 그대로 전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운조루란 택호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 혹은 ‘구름 위로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란 의미로 고택은 지리산 산자락 아래 한 마리 새처럼 노닐듯 앉아있다. 그런데 이 운조루의 운(雲)과 조(鳥)는 도연명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고 / 새들은 날기에 지쳐 둥우리로 돌아오네.’라는 시구에서 따왔다고 전해오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집 밖에서 바라보면 지리산에 구름이 걸려 있고, 잠시 귀를 기울이면 산새들이 조잘조잘 노래하는 집임을 금세 알 수 있는 걸. 오랜 세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서 230년을 터 잡고 나눔의 삶이 무언가 보여주었던 운조루. 옛 주인은 새가 되어 구름 속을 노닐고 현 주인은 옛집을 지키며 옛 주인의 마음을 보듬고 있다 옛 영화는 어디 갔을까? 밖에서 바라본 운조루의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이라면 안에서 들러본 운조루의 고택은 쓸쓸함이었다. 드문드문 길손들을 맞이하는 며느리 곽영숙씨와 이야길 나누며 그 쓸쓸함을 느낀 건 내 마음 때문인지 모르지만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운조루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삼대가 살아가는 집, 운조루 “힘들지 않으세요?” 집을 구경하기 전 마루에 앉아 곽영숙씨와 이야길 나누며 대뜸 묻는 말이 힘들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녀는 “힘들긴 하죠” 한다. 그녀의 꾸밈없는 대답에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시골생활의 고달픔이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다. 지금은 시어머니(이길순·73) 한 분만 모시고 살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시할머니(작년에 작고, 96세)까지 모시고 관광객 안내하랴 농사짓는데 도움 주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밝게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질문엔 귀찮을 듯싶은데도 미소로 살근살근 이야기해준다. 이 집엔 현재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니(큰 아들), 그리고 막내아들인 유정수·곽영수씨 부부와 세 자녀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시할머니가 작고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대가 한 집에서 산 것이다. 남편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큰 집을 관리하고 어른들을 모시는 일은 며느리 곽영수씨의 몫이다. 도시 아파트에서 살다가 집 지키러간다는 남편 따라 온 운조루. 처음에 적응하기가 낯설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웬만큼 몸에 배었다고 배시시 웃는 모습이 산나물처럼 소박하다. 마루에 나란히 앉아 이러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신다. 시어머니란다. 인사를 하고 뭐하고 오시느냐 물으니 고추모종 하고 온단다. 있는 땅이라 놀릴 수도 없고 해서 농사를 짓지만 힘이 벅찬 듯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세 내주시지요” 했더니 “여그가 시방 노인들밖에 없어요. 다 할머니들뿐인데 누가 농사 지어” 한다. 어디서나 농촌의 현실은 똑같았다. 젊은 사람이 없는 농촌은 운조루가 생기를 잃어가듯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슬그머니 말한다. “남편도 저도 농사일 힘드니까 고추모종 조금만 하시라 해도 저리 하세요. 땅 그냥 놀리면 죄가 된다면서요. 편치 않지만 말려도 안 돼요. 시골 양반들 다 그렇잖아요.” 시어머니에 대한 염려가 잔뜩 묻어나는 며느리의 말에 팔순의 나이에도 농사를 짓고 계시는 시골의 내 부모님 얼굴이 겹쳐지는 건 왜일까. 나눔과 배품의 정신이 깃든 쌀독, 타인능해(他人能解) 운조루가 유명한 것은 양반가의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집주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있어서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곳간채에 통나무 속을 비워 만든 쌀뒤주가 놓여있다. 뒤주 하단부에 가로 5㎝ 세로 10㎝ 정도의 직사각형에 ‘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다른 사람도 능히 마개를 열어 쌀을 가져가라는 뜻이다. 본래 쌀뒤주는 남들이 보지 않은 곳에 놓아두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운조루 사람들은 안채에서 떨어진 곳에, 그것도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눈에 보이는 곳에 뒤주를 놓고 누구나 쌀을 빼가도록 했다. 그리고 쌀 두 가마 정도 들어가는 뒤주엔 쌀이 항상 채워져 있었다 한다. 쌀을 가지러 왔다가 없으면 낭패를 당할까 하는 염려에서다. 타인을 위한 주인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자들의 욕심을 꼬집는 말로 99석 가진 자가 1석 가진 자의 재물을 탐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운조루의 주인 유이주는 200여 년 전에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그 정신을 후손들에게 지키도록 유훈을 남겼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그 정신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실천에 옮겼다. 이것이 동학혁명과 해방 후 좌우익의 대립과 갈등,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운조루가 온전히 남아있는 이유이다. 나만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의 정신이 숱한 시대의 격랑을 헤치고 견디게 한 요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뒤주를 침묵으로 보고 있으려니 지난 세월 동안 끼니를 잊지 못한 인근의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 어린 자식들과 오순도순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시공간이 정지한 듯한 한옥, 운조루 한옥을 둘러보며 느끼는 건 행랑채며 사당이며, 사랑채와 안채, 가빈터, 부엌 등이 200여 년 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엌에 서서 나란히 걸려있는 검은 가마솥 세 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옛 사람과 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밥 짓는 소리가 되어 들려오는 듯했다. 시공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운조루. 지금 60여 칸만이 남아있지만 본래 99칸으로 지어졌다는 집인 운조루. 옛 영화는 세월 속에 묻혀버린 듯 쇠락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의 베품과 나눔의 정신만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 전해지리라 생각된다.
선진국에 비해 대체로 교과서가 많은 우리나라는 교과별 적용해야 할 학습지도 모형도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시간에 여러 가지 수업 모형을 적용해야 하는데 슬기로운 생활과 관련된 교수-학습지도 모형 중 살펴보기학습 수업모형을 안내하니 교수-학습에 참고하기 바란다. 1. 특징 교실이나 야외에서 학생들이 어떤 사물과 현상을 능동적으로 찾고 오감을 통해 그 특징을 찾아내는 활동이 주가 되는 교수-학습 방법이다. 관찰활동이 주가 되는 수업은 어떤 사물과 현상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생김새, 색깔, 크기, 무늬, 움직임, 촉감 등을 감 각을 통해서 그 특징을 알아보는 경우에 적절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관찰할 때에 관찰의 관점, 또는 그 특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주요 관찰 기준을 수업 중에 제시하지 않으면 수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2. 과정에 따른 주요활동 (1) 자율 탐색 단계 : 자료 관찰, 놀이, 분류 ① 관찰 대상을 먼저 알아본다 ② 관찰 방법을 생각한다. ③ 감각기관을 사용한다 (2) 탐색결과 발표 단계 : 결과 발표, 토의 ① 관찰한 내용을 토의하기 ② 관찰한 내용 발표하기 (3) 교사의 인도에 따른 탐색(관찰, 관점 제시, 분류기준 제시) ①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는다. ② 새롭게 관찰한다. ③ 계속 관찰한다. ④ 관찰한 것을 수량이나 도표로 표시한다. (4) 탐색 결과 정리단계 : 이해, 문장화 ① 관찰한 것을 기록한다. ② 관찰한 내용을 표현한다.
이화여대 교육대학원과 중국 북경대학 대외한어교육학원이 공동개발한 ‘국제 중국어교사교육과정’(EPTeCSOL, 텍솔)이 8일 개강한다. 텍솔은 초중등학교와 기업 중국어교육과 사회교육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실용 중국어 교육전문가를 양성하고, 재교육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에 적합한 교육을 위해 양 대학의 중국어 교육전문가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6월 28일까지 총 96시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은 성적 우수자에게 ‘국제중국어교사인증서’를 발급하며, 방학 중 북경대 교육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 두 달 동안 교총회원으로 신규 가입한 교사와 추천인들에게 푸짐한 경품이 지급된다. 교총은 지난달 25일 임시 대의원회에서 ‘2008년 3~4월 회원가입·추천 경품 이벤트’ 추첨을 통해 450명을 선정했다. 이벤트는 교총이 회세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3월부터 2개월간 신규 가입한 교원과 가입을 추천한 교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경품은 교총회비를 납부한 당첨자게 배송된다. 아울러 회원가입 다수 추천자에 대한 포상은 7월과 12월 별도로 실시할 예정이다. 450명 당첨자 명단과 경품은 교총홈페이지(www.kft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당첨자 명단. ▲회장상=윤정아 대전용산초 교사(삼성파브 40인치 LCD TV) ▲교총상=최종속 원삼중 교사(컴팩 프리자리오 노트북) ▲감사상=이금란 전주한들초 교사(삼성김치냉장고) ▲축하상=황순녀 서울과학고 영양교사, 김준엽 동해광희중 교사(50만원 여행상품권) ▲회원상=조아름 망월초 교사, 전진아 삼성초 교사, 곽혜미 신지초 교사, 장미화 점촌초 영양교사, 신지혜 서울압구정초 교사(누리안 X3 전자사전)
울산 강북교육청 관내 31개 중학교 중 3개 학교를 제외한 28개 학교가 재량휴업(단기방학)을 하였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나흘간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재량휴업(단기방학)에 들어갔다. 관내 현대중학교에서는 교육청이 가족간의 유대를 증진하고 체험활동을 통한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는 한편 지역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휴업일 운영으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휴가의 질적 개선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토대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재량휴업(단기방학)을 권장함에 따라 재량휴업(단기방학)을 실시한다고 학교소식지는 전하고 있다. 그리고 동부지역 학교에서는 재량휴업(단기방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재량휴업일을 지역별로 동일한 시기에 4-5일 정도 학교가 동시에 실시하여 각기 다른 방학기간 운영에 따른 학부모의 불편을 해소하여 가족체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고 한다. 재량휴업(단기방학)을 각 학교마다 실시한다고 하니 맞벌이 부부 등 일부 학부모님들이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하여 재량휴업(단기방학)을 무엇 때문에 하느냐고 불평을 하기도 하였다. 애들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려느냐, 어른들은 모두 직장에 나가고 없는데 애들은 어디서 무얼하느냐, 왜 단기방학을 하여 부자집 애들은 부모들과 함께 외국에 나가 해외여행을 하는데 우리애들은 여행도 못가고 스트레스만 받게 하느냐, 선생님들은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모자라 또 방학을 하느냐는 등 많은 원망과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학교마다 재량휴업(단기방학)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였다. 현대중학교에서는 학교소식지(08-3호)를 통해 재량휴업(단기방학)에 대한 홍보를 하였는데 '(앞부분 생략) 단기방학은 기존의 여름, 겨울방학기간을 분산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설, 추석 등 가족단위 활동이 필요한 시기에 가족 체험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뒷부분 생략)' 이렇게 해서 선생님들이 수업일수나 학습 결손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며 방학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방학을 분산해서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각 학교마다 나름대로 재량휴업일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 대한 지도 등 각가지 과제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량휴업일을 효과적으로 보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화암중학교에서는 재량휴업(단기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효행실천과제를 내줘 가족간 유대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실천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부모님들의 손과 발을 직접 씻어드리고 그 모양을 그려보는 활동인 '세족식'을 가지며 가족과 한 이불 속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량휴업(단기방학)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실시되고 있는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며 교육의 성과를 가져왔으면 한다. 그리고 학교마다 맞벌이부부 자녀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마련하여 잘 지도가 되었으면 한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다 알찬 재량휴업일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이명박정부는 몇 안 되는 교원 정책 관련 공약의 하나로 선뜻 5~10년 주기의 교원 연구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원의 경쟁력과 전문성 신장’을 키워드로 하면서 현직 교원의 자질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러한 교육 공약에 대한 화답으로 교과부는 3월 20일자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 학습연구년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며, 근무실적 및 교원 평가 우수 교원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대통령의 교육 공약은 임기 내내 교육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해당 정부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공약에 포함된 교원 연구년제의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놓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학교교육에 있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해 내기 위해서는 교원들을 움직여야 하는데 닫힌 교실 안에서 준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들을 움직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으로 불리면서도 노동조합에 의해 신분과 권익을 보호받는 매우 모순된 지위를 지니고 있는 교원들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줄 세우기나, 과도한 경쟁과 채찍, 퇴출 압력 등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음을 선진국의 사례는 말해준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의 연구년제 도입 천명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유도하기 위해 교원에 대한 부정적, 통제적 조치보다는 윈-윈(win-win) 성격의 전문적 기제를 활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구년제의 도입 취지가 긍정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년제가 의도한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기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심사숙고해야할 사항들이 여럿 있고, 이러한 사항을 둘러싼 신중한 타진과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적 실행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로 대학 교원들에게 적용되어왔고 최근 일부 연구소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연구년제는 문자 그대로 연구를 위한 제도이며, 학자나 연구자들이 연구력을 향상시키고 학문 발전에 공헌하도록 정해진 기간 동안 직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선발 대상의 요건과 범위, 혜택을 받은 후의 의무 복무 기간 등이 정해져 있고, 복귀 후에 연구 결과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초중등 교원의 경우, 학문의 발전 보다는 현장 연구를 통한 교수·학습 발전을 목적으로 그리고 학교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선도 교사의 육성을 목적으로 연구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입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압박이다. 얼마나 많은 교원들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보수를 다 줄 것인가 혹은 일부만 줄 것인가 등의 문제는 바로 재정과 직결된 것이다. 본봉만 지급하는 등의 방편으로 추가적 재정 부담 없이 제도를 운용하겠다는 발상은 새 정부가 진심으로 교원 전문성 신장을 위한 의지가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기왕에 연구년제를 도입하려면 교원의 연구력 향상과 사기 진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 재정을 확보하고, 보다 많은 교사들에게 연구년제도가 주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혜 대상으로 선발된 교사들의 수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기간제 교사의 안정적 확보 방안, 연수의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결과 활용 방안 등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선발 기준과 방법이다. 어차피 그 혜택이 일부 교원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발 기준과 방법이 불합리할 경우 제도의 취지와 장점이 크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제도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대상자가 선발되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흉내만 내거나 다른 정책과의 유기적 연계를 무시한 채 엉성하게 구상된 제도의 도입은 자칫 약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 산발적으로 거론만 되었을 뿐 열매를 맺지 못한 교원 연구년제의 도입이 이번 정부에서는 신중한 정책 판단과 제도 구안을 통하여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전문성을 향상시켜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학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기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4월 참여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일반 초중고교에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통과시켰다. 또 1차 시범 적용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없고, 입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감이 한창인 10월 중순 2차 시범 적용학교를 대외 발표 없이 강행했다. 그 결과 교사에서 교장으로 진출한 무자격 교장은 전국적으로 1차 8명, 2차 9명으로 총 17명이 재직하고 있다. 당시 교육혁신위 내 교원정책특위 조차 문제점을 인식해 부결시킨 사안을 다시 강행한 것은 참여 정부가 특정집단과 코드인사에 경도돼 있었음을 방증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면 참여정부의 민심 이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였음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정책 중 교육부문의 지극히 포플리즘적이고 교육계를 만신창이로 만든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당장 용도 폐기함이 마땅하다. 모든 조직 사회가 그렇듯 구성원들의 승진에 대한 욕구는 성취동기 유발 기재로 존중받아야 되고 또 장려해야 될 사안이다. 그런데 순수하고 교육적 사명감에 불타야 될 젊은 시절부터 학생들 가르치는 일보다는 정치성향에 휘둘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로또 교장(?)으로 발탁돼 대다수의 교사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주는 것은 누가 봐도 교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현재 국․공립 교원의 평균 나이는 42.2세로 타 직종보다 상위 직급으로 승진 소요 연한이 매우 높다. 그것은 교직의 특수성으로 이해해야지 직급 구조가 다단계인 일반 행정직처럼 이해하는 되는 무리가 있다. 또 관리직인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은 직급 구조상 병목(Bottle neck)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현 승진 제도가 합리성과 타당성을 100% 만족시키느냐 하는 데는 필자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반면에 투명성과 객관성은 여타 직종 종사자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자격 공모 교장 선출과정의 심각한 문제점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무자격 교장에 대한 선례가 DNA로 유전돼 계속 발원하는 상황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금 현장 교원에게 시급한 과제는 양질의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수업 기술 강화다. 교사의 잠재된 성향은 부지불식간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여러 연구물과 전문가들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한 발은 교직에 한 발은 정치성향에 발을 담그는 이중적 자세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태도는 학부모가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똑같은 이슬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같은 말도 변호사가 법정에서 하면 구속력 있는 ‘변호’가 되지만 술집에서 하면 헛소리로 치부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제 현명한 국민들 덕분에 교육이 위기의 궤적을 밟아 가다가 본 궤도에 왔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교육자치의 신호탄이 발사된 것이다. 추진계획은 교육감·교장이 단위학교 자율운영을 할 수 있도록 초중고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29개의 지침을 즉각 폐지하고, 규제성 법령 13개 조항을 6월 중 대폭 정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 각급 학교장을 포함한 교원의 역량과 창의적 마인드가 교육 수요자의 시험대에 와 있다.
“내 귀는 소라껍질 /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귀’라는 제목의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의 이 시는 실은 ‘칸느’ 연작 단시 중 제5번 시이다. 귀와 조개껍질과의 유사점에서 출발하여, 그 조개껍질이 파도소리로 이어지고, 다시 그 파도소리로부터 자연스럽게 귀로 돌아오는 원환적 구성을 이루고 있는 이 짧은 시에서 우리는 콕토의 재기 넘치는 이미지 구사 솜씨를 한껏 맛볼 수 있다. 파리 근교 메종 라피트에서 부유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콕토는 1906년 17세 때 페미나 극장에서 시낭송의 밤을 개최함으로써 조숙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했다. 그는 시인으로서, 소설가로서, 문학비평가로서, 화가로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무슨 일에 매달리든지 콕토는 시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명명할 때에 그냥 시, 소설, 평론, 연극이라 하지 않고 반드시 시, 소설의 시, 평론의 시, 각본의 시, 회화의 시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의 시사랑이 얼마나 깊고 열렬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소 사치스런 고독을 산 시인 콕토가 평생 가난과 술과 아편 그리고 병(폐결핵)에 시달리는 그야말로 처절한 고독 속에 살다가 간 불우한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와 깊은 우정을 나눈 것은 이 두 예술가 사이에 남다른 혼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콕토가 모딜리아니에 관하여 ‘몽파르나스의 모딜리아니’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모딜리아니가 ‘장 콕토의 초상’(1917)을 그리기도 하는 등, 정신적 동지로서 서로를 아끼고 부추겨 주었음은 유명한 몽파르나스의 전설로 남아있다. 콕토는 모딜리아니의 데생에 대해 이렇게 칭찬했다. “모딜리아니의 데생은 최고의 엘레강스이다. 그는 우리들 모두의 귀족이다. 마치 유령의 선(線)처럼 보이는 핏기 없는 선은 결코 우아함을 잃은 적이 없다. 그의 선은 샴 고양이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콕토의 산문시 중에 ‘파란색의 비밀’이라는 시가 있는데, 이것 역시 모딜리아니가 유난히 좋아했던 파란색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파란 눈의 소녀’, ‘파란 옷의 소녀’, ‘파란 에이프런의 소녀’, ‘파란 상의를 입은 소년’ 등 모딜리아니의 작품에는 청색을 주조(主調)로 한 것이 많다. 특히 모딜리아니가 ‘파란 눈’이라는 제목으로 그린 ‘잔 에뷔테른의 초상’(1918·사진)은 콕토의 시 ‘파란색의 비밀’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자유와 무한의 색깔인 파란색의 신비를 찾아 헤매다가 사라진 콕토와 모딜리아니는 파리의 몽파르나스를 무대로 예술혼을 불태운 현대의 방랑기사(放浪騎士)들이라 할 수 있다.
“늘 선생님들께 도움만 받았는데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즐거워요.”(유승호·사진 오른쪽) “교육을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영광스럽습니다.”(오수아) 영화 ‘서울이 보이냐?’가 8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주인공 오수아 씨(26)와 유승호 군(일산 백석중 3년)이 지난 25일 교총 임시대의원회에서 교육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담임교사 은영과 어린 길수를 연기한 두 배우는 “홍보대사로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유 군은 “학교선생님들이 참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속 은영선생님은 14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어려운데 학교에서는 한반에 3~40명이나 되기 때문에 선생님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생 수가 적으면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학창시절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정을 나눠줬던 은사들을 떠올렸다. “방학 전날 아이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서 전달해 주셨던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나 국어 시간에 그림을 그리도록 해 상상력을 키우는데 노력하셨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생각났다”며 “영화를 통해 어릴 때 꿈이었던 선생님을 경험할 수 있어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가 아닌 학생으로서유 군은 “선생님들 도움으로 학교에선 연기자가 아닌 학생으로 평범하게 생활한다”며 “우리들이 잘 공부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이해해주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참 좋다”고 자랑했다. 오 씨는 교총 대의원회에서 ‘아동안정망 구축을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보고 “선생님들이 수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상업광고 모델이 되는 것 보다 홍보대사가 된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대답했다. 홍보대사로서 교육에 대한 한 마디를 부탁하자 오 씨는 “교육이 어렵다고 하지만, 선생님들을 보니 힘이 난다”며 “책임감을 갖고 선생님들에게 힘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군은 애교 섞인 내용으로 담임교사에게 메지시를 전달했다. “장소연 선생님, 스승의 날 미리 축하드리고요, 앞으로 1년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인류역사에 획을 그은 전환점으로 신석기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혁명이 있다. 정보혁명에 이어 앞으로 인류문명에 일대변혁을 가져올 제4의 혁명으로 꼽는 것이 우주개발이다. 당장 국가 안보 강화와 기초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먼 미래에는 우리의 후손에게 새로운 신천지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우주 시장 규모도 1,000억 달러에 넘어섰고 그 성장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우주인들을 달에 보내고 2024년에는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화성에는 2011년 이후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러시아 역시 2015~2020년까지 달에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도 달에 2012년 무인 착륙선, 2017년엔 유인 우주왕복선을 띄울 예정이다. 일본도 2025년 이전에 달 유인 과학기지 건설에 착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도 또한 2020년에는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을 실현시키는 것이 목표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늘려 우주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우주인을 배출하면서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우리 정부도 2017년에 1.5t급 위성발사체를 개발하고 2020년에는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당초 계획을 보다 앞당기겠다는 뜻을 비친 바도 있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도 우주개발의 원대한 꿈을 꿀 때가 되었다.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증대되고, 우주관련 인력의 수요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직업평론가 김준성씨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우주 관련 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10년 후 유망직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주체험관 코디네이터'가 1위로 나타났다. 이소연 씨의 우 주진출을 계기로 우주체험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우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는 인력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다. 2위는 우주과학을 연구하는 ‘우주항공 공학자’가 차지했다. 우주기술개발은 많은 학자가 참여하는 공동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유망하다는 것이다. 3위는 천체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연구하는 ‘천체 물리학자’가, 4위는 이소연 씨가 9박10일간 머무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자가 꼽혔다. 특히 우주정거장은 현재 16개국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참여요청이 있고 국민적 여론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우주정거장 운영자도 향후 각광받는 직종이 될 것이다. 5위는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발사체 산업 정책 전문 관료’가, 6위는 이소연 씨가 입고 있는 ‘소콜’과 같은 우주복을 개발하는 ‘우주복 디자이너’가, 7위는 우주인의 건강을 챙기는 ‘항공 우주 의료 전문 의사’가, 8위는 우주선의 운항을 책임지는 ‘우주선 선장’이 각각 차지했다. 그밖에도 우주인은 9위, 우주여행 작가는 10위, 우주 관광 가이드는 11위, 우주 산업 컨설턴트는 12위, 우주 실험 전문가는 13위, 우주여행 심리 상담가는 14위, 우주 임무 전문가는 15위에 올랐다. 미국 해군대학 교장이었던 메이헌(Alfred T.Mahan)은 “태평양을 정복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에 교훈을 얻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 태평양을 장악하였고 마침내 미국은 세계의 패자가 되었다. 21세기에는 “우주를 정복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한 나라의 국운은 미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얼마나 큰 포부와 꿈을 갖고 있느냐에 좌우된다. 우주개척이야말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도전해봄직한 일이다.
최근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 '5월 17일 등교를 거부하자'는 글이 포털사이트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6일 "17일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는 토요일이며 인터넷과 문자 메시지 등으로 떠돌고 있는 '5.17 휴교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등에 10대 중고교생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포털사이트 등에는 '5.17 전국 중고생 단체 휴교 시위' 등 내용의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10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휴교 지지' 글을 올리거나 문자 메시지를 다시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교육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미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일부 학생들이 논쟁을 벌이면서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학생들이 이런 소문에 현혹되지 않도록 일선 학교에 지도 지침을 내보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이날 저녁 종로와 여의도에서 열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한편 생활지도 교사들을 현장에 파견, 학생지도에 나설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당장 오늘 저녁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어 학교별 훈화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자제를 당부했다"며 "경찰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해 만약의 경우 위험할 수도 있는 만큼 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지만 '5.17 휴교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무척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능한 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지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고향 의령의 한우산을 찾았다. 그동안 한우산은 수없이 다녀왔지만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철쭉이 만개한 시기에 다시 찾은 것은 2001년 여행동우회와 산악회 멤버들과 함께 온 이후 7년만이다. 남해고속도로 함안IC를 빠져나와 법수면을 거쳐 남강을 가로지르는 백곡교를 건너면 의령땅이다. 가는 길목에 자리한 백곡리 감나무를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정곡면 백곡리에 자리한 이 감나무는 수령 약 450년으로 높이가 28m에 이른다. 얼마전인 올해 초 천연기념물 제 492호로 지정되었다. 삼성그룹 창시자인 이병철생가를 지나 벽계관광지 방면으로 나아갔다. 관광지 입구의 봉황대와 벽계저수지를 지나 임도를 올라가자 찰비계곡이 보인다. 이후 구불구불한 임도를 10여 분 더 오르자 산 중턱에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룬 철쭉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임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카메라에 풍광을 담은 후 1분쯤 더 가자 한우산 주차장이 나온다. 해발 약 800m에 이르는 이곳에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꽃촬영에 나선다. 한우산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마지막 장면이 이곳의 산길에서 촬영되면서 유명해져 이후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산이다. 주인공이 소를 끌고 올라가는 장면속에 나오는 산길이 한우산의 임도다. 한우산(835m)은 의령의 최고봉인 자굴산(897m)과 산성산(741m)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멋진 산세를 자랑한다. 한우산은 산 정상 부근까지 차로 접근이 가능하다. 촬영무대였던 찰비계곡에서 한우산까지의 드라이브를 해볼 만하다. 주차장 바로 앞에서부터 철쭉군락지가 이어진다. 만개한 철쭉 뒤로 깔끔하게 포장된 임도가 이어져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마침 빨강과 파랑 원색의 상의를 걸친 등산객이 지나가고 있어 멋진 모델이 되어준다. 그 뒤로 페러글라이더가 푸른 창공을 날고 있어 시원스런 풍광을 만들어낸다. 한우산은 벽계마을에서 산성산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고, 벽계저수지 위쪽의 백학동계곡에서 오르는 코스도 최근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가장 짧게 걸으면서 철쭉감상을 제대로 하려면 한우산 주차장에서 정상을 거쳐 제 2활공장까지 내려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가 제격이다. 한우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640m로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서 제 2활공장까지 내려가는 길은 380m로 5분이 채 안걸린다. 왕복거리가 2.4km로 쉬엄쉬엄 다녀와도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어지는 등산로 양옆으로 철쭉이 나그네의 길손이 되어 반긴다. 정상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안내표지판만 세워져 있었는데, 필자가 다녀온 며칠 뒤인 지난 5일에 정상석 제막식이 열렸다. 그래도 정상이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해발이 몇 미터라도 더 높은 탓인지 꽃이 상대로 덜핀 상태다. 정상에서 제 2활공장 쪽으로 내려서자 산이 꽃불에 활활 타고 있다. 한우산 철쭉의 대규모 군락지를 이루는 제 2활공장 주변이 이 일대에서 가장 아름답다. 아래쪽 임도에서부터 활공장 주변 능선을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고 있는 가운데, 바로 위 하늘에서는 페러글라이더가 멋진 비행쇼를 선보이고 있어 아름다움이 한결 빛을 발한다. 선홍빛 꽃물결 뒤로 임도가 뱀이 또아리를 틀듯 꼬불꼬불 이어지며 올라오는 폼이 자연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드넓은 철쭉군락지에서 한동안 꽃에 취했다가, 페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나는 풍경에 신선이 되어 함께 허공을 떠도는 상상을 하며 보냈다. 철쭉감상은 다가오는 석가탄신일 연휴인 12일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해가 서쪽 하늘에 걸릴려는 무렵 서둘러 내려왔다. 해가 지고난 후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임도에서 운전해 내려오기는 상당히 위험하고 부담스럽기에 서둘렀다.
한국 문단의 거목 박경리씨가 타계했다. 우리는 이 화창한 신록의 계절에 문학의 참된 스승을 잃었다. 그가 남긴 작품과 그가 문단에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아쉽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는 지난해 7월 폐암 선고를 받았으나 고령을 이유로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투병하다 지난달 뇌졸중으로 쓰러져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오던 중 어린이날 마침내 숨을 거뒀다. 향년 82세로 타계한 그의 일생은 그의 소설 속 여인들의 비극적인 운명 만큼이나 굴곡진 것이었다.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박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통영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결혼했으나 전쟁 중 남편과 아들을 잃고 외동딸을 홀로 키우며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표류도' '김 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 등 굵직굵직한 소설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나 '토지' 1부를 집필하면서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암과 사투를 벌인 끝에 병마를 이겨낸 박씨는 유신정권에 저항하던 사위 김지하 시인의 투옥으로 또 한차례 마음 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군사정부 아래 어떠한 시련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1897년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서울, 만주, 일본을 거쳐 1945년 다시 평사리 섬진강 가에서 주인공 최서희가 해방 소식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대하소설 '토지'는 작가의 대표작이자 우리 문학의 큰 줄기를 이루는 작품이다. 1969년 9월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한 뒤 1994년 8월15일 '문화일보'에 실을 마지막 원고를 탈고하기까지 전체 5부가 완성되는데 장장 25년이 걸렸다. 작품에는 동학농민전쟁, 을사보호조약, 청일전쟁, 간도협약, 관동대지진, 형평사 운동, 만주사변 등 역사적 사건이 무수히 등장한다. '토지'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씨줄로 이름없는 민초들의 삶이 날줄로 엮어진다. 등장인물만 해도 578명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토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박씨는 문학적인 성과 외에도 환경과 생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 땅의 사람과 자연을 사랑했으며 생명 하나하나의 존엄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생명사상이 박씨의 작품 속에서 엿보인다. 강원도 원주시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설립해 환경과 생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터전 역할을 해왔고 1993년 환경운동연합 출범 당시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씨는 '토지' 완간 후 간간이 산문을 기고하고 시집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미완성 소설과 산문들을 묶어 13년 만에 작품집 '가설을 위한 망상'을 내놓았으며 최근 '현대문학' 4월호에 신작시 3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과 고향 통영시, '토지'의 무대가 된 경남 하동에는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그가 남긴 문학혼을 기리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5일 타계한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첫 날부터 문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외손자 원보, 세희씨가 빈소를 지킨 가운데 박완서, 황석영, 박범신, 이근배, 이문재, 도종환, 공지영, 윤대녕, 조정래, 윤흥길, 백가흠, 천명관, 윤성희 등 문인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정몽준 국회의원, 양숙진 현대문학 주간,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성훈 상지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전 총장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박완서 씨는 "평화롭고 곱게 돌아가셨다"고 임종 당시를 전했다. 박씨는 "항상 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하면서 "형님이자 어머니, 대선배였다"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한국문학의 큰 기둥이 사라졌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후배들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하는데 그럴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황씨는 "선생님이 성격이 그렇게 편하신 분은 아닌데 나는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도 있고 해서 사랑을 많이 받은 편"이라며 "토지문화관을 보면서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편안하게 가셔서 하나도 슬프지 않다"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공씨는 1996년 원주로 박씨를 찾아갔던 당시를 회고하며 "그때 책상 옆에 놓인 조그만 손재봉틀을 보여주시면서 문학에서 실패하면 삯바느질할 각오로 글을 쓴다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공씨는 이어 "중학교때 처음으로 토지 1부를 밤새워 읽은 이후 토지를 거의 외울 정도로 여러번 읽었다"며 "작가되기 전부터 너무 좋아해서 작가된 이후 강석경 선배의 소개로 만났는데 둘다 성격이 데면데면해서 항상 조심스러웠다가 이제야 당당하게 선생님을 찾아뵙는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문학으로 한 생을 살아오신 어르신이고 다시 뵙기 힘든 어르신"이라며 "그 정신 이어받아 한 생애 다 바쳐 문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토지문화관에 4개월간 머물며 집필했던 소설가 천명관 씨는 "박경리 선생님이 작가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싫어하셔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우리같은 '객들'에게 손수 밥을 챙겨주시고 반찬을 만들어 내려보내주시던 마나님 같으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우리 문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신 분"이라며 "홍명희의 '임꺽정' 이후 대가 끊겼던 대하소설의 맥을 이어주셨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선생님의 타계는 우리 문학계에도 큰 손실"이라며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후배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국회의원도 빈소를 찾아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사셨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돌아가신 왕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셔서 자주 교류하셨다"고 전했다. 문국현 의원은 "정말 큰 별이고 아직도 더 할일이 많으신데…"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문학에서나 생활에서나 묻어나셨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빈소를 지킨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박경리 선생님은 훌륭한 문인이시기도 하지만 넓게는 20세기의 생명사상가"라며 "박경리 선생님의 생명 사상을 기리는 상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곤한 모습의 김지하 시인은 "이렇게들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외에는 취재진들에게 말을 아낀 채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날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화환을 통해 조의를 표했다. mihye@yna.co.kr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전문가보다는 대다수 비전문가들의 목소리와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이런 소문이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인터넷 여론몰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돗물이나 공기로도 광우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인터넷 공간을 점령하는 등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주장마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또 최근의 광우병 괴담이 무차별 확산되자 인터넷종량제 등 네티즌들의 다른 관심사에서도 광우병괴담과 같은 수준의 미확인 내용이 급속 유포, 주요 검색어로 부상하는 등 극심한 혼돈이 빚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잘못된 사실 관계에 기반한 주장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최근의 사태를 키웠다며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공포 조장하는 '괴담' = 최근 광우병 논란이 이어지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일부 누리꾼들이 만든 광우병 관련 '괴담'들이 대거 떠돌면서 불안을 넘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중에는 "수돗물과 공기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들이 상당수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광우병의 전염 경로에 대해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 없으며, 공기 등으로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는 주장 역시 정부측에서는 미국 현지 검역관 파견 방침을 밝히는 등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예인 발언 등도 '한몫' = 이 같은 주장들이 급속히 확산된 데는 10대를 비롯해 젊은 층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들이 큰 몫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대부분 "미친 소 먹지 않겠다", "높은 분들이나 드세요"라는 등 사실 관계와는 무관한 개인적 의견 수준이었으나 젊은 층은 이들의 선명하고 강한 주장에 오히려 '폭발적' 호응을 보였고 자연스럽게 여론을 주도하게 됐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충분한 검토없이 공개되면서 과학적 사실이 일반의 풍문과 섞이면서 엄청난 혼란으로 이어졌고,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는 소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압도했다. 급기야 보건당국이 관련 논문을 찾아내 구체적 연관성에 대한 기술이 없다고 해명에 나서는 등 전국이 '광우병 논란'에 침몰해 허욱적거리는 총체적 혼돈상이 연출됐다. ◇정부, '카다라 통신' 확산에 곤혹 = 이 같은 상황에도 전문가 집단과 정부측에서는 번져가는 여론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이들 주장이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며 정부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광우병 논란이 확대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인터넷 종량제 추진, 독도 포기 등 유언비어가 인터넷 뉴스 댓글과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불신을 조장했다. 결국 정부가 대국민 발표 등을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의 '황당한 주장'은 인터넷의 급속한 전파력을 앞세워 엄청난 '상흔'과 충격을 남긴 뒤였다. 전문가들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개별 사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 뒤부터 현 정부의 대통령 선거 공약을 이용한 유언비어, 이전 정부와의 비교 여론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광우병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유통되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온라인 여론이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정부의 성실한 사실 관계 규명 등 적극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josh@yna.co.kr